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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을 정말 강하게 만들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명보 울산 감독(55)은 대한축구협회의 사령탑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0일 울산에서 열린 광주와의 K리그1 홈경기를 마친 뒤였다. 홍 감독이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건 7일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발표한 이후 사흘 만이다.그동안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번 말해왔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이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2014년 월드컵 실패(조별리그 탈락) 이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솔직히 감독직을 수락하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홍 감독은 대회 개막 1년을 앞두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소방수’ 격으로 사령탑에 오른 2014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뒤 거센 비난을 받았다. 올해 2월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새 사령탑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는 난도질을 당하는 기분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월드컵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승부욕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홍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다시 한번 해보자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택한 홍 감독의 의지는 결연했다. 그는 “(감독직을 거절해) 내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내 스스로를 버렸다”면서 “이제 내게는 오직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 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다”면서 “지금은 K리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 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홍 감독이 언제 울산을 떠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울산 구단과 상의해 봐야 한다. 13일 경기(FC서울 상대)까지 팀을 이끌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울산은 광주에 0-1로 패했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울산은 리그 3위로 떨어졌다. 울산 서포터스는 이날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홍 감독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울산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울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정우영(35·사진)이 고향 팀 울산에 입단했다. 일본과 중국,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해 온 정우영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게 됐다. 울산은 9일 “활동량이 많고 수비 능력도 좋은 베테랑 미드필더 정우영을 영입했다”고 알렸다.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 학성고를 나온 정우영은 2011년 일본 프로축구 교토 퍼플상가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주빌로 이와타, 빗셀 고베(이상 일본), 충칭 리판(중국)에서 뛴 그는 2018년 카타르 리그의 알사드로 이적해 중동 생활을 시작했다. 정우영은 알사드에서 스페인의 레전드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44)와 함께 뛰는 등 6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컵을 세 차례 들어 올렸다. 2023∼2024시즌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칼리즈에서 뛴 정우영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울산행을 택했다. 그는 “고향 울산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선 한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다가 6월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통해 1년 3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명보 감독(55)의 임기는 2027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 때까지다. 홍 감독이 소속 팀 울산을 떠나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7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막판 작업을 도맡았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라고 밝혔다. 홍 감독의 임기를 2026년 6∼7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이후까지 보장한 건 성인 국가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연계해 축구 철학을 이식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시기는 축구협회와 울산 구단이 의논해 결정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프로축구 K리그1이 한창인 시즌 중에 홍 감독의 대표팀행을 이해해 준 울산 구단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경기가 9월 5일로 잡혀 있어 7월을 넘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홍 감독이 이끌 대표팀엔 유럽 출신 코치가 합류한다. 이 이사는 “전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적어도 2명의 유럽인 코치 합류를 홍 감독에게 제안했고, 홍 감독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호엔 외국인 코치로 네덜란드 출신의 톤 뒤 하티니르 전력분석 코치와 일본인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있었다. 이케다 코치는 현재 울산에서 홍 감독을 돕고 있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의 계약 조건과 관련해 “연봉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이제 한국 감독도 외국인 감독 못지않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월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의 연봉은 30억 원,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연봉은 19억40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과 3년 재계약할 당시 K리그 한국인 지도자 역대 최고인 연봉 1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홍명보 울산 감독(55)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프로축구 울산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2월 16일)된 후 142일 만이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이 고민 끝에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수락했다. ‘내정’이라는 표현을 쓴 건 계약서 작성을 아직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정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대표팀 정식 감독을 한국인 지도자가 맡는 건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신태용 감독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번 말해 왔다.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프로축구 K리그1 방문경기를 앞두고선 취재진 앞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한국 축구가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거듭된 설득과 요청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면 K리그 시즌 도중 소속 팀 울산을 떠나야 하는 걸 두고 부담과 고민이 많았다. 울산 구단 서포터스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홍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트럭 시위도 벌였다. 시즌 도중에 프로 팀 감독을 빼가는 건 K리그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홍 감독은 소속 팀 울산 구단과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흔들리는 한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최근 며칠 새 여러 축구인이 홍 감독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떠맡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밤 12시가 다 돼 가는 시간에 홍 감독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홍 감독으로선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후배인 이 이사가 밤늦은 시간 집 앞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돌려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시안컵 기간에 후배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의 멱살을 잡을 정도로 흐트러진 대표팀 분위기를 빠른 시간 안에 되돌려 놓을 지도자로는 홍 감독이 가장 적임자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울산 구단에도 양해를 구하며 설득했다. 울산 구단 김광국 대표이사는 “축구협회가 우리 구단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홍 감독이 그동안 팀에서 이룬 성과가 많고 존재감이 워낙 커 솔직히 후임 감독 선정에 고민이 많이 된다. 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홍 감독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한국 축구 레전드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최다 출전(136경기) 기록을 갖고 있다. 지도자로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땄다. 한국 축구 유일의 올림픽 메달이다. 대회 개막 1년을 앞두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구원투수’ 격으로 지휘봉을 잡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울산 구단 창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축구협회는 8일 그동안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선택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브리핑한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외국인 지도자를 우선순위로 두고 수십 명의 후보를 리스트에 올렸지만 적임자로 거론된 감독들의 경우 연봉에서 큰 차이를 보여 선임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3월과 6월에 있었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각각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치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끝에 스위스를 꺾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4강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잉글랜드는 7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스위스(19위)와의 유로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20 결승에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유로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는 이날 튀르키예를 2-1로 꺾은 네덜란드와 11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잉글랜드는 후반 30분 스위스 브렐 엠볼로에게 먼저 골을 내줬지만 5분 만에 부카요 사카가 왼발 중거리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 추가 득점에 실패한 양 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잉글랜드는 골키퍼 조던 픽퍼드가 스위스의 첫 번째 키커 마누엘 아칸지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픽퍼드의 선방 속에 잉글랜드는 5명의 키커가 모두 골문을 뚫었다. 이번 대회 개막 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조별리그부터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 온 잉글랜드는 이날도 힘겹게 다음 라운드에 올랐다. 골 결정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잉글랜드는 8강전에서 13개의 슛(유효 슈팅 3개)을 날리고도 1골에 그쳤다. 2023∼2024시즌 유럽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 해리 케인(리그 36골)은 선발 출전 선수 중 가장 적은 볼 터치 횟수(27회)를 기록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비판에 시달리는 건 힘들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잉글랜드는 8강전을 통해 승부차기 징크스를 떨쳐내는 데는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에 2-3으로 패한 유로 2020을 포함해 지난 대회까지 5번의 유로 승부차기에서 딱 한 번 이겼다. 28년 전인 1996년 대회 8강에서 스페인에 4-2로 이긴 이후 유로 승부차기 4연패에 빠져 있었다. 영국 BBC는 “그동안 유로에서 승부차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전날 열린 8강전에선 스페인이 개최국 독일을 연장 승부 끝에 2-1로 물리쳤다. 유로 통산 최다 우승 공동 1위(3회) 팀끼리의 맞대결에서 이긴 스페인의 4강 상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8강에서 포르투갈과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유로 통산 최다 득점(14골)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자신의 마지막 유로를 무득점으로 마쳤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스페인은 우리를 만나게 돼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독일 수비수 요주아 키미히) “독일의 홈에서 맞붙지만 우리는 그들이 두렵지 않다.”(스페인 미드필더 로드리) 6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8강전에서 맞붙게 된 ‘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이 경기 전부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유로에서 나란히 세 번씩 우승해 최다 우승 공동 1위인 두 팀의 맞대결은 8강전 최고 빅매치로 꼽힌다. A매치 상대 전적에선 독일이 9승 9무 8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유로 본선만 놓고 보면 스페인이 2승 1패로 우세하다. 스포츠 통계 전문 회사 옵타는 독일이 이길 확률을 34.2%, 스페인의 승리 확률을 38%로 예측했다. 두 팀이 연장전까지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결판날 확률은 27.8%다. 양 팀의 8강전은 ‘창과 창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최국 독일은 이번 대회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모두 10골을 넣어 팀 득점 1위다. 스페인은 9골로 2위다. 독일은 3골로 개인 득점 공동 선두인 저말 무시알라(21)가 공격을 이끈다. 스페인은 뛰어난 개인기를 앞세워 도움 2개를 기록 중인 라민 야말(17)의 측면 돌파로 만들어지는 득점 기회를 통해 독일 골문을 노린다. 세대교체에 들어간 양 팀을 이끌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감독(37)과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감독(63)의 지략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두 감독 모두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기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독일은 위대한 라이벌이다. 결승전을 치른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8강전에선 이번 대회 들어 이름값을 못 하는 양 팀 골잡이들이 득점포를 가동할지가 관심거리다.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1 득점왕(27골) 킬리안 음바페(26·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아직 필드골이 없다. 3경기에서 1골을 넣었는데 페널티킥 득점이다. 음바페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코뼈를 다친 뒤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데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바페가 우상으로 꼽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는 올해 유로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많은 20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골문을 뚫지는 못했다. 유로 통산 최다 득점 1위(14골)인 호날두는 슬로베니아와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가 나의 마지막 유로다. 우리는 프랑스와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했다. 대회 개막 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8강에서 복병 스위스를 만났다. A매치 상대 전적에선 잉글랜드가 18승 6무 3패로 압도적 우위에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조별리그부터 부실한 공격력으로 이번 대회 4경기에서 4골에 그치고 있다. 16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꺾은 스위스는 7골로 팀 득점 공동 3위다. 3일 16강에서 오스트리아를 2-1로 누른 튀르키예는 같은 날 루마니아를 3-0으로 물리친 네덜란드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제이슨 테이텀(26·사진)이 미국프로농구(NBA) 역대 최고액으로 소속 팀 보스턴과 재계약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일 “NBA 소식통에 따르면 테이텀은 5년간 3억1400만 달러(약 4360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보스턴과 재계약했다”고 전했다. NBA 역대 가장 많은 계약액이다. 종전 최고액은 제일런 브라운(28)이 지난해 보스턴과 5년 연장 계약하면서 기록한 3억400만 달러(약 4220억 원)다. 미국 CBS스포츠는 “보스턴은 테이텀을 붙잡기 위해 스타 선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줬다”고 전했다. 테이텀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에 남을지, 다른 팀으로 이적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어 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트레이드될 경우 급여의 일정 비율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2018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된 테이텀은 데뷔 시즌부터 정규리그 80경기를 뛰며 주전을 꿰찼다. 테이텀은 최근 4시즌 연속으로 경기당 평균 25점 이상을 넣으며 보스턴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댈러스와의 2023∼2024시즌 NBA 파이널에선 5경기 평균 22.2득점, 7.8리바운드, 7.2도움의 활약으로 보스턴의 18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죽다 살아났다. 잉글랜드는 1일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16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2-1 진땀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슬로바키아(45위)에 먼저 골을 내준 뒤 후반 45분까지 끌려갔다. 후반 추가 시간으로 6분이 주어졌는데 잉글랜드는 21세 ‘신성(新星)’ 주드 벨링엄의 ‘원더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추가 시간 4분 34초가 지났을 때였다. 벨링엄은 오버헤드킥으로 슬로바키아의 골문을 뚫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잉글랜드는 연장전 전반 1분 해리 케인의 헤더골로 전세를 뒤집고 역전승했다. 잉글랜드는 7일 스위스와 8강전을 치른다. 잉글랜드가 8강에 오르긴 했지만 경기력을 두고서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팀과는 거리가 먼 답답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엔 2023∼2024시즌 ‘유러피안 골든슈’ 수상자 케인(리그 36골)을 비롯해 필 포든, 벨링엄(이상 19골), 부카요 사카(16골) 등 골게터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유러피안 골든슈’는 유럽 축구 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가 받는 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최다 득점(260골) 기록 보유자인 대표팀 선배 앨런 시어러(54)는 “벨링엄의 골이 나오기 전까지는 형편없는 모습이 반복된 절망적인 경기였다”고 혹평했다. 이날 잉글랜드는 모두 16개의 슈팅을 기록했는데 벨링엄의 동점골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C조를 1위(1승 2무)로 통과했지만 세 경기에서 두 골밖에 넣지 못했다. C조에 속한 나머지 세 나라는 모두 FIFA 랭킹 20위 밖의 팀이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게리 네빌(49) 역시 잉글랜드의 공격을 두고 “둥근 구멍에 네모난 못이 박힌 것처럼 답답하다”며 못마땅해했다. 대표팀 선배들의 이런 평가에 대해 케인은 “우리는 유로에서 오랜 기간 우승하지 못했는데 비판하는 사람도 대표팀 일원이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잉글랜드는 직전 대회까지 유로에 모두 10번 참가했는데 최고 성적은 준우승(유로 2020)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이날 조지아를 4-1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스페인은 6일 이번 대회 개최국 독일과 4강 진출을 다툰다. 유로에서 각각 세 번 우승한 두 팀은 대회 최다 우승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저말 무시알라의 빛나는 활약은 잉글랜드엔 씁쓸한 일이다.” 영국 BBC는 30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16강전 독일-덴마크 경기 결과를 다루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날 독일은 후반 8분 카이 하베르츠(25)의 페널티킥 골과 후반 23분 무시알라(21)의 추가 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대회 세 번째 골을 기록한 ‘신성(新星)’ 무시알라는 기오르기 미카우타제(조지아)와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무시알라는 유로 2004 당시 19세로 4골을 넣은 웨인 루니(잉글랜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3골 이상을 넣은 선수가 됐다. 유로 2024 개최국 독일은 무시알라 등의 활약에 힘입어 2016년 대회(4강) 이후 8년 만에 8강에 올랐다. 독일이 메이저대회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이긴 것도 유로 2016 이후 처음이다. 독일은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로 2020에선 토너먼트 라운드 첫판인 16강에서 멈췄다. 무시알라의 개인 득점 3골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잉글랜드의 팀 득점보다 많다. 잉글랜드는 C조 1위(1승 2무)로 16강에 올랐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독일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무시알라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BBC가 씁쓸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무시알라는 독일인 어머니와 영국·나이지리아 국적을 가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때문에 독일과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복수 국적자인 무시알라를 자국 성인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한때 경쟁하기도 했다. 무시알라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축구를 본격적으로 배운 곳은 잉글랜드다. 7세 때 잉글랜드로 이주한 그는 사우샘프턴, 첼시 등 잉글랜드 클럽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다. 15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뛸 때도 주로 잉글랜드(23경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룸메이트가 올해 유로에 참가한 잉글랜드 대표팀 간판스타이자 동갑내기인 주드 벨링엄이다. 무시알라를 눈여겨본 독일이 16세 이하 대표팀에 그를 뽑기도 했지만 2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 발탁이 유력해 보였던 무시알라는 18세이던 2021년 예상 밖의 선택을 했다. “대부분의 추억은 잉글랜드에 있지만, 태어난 나라를 대표하는 게 맞다”며 앞으로는 독일을 대표해 뛰겠다고 알린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엔 독일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이 있다. 2019년 무시알라를 유소년 팀에 영입한 뮌헨은 이듬해 그를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시켰다. 무시알라가 17세였을 때인데 당시로선 뮌헨 구단 역대 최연소 1부 리그 데뷔였다. 당시 뮌헨에서 뛰고 있던 독일 선수들이 무시알라가 독일 국가대표를 선택하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유로 2024에서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2021∼2023년 뮌헨 사령탑으로 무시알라를 지도했다. 무시알라를 꾸준히 주전으로 내세워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운 나겔스만 감독은 “무시알라는 몸 안에 자석이 있는 것처럼 공을 잘 다룬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16강전에서 스위스에 0-2로 패했다. 이로써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팀이 8개에서 16개로 늘어난 유로 2016 이후 직전 대회 우승국이 다음 대회 16강에서 탈락하는 징크스가 이어졌다. 유로 2016에선 스페인, 유로 2020에선 포르투갈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16강에서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차 군단’ 독일이 8년 만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8강에 올랐다.유로 2024 개최국 독일은 30일 덴마크와의 16강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독일이 이 대회 8강에 오른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독일은 유로 2016 이후로는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유로 2020에선 잉글랜드에 패해 토너먼트 라운드 첫판인 16강에서 탈락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며 자국 축구 팬들로부터 ‘낡은 전차’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독일은 후반 8분 카이 하베르츠의 페널티킥 골로 앞선 뒤 후반 23분 자말 무시알라의 추가 득점으로 두 골 차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세 번째 골을 넣은 무시알라는 조르지 미카우타제(조지아)와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스페인과 함께 유로 통산 최다(3회) 우승국인 독일은 대회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독일은 16강전에서 맞붙는 스페인-조지아 경기 승자와 4강 진출은 다툰다.‘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이날 스위스에 0-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의 이날 패배로 직전 대회 우승국이 16강에서 탈락하는 대회 징크스가 이어졌다. 유로 2016부터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팀이 16개로 늘었는데 유로 2016에선 스페인, 유로 2020에선 포르투갈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16강에서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31년 만에 승리를 거둔 스위스는 유로 2020에 이어 2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처음 참가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킨 조지아 대표팀이 두둑한 보너스를 챙기게 됐다. 28일 영국 BBC에 따르면 비지나 이바니슈빌리 전 조지아 총리(68)는 전날 유로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승리를 거두고 조 3위로 16강에 진출한 자국 축구대표팀에 포상금 840만 파운드(약 146억 원)를 주기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4위 조지아는 68계단 위인 포르투갈(6위)을 2-0으로 꺾어 유로 역대 최다 순위 차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것) 기록을 새로 썼다.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는 “역사적이고 꿈에 그리던 승리”라고 말했다.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는 조지아가 8강에 오르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840만 파운드를 추가로 줄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10월∼2013년 11월 조지아 총리를 지낸 그는 1990년대 러시아에서 은행업, 컴퓨터 판매업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38억7000만 파운드(약 6조7400억 원)에 이른다. 조지아는 7월 1일 ‘무적함대’ 스페인(8위)과 8강 진출을 다툰다. 스포츠 통계 전문 회사 옵타는 조지아가 스페인에 이길 확률을 9.5%로 예측했다. 이번 대회 세 골로 득점 단독 선두인 조지아 공격수 기오르기 미카우타제(24)는 뉴캐슬(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나폴리(이탈리아) 등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카우타제는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1 FC메스에서 13골을 넣어 득점 7위를 했는데 팀은 16위에 그친 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져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학생들이 덕수고등학교에 인생을 걸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준 덕수고총동창회장(64·BMW그룹코리아 고문)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드러냈다. 지난해 1월 29대 총동창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덕수고 발전 계획을 세운 김 회장은 “인성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를 키워내도록 동문이 똘똘 뭉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덕수고는 1910년 개교한 공립수하동실업보습학교가 전신이다. 1951년 학교명을 덕수상고로 바꾼 뒤 ‘금융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많은 금융인을 배출했다. 2007년 인문계열이 생기며 이름을 덕수고로 바꿨다. 내년 3월부터 서울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로 이전해 일반고로서 학생을 받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국적은 바꿔도 학적(學籍)은 못 바꾼다지 않느냐”며 “4만3000여 동문을 대표하는 총동창회장으로서 많은 가르침을 준 학교에 진 빚을 갚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후배 위해 발 벗고 나선 선배들 덕수고총동창회와 덕수장학재단은 지난달 7일 덕수고 발전 계획 실행을 위해 10년간 총 30억 원을 지원하는 양해각서를 덕수고와 체결했다. ‘10 in 10 Project(텐 인 텐 프로젝트)’로 불리는 발전 계획은 김 회장이 추진한 주요 프로젝트로 일반고 전환 10년 안에 전국 10위 안에 드는 학교가 목표다. 전국 10위라는 기준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이 아니다. 김 회장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학교,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교로 전국 10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선택제’에 따라 위례신도시 밖 학생도 정원의 20%까지 입학할 수 있다. 총동창회는 발전 계획에 따라 각각 인문, 과학 교육프로그램인 덕수인재아카데미, 노벨과학반 운영과 학교시설 보수, 확충도 지원한다. 독일 및 영어권 고교와 자매결연해 학생들이 글로벌 시각을 갖추게 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덕수고 학생들이 외국 고교생들과 화상으로 토론하거나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에 몸담았던 동문들의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집약된 발전계획 실행을 위해 총동창회는 기금을 모았다. 김 회장은 “기금 모금 소식을 알린 지 4개월 만에 목표액 20억 원을 모았다. 동문의 모교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덕수장학재단도 10억 원을 내놓았다. 위례신도시와의 상생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개선되면 마라톤 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교내 100주년 기념관도 지역 사회에 개방할 방침이다.세계를 향하는 덕수인 덕수고 출신 인재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경제계에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이사,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있다. 덕수고 동문 5000명이 금융계에서 일하면서 전국 은행 지점장만 2000명이던 때도 있었다. 정관계의 고 이종남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용득 전 국회의원 등과 법조계의 조재연 대법관, 허익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별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동문들은 2007년부터 매달 사회 저명인사를 초빙해 ‘덕수포럼’을 열어 친목을 다지고 있다. 김 회장은 “30∼40년 전만 해도 머리는 좋지만 가난한 학생들이 주경야독하면서도 학교의 튼실한 가르침 속에서 올바른 인성을 갖추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인물이 김 회장의 1975년 졸업 동기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11세 때 아버지를 잃고 청계천 판잣집을 전전한 김 전 부총리는 모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다. 야간대학(국제대)을 다니면서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김 회장은 “나도 고교 1학년 때 중학 3학년생 13명을 가르치며 나와 동생 넷의 학비를 댔다”며 “어려워도 노력했던 ‘덕수인’의 힘을 후배들이 물려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덕수고 특성화계열 학생은 2024년 2월까지 순차 졸업한다. 그때가 되면 상업고로서의 역할은 마무리된다. 올해까지 총동창회장을 맡는 김 회장은 모교와 상업교육의 이별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회장과 동문 30여 개 기업은 특성화계열 후배들의 취업을 위해 2019년과 지난해 ‘동문 기업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당시 박람회장에서 한 학부모가 김 회장의 손을 잡으며 “후배를 위해 이렇게 도움을 주는 동문들을 본 적이 없다”며 고마워했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1995년 상무이사로 BMW그룹코리아에 입사해 대표이사 회장까지 지낸 그는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남이 보지 않는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리더임을 깨달았다”며 “후배들이 창조적 리더십과 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다음 시즌에는 우리 팀 선수 중 누가 A급 선수로 성장할지 기대됩니다.” 2020~2021시즌 남자 프로농구 KGC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김승기 감독(49)은 휴식기에도 다음 시즌 선수 구성과 운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KGC는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뒤 국내 프로농구 최초로 PO 10전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6강 PO(KT 상대로 3승)와 4강 PO(현대모비스 상대로 3승), 챔피언결정전(KCC 상대로 4승)을 치르는 동안 단 1패도 없었다. 이번 시즌 PO를 통해 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 KGC지만 시즌 종료 후에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팀의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았던 이재도(30)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LG로 이적한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개인 통산 최고인 평균 12.7득점(전체 국내 선수 중 9위)의 성적을 남기며 국내 정상급 가드로 성장한 이재도는 PO에서도 평균 11.6득점, 5.3어시스트로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도가 팀을 떠나서 너무나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팀당 25억 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따라 주전 선수들의 연봉이 모두 올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액의 연봉을 주고 FA가 된 이재도를 붙잡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KGC에서 보수총액(연봉+인센티브) 3억 원을 받았던 이재도는 LG와 보수총액 7억 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 김 감독은 “이재도에게 ‘LG에서 경기가 잘 안 풀리면 KGC로 돌아와라. 나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니 너를 다시 받아줄 것이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2015년 KGC의 사령탑에 오른 이후 6시즌 동안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PO 승률은 70.6%(24승10패)로 역대 프로농구 감독 중 1위다. 최근 KGC와 2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 감독은 “이재도는 떠났지만 남아 있는 선수들을 잘 지도해 다시 우승권 전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야전사령관’ 변준형김 감독은 이재도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로 가드 변준형(25)을 꼽았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KGC 유니폼을 입은 변준형은 ‘스텝백 3점슛’(앞으로 가려는 척하다가 스텝을 뒤로 밟고 던지는 장거리 3점 슛)과 날카로운 1대 1 돌파 등 화려한 기술을 갖춘 선수다.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의 특급 가드 카이리 어빙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해 팬들로부터 ‘코리안 어빙’으로 불린다. 이번 시즌에는 이재도가 KGC의 경기를 조율하는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변준형은 득점에 집중하는 슈팅 가드(정규리그 평균 11득점)로 뛰었다.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4쿼터 접전 상황에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스텝백 3점 슛을 림에 꽂는 등 23점을 퍼부으며 KGC의 승리(77-74)를 이끌었다. 당시 변준형이 3점 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은 김 감독은 변준형에게 “오늘처럼만 하면 너는 진짜 코리안 어빙이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제는 변준형이 1번(포인트 가드)과 2번(슈팅 가드) 역할을 모두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 시절 변준형은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고, 경기 조율의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김 감독의 혹독한 지도 아래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동료의 득점을 돕는 능력이 향상됐다. 프로농구 데뷔 시즌(2018~2019시즌)에 평균 2개였던 변준형의 어시스트 기록은 이번 시즌 평균 3.8개가 됐다. 김 감독은 “변준형은 아직 자신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 점수를 준다면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화려한 개인기와 탁월한 득점력을 바탕으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변준형이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KGC가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변준형은 최우수선수(MVP)까지 노릴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라면서 “변준형이 빠르게 성장한다면 KGC는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의 놀라운 득점력KGC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동력 중 하나는 정규리그 막판에 합류한 제러드 설린저(29·204cm)의 폭발적인 득점력이었다. 5라운드(한 시즌은 총 6라운드)가 진행 중이던 3월 크리스 맥컬러의 대체 선수로 KGC의 유니폼을 입은 설린저는 NBA 보스턴과 토론토에서 정규리그 269경기를 뛴 선수다.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득점이 가능한 센터인 설린저는 PO에서 평균 27.8득점, 12.8리바운드, 4.4어시스트의 성적으로 상대 팀 외국인 선수들을 압도했다. NBA 출신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는 상대 선수들을 한 수 가르치듯 여유롭게 공격을 전개해 농구 팬들로부터 ‘설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감독은 “설린저를 영입하기 전에 그의 경기 영상을 봤는데 볼 캐치와 패스 등 기본기부터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정식 계약 전에 설린저와 영상 통화를 했다는 김 감독은 “설린저가 내게 ‘어떤 역할을 맡기실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가 다재다능한 선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골밑이든 외곽이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설린저는 경기 흐름에 따라 직접 골밑을 공략하거나, 외곽에서 3점 슛을 터뜨리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설린저는 KCC의 센터, 장신 포워드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김 감독은 “한 번은 설린저를 거칠게 수비한 상대 선수에게 심판이 반칙을 주지 않아서 작전 타임을 불러 항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설린저가 나를 막아서면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보세요’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설린저는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절묘한 패스로 슈터들의 외곽 득점을 도왔다.현재 설린저는 중국 프로농구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무대에서의 맹활약으로 몸값이 올라 국내 구단이 다시 그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설린저에게 2, 3년 뒤에라도 다시 한국에 오면 함께 하자고 했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당신은 대한민국에게도, 나에게도 진정한 영웅이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75·네덜란드)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제자 유상철 전 인천 감독에게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유 전 감독은 7일 별세했다. 향년 50세.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국내 히딩크재단을 통해 유 전 감독과 유족들에게 추모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히딩크재단 관계자는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유 전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자 히딩크 감독이 너무나 슬퍼했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재단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추모 메시지에서 히딩크 감독은 “오늘 당신을 잃은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당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과 같은 위대한 인격을 가진 선수와 함께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월드컵에서) 당신은 나와 우리 팀(한국 축구대표팀)에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 수비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던 유 전 감독은 한일월드컵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의 4강을 이끌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제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가 함께 나눈 기억은 영원히 공유될 것이다. 당신의 미소와 기쁨도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랑한다”라고 덧붙였다. 히딩크재단은 히딩크 감독의 추모 메시지를 카드에 담아 8일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히딩크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유 전 감독의 췌장암 투병 소식을 처음 접한 2019년 11월에도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당시 히딩크 감독이 직접 유 전 감독과 통화하기를 원했는데 유 전 감독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어서 무산됐다”면서 “대신 격려 문자 메시지를 보내와 재단 관계자가 대신 전달했고, 유 전 감독은 ‘직접 통화를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꼭 다시 일어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했다”고 전했다.아래는 히딩크 감독의 추모 메시지 전문Sang Chul,Nothing can be compared with your loss today. I am deeply saddened to hear this.You were for me and for the team a big inspiration in the time I had the privilege to work with such tremendous character!You were a true hero to me and to your nation Korea. Now you leave us but the memories we shared together, your smile and joy will live among us.I love you and here I am with you.Rest in peace.Coach, Guus Hiddink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기아에서 뛴 장신 센터 한기범(57·207cm)은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2011년부터 선후배 농구인들과 함께 자선 경기를 열어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다문화 가정, 농구 꿈나무를 돕는 데 수익금을 써왔기 때문이다.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한 해 전인 1996년 현역에서 은퇴한 한기범은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으로 2000년과 2008년에 두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자비로 첫 수술을 받은 이후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그는 한국심장재단의 지원으로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를 시작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단법인 한기범희망나눔 사무실에서 만난 한기범은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자선 경기가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면서 “선수와 연예인들이 펼치는 활기찬 농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아이들이 잠시라도 고통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자선 경기의 명칭은 ‘2021 스타와 함께하는 랜선 희망농구’다. 보건복지부, 대한체육회, 대한민국농구협회 등이 후원하는 자선 경기는 12일 오후 1시 반 경기 의정부체육관(4620석)에서 열린다. 남자 프로농구 현역 선수인 윤호영과 정준원(이상 DB), 연예인 서지석과 양치승 등이 참가한다. 올해 자선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스포츠 관람은 정원의 10%까지만 입장)에 따라 심장병환우회 가족과 경기 관계자 등 300명만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일반 농구 팬들은 유튜브 ‘한기범TV’, 네이버TV, 카카오TV를 통해 경기를 볼 수 있다. 한기범은 “자선 경기가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면서 “초창기에 후원을 받기 위해 지인들을 찾아가면 ‘사기 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에도 한기범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자선 경기를 열기 위해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꾸준히 자선 경기를 열다 보니 후원자가 조금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해마다 자선 경기가 열릴 때가 되면 먼저 참가하겠다고 연락하는 연예인들도 있다”며 웃었다. 2011년 첫 자선 경기를 시작한 이후 한기범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2억여 원을 지원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농구 꿈나무들에게 각각 3억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농구 교실에 4억 원을 지원했다. 한기범은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농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 모두 밝게 웃는 날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래차로의 신속한 전환은 탄소중립 실현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대적 과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자동차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신속히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차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시장 선점 및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문 장관은 자동차 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 지원 종합대책 수립과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유지 및 확대 지원 등을 약속했다. 1990년 설립된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산업부 산업기술혁신사업의 지원을 받아 국내 미래차 부품업계의 매출 확대와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자연은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 기업의 기술적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403개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한자연은 R&D에 참여한 기업과 함께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인 만도는 한자연과 자율주행차 ‘레벨3’에 적용할 수 있는 전방·코너 레이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자율주행 레벨3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 자율주행 모드의 해제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시스템이 운전자의 운전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건부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레이더는 기존 레이더에 비해 인지 범위가 넓고 정확도가 올라갔다. 만도는 이 기술을 활용한 장거리, 중거리 레이더를 만들어 지난해 각각 199억6000만 원과 82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자연은 미래차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제작 기술의 국산화와 고도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한자연은 한온시스템과 함께 통합 열관리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신냉매 적용 간접식 열관리 모듈’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히트펌프는 향후 국내 기업의 차세대 전기차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적용될 예정이다. 히트펌프는 냉매가 압축, 응축, 팽창, 증발하며 순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저온을 활용해 히터와 에어컨을 동시에 구동하는 기술이다. 또한 한자연은 LG에너지솔루션과는 고에너지밀도 리튬이차전지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고,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한자연과의 R&D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한자연은 기존 수소전기 승용차용 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해 냉각 및 방열 성능을 높인 수소전기 상용차용(적재량 4∼5t급) 연료전지 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에 성공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7월 트럭 10대를 스위스에 수출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1600대의 수소트럭을 스위스에 수출할 계획이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거리에서 온몸을 던져 한바탕 춤을 췄다. 바닥에 머리를 대고 빙글빙글 도는 그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따금 무슨 동작인지를 궁금해 하는 어른에게 “헤드스핀이라는 동작입니다”라고 설명하면 “헤드 뱅뱅 아니고? 길바닥에서 왜 이러고 있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자신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질 때마다 소년은 다짐했다. ‘어차피 나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어. 나를 향한 낯선 시선도 즐기자.’ 자신을 불량아 혹은 별종으로 보는 주위의 편견에도 소년은 브레이킹(breaking)으로 세계 정상에 서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계속 춤을 췄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브레이킹은 힙합 음악의 강렬한 비트에 맞춰 추는 춤이다. 22년 동안 브레이킹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소년은 자신의 바람대로 세계적 비보이(B-boy·브레이킹을 추는 댄서)가 됐다. 세계 5대 브레이킹 메이저 대회(단체전 포함)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헌우(34·별명 ‘윙’) 얘기다. 비보이 세계 랭킹 사이트인 ‘비보이 랭킹즈’에 따르면 김헌우는 이달 기준으로 개인 랭킹 2위다. 그가 속한 팀인 ‘진조 크루’는 팀 랭킹 3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12월 청소년을 중심으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브레이킹을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비보이 국가별 랭킹에서 한국은 종주국 미국에 이어 2위다. 비보이 개인 랭킹 톱 20에는 김헌우를 비롯해 한국 비보이 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림픽 브레이킹 종목 우승자 배출이 유력한 국가로 한국이 꼽히는 이유다.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될 날을 꿈꾸는 김헌우를 경기 부천의 ‘진조 댄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비보이 ‘윙’이 날개를 달기 까지김헌우는 12세 때인 1999년, 친형 김헌준(36·세계 11위)을 따라 브레이킹을 시작했다. 당시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던 만화책 ‘힙합’의 영향도 있었다. ‘힙합’은 열아홉 살 ‘불량’ 청소년인 주인공이 친구들과 함께 브레이킹을 배우며 비보이의 꿈을 키워 나간다는 내용이다. 김헌우는 “만화책에 나오는 화려한 춤 동작이 신기해 브레이킹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가 만화 속 동작들을 실제로 해내는 비보이의 영상을 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보이는 랩과 디제이, 그래피티(낙서 형식의 거리 예술)와 함께 힙합의 4대 요소로 꼽힌다. 비보이가 구사하는 브레이킹의 주요 기술은 토마스(손을 바닥에 짚고 공중에서 다리를 엇갈리며 돌기) 윈드밀(누워서 다리 벌리고 돌기) 헤드스핀 등 회전동작이 기본인 ‘파워 무브’와 업록(기술을 위해 리듬을 타는 준비 동작) 프리즈(고난도 동작에서 멈추기) 등 리듬감과 센스가 필요한 ‘스타일 무브’로 나뉜다. 학창 시절 김헌우는 브레이킹을 연습할 장소를 찾지 못해 동네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처음에는 공원의 돌바닥에서 연습했는데 몸을 굴리는 동작을 하기에는 적절한 곳이 아니었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찾아낸 곳이 대리석 바닥으로 된 지하철 역사였다”고 말했다.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지하철 역사의 구석과 청소년수련관에서 기술을 익히던 그는 2001년 형과 함께 브레이킹 팀인 진조 크루를 만들었다. 몇 년 뒤에는 아버지의 지인이 운영하던 댄스스포츠 연습실을 빌려 쓰면서 마침내 ‘길거리 연습’을 벗어났다. 나무 바닥으로 된 연습실은 낮에는 룸바와 차차차, 삼바를 가르치는 공간이었다. 이 때문에 그와 크루 멤버들은 2010년 자신들만의 연습실을 구하기 전까지 5년여 동안 ‘밤샘 연습’만을 했다. 자정에 연습실에서 모이면 오전 8시가 돼서야 연습실을 빠져 나왔다. 김헌우는 “세상과 단절된 채, 밤을 새워 연습한 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연습실을 나서면 내가 한층 더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국내 지역별 소규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조금씩 성장하던 김헌우는 2004년 중국에서 열린 브레이킹 국제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비보이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윙’(wing·날개)이라는 별명을 정한 건 이 대회를 마친 뒤였다. 김헌우는 “우승을 하고 내 이름을 말해줘도 외국인들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면서 “이름 말고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별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윙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보잘것없던 내가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 브레이킹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 브레이킹을 통해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다는 뜻을 담았어요.” 이후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세계 최고의 브레이킹 개인전(1 대 1 배틀)인 ‘레드불 비씨원’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100번 넘게 우승했다.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그의 브레이킹 영상은 비보이를 꿈꾸는 전 세계 꿈나무들의 교본으로 쓰인다. 김헌우와 진조 크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에는 1년에 8, 9개 대회를 직접 유치하는 등 브레이킹 대중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는 “브레이킹이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문화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 파리에서의 금빛 브레이킹을 위해김헌우는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는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올림픽을 통해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만화 힙합과 여러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국내 젊은층 사이에 브레이킹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국내에 여러 비보이 크루들이 탄생한 것도 이 때다. 하지만 대중이 점차 케이팝과 랩 경연 프로그램에 집중하면서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브레이킹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에는 ‘국립 비보이단’이 있을 정도다. 브레이킹이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던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에서는 관중이 3만 명이나 몰렸다. 이를 본 IOC는 올림픽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브레이킹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올림픽 브레이킹 종목에는 남녀 부문별로 16명이 본선에 출전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메달을 다툰다. 피겨스케이팅처럼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데 구체적인 채점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일정 시간 춤을 추면 기술과 연기력, 창의력 등을 평가해 승자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가맹단체인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은 브레이킹 분과위원들과 함께 국가대표 선발 방식 등을 논의 중이다. 파워 무브 같은 고난도 동작 못지않게 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연기력이 브레이킹에서는 중요하다. 브레이킹은 비보이가 자신이 연기할 음악을 고르지 않는다. 현장에서 디제이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화려한 기술과 춤을 선보여야 한다. 김헌우는 “어떤 노래가 나와도 빠르게 흐름을 파악한 뒤 적합한 기술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 때도 여러 노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김헌우는 37세가 된다. 그는 “30대 후반의 나이로 올림픽 출전을 노려야 해 부담스럽지만 3년 뒤에도 좋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만약 선수로 출전하지 못한다면 지도자로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고 말했다.브레이킹은 내년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정식 종목이다. 그는 “우선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올림픽 전에 열리는 국제 대회인 만큼 내 컨디션과 경쟁력을 점검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헌우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는지 물었다. “어느 대회를 나가든지 말로 ‘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리고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하고 대회에 나가면 머릿속에 그려왔던 대로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올림픽도 그런 방식으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부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청년 농부’ 오성일 씨(32)는 2년 전부터 경기 여주시에서 딸기 농장인 ‘피크니코’를 운영하고 있다. 피크니코는 2700m²(약 817평) 규모의 온실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딸기 재배에 필요한 데이터를 측정한 뒤 원격제어 장치로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다가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오 씨는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 1기 교육생’으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농업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전북도농식품인력개발원에서 농사의 기초와 스마트팜 운영 방법을 배운 오 씨는 “체계적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되는 농업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덕분에 교육을 마치자마자 스마트팜 창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농작물의 생육(生育) 환경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전통적 재배 방식에 비해 노동력을 덜 투입하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오 씨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물주기 등 단순 노동은 자동화 시스템에 맡기고, 농부는 품질 향상을 위한 작업과 판매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매년 스마트팜 운영 인력을 양성해 온 농식품부는 스마트팜 교육 과정을 이수할 4기 청년 교육생(208명)을 모집한다. 교육 신청 대상자의 연령은 만 18∼ 39세로 스마트팜 창업 및 취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육 신청은 이번 달 31일까지 ‘스마트팜코리아’를 통해 진행된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교육생들은 9월부터 전국 4곳(전북 김제시, 경북 상주시, 전남 고흥군,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청년창업 보육센터에서 스마트팜 농업 기초와 ICT 데이터 분석을 다루는 이론 교육과 보육센터 실습장 또는 스마트팜 선도 농가를 활용한 실습 교육을 무료로 받는다. 교육을 수료하면 스마트팜 임대농장 우선 입주(실적 우수자), 스마트팜 청년 종합자금 대출 신청 자격 부여 혜택이 주어진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아직은 감독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49)에게 사령탑으로서의 출발을 앞둔 기분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나설 선수들을 소집한 뒤 상견례를 마치면 비로소 감독이 됐다는 것을 실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송파구 대한농구협회 회의실에서 모이는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다음 날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다. 국내 여름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사상 여성이 대표팀 수장(首長)에 오른 것은 전 감독이 처음이다. 겨울올림픽의 경우 2018년 평창대회 때 여성 지도자인 세라 머리 감독(캐나다)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지휘했다. 2011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프로팀(신한은행, 우리은행)과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해온 전 감독은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큰 일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선수 관리와 전술 및 전략 구성에 대해 조언을 하는 코치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감독이 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감독의 장점을 잘 살려 팀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 같은 여성이다 보니 선수의 심리 상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면서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소통을 통해 선수들과의 거리감을 줄이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조직력이 강한 ‘원 팀’현역 시절 ‘누나부대’를 몰고 다닌 전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이다. 그는 여자프로농구 현대산업개발과 신한은행에서 뛰면서 7번의 우승을 맛봤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7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한 전 감독은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초로 ‘트리플더블’(3가지 부문에서 2자릿수의 성공을 기록하는 경우)을 일궈냈다. 그는 쿠바와의 경기에서 10득점 11어시스트 10리바운드로 한국의 승리(69-56)를 이끌었다. 당시 한국은 포인트 가드로 경기를 조율한 전주원과 골밑을 지킨 센터 정은순, 정선민 등의 활약에 힘입어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은메달) 이후 최고 성적인 4위로 대회를 마쳤다.전 감독의 프로 통산 기록은 평균 10.34득점 6.56어시스트 3.95리바운드다. 센터들에 비해 키(176cm)가 작은 가드였던 그는 골 밑에서 리바운드를 많이 잡는 선수는 아니었다. 요즘 시드니올림픽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고 있는 전 감독은 리바운드가 주특기가 아닌 자신이 쿠바전에서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트리플더블을 완성한 것은 끈끈한 팀 조직력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센터들이 상대 장신(長身)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박스아웃(리바운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몸으로 상대 선수를 밀어내는 것)을 하면 외곽에 있던 가드까지 골밑으로 달려들어 모두가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전술을 썼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도쿄 올림에 나서는 대표팀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작은 키 등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려면 시드니올림픽 멤버들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센터들만 골 밑에서 사투를 벌이지 않고 모든 선수가 리바운드를 위해 몸을 던지는 ‘원 팀(one team)’을 만들고 싶다”면서 “21년 전 나처럼 올림픽에서 트리플더블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탄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자신감 있게 올림픽 무대 누비길”한국 여자농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9위 한국은 2월 열린 올림픽 조 추첨식에서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8위) 등 강호들과 A조에 편성됐다. 도쿄올림픽은 12개국이 3개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른 뒤 각조 상위 2개국이 8강에 진출한다. 또 각조 3위의 성적을 비교해 상위 2개국이 8강에 합류한다. 전 감독은 “조 편성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면서 “조 편성이 좋다 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에 나설 대표팀에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인 센터 박지수(KB스타즈·198cm)와 외곽 슛이 뛰어난 가드 박혜진(우리은행·178cm),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우리은행·180cm) 등 12명을 선발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과 득점상(평균 22.33득점), 리바운드상(평균 15.23개) 등 7개 부문 상을 휩쓴 박지수는 대표팀의 주포다. 하지만 박지수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기 위해 지난달 미국으로 출국해 11일부터 시작되는 국가대표팀의 합숙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2018년부터 박지수는 국내 여자프로농구 시즌이 종료되면 WNBA 팀인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 합류해 미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양국 리그의 일정이 겹치기 않기 때문에 박지수는 한미 리그에서 모두 뛸 수 있다. 이번 시즌 WNBA는 15일(한국 시간) 개막한다. 박지수는 WNBA에서 뛰다가 올림픽 개막 2주 전에 대표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전 감독은 “우선 11명의 대표팀 선수들로 최대한 조직력을 끌어올린 뒤 박지수의 합류를 기다리겠다”면서 “미국에 있는 박지수에게는 틈틈이 연락해 대표팀의 전술에 대해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박지수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직접 만나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그는 “박지수에게 미국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경기도 최대한 많이 뛰어 체력을 끌어올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정규리그 17경기(한 시즌은 30경기) 밖에 뛰지 못한 김정은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코트 위의 감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확한 중거리 슛과 노련한 경기 운영이 강점인 김정은은 대표팀 멤버 중 유일하게 올림픽(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다. 전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김정은이 코트 안에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김정은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전 감독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올림픽 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을 통해 큰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마음껏 기량을 뽐내 자신의 실력이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어린이와 청소년이 앓는 희귀난치성 질환은 환아(患兒)와 가족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7·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다루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는 선천성 기형, 유전자 이상에 의한 신경근육질환, 면역결핍증 등이 있다. 안 교수는 “질환의 특성에 따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의약품은 비용이 수천만 원이나 돼 부모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지원하는 기업의 기부 활동은 환자 가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에게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병마와 싸워야 하는 환경적인 어려움과 고액의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 치료가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안 교수는 “혼자 투병 생활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 인지 능력이 떨어져 본인의 증상과 불편한 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아이가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게 될 경우에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의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치료 방법이 있는 소아청소년의 희귀난치성 질환은 전체의 5%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안 교수는 “치료 약제가 있는 경우에도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손상된 신경계 등의 신체 장기에 합병증과 후유증이 생길 수 있어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환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비용 외에도 재활과 인지 치료를 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맞춤 제작이 필요한 특수 휠체어, 유모차 등 의료보조 장비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 교수는 ‘키다리 아저씨’로 나선 기업의 후원 덕분에 건강하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아이의 사례를 소개했다. 소아암으로 2019년 9월부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를 받은 아이는 수차례 항암 치료를 받고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마쳤지만 갑자기 찾아온 합병증으로 인해 생사기로에 놓였다. 다발성 장기 부전 상태가 된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1000만 원이 넘는 비급여 약제를 사용해야 했지만, 자녀의 오랜 투병 생활로 경제적 능력이 무너진 가족들이 비용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지난해 삼성서울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침대의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안 교수는 “시몬스침대의 도움 덕분에 아이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서 “위험한 순간을 넘긴 아이는 지금도 치료를 잘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50)는 장기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와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년째 의료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시몬스침대는 지난해와 올해 3억 원씩을 삼성서울병원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소아암 및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소아청소년의 수술비와 입원비, 휠체어와 특수 유모차 구입 등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31명이 이 회사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았다. 안 교수는 “시몬스침대의 기부금(6억 원)은 병원이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순수익의 크기와 비슷하다”면서 “시몬스침대 같은 기업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아이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손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