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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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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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2-30~202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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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타국 野지도자 테러 의심 받고… 적대국과 수교 숨은 활약

    미국 중앙정보국(CIA),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이스라엘 모사드, 독일 연방정보국(BND), 영국 해외정보국(MI6), 사우디아라비아 정보총국(GIP) 등 세계 주요국 정보기관들의 활동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15일 출간한 ‘격노’를 통해 CIA가 한때 북한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했다고 썼다. 7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한복판에서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기소된 여성 야권지도자 마리아 콜레스니코바, 지난달 20일 독극물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난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의 배후에는 FSB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각국 정보기관은 이 같은 반(反)정부 인사 제거, 적성국 지도부 교체, 주변국 지도자 포섭 같은 ‘음지형 업무’를 넘어 적대국과의 평화협상 및 수교 같은 ‘양지형 업무’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최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3국 수교’(아브라함 협정)의 실무는 요시 코헨 모사드 국장이 주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사우디, 오만, 모로코, 수단 등 다른 아랍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국교 정상화 작업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들은 약 6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앞두고 대선 결과 및 국제 정세와 자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도 분주하다.○ ‘양지형 활동’에 주력하는 모사드 이스라엘은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신베트, 해외 정보를 맡은 모사드, 군 정보를 담당하는 아만 등 3개 정보기관을 두고 있다. 이 중 모사드는 과거 이란 핵 과학자, 팔레스타인 정치인 등을 속속 암살하는 등 음지형 활동에 치중했지만 최근 아랍국과의 잇따른 수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수립 등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WP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올해 3, 4월경 코로나19 1차 유행이 한창일 때 모사드를 이용해 산소호흡기, 마스크, 진단 키트 같은 핵심 의료용품을 확보했다. 전 세계적으로 산소호흡기가 크게 부족했지만 모사드의 활약으로 이스라엘은 무려 200여 대를 확보했다. 올해 2월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할 때 이스라엘은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를 승객 하차 없이 바로 돌려보냈다. 우리 정부에 사전 설명도 없었다. 전격적인 입국 금지의 배후에도 모사드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당시 이스라엘 외교부는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전 통보 없는 입국 금지를 우려했다. 하지만 모사드와 보건부 등 코로나19 대응 담당 부서가 강경책을 고집했다”고 전했다. 중동 외교가에선 모사드가 오래전부터 이란 핵 대응을 위해 사우디 등 아랍 주요국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란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보유한 모사드를 아랍국이 부러워했다는 평가가 많다. 걸프만 수니파 아랍국은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전제군주 체제에 불만이 많은 자국 내 반대파를 다뤄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루려면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의미다. 중동 소식통은 “사우디 GIP와 모사드가 걸프만 아랍국의 잇따른 수교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바레인처럼 경제, 안보 양면에서 사우디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수교 협상 자체를 바레인 정부가 아닌 GIP가 주도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벨라루스 내정 관여하는 FSB 미 외교안보 매체 포린어페어스(FA)는 8일 러시아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격인 FSB를 이용해 벨라루스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합병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보요원, 정치공학자, 사이버 인력, 안보 전문가 등 공작을 위한 인력을 대거 파견했다고 덧붙였다. 벨라루스 정보기관은 소련과 마찬가지로 KGB란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운영방식 또한 과거 KGB와 현 FSB를 최대한 벤치마킹하고 있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달 9일 친러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의 재집권이 결정된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으로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벨라루스에 파견된 러시아 정보요원들은 루카셴코 반대파에 대한 납치 및 협박 같은 강경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톨릭 신자와 러시아 정교 신자, 상류층과 서민층 등 기존 사회 갈등을 이용해 양측 분열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정보 공작을 통해 벨라루스 내정에 개입하는 것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의 후폭풍을 의식한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처럼 군사력을 앞세웠다가는 해당 국가와 국제사회의 극렬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에 부작용은 작으면서 손쉽게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정보기관 활용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런 FSB의 악명은 나발니 암살 시도에서도 드러났다. 나발니는 KGB 시절부터 러시아 요원이 요인 암살에 사용한 화학물질 ‘노비초크’에 중독됐다. 현재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독일 측은 사건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자국 정보기관과 의료진이 노비초크 중독을 밝혀내자마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답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슈피겔 등에 따르면 브루노 칼 BND 국장은 “나발니에게 쓰인 노비초크의 독성이 과거보다 더 강하다”고 했다. 단순 위협이 아닌 공개 암살을 목표했다는 의미다. 푸틴 정권은 2018년 3월에도 영국 솔즈베리에서 전직 정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을 노비초크로 암살하려 했다. 영국의 습한 날씨가 노비초크의 독성을 희석시키지 않았다면 부녀 모두 숨졌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MI6는 이후 수사를 통해 “러시아 정보기관이 노비초크를 사용했고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격노한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는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했다. 유럽 정보기관이 러시아의 대형 공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MI6와 BND는 각각 연간 예산이 30억 파운드(약 4조4656억 원), 9억8000만 유로(약 1조3373억 원)에 달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한 정보 전문가는 “냉전 때부터 KGB 등이 유럽 곳곳에서 워낙 많은 공작을 진행했고 이로 인한 피해도 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과 독일 역시 정보기관의 덩치를 불린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 적성국 지도자 교체 노리는 CIA CIA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북한 전담 조직 ‘코리아미션센터’(KMC)를 설립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비밀 첩보 활동도 계획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미리 제거했다면 이라크전 같은 큰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CIA 내부 평가가 북한 지도부 교체 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CIA가 개입한 각국 비밀전쟁을 다룬 ‘CIA 블랙박스’의 저자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는 “CIA는 북한처럼 군사 및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닌 나라의 지도부 교체와 암살을 고민한다. KMC 설립과 운영에서도 이런 부분을 적극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공개 사살할 때도 CIA가 모사드로부터 얻은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솔레이마니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로 이동할 때 이용한 항공편을 시리아 내 이스라엘 정보원이 CIA에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두 기관은 북한산 무기 및 군사기술이 이란, 시리아,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등에 유입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IA는 러시아, 중국 등 적성국 정보기관이 11월 3일 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2일 “CIA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미 대선에 또 개입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패권 경쟁 속에 정보기관 역할 확대 최근 미국에서는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의 온라인 계열사 ‘알자지라플러스’의 지위를 둘러싸고 카타르와 UAE가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UAE는 2017년 카타르의 친이란 외교 등을 문제 삼아 단교했다. 이후 로비스트를 대대적으로 고용해 미 사회에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 UAE 측은 “알자지라는 카타르 국익을 위해 활동하기 때문에 언론이 아닌 정부 산하조직 혹은 로비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 법무부는 15일 “알자지라플러스는 외국인에이전트등록법(FARA)에 따라 해외 에이전트로 등록해야 한다”며 UAE 편을 들었다. 발끈한 카타르 측은 “UAE와 사우디가 자국 정보기관을 이용해 미국에 계속 잘못된 정보를 흘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 전 ‘이스라엘-UAE-바레인’ 3각 수교란 외교 성과를 내기 위해 일방적으로 UAE 편을 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카타르 측이 새로 출범할 미 민주당 정권에 로비를 해 법무부의 기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각국 정보기관이 자국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다 강대국 간 패권경쟁 격화, 강력한 권위주의 지도자 ‘스트롱맨’의 잇따른 집권 등이 이어지고 있어 각국 정보기관의 활동 범위 확대 및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천 교수는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지도자일수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외교 협상, 정책 협의 등을 꺼린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지만 빨리 결과를 볼 수 있는 정보기관 이용을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첩보 전쟁에 늦게 뛰어든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서구 정보기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정부의 막대한 투자, 공산주의 사회의 폐쇄성 등이 국가안전부가 활발히 활동할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주석으로 취임하자마자 공산당 내에 국가안전위원회를 설립해 국가안전부, 공안, 외교부, 군대 등 각기 다른 조직이 각각 보유했던 기밀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 파키스탄, 시리아, 이란 등 반미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 대규모 정보요원과 산업 스파이를 파견했다. 2018년 6월 미 백악관은 ‘중국의 경제적 침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 국가안전부가 4만 명 이상의 산업 스파이를 통해 세계를 염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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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용과 사드협상때 냅킨에 그림 그리며 설득… 배치 연기 제안에 압박도”

    문재인 대통령 출범 초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2017년 2월∼2018년 4월 역임)이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21일(현지 시간) 출간된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회고록 ‘전쟁터에서(Battlegrounds)’에 따르면 맥매스터는 2017년 6월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서로 냅킨에 그림을 그려가며 사드 배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2017년 4월 26일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소 등을 성주 기지에 배치한 이후 국방부의 ‘사드 4기 반입 보고 누락’ 파동이 일어 추가 배치가 중단된 상태였다. 정 전 실장은 냅킨에 처음 2기의 미사일 세트가 배치된 개조된 성주골프장의 모습을 그리면서 미사일 4기의 배치 연기를 제안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고, 국회 승인과 환경영향평가도 마쳐야 한다는 것이 정 실장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맥매스터는 “이런 제안은 큰 문제(disaster)를 초래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맥매스터는 회고록에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조사에 대한 제안만 나와도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 전 실장에게 “사드 배치 지연은 60년 이상 전쟁을 막아온 (한미)동맹을 포기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정 전 실장이 그림을 그려놓은 냅킨에 나머지 4기의 미사일 세트를 추가로 그린 뒤 한 번에 빨리 배치할 것을 설득했다. 정 전 실장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자 맥매스터는 냅킨을 배석했던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줬다. 또 “당신과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면 후세를 위해 냅킨을 액자로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맥매스터는 정 전 실장에게 “‘달빛정책’(햇볕정책에 빗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칭하는 말)과 ‘최대 압박 정책’(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제대로 섞이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일치가 ‘퍼펙트 스톰’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해 7월 화성-14형 발사를 비롯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9월 7일 발사대 4기가 배치되며 사드 배치는 완료됐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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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잘못 든 경쟁자에 결승선 양보…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

    “티글 선수가 계속 나보다 앞서 달렸어요. 그가 동메달을 따는 게 마땅합니다.” 자신을 앞서가던 경쟁자가 경기 막판에 실수로 코스를 잘못 들자 결승선 바로 앞에 멈춰 경쟁자에게 동메달을 양보한 스페인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 선수 디에고 멘트리다(21)를 향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 줬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멘트리다는 이달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0 산탄데르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려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발을 멈췄다. 그는 뒤따르던 영국 선수 제임스 티글(24)이 먼저 결승선을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당시 티글은 결승선을 약 100m 앞두고 길을 잘못 들었다. 그는 막다른 곳의 철제 펜스에 부딪힌 후에야 코스를 이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늦게 전력 질주했지만 이미 멘트리다가 추월한 상태였고 역전은 불가능한 거리였다. 동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했던 티글은 결승선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멘트리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고 관중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결국 티글이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티글은 인스타그램에 “펜스에 부딪혔을 때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멘트리다가 날 기다렸다. 놀라운 스포츠맨십이자 진실함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멘트리다는 마드리드의 한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 스포츠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학업 시간을 쪼개 철인 3종 훈련을 해 왔다. 그는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양보 정신을 가르쳤다. 양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특히 “동메달을 놓쳐 상금 300유로를 받지 못한 것보다 이번 대회 우승자 겸 스페인 유명 선수 하비에르 고메스 노야(37)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더 속상했다”는 톡톡 튀는 소감을 남겼다. 철인 3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던 스타인 노야는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멘트리다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야 역시 “멘트리다의 행동은 역사상 최고”라고 극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스페인 축구선수 아드리안 산미겔 역시 트위터에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 줬다”고 치하했다. 멘트리다와 티글의 스포츠맨십을 담은 영상은 트위터에서만 510만 회 이상 재생됐다. 대회 주최 측은 멘트리다에게도 ‘명예 3위’ 입상자 자격을 주고 티글과 같은 상금을 수여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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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트윈데믹 경보음… 독감백신 접종 서두르는 지구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세계 각국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트윈데믹은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독감 백신 접종률에 큰 관심이 없던 선진국마저 가을로 접어들면서 일제히 접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월까지 성인 독감 백신 접종률 65%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미국에서 독감 백신은 의료계 등을 제외하고는 의무가 아니다. 그러나 앞서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지난달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오는 이번 가을은 최악의 계절이 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독감 백신을 맞을 것을 강조했다. 독감 백신을 자발적으로 접종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립대는 학생 28만 명과 직원 23만 명에게 11월 1일까지 모두 백신을 맞도록 했다. 매사추세츠주 역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든 학생의 독감 예방접종을 의무화했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독감이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독일 베를린 막스플랑크 감염생물학 연구소가 벨기에,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독감이 유행하는 동안 코로나19 환자가 최대 2.5배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은 “아직 두 바이러스의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지만 독감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독감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이들을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난하며 75% 접종률을 목표치로 발표했다. 한국의 독감 백신 접종률 목표치는 57%다. 방역당국이 올해 확보한 물량은 총 2964만 회 접종분량이다.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데 5∼6개월이 걸리므로 나머지 국민들을 위해 추가 생산을 결정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추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량이 부족하면 코로나19 치사율이 높은 기저질환자를 위한 독감 백신이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 국민 접종의 효율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상식적으로 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의료적으로는 과유불급”이라며 “과도하면 비효율을 낳는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세형·김예윤 기자}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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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주년 9·11… 트럼프-바이든, 뉴욕 대신 펜실베이니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9·11테러 19주년에 찾은 곳은 뉴욕이나 워싱턴이 아닌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도시인 섕크스빌이었다. 당시 테러범들이 미 의회 의사당을 공격하려고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을 납치했지만 탑승객과 승무원들이 저항하자 들판에 추락시킨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이날 몇 시간 차이로 섕크스빌의 추모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당시 사고로 승무원과 탑승객 40명이 숨졌다. 두 후보가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WTC)가 붕괴된 뉴욕이나 펜타곤이 공격당한 워싱턴 대신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은 섕크스빌을 방문한 이유는 펜실베이니아가 미국의 대표적인 경합주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선 민주당, 2016년 대선에선 공화당이 승리했다. 같은 곳을 방문했지만 메시지는 확연히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자신이 내린 명령으로 제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9·11테러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 파견됐던 장병들을 귀환시키려 하는 자신의 중동정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철저히 희생자 추모와 가족 위로에 초점을 맞췄다. WSJ에 따르면 그는 9·11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전 “(오늘은) 9·11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고, 모든 선거 광고를 중단했다. 엄숙한 날로 오늘을 기릴 것”이라고 했다. 실제 행사에서도 직접적인 선거 발언은 자제했다. 그 대신 바이든은 휠체어를 타고 행사에 참석한 여성이 9·11 때 43세의 나이로 사망한 아들 사진을 보여주자 2015년 장남 보 바이든을 뇌종양으로 잃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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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일기 문양 문신 탓에… 필리핀에 부는 反韓 바람

    필리핀계 미국인 ‘틱톡 스타’ 벨라 포치(19)의 욱일기 문양 문신으로 필리핀의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한국을 취소한다’는 뜻의 ‘캔슬코리아’(#Cancel Korea)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되고 포치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반한 메시지를 담은 트윗이 약 30만 건 올라오고 있다. 10일 UPI통신, 마닐라불레틴 등에 따르면 포치는 5일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문신을 팔에 새긴 사진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붉은 심장을 중심으로 붉은색 광선이 뻗어 나가는 모양에 일부 한국 누리꾼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며 항의했다. 포치는 하루 뒤 틱톡 및 트위터 계정에 “내 문신 때문에 화가 났다면 미안하다. 한국을 사랑한다. 용서해 달라”고 썼다. 하지만 사과 이후에도 일부 한국 누리꾼이 ‘필리핀인은 작고 가난하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등의 비하 댓글을 달자 필리핀 누리꾼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반한 게시물로 맞서고 있다. 포치는 틱톡과 트위터에서 각각 1700만 명, 25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다. 다양한 문신을 새긴 채 춤추고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1년생인 그는 13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한국 누리꾼의 항의에 “욱일기의 역사적 의미를 잘 몰랐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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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BA 광팬 김정은, 경기보러 마이애미 오고 싶어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전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8일 발간된 회고록 ‘나의 의견’(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프로농구(NBA) 팀 ‘마이애미 히트’의 팬”이라며 김 위원장이 마이애미를 방문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2018년 5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귀환시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믿기 어렵겠지만 김 위원장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오고 싶어 한다. 그는 NBA를 좋아한다. 특히 마이애미 히트의 열렬한 팬”이라고 전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어떤 이유에서 김 위원장이 마이애미 히트를 좋아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1차 북―미 정상회담 하루 전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이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김 위원장을 만난 리 총리는 “그는 수다스러웠고, 거래를 성사시키길 원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고록에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강 및 안전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담겼다.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전 북한 관계자는 흰색 장갑을 끼고 김 위원장이 사용할 펜을 먼저 점검했다. 조선시대 왕이 식사하기 전 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상궁이 먼저 음식을 먹어봤던 것처럼 독살 가능성을 우려해 김 위원장이 사용할 펜까지 깐깐하게 점검했다는 뜻이다. 회고록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찾은 목적이 대북 압박용이었다고도 밝혔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부통령의 방한 목적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고수하고,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선전에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김여정 현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끄는 북한 사절단을 잠시 만날 계획이었으나 북한 측이 회동 몇 시간 전 돌연 만남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 측의 비판을 받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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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만5000 여명 노조원 보유…美 최대 경찰노조 “트럼프 지지” 성명 발표

    미국 최대 경찰관 노조인 경찰공제조합(The Fraternal Order of Police·FOP)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했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OP는 이날 “우리나라에서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35만5000여 명의 노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FOP는 전통적으로 경찰과 공권력의 권위를 강조해온 조직이다. 이에 따라 FOP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부 폭력 시위로 변질된 것을 두고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하며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건 예상됐던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대부분 백인 경찰관들의 흑인에 대한 총격 또는 폭행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FOP의 지지 선언은 백인 노동자 그룹 등 친(親)트럼프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에 더욱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법과 질서 메시지 강조 전략에도 더욱 힘이 붙을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 뒤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발생했던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해서도 블레이크나 그 가족과 면담하지 않았다. 대신 시위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법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反)트럼프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인종차별 프레임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 진영은 ‘폭력 시위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전·현직 검사와 경찰관의 지지 메시지를 담은 성명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는 바이든 진영에서 최근 배포한 선거자료에 “그(바이든)는 모든 폭력을 비난해 왔다. 조 바이든이 이끄는 미국에서 내가 안전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힌 톰 멩겔(전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경찰서장)의 발언이 담겼다고 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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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세정제 바른뒤 촛불 켜다 전신 화상

    미국 텍사스주의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한 손 세정제로 인해 심한 화상을 입었다. 세정제 속 알코올 성분 때문으로 추측되나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라운드록에서 홀로 세 딸을 키우는 싱글맘 케이트 와이즈 씨는 지난달 30일 손 세정제를 바른 후 초에 불을 붙였다. 순간 작은 불씨가 세정제 용기에 닿으면서 폭발했고 약 5초 만에 그의 온몸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는 얼굴과 몸의 약 18%에 화상을 입었으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친구와 지인들은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치료비 모금을 시작했다. 와이즈 씨가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 이 제품이 정품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역 소방당국 관계자는 “손 세정제는 기본적으로 인화성 물질”이라며 “상당량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손 세정제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판 손 세정제는 대부분 에탄올 혹은 이소프로필알코올로 만들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에탄올과 이소프로필알코올의 함량이 각각 최소 80%, 75%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렇듯 알코올 함량이 높은 만큼 전문가들은 사용 후 반드시 세정제가 다 증발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인화성 물질을 만지라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제품 용기에도 ‘가연성 소재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라’는 경고문이 부착됐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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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등 對中전선 동참”… 폼페이오 또 압박 메시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간 연대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하는 압박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 국무부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4차 협력체인 ‘쿼드’ 확대를 시사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사진)은 한국을 중국에 맞서고 있는 나라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부가 미중 갈등 이슈에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2일(현지 시간) 서배스천 고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주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불공정 행태 문제에 대응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정책기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를 한데 묶어 ‘중국에 대응하는 나라’로 소개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대중국 견제 전선’에 한국이 동참할 것이라는 공개 메시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쿼드’에 다른 나라들을 포함시킬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등이 포함된 7개국 차관급 협의체를 거론했다. 1일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호주,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와도 한 묶음으로 언급하면서 “(중국을) 각종 분야에서 밀쳐내는 데서 이들 모두 미국과 파트너가 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 방안인 ‘쿼드’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들과 입장이 같은 나라로 한국을 콕 집어 설명하면서 ‘한국이 다른 진영에 속할 여지는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2일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까지 나서 하와이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오늘날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맞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며 협력 대상 국가로 한국을 언급했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11월 미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계속될 것인 만큼 정부가 모호한 입장으로 쉬쉬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한기재 record@donga.com·이세형 기자}

    •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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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호주인 유명 女앵커 구금… 호주, 맞불조치

    군사 외교 무역 등에서 전방위로 맞붙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호주-중국 관계로도 번지고 있다. 중국은 17년간 중국에서 일한 중국계 호주인 유명 앵커를 구금했고, 호주는 대학 내 중국 스파이 색출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지난달 14일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중국계 호주인 여성 청레이(程雷·사진) 앵커가 구금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같은 달 27일 호주 관리가 화상을 통해 구금시설에 있는 청레이를 면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레이가 구금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호주에서 일하다 2003년부터 베이징에서 CCTV 기자로 활동해 왔다. 현재 CGTN 사이트에서 청레이의 프로필과 최근 영상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에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호주인 구금에 대응해 호주는 국공립대 내 중국 스파이 색출로 맞불을 놨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일 “호주 의회가 국공립대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조사할 예정”이라면서 “특히 중국 정부의 인재 영입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에 따라 포섭된 학자들이 있는지를 우선 조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천인계획은 민간의 정당한 인재 영입 활동인데도 미국이 이를 스파이 활동으로 규정했다”면서 “호주가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만과 인도 등과 긴밀히 접촉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달 31일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화상포럼에서 “대만과 양자 경제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을 중국과 별도로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시하는 중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다. 또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위구르족 수용소 억류 및 고문 등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와는 군사력 증강 등을 위해 10월 ‘2+2 회담’(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중국과의 국경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의 공군력 증강 및 방공 미사일 시스템 도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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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과 경제 대화할 것”…中 민감한 ‘하나의 중국’ 흔들어 대는 美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소수민족 문제를 정면으로 부각하면서 대(對)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달 31일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화상포럼에서 “대만과 양자 경제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중국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만과 유대를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압력, 위협, 무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헬스케어, 에너지 같은 최첨단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대만과 경제 협력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 최고위급 인사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 이후 중국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 대만과 단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부터 무기 판매 확대를 비롯한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겉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되 사실상 그 핵심 내용에 대대적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위구르족에 대한 수용소 억류 및 고문 등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보스니아(1993년), 르완다(1994년), 이라크(1995년), 수단 다르푸르(2004년),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장악지역(2015~2017년) 등에서 벌어진 ‘인종청소형 대규모 살해’에 대해서만 학살 용어를 썼다. ‘인권 후진국’ 평가에 민감해하는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을 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모두 대중 압박을 선거승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양국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바이든 후보 역시 “중국이 100만 명에 가까운 위구르 무슬림을 억류한 것은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 중 하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1일부터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몽골족 초·중등학생들에게 언어, 정치, 역사 등 3개 과목을 몽골어가 아닌 중국어로 가르치기로 했다. 반발한 몽골인 학생과 학부모 수천 명이 자치구 곳곳의 도시에서 항의 시위에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네이멍구 인구 2500만여 명의 약 20%가 참여한 이날 시위는 2011년 한족 운전기사에 의한 몽골족 2명 살해 사건에 따른 대규모 시위 이후 최대라고 NYT는 전했다. 중국은 티베트족이 티베트어와 티베트 불교를 숭상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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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국적기, 31일 UAE로 첫 직항 노선 운항

    이스라엘 국영항공사인 ‘엘알’이 최근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으로 직항 노선을 운항했다. 걸프지역 아랍국가에 이스라엘 민항기가 뜬 것은 처음이다. 31일 알자지라방송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경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이륙한 엘알 항공기는 약 3시간10분 뒤 UAE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 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로 중동정책을 총괄하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메이어 벤 샤밧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탑승했다. 이들은 1일까지 아부다비에서 이스라엘-UAE 수교 관련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쿠슈너는 “(이번 비행이) 더욱 역사적인 여행의 시작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3일 미국의 중재로 UAE와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이번 비행은 그 후속 조치다. 앞서 이집트와 요르단과 수교한 이스라엘이 UAE와 수교한다면 걸프지역 아랍국가와 첫 수교를 맺는 것. 이날 항공기 외벽에는 영어, 아랍어, 히브리어로 각각 ‘평화’를 의미하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이날 이스라엘 항공기는 아랍의 중심국가이며 이슬람교의 3대 성지 중 2곳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을 처음으로 통과하기도 했다. 아직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지 않은 사우디아리비아가 수교에 재차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회견에서 “이스라엘과 수교를 원하는 아랍 지도자들과 국교 정상화를 위한 비공개 회담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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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행정부, CDC 압박 코로나 검사 지침 마련…“확진자 줄이려” 비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새로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지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층의 압력에 따라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코로나19 검사 지침은 이전보다 검사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감염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 진행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보건 부문 담당자는 “그것(CDC의 새 검사 지침)은 위로부터 내려왔다”고 밝혔다. 새 코로나19 검사 지침은 무증상자는 감염자와 밀접 접촉을 했어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자가 대거 확인되고 있어 감염자와 접촉했으면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보건의료계의 권고와 반대되는 조치다. 또 새 검사 지침이 마련될 당시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수장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수술을 받고 있어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전문가인 칼로스 델 리오 미국 에모리대 의대 부학장은 CDC가 지침을 바꾼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내가 알기로 40% 가까운 감염자들이 무증상이고, 이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CDC를 정치적 도구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검사 지침이 나온) 유일하면서도 타당한 이유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적은 사람을 검사하면 코로나19 양성자 수도 적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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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라니아 ‘감성 연설’에 박수… 폼페이오 ‘출장 연설’에는 눈살

    최근 재단장한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 마련된 연단. 야간 조명으로 빛을 밝힌 이 작은 무대 위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사진)가 올라서자 그를 기다리던 120명의 청중이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2016년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이후 4년 만의 전대 연단 복귀였다.○ 이민자·여성층 감성 자극한 멜라니아 연설 트럼프 여사의 연설은 25일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남편의 행정부는 효과적인 백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며 이 끔찍한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이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 이단아’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면서도 “그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며,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인물”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여사는 4년 전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 내용 일부가 미셸 오바마 당시 대통령 부인의 연설문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때를 설욕하기라도 하듯 20여 분간 매끄럽고 차분한 연설로 감성을 자극했고 표절 논란도 제기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그는 26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한 과정을 소개하며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반(反)이민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민자들의 공감 얻기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여사는 측근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테퍼니 그리셤 대통령 부인 대변인, 마샤 리 켈리 선임고문과 집중적으로 연설을 준비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그동안 거의 공식석상 연설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각종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즈가든에 깜짝 등장한 뒤 제일 앞자리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아내의 연설을 지켜봤다. 앞서 전당대회 영상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들의 귀화식에도 깜짝 등장하며 ‘이민자들에게 열려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폼페이오의 ‘출장 중 연설 참가’에 비판 거세 대통령 부인 연설은 호평을 받았지만 이날 전당대회는 재선 캠페인을 위한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공직의 정치화 등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이스라엘 출장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외교수장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전당대회 연설에 나선 것을 놓고 비판이 크게 고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의 커튼을 걷어냈고, ‘중국 바이러스’의 확산에 책임을 지도록 했으며, 어이없게 불공평한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북한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더 이상의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도 없으며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싸운 영웅들의 유해와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에 대해 “최소한 75년간 외교안보 분야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유지돼 온 선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에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심부름꾼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을 강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과 보수 유대인들의 표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라는 분석이 많다. 사전 녹화가 이뤄진 장소는 예루살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루프톱. 호텔 이름은 고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이름을 딴 ‘다윗왕 호텔’이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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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나라 위한 인물”…이민자·여성층 감성 자극한 멜라니아 연설

    최근 재단장한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 마련된 연단. 야간 조명으로 빛을 밝힌 이 작은 무대 위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올라서자 그를 기다리던 120명의 청중이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2016년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이후 4년 만의 전대 연단 복귀였다.● 이민자·여성층 감성 자극한 멜라니아 연설트럼프 여사의 연설은 25일(현지 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남편의 행정부는 효과적인 백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며 이 끔찍한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이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 이단아’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면서도 “그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며,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인물”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여사는 4년 전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 내용 일부가 미셸 오바마 당시 영부인의 연설문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 때를 설욕하기라도 하듯 20여 분간 매끄럽고 차분한 연설로 감성을 자극했고 표절 논란도 제기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그는 26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과정을 소개하며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반(反)이민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민자들의 공감 얻기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여사는 측근인 캘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테파니 그리샴 영부인 대변인, 마샤 리 켈리 선임고문과 집중적으로 연설을 준비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그동안 거의 공식석상 연설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각종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즈가든에 깜짝 등장한 뒤 제일 앞자리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부인의 연설을 지켜봤다. 앞서 전당대회 영상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들의 귀화식에도 깜짝 등장하며 ‘이민자들에게 열려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 폼페이오의 ‘출장 중 연설 참가’에 비판 거세영부인 연설은 호평을 받았지만 이날 전당대회는 재선 캠페인을 위한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공직의 정치화 등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이스라엘 출장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외교수장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전당대회 연설에 나선 것을 놓고 비판이 크게 고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의 커튼을 걷어냈고, ‘중국 바이러스’의 확산에 책임을 지도록 했으며, 어이없게 불공평한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북한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더 이상의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도 없으며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싸운 영웅들의 유해와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동정책 등 외교안보 성과를 나열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에 대해 “최소한 75년 간 외교안보 분야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유지돼온 선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에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심부름꾼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을 강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과 보수 유대인들의 표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라는 분석이 많다. 사전 녹화가 이뤄진 장소는 예루살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루프탑. 호텔 이름은 고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이름을 딴 ‘다윗왕 호텔’이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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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UAE 관계 정상화 합의…트럼프 “3주 안에 백악관서 서명”

    ‘공통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앙숙’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최초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 역사적 합의를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외교 달인’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란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당장 중동 정세가 안정을 찾을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UAE와 ‘에이브러햄 협정’을 체결했다. 엄청난 돌파구이자 역사적 평화협정”이라고 밝혔다. 협정 이름은 기독교(미국), 유대교(이스라엘), 이슬람교(UAE)의 공통 조상 ‘아브라함’의 영어식 표현이다. 그는 “향후 3주 안에 양국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합의서에 공식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UAE 아부다비 왕세자 등 3개국 정상의 공동명의 형태로 발표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트윗을 올렸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새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반겼다.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한국도 환영한다. 이번 합의가 지역 내 안정과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이집트, 요르단과 관계를 맺었지만 걸프만 이슬람 국가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E 역시 1971년 건국 후 최초로 이스라엘과 협력했다. 양국은 투자, 관광, 안보, 기술,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협력하고 양국을 오가는 직항 비행기도 띄우기로 했다. 대사관도 곧 개설한다. 줄곧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위협을 느껴 온 이스라엘은 핵시설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걸프만 수니파 국가의 양대 맹주인 UAE 역시 이란 견제가 절실했다. 특히 이란이 세계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UAE 교역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양측 모두 이란 견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동 허브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모두 보유한 UAE는 정보기술(IT), 군사 강국 이스라엘과의 교류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판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협상, 미중 갈등 등으로 비판받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번 합의를 에이브러햄 협정 대신 트럼프 협정으로 부르고 싶지만 언론이 반대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또 “내가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는 발언도 되풀이했다. 유대계인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번 합의를 위해 18개월간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대통령 옆에서 “더 많은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혀 사우디, 바레인, 오만 등 친미 성향 걸프만 아랍국이 추가로 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 중동을 넘어 국제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추가 합병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합병 계획은 아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무장정파 하마스 모두 한목소리로 “UAE가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 우리에 대한 공격이자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이란 외교부와 혁명수비대 역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수치스러운 행위다. 유대주의자와 손잡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란 해군은 협정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5시간 만에 풀어줬다. 이란은 지난해 7월 영국 유조선을 일시 억류했고, 최근 미군 항공모함 실물 크기 모형을 타격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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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아야 소피아, 과거사… 중동의 反터키 감정이 들끓는다

    19일 오후(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예수피난교회를 찾았다. 아기 예수와 그 가족이 유대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해 왔을 때 머물렀던 자리에 세워진 건물로 중동에 기반을 둔 기독교 종파 ‘콥트교’의 성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늘 순례자와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이날 유달리 한산했다. 해외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이집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예배를 금지한 탓이다. 방문객이 거의 없는데도 교회 주변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있었다. 이들은 방문자에게 이름, 직업, 거주지, 방문 목적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동행한 이집트인 지인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이 심하다 보니 콥트교인을 대상으로 한 적대 행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콥트교도는 이집트 인구 약 1억 명 중 10∼15%를 차지한다. 수니파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나라에서 얼핏 많은 핍박을 받을 것 같지만 교인 반응은 달랐다. 교회에서 만난 중년의 콥트교도에게 “코로나19 사태 뒤 무슬림이 콥트교인에게 적대적이지 않으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원리주의자가 많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일부 시골이라면 모를까 카이로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집트 무슬림은 세속주의 성향이 강하고 타 종교에 관용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터키처럼 교회 건물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는 일은 이집트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터키와 다르다” 평범한 카이로 시민이 외국 기자에게 언급할 정도로 최근 이집트인들은 터키의 일거수일투족에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비잔틴제국 문화유산의 정수인 1500년 역사의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개조하려 하고,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리비아 내전에 터키가 개입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 언론인, 회사원 등 이집트인과 중동 정세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터키 비판으로 마무리될 때가 많다. 서구 시각에서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의 권위주의 지도자일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이집트인은 터키와의 비교를 불쾌하게 여긴다. 한때 이집트보다 세속주의 경향이 더 강했던 터키가 2003년 에르도안 집권 후 급격한 보수화 길을 걷고 있지만 이집트는 여전히 개방적이라는 의미다. 이집트인들은 지난해 시시 대통령이 카이로 인근 신(新)행정수도의 중동 최대 규모 콥트교회 개관식에 직접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이집트의 개방성과 관용을 자랑한다. 실제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후 전국 각지의 콥트교회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대교 회당의 개·보수 역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 최고 이슬람 성직자(그랜드 무프티)인 샤우키 알람은 17일 “무슬림은 선지자 무함마드로부터 교회를 보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전쟁 중에도 사원을 파괴하거나 수도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며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개조를 거세게 비판했다. 종교 지도자가 타국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집트 사회 전반에 반(反)터키 감정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집트 vs 터키, 리비아서 사실상 대리전이집트의 반터키 감정을 더 키우는 요인은 이웃 리비아에 대한 터키의 장악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리비아는 1135km의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 후 사실상 중앙정부가 붕괴됐다. 명목상으로는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 인근을 장악한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의 통합정부(GNA)가 유엔의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동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세속주의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LNA가 리비아 국토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데다 ‘돈줄’ 유전지대를 장악해 양측은 수년간 내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터키는 GNA를, 이집트는 LNA를 지원하고 있다. GNA와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에르도안 정권은 소형 구축함, 전투기, 군인 등을 대거 파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이집트는 국경을 맞댄 리비아 동부에 터키군이 주둔하게 되면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터키가 시시 대통령의 정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을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것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중동 전문가들은 터키와 이집트가 사실상의 대리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GNA와 군사안보협정을 체결한 터키는 현지에서 천연가스 탐사 및 시추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잇는 곳에 위치한 리비아의 지정학적 특성도 터키엔 매력적이다. 이집트는 터키의 리비아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해 자국 국경에서 약 800km 떨어진 거점 도시 시르테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LNA가 시르테를 기반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을 핵심 전략 요충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달 20일 이집트 의회는 리비아에 군대를 파병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승인 직후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은 “리비아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는 동부 반군에 대한 지원을 즉각 그만두라”며 반격에 나섰다. 두 나라의 대립이 일촉즉발 직전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사우디·UAE에서도 반터키 감정 고조오스만튀르크는 1517년부터 1914년까지 약 400년간 이집트를 지배했다. 자국을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여기는 이집트인에게 일종의 치욕이다. 역시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나라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아랍과 터키가 인종, 언어, 문화, 역사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랍 각국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공연히 “터키가 이슬람권 중심국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것에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중동 소식통은 “아랍권은 터키가 리비아뿐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키프로스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해한다. 피지배 역사를 가진 쪽에서는 과거사 때문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우디와 UAE 같은 걸프만 국가들은 터키가 2017년 6월 ‘카타르 단교 사태’(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 등 수니파 이슬람국이 카타르의 친(親)이란 성향을 문제 삼아 단교)를 계기로 카타르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무너지고 1922년 터키 공화국이 건립된 후 아라비아반도에 터키군이 주둔한 것도 처음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카타르 도하를 찾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정상 회담을 가졌다. 터키는 이집트, 사우디 등과 수니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수니파 이슬람국과 대립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 이스라엘, 카타르 등과도 상당 부분 협력하며 양측에서 교묘하게 줄을 타고 있다. 특히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 사우디와 터키가 사실상 갈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 왕실은 터키가 확보한 기밀 정보를 서구 언론에 흘리면서 국제사회의 반사우디 여론이 고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여파로 최근 사우디에서는 오스만튀르크 역사 지우기가 한창이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6월 수도 리야드시 당국은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거리 이름을 아랍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우디 교육부는 조만간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오스만튀르크 시절 점령군이 저질렀던 범죄 등 터키와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을 대거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오스만튀르크 점령’이란 단어도 과거보다 훨씬 많이 사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자국민들에게 “가급적 터키 여행을 가지 말라”고도 촉구하고 있다. 이집트 외교 소식통은 “터키가 군사, 종교 양면으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가뜩이나 높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아랍권의 반터키 감정이 잦아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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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서 ‘온라인 K팝 경연대회’ 개최…우승자는?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K팝 경연대회’ 시상식을 20일(현지 시간)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현지 한류 팬들을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올린 뒤,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팬 투표를 통해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86개 팀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노래 ‘픽미’를 배경으로 열정적인 춤을 선보인 넬리 칼리드 양(17)이 우승을 차지했다. 칼리드 양은 “코로나19 속에서도 K팝 팬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대회가 마련돼 너무 기쁘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멋진 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홍진욱 주이집트 대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된 시상식에서 “현재 이집트에는 총 70여 개의 K팝 팬클럽과 8만7000여 명의 K팝 팬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한류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집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8402명, 사망자는 4352명이며 최근에는 매일 600~1000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통행금지 완화, 관광지 개방, 식당과 카페 영업 재개 등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지만 대중문화 공연 같은 대규모 문화 행사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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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 화성탐사선 ‘아말’ 발사 성공… 아랍권 최초, 33세 여성장관 주도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이 20일 발사에 성공했다. 아랍권의 첫 화성 탐사선으로 미국 등 기존 우주 강국이 벌이던 화성 탐사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UAE 우주청은 아말을 실은 일본의 우주발사체 H2A가 이날 오전 6시 58분 14초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2A는 발사 후 6분 44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한 후 11분 20초 뒤에는 2단 로켓의 점화도 끝내며 성공적으로 아말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UAE는 건국 50주년인 2021년에 맞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EMM)’의 하나로 아말 발사를 준비해 왔다. 2014년 7월 화성 탐사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뒤 6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아말은 앞으로 7개월간 평균 시속 12만1000km로 날아가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국가는 옛 소련과 미국, 유럽연합(EU), 인도밖에 없다. 일본은 1998년 탐사선 ‘노조미’를 보냈지만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중국은 2011년 러시아와 함께 ‘잉훠 1호’를 보냈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3·사진)이 이끌어 눈길을 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전히 제한적인 아랍 국가에서 첨단 우주 탐사선 개발을 30대 여성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말 발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2세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보고 우주 연구를 꿈꿨다는 알 아미리 장관은 UAE 사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관련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17년 30세에 장관에 올랐다. 그는 “UAE는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경쟁에 늦게 합류한 나라로, 사람들이 (UAE의) 화성 탐사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행성에 대한 세계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임무는 ‘희망’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과학 관련 업무에선 여성 인력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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