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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북한 관영매체가 밝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보낸 답전에는 지난해와는 달리 북중 간의 ‘협조’나 ‘협력’ 같은 표현이 빠져 있어 최근 북중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달 15일자로 시 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374자 분량의 짤막한 답전에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북중 친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이라며 “공동의 위업 수행에서 계속 훌륭한 결실이 이룩되리라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 보냈던 답전에 포함돼있던 “적대 세력들에 대한 공동 투쟁”, “동지적 단결 협력”을 강조하는 문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답전에는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라는 점에 대한 언급 없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라는 표현만 섰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올 1월 1일 신년 서한을 교환하면서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올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로는 고위급 교류나 행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전 내용을 두고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신냉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약까지 체결하며 밀착하자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축전을 비롯한 서한을 공개적으로 주고 받은 것도 올 1월 1일 이후 8개월 만이다.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북중은 올 4월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당시에도 축전을 교환하지 않았고, 지난달 북한의 압록강 일대 대규모 수해 피해 당시에도 위로 전문을 주고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매년 10여 차례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등 중국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북중 간 틈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 남북 두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보수 진영에서 임 전 실장을 겨냥해 “북한의 반(反)통일 2국가 선언에 동조한 것”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다.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22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어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이 19일 9·19 남북군사합의 행사에서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자”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 등을 주장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의 개인 의견으로 논의할 필요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한 중진 의원도 “(두 개 국가론은) 당론과도 다르고, 헌법 정신 위반이다. 당내에 호의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친명계 강경파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26일 ‘적대적 2국가 시대에 차기 민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혁신회의 측은 “기본적으로 2국가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개최하는 토론회”라며 “북한이 적대적 2국가를 선언한 시점에 차기 민주 정부가 평화통일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여권은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2일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탈북민과 이산가족의 희망에 재를 뿌렸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정은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행태를 종북(從北)을 넘어 충북(忠北)이라 한들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면서 핵능력의 가속적 강화, 전술핵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운운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북한의 공개 의도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북한 전반 동향을 관찰하고 분석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핵실험 시기는 북한 지도부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정적으로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정보 당국이 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성명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북한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대해 비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일본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므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 미국 등과 협력해 북한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소식을 전하며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을 향해 핵 개발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의 해체가 필요했지만 북한은 우라늄까지 (협상장에서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전격 결렬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협상카드로 내놨을 뿐 다른 지역에 은닉한 것으로 파악돼 온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는 거부했다는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다른 핵시설은 강선 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년 반이 지난 2024년 9월 13일, 북한은 HEU 제조 시설을 보란 듯 전격 공개했다. 11월 미 대선을 불과 53일 앞둔 시점으로, 공교롭게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박빙의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이번 시설 공개는 의도적으로 미국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노출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최근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미국 국내 문제만 화두가 됐을 뿐 북한 핵 문제 등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김정은이 ‘최후의 카드’인 7차 핵실험 대신 핵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시설 공개) 카드부터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향후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몸값부터 높이려는 북한의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하노이 ‘노딜’의 깊은 상처를 가진 김정은으로선 최대한 핵무기가 많은 것처럼 미국에 어필해야 향후 협상판이 벌어졌을 때 ‘빅딜’에 도움을 줄 카드가 많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도 “말로 해선 거래가 안 되니까 (북한이) 물건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핵시설 공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대응 실패를 부각해 상대적으로 협상 등 변수가 더 크게 열려 있는 트럼프 후보 쪽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에겐 (북한 핵시설 공개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좋은 공격 소재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결국 미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까지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앞서 “기하급수적 핵 능력 강화”를 강조한 만큼 이번 핵시설 공개는 핵실험에 앞선 사전 예비 도발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대통령실 파견 공무원이 윤석열 정부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 ‘21그램’에 대해 “면허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공사만 진행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주장은 내부에서 받아들여졌지만 ‘21그램’을 비롯한 공사 참여 업체들마다 개별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해당 공무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따낸 21그램은 과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특혜 수주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022년 5월 12일 ‘21그램’ 측으로부터 관저 주거동 일부 공간을 증축하는 내용이 담긴 견적서를 제출받았다. 견적서에 담긴 예상 공사비 41억 원은 대통령실이 확보한 예비비의 3배 가까운 수준이었고, 실내 건축업 면허만 가진 ‘21그램’이 증축 공사를 하는 것도 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지적하지 않고 공사 착수를 지시했다. 며칠 뒤 행정안전부에서 집무실 이전 업무를 담당했던 대통령관리비서관실로 파견돼 근무하던 공무원 A 씨는 2022년 5월 15일 관저 공사 현장을 찾았다가 ‘21그램’ 측이 증축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1그램 측에 “가진 면허로 할 수 없는 공사는 하지 말라”고 즉각 지시했고, 이를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에게도 보고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종합건설사 B사와 증축 공사 계약을 따로 맺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이 2022년 7월 증축 공사와 인테리어, 기계설비 공사 계약을 모두 B사와 맺는 것처럼 ‘통합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도 A 씨는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전문 공사업체(21그램)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B사)를 통해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1억 원도 안 되는 증축 공사만을 종합건설사와 별도 계약하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 씨의 의견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기계설비 공사를 맡은 업체 일부가 ‘무자격’ 업체였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업체별로 계약을 맺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금 정산을 투명하게 하고, 업체 간 시공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업체가 실제 수행한 공사 내용에 맞게 공사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대통령실에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대통령실과 관저에 들어가는 방탄창호(새시) 공사를 담당했던 대통령경호처의 부장급 간부 정모 씨는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는 정 씨와 브로커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12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정 씨는 방탄창호 공사를 과거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 김모 씨에게 맡겼고, 김 씨가 공사비를 15억여 원 부풀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공사에서도 김 씨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대가로 7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도 받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었다. 그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체의 보안 유지 가능성을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59)은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주식회사 ‘21그램’이란 영세업체에 맡긴 경위를 감사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 검토를 거쳐 선정했다면서도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21그램을 둘러싼 의혹은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단초가 됐다. 2021년 영업이익이 1억5000만 원인 영세업체가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업체가 과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만큼 김 여사와 인연이 있는 업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였다. ● 21그램 하도급 맡긴 업체 18곳 중 15곳 ‘무자격’ 감사원은 12일 특혜 의혹이 불거진 업체들의 선정 경위를 포함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관저가 최고 등급 보안시설인 만큼 대통령비서실 등이 특정 업체를 콕 집어 공사를 맡긴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봤지만, 공사 과정에서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각종 불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관저 준공 과정에서) 비서실은 실제 공사 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 도면 등을 제출받지 않아 법령상 절차에 따른 준공검사가 가능하지 않게 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2년 12월 참여연대 청구로 감사에 착수한 뒤 1년 9개월(638일) 만인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22년 4월 인수위에 있을 당시 복수의 인물로부터 21그램을 추천받아 시공 실적과 자격을 확인했다고 감사원에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업체와 계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공사에 착수하라고 했다. 김 전 비서관은 착공 후 21그램이 실내건축업 면허만 갖고 있기 때문에 증축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인수위 측은 업체를 직접 정하지 않고 21그램에 마땅한 업체를 섭외해 달라고 했다. 21그램은 직접 할 수 없는 증축 공사나 구조 보강 공사 같은 일감을 18개 하도급 업체에 맡겼는데 이 중 15곳(83.3%)이 무자격 업체였다. 일감을 맡길 때 대통령비서실 승인을 받지도 않았다. 21그램이 무자격 업체에 일감을 맡긴 것은 법 위반이고, 대통령비서실도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21그램 측은 감사원에서 “중요한 건 빠른 시공이라 생각했고 공사 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공사 업체에 대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인사 자료를 남겨 두라고 대통령실에 통보했고, 대통령비서실에도 기관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뒤 퇴직한 김 전 비서관을 징계할 수 없기에 추후 공직 인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라고 한 것이다. ● 경호처 간부·브로커 결탁으로 15억 국고 손실 이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에 들어가는 방탄창호(새시) 공사를 담당했던 대통령경호처 부장급 간부 A 씨가 과거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에게 공사를 맡겼고, 브로커가 공사비를 15억여 원 부풀린 사실을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와 행정안전부는 집무실과 관저에 20억여 원을 들여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계약을 B사와 체결했다. 제작비는 1억3000만 원에 불과했다. 브로커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B사에 방탄창호를 17억 원에 납품하기로 했고, B사가 경호처에 20억 원에 납품하기로 한 것. 감사원은 이 브로커가 받은 돈에서 제작비를 뺀 15억여 원만큼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브로커에게 경호처가 이용할 시설 공사비를 대신 내라고도 요구했다. A 씨는 관저 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표 C 씨에게는 경호처 퇴직 직원이 가진 강원도 땅을 시세보다 4000만 원이나 비싼 값에 사달라고 했고, C 씨는 땅을 사들였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에 A 씨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측이 책임자 형사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검찰 등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감사원이 맹탕 감사, 봐주기 감사로 화답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안보와 직결된 고도의 보안시설 공사의 경우 법률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며 역대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MBC가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105억 원 전액을 손실 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를 감독해야 할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MBC로부터 투자금 전액을 날린 뒤에야 사실을 보고받았고, 문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849억 원을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등 적극 운용키로 결정했다. MBC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MBC는 그해 7월부터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계약에는 채무자인 리조트 개발업체가 선순위 채권자인 JP모건에 자산을 넘길 경우 나머지 채무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DIL(Deed in Lieu)’ 조항도 있었다. ‘중순위 채권자’인 MBC 입장에선 전액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초고위험 투자’였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결국 리조트 개발업체가 2020년 6월 사업을 포기하면서 MBC는 전액을 잃게 됐다. 감사원은 MBC가 부동산 대체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총자산의 8%가 넘는 1905억여 원에 달하는 만큼 나머지 투자 건에서도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문진은 MBC가 투자금 105억 원을 전부 날린 2021년 2월까지도 부동산 대체투자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MBC 및 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에 대해서도 감사원법 위반 등으로 참고자료를 보냈다. 방문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위법하게 시작된 감사”라며 “국민감사 청구 시에는 대상 기관의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가 있어야 하나 적시되지 않아 국민감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기각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MBC도 이날 감사원이 지적한 미국 리조트 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상품의 중요 규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회의실. 정각 9시가 되자 회의실 안이 고요해졌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20여개국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눈앞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쉴틈없이 키보드를 두드린 것. 이날 하루 ‘방어팀(Blue Team)’이 된 이들은 ‘가상의 적’ 역할을 하는 공격팀(Red Team) 전문가들의 해킹 공격을 실시간으로 막아내는 중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20여 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참여한 국제 사이버 훈련이 진행됐다.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10~12일 사흘에 걸쳐 진행한 ‘사이버 서밋 코리아 2024’ 행사의 일환이었다. 주요국 사이버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에서 사이버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 진행된 국제사이버훈련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7월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주최하는 사이버 방어 훈련에 나토 회원국을 초청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훈련 현장을 참관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비롯한 적대세력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방어 능력과 안보 체계를 발전시켜온 사이버 안보 강국”이라며 “우리의 역량과 경험을 세계와 공유해 인류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는 데 적극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찾은 조원희 사이버작전사령관에게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며 “공세적 방어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조태용 국정원장도 개회사에서 “사이버안보는 우방국과의 공조가 절실하다”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이버안보 경험을 나누고 해결책을 나누는 협력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국정원은 이날 ‘사이버 서밋’을 계기로 공공기관의 업무용 전산망과 외부 인터넷을 분리하도록 한 ‘망분리 규제’를 내년부터 일부 완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으로는 공공기관 임직원도 업무용 PC로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챗 GPT’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망 분리는 해킹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각기관이 업무용 전산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의 임직원이 ‘챗 GPT’를 비롯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는 먼저 내부망에 저장된 데이터를 군사기밀 문서처럼 1급(기밀)·2급(민감)·3급(공개)으로 나눠 각각 맞는 보안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등급별로 차등적인 보안체계를 적용해 중요 정보에 대해서 보안을 지키면서도 원활한 데이터 공유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국제표준 암호모듈을 따른 제품들도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동안 우리 정부기관은 국내에서 개발한 암호모듈 체계만 이용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 개발한 암호는 해당국 등이 쉽게 해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 환경의 변화로 업계에선 글로벌 표준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제표준암호모듈인) AES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한다”며 “경제적 효과와 산학연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MBC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105억 원을 모두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감독해야 할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은 투자금 전액을 날린 뒤에야 사실을 보고받았고, 책임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MBC의 부실 경영을 방치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도 “관리감독에 소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MBC, 이사회 승인 없이 1900억여 원 ‘부동산 대체펀드’ 투자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방문진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감사원은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방만 경영을 했다고 의심되는 MBC 및 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한 상태다. MBC와 관련한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감사원법위반, 공공기록물법위반 혐의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전달했다. 앞서 감사원은 MBC·KBS 소수 노조 연합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관계자 등 477명이 국민감사를 청구함에 따라 방문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849억 원을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하던 이전과 달리 적극 운용하기로 결정했고, 본부장 전결로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MBC는 2019년 7월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MBC가 체결한 계약에는 채무자인 리조트 개발업체가 ‘선순위 채권자’인 JP 모건에 자산을 양도할 경우 나머지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DIL(Deed in Lieu)’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결국 ‘중순위 채권자’인 MBC로서는 전액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초고위험 투자’였던 것. 결국 리조트 개발업체가 2020년 6월 ‘디폴트’를 선언하고 사업을 포기했고, 선순위 채권자인 JP 모건이 이 개발업체의 자산을 모두 넘겨받음에 따라 MBC는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됐다. MBC가 고위험 부동산 대체펀드에 투자한 금액을 총 자산의 8%가 넘는 1905억 원 규모로 보는 감사원은 나머지 투자 건도 상당부분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감사원은 “MBC와 방문진이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투자 관련 임원회의 논의 자료, 리조트 펀드 투자에 대한 법률 실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실 경영을 감독해야 할 방문진은 MBC가 ‘리조트 펀드’ 투자금 105억 원을 전부 날린 2021년 2월까지도 부동산 대체투자 사실에 대해 MBC로부터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문진의 한 이사가 2021년 3월 “기사에서 봤다”며 부동산 대체펀드 투자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한 뒤에야 MBC는 “리조트 펀드 투자금을 손실로 처리했고, 20여 건의 부동산 대체투자를 했다”고 보고한 것. 하지만 같은해 8월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이사진이 선출되면서 이 문제도 유야무야됐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이사회는 2023년 6월까지도 MBC의 투자 손실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관련 경영진의 문책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방문진, MBC 자회사 ‘100억 손실’에도 “나중에 보고 듣겠다” 방치 MBC 자회사인 MBC플러스가 2018년 전남 여수와 인천에서 ‘실내스포츠테마파크’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해 100억 원 대 손실을 낸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도 방문진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MBC 플러스는 2018년 5월부터 전남에서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를 공동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공동 사업을 하는 업체가 테마파크 시설물을 제대로 설치 하지 않아 테마파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MBC플러스는 임대료로 매년 10억 가까운 돈을 내면서도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업을 주도한 MBC 플러스의 사업팀장과 팀원은 인천에서 테마파크 공동 운영 사업을 할 때는 공동 사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와 강남 유흥주점에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방문진은 MBC가 이런 개발 사업을 방문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추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때 방문진의 일부 이사들이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방문진 의장은 “MBC 본부장을 통해 이 문제가 나중에 어떻게 처리됐는지 보고를 듣겠다”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방문진은 자회사 대표이사와 담당 이사에게 문책 경고와 기관 경고를 했다는 MBC의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방문진에 보고를 하는 MBC 경영진이 이 사업 진행과 연관된 인물들 이었기 때문에 지배주주인 방문진이 적극 관리감독해야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방문진 측은 감사원에서 “방문진의 존재 이유는 MBC가 방송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구체적 경영활동을 통제하는데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문진이 현행 방문진법과 상법상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할 권한도 있다고 보는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소홀히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리 감독에 소홀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국과 미국, 일본 등 61개국이 군사 인공지능(AI)을 활용할 때 반드시 유엔헌장과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 문건을 10일 채택했다. 특히 문건에는 “AI 기술이 핵무기 확산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AI가 아닌 인간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도록 하자는 것. 이 문구가 국제회의 결과문서에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이날 서울에선 우리 정부가 네덜란드 등 4개국과 함께 ‘인공지능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폐회식을 열고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 시스템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세계 각국이 자발적인 ‘가드레일’을 설정한 것. 최근 우크라이나 등에선 군사 AI가 실전에 배치돼 사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문건에는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등 국제사회의 요구가 적극 반영됐다. 군사 AI 이용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국제 합의문이 나온 건 처음이다. ‘자폭 드론’ 등 AI 활용 무기를 실전 배치한 우크라이나는 문건에 서명했지만 이스라엘은 서명하지 않았다. 중국도 회의 전까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서명하지 않았다. 이 문건에는 “인간은 군사 AI 활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책임은 어떤 경우에도 기계에 전가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작동 등으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고위급회의에선 60개국이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행동을 시작하자는 호소문(call to action)에 합의했다”며 “이번엔 구체성을 더한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 10월 유엔 총회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군사 분야 인공지능(AI)은 반드시 적용 가능한 국제법과 국내법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개발·배치·이용돼야 한다.”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61개국이 군사 AI를 활용할 때 반드시 UN헌장과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 문건에 10일 합의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한 것과 같은 AI 시스템이 인간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도록 세계 각국이 자발적인 ‘가드레일’을 설정한 것.이번 문서에는 최근 우크라이나 등에서 군사 AI가 실전에 배치되면서 “적어도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이 적극 반영됐다. ‘자폭 드론’ 등 AI를 활용한 무기를 실전 배치한 우크라이나도 이 문건에 서명했다. 다만 중국과 이스라엘은 문건에 서명하지 않았다. 군사 AI 이용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국제 합의문이 나온 건 처음이다.● “핵무기 사용에 인간 통제·개입 유지해야”정부는 10일 서울에서 네덜란드 등 4개 국가와 함께 연 ‘군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폐회식에서 이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서문과 20개 항으로 구성된 문건에는 “인간은 군사 AI 활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책임은 어떤 경우에도 기계에 전가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오작동 등으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가령 적군을 분별해 내는 ‘AI 시스템’이 민간인을 적군으로 잘못 식별해 살상이란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그 책임은 AI를 운용하고 감독하는 인간에게 있다며 법적, 윤리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문건에는 “AI 기술이 핵무기 등 확산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간이 대량 살상무기인 핵무기 사용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AI가 핵무기를 통제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 “핵무기에 대한 인간 통제권을 유지한다”는 문구가 국제회의 결과문서에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앞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이 내용이 담긴 약속을 한 바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군사 AI 이용 관련 국제사회 첫 구체 가이드라인”국제사회가 ‘킬러 로봇’과 같은 군사 AI의 이용 책임을 둘러싼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군사 AI가 점차 실전에 배치돼 활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규제할 국제 협약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가자지구 땅굴에 AI를 탑재한 소형 로봇을 투입해왔고, 폭격 대상인 하마스 대원을 식별하는 데 AI 시스템을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5월 AI를 활용한 전술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려던 러시아군 1500여 명을 격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이 표적을 식별하고, AI가 표적 주변에서 가깝고 효율적인 무기를 보유한 부대에 공격을 명령하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에선 60개국이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행동을 시작하자’는 호소문(call to action)에 합의했다”며 “이번엔 ‘책임’이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구체성을 더한 가이드라인이 담긴 문건에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올 10월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참여국이 ‘행동을 위한 청사진’ 문건에 지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만큼 이 문건에 서명하는 국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은 회의 전까지 결과 문서 서명 여부를 알려달라는 우리 측의 요구에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군의 대함 어뢰 ‘백상어’의 부품이 단종됐음에도 정부가 부품 개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결국 해군이 ‘백상어’를 이용한 훈련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은 K1 전차 포수가 사용하는 보조 조준경 등 부품이 단종된 뒤 다른 전차의 같은 부품을 가져다 썼다.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무기 체계를 운용해온 것이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등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육·해·공군의 주요 59개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부품 중 총 2070종이 단종됐다. 이 가운데 966종(46.7%)은 남아있는 재고가 없었다. 군은 단종 부품 381종에 대해선 2021년∼올 1월 “방위사업청이 진행 중인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재생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중 29종(7.6%)을 제외하곤 기품원의 부설 연구소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기연은 경제성이 부족해 이 부품들을 개발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군은 2021년 10월 ‘백상어’ 부품을 개발해달라고 했지만, 국기연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개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결국 2020년 이후 해군은 ‘백상어’를 이용한 사격 훈련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6월 K1 전차의 포수가 사용하는 보조 조준경 부품을 개발해달라고 했는데, 이 역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재생산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육군은 다른 K1 전차의 부품을 가져다 쓰는 식으로 전차를 운용 중이다. 기품원이 품질을 보증해 군에 납품된 부품 중에선 최소 52종이 실제 조립 과정에서 규격에 맞지 않아 하자 처리된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기품원이 일부 부품에 대해선 품질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육안으로만 외관 상태를 확인한 뒤 품질 보증서를 발급해줬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수만 개의 드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이미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대회의장. 올 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폴 샤리 총괄 부사장은 “군사 AI 기술에 대한 국제 규범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2년 반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AI ‘자폭 드론’의 공격 빈도가 늘어나는 만큼 ‘군사 AI’와 관련한 국제 규범도 하루빨리 완비해야 한다는 것.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해 적군의 위치를 식별하고 있다”면서 “적의 정보 분석, 드론 요격, 무인기 활용 등 AI는 군의 모든 작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규범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90여 개국 정부 대표단과 기업인 등 민간 전문가들은 이날 서울에 모여 AI의 군사적 이용과 관련한 국제 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2월 우리 정부와 네덜란드가 헤이그에서 ‘군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AI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를 처음 개최한 뒤 이날 서울에서 2차 회의를 열었다. 회의장 바깥에서 진행된 HD현대의 AI 무인 정찰 잠수정 시연 과정에선 카타르 군 관계자가 10분 가까이 질문을 쏟아내는 등 회의 내내 열기가 이어졌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공동 주관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군사 AI를 활용할 때 인간의 통제 가능성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국제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드 알 다헤리 두바이대 미래학연구소장은 “자율무기 시스템이 인간의 개입 없이 살상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AI 시스템이 오작동할 경우에도 원치 않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제법, 조약 등을 통해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프레더릭 추 싱가포르 국방차관보는 ‘킬러 로봇’ 외에 ‘딥페이크’와 같은 AI를 이용한 정보 교란에 주목해 관련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AI에 대한 통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대표단은 10일에는 각국 대표가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를 거쳐 결과 문서인 ‘행동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을 발표하고, 향후 유엔 총회에서 이 문서를 토대로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개회사에서 “국제 평화, 안보, 인간의 존엄성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AI 이용을 위한 규범과 글로벌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협의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사과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논의가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도 증원을 강행하는데) 의협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여야정부터 먼저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9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등을 고려하면 4610명으로 결정된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의료계가 증원 규모 등 의견을 제시해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의사단체와 야당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를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에 투입됐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 15명의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만에 “징계 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의협 “2025학년 증원도 재검토” 정부 “대화 불참땐 2026학년 논의도 불가”[여야의정 협의체 난항]의사단체, 尹대통령 사과 등 요구… 대통령실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오늘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韓 ‘추석前 협의체 발족’ 의료계 접촉“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당장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성이 없다.”(정부 관계자)여야의정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8일 이같이 맞섰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증원 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조정이 어렵다”며 나머지 요구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이 먼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구 수위 높여가는 의사단체당정 내부에선 의사단체들이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의협은 협의체 제안이 나온 6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7일에는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입장만 냈다. 그러다 이날엔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처음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내일부터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대해서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지금 시점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의료계가 계속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참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7일 “의료계가 계속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6일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의사단체의 논의 참여를 전제한 것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2026학년도 증원도 강행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그럼에도 의사단체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낸 성명에서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를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6일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용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등도 일축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등에 대해서도 “의료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의료계는) 자신들이 안을 내놓지 않았으면서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도 대체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협의체에 의료계가 빠질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만큼 가급적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고 했다.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이전 협의체 첫 회의를 목표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피해야 한다’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고 의사단체를 방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9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여야는 이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3, 4명씩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협의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사과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논의가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도 증원을 강행하는데) 의협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여야정부터 먼저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정부는 9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등을 고려하면 4610명으로 결정된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며 논의 가능성까지 닫진 않았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의료계가 의견을 제시해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의사단체와 야당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를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진 미지수다.한편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에 투입됐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 15명의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만에 “징계 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의협 “2025학년 증원 재검토” 정부 “대화 나와야 2026학년 논의”“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당장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성이 없다.”(정부 관계자)여야의정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8일 이같이 맞섰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증원 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조정이 어렵다”며 나머지 요구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이 먼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구 수위 높여가는 의사단체당정 내부에선 의사단체들이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의협은 협의체 제안이 나온 6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7일에는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입장만 냈다. 그러다 이날엔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처음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내일부터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대해서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지금 시점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의료계가 계속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참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른 의사단체들도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낸 성명에서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를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 수렴을 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6일 낸 성명에서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용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등 일축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등에 대해 “의료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의료계는) 자신들이 안을 내놓지 않았으면서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다만 협의체에 의료계가 빠질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만큼 최대한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라고 했다. 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이전 협의체 첫 회의를 목표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피해야 한다’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고 의사단체를 방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9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여야는 이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3, 4명씩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1945년 광복 직후 한국인 징용 노동자 등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가던 중 침몰한 ‘우키시마(浮島)’ 호의 승선자 명부 일부를 외교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입수했다고 5일 밝혔다. 일본 해군 수송선인 우쿠시마호 침몰 79년 만이다. 이번 명부 확보로 당시 희생자 유족들이 위로금을 지급받을 길이 열렸다.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단초가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아직 사망자 규모를 정확히 모르는 등 과거사 해결을 위해 산적한 과제가 많은 만큼 한일 정부 간 협의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이 보관 중이던 75건의 자료 중 승선자 명부를 포함한 19건을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한국인이 아닌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가리는 작업 등 내부 검토를 마친 자료부터 우선 제공한 것”이라며 “나머지 자료도 (우리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승선자 명부의 작성 시점 및 내용 등을 검토해 과거 일본 정부가 밝힌 우키시마호 피해자 규모가 타당한 수치인지 등부터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귀국 1호선’이었던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2일 일본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시켰고 승선자 8000명 중 3000명 이상이 숨졌다는 입장이다. ‘우키시마’ 침몰 원인-사망자 수 확인까진 과제 산적日, 징용 귀국선 탑승명단 일부 전달‘기뢰 사고’ vs ‘고의 폭침’ 주장 갈려“무슨 일인가 싶어 다들 초조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 큰 배가 쩍 갈라졌어. 난 선상 꼭대기에 매달렸지만 대부분은 낙엽처럼 바다로 쓸려갔지.” 일본의 공군 비행장 공사에 강제징용됐다 우키시마호에 몸을 실었던 A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린 바 있다. 당시 A 씨는 살아남았지만 함께 배에 탔던 한국인 수천 명은 귀국길이 아닌 황천길에 올랐다.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 3725명 중 5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실제 탑승자는 훨씬 많았다는 입장이다. 생존자들은 부산으로 향해야 할 우키시마호가 돌연 기뢰가 가득한 마이즈루 앞바다에 멈췄고, 일부 일본 승조원이 구명정을 타고 해안으로 향한 뒤 폭발이 일어났다며 일본이 고의로 폭침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런 만큼 승선자 명부는 침몰 이유나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족들에게 “명부가 없다”고만 했다. 승선자 명부가 침몰과 함께 사라져버렸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5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일본인 기자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여 명부 3건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명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일 교섭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그러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한 하루 전인 이날 명단 일부를 받게 된 것이다. 정부가 2007년 일본 정부로부터 한반도 출신 옛 일본군의 공탁서를 받은 이후 17년 만에 강제징용피해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명부를 제공받은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희생자 1명당 최대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위로금 지급을 신청했는데 승선 사실 등이 확인되지 않아 기각, 각하 결정을 받은 분들에 대해 추가로 위로금 지급이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앞서 1월 부산에서 흉기 테러를 당했을 당시 부산대병원의 한 의사가 당에서 부탁했다면서 소방재난본부에 구급 핫라인 전화로 응급헬기를 요청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혔다. 당시 주치의 역할을 하지 않았던 의사가 무단 헬기 사용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실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헬기 이송 특혜 의혹 사건’ 의결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올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피습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졌다. 이때 이 대표 가족들은 의료진에게 연고지가 있는 서울에서 수술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서울대병원 전문의 A 씨는 보호자가 전원을 희망한다는 연락을 부산대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받았고, 이 대표의 전원을 허락했다. 당시 전원 과정을 서술한 권익위 의결서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주치의 역할을 한 의사 등 담당 의료진은 “응급 헬기 출동을 요청해 달라”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전문의 A 씨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그런데 주치의가 아닌 데다 당시 휴무 중이었던 다른 부산대병원 의사 B 씨가 소방재난본부와의 구급 핫라인을 이용해 응급 헬기를 요청했다. B 씨는 소방재난본부 측에 자신의 직위를 알리면서 특정 정당의 부탁을 전달하는 것처럼 헬기 출동을 요청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전화를 받은 부산소방재난본부 담당 직원과 계장은 부산대병원의 공식 요청인지 확인하지 않고 헬기 출동 요청 건을 접수했다. 권익위는 B 씨에 대해 “직위를 이용해 자신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라며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해치는 알선 청탁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부산대병원의 공식 요청인지 확인하지 않고 헬기 출동 요청을 접수한 소방 관계자에 대해서도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전원을 수용한 서울대병원 전문의 A 씨에 대해선 권익위는 “전원 사유가 부산대병원 전문 인력이나 자원 부재가 아닌 단순 보호자 희망임을 통지 받고도 병원 응급의료센터 전원 지침을 위반해 전원 수용을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대통령실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6일경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경우 올 들어 두 번째 방한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12번째 한일 정상회담이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과 최종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이달 6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할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양국이 정해진 날짜에 (방한 일정을) 같이 발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달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기시다 총리는 차기 총리직을 포기한 것이다.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재임 중 큰 성과였던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강조하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을 방문한 뒤 이달 22일부터는 미국을 찾아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일 “북한 등 적대세력의 사이버상의 ‘영향력 공작’과 허위 정보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허위·조작 정보 근절을 위해 네이버와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이버 공조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신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브리핑을 열고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은 14개 부처가 각 소관 분야에서 발굴한 93개 과제와 부처 간 공동 협업에 주안점을 두고 발굴한 7개 공동 과제를 종합한 100대 실천 과제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해킹 조직 등 위협 행위자 조사와 대응을 위한 ‘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 추진과 가상자산 탈취와 같은 사이버범죄 수사기법 개발 등이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적 해킹 조직과 국가 배후 해킹 조직에 대해 국내 정보·수사 기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해커들이 전 세계 기관과 개인이 가진 가상화폐를 훔치는 과정에서 구글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크롬의 보안 취약점을 집중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트린 슬리트’라고 불리는 북한의 해커 조직은 지난달 초 가상화폐를 보유 중인 기관과 개인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크롬 브라우저의 보안상 취약점을 주로 노렸다. 해커들은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마치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것처럼 가장해 이 사이트에 접속한 피해자들에게 악성 코드가 깔린 가짜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내려받도록 유도했다. 피해자들의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악성 코드로 감염시킨 해커들은 가상화폐 절도에 필요한 각종 개인정보를 훔쳤다. MS는 ‘시트린 슬리트’가 북한의 사이버테러를 지휘하는 정찰총국 121국 소속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S는 지난달 19일 이 같은 사실을 구글에 전달했는데 구글은 이때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통령실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6일경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경우에는 올 들어 두번 째 방한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12번째 한·일 정상회담이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과 최종 의제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이달 6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할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양국이 정해진 날짜에 (방한 일정을) 같이 발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달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기시다 총리는 차기 총리직을 포기한 것이다.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재임 중 큰 성과였던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강조하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을 방문한 뒤 이달 22일부터는 미국을 찾아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주요 성과로 한일 관계 개선을 꼽으면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을 맞아 한일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