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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15일 열리는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 및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 관장 사퇴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15일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야당 및 독립운동단체들의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민 통합의 장이어야 할 광복절이 갈등과 분열 양상을 빚으면서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尹 “유공자·후손, 합당한 예우 최선”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독립 영웅들께서 남겨주신 독립의 정신과 유산이 영원히 기억되고, 유공자와 후손들이 합당한 예우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발전시켜 온 선조들의 뜻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자유, 평화, 번영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초청 대상자였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불참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는 주빈으로 참석해 윤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소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회장의 불참이나 건국절 논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시인 이육사의 외동딸인 이옥비 씨, 독립운동가 고 허석 선생의 5대손이자 2024 파리 올림픽에 유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 선수가 참석했다.● 이종찬 “별도 기념식”, 김형석 “물러설 이유 없어” 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마지막 문은 열어놨다. 정부에서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잘못된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다시 하겠다고만 하면 저희가 박수 친다”면서도 “정부 주최 행사 불참 입장은 변함없다. 김 관장이 스스로 사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관장은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관장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해고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안 하고 예단할 필요도 없다”며 “그 외에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할 사람이 없고, 설령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쪽 광복절’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 회장이 정부 주최 행사에 참석하도록 막판까지 설득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는 결격 사유나 심사 과정에서의 문제 등이 없어 수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 변화는 없지만 15일 오전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건국절 추진에 대한 오해는 최대한 풀고 있고, 전방위로 이 회장을 설득해서 갈등을 봉합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따로’, 독립운동단체-野 ‘따로’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는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경축식에 불참하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친일 편향적 정책 기조를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15일 오후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 민주당도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광복회 주최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정신적 내선일체 단계에 접어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15일 열리는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 및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 관장 사퇴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15일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야당 및독립운동단체들의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민통합의 장이어야 할 광복절이 갈등과 분열 양상을 빚으면서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尹 “유공자·후손, 합당한 예우 최선”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독립 영웅들께서 남겨주신 독립의 정신과 유산이 영원히 기억되고, 유공자와 후손들이 합당한 예우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발전시켜 온 선조들의 뜻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자유, 평화, 번영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초청 대상자였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불참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는 주빈으로 참석해 윤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소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회장의 불참이나 건국절 논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이날 행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시인 이육사의 외동딸인 이옥비 씨, 독립운동가 고 허석 선생의 5대손이자 2024 파리 올림픽에 유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 선수가 참석했다.● 이종찬 “별도 기념식”, 김형석 “물러설 이유 없어”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애서 “마지막 문은 열어놨다. 정부에서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잘못된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다시 하겠다고만 하면 저희가 박수 친다”면서도 “종부부 주최 행사 불참 입장은 변함 없다. 김 관장이 스스로 사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관장은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관장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해고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안 하고 예단할 필요도 없다”며 “그 외에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할 사람이 없고, 설령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반쪽 광복절’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 회장이 정부 주최 행사에 참석하도록 막판까지 설득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는 결격 사유나 심사 과정에서의 문제 등이 없어 수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 변화는 없지만 15일 오전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건국절 추진에 대한 오해는 최대한 풀고 있고, 전방위로 이 회장을 설득해서 갈등을 봉합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따로’, 독립운동단체-野 ‘따로’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는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경축식에 불참하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친일 편향적 정책 기조를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15일 오후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민주당도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광복회 주최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정신적 내선일체 단계에 접어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이종찬 광복회장 등 일부 독립운동 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부당한 요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김 관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해고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일이 있으리라 상상도 안 하고 예단할 필요도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 외에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할 사람이 없고, 설령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이 회장 등이 자신을 일제의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로 지목하고, 부당한 공세를 펼치는 것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김 관장은 최근 광복회가 발표한 ‘뉴라이트 9대 정의’에 대해 “아주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국민 편 가르기”라며 “그럼 대한민국에서 건국전쟁 영화를 보고, 이승만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뉴라이트인가”라고 반문했다.앞서 광복회는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등 9개 사례를 들어서 뉴라이트로 정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김 관장은 “아주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서 국민을 내편네편 편 가르는 것이 광복회장이 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이 회장을 직격했다.그러면서 “조상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했으면 그런 정신을 배워야지, 후손들이 지금 와서 권력 행세를 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그런 몽니와 부당한 요구에 순응하고 하면 대한민국의 법질서가 없는 것이다”라고도 반박했다.자신의 거취 문제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이 자칫 ‘반쪽짜리’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내가 개입할 상황이 아니고, 잘못 판단한 사람(이종찬 회장)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그는 “어느 날 와서 뺨 때려놓고는 보기 싫으니까 없어지라 하는 게 맞는 얘기인가”라며 “전혀 사실이 아닌 얘기로 부당한 공격을 하는데, 이에 순응하면 대한민국 법질서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또 지금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광복회가 자신을 뉴라이트로 지목한 부당한 주장이 맞는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퇴할 수 없다고도 했다.그는 “최근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많은 국민이 내 블로그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평소 400,500명에서 그 10배가 넘는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있는데 내가 불의한 요구에 대해 물러나면 내가 이 세상에 살 의미가 없다”고도 주장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사퇴시킬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사진)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한 경축식 불참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 회장을 찾아가는 등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 尹 “건국절 논쟁 무슨 의미가 있겠냐” 토로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2년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고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광복회에서 건국절 논란이 불거지자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이자 정치적 멘토였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실장은 최근 이 회장에게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광삼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이 회장을 몇 차례 찾아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고 한다. ● 李 “사퇴해야 해결” vs 용산 “사퇴 불가” 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관장이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김 관장이 사퇴하면 경축식에서 발표할) 그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통합하자는 취지의 경축사도 미리 써뒀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대통령실로부터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문자메시지와 연락을 받았는데 이런 정도로 격앙된 회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독립기념관장 후보에 올랐던 독립유공자 후손이 탈락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독립기념관장은 대부분 독립유공자 후손이 임명된 관행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학자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독립기념관장 후보 심사 과정 전반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 및 면접에서 김 관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임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강 장관도 이 회장을 만나 “광복회가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독립기념관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이 회장이 유령과 싸우고 있다”며 “건국절 제정 운운은 침소봉대도 아닌 날조, 백번 양보해도 궁예의 관심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사퇴시킬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한 경축식 불참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 회장을 찾아가는 등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 尹 “건국절 논쟁 무슨 의미가 있겠냐” 토로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2년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고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광복회에서 건국절 논란이 불거지자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이자 정치적 멘토였는데도 몽니를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정 비서실장은 최근 이 회장에게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광삼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이 회장을 몇 차례 찾아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고 한다. ● 李 “사퇴해야 해결” vs 용산 “사퇴 불가”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관장이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김 관장이 사퇴하면 경축식에서 발표할) 그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통합하자는 취지의 경축사도 미리 써뒀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대통령실로부터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문자메시지와 연락을 받았는데 이런 정도로 격앙된 회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일각에선 이 회장이 독립기념관장 후보에 올랐던 독립유공자 후손이 탈락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관행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이 관장이 된 것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학자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독립기념관장 후보 심사 과정 전반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 및 면접에서 김 관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임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강 장관도 이 회장을 만나 “광복회가 국민통합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독립기념관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이 회장이 유령과 싸우고 있다”며 “건국절 제정 운운은 침소봉대도 아닌 날조, 백번 양보해도 궁예의 관심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2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66·육사 37기)은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국방정책 및 전략 분야에서 전문가로 평가된다. 국방 수장 자리에 앉은 뒤엔 대북 강경 행보를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사령탑’은 김성한 초대 실장을 시작으로 조태용, 장호진 실장에 이어 신 내정자까지 벌써 4번째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군 출신 안보실장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직행한 사례도 박근혜 정부 시절 김관진 실장(2014년 6월) 이후 10년 만이다. 경남 통영 출신인 신 내정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 요직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합동참모차장을 끝으로 중장으로 예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과 육사 동기라는 이유로 번번이 대장 진급에서 고배를 마신 것을 두고 역차별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보수진영 토론회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신 내정자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국회에선 국방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2년 6월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아 거대 야당을 상대로 당내 외교안보 이슈를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직후엔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로 대북 군사 대비태세가 약화됐다면서 파기를 주장했다. 또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등 대통령실의 국방안보 정책 기조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국방 분야와 달리 외교 분야에선 신 내정자의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특히 외교가에선 올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7개월 만에 외교부 출신 안보실장이 교체되자 당혹스러운 기류까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안보 수장이 국방 라인으로 교체된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사령탑의 잦은 교체가 주요 외교 현안의 조율 및 대처의 연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신 내정자가 방산과 원전 세일즈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점이 비중 있게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경남 통영 출생(66) △부산 동성고 △육사 37기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 △합참 차장(중장) △21대 국회의원 △국방장관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이와 함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되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내정했다. 지난해 12월 조태용 전 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장 안보실장이 임명된 데 이어 외교안보 라인이 7개월여 만에 또다시 개편됐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자는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의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대선 캠프에서 안보정책을 총괄했고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아 ‘용산 이전’을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 지명됐던 신 장관도 10개월 만에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비서실장은 “현 국방장관으로서 당면한 안보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 치의 안보 공백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가안보를 책임질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 안보실장은 현 정부 초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내정됐다. 장 실장은 ‘상임’ 특보로 5∼1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원자력발전 및 방위산업 등 전략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긴장 수위가 확 올라간 남북 관계나 중동 정세 불안 등 급변하는 외교안보 환경 변화 등에 대처하고자 외교보다 안보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이번에 단행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11월 5일 미국 대선을 85일 앞둔 상황에서 정통 외교관 출신인 장 실장이 돌연 교체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후보자는) 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지목됐다”며 “수사 외압의 피의자로 입건되어도 모자랄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겠다니 제정신이냐”고 지적했다. 10개월된 국방장관-7개월 안보실장 교체… “돌려막기 인사”[외교안보라인 돌연 교체]국방장관 김용현-안보실장 신원식尹, 충암고 1년 선배 국방장관 지명… 과거 사석에선 “형님”으로 불러일각 “김용현 장관 지명위한 인사”… 장호진, 교체 당일 오전 통보받아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로 지명하면서 군 출신 인사들이 외교안보라인 전면에 배치됐다. 안보실장을 7개월 만에, 국방부 장관을 10개월 만에 교체한 이번 ‘깜짝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고 북-러가 새 조약을 체결하는 등 엄중한 국내외 안보 정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또 대통령실 안보 수장이 교체되면서 이번 인사가 윤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배려하는 동시에 장호진 안보실장에 대한 경질성 목적까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尹, 고교 1년 선배 국방장관 지명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김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7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를 과거 사석에선 ‘형님’이라고 호칭했지만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 취임 후 깍듯하게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며 2년간 곁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 후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힘을 기초로 한 확고한 안보 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특히 최근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보 전문가를 앞세울 시점이라고 윤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여권에선 “결국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를 위한 인사”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김 후보자가 국방장관을 오래전부터 희망해 왔다”며 “사실상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며 윤 대통령이 (편한 사람을 곁에 두며) 친정 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는 “장 실장의 친정인 외교 라인에선 이번 인선에 대해 직전까지 몰랐던 것으로 안다”며 “외교 라인 내부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것만 봐도 누굴 위한 인사인지 감이 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장 실장도 이번 인사에 대해 이날 오전에야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을 중심으론 이번 인사가 ‘안보 라인 돌려막기’란 비판도 제기됐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김 후보자 등을 돌연 국방부 수장 자리에 앉힌 자체가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인재 풀이 좁다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 외교라인 문책성 인사 해석도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안보특보 인선 직후에 장 실장에게 방산 수주 등에서 역할을 당부하고, 미 대선 등에 앞서 현장에서 직접 현안도 챙겨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안보실장 교체가 장 실장에 대한 경질성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러가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사후 대응 방식을 놓고 안보실장의 책임론이 불거진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윤 대통령과 장 실장 간 소통이 아주 매끄럽진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절대 경질성이나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대신해 외부로 나가서 세일즈맨 역할을 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외교안보 수장들의 교체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김성한(10개월), 조태용(9개월), 장 실장(7개월)이 모두 1년도 안 돼 물러나면서 연속성이 떨어졌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계속된 안보실장 교체가 다른 나라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경남 마산 출생(65) △서울 충암고 △육사 38기 △육군 1군사령부 작전처장 △육군 17사단장 △합참 작전본부장 △대통령경호처장 ▼장호진 대통령외교안보특보 △서울 출생(63) △서울 성동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16회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주러시아 대사 △국가안보실장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가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는 등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는 이유에서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항단연)도 해당 인사가 사퇴하지 않으면 정부 주관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별도의 기념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가보훈부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광복회 등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현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초청 영빈관 행사뿐 아니라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도 나갈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대통령실)에서, 보훈부에서 여러 회유책을 들어 행사에 참석하라는 회유가 왔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했다. 1965년 창립된 광복회가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광복회는 김 신임 관장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건국절을 추구한다면서 임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부친이다. 2022년 대선 때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항단연은 14일 윤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 항단연은 성명을 내고 김 관장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부인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찬양하는 전형적인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김 관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광복은 주권을 되찾는다는 의미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에서 시작해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게 제 견해이자 학자적 소신”이라며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가 아니고, 건국절 제정에도 반대한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훈부 역시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간 건국절 등을 둘러싸고 이어져온 이념·진영 간 역사전쟁이 이번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또다시 불불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언급하자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윤석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면서 광복 전 독립운동을 무력화하고 일본 식민지배까지 정당화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또다시 ‘오물풍선’ 테러를 감행했다. 대남 오물풍선 살포는 지난달 24일 이후 17일 만이자 올해 들어 11번째다. 우린 군은 지난달 21일부터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 확성기를 모든 전선에서 ‘풀 가동’ 하며 대북 심리전 강도를 높였지만 북한은 이번에 또 오물풍선 테러 재개에 나서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0일 저녁부터 11일 새벽까지 북한 지역에서 240여 개의 오물풍선이 떠오른 것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10여 개가 경기 북부 지역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대부분의 풍선은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이북 등 북한 지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풍향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풍선을 띄운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근 우리 민간단체가 전방 지역에서 대북 전단이 담긴 풍선을 날려 보낸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또 앞서 8일 북한 주민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측 한강 하구 중립 수역으로 도보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한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수해 지원 제안에 대해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번 오물풍선 살포까지 재개한 건 대남 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사실상 공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은 일단 오물풍선 살포 전면 중지 때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할 방침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가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는 등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는 이유에서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항단연)도 해당 인사가 사퇴하지 않으면 정부 주관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에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별도의 기념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가보훈부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광복회 등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복회장 “한국 내 반역자들이 日 우익과 내통 위기감”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현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초청 영빈관 행사뿐만 아니라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도 나갈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에서, 보훈부에서 여러 회유책을 들어 행사에 참석하라는 회유가 왔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했다. 1965년 창립된 광복회가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광복회는 김 신임 관장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건국절을 추구한다면서 임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이철우 연세대법학대학원 교수의 부친이다. 2022년 대선 때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항단연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앞서 8일 향단연은 성명을 내고 김 관장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부인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찬양하는 전형적인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다.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역사적 행사 참석에도 조건부를 걸었다”며 “광복절 경축식 참석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고, 조건을 달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신임독립기념관장 “일제 식민 옹호 뉴라이트 아냐” 반박일각에선 그간 건국절 등을 둘러싸고 이어져온 이념·진영간 역사전쟁이 이번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또다시 불불은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간 진보 진영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보수 진영은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1공화국 수립을 각각 건국의 기점으로 여겨 왔다. 이런 가운데 윤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언급하자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해 왔다. 일각에선 현 정부가 독립운동을 ‘이승만의 건국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폄훼하고, 광복 전 독립운동을 무력화하며 일본 식민지배까지 정당화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김 관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광복은 주권을 되찾는다는 의미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에서 시작해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게 제 견해이자 학자적 소신”이라며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가 아니고, 건국절 제정에도 반대한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훈부 역시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가보훈부와 빙그레는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에 옥중 순국한 독립 유공자 87명의 사진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했다. 일제에 맞서 옥고를 치르다 순국한 유공자들이 새로운 영웅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처음 입는 광복’이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은 옥중 순국한 독립 운동가 중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 등에 수의(囚衣)를 입은 사진이 마지막으로 남은 87명이 대상이다. 유관순 열사(1902∼1920)와 안중근(1879∼1910) 강우규 의사(1855∼1920), 안창호(1878∼1938) 신채호 선생(1880∼1936) 등이 포함됐다. 대한제국에서 주독·주불 공사관 참사관을 지내고,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벌인 조용하 지사(1882∼1937)는 복원 전후 사진이 크게 달라 눈길을 끈다. “왜인 판사 앞에 서는 것이 하늘이 부끄럽다”며 스스로 얼굴에 먹물을 칠한 수의 사진을 남긴 조 지사는 한복 차림의 사진에서 원래 얼굴을 되찾았다. 대표적 항일 민족시인인 이원록 지사(필명 이육사·1904∼1944)는 본인의 시 ‘청포도’에서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라는 구절처럼 쪽빛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됐다. 복원에 쓰인 한복은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초청 패션쇼를 진행한 김혜순 씨가 제작했다. 김 씨가 제작한 한복은 생존 애국지사 6명에게 광복절을 앞두고 실물로도 전달된다고 보훈부는 전했다. 아울러 보훈부는 온라인 사진전과 다큐멘터리 영상, TV·지면·옥외 광고 등을 통해 복원된 독립 운동가 사진을 국민에게 선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6·25전쟁 의료지원국인 독일이 2일 유엔군사령부의 18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유엔사는 이날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한미 독일의 유엔사 가입 기념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6·25전쟁 당시 공산군의 침략에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창설됐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유엔사 후방기지(주일미군 기지)를 운영하며 북한의 전면 남침시 별도의 유엔 결의 없이도 회원국들의 증원 전력을 한반도로 투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행사에 참석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우리 모두는 ‘힘의 법칙(The law of the power)’이 아닌 ‘규칙의 힘(the power of law)’을 믿는다”며 “독일의 유엔사 합류가 한반도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폴 러케머라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독일의 유엔사 합류가 국제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뒤 “오늘부터 우리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와 동북아, 인도태평양을 위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6·25 전쟁 당시 서독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지만, 한반도에 의료진 파견을 유엔에 제안했다. 이후 정전협정 체결 이후인 1954년 5월부터 1959년 3월까지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전병원과 의료진 117명(연인원)을 한국에 파견했다. 이들이 세운 부산 독일적십자병원은 5년간 30만 명에 가까운 유엔군 부상자와 국내 민간인 환자를 진료했다. 한국인 의사와 간호사를 양성해 의료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도 했다.하지만 독일의 지원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 이뤄졌다는 이유로 ‘6·25 전쟁 의료지원국’에서 포함되지 않았다가 파견 64년 만인 2018년 6월 추가로 지정됐다. 이후 6년 만에 유엔사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된 것이다.독일의 유엔사 가입 시도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지만 당시 정부가 ‘주권 침해’라며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유엔사의 역할을 중시하는 기조로 바뀌었다. 유엔사가 북한의 남침을 억제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렸다는 분석이다.지난해 11월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및 대표가 참여한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가 처음으로 개최된 것이 이같은 기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또 윤 대통령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담 주자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독일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가입 신청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국방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독일의 가입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고, 이번에는 필요한 절차를 다 거치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평택=국방부 공동취재단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일제에 맞서다 투옥 중 목숨을 잃은 독립 영웅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됐다. 국가보훈부와 빙그레는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 강점기에 옥중 순국한 독립 유공자 87명의 사진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시킨 것. 일제 탄압에 맞서 죄수복 차림으로 옥고를 치르며 순국한 유공자들이 새로운 영웅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처음 입는 광복’이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은 옥중 순국으로 기록된 독립 운동가 중 일제 감시 대상 인물카드 등에 수의(囚衣)를 입은 사진이 마지막으로 남은 87명이 대상이다. 유관순 열사(1902~1920)와 안중근(1879~1910)·강우규 의사(1855~1920), 안창호(1878~1938)·신채호 선생(1880~1936) 등이다.특히 대한제국에서 주독·주불 공사관 참사관을 지내고,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벌인 조용하 지사(1882~1937)는 복원 전후 사진이 크게 달라 눈길을 끈다. “대한 사람으로 왜인 판사 앞에 서는 것이 하늘이 부끄럽다”며 스스로 얼굴에 먹물을 칠한 채 수의 사진을 남긴 조용하 지사는 한복 차림의 사진에서 원래 얼굴을 되찾았다.또 대표적 항일 민족시인인 이원록 지사(필명 이육사·1904~1944)는 본인의 시 ‘청포도’에서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라는 구절처럼 쪽빛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됐다.복원에 쓰인 한복은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초청패션쇼를 진행하고, 세계 25개 도시에서 50회 이상의 초청 한복 패션쇼와 전시를 진행한 김혜순 씨가 제작했다. 김 씨가 제작한 맞춤형 한복은 생존 애국지사 6명에게도 광복절을 앞두고 실물로도 전달된다고 보훈부는 전했다.아울러 보훈부는 온라인 사진전과 다큐멘터리 영상, TV·지면·옥외 광고 등을 통해 복원된 독립운동가 사진을 국민에게 선보인다. 온라인 사진전(처음 입는 광복.com)에는 독립운동가 87명의 복원 전후 사진과 공적 등이 정리돼 있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소통 창구도 마련된다.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항일 독립운동을 위해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으며 헌신하셨던 선열들께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한복을 입혀드리는 캠페인을 추진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그들의 숭고한 생애와 헌신을 국민과 미래세대가 영원히 기억 계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미 양국의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지난달 30일∼이달 1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핵·재래식통합 도상연습(CNI TTX)’을 처음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 최고 지휘부가 북한의 대남 핵공격을 상정해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을 총괄해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 앞서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최초로 군사당국 간 실행적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한미 합참은 이번 도상연습의 명칭을 ‘아이언 메이스(Iron Mace·철퇴) 24’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의 전략·전술핵무기와 우리 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격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훈련에는 김명수 합참의장을 비롯한 양국 합참 관계자와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 추진단 등 4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은 북한의 핵위협 단계부터 핵 사용 임박, 실제 핵 사용까지 단계별 핵 도발 시나리오를 적용해 한미가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총동원해 대응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유사시 미국의 전략적(핵) 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능력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 절차 등 확장억제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며 “동맹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지속해서 실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러캐머라 사령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미 대선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등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에 대한 모든 종류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적의 이름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도 했다. 주한미군이 북한 위협뿐 아니라 중국 등 다른 주변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는 만큼, 중국 등이 한국에 위협이 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상 주한미군이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8월 실시되는 한미 군사 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북한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작전 시나리오도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시나리오에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기술하고, 한반도 지도에서 독도를 빠뜨려 군 안팎의 질타를 받았던 군 정신교육 교재가 8개월 만에 관련 내용을 수정 보완해 발간됐다.국방부는 1일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보완을 완료했다”며 “독도 기술과 표기 오류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이어 “지난 1∼3월 국방부 전 부서가 참여해 윤독회를 실시하는 등 오류를 식별했고, 이후 유관기관 검토 및 대면 토의를 총 4회 실시했다”며 “쟁점이 됐던 부분을 중심으로 외부 기관과 전문가들의 대면 토의를 통해 검증했다”고 설명했다.앞서 1월에 발간됐던 정신교재는 “이들 국가(중국, 러시아, 일본 등)는 (중략)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은 내용을 담은 것.이번에 발간된 교재는 해당 대목을 삭제하고,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며, 영토 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정부 입장과 우리 군의 수호 의지를 포함해 별도 기술됐다고 군은 전했다. 독도가 빠졌던 한반도 지도 11곳에는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국가 지도집’의 표기 방식을 준용해 독도를 넣었다.한일관계 관련 대목도 수정됐다. 기존 교재에는 “신뢰 회복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기술했지만, 수정본에는 “일본과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해 기존 교재는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리고 기술했지만, 미화 논란을 고려해 수정본에선 ‘혜안’이라는 표현이 빠졌다.기존 교재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내용은 보강됐다. 수정된 교재는 “NLL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해상경계선”이라고 명시했다.“북한이 ‘국가(國歌)’로 김일성 찬양가를 사용한다”는 대목은 바졌다. ‘국가’라는 표현이 북한을 별개의 나라로 인정하는 것으로 오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기존 교재에 잘못 기재됐던 용어와 수치도 바로 잡았다. 한미군사위원회(MC)가 한미군사위원회회의로, 2023년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가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로 각각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됐다.또 2021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3%인데 기존 교재에는 4.1%로, 백마고지 전투에서 고지 주인이 바뀐 횟수는 14번이었으나 24번으로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본에서 고쳐졌다.앞서 1월 발간한 기존 정신교재의 독도 기술 등이 논란이 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시정 등 엄정 조치를 지시했다. 그 직후 국방부는 예하 부대에 배포했던 정신교재 전량을 회수하고, 자체 감사를 벌여 담당 국장(육군 소장) 등 2명에 대해서 경고, 담당 과장 등 2명에 대해 주의 처분을 각각 내렸다. 경고와 주의는 인사기록에 남지만,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군 정보사령부가 30일 소속 군무원 A 씨가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2, 3급 기밀 5, 6건을 중국동포(조선족)에게 파일 형태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확실한 건 해킹으로 인한 유출은 아니다”라며 “사건 인지 시점은 6월이고 유관 정보기관으로부터 통보받아 알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날 A 씨에 대한 군 검찰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정보사는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여당 간사)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야당 간사)이 전했다. 정보사는 사건 인지 직후 A 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해외 파견 인원들에 대해 즉각 복귀 및 요원들의 출장도 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방정보본부와 정보사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상당 부분 이미 회복했다”고 말했다. 군 검찰이 29일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에 청구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발부됐다. 군은 기밀을 건네받은 중국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의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는 주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정보사가 “해킹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국회에 밝히면서 A 씨에 범행 동기에 대한 국군 방첩사령부의 집중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 수사 관계자는 “A 씨를 상대로 북한과의 연계성 여부와 공범이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A 씨의 구속이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의원들이 최초 인지, 보고, 구속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 아니냐고 질문을 했지만, 정보사 등의 입장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다”면서 “어설프게 부분적인 사실로 구속을 할 수는 없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도 “보안 및 정보 누출과 기밀 누설, 간첩 상황까지 확장될 수 있는 조사는 수개월 걸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밀을 유출한 의도에 대해선 박 의원은 “의도는 수사해야 한다”며 “군형법부터 군사기밀 보호법, 국가보안법, 내란 유치 죄, 외환죄 등을 수사하는 방첩사(국군방첩사령부)가 수사하고 있다. 앞으로 심층적인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미 테리 사건’에 이어 대북 요원 정보 유출 사건까지 벌어지자 이날 회의에선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정보역량 침식 문제를 종합적으로 신속 복구시켜야 할 것이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보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2000년 4월 경북 칠곡군 다부동 유학산 일대에서 수습된 6·25 전사자 유해가 임진원 순경으로 확인됐다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30일 밝혔다. 전북 김제경찰서 소속 경찰관이었던 고인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아내와 어린 자녀를 두고 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인은 영광과 목포, 벌교, 하동, 사천 등에서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이후 국군 제1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칠곡군 다부동 유학산 전투에 참전했다가 1950년 8월 30일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군은 전했다. 유학산 전투는 국군 1사단이 1950년 8월 13∼30일 유학산 일대에서 북한군 2개 사단을 격퇴하고, 방어선을 확보해 대구 방어에 기여한 전투다. 고인의 딸인 임정순 씨(77)는 2008년 부친의 유해를 찾기 위해 유전자 시료를 군에 제출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가족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최신 기술로 재분석한 결과 이번 달에 부녀 관계가 확인됐다는 것. 고인은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48인 중 한 명인 임규 선생의 조카이기도 하다. 군은 이날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유족을 방문해 고인의 참전 과정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개최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군 정보사령부가 소속 군무원 A씨가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2, 3급 기밀 5∼6건을 중국동포(조선족)에게 파일 형태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 “확실한 건 해킹으로 인한 유출은 아니다”며 “사건 인지 시점은 6월이고 유관 정보기관으로부터 통보받아 알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날 A 씨에 대한 군 검찰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정보사는 30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여당 간사)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야당 간사)이 전했다. 정보사는 사건 인지 직후 A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해외 파견 인원들에 대해 즉각 복귀 및 요원들의 출장도 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방정보본부와 정보사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상당 부분 이미 회복했다”고 말했다.군 검찰이 29일 군사기밀누설 등의혐의로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에 청구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발부됐다. 군은 기밀을 건네받은 중국 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의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에 해킹 당했다는 주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정보사가 “해킹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국회에 밝히면서 A 씨에 범행 동기에 대한 국군 방첩사령부의 집중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군 수사관계자는“A 씨를 상대로 북한과의 연계성 여부와 공범이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했다.A 씨의 구속이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의원들이 최초 인지, 보고, 구속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 아니냐고 질문을 했지만, 정보사 등의 입장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다”면서 “어설프게 부분적인 사실로 구속을 할 수는 없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도 “보안 및 정보 누출과 기밀누설, 간첩 상황까지 확장될 수 있는 조사는 수개월 걸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기밀을 유출한 의도에 대해선 박 의원은 “의도는 수사해야 한다”며 “군형법부터 군사기밀 보호법, 국가보안법, 내란 유치 죄, 외환죄 등을 수사하는 방첩사(국군방첩사령부)가 수사하고 있다. 앞으로 심층적인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최근 ‘수미 테리 사건’에 이어 대북 요원 정보 유출 사건까지 벌어지자 이날 회의에선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정보역량 침식 문제를 종합적으로 신속 복구 시켜야할 것이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보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2, 3급 기밀 5∼6건을 중국동포(조선족)에게 파일 형태로 유출한 혐의를 국군 방첩사령부가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검찰은 29일 이 군무원에 대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방첩사 고위 관계자 및 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군 정보사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A 씨는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블랙요원 리스트와 전체 부대원 현황 등 2, 3급 기밀 여러 건을 출력하고, 파일 형태로 중국동포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파일엔 블랙요원의 본명과 활동 국가 등 세부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기밀 파일을 건네받은 이 조선족이 북한의 대남 공작 조직인 정찰총국 정보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서도 극히 소수만 아는 블랙요원 리스트가 북한에 유출될 경우 해외의 우리 군 정보망이 치명타를 입는 게 불가피하다. 실제 사건이 알려진 직후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이 급히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개인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이 같은 2, 3급 기밀을 외부 사이트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군 간부 출신으로 전역 후 정보사 군무원으로 재취업한 뒤 해외 공작담당 부서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노트북이 해킹당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안규정을 어기고 개인 노트북에 다수의 민감한 기밀을 저장했던 만큼 군 당국은 고의성이 있었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첩사가 지난달 A 씨를 입건한 뒤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방첩사는 해당 사건을 비공개로 자체 수사하다가 언론들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군 검찰을 통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도 한국에 대북 핵옵션의 핵 자(字)조차 금기시된 데는 두 개의 역사적 변곡점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는 박정희 정권의 핵개발 시도다. 1970년대 미국과의 동맹에 믿음을 잃어가던 박정희 정권에 지미 카터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추진은 국가 생존이 걸린 비상사태였다. 미국이 한국을 내팽개칠 것이라는 위기감은 비밀 핵개발의 촉매가 됐다. 미국의 만류와 압박, 박 대통령의 서거로 핵개발은 미완으로 일단락됐다. 또 하나는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농축 실험이다. 당시 미국 등 핵강국만이 가능했던 레이저 농축법으로 천연 우라늄을 77%까지 농축하는 데 성공한 것. 뒤늦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적 파장이 일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차례나 사찰을 나왔다. 과학적 호기심의 단순 실험이라고 해명하고, 모든 자료를 IAEA에 신고한 점이 참작돼 제재와 처벌은 피했다. 하지만 미국의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는 더 날카로워졌다.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핵보유국으로 직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미국이 대북 ‘핵우산’ 공약을 강화한 데는 한국이 핵개발을 단념토록 하겠다는 역설적 배경이 근간에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미국 내에선 한국이 핵을 갖게 되면 일본과 대만 등으로 ‘핵도미노’가 이어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강하다. 어떠한 동맹·우방국도 ‘핵클럽’ 추가 가입을 허용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같은 기조에선 한국에 어떤 핵옵션도 금기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의 핵이 NPT 체제의 최대 도전으로 부상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북한의 핵무력은 한국을 초토화하고, 미 본토까지 때릴 수 있을 만큼 고도화됐고, 지금 이 순간도 질적 양적 증강이 진행 중이다. 북-러 군사 밀착을 계기로 러시아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까지 북한에 넘어가면 NPT 체제는 와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 소식통은 “최소한의 잠재적 핵역량이라도 서둘러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1992년 미국의 전술핵 철수와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을 맞바꾼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무효 선언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북한의 핵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에 근접했음에도 한국의 핵옵션에 족쇄를 채운 ‘불평등 선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한미 조야에서 한국의 대북 핵옵션이 연이어 공론화되는 것도 북한의 핵폭주를 더는 용인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미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행동이 역내 국가들이 자국의 모든 군사 및 기타 조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의 핵무장론이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미 정부는 워싱턴선언 이후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다음 달 연합연습에서 북한 핵공격을 상정한 첫 핵작전 연습 등을 통해 일체형 확장억제로 대응한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주먹’은 가깝고 ,미국의 ‘핵우산’은 멀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마지노선을 넘는 사태를 상정해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한 다양한 핵옵션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 일환으로 한미가 북한과 주변국에 비핵화 협상 시한을 통보한 뒤 북한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조건부 한시적 재배치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한미 정상이 이달 중순 승인한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공동지침’을 바탕으로 미국의 핵전력이 포함된 핵연합작전계획을 마련하고, 북한의 핵공격 시 저위력핵탄두 사용 선언 등과 같은 획기적 결단도 검토 가능한 핵옵션이다. 아울러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 사용에 대비해 핵무기 대응과 봉쇄에 관한 훈련을 한국 부대에 제공함으로써 한국군이 북한의 핵공격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대북 핵옵션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에도 아랑곳없이 핵무력 증강에 골몰하는 북한에 판이 바뀌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에도 북한의 핵 고도화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결국 두 나라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고, 역내 핵확산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경고가 될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