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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에스에이투데이, 첨단유니폼 보도농구는 몸이 부딪히는 스포츠 가운데 장비가 매우 간단한 편이다. 공, 운동화, 유니폼만 있으면 코트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의 흑인들이 유독 농구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이유는 비용이 들지 않는 장비의 간편성 덕택이기도 하다. 흑인 농구 선수들은 홀어머니에 저소득층이 많다. 그러나 요즘 미국 프로농구는 꼭 그렇지도 않다. 선수들의 유니폼 보호대는 미식축구 선수를 방불케 한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최근 농구 선수들이 착용하는 첨단 유니폼을 보도했다. 신체 부위별로 보호대가 있는 게 종전 유니폼과 크게 다르다. 첨단 기술로 만든 하이테크 제품이다. 섬유 소재를 압축해 에너지와 파워를 극대화하고 부상을 방지하도록 만들었다. 가슴 부위의 보호대는 수비 상황에서 스크린을 펼칠 때 부상 방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골밑에서는 과격한 신체 접촉이 자주 벌어진다. 한 시즌에 5, 6경기를 결장했던 샌안토니오 파워포워드 팀 덩컨은 이 보호대에 힘입어 무리 없이 출장하고 있다. 현역 최고의 선수인 마이애미의 르브론 제임스가 가공할 점프력과 뛰어난 운동 신경을 발휘하는 것도 첨단 유니폼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프로농구에서 보호대를 가장 먼저 착용한 선수는 힙합 1세대 슈퍼스타인 전 필라델피아 포인트가드 앨런 아이버슨(터키 베식타스)이었다. 양쪽에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했다. 이후 팔꿈치 보호대는 국내에도 소개돼 일반화됐다. 팔꿈치 보호대는 득점력이 좋은 가드들이 애용하는데 상대 수비수와 접촉하거나 코트에 부딪혔을 때 부상을 막아준다. 최근 3점슛 1인자로 등극한 보스턴 레이 앨런, 마이애미 드웨인 웨이드 등이 착용한다.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보호대를 끼고 있다. 코를 다친 디트로이트 슈팅가드 리처드 해밀턴은 2003년부터 안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뉴욕 파워포워드 아마레 스터드마이어는 눈을 보호하는 고글을 끼고 있다. 농구 선수들의 평범한 유니폼이 이렇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NBA 덩크 콘테스트 27년 역사 보면미국 프로농구 올스타 축제에 슬램덩크 콘테스트가 도입된 해는 1984년이다. 3점슛은 2년 후인 1986년. 이후 슬램덩크 콘테스트는 동부와 서부 콘퍼런스의 승자를 가리는 올스타전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았다. 선수단 파업 등 두 차례를 제외하고 그동안 슬램덩크 콘테스트는 갖가지 진기명기를 연출해 세계 농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86년에는 170cm의 단신 가드 스퍼드 웹(애틀랜타)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슬램덩크 왕에 올라 팬들을 놀라게 했다. 1m 이상의 점프력을 과시했던 웹은 슬램덩크 사상 최단신이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3차례 덩크왕에 등극한 네이트 로빈슨(뉴욕)도 단신에 속하지만 웹보다 5cm가 큰 175cm다. 1985년 도미니크 윌킨스(애틀랜타)와 마이클 조든(시카고)의 덩크 경쟁은 역대 최고의 경연으로 꼽힌다. 풍차 돌리기 덩크로 유명했던 윌킨스는 1985년, 1990년 두 차례 덩크 1인자에 올랐다. 윌킨스에게 아깝게 졌던 조든은 1987년과 1988년 덩크왕에 올라 1985년의 패배를 설욕했다. 1988년 조든은 프리스로 선상에서 날아올라 허공을 걷는 듯한 ‘에어워크 덩크’로 역시 당대 최고의 선수임을 확인시켰다. 아직도 이 플레이는 스포츠 음료 선전 화면으로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 밖에 2000년 빈스 카터(토론토)는 공중에서 가랑이 사이로 볼을 빼 덩크슛을 성공시키는 환상의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요즘 슬램덩크 콘테스트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기술보다는 단순히 점프에 의존한 단신 로빈슨이 3차례 덩크왕에 오른 데서 드러난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서다. 역대로 올스타 덩크왕에 오른 선수들은 센터를 빼고 거의 현역 최고의 선수이다.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는 2년차였던 1997년에 덩크왕을 차지했다. 팬들이 덩크 콘테스트에 나오길 바라는 첫 번째 선수는 마이애미의 르브론 제임스다. 203cm의 키에 파워 넘치는 점프, 오랜 체공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덩크는 전성기의 조든과 윌킨스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그는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을 사양하고 있다. 올해는 그나마 루키 블레이크 그리핀(LA 클리퍼스)의 등장으로 팬들의 갈증을 덜어줬다. 올 정규시즌에서 120차례 이상의 덩크슛을 터뜨린 그리핀은 208cm의 장신에 유연한 몸놀림과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덩크에 관한 한 제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지난달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다. 왕기춘이 유도 남자 73kg급 결승에서 일본의 아키모토 히로유키에게 진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왕기춘은 준결승 때 왼발을 다친 아키모토를 맞아 상체 공격만 하다 졌다. 금메달을 딴 아키모토는 “왕기춘은 나의 부상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하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데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국내 언론은 이를 일제히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아키모토의 진통제 투혼만 전했지 왕기춘의 페어플레이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 일본은 가깝지만 먼 이웃인가. 최소한 이 경우엔 그렇지 않다. 일본 언론은 아키모토의 값진 금메달 역시 아주 짧게 보도했다. 당시 일본 언론의 광저우 아시아경기 보도는 대부분 그랬다. 그 대신 야구, 스모, 프로레슬링, 격투기 등 자국 내 리그를 훨씬 크게 다뤘다. 한국은 광저우 대회에서 일본을 제치고 4회 연속 아시아경기 2위를 차지했다. 대회 중반 한국의 금메달이 일본의 두 배에 육박하자 일부 국내 언론은 한국과 일본의 희비를 스포츠면 헤드라인으로 다루기도 했다. 본보도 취재를 해봤지만 바로 난관에 부닥쳤다. 환희에 찬 한반도는 있어도 충격에 빠진 일본 열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스포츠계는 이런 식으로 일반적인 예상을 비켜가는 경우가 많다. 9월에 열린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비록 우승컵은 한국에 내줬지만 대단한 명승부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을 때도 일본 언론의 보도는 한 줄이었다. 이달 초 2022년 월드컵 유치 실패 때도 그랬냐는 정도였다. 종합대회가 있거나 무슨 일만 터지면 일희일비하는 우리와는 영 딴판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스포츠시장이 침체돼 있느냐면 오히려 정반대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2240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한신과 요미우리는 각각 300만 명의 홈 관중을 유치했다. 두 구단만 합해도 국내 전체 야구 관중과 맞먹는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때도 일본의 야구 관중은 전년과 대비해 약간 늘어났다. 일본의 스포츠시장이 얼마나 다변화돼 있고, 자생력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당시 국내 프로야구 관중은 20% 가까이 급감했다. 일본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한국에 순위가 밀리기 시작했다. 아시아경기는 1986년 서울 대회부터다. 바로 이때는 일본이 새로운 스포츠 패러다임을 실험한 시기다. 일본은 당장 눈앞의 메달은 포기하더라도 생활체육과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 육성에 힘썼다. 또 학교와 클럽 스포츠를 통한 스포츠 인재 육성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16개의 금메달을 따며 5위에 올라 한국(9위·금메달 9개)을 압도했다. 한국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스포츠 강국이다. 올림픽에선 1984년 이후 7차례의 대회에서 6번이나 톱 10에 들었다. 아시아경기에선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일본보다 금메달 1개가 적었을 뿐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최근 7차례의 대회에서 6번이나 일본을 이겼다. 겨울올림픽에선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아시아의 맹주가 됐다. 올해 초 열린 밴쿠버 대회에선 쇼트트랙 편중 현상을 깨고 피겨의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의 빙속 삼총사가 맹활약했다. 하지만 스포츠 강국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 리그가 활성화되고, 많은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할 이유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국제스포츠외교연구회(회장 이상철)는 30일 한국체대 합동강의실에서 스포츠외교와 국가경쟁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김학수 박사(전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장)가 한국 언론과 스포츠 외교, 조광민 교수(연세대 체육위원회 위원장)가 스포츠 외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를 한다.}
“네 점만 놓으시죠.” 응? 뭐라고. 귀를 의심하고 있는데 원장이 한술 더 떴다. “아이고, 네 점이라뇨. 여섯 점은 놓아야 됩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상대. 이 사람들이 장난치나. 그래도 꾹 눌렀다. 예나 지금이나, 돈을 거저 주겠다는데 그깟 자존심이야 뭐. 1983년 겨울 서울 관악구 봉천사거리의 한 기원. 난생처음 세 점 이상 놓고 하는 접바둑. 제아무리 고수라 해도 프로가 아닌 다음에야 여섯 점인데 지키기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칼을 빼들면 슬쩍 비켜나가는 상대, 특별히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서서히 좁혀지는 간격. 치수를 속인 접바둑은 이내 진땀나는 진짜 승부로 바뀌었다. 수북이 쌓여가는 담배꽁초. 희한한 것은 여섯 점 접바둑에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든 구경꾼들. 끝내기에 접어들면서 두 판 다 열 집은 앞섰다고 봤지만 정작 계가를 해보니 2집, 4집 패. 당시 대학 자취생이던 기자로선 거금 6000원이 나갔다. 그동안 재미가 쏠쏠했던 아르바이트였지만 이제 이틀은 굶어야 한다. “판돈을 조금 올릴까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아, 제가 급한 약속이 있어서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자존심에 평생이 걸려도 아물지 않을 생채기를 낸 채 기원을 나서는 등 뒤로 원장이 그랬다. “제대로 붙으면 아홉 점도 힘들 겁니다.” 나중에 알았다. 그날 상대는 속기와 접바둑, 그리고 내기와 뒷골목 바둑의 귀재로 소문난 김동엽 프로란 걸. 봉천시장 한 귀퉁이에서 채소 좌판을 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자물쇠를 온몸에 달고 봉천동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열쇠 행상을 했던 아들. 뒤늦게 바둑을 알게 돼 독학으로 정상에 오른 잡초류의 대가였다. 그는 20대 후반의 나이에야 입단했지만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천하의 조훈현을 이겼다고 흥분하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다. 수담(手談)이라고는 하지만 자욱한 담배 연기와 골방에서 벌어지는 내기가 먼저 떠오르는 바둑. 그 바둑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되고 광저우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돼 열전을 치르고 있다. 전술이 있고 승부를 가리며, 개인과 단체전이 가능하고 리그를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바둑은 스포츠라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스포츠는 운동역학적으로 가장 적합한 폼을 갖춰야 한다. 손가락 끝의 미세한 변화가 신체 움직임의 전부로 보이는 사격조차 자세는 너무나 중요하다. 8자 스윙의 미국 골퍼 짐 퓨릭의 폼은 임팩트 순간만큼은 완벽하다. 반면 바둑은 이창호가 돌을 놓는 폼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이세돌이 왼손으로 둔다고 기량이 변하지는 않는다. 아시아경기와 요즘 프로 리그에선 대국 중 흡연이 금지돼 있긴 하지만 술 담배를 한다고, 신체장애가 있다고, 기행을 일삼는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조훈현의 정신적 스승으로 지난해 작고한 ‘괴물’ 후지사와 슈코는 한 해 동안 일본 최고 기전인 기성 타이틀 방어전만 치른 채 밤낮으로 술병을 안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바둑이 스포츠로 편입된 데는 대학 특기생, 군 면제, 예산 지원 등 부가적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란 눈초리도 있다. 그런들 어떠하리. 기자는 바둑의 스포츠 편입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왜냐고? 바둑엔 여느 스포츠 못지않은 치밀함과 감동, 그리고 사람 살아가는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주역인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유제품 전문업체 푸르밀(옛 롯데우유)의 후원을 받는다. 여민지는 연간 5000만 원가량의 훈련비를 3년간 지원받으며 6개월간 푸르밀 제품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게 된다.}
프로축구 강원 FC는 7일 오후 3시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과 홈경기 때 입장권을 구입한 관중 가운데 1명을 추첨으로 뽑아 YF쏘나타 1대를 경품으로 준다. 강원은 이 밖에도 42인치 LCD 텔레비전, 김치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경품을 팬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프로야구 넥센은 2일 박흥식 타격코치(48)와 최창호 투수코치(44)를 새로 영입했다. 삼성 시절 이승엽의 사부로 지명도를 높인 박 코치는 1985년 MBC에 입단해 1993년까지 현역으로 뛰었고 이후 삼성과 KIA에서 타격코치로 활동했다. 1987년 청보에서 데뷔해 태평양과 현대에서 활약하다 2002년 LG에서 은퇴한 최 코치는 경북고와 대전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기자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불만이 많았던 백성이다. 고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정부와 국회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란 데서 난데없이 7·30조치를 발표했다. 대학 본고사 폐지와 내신제 도입, 과외 금지로 대표되는 ‘학교 교육 정상화’ 방안이었다. 과열 경쟁을 피하고, 학교 수업을 충실히 받게 만들자는 취지였다. 게다가 졸업 정원제라고 해서 입학 정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린다니 베이비붐 세대인 학생들도, 재정에 큰 도움이 될 대학들도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기자는 왜 그리 못마땅했던지. ‘본고사를 없애 한바탕 정면 승부를 못하게 하다니. 내신 성적만 좋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닌데.’ 하늘 아래 무서울 게 없던 시절이었다. 여담이지만 결국 기자의 고교 성적은 7·30 이전과 이후가 하늘과 땅 차이가 나게 됐다. 그래도 운은 억세게 좋았던지 마침 이듬해 학력고사가 무척이나 어렵게 나온 덕분에 감점 15점(내신 6등급)의 핸디캡을 안고도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곳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선 수없이 쌍권총을 찬 탓에 ‘수학능력 부족’이란 낙인이 찍힌 채 잠시 떠나 있긴 했어도 나중에 졸업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말이 길어진 것은 26일 발표된 정부의 고교야구 주말리그제 추진안을 보면서 문득 7·30조치가 연상된 때문이다. 주말리그제는 운동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경기는 주말이나 방학에 하고, 훈련은 방과 후에 한다는 게 골자다. 취지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하향 평준화란 점에서 어찌 그리 닮았는지. 야구선수는 좀 더 몸이 여물어야 빛을 발하는 축구나 농구와는 달리 고등학생이면 준프로선수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다면 이미 실패했다는 뜻이다. 고교 선수라면 야구로 한번 끝장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주말리그제는 예비 프로인 고교보다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선수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사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대목에서도 반감이 생긴다. 일반 학생은 운동을 못해도 별 문제가 아니지만, 운동선수는 공부를 못하면 마치 큰일 난다는 뜻으로 들린다. 확대 해석하면 운동선수는 모두 바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자가 만나본 운동선수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올해 초 국회에서 발의됐던 학교체육법도 99%의 공부 기계보다는 1%인 운동 기계를 개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회 운영방안도 주말과 방학에 경기를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만 다를 뿐 기존의 지역 예선을 약간 확대하고 전국대회를 치르는 종전 방식에서 벗어난 게 없다. 급조를 하는 바람에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결국 이 때문에 1947년 시작돼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를 비롯해 청룡기(1953년 조선일보가 자유신문으로부터 인수), 대통령배(중앙일보·1967년), 봉황기(한국일보·1971년) 대회가 중단되거나 문패를 내릴 위기에 처했다. 팬이 없으면 야구도 없다. 주말리그제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에 팬들을 오게 하는 일이다. 다행히 정부와 대한야구협회는 기존의 명망 있는 대회 명칭을 앞으로 시행할 지역 리그와 전국 왕중왕 대회 때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0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행운을 잡았다. 한국은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뉴질랜드의 A조 최종전이 0-0 무승부로 끝나면서 결승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한국은 이미 뉴질랜드, 잉글랜드와 각각 0-0으로 비겨 자력으로는 결승에 오를 수 없었지만 세 팀이 모두 득점 없이 2무승부가 되면서 추첨으로 조 1위를 가리게 됐다. 추첨은 잉글랜드-뉴질랜드 경기가 끝나자마자 세 팀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서병규 피스퀸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나라 이름이 적힌 세 개의 플라스틱 공을 상자 안에 넣고 뽑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은 2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한 호주와 23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헐크’ 이만수는 SK 코치지만 삼성 팬들에겐 여전히 영웅이다. 대구를 떠난 지 13년이나 됐는데도 말이다. 대구 관중은 최근 양준혁의 은퇴 경기 때조차 적장인 이만수의 모습이 보이자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를 향한 그리움에 삼성에서 쫓겨나다시피 옷을 벗은 데 대한 동정심이 더해진 때문이었다.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 이만수와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양신(梁神)’ 양준혁. 삼성 구단이 둘을 떠나보낸 방법은 영 딴판이었다. 양준혁은 은퇴 경기뿐 아니라 국내에선 유례가 없는 공연에 가까운 은퇴 퍼포먼스까지 하는 영광을 누렸다. 반면 이만수는 은퇴 경기조차 하지 못했다. 이만수는 1993년 시즌이 끝난 뒤부터 은퇴 압력을 받았다. 1992년 22개(6위)였던 홈런은 5개로 뚝 떨어졌다. 이만수는 연봉 대폭 삭감의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39세였던 1997년까지 꿋꿋하게 버텼다. 결국 이게 화근이 돼 다시는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떠날 때를 안 양준혁과 그렇지 못한 이만수의 차이였다. 이처럼 은퇴 시기와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슈퍼스타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갈색 폭격기’ 차범근은 당시 세계 최고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년간 뛰며 정규 리그 308경기에 나가 98골을 넣었다. 3경기당 1골을 넣는 페이스. 아시아 선수 가운데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은 우상인 ‘차붐’의 경기를 보며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 차범근은 여전히 허벅지가 단단한 1989년 유니폼을 벗었다. 100골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뛸 수 있다고 남들이 인정할 때 떠난다”는 쿨한 답변을 남겼다. 현재 삼성 사령탑인 ‘태양’ 선동열도 일본 주니치와의 재계약과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고심하던 1999년 겨울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주니치에서 2년 연속 1점대였던 평균자책이 ‘2점대로 오르자’ 내린 결정이었다. 선수로서 이룰 건 다 이룬 그이지만 공교롭게 그 역시 주니치에서 98세이브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피츠버그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일본 노모 히데오의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을 깨기 위해 4년째 선발도 아닌 불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123승으로 타이를 이룬 그는 이제 1승만 더하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박찬호는 전성기 때보다 지금이 훨씬 멋있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다. 그는 한국 야구 100년사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국내 야구인들 사이에선 적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내년에 38세가 되는 박찬호는 차범근 선동열이 은퇴했을 때 나이보다 많다. 하지만 그의 체력은 여전하다. 박찬호가 기록을 세운 뒤 다만 1년이라도 국내에서 뛰어준다면, 그래서 더도 말고 10승 10패만 해준다면 국내 프로야구의 흥행과 본인의 한국 연착륙을 위해서 더 바랄 나위가 없어 보인다. 영웅이라고 박수 칠 때 떠나란 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심치 않게 트레이드설이 나오고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예전과는 달리 최저 평점을 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2군 밥이 익숙해졌고 요미우리와 4년 계약이 곧 끝나는 이승엽도 이제 슬슬 멋진 마무리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SB)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호성 단국대 총장이 아시아대학스포츠연맹(AUSF) 부위원장에 당선됐다고 24일 대한체육회(KOC)가 밝혔다. 22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6차 AUSF 총회에서 부위원장에 당선된 장 총장은 2016년까지 아시아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이끈다. KUSB 상임위원인 하웅용 한국체대 교수는 AUSF 감사로 선출됐다.}
#1-1. 8월 24일 사직야구장. 9회말 2사 후 KIA 윤석민이 던진 공에 롯데 조성환이 머리를 맞았다. 윤석민은 이재오 특임장관처럼 허리를 90도로 굽혀 사과했다. 그러나 흥분한 롯데 팬들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마운드에서) 내려라”를 연호했고 일부는 빈 병을 던져댔다. 하필이면 윤석민은 불과 아흐레 전 롯데 홍성흔의 손등 뼈를 부러뜨린 ‘전과 2범’. 조성환은 지난해 SK와의 경기에서 채병용의 공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KIA 조범현 감독은 눈도 꿈쩍 안했다. 윤석민은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1-2. 롯데 팬의 공세는 날이 밝은 뒤에도 계속됐다. 롯데 구단은 “윤석민이 병상의 조성환에게 사과 전화조차 안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급기야 사건 이틀 뒤 윤석민도 입원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극단적인 불안 증세인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이번엔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팬과 소속 팀을 거슬렀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로 미안해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윤석민이 빨리 회복해 그라운드에 돌아오길 바란다.” 두 감독이 어떻게 된 것일까.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잠시 망각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두 감독은 윤석민의 고의성 여부에 중점을 뒀다. 조 감독의 주장은 윤석민이 위협구를 던질 의도가 없었고,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대가(1루 출루 허용)를 치렀기에 2점 차 긴박한 리드에서 마무리 투수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조성환의 광대뼈 함몰 사건 때 SK 김성근 감독에게 “야구가 그런 경기다.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한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한 스포츠 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뛰는 대부분의 외국인 야구선수는 윤석민이 90도 인사를 한 것이 오히려 지나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런 상반된 견해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2. 4월 7일 사직야구장. 7회말 롯데 카림 가르시아는 LG 오상민의 공에 옆구리를 맞았다. 누가 봐도 위협구였지만 다혈질로 유명한 가르시아는 잠시 눈만 부라렸을 뿐 조용히 1루로 걸어 나갔다. 이에 앞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5회말 3루 주자였던 가르시아는 박종윤의 1루 땅볼 때 LG 포수 김태군을 거칠게 밀치며 홈을 파고들었다. 접전이 아니라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배운 대로 했다. 홈 플레이트는 1, 2, 3루와는 달리 포수가 블로킹이 가능하고 주자는 포수와 몸싸움을 해야 하는 곳이다. 다만 가르시아는 보복을 당했어도 자신 때문에 다친 김태군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었다. 야구장은 전쟁터다. 총칼만 안 들었을 뿐 매 순간이 승부다. 4명의 야구 심판은 한 경기에서 약 300개의 판정을 내린다. 그 갑절만큼 울고 웃는 경우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꼭 지켜야 할 불문율은 있다. 고의로 상대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환호하고 야유할 수 있지만 경기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선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이번에 KIA나 롯데 선수단 중 잘못한 이는 아무도 없다. 윤석민만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이제 팬들도 바뀌어야 한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타이거 우즈의 끝 모를 추락이 화제다. 지난주 끝난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웨지샷을 연못에 빠뜨리는가 하면 냉탕 온탕(어프로치를 잘못해 그린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뒤땅 등 주말 골퍼가 하는 실수를 모두 보여줬다. 스코어는 나흘 내내 오버파. 갤러리를 맞히는 티샷이 나오자 정중하게 머리 숙이고 사인을 한 장갑까지 건넨 그를 두고 한 외신은 “우즈가 박수를 받은 것은 굿샷이 아닌 미스샷 덕분이었다”고 비꼬았다. 해외 베팅업체들은 이번 주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우승 후보로 필 미켈슨을 맨 윗자리에 올려놓았다. 우즈가 21세기 들어 메이저대회 우승 배당률에서 2위로 밀려나기는 처음이라고 흥분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사람들이 우즈의 슬럼프에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섹스 스캔들로 인한 갑작스러운 몰락도 안줏거리는 되겠지만 그동안 그가 이룬 업적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황제 칭호조차 모자라 외계인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가 아닌가. 국내 스포츠도 파이를 키우려면 슈퍼스타의 탄생이 필요하다. 그냥 영웅이 아니라 우즈 같은 초인(超人) 말이다. 최동원과 선동열을 놓고 누가 나은지 설전을 벌이던 1980년대는 정말 행복했다. 하루 지난 뒤 전해지는 올드뉴스이긴 해도 차범근이 당시 최고 명문이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은 것은 국민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들어선 박찬호가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미국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섰다. 드라이브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을 겸비한 박세리는 맨발 투혼을 불살랐다. 2000년대엔 김연아와 박태환이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피겨와 수영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들은 비록 우즈급은 아니지만 동양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프로야구는 올 들어 한화 류현진과 롯데 이대호 홍성흔 등이 왕년의 최동원 선동열 이만수 이승엽에 맞먹는 활약을 펼친 데 힘입어 월드컵 악재를 딛고 사상 첫 600만 관중 동원을 향해 순항 중이다. 류현진은 세계 야구사에 유례가 없는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던져 3자책 이하 투구)에 도전하고 있다. 이대호와 홍성흔은 타격 트리플 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왕 동시 등극)을 놓고 집안 경쟁 중이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해야 하는 타격 트리플 크라운은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 탈삼진)과 달리 대단히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967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 축구계도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쾌거와 여자축구 지소연의 스타 탄생으로 경사를 맞았다.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으로 이어지는 양박쌍용의 활약은 한국축구를 기름지게 할 자양분이다. 문제는 꾸준함이다. 정상에 오르기보다 정상을 지키는 일이 훨씬 힘들고 중요하다. 팬들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롱런하는 스타에게 열광한다. 물론 우즈 정도 되면 부진이 더욱 뉴스가 되기도 한다. 우즈 없는 골프계는 끔찍할 정도로 밋밋해 보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스포츠는 민주화에 역행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괜한 태클 걸지 말고 재미로 들으시라. “민주화(보통 선수들의 시대)가 되니 여러분 살림살이(스포츠 보는 재미) 좀 나아졌습니까. 독재자(초인)가 장기집권(1인 독주)하던 때가 그립지 않습니까.”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줄넘기 국가대표 선수단이 28일부터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열리는 제8회 세계줄넘기대회에 참가한다. 20여 개국, 600여 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4개 종목에 25명을 출전시킨다. 2008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7회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이번에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수(단국대)와 곽윤기(연세대)가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20일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어 둘을 자격정지 6개월에 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둘은 내년 1월 겨울아시아경기는 나가지 못하지만 내년 대표 선발전부터는 출전할 수 있어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는 면하게 됐다.}
잔치는 끝났다. 단군 이후 첫 원정 16강. 부부젤라의 굉음이 잦아들기 무섭게 찾아온 이 기분 나쁜 적막함. 다시 파리 날리는 축구장. FC 대한민국이라. 제목만 봐도 뻔할 뻔자 아닌가. 군대에서 축구 좀 해본 사람이면 기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벌써 눈치 챘을 것이다. 한국 축구가 마치 자기 일인 양 나서기 좋아하는 꾼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 칼럼은 이미 실패한 칼럼이다. 무릇 칼럼이라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과 감칠맛 나는 위트, 그리고 약간의 정보가 녹아있어야 할 텐데. 기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결론이나 해답까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초장부터 김이 팍 새지만 기왕 내뱉은 말. FC 대한민국에 대한 결론에 한번 도전해 보자.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에 프로축구단은 없고 오로지 태극전사만 있다고. 팬들도 마찬가지다. 붉은악마는 많아도 서포터스는 드물다. 4년에 한 번씩 6월이면 온 국민은 붉은 열병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뿐이다. 나머지 47개월은 흔적도 없다. 기자도 떳떳지 못하다. 사실은 공범이다. 대한민국이 우루과이에 진 다음 날 월드컵 기사는 헤드라인에서 내려갔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축구는 허구한 날 앉은뱅이다. 협회는 대표팀 간 경기인 A매치만 손꼽아 기다린다. 프로연맹은 뒷짐만 지고 있다. 노력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별 효과가 없다는 걸 해봐서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짜 표를 남발하고 관중 수 부풀리기에만 혈안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K리그 관중은 프로야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클럽 팀은 인공호흡 중인데도 이만큼 축구를 잘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지만 머리는 크고 팔다리는 가는 요즘 애들 같아 안쓰럽다. 물론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팬은 더 축구를 사랑하고, 선수와 감독은 더 좋은 경기를 하면 된다. ‘참 쉽죠∼잉’이다. 가만히 보면 한국 축구는 우리네 인생과 참 닮았다. 꿈은 꾸되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꿈. 그때마다 절망하지만 손톱만 한 성취에도 크게 기뻐하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일. 어릴 적 꿈은 많을수록 좋다고 배웠다. 언제부턴가 꿈은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을 어르고 달래기 위해 만들어낸 환상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굳이 마르크스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신은 죽었다”는 니체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한국 축구를 헐뜯는 게 마냥 즐거워 이렇게 자조 섞인 말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 뭔가 건질 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다행히 월드컵이 끝난 뒤 변화는 보인다. 요즘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선 주민들이 아이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 소음과 먼지에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기자의 아들을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좁은 아파트 공터에서 수십 명씩 몰려다니며 축구를 하고 있어서다. 한 달 전만 해도 야구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했던 아들이었다. 그랬던 아들이 오전 3시 반에 자명종을 맞추고 일어나 축구를 보게 됐다. 니체라는 이름은 이제 기억도 아스라한 옛날 얘기가 됐다. 모든 이의 꿈이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꿈을 꾸지 않고는 꿈을 이룰 방법 또한 없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을 지켜줘야 한다. 아이들의 수많은 꿈속에서 한국 축구도 성장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의미 있는 자선활동을 벌였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을 중심으로 ‘롯데 남아공 희망원정대’ 16명을 구성해 11일부터 요하네스버그에서 동북쪽으로 60km 떨어진 프리토리아 인근 빈민 밀집지역 아트리슈빌에서 봉사활동에 나섰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빈민촌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열린의사회가 주관하고 외교통상부가 후원하는 프로젝트로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봉사원정대를 구성해 빈민지역 봉사활동 및 17일 한국-아르헨티나 경기 관전 기회를 제공했다. 롯데백화점은 15일 현지 교민 50여 명, 현지 축구선수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꿈과 희망의 축구장 기공식을 가졌다. 롯데백화점은 축구장 두 곳을 지어 현지 지역자치단체 및 교민들에게 위탁 관리시키며 남아공 빈민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목적으로 이 행사를 진행했고 축구공과 축구화, 유니폼 등 축구용품도 전달했다. 희망원정대는 16일에는 프리토리아 인근 퓨리 지역을 방문해 의료품을 전달했다. 또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아르헨티나 경기를 응원한 뒤 18일 하루 더 봉사활동을 했고 19일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베트남 어린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제1호 롯데스쿨을 광아이 주에 지었고 하노이 인근에 제2호 롯데스쿨을 건립했다. 해외 빈곤 어린이와 직원을 연결한 일대일 자매결연 활동도 활발하다. 1월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아이티에 피해복구 및 난민구호기금을 전달했다. 올해 6·25전쟁 60주년을 기리기 위해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산간 긴치 지역에 유아동 교육센터를 건립하고 있다.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자네, 뭐 때문에 기자 하고 싶나?” 입사 면접 때 누군가 물었다. 세월이 제법 흘러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머리가 약간 벗어진 분이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서입니다.” 단순히 잘 보이기 위한 멘트는 아니었다. 그때 생각은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잘 몰랐다. 기자는 말 그대로 글 쓰는 직업이란 것을. 시인이나 소설가는 구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한동안 붓을 꺾으면 되지만 기자는 그렇지 않다. 일당백의 우리나라 기자는 더욱 그렇다. 쓰기 싫을 때 글을 써본 적이 있는가. 벙어리 냉가슴보다 더 큰 고통이다. 후배들 글만 보며 사는 요즘엔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고민이 있다. 단독 기사를 물어오는 후배는 안아주고 싶은 정도이지만 기획 잘하고 글 잘 쓰는 후배는 깨물어 주고 싶다. 현장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날이 많던 8년 전 이맘때다. 광화문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천지를 뒤덮은 붉은 물결. 국민에겐 감동의 성지였지만 기자에게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시청역에서 회사까지 300m 남짓한 거리를 전진하는 데 1시간이 더 걸렸다. 퇴근길에는 대중교통을 잡을 수 없으니 다시 1시간 이상을 걸어야 했다. 태극전사들이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 4강, 3∼4위전을 치렀으니 이런 날이 7일이나 됐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대한민국의 4강 신화를 생전에 봤고 그 감동을 국민께 전하는 역할을 했으니. 하지만 가슴속에 뭔가 응어리는 남았다. 마치 화장실에서 볼일을 다 보지 못하고 나온 것 같은 불편함. 무엇일까. ‘남자에게 참 좋은데 직접 말은 못하고’라는 카피로 히트 친 어느 광고처럼 왜 이리 자꾸 빙빙 둘러대기만 하는 걸까. 당시엔 맞아죽을 것 같아 감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그 위험천만한 생각은 한국 경기의 편파 판정에 대한 의문이었다. 내세울 것은 없지만 스포츠가 전문인 기자의 눈에는 홈 어드밴티지라고 하기에 저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았다. 당연히 상대국 언론에선 난리가 났다. 1년 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역대 월드컵 10대 논란에 한국 경기가 4개나 들어 있기도 했다. 올 초에도 미국의 ESPN과 블리처리포트 등에서 역대 월드컵의 어리석은 실수, 최대 논란 등을 보도하며 당시 한국 경기를 빼놓지 않고 등장시켰다. 그렇다면 그때 비판적 의견도 제시했어야 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두 번의 월드컵을 더 보면서 기자의 위험천만한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기자는 생생히 기억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첫 경기 토고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이천수의 그림 같은 프리킥 동점골과 안정환의 중거리 역전골로 거둔 원정 첫 승의 극적인 드라마를. 조별리그 마지막 스위스전에선 이천수의 코너킥이 상대 수비의 팔에 맞아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심판의 오심으로 무산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세계 14위 그리스의 장신 수비수들이 지키는 ‘통곡의 벽’을 마치 제집 드나들 듯하며 한민족의 우월성을 세계에 알렸다.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선 태극전사들의 저토록 강함과 아름다움을 세 치 혀로 다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이제 어떤 의문도 품지 말고 태극전사들을 오로지 찬양할 때이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만한 오심이 추신수(28)가 소속된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디트로이트 선발 아만도 갈라라가(28)는 3일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홈경기에서 9회 2사 후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널드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을 작성하는 듯했으나 짐 조이스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해 물거품이 돼버렸다. 퍼펙트게임은 안타는 물론이고 볼넷과 실책 없이 27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피칭이다. 22년 경력의 베테랑 조이스 심판은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땅볼을 잡아 1루를 커버한 갈라라가에게 송구해 게임을 마무리하는 순간 세이프를 선언했다. 디트로이트 짐 릴랜드 감독이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질 리 만무. 그러나 TV 리플레이 화면으로는 완벽한 아웃이었다. 조이스 심판은 경기 후 오심을 인정하고 “나의 실수로 젊은 투수의 퍼펙트게임이 무산돼 안타깝다. 내 생애 최악의 판정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조이스 심판은 그동안 무난한 판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명판관 포청천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추신수도 갈라라가의 구위에 눌려 3타수 무안타로 타율이 0.275로 떨어졌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갈라라가는 3-0 완봉승을 거두는 동안 88개(스트라이크 67개)의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삼진은 3개.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우발도 히메네스(콜로라도 로키스)의 노히트 노런, 댈러스 브레이든(오클랜드)과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퍼펙트게임 등 시즌 초반 투고타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 시즌에 퍼펙트게임이 두 차례 작성된 경우는 1880년 이후 처음이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