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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 선박을 나포한 이란 정부가 하루 만에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를 우리 정부가 “인질로 잡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선박 나포의 배경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해 자금을 동결시킨 한국에 대한 불만이 있음을 시사하면서 한국과 갈등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이기 때문.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 선박을 억류한 시점은 정부가 동결 대금을 이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에 활용하기로 하고 이란 정부와 비공개 협상을 벌이던 막바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결 자금으로 백신 구입 협상 중 “인질” 운운 AP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가 인질극이라는 관측을 부인하면서도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했다. 이어 “누군가를 인질범으로 불러야 한다면 70억 달러가 넘는 우리 자금을 근거 없이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라비에이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동결된 자산과 연관성에 대해 가장 직설적으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 70억∼90억 달러(약 7조5600억∼9조7200억 원)가 동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중 최대 규모다. 이 밖에 한국은행에도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초과 지급 준비금이 3조 원 이상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계정의 자금을 합치면 국내 은행에 최소 10조 원이 넘는 이란 자금이 있는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기자들에게 나포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란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란이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수출대금을 백신 구입 비용으로 내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핵개발에 매달리던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2012년부터 국제 달러 금융 거래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이란중앙은행 등 30개 금융기관을 퇴출시켰다. 이 때문에 백신 비용을 달러로 지불할 수가 없다. 이란의 요청을 받은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통해 특별 승인을 받은 뒤 이란 백신 구입 비용을 코백스 퍼실리티에 지급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가 승인 사실을 이란 측에 전했음에도 이란 정부는 송금 과정에서 달러화로 바꿔 미국 은행으로 자금이 들어가면 미국 정부의 동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차관 이란 방문 때 무리한 요구해올 수도 특히 한국 선박이 나포된 4일은 한-이란 간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하기로 한 10일을 불과 엿새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혁명수비대가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납치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정부 일각에서는 혁명수비대가 이란 주요 이권을 장악한 강경파로 한국이 원유 대금과 맞바꿔 이란에 제공하는 물품 액수가 너무 적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이란이 코로나19 백신 구입 비용으로 활용하기로 한 액수는 1680만 도스(회) 접종 분량에 해당하는 2억4400만 달러(약 2650억 원)로 추정된다. 이란이 강경파를 내세워 이 기회에 이란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이란과도 잘 지낼 수밖에 없는 한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지난해 동결 대금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제공해 왔다고 밝히면서 “이란 강경 보수파에서 한국이 동결 자금 규모에 비해 (이란에 제공하는 액수가) 아직도 조금이고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최 차관의 이란 방문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선박 나포 문제와 동결 자금 문제를 같이 풀어보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란 정부가 백신 구입 비용보다 더 많은 동결 자금을 이란에 제공해야 한다고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도 있다. 이란 외교부 측은 “선박 억류와 원유 대금을 연계해 협상하자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하지만 이란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에스하그 자항기리 이란 제1부통령과 호세인 탄하이 한-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은 2일 만나 최 차관의 이란 방문과 관련해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원자재, 의약품,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물품들을 우리의 돈과 맞바꿀 우선 교환 품목으로 제시하고 이에 한국이 얼마나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지켜보자고 논의했다”고 보도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김형민 기자}
한국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 케미호’를 나포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위해 국내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로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약 7조6000억 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미-이란 갈등 속에 불거진 이번 나포 사건이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비용을 한국에 원화로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으로 납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재무부의 특별승인을 받아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으나 이란 측에서 송금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서 이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 측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지원해왔으나 이란 강경파는 수출대금 규모에 비해 한국의 지원이 적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 회견에서 “인질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 70억~90억 달러(7조5600억~9조7200억 원)가 동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인 5명 등 억류된 선박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0일 이란을 방문해 백신 비용 지불 문제를 협의하는 동시에 조만간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해 나포된 선박과 선원의 석방을 요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데 대해 “국가안보실이 유관 부처와 대응책을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최지선·박효목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이 우리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나.” 중국 측 인사가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중국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미국이 중국을 괴롭히는 한 중국도 대북 제재 구멍을 없애는 데 협력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사 주최로 열린 한중 언론교류 화상포럼에 토론자로 참가했더니 중국 외교관을 양성하는 외교학원의 쑤하오(蘇浩) 교수도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희망하지만 현재 미중 갈등이 너무 뚜렷하다. 미중 간에 (관련)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이 당장 북핵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핵은 북-미 간 협상 문제이니 미국과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외교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북핵 동결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니 협상을 재개할 수 있지 않느냐고도 할 수 있다.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때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톱다운 방식의 정상 간 담판으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했다. 자기 과시를 좋아했던 트럼프 스타일 때문이긴 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북핵 실무 협상자들은 실제로는 톱다운보다 보텀업을 원했다. 문제는 한미가 실무협상을 통해 제대로 된 합의안을 올려 정상 담판을 하자고 해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까지 날아가도 북한은 실무협상을 거부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는 회담 일주일 전에야 실무협상이 시작됐지만 북한 협상대표 김혁철은 “결정은 김정은 동지가 한다. 나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달 방한 때 얘기한 것처럼 북한에는 실무협상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북한을 바이든 행정부가 선호하는 보텀업 실무협상으로 끌어내려면 우선은 대북 제재를 강화해 북한을 죌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북 제재는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 인사의 저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만큼은 미중 갈등과 상관없이 협력하자고 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중국 입장에선 미중 관계가 북핵 문제보다 상위 개념이다. 중국은 대북 제재로 어려운 북한에 문을 열어주고 북한은 더더욱 중국에 밀착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톱다운이든 보텀업이든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내기 쉽지 않다. 다음 주면 김정은이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8차 당 대회가 열린다. 정부 내 많은 인사들이 당 대회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협상 기회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중국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3년간 한미 실무협상팀의 힘든 노력에도 결국 성공하지 못한 비핵화 협상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21일 북핵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에 노규덕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 임명됐다. 미-중-일-러 북핵 대표들과 전화통화 협의로 바쁜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연정 라인이 외교안보에서 이렇게 센 적은 없었다.” “이 정도면 ‘연정 마피아’다. 좀 심한 것 아니냐.” 23일 차관급 인사에서 외교부 2차관에 최종문 전 주프랑스 한국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에 윤형중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이 임명되자 정부 안팎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두 명은 모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특히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최종건 1차관까지 모두 이 대학 같은 과 출신이어서 외교부 지도부가 이른바 ‘연정 라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특정 대학, 학과 출신이 외교부 장차관과 국정원 2인자인 1차장까지 휩쓴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밖에 차관급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과 김기정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도 연정 라인이다. 연정 라인의 이례적인 득세 배경에는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종건 차관, 김준형 원장, 김기정 원장도 문 특보와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2017년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연정 라인이 외교안보에서 이렇게 센 적은 없었다.” “이 정도면 ‘연정 마피아’다. 좀 심한 것 아니냐.” 23일 차관급 인사에서 외교부 2차관에 최종문 전 주프랑스 한국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에 윤형중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이 임명되자 정부 안팎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두 명은 모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특히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최종건 1차관까지 모두 이 대학 같은과 출신이어서 외교부 지도부가 이른바 ‘연정 라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특정 대학, 학과 출신이 외교부 장·차관과 국정원 2인자인 1차장까지 휩쓴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밖에 차관급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과 김기정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도 연정 라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이기도 한 김기정 원장은 2017년 현 정부 출범 직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가 각종 논란으로 사퇴한 적도 있으나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자리에 올랐다. 연정라인의 이례적인 득세 배경에는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종건 차관, 김준형 원장, 김기정 원장도 문 특보와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2017년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유엔과 미국에 이어 영국, 일본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 법안의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이기도 한 이낙연 대표까지 나서 국제사회의 지적을 반박하고 있어 자칫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이 법안을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1일 ‘자유의 원칙을 일관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국회에서 여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것을 배경으로 여론이 갈리는 법안 통과를 강행하고 있다”며 “그 법에는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영국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 의장 자격으로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 물리기 법(gag law)’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개정에 대해 일각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엔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한 오해와 왜곡이 있다”며 “미국 의회 일각에서 개정법의 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유엔과 미국 의회, 행정부에 이어 영국 의회, 일본 언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며 그야말로 ‘글로벌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상대국에 대한 진지한 설득보단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권 같은 민주주의 가치에 민감한 미국 등 서구의 우려를 외면한 채 대북전단금지법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처럼 진영 논리를 앞세워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여권 대선주자까지 “잘못된 왜곡”이라며 방어 총력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 “그 주장엔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한 오해와 왜곡이 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 개정법의 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접경지역 주민대표 간담회에 참석해서는 “표현의 자유 가치가 중요하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고 이는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공통의 원칙”이라며 “국민 다수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미국 정치권 일각의 문제 제기는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접경지역 안전 상황,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미국 등의 비판을 겨냥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저급한 비난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일부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미 의회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의 대북전단금지법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날 민주당 허영 대변인이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반발한 데 이어 집권여당 지도부와 정부가 일제히 직접 국제사회의 비판이 왜곡됐다고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 등에 악영향 줄 수도”하지만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일각의 왜곡”이라는 정부여당의 반박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미국, 유엔에서 제기됐다면 이젠 일본 영국 등 자유진영 주요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최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정치의 양태는 국가 상황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현안을 놓고는 국제사회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은 독선적 수법을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 의장 자격으로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 재고를 촉구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 물리기 법(gag law)’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문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면 한반도에는 더 이상 북한의 인권과 존엄성을 알릴 수단이 없게 된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예상보다 가열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미국 영국 등 자유진영을 주도하는 국제사회 간 엇박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인권 문제에 강경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예고했고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국인 영국은 민주주의 10개국 협의체(D10)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 제한과 북한 인권에 대한 현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내정간섭 논리로 맞서는 건 독재국가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야 할 한국 정부가 뒤로 빠져 있다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박민우·조유라 기자}
정부가 북핵 외교를 실무 총괄하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노규덕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57·사진)을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노 신임 본부장은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대변인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내며 현 정부에서 북핵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 업무에 관여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국 정부를 대표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과 북핵 협상 등 대북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등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전임 이도훈 본부장은 2017년 9월 임명된 뒤 3년 3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그동안 2018년 싱가포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실무 협상에 관여했다.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외교안보 라인이 전면교체되는 만큼 한미 간 대북 정책을 조율할 한반도본부장을 새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유엔과 미국 의회, 행정부에 이어 영국 의회, 일본 언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며 그야말로 ‘글로벌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상대국에 대한 진지한 설득보단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권 같은 민주주의 가치에 민감한 미국 등 서구의 우려를 외면한 채 대북전단금지법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처럼 진영 논리를 앞세워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여권 대선주자까지 “잘못된 왜곡”이라며 방어 총력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 “그 주장엔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한 오해와 왜곡이 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 개정법의 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접경지역 주민대표 간담회에 참석해서는 “표현의 자유 가치가 중요하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고 이는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공통의 원칙”이라며 “국민 다수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미국 정치권 일각의 문제 제기는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접경 지역 안전 상황,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미국 등의 비판을 겨냥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저급한 비난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일부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미 의회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의 대북전단금지법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날 민주당 허영 대변인이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반발한 데 이어 집권여당 지도부와 정부가 일제히 직접 국제사회의 비판이 왜곡됐다고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 등에 악영향 줄 수도”하지만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일각의 왜곡”이라는 정부여당의 반박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미국, 유엔에서 제기됐다면 이젠 일본 영국 등 자유진영 주요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최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정치의 양태는 국가 상황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현안을 놓고는 국제사회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 의장 자격으로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 재고를 촉구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물리기 법(gag law)’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문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면 한반도에는 더 이상 북한의 인권과 존엄성을 알릴 수단이 없게 된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예상보다 가열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미국 영국 등 자유진영을 주도하는 국제사회 간 엇박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인권 문제에 강경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예고했고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국인 영국은 민주주의 10개국 협의체(D10)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 제한과 북한 인권에 대한 현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내정간섭 논리로 맞서는 건 독재국가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정치외교학 교수는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야 할 한국 정부가 뒤로 빠져 있다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유엔과 미국에 이어 영국 일본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 법안의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이기도 한 이낙연 대표까지 나서 국제사회의 지적을 반박하고 있어 자칫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이 법안을 재가할 전망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1일 ‘자유의 원칙을 일관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국회에서 여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것을 배경으로 여론이 갈리는 법안 통과를 강행하고 있다”며 “그 법에는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영국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 의장 자격으로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물리기 법(gag law)’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개정에 대해 일각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엔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한 오해와 왜곡이 있다”며 “미국 의회 일각에서 개정법의 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최근 상황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두 (이 법안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자유주의적인 가치는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청와대가 공을 들여온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서울 개최가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상회의를 계기 삼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로 꽉 막힌 한일관계를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 보려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기 어렵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강경한 입장을 청와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소식통들은 17일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는 어렵다”며 “청와대가 이를 언제 공식화하느냐가 남은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일본에서 정상회의 연내 개최가 보류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우리 정부 내부에서도 연내 개최 무산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소식통들은 “화상회의로 전환해 성사시킬 가능성도 낮다”고 전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일관계 해법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여당 인사들이 잇달아 일본을 방문한 뒤 “한중일 정상회의가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일본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 절차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과 회담할 생각이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스가 내각은 우리 정부에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고, 현금화를 도쿄 올림픽 이후로 유예해 일단 갈등을 봉합하자는 한국 측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회담의 연내 성사가 애초 어려웠는데도 청와대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올해 안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에 매달려 기대감만 높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제징용 건을 두고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는 (도쿄 올림픽까지 현금화 유예 등) 형식 측면에서 접근했다”며 “일본이 (정상회담을 거부해) 우리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스가 내각은 바이든 측의 동맹과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 전선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스가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전에 중국과 만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데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도 중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방한이 어렵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윤완준 zeitung@donga.com·한기재·최지선 기자}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기지 4곳 반환에 합의한 데 이어 1년 만에 추가로 12곳을 돌려받기로 하면서 18년째 제자리걸음이던 미군기지 반환 문제가 급진전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번에 반환된 서울 기지 일부를 부동산 공급난 해결을 위한 공공주택 건설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환경오염 정화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개발은 최소 2~3년 뒤에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기지 이전 합의 16년 만에 용산기지 첫 반환한미는 주한 미군기지 반환 이전 문제를 공식화한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80곳에 대한 반환을 진행해왔지만 26곳에 대해서는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지연돼 왔다. 그러다가 방위비 분담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가 갈등하던 지난해 8월 청와대가 조기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뒤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이번에 반환된 미군기지 12곳의 총 면적은 약 146만5000㎡로 여의도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2004년 한미가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합의한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용산기지 일부를 처음 반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부가 미군기지 반환의 상징으로 보고 공을 들여온 용산기지 전체 반환과 국가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도 과거 용산기지 일부였지만 2004년 이전에 조성됐다. 용산기지 반환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직결되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이전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용산에 있는 연합사를 2021년 말까지 캠프 험프리스(평택 기지)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과 협의 중이다. ● 환경오염 정화 비용 정부가 떠안을 수도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용산구 캠프 킴(4만8000㎡) 부지에는 수도권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한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극동공병단 부지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전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8·4공급대책에서 캠프 킴 부지에 3100채 규모의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오염정화 시간을 고려하면 개발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주택공급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군의 한 관계자는 “세부조사와 환경정화 작업을 감안하면실제 착공까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캠프 킴 부지에 공급이 이뤄져도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중심이라 시장에 큰 효과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오염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반환이라는 상징성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군기지 4곳을 반환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에도 환경오염 정화비용은 한국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반환 뒤 미군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도록 협상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국내법을 내세워 오염치유 비용부담 거부를 고수하고 있어 결국 우리 정부가 정화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해까지 정화 비용 2200억 원을 우리 정부가 부담했다. 일각에선 앞으로 반환될 기지들의 정화비용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유감스럽게도 북한의 (내) 협상 상대들은 많은 (합의) 기회를 날려버렸다(squandered). 그들은 협상의 장애물을 찾는 데 너무 자주 몰두했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우리가 2년여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에 실망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교체를 앞두고 마지막 대북 메시지에서 북한의 협상 태도에 대해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비핵화 대가로 미국이 한국과 함께 북한에 제공하려 했던 관계 정상화와 안전보장,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 지원 방안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화학·생물학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편입될 것이라고 했다”며 “이를 위해 종전선언 협상, 군사적 신뢰 구축, 군사훈련 참관, 군사 교류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 연락사무소를 워싱턴과 평양에 설치하는 방법들까지 있었다”고 했다. 또 “한국과 협력해 (북한에 대한) 투자 유치, 인프라 발전, 식량안보 증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한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 교류와 무역도 제공하려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미 협상은 북한이 북핵 폐기 목표와 이를 위한 시간표(로드맵)에 합의하는 것에 거부해 결렬됐다는 것이 비건 부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비핵화) 행동을 위해 로드맵을 짜는 것과 로드맵의 궁극적 목표에 동의해야 한다고 북한에 말했다”고 전했다. 비건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톱다운 방식의 담판에 한계가 있었음도 시인했다. 그는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문제점은 안타깝게도 (북한의) 협상팀이 비핵화를 논의할 권한과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회담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그 전에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진전 방안을 실무진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이것이 2년 반의 교훈이다. 북한이 이를 배우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고문으로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가 “살아 있었다면 12일 26번째 생일을 맞았을 것”이라며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 등 북한 인권 문제를 길게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2년여 좌절과 실망, 잃어버린 기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공유했던 한반도에 대한 비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새 팀(바이든 행정부)과 내 모든 경험 및 힘들게 얻은 지혜를 완전히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비건 부장관은 “한미는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주권 국가들이 강압을 받지 않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며 한미동맹이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성격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다. 그는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의 닻(anchors)”이라며 “한미동맹은 팍스 인도·퍼시피카(Pax Indo-Pacifica)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70년의 전략적 근거에 기초한 동맹이 향후 70년에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모두 동의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갈등,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와 조건에 관한 논쟁은 동맹의 미래지향적 목표에 대해 우리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 무능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도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한기재 기자}
“외부에 지나치게 노출됐던 것 아닌가.” 정치인 출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박 원장은 지난달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러 총리 관저로 들어가며 보란 듯 자신을 드러냈다. 들어갈 때는 물론 나올 때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박 원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로 꽉 막힌 한일 관계에 이런저런 해법을 제안했다. 기회가 왔을 때 꼬인 관계를 풀어 보려는 일을 외교부 장관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한 박 원장의 행보는 국정원장보다 정치인 박지원에 가까웠다. 민감한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 특성 때문에 되도록 노출을 자제해야 할 그가 스스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도 큰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간 것은 그가 정치인 시절부터 보여 온 스타일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내에 정보 수장의 지나친 노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게 아니다. “일이 잘되면 큰 문제 없을지 모르지만 과도한 노출 행보에 행여 일이 틀어지고 잘못되면 비판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가에서는 지방선거 등 그가 국정원장 다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원장으로만 끝내지 않을 것 같지만 다음을 위해 활용할 자리로는 국정원장이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다. 역시 정치인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도 관가에서 장관 다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내년 상반기까지만 할 것 같다” “다음 장관에게 상황을 잘 넘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말들이다. 이 장관은 꾸준히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에 대화 의지가 있다는 일관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지만 일각에선 당장 성과가 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명한 말들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제재 해제로 돌파구를 찾기 원하는 북한은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는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은 지금 남북 대화보다 북-미 협상에 훨씬 관심이 많다. 미국이 먼저 대북 제재 강화로 쥐어짜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경제난 탈피가 급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면 북핵 해결의 실질적 진전은커녕 대화 기회조차 매우 오랜 시간 다시 잡기 어려울지 모른다. 따라서 북한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협상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도록 하는 것이 박 원장과 이 장관이 지금 해야 할 실질적인 일이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듯이 국정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 라인은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밑 라인을 가동해 바이든에게 축전을 보내라고 김 위원장에게 권해 보는 건 어떤가.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 도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는 있을 것이다. 박 원장과 이 장관이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하니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방한 중인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완전히 통제돼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한 한국 정부가 추진해왔던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시사한 것. 왕 부장은 이날 외교부 청사 2층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시 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조건이 성숙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동아일보와 일문일답. ―시 주석 방한에 모두 주목한다. 한국 측과 시진핑 방한 일정 시기를 논의했나, 특히 올해 안에 올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현재 외교적으로 소통, 논의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초청해준 것에 감사하다. 이는 한국이 중한(한중)관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중한 우호 강화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바람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 중요한 것은 방문 조건을 계속 만드는 것이다. 일단 조건이 성숙되자마자 방문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다.” ―방금 말한 조건, 성숙돼야 할 조건이 무엇인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취재진을 가리키며) 지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잖아.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럼 코로나19가 끝난 뒤에애 방한이 가능한가? “꼭 코로나가 끝난 뒤라고 볼 수는 없다. 주요한 것은 완전히 (코로나를) 통제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완전히 통제된 뒤에야 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무엇이 완전히 통제된 것인지는 (한중) 양측이 협의할 수 있다. 우리(중국) 역시 빨리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서로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우린 이웃국가다.” ―많은 한국 전문가들은 왕 부장의 방한을 미중 경쟁의 시각에서 본다. 중요한 시기에 한국 온 것이 한국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미국 편 서지 말라고….답 : (웃으며 질문을 끊고)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190여 국가 있다. 모두 독립 자주의 국가다.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한중은 이웃국가다. 서로 오가야 한다. 친척처럼 자주 오가야 좋은 것이다.” ―한국 정부와 여권인사들에게 미국 편에 서서 중국 압박하는 데 동참해 중한관계 영향 미치지 말라고 얘기하려는 것인가? “(웃으며) 당신 생각에 외교가 그렇게 간단한가. 외교를 학자들처럼 하면 외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학자들이 각종 추정은 할 수 있다. 상관없다.” ― 당신의 방한은 미중관계, 미중경쟁과 관련 있나? “계속 이(미중 관련) 질문을 하는군. 우선 중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별히 코로나 대응 협력, 경제무역 협력, 지역 안정 수호, 한반도 문제 평화 해결을 포함서. 그리고 우리(한중)는 다자주의를 함께 견지해야 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해야 하고, 빨리 중한 자유무역구 제2단계 협상 가속화해야 한다. 우리(한중)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그리고 우리는 중한 이외에 지역과 국제문제 정세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그리고 중동 모두 고려해야 한다. 모두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기왕 우리가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이니 전방위로 조율하고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 더 하겠다. “좋다. 또 미국 관련인가?” ―아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어떤 논의했나? 구체적 내용 소개해달라. “솔직히 지금 시간이 부족해서 (강 장관과 오전 회담에서) 얘기를 못했다. (이어질) 업무오찬에서 한반도 문제 얘기할 것이다. 협의한 뒤에 다시 물어봐달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27일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초 이후 약 1년 만이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 간 회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과 양국 고위급 교류,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중 당국은 왕 부장이 26일 오후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의지를 우리 정부에 거듭 밝히면서도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언제를 코로나19의 안정으로 볼지는 중국의 정치적 판단에 달렸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협력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이 중국 압박에 동참하면 안 된다”며 이를 시 주석 방한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바이든 시대의 중국 압박에 대비해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데 무게를 둔 행보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24, 25일 일본을 찾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및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과 회담할 전망이라고 NHK가 보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우리 정부와 중앙아시아 5개국 정부가 19일 처음으로 고위관리 회의를 열었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한국 측 김건 외교부 차관보이 참석했으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외교차관들과 함께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신북방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 25일 개최 예정인 제13차 한-중앙아 협력 포럼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중앙아 협력 포럼은 2007년부터 경제 문화 교육 분야 등의 포괄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우리 정부 주도로 창설된 정례 다자협의체다. 김 차관보는 “우리 정부가 올해를 신북방협력의 해로 선포하고 중앙아시아 5개국과 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25일 서울에서 외교장관급으로 격상해 개최되는 한-중앙아 협력 포럼을 통해 공공보건, 원격교육, 표준화, 환경 등 공통 관심사안에 대한 민-관 차원의 유익한 협의가 이뤄지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위관리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 대면-비대면 교류협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 3개국 순방 등 이후 정치 경제 보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협력 채널이 활성화돼 신북방정책을 통한 호혜적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국제수로기구(IHO)가 동해의 공식 명칭을 일본해로만 표기해 왔던 IHO 공식 해도집을 개정하면서 앞으로 일본해(Japan Sea) 대신 숫자로만 동해를 표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이 바다 이름을 표기할 때 이 해도집을 공식 표준으로 삼는 만큼 일본해만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일본 주장의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1997년부터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벌여 온 동해 표기 외교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티아스 요나스 IHO 사무총장은 16, 17일 90여 IHO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화상으로 열린 IHO 2차 총회에서 각종 해도 제작의 지침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의 개정판인 S-130을 발간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이 개정판은 동해 등 바다 이름을 지명 대신 고유 식별번호(universal numerical identifier)로만 표기하자는 것이다. 남북과 일본 미국 영국은 지난해 4월 구성된 당사국 간 비공식 협의체에서 동해를 식별번호로만 표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책자 형태였던 해도집의 디지털화를 추진해온 IHO 측이 한국과 일본에 동해 표기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고 동해 병기를 주장한 한국과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한 일본이 한 발씩 물러섰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 기자}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이고 이는 동맹국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수년간 우리가 다뤄야 하는 우선적인 문제(top issue)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정부 당국자는 12일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과 만나 “한국 일본의 친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면서 인권과 종교자유 탄압, 국제규범 침해, 주변국에 대한 공세 등 중국의 ‘나쁜 행동들(bad behaviors)’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우리(미국)가 한국이 중국을 봉쇄하거나 관계 단절을 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한국에 기대하는 건 한국이 한중관계를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하고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검토해 악의적 행동들을 적절한 시기에 충실히 지적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한국의 민주화를 지지했다. 한국은 이에 대한 수혜자로서 스스로 중국의 나쁜 행동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한국 일부에서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안미경중)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는 거짓되고 잘못된 이분법”이라며 “미국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역할은 중국이 할 수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면 안 된다. 안보 과학기술 등에서 한미가 갖고 있는 광범위한 관계는 한중관계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해결을 위해 한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한국이 중국에 잘해준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 행동한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하기 위해 최종 서명한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을 무역 질서의 운전석에 앉힐 수 없음을 시사해 온 만큼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 호주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다시 참여하면서 한국에 CPTPP 동참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대선이 끝나자마자 세계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문 대통령이 참여하는 15일 RCEP 화상 정상회의에서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라며 “교역과 투자 활성화, 수출시장 다변화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과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RCEP가 세계 인구의 30%인 23억 명 규모의 거대 시장을 대상으로 교역, 투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미 외교협회(CFR)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우리(미국)가 탈퇴하면서 세계를 위한 무역 규칙을 중국이 쓰는 일이 일어났다. 이는 우리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아시아와 유럽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21세기 무역 규칙을 세우고 중국의 무역과 기술 남용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데 참여하도록 결집시키는 것이 앞으로 나의 주안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TPP를 추진하자 중국은 이 포위망을 뚫기 위해 2012년부터 RCEP 구축에 나서며 지속적으로 한국 참여를 종용해 왔다.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이었다. TPP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자 잠시 주춤했지만 그 후 일본 호주가 주축이 돼 CPTPP로 이름을 바꿔 2018년 발효됐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CP)TPP 등에 재가입하면서 우리에게도 유사한 (가입 요구)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예전부터 이런 문제를 검토해 왔고 (CPTPP) 가입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 회원국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 12일경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종적인 정부 입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윤완준 zeitung@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