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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월 24일 침공 후 줄곧 ‘특별 군사작전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던 그가 지지부진한 전쟁 상황을 뒤집기 위해 공개적으로 계엄령 선포 같은 총력전을 선언할 것이란 의미다. 특히 지난달 25일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후 맹공격을 퍼붓고 있음에도 돈바스에서조차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는 상황이 전면전 선언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푸틴, 9일 전면전 선언 가능성”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이 이르면 5월 9일 전면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가 군사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몇 주 안에 국가총동원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내 나치주의자와의 전쟁을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언하며 전 세계 나치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도 내다봤다. 월리스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 후 거의 모든 목표에서 실패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총동원령 및 계엄령 등을 선포하면 예비군 소집은 물론 의무 징집 기간이 지난 병사에 대해서도 군복무를 연장시킬 수 있다. 러시아 내 반전 여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 또한 가능해진다. 푸틴의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 등 강경파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장악 실패에 따른 러시아군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전면전 불사’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러시아군은 지난달 30일 리만, 시예비예로도네츠크, 포파스나 등 돈바스 내 3개 지역을 비롯해 389개 지점을 포격했지만 함락에 실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00대 이상의 러시아군 전투차량을 격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남부 멜리토폴 박물관에서 고대 스키타이의 황금장신구 등 각종 유물을 의도적으로 약탈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 또한 중대한 전쟁범죄로 꼽힌다. 러시아군과의 최후 항전이 벌어지고 있는 남동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기저귀가 부족한 어린이들이 비닐백을 차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러, 나토 가입 추진 스웨덴 영공 침범 서방 대 러시아의 확전 우려도 커졌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중립국 스웨덴에서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군용기가 무단 침입해 안보 불안 및 나토 가입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페테르 훌트크비스트 국방장관은 “영공 침입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의도적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과 핀란드가 빠르면 이달 내 동시에 나토에 가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CNN은 전했다. 슬로바키아 또한 지난달 29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군 전투기의 자국 내 영공 순찰을 허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330억 달러(약 41조5000억 원)의 추가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속도를 높였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제 미사일 격파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재블린 미사일’ 약 7000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군수물자 고갈이 일어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의장 또한 지난달 30일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미 최고위 인사다. 펠로시 의장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감사를 표하고자 왔다. 우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과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양측 간 충돌이 일어나면 핵전쟁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국영 ‘페르비카날’ TV 또한 러시아가 핵미사일을 발사한 후 200초 안에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서구 주요 도시가 타격받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톨레랑스(tolerance·관용)’의 나라 프랑스에 ‘극우’가 왜 이렇게 득세하게 됐나?’ 지난달 24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58.5%를 득표해 41.5%를 얻은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에 승리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은 마크롱의 재선보다, 오히려 극우 대선 후보가 프랑스 사상 최초로 지지율 40%를 돌파한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기자 또한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는 시민혁명을 이룬 프랑스, 2차 세계대전 나치 점령으로 인종차별, 배타주의를 혐오했던 프랑스인들이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을 내건 극우 후보를 절반 가까이 선호한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 궁금했다. 르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파리 13구부터 찾아갔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질문을 해도 정치적 성향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반면 청년들은 거침없이 “르펜이나 마크롱 둘 다 싫다”며 “생활이 힘들다 보니 민생 공약이 많은 르펜이 나아 보였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8.3%나 떨어졌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해에는 2만7285개 기업이 파산했고, 빈곤층이 100만여 명 증가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5.4%로 유로화를 도입한 2002년 이후 최고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외교에 몰두한 마크롱과 달리 르펜이 팍팍해진 민생을 공략하고 나선 배경이다. 그는 파스타, 휴지 등 생필품 가격 인하를 비롯해 휘발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저소득층·30대 이하 세금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선투표를 분석해보니 노동자, 구직자, 월 순소득 1250유로(약 167만 원) 미만 가구에서는 르펜이 56∼65%의 득표를 얻어 마크롱을 제쳤다. 이민 2, 3세대 중 상당수도 오히려 르펜을 지지했을 정도. 프랑스 전체 빈곤율이 8∼10% 초반인 반면 이민자 빈곤율은 20%를 넘는 탓이다. 이민자 실업률도 13∼17%로, 전체 평균(7% 내외)의 2배나 된다. 물론 르펜이 이민자에 대한 적대심리를 악용해 확고한 지지층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르펜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마크롱 또한 임기 중 무슬림 활동에 대한 정부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아프리카 국가 비자 발급을 대폭 축소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르펜에게 “당신의 이민 정책은 너무 약하다”고 핀잔을 줬을 정도다. “르펜의 친서민 공약은 극우를 감추기 위한 사탕발림”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득표율은 분명 그의 민생 정책에서 비롯됐다. 현지 언론들도 “반이민 공약이 더 이상 르펜 지지자들의 최고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르펜의 말이 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올 6월 총선에선 극우정당이 더 약진하고, 차기 대선 혹은 차차기 대선에서 극우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극우, 반이민 여부보다는 팍팍해진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 양극화를 줄이는 효율적인 민생 정책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대통령에 가까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하고 이념에 몰두하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프랑스인의 관용이 사라지고 있다. 비단 프랑스뿐만이 아닐 것이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제3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여하면 번개처럼 빠르게 보복하겠다”며 확전을 위협했다. 러시아가 이날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근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분열 또한 깊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나라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이 에너지를 무기 삼아 유럽을 ‘분할 통치(divide and rule)’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라고 평했다. 이 여파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마르지 않아 현 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러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분열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 연설에서 “외부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개입하면 번개같이 빠르게 대응하겠다. 우리는 보복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사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면 다른 유럽국에도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분열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 오스트리아 석유회사 OMV 등 최소 14개 이상의 유럽 기업이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로 이미 지급했거나 러시아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은 “가스의 85%, 석유의 6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 공급원을 찾지 못했다”며 루블 결제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가장 앞장섰던 영국 또한 분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영국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2억7600만 달러(약 3450억 원)에 달하는 원유 190만 배럴을 수입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러시아가 침공 후에도 EU에 620억 유로(약 83조 원)어치의 에너지를 판매했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러시아 정부의 수입 또한 늘었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값 급등에 EU 경제 타격27일 EU 내 천연가스 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107.43유로로 전일 대비 4.1% 올랐다. 장중 한때 24% 급등했다. 미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도 이날 장중 한때 1.0515달러를 기록해 2017년 5월 이후 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포함해 주요국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워낙 높은 탓에 공급 중단 우려가 커지면 EU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연방은행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정부는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2%로 낮췄다. 미국과 서방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에너지부는 27일 엑손모빌 등 자국 에너지기업에 하루 250만 가구의 난방이 가능한 5억 세제곱피트(약 1415만 m³)의 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허용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 미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추가 예산을 요청하고 다음 달 3일 앨라배마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을 찾는다. 러시아 미사일 격퇴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재블린’ 미사일의 제조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또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체 에너지를 수급했다. EU 회원국 사이에 분열의 씨를 뿌리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다시 실패했다”며 회원국에 루블화로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권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가 27일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상대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과 대러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로 보복을 본격화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주요국에 대한 첫 에너지 차단”이라며 “다른 유럽국들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날 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17% 급등해 108.45유로(약 14만5200원)에 거래됐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4월부터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일부를 유럽연합(EU)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LNG 수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과 EU 등의 협조 요청이 이어지며 일부 물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폴란드 천연가스 업체 PGNiG에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폴란드가 올해 가스프롬과 계약한 천연가스 물량은 약 10억 m³. 폴란드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50%에 달한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불가리아 국영 가스업체 불가르가스도 이날 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측은 가스 대금을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기를 거부하자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때 달러나 유로 대신 루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며 이달 22일을 첫 시행일로 못 박았다. 폴란드를 비롯한 EU는 계약대로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독일 dpa통신은 “가스 대금을 정확히 냈음에도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것은 사실상 보복 조치”라고 평가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현재 가스 저장고의 76%가 차 있다”며 “러시아의 협박에 맞서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은 35%였지만 현재는 12%”라며 “러시아산 원유로부터 수일 내 자립이 가능해 수입 금지 조치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EU도 2027년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천연가스의 경우 40%가 넘고, 원유는 20%가량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5일(현지 시간) “핵전쟁을 비롯한 제3차 세계대전 위험이 심각하고 실재한다. 이는 서방 탓”이라고 말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대규모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바로 다음 날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직접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세력이 많아 안타깝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나토는 사실상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런 무기는 러시아군에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립 노선을 유지하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르면 다음 달 나토 가입을 신청한다고 핀란드 일간 일탈레티가 이날 보도했다. 러 “美-나토가 전쟁참여” 규정… 확전 우려 美 “주내 무기지원 패키지 나올것” 러 “지원무기 수송행렬 공격 타깃”日 겨냥 “美와 훈련 확대땐 보복” 러시아가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대리인(우크라이나)을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늘리자 “3차 세계대전” “핵전쟁” 등을 위협하며 사실상 미·나토-러시아 간 직접 전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한 셈이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유럽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다음 달 동시 나토 가입 신청이 현실화되면서 러시아가 전선을 넓히거나 발트해에 대한 핵위협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5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것을 사실상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규정했다. 지원 무기 수송 행렬이 러시아군 공격 타깃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키이우로 향하는 기차에 탄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성공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26일 독일에서 나토를 중심으로 40여 개국이 참가한 우크라이나 방위 자문 그룹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전날 “러시아군 약화가 미국 목표”라고 밝힌 데 대해 “푸틴의 야심을 물리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와 일치한다”며 “이번 주 후반 장기적인 (무기 지원) 패키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 간 더 직접적인 분쟁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으로 발트해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핀란드는 28일부터 이틀간 나토군과 해상훈련을 벌인다고 이날 발표했다.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했다. NYT는 러시아가 흑해 등지에서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등을 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동유럽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25, 26일 국가보안부 건물과 방송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잇는 육상 교두보 확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몰도바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가짜 깃발’ 공작”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26일 일본에도 미일 해군 연합훈련을 확대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가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대리인(우크라이나)을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늘리자 “3차 세계대전” “핵전쟁” 등을 위협하며 사실상 미·나토-러시아 간 직접 전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한 셈이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유럽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다음달 동시 나토 가입 신청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반발한 러시아가 전선을 넓히거나 발트해에 대한 핵위협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현지 시간)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것을 사실상 러시아와 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규정했다. 지원 무기 수송 행렬이 러시아군의 공격 타깃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키이우로 향하는 기차에 탄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성공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장관이 키이우로 이동하는 동안 폴란드에 있는 미 기술작전센터는 이들 위치를 분 단위로 추적하는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26일 폴란드에서 나토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폴란드는 탱크 지원 계획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전날 “러시아군 약화가 미국 목표”라고 밝힌 데 대해 “푸틴의 야심을 물리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와 일치한다”며 “이번 주 후반 장기적인 (무기 지원) 패키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러시아 간 더 직접적인 분쟁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으로 발트해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흑해 등지에서 러시아가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동유럽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의 친(親)러시아 지역 트란스니트리아 한 건물에서 25일 폭발이 일어났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트란스니트리아를 잇는 육상 교두보 확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몰도바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가짜 깃발’ 공작”이라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현지 시간) “핵전쟁을 비롯한 제3차 세계대전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서방 탓”이라고 말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대규모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바로 다음날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직접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세력이 많아 안타깝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나토는 사실상 러시아와 전쟁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런 무기는 러시아군에게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립 노선을 유지하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르면 다음달 나토 가입을 신청한다고 핀란드 일간 일타레흐티가 이날 보도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상은 다음달 16일경 만나 가입 신청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를 나토로 밀어 넣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러 간 직접 충돌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4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미국 등 서방 주요국 또한 안도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부정적이고 줄곧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프랑스에도 고통을 안긴다”고 주장했던 친러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승리했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 균열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프랑스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자 세계적 난제를 해결할 핵심 협력국”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자”고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반겼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도 가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진정한 친구’인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한다. 우리가 공동 승리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CNN은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유럽 곳곳에서 친푸틴 성향의 극우 지도자의 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반러 연대에 상당한 위기를 안길 수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최근 각각 4연임, 연임에 성공했다. 연일 러시아 제재에 반기를 들고 있는 이들이 유럽의 단일대오 조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또한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4일 오후 9시 30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 이날 대선 결선투표에서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사진)이 승리 연설을 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극우를 막아냈다”며 환호했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58.5%를 득표해 41.5%를 얻은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58)를 제쳤다. 5년 전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에 올랐던 그는 이날 재선으로 2002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지도자라는 기록 또한 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를 막기 위해 표를 준 것을 잘 안다. 한쪽 진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5년 전 결선투표에서 32%포인트였던 둘의 격차가 이번 대선에서 17%포인트로 좁혀지고 “마크롱도 르펜도 싫다”는 기권표 또한 늘어나는 등 정치적 분열과 불신이 심화한 현실을 의식해 국민통합을 재선 첫 일성으로 내세운 것. 그의 재선으로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기존의 강경 대응 노선을 고수할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 또한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냈다. 마크롱 “내가 싫어도 극우 막으려 표 준것 알아” 통합이 최대 과제 마크롱 20년만에 연임유권자들 “마크롱-르펜 모두 싫어”… 최저 투표율속 기권율은 최고치마크롱 “화합위해 노력” 몸낮춰… 르펜은 40% 넘은 지지율에 “희망적”재선 마크롱, 6월 총선이 첫 시험대… 안정의석 미달땐 국정동력 잃어 “마크롱을 선호하진 않지만 극우 지도자의 집권을 막기 위해 현 대통령을 찍었습니다.” 24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을 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만난 회사원 뒤랑 씨는 이날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반이민, 반유럽연합(EU) 노선을 내건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집권하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시민 4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비롯해 리옹, 툴루즈, 스트라스부르 등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반(反)마크롱 집회 또한 열렸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대선이 마크롱이나 르펜 중 ‘최선(最善)’의 후보를 뽑기보다는 차악(次惡)을 뽑는 ‘비호감 선거’였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날 투표율과 기권율이 모두 1969년 이후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의 정치 불신 또한 상당했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당선을 “승리 없는 승리”라고 정의했다. ○ 유권자들 “마크롱도 르펜도 싫어”현지 언론은 ‘마크롱과 르펜 모두 싫다’는 유권자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투표율은 72%로 1969년(68.9%) 이후 가장 낮았다. 기권율 또한 28%로 역시 53년 만에 최고치였다. 유권자 중 약 3분의 1이 둘 중 누구도 택하지 않은 것이다. 르몽드는 높은 기권율이 전국에서 고르게 나타났으며 현 체제에 대한 거부, 양극화, 빈곤, 저개발 등이 이유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 또한 “프랑스가 많은 의심과 분열에 휩싸여 있어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날 르펜 후보는 41.5%를 얻어 프랑스 극우 대선후보 중 최초로 40%대 지지를 얻었다. 그는 5년 전 대선에서 처음으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보다 32.2%포인트 낮은 지지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17%포인트로 격차를 대폭 좁혔다. 2017년 전국 선거구 중 단 2곳에서 마크롱을 앞질렀던 르펜은 이날 결선에서는 전국 30개 지역에서 마크롱을 이겼다. 르펜은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득표율 자체로 눈부신 승리”라며 6월 총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르펜, 극우 최초 지지율 40% 돌파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의 첫 시험대는 6월 총선이다. 그가 속한 ‘전진하는공화국’은 현재도 하원 577석 중 267석만 보유해 다른 2개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두 달 후 총선에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임 초기부터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과반 실패 시 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해야 할 수도 있다. 10일 1차 투표에서 3위(21.9%)를 기록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대표는 벌써부터 “총리직을 원한다”고 밝혔다. 3월 5.1%를 기록해 1997년 이후 25년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정년을 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일간 레제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란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유류세 인상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진 ‘노란조끼’ 시위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4일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54)가 맞붙었다. 2017년에 이은 5년 만의 재대결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면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두 후보는 결선 하루 전인 23일 상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집중 부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대통령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고, 르펜 후보는 “부자를 위한 대통령 때문에 서민의 삶이 팍팍해졌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투표소 곳곳에서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뽑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 비호감들의 경쟁”이날 파리 15구 투표소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가브리엘 씨(42)는 “극우 대통령은 막아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파리 13구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쥘리앵 씨(30)는 “르펜이 좋아서 찍는 건 아니다. 경제가 안 좋으니 그나마 민생 공약이 많은 르펜이 나아 보였다”고 말했다. 13구는 10일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의 지지율이 파리에서 가장 높았다. 파리 13구에 사는 로라 씨(26)는 기자에게 “이번 대선은 비호감들의 경쟁”이라고 했다. BBC는 “두 후보가 자신의 강점보다 상대가 안 되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동층과 기권표가 결선 투표의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10일 1차 투표에서 유권자 4875만 명 중 투표를 포기한 인구는 1282만 명(26.3%)에 달했다.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득표율이 각각 27.8%, 23.1%였다.○ 부동층 표심이 승패 갈라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해 탈락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후보가 결선 투표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멜랑숑 후보는 1차 투표에서 21.9%의 득표율로 3위에 올라 르펜과 차이가 1.2%포인트에 불과했다. 멜랑숑은 탈락 직후 지지자들에게 “르펜을 뽑지 말라”면서 “마크롱 대통령 또한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LFI가 17일 당원 2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7%가 결선 투표에 대해 ‘투표장에 가되 무효표를 내겠다’고 답했다. 28%는 ‘기권하겠다’고 응답했다. 대선 과정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러시아를 오가며 외교 안보에 치중한 반면 르펜 후보는 부가가치세 인하, 30세 이하 소득세 폐지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세웠다. 1차 투표 직전인 8일 조사에서 20∼40대 유권자들의 르펜 지지율은 마크롱보다 6∼12%포인트 높았다. 결선 투표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5∼10%포인트 차이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22일 발표된 르몽드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결선 투표 예측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56.5%)이 르펜 후보(43.5%)보다 1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대통령이 66.1%의 지지를 얻어 거의 두 배 차로 르펜을 압도했던 2017년 결선 투표 때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르펜 후보에게 극우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르펜의 소속 정당인 국민연합이 러시아 군수업체로부터 1200만 유로(약 161억 원)의 선거자금을 대출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르펜 후보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르펜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이를 지지한 최초의 유럽 정치 지도자”라고 공격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완전히 함락했다고 주장한 21일(현지 시간) 당일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만후시에서 300여 개의 구덩이가 발견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리우폴 일대에서도 민간인을 집단 학살한 후 대규모로 매장했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집권 민주당의 모금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 차례나 ‘도살자(Butcher)’라고 비판했다. 미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사진에선 만후시 공동묘지 인근에서 집단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19일 사진과 이달 3일 사진을 비교하면 매장지가 대폭 늘었음이 확인된다. AP통신은 이 매장지의 직선 길이가 340m에 달한다고 전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 또한 CNN에 “만후시 공동묘지 인근 공터에 30m 길이의 구덩이들이 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시신을 실어와 이곳에 던졌다”고 했다. 그의 보좌관인 페트로 안드류시첸코 역시 “러시아군이 수천 구의 시신을 검은 가방에 수거한 후 트럭을 이용해 매장지로 실어 날랐다. 전쟁범죄를 은폐하려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마리우폴 시의회 또한 “러시아군이 만후시에서 최대 9000명을 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에서 42곳의 마을을 점령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때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돈바스 점령을 서두르고 마리우폴 함락 또한 선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마리우폴이 완전히 함락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하며 우크라이나에 13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폭 드론으로 유명한 ‘스위치 블레이드’를 개량한 ‘피닉스 고스트’ 드론 121대, 155mm 곡사포 72문, 포탄 14만 발 등이 포함됐다. 현재 우크라이나군 2500명, 민간인 1000명 등이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 일대의 민간인 학살 정황 또한 속속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프라우다에 따르면 키이우 경찰서장은 22일 “지금까지 수습한 민간인 시신 1084구 중 75%가 총상으로 숨졌으며 이 중 300구 이상은 신원 확인이 불가한 정도로 훼손됐다”며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한 21일(현지 시간) 당일 인근 만후시에서 300여개의 구덩이가 있는 대규모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보로단캬 등과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일대에서도 민간인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의혹이 굳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도살자(Butcher)’라고 비판했다. CNN 등에 따르면 표트르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시민 2만여 명이 러시아군에 숨졌다. 러시아군이 시신을 수거한 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트럭으로 옮긴 후 매장하거나 유기했다”고 밝혔다. 미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19㎞ 떨어진 만후시 공동묘지 근처에서 300여개의 구덩이가 확인됐다. 가로 180㎝, 세로 3m 로 러시아군이 만후시를 점령한 지난달 23~26일, 이달 6일 각각 촬영됐다. 마리우폴 시의회도 “러시아군이 만후시에서 최대 9000명을 묻었을 것”이라며 명백한 전쟁범죄 증거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에서 42곳의 마을을 점령했다.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에서 이번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돈바스 점령을 서두르고 마리우폴 함락 또한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마리우폴이 완전히 함락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 2500명, 민간인 1000명 등이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13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폭 드론으로 유명한 ‘스위치 블레이드’를 개량한 ‘피닉스 고스트’ 드론 121대, 155mm 곡사포 72기, 포탄 14만 발 등이 포함됐다. 그는 집권 민주당의 모금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을 두 차례나 “도살자”로 칭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보로댠카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 러시아를 규탄했다. 200t의 탄약 및 군수 물자도 전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또한 “우크라이나군에 대공 미사일 사용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120대의 장갑차도 보내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슬로베니아가 보유한 M-84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슬로베니아에 탱크와 장갑차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공세에 나선 러시아가 20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나 프랑스 전역을 한 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발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협하는 모든 적들을 다시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서방 11개국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러시아가 핵 위협 수위를 한층 고조시키는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차세대 ICBM RS-28 사르마트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15분 만에 5800km를 비행해 한반도 북동쪽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에 명중했다. 세계 최대인 이 ICBM은 메가톤(TNT 100만 t)급 핵탄두를 최대 16개 탑재할 수 있어 파괴력이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의 2000배에 이른다. 美 “우크라 무기지원 강화” 다음날… 푸틴 ‘악마 ICBM’ 핵위협 러, 신형 ICBM ‘사르마트’ 시험발사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선언한 러시아가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 미국 등 서방에 대한 핵 위협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서방이 ‘러시아를 패퇴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투기와 초음속 지대공미사일 등 최신 무기 지원에 나서자 하루 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ICBM 시험 발사 직후인 21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장악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성공적으로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는 요새인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하는 대신 “파리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말라”며 봉쇄령을 내렸다.○ 러, 초대형 ‘사탄’ ICBM 발사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오후 3시 12분 신형 ICBM RS-28 사르마트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2009년부터 개발해 온 이 미사일 시험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르마트는 전 세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미사일”이라며 “전략 핵 전력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탄(악마)-2’로 명명한 사르마트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핵미사일로 사거리가 1만8000km에 이른다. 북극은 물론이고 남극을 건너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여러 목표를 한 번에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재진입체(MIRV)나 적 요격미사일을 피해 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등 16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독특한 무기는 광란의 공격적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사로잡혀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지난해 말 시험 발사를 연기했던 러시아가 이날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공식적으론 “통상적인 시험 발사”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시험 발사를 사전에 통보했다”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미군 당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더 절망적인 상황이 되면 비이성적인 일들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 마리우폴 최후 요새 제철소 봉쇄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1일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의 모든 지역이 해방됐다”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철소) 진입은 무익하다. 취소할 것을 명령한다”며 주변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 BBC는 “러시아군 전력 손실을 방지하고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비판, 유럽 최대 제철소의 경제적 가치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특수부대 ‘아조우 연대’가 주축이 된 병사 2500여 명이 저항하고 있다. 11km²로 유럽 최대 규모인 이 제철소는 지하에 길이 20km, 깊이 30m의 철강 운반용 터널 등이 있어 지하 요새를 방불케 한다. 러시아군이 터널로 진입하려 할 때마다 번번이 저격을 당하자 지하시설 관통용 특수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동원하는 바람에 지하에 대피해 있는 민간인 1000여 명까지 집단 학살당할 위기에 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의 우리 군과 시민을 없애면 정전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마리우폴 상황이 집단 학살이 발생한 북부 부차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가 제철소를 봉쇄해 우크라이나군을 굶어죽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 함락을 선언하면서 이미 점령한 남부 도시 헤르손-크림반도-마리우폴-돈바스를 잇는 친러시아 동남부 벨트가 완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CNN은 “러시아군이 헤르손 등 점령 지역에 옛 소련 전승기를 내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4일 치러질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20일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 ‘소련 해체 후 강한 러시아를 만든 푸틴을 존경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르펜 후보를 ‘친(親)푸틴’ 성향이라고 공격하자 르펜 후보 또한 푸틴 대통령을 파리 인근 베르사유 궁에 초대한 사람은 마크롱 대통령이라고 받아쳤다. 이날 포문은 마크롱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르펜 후보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이를 지지한 최초의 유럽 정치지도자”라고 비판했다. 르펜 후보는 “푸틴 대통령을 베르사유 궁에 초청하고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은 당신”이라고 맞섰다. 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프랑스가 사실상 공동 교전국이 된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또한 국익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르펜 후보는 “히잡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강요하는 제복”이라며 공공장소 내 히잡 금지 공약을 폈다. 마크롱 정권이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5세로 올리겠다고 한 것에 맞서 “오히려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계몽주의, 관용(톨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종교적 상징을 금하면 헌법에 어긋나고 내전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토론 직후 BFM TV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마크롱 대통령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4일 치러질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20일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 ‘옛 소련 해체 후 강한 러시아를 만든 푸틴을 존경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르펜 후보를 ‘친(親)푸틴’ 성향이라고 공격하자 르펜 후보 또한 푸틴 대통령을 파리 인근 베르사유 궁에 초대한 사람은 마크롱 대통령이라고 받아쳤다. 이날 포문은 마크롱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르펜 후보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이를 지지한 최초의 유럽 정치지도자”라며 “국민연합 또한 러시아 은행에서 많은 돈을 대출받았다”고 비판했다. 르펜 후보는 “푸틴 대통령을 베르사유 궁에 초청하고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은 당신”이라고 맞섰다. 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프랑스가 사실상 공동교전국이 된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또한 국익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은행 대출은 프랑스 금융계가 자신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르펜 후보는 “히잡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강요하는 제복”이라며 공공장소 내 히잡 금지 공약을 폈다. 마크롱 정권이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5세로 올리겠다고 한 것에 맞서 “오히려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계몽주의, 관용(톨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종교적 상징을 금하면 헌법에 어긋나고 내전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토론 직후 BFM TV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마크롱 대통령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했다. 19일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르펜 후보를 5~10%포인트 격차로 이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공세에 나선 러시아가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나 프랑스 전역을 한 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를 시험 발사했다. 발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협하는 모든 적들을 다시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확대한 서방을 겨냥해 핵 위협 수위를 한층 고조시키며 무력사위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차세대 ICBM RS-28 사르맛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15분 만에 5800㎞를 비행해 한반도 북동쪽 캄차카 반도의 목표물에 명중했다. 이 ICBM은 현존 미사일 중 가장 크며 메가톤(TNT 100만t)급 핵탄두를 16개 탑재할 수 있어 파괴력이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의 2000배에 이른다. 러시아는 최대 사거리 1만8000km인 이 ICBM을 올해 가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서방 11개국 정상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ICBM을 발사했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는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며 “러시아의 미사일 시험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매주 2, 3차례 러시아의 핵 동향에 대해 보고받고 있으며 군 당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에 파티에 참석해 방역조치 위반으로 범칙금을 내게 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가 의회에서 사과하면서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언론은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결과가 존슨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19일(현지 시간) 하원에 출석해 “무조건 ‘나의 실수’이며 사과한다. 경찰 조사 결과를 존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런던 경찰은 12일 존슨 총리와 부인 캐리 존슨 등 50여 명이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2020년 6월 19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내각 회의실에서 존슨 총리 생일파티를 연 것에 대해 참석자 1인당 최대 200파운드(약 32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날 의원들에게 “당시 파티는 코로나19 전략회의 직전에 모인 것”이라며 “법 위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하원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파티게이트’ 의혹이 제기되자 의회에 나와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는 방역지침을 모두 지켰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사과가 농담이냐”며 “거짓말을 일삼는 존슨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 보수당의 일부도 반발하고 있다. 하원은 21일 존슨 총리의 거짓말 여부를 조사할지 표결로 정하기로 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파상 공세에 돌입한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서방이 전투기와 초고속 미사일 등 무기 지원 강화에 나섰다.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을 우려해 그동안 지원을 주저하던 전투기까지 제공하면서 서방 화력 지원이 새 국면을 맞았다. 러시아는 시리아와 리비아 출신 용병 약 2만 명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분수령이 될 ‘돈바스 결전’이 서방과 우크라이나 대(對) 러시아의 국제전 양상을 띠게 된 셈이다.○ 서방, 전투기에 초고속 미사일까지 지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 정상 11명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추가 무기 지원을 논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20일 곡사포와 방공 무기 등을 포함한 8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대책을 발표한다고 미 CNN 등이 보도했다. 13일 155mm 곡사포와 헬기를 비롯해 8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1주일 만에 또 지원하는 것이다. 새 무기 지원 대책을 포함해 지금까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총액은 34억 달러(4조2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전투기도 지원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가 처음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전투기와 부품이 공급돼 공군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2주 전보다 더 많은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미국이 1997년 몰도바에서 구입한 러시아제 미그-29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냈고 이 전투기 수리 부품도 슬로바키아를 통해 제공했다고 전했다. 다만 커비 대변인은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비행기를 제공받도록 도왔다”면서 “미국이 전투기를 직접 수송하지는 않았다”고만 말했다. 앞서 미국은 폴란드를 통한 전투기 지원 방안을 추진했으나 폴란드가 미군 공군기지를 통한 지원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0대 안팎의 대공 장갑차 스토머와 병력 수송 차량 120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스토머는 음속의 3배 이상으로 날며 적 헬기 등을 공격하는 초고속 지대공미사일 스타스트리크 17기를 탑재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회의에 유일하게 참석한 아시아 국가 정상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3억 달러(약 3700억 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캐나다도 며칠 내로 중화기를 지원한다. 체코는 손상된 우크라이나 탱크, 장갑차 수리를 지원한다.○ 러, 동부 일대 1260곳 일제 공격미국과 서방이 무기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은 전쟁의 승패를 가를 돈바스 결전에서 전세가 우크라이나군에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와 인근 하르키우 등 동부 일대 1260여 곳을 일제히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고 병력을 더 증파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병력 700∼1000명으로 구성된 전투부대인 대대전술단(BTG) 2개 부대를 증파해 모두 78개 BTG를 투입했고, 시리아 및 리비아 출신 용병 1만∼2만 명을 돈바스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의 돈바스 침공은 대규모 작전의 전주곡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서방의 무기 지원 경로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CNN에 “러시아군이 서방 무기 수송에 이용되는 다리나 도로, 철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CNN은 러시아 공군 투입이 돈바스 결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돈바스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전투기 동원이 수월하다. 러시아는 전투기 770대를 보유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70여 대뿐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대대적인 포격을 감행하며 대규모 지상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 대한 ‘1단계 군사작전’을 끝내고 돈바스를 자국 영토로 강제 병합하겠다고 선언한 지 24일 만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2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9일 “작전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서방은 러시아가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다음 달 9일까지 돈바스를 손아귀에 넣어 전쟁 승리를 주장하려 한다고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무리 많은 러시아군이 몰아닥쳐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지만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 부차 등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을 다시 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군은 이미 1일부터 돈바스의 관문 격인 인구 4만6000명의 이줌을 포위했고 최대 1만5000명이 대피하지 못한 상태다. 영국 가디언은 이줌이 ‘제2의 부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러, 크레민나 장악… 용병 투입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러시아군이 돈바스 루한스크주에 있는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크레민나에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시가전을 벌인 끝에 크레민나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인근 루비즈네 등에도 포격이 쏟아져 최소 10여 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이 피란 가려는 시민들을 총으로 쐈다. 이곳은 지옥”이라며 주민들에게 “당장 탈출하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에 형성된 480km의 전선을 따라 대규모 지상 공격을 감행했다. 평야가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돈바스는 키이우 등 대도시와 달리 건물 등 몸을 숨길 지형지물이 적다. 수십 km 거리에서 양국이 152∼240mm 곡사포를 쏘는 대대적인 화력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병참 등의 문제로 키이우 장악에 실패했던 것과 달리 돈바스는 러시아 국경과 가깝고 도움을 줄 친러 세력도 많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측면을 포격해야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최근 1주일간 돈바스 인근에 방공, 기갑, 포병 등으로 이뤄진 11개 대대전술단(BTG)을 추가로 투입해 기존 65개 부대를 76개로 늘렸다. 러시아군은 ‘보급선 차단, 공습, 포위’라는 3단계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1단계로 공격 목표 도시의 식량 등 보급선을 차단한 뒤 대대적인 폭격과 공습을 감행한다. 이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도시를 포위하고 우크라이나군을 옥죄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유명한 용병 조직 ‘바그너그룹’도 투입됐다. 해골 모양을 트레이드마크로 쓰는 이들은 중동, 중앙아프리카 등에서 러시아군을 대리하고 있으며 고문, 민간인 학살 등으로 규탄받고 있다. 푸틴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대표 또한 돈바스에 도착했다고 더타임스 등이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피하지 못한 이줌 주민들이 한 달 이상 음식도 없이 지하실에 숨어 있다며 “이줌과 부차의 상황이 놀랍도록 흡사하다”고 전했다. 발레리 마르첸코 이줌 시장은 “러시아군의 포위 후 이미 10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 우크라 서부서도 첫 민간인 희생자러시아군은 18일 폴란드 국경에 접한 서부 르비우 등 주요 도시 16곳에도 미사일을 쐈다. 그간 안전지대로 꼽히던 르비우에서 처음으로 민간인 7명이 숨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추가 제재가 이뤄지며,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등도 제재할 수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4일 열리는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54·사진)가 유럽연합(EU)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는 16일 르펜 후보가 2004∼2017년 유럽의회 의원 시절 공금 13만6993유로(약 1억8000만 원)를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이 담긴 EU부패방지국(OLAF)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르펜은 공금으로 가방 펜 열쇠고리 등 RN 판촉물을 사거나, 아버지인 극우 정치 리더 장마리 르펜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에 썼다. 또 당원 숙박비, 와인 및 샴페인 129병 주문 등 목적이 불투명하게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OLAF는 해당 자금 회수에 착수했다고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프랑스 검찰도 위법사항을 검토 중이다. 르펜 측은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에 대해 지난해 서면으로 해명했다. 왜 지금 조사 내용이 공개되는지 의문”이라며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10일 열린 대선 1차 선거에서 르펜 후보보다 득표율에서 4.7% 앞선 마크롱 대통령(45)에게는 호재라고 AFP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고위직 등의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연금 수령 연령을 2030년까지 현 62세에서 65세로 올리는 연금 개혁안 철회를 시사하는 등 막판 득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