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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든 상황이었잖아요.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경북 포항에 있는 청소대행업체 대표 김모 씨(56)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멋쩍게 웃었다. 김 씨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던 때, 포항의 복지시설과 노인정 유치원 등을 돌며 무료 방역 봉사에 나섰다. 김 씨는 “청소업체를 운영해 그나마 손을 보탤 수 있었다”며 “다들 ‘고맙다’ 말해줘서 오히려 힘이 났다”고 떠올렸다. 위기 때마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우리의 국민의식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모든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1998년 최모 씨(59·여)는 결혼 쌍가락지와 자녀 돌 반지 등 집에 있던 모든 금붙이를 주택은행에 가져다 줬다. ‘아쉽지는 않으냐’는 질문에 최 씨는 “오히려 가진 게 미안했다. 하루빨리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단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최 씨처럼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이들은 모두 351만여 명. 그 덕분에 정부는 예정보다 3년 앞당겨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을 상환했다. 메르스 사태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던 2015년 6월 정모 씨(45)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혈액 수급 비상! 헌혈 번개 제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씨의 번개에 응답한 이는 4명이었다고 한다. 정 씨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냐.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라며 웃음 지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선 단체 헌혈로 ‘헌혈 캠페인’을 이끌었다. 당시 혈액 재고량(2.1일분)은 적정 혈액 재고량(5일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여 위기를 이겨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혈액 부족 위기가 닥쳤을 때도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극복해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공학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2명 나왔대.” 지난달 26일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학 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가 나왔다는 소식이 빠르게 번졌다. 진상은 이랬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대학원에 다니는 학생 A 씨가 열이 났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다. 연세대는 학생이 이용한 공학원과 공학대 건물 두 곳을 방역한 뒤 폐쇄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건물이 잠정 폐쇄되자 학생들이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했다. A 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기미가 없자 덩달아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마저 대학가를 물들이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낭설들이 떠돌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대에서도 천문우주공학부 대학원생 B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퍼졌다. 역시 가짜뉴스였다. B 씨의 가족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건 맞지만, 사는 곳이 다른 데다 최근 만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소문이 일파만파 커지며 B 씨는 꽤나 고충을 겪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가짜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심리는 공포감에서 나온다. 대학은 비교적 밀폐된 시설이 많아 코로나19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에서 방역 상황이나 의심환자, 확진자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면 부정확한 정보가 유포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어르신 혼자선 밥도 못 챙겨 드시는데…. 2주간 자가 격리돼 있다가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대구에서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A 센터장은 1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센터는 최근 요양보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상 사태다. 보건당국에선 확진자와 접촉해 온 할머니에게 자가 격리를 통보했다. 센터에도 “2주간 할머니와 접촉하지 말라”고 알렸다. 하지만 현재 센터는 보건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있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신 다발성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는 요양사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다. 홀로 끼니를 챙길 수도 없다. 지난달 말 북구에 있는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상황은 A 센터장이 이런 결심을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고심을 거듭하다 이틀 만에 찾아간 집 안은 숨을 쉬기 힘든 지린내로 가득했다. 할머니는 “이틀간 화장실을 갈 수 없어 결국 침대에서 소변을 봤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할머니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고 한다. 잠깐 들러 보려고 했던 센터장은 결국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챙겨드린 뒤 모든 물 컵과 그릇, 옷가지를 살균했다. A 센터장은 “보건소에서 ‘지침을 어기면 감염예방법에 따라 벌금 3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문자도 보냈다”며 “벌금 내라면 내는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을 2주간 방치하는 건 굶어 죽으라는 것과 매한가지”라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직접 방문해서 돌봐야 하는 노인 돌봄에도 공백이 생기고 있다. 보건당국에선 확진자와 접촉한 노인들을 2주간 자가 격리하고, 요양보호센터도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홀몸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마저 폐쇄해 더욱 심각하다. 노인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김모 센터장(51·여)은 “기초생활수급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코로나19보다 2주 격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 고마운재가복지센터의 김영옥 센터장(59·여)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섭지만 요양사가 방문하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굶어 쓰러진다”며 “사비로 도시락이라도 사드리고 기저귀라도 갈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다 보니 자가 격리에 들어간 어르신까지 일일이 파악할 여력이 없다. 시 관계자는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대상이 1만 명이 넘었다”면서 “안타깝지만 솔직히 돌봄 어르신들에게 식사가 제공되는지는 확인을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코로나19로 자가 격리된 장기요양 대상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은 대부분 요양보호센터에서 사비로 마련한다. 마스크, 방역복 등도 사비로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증 노인들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대상이 됐더라도 돌봄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협업해 노인요양복지센터에 우선 방역복과 마스크를 지급해서 격리 대상 노인들을 돌봐야 한다”며 “현재 지자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신천지예수교(신천지)를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 시점에 고발은 쓸데없이 행정력을 낭비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천지가 자료 제공을 거부할 당시엔 고발을 검토했다”며 “하지만 경기도는 신천지 본부를 강제 조사해 필요한 신도 명단을 모두 입수한 터라 고발이 필요 없었다”고 했다. 또 “고발 시 교인과 적대관계를 조성해 오히려 방역 공조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고발 조치를 하면 쓸데없는 행정력이 낭비된다”며 “이미 검찰 수사가 개시된 상황에서 수사를 위한 고발이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이 지사는 이 게시글에서 “지금은 정치가 아닌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말을 두 차례 썼다. 경기도는 이날 “항간에 떠도는 ‘이 지사가 신천지 신도’라는 소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지난달 28일 수원 서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이 지사는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신천지를 고발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이 지사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주장을 퍼뜨렸다. 경기도는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며 “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도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짓정보에 강경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등을 살인 및 상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차라리 저 혼자만 감염되면 다행일 정도예요….” 대구의 한 요양보호센터에서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왈칵 울음부터 터뜨렸다. 이 요양보호센터는 함께 일하던 요양보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상상황이다. 이 확진자는 평소 돌보던 할머니 댁과 요양보호센터 사무실을 들러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A 씨는 “제가 돌보는 83세 할머니가 감염될까봐 걱정이다. 석 달 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수술까지 받아 체력이 약하시다”고 답답해했다. 대구는 27일 오후 8시 기준 전날과 비교해 코로나19 확진자가 422명 증가했다. 18일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9일 만에 모두 113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도 시청 공무원과 소방관,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공항 직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26일 대구 도심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805번 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버스에 오른 승객 명단과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소속 소방관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확진자나 의심환자와 접촉해 격리된 소방관은 561명에 이른다. 확진자가 근무했던 대구 동부소방서 동촌119안전센터와 수성소방서 만촌119안전센터 등은 한때 폐쇄됐다가 현재는 교대 팀이 업무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지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시청에서도 직원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청에선 현재까지 4명의 환자가 나왔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4명, 장애인지역공동체 복지사 등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3명도 추가로 확진돼 시설 폐쇄가 잇따랐다. 대구시 관계자는 “폐쇄시설의 다른 종사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다”면서 “27일 관련 업무에 일시적인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구의 관문 가운데 하나인 대구국제공항도 27일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공항의 보안을 총괄하는 자회사 직원 B 씨가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와 같은 팀인 직원 8명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시민들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활동 교사로 일하는 손모 씨(27·여)는 “한 다리만 건너도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이거나 자가 격리 대상자”라며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화관이나 쇼핑센터를 찾았는데 요샌 집에만 머문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30·여)는 “음식을 배달시키자니 배달원도 밖에서 움직여야 한다. 요샌 미안해서라도 주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부터 일주일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6일부터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동국대경주병원·영주적십자병원 등 의료기관에 1185개의 병상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 / 대구=명민준 기자}
유튜브 채널 ‘종말론사무소’는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활동했다는 녹취록을 26일 공개했다. 이는 ‘중국 내 신천지교회가 2년 전에 다 폐쇄가 돼서 이미 교회가 없어졌다’는 신천지 측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종말론사무소의 윤재덕 소장은 ‘신천지 지도부의 구속 수사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신천지 부산 야고보 지파장의 설교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야고보 지파는 신천지 산하 12지파 중 한 곳이다. 본보 취재팀이 윤 소장을 통해 입수한 녹취록엔 9일 설교 중 부산 야고보 지파장이 교인들에게 “지금 우한 폐렴 있잖아. 거기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우한 지역에 신천지교회가 현재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부산 야고보 지파장은 이어 “중국이 지금 보니까 700명이 넘게 죽고 확진자가 3만 명이 넘는다. 근데 우리 성도는 한 명도 안 걸렸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아멘이라며 박수를 치는 소리도 녹음되어 있다. 윤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달 9일 야고보 지파 설교 중 녹취된 내용이며, 신천지 내부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동아일보에 “해당 녹취 내용이 9일 열린 부산 야고보 지파 설교 내용은 맞다”면서도 “우한에 있던 신천지 지회는 2년 전 폐쇄됐다. 지금 우한에 남아 있는 교인들은 전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라고 해명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8일 중국 우한 지역 코로나19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현지 시간) 신천지교회가 지난해 12월까지 중국 우한시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28세의 유치원 교사를 인용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절반과 연관된 신천지가 우한에서 12월까지 모임을 가졌다”며 “이들은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도시를 강타한 것을 깨닫고서야 모임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이 교사는 또 “바이러스에 대한 소문이 11월부터 퍼지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임을 중단한 12월까지 우한에 있었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신천지 교인은 약 2만 명이며, 우한의 신천지 교인은 약 200명이라고 보도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예윤 기자}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강제 역학조사를 진행하려고 과천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시설에 들어가 4만3000여 명의 교인 명단을 확보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신천지 측으로부터 교인 21만 명 이상의 명단을 받았다. 경기도는 25일 오전 과천시 별양동 신천지 총회본부에서 강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과천 총회본부에서 예배가 열리면 서울, 안양 등 수도권 교인 9900여 명이 모인다. 참석한 교인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는 경기지역 거주 교인 3만3582명과 16일 총회본부 예배에 참석한 교인 9930명 등 4만3512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부 교인의 명단은 중복됐을 가능성이 있다. 교인을 분류해 격리, 감염검사 등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대본은 신천지 측으로부터 교인 21만2000여 명의 명단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이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용인시는 23일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A 씨(27·여)가 16일 대구에 있었다는 것을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주변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 당일은 31번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날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신천지로부터 교인 명단을 받아 A 씨가 거주하는 용인시에 통보했지만 A 씨는 당일 대구교회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와 경남도는 신천지의 집회, 모임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행정명령을 내렸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서울 전 지역에서 신천지 관련 집회 및 제례를 전면 금지한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서울에는 신천지 관련 시설 263곳이 있다. 188곳은 강제 폐쇄와 방역을 마쳤다. 나머지 66곳은 탐문조사를 벌여도 신천지 시설이 맞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기자회견에서 “25일 오전 10시 반부터 도내 79개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종교시설에 대한 일시 폐쇄와 집회 금지는 감염병 예방법 47조와 49조에 따른 것이다. 긴급행정명령을 어기면 벌금 300만 원이 매겨진다. 지난달 31일 숨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형은 경북 청도대남병원 응급실에서 급성폐렴으로 5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서만 1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대남병원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이 총회장의 친형이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과천=이경진 lkj@donga.com / 김하경·이소연 기자}
24일 오후 1시경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빠져나온 대전 목원대 중국인 유학생 11명은 14번 출구 앞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이날부터 기숙사에 들어갈 중국인 학생은 감염 예방 차원에서 학교가 공항에서 직접 태워가기로 했다. 방호복 등을 갖춘 교직원 2명은 입국장에서부터 학생들을 신중하게 인솔했다. 학생들의 여행가방과 겉옷에는 연신 분사식 소독제도 뿌렸다. 바로 옆에서도 방호복을 입은 충북대 교직원들이 무척 분주했다. 중국 산둥성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의 체온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었다. 충북대 관계자는 “학생이 ‘정상 체온’이 아니면 버스에 태우지 않는다”며 “검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바로 기숙사로 데려가 2주 동안 격리한다”고 했다. 개강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1만여 명이 24일 본격적으로 입국하기 시작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에 최대 고비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들은 공항과 학교를 잇는 셔틀버스를 마련하고 교내에 간이 진료실을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같은 날 오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단국대 죽전캠퍼스 웅비홀 기숙사. 오후 2시 반경 중국인 유학생 9명을 태운 버스가 기숙사에 도착했다. 이들이 2주간 격리 생활할 기숙사 입구엔 특수 제작한 철제 방호벽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 교직원 3명 역시 모두 방호복을 차려입었다. 교직원들은 적외선 온도측정기로 유학생을 한 명씩 체크한 뒤 기숙사에 들여보냈다. 중국인 유학생이 2949명(지난해 4월 기준)인 한양대는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주차장에 이동식 카라반 10실을 설치했다. 24∼26일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 800여 명 가운데 발열 증세를 보이면 코로나19 검진 뒤 임시 격리한다. 다른 대학 역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전북 지역 10개 대학도 인천공항에서 중국인 유학생 2102명을 태워 올 차량을 별도로 마련해뒀다. 인하대는 이번 주 대거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이송하기 위해 인천시가 지원하는 콜밴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구경북에선 중국인 유학생의 휴학 신청과 입학 취소가 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225명이 휴학하거나 입학을 취소했다. 특히 23일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뒤 각 대학들엔 휴학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24일 대구 경북대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한국인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대는 “확진자 학생은 16일 이미 기숙사에서 퇴소했지만, 안전 차원에서 기숙사를 방역한 뒤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북 경산시 영남대의 여학생 기숙사에서도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기숙사 방역 및 폐쇄에 들어갔다. 경북도 관계자는 “그나마 안전하다 여겼던 대학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학내 방역망도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고 했다.인천=이청아 clearlee@donga.com / 이소연 / 대구=명민준 기자}
1200명이 넘는 신천지예수교(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2, 3일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신천지 교인들이 집단 감염됐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중 600명 이상이 연락이 닿지 않자 대구시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이들의 소재 파악에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현재 전체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 300명 이상이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9336명 중 코로나19 유증상자는 1276명이다. 연락이 두절된 교인들까지 감안하면 유증상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교인들을 빨리 찾지 못하면 이들과의 접촉에 따른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특정 종파에서 발열과 기침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들이 1000명가량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부터 한 며칠간은 그분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확진 환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앞으로 2, 3일 이내에 확진자 수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유증상자들에 의한) 전파 여부에 따라 그 다음 상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시 조사에서 유증상자로 파악된 1276명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파견된 공중보건의 51명과 간호사 10명이 검체 검사에 들어갔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중 670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자 대구시는 23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그동안 대구시 측이 통화를 시도한 전화 연락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에도 답을 하지 않은 교인들이다. 대구시는 통화 시도만으로는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대구시는 연락이 닿지 않는 670명 중 우선 242명의 명단을 대구지방경찰청에 넘겼는데,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으로 23일 오후 10시 현재 180여 명의 소재를 확인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연락이 두절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의 소재 파악을 위해 지방청 소속 지능범죄수사대, 마약수사대, 광역수사대와 일선 경찰서 형사·수사과 소속 등 모두 618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대구시가 넘겨준 명단과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통화 시도 △실시간 위치 추적 △주거지 방문 △주거지 주변 탐문 등을 벌인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교인들의 주거지와 주변 등을 집중적으로 탐문하기 위해 제4기동대를 ‘코로나19 신속대응 전담 부대’로 지정했다. 앞서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 측을 통해 교인 연락처가 담긴 명단을 확보하고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소재 파악을 해왔다. 대구시는 증상이 없다고 답한 교인들에 대해서도 하루 두 차례씩 유선으로 전화를 걸어 자가 격리 이행 상황 등을 계속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이후로 대구 지역 내 신천지 교회 관련 시설 25곳은 모두 폐쇄됐다. 경찰청은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23일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임에 따라 전국 7개 지방청에서 운영하던 재난상황실을 18곳으로 확대했다. 재난상황실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소재 파악 등을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확진자 상당수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로 파악되고 있다”며 “시민들의 안전과 본인의 치료를 위해 교인들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던 경북 청도대남병원(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 A 씨(57)가 23일 오전 사망했다. A 씨와 같은 날 양성 판정을 받았던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 B 씨(59)도 이날 오후 숨졌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청도군 관계자는 “대남병원 정신병동에는 지금도 확진 환자 89명이 격리돼 있는데 이 가운데 13명이 중증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정신병동 환자 모두 확진 판정 청도군에 따르면 2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남병원 환자는 103명(사망자 4명 포함), 의료진과 직원은 9명으로 모두 112명이다. 확진 환자 중 103명은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는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던 병원 관계자 15명 가운데 9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병원은 4층이 없고 3층 다음엔 바로 5층으로 표시해 두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반병동 환자 1명도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일반병동으로 옮긴 경우”라고 설명했다. 3층의 노인요양시설 입원 환자 60명은 검사 결과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동 안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은 사실상 공동생활을 했다. 환자 예닐곱 명이 한 병실에 머물렀고 식당과 치료시설도 함께 사용했다. 환자 여럿이 모인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외부인과 단절된 병동 안에서 환자들과 의료진이 계속해서 접촉했다. 보건당국은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이유가 이런 공동생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폐쇄병동 안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밀접하게 접촉했고 (내부 시설에 대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홍현주 한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정신병동은 환자들이 단체로 미술치료 등을 받는 일이 많다”며 “환자 한 명이 감염되면 다른 사람도 금세 감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정신병동 격리 중인 60명 발열 증세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A 씨는 23일 숨지기 직전까지 심한 폐렴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체온이 39.5도까지 올랐고 기침을 심하게 했다고 한다.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포항의료원을 거쳐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이전부터 고혈압과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A 씨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고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받던 B 씨도 확진 나흘 만인 23일 오후 숨졌다. B 씨도 고혈압을 앓아 왔다. 사망한 대남병원 환자 4명은 정신질환 때문에 병원 안에서 장기간 격리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장기간 병동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코로나19로 숨진 대남병원 환자 C 씨(63)도 조현병 때문에 25년간 병원에서만 지냈다. C 씨는 폐기종을 앓은 적도 있었다. 21일 숨진 대남병원 환자 D 씨(55·여)도 정신병동에서 5년 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D 씨가 폐렴 증세를 보였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숨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정신병동에 남아있는 89명 가운데 60명이 발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병동에 남아있는 89명을 보낼 만한 음압병실이 부족해 병원을 일단 봉쇄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추가 감염 막으려 병원 통째로 봉쇄 보건당국은 22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병원 정신병동을 통째로 ‘코호트 격리’했다. ‘코호트 격리’란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의 환자와 의료진 전부를 한꺼번에 격리하는 것이다. 봉쇄된 대남병원 정신병동에는 확진자 89명이 남아 있다. 폐렴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대형병원 음압병실(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바이러스가 방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는 병실)로 옮겨졌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파견된 의사와 간호인력 등 20명과 경북지역 공중보건의 4명이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 89명을 돌보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외부에서 도시락과 생수를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대남병원 정신병동으로 유입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했던 31번 확진자가 대남병원에 방문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초기에 진단된 다른 신천지 교인 6명의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추적한 결과 대남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병원에서 일하는 관계자나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 전체로 퍼졌는지 등 모든 사례를 확인해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 대구=명민준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법조팀 황성호 신동진 이호재 김동혁 장관석 기자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51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에서 취재보도 부문 상을 수상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지난해 8월 20일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를 포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 연속보도로 이 상을 받았다. 동아일보 법조팀의 이 기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증과 여론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새로운 사실을 추적하는 집요한 취재와 치밀한 추가 검증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특히 부유층 부모의 자녀 스펙 만들기 같은 공정과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 현실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대입제도 개편을 이끌어내는 등 파급 효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SBS의 조동찬 남주현 노유진 배준우 기자도 ‘인보사, 종양유발 위험… 허가 과정 의혹’ 보도로 취재보도 부문 상을 공동수상했다. 다음은 수상자들. △경제보도 부문 한국경제신문 조진형 기자(‘라임 펀드, 미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 △기획보도 부문 한겨레 권지담 이주빈 황춘화 정환봉 기자(‘대한민국 요양보고서’), 경향신문 김지환 최민지 황경상 기자(‘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KBS 이재석 이세중 권순두 이정태 기자(‘밀정 2부작’) △지역 기획보도 부문 국제신문 특별취재팀(‘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20대 남성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창밖으로 투신했으나 잔디 바닥에 떨어져 목숨은 건졌다. 19일 북부지검에 따르면 청사 10층에 있는 검사실에서 강도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 A 씨(25)는 이날 오후 5시 반경 투신해 4층 정원으로 추락했다. 정원 잔디 위로 떨어진 A 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검사와 피의자 조서를 정리하던 중 갑자기 검사실 내부로 연결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곧장 문을 잠근 뒤 밖으로 투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검사실에는 검사와 수사관 등이 여럿 있었지만 A 씨의 행동을 막지 못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A 씨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강압 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지방 A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약 300명이다. 그러나 이들을 담당하는 교직원은 한 명이다. 중국 학생이 모두 입국하면 이 직원은 매일 300명의 의식주를 챙겨야 한다. 보건소 직원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이 대학의 한 보직교수는 17일 “정부도 군사작전처럼 우한(武漢) 교민 700명을 힘겹게 관리했는데, 대학들이 중국 학생 7만 명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앞서 교육부는 16일 중국 학생 입국 후 2주간 ‘자율 격리’를 실시하라고 대학에 권고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도저히 현장에 적용할 수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17일 본보가 전국 주요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대책을 확인한 결과 격리를 위한 공간과 인력, 예산 모두 역부족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은 중국 학생이 2000명 이상인 곳이 많다. 하지만 기숙사 수용 인원은 미미하다. 중국 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2019년 기준 3839명)는 181명(4.7%)을 기숙사에 격리할 예정이다. 한양대(2424명)는 100명(4.1%) 정도에 불과하다. 기숙사 관리도 쉽지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입국한 중국 학생들이 격리동 밖으로 나가거나 교내 공동시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교육부는 학교 외부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자율 격리를 실시하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학은 이들의 활동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 일부 지방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율 격리가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입국한 중국인 학생 가운데 기숙사 격리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7만1000명. 14일까지 약 2만 명이 입국했고, 앞으로 4만 명가량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중국인 유학생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대학 기숙사에 있다고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수만 명이 사실상 ‘비격리’ 상태에 있는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 등의 전문 보건인력이 유학생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이소연·김태언 기자}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은 유재국 경위(39·사진)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영정 사진 속 유 경위는 참 앳된 얼굴이었다. 순직 당시 경사였던 그는 16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 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맨 채 물속에 몸을 던졌다. 실종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 경위는 이날 시야가 흐린 물속에서 애를 먹다가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버렸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유 경위를 구조했다. 심폐소생술(CPR) 조치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위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16일 유 경위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위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경찰 관계자는 “(유 경위) 부인이 임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경위는 2017년 7월부터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소속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나 수영 등을 동료와 후배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지 않고 뭔가를 배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위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 사진 한 장도 없는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위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위가 타고 있었다. 강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게질 정도로 추웠지만 유 경위는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위 같은 경찰 덕에 세상이 그리 절망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 경위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등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km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라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긴장 상태로 일한다”고 했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위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옮겨와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최우수 실적 수상안전요원으로 꼽혀 서울지방경찰청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16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인에게 옥조 근정훈장과 경찰공로상을 각각 수여했다.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
“차디찬 물에도 인명구조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던 분이었습니다.”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 목숨을 잃은 고 유재국 경사(39)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영정 사진 속 유 경사는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다 흙탕물로 물 속이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사는 맨몸으로 뛰어들어 물 속을 손으로 짚어가며 수색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이며 한강에 빠지고 말았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어렵사리 유 경사를 구조했지만 이미 한참동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심폐소생술(CPR) 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사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함께 2인1조로 현장에서 작업했던 경찰은 “시야 확보도 어려웠고 물살도 너무 거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유 경사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의 인사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사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유 경사는 순직 직전까지 한강경찰대에서 5년간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경찰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서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법이나 수영법 등 자신이 배운 걸 동료와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경사는 쉬는 날에도 따로 시간을 내 잠수와 수영을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질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사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사진 한 장 준비하지도 않은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사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물 속에 사람이 뛰어들었다”며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사가 타고 있었다. 한강 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유 경사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사 같은 경찰 덕분에 한강도 그리 절망스러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경사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 긴장상태로 일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투신한 이들의 시신 인양도 담당한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사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전보해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경찰은 순직한 유 경사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하고,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동료를 흉기로 공격하고 자신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5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건물 지하 식당에서 60대 여성 A 씨가 동료인 20대 남성 B 씨를 흉기로 찔렀다.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 등은 식당 앞에서 다친 채 쓰러져 있는 B 씨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B 씨는 여러 부위를 다쳤지만 의식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식당 안에서 발견한 A 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목 주위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건이 일어나기 전 식당에서는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고 한다. 한 직원은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처음 B 씨를 발견한 직원은 “오전 9시 10분경 식당 앞에서 몸 여러 곳에서 피를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며 “바닥엔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장갑도 끼고 있었는데 주방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직급이 높은 B 씨가 A 씨에게 “이제 일을 그만두라”고 하자 A 씨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학수사대를 투입해 폐쇄회로(CC)TV와 현장 혈흔, 족적 등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건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한성희·김태성 기자}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낮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겨우 7평 남짓한 가게는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오스카(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여기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 벽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적은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가게는 진작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 왔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제안해 ‘사건이 시작된 곳’이라 불린다. 이 씨는 “최근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사회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특히 ‘봉준호 신드롬’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쏟아졌다.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있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엔 하루 수십 통씩 방문 요청 전화가 온다. 관계자는 “아쉽게 세트는 촬영 뒤 철거했는데도 무조건 와보겠다는 반응이 상당하다”고 했다. ‘오스카 트로피’도 관심을 끈다. 시상식 뒤 누리꾼들은 “돌잡이용품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도 쿠팡 등에선 ‘돌잡이용 오스카 트로피’를 팔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있던 상품인데 갑작스레 큰 주목을 받는다. 얼떨떨할 정도”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신드롬에 편승하는 공약과 패러디가 등장했다. 영화 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기생충으로 삼행시를 지은 의원도 있었다. 한 정치인은 “봉 감독 고향 대구에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차가운 반응이 더 많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란 조소가 올라왔다. 봉 감독이 다녔던 연세대도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재빨리 띄워뒀다. 봉 감독이 재학 시절 학교신문 ‘연세춘추’에 그렸던 네 컷 만화와 만평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다뤄 ‘역시’란 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이 불던 영화관도 훈풍이 분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뒤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 전주=박영민 기자}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오후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겨우 7평 남짓한 가게는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오스카(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여기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 벽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적은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가게는 진작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왔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제안해 ‘사건이 시작된 곳’이라 불린다. 이 씨는 “최근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사회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특히 ‘봉준호 신드롬’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 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쏟아졌다.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있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엔 하루 수십 통씩 방문 요청 전화가 온다. 관계자는 “아쉽게 세트는 촬영 뒤 철거했는데도, 무조건 와보겠단 반응이 상당하다”고 했다. ‘오스카 트로피’도 관심을 끈다. 시상식 뒤 누리꾼들은 “돌잡이 용품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도 쿠팡 등에선 ‘돌잡이 용 오스카 트로피’를 팔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있던 상품인데 갑작스레 큰 주목을 받는다. 얼떨떨할 정도”라 했다. 정치권에선 신드롬에 편승하는 공약과 패러디가 등장했다. 영화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기생충으로 3행시를 지은 의원도 있었다. 한 정치인은 “봉 감독 고향 대구에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차가운 반응이 더 많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란 조소가 올라왔다. 봉 감독이 다녔던 연세대도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재빨리 띄워뒀다. 봉 감독이 재학 시절 학교신문 ‘연세춘추’에 그렸던 네 컷 만화와 만평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다뤄 ‘역시’란 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 불던 영화관도 훈풍이 분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뒤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 CGV 관계자는 “요즘 영화관이 텅텅 비었었는데, 기생충 상영관은 관객 호응이 뜨겁다. 평일인데 예약률이 40%를 넘어섰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연세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에 다녀온 기숙사 입사 예정 학생들을 2주간 격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기숙사생까지 격리하기로 한 건 연세대가 처음이다. 9일 연세대는 “7일 오후 재학생 대상으로 긴급 안내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발송했다”며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방문한 적 있는 기숙사 입사 예정 재학생들을 2주간 격리하는 방안이 안내문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여기엔 △중국 및 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학생 대상 기숙사 입사 후 2주간 개인실 거주 △기숙사 입사 시 출입국증명서 필수 제출 △전체 학생 신종 코로나 관련 조사(미참여 시 수강신청 불가) 등을 안내했다. 연세대는 격리 기간 동안 기숙사에 입사한 재학생에게는 도시락을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연세대 재학생들로 구성한 ‘연세교육권네트워크준비위원회’는 8일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격리로는 학생을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문에서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응책에 비해 (학교 측이) 과도하다”며 “격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학생 장찬 씨(23)는 “신종 코로나 관련 조사를 받지 않는다고 수강신청도 못 하게 하는 건 과도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들도 신종 코로나 대응책으로 중국 방문 학생을 기숙사에 따로 격리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1일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지 한 달이 안 됐거나 중국 다른 지역을 방문한 지 2주가 넘지 않은 기숙사생 110여 명을 학생생활관에 모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은 원할 경우 다른 건물로 이사하도록 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제대로 격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학생은 “격리 대상자들이 생활관의 식당이나 편의점, 헬스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격리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중국 방문 학생을 격리 수용할 기숙사 건물 현관 앞에는 “단순히 사람들을 이사만 시키면 격리인가”라는 내용의 항의문도 적혀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희대는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을 방문한 유학생들을 기숙사 1개동에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중국권 국가를 방문한 한국인 학생들의 격리는 아직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도 최근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했던 외국인 유학생들 가운데 기숙사 입소 예정인 학생들은 별도 기숙사에 격리할 방침이다. 고려대는 중국을 방문한 학생들의 입실을 14일간 제한한다. 따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기숙사를 이용해야 하는 학생은 학교 안내에 따라 지정 장소에서 일정 기간 머문다. 하루 1회 이상 전화로 증상 여부도 자진 신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중앙대는 2월 말 기숙사 입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한다. 이 검사에서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유사 증상을 보인 학생들은 교외 기숙사로 옮겨 추가 검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화여대는 중국을 방문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격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이청아 기자}
“갑자기 나오느라 코트도 제대로 못 입었네요.” 6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본사 정문을 통해 직원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왔다. 업무를 보던 도중에 급히 빠져나오느라 겉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거나, 책과 노트 여러 권을 가방에 넣지 못한 채 양손에 들고 나오는 직원들도 있었다. 직원 A 씨(25)는 “아침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빨리 퇴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전날 직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질병관리본부는 GS홈쇼핑 직원 B 씨(41·여)가 신종 코로나 국내 20번째 확진환자로 판정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GS홈쇼핑은 이날 오후 1시경 사옥을 폐쇄했다. GS홈쇼핑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B 씨는 같은 지역에 사는 15번째 확진자 C 씨(43)와 가족이다. C 씨는 중국 우한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B 씨는 회사에 “우한을 다녀온 가족과 접촉했는데 불안하다”고 알린 뒤 자가 격리됐다. 회사는 B 씨와 같은 팀에 속한 직원 8명에 대해 14일간 재택근무와 유급휴가 조치를 내렸다. 이후 B 씨는 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3일 만인 5일에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5일 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회사에 알렸다. GS홈쇼핑은 6일 오전 8시경 간부급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사옥 폐쇄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하고 협력사와 방송 편성 계획을 변경했다. 본사 근무 직원들에겐 오후 1시경 안내방송을 통해 “최대한 빨리 퇴근하라”고 알렸다. 본사 건물 2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은 이날 오전 휴원을 결정하고 등원한 어린이들을 전부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 전체 직원 마스크 착용, 단체 행사와 직원회의 금지 등 행동수칙을 배포하고 건물 소독을 실시했다. 본사는 8일 오전 6시까지 3일간 문을 닫는다. 이 기간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가게 된다. GS홈쇼핑 방송은 3일간 재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송 송출을 위한 최소 인력만 본사에 남았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홈쇼핑 기업이 생방송이 아닌 재방송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후 GS홈쇼핑 채널 화면엔 ‘재방송’이란 자막이 떴고, “지금 주문하시면 설 연휴 전에 배송된다”는 쇼호스트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지난달 18일 녹화된 화면을 틀어놓은 것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평일 평균 50억 원가량의 매출이 나오는데, 재방 편성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직원들 다수가 빠져나온 본사 건물엔 이날 오후 1시 40분경부터 영등포구 소속 방역팀이 나와 건물 두 개동 전 층에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B 씨가 평소 이용했던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인근은 이날 오후 방역을 마쳤다. GS홈쇼핑 건물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문래초등학교는 7일부터 10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이청아·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