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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의 엄마’ vs ‘독일의 도널드 트럼프’. 13일 독일 3개 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유럽의 여제(女帝)’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이 유권자들의 냉대를 받았다. 반면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극우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주요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fD의 대승을 이끈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41)에 대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못지않은 반(反)난민 발언을 쏟아 내 ‘독일의 트럼프’로 불린다고 전했다. 난민 정책을 둘러싼 두 여걸의 맞대결에서 페트리 당수가 승리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1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독일로 밀려든 이후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대한 첫 심판 무대로 평가됐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 주에선 24.2% 득표율(독일 공영 ARD와 ZDF의 공동 출구조사)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민당)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4.2%는 2013년 창당 이후 AfD가 선거에서 거둔 최고 기록이다. 이는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2∼5%포인트 높은 득표율로 AfD의 거침없는 약진세를 보여 줬다는 평가다. AfD는 인구 1072만 명으로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주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15.1%로 3위를 차지했다. 또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12.6%를 득표하며 3위에 올랐다. AfD는 이날 선거에서 3개 주의회 진입에 모두 성공했다.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절반인 8개 주의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부의장은 선거 승리 이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난민 정책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투표한 유권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베를린에서 개최된 AfD 승리 축하 행사에선 ‘메르켈 퇴진(Merkel must go)’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단 지지층이 두꺼운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27%로 녹색당(30.3%)에 밀려 2위에 그쳤다.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지지율 31.8%로 역시 사민당(37.5%)에 밀려 2위였다. 그나마 작센안할트에서는 가까스로 1위에 올랐지만 역대 최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독일 빌트지는 AfD의 약진은 메르켈 총리의 정책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라며 이번 선거가 메르켈 총리에게 “공포의 날(day of horror)이 됐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에게 일격을 가한 페트리 AfD 당수는 1975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10대 때 독일이 통일되자 가족과 함께 서독으로 들어왔다. 페트리는 지난해 7월 AfD의 당권을 잡은 뒤 AfD를 ‘유로화 반대’ 정당에서 극우 ‘반(反)난민 민족주의’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페트리는 드레스덴을 거점으로 번진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페기다)’ 운동에 동조하고 나서 독일 정치권의 금기를 무너뜨렸다. 네 자녀를 둔 주부인 페트리는 1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난민을 막아야 한다”며 “국경 관리 요원들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독일 사회에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페트리 당수는 독일이 이민자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자녀를 3명씩 갖자고 촉구하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난해 10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일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고 조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는 “일반고를 부흥시킬 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자사고부터 없애려 한 것은 성급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대부분 ‘진보 교육감’이 평준화 교육, 대학 서열화 폐지를 거론할 때는 프랑스가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조 교육감도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의 공립학교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키워 보니 프랑스가 ‘평준화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프랑스 교육부는 바칼로레아(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률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전국 고교의 서열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달 16일에도 2015년 전국 4300개 고등학교(공사립 일반고, 직업고 포함)를 각 도별로 1등부터 꼴찌까지 매긴 리스트를 내놨다. 올해 순위에서 프랑스 최고 명문 고교인 ‘루이 르그랑’과 ‘앙리 4세’가 공동 2위에 올랐고, 파리 15구의 사립고교 ‘자닌 마뉘엘’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사립고교는 물론 공립고교도 평준화가 아니다. 학군마다 있는 1, 2개의 명문고가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 ‘루이 르그랑’은 프랑스 전역에서 최고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의 고교에 우열반이 편성돼 있고 매년 성적 미달 학생의 10%는 유급된다. 등록금이 없는 파리의 국공립 대학은 1부터 13까지 숫자가 매겨져 있다.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집 근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대학은 서열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일반 대학 위에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하나 더 있다. 전국 상위 5%의 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다. 에콜폴리테크니크(이공계), 국립행정학교(ENA), 고등상업학교(HEC·상경계) 등의 그랑제콜에 입학하려면 고교 졸업 후에도 보통 2년간의 준비반(프레파)을 거쳐야 한다. 프레파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하느라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두더지’로 불린다. 1시간에 100유로(약 14만 원)짜리 고액 과외도 받는다. 프랑스에 사교육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누구든 돈이 없어도 대학까지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키워내는 소수 엘리트 교육도 함께 존재한다. 그랑제콜 졸업생은 초봉이 일반 대학 졸업생의 2, 3배나 되고 프랑스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프랑스 학부모들이 명문고나 그랑제콜에 대해 질투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뛰어난 인재라면 특혜를 줄 테니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사고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조 교육감이 최근 ‘일반고 전성시대’ 2라운드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고교체계개편 보고서에서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 국제고까지 일반고에 통합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반고를 명문고로 키울 방안도 없이 잘나가는 학교부터 끌어내리고 보자는 그의 전략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49·사진)가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상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마르소는 8일 트위터에 “지난해에만 154명을 처형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에게 이 상이 수여됐다. 이것이 내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12일 보도했다. 마르소는 1980년 개봉된 영화 ‘라 붐’에 출연해 청순한 외모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4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환경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에는 동거녀와의 결별로 이어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열애 스캔들에 “올랑드는 비열한 겁쟁이”라며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올 1월 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수를 처형했다.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불과 2개월 뒤 당시 처형을 주도한 인물에게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해 인권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사우디 국영통신 SPA는 6일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가 프랑스를 방문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운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무함마드가 4일 올랑드 대통령을 만났다고만 했을 뿐 훈장을 수여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만든 상으로 국가에 크게 공헌한 군인과 일반인에게 수여된다. 그동안 제라르 드파르디외, 카트린 드뇌브,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퍼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 훈장을 받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도 작년에 올랑드 정부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2006년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레지옹 도뇌르 그랑 크루아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세계 최고령 남성이 됐다. 1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현재 이스라엘 하이파에 사는 이스라엘 크리스탈 옹(翁)이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날로 그의 나이는 112세 178일이 됐다. 폴란드 자르노프에서 전통 유대교를 믿는 가정에서 태어난 크리스탈 옹은 1939년 나치의 침공 이후 가족과 함께 폴란드 도시 우치의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이주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49)가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상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소피 마르소는 8일 트위터에 “지난해에만 154명을 처형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에게 이 상이 수여됐다. 이것이 내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12일 보도했다. 소피 마르소는 1980년 개봉된 영화 ‘라 붐’에 출연해 청순한 외모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4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환경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에는 동거녀와의 결별로 이어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열애 스캔들에 대해 “올랑드는 비열한 겁쟁이”라며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난 1월 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수를 처형했다.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불과 2개월 뒤 당시 처형을 주도한 인물에게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해 인권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사우디 국영통신 SPA는 6일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가 프랑스를 방문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운 공로’로 프랑스 정부에게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무함마드가 4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났다고만 했을 뿐 훈장을 수여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만든 상으로 국가에 크게 공헌한 군인과 일반인에게 수여된다. 그동안 제라르 드파르디외, 카트린 드뇌브,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 훈장을 받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도 작년에 올랑드 정부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2006년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레종 도뇌르 그랑 크루아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세계 최고령 남성이 됐다. 1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현재 이스라엘 하이파에 사는 이스라엘 크리스탈 옹(翁)이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날로 그의 나이는 112세 178일이 됐다. 폴란드 자르에서 전통유대교를 믿는 가정에서 태어난 크리스탈 옹은 1939년 나치의 침공 이후 가족과 함께 폴란드 도시 우치의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와 아내는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 노역을 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처형됐고, 그는 다른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계속 했다. 1945년 연합군에 의해 발견됐을 때 그의 몸무게는 37㎏이었다. 가족 중 홀로 살아남은 그는 1950년 두 번째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해 가업(家業)이던 제과사업을 하다 은퇴했다. 크리스탈 옹은 기네스북 증명서를 받으면서 ‘장수의 비결’은 알지 못한다며 “모든 것은 위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나보다 더 똑똑하고 강하고 잘 생긴 사람이 있지만, 우리가 할 일은 열심히 일하고 잃어버린 것을 재건하는 것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제게 야망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다른 입양아들처럼 힘든 청소년 시기를 보냈을 겁니다. 비록 버림받은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직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10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5구 바빌론 가(街)에 있는 국가개혁장관 집무실. 지난달 11일 개각 때 입각한 장뱅상 플라세 장관(48)은 커다란 손을 내밀며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안경 너머로 비치는 눈빛이 강렬했다. 한국계 입양인 출신이 프랑스 장관이 된 것은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장관집무실 주변 도로는 ‘주당 35시간 근무제’ 폐지를 뼈대로 한 정부 노동개혁안에 대한 반대 시위로 길이 꽉 막혔다. 플라세 장관은 “현재 젊은이들 4명 중 1명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 활성화를 위한 노동개혁 법안 통과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플라세 장관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7세에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한 가정에 입양돼 4남매와 함께 자랐다. 한국 이름은 권오복(權五福)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권세와 다섯 가지 복을 뜻한다며 이름 덕분에 장관이 된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했다. 지난해 5월 발간한 자서전 ‘내가 안 될 이유가 없지!’에는 변호사인 양아버지가 뿌리인 한국을 잊지 말라며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그는 ‘혹시나 한국으로 다시 보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왜 36년간 한국을 잊고 살았나. “나와 같이 ‘버림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받지 못한 사랑을 새로운 가족으로부터 받고 싶은 강한 의지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인보다 더욱 프랑스인이 됐을 수도 있다. 나를 따뜻하게 받아준 부모님과 형제자매, 그리고 프랑스를 나는 열렬히 사랑했다. 넉 달 만에 프랑스어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한국과 화해했나. “2011년 상원의원에 당선됐을 때 박흥신 전 주프랑스 대사가 관저로 초청했다. 3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요리를 맛봤다. 강렬한 느낌이었다. 박 대사의 따뜻한 환대와 인간적 믿음으로 한국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내고 인식을 바꾸게 됐다. 비빔밥을 좋아하는 나는 요즘 파리의 한식당 ‘우정’에 프랑스 의원들을 초대해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홍보대사가 됐다.” 그는 노르망디에 있는 캉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학생조합을 이끌며 좌파 정치인들을 알게 됐고 1992년 의원보좌관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40세 이전에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인생 계획을 화장실 벽에 걸어뒀다고 한다. 마침내 43세 때인 2011년 상원의원이 된 뒤로는 ‘장관 꿈’을 꿨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나폴레옹’을 꼽는다. 사무실에도 엘바 섬에서 귀환하는 나폴레옹 황제를 상징하는 장난감 병정이 있는 상자를 둘 정도다.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정치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프랑스인들에게 받은 것을 되돌려줄 수 있는 장관이 돼 기쁘다. 나는 야망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왔다. 프랑스인들은 개인적인 야망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나를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이런 야망이 없었다면 힘든 입양 경험을 가졌던 다른 아이들처럼 청소년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2001년 유럽생태녹색당(EELV)에 가입한 그는 지난해 8월 녹색당이 집권 연정을 탈퇴하고 급진 좌파와 연대하자 녹색당을 탈당하고 환경민주당(UDE)을 창당했다. 그는 최근 중도주의자를 자처하며 좌우를 아우르는 정계 개편을 주장해 프랑스 정계에 돌풍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좌파 녹색당 출신 정치인으로서 왜 중도주의, 실용주의를 외치는가. “정치인은 비전을 제시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끊임없는 비판과 시위, 혁명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이 때문에 급진좌파와 연대한 녹색당이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생각해 결별했다. 프랑스 정치의 극심한 좌우 대립은 낡은 유산이다. 이제 중요한 공동 가치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는 정치권의 개편이 필요하다.” 플라세 장관은 2011년 한국 정부 초대로 방한한 이후 6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인의 일에 대한 열정과 정확성, 전통 문화와 자연을 존중하면서도 세련된 현대 문화, 첨단 테크놀로지와 경제 발전에 놀라움과 존경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플라세 장관은 “어릴 적 지내던 보육원을 방문하니 잊고 지내던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며 “비로소 과거와 화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14kg이나 줄였다. 자신의 다이어트에 대해 프랑스 TV 카날플뤼스 토크쇼에서 ‘기후 온난화 투쟁에 대한 개인적인 기여’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다이어트에 대해 “외동딸 마틸드(3)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딸에게 균형 잡힌 식사의 모범을 보여주고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취업난과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현실에 절망해 ‘헬조선’이나 ‘흙수저’라는 말로 자조(自嘲)하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한국의 젊은이들만 겪는 고민이 아닙니다. 프랑스와 유럽 젊은층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내가 받는 교육이 올바른 것인지, 노동시장이 개방되는데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겐 물질적인 고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나누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난해 100만 명이 넘는 서유럽행 난민이 이용했던 ‘발칸 루트’가 사실상 완전히 폐쇄됐다. 베스나 주니다르 슬로베니아 내무장관은 “9일 자정부터 발칸 루트를 통한 난민 이동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칸 루트는 터키에서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에 온 난민이 독일과 오스트리아까지 가기 위해 거치는 통과 국가들을 말한다. 최북단의 슬로베니아에서부터 봉쇄가 시작되자 발칸 반도 중부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가 차례로 난민 입국 금지를 선포해 난민 통로가 완전히 끊겼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서부 발칸국을 통한 비정상적 유입은 이제 끝이 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에 머물며 유럽행을 기다리던 3만6000여 난민의 발이 묶였다. 특히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국경 부근의 이도메니에는 1만3000여 명이 고립된 상태다. 발칸 반도 국가들이 일제히 국경 봉쇄에 나선 것은 7일 EU와 터키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을 터키로 송환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0일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일방적 발칸 루트 폐쇄는 그리스를 어려운 처지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EU 전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난민 문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EU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국경 통제에 찬성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발칸 루트가 막혀 난민들이 더 위험한 ‘제2, 제3의 루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먼저 그리스 북서쪽의 알바니아를 통해 아드리아 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는 루트가 있다. 난민들은 알바니아의 만년설을 넘고 에게 해에 이어 다시 바다를 건너는 험로를 견뎌야 한다.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거나, 터키 북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이어 폴란드로 향하는 길도 있다. EU 관계자는 “발칸 루트 대신에 새로운 루트가 만들어진다면 해당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FT에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이 조만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권부 핵심 인사들의 해외 비자금 계좌를 동결·몰수키로 한 것은 달러 부족에 직면한 북한 체제의 최대 약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유지 자체에 위기를 불러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의 선봉에 서게 될 미 재무부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그와 가족, 측근들의 해외 비밀계좌를 추적해 왔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들에 대한 ‘실력 행사’를 통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 동결 당시처럼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포위하겠다는 것이다. 금주 중 방안이 마무리될 행정명령은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법안의 시행령 성격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북한 정부 및 노동당 소속 단체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재원 이전을 금지하도록 한 유엔 결의안 2270호의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결의안의 금융제재 관련 조항에는 ‘WMD와 관련된 정황과 정보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이는 당시 유엔 결의안 초안 작성 과정에서 중국의 요청에 따라 삽입돼 결과적으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은 다자 제재 틀인 유엔 결의안에 있는 구멍을 독자 제재로 메워 북한 최고지도부로의 외화 반입을 사실상 모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미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한 자를 도운 제3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행정명령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겨온 유엔 회원국들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3자 제재 규정에서 중국인과 중국 단체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면서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미 정부의 전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 상당액이 중국 은행에 은닉됐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 대외 거래의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제재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한편 영국 정부도 8일 재무부 관보를 통해 유엔 결의안을 반영한 금융제재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개인 15명과 기관·기업 5개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영국의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은 개인 총 48명과 기관·기업 41개로 늘었다.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파리=전승훈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좌파의 성역이었던 ‘주(週) 35시간 근로제’를 폐지하고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는 친(親)기업적 노동개혁을 추진해 집권 사회당과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선을 1년 앞두고 15% 안팎이라는 최악의 지지율로 고전하는 올랑드 대통령이 재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로 ‘우(右)클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프랑스 사회의 ‘성역’과 같은 주 35시간 근로제에 손을 대고 고용을 유연화하는 내용의 이번 노동개혁은 ‘집토끼’인 좌파 지지층을 버리고 ‘산토끼’인 중도층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 시간)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올랑드의 선택을 과거 중도좌파 성향이면서도 ‘하르츠 개혁’과 같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비교했다. 개혁의 대가로 재선에 실패한 슈뢰더와 달리 올랑드 대통령은 반대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 35시간 근무제’란 2000년 좌우 동거 정부 시절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조금 덜 일하면 모두가 일할 수 있다”는 구호 아래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도입한 법안이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기업들은 각종 변형근로제와 자동화 시설을 도입해 인건비 절감을 시도했다.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도 늘었다.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법이 됐다는 비판이 커졌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번에 발표된 새 노동개혁 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노사 자율 투표로 주 35시간을 초과해 일할지 결정할 수 있다. 또 초과근무수당도 거대 노조단체에 의한 산별협약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노사 협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 및 해고도 좀 더 쉬워진다. 기존에는 직원을 해고하면 수년간 이어지는 노동재판 때문에 해고보상금으로 1인당 평균 최소 2500유로에서 31만 유로까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주들이 아예 정규직 채용을 꺼려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이 25%를 넘고 민간 기업의 신규 직원 90%가 ‘단기계약직’ 신세다. 노동법 개정에 반발하는 노조와 학생단체들은 9일부터 올랑드 정권 들어 처음으로 대규모 전국 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200여 개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철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가 공동 운영하는 고속열차 ‘유로스타’의 일부 구간 운영도 중단됐다. 새 법안에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에는 사상 최다인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프랑스인의 70%가 올랑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정부는 개정안을 9일 내각회의에 제출하려 했으나 각계 반발이 이어지자 24일로 늦췄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노동법 개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사람은 젊은이들”이라며 “노동법 개정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르틴 오브리 전 노동장관은 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문에서 “노동개혁 추진은 단순히 5년짜리 올랑드 정권의 실패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프랑스와 좌파 진영을 약화시킬 준비작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새해 들어 서유럽 국가들과 발칸 국가들이 유럽행 난민들에 대한 국경 통제를 강화하자 그리스가 발 묶인 난민들의 거대한 ‘수용소’로 변하고 있다. 6일 오후 마케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리스 북부의 이도메니 난민 캠프. 국경 근처에서 수주째 발이 묶인 난민 수천 명이 철조망을 뚫고 지나가려다 최루탄을 쏘며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나이 든 노모와 열 살 미만의 두 딸을 안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탈출해 온 나르제스 알 샬라비 씨(27)는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2주가 넘도록 국경이 열리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오늘 2시간 동안 줄을 서 샌드위치 하나를 겨우 얻었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올해 그리스에 입국한 난민은 12만7000여 명에 이른다. 하루에도 2000명이 넘는 난민이 터키 해안에서 보트를 타고 그리스에 도착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이 서유럽 국가로 가려면 통과해야 하는 오스트리아와 발칸 9개국은 지난달 24일 국경 통제를 강화해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마케도니아는 5일부터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내전 중인 3개국 난민에게까지도 국경을 닫아버렸다. 이 때문에 그리스 북부 이도메니 난민촌(1500명 수용)에는 1만3000여 명의 난민이 몰려 있는 상태다. 현재 그리스 전체에 발이 묶인 난민은 3만2000여 명으로, 이달 말까지 1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그리스 전체가 ‘난민 강제수용소’로 전락하고 있다”며 인도주의 위기를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는 올해 난민 관련 비용에 10억 유로(약 1조320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며 그리스가 ‘폭발 직전의 압력솥’ 같다고 보도했다. EU와 터키는 7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위기에 처한 그리스 지원 방안과 유럽 난민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는 ‘국제적 보호가 필요 없는 불법 난민은 대규모로, 신속하게 터키로 송환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칸 국가들의 국경 통제를 지지하는 선언을 채택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터키는 지난해 11월 자국에 머무르고 있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 200만 명의 유럽행을 막는 대신 EU로부터 30억 유로를 받아 터키 내 난민캠프 증설 등에 사용하는 협약을 맺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3일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와 만난 뒤 “너무 많이 몰려드는 유럽행 난민을 막기 위해 대규모 송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 난민촌에서 스마트폰으로 EU 정상회담 뉴스를 챙겨보던 시리아 난민 마흐무드 씨(60)는 “유럽행 국경이 열리는 기적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죽을 고비를 넘기며 건너온 에게 해의 섬이나 터키로 다시 송환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U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6일에도 터키 남서부 에게 해에서 그리스로 가려는 난민들을 태운 배가 침몰해 25명이 숨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에게 해에 군함 4척을 이동 배치해 난민 밀입국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 이슈입니다.” 유럽 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프랑수아 고드망 아시아문제연구실장(66)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북핵 전략 세미나 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도 중요한 선택의 시점에 와 있으며 3월 중으로 유엔 대북제재보다 더 강력한 독자 제재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EU는 14일 유럽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핵무기,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독자 제재안을 논의한다. 파리 정치대(시앙스포) 교수인 고드망 실장은 “북한이 시리아 핵 개발을 지원한 정황이 2007년 일부 드러난 것처럼 북한이 핵 기술을 해외 분쟁 지역에 전수할 위험이 크고,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국제사회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드망 교수는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아시아센터 초대 소장을 지낸 중국 및 동북아 정치 경제에 관한 프랑스 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아시아 외교정책 자문역을 맡았다. 고드망 교수가 사회를 본 이날 세미나에는 유럽 내 핵 확산 방지 전문가들과 외교 관계자 150여 명이 몰려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그는 “모든 자료를 종합해 본 결과 북한이 4차 핵실험에서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핵실험 초기였던 10년 전과 달리 이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 핵폭탄 소형화 등 핵 관련 무기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고드망 교수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대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어떤 국제 제재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대북 압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북한으로 유입되는 모든 형태의 수익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기조로 채택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의 대북제재는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한미일)와 핵무기 개발 분야 및 관련 금융 분야를 직접 타깃으로 하는 제재(유엔) 두 가지였는데 이번 결의안은 두 가지 방식을 종합한 제재라는 설명이다. 고드망 교수는 한국과 미국, 중국 간에 첨예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해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독자적 방어 체계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더 이상 단순한 ‘외교 협상’ 카드가 아닙니다. 한국과의 군사력 균형을 맞추는 데서 나아가 정권의 정체성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기초로 한 군사안보 전략을 끝까지 지켜 내야 합니다. 이는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고드망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비핵화’나 ‘변화’가 아니라 ‘안정 유지’에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체제를 흔들어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제재에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를 얻기 위해 중국에 상당한 예외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이 합법적 공간에서 돈을 벌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유엔 결의안 통과와 함께 강력한 대북 압박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현대사회에서는 왜 ‘겸손’보다 ‘자기애(愛)’가 미덕일까? 바로 유명해지는 것이 ‘권력’이요, ‘자본’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TV프로그램 진행자인 기욤 에르너가 최근 낸 ‘설레브리티의 절대권력(La Souverainet´e du people)’이란 책이 프랑스의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화제다. 정치인 배우 예술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온통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에 들끓는 현대사회를 날카롭고 유머 넘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해 도산했고,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럭셔리한 타워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고, 10년 동안 TV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다. ‘명성의 자본(capital de notori´et´e)’은 그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고, 미디어 게임을 통해 미국의 최고 권력에 다가설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유명함과 자질이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연설, 저속한 말투, 무솔리니도 모르는 무식함으로 논란을 불렀으나 이게 오히려 인기를 더욱 키웠다. 저자는 “트럼프에 비하면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장 폴 사르트르(프랑스 철학자)”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그나마 직업이라도 갖고 있다. 킴 카다시안이나 패리스 힐턴 같은 설레브리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은 똑같은 말과 행위를 반복하고, 머리가 텅 비어 있음을 끊임없이 떠벌리지만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 유명하다. 미국의 대통령은 점점 가장 유명한 ‘설레브리티’가 되고 있다. 바지 아랫도리 이야기는 금기시하던 프랑스 정치계도 마찬가지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카를라 브루니 여사,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전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의 내밀한 침실의 이야기는 주간지는 물론이고 권위 있는 신문에까지 실린다. 그러나 저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가장 ‘비정상적인 유명인’으로 꼽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혼했고, 두 딸이 있다는 것 외에는 사생활을 알 수가 없다. 오바마는 세계에서 가장 이성적인 지도자이다.” 저자는 평범한 일반인 설레브리티도 주목한다. TV 리얼리티쇼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양산해내는 유명인이다. 이들은 ‘나같이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유명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부추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친구’나 ‘좋아요’ 수에 목숨을 건다. 저자는 “설레브리티에 대한 숭배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대중사회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수직적 권위 질서가 무너져 모두가 평등한 사회일수록 남들과 다른 작은 차이점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는 유명인이 존재할 수 없다. 독재자보다 더 유명해지면 처형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옛 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1968년 우주비행 훈련 중 추락사고로 죽었다. 당시 소련에는 최고 권력자인 흐루쇼프가 가가린이 자신보다 더 유명한 것을 원치 않아 죽였다는 음모론이 돌았다고 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의 핵무기 기술은 시리아 등 분쟁국가에 전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이슈입니다.” 유럽 외교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프랑수아 고드망(66) 아시아문제 연구실장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북핵 전략세미나에서 “유럽연합(EU)도 독자적으로 유엔 대북제재보다 더 강력한 제재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정치대학 교수인 고드망 실장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아시아문제센터 초대 소장을 지낸 중국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고드망 실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 간에 첨예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D)’ 체계 도입에 대해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독자적 방어체계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억제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기초로 한 독자적 군사안보전략을 끝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이는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드망 실장은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된 대북한 제재 결의 2270호에 대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어떤 제재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대북 압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고드망 실장은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비핵화’가 아니라 ‘안정 유지’에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체제를 뿌리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제재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를 얻기 위해 중국에 상당한 예외를 허용했다”면서 “결국 중국의 역할이 제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브뤼노 테르트레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 마티유 뒤샤텔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아시아연구 부실장, 앙투안 봉다즈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 센터 연구원이 북핵 관련 국제사회의 전략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다음은 주요내용. ▽브루노 테르트레(영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북한은 파키스탄, 이란에 이어 약 20년 만에 핵실험을 했다.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을 갖춘 국가로 봐야한다. 올해 1월 핵실험은 폭발 규모 등 객관적 자료로 판단할 때 수소폭탄은 아니었다. 다만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발표하며 국제사회에 그렇게 인식되길 원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개발을 갓 시작한 단계가 아니라 수소폭탄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 핵폭탄 소형화 등 핵 관련 무기개발이 완성되지는 않았으나 상당한 진척을 보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이러한 측면에서 10년 전과 달리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개발을 외교적 협상카드로 사용한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으나, 현 상황을 볼 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북한 정권의 핵심 기조가 됐다. 특히 핵개발 프로그램이 김정일의 업적이었다면, 탄도미사일 개발은 김정은이 자기 업적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시리아의 핵개발을 지원한 정황이 2007년 일부 드러난 것처럼 북한이 핵 기술을 해외로 전수할 위험이 크다. 또한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중동 등 국제사회에 심각한 안보위협이 되고 있다. ▽마티유 뒤샤텔(유럽외교관계이사회 아시아연구 부실장·전 스톡홀름평화연구소 연구원)=북한의 ‘4차 핵실험’은 국제사회가 그동안 제재를 통해 핵개발 포기를 이끌어내려 했던 ‘대북제재’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대북제재는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한미일)와 핵무기 개발과 연계분야 및 관련 금융 분야를 직접 타겟으로 하는 제재(유엔 방식)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구성됐다. 2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는 이 두 방식을 병용함으로써 ‘북한으로 유입되는 모든 형태의 수익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기조로 채택됐다. 따라서 제대로 실행된다면 과거 어떤 제재보다도 더 강력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더 이상 단순한 외교협상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북 제재를 통해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제재 효과와 관련해 ‘결의안 2270’과 같은 강력 제재에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경제제재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중국 내 대북 정책이 상당 수준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중국 당국이 얼마나 입법적 틀을 통해 이를 정책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았던 만큼 개성공단의 폐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함께 강력한 대북 압박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앙트완 봉다즈(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연구원)=북한의 핵개발은 국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봐야한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체제의 DNA(정체성)로 부각시켜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를 ‘핵무기의 수호자’이자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의 아버지’로 자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부터 이라크, 리비아까지 서방의 군사개입으로 절대권력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고 김정은 정권은 체제를 보호해줄 유일한 수단은 핵무기라고 믿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점차 노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에서 한미동맹과 북한간의 군사력 격차를 일거에 해소해줄 핵심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동기에 집착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단기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버마 아웅산 테러, 민간항공기 격추사건을 비롯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지속적인 도발행위를 자행해왔고, 국제사회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핵개발을 강행해 이제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더 이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도록 압박해나가야 한다. 어떤 국가도 홀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일치된 협력을 통한 제재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검찰이 2016년 브라질 리우,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금품을 받았다는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라민 디악 전 회장(82·세네갈) 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을 포착했다고 프랑스 르피가로가 2일 보도했다. 2013년 유치전 당시 터키 이스탄불을 지지했던 디악 IAAF 전 회장은 일본의 한 후원자와 IAAF 후원 계약을 체결한 뒤 도쿄를 지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지난달 세계반도핑기구(WADA)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측이 IAAF에 400만~500만 달러(약 49억~61억 원)의 협찬금을 줬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2016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IOC위원들의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디악 전 회장의 아들인 파파 마사타 디악(50)이 IOC 위원 6명에게 ‘소포 보따리’를 보낼 것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디악은 지난해 8월 사퇴할 때까지 IAAF 회장을 16년 동안 맡았으며, 1999년부터 2013년까지 IOC위원을 지냈다. 프랑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디악 전 회장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은 최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논쟁이 주로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여행 교육 스포츠 통신 해외거주 등 사회와 생활 전반에 미치는 변화와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①스포츠와 문화=우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클럽들은 유럽연합(EU) 출신의 재능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힘들어진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캐런 브레이디 부회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약 200명의 EU 출신 선수가 ‘비(非)EU 출신 선수’들처럼 체류비자와 노동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3분의 2 정도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EU 탈퇴 국민투표일인 6월 23일은 ‘유로 2016’ 대회 기간인데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팀의 참가 자격을 놓고 거센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②영국 대학 수준 저하=영국 대학에는 유럽 전역에서 온 유학생 12만5300명이 재학 중이다. 과학 분야 연구 인력의 15%도 EU 회원국 출신이다. 78개 영국 대학 연구소의 프로젝트 약 1000개가 유럽과학연구협의회(ERC)로부터 기금을 지원받는다. 또 매년 20만 명 이상의 영국 학생과 2만 명의 교수진이 ‘에라스뮈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EU권 대학에서 공부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줄리아 굿펠로 영국 대학협의회장(켄트대 총장)은 “영국의 EU 탈퇴로 고급 교수 인력과 유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럽 공동연구 프로젝트 참여가 줄어들면 영국 대학의 수준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EU의 각종 규제를 받지 않고 과학 실험을 할 수 있어 창의적인 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③통신요금 폭탄=EU는 ‘단일 통신 시장’이란 슬로건 아래 27개 회원국에서 휴대전화를 쓸 경우 자국에서와 똑같은 통신료를 내도록 제도를 개선해 왔다. 다음 달부터 EU 28개국의 로밍 요금을 점차 줄여 내년 6월까지 완전한 단일 통신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인들은 유럽 여행 시 엄청난 ‘통신료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④해외 거주 영국인 불안=현재 다른 EU 국가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들은 약 200만 명. 이들은 EU 상호조약에 따라 체류증, 노동허가, 부동산 취득, 연금, 건강보험 등에서 영국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혜택을 누린다.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은 EU 개별 국가들과 분야마다 복잡한 양자협상을 벌여야 한다. 가디언은 “많은 해외 거주 영국인들이 차별과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귀국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⑤금융허브 지위도 흔들=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100만 명이 종사하는 런던의 금융산업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HSBC 등 런던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본사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 등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업 분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은 2014∼2020년 EU의 공동농업정책(CAP) 보조금으로 278억 파운드(약 48조 원)를 지원받는다. 이 돈은 대부분 농촌지역 개발 비용과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된다.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정부가 농민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CAP 보조금 수준을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과 함께 ‘악(惡)의 축’으로 불렸던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하자 이란 국민도 총선에서 개혁파에 압승을 안겨주며 친(親)서방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의회(마즐리스)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90% 개표 결과 최대 격전지인 수도 테헤란에서 개혁중도파가 30석을 모두 휩쓸었다고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총 88명) 선거에서도 개혁파가 테헤란에서 약진했다. 테헤란에서 뽑는 16명의 위원 중 개혁중도파가 14명, 보수파는 단 2명으로 집계됐다. 개혁파의 대부(代父)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1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란에서는 테헤란 출신 인사들이 정치 노선을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BBC는 “테헤란에서 개혁파가 의석을 휩쓴 것은 개혁중도파의 지지를 받는 로하니 정권의 핵협상 타결과 경제 개방 정책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표로 확인된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개혁중도파 후보는 다른 지역구에서도 선전해 보수파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8일 오전 현재 메흐르 통신 집계에 따르면 당선이 확정 또는 유력한 후보는 개혁파와 중도파 후보가 각각 최대 63명과 72명이고 보수파가 101명이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1, 2일 나온다. 현재 의회는 290석 중 보수파가 1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유권자 8000만 명 가운데 60%인 30세 미만의 젊은층 표심이 결과를 주도했다. 대외적으로는 개방, 내부적으로는 자유 확대를 원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훌쩍 넘어서도 긴 줄이 늘어서자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례나 마감 시간을 연장해 밤 12시가 다 돼서야 투표가 끝났다. 투표율은 60%를 넘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17년 재선을 노리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국민이 정부에 더 많은 신뢰와 권력을 준 것”이라며 “국내외의 역량과 기회를 모아 이란 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한 때 북한과 함께 ‘악(惡)의 축’으로 불렸던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하자 이란 국민들도 총선에서 개혁파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친(親)서방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란 내무부는 27일 의회(마즐리스) 의원을 뽑는 총선의 44% 개표 결과 최대 격전지인 수도 테헤란에서 개혁중도파가 30석 중 29석을 휩쓸었다고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총 88명) 선거에서도 개혁파가 테헤란에서 약진했다. 테헤란에서 뽑는 16명 위원 중 개혁중도파가 14명, 보수파는 단 2명으로 집계됐다(개표율 38% 기준). 개혁파의 대부(代父)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1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란에서는 테헤란 출신 인사들이 정치 노선을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BBC는 “테헤란에서 개혁파가 의석을 휩쓴 것은 개혁중도파의 지지를 받는 로하니 정권의 핵협상 타결과 경제개방 정책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표로 확인된 것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개혁중도파 후보는 다른 지역구에서도 선전해 보수파에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1¤2일 나온다. 현재 의회는 290석 중 보수파가 1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유권자 8000만 명 가운데 60%인 30세 미만의 젊은층의 표심이 결과를 주도했다. 대외적으로는 개방, 내부적으로는 자유 확대를 원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투표인증 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훌쩍 넘어서도 긴 줄이 늘어서자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례나 마감 시간을 연장해 자정이 다 돼서야 투표가 끝났다. 투표율은 60%를 넘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17년 재선을 노리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국민이 정부에 더 많은 신뢰와 권력을 준 것”이라며 “국내외의 역량과 기회를 모아 이란 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26일 이란 총선을 앞두고 보수파와 개혁파가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과 경제제재 해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느 손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된다. CNN은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 수도 테헤란 시내의 빌딩과 나무, 가로등 기둥 곳곳이 선거운동 광고판과 포스터로 도배됐다고 전했다. 지하철을 누비며 막판까지 선거운동을 펼친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는 “개혁파 의원들이 당선되면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여 일자리를 창출해 연 8%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반면 보수강경파 후보인 골람 알리하다드 아델은 “미국 등 서방이 이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0명의 의회(마즐리스) 의원과 88명의 국가지도자운영회 위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서방과의 협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제재 해제를 이끌어낸 중도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도 띤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강경파가 다시 득세한다면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관계 개선 노력도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반대로 2012년 총선 당시 선거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의석수가 30석(전체 290석)에 불과한 개혁파가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의 향후 국정 노선을 결정하는 진짜 승부는 ‘국가지도자운영위원회’ 선거”라고 전했다. 8년에 한 번씩 선출되는 성직자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현재 76세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해 수술을 받은 후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위원들이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6일 이란 총선을 앞두고 보수파와 개혁파가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과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느 손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된다. CNN은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 수도 테헤란 시내의 빌딩과 나무, 가로등 기둥 곳곳이 선거운동 광고판과 포스터로 도배됐다고 전했다. 지하철을 누비며 막판까지 선거운동을 펼친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는 “개혁파 의원들이 당선되면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여 일자리를 창출해 연 8%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반면 보수강경파 후보인 골람 알리하다드 아델은 “미국 등 서방이 이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0명의 의회(마즐리스) 의원과 88명의 국가지도자운영회 위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서방과의 협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제재 해제를 이끌어낸 중도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도 띤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강경파가 다시 득세한다면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은 물론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관계 개선 노력도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반대로 2012년 총선 당시 선거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의석수가 30석(전체 290석)에 불과한 개혁파가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의 향후 국정 노선을 결정하는 진짜 승부는 ‘국가지도자운영위원회’ 선거”라고 전했다. 8년에 한번씩 선출되는 성직자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현재 76세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해 수술을 받은 후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위원들이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