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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닉스는 1971년부터 ‘의자’라는 한 우물만 판 부산의 이색 향토기업이다. 사무·교육·가정용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의자를 제작한다. 일반 소비자에겐 낯설지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관공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70%가 관공서에서 나온다. 직원은 20명이다. 유닉스는 디자인, 설계 등 연구 개발에 연간 2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임민호 이사(42)는 20일 “한때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의자에서 보낸다.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다 편하면서 튼튼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유닉스는 과거 대기업 주문을 받아 납품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디자인을 개발해 생산하면서 회사의 틀을 바꿨다. 경영학을 전공한 임 이사가 2004년 회사에 오면서부터다. 그는 “업계 내에서 인정받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고비를 잘 넘겼고, 이제 조달청에 등록된 200여 곳의 의자전문 업체 중 상위권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임혜석 창업자의 차남으로 두 살 위 형인 임형태 이사는 생산 부문을 총괄하고 현재 대표는 어머니 이정민 씨가 맡고 있다. 유닉스는 기술력 못지않게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임 이사는 “마진을 더 남기려고 해외의 값싼 부품을 쓰다 보면 자칫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그 순간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협력사, 대리점 등과 약속한 입금 날짜를 어기지 않는 것으로도 업계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유닉스는 지난해 12월 총 60여억 원을 들여 기존 사상구 내에서 새 부지를 마련해 회사를 옮겼다. 제조업체가 땅값이 싼 다른 지방이나 해외로 부지를 넓혀 이전하는 경우는 많지만 자금 부담을 안고 부산 도심 내에서 옮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임 이사는 “부산을 떠나기 싫었고, 업무 특성상 수작업이 많아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유닉스는 ‘의자 전문 1위’ 기업를 목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여태 도전하지 않았던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적극 알리는 방안도 찾고 있다. 임 이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부산시 등 지자체도 우리처럼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중소기업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의자’라는 기업 모토처럼 장학금, 문화행사 후원 등 이웃 사랑 실천도 활발하다. 올 3월엔 부산지방법원 천종호 판사가 어려운 청소년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사단법인 ‘만사소년’의 바리스타 무료 교육장에 의자 등 가구와 각종 용품을 기부했다. 임 이사는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건 기업인으로 가질 수 있는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천주교 마산교구 김영식 신부(사진)가 19일 선종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1949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서울 성신고, 광주가톨릭대를 졸업했으며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세례명은 알로이시오. 그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경남본부 상임대표를 맡는 등 경남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렸다. 1970, 80년대 수배 등으로 수사당국을 피하던 운동권 학생, 노동, 재야인사의 숙식을 남몰래 챙기며 맏형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트위터 계정에 “신부님은 1970, 80년대 경남 민주화 운동의 대부셨다. 마산 창원의 노동·인권 사건 변론을 다닐 때, 시국 사건의 법정이 열릴 때마다 방청석 맨 앞 열에서 방청하시던 모습이 늘 기억에 남아있다”고 적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오셨는데, 이제 평화와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빈소는 경남 창원시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됐고 장례미사는 21일 오전 10시 마산 주교좌 양덕동성당에서 엄수된다. 장지는 경남 고성군 이화성직자 묘역, 삼우미사는 23일 오전 11시 묘역에서 열린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시가 쇠퇴하고 있는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도시 개조안을 수립했다. ‘몸통이 튼튼해야 부산이 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시의 얼굴을 싹 바꾸겠다는 것이다. 약 3조300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오거돈 시장은 공한수 서구청장, 윤종서 중구청장, 최형욱 동구청장, 박재범 남구청장, 김철훈 영도구청장,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등 부산 원도심 권역 내 6개 단체장과 함께 15일 부산시청에서 ‘원도심 대개조 비전’을 발표했다. 먼저 원도심 중심으로 부산 곳곳을 물길로 잇는다. 핵심은 동천이다. 동천 도입부에 있는 55보급창을 2030부산월드엑스포 계획 부지에 포함시켜 월드엑스포 기념공원으로 만든다. 서면 광무교 일원은 ‘광무 비즈니스 파크’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부산교통공사를 옮기고 도심 친수공원을 세운다. 오 시장은 “동천 상류부인 부산진구 광무교에서부터 부산도시철도 부암역 구간 동서고가도로를 철거한 뒤 동천 물길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도시공사도 옮겨 여기엔 친수공원을 세운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동천에 도심 크루즈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산복도로∼원도심∼해안으로 연결되는 ‘이음길’ 개설 계획도 발표했다. 6개 구간에 너비 50∼60m 규모의 대로를 뚫어 원도심과 해안이 자유롭게 소통될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것. 이와 함께 △동천∼북항∼남항 연계 시티크루즈 3개 코스 운항 △산복도로 복층화로 상부공간 공원·보행로 조성 △옛 부산외국어대 부지 혁신지구 조성 등의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길과 길을 이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취지로 바다와 도심, 산복도로를 잇는 수직 이음로 6곳(중앙·초량·수정·우암·봉래·남부민동)도 개설한다. 산복도로 주거환경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인 교통 단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간선도로에서 산복도로 혹은 해변까지 바로 잇는 폭 50m의 도로를 곳곳에 개설하고 급경사지에는 모노레일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통 소상공업 역사길을 잇는 ‘백 년 옛길’을 놓고, 우암동 소막마을을 ‘우암 소막평화마을’로 재탄생시키는 등 원도심이 간직한 문화유산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문제는 예산이다. 시는 국비 9100억 원, 시비 79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민간 자본과 연계해 사업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상황에서 민간 참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이에 계획만 요란한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북항 재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2030월드엑스포 유치가 동시에 추진되는 지금이 원도심을 대개조할 절호의 기회다. 발표한 사업들은 용역을 통해 구체화하고,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성명서를 내고 “원도심 대개조를 통한 지역 균형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예산 확보와 입법 지원에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원도심은 중구·서구·동구·영도구·부산진구·남구 등 6개 구로 총면적은 97km²이고 올 4월 기준 인구는 99만6000여 명이다. 항만 철도 등 교통의 중심지로 과거 부산 성장을 주도했지만, 시청 등 관공서 이전, 동부산 개발 치중 등의 여파로 수십 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수돗물의 질이 개선된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5일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고품질 수돗물의 안정적 보급을 위한 ‘상수도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시는 취수원 다변화를 통해 낙동강물보다 좋은 청정원수 확보에 나서기로 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한다. 아울러 공업지대가 집중 배치돼 수돗물 불신의 원인으로 지목된 낙동강 상류의 수질을 대폭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미량의 유해 화학물질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 정수장에 ‘나노필터(NF)’나 ‘역삼투 여과막(RO)’ 등 최신 기술도 도입한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주기적으로 상수도관을 세척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400mm 이상 중·대형 관로를 세척할 때는 단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로의 이중화 혹은 네트워크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배수지 확충도 적극 추진한다. 부산은 대규모 정수장이 낙동강 주변인 서쪽에 치우쳐 있다. 이에 대부분 정수를 거쳐 가정에 물을 보내는 만큼 배수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근희 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상수도 사업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므로 멀리 내다보고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유신 철폐! 독재 타도!’ 1979년 10월 부산과 경남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항거한 부마(釜馬) 민주항쟁의 기억이 40년 만에 거룩한 역사로 되살아난다. 16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 대운동장에서 부마항쟁의 첫 국가 기념식이 열린다. 지난달 17일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열리는 첫 공식 기념식이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와 항쟁 참가자, 부산과 경남 주민 3000여 명이 참석한다. 식전 행사와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 공연, 합창 공연 등이 1시간가량 진행된다. 기념식 총감독은 마산 출신으로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만든 이창재 중앙대 영상학과 교수가 맡았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당시 항쟁은 10월 16일 부산에서, 18일 마산에서 일어났다. 기념일을 부산의 10월 16일로 정한 대신 제1회 국가기념식은 마산에서 열어 의미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40년 전 독재에 저항한 부산, 마산시민의 ‘연대정신’을 살린 셈이다. 향후 기념식도 두 지역에서 돌아가며 열 예정이다. 부마항쟁 기념행사도 풍성하게 이어진다. 16일 오후 7시 경남대 화영운동장, 부산대 넉넉한터에선 항쟁 40주년 KBS 기념음악회 ‘10월의 바람, 1979’가 동시에 열린다. 기념음악회는 두 지역을 이원 생중계로 묶어 진행한다. 안치환, 벤, 우주소녀 등 여러 가수가 출연한다. 선착순 무료입장. 16일 오후 4시 항쟁 발원지인 부산대 자연과학관 옆 녹지공간에서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 표석’ 제막식이 거행된다. 오후 5시 부산대 상남국제회관에선 ‘10·16 부마민주항쟁 부산대학교 증언집’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송기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문정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비롯해 신재식, 정광민 등 항쟁의 주역들이 참석한다. 증언집은 당시 시위를 계획하고 주도했거나 현장에 있었던 부산대 학생 및 직원 30명의 기억을 담았다. 항쟁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경위, 당시 상황과 체포된 이후의 수사, 재판, 개인의 삶에 남은 항쟁의 흔적 등이 생생하다. 국제학술대회인 ‘1979 부마민주항쟁을 기억하다’는 17∼19일 경남대와 부산 벡스코에서 마련된다. 첫날인 17일 오후 1시 경남대 창조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주제는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반독재 민주화’.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부마항쟁의 의의와 한국민주화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한다. 18, 19일 오전 10시 반 벡스코에서 대회가 계속된다. 부마민주항쟁 표석 탐방은 12일에 이어 19일과 2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산대∼민주공원∼근대역사관∼중구 광복로에서 진행된다. 18일 오후 3시 반 마산 3·15아트센터에서는 창원시 진해구 석동중학교 학생들이 창작 뮤지컬 ‘빛날’을 공연한다. 29일 오후 7시 반 같은 장소에서 부마민주음악제도 열린다. 14일 오후엔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기리는 상징버스가 창원시내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801번 직행 좌석버스 8대다. 이 버스는 경남대∼3·15의거 기념탑∼경남도청 등을 지난다. 버스 안팎에는 ‘1979∼2019 우리들의 부마’ 등이 적혀 있다. 국가기념식 등을 준비하고 있는 허성무 창원시장은 “기념식 이후에도 항쟁 희생자와 관련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주와 인권, 평화의 부마민주항쟁 정신이 제대로 계승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강정훈 manman@donga.com·강성명 기자}
세정나눔재단은 ‘2019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단은 2011년 5월 국내 패션기업 중 최초로 부산 향토기업인 세정그룹에서 출연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그간 약 30억 원을 들여 여러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하는 등 지역에서 나눔 문화를 확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 지원사업을 비롯해 소외계층 주거환경 개선, 생계비 지원, 교육 소외계층 인재육성 및 장학사업, 지역 문화와 예술계 발전을 위한 후원사업,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지원사업, 빈곤국가 지원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또 사회복지사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2013년 ‘세정사회복지사대상’을 제정해 7회에 걸쳐 총 74명을 시상했다. 한부모 가정 지원, 김장김치 나눔대축제, 공교육만족 프로젝트 참여 등도 진행 중이다. 박순호 세정나눔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과 활동으로 국민 복지 증진과 나눔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나눔국민대상은 복지부, KBS,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인적나눔, 물적나눔, 생명나눔, 희망멘토링 등 4개 부문에서 총 155명이 수상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일본인들이 이곳을 방문해 겸허하게 역사적 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12월 강제 징용의 참상을 기록하려고 개관한 이 역사관을 일본 정치인 가운데 처음으로 찾았다. 그는 “당시 약 2000만 명이던 조선인 가운데 800만 명이 군인과 군속, 혹은 노동자로 강제 동원되고 목숨까지 잃게 만든 사실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며 “일본인들은 이처럼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전쟁 가해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 ‘식민지 시대에 많은 고통을 준 쪽의 무한한 책임 하에 마음으로부터 사죄합니다.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라고 쓴 뒤 4, 5층 전시실을 둘러봤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역사관 관계자에게 강제 징용 피해자 중 현재 생존자 수와 전시 유물의 이름, 용도 등에 대해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탄광 노동자, 일본군 위안소 재현 모형 앞에 섰을 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여 애도했다. 이어 7층 추모공원 추모탑에서 헌화를 한 뒤 관람을 마쳤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았고 지난해 경남 합천 원폭 피해자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1일 부산시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55)에 대한 청와대 감찰이 중단된 게 조국 법무부 장관의 관여 때문 아니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이날 부산시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국감장에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대통령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유 부시장과 기업은) 골프 접대와 차량 제공을 받은 스폰서 관계임이 확인됐다”며 “이런 비리가 적발돼도 그냥 넘어간 데는 조국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의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0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유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0월경 특별감찰반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별다른 징계 절차 없이 사직했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같은 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유 부시장은 “당시 조국 수석을 만난 적도 없고, 감찰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감찰 내용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비위가 없었다면 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유 부시장은 “경미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라며 “(어떤 위반인지)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감찰을 받으며 힘들었고, 중요한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처벌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유 부시장을 임명한 경위를 따져 물었다. 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유 부시장을 어떻게 임명했냐”고 묻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 시장은 “당 쪽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답했다. “부정부패자를 임명한 이유가 뭐냐”는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의 지적에 오 시장은 “아직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조건희 기자}
부산에서 바다를 주제로 한 이색 독서축제가 열린다. 부산시, 부산시교육청은 12∼13일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바다, 책으로 만나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백투더 클래식’ ‘고래기획’ ‘바다를 여는 지혜의 서재’ 등 특별 기획 전시를 통해 바다를 다룬 여러 고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 ‘로빈슨 크루소’ 등 명작의 초판본부터 현대 판본까지 100여 권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소재로 한 2인극, 독도 강치 샌드아트 공연, 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 시 낭독 콘서트, 고전 읽기 토크 콘서트, 책 속 바다 생물 체험 놀이, 세대 공감 독서 토론 한마당 등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김창완, 김탁환 등 작가들의 강연과 해양 문학 학술 포럼도 개최된다. 행사 기간에 헌책을 가지고 오면 해양 도서로 바꿔주는 이벤트도 열린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음주운전으로 7번이나 처벌을 받은 50대 남성이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로 재판을 받던 기간에도 자숙하지 않고 두 차례 더 음주운전 사고를 내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단독 천종호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52)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는 올 2월 부산의 한 도로에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03%의 상태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다가 앞 차를 들이받았다. 김 씨는 과태료 미납으로 번호판을 압류당하자 2016년 다른 사람의 차량 번호판을 구해 자신의 승용차에 부착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 씨는 올 5월 무면허 상태인데도 혈중알코올농도 0.134%로 운전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의 음주운전은 계속됐다. 김 씨는 올 7월 혈중알코올농도 0.137%의 상태에서 무면허 음주운전을 다시 해 적발됐다. 김 씨는 음주운전과 관련해서 전력이 있다. 2006년 8월 부산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7년 6월, 2008년 9월, 2009년 2월, 2011년 1월, 2014년 7월, 2015년 6월 등 무려 7차례나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4개월∼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천 판사는 “음주운전 전력만 7회에 달하는 피고인은 재판을 받던 중에도 자숙하지 않고 두 차례 더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예술은 부족함과 절실함이 만들어 낸 따스한 행복입니다.” ‘토흔(土痕)’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 떠오른 지산 이종능 선생(61·사진)이 부산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흙의 흔적이란 뜻의 토흔은 유약에 의존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흙이 가진 색과 느낌을 간직하는 도예법. 그는 “태토(胎土·도자기를 만드는 흙)를 수집해 무수히 실패한 끝에 1300도의 불꽃에서 본래 흙의 느낌을 간직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빛은 동방에서’를 주제로 1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갤러리(대표 양주영)에서 열린다. 2007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특별전에 선보여 극찬을 받았던 ‘백색의 달항아리’ 계보를 잇는 작품과 각종 다기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지산은 뉴욕, 워싱턴, 런던, 도쿄, 오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도예전을 열며 독창적인 한국의 미를 알리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국립민속박물관, 중국 항저우 국립다엽박물관, 일본 오사카 역사박물관 등지에 일부 작품이 소장돼 전시 중이다. 앞서 6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전시회는 관람객의 요청으로 기간이 연장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그가 부산을 찾은 건 2002년 열린 부산아시아경기 ‘도예 초대전’ 이후 두 번째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토사가 주택, 공장 등을 덮치면서 인명 피해까지 겹쳤다. 강원 삼척시의 한 마을에선 집 대부분이 토사에 반쯤 묻혔고 강릉에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쳐 3일 오전 9시 5분경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 공장, 식당을 덮쳤다. 주택에 있던 권모 씨(75)와 아내(70), 아들(48) 등 일가족 3명과 식당에 있던 60대 여성 등 4명이 매몰됐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매몰자 4명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매몰자 중 한 명은 토사 더미 3m 아래 묻혀 있었다. 경찰과 소방, 군부대는 600여 명과 중장비 20여 대, 구조견 등을 동원해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워낙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에는 토사가 정상에서 400여 m산비탈을 타고 내려와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다. 산사태는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며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3일 0시 56분경 삼척시 오분동에서 경사지가 붕괴되면서 토사가 김모 씨(77·여)의 집을 덮쳤다. 119대원들이 주택에 있던 김 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같은 날 오전 1시 16분경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선 김모 씨(66) 자택이 무너지면서 아내(59)가 매몰돼 숨졌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는 폭우로 주택이 쓰러지면서 노부부가 매몰됐다. 60대 아내는 구조됐지만 70대 남편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울진군 울진읍의 한 주택이 무너지면서 60대 부부가 매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순식간에 ‘물폭탄’ 쏟아진 강원 영동 강원 동해안에 3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강릉과 삼척, 동해는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밤새 폭우와 거센 비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고 날이 밝자 흙탕물로 가득 찬 도시 풍경에 망연자실했다. 삼척시 원덕읍에는 2일부터 3일 오전 8시까지 341mm에 이르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원덕읍 신남마을은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와 나무들로 뒤덮였다. 마을 한가운데를 잔잔히 흐르던 복개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실 다니던 샛길은 거센 물결이 흐르는 계곡으로 변했다. 빨간 등대로 유명한 신남항은 폭격을 맞은 듯 변해 부두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어구는 대부분 사라졌다. 강릉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는 물바다로 변했다. 한 상인은 “지난해 8월에도 침수돼 힘들었는데 다시 물난리를 겪고 보니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충격이 크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포 저류지에 주차돼 있던 대형 트럭들은 운전석 창문만 보일 정도로 잠겼고 승용차들은 완전 침수되기도 했다. 강릉시내에서는 모든 노선의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차고지 앞 도로가 무릎 높이만큼 물에 잠겨 버스들이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김정숙 씨(63·여)는 “모임이 있어 나왔다가 택시를 잡기 힘들어 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모임 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포호 인근 경포대초등학교는 학교 1층이 침수됐고 중앙초등학교는 1, 2층에서 물이 새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포대초교는 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4일 휴업을 결정했다. 이날 개막하는 강릉커피축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안목해변에서 진행하려던 축제는 취소됐고 축제장인 아이스아레나에도 흙탕물이 들어와 일부 행사가 연기됐다.삼척=이인모 imlee@donga.com / 부산=강성명 / 영덕=장영훈 기자}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4일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시는 국내 최대 숙련기술인 축제인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벡스코 등 부산지역 6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고 3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 1847명을 비롯해 시민과 대회 관계자 등 1만8000여 명이 참가한다. 미장, 타일, 보석가공, 건축설계, 통신망분배기술, 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화훼장식, 의상디자인, 제과, 제빵, 피부미용, 목공 등 50개 직종에서 서로 실력을 겨루고 배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입상자에게는 상금이 지급되고 2021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46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의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드론 헬리콥터 만들기’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가상체험박스조립’ 등 15개 친환경 신기술 체험행사도 열린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대회가 숙련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숙련기술인들이 존중받고, 특성화고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고용노동부와 부산시, 부산교육청이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수확철을 앞두고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23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장동리 강두석 이장(65)은 제17호 태풍 ‘타파(TAPAH)’의 직격탄을 맞은 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이장은 “추석 전에 급습한 태풍 ‘링링’은 강한 바람을 동반해 벼가 많이 쓰러졌고 타파는 많은 비를 뿌렸다”고 말했다. 그는 링링에 쓰러진 벼가 타파의 폭우에 잠겼다고 하소연했다. 강 이장은 장동리 7만 m²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데 절반 정도가 태풍 피해를 입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오후 4시 현재 태풍 타파로 중상자 2명을 포함해 3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태풍이 대한해협을 통과하며 제주, 울산 등 남부지방엔 ‘물 폭탄’이 집중됐다. 이날 오후 3시 누적 강수량은 제주 어리목이 783.5mm로 가장 많았고 제주 성판악 572.5mm, 울산 매곡 345.5mm, 포항 구룡포 306.5mm 등이 뒤를 이었다. 시설물 피해는 민간시설 323건, 공공시설 1410건 등 1733건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선 고층 건물이 밀집한 해운대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강풍 피해가 심했다. 대형 전시장인 ‘벡스코’는 제2전시장 테라스 천장 철판 마감재가 떨어져 나갔고 1·2전시장을 잇는 공중보행통로의 상부 마감재가 뜯어지는 등 7건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초고층 건물 ‘엘시티’는 공사장 출입문과 안전펜스가 쓰러져 파손됐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에서 1만571채를 비롯해 전국에서 2만7787채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제주시 건입동 일부 지역은 한때 물이 끊겼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의 한 숙박업소 인근 담장이 무너져 행인 2명이 다치는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남해군과 사천시, 합천군, 하동군 등에서 가로수가 쓰러지고 건물 침수, 간판 추락, 신호등 고장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사망자 3명이 발생했지만 공식 피해 집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21일 부산 부산진구에서 노후 가옥이 무너져 잔해에 깔려 숨진 70대 여성과 울산 울주군 온산항에서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다 쓰러져 숨진 60대 남성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 인근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추락한 시외버스 사고의 희생자도 집계에서 빠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태풍이 아닌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집계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의도 면적(290ha)의 11배가 넘는 농경지 3249ha가 물에 잠겼다. 경남 거제시와 고성군, 거창군, 하동군 등에선 쓰러진 벼가 많았다. 경남에선 작물이 쓰러진 면적이 160ha로 추산됐으나 현장 조사가 진행되면 500ha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 주산지인 밀양에서는 낙과 등의 피해가 300ha에서 발생했다. 전남 여수시 양식어가 41곳도 시설 파손 등 큰 재산 피해를 입었다. 여수시 남면 화태도 우럭 양식장 16곳은 시설이 완전히 파손되거나 일부가 부서졌다. 박민호 화태도 어촌계장은 “22일 태풍 타파가 밀어닥칠 때 3m 이상 높이의 파도가 일었다. 적조도 이겨내고 가을철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피해를 입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어선 11척이 좌초하거나 표류했고 제주 화북항 등에서는 계류하던 레저용 보트 10대가 침수됐다. 태풍 타파는 23일 오전 9시경 독도 동북동쪽 약 270km 바다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하며 소멸됐다. 태풍 특보도 이날 오전 9시 전 지역에서 해제됐다. 다만 포항과∼울릉도 항로를 포함한 여객선 9개 항로와 7개 국립공원의 200개 탐방로는 사고에 대비해 통제됐다.나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부산=강성명 / 홍석호 기자}
20년 넘게 무기수로 복역 중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는 교도소 안에서 모범수로 분류됐다. 하지만 처제를 강간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던 그의 판결문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이춘재의 모습은 달랐다. 이춘재는 무기수이면서도 출소 이후의 생활을 계획하기도 했다.○ 교도소 밖 소식에 관심 보여 처제 강간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춘재는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규율을 위반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이춘재는 수용자를 분류하는 4단계 등급 중 가장 높은 S1 등급을 받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공장작업 때 교도관을 보조해 다른 수형자들을 관리하는 ‘반장’을 맡을 정도로 교도소 내에서 신임을 얻었다. 2011년과 2012년엔 수감자 도자기 전시회에 직접 만든 도자기를 출품했고 수상 경력도 한 차례 있다. 가구제작 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의 어머니와 형이 1년에 두세 차례 면회를 왔고 어머니는 최근에도 면회를 다녀갔다고 한다. 이춘재는 평소 TV 뉴스와 신문을 보면서 교도소 밖 소식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말 교도소를 찾아가 이춘재와 만났던 한 스님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었다”고 말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춘재는 출소 이후의 삶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 스님은 “(이춘재는) ‘내가 나가면 좀 도와 달라. 교도소에서 나가도 주소지를 둘 데가 없으니 스님 집에 주민등록 주소를 올려놓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내에게 재떨이 집어던지고 무차별 폭행 하지만 이춘재의 판결문엔 그의 흉악한 범죄행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춘재의 처제 강간살인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한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 아내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지고 출혈이 있을 때까지 아내를 마구 때렸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문신을 새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어린 아들을 방에 가두고 마구 폭행한 사실도 판결문에 나온다. 이춘재는 당시 집을 나간 아내가 전화를 걸어오자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며 처제를 상대로 한 범행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실제로 20여 일 뒤 처제를 성폭행하고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무참히 살해했다. 이춘재는 경찰에 붙잡힌 뒤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집 살림살이 중 태울 수 있는 것은 장판까지 모두 태워버려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제의 평소 습관을 이용해 범행 계획을 세웠다는 경찰의 증언도 있다. 이춘재 처제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한 형사는 “이춘재는 처제가 평소 마음에 들어 했던 토스트기를 가져가라고 하면서 집으로 유인했다”며 “처제가 평소 집에 오면 유리병에 든 델몬트 오렌지주스를 자주 마셨는데 이춘재는 이를 이용해 처제가 마실 오렌지주스에 미리 수면제를 넣었다”고 했다. 이춘재는 처제의 시신을 스타킹으로 묶고 비닐봉지에 싸서 베개 커버로 덮어놓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도 양손이 스타킹에 묶인 피해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화성에서 태어난 이춘재는 1990년대 초반 직장을 구하기 위해 충북 청주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는 청주에서 한 건설업체에 취직해 포클레인 기사로 일했고, 당시 이 회사 경리이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를 구해 방 두 칸짜리 18평 집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살았다. 이춘재는 일했던 건설회사가 부도가 나고 아내의 벌이에 의지하는 상황이 되면서 열등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직장을 잃은 뒤에는 벼 베기를 도와주면서 돈을 벌기도 했다. 이춘재는 자신의 고향이자 당시 할머니와 부모가 살고 있는 경기 화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삿짐을 옮겼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이춘재의 청주 집은 거의 텅 빈 상태였다고 한다. 이춘재는 청주 거주 3년여 만에 처제를 살해했고, 이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춘재는 18일 교도소로 찾아온 경찰을 만났지만 자신의 범행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청주=윤다빈 empty@donga.com·장기우 / 부산=강성명 기자}
부산에서 부마민주항쟁의 국가기념일 지정을 축하하는 행사가 개최됐다.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허성무 창원시장은 18일 오후 3시 30분 부산 금정구 부산대 10·16기념관 앞에서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환영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시장은 “부산대에서 민주주의의 불꽃이 피어난 지 40년 만에 국가기념일 지정이라는 뜻깊은 결실을 이뤄냈다. 부산대 도서관 앞에서 시작돼 마산까지 울려 퍼진 독재 타도의 함성은 유신 정권을 물러가게 한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시위다. 16일 부산대 학생들이 박정희 군사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시위에 나서자 시민들이 이에 동참했고, 이틀 뒤 경남 마산으로 시위가 번졌다. 김 지사는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부마민주항쟁은 4·19, 5·18, 6·10 항쟁과 함께 4대 민주화운동으로 꼽히지만 유일하게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못하는 등 의의가 저평가돼 왔다”며 “이번 국가기념일 지정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와 희생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항쟁의 의미를 계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을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오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등 관련 시민단체는 ‘부마민주항쟁국가기념일지정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00만 인 서명 운동을 벌였다. 올 5월에는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대회도 개최했다. 허 시장은 “부산과 경남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떨치고 일어난 저항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다. 소외된 부산·경남 지역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다시 제대로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송기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은 “이번 국가기념일 제정을 시작으로 부마민주항쟁의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지고, 진상 규명을 통한 항쟁의 정신이 재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세계 각국의 문화와 교육, 직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테마파크 ‘아이월드’가 들어선다. 2022년 준공되는 아이월드는 1만3223m² 부지에 공항 체험관, 세계 문화 체험관, 월드 직업 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로 채워진다. 어린이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장난감 큐브 형태로 건축될 예정이다. ㈜아이월드는 최근 성지씨앤디 컨소시엄에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아이월드를 건립하는 내용이 담긴 유치 확약서를 제출했다. 김창년 아이월드 대표이사는 “신개념 테마파크로 연간 13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대가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건지, 정부 눈치를 보는 건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나도는 말이다. 이미 알려졌듯 조 장관의 딸 조모 씨(28)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유급된 뒤 6학기 연속 지정 장학금을 받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 문제는 언론에서 많이 다룬 데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더불어 ‘동양대 표창장’의 진실 여부도 뜨거운 관심사다. 조 씨가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할 당시 수상 내역을 원서에 적어 이 문제도 부산대와 연결돼 있다. 입학 전형 과정에서 조 씨의 수상 사실을 동양대에 확인한 사실이 있는지, 그랬다면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 등은 당연히 궁금한 사안이다. 조 후보자 부인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으로 기소까지 된 상황이라 관심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산대 관계자들은 관련 취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회피하듯 했다. 부산대 입학본부 의전원 전형 담당 A 씨는 6, 7일 기자의 취재 요청에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을 주지 않았다. 전화를 대신 받는 직원에게 세 차례나 전화번호를 남겼지만 연락이 없다. 부서 책임자인 B 입학본부장은 “지금 수시 모집 중이라 회의가 많아 바쁘다. 수시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면 다른 건 답할 여력이 없다”고 둘러댔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도 마찬가지다. 전화를 받지 않고, 통화를 요청하는 기자의 문자메시지에도 한마디 답이 없다. 평소 학생과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웠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부산대 C 교수는 “총장이 대체 무슨 눈치를 보는지 진상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선의의 피해자인 다른 의전원 재학생을 위해서라도 학사 행정 전반을 확인할 의무가 있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D 교수는 “‘부산대 의전원 출신 의사가 있는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는 인터넷 댓글까지 쏟아지는데 대체 학교는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내년 1월 총장 선거에 출마할 교수들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실을 밝혀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도 들끓고 있다. 조 장관의 임명과는 상관없이 부산대 본부의 태도는 구성원들과 24만 효원(曉原)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지 모른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교육 기관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자 소금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진실에 입을 닫은 부산대에 많은 시민이 실망하는 이유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
“중소기업 직원들도 좋은 복지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에코웰은 지난해 5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중소기업 전용 공동구매몰(mall)과 사원복지 플랫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기업을 타깃으로 운영되는 사원 복지 서비스 제공 업체는 성행 중이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은 소외돼 있다. 에코웰은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6일 부산 사상구 부산벤처타워 본사에서 만난 정일권 에코웰 대표(45)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도 복지 환경을 개선해야 직원 이직이 줄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걸 알지만 비용과 관리 인력 문제로 제자리걸음”이라며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 만큼 이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에코웰은 서비스 가입비나 이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 조건으로 차별화했다. 그 대신 복지몰을 통해 구매가 실제 이뤄졌을 경우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로부터 약속된 일정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무료 이용’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가입만으로 손쉽게 자체 복지물을 구축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 1년 만에 전국 1000여 개 기업, 10만여 명의 직원이 가입했다. 정 대표는 “3년 내 1만 개 기업, 100만 명 직원 가입이 목표”라고 했다. 에코웰은 의료(건강검진), 여행(숙박) 등 두 서비스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요즘 직원들이 사내 복지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라고 판단해서다. 정 대표는 “병원 입장에선 대기업만큼 이용자 수가 많은 조건이라면 건강검진 등에 같은 수준의 혜택을 줄 명분이 있다”며 “우리는 흩어져 있는 여러 중소기업을 묶어 계약하기 때문에 병원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구조”라고 했다. 호텔, 리조트 등 숙박도 마찬가지다.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추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각자 따로 계약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끌어내고 있다. 에코웰의 경영철학이 ‘작은 소리를 모아 큰 울림으로 바꾸자’인 것도 이런 사업 모델의 특성을 반영한다. 사무용품, 선물세트, 도서, 영화티켓 등 다양한 상품도 공동 구매 형식으로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서비스 이용도 간편하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직원은 에코웰이 만든 앱을 통해 자기에게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기 때문에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더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 정책과 맞물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돼 중소기업을 위한 복지플랫폼 서비스의 콘텐츠 개발을 맡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성장기술 개발 사업 중 하나인 ‘디딤돌 창업과제’에도 선정됐다. 좋은문화병원, 영남파워발전소 등 기업과의 업무협약도 활발하다. 정 대표는 “창업 초기라 아직 매출은 미미하지만 20여 명의 직원이 더 큰 미래를 꿈꾸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책 과제에 선정되고 투자 제안도 받는 등 성장 단계에 접어든 만큼 중소기업과 상생하기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습니다. 고향 부산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김덕열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장(39)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기업인이었다. 동아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4년 부친이 운영하던 경남 김해의 중소기업 ‘두남화학’에 입사했다. 부친 작고 후 5년 전에 회사를 이어받았다. 그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인재를 찾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도 신문과 방송을 보면 항상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하니 참 답답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주변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다 정치학 박사인 양정원 초대 원장(39)과 “고민만 하지 말고 직접 일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해운대 센텀시티(우동) 사무실, 직원 채용 등 연구원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자신이 부담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부산시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 설립 허가를 받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김 이사장은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원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자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부산 19∼3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을 위해 부산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81.6%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청년들에게 빨리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계기였다”고 떠올렸다. 김 이사장은 부산 경남의 중소기업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근무 여건이 좋은 중소기업을 찾는 게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줄이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찾아 줄 테니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취·창업 컨설팅 등에 기업도 적극 나서 달라고 부탁하자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연구원은 지금까지 30여 개 기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김 이사장은 “일자리 문제는 공들여 연구하거나 거창한 이론을 만든다며 시간을 질질 끌어선 안 된다”고 했다. 연구원은 조만간 협약을 한 기업과 함께 ‘취·창업 멘토링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6월에는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청년일자리 콘퍼런스’도 열었다. 토론 형식을 빌려 부산시의원들에게 청년 요구 사항을 전하고 정책 반영을 요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이사장은 “청년정책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아 더 나은 정책이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청년과 함께하는 문화행사와 토론회를 최대한 많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연구원은 다음 달 1일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청년 페스티벌’을 연다. 문화공연을 곁들인 이 행사에선 청년 발언대가 세워진다. 김 이사장은 “부산에서 나고 자라 어느새 아이 4명을 둔 아버지가 됐다. 부족하지만 고향을 위해, 자라나는 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