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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2일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사진)에게 냉전시대 소련이 사용했던 화학무기 노비초크가 쓰였다’고 공식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나발니 독살 시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 또한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나발니 독살 시도는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한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독일 외교부는 이날 주독 러시아대사도 초치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음료를 마신 후 의식을 잃었다. “러시아 의료진을 믿을 수 없다”는 가족과 시민단체에 의해 이틀 후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비초크는 1970년대 냉전시대 소련이 개발한 화학무기로 호흡 정지, 장기 손상, 근육 경련 등을 초래한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최대 8배 독성이 강하다. 특히 노비초크 중독으로 숨지면 심장마비에 따른 사망과 구별하기 어렵고, 가루 형태로 소지했다 액체로 만들 수 있어 추적도 쉽지 않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금도 러시아에서만 생산되며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다룰 수 있어 러시아 정보요원이 관여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2018년 3월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父女)에 대한 암살 미수가 발생했다. 다섯 달 후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노비초크를 사용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했다”고 결론 냈다. 2006년 11월에는 전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푸틴을 비판하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호텔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조사에 나선 영국 정부는 10년이 흐른 2016년 “러시아 요원들이 독살했고 푸틴 대통령이 관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스크리팔 암살 시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 정부에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보유 노비초크 물량을 신고하라”고 요구했다. 독일은 나발니 사안 역시 OPCW에 회부해 국제 조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 정부의 해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독살 시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선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베를린 이송 전 나발니를 검진했을 때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기존 답변을 되풀이하면서 독살설을 재차 부인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총격 테러를 당해 12명의 직원이 숨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문제의 풍자만화를 2일(현지 시간) 다시 게재했다. 테러 위협에 굴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지만 프랑스 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날 발간된 특별판에 ‘이러려고 그랬나’(Tout ¤a pour ¤a)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실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넘쳐난다’는 설명과 함께 무함마드가 “바보들에게 사랑받는 건 힘들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주간지가 이슬람 문화를 풍자하는 시발점이 된 만화로, 2006년 2월 9일자에 게재됐다. 유명 만화가 장 카뷔가 그렸다. 이 주간지는 전날 사설을 통해 “우리는 잠들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다시 싣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다시 게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2일부터 2015년 테러 용의자들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14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에 앞서 당시 상황을 재조명하는 한편 저널리즘 차원에서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만평을 다시 게재하게 됐다”는 것이다. 1960년 창간된 샤를리 에브도는 성역 없는 풍자만화로 유명하다. 무함마드뿐 아니라 교황, 세계 각국 지도자를 비판하는 만평을 매주 게재해 왔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무함마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것 자체가 금기다. 이슬람 과격주의자 셰리프, 사이드 쿠아치 형제는 2015년 1월 파리 11구에 위치한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을 찾아가 12명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테러 규탄과 함께 언론 자유를 지지하기 위해 ‘내가 샤를리다’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사건 이후 샤를리 에브도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언론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가 연달아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이슬람국가(IS)가 파리 시내에서 테러를 가해 130명이 사망했고, 이듬해 7월에도 니스 테러로 86명이 숨졌다. 이슬람권은 반발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수십억 이슬람교도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위”라며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을 약화시키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권에서는 만평이 발행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법안 마련을 유럽연합(EU)과 유엔에 촉구하기도 했다. 급진적인 이슬람 무장단체를 자극해 또 다른 테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이슬람교위원회(CFCM)는 “이 만화를 무시해 달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커지자 레바논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이를 정부가 뭐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서로 존중하고 증오의 대화를 피하는 건 프랑스인의 의무”라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스웨덴식 집단면역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620만 명의 확진자와 약 19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세계 최대 감염국 미국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집단면역을 섣불리 도입할 경우 인명 피해만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단면역은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돼 항체가 생기면서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미 인구 3억2800만 명 중 65%가 감염되고 치명률이 1%라고 가정할 경우 약 213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WP는 추산했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은 지난달 백악관 보건담당 고문으로 영입된 스콧 아틀라스 스탠퍼드대 박사다. 그는 최근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중 집단면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 신경방사선 전문가인 그가 코로나19 대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둘러싼 비판도 상당하다. 그는 7월 “젊고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집단면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집단면역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다. 데버라 버크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에게도 ‘코로나19 창궐 초기 확진자가 많았던 뉴욕 및 뉴저지주에서 집단면역이 이뤄졌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지난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확진자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기존 지침을 ‘무증상자는 반드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로 수정한 것 역시 집단면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집단면역을 도입한 스웨덴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1일 기준 전체 인구 1000만 명 중 누적 확진자 8만4000여 명, 사망자 5800여 명을 기록했다.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노르웨이 사망자가 각각 300명대, 200명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스웨덴은 올해 4, 5월 다른 유럽 국가가 강력한 봉쇄 정책을 단행할 때 경제 타격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 및 이동제한 등을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초 한때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450명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이 “코로나19를 다시 겪으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나라의 방식 사이에서 타협하겠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며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집단면역이 성공하려면 항체 보유율이 최소 50%를 넘어야 하지만 수도 스톡홀름에서조차 항체 생성률이 최대 17%에 그쳤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노령층이어서 정부가 노인 생명을 경시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스튜어트 레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집단면역은 코로나19 사망과 장애만 증가시키므로 피해야 할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틀라스 고문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에게 집단면역 정책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유럽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안티 마스크’ 운동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과 피로감, 각국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 음모론 확산, 마스크 쓴 사람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문화 등이 결합한 결과로 풀이된다. BBC 등에 따르면 29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약 3만8000명이 참여한 마스크 반대 시위가 열렸다. 보건당국이 최근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방역 수칙을 발표하자 개인의 자유를 훼손한다며 반발한 시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시위대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옌스 슈판 보건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의 얼굴에 죄수복을 입힌 팻말을 들고 ‘마스크 의무화는 파시즘’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일부는 네오나치 휘장을 착용하거나 독일 통일을 이끈 프로이센 왕국의 깃발을 들고 나타나는 등 극우주의 성향을 보였다. 일부는 미 극우단체 ‘큐어넌’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고, 여성 속옷을 얼굴에 착용한 사람도 있었다. 1.5m의 거리 두기 간격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베를린에서는 이달 1일에도 대규모 마스크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거리 두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대 약 200명을 체포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28일 오전부터 파리 전 지역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적발 시 벌금 135유로(약 19만 원)를 부과하자 일부 시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돈을 벌기 위한 거대 제약사의 음모’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9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도 수천 명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은 사기’라는 구호를 외쳤다. 30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페인과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각각 45만 명, 33만 명을 돌파했다. 프랑스(27만 명), 이탈리아(26만 명), 독일(24만 명) 등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 유명 누드 해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병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옷은 입지 않은 채 마스크만 쓰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부 옥시타니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 ‘카프 다그드 나체주의자 마을’ 투숙객 95명과 이전 방문객 50명 등 약 1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이 지난주 해당 리조트를 이용한 여행객 450명을 검사한 결과다. 현재 310명에 대한 추가 검사도 진행 중이어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매년 여름 휴가철에 하루 최대 4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해변뿐 아니라 리조트 내 음식점, 상점, 우체국, 은행 등을 방문할 때도 옷을 입지 않아야 한다. 탈의한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 등 개인 방역장비 없이 알몸으로 다니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전했다. 옥시타니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겨도 좋지만 입은 마스크로 가려 달라”고 호소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달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규제를 도입했지만 많은 이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재확산 조짐이 뚜렷해지자 독일은 최근 파리 광역권, 관광객이 몰리는 남부 지중해 프로방스 및 코트다쥐르 지역에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이 지역을 방문한 독일인은 귀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격리 대상이 된다. 영국 역시 15일부터 모든 프랑스발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누드 해변에서 150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에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옷은 입지 않은 채 마스크 만 쓰는’ 웃지 못 할 장면이 연출됐다.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 누드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 ‘캅 다그드 나체주의자 마을’(Cap d‘Agde Naturist Village) 투숙객 95명과 이전 방문객 5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이 17~24일 해당 리조트를 이용한 여행객 450명을 검사한 결과다. 보건당국은 310명에 대한 검사 결과도 추가로 분석 중이어서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캅 다그드 일대는 누드 해변으로 유명하다.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최대 4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 등 개인 방역장비 없이 알몸으로 다니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옥시타니 지역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마스크로 입은 가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 곳 뿐 아니라 여름 휴가철 해변가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이 프랑스 2차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달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일 확진자가 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자 독일 정부는 파리 등 수도권 일대인 ’일드프랑스‘와 관광객이 몰리는 남부 지중해 프로방스 알프코트 다쥐르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이 지역을 방문후 귀국하면 코로나19검사와 격리 대상이 된다. 영국 정부는 15일부터 프랑스발 모든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후 독일로 이송된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의 체내에서 살충제에 사용되는 독성물질이 발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평가받는 나발니에 대한 고의적 암살시도가 드러나면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를린 샤리테병원은 24일(현지시간) 나발니 전 대표 검진결과 체내에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는 약물로, 치매와 같은 뇌질환 치료와 살충제에 사용된다. 이 물질로 아세틸콜린이 활성화되면 호흡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억제된다. 전신 경련과 심장박동 마비로 이어진다. 나발니 독살 시도가 의학적으로 최초로 확증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나발니는 20일 모스크바행 기내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독살 논란 끝에 22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으로 이송됐다. 러시아 의료진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러시아 옴스크 병원 소속 의사 알렉산드르 사바예프는 “우리가 검사했을 때는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에 대해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함께 진료했던 모스크바 피로고프 센터 보리스 티플리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도 “독일은 임상징후 만 발표했을 뿐 증상을 초래한 물질이 발견되진 않았다. 다른 약을 복용했거나 병으로 쓰려졌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의료진은 “나발니가 저혈당을 인한 대사질환으로 쓰러졌을 뿐 독극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반면 나발니 측은 “독성물질 중독을 크렘린궁이 숨기려 한다”고 비판에 나서면서 독일 이송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독살 시도가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벨기에 화학무기 전문가 장-파스칼 잔더스는 독일 슈피겔 인터뷰에서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가 체내에서 나온 건 신경독성물질을 사용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 정적들을 이와 유사한 독성물질로 제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는 2018년 3월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서 노비초크에 노출돼 죽을 뻔했다. 화학 무기 전문가인 하미쉬 드 브레튼 고든은 “러시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병에 결린다는 의심을 가질 만 하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현재 스크리팔 부녀에게 투여된 해독제인 ‘아트로핀’을 투여받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은 즉각 나발니 보호에 나섰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는 사건의 배후세력을 찾아내라”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다. 샤리테 병원에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 요원에, 추가로 경찰 병력까지 배치해 나발니 신변 보호에 나섰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존 설리번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는 “나발니의 독살이 확인되면 러시아에 중대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도 전면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러시아에 요구했다. 가디언은 ”그의 독살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에 크렘린궁에 대한 비난의 물결이 일 것“이라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워∼ 우리 생제르맹은 오늘 반드시 승리한다.” 기자 옆을 스치듯 지나던 세 명의 축구팬들이 뜬금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눈으로 보기에도 선명하게 주변에 침이 튀었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바로 버리고 새 것을 착용했다. 손 소독제로 손은 물론 팔뚝, 목까지 닦아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3일(현지 시간) 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인 ‘파리생제르맹(PSG)’의 홈구장 ‘파크 데 프랭스’ 일대의 모습이다. 이날 결승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무관중으로 열렸다. 경기를 직접 볼 수 없는 파리 시민 수천 명이 파리 16구에 위치한 PSG 홈구장 일대에서 응원에 나섰다. PSG가 창단 50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까닭에 대부분 흥분과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시작 전 파리시와 경찰은 ‘또 다른 의미’에서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응원에 나선 대규모 축구팬들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00명이 넘는 등 2차 확산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준결승이 열린 18일 수많은 인파가 샹젤리제 등 번화가로 쏟아져 나와 마스크 없이 서로 얼싸안고 춤을 췄다. 결승전 당일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코로나 2차 확산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커지자, 이날 샹젤리제 일대는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주변 지하철 17곳도 폐쇄됐다. 그 대신 PSG 홈구장 일대에서는 공식 응원이 허용됐다. 다만 마스크 착용 의무지역으로 지정해 철저한 단속을 벌이겠다고 파리시는 선언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방역이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응원에 나선 시민의 절반가량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일부는 경찰 검문 장소에서만 마스크를 썼다. PSG 깃발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군중 사이를 오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자가 한 팬에게 ‘코로나 감염 걱정은 없냐’고 묻자 “PSG가 오늘 지면 어차피 모두 죽는다”며 웃었다. 오후 11시 경기가 끝나자 일부 축구팬들은 샹젤리제 거리가 있는 8구로 몰렸다. 방역 준수는커녕 차량에 불을 지르고 매장 유리창을 파손해 148명이 체포됐다. 그나마 PSG가 결승 상대인 바이에른 뮌헨에 0 대 1로 져서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는 ‘운이 좋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PSG가 승리했다면 더 많은 인파가 ‘광란의 밤’을 보내면서 코로나 확산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는 24만 명, 사망자는 3만 명이 넘었다. ‘져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경계심이 부족하다면…. 프랑스는 축구에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패배할 것 같다는 걱정이 커진 하루였다. 김윤종 파리특파원 zozo@donga.com}
“강력하게 대응할 거 같으니까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6)이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한 말이다. 그는 이날 대통령 관저에서 자동소총(submachine gun)과 방탄조끼를 입은 채 시위대를 강력히 진압을 경고하면서 벨라루스 사태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민스크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대규모 시위가 15일째 이어졌다. 시위대는 이날 민스크 시내 중심의 독립광장에는 시위를 연 후 인근 오벨리스크 광장으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했다. 이어 일부 시위대가 루카셴코 대통령 관저까지 이동해 퇴진을 요구했다. 관저 앞에는 폭동진압을 위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만든 전문부대 ‘오몬’이 총기 등으로 중무장한 채 방어선을 지키고 있었다. 양측이 대치하며 자칫 유혈사태가 일어날 뻔 했지만 시위대가 물러나면서 이날 시위는 일단락됐다. 외부순찰 후 헬기를 이용해 관저에 도착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손에 자동소총과 방탄복을 입은 상태였다. 그는 헬기 이동 중 관저 상황을 보고 받고 “대응이 뜨거울 것 같으니까 근처에 있던 시위대가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말했다고 국영 벨타통신은 보도했다. 자국 국민들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쥐새끼에 비유한 것이다. 또한 언제든 시위대에 대한 총격진압이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라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엥 등은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한 대대적인 무력진압도 준비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는 이미 19일 경찰에 ‘더 이상 민스크에 어떤 종류의 장애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무력진압강화 준비를 지시했다. 또 주요 각료들은 대거 연임시킨 후 유리 카라예프 내무장관에게 치안유지 강화를 지시했다고 BBC는 전했다. 사태가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벨라루스 야권 측은 러시아부터 안심시키고 나섰다. 앞선 15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벨라루스 사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옛 소련권 국가의 안보협력기구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이용해 러시아군 지원을 요구한 것. 이에 푸틴 대통령 역시 “필요하다면 (군사)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 측은 자칫 러시아군이 파견될 수 있는 상황부터 막고 나선 셈이다. 대선 후 신변 안전 문제로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권이 권력을 잡더라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며 “누구도 서방국가로 180도 선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정부 산하 비상상황과학자문그룹(SAGE) 소속 마크 월포트 박사는 22일(현지 시간) BBC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며 “독감처럼 정기적으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통제 불능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포트 박사는 영국 면역학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한번 백신을 접종하면 평생 면역력이 생기는 천연두 등과는 달리 수시로 접종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처럼 유전자 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데다 인간 외에 다른 숙주를 통해서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1일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내 끝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누적 사망자는 80만 명을 돌파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3일 오후 10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80만9293명에 달했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 4개국에서 전 세계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나왔다. AFP는 “40만 명 기록(6월 6일) 후 2개월 반 만에 두 배로 증가할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전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독일 연구진이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했다.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와중에도 위험을 최소화하며 대규모 실내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BBC에 따르면 22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할레 의과대 과학자들은 라이프치히 아레나에서 유명 싱어송라이터 ‘팀 벤츠코’가 공연하는 콘서트를 세 차례 개최했다. 세 콘서트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치러졌으며 18∼50세의 건강한 지원자 1500여 명이 관객으로 참가했다. 첫 공연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일체의 안전 조치 없이 치러졌다. 두 번째 공연은 관객이 적당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마지막 공연은 앞선 두 공연보다 관객 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1.5m의 거리 두기 간격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했다. 지원자들은 공연장 입장 전 몸에 추적기를 달았다. 공연장 내 어느 곳을 많이 만지는지 관찰하기 위한 형광 소독제도 발랐다. 연구진은 “데이터 수집이 잘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실험 결과는 가을쯤 나올 예정이다. 작센안할트주 정부도 99만 유로(약 14억 원)의 실험 비용을 댔다. 주 정부 측은 “코로나19가 공연, 무역박람회, 스포츠 행사 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팀 벤츠코 역시 “우리가 관중들과 ‘진짜’ 콘서트를 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34명으로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날 하루 확진자가 5월 봉쇄 해제 이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최근 계속 4000명 내외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의 무증상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각각 38세, 30세다. 이들이 고령자와 기저 질환이 있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전파해 인명 피해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전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독일 연구진이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했다.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와중에도 대규모 실내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BBC에 따르면 22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할레 의과대 과학자들은 라이프치히 아레나에서 유명 싱어송라이터 ‘팀 벤츠코’가 공연하는 콘서트를 세 차례 개최했다. 세 콘서트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치러졌으며 18~50세의 건강한 지원자 1500여 명이 관객으로 참가했다. 첫 공연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일체의 안전 조치 없이 치러졌다. 두 번째 공연은 관객이 적당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마지막 공연은 앞선 두 공연보다 관객 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1.5m의 거리 두기 간격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했다. 지원자들은 공연장 입장 전 “에 추적기를 달았다. 공연장 내 어느 곳을 많이 만지는지 관찰하기 위한 형광 소독제도 발랐다. 연구진은 ”데이터 수집이 잘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작센안할트주 정부는 99만 유로(약 14억 원)의 실험 비용을 댔다. 주 정부 측은 ”코로나19가 공연, 무역박람회, 스포츠 행사 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팀 벤츠코 역시 ”우리가 관중들과 ‘진짜’ 콘서트를 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034명으로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날 하루 확진자 수가 5월 봉쇄 해제 이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최근 계속 4000명 내외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의 무증상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각각 38세, 30세다. 이들이 고령자와 기저 질환이 있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게 전파해 인명 피해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정부 산하 비상상황과학자문그룹(SAGE) 소속 마크 월포트 박사는 22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며 “독감처럼 정기적으로 접종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통제 불능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포트 박사는 영국 면역학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한번 백신을 접종하면 평생 면력역이 생기는 천연두 등과는 달리 수시로 접종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유전자 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데다 인간 외에 다른 숙주를 통해서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1일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내 끝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누적 사망자는 80만 명을 돌파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80만8713명에 달했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 4개국에서 전 세계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나왔다. AFP는 “40만 명 기록(6월 6일) 후 2개월 반에 두 배 증가할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임기를 1년 남기고 개인 사유를 들어 돌연 사퇴를 선언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펩시콜라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회사 펩시코로 자리를 옮긴다. AFP통신에 따르면 펩시코는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63·사진)이 자사의 부사장 겸 최고법인업무책임자로 자리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펩시코는 아제베두 총장이 복잡한 글로벌 규제 환경과 사회, 정치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은 인사라며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아제베두 총장도 “펩시코가 정부, 사회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시점에 합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아제베두 총장의 사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WTO 행정에 반발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차기 사무총장은 11월에 선출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대유행(팬데믹) 초기였던 올해 3, 4월에 맞먹는 수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경제 타격을 우려해 재봉쇄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BBC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19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776명 발생해 5월 봉쇄령 해제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642명으로 5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독일은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1700명을 넘어섰다. 스페인도 이달 중순 이후 하루 평균 48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4월 이후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WSJ는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5개국에서 최근 일주일간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1000명에 달해 7월 말보다 2배 늘었다고 전했다. 각국은 마스크 의무 착용, 유흥시설 폐쇄, 재택근무 확대, 일부 지역의 경계 강화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재봉쇄를 단행한 나라는 없다. 주요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대폭 감소한 데다 최근 곳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달라”고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점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자 주간지 파리마치 최신호 인터뷰에서 “나라를 다시 멈출 수 없다. 전국 봉쇄는 피해가 상당하다”며 고민을 드러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조종엽 기자}
“뭐 이렇게 ‘하지 마라’, ‘안 된다’가 많아?” 모니터를 보던 기자 뒤에서 아이가 한 말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새 학년을 맞아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장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개학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전 프로토콜’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켜야 할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프랑스는 9월 1일 새 학년이 시작된다. ‘등교 시 손가방 금지, 모든 짐은 등에 메기, 다른 학급 혼합 금지, 1m 내 접근 주의, 공동 식사 금지, 마스크 의무 착용….’ 메일을 받은 학부모들은 “저학년은 교실에서 장시간 마스크 쓰는 게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는 최근 하루 400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러자 프랑스 교육당국은 ‘11세 이상만 마스크 착용’으로 프로토콜을 변경했다. 프랑스 교사 노조는 17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비판하며 “개학을 일주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독일 스페인 영국도 2차 확산으로 이런 ‘개학 혼란’이 커지고 있다. 준비 없이 대면 수업 재개 시 1차 확산의 최대 2.3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새로운 선생님, 새 친구들을 만나 설레는 마음으로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에 각종 통제만 받게 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에서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1883∼1900년에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세대를 지칭한 표현이었지만 이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을 잃는’ 또 다른 세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쓰인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188개국 16억 명의 학생이 부실한 교육 환경에 놓였다. 학교가 하루 문을 닫을 때마다 학업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0.57%씩 증가한다고 BBC는 보도했다. 두 달만 학교에 안 다녀도 이미 달성한 학업 성취의 25%가 증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장의 학업 손실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의 인지력, 사고력에도 악영향을 준다.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과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화상 수업도 한계가 명확하다. 기자가 만난 10여 명의 프랑스 학생은 “화상 수업은 평소 학습의 30%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마저 인터넷이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우려가 커지자 19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 세계 리더 275명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코로나19 사태로 영구적 피해를 보게 될 ‘잃어버린 세대’를 위해 특별교육예산 마련 등 대책을 세우라”는 서한을 보냈다. 현재로서는 방역에 충실하면서 무탈하게 수업이 진행되길 기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함께 독서 목록, 홈스쿨링 등 학교 밖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는 프랑스 학부모들이 주변에 많다. 지금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작은 실천이 절실한 시기다.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18일 오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부촌(富村)인 16구의 쉬셰(Suchet) 대로를 찾았다. 외벽 전체가 유리로 된 현대적인 10층 건물이 보였다. 얼핏 봐서는 회사 사옥 같기도 했고 어떤 용도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기자에게 주민 릭도 씨가 다가와 ‘공공임대주택’이라고 알려줬다. 그는 “주민이 아니면 이 건물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임을 쉽게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집 안에서 지역 명소인 ‘오퇴유 경마장’이 훤히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건물의 디자인을 유명 건축가 뤼디 리치오티(68)가 담당했다는 점이다. 그는 마르세유의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 니스 인근 망통의 장콕토 미술관 등을 설계한 건축 거장이다. 서울의 보행자 전용 다리 ‘선유교’를 디자인해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예술가가 임대주택을 짓는 데 참여했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6명 중 1명이 공공임대 거주…200만 명 대기 프랑스 공공임대주택은 ‘HLM(Habitation ‘a Loyer Mod´er´e)’로 불린다. 임대료가 저렴한 집이란 뜻이다. 2018년 기준 프랑스 전체 주거 목적 건물의 14%에 달하는 약 500만 채가 지어졌다. 한국의 공공임대 비중(7%)보다 2배 많다. HLM 이용자는 1100만 명. 6700만 인구의 약 6분의 1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셈이다. 프랑스는 주요 선진국 중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미국(3.3%), 일본(3.1%), 독일(2.9%), 캐나다(4.1%) 등과 비교하면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프랑스처럼 임대주택 비율이 두 자릿수인 나라는 오스트리아(20.0%), 영국(16.9%), 핀란드(10.5%) 정도에 불과하다. 이날 기자가 찾은 HLM처럼 상당수가 입지가 좋은 곳에 지어지고 있다. 임대료도 저렴해 지난해 말 기준 입주 대기자가 무려 200만 명에 달한다. HLM은 소득 기준에 따라 저소득층형(PLAI), 표준형(PLUS), 중산층형(PLS)으로 나뉜다. PLAI는 수도권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3만521유로(약 4308만 원) 미만, PLUS는 5만5486유로(약 7830만 원) 미만이면 거주가 가능하다. 반면 PLS의 소득 제한은 7만1016유로(약 1억22만 원)이다. 1억 원을 버는 중산층도 임대주택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 싸고 실직하면 감면 임대료 또한 상당히 저렴하다. 파리 기준 PLAI의 임대료는 m²당 월 5.9유로다.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60m² 형태는 354유로(약 50만 원)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실직으로 수입이 사라지면 일정 기간 50유로(약 7만 원)만 내는 것도 가능하다. PLUS와 PLS의 m²당 임대료 역시 각각 월 6.7유로, 13.1유로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9월 기준 파리의 평균 주택가격은 m²당 1만 유로(약 1413만 원)를 돌파했다. 특히 시민들이 선호하는 90∼99m²(약 27∼30평) 아파트의 임대료는 월 3500유로(약 495만 원)에 이른다. 이에 상당수 중산층 또한 HLM 입주를 선호한다. 16구에 위치한 HLM 거주자 라리사 씨(39)는 전형적인 중산층 부부다. 그는 대기업의 인사담당자이고 남편은 법조계에서 일한다. 한국에서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례가 드문 것과는 상반된다. 1구 주민 아나이스 씨(40)는 “파리 집값과 임대료가 비싸서 중산층이라 해도 집을 사거나 매월 수백만 원씩 임대료를 내는 게 쉽지 않다”며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불편한 곳에 내 집을 사느니 요충지의 HLM에 사는 게 낫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HLM 거주자 쥘리앵 씨 역시 “파리 시내와 인근에서는 약 10년, 다른 대도시에서는 최소 8년 이상 대기해야 HLM에 입주할 수 있다. 주변에서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HLM 대기자가 200만 명이라는 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임대주택은 ‘소셜 믹스’의 핵심 수단 한국에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골자로 한 8·4부동산대책이 발표되자 임대주택 부지로 선정된 일부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갈등이 없을까. 릭도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반긴 주민은 많지 않다. 이웃 중에서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집값이 계속 오르니 정부가 저소득층을 배려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11구 주민 알렉스 씨(38) 역시 “단기적으로 보면 HLM 확대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 HLM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HLM의 존재 이유로 ‘사회적 혼합(social mix)과 공존’을 제시한 프랑스 정부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인종, 경제 여건, 교육 수준이 다르더라도 서로 공존해 가는 것이 사회 안정화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HLM이 지어진 후 우리 동네가 슬럼으로 변했다”며 반대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14일 오후 파리 14구 인근 장티이시(市)에서 만난 일부 주민은 “임대주택 밀집지역이 되면서 마약 등 각종 강력 범죄가 늘었다”고 항의했다. 주민 메이슨 씨는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시끄럽다. 주민들은 발코니를 예쁜 꽃과 화분으로 장식하는데 임대주택 주민들은 보기 민망한 속옷 등 각종 빨래와 잡동사니를 늘어놓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된 HLM을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주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장티이시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1층에 고급 체육시설까지 갖춘 현대식 HLM을 볼 수 있었다. 비용은 HLM 일부를 민간에 팔아 충당한다. 지난해는 8700채의 HLM이 민간에 팔렸지만 재건축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신축 HLM은 기존 HLM보다 임대료가 약 50% 비싸다. 재건축이나 대규모 HLM 건립이 어려운 대도시 핵심 지역에는 ‘공공임대주택 할당제’를 통해 HLM을 늘리고 있다. 프랑스는 주민 1500명 이상의 대도시 자치구에 “전체 주택 내 HLM 비율을 20%로 유지하라”고 규정했다. 2025년에는 25%로 상향된다. 이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2014년부터 재직 중이며 최근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핵심 공약 역시 ‘부촌 내 HLM 확대’다. 지난달 15일 에펠탑 인근의 7구에는 에펠탑이 잘 보이는 최신식 테라스를 갖춘 HLM이, 샹젤리제거리 인근의 8구에도 신축 HLM이 완공됐다. 리치오티가 건설한 16구 HLM과 마찬가지로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고 아치형 천장, 옥상 정원, 친환경 목재를 사용했다.○ 일부 지자체는 할당 무시 일부 지자체는 할당을 거부한다. 파리 부촌인 6∼8구, 16구의 HLM 비율은 전체 주택의 3∼6%에 불과하다. 르피가로는 HLM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과태료를 내는 지자체가 649곳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남부 르카네시는 이 벌금만 무려 140만 유로(약 20억 원)를 냈다. 일부 주민 역시 “HLM 할당제를 지키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는 공약을 내건 지자체장을 선호한다. 정부가 HLM의 질적 향상을 추진하면서 극빈층이 공공주택에서 배제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신축 HLM의 임대료가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산층형 HLM은 공공임대주택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중산층의 입주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HLM 확대와 질적 향상 정책의 대의(大義)에는 많은 시민이 찬성하고 있다. 15구 주민 레몽 씨는 “HLM이 소셜 믹스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저소득층이 부촌의 HLM에 살면서 중산층과 교류할 수 있다면 양측 모두에 이로운 점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HLM 거주자인 교포 박모 씨 역시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잡음이 생길 때 당국이 이를 방치하면 소득별 계층이 완전히 분리돼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사회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각종 반발에도 부촌에 HLM을 늘리려는 프랑스의 시도를 한국 역시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동유럽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6·사진)이 9일째 이어진 대규모 퇴진 시위에 한발 물러서면서 권력 분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26년간 철권통치로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그가 권력 분산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벨타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17일 수도 민스크의 한 공장을 방문해 “권력을 나눌 용의가 있다.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미 대선이 끝났기 때문에 내가 죽기 전까지는 야당이 원하는 새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라며 개헌 전에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거나 재선거를 치를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우선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뒤 새 헌법에 따라 국민이 원한다면 총선은 물론 대선, 지방선거도 다시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벨라루스 정부는 권력 분립을 위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하는 헌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같은 해 집권을 시작한 루카셴코는 1996년 국민투표를 통해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한 후 26년간 집권해 왔다. 그는 9일 대선에서 승리해 6번째 임기를 맞았으나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여 있다. 루카셴코가 한발 물러선 이유는 민스크자동차 등 주요 공기업 근로자들과 국영TV 언론인들까지 부정선거 항의성 파업에 속속 동참하면서 압박감이 커진 탓이라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군 지원 가능성을 둘러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라루스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19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벨라루스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영국 가디언은 “군 지원을 언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마저 루카셴코의 불안한 권력을 감안해 직접적인 지원이나 움직임을 꺼리고 있다”며 “루카셴코 퇴진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왜 마스크를 써야 하나. 자유를 달라.” 16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크게 울려 퍼진 구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2차 확산이 가속화하는 유럽에서 마스크 착용 반대 시위가 잇따라 열리면서 보건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마드리드 중심가 콜론광장에 모인 시민 3000여 명은 ‘마스크 거부’, ‘바이러스는 없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팽배했다. 지난달 100명대에 그쳤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이달 들어 3000명대로 치솟자 스페인은 14일부터 클럽 폐쇄 및 길거리 금연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젊은층에서도 ‘노 마스크(No Mask)’ 운동이 한창이다. 마스크 입 부분을 망사로 만들거나 구멍을 뚫어 마스크를 쓰더라도 방역 효과를 반감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전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한데도 마스크 반대 시위가 잇따르는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각국의 오락가락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에 따른 음모론 증가 등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5월 이후 각국이 속속 봉쇄령을 해제하면서 하반기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의 2차 확산으로 여러 제한 조치가 등장하자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커졌다. 영국은 16일부터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온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의무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경 재봉쇄를 거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올해 전체로 유로존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비 8.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요국이 올해 초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거나 방역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가 이를 뒤엎고 착용을 의무화한 것도 비판받고 있다. 다만 CNN은 “마스크 반대 시위대의 상당수가 음모론을 믿지만 연구 결과 마스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에 따른 동유럽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돕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과 제재가 불 보듯 뻔해 러시아 또한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16일 수도 민스크 등 주요 도시에서는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이들은 1994년부터 26년째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80%가 넘는 득표를 얻어 추가 임기 5년을 보장받자 대선 당일인 9일부터 이날까지 8일 연속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5, 16일 양일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에게 전화를 걸어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그는 옛 소련권 국가의 안보협력기구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통해 러시아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벨타통신은 푸틴 대통령 역시 “필요하다면 (군사)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군의 개입 또한 쉽지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등이 ‘제2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마찬가지’라며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친푸틴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러시아 개입을 비판할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2017년에도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획하자 나토 역시 발트해 주변 회원국 내 병력을 강화하며 맞섰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