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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국회에서 벌어진 6일 간의 격돌 끝에 선거제 개편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됐지만, 기존의 ‘웰빙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을 수 있었다며 이런 자평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투쟁형 야당의 가능성도 보여줬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야당 투쟁의 상징인 ‘천막당사’ 카드가 등장했고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의원직 총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투쟁 카드를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패스트트랙 지정은 ‘4.29 좌파정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저희는 시종 비폭력 무저항으로 싸웠다. 저들은 흉기에 가까운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우리들의 정의로운 민주투쟁에 압박하고 겁박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투쟁과정에서 ‘모두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됐다. 의원 당직자 보좌진 모두 혼연일체가 돼 일치단결했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주요 당직자 인선 문제 등으로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듯 했지만, 이번에 ‘확실한 외부의 적’을 세움으로써 당이 정말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진리와 자유가 없는 사망의 골짜기로 가는 트랙”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4월 29일은 헌정사에 추악한 날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가리켜 “4·29 좌파정변의 5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직접 머리를 삭발한 뒤 의원총회에 등장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삭발을 한 것은 2013년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청구에 맞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삭발하고 단식 투쟁을 한 뒤로 처음이다. 박 의원은 “사그라진 민주주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작은 저항의 표시”라며 “이 작은 저항의 물방울이 큰 바다를 이뤄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법을 파괴한, 대한민국을 농단하는 저들을 집어삼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광화문 거점 전국순회 장외투쟁 검토 한국당은 본격적으로 장내·외에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서울 광화문 등 도심에 천막을 치고 17개 시·도당별로도 거점을 두고 전국을 순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내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는 등 모든 투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개월 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릴레이 단식’을 하다 ‘간헐적 웰빙단식’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황 대표는 “희생 없이 우리가 바라는 고귀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기 어렵다”며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지정된 뒤 오전 3시경에는 페이스북에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며 “5천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쓰기도 했다. 국회의원직을 내놓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박인숙 의원은 의총에서 “생전 처음 동료애, 동지애를 느꼈다”며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광장으로 출근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고 20대 국회를 마감해라. 지도부도 대통령 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국민과 함께 정권 불복종 운동에 나서라”라고 썼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첫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했던 여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9일 밤늦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30일 새벽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함에 따라 정치권은 앞으로 최장 330일 동안 ‘포스트 패스트트랙’ 정국에 돌입했다. 패스트트랙 안건들은 담당 상임위 심사(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장 90일), 본회의 논의(최장 60일) 등 최장 330일 동안 국회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심사 데드라인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29일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다른 법안들처럼 ‘정상적인’ 법안 심사를 거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패스트트랙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당은 법안 심사 자체를 보이콧할 공산이 크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공수처법의 세부 내용을 두고 의견 차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언제든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는 모두 최장 심사 기일인 270일을 꽉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만이 이 잘못된 좌파독재연장 법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통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민주당(128석), 민주평화당(14명), 정의당(6명) 등 범진보 진영은 과반(150석)에 약간 못 미치는 148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민중당(1명)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손혜원 의원 등)들까지 합세하면 과반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참여한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만 찬성표를 던져도 가결 정족수를 확보하게 된다. 23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2명(참석 의원 23명)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본회의에서 160표 이상까지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설사 바른미래당이 분당되고, 여야에 정개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쳐도 패스트트랙 안건들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의 패스트트랙 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한국당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제 개편안의 본회의 표결까지 강행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게임의 룰을 여당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비판 여론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당과의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패스트트랙 파동을 거치면서 정국은 한동안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필수 민생법안의 처리까지 막히면서 시급한 입법 과제들까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국 운영의 책임이 있는 여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 개시된 뒤 협상은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 김태흠 의원은 “일단 세 법안이 패스트트랙 열차에 올라탔지만, 이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에게 호소하며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은 한국당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게임의 룰”이라며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개정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가시화되면 한국당이 결국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선거제 개편안 등이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여야 5당의 이해득실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제1야당의 육탄 방어를 뚫고 패스트트랙 추진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사법개혁을 이뤄낼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권력기관 개편의 두 핵심 축이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북핵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인 데다 경제 상황도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사법 개혁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어젠다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위 두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지정법안으로 연계했다.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를 적용하면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의석수는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패스트트랙 연대를 했던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과 향후 총선을 전후로 정책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은 최근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여주듯 선거제 개편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은 원내 6석의 ‘미니 정당’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10% 가까운 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여야 4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교섭단체 구성(20석)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도 범여권 연대를 노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평화당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에 석패율제까지 도입될 경우, 호남 지역구 의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공조에서 제외된 한국당은 여권의 공수처 드라이브를 피하지 못한 데다 선거제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좌파연합이 개헌저지선(100석)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며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20대 국회는 없다”며 국회 보이콧을 포함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패스트트랙 투쟁 과정에서 보수 결집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당도 결집하고 한데 뭉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라며 “향후 어떤 대여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확인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패스트트랙 캐스팅보터로서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바른미래당은 본격적인 분당(分黨) 위기에 처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당내 호남계 의원들은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 출신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차기 총선에서 범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 진행과정에서 전례 없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김 원내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는 심판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홍정수 hong@donga.com·박효목 기자}
국회는 28일 ‘폭풍 전야’였다. 25, 26일 격렬한 몸싸움으로 전장(戰場)을 방불케 했던 국회는 휴일을 맞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9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재추진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갔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7, 28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소가 어디든 언제든 회의를 개의해 표결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강행 의지를 다졌다. 국회 본관 445호 정개특위 회의장을 ‘본진’으로 삼은 한국당은 주말 동안 민주당의 기습적인 움직임에 대비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두 번째 장외집회를 이끌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3층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거점을 마련하고 비상대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이 ‘독재 타도’라고 하는데 박정희 유신정권이나 전두환 독재정권 때 자기들이 외쳤어야 할 구호”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신환, 권은희 의원을 사개특위로 복귀시킬 것을 재차 요구하며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자신의 팬클럽 모임에서는 “제정신이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는 여야 4당 연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오 의원과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만난 것은 반대파의 반발을 의식한 시간끌기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의 극한 대치는 대대적 고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27일 민주당 홍 원내대표와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을 포함한 17명을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오, 권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임시킨 문희상 국회의장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 등을 추가로 선별해 29일 국회법(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2차 고발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민주당은 25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같은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홍정수 hong@donga.com·박성진·구특교 기자}
“여당 폭거! 독재 타도! 의회 쿠데타를 중단하라!”(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거리 조폭만도 못한 심성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26일 이틀째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9시 20분경 장소를 옮겨 기습적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개의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법안을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의결 정족수(재적 18명의 5분의 3인 11명) 부족으로 표결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한국당의 육탄 저지로 회의 개의에 진통을 겪었다. ○ 민주당, 기습 회의 열고 공수처법 등 상정 이날 오전 4시까지 육탄전을 벌인 후 잠시 숨고르기를 이어가던 민주당과 한국당은 오후 5시경 다시 충돌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 등을 제출했다. 철야 농성을 이어가며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을 지키던 한국당은 “입법 테러 행위”라고 외쳤다. 법안이 이 시스템을 통해 제출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법에는 전자 결재의 예를 규정한 적이 없다. 입법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밤을 지새우면서 지켰던 우리의 마지막 장소가 허탈한 속임수로 뚫렸다”며 “여당은 야당과 국민을 철저히 속이고 기만했다”고 규탄했다. 반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치는 곧고 선하게 하는 것인데 거리의 조폭들만도 못한 심성으로 해선 안 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야 대치는 오후 9시 20분경 민주당이 장소를 옮겨 기습적으로 사개특위 회의를 개의하면서 극에 달했다. 당초 회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에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입구에서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독재 타도’를 외치며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기습 회의를 열었고, 민주당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법안을 바로 상정했다. 회의 도중 뛰어든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몰래 도둑 회의를 했다”고 외치면서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회의 개의 소식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며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원만한 회의가 되지 못할 것 같다”며 회의 중간에 자리를 뜨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표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여야 대치 과정에서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 관련 증거를 채집하는 데 주력했다. 박홍근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법 위반하는 사람들 다 (사진) 찍고 고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주당 측은 회의를 막는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으며 “국회 선진화법 위반은 징역 5년이라고 외쳤다. 이에 곳곳에서 “징역 50년도 살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야 주말 총동원령 여야 대치는 주말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27일 ‘문재인 ALL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2차 대규모 장외투쟁을 연다. 이미 패스트트랙 4법이 발의된 만큼 국회 안에서는 물리적으로 회의를 막고, 장외에서는 대국민 여론전을 벌이는 ‘투트랙 전략’이다. 장인 상중(喪中)인 황교안 대표도 27일 오전 발인식을 마친 뒤 집회를 이끈다. 민주당 역시 주말 대기령을 내렸다.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에서 “주말에는 반나절씩 4개 조로 의원들을 편성해 국회에서 비상대기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홍정수·장관석 기자}
여야 4당의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장인상으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황 대표는 장인 최정완 씨가 24일 밤늦게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는 이헌승 비서실장을 통해 문자메시지로 ‘조문은 오지 말아 달라. 애도의 마음만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엄중한 상황 속에서 당분간 투쟁에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다. 국회에서 대여투쟁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문 열려고 하면 도끼 가지고 와! 전투 준비!”(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진짜 모든 걸 걸었어.”(한국당 장제원 의원)막아선 자와 뚫으려는 자가 뒤엉킨 25일 국회는 전장(戰場) 그 자체였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한 이날 한국당은 국회 곳곳을 봉쇄하며 육탄 방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면 돌파를 시도하면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86년 10월 이후 33년 만에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한국당, 문 잠그고 가로막고 ‘물리력’ 저지 한국당은 24일 오후 철야농성 이후 의원총회를 연 뒤 25일 새벽을 전후해 일사불란하게 국회 곳곳을 장악했다.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논의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445호),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245호), 220호 회의실, 법안이 접수될 국회 사무처 의안과 등에 한국당,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가 들어섰다. 회의장 곳곳에 ‘동료 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리멸렬한 야당을 만들어 국회를 무력화하는 입법부 마비 전술”, “문재인 정권의 불로장생을 위한 공수처 불로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심리전’으로 맞섰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는 당 보좌진에게 “한국당의 국회 본청 회의실 점거 행위 및 불법 행위를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널리 알려 달라”라고 공지했다.○ 각 당 대표, 원내대표까지 나서 극한 대치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날치기와 몸싸움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을 의식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국회 회의장 등에서 폭행 감금이나 퇴거 불응, 재물 손괴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8대 국회 때 등장했던 쇠사슬이나 해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법안이 팩스로 접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안과 사무실 팩스 전원 코드 미리 뽑기, 팩스로 들어오는 법안 가로채기 등이 등장했다. 여야 대치는 민주당이 공수처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려는 오후 6시 반경 폭발했다. 대치는 여야 의원과 보좌진이 뒤엉킨 공성전과 백병전 양상이 됐다. 의안과 앞 복도에는 떨어진 셔츠 단추와 종이가 나뒹굴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 보좌관이 법안 제출을 시도하다 1차로 한국당의 ‘스크럼 철통 방어’에 가로막혔다. 법안을 접수하는 의안과 팩시밀리 기기도 파손됐다. 문 의장은 급기야 ‘경호권’을 발동했다. 헌정 사상 경호권이 발동된 사례는 그동안 5회밖에 없었다. 질서유지권과 달리 경호권은 운영위원회 동의를 구한 뒤 정부에 경찰 파견을 요청할 수도 있다. 오후 9시 사개특위 회의와 9시 반 정개특위 회의가 소집되자 당 대표와 지도부까지 가세한 몸싸움의 판이 커졌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이 진입을 시도했고, 몸싸움 끝에 박주민 의원은 쓰러지고 의자들이 나뒹굴었다. 정의당 의원까지 가세하자 한국당은 “민주당 2중대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 보좌진을 향해 “어디 보좌관이야! 난 더 정치 안 할 사람이야!”라며 호통을 쳤다. 이 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자신들을 막아선 보좌진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내 이름으로 (한국당을) 고발할 거야”라고 외치자, 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고발해. (내년 총선에서 원하는 대로) 260석 가져가라”고 맞받았다. 한국당 안팎에선 “이날 비로소 야당이 됐다”는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강성휘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권은희 의원을 각각 채이배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해달라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보임 신청을 ‘병상 결재’로 잇달아 승인했다. 국회는 하루 종일 이들의 사·보임을 놓고 급박하게 돌아갔다. 시작은 오 의원을 채 의원으로 교체하기 위한 사·보임 건이었다. 오전 8시 30분경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국회 본청 의사과 앞에 집결했다.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추진에 찬성하는 채 의원으로 사개특위 위원을 교체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그러던 중 오전 9시 반경 의사과 내 팩스에서 수신음이 ‘삑’ 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김 원내대표가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보낸 것. 유 전 대표 등의 얼굴은 일제히 어두워졌다. 국회사무관리 규정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문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e메일 또는 팩스 등으로 국회 문서 접수가 가능하다는 것. 오전 11시경. 국회 의사국장은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방문 과정에서 발생한 ‘쇼크’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았다. 문 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소속 의원 사·보임 신청을 불허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사·보임 신청을 승인하고, 직접 서명했다. 비슷한 시각 유 전 대표 등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문 의장의 사·보임 승인을 저지하기 위해 서둘러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면회가 어렵다는 병원 측 제지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끝난 줄 알았던 사·보임 논란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오후 5시 50분경 권 의원에서 임 의원으로 사개특위 위원을 교체하기 위한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 신청서가 또다시 국회 의사과에 팩스로 접수됐기 때문. 권 의원은 공수처 법안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아수라장이 돼버린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에는 사·보임 건을 구두 결재했다. 사개특위에서 사임된 오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오 의원은 “당사자를 제지하고 뒷구멍으로 와서 결재하는 행태는 헌정 사상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권 의원 측 관계자는 “강제 사·보임됐다. 다들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재직 당시 작성한 문건을 공개하면서 촉발된 청와대와 김 전 수사관 측의 맞고발 사건이 25일 마무리됐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반면 김 전 수사관이 고발한 청와대 관계자 4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 김 전 수사관 폭로 16건 중 5건만 기소 김 전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수사한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는 김 전 수사관이 지난해 12월∼올해 2월 폭로한 내용을 분류해 범죄 성립 여부를 건별로 검토했다.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총 16개 내용 중 5개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고, 나머지 11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기소 대상이 된 5개 항목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보고서 목록,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 보고 유출 관련 감찰자료 등이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관천 전 경정의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1, 2심 판례를 주로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은 하급심에서 “문건 공개로 국정 운영에 부담이 생기는 등 국가 기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박 전 경정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우선 공무원이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국가 기능에 위협이 생겨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폭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비밀 보호의 가치가 있는지 등에 해당하는지도 점검했다. 우 대사 비위 첩보는 언론 등을 통해 전혀 알려지지 않아 비밀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우 대사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까지 폭로되면서 증거 인멸 우려가 높아져 검찰 수사 기능이 침해됐다고 봤다. 공항철도 첩보와 KT&G 동향 보고 등도 유출됨으로써 특감반의 감찰 기능이 침해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 외 나머지 11개 내용에 대해 검찰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거나,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의 감찰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했고,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작성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 청와대 무혐의 처분에 김 전 수사관 반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4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민간인 사찰 의혹의 실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히 “청와대 특감반이 비위 첩보를 묵살했다”는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수사 의뢰 결정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상 재량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죄라는 김 전 수사관 주장에 대해 “김 전 수사관이 상부의 지시 없이 민간인을 사찰했으며, 첩보 내용도 풍문에 불과해 특정인을 사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25일 이 전 특감반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드루킹 USB’ 내용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는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하자 임 전 실장 등을 맞고발한 김 전 수사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수사관은 입장문을 내 “청와대 비위를 제보하려면 해임과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법의날인 25일, 법치는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보위가 애달플 지경”이라며 “이번 수사 결과는 엄청난 빙산의 본체를 두고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일각만 쳐낸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동혁·홍정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신환 구하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는 오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에서 빼려는 움직임이 전해지자 한국당은 24일 사보임(위원 변경) 최종 허가권을 가진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 이 과정에서 의장실은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이 오 의원의 사보임을 신청하더라도 문 의장이 허가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보임은 국회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니 불허해 달라”며 “패스트트랙 법안들도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해 달라”고 했다. 이에 문 의장은 “어떤 경우에도 한국당이 원하는 사보임에는 반대했던 적이 없다”고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렇게 하면 대통령과 국민이 국회를 우습게 안다. 국회가 난장판”이라고 외쳤다.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내) 멱살을 잡아라”라고 막으면서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 의장은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의장실을 간신히 빠져나간 뒤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국회 내 의무실을 거쳐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 원내대표와 문 의장을 병문안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 혈압이 200까지 오르고 맥박도 평상시의 두 배가 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겁박한 것이야말로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를 언급하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도 정면충돌했다. 나 원내대표는 과거 원내대표 회동 상황을 거론하며 “내가 김 원내대표에게 ‘바른미래당이 끝까지(총선까지) 가겠냐’고 물으니 끝까지 갈 수 없을 수 있다. 본인은 민주당 갈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김 원내대표는 “내가 민주당에 갈 수도, 한국당에 갈 수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선거제 개편은 소수 세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그 얘기는 쏙 빼고, 김관영을 모욕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반발했다.홍정수 hong@donga.com·강성휘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갈등이 급기야 문희상 국회의장의 성추행 논란으로 번졌다. 자유한국당은 24일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과정에서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았다. 이때 문 의장이 임이자 의원의 복부에 손을 접촉해 임 의원이 “이러시면 성희롱이다”며 항의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이렇게 하면 되냐”며 양손으로 임 의원의 얼굴을 두 차례 만졌다. 임 의원은 “재차 항의했는데도 문 의장이 다시 양손으로 끌어안은 뒤 의장실을 빠져나갔다”며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여성으로서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당시 의장실은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경호원, 취재진 등 100여 명으로 차 있었다. 임 의원은 항의 방문 직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임 의원이 문 의장을 양팔 벌려 가로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이를 성추행이라고 하는 건 ‘자해공갈’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접촉하면 성추행이라고 주장하려고 여성 의원들을 앞세워 막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은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라며 문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성, 남성을 떠나서 임 의원과 한국당을 능멸하고 모욕한 행위”라고 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난 의장이고 너희는 평의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지독히 바닥에 깔려 있어서 그런 동작이 서슴없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오히려 피해자인 임 의원을 가해자로 모는 것은 악의적인 2차 피해”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이 ‘오신환 구하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는 오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에서 빼려는 움직임이 전해지자 한국당은 24일 사보임(위원 변경) 최종 허가권을 가진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 이 과정에서 의장실은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이 오 의원의 사보임을 신청하더라도 문 의장이 허가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보임은 국회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니 불허해 달라”며 “패스트트랙 법안들도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해 달라”고 했다. 이에 문 의장은 “어떤 경우에도 한국당이 원하는 사보임에는 반대했던 적이 없다”고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렇게 하면 대통령과 국민이 국회를 우습게 안다. 국회가 난장판”이라고 외쳤다.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내) 멱살을 잡아라”라고 막으면서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 의장은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의장실을 간신히 빠져나간 뒤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국회 내 의무실을 거쳐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 원내대표와 문 의장을 병문안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 혈압이 200까지 오르고 맥박도 평상시의 두 배가 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겁박한 것이야말로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를 언급하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도 정면 충돌했다. 나 원내대표는 과거 원내대표 회동 상황을 거론하며 “내가 김 원내대표에게 ‘바른미래당이 끝까지(총선까지) 가겠냐’고 물으니 끝까지 갈 수 없을 수 있다. 본인은 민주당 갈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김 원내대표는 “내가 민주당에 갈 수도, 한국당에 갈 수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선거제 개편은 소수 세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그 얘기는 쏙 빼고, 김관영을 모욕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강성휘기자 yolo@donga.com}
바른미래당이 23일 극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당은 더 급속도로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날 의총은 합당 1년 2개월이 넘도록 부글부글 끓기만 했던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갈등이 화산처럼 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언주 의원은 패스트트랙 반대를 명분으로 탈당했다. 바른정당계의 연쇄 탈당이 이어질 경우 당의 내분이 보수야권 재편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찬성 vs 반대’ 의총서 건건이 충돌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4시간의 진통을 거쳐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4당 합의안을 가까스로 추인했다. 결과론적이지만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언주 의원이 표결권을 행사했다면 12 대 12로 절반을 못 넘어 부결될 수도 있었던 것. 국민의당계인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바른정당계가 중심인 반대파는 의총의 언론 공개 여부와 추인 절차를 놓고 건건이 부딪쳤다. 회의 도중엔 가결 기준선을 놓고 싸우기도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자고 주장했지만, 반대파는 “주요 정책과 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론을 정할 수 있다”는 당헌을 적용해야 한다며 맞섰다. 김 원내대표가 투표를 강행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혀 개표조차 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추인 여부가 과반 찬성인지, 3분의 2 찬성인지를 두고 또 투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과반 출석-과반 찬성’을 기준으로 하기로 결정됐고, 1표 차로 추인에 성공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당이 단합할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계, 연쇄 탈당… 냉면집 회동서 “주말마다 모이자” 결의 바른정당계 핵심인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당의 의사결정이 1표 차 표결로 이뤄진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당의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당헌에 따른 강제성이 있는 당론 채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야에 선 한 마리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보수대통합과 보수혁신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좇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누군지 말할 순 없지만 추가 탈당할 사람이 더 있다”고도 했다. 연쇄 탈당이 시작될 경우 보수야권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은 의총 직후 서울 마포구의 한 냉면집에 모여 2시간 넘게 당 진로를 두고 토론했다. 자유한국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정운천 의원은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인을 거쳤지만 반대파의 반발이 지속되면서 이제 공은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손에 넘어갔다. 패스트트랙이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되려면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오 의원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은 무산된다. 오 의원은 의총 직후 “당헌에 따른 절차를 밟은 ‘당론’ 추인도 아니고, 선거제 개혁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에 평소 내 소신을 버려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이 있다”며 여전히 반대표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다른 키를 쥐고 있는 사개특위 소속 권은희 의원은 “이제 사개특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북한 제재를 해제해 달라 구걸하고 다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취임 후 첫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상에 올라 “오늘 정말 피 끓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왔다”며 정부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으로 얼어붙은 정국이 한국당의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장외집회로 완전한 경색 국면에 돌입했다.○ “이미선 임명은 국민 개무시하겠다는 것” 황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는 IMF(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정말 폭망(폭삭 망했다)”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의 단독 회담 시간이 2분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 “2분이 뭔가. 대한민국 자존심은 어디에 팔아 놓고, 왜 북한 제재를 풀어 달라고 구걸하러 다니나”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 내가 선봉에 서겠다”고 하자 집회 참석자들은 “황교안”을 연호했다.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 김태흠 의원은 “이미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 강행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마저 ‘개무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한국당은 이번 집회를 앞두고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에 동원 인원까지 책정해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전력을 풀가동했다. 한국당은 2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 내부에서는 “일시적으로 참석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20만 명까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은 참석 인원을 1만 명 정도로 비공식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 꺼져가는 국회 정상화 불씨 여당과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황 대표의 ‘김정은 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은 “황 대표는 5·18 망언을 솜방망이 징계하는 등 민심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오로지 당원들에게 기반을 둬 대선 출정식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는 극렬극우 세력과 토착왜구 옹호세력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토착왜구’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대치 정국의 첫 번째 분수령은 여야 4당의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캐스팅보터’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오신환 사무총장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을 사개특위에서 사·보임시키고 찬성파 의원들로 교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지지 않은 사안에서 특정 의견을 관철시키려 사·보임 권한을 활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할 경우 25일 국회에 제출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포함한 모든 국회 일정을 멈출 예정이다. 매 주말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장외에서 ‘대국민보고대회’를 여는 등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여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도 없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16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제안한 여야정협의체가 23일 귀국 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청 모두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인 5월 초순까지 선거제 패스트트랙, 근로기준법, 공수처법 등 현안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홍정수 hong@donga.com·최우열·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북한 제재를 해제해 달라 구걸하고 다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변인 역할만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취임 후 첫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상에 올라 “오늘 정말 피 끓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왔다”며 정부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으로 얼어붙은 정국이 한국당의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장외집회로 완전한 경색국면에 돌입했다.●“이미선 임명은 국민 개무시하겠다는 것” 황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정말 폭망(폭삭 망했다)”이라고 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의 단독 회담 시간이 2분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 “2분이 뭔가. 대한민국 자존심은 어디에 팔아놓고, 왜 북한제재를 풀어달라고 구걸하러 다니나”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 내가 선봉에 서겠다”고 하자 집회 참석자들은 “황교안”을 연호했다.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 김태흠 의원은 “이미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 강행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마저 ‘개무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수사처법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버려야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번 집회를 앞두고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에 동원 인원까지 책정해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전력을 풀가동했다. 한국당은 2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 내부에서는 “일시적으로 참석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0만 명까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은 참석인원을 1만 명 정도로 비공식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꺼져가는 국회정상화 불씨 여당과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황 대표의 ‘김정은 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은 “황 대표는 5·18 망언을 솜방망이 징계하는 등 민심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오로지 당원들에 기반을 둬 대선 출정식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는 극렬극우 세력과 토착왜구 옹호세력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토착왜구’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국론분열을 가져왔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대치 정국의 첫 번째 분수령은 여야 4당의 선거법과 고위공직자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캐스팅보터’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오신환 사무총장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을 사개특위에서 사보임시키고 찬성파 의원들로 교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지지 않은 사안에서 특정 의견을 관철시키려 사보임 권한을 활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할 경우 25일 국회에 제출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포함한 모든 국회일정을 멈출 예정이다. 매 주말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장외에서 ‘대국민보고대회’를 여는 등 원내외 투쟁을 병행키로 했다. 여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도 없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16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23일 귀국 후 본격 추진된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청 모두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인 5월 초순까지 선거제 패스트트랙, 근로기준법, 공수처법 등 현안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부 여당이 18일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를 열고 편성방향과 세부방향을 발표하자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추경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삭감할 것”이라는 강경한 의지를 내비치며 ‘분리추경’ 카드로 맞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총선용, 선심용,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추경에는 응할 수 없다”며 강원 고성 산불, 미세먼지 대책, 포항 지진 등과 관련된 ‘재해추경’과 기타 ‘비재해추경’을 따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는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높이기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경기 부양용 추경을 제출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고 자가당착”이라며 “포퓰리즘, 세금퍼줄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추경 예산안) 총액을 정해놓고 (여당 의원들이 총선을 겨냥한) 매표(買票) 항목 끼워넣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한국당의 분리추경 요구에 대해 “신속한 추경 처리를 가로막고 추경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협조를 촉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사진)이 미결수(未決囚)에서 기결수(旣決囚)로 신분이 바뀐 첫날인 17일 허리 디스크 증세 등을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및 국민 통합을 이유로 공천 개입 혐의로 확정된 징역 2년의 형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유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불에 덴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병증은 구치소 내에서는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치료와 수술 시기를 놓친다면 큰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또 “극단적인 국론의 분열을 막고, 국민 통합을 통한 국격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향적인 조치를 바란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형 집행정지 신청을 여러 차례 건의드렸다. 박 전 대통령이 고심 끝에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신청서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31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약 2년 만에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석방을 요구한 것이다. 형 집행정지는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형의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 기한이 16일 밤 12시로 끝나면서 미결수였던 박 전 대통령은 17일부터 공천 불법 개입 혐의의 기결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은 미결수일 때도 보석 청구를 재판부에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형 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심의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박찬호 2차장검사, 위원은 법조계와 의료계 등 인사 5∼10명이 맡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심의 결과를 토대로 형 집행정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이 형 집행정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형사소송법은 형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등의 경우를 형 집행정지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홍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에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1심 재판부가 김 지사를 법정 구속한 뒤 “사법 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이라며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과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형사소송법의 대원칙과 관련 법 조항에 따라 보석 결정을 내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1심 판결 직후 사법부 비판에 앞장섰다. 당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김 지사에게 징역 2년과 법정구속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두고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 “어이가 없다”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변인뿐 아니라 당시 민주당은 당 차원의 법관 탄핵 등 청산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등 사실상 ‘재판 불복’에 가까운 언행을 이어갔다. 사법부와 첨예하게 각을 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날 민주당은 신중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판사들도 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어서 걱정이 된다”고 말하는 등 법관 탄핵을 진두지휘했던 박주민 최고위원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침묵했다. 김 지사와 가까운 박광온 최고위원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 거짓과 왜곡이 깨끗하게 사라지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6선의 이석현 의원도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리고 공정한 심사를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이에 대해 당 고위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까지 사법부를 자극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대한 석방 결정”이라고 사법부를 비판하며 드루킹과 김 지사의 재특검을 강하게 요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사법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며 “문재인 정권의 사법부는 ‘과거 정권 유죄, 현 정권 무죄’ ‘반문(반문재인) 유죄, 친문 무죄’가 헌법보다 위에 있는 절대가치로 여긴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성명을 내고 “주범을 풀어 주고 실행한 하수인(드루킹)만 잡아 놓는 경우는 없다. 김 지사는 쾌재를 부르며 증거 인멸에 착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이주민 전 서울경찰청장은 (드루킹 사건) 초기 수사를 미흡하게 했고 증거 인멸을 위해 시간을 끄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하는 등 8가지 이유를 들며 재특검을 촉구했다. 한국당의 사법부 비판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 지사 구속 결정 이후 한국당은 여당의 사법부 비판과 ‘재판 불복’ 기조에 대해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며 ‘반(反)헌법세력’으로 규정하고 나선 바 있다. 1월 31일 당시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집권과 통치의 정당성은 헌법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권위를 치켜세웠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호를 받는 무소불위의 ‘바둑이’”라고 비판했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지칭한 이름이다. 당내에서는 “범죄의 중대성 및 증거 인멸 염려를 고려하지 않은 국민의 상식을 현저히 벗어난 판단”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이라며 법원의 결정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페이스북에 “이번 정상회담 자체가 북-미 간의 대화 동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50분(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의 결의안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임시정부로 규정하며 외교와 경제, 안보에서 한미동맹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한국과 미국은 흔들림 없이 함께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11일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과 협력했던 우리 독립운동사의 한 장면을 뒤돌아보는 일도 매우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 임정 요인들과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한미 관계를 수차례 강조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형식과 결과를 둘러싸고 한미 공조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회담 후 언론발표문에서도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강원지역) 산불 진화에 기여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유대를 과시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명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정치 일생 50여년을 함께 한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이 새 주인에게 팔렸다. 김 전 총리의 장남 김진 운정장학회 이사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택 사진 4장을 올린 뒤 “평생을 부모님과 함께했던 청구동(현 신당동) 집을 오늘 완전히 인도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집에 절하고 철문을 닫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JP가 1965년부터 한평생 살았던 이 집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과 함께 3김(金) 시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와 함께 DJP 연합을 이뤄낸 것도 이곳이었다. JP가 별세하기 직전인 지난해까지도 주요 정치인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965년부터 부인 박영옥 여사의 명의로 돼있던 신당동 자택은 2015년 박 여사 타계 후 JP 명의로 바뀌었다. 지난해 6월 JP가 영면한 뒤 김 이사장과 장녀 예리 씨가 공동으로 상속받았다. JP 측에 따르면 유지관리 등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 집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