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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퇴위 의향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8일 오후 발표했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약 200년 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궁내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10여 분 가량의 동영상에서 “차츰 진행되는 신체의 쇠약을 생각할 때 지금까지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생전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는 “상징 천황의 책무가 늘 끊기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것만을 생각한다”고 말해 자신이 일왕으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기 전에 퇴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 내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를 포함한 왕위 계승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 왕실제도의 기본법인 ‘황실전범(典範)’에는 일왕의 양위를 규정한 절차가 없어 조기 퇴위를 하려면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천황이 국민을 향해 발언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어떤 것이 가능한지 확실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20여초 만에 준비된 말만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 속내가 불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왕실전범 논의가 본격화되면 아베 총리의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를 노리는 개헌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기가 어렵게 된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11월 아프리카 남수단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파견되는 육상자위대에 무기 사용을 확대하는 새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9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확대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든 안보관련법이 실제 임무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11월 남수단에 새로 파견되는 육상자위대 부대에 적용되는 법률은 ‘PKO협력법’으로 ‘출동 경호’와 ‘숙영지 공동 경호’ 임무가 추가로 주어진다. 이에 따라 이 부대는 주둔지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유엔 직원, 민간인, 타국 군 병사 등이 무장집단 등의 습격을 받았을 때 현장으로 이동해 이들을 구하는 이른바 출동 경호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숙영지에서 타국 군과 공동으로 경비 업무도 할 수 있게 된다. 임무 추가에 따라 무기 사용 범위도 기존보다 확대된다. 일본 정부는 3월 안보관련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안보관련법이 쟁점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 임무 실시를 위한 훈련을 미뤄 왔다. 그러다 남수단이 내전 상황으로 치닫자 7월 11일 현지에 체류 중이던 대사관 관계자 등 자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항공자위대 수송기 3대를 급파했다. 당시 이들을 공항까지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현지 육상자위대가 무장 경호를 해야 하느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지만 민간인들은 자위대 수송기가 도착하기 전에 민간 전용기로 현지를 탈출했다. 육상자위대의 한 간부는 신문에 “육상자위대 부대가 새 임무를 실시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강경 우익 성향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7·사진) 일본 방위상이 5일 일본의 핵무기 보유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일전쟁의 침략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민감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핵무기 보유 문제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헌법상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요최소한도(의 실력)가 어떤 무엇인가에 한정이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 보유가 일본 헌법에 따라 애초에 금지된 것이 아니라는 말로 해석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그는 과거에 일본이 장래에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나다 방위상은 다만 “현시점에서 핵을 보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나다 방위상의 발언은 일본 정가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다른 국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까지 떨어질 정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데도 중국은 북핵과 미사일에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런 주변 상황은 일본 우익들의 자체 핵 보유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일본은 발전(發電) 목적으로 핵연료 플루토늄을 다량으로 보유해 작심하면 6000여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여기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군 주둔 비용을 올릴 목적으로 일본과 한국에 대해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자체 방어를 주문하고 있다. 이나다 방위상의 발언 다음 날인 6일은 히로시마(廣島) 원폭투하 71주년 기념일이었다. 안팎에서 논란이 예상되자 아베 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비핵 3원칙을 견지할 생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이나다 방위상의 발언은 정부의 방침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난징(南京) 대학살 때 일본군 장교들이 누가 먼저 100명의 목을 베는지 경쟁했다는 과거 보도에 관한 질문에 “그런 일이 실제로 없었다고 생각해 소송에 관여했다”며 과거 변호사 시절 활동에 관해 언급했다. 이튿날에는 같은 질문에 “변호사 시절의 활동이다. 방위상으로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언급을 회피했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방위를 위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 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며칠 후 일본의 8·15 패전기념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어떻게 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나다 방위상은 정계 입문 후 현직 각료 시절을 포함해 매년 이날에는 빠짐없이 신사에 참배해왔다. 한편 6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는 와카미야 겐지(若宮健嗣) 방위 부대신이 유임됐다. 이는 안보 분야 경험이 부족한 이나다 방위상을 보좌하고 산적한 방위 정책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에 연 3일째 중국 선박이 무더기로 접근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유권 분쟁 지역에 중국의 관영 및 민간 선박이 잇따라 출몰하는 것은 자국의 영해라는 점을 주장하는 동시에 일본이 개입한 남중국해 문제를 뒤흔들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7일 오전 10시경 일본 정부가 자국 영해로 규정한 센카쿠 열도 인근 수역에 중국 해경국 선박 2척이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정부가 설정한 접속수역(12∼24해리 구간)에도 중국 해경국 선박 7척이 들어왔다. 앞서 6일에도 해경국 선박 7척과 중국 어선 약 230척이 떼를 지어 접속수역에 들어왔으며 5일에도 중국 해경국 선박 2척과 중국 어선 6척이 일본 정부가 영해로 규정한 수역에 접근했다. 중국 정부 소속의 선박과 어선이 동시에 같은 지역에 들어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특히 230척이나 되는 중국 어선이 한꺼번에 일본 영해 주변에 등장한 것도 전례가 없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해경 선박의 센카쿠 열도 접근은 영해 침범이라며 매번 중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댜오위다오를 고유의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당신네 선박이 우리나라 관할 해역을 침입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중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 접근이 잇따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총리관저에서 관계자들과 대책을 협의했다. 일본 정부는 우발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에 설치한 시설물에 레이더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7일 보도했다. 중국이 가스전에 설치한 16개의 구조물 가운데 일본 정부가 ‘제12기’라고 부르는 시설물에 레이더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확인됐으며 방위성이 사진 분석 등을 통해 수상 레이더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주로 좁은 범위에서 수상 수색에 사용되는 레이더로 항공기 접근 등을 확인하는 능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신문에 “해상시설을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동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경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배척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일본이 지지한 것에 대해 중국이 반발해 센카쿠 열도 인근에 반복적으로 선박을 보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은 각기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는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나 미국 대선전처럼 앞으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지향하며 민주주의가 한계에 부닥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입니다.” 일본 도쿄(東京)의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세계적 경영사상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73)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총장은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포퓰리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유권자에 대한 교육을 전제로 하는데 교육 없이 투표만 하면 가장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고 말했다. 오마에 총장은 “나는 저널리즘의 쇠퇴가 최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멋대로 하려는 정부, 정치인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봐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말하는 것에는 진실성이 전혀 없는데 그걸 제대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 등에서 트럼프를 비판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그가 얼마나 거짓말쟁이인지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트럼프는 이민을 막자고 하는데 지금까지 본인의 배우자 3명 중 2명이 이민자 아닌가. 적당히 좀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공립대 등록금 면제 등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공약을 내놨습니다.” 미국 대선에 대해 일본이나 한국 등 주변국 최대의 관심은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인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세계 자유무역 체제의 미래로 이어졌다.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끝났다고 본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TPP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다시 협상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협정 내용을 뜯어보면 재협상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회원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서명해야 발효가 되는데, 이는 미국(60%)과 일본(18%)이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발효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만 반대해도 안 된다. 일본은 미국이 하지 않으면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이 앞장서 보호무역을 주창하면 일본도 피해가 크지 않을까. “40년 이상 비즈니스 세계에 있으면서 언제나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을 봤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라고 해도 반드시 피해 나갈 길이 있다. 미일 무역전쟁 때 미국은 TV, 자동차, 철강 등 각종 상품의 관세율을 높이고 수량 제한(쿼터)을 정해 수출량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플라자 합의 등으로 엔화 강세를 유도하면서 한때 달러당 360엔이던 환율이 80엔으로 떨어졌다. 달러로 받는 무역 대금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그래도 현지 생산과 혁신으로 살아남았다.” ― 한국의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그걸 극복하면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나라에서도 사업을 한다는 결기를 가진 경영자만이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1980년대 초 9000달러에 팔던 자동차 ‘코롤라’의 가격을 1980년대 말에는 3만5000달러로 올렸다. 그래도 혁신을 더해 판매량을 유지했다. 현지 생산도 확대해 지금은 세계 51곳의 공장 물량을 조정하며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내려간다고 큰일 났다고 할 정도라면 글로벌 기업이 되기 어렵다. 한국 기업은 아직 거점을 한국에 두고 부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부산에서 수출하는 모델이 많다. 이는 글로벌화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다음 단계로 가려면 40대 시절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기업가가 50명은 있어야 한다.” 그는 ‘경제가 성공하면 원화 가치가 높아져 점점 더 괴로워진다’는 ‘중진국의 딜레마’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정말 무역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원화 가치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성공의 대가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혁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만큼의 생산기지를 해외에서 구축할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관련해 오마에 총장은 “선출된 이들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간접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한 나라에서 갑자기 국민투표를 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국민투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반드시 투표로 정한다. 커뮤니티 안에서 교사를 결정하는 것도 투표로 정한다. 그리고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다. 최근 (매월 약 300만 원을 준다는) 기본소득 방안이 부결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영국이 EU 이탈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국인이 얼마나 간단히 과거를 잊는지 놀랐다. EU가 출범하기 전 영국은 실업률이 17%에 달하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경영자들은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고 미국, 일본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영국은 대단하다. 경제가 번영하고 실업률은 4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가장 좋은 상태다. 그것은 EU에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EU를 이탈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국에 ‘헬 코리아’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영국이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헬 잉글랜드’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 EU를 떠나겠다는 것이 영국 국민의 선택이었는데…. “많은 영국 국민이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먼저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선언할 것이다. 2년 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잔류’를 선택한 쪽이 더 많았다. 이유 중 하나는 독립 후 EU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EU에 가입하려면 28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데 영국은 독립한 스코틀랜드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그게 억지력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영국이 나가 버리면 반대할 나라가 없어지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독립파가 이길 것이다. 그러면 웨일스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로 통합하려는 이들과 영국에 남으려는 이들이 대립하면서 다시 내전 상태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그레이트브리튼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100%다. 이런 상황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 왜 영국이 EU 이탈을 선택했다고 보나. “EU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하려 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오후 9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하거나, 화장을 그만두라고 하면 듣기 싫은 것과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간섭하니 자유롭게 해 달라,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는 그 점을 강조했다. 또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감정의 문제도 있었다. 영국은 일자리가 많고 영어를 쓰기 때문에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의 실업률이 5%인 것을 보면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반면 브렉시트 반대파는 논의 진행 방식이 너무 서툴렀다. 영국 자체가 분열되고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 대신 이민·난민의 손해가 어느 정도라든가, 시티오브런던(런던의 금융 중심지)의 금융회사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갈 거라든가 하는 얘기뿐이었다.” ― 일본 기업 1380곳이 영국에 진출해 있다. 영국이 유럽 진출의 거점이 된 이유가 있나. “40년 넘게 전략 컨설팅을 하며 일본 기업의 유럽 진출을 조언해 왔다. 당초 일본 기업들은 유럽에는 국가별로 투자를 했다. 그런데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투자는 모두 실패했다. 근로자들의 작업 태도가 좋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회사 경영에 간섭을 했다. 독일은 나뉘어 있을 때는 시장이 작았다. 지금은 실업률이 낮아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해도 모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국이 EU에 들어간 후 EU 전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투자를 영국에 집중했다. 영어를 쓰니 사원 교육과 관리가 쉽다는 이점도 있었다. 영국도 처음에는 공장의 불량률이 6, 7%에 달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자들을 일본에 불러 공장 연수를 시키는 등 교육을 해 약 5년 만에 일본 공장과 같은 수준의 품질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닛산의 영국 공장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일본 전자업계가 어렵지만 예전에는 소니, 파나소닉 등도 영국 웨일스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 성공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오마에 총장은 EU를 이탈한 영국의 미래에 대해 “지금만큼 좋은 조건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은 지금 EU에서 좋은 점만 취하고 있어요. EU에 가입해 있지만 통화는 파운드를 사용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보다 높지만 분담금은 프랑스보다 적게 냅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미국 쪽으로 접근하면서 응석을 부리지요. 영국은 원래부터 EU와 친한 사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나도 예전에 책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이 대서양보다 넓다’는 표현을 쓴 적도 있습니다.” ○ 오마에 겐이치 총장은…1943년 일본 후쿠오카 현 출생. 일본 와세다대, 도쿄공업대 원자핵공학 석사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입사해 일본지사장,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을 지내며 글로벌 기업 및 역내 주요 국가와 도시의 자문역으로 활동해 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994년 그를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등과 함께 세계 5대 ‘경영 구루(사상가)’로 선정했다. 2010년 인터넷으로 경영학 교육을 하는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힘 쏟고 있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
북한이 3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영공을 비행하는 북한 미사일 파괴조치 명령을 24시간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NHK가 5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됐을 때 파괴조치 명령을 발령했다가 징후가 사라지면 해제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파괴조치 명령을 상시 발령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이번 도발을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일 양국의 군수업체들은 육상 미사일방어 체계인 지대공 요격미사일 신형 패트리엇(PAC-3)의 사거리를 현재 30km 안팎에서 두 배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여) 신임 일본 방위상은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관련해 “우리나라(일본) 전역을 방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즉응 태세나 동시대처 능력, 계속대처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3일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일본열도 서부 아키타(秋田) 현 오가(男鹿) 반도 서쪽 250km 지점의 EEZ에 떨어졌으나 일본 정부는 발사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어떤 대비도 하지 못했다. NHK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해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이전에 발사됐던 탄도미사일에도 이동식 발사대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원폭 투하 71주년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위령제에 앨런 그린버그 주오사카·고베 미국 총영사가 참석해 헌화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린버그 총영사는 이날 오후 주히로시마 한국총영사관이 인근 호텔에서 개최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도회에도 참석해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도 국기(國旗)를 들고 있지 않으며 죽을 때 깃발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모두 마찬가지로 인간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은 마찬가지로 소중하다”며 평화를 위해 힘을 모아가자고 제언했다. 그린버그 총영사는 현지 한국총영사관의 초청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도 잇따라 참석했다.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했지만 이곳에서 150m, 걸어서 5분 거리인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참배하지 않아 많은 한국인들을 섭섭하게 만들었다. 올해 47번째를 맞는 위령제에는 한국인 피폭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히로시마 본부 관계자, 서장은 주히로시마 한국총영사,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등 약 300명이 참가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위령제에 측근을 보내 대신 헌화하게 했다. 히로시마를 지역구로 둔 자민당 히라구치 히로시(平口洋) 중의원, 민진당 모리모토 신지(森本眞治) 참의원, 공산당 오히라 요시노무(大平喜信·비례대표) 중의원 등 일본 국회의원도 위령제에 참석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떨어뜨린 원폭으로 인해 당시 히로시마 주민 35만 명 가운데 약 14만 명이 같은 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2만 명이 한국인 희생자인 것으로 민단 등은 추산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원폭 투하 71주년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위령제에 앨런 그린버그 주오사카·고베 미국 총영사가 참석해 헌화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린버그 총영사는 이날 오후 주 히로시마 한국총영사관이 인근 호텔에서 개최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도회에도 참석해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도 국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죽을 때 깃발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모두 마찬가지로 인간이며 한명 한명의 목숨은 마찬가지로 소중하다”며 평화를 위해 힘을 모아가자고 제언했다. 그린버그 총영사는 현지 한국총영사관의 초청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날 한국인 추모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올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할 때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47번째를 맞는 위령제에는 한국인 피폭자,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히로시마 본부 관계자, 서장은 주히로시마 한국총영사,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등 약 300명이 참가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위령제에 측근을 보내 대신 헌화하게 했다. 히로시마를 지역구로 둔 자민당 히라구치 히로시(平口洋) 중의원, 민진당 모리모토 신지(森本眞治) 참의원, 공산당 오히라 요시노무(大平喜信, 비례대표) 중의원 등 일본국회의원도 위령제에 참석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떨어뜨린 원폭으로 인해 당시 히로시마 주민 약 35만 명 가운데 14만 명이 같은 해 말까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약 2만 명이 한국인 희생자인 것으로 민단 등은 추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3일 이뤄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개각을 계기로 ‘포스트 아베’ 3명의 각기 다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자민당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포스트 아베’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다. 각자 자민당 내에 자기 파벌을 갖고 있다. 기시다가 아베 정권의 계승자로 거론되는 반면 이시바는 아베 정권의 대항마로 불려왔다. 아베 총리는 이들을 자신의 내각에 묶어두고 세를 키우지 못하게 견제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번 개각에서도 두 사람 모두에게 각료 자리를 제안했으나 기시다는 수용한 반면 이시바는 독자 행보에 나섰다. 이시바 전 지방창생상은 2012년 아베 총리의 재집권 직전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전력이 있다. 내각을 떠나기로 한 뒤 그는 “언제가 될지 몰라도 정권이 바뀌는 때는 온다. 그때 무엇을 내놓을지 준비하는 것도 자민당 의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당내의 ‘반(反)아베’ 세력 결집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이런 그에게 자민당 내에 아무 자리도 주지 않았다. 기시다 외무상은 히로시마(廣島)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킨 공로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부터 그가 회장인 기시다파에서는 “일은 기시다가 다 하고 생색은 아베 총리가 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은 일찌감치 “아베 총리와의 대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베 진영에서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3일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 얘기가 나오자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여 속내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가 ‘차기 총리감’이라고 띄우면서 단계마다 요직을 맡겨 업그레이드 시켜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신임 방위상도 입각을 계기로 슬그머니 ‘포스트 아베’에 합류했다. 우익적인 신조가 워낙 강해 정부 여당에서도 걱정을 일으키는 ‘폭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날 취임 회견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의향을 묻는 질문에 “마음의 문제”라며 “간다, 안 간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이나다 방위상의 경우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언론 평가가 쏟아져 당분간 조심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행보를 통해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시바 의원에 대해서는 힘을 쓸 수 없도록 잘라내고 기시다 외무상은 중책을 맡겨 견제한다. 이나다 방위상에게 ‘벼락치기 총리수업’을 시키는 것은 그릇이 되지 않는 후보를 밀어줘 후진을 키우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자신이 장기 집권을 하겠다는 속내라는 지적이 나온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단행한 개각에서 ‘역사 수정주의’ 성향의 강경 우익 인사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53)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7·여)를 각각 문부과학상(교육부 장관)과 방위상(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역사관이 중시되는 이들 각료 자리에 극우파를 전진 배치한 것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앞으로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이뤄진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당 총재 3연임’을 지지해 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7) 총무회장을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으로 임명해 자신의 장기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재선까지만 가능한 자민당 당규를 고치면 아베 총리의 임기가 도쿄 올림픽(2020년) 이듬해인 2021년 9월까지로 늘어난다. 교과서 검정 등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상에 기용된 마쓰노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한국과 중국이 중시하는 이 두 담화가 거짓에 근거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의원 6선 의원인 마쓰노 문부과학상은 2012년 자민당 총재였던 아베 총리와 이나다 신임 방위상과 함께 미국 뉴저지 주 지역신문에 ‘우리는 사실들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일본군 위안부 의견 광고를 냈다. 당시 광고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며 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 그가 교과서 검정을 총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돼 일본 미래 세대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위안부 기술(記述)을 줄이거나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일본 극우들의 역사관이 교과서에 반영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역사 인식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이나다 방위상은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여러 차례 참배하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인해 왔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2011년 김포공항을 통해 울릉도 방문을 시도하다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나다 방위상이 국방정책을 주도하면 한일 군사교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료 19명 중 10명이 새 얼굴로 바뀐 중폭 규모의 개각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75)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67)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59) 외상 등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부터 함께 해온 핵심 각료들은 유임됐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진두지휘할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9) 경제재생담당상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베 총리의 잠재적 라이벌로 꼽혀 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9) 지방창생담당상은 내각을 떠나 차기 총리를 향한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2016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실었다. 2005년 이후 12년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는 일이다. 방위백서는 또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기술을 이미 보유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된 방위백서는 “우리나라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 섬)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고 적어 독도가 영유권 분쟁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백서는 또 지도 위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하고 그 주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일본 영토임을 표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영유권 주장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와 무관을 불러 강력히 강의했다. 올해 일본 방위백서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한 기술(記述)이 부쩍 늘어났다. 북한 핵무기에 대해 “과거 네 차례 핵실험을 통한 기술적 성숙 등을 감안할 때 소형화·탄두화 실현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적었다. 또 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대포동 2호의 파생형인 3단식 탄도미사일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탄도미사일 본래의 용도로 사용된 경우 탄두 중량을 약 1t 이하로 가정하면 그 사정(射程)은 1만 km 이상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거리 1만 km는 미국 서해안과 중서부의 덴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일본 정부는 또 1일 마련한 새 학습지도요령안에 따라 일본사와 세계 근현대사를 통합한 역사 교과를 신설해 2022년부터 고교생들에게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등 역사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근현대사 역사 교육 강화 움직임은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미화나 애국심 고취 등에 악용될 수 있어 우려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저녁 임시 각의를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2012년) 이후 가장 많은 28조1000억 엔(약 303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 대책을 확정했다. 시속 600km의 자기부상열차 리니어 신칸센 개통을 예정(2045년)보다 8년 앞당기기 위해 3조 엔(약 32조 원)을 투입하고, 개인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저소득층 2200여만 명에게 일률적으로 1만5000엔(약 16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흥국 경기 부진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주춤하는 아베노믹스를 회생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극우 역사관으로 논란을 일으켜 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7·여·사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방위상에 기용하기로 했다고 NHK와 아사히신문 등이 2일 보도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전시(戰時) 일본군 위안부가 합법이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범죄인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등 역사 인식이 아베 총리보다 더 오른쪽이라는 평가를 받는 극우 강경파다. 주변국 반발에도 현직 각료 신분으로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안치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자주 참배했다. ‘여자 아베’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나다를 일찌감치 ‘첫 여성 총리감’으로 꼽았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에 따르면 자위대가 위헌이 된다”며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 헌법 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앞장서 주장해 왔다. 그런 그가 방위상에 임명되면 한국과의 군사 협력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와세다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 4선 중의원인 이나다 정조회장은 2011년 8월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중의원 등과 함께 울릉도 방문을 시도했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되자 9시간가량 버티다가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전쟁범죄자를 단죄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대해서도 “국내적으로 A급 전범을 범죄자라고까지 단언하기에는 굉장히 저항감이 크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후지TV에 출연해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구 일본군이 20만 명의 젊은 여성을 강제 연행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잘못된 인식의 상징”이라며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에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방위상에 오르면 2007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현 도쿄지사)에 이어 여성으로는 두 번째가 된다. 아베 총리는 3일 개각에서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에 노정객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7) 자민당 총무회장을 임명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맹우(盟友)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경제재생담당상은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에 12년 연속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실었다. 일본 방위성이 작성해 2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된 2016년판 일본 방위백서에는 “우리나라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 섬)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이번 백서의 독도 기술은 지난해 방위백서와 거의 비슷하다. 또 3년 연속으로 용어색인에 ‘다케시마’ 항목이 들어갔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이 일본 방위백서에 명시적으로 담긴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때인 2005년부터 12년째다. 2016년판 백서에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한 기술이 부쩍 강화됐다. 북한의 경우 지난해 15쪽(이하 백서의 요약본을 제외한 본문 기준)에서 18쪽으로, 중국은 지난해 24쪽에서 올해 30쪽으로 각각 늘었다. 백서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에 대해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1960년대까지 핵무기를 탄도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 소형화하는 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과거 4차례 핵실험을 통한 기술적 성숙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의 실현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적었다. 또 2월 북한이 ‘인공위성’ 명목으로 실시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대포동2 파생형인 3단식 탄도 미사일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포동2 파생형이 탄도 미사일 본래의 용도로 사용된 경우 탄두 중량을 약 1t 이하로 가정하면 그 사정(射程)은 약 1만km 이상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정 1만km는 북한으로부터 미국 서해안과 로스앤젤레스, 중서부의 덴버를 커버하는 거리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1t 이하로 경량화 소형화할 경우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실어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기술을 이미 보유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서는 “북한이 이런 탄도미사일의 장사정화를 더욱 진전시키고 동시에 소형화 등을 실현하면 북한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인식을 일방적으로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그런 억지력에 대해 과신·오인을 하게 되면 지역에서의 군사적 도발행위 증가, 중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백서는 또 중국에 대해 “평화적 발전을 주창하는 한편 특히 해양에서 이해가 대립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기존의 국제법 질서와는 맞지 않는 독자적 주장에 근거해 힘을 배경으로 현상변경 시도 등 고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 가운데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한 행위도 보인다”며 “힘을 배경으로 한 현상변경에 대해서는 그 기정사실화를 착실히 진행하는 등 자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타협 없이 실현하려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방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갖게 하는 면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 지역 영유권 주장을 배척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지난달 판결 내용도 2차례에 걸쳐 소개됐다. 백서는 이밖에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 발효한 안보법(일명 집단자위권법)을 권두 특집과 본문 등 총 22쪽에 걸쳐 소개하면서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더욱 확고히 하는 역사적 중요성을 가진다”고 적었다. 일본은 자국의 방위 정책을 알리고자 매년 여름 국제 정세에 관한 인식과 과거 1년간의 주요 방위정책, 주요 사건 등을 정리해 방위백서로 펴내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달 31일 선거 압승으로 첫 여성 도쿄(東京)도지사에 오르게 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어떤 조직도, 이해관계에도 얽매이지 않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선 뒤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행정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정당 지원을 받고 출마한 경쟁자들은 조직 이해관계에 얽매여 소신껏 일하기 어렵지만 자신은 자유롭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고이케 당선자는 선거에 출마하면서 소속 정당인 자민당의 지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자민당 도쿄지부에 대해 의사결정 구조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고 비판했다. 또 자신이 당선되면 복마전 같은 도쿄도의회를 해산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성 정당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지만 구태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는 ‘쇄신’과 ‘개혁’의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기존 정당에 ‘노(NO)’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대신 긁어준 것이다. 투표함을 열어 보니 ‘고이케 바람’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다인 21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선거에서 44.5%의 지지를 받았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존 자민당 지지자의 55%, 민진당 지지자의 32%, 무당파층의 49%가 고이케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투표율은 59.73%로 직전 2014년 2월 선거 때보다 13.59%포인트나 높았다. 아사히신문은 1일 이를 ‘고이케 극장(劇場)의 완승’이라고 표현했다. 정책 논쟁으로는 차이가 드러나기 어려운 선거 상황에서 정교한 이미지 전략으로 무당파층을 끌어들이고 자신이 탈당한 자민당 지지자들까지 끌어안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민당은 자신들이 추천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후보를 위해 당력을 총집중했지만 유권자들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특히 “(탈당한) 고이케를 지원하면 제명 조치하겠다”는 통지를 내려 보내는 옹졸한 태도를 보여 오히려 빈축을 샀다. 덕분에 고이케 당선자는 아무 도움 없이 고군분투하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고 선거전은 ‘조직’ 대 ‘개인’의 싸움으로 형성됐다. 도쿄도는 직원만 16만 명에 이르며 연 13조3000억 엔(약 143조7600억 원)의 예산을 주무른다. 웬만한 국가보다도 덩치가 크다. 도쿄신문은 “남성 중심의 정치권에서 살아남은 고이케 당선자가 도쿄도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당선 즉시 도의회 해산’을 공약했던 고이케 당선자는 하지만 당선 직후엔 바로 말을 바꿨다. 그는 “도쿄도의회와 연대해 도정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해 의회와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고이케 당선자는 2일 취임식을 갖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가 여성 수장(首長) 시대를 맞게 됐다. 31일 치러진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방위상 경력을 가진 무소속의 여성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가 경쟁 후보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중요한 정치적 포스트인 도쿄 도지사 자리를 빼앗긴 아베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작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이날 오후 11시 41분 현재 개표가 90% 완료된 상황에서 고이케 후보는 45.1%의 득표율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연립여당(자민·공명당)이 지지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64) 후보는 27.8%, 4개 야당(민진·공산·사민·생활당) 단일 후보인 도리고에 괴타로(鳥越俊太郞·76) 후보는 20.9%에 그쳤다. NHK는 일찌감치 고이케 후보의 얼굴사진 옆에 당선이 확실하다는 의미의 ‘확(確)’자를 표시했으나 개표가 80%대 중반을 지나면서 당선 마크를 붙였다. NHK는 앞서 이날 오후 8시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이케 후보가 5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자금 유용 의혹 등으로 사임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지사의 후임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역대 도쿄 도지사 선거 사상 최대인 21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집권 자민당 내 비주류에 속했던 고이케 당선자는 당이 마스다 후보를 공천하기로 하자 독자 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했다. ▼ “한국, 독도 불법 점거” 망언… 제2한국학교 백지화 주장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다양한 이슈에 남성의 시선이 다수 반영돼 있다”며 “육아나 방문간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창의력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사상 첫 여성 도쿄 도지사가 된 고이케 당선자는 아베 신조 1차 내각 때인 2007년 첫 여성 방위상을 지낸 데 이어 두 번째로 굵직한 ‘여성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독자 노선으로 비록 미운털이 박혔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이 아베 정권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그는 2011년 “한국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2014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는 전임 마스조에 전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속한 도쿄 제2한국학교 부지 임대 문제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당선된다면 백지화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참의원 1선, 중의원 8선 이력을 지닌 고이케 당선자는 효고(兵庫) 현 출신으로 이집트의 카이로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방송 캐스터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1992년 7월에 일본신당 참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여야를 오가며 다섯 번이나 당을 옮겨 다녀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백신을 맞고부터 온몸이 아프고 걸을 수조차 없었어요.” 일본 요코하마(橫濱) 시의 대학 3학년생 이토 유이(伊藤維) 씨는 중3 때인 2010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3차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5월부터 두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못을 박는 것처럼 통증이 심했고, 고교 2학년 여름부터는 걸을 수가 없어 휠체어를 타야 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한 병원에서 ‘백신 부작용’이란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계속해 이제 걸을 수는 있지만 갑자기 기운이 빠져 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는 27일 집단소송을 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제 다시 증상이 악화될지 불안하다”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원인 불명의 신체 통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15∼22세 여성 63명이 국가와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제약회사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서바릭스’를 내놓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가다실’을 판매하는 MSD 2개사다. 두 백신은 한국에서도 널리 접종되고 있다. 원고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백신 접종을 권장한 책임이 있다며 1인당 1500만 엔(약 1억6100만 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했다. 자궁경부암은 성행위에 의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연간 약 1만 명이 새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약 2700명이 이 암으로 사망한다. 백신은 6개월 동안 3회 접종으로 암 발병 원인의 50∼70%를 차지하는 두 종류의 HPV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는 성행위가 시작되기 전인 소녀 시절에 접종을 해두면 예방 효과가 크다고 권장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일본에서 2009년 선보인 후 2014년까지 초중고교 여학생 약 340만 명이 맞았다.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접종 비용을 보조해주며 청소년들의 접종을 장려해 왔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여성들도 2010∼2013년 대부분 중고생 시절 백신을 맞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여성 중 2900여 명이 부작용을 호소했고 이 중 중증은 1600여 명에 이른다. 접종한 1만 명 가운데 8.5명이 부작용을 호소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백신 성분이 이 여성들에게서 면역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접종과 통증 등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태도이지만 2013년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부터는 접종을 받으라고 권장하지는 않는다. 피소된 제약사들은 “백신은 전 세계 130개국 이상이 승인하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며 “접종의 이익은 위험을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퇴위’ 뜻을 비쳤다는 소식으로 일본 열도는 지난주 내내 들썩였다. 1989년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좋은 기억이 있다. 2004년 가을 일본 연수 중에 보게 된 뉴스의 한 장면 때문이다. 왕실이 매년 봄가을 주최하는 원유회(가든파티)에서 도쿄도교육위원인 요네나가 구니오(米長邦雄) 씨가 “일본 전국 학교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제창하게 하는 게 제 임무”라고 자랑스레 말하자 일왕은 “강제로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당황한 요네나가 씨는 “그럼요, 훌륭한 말씀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는 ‘천황의 시대가 영원할 것’을 기리는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교육 현장에서는 사실상 금기시되다 1999년 국기국가법이 제정된 후 국가 제창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쿄도교육위원회는 2003년 국가를 부를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직원을 징계 처분하는 등 우경화의 선봉에 섰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강제로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일왕의 발언은 당시 일본 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우경화 흐름에 반(反)하는 발언이요, 정치에 관여하지 않아온 전후(戰後)의 전통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논조로 알려진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정치적인 화제를 끄집어낸 요네나가 씨가 문제”라며 “천황이 그 자리에서 그저 ‘수고 많다’는 인사로 대화를 끝냈다면 우파에서는 천황의 승인을 얻었다고 주장할 테니 이를 막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썼다. 일왕은 아사히신문 애독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어느 모로 보나 최근 일본의 보수우경화의 흐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운신 폭이 크지 않지만 그의 메시지에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를 지향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지난해 전후 70년을 맞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모호한’ 사죄 담화를 내놓은 것에 비해 그는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사이판, 팔라우, 필리핀 등 태평양전쟁 피해지를 노구(老軀)를 이끌고 찾아다니며 전몰자 위령의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 구마모토 지진 피해지를 방문할 때 보도된 것처럼 이재민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손을 맞잡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역사연구가인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천황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는 헌법 1조와 ‘전쟁 포기’를 규정한 9조를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평생 애써 왔다”고 말했다. 생전 퇴위 의향이 보도된 후 일본에서는 그의 의중에 대해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해석이 나온다. 그가 일본의 국왕이 어떤 존재인지 재점검하길 원한다는 해석이 많은 반면, 상징적 존재에 불과한 일왕이 왕실전범(왕실 제도와 구성 등을 정한 전범) 개정이 필요한 퇴위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호헌파인 천황이 헌법 개정 논의를 막기 위해 왕실전범 개정 논의를 끄집어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로 일본 사회의 관심사는 개헌에서 왕실로 급격히 옮아갔고, 헌법 개정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던 가을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왕실전범 개정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어느 경우든 한계 속에서도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인간 아키히토’의 진정성은 제대로 알아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왕은 한국 방문을 원했고 한국에 대해 여러 차례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역사의 응어리가 워낙 큰 한일관계에서 그런 날이 쉽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그가 퇴위를 거론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그 아쉬움이 떠올랐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이 올 들어 미 본토 방공부대와 주일미군 소속 신형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전력을 한국에 잇달아 전진 배치한 것은 북한의 대남 핵위협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월에 이어 최근에도 스커드와 노동미사일로 한국 내 주요 항구와 공항을 핵 선제 타격하는 훈련을 지도하는 등 노골적인 핵 공격 협박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 도발 임박 시 최단 시간 내 패트리엇 증강 배치 주한미군 관계자는 21일 “북한은 개전 초기 미 증원전력의 핵심 통로인 남한의 주요 항구와 비행장을 ‘핵 타깃’으로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군 당국은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기정사실로 보고 관련 대응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해외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패트리엇 전력을 한국에 신속히 전개하는 훈련도 그 일환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의 방어 범위에서 벗어나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2018년부터 증강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패트리엇(PAC-2) 미사일은 PAC-3 미사일보다 탄도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 2월에 미 본토의 포트블리스 기지에서, 이달 중순에는 오키나와(沖繩) 가데나(嘉手納)의 주일미군 기지에서 패트리엇 1개 포대와 운용 병력을 수송기와 수송선 편으로 한국에 긴급 전개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 전력은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부대에 배치돼 2∼3주간 북한 탄도미사일의 요격 및 방어훈련을 실시한 뒤 소속 기지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이 임박할 경우 최단 시간에 패트리엇 전력을 한국에 증강 배치해 북한 미사일 공격을 저지하는 임무 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고조될 경우 미 본토 사드 전력의 한국 전진배치 훈련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 방위백서, 북 핵소형화 실현 가능성 다음 달 나오는 올해 판 일본 방위백서에 북한이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교도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백서는 2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거론하며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 획득과 기술 고도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이미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의 실현에 이르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2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 발사에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미일 공조로 미사일방어(MD) 체계 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북한이 발사한 무수단 1발이 고도 1000km까지 도달한 것에 일본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일본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중추인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요격 가능 최고 고도 300km)의 사정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7·10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더욱 강해진 국정 장악력을 바탕으로 미일동맹 강화와 대(對)중국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방비 삭감이 불가피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공백’을 보일 경우 일본이 리더십을 발휘해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아베 정권은 우선 안전보장관련법(안보법) 실행을 위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유사시 집단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하는 11개 안보법은 지난해 9월 마련돼 올 3월 시행됐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다. 일본은 동맹국(주로 미국) 군대가 공격받을 때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하는 ‘출동경호’를 추진해 미국과 군사적 유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1개 안보법 가운데 하나인 개정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은 최근 예기치 못한 사태로 주목받았다. 개정된 법은 자위대에 정당방위나 긴급 피난 외에 ‘임무 수행을 위한 무기 사용’을 인정했다. 숙영지(宿營地)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민간인이나 타국 병사가 무장 세력의 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구하러 가는 ‘출동 경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프리카 남수단이 내전 상태로 치닫자 일본 정부는 11일 자국민 철수를 위해 항공자위대 수송기(C-130) 3대를 현지에 급파했다. 남수단에는 육상자위대원 350명 외에 대사관 직원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관계자 등 70여 명이 체류하고 있었다. 다행히 자위대 수송기가 도착하기 전인 13일 밤 JICA 관계자 등 47명은 전세기편으로 인근 국가인 케냐로 대피했다. 산케이신문은 14일 사설에서 “해외에서 일본인 대피를 육상자위대가 돕는 첫 사례가 될 뻔했다. 이동 중에 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긴장 관계인 중국에 대해서는 견제와 대화 노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12일 남중국해를 둘러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나온 이후 양국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일본 외무성이 판결 직후 “중재 판결은 최종적이며 당사국에 구속력이 있다”며 판결 수용을 촉구하자 중국은 그날 밤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에서는 “미국 등과 대중(對中) 포위망을 강화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자”는 강경론마저 나왔다. 반면 일본은 중국과 정상회담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아베 총리는 14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로 떠나는 자리에서도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일본은 올해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았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내키지 않아 하는 러시아와 관계 개선은 계속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북방4도와 가장 가까운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지원 유세를 하던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내에 일본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 교섭해 북방4도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며 영토 회복에 집념을 드러냈다. 한일 간에는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형성된 관계 개선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외교가에서는 이달 중 한국에서 군위안부 지원재단이 설립되면 일본은 곧바로 재단출연금 10억 엔(약 110억 원)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한일 관계를 한미일 안보동맹이라는 틀에서 바라본다”며 “중국의 팽창 움직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안보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양국이 협력할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안전보장관련법 주요 내용 ▼▽무력공격사태법―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에 개별적 자위권으로 반격―밀접한 관계의 타국이 공격받아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으로 반격▽중요영향사태법―일본의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미군 이나 타국군에 대한 후방 지원 및 탄약 제공▽자위대법―일본 방위를 위해 활동하는 미군이나 타국군의 함선을 자위대가 방호. 재외 일본인의 구출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올해 83세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양위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13일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일왕이 살아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200여 년 만에 처음인 데다 아키히토 일왕은 국민 통합의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4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로 출국하기에 앞서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안의 성격상 언급을 피하겠다”고 말했다. 왕실 업무를 주관하는 궁내청 야마모토 신이치로(山本信一郞) 차장은 전날 밤 “일왕이 퇴위 의향을 드러낸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왕은 적어도 1년 전부터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혀 왔다고 한다. 궁내청도 수면 아래서 관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조만간 공식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양위를 원하는 것은 건강에 대한 부담 외에 왕실의 존재 방식을 재검토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1947년 제정된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은 일왕의 별세 시 왕세자가 곧바로 즉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생전 양위가 이뤄지기 위해선 전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전범 개정에 2, 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범은 왕위 계승에 대해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만 왕위에 오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범 개정 논의가 시작될 경우 과거 일본 내에서 당위성이 검토됐던 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왕실 여성이 민간인 남성과 결혼하면 왕실에서 제외돼 왕실 전체가 20여 명에 불과하다. 83세인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양위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90세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언제쯤 왕위를 물려줄지도 관심이다. 1952년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벌써 65년째 통치하고 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집권 기간이다. 이 바람에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인 찰스 왕세자(68)는 벌써 일흔을 코앞에 뒀다. 현재 영국 왕실에서는 왕위 계승과 관련된 공식 논의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왕은 예전보다 대외활동이 줄기는 했지만 공식 업무를 무난하게 처리하고 있다. 13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임 예방을 받았고 테리사 메이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투철한 사명감도 그가 여왕직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찰스 왕세자의 왕위 승계는 당장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왕에 대한 영국 국민의 신망은 여전히 높지만 퇴위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