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30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의 금융인이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한 달이 채 안 돼 형이 집행됐다. 재판을 받을 당시 이 금융인은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가장 많은 액수의 뇌물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졌었다. 신화왕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라이샤오민(賴小民·59) 전 화룽(華融)자산운용 회장에 대한 사형이 지난달 29일 집행했다. 같은 달 5일 1심 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된 지 24일 만이다. 라이 전 회장은 2008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18억 위안(약 3118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여러 여성과 동시에 결혼생활을 유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라이 전 회장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가장 많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라이 전 회장은 항소했지만 같은 달 21일 열린 2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됐다. 중국은 2심제다. 신화왕 등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라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당국은 그의 집에서 여러 개의 금고를 발견했다. 금고에 들어있던 현금만 2억7000만 위안에 달했는데 지폐 무게만 3t에 이르렀다고 한다. 라이 전 회장은 현금 외에도 부동산, 고급 외제차와 시계, 금, 미술품 등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가진 아파트만 100채가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1년 저장성 항저우시 전 시장, 장쑤성 쑤저우시 전 시장 등이 부패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후 10년간 유죄 판결을 받은 비리 관료에 대한 사형 집행은 없었다. 이를 감안할 때 라이 전 회장에 대한 빠른 사형 집행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11억7000만 위안의 뇌물수수 혐의로 2018년 3월 사형 선고를 받은 장중성(張中生) 전 산시성 뤼량시 부시장에 대한 형 집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 말 집권 후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실시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수뇌부가 라이 전 회장을 일종의 ‘본보기’로 여겨 사형을 집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권 민주당에 9일부터 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낼 것을 주문했다고 정치매체 더힐 등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정치적 이득이 크지 않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안 통과, 내각 인준 등이 우선이라며 일종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탄핵보다 자신의 집권 첫 100일이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극복해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 됐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 100일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을 더 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공황 와중에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첫 100일간 금본위제 폐지, 긴급구호법 등 15개의 주요 정책을 실시해 경제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취임 10일 만에 4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전임자 탄핵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지난달 25일 “탄핵 심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has to happen)”고 언급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 등은 가급적 자제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상원에서 탄핵안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각각 50석을 보유하고 있다. 탄핵을 위해서는 전체 3분의 2인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달 26일 “퇴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합법적이냐”를 두고 진행된 상원 투표에서 공화당 의원 중 불과 5명만이 찬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일부 공화당 의원은 역풍을 맞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공화당 지역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톰 라이스 하원의원에 대한 불신임안을 결의했다. 라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안에 찬성한 10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중 한 명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유튜브 계정을 무기한 정지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26일(현지 시간) 유튜브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 상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튜브 계정은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을 이유로 12일부터 정지된 상태다. 유튜브 측은 “폭력에 대한 현존하는 우려에 비추어 내린 결정”이라며 “새로운 국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며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유튜브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정지 때는 기한을 밝혔으나 이번에는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유튜브 계정은 사실상 무기한 정지라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삼진 아웃’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는 12일 첫 번째 계정 정지 이후 19일에 다시 일주일 더 계정 정지를 연장했으며 이번은 세 번째 연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소셜미디어 사용은 사실상 원천 차단됐다. 트위터는 8일 그의 개인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했으며 대통령 계정이었던 @POTUS 계정과 @TeamTrump 계정도 중단했다. @PUTUS 계정은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에게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은 플랫폼감독위원회의 결정이 날 때까지 사용이 중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유튜브 계정 또한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유튜브는 그가 지난 대선 결과가 사기라는 거짓 주장을 했다는 점을 들어 광고를 통한 수입창출 기능을 30일 동안 정지했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 누적 확진자가 26일(한국 시간) 1억 명을 넘어섰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지 1년 26일 만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세계 누적 확진자는 1억36만 명, 누적 사망자는 215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집계한 세계 인구(76억7353만 명)의 1.3%가 감염됐다. 누적 확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약 열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8일 5000만 명을 넘었는데 이후로 5000만 명이 더 늘어나기까지는 두 달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확진자가 많은 나라들에서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다 변이 바이러스 등장, 백신 접종 지연 등이 환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2586만 명), 인도(1067만 명), 브라질(887만 명) 등 3개 나라의 누적 확진자만 4500만 명을 넘는다. 이 외에 러시아 영국 프랑스도 300만 명대,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독일 등이 200만 명대로 상위 10개국 감염자가 세계 누적자의 약 3분의 2인 6600만 명에 달한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가리키는 치명률은 2.15%다. 확진자가 1만 명 이상 발생한 나라 중에는 멕시코의 치명률이 8.48%로 가장 높다.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6일까지 전 세계 백신 접종은 6633만 회에 그쳤다. 또 개발된 백신의 생산마저 지연되고 있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방역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는 전염병 전문가 셀린 가운더 박사는 “앞으로 더 많은 변이가 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각국의 신속한 대처와 공조 등을 주문했다.조종엽 jjj@donga.com·조유라 기자}
새해 벽두부터 일본 대만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터키 폴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폭설과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시사철 덥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사우디에도 흰 눈이 내렸다. 이에 따른 교통대란, 전력 공급 차질 등 사회 혼란도 심각하다. 지난해 지구 온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온난화가 이상기후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사막과 아열대서 폭설…본격화한 기후변화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14일 사우디 남서부 아시르에서 50년 만에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고 눈이 내렸다. 평소에 눈을 거의 보지 못한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눈을 구경했고 추위에 떠는 낙타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앞서 10일부터 북서부 타부크에서도 눈보라가 몰아쳐 낙타 안장 위에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포착됐다. 13일 알제리 사막 마을 아인세프라에서도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지고 눈보라가 휘날렸다. ‘사하라 관문’으로 불리는 아인세프라는 1월 평균 기온이 12도, 7월은 약 40도에 달하는 전형적인 사막기후 지대다. 아열대기후인 대만에서도 이달 7∼9일 한파로 126명이 사망했다. 1월 평균 기온이 13∼16도일 정도로 따뜻한 데다 난방시설이라는 개념조차 없어 6∼10도의 이상저온과 폭설이 몰아치자 주민들이 저체온증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일부 산간지방에는 5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에 주민 보호를 위해 급파된 일부 경찰이 신발을 뚫고 스며드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양말에 생리대를 덧대 신는 광경까지 연출했다. 지중해성 온난기후인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9일 수도 마드리드의 적설량이 50cm로 1971년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항공, 철도, 도로 등 일대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상당수 시민이 대중교통 대신 스키를 타고 출근해야 했다. 앞서 7일 북서부 레온의 기상관측소에서는 기온이 역대 최저인 영하 35.8도로 측정됐다. NHK에 따르면 동해에 인접한 일본 호쿠리쿠 지방에서는 이달 7∼10일 폭설로 8명이 숨지고 277명이 다쳤다. 니가타현 조에쓰에서는 7∼10일 3일간 적설량이 무려 187cm에 이르렀고 최소 10개 관측 지점에서 사상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7일 수도 베이징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9.3도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평균 기온이 32도인 말레이시아에서도 이달 초 주요 지역 기온이 21∼23도를 오가자 주민 불안이 커졌다. 18일 폴란드에서는 기온이 영하 28도까지 떨어졌다. 혹한 속 난방이 늘자 스모그가 급증해 수도 바르샤바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실내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터키 이스탄불 역시 폭설로 도로 운행이 중단됐고 동유럽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에서도 전력 공급 이상, 수도관 동파 등이 발생했다.○ 온난화 역설이 폭설 야기 기상전문가들은 이상한파와 폭설의 배경으로 온난화의 역설을 꼽는다. 온난화로 그간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당초 북극에만 머물렀던 찬 공기가 대만 스페인 같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왔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지구가 사상 최고로 뜨거웠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4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14.9도라고 밝혔다. 1850년 관측을 시작한 후 가장 더운 해로 꼽혔던 2019년(14.9도)과 같은 수치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 역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 지난해 5월 기준 이산화탄소는 417ppm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400ppm을 초과한 시점은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2∼4도 높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10∼25m 높았던 무려 4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시대였다. 온난화로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돼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난해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있는 ‘라니냐’(서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그 대신 동태평양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가 발생했음에도 온난화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특히 북극에서 가장 눈에 띄게 온도가 올라갔다”고 우려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해 12월 “우리가 사는 행성은 부서졌다. 인류가 자연과의 ‘자살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현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21세기에 3도 이상의 기온 상승 재앙을 맞을 수 있다”며 각국 정상에게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 바이든 등장이 전환점 마련할까 세계 각국이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해 아직까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경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의 출범이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전환점을 마련해줄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줄곧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20일 취임 첫날 전임자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신청하고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사업을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키스톤XL은 캐나다 서부 앨버타에서 미 몬태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등을 거쳐 남부 텍사스까지 약 3500km의 송유관을 건설하는 90억 달러(약 9조9000억 원)의 초대형 사업이다. 캐나다 에너지기업 트랜스캐나다가 2005년 제안해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허가했다. 총 4단계로 진행되며 현재 텍사스 일부 지역에도 송유관이 건설되는 등 3단계 작업이 끝났다. 사업 기간 내내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여러 소송에 휘말렸고 미 정치권 공방도 끊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2015년 4단계 착공을 불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허가를 내줬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다시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청정에너지, 전기차, 각종 환경 인프라 등에 2조 달러(약 2200조 원)를 투자해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국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화한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58개국 중 50위를 기록한 한국 역시 직간접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탄소배출 관련 대책이 미흡한 나라로 꼽혔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미국이 녹색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많이 부과하겠다고 하면 한국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친환경 배터리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각국 환경단체의 압박 또한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 프랑스 법원은 그린피스, 옥스팜 등 4개 비정부기구(NGO) 단체가 제기한 대정부 소송의 심리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2018년 12월 프랑스의 안일한 환경 대책을 비판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23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2019년 3월 상징적인 차원에서 1유로(약 13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이번에 심리가 시작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담은 법을 2019년 제정했다”며 적절히 대응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 환경단체가 2만5000건의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100여 명의 피해 증언을 확보한 만큼 법정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조유라 jyr0101@donga.com·신아형·이은택 기자}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통합’이란 주제에 걸맞게 공화당원 가수, 흑인 간호사 등 정파 및 인종 다양성을 갖춘 각계각층 인물이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 환송식 대신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했다.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에서 50번 넘게 1위를 차지한 미 대표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59)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선서 직전 축가를 불렀다. 백인 남성이 선호하는 컨트리 음악을 하는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중부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고 공화당원이다. 이 공연은 대통령 부인 질 여사(70)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브룩스는 18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질 여사가 전화했다. 우리 집안의 경사이며 역사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브룩스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때 공연한 인연으로 바이든 부부와 안면을 텄다. 그는 1977년 1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공연한 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미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연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는 예정된 콘서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이날 브룩스의 공연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을 오래전부터 지지해온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국가를 제창했고, 제니퍼 로페즈 또한 공연했다.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 선서를 했다. 취임식 전날인 19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추모식에서는 흑인 간호사 로리 키 씨(29)가 노래를 불렀다. 북부 미시간주에서 근무하는 그는 병원복을 입고 유명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무반주로 불렀다. 키 간호사는 지난해 4월 교대 시간 중 코로나19와의 사투에 지친 동료를 위로하며 이 찬송가를 불렀다. 이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됐다.펜스 전 부통령은 20일 오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환송식에 참석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등장했다. 6일 전대미문의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층은 펜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세게 비난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영향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현지 시간) ‘대북 저승사자’로 유명한 강경파 데이비드 코언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겸 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58)을 다시 CIA 부국장 내정자로 지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CIA 부국장 및 재무차관 등을 지내며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당선인과 연을 맺었다. 대북 금융 제재를 총괄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불법 자금을 추적한 대북 강경파다. 코언 지명자는 2019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후 대북 제재의 효과가 사라졌다”며 제재에 필요한 3가지 즉 정책 목표, 군사 수단, 국제 협력이 모두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대상인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가 이를 버리는 등 대통령 변덕에 따라 제재가 철회되고 부과되는 건 더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유대계인 코언 지명자는 1963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법률회사에서 일했고 1999년 재무부에 입부한 후 차관에 올랐다. 당시 그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장했고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의 적성국가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각종 제재를 설계해 미 언론으로부터 ‘제재 구루’(sanctions guru)로 불렸다. 2019년 유명 미드 ‘왕좌의 게임’ 시즌 8에 깜짝 카메오로 출연한 경력도 있다. 법대 시절 만난 부인과 두 자녀가 있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11일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65)을 CIA 국장으로 지명했다. 번스 지명자는 미 국무부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 외교관 출신으로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직업 외교관 출신 첫 CIA 국장이 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의 백악관 참모진에 한국계 여성이 국장급으로 입성한다.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간) 한국계 지나 리(사진)씨를 당선인 부인 질 여사(70)의 ‘일정담당 국장’(Director of Scheduling and Advance)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리 씨는 지금도 인수위에서 질 여사를 보좌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자란 리씨는 2006년 보스턴대에 입학했다. 2009년 민주당 거물 정치인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언론 담당 인턴을 거쳐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영부인실 언론 및 홍보담당 인턴으로 일했다. 2016년 대선에서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일정 관리를 맡았다. 리 씨의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30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리씨는 2017년 8월부터 바이든 재단에서 선임정책 담당관으로 일하며 당선인 부부와 연을 맺었다. 부부는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장남 보를 기리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리씨는 지난해 바이든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모금행사 국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의 일정 관리 등을 맡았다. 리 씨가 미 백악관에서 일정 업무를 담당하는 첫 한국계 인사는 아니다. 미시간주 태생인 유진 강(37)은 2009~2017년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통령의 특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그는 종종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앞바다에서 62명을 태우고 추락한 여객기의 잔해와 탑승객의 신체 일부가 10일 발견됐다. 악천후, 기체 결함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한국인 탑승객과 생존자가 모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36분 수도 자카르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보르네오섬 중심도시 폰티아낙으로 향하던 스리위자야 항공 ‘SJ182편’은 이륙 4분 만인 2시 40분경 통신이 두절됐다. 같은 시간 인근 해역을 지나던 어부들은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밝혔다. 추락 추정 지점은 자카르타 북쪽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이다. 사고기에는 어린이 7명을 포함한 승객 50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62명이 탑승했다. 비행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사고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직전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3000m나 고도가 급락했다. 사고 당일 거센 폭우가 내렸고 사고기 또한 이륙이 30분 지연된 후 출발했다. 사고기의 기종은 보잉 ‘737-500’으로 26년이나 사용한 낡은 비행기다. 다만 2018∼2019년 세계 곳곳에서 연이어 추락 사고를 내며 한때 운항이 중지됐던 보잉 ‘737맥스’와는 다른 기종이다. 해군은 10일 사고기 블랙박스에서 나오는 비상신호를 포착하고 신호가 나오는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비행기 등록 번호판, 기어 바퀴 일부분, 구명조끼 등을 발견했지만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주가 공개석상에서 사라지자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배후에 장기집권을 굳히려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에 저항하는 세력의 대결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중국 경제 발전과 개혁의 아이콘’ 마윈(馬雲·57) 알리바바 창업주가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넘게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금융당국은 ‘전당포 영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강하게 비판한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발언 직후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기대됐던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의 홍콩 주식시장 상장이 무산됐다. 알리바바 주가 급락으로 부동의 중국 부호 1위 자리도 내줬다. 이젠 신변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특정 기업인에 대한 손보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태자당을 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두 세력과 가까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마윈 사태 이면에는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둘러싼 파워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중 갈등, 경기 둔화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진 등에도 장기 집권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시 주석과 이에 저항하는 세력의 대결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민영기업 옥죄기 가속화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을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게 한 중심에는 민영기업이 있다. 2018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민영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고용(87%), 수출(88%), 고정자산 투자(65%) 부문에서도 민영기업이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총자산 순이익률이 평균 8%로 국영기업(4%)보다 2배 높다. 2010년대 이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이 애플, 구글 등에 맞먹는 세계적 대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중국인의 자존심을 높여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집권 직후인 2013년 11월 공산당 18기 3중 전회에서 “국유 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한다. 국유기업의 영향력을 계속 증대시켜야 한다”며 줄곧 국유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 즉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의 약진과 민영기업의 후퇴)’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그가 공산당의 오랜 관행이던 권력 분점 원칙을 깨고 1인 장기집권 체제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영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알리바바 외에도 많은 민영기업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샤오젠화(肖建華·50) 밍톈(明天)그룹 회장을 홍콩의 한 호텔에서 체포했다. 중국에서 ‘신비의 사업가’로 불렸던 그는 복잡한 지분 거래를 통해 금융, 제조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100여 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재계 거물이었다.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체포된 후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샤오 회장의 종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금융시장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밍톈그룹 산하 9개 금융사를 정부가 직접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2조 위안(약 348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최대 민영보험사인 안방보험의 설립자 우샤오후이(吳小暉·55) 전 회장 또한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체포됐다.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그 역시 105억 위안(약 1조7800억 원)의 개인 자산을 모조리 몰수당한 채 현재 복역 중이다. 2004년 안방보험을 설립한 우 전 회장은 회사를 급속도로 성장시켜 ‘중국의 금융굴기’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특히 그는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손녀사위이기도 하다. 경제적 성공과 정치적 배경을 두루 갖춘 우 전 회장은 시 주석 측 입장에서는 요주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당국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을 아예 청산시켜 버렸다. 에너지 재벌 예젠밍(葉簡明·44) 화신에너지그룹 회장 역시 2018년 비슷한 혐의로 경영권 및 주주 권리를 박탈당했다. 세 사람은 유망한 청년 기업가 시절부터 당국, 국유은행 등의 전폭적 후원으로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특히 태자당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의 눈 밖에 났다는 설이 파다하다. 반중 성향의 홍콩 핑궈(빈果)일보는 시 주석이 셋의 회사 외에도 다롄완다, 하이난항공, 푸싱, 센추리 등 태자당과 연루된 7개 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방·태자당 권력 다툼중국의 3대 파벌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태자당이다.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인 시 주석은 집권 당시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리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동향인 안후이성 출신이고 공청단 경력까지 같다. 시 주석이 현 위치에 오른 것은 두 번 연속 공청단에 주석직을 내줄 수 없다는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공동 견제 심리가 작용한 덕이 크다. 시 주석은 집권 후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강화하며 상하이방과 태자당 출신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견제하고 있다. 이에 과거 한배를 탔지만 척을 진 상하이방과 태자당 역시 ‘누구 덕에 국가주석에 올랐는지 잊었느냐’며 상당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시절을 상하이에서 보낸 장 전 주석은 상하이방 대부 노릇을 하며 아직도 막후에서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마윈은 장 전 주석의 장남 장몐헝(江綿恒·70)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장몐헝은 1990, 2000년대 초반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좌장 노릇을 했다. 최고 권력자를 부친으로 둔 데다 본인 또한 전기공학 박사 출신이어서 많은 IT 기업가와 돈독한 교분을 유지했다.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공개한 주주 명단에도 장 전 주석의 측근이 대거 포함됐다. 태자당 분파인 ‘훙얼다이(紅二代)’, 즉 혁명 원로 2세 집단에는 노골적으로 시 주석을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표적 인물이 지난해 3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은폐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 주석을 ‘벌거벗은 광대’에 비유했다가 체포돼 18년형을 받은 런즈창(任志强·70) 전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이다. 몇 년 전까지 공산당 이념을 가르치는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를 지내다 시 주석 비판 때문에 미국으로 도피한 여성 학자 차이샤(蔡霞·69)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 강연에서 “시 주석을 바꾸자는 것이 공산당 내 보편적 생각”이라며 시 주석 퇴진을 주장하다 중국을 떠나야 했다. 이들은 시 주석이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공산 혁명의 순수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현직 국가주석과 대립하면서 수세에 몰렸지만 두 세력은 사회 전반에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 주석 또한 장기집권 장애물인 두 세력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이들과 가까운 민영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의 민낯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미중 갈등, 코로나19가 명분시 주석이 권력 기반 강화만을 위해 민영기업 때리기에 나섰다면 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상당한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명분을 더해준 것이 바로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출범할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히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쉬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도부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국유기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 금방 끝날 문제가 아니므로 국유기업을 앞세워 ‘자립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국이 최근 ‘쌍순환 전략’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수와 수출을 모두 증가시켜 미국의 경제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쌍순환’을 내세웠지만 미국의 규제로 어려워진 수출 대신 사실상 내수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속내가 뚜렷하다.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을 단행하려면 민간기업보다는 사실상 정부 조직이나 다름없는 국유기업이 편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윈 사태에서 보듯 ‘머리 커진 민간 기업가는 못 믿겠다’는 생각이 지도부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민영기업이 승승장구하더라도 결국 정치권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국유기업의 부실이 상당하다는 데 있다. 2019년 국유기업은 총 1조5000억 위안(약 257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익률이 0.7%에 불과했다. 국영 철강사 바오우(寶武)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42%나 줄었는데도 공산당으로부터 “가난한 이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빈곤 해소는 입버릇처럼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사회)’을 언급하는 시 주석의 최우선 과제다. 이윤 추구보다 권력자의 정책 목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피 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리 만무하다.○ 국유기업 부실 문제 심각이미 일부 국유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채권 원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회사 측은 채권단에 만기 연장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신용평가사 중국청신은 즉시 등급을 ‘AA’에서 ‘BBB’로 낮췄다. 급기야 당국은 자오웨이궈(趙偉國·54) 창업자 겸 회장이 있는데도 룽다웨이 공산당 서기를 보내 두 사람을 공동 회장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실제 경영은 룽 서기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간기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와 혁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유기업 위주의 성장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의문도 상당하다. 세계 각국 경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수 위주 성장이 일종의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중국연구소장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미국에 맞서기 위한 구심점으로 국유기업을 내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치열하게 싸워 본 중국 정부가 ‘타격은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한 결과라는 의미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수뇌부 역시 제2의 알리바바, 텐센트가 나와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유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펴더라도 디지털 개혁개방 노선은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조유라 기자}
‘중국 경제발전과 개혁의 아이콘’ 마윈(馬雲·57) 알리바바 창업주가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넘게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금융이 ‘전당포 영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당국을 강하게 비판한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발언 직후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가 기대됐던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의 홍콩 주식시장 상장이 무산됐다. 알리바바 주가 급락으로 부동의 중국 부호 1위 자리도 내줬다. 이젠 신변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특정 기업인에 대한 손보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태자당을 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두 세력과 가까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마윈 사태 이면에는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둘러싼 파워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중 갈등, 경기둔화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진 등에도 장기집권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시 주석과 이에 저항하는 세력의 대결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민영기업 옥죄기 가속화덩샤오핑 개혁개방 이후 중국을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게 한 중심에는 민영기업이 있다. 2018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민영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고용(87%), 수출(88%), 고정자산 투자(65%) 부문에서도 민영 기업이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총자산 순이익률이 평균 8%로 국영기업(4%)보다 2배 높다. 2010년대 이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이 애플, 구글 등에 맞먹는 세계적 대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중국인의 자존심을 높여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집권 직후인 2013년 11월 공산당 18기 3중 전회에서 “국유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한다. 국유 기업의 영향력을 계속 증대시켜야 한다”며 줄곧 국유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 즉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의 약진과 민영기업의 후퇴)를 내세우고 있다.특히 그가 공산당의 오랜 관행이던 권력분점 원칙을 깨고 1인 장기집권 체제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영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 간 알리바바 외에도 많은 민영기업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샤오젠화(肖建華·50) 밍톈그룹 회장을 홍콩의 한 호텔에서 체포했다. 중국에서 ‘신비의 사업가’로 불렸던 그는 복잡한 지분 거래를 통해 금융, 제조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100여 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재계 거물이었다.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의해 체포된 후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샤오 회장의 종적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금융시장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밍톈그룹 산하 9개 금융사를 정부가 직접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2조 위안(약 348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최대 민영보험사인 안방보험의 설립자 우샤오후이(吳小暉·55) 전 회장 또한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체포됐다.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은 그 역시 105억 위안(약 1조7800억 원)의 개인 자산을 모조리 몰수당한 채 현재 복역 중이다. 2004년 안방보험을 설립한 우 전 회장은 회사를 중국 10대 기업에 속할 만큼 키워낸데다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해 ‘중국의 금융굴기’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당국 또한 그를 “민영 금융회사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기업인”이라고 칭찬했지만 이제는 그를 언급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국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을 아예 청산시켜 버렸다. 에너지재벌 예젠밍(葉簡明·44) 화신에너지그룹 회장 역시 2018년 비슷한 혐의로 경영권 및 주주 권리를 박탈당했다. 세 사람은 유망한 청년 기업가 시절부터 당국, 국유은행 등의 전폭적 후원으로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특히 태자당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 눈 밖에 났다는 설이 파다하다. 반중 성향의 홍콩 빈과일보는 시 주석이 셋의 회사 외에도 다롄완다, 하이난항공, 푸싱, 센추리 등 태자당과 연루된 7개 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방·훙얼다이와의 권력 다툼중국의 3대 파벌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태자당이다.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勛)의 아들인 시 주석은 집권 당시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리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동향인 안후이성 출신이고 공청단 경력까지 같다. 시 주석이 현 위치에 오른 것은 두 번 연속 공청단에게 주석직을 내줄 수 없다는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공동 견제 심리가 작용한 덕이 크다. 시 주석은 집권 후 1인 장기집권 체제를 강화하며 상하이방과 태자당 출신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견제하고 있다. 이에 과거 한 배를 탔지만 척을 진 상하이방과 태자당 역시 ‘누구 덕에 국가주석에 올랐는지 잊었느냐’며 상당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시절을 상하이에서 보낸 장 전 주석은 상하이방 대부 노릇을 하며 아직도 막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마윈은 장 전 주석의 장남 장멘헝(江綿恒·70)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장멘헝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중국 IT산업의 좌장 노릇을 했다. 최고 권력자를 부친으로 둔 데다 본인 또한 전기공학 박사 출신이어서 많은 IT 기업가와 돈독한 교분을 유지했다.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공개한 주주명단에도 장 전 주석의 측근이 대거 포함됐다. 태자당 분파인 ‘훙얼다이(紅二代)’ 즉 혁명원로 2세 집단에는 노골적으로 시 주석을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표적 인물이 지난해 3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은폐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 주석을 ‘벌거벗은 광대’에 비유했다가 체포돼 18년형을 받은 런즈창(任志强·70) 전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몇 년전까지 공산당 이념을 가르치는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를 지내다 시 주석 비판 때문에 미국으로 도피한 여성 학자 차이샤(蔡霞·69)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 강연에서 “시 주석을 바꾸자는 것이 공산당 내 보편적 생각”이라며 시 주석 퇴진을 주장하다 중국을 떠나야 했다. 이들은 시 주석이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공산혁명의 순수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현직 국가주석과 대립하면서 수세에 몰렸지만 두 세력은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 주석 또한 장기집권 장애물인 두 세력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이들과 가까운 민영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의 민낯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 미중 갈등·코로나19가 명분시 주석이 권력기반 강화만을 위해 민영기업 때리기에 나섰다면 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상당한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명분을 더해준 것이 바로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출범할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히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쉬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도부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국유기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 금방 끝날 문제가 아니므로 국유기업을 앞세워 ‘자립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국이 최근 ‘쌍순환 전략’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수와 수출을 모두 증가시켜 미국의 경제공세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쌍순환’을 내세웠지만 미국의 규제로 어려워진 수출 대신 사실상 내수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속내가 뚜렷하다. 내수 확대를 토한 성장을 단행하려면 민간기업보다는 사실상 정부조직이나 다름없는 국유기업이 편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윈 사태에서 보듯 ‘머리 커진 민간 기업가는 못 믿겠다’는 생각이 지도부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민영 기업이 승승장구하더라도 결국 정치권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유기업 부실 문제 심각문제는 국유기업의 부실이 상당하다는 데 있다. 2019년 국유기업은 총 1조5000억 위안(약 257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익률이 0.7%에 불과했다. 국영 철강사 바오우(寶武)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42%나 줄었는데도 공산당으로부터 “가난한 이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빈곤 해소는 입버릇처럼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사회)을 언급하는 시 주석의 최우선 과제다. 이윤 추구보다 권력자의 정책 목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피 튀기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리 만무하다. 이미 일부 국유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채권 원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회사 측은 채권단에 만기 연장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신용평가사 중국청신은 즉시 등급을 ‘AA’에서 ‘BBB’로 낮췄다. 급기야 당국은 자오웨이궈(趙偉國·54) 창업자 겸 회장이 있는데도 룽다웨이 공산당 서기를 보내 두 사람을 공동 회장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실제 경영은 룽 서기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간기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와 혁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유기업 위주의 성장체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의문도 상당하다. 세계 각국 경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수 위주 성장이 일종의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연구소장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미국을 맞서기 위한 구심점으로 국유기업을 내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치열하게 싸워 본 중국 정부가 ‘타격은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한 결과라는 의미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수뇌부 역시 제2의 알리바바, 텐센트가 나와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유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펴더라도 디지털 개혁개방 노선은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부정 주장에 동조하며 워싱턴 의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수주 전부터 극우파가 즐겨 사용하는 신종 소셜미디어 ‘팔러’ ‘갭’ 등에서 의사당 난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큐어논, 프라우드보이스 등 유명 극우단체 회원, 보수 성향의 중장년 백인으로 추정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대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는 물론 팔러, 갭 등 일반인에게 낯선 신종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 시위대 조직, 의회 난입 등을 모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성 소셜미디어가 폭력 행위를 조장하거나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강하게 제재하는 것과 달리 신종 소셜미디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게시물 삭제, 제재 등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2018년 개설된 팔러는 지난해 11월 기준 약 1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했다. 2017년 등장한 갭의 이용자 또한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시위대는 ‘경찰을 피해 의사당에 진입하려면 언제 어디서 모여 어느 길로 행진해야 하는지’ ‘의사당 문을 따기 위해 어떤 도구를 가져와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 일부 시위대는 갭에 “최소 12명이 총기를 들고 의회에 가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대통령 지지자 8000여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진보성향 판사 및 정치인의 집주소까지 등장했다. 반트럼프 인사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도 곧바로 반응했다. 6일 오후 1시경 대통령이 시위대에 의회 행진을 촉구하자 팔러와 갭에는 ‘의사당을 습격하라’는 게시물 수백 건이 바로 올라왔다. 오후 2시 20분경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용기가 없다”고 비판하자 즉시 ‘반역자 펜스를 체포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안에서 펜스 부통령을 붙잡아야 한다며 “펜스는 어디 있나”라고 외치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스스로를 ‘큐어논 샤먼(점성술사)’으로 칭하는 큐어논 유명 회원 제이크 앤절리(32) 또한 이날 난입에 동참했다. 상의를 탈의한 그는 얼굴에 성조기 분장을 하고 뿔 달린 모자까지 쓴 채 의회에 난입했다. 상원의장석을 점거한 후 각종 인증샷까지 찍었다. 무명 배우 출신으로 2019년부터 큐어논 집회에 참석했으며 각종 음모 이론을 설파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에 침입한 후 이 방의 한 책상 위에 왼발을 올려놓은 리처드 바넷(60) 역시 주목받고 있다. 남부 아칸소주에 사는 그는 이날 펠로시 의장의 편지까지 들고 나와 더 큰 유명세를 탔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25센트를 (봉투 값으로) 책상 위에 올려놨기 때문에 나는 도둑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반대파를 조롱했다. 트위터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들”이라며 옹호한 트윗을 잇따라 올린 것이 폭력행위 선동을 금지하는 자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대통령 계정을 12시간 정지시켰다. 트위터 측은 “대통령의 게시물 3개가 반복적으로 우리의 정책을 위반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계정을 정지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면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역시 비슷한 이유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계정을 차단한다고 밝혔다.김예윤 yeah@donga.com·조유라 기자}
미국의 전직 대통령 4명은 전대미문의 의회 폭력 사태를 일제히 비판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대선 뒤 이어진 일부 정치 지도자의 무모한 행동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미국 체제, 전통,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또 “이런 식으로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개탄했다. 부패 등으로 정국 불안을 겪는 저개발국을 경멸적으로 칭하는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역사는 대선 결과에 대해 근거 없는 거짓말을 일삼는 현직 대통령에 의해 오늘의 폭력이 있었다고 기억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가 폭력에 불을 붙였다”고 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또한 “국가적 비극”이라며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권력 이양이 완수되도록 기도하겠다”고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한 “무법과 폭동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부정 주장에 동조하며 워싱턴 의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수 주 전부터 극우파가 즐겨 사용하는 신생 소셜미디어 ‘팔러’ ‘갭’ 등에서 의사당 난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큐어넌, 프라우드보이즈 등 유명 극우단체 회원, 보수 성향의 중장년 백인으로 추정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대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는 물론 팔러, 갭 등 일반인에게 낯선 신생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 시위대 조직, 의회 난입 등을 모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성 소셜미디어가 폭력 행위를 조장하거나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강하게 제재하는 것과 달리 신생 소셜미디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게시물 삭제, 제재 등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2018년 개설된 팔러는 지난해 11월 기준 약 1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했다. 한 해 전 등장한 팔러의 이용자 또한 100만 명이다. 시위대는 ‘경찰을 피해 의사당에 진입하려면 언제 어디서 모여 어느 길로 행진해야 하는지’ ‘의사당 문을 따기 위해 어떤 도구를 가져와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 일부 시위대는 갭에 “최소 12명이 총기를 들고 의회에 가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대통령 지지자 8000여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진보성향 판사 및 정치인의 집주소까지 등장했다. 반트럼프 인사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도 곧바로 반응했다. 6일 오후 1시경 대통령이 시위대에 의회 행진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팔러와 갭에는 ‘의사당을 습격하라’는 게시물 수백 건이 바로 올라왔다. 오후 2시 20분경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용기가 없다”고 비판하자 즉시 ‘반역자 펜스를 체포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안에서 펜스 부통령을 붙잡아야 한다며 “펜스는 어디 있나”라고 외치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스스로를 ‘큐어넌 샤먼’(점성술사)으로 칭하는 큐어넌 유명 회원 제이크 앙헬리(32) 또한 이날 난입에 동참했다. 상의를 탈의한 그는 얼굴에 성조기 분장을 하고 뿔 달린 모자까지 쓴 채 의회에 난입했다. 상원의장석을 점거한 후 각종 인증샷까지 찍었다. 무명 배우 출신으로 2019년부터 큐어넌 집회에 참석했으며 각종 음모 이론을 설파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에 침입한 후 이 방의 한 책상 위에 왼발을 올려놓은 리처드 바넷(60) 역시 주목받고 있다. 남부 아칸소주에 사는 그는 이날 펠로시 의장의 편지까지 들고 나와 더 큰 유명세를 탔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25센트를 (봉투 값으로) 책상 위에 올려놨기 때문에 나는 도둑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반대파를 조롱했다. 트위터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들’이라며 옹호한 트윗을 잇따라 올린 것이 폭력행위 선동을 금지하는 자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대통령 계정을 12시간 정지시켰다. 트위터 측은 “대통령의 게시물 3개가 반복적으로 우리의 정책을 위반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계정을 정지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면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역시 비슷한 이유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계정을 차단한다고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 1월 미군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복수를 암시하는 메시지가 운항 중인 미국 비행기에서 돌연 방송돼 미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4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을 출발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미 제트블루항공 2304편에서 “우리는 6일 미 국회의사당으로 비행할 것이다. 솔레이마니의 원수를 갚을 것”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해당 여객기는 방송이 나올 때 3만6000피트 상공을 비행 중이었지만 무사히 뉴욕에 도착했다. 공항 관제사들 또한 이 방송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국토안보부는 이 방송이 뉴욕 롱아일랜드 인근에서 발신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일은 미 의회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최종 확정하는 날이다. 이에 연방수사국(FBI)은 “공공 안전에 대한 모든 폭력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항공당국 또한 관제사들에게 “비행경로에서 벗어난 비행기를 포함해 모든 항공 위협에 대해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란 반(半)관영 메르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5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 관리 48명을 솔레이마니 암살 혐의로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에도 인터폴에 트럼프 대통령 등 미 관리 36명을 살인 및 테러 혐의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인터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치적 요청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혁명수비대는 흔히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린다. 이슬람 혁명 두 달 후인 1979년 4월 호메이니를 위시한 혁명세력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보호하려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창설했다. 총사령관과 주요 간부는 지금도 시아파 최고 성직자 겸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직접 임명한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과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크게 5개 조직으로 이뤄졌다. 규모는 2020년 기준 19만 명으로 추정된다. 52만 명의 정규군보다 적지만 보유 인력과 무기의 우수성은 정규군을 훨씬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개 조직 중 이번에 한국 선박을 나포한 해군, 이라크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의 친이란 무장정파를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쿠드스군이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특히 해군은 세계 석유 공급의 약 30%가 통과하는 인도양과 걸프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주로 소형 보트를 이용해 이란 영해에 접근했다는 이유로 미군 전함이나 타국 선박을 나포해 왔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토벌하는 데 앞장섰다. 2019년 12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수도 바그다드 미 대사관을 공격한 사건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1월 3일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쿠드스군 사령관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무인기로 제거했다. 신정일치 국가의 체제 수호 임무를 맡은 만큼 혁명수비대의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전임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정부 회의에서 언론 자유 확대 문제를 두고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과 언쟁을 벌이다 그의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명백한 하극상이었지만 자파리 총사령관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 역시 혁명수비대를 ‘총을 지닌 정부’라고 지칭했다. 미국은 2019년 4월 혁명수비대를 테러지원단체로 지정했다. 미국이 타국의 정부 조직을 테러지원단체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국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10명으로 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 바이러스 감염도 처음 확인됐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일 입국해 26일 심정지로 사망한 80대 확진자의 가족 3명이 영국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입국했으며 자가 격리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26일 남아공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입국한 1명은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첫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다. 이 환자는 검역 단계에서 발열 증상이 확인돼 공항 내에서 검사를 받은 뒤 곧장 치료시설로 옮겨졌다. 이로써 국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환자는 영국발 9명, 남아공발 1명 등 총 10명이 됐다. 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나라는 최소 34개국, 남아공발은 최소 9개국이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전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26일 사망한 80대 확진자의 가족 1명은 11월 8일 입국해 자가 격리가 해제된 상태로 병원, 미용실, 마트 등을 방문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영국발 항공편 입국을 한시 중단하고 29일 영국과 남아공발 입국자 신규 비자 발급을 제한했지만 가족을 통한 방역 허점이 확인된 것이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2일 브리핑에서 “검사 결과 현재까지 (이들의 접촉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말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 내 전파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가 확인이 이어진다면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 내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런던 임피리얼칼리지대 연구에 따르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재생산지수(R0)는 1.5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0.9보다 높았다. R0란 감염병 환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미지 image@donga.com·조유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혼용 접종’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 보건당국이 서로 다른 지침을 내놔 혼란이 빚어졌다. 혼용 접종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2차례 맞아야 하는 경우 1, 2회 차 접종 백신이 서로 다른 경우를 말한다. 미국 보건당국은 2번 모두 같은 제품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는데 하루 뒤 영국 보건당국이 경우에 따라선 혼용 접종도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2회 차 접종 시기에 1회 차 때 맞은 접종을 구할 수 없거나 백신 제조사 이름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백신으로 두 번째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른 지침을 내놨었다. 지난달 30일 CDC는 코로나19 백신은 서로 다른 제품끼리 호환되지 않으며 혼용해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회 접종해야 하는 백신의 경우엔 “같은 제품을 동일한 양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논란이 되자 PHE는 혼용 접종을 권고하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메리 램지 PHE 면역프로그램 책임자는 “동일한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엔 2회 차 접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다른 백신이라도 맞는 게 낫다”고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 2회 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늘리겠다는 영국 보건당국 지침에 대해 반대했다. 그는 1일 CNN에 “미국은 영국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임상시험을 통해 모더나 백신은 28일, 화이자 백신은 21일 뒤에 2회 차 접종을 하는 게 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혼용 접종’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 보건당국이 서로 다른 지침을 내놔 혼란이 빚어졌다. 혼용 접종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2차례 맞아야 하는 경우 1, 2회차 접종 백신이 서로 다른 경우를 말한다. 미국 보건당국은 2번 모두 같은 제품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는데 하루 뒤 영국 보건당국이 경우에 따라선 혼용 접종도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2회차 접종 시기에 1회차 때 맞은 접종을 구할 수 없거나 백신 제조사 이름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백신으로 두 번째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른 지침을 내놨었다. 지난달 30일 CDC 코로나19 백신은 서로 다른 제품끼리 호환되지 않으며 혼용해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회 접종해야 하는 백신의 경우엔 “같은 제품을 동일한 양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논란이 되자 PHE는 혼용 접종을 권고하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마리 람제이 PHE 면역프로그램 책임자는 “동일한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엔 2회차 접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다른 백신이라도 맞는 게 낫다”고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 2회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늘리겠다는 영국 보건당국 지침에 대해 반대했다. 그는 1일 CNN에 “미국은 영국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임상시험을 통해 모더나 백신은 28일, 화이자 백신은 21일 뒤에 2회차 접종을 하는 게 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호주의 18세 일란성 쌍둥이가 대입 시험에서 똑같이 고득점을 받아 화제다. 올해 초 심장마비로 갑자기 부친을 여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도 거의 가지 못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학업 의지를 불태운 것이 고득점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데일리메일 호주판에 따르면 멜버른 인근에 사는 코너 입스턴은 지난해 12월 30일 아침 호주대학입학시험(ATAR) 점수를 확인하고 쌍둥이 형제 루크를 황급히 깨웠다. 루크의 점수까지 확인한 둘은 점수가 99.60점으로 똑같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시험의 최고점은 99.95점이고 전국 평균은 70점이어서 둘의 명문대 진학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은 고득점의 비결로 서로가 서로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꼽았다. 루크는 “때로 공부를 하기 싫은 적도 있었지만 코너가 하기에 나도 했다”고 밝혔다. 둘은 모두 ‘상대방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질투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재,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서 형제는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에 몰두했다. 코너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상대를 잃었지만 우리는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서로를 최고의 경쟁자 겸 친구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둘은 모두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루크는 “우리가 물리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것도, 이 과목에 대한 재능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며 지금도 늘 아버지를 그리워한다고 토로했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