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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들은 사흘만 풀어놓아도 엉덩이에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다이마쓰 히로후미 감독(1921∼1978)이 남긴 말이다. 다이마쓰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고문을 맡았다. 대표팀에서 당시 선수들에게 1주일간 휴가를 주자 “어쩌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놀게 하느냐”면서 이렇게 말한 것. 이렇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지도자는 이미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자 프로배구, 프로농구 선수에게 ‘합숙’은 일상이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팀 대표로 나온 선수가 감독에게 ‘우승하면 투박(2일간 외박)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바깥 공기’ 쐬기도 쉽지 않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게 일반적인 같은 종목 남자 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남자 팀과 여자 팀을 오가면서 프런트로 일한 관계자는 16일 “여자 선수들은 프로가 되어도 고교 생활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처음 여자 팀에 왔을 때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합숙을 당연하게 생각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학창시절부터 쌓인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운동부에 합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옛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펴낸 ‘학교운동부 합숙훈련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대학 입학 특기자 제도가 생긴 1972년 이후로 대입을 목표로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목적으로 고교 운동부에 합숙훈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체육대회와 맞물려 상시 합숙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합숙소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교육부는 2004년부터 합숙훈련 제한 규정을 시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중학교 이하 운동부는 합숙을 금지하지만 고교 운동부는 ‘통학 거리가 먼 학생을 대상으로’라는 전제를 달아 합숙을 허용하고 있다. 합숙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 하지만 합숙소가 학교 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9년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숙 경험이 있는 경우 학교 폭력 피해자가 10%포인트 정도 늘었다. 최근 프로배구를 강타한 학교 폭력 폭로 사건 역시 대부분 합숙소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합숙소를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합숙 훈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합숙소 생활이 통제가 되지 않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만약 지도자가 ‘에이스 선수’의 폭행을 눈감아주면 그 세계 안에서는 합법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라면서 “학생 선수를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하는 등 합숙 시스템을 제도권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을 계기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학교 및 실업팀 등의 체육시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6월부터는 실업팀들이 합숙소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실업팀은 합숙소 운영 시 인권을 보장해야 하고, 인권 보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실업팀 운영규정을 마련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계 폭력과 관련해 16일 국무회의에서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해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전날에 이어 재차 당부했다.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 피해 폭로는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 이날에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나를 괴롭혔던 선수가 프로배구 팀에 신인 선수로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팀에 연락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팀 관계자는 “아직 자세한 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이원홍 전문기자·박효목 기자}
“여자 선수들은 사흘만 풀어놓아도 엉덩이에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1964년 도쿄(東京)올림픽 때 일본 여자 배구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다이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1921~1978) 감독이 남긴 말이다. 다이마쓰 감독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고문을 맡았다. 대표팀에서 당시 선수들에게 1주일간 휴가를 주자 “어쩌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놀게 하느냐”면서 이렇게 말한 것. 이렇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지도자는 이미 오래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자 프로배구, 프로농구 선수에게 ‘합숙’은 일상화되어 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팀 대표로 나온 선수가 감독에게 ‘우승하면 투박(2일간 외박)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게 일반적이 된 같은 종목 남자 팀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같은 모기업을 둔 남자 팀과 여자 팀을 오가면서 프런트로 일한 관계자는 “여자 선수들은 프로 입단 후에도 계속 고교 생활을 이어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처음 여자 팀에 왔을 때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도 합숙을 당연하게 생각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학창시절부터 쌓인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중고 운동부에게 합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옛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펴낸 ‘학교운동부 합숙훈련 실태조차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대학입학 특기자 제도가 생긴 1972년 이후로 대입을 목표로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목적으로 고교 운동부에 합숙훈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체육대회와 맞물려 관행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고교 운동부는 전국체전에 시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고, 이런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시도 내 ‘거점 도시’에 한두 곳만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 선수가 집을 떠나 합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 된 것이다. 합숙 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합숙소가 학교 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9년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숙 경험이 있는 경우 학교 폭력 피해자가 10%포인트 정도 늘었다. 운동 뿐 아니라 생활도 함께 하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될 우려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국가대표 선수촌 성공 사례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합숙 훈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합숙소 생활이 통제가 되지 않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만약 지도자가 ‘에이스 선수’의 폭행을 눈감아주면 그 세계 안에서는 합법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라면서 “학생 선수를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하는 등 합숙 시스템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폐쇄회로(CC)TV 설치를 통해 피해 예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을 계기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학교 및 실업팀 등의 체육시설에 CCTV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6월부터는 실업팀들이 합숙소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실업팀은 합숙소 운영 시 인권을 보장해야 하고, 인권보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실업팀 운영규정을 마련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16일에도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나를 괴롭혔던 선수가 프로배구 팀에 신인 선수로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고 해당 팀에 연락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팀 관계자는 “아직 자세한 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 선수는 고교 시절 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합숙 시스템과는 큰 관련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계 폭력과 관련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해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프로배구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운동선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SNS보다 ‘쓰는 사람’ 문제일 때가 더 많다. 류현진이 2013년 SNS에 남긴 메시지가 이를 증명한다. “(변화구가) 더 어렵지만 치기만 한다면 더 많은 회전이 담겨 더 멀리 날아갑니다. 지금 힘들고 어려운 변화구가 날아오고 있습니까? 축하드립니다. 당신에게 홈런을 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주어졌군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요즘 친구들은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땐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회사원 A 씨(41)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이었던 B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세월이 흘러 B 씨는 모던록 밴드 멤버로 유명인이 됐다. A 씨는 “그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다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그 사람 노래만 들려도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냥 혼자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젠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적어도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는 낼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학교폭력 미투’(학폭 미투)는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MZ세대가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게시물 형식 가운데 하나가 ‘썰’이다. ‘말씀 설(說)’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표현은 자기 경험담을 뜻할 때가 많다. 이 썰로 가장 유명한 인터넷 공간 ‘네이트 판’이 학투 운동 중심지로 떠올랐다. 2006년 문을 연 판은 익명 기반이라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피해자들이 (학폭 피해를) 개인적인 상처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면 최근 몇 년간은 학폭 사실이 밝혀지며 실제로 퇴출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폭로가 가져온 실제 결과들을 보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포츠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침묵의 카르텔’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비로소 깨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로는 치유로 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폭로 역시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감이 동반되는 것”이라며 “상처 회복은 폭로만으론 이뤄질 수 없다. 피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용서로 이어질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연예인이 주요 대상이었던 학폭 미투가 체육계 특히,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건 여자 배구선수의 매체 노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잊고 살아 가려고 했던 과거의 상처를 가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 상처가 되살아나 강한 심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심리는) 가해자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기보다 ‘최소한 너무 많은 걸 가지려 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흥국생명 이다영(25)의 경우 너무 활발하게 SNS를 이용한 탓에 피해자들을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익명으로 올라온 폭로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판에는 거짓 내용도 많고 소설 같다고 해서 ‘판춘문예’(판+신춘문예)라는 신조어로 불리기도 한다.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로 유명했던 김병지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51)은 판에 올라온 아들의 학폭 관련 의혹 때문에 서둘러 유니폼을 벗어야 했지만 결국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학교 체육에서 대물림되는 폭력 사태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합숙’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한 OK금융그룹 송명근 선수(28) 역시 고교 시절 ‘맞는 게 싫어서’ 합숙소를 떠나 사흘간 가출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운동선수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군부대 내무반보다 못한 방에서 함께 부대끼며 선배들 잔심부름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집에서 등하교만 해도 폭력 문제가 크게 줄어들 거다.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황규인 kini@donga.com·김태성 기자}
“요즘 친구들은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땐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회사원 A 씨(41)도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이었던 B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세월이 흘러 B 씨는 모던 록 밴드 멤버로 유명인이 됐다. A 씨는 “그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다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그 사람 노래가 들리면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냥 혼자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젠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적어도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는 낼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학교폭로 미투(학투)’는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MZ세대가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게시물 형식 가운데 하나가 ‘썰’이다. ‘말씀 설(說)’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표현은 경험담을 뜻할 때가 많다. 이 썰로 가장 유명한 인터넷 공간 ‘네이트 판’이 학투 운동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다.2006년 문을 연 판은 익명 기반이라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피해자들이 (학폭 피해를) 개인적인 상처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면 최근 몇 년간은 학폭 사실이 밝혀지며 실제로 퇴출되는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폭로가 가져온 실제 결과들을 보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로는 치유로 가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폭로 역시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감을 동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상처 회복은 폭로만으론 이뤄질 수 없고 피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용서로 이어질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연예인이 주요 대상있던 학투가 체육계 특히,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건 여자 배구선수가 매체 노출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들이 잊고 살아가려고 했던 과거의 상처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그 상처가 되살아나 강한 심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심리는) 가해자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기보다 ‘최소한 너무 많은 걸 가지려 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물론 익명으로 올라온 폭로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판에는 거짓 내용도 많아 소설 같다고 해서 ‘판춘문예’(판+신춘문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로 국가대표 골키퍼로 유명했던 김병지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51)은 판에 올라온 아들의 학폭 관련 의혹 때문에 서둘러 유니폼을 벗어야 했지만 결국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한편 학교 체육에서 대물림 되는 폭력 사태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합숙’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한 OK금융그룹 송명근 선수(28) 역시 고교 시절 ‘맞는 게 싫어서’ 합숙소를 떠나 사흘간 가출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운동선수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군부대 내무반 같은 방에서 함께 부대끼며 선배들 잔심부름을 하는 게 현실이다”며 “부모들 시선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상태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어렵다. 집에서 등하교만 해도 폭력 문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현대캐피탈이 5054일 만에 프로배구 남자부 통산 승률 1위 자리를 되찾았다.현대캐피탈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안방 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3-2(25-16, 25-14, 20-25, 20-25, 15-12) 진땀승을 기록했다.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V리그 정규리그 통산 378승 179패(승률 0.679)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면서 통산 승패가 똑같은 삼성화재와 함께 남자부 통산 승률 공동 1위로 올라 섰다.현대캐피탈이 통산 승률에서 삼성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건 2006~2007시즌 마지막 경기를 펼친 2007년 3월 14일 이후 13년 10개월 28일 만에 이날이 처음이다.한국배구연맹(KOVO)에서 2011~2012 시즌부터 도입한 현재 방식으로 누적 승점을 계산하면 현대캐피탈이 1117점으로 삼성화재(1116점)에 1점 앞선다.현대캐피탈이 누적 승점에서 삼성화재에 앞선 것 역시 2007년 3월 14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 선수(이상 25)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재영 선수는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면서 “좋은 기억만 가득해야 할 시기에 저로 인해 피해를 받고 힘든 기억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자필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다영 선수도 인스타그램에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썼다. 흥국생명도 이날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 소속 선수의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학교폭력)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네 명은 중학교 배구부 시절 두 선수가 자신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하며 가해 사실을 열거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글을 (자기 SNS 계정에) 올렸더라”면서 “본인도 가해자이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 쌍둥이 자매는 당시 다니던 중학교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뒤 그 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여자배구 간판인 두 선수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소속팀뿐 아니라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국가대표팀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1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 결장할 예정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대표팀에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도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구한말 조선을 찾은 서양 선교사들은 집집마다 ‘천자문(千字文)’과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해마다 설날이 되면 토정비결을 가지고 새해 운세를 점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사실 토정비결은 그저 올해 운이 좋다, 나쁘다란 사실만 알려주지 않는다. 모든 점괘는 결국 성실하게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난다. 그렇기에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이 지난 올해도 토정비결 점괘가 아무 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새 시즌 맞을 준비에 한창인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의 신축년 새해 토정비결을 알아봤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NC 이동욱 “차라리 늦게 시작함이 도리어 좋은 결과를 낳게 되리라.” NC는 지난 시즌 사실상 줄곧 1위 자리를 지킨 끝에 창단 후 처음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올해 타이틀 방어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토정비결은 이 감독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두산 김태형 “까치가 뜰 나무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 좋은 소식이 없으랴.” 김 감독은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끌었다.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K)이 떠났어도 여전히 정상권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이 올해도 KS 티켓을 차지할까. KT 이강철 “재물이 길 위에 있으니 나아가 구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정규시즌 2위에 올라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 KT는 안방경기 승률(0.611)은 2위였지만 방문경기 승률(0.521)은 5위에 그쳤다. 더 높게 가려면 객지에서 자주 웃어야 한다. LG 류지현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큰 사람을 보아야 이로우리라.” ‘승진운’을 나타내는 이 점괘대로 류 감독은 사령탑에 앉았다. 토정비결은 류 감독에게 “7, 8월에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과연 LG가 올해는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키움 홍원기 “보배 솥에 단사(丹沙)를 지지니 신선의 약이로다.” ‘단사’는 진한 붉은색을 띠고 다이아몬드 광택이 나는 광물. 키움 역시 비슷한 컬러인 ‘버건디’가 상징색이다. ‘초보 감독’이 말 많고 탈 많았던 이 팀 감독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롯데 허문회 “마음은 정직하나 운이 따르지 않아 홀로 노력하고 수고하겠다.” 롯데는 지난 시즌 ‘감독과 프런트 고위층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올해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비슷한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배를 탔으니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롯데의 운명은 과연? KIA 윌리엄스 “맑은 바람 밝은 달에 미인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프로야구 감독 10명 가운데 운세가 가장 좋다. ‘가을 야구’가 열리는 음력 9, 10월 운세도 ‘이름을 사방에 떨친다’ ‘세상만사가 태평하다’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단, 물 조심, 불 조심을 강조한다. 삼성 허삼영 “길한 일은 있으나 이름만 있고 실속이 없다.”새로 영입한 오재일은 안방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89를 기록했다. 오재일이 이 구장에서 강했던 건지 아니면 삼성 투수진에 강했던 건지에 따라 허 감독 올해 운세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 SK 김원형 “활짝 핀 꽃 위로 꿀벌이 내려앉으니 얼마나 화평한 정경인가.” 김원형 감독은 ‘친정팀 감독’으로 돌아와 시즌을 개막하기도 전에 팀 주인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이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기도 했던 게 사실. 토정비결은 일단 ‘잘된 일’이라고 진단한다. 한화 수베로 “육리나 되는 청산, 눈앞에 별다른 세계가 있다.”지금까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도 즐거운데 앞으로 더욱 좋은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는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응원하는 팀’에서 ‘이제는 현재를 보고 응원하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 선수(이상 25)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재영 선수는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좋은 기억만 가득해야 할 시기에 저로 인해 피해를 받고 힘든 기억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자필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다영 선수도 인스타그램에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썼다. 흥국생명도 이날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 소속 선수의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학교폭력)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네 명은 중학교 배구부 시절 두 선수가 자신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하며 가해 사실을 열거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글을 (자기 SNS 계정에) 올렸더라”면서 “본인도 가해자이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 쌍둥이 자매는 당시 다니던 중학교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뒤 그 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여자배구 간판인 두 선수는 학교폭력 사실 인정에 따라 소속팀 뿐 아니라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국가대표팀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1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 결장할 예정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대표팀에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 뒤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도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선심이 별도로 있을 필요가 없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제레미 샤르디를 꺾은 뒤 이렇게 말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US오픈 16강전에서 신경질적으로 쳐 보낸 공이 선심의 목에 맞는 바람에 실격패한 적이 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도 경기 도중 실수로 선심을 공으로 맞혔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이번 호주오픈에서는 선심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공이 인(in)인지 아웃인지를 놓고 선수와 심판이 논쟁을 벌이거나, 선심을 노려보거나,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 아니 볼 수 없다. 지난해까지 호주오픈 경기가 열리는 코트에는 네트 부근에 자리를 잡은 주심, 라인마다 배치된 4명의 선심, 볼 키즈와 안전요원 등 20명 넘는 관계자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주심 한 명에 절반으로 줄어든 볼 키즈, 안전요원 등 10명도 안 되는 사람만 볼 수 있다. 기계가 선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코트 위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에서다. 호크아이 시스템을 통해 코트에 설치된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판정을 내리며 미리 녹음된 사람의 목소리로 ‘아웃’ 또는 ‘폴트’ 등을 말한다. 원래 공이 코트 위에 자국을 남기는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메이저 테니스 대회 때는 선수가 선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를 보고 선심이 인 또는 아웃 판정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곧바로 ‘컴퓨터 심판’에게 판정을 맡긴다. 조코비치는 “솔직히 이런 기술이 있는데 선심이 별도로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서브 차례 때 공을 전달하는) 볼 키즈는 몰라도 라인에서 인·아웃 판정을 내리는 건 기계가 낫다”고 말했다. 테니스뿐만이 아니다. 거의 비슷한 판정 내용이 반복되는 배구는 물론 배드민턴, 축구, 크리켓 같은 종목 역시 국제 대회 때는 호크아이 시스템을 활용해 인·아웃 판정을 내린다. 국내 배구에서는 주·부심과 선심 4명을 포함해 심판 6명이 볼 인·아웃을 판정하지만 이탈리아 같은 유럽 리그에서는 인·아웃 판정이 ‘로봇 심판’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로봇 심판에 대해 여전히 “심판 판정 역시 경기의 일부”라며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 최고령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41·미국)는 “선심들 역시 비교적 정확하게 본다고 생각한다”며 테니스 코트의 전통이 사라져가는 흐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대회에서 쓰이는 판정 콜은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서 대응하는 요원들과 소방관, 파도타기 인명 구조원 등의 목소리를 담아 사전 제작됐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드루 브리즈(42·뉴올리언스), 에런 로저스(38·그린베이), 패트릭 머홈스(26·캔자스시티)의 공통점은?” 원래 이 문제의 정답은 “팀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승리로 이끌면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적이 있는 쿼터백”이었다. 8일부터 정답이 하나 더 늘었다. “2020∼2021 NFL 플레이오프에서 톰 브레이디(44·탬파베이)에게 무릎을 꿇은 쿼터백”이라는 답도 정답이다. 디비전 라운드에서 뉴올리언스, 콘퍼런스 챔프전에서 그린베이를 물리친 탬파베이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5회 슈퍼볼에서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를 31-9로 완파하고 NFL 정상에 올랐다. 탬파베이가 정상을 되찾은 건 2003년 창단 첫 슈퍼볼 승리 이후 18년 만이다. 터치다운 패스 3개를 포함해 201야드를 따낸 브레이디가 경기 MVP로 뽑혔다. 브레이디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슈퍼볼 최다 MVP 선정 기록도 다섯 번으로 늘렸다. 앞선 네 차례의 슈퍼볼 MVP는 모두 뉴잉글랜드에서 받았다. 두 팀에서 슈퍼볼 MVP를 받은 건 브레이디가 처음이다. 브레이디는 또 생애 10번째 슈퍼볼이었던 이날 통산 7번째로 빈스 롬바디 트로피(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수는 물론이고 팀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이보다 슈퍼볼 우승을 많이 경험한 존재는 없다. 브레이디는 이날 우승으로 페이턴 매닝(45·은퇴)에 이어 2개 팀을 슈퍼볼 우승으로 이끈 두 번째 쿼터백으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매닝은 인디애나폴리스(2007년)와 덴버(2016년)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탬파베이와의 계약 후 구단에 “선수단 전화번호를 전부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던 브레이디는 경기 후 “모든 팀원이 자랑스럽다. 우리가 슈퍼볼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내년에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디가 이번 슈퍼볼에서 우승을 하고 나면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일부 예상을 뒤집는 발언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20년간 몸담았던 뉴잉글랜드를 떠나 탬파베이에 합류한 브레이디는 NFL을 떠나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서 활동하던 롭 그롱카우스키(32)와 성폭행 혐의 등으로 다른 팀에서 계약을 꺼리던 ‘악동’ 안토니오 브라운(33)을 영입해 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그리고 이날 그롱카우스키에게 두 차례, 브라운에게 한 차례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자신이 이들을 원한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 반면 ‘제2의 브레이디’로 평가받던 지난해 슈퍼볼 MVP 머홈스는 탬파베이의 압박 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머홈스는 이날 전체 패스 시도 49차례 가운데 26차례(53.1%)를 리시버에게 연결하는 데 그쳤다. 터치다운 패스는 하나도 없었고 가로채기만 두 차례 당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지만(30·탬파베이)이 메이저리그(MLB) 연봉 조정에서 승리했다. 최지만 본인은 올해 연봉으로 245만 달러를 받겠다고 했고 탬파베이에서는 185만 달러만 주겠다고 했는데 7일 열린 조정위원회에서 최지만의 손을 들어준 것. 최지만은 결국 245만 달러를 받는다. MLB 선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연봉 조정 승률은 구단 57.2%, 선수 42.8%다. 보통 ‘월급쟁이’에게도 이런 제도가 있다면 우리 살림살이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이 맞붙었던 1990∼1991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 이후 이런 경기는 없었다.” 8일 오전 8시 30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2020∼2021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을 앞두고 미국 언론은 이 경기를 ‘세기의 대결’로 요약하고 있다. NFL 역사상 최고 쿼터백으로 손꼽히는 톰 브레이디(44)의 탬파베이와 그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패트릭 머홈스(26)의 캔자스시티가 맞대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슈퍼볼 우승반지만 6개를 수집한 브레이디는 슈퍼볼 최우수선수에도 4차례나 등극한 살아있는 전설. 브레이디가 처음 슈퍼볼 우승을 맛본 2002년 7세 꼬마였던 머홈스는 지난해 캔자스시티를 1970년 이후 50년 만에 정상으로 이끈 데 이어 이번엔 타이틀 방어를 노리고 있다. ‘지구 최고의 쇼’로 불리는 제55회 슈퍼볼을 숫자로 정리해봤다. 탬파베이는 슈퍼볼 역사상 처음으로 안방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슈퍼볼 개최지는 미리 결정되는데 탬파베이가 때마침 슈퍼볼에 진출하면서 안방경기로 치르게 됐다. 다만 유니폼은 방문경기용을 착용한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세 경기를 전부 방문경기로 치르면서 매 경기 30점 이상을 기록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세라 토머스(48)는 여성 심판으로는 처음으로 슈퍼볼에 참가한다.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역대 9번째로 슈퍼볼 2연패에 성공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슈퍼볼 2연패에 성공했던 건 브레이디가 공격을 지휘하던 2004∼2005시즌 뉴잉글랜드였다. 브레이디는 지금까지 9번 슈퍼볼에 출전했다. 슈퍼볼 중계는 CBS, FOX, NBC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원래 올해는 NBC 차례였지만 CBS로 넘어갔다. 슈퍼볼 기간 다른 채널에서는 스포츠 중계를 편성하지 않는 게 관례다. 내년 슈퍼볼(2월 7일)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과 겹친다. 이 때문에 올림픽 중계사인 NBC가 내년 슈퍼볼을 중계하기로 하고 CBS와 중계권을 트레이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역대 최소인 2만2000명만 슈퍼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이 중 일반 유료 관중은 1만4500명이다. 나머지 7500명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이 무료 초청을 받았다.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 광고료는 30초당 550만 달러(약 61억8000만 원) 수준으로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광고주는 크게 바뀌었다. 코카콜라, 펩시,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빠진 자리를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음식 배달 업체 도어대시와 우버이츠 등 비대면 전문 스타트업 기업 등이 차지했다.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인 하프타임 쇼에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위켄드가 등장한다. 그가 지난해 발매한 앨범 ‘애프터 아워스’는 역대 R&B 앨범 가운데 최다 스트리밍을 기록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선수가 구단 숙소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7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0시경 ‘동료 선수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어 깜짝 놀랐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이 선수는 구급차를 타고 숙소 인근 종합병원으로 향했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구단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건 아니다”라면서 “복통이 심해 응급실로 이동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구급차뿐만 아니라 경찰도 현장에 출동한다. 경찰은 구단 관계자와 선수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외부에 알릴 정도로 조사가 진행된 건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할 만한 문서 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선수는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분홍색 장미꽃 사진과 함께 “정말 끝까지 이 악물고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썼다. 한 배구계 인사는 “최근 팀 외부에서 이 선수가 부진해 팀 성적도 좋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렸던 게 사실”이라며 “별일 없이 건강하게 코트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3위 쟁탈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도로공사는 7일 화성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3-2(25-21, 22-25, 23-25, 25-22, 15-5)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승점 2를 더한 도로공사는 승점 33을 기록하면서 전날까지 3위였던 기업은행(승점 32)을 승점 1 차이로 제치고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도로공사는 4세트 중반까지 7-17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결국 25-22로 세트를 따내면서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갔다.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에서 4세트 7-17 열세를 뒤집은 건 도로공사가 처음이다. 분위기를 탄 도로공사는 5세트 들어서는 초반 9-0으로 앞서가면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도로공사에서는 외국인 선수 켈시가 공격 성공률 51.5%를 기록하면서 36점을 올렸고 박정아도 17점을 보탰다. 양 팀 최다인 41점을 기록한 기업은행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는 이날 후위 10점, 블로킹 5점, 서브 4점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한편 의정부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방문팀 한국전력이 부상 중인 케이타가 빠진 KB손해보험에 3-1(25-19, 24-26, 25-22, 25-17)로 승리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춘제(春節)가 고비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둔 중국에서는 한국의 설날에 해당하는 올해 춘제 기간이 올림픽 개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1월 27일∼2월 2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가 56.7명에 불과할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연인원 약 30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 기간에 코로나19가 확산한다면 올림픽 정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베이징 올림픽은 내년 2월 4일부터 17일간 베이징(빙상)과 베이징 교외인 옌칭(썰매), 허베이성 장자커우(설상) 등에서 열린다. 중국 지도부는 성공 개최를 확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필코 실현할 것”이라고 밝힌 시진핑 국가주석은 스키점프 경기장 등 올림픽 시설을 둘러본 뒤 “올림픽 개최는 당과 국가의 중대사”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은 시 주석이 ‘중국몽(夢)’을 선언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에 수개월 동안 봉쇄 조치를 내렸던 것처럼 중국 지도부는 내년에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드웨어’ 준비 역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1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름올림픽과 겨울올림픽을 모두 치르게 된 베이징은 2008년 여름 대회 당시 주경기장이었던 베이징국가체육장 ‘냐오차오(鳥巢)’에서 개·폐회식을 진행하는 등 기존 시설을 적극 활용해 이번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또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자 제일 먼저 올림픽 경기장 건설 재개를 지시하면서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모든 올림픽 시설 공사가 끝난 상태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2018 평창 올림픽(102개) 때보다 7개 많은 금메달 109개를 놓고 각국 선수단이 승부를 겨룬다. 2008년 여름올림픽 때 미국(금 36, 은 39, 동메달 37개)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던 중국(금 48, 은 22, 동메달 30개)은 내년 겨울올림픽에서도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와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특히 한국(48개)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 메달을 많이(33개) 딴 쇼트트랙 전력 강화에 힘썼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총사령탑이었던 김선태 감독(45)은 2019년부터 중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고, 한국과 러시아 대표로 활약하면서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6개)을 목에 건 빅토르 안(안현수·36) 역시 코치로 중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중국은 또 3년 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캐나다 및 미국 출신 선수 위주로 꾸린 상태다.강동웅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관건은 실전 감각이다. 3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낸 ‘아이언맨’ 윤성빈(27·강원도청)은 11개월 만에 나선 국제무대인 2020∼202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제6차 월드컵을 앞두고 “이번 시즌은 성적보다 경기력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성빈을 비롯한 한국 썰매 대표팀은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1∼5차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1년 앞두고 ‘예비고사’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절반 이상 놓쳐 버린 것이다. 그래도 6∼8차 월드컵에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썰매 대표팀 사정은 나은 편이다. 겨울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손꼽히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빙상장 폐쇄로 2020∼2021시즌 국가대표 선발전도 치르지 못했고, 당연히 국제대회에도 나서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권 자체는 다음 시즌(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결과에 달려 있지만 ‘모의고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탓에 불안감을 안고 ‘본고사’를 치르게 됐다. 평창에서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은메달(여자)을 땄던 컬링은 협회 내분이 문제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분에 휩싸이면서 대표팀 지원을 중단했다. 게다가 평창 대회 때 한국 대표로 나섰던 ‘팀킴’(스킵 김은정)은 소속팀 경북체육회와 재계약에 이르지 못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동호인 팀으로 지위가 내려갔다. 남자 대표팀 역시 코치도 없이 자체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황규인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한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주전 센터 정대영(40)에게는 확실히 그렇다. 김세영(흥국생명)과 함께 프로배구 여자부 최고령 선수인 정대영은 2일 현재 세트당 블로킹 0.682개로 이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는 한송이(37·KGC인삼공사·0.679개). 1, 2위 격차가 근소하지만 정대영의 블로킹 기록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반면 한송이는 줄어드는 추세다. 만약 정대영이 시즌 끝까지 블로킹 선두 자리를 지키게 된다면 27세 때인 2007∼2008시즌(0.649개) 이후 13시즌 만에 ‘블로킹 퀸’ 자리에 오르게 된다. 2007∼2008시즌은 정대영이 현대건설에서 GS칼텍스로 팀을 옮겨 맞이한 첫 번째 시즌이었다. 사실 정대영은 2006∼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나려 했다. 몸 군데군데 부상을 달고 있었고, 결혼까지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대영은 “때마침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생겨 팀을 옮기게 되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그때까지 여자 선수에게 결혼은 곧 은퇴와 같은 말이었지만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대영은 이적 첫해 곧바로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정대영은 시즌이 끝난 뒤 또 한 번 그때까지 금기였던 낱말을 꺼냈다. “1년 뒤 2세를 낳겠다”고 선언한 것. 정대영은 2009년 프로배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내고 딸 김보민 양(11)을 낳았다. 자신의 배구 선수 인생을 걸고 낳은 딸 보민 양 역시 프로배구 선수를 꿈꾼다. 보민 양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배구부 활동을 시작했다. 정대영은 프로 원년(2005년) 득점상과 수비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리그 MVP로 뽑힐 정도로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선수였다. 이제는 운동능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이날 현재 정대영의 통산 블로킹은 996개로 4개만 더하면 여자부 두 번째로 통산 1000블로킹 기록도 남기게 된다. 정대영은 “(김종민) 감독님은 나이가 많다고 훈련에서 빼주시는 게 전혀 없는 분이다. 그 덕에 체력적인 면에서 후배들에게 크게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며 “딸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새해 들어 불혹의 나이가 된 세 살 딸의 엄마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는 여전했다. 9월 만 40세 생일을 맞는 윌리엄스는 부상 후 4개월 만의 복귀 무대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세계랭킹 11위 윌리엄스는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야라 밸리 클래식 여자 단식 2회전에서 다리야 가브릴로바(호주·452위)를 세트스코어 2-0(6-1, 6-4)으로 이겼다. 지난해 9월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왼쪽 아킬레스건 통증을 이유로 기권한 이후 처음 공식 대회에 나섰지만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한 번도 내주지 않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완승을 엮어냈다. 이번 대회는 8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의 전초전이다. 대회 장소도 호주오픈이 열리는 곳과 같다. WTA투어 통산 73승을 거둔 윌리엄스는 호주오픈 대비를 위해 이 대회에 참가했다.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면 호주의 마거릿 코트(24회)가 갖고 있는 통산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자로도 이름을 남길 수 있다. 1995년에 프로 데뷔한 윌리엄스는 27년째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 40대에 엄마 선수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윌리엄스는 임신 2개월 때인 2017 호주오픈 우승컵을 따내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7년 9월 딸 알렉시스 올림피아 오해니언 주니어를 낳기 전후 선수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출산 뒤에는 혈관 이상으로 치료를 받느라 세계 1위였던 랭킹이 450위권까지 밀렸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2018년 윔블던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해 뛰었다”고 말한 뒤 ‘슈퍼맘’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산후 우울증을 고백하기도 했다. 윌리엄스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 딸이 (내가 생각한 장소에) 있지 않는 것이 가장 두렵다”며 “나를 밤에 깨어 있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내 딸’”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딸이) 18세가 될 때까지 하루도 떨어져 지내지 않을 것”이라며 딸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딸 오해니언은 엄마를 따라 곧잘 테니스를 배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테니스를 치고 있는 딸의 사진과 함께 “팔을 끝까지 돌리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친정’이 낯선 걸까. 흥국생명 이다영(25·사진)은 친정팀 현대건설 안방 구장인 수원체육관에만 가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방문경기에서 현대건설에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4패 가운데 2패가 이 체육관에서 나왔다. 이날 이다영은 세트(토스) 시도 67개, 세트 성공 17개(세트 성공률 25.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3세트 이후 줄곧 웜업존을 지키다가 5세트 7-9 상황이 되어서야 다시 코트를 밟았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이다영이 시작하자마자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무리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어 경기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뿐만이 아니다. 이다영은 팀이 2-3으로 진 지난해 12월 29일 3라운드 수원 맞대결 때도 1세트 후반부터 코트를 떠났다가 5세트가 되어서야 다시 코트를 밟았다. 당시 박 감독은 “(팀 내 불화설 때문에) 이다영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고 코트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다. 이다영은 이번 시즌 수원에서 치른 3경기에서 세트 성공률 35.3%(221개 시도 75개 성공)에 그쳤다. 여자부 경기가 열리는 6개 체육관에서 이다영의 세트 성공률이 가장 낮은 곳이 수원체육관이다. 이다영은 다른 구장에서 치른 17경기에서는 세트 성공률 41.2%(1803개 시도 742개 성공)를 기록 중이다. 이다영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부진한 이유로 명세터 출신인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이 옛 스승인 만큼 이다영의 경기 운영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감독은 부임 시즌(2017∼2018)부터 이다영을 붙박이로 중용하면서 국가대표 세터로 도약하게 했다. 이다영에게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시즌에는 더 이상 수원 경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 팀은 시즌 마지막인 6라운드 맞대결을 남겨 놓고 있지만 이 경기는 다음 달 9일 흥국생명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황규인 kini@donga.com / 강홍구 기자}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모기업 경영에 별문제가 없는데 프로야구 팀 주인이 바뀐 건 처음이다. 이를 두고 프로야구 위기론이 나오지만 야구팀이 비즈니스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본 프로야구도 시대 변화에 따라 영화 제작사, 포경(捕鯨) 회사, 정보기술(IT) 회사 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는 거다. 신세계그룹이 한국 프로야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 수 있을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