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73

추천

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5-01-18~2025-02-17
여행57%
경제일반17%
문화 일반10%
산업7%
역사3%
사회일반3%
기타3%
  • 난민들, 지중해 대신 북극으로… “춥지만 안전”

    시리아 등 중동 출신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해마다 수천 명씩 익사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노르웨이, 핀란드를 잇는 북극권 경로가 ‘춥지만 안전한’ 탈출 루트로 각광받고 있다. 러시아 최북단 항구인 무르만스크 인근의 러시아-노르웨이 국경에는 지난해 총 5400명의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넘어와 서유럽행 난민 신청을 했다. 하루 종일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극야(極夜),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속에 동사(凍死)할 위험을 무릅쓰고 난민들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유로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시리아 북부 타르투스 출신의 아크람 알리 씨(23)는 레바논으로 탈출한 후 러시아 관광 비자를 얻어 모스크바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후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타고 무르만스크 인근 니켈 마을까지 이동했다. 교통비로만 모두 2500달러를 썼다. 그는 400달러를 주고 어린이용 자전거를 한 대 구입해 러시아-노르웨이 국경까지 눈보라와 칼바람을 뚫고 30km를 달렸다. 결국 노르웨이 스토르스코그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그는 “북극 루트가 바닷길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국가는 아니지만, 비자 없이 26개 유럽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솅겐조약 회원국이기 때문에 난민들의 유럽행 통로가 되고 있다. 따뜻한 지역에 살던 난민들이 혹한의 날씨 속에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는 이유는 법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노르웨이는 정식 허가 서류 없이 자동차를 타고 입국하는 것을 불허한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으면 ‘까다로운’ 두 나라 법률을 피해 갈 수 있다.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르웨이 최북단 국경 인근의 시르케네스 난민캠프에는 낡은 자전거들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이웃 핀란드에서도 올 들어 벌써 900명의 난민이 러시아 국경을 통해 넘어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7500명의 난민이 북극권 국경을 통해 핀란드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내무장관은 “북극 국경을 통한 난민 행렬을 러시아 정부가 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북극권 국경이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자 난민에 관대했던 북유럽 국가들의 정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우파 정부는 1월 중순 러시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입국한 난민 10여 명을 추방했다. 이들은 러시아 비자를 갖고 있어 일반적인 의미의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제 인권단체와 러시아 정부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자 노르웨이 정부는 난민 송환을 일단 중단했지만 재송환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럽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던 스웨덴 역시 최근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 이주민 8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이란-사우디-터키 참전 확대로 시리아 내전, 미니세계대전 가능성”

    국제사회가 시리아 휴전 협상에 합의하고도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까지 참전 병력을 확대해 시리아 내전이 ‘미니 세계대전’으로 커질 우려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14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군사력 동원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델 알 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에 관한 정치 협상에 실패할 경우 아사드는 무력으로 축출돼야 할 것”이라며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는 공습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최근 시리아에 지상군 파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13일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남부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전투기 편대를 배치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14일 20개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하기 위해 사우디 북부에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쪽의 천둥’으로 명명된 이 훈련에는 이집트 요르단 말레이시아 모로코 차드 파키스탄 세네갈 튀니지 등 수니파 우방의 육해공군 병력 35만 명과 전투기 2540대, 탱크 2만 대, 헬리콥터 460대가 참여한다. 사우디 당국은 “중동에서 실시된 역대 군사훈련 중 가장 중요하고 규모가 크다”고 밝혔다.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도 “시리아의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사우디와 함께 지상 작전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터키군의 진짜 표적은 아사드 정부군과 싸우고 있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라는 점에서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 군부는 “사우디가 감히 그럴 배짱도 없겠지만 실제 파병한다면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해 시리아 반군과 지상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의 방공기지 사령관 파르자드 에스마일리 준장은 이날 “시리아 정부가 요청하면 방공미사일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도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흑해함대의 초계함정 1척을 지중해로 파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시리아 내전에 외국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1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아랍 파트너들은 영구적인 전쟁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온건 반군에 대한 공습을 중단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러시아군의 현대화된 무기 실전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파리=전승훈 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6-0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00년 만의 만남… “우리는 형제” 교황-러 정교회 총대주교 쿠바회동

    “우리는 형제이지 경쟁자가 아닙니다. 신(神)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범죄는 없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종교 지도자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2일(현지 시간) 오후 쿠바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접견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수장(首長)인 키릴 총대주교가 반갑게 포옹하며 양 볼에 입을 맞췄다. 거의 1000년 만에 이뤄진 로마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수장의 역사적 만남에 두 사람의 얼굴에는 감격 어린 기쁨이 가득했다. 가톨릭 최고 수장인 교황과 동방정교회 수장인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의 만남은 1054년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1054년 상호 파문하면서 갈라선 이른바 ‘교회 대분열’ 이후 처음이다. 2시간 동안 이뤄진 양 교회 수장의 역사적인 만남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중재로 성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멕시코 방문 길에 잠시 쿠바에 내려 쿠바를 공식 방문 중인 키릴 총대주교와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같은 세례를 받은 형제”라고 말했고, 키릴 총대주교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친 뒤 총 30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황과 총대주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기독교인들이 극단주의자들의 박해에 시달리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또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도는 난민들과도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동방정교회의 영적 중심지는 현 터키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이다. 그러나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에 함락되면서 정교회 중심이 사실상 모스크바로 옮겨졌다. 세계 동방정교회 신자 2억5000만 명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러시아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4일 두 교회 수장의 만남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FP는 우선 두 사람이 만난 장소가 쿠바라는 점에 주목했다.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옛 소련과 친했던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 동서 간의 신(新)냉전을 중재할 적임자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3일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의 1000년 만의 만남은 국제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동서 간 대화’의 빛나는 예”라고 찬사를 보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플라세 “어릴때 돌려보낼까봐 한국어 안배웠다”

    ‘권오복’으로 태어나 ‘장뱅상 플라세’로 자란 한국계 입양인이 프랑스 장관이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장뱅상 플라세 상원의원(48·사진)을 국가개혁 장관에 임명했다. 플라세 신임 장관은 이날 퇴진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문화부 장관에 이어 한국계 입양인으로는 두 번째로 프랑스 장관직에 올랐다. 그는 정부를 개혁하는 임무를 맡는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플라세 신임 장관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7세에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가정에 입양돼 4남매와 함께 자랐다. 지난해 5월 발간한 자서전 ‘내가 안 될 이유가 없지!’에는 변호사인 양아버지가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지만 한국에 다시 돌려보낼까 봐 두려워 거절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플라세 장관은 캉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은행법을 전공한 뒤 1992년 의원보좌관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유럽생태녹색당에 가입했으며 2011년 43세의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40세 이전에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꾸었으며, 국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되고 싶었다. 이런 인생 계획서를 화장실 벽에도 걸어 두었다”고 썼다. 상원의원 시절엔 녹색당의 ‘연금술사’로 불렸다. 2012년 대선에서 득표율이 2%에 그친 녹색당의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돼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했다. 이는 보수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대기업 경영자, 유대인협회 등과도 두루 관계를 맺어온 폭넓은 인맥 덕분이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도 나폴레옹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다. 플라세 장관은 지난해 8월 세실 뒤플로 녹색당 당수와 노선 갈등을 벌이다 탈당했다. 녹색당이 급진 좌파와 손잡는 데 반대하며 집권 사회당과의 연정 참여를 강력히 주장해 와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르몽드는 “‘미스터 장관’으로 불렸던 그가 드디어 장관이 됐다”고 보도했다. 스스로 “나보다 프랑스적인 사람은 없다”고 자부해 오던 플라세 장관도 정계에서 종종 인종 차별을 당했다. 한국을 한동안 외면했던 그는 2013년 딸이 태어나면서 모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찾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해 가을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제의를 받고 딸에게 한복을 입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파리의 한식당에서 프랑스 정치인들을 초대해 식사하길 즐기는 플라세 장관은 “내 딸이 크면 아버지 나라인 한국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2세 세계 최연소 女장관 UAE서 탄생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을 받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가 22세 여성을 장관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22세는 세계 최연소 현직 장관 기록이다. 지금까지 기록은 2년 전 27세에 장관으로 발탁된 스웨덴 아이다 하지알리치 고등·성인교육부 장관(여)이 갖고 있었다. UAE는 10일(현지 시간)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부통령의 주도로 단행된 개각 인사에서 22세 샴마 빈트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사진)를 청년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병환 중인 셰이크 칼라파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대행하는 무함마드 총리는 일주일 전 “25세 이하로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여성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장관으로 발탁하겠다”고 선언했다. 후보로 선정된 여성 후보자 3명 중 국제적 활동과 공공정책 경험이 있는 알마즈루에이가 최종 선발됐다. 알 마즈루에이 신임 장관은 아부다비 군주이기도 한 나하얀 대통령의 첫째 처가 출신으로 명문가 집안이다. 미국 뉴욕대(NYU) 아부다비 분교에서 예술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UAE에선 처음으로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유엔에 파견돼 공공정책 담당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최근에는 UAE 총리실과 아부다비 국부펀드에서 경제정책 분석가로 근무해 왔다. 대학생 시절 논문 ‘UAE 노동시장의 여성 참여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중동 출신답지 않게 스키와 골프가 취향인 알 마즈루에이 장관은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 정책을 구상하고 실현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UAE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로 이웃 나라들이 겪고 있는 정치 사회적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UAE 역시 인구 절반이 청년이다. UAE가 이날 발표한 장관 29명의 평균 나이는 38세이며 여성 장관은 9명이다. 중동 국가에서 내각의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운 것도 이례적이다. 이번 개각을 두고 이슬람 관습을 깬 파격적 인사라는 찬사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함께 나오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리아 ‘혁명의 수도’서 킬링필드로… 알레포의 눈물

    러시아와 이란을 우군으로 얻은 시리아 정부군이 북부 최대 도시 알레포 장악에 나서면서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알레포가 정부군 수중에 떨어질 경우 최대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시리아 내전이 발발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충성하는 정부군은 러시아 공군의 집중 공습과 이란의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 서부의 반군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결국 정부군은 8일 알레포와 터키를 잇는 최대 보급로인 ‘아자즈 회랑’을 장악하는 등 알레포를 완전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 내전 5년 만에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소극적인 대응이 알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에 승리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친러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권력을 쥔 시아파 정부를 지키기 위해 각각 정부군을 돕고 있다. 최근 반군들이 알레포 전투에서 잇따라 패퇴하면서 난민 3만 명이 집을 버리고 터키 국경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터키 국경을 넘지 못한 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9일 정부군의 알레포 식량 보급로 봉쇄로 주민 30만 명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알레포에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구호 음식이 전달되지 않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터키 정부에 국경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혁명의 수도’로 불리는 알레포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을 촉발한 알아사드 독재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가 처음 일어난 도시다. 수니파 국가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자유시리아군(FSA)을 비롯해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계열 등 반군들이 장악해 온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군은 알레포의 시장, 병원 등에 ‘통 폭탄’을 투하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 왔다. 드럼통에 폭약과 기름, 쇠붙이를 넣은 통 폭탄으로 2012년 이후 해마다 2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면서 정부군과 반군 간 힘의 균형이 깨졌다. 러시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전에 참가했지만 실제로는 알레포, 홈스 등 반군 장악 지역에 공습을 집중했다.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 역시 반군과 싸우는 시아파 민병대에 돈과 무기를 지원했다. 전세가 정부군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시리아의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걸프 왕정국가들은 지상군 파견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핵협상 타결 이후 중동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로써 시리아 내전은 ‘중동 수니파-시아파’의 대리전에 러시아와 미국, 유럽이 복잡하게 얽힌 국제전으로 비화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미사일-韓美 사드 배치…동북아 ‘스타워즈’ 新 냉전 촉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의가 동북아시아에서 ‘스타워즈’라는 신(新) 냉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7일 북한 로켓 발사가 동북아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경쟁과 긴장을 증폭시켜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시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디펜던트는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한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과 한국이 사드 논의 시작을 발표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주변 지역에 스타워즈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인디펜던트는 중국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사드배치 주장에도 중국을 의식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중국이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행위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자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와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로켓 발사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MD 체계를 빠르게 증강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도를 더 높이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우려를 더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핵우산 뒤에 숨으려는 북한 정권의 편집증과 벼랑 끝 전술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군비경쟁과 핵 확산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이날 사설에서 “1990년대 초반 드러난 북한의 은밀한 핵 프로그램은 이제 핵 확산 뿐만 아니라 전쟁억지 차원의 문제로 비화했다”고 논평했다. 가디언은 “북한이 군비증강을 추구할수록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 역시 거기에 응답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도 동맹국들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려 분투하고 있다”고 한미간의 사드도입 논의를 언급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09
    • 좋아요
    • 코멘트
  • 유럽서도 임신부 첫 감염… 콜롬비아 3명 전신마비 사망

    유럽에서도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나왔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사망자가 처음으로 확인돼 지구촌의 지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는 4일(현지 시간) 카탈루냐 주 북동부의 의료 시설에 있는 한 임신부(41)가 콜롬비아 여행 후 귀국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임신부는 임신 13∼14주로 지카 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방문했다가 증상이 나타났다. 현재 스페인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는 임신부를 포함해 9명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여행 후 감염됐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된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 3명이 사망했다. 이 병은 신경계가 공격을 받아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콜롬비아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최소 2만500명,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는 약 100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수혈에 의한 감염 사례가 2건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혈에 의한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에게 헌혈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세계 각국에 방역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는 멈추지 않고 지카와의 ‘전선(戰線)’이 확장되는 추세다. ○ 전 세계로 확산, 수혈, 성관계로도 감염 지난달 말부터 영국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속속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은 3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지카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의 누적 감염자 수는 이미 15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브라질에서 확인된 소두증(小頭症) 신생아도 404명이나 된다. 스페인의 보건전문가 프레데리크 바르투메우스 박사는 “스페인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기기 시작할 경우 스페인에서도 수만 명이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이 제기했던 수혈 혹은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실제 사례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카운티 보건당국은 2일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사람과 성관계를 한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브라질은 4일 상파울루 근교 캄피나스 시에서 수혈에 의한 감염자 2명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중남미 지역에 다녀온 이들에 대해 귀국 후 28일간, 캐나다는 21일간 헌혈을 금지하도록 했다. 미국 적십자사도 2일 성명을 통해 “지카 창궐 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최소 28일간 기다렸다가 헌혈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반인도 길랭바레 증후군 비상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80% 이상은 가벼운 발열 증세 이후 대부분 치유된다. 그러나 지카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 때문이다. 4일 콜롬비아에서 이 질환으로 사망한 3명을 검사한 결과 모두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의 연관성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브라질 동북부, 콜롬비아 등 지카가 확산된 지역에 이 증후군 환자도 늘어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 혹은 마비시키는 급성 희귀 질환이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남미 경제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른다고 4일 재차 확인했지만 올림픽 특수(特需)를 누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국 CNN머니는 지카 바이러스로 중남미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며 특히 바베이도스, 자메이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의 관광 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WHO는 미주 지역의 방역 작업에만 850만 달러(약 1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황인찬 기자}

    • 2016-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우디 정부, ‘남녀의원부동석’ 규정 만들어 논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여성의원들이 남성의원과 함께 회의실에 마주 앉아 의정을 논의할 수 없다는 ‘남녀의원부동석(男女議員不同席)’ 규정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치러진 사우디 지방선거에서는 1932년 건국 이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돼 2016명의 지방의회 의원 중 38명의 여성의원이 선출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방행정부는 최근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이 함께 회의를 할 경우에는 같은 공간에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남녀 의원은 별도의 회의실을 사용해야 하며, 화상 회의를 통해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 화상 회의를 하더라도 남성 의원은 여성 의원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으며 얼굴을 볼 수는 없다. 사우디의 여성 참정권 인정은 지난해 1월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압둘라 전 국왕은 ‘아랍의 봄’ 이후인 2011년 9월 국왕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 연례 연설에서 “2015년부터 여성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제 군주제인 사우디는 국회의원선거가 없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하는 것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주요 경로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여성 후보자들이 남성 옆에 서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의상)’으로 가린 여성 후보자들은 여성 유권자에게는 직접 연설할 수 있지만 남성들이 있으면 칸막이 뒤에서 연설해야 했다. 텔레비전 방송으로 유세할 때도 남성 대변인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운동은 허용됐다. 사우디 정부가 새로 만든 ‘남녀의원부동석’ 규정에 대해 ‘슈라위원회’의 위원인 투라야 알아라예드는 “새로운 규정은 압둘라 국왕이 만든 선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국왕은 2013년에 여성을 처음으로 슈라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으며, 여성과 남성이 같이 앉아 회의하는 것을 허용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05
    • 좋아요
    • 코멘트
  • ‘파리테러 지휘’ 아바우드, 당시 90명 지하디스트와 파리 침투

    작년 11월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를 지휘한 인물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8)가 이슬람 극단주의자 90명과 함께 파리에 침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파리 테러 당시 아바우드의 소재를 경찰에 제보했던 여성은 4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RMC와의 인터뷰에서 아바우드가 자신이 다국적 극단주의자 90명과 함께 파리에 도착했다고 말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파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소냐는 “아바우드는 오렌지색 트레이닝복 안에 자폭조끼를 입고 웃고 다녀서 테러리스트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심지어 테러 직후에도 마치 ‘쇼핑에서 싼 값에 물건을 산 듯’ 기분 좋아 했으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냐에 따르면 아바우드는 “신분증도 없이 90명의 유럽인, 아랍인과 함께 시리아에서 프랑스로 왔다”고 말했으며 일행의 국적은 시리아 이라크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아바우드는 “난민위기로 IS 테러범과 모든 다국적 전사들이 유럽으로 매우 쉽게 들어올 수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아바우드는 지난해 11월 18일 파리 근교 생드니 검거작전 중 사살된 두 명 중 한 명으로, 파리 경찰에 의해 테러 주모자 총책으로 지목됐었다. 소냐라는 가명을 쓰는 이 여성은 아바우드의 사촌 여동생 아스나 아이트불라첸의 친구로 테러 직후인 작년 11월 15일 파리 주변 도로에서 아바우드를 만나 그가 파리 인근 생드니 아파트 은신처로 이동하는 과정에 동행했다. 소냐는 아바우드가 파리 부근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의 쇼핑센터와 경찰서, 어린이집을 상대로 추가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보복이 두렵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05
    • 좋아요
    • 코멘트
  • 반기문, 英케임브리지大 명예박사… DJ 이어 한국인으론 두번째 받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의 레셰크 보리시에비치 부총장은 3일(현지 시간) “국제사회가 빈곤과 굶주림, 인종 학살, 기후 변화 등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모든 국가의 안전을 위해 힘써온 반 총장의 공로에 감사를 표한다”며 학위 수여 배경을 밝혔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폭력보다는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을 한결같이 촉구해온 반 총장의 접근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시리아에서의 굶주림, 난민에 대한 세계인의 차가운 시선, 이슬람국가(IS)와 보코하람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과 여성 노예화 등 ‘21세기 대(大)위기’를 막기 위한 열쇠는 ‘인권의 보편성’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 인권뿐 아니라 남의 인권까지 보편적으로 보호해주고,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과 연대를 표출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케임브리지대 명예박사 학위는 1493년부터 각 분야에서 공로를 세운 인물에게 수여돼 왔는데 1년에 8명을 넘지 않는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역대 인물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테레사 수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있다. 한국인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에 받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차이나머니 굴기… 스위스 최대 바이오기업 52조원에 인수

    종자와 농약 등 농화학 분야 세계 1위인 스위스 대기업 신젠타를 집어 삼키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에서 중국 국영기업이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업 몬산토를 꺾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스위스의 종자(種子) 대기업인 신젠타를 중국 국유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430억 달러(약 52조4000억 원)로 지금까지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최대다. 지난해 미국 경쟁회사인 몬산토가 제시한 460억 달러(약 55조9800억 원)보다는 30억 달러 적지만 인수 대금을 대부분 현금으로 주겠다는 중국의 통 큰 제안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켐차이나는 이미 은행에서 250억 달러(약 30조5000억 원) 규모의 단기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글로벌 M&A시장에서 ‘차이나머니’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사례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신젠타는 북미지역 종자 및 작물보호제(농약) 시장의 메이저 기업이다. 2000년 제약사 노바티스와 제네카 농화학 부문이 합병해 설립된 신젠타는 그동안 몬산토 바스프(BASF)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매수 의사를 타진받았다. 계약이 최종 타결되면 켐차이나는 세계 최대 농약제조사가 된다. WSJ는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정받는 농약과 종자시장에서 1등이 되려면 신젠타를 인수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 증가와 농지 축소로 식량 부족에 허덕이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종자 규모는 63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2.9배나 늘었다.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종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해외기업 M&A 규모는 2008년 54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10∼15%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M&A 계약은 켐차이나 컨소시엄이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85억5000만 달러(약 10조83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큰손’ 중국의 행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월 중국 최대 백색가전 회사인 하이얼이 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약 6조5502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한 달간 글로벌 M&A에 투입된 차이나머니는 22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저가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를 장려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로 M&A 시기를 늦추면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 서두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WHO, 지카 비상사태 선포… 복지부 “입국자 검역 강화”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小頭症) 확산 사태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5월 소아마비, 2014년 8월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네 번째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위원회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긴급위원회는 최근 브라질 등에서 보고된 소두증과 그 밖의 신경장애 사례가 이례적인 일로 다른 지역의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 권고했다”며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만 다른 국가로의 여행이나 무역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2일 “해외 발병지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 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브리핑에서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5월 이후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추가적인 전파가 이뤄질 경우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2주 이내에 방문하고,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근육통 두통 결막염 등 증상을 동반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남미 지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의 경우 소독을 강화하고, 비행기 내외의 모기를 채집해 바이러스 유무를 체크하는 등 공항 방제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유근형 기자}

    • 2016-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카’ 막을 인천공항검역소장 두달째 공석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제일선에서 막아야 할 국내 방역의 핵심 자리가 비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 최전선의 수장인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두 달째 공석이고, 1월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은 계속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인천검역소장 인선을 땜질식으로 진행한 것이 방역 공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천검역소장(고위공무원단급)은 1월 4일 김원종 전 소장이 퇴직한 뒤 공석이다. 감사원의 메르스 징계 여파로 고위공무원 4명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라 소장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소장을 임명하려면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복지부 국장을 빼내 발령을 내거나,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승진시켜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대기발령자들이 고위공무원단 정원(TO)을 차지하다 보니 승진 발령을 낼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급한 대로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인천검역소만 전담하는 소장 직무대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서기관급 사무과장이 소장역을 대행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인천검역소장을 지낸 6명 중 1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단 1명뿐이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인천검역소장직이 ‘잠깐 머무르는 곳’ 또는 ‘좌천성 인사 자리’라는 인식까지 남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땜질식 돌려 막는 인사를 하면서 소장 자리가 자주 비는데 검역소 직원들의 업무 긴장도가 유지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중남미, 태국 등에서 감염된 관광객과 그들의 수하물에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붙어 들어오면서 국내에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남미에서 하루 평균 100명, 2차 확산지인 태국에서는 7000여 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WHO는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와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방역조치 권고 방안을 논의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2014년 에볼라를 포함해 총 3차례뿐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 2016-0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동개혁’ 스페인, 2015년 3%대 성장… 유럽 빅5중 유일

    강력한 노동개혁에 힘입어 경쟁력을 회복한 스페인이 지난해 3.2%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유럽 금융위기가 닥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NIE)는 지난달 29일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경제 규모 ‘빅5’ 국가 중 유일하게 3%대 성장을 이룬 것이다.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한 스페인은 2014년 1.4% 성장으로 반전한 이후 10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성장은 민간소비 확대, 산업투자 증가, 관광산업 활황에 힘입은 것이다. 스페인은 중도우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2011년 집권한 이후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깨고 유연성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개혁을 펼쳤다. 2012년에는 기업이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나타낼 때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시간당 인건비는 21.3유로(약 2만7903원)로 유로존 19개국 평균 29.2유로의 73%에 그쳤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내놓은 ‘유럽 경제예측 보고서’는 “스페인의 노동시장 개혁이 노동비용을 크게 줄였고 유로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이 유연해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왔다. 포드 르노 닛산 세아트 오펠 등 5개 자동차 회사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스페인에 투자한 금액은 총 42억 유로(약 5조502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신규 일자리가 52만5100개나 늘어나면서 실업자 수는 전년보다 68만 명이 감소했다. 2013년 초 614만 명이던 실업자 수는 지난해 말 480만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실업률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인도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우파 국민당이 다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국이 불안하다. 한 달이 넘도록 여당도, 야당도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상황이다. 라지 바디아니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스페인의 정치 불안이 길어지거나 좌파가 집권해 노동법을 다시 예전으로 돌린다면 경제회복도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경제가 잘나가는 반면 유로존 2위의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경제 상황은 좀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프랑스는 지난해 1.1% 성장에 그쳤고 실업률은 10.6%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359만 명으로 전년보다 2.6%(약 9만 명) 증가했다. ‘유로뉴스’는 “프랑스 경제가 기어가는 반면 스페인 경제는 날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페르시아 후예 자존심 살려주며 인문교류로 경협 넓혀야”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오랜 역사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경제 교류에 앞서 인문 사회 교류를 통해 자존심을 세워준다면 좋을 것이다.” 37년 만에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만난 김승호 주이란 대사(54·사진)는 양국 간 교류 확대를 위해 무비자 방문과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한국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예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 특수를 노리는 한국 기업의 전략으로 ‘회복’과 ‘다변화’를 강조했다. 제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對)이란 수출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5000억 원)였는데 지난해 수출은 60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김 대사는 예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하는 동시에 교역 분야를 ‘석유 가스 석유화학 토목건설’ 등 4가지 분야에서 보건의료 자동차 가전 화장품 등 소비재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돈 벌러 온다, 더 좋은 시장이 있으면 금방 가버린다’는 이미지를 줘선 안 된다. 이란은 한국이 생산라인을 세워 이란의 노동력을 이용해 제3국 수출까지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 김 대사는 양국 간 경제 체제의 차이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이란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아니므로 사업을 하려면 공적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 노동, 회계 분야의 법규나 적용이 불투명하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오랜 경제 제재 탓에 한국인에겐 심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김 대사는 “이란에 사막만 있는 게 아니다. 테헤란 도심에 있는 산에는 6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스키장이 있다”며 “중동 국가니까 불안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안전하고 친절한 나라”라고 말했다.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이해를 깊게 하려면 관광 교류가 중요하다. 이란의 이스파한이나 시라즈 같은 곳에는 페르시아 왕국의 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이란에서 제작하면 어떨까.”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1-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호메이니 손자도 후보 탈락

    다음 달 26일 실시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를 앞두고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 등록자 801명 중 약 80%를 사전 후보 심사 과정에서 걸러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탈락자 중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지도자이자 첫 최고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43·사진)도 포함됐다. 그는 할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일찍 차세대 리더로 거론돼 왔으며 이란의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다.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장,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중도온건 개혁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보수파의 거두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가문의 이름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하산의 정치활동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앞서 헌법수호위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총선 후보 등록자 1만20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를 탈락시켰다. 두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탈락한 후보들이 대체로 중도 또는 개혁 성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16일 서방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힘을 잃은 보수파가 ‘반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보수파가 두 기관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직접 선출된 위원 88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란 최고지도자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산 ‘K2카빈’ 소총 이라크 암시장서 거래

    한국에서 제작된 해외 수출용 최신형 무기인 ‘K2카빈(K2C·사진)’ 소총이 이라크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트위터 계정 ‘그린 레몬’은 최근 한국산 K2C 소총이 암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K2C 소총과 비닐 포장이 뜯기지 않은 탄창과 손잡이 등이 함께 찍혔다. K2C 소총은 우리 군의 주력 개인 화기인 K2 소총을 개량한 제품으로 수출용으로 개발됐다.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등 일부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군에는 일부 해외파병 특수부대에만 보급됐다. K2C는 명중률이 높으면서 고장이 적고 가벼워 시가전과 대(對)테러전에 유용하다. 특히 조준경,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을 소총에 장착할 수 있다. 사진의 K2C 소총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가 이라크 정부군의 무기고나 무기 수송 차량을 탈취해 손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지난해 6월 이라크 북부 살라후딘 주 바이지 시 남부에서 벌어진 교전 장면을 홍보하는 사진에서 IS 조직원이 K2C 소총을 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인터넷에 유포되는 사진 속 소총이 국산 모델이 맞다”며 “제작 회사가 이라크군에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란, 테러 걱정없지만 정치자유도 ‘희박’

    이란을 37년간이나 옥죄던 서방의 경제 제재가 이달 16일 해제된 이후 대부분의 이란인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란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젊은이들의 진솔한 얘기들을 듣기 위해 24일 국립테헤란대를 찾았다.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테헤란대는 2009년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으로 촉발된 대규모 민주화 시위의 진원지다. 이란을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이지만 2009년 시위 때처럼 정권에 반기(反旗)를 들 수도 있어 지금도 사복을 입은 정보요원들이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을 감시한다. 그래서인지 기자가 학생들에게 다가가자 인터뷰를 피하는 눈치였다. ‘감시망의 사각지대’인 카페 안에서 만난 학생들의 발언은 대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테헤란대 공대에 다닌다는 한 학생(20)은 “정부가 핵개발을 포기한 것은 2009년 ‘녹색혁명’ 시위에서 보여줬던 시민들의 힘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최근 이란에서는 8년에 한 번씩 정권이 바뀌고 있다”며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후계자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사망하면 개혁파와 보수파 간 갈등으로 이라크나 시리아 같은 혼란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인문학 전공의 한 대학생(21)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망 이후 이란의 기득권층은 하메네이를 내세웠고, 하메네이가 죽은 뒤 또 다른 사람을 내세울 것”이라며 “북한 권력층이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혁명수비대, 바시지 민병대와 같은 정권 수호 조직에 많은 이권을 넘겼다”며 “이란에 ‘마피아’가 없는 이유는 정부가 가장 큰 마피아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렸지만 테헤란 시내 곳곳에는 ‘Down with USA(미국을 타도하자)’라는 섬뜩한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반미 벽화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30세 미만의 젊은 세대의 생각은 경제·사회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집에서 만든 ‘수제(手製) 맥주’를 마시고, 테크노 음악을 들으면서 비밀리에 파티를 즐긴다. 한 학생은 “요즘 이란 젊은이들은 1960, 70년대 미국처럼 젊은 세대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통제된 사회 덕분에 테러 걱정이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였다. 이란에서는 경찰 외에 이슬람 정권 친위부대인 ‘혁명수비대’(12만 명)와 ‘바시지 민병대’(150만 명) 등 다양한 종류의 비밀 요원들이 곳곳에서 사복을 입고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중동 국가로서는 드물게 이란에서 대형 자살폭탄 테러나 총기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다. 히잡을 쓴 여성들이 오전 1, 2시까지 시내를 돌아다닌다.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발을 못 붙이는 유일한 국가가 이란이다. 정권 유지와 테러 방지 등 다목적 성격을 띤 ‘완벽한’ 치안은 서방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으로 몰려드는 외국 기업인이나 관광객들에겐 매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사회’엔 명암(明暗)이 있다. 젊은이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막을 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하는 것을 방해한다. 외국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비자’를 받으려면 한 달 넘게 걸린다. 이란은 요즘 외국 기업인은 비자 없이 와도 공항에서 30일짜리 ‘방문비자’를 신속하게 내준다. 하지만 외신기자에겐 2시간 넘게 꼬치꼬치 캐묻기 일쑤다. 방문비자를 내줄 때도 “절대 취재나 보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최근 취재비자를 받고 이란에 입국한 한 언론사 기자는 주민 인터뷰를 위해 골목길에 캠코더 삼각대를 펼쳤다가 잠복근무 중이던 혁명수비대 요원에게 체포돼 3시간 동안 취조를 받은 끝에 반성문을 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기자도 테헤란 거리를 다닐 때 휴대전화 카메라만 이용해 표 나지 않게 촬영해야 했다.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K팝 즐겨 듣고 드라마 ‘응팔’도 다 봤어요”

    21일 밤(현지 시간)에 찾아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한국 식당에선 이란의 한류 팬들이 모여 케이팝(K-pop) 그룹 ‘빅뱅’ 멤버의 생일 파티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고, 스마트폰으로 재생되는 ‘빅뱅’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함께 찍은 사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중학교 3학년생인 데니즈 양(15)은 “빅뱅, 엑소 같은 케이팝 가수가 너무 좋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정일치(神政一致) 국가 이란에서 만난 현지 젊은이들은 의외로 한국 문화에 익숙한 듯했다. 중국 동남아 등으로 퍼져나간 한류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 이란 땅에도 상륙한 것이다. 서방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테헤란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도 200명이 넘었다. 이란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졸업한 베즈버이 샤거에크 씨(25)는 지난해 세종학당에서 개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는 “아버지가 다니던 자동차회사가 한국의 자동차부품 회사와 협력해서 어릴 적부터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두 달간 인턴 생활을 한 뒤 요즘은 이란에서 네이버 SNS ‘라인’의 현지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이란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은 특히 한국 드라마의 힘이 컸다. 송일국 주연의 ‘주몽’과 이영애가 나온 ‘대장금’은 시청률이 85∼90%가 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해신’ ‘바람의 나라’ ‘상도’ ‘이산’ ‘해를 품은 달’ 등의 한국 사극들이 이란 TV를 통해 소개됐고, 현재는 공효진 이선균 주연의 ‘파스타’가 방영 중이다. 한국의 사극 드라마는 신체 노출이 적은 데다 페르시아 왕조 역사를 갖고 있는 이란인들에게 정서적으로 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이란의 국영 IRIB TV에서 방영될 수 있었다. 샤거에크 씨는 “유럽의 드라마를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한국 사극을 보면서 두 나라가 비슷한 정서적 공감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이란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방영 중인 최신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본다. 고교 1학년 예가나 양(15)은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시원이 출연했던 ‘그녀는 예뻤다’와 ‘응답하라 1988’을 재밌게 봤다”며 “웹사이트에 실시간으로 누군가가 페르시아어 자막까지 친절하게 붙여서 올려준다”고 말했다. 이란 국립 테헤란대에는 중국어와 일본어 학과는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어 학과가 없다. 그러나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한국어 강좌에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몰려든다. 한류 팬부터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까지 매 학기 수백 명이 수강신청을 하고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의 오성호 문화홍보관은 “테헤란대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면 이란과의 교역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이끈 한류 문화 외에 ‘가전(家電) 한류’도 거센 편이다. 어느새 한국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어 독보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과 높은 품질에 더해 현지 주민들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점이 맞아떨어졌다. 동부대우전자는 자신의 물건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중동인의 특성에 착안해 1998년 자물쇠 냉장고를 선보여 150만 대 넘게 팔았다. 2014년에는 얇고 부드러운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이 망가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세탁해 주는 ‘이슬라믹 린스’ 기능을 추가한 히잡 세탁기를 내놨다. LG전자는 지난해 이란인들이 전통 요리인 ‘채소 스튜’ ‘닭고기 찜’ 등을 자동 메뉴로 조리할 수 있는 ‘페르시아 솔라돔’ 오븐레인지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또 2013년에 나온 에어컨 ‘타이탄 빅2’는 섭씨 60도 이상의 혹서에도 견딜 수 있는 ‘열대 컴프레서(공기압축기)’를 장착해 호평을 받았다. 김승호 주이란 한국대사는 “이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이란의 문화적 배경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페르시아 문명의 자존심이 강한 이란인들은 오랜 전통과 현대적 테크놀로지가 합쳐진 한국 문화와의 교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