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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18일 오후 8시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49개국 570명의 참가 선수들은 열흘간의 무대를 신체의 한계와 역경을 뛰어넘는 뜨거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빙판 위 전사가 되어서 모든 힘을 쏟아붓고 후회 없이 뛸게. 꼭 이겨서 메달을 걸어 줄 거야.”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지훈(29)은 17일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아내 황선혜 씨(31)에게 각오를 전했다. 둘은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도 미루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이지훈은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황 씨를 위한 ‘메달 세리머니’를 꿈꾼다. 이지훈은 장갑차 조종수로 군 복무 중이던 2010년 11월 제대를 두 달 앞두고 장갑차에 깔렸다. 사경을 헤매던 그는 두 다리를 잘랐다. 장애인이 된 그는 처음에는 “내가 왜 살아났을까”라며 좌절하다 3개월 방황 끝에 다시 일어섰다. “어차피 살 거라면 지금부터라도 즐겁게 살자는 마음이었죠. 일부러 웃고 더 좋은 생각만 떠올렸습니다.” 이지훈 특유의 ‘웃는 상(얼굴)’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의 아내 황 씨가 반한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표정이다. 이지훈은 2014년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며 운동선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상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여름스포츠로 조정도 배웠다. 조정은 아내와의 인연을 맺어줬다. 이지훈이 조정 훈련을 위해 일주일간 합숙을 했던 2016년 10월. 황 씨는 당시 조정 코치로 이지훈을 포함해 장애인 선수들을 지도했다. 이지훈은 황 씨의 밝은 성격에, 황 씨는 이지훈의 당당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교제를 시작했다. 황 씨에게는 이지훈의 따뜻하고 강인한 마음만 보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엔 그의 장애만 보였던 모양이다. 황 씨에게 온갖 걱정이 쏟아졌다. 황 씨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딸이 고생할까 봐 둘의 만남을 완강히 반대했다. “밥 한 번만 같이 먹어보자”는 황 씨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이지훈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장인어른은 ‘나중에 선혜가 힘들지 않겠나’라고 물었죠. 저는 ‘자신 있습니다. 그때는 그때고 선혜 제가 잘 보살필 수 있습니다’라고 당차게 답했습니다.” 이지훈은 그 자리에서 “예쁘게 만나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나 장인 장모는 이지훈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장애인이란 편견이 가시자 이지훈의 진가가 보였다. 장인 장모는 사위 이지훈의 경기장을 찾아 “가문의 영광이다”고 주변에 자랑한다. 황 씨에겐 “천사 같은 아들이 생겼다”며 고마워한다. 황 씨는 “패럴림픽을 통해 남편이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뛸 수 있고, 또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지훈은 그런 황 씨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신혼인데 집보다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나 때문에 외롭고 힘들었지? 지금까지 잘 참고 이겨내 줘서 고마워. 이제 한 경기 동메달 결정전이 남았어. 자기한테 약속한 대로 꼭 이겨서 메달 걸어줄게.” 한편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예선 1위)도 17일 오전 9시 35분 강릉 컬링센터에서 캐나다(예선 2위)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노르웨이와 중국이 결승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16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노르웨이(예선 4위)와의 준결승에서 연장 끝에 6-8로 졌다.김재형 monami@donga.com / 강릉=정윤철 기자}
관중석에서 “앵그리 버드 파이팅!”이라는 응원이 나왔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차재관(46)이 투구를 위해 양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굴릴 때였다. 투구 지점으로 향하는 그의 무뚝뚝한 표정과 짙은 눈썹이 게임 캐릭터 ‘앵그리 버드’와 닮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차재관은 환호가 쏟아져도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경기 중에는 게임 내용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차재관도 1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영국과의 평창 패럴림픽 예선 10차전이 끝난 뒤에는 활짝 웃었다. 한국은 영국을 5-4로 꺾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승부처였던 8엔드에 대표팀 서드 정승원(60)이 6번 투구에서 상대 스톤보다 하우스 중앙에 가까운 멋진 샷을 구사해 역전승을 거뒀다. 차재관은 7, 8번 투구에서 상대 스톤의 경로를 막는 가드에 성공해 승리를 지켜냈다. 차재관은 “정승원의 멋진 샷 덕분에 모처럼 부담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며 웃었다. 한국은 중국과의 예선 11차전에서도 7-6으로 승리해 1위(9승 2패)로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16일 오후 3시 35분 노르웨이(4위)와 맞붙는다. 차재관은 “예선에서는 노르웨이에 일격(2-9 한국 패)을 당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자신감을 살리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재관의 포지션은 통상 3, 4번 투구를 하는 세컨드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높은 샷 정확도를 보여 온 그에게 최종 투구(7, 8번)를 맡겼다. 3, 4번 투구는 스킵(주장) 서순석(47)이 맡고 있다. 한국(세계 7위)이 예선에서 세계 4위 캐나다 등 강호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고비마다 나온 차재관의 더블테이크 아웃(투구 한 번에 상대 스톤 2개를 하우스 밖으로 쳐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재관은 최종 투구에 대한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으로 평창 올림픽 선수촌의 물리치료실을 찾기도 했다. 차재관은 “승부를 결정지으려면 나 스스로를 믿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부담을 극복하는 비결은 든든한 버팀목인 아내와 자녀를 떠올리는 것이다. 차재관은 “큰아이가 11세, 작은애 둘은 쌍둥이로 8세다. 내가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집에 가져갈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들을 떠올리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큰아들 민규와 이름이 같은 선수가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차민규)을 땄다. 그러니 민규 아빠인 나는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며 동영상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 차재관은 2002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송두리째 무너진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재활병원에서 아내 오규재 씨(43)를 만났다. 오 씨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고 재활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함께 힘든 재활을 견뎌낸 둘은 결혼한 이후 복지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접했다. 차재관은 2006년 휠체어컬링을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이 휠체어컬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오 씨는 “아이는 내가 키우고 남편은 컬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대회를 마치고 올 때마다 남편이 좋아하는 지리산 표고버섯으로 요리를 해준다”고 말했다. 차재관은 “가족들이 직접 내 모습을 보지 않으면 답답하다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컬링센터를 찾아온다. 장애를 갖게 된 후 제2의 인생을 함께해 온 가족에게 꼭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죽을힘을 다해 (스톤을)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어요!”(정승원) 15일 한국 휠체어컬링의 평창 패럴림픽 4강 진출이 확정된 영국전에서 ‘위닝샷’을 던진 선수는 맏형인 서드 정승원(60)이다. 그는 양 팀이 4-4로 맞선 최종 8엔드에 양 팀 스톤을 통틀어 하우스 중앙에 가장 가까운 1번 스톤을 만들어 냈다. 정승원은 중압감을 이겨낸 비결로 ‘심리 카드’를 꼽았다. 장창용 멘털 코치가 만든 카드에는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글귀가 담겨 있다. 정승원의 카드 앞면에는 ‘D.W. S. N’ ‘L W 3 3 & 쭈우욱∼’이라고 적혀 있다. 정승원은 “D는 엎드려라(Down), W는 힘 조절을 해라(Weight), S와 N은 투구 거리가 짧으면(Short) 안 된다(Not)는 뜻이다. 자세를 낮춰 투구의 안정성을 높이고 힘 조절을 잘해서 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가도록 스톤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문구는 ‘스킵의 지시대로 라인(Line)을 맞추고, 힘 조절을 해라(Weight). 그리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3까지 센 뒤 스톤을 던지면서도 3까지 세면서 천천히 하라’는 의미다. 내가 성격이 급해 꼭 숫자를 센 뒤 스톤을 던져야 한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경기 전과 4엔드 종료 후 휴식 시간에 심리 카드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1, 2번 투구를 하는 리드 방민자(56)의 카드 뒷면에는 투구가 남은 동료들을 위한 행동 방식이 담겨 있다. 방민자는 “내 카드에는 ‘동료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달하자’는 말이 적혀 있다”고 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2분 13초.’ 주전 골리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출전 시간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동료들 뒤에서 단단히 골문을 지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였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 3위)의 골리 유만균(44)은 13일 미국(세계 2위)과의 평창 패럴림픽 예선 B조 최종전(0-8 한국 패)에서 1피리어드에 교체됐다. 대표팀이 개인기가 좋은 미국에 ‘소나기 슈팅’을 허용하며 4골을 내준 뒤였다. 일본과의 1차전(세이브율 85.71%), 체코와의 2차전(세이브율 80%)에서 맹활약했던 그이지만 이날은 수비진의 붕괴 등으로 인해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만균은 미국전 패배가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리라 믿었다. 유만균은 “감독님이 제가 받을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교체해주셨다. 하지만 정신력은 흔들림이 없다”면서 “지금도 더 많은 골을 막아줘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처럼 장애인아이스하키도 골리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스틱 1개를 사용해 슈팅을 하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아이스하키는 두 개의 스틱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각도에서 퍽이 날아온다. 유만균은 경기에 앞서 팀 동료가 골문 구석구석으로 날리는 다양한 퍽을 막는 훈련을 하면서 수비 감각을 끌어올린다. 대표팀은 15일 낮 12시 강릉 하키센터에서 캐나다(세계 1위)와 준결승을 치른다. 조직력이 뛰어난 캐나다는 다양한 루트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한다. 유만균이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승리하면 패럴림픽 사상 최초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유만균은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유만균은 고교 시절에 야구부 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접었다. 유만균은 “당시에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다. 지금도 야구 경기 중계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32세에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면서 다시 희망을 얻었다. 2014 소치 패럴림픽 때는 당시 세계 3위였던 러시아를 상대로 21개의 슈팅 가운데 19개를 막는 등 맹활약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평창 패럴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경기를 마칠 때마다 그의 상반신은 멍투성이가 된다. 유만균은 “50개 정도의 슈팅을 막을 때도 있다. 그러면 다음 날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멍이 든다. 또 퍽을 막기 위해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다가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아이스하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메달 획득이라는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유만균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한 아이스하키를 통해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우리 팀은 세계적 아이스하키 강국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꼭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혹시 경기 중에 실패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지는 않았나요? 이제부터는 성공에 대한 이미지만 생각하세요. 그리고 꼭 푹 주무셔야 합니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12일 밤 멘털 코치인 장창용 인천대 스포츠과학연구소 교수에게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4연승 행진을 달리다가 독일에 첫 패배(3-4 한국 패)를 당한 직후였다. 장 교수는 대표팀이 결성된 지난해 6월부터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메시지를 받은 선수들은 패배의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은 “오늘 경기는 빨리 잊자. 내일도 경기가 있다”며 서로를 독려했다. 투구 실수가 있었던 세컨드 차재관(46)은 가족들이 보낸 ‘아빠 힘내세요’ 영상 응원 메시지를 보며 기운을 얻었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휠체어컬링 대표팀 ‘오성(五姓) 어벤저스’(성이 모두 다른 다섯 명의 선수로 구성된 드림팀이라는 뜻)에 연패는 없었다. 세계 7위 대표팀은 1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핀란드(세계 9위), 스위스(세계 11위)와의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6, 7차전에서 각각 11-3, 6-5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6승 1패로 중국과 공동 선두에 오르면서 4강 진출 전망을 밝혔다. 대표팀은 예선 11경기에서 8승 또는 9승 정도를 거두면 4강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43)은 “매일 상대 팀의 전력과 현재 컨디션 두 가지 요소에 맞춘 분석 자료를 토대로 공략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킵(주장) 서순석(47)은 세계컬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에 진 뒤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패배는 금메달을 위한 값진 보약이며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전 승리가 전환점이 됐다. 백 감독과 상대를 초반부터 밀어붙여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작전을 세웠다. 경기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하면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캐나다와의 준결승에서는 반드시 선제골을 터뜨리고 싶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에이스 정승환(32)은 미국전을 마친 뒤 이를 악물었다. 2004년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후 자신의 가장 큰 꿈이 세계 최강 캐나다를 꺾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세계 3위)이 평창 겨울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4강전에서 캐나다(세계 1위)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각오는 더 단단해졌다. 대표팀은 13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미국(세계 2위)과의 예선 B조 최종전에서 0-8로 졌다. 승점 5에 머문 한국은 미국(승점 9)에 이어 B조 2위가 돼 15일 낮 12시 A조 1위 캐나다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한국은 2015년부터 캐나다와 10번 싸워 모두 졌다. 대표팀은 이날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내세웠지만 초반부터 상대의 개인기를 앞세운 전술에 수비진이 무너졌다. 정승환은 4강전에 대해 “강팀을 이기려면 반드시 먼저 득점을 해야 한다. 좀 더 공세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후 캐나다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다”면서 “캐나다의 특성을 잘 아는 만큼 조직력을 살려 이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강팀을 만나면 우리는 더 강해집니다. 패럴림픽은 일반 대회와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자신감 있게 경기하겠습니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유만균(44)은 강호 미국과의 경기를 앞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예선 B조에서 2연승을 기록한 대표팀(세계 3위)은 13일 낮 12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세계 2위 미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조 1위가 결정된다. 12일 미국은 체코를 10-0으로 완파하고 조 선두(승점 6)에 올랐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한국(승점 5)은 조 2위로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3위 체코가 승점 1에 머무르면서 한국은 미국전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패럴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 B조 1위는 A조 2위와, B조 2위는 A조 1위와 4강전을 치른다. A조에서는 세계 1위 캐나다가 선두이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을 꺾고 A조 2위와 맞붙어야 메달 획득의 목표에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과 8번 맞붙어 모두 졌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연승의 상승세와 안방 이점을 살려 미국을 꺾어 보겠다는 각오다.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대표팀 간판 공격수 정승환(32)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미국을 꺾고 조 1위로 4강에 가겠다. 준비한 전략이 많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993년 어느 날 아침. 전기회사를 다니던 22세 청년 서순석(47)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신호 대기 중이던 그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뒤에서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차량은 뺑소니를 쳤다.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은 서순석을 택시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앰뷸런스가 아닌 택시에 불안정하게 앉혀진 서순석은 척수가 심하게 눌렸고, 더는 두 발로 걷지 못하게 됐다. 중학교 시절 야구 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그였다. 퇴원 후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웹마스터 자격증을 따며 취업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우울증에 빠진 그는 동생 서현주 씨(46)에게 말했다. “나는 아직 젊어. 그런데 장애인이 된 나를 더는 세상이 받아주지 않아.” 서순석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협동을 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바람은 2009년 11월 휠체어컬링을 접하면서 이뤄졌다. 모두가 똘똘 뭉쳐 작전을 짜내는 컬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사라졌던 자신감과 열정도 살아났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매일 운동장을 5km씩 달린 끝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소통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순석은 이런 경험을 살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스킵(주장) 서순석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4차전에서 캐나다를 7-5로 꺾었다. 캐나다는 패럴림픽 4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강팀이다. 대표팀은 5차전에서는 독일에 3-4로 아쉽게 패해 영국, 독일 등과 공동 2위(4승 1패)를 기록했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은 “전체적으로 혼전 양상이다. (예선 11경기에서) 8승 정도를 하면 4강에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국 여자 컬링을 떠올리게 하는 한국 휠체어컬링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서순석은 작전 회의 시간(팀당 38분)을 충분히 활용해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작전을 수립한다. 스킵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다른 팀들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서순석은 “대표팀이 구성된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아 서로 싸운 적도 있다. 하지만 포지션과 나이에 따른 대화법 교육까지 받아가며 팀을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컬링은 통상 스킵이 마지막 7, 8번째 투구를 하지만 서순석은 자신보다 투구 성공률이 높은 세컨드 차재관(46)에게 투구 순서를 양보했다. 그 대신 자신은 3, 4번째 투구를 한 뒤 작전 구상에 집중한다. 서순석은 “이기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재관이가 너무 잘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서순석은 8엔드 차재관의 7번째 투구를 앞두고 “이것만 성공시키자. 믿고 있는 것 알지?”라고 말했다. 차재관은 “내가 책임질게!”라고 답했다. 차재관이 굴린 스톤은 상대 스톤 2개를 하우스 밖으로 쳐냈다.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한 캐나다는 패배를 선언했다. 차재관은 “서순석이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최종 투구자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서순석은 경기 중에 좋은 샷을 해도 좀처럼 웃지 않는다.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경기 중 환하게 웃을 때가 있다. 경기장을 찾아 자신을 응원하는 아내 유영은 씨(46)와 동생 현주 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 때다. 유 씨는 청각장애 1급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고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서순석은 “아내가 ‘하던 대로만 해. 최선만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고 항상 말해 준다. 가족 덕분에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당황했다. 예상보다 가팔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까지 내렸다. “혹시 미끄러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잘라낸 한쪽 다리에 의족을 끼고 머리에는 헬멧을 썼다. 헬멧에는 삶의 버팀목인 두 딸과 아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태극마크를 단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가족들을 떠올렸다. 슬로프 위에 놓인 줄을 잡았다. 주로 두 팔과 한쪽 다리의 힘에 의지한 채. 하체가 제대로 몸을 지지하지 못하므로 사실상 두 팔에 의지해 매달리듯 올라야 했다. 느렸고 절뚝였다. 균형을 잃고 기우뚱 넘어질까 우려하는 시선들, 침 넘기는 소리마저 들릴 듯한 긴장감 속에 그의 ‘생애 최고의 등반’이 계속됐다.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본 건 가족들뿐만이 아니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발을 내딛는 그 모습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눈물을 흘렸다. 기어코 성화 점화대 앞에 도착해 그가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하게 웃는 순간 가족들은 “아빠 최고!”라고 외쳤다. 2018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최고의 감동을 안긴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한민수(48). 그는 성화를 등에 멘 채 줄을 잡고 슬로프를 올라 최종 공동 점화자인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대표팀 주장 김은정과 휠체어컬링 대표팀 주장 서순석에게 전했다. 누리꾼들은 “역경을 극복한 장애인의 용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최고의 명장면이다”며 찬사를 보냈다. 한민수는 아이스하키 헬멧을 썼다. 등에 멘 성화봉의 불꽃이 바람에 날려 머리에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헬멧에는 두 딸(소연, 소리)과 아내(민순자) 등 가족의 이름이 있었다. 한민수는 “성화를 성공적으로 옮기자 우리 딸들이 너무 좋아했다. 팀 동료의 자녀들까지 멋있다고 한다. 내가 아이들한테 인기를 좀 얻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이 가족들이다. 두 살 때 침을 잘못 맞은 뒤 관절염을 앓았다. 목발을 짚고 다녔던 그는 30세 때 무릎에 골수염이 생겨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때였고, 첫아이는 생후 4개월이었다. 한민수는 “다리를 절단한 상실감이 컸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휠체어농구와 역도 등을 하다가 2000년부터 아이스하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민수는 “관중석 가까이에서 저를 보신 분들은 아마 제 표정을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실 거다”고 말했다. 개회식 전에 줄을 잡고 슬로프를 올라가는 연습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훈련이 없을 때 리허설에 참석하긴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눈이 많이 와서 성화 봉송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슬로프 등반 방식도 개회식 하루 전에야 확정됐다. 당초 한민수는 슬로프 3분의 1 정도를 계단을 이용해 오르기로 돼 있었다. 이문태 패럴림픽 개회식 총감독은 “무릎 구부리기가 자유롭지 않은 의족을 차고 경사가 급한 계단을 오르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며 줄을 잡고 오르는 방식으로 변경한 이유를 말했다. 개회식장 슬로프 길이는 약 42m이며, 경사도는 39도다. 한민수가 성화를 운반한 거리는 약 14m다. 한민수는 “부담이 컸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성공해 다행이다. 많은 국민이 감동을 받으셨다고 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을 맡고 있는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0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예선 B조 1차전에서 4-1로 이겼다. 수비수로서 온몸을 던졌다. 그는 “내 첫 국가대표 경기가 일본전이었는데 그때는 0-13으로 졌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패럴림픽 첫 경기를 승리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전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하지 않아 자신에게 쏟아진 응원이 실감 나지 않았다는 그는 “한일전을 이겼으니 살짝 볼까 한다”며 웃었다. 한국은 11일 체코와의 2차전에서도 연장전에 터진 정승환(32)의 결승골에 힘입어 3-2로 이겼다. ‘빙판 위의 메시’ 정승환은 한쪽이 골을 넣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서든데스’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 시작 13초 만에 골을 넣는 등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2연승을 달린 한국은 4강 진출이 밝아졌다. 극적인 승리에 한민수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내 별명이 ‘울보’다. 경기가 끝난 다음에 가족들을 얼싸안고 함께 울었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한민수 선수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본 뒤 “아버지가 자랑스럽네요”라며 축하했다. 18년간 아이스하키 선수를 해온 한민수는 “올림픽이 끝나면 지도자의 길을 준비할 생각이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메달 목표를 이룬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성화 점화대 앞에 놓인 경사진 슬로프 위에 한 가닥 줄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그 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다. 등에는 타오르는 성화를 멘 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오르는 그의 왼쪽 다리는 의족이었다. 절뚝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슬로프를 끝까지 오른 그는 성화대 앞에 서 있는 최종 점화자에게 성화를 건넸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주장 한민수(48)였다. 30세 때 뒤늦게 골수염을 앓아 한쪽 다리를 잘라낸 그였다. 거친 숨을 몰아쉰 한민수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은 이의 얼굴이 조명 속에 드러나자 관중석에서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낳은 스타인 컬링 여자 대표팀 ‘팀 킴’의 주장 김은정이었기 때문이다. 김은정은 휠체어컬링 대표팀 주장 서순석과 함께 나란히 성화대 앞에 섰다. 김은정은 서순석이 탄 휠체어를 밀어 성화대 앞으로 갔고 둘은 함께 점화 지점에 불을 붙였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의 성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행’을 통해 활활 타올랐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 성화 점화는 고난을 극복한 장애인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 장애인노르딕스키 대표 최보규와 북한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이 함께 성화봉을 들고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이후 한국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1호 국가대표 서보라미, 희귀 난치병으로 온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를 가진 박은총 군과 아버지 박지훈 씨, 알파인스키 양재림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 등을 통해 전달됐다. 미끄럼틀 모양의 슬로프 계단을 절반쯤 올라간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한민수가 등에 멘 특수 백팩에 성화봉을 꽂았다. 한민수는 의족을 낀 채 성화대까지 암벽 등반을 하듯 올라갔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한민수의 모습에 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란 주제를 내세운 패럴림픽 개회식은 영상 속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가 날린 ‘불꽃 퍽’이 스타디움에 투사되면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피겨 스타 김연아, 이희범 대회조직위원장 등이 개회식을 지켜봤다. 휠체어장애인으로 구성된 18명의 휠체어합창단이 애국가를 불렀고, 시각장애 가수 이소정이 은하수의 꿈과 희망을 담아 연못에서 노래를 부르는 내용의 공연이 펼쳐졌다. 선수단은 한글 자음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고 북한이 34번째,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가장 마지막인 49번째로 입장했다. 성화가 점화된 이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소향, 장애를 극복한 댄스 듀오 클론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지며 뜨거운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인 49개국 570명이 참가한다. 18일까지 선수단을 비출 성화 아래서 관중과 선수들은 다함께 열정 속에 빠져들었다.평창=정윤철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국내외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라이브 사이트’가 겨울패럴림픽 기간에도 운영된다. 평창동계패럴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패럴림픽 개막일인 9일을 시작으로 대회가 끝나는 18일까지 평창 올림픽플라자, 강릉 올림픽파크 등에서 라이브 사이트가 개장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라이브 사이트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패럴림픽 경기 생중계를 즐기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 공연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도 무료로 입장해 경기 관람과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 올림픽파크 내 라이브 사이트에서는 패럴림픽을 기념해 김근태 작가와 5대륙 9개국에서 온 36명의 장애 아동이 참여한 ‘들꽃처럼 별들처럼’ 전시회가 개최된다. 지적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그림을 통해 평화를 향한 5대륙의 소망을 표현했다. 또한 10일에는 가수 빈지노, 제시, 비와이 등이 출연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에는 ‘라이브 파빌리온(융복합콘텐츠전시관)’이 꾸려진다. 싸이, 지드래곤 등의 과거 콘서트 장면을 토대로 한 케이팝 가수들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볼 수 있다. 또한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스키점프 등 5개 겨울스포츠 종목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다.평창=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기다렸던 뜨거운 승부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의 성화가 밝게 타오른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대회 개막 후 첫날부터 뜨거운 승부를 펼친다. 결승 진출을 노리는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0일 오후 3시 30분 강릉 하키센터에서 예선 B조 첫 경기로 일본과 ‘한일전’을 치른다. 비장애인(피리어드당 20분)과 달리 15분씩 3피리어드로 진행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예선 A, B조(각 4팀)에서 각 조 2위까지 준결승에 진출한다. 대표팀은 1월 열린 일본 국제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는 정승환(32)이다. 그는 다섯 살 때 공사장에 쌓아 놓은 파이프 더미에 깔리면서 오른 다리를 잃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의족을 차고 축구와 농구를 즐겼다. 2004년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는 의족을 벗고 슬레지(sledge·썰매)에 앉아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독종’으로 불리는 그는 입문한 지 2년도 안 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대표팀 에이스로 거듭났다. 정승환은 “‘빙판 위의 메시’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드리블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승환과 함께 주목할 공격수는 ‘탈북 선수’ 최광혁(31)이다. 북한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기차에 몰래 올라타 아이스크림을 파는 ‘꽃제비’ 생활을 했다. 열세 살 때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기차에서 떨어졌다. 왼쪽 발목을 다친 그는 왼쪽 무릎 아래 부분을 절단했다. 2001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지인의 소개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지독한 연습 끝에 한국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그동안 나를 도와준 모든 사람을 위해 이번 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둬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부터 열리는 남자 좌식 바이애슬론 7.5km에서는 신의현(38)이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지난달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 7.5k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평창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1일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에서는 양재림(29)이 3년간 호흡을 맞춘 가이드러너 고운소리(23)와 함께 메달을 노린다. 이화여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그간의 팀워크를 안방에서 뽐낼 각오다. 가이드러너가 먼저 출발하면 선수는 무선으로 전달받는 신호에 따라 슬로프를 내려간다. 두 명의 호흡이 그만큼 중요하다. 선수와 가이드러너가 함께 메달을 받는다.○ 장애 정도에 따라 기록 계산 달라진다 패럴림픽에서 속도 기록 측정은 ‘팩터 시스템’을 따른다. 장애 정도에 따라 일종의 가중치(팩터)를 주는 방식이다. 장애 등급이 다른 선수들끼리 속도를 겨룰 때 발생하는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적용된다. 적용되는 가중치는 그간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장애 등급마다 각각 다르다. 선수의 실제 기록에 이 팩터를 적용해 최종 기록과 순위를 정한다. 장애인 스키는 크게 좌식, 입식, 시각장애 스키로 나뉜다. 좌식 스키는 주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입식은 절단 장애인이 출전한다. 장애 정도에 따라 LW10(팔로 지지하지 않고 몸통 힘만으로 앉을 수 없는 상태)∼LW12(의족을 착용한, 입식·좌식 선택이 가능한 정도의 장애) 등급으로 나뉜다. 신의현은 LW12 등급이다. 팩터 시스템에 따르면 LW10.5 등급에 해당되는 선수들은 LW12 선수의 90%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골인해도 같은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시각장애 등급은 B1∼B3로 나뉜다. B1(매우 낮은 시력, 빛 인식 불가)∼B3(패럴림픽 참가 가능한 선수들 중 최소 수준의 시력 손상, 눈가리개 착용) 등급으로 분류된다. 양재림은 중간 정도인 B2 등급이다.평창=정윤철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한 것만 세 번이다. 좌절에 빠져 죽음만을 떠올리던 그때 기적처럼 찾아온 희망은 휠체어컬링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그는 하루 6시간의 맹훈련을 참아낸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죽음을 극복하게 한 컬링과 함께한 ‘제2의 인생’. 이 때문에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앞둔 그의 의지는 단단하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한없이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그래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다하는 날 여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인 휠체어컬링 대표팀 서드 정승원(60)의 얘기다. 대표팀 맏형인 그는 “큰형으로서 가장 큰 목소리로 ‘아악!’이라고 기합을 불어넣으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피눈물을 흘렸던 과거를 패럴림픽을 통해 씻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원의 ‘제1의 인생’은 불의의 사고로 막을 내렸다. 1980년대 건설사에 취직해 10년 넘게 해외 근무를 했던 그는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1994년 귀국했다. 그때 회사에서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잠깐 나와 일손을 보태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2t 무게의 자재에 깔리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정승원은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가마니로 덮어 놓은 걸 어머니가 와서 맥을 짚어보고는 살았다고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는 3년간 병원에 누워만 있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살을 거의 다 떼어냈다. 정승원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세 번이나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정승원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지인의 한마디였다. “형님 인생을 왜 포기하려고 하세요. 병원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있어요. 장애인이 국가대표도 될 수 있는 세상이에요.” 병원을 나온 그는 용기를 내 장애인스포츠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론볼(잔디에서 정해진 표적 공에 가깝게 공을 굴리는 경기)을 했다가 휠체어컬링으로 종목을 바꿨다. 정승원은 “컬링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만 있으면 장기가 밑으로 처져 오래 살지 못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고,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정승원의 컬링 경력은 14년. 하지만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원은 “패럴림픽 선발전에서는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때마다 6개월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한 덕분에 평창 패럴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정승원은 “올해 말이면 환갑이기 때문에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패럴림픽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안방에서 패럴림픽이 열린다. 우리 팀을 제외한 11개 팀은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금메달을 내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경기 전에 “아리아리”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는 ‘없는 길을 찾아가거나 길이 없을 때 길을 낸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정승원은 “내가 휠체어컬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듯이 앞길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통로에 서 있는 장애인들이 패럴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 7위 한국은 1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미국(세계 6위)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한 것만 세 번 이다. 좌절에 빠져 죽음만을 떠올리던 그때 기적처럼 찾아온 희망은 휠체어컬링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그는 하루 6시간의 맹훈련을 참아낸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죽음을 극복하게 한 컬링과 함께한 ‘제2의 인생’. 이 때문에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앞둔 그의 의지는 단단하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한없이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그래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다하는 날 여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인 휠체어컬링 대표팀 서드 정승원(60)의 얘기다. 대표팀 맏형인 그는 “큰 형으로서 가장 큰 목소리로 ‘아악!’이라고 기합을 불어넣으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피눈물을 흘렸던 과거를 패럴림픽을 통해 씻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원의 ‘제 1의 인생’은 불의의 사고로 막을 내렸다. 1980년대 건설사에 취직해 10년 넘게 해외 근무를 했던 그는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1994년 귀국했다. 그때 회사에서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잠깐 나와 일손을 보태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2톤 무게의 자재에 깔리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정승원은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가마니로 덮어 놓은걸 어머니가 와서 맥을 짚어보고는 살았다고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는 3년간 병원에 누워만 있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살을 거의 다 떼어냈다. 정승원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세 번이나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정승원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지인의 한 마디였다. “형님 인생을 왜 포기하려고 하세요. 병원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있어요. 장애인이 국가대표도 될 수 있는 세상이에요.” 병원을 나온 그는 용기를 내 장애인스포츠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론볼(잔디에서 정해진 표적공에 가깝게 공을 굴리는 경기)을 했다가 휠체어컬링으로 종목을 바꿨다. 정승원은 “컬링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만 있으면 장기가 밑으로 처져 오래 살지 못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고,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정승원의 컬링 경력은 14년. 하지만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원은 “패럴림픽 선발전에서는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때마다 6개월 정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한 덕분에 평창 패럴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정승원은 “올해 말이면 환갑이기 때문에 이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패럴림픽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안방에서 패럴림픽이 열린다. 우리 팀을 제외한 11개 팀은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금메달을 내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경기 전에 “아리아리”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는 ‘없는 길을 찾아가거나 길이 없을 때 길을 낸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정승원은 “내가 휠체어컬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듯이 앞길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통로에 서 있는 장애인들이 패럴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 7위 한국은 1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미국(세계 6위)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제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시상자로 나서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걸 전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는 ‘나를 봐라. 너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장애인에게 무관심했던 비장애인들에게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황연대 성취상’의 시상자로 나서는 황연대 대한장애인체육회 고문(80)의 말이다. 황 고문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인생철학으로 삼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속적으로 이 상에 대한 시상식이 열리도록 이끌고 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연대 성취상은 한국 소아마비 여성 중 처음으로 의사가 된 황 고문이 1988 서울 패럴림픽 때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약 200만 원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기부한 데서 유래했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황 고문은 20대부터 장애인 권익운동을 펼쳐왔다. 처음엔 ‘황연대 극복상’이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장애 극복을 넘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더 큰 성취를 이루자는 뜻을 담아 ‘황연대 성취상’으로 바뀌었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28세에 소아마비아동특수보육협회를 만들었고, 37세에 국내 최초 장애인 이용시설인 정립회관을 개관했다. 장애인 재활 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대모’로 불리는 황 고문의 이름을 딴 성취상은 패럴림픽 출전 선수 중 성적, 이념, 종교, 성별,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장애 극복과 도전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실천한 남녀 선수 각 1명에게 수여된다. 최우수선수(MVP)상 격이다. 황 고문은 패럴림픽이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시상자로 나섰다. 2018 평창 패럴림픽 시상식은 18일 오후 8시부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 공식행사 때 진행된다. 황 고문에 따르면 1988 서울 패럴림픽에서 첫 시상을 마친 이후 상이 사라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두 번째 시상이었던 1992 바르셀로나 패럴림픽 때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의 제기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황연대 개인이 아닌 장애인 권익 활동을 강조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은 이어졌다. 황 고문은 “황연대 성취상을 통해 많은 장애인이 더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며, 대외적인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북한 사람들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 패럴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면서 그 바람도 이루어졌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현역 시절 많이 유명하지는 않았던 그가 올해 특별한 지위를 얻었다. 올림픽에서 위대한 역사를 쓴 ‘갈릭 걸스’(마늘 소녀·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별명)의 코치라는 것이다.” 캐나다 언론 ‘몬트리올 가제트’는 7일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한 피터 갤런트 코치(60·캐나다)가 현역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팀 킴’의 지도자로 유명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부터 3년간 ‘팀 킴’을 지도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의 지원으로 이뤄진 대표팀과 갤런트 코치의 계약은 지난달 28일로 종료됐다. 갤런트 코치도 당분간 휴식을 원했다”고 말했다. 갤런트 코치는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대표팀 코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몬트리올 가제트를 통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컬링은 발전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갤런트 코치는 “연맹은 컬링을 잘 모르는 군인 출신 인사들이 이끌고 있다. 컬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다면 상황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들은 내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며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연맹은 지난해 8월 집행부 내분으로 인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대한체육회가 관리단체위원을 보내 운영을 맡긴다. 관리단체위원 핵심 인사가 군인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리단체위원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보다는 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는 점이 더 문제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이다. 현재 연맹 회장 자리가 비어 있다. 관리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 회장을 뽑고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 내홍을 일으킨 연맹 내부의 단합과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갤런트 코치는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서는 “나의 딸과 같았다”면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일각에서는 한국이 어쩌다 한 번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표팀은 세계 1위 캐나다의 레이철 호먼 팀과 치른 최근 3경기에서 2승을 챙겼다. 올림픽에서 맞붙은 상대들과의 최근 전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갤런트 코치는 “선수들이 ‘마늘 소녀들’이라는 별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들의 고향은 마늘로 유명하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서순석(47)이 투구한 스톤이 느린 속도로 하우스를 향해 굴러간다. “웨이트!”(스톤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뜻)라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두 번째로 투구한 스톤의 속도가 다소 빨라 보이면 대표팀 선수들은 “워∼”(스톤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는 뜻)라고 외친다. 어쩌면 허공에 외치는 소리 같다. 지시에 맞춰 스위핑을 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휠체어컬링에서는 휠체어를 탄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 선수들이 얼음을 문지르는 스위핑(비질)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 대표팀의 최고 유행어 “영미!”(주장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에게 스위핑을 지시하는 말)처럼 특정 선수의 이름을 휠체어컬링 경기에서 들을 수 없는 이유다. 지시를 이행할 선수가 없음에도 선수들은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마음껏 큰 소리를 내기 위해 목이 쉬거나 부었을 때를 대비한 약을 잔뜩 구해 놓기도 했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출전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은 “우리가 구호를 외치는 것은 다음 투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스톤이 나아가는 상황을 큰 소리로 전하면서 빙질의 상태나 스톤의 속도에 대한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 컬링 선수들은 투구 실수가 있어도 스위핑으로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스위핑이 없는 휠체어컬링에서는 한 번 투구할 때의 힘과 각도가 그만큼 더 중요하다. 세컨드 차재관(46)은 6일 “스톤 속도에 대한 구호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아이스 상태를 전달한다. 다음 투구자는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스톤을 놓을 때의 힘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선수들이 허리를 숙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투구 보조기구(딜리버리 스틱, 익스텐더 큐라고 불리는 장대)를 써 스톤을 밀어 보낸다. 서드 이동하(45)는 “휠체어컬링은 투구 한 방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스톤을 던지는 팔의 근육과 손 감각이 중요하다. 팔의 근력을 늘리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작은 공을 만지면서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과 감각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이천훈련원에서 하루 6시간씩 훈련해왔다. 선수마다 스톤을 하루 100개씩 투구하며 맹훈련했다. 차재관은 “모두가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 스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함께 기원하고, 큰 목소리로 상대 팀의 기를 죽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경기 중에 조용하다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백종철 감독(43)은 “이천훈련원 컬링장에 관중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붙여놓기도 했고, 비장애인 선수들의 실제 경기 육성과 응원 소리 등을 녹음해 훈련 때마다 틀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척수 장애인 선수들로 구성된 휠체어컬링 대표팀(세계 7위)은 금메달이 목표다.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한국 휠체어컬링은 밴쿠버 겨울올림픽 은메달보다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드 정승원(60)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이 금메달 자리를 비워 놨다. 우리가 금메달을 따서 컬링 열풍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은 12개 팀이 참가해 예선을 치른 뒤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을 ‘오성(五姓) 어벤저스’로 불러 달라고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성은 모두 김씨였다. 또한 영화 ‘어벤저스’에서 따온 ‘컬벤저스(컬링+어벤저스)’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휠체어컬링 선수 5명은 성이 모두 다르다고 해서 ‘오성 어벤저스’란다. 휠체어컬링 팀에는 여성 한 명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한국팀은 스킵 서순석, 세컨드 차재관, 서드 정승원 이동하에 리드 방민자(56)가 여성 멤버로 참가한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장애인 선수들은 노력과 열정으로 희망을 만들어 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희망이 패럴림픽의 진정한 매력입니다.”(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이 뜨거운 땀과 감동의 열정을 펼칠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패럴림픽 입장권 판매는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4일 조직위 관계자는 “당초 총 입장권의 80%(약 22만 장)를 판매 목표치로 했지만 3일에 이미 25만2000장을 판매했다. 목표치 기준으로 판매율 114.5%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이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박경신 씨(32)는 “올림픽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이겨낸 선수들의 스토리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패럴림픽에서 더 큰 역경을 이겨낸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싶기 때문에 ‘직관(직접 관람)’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패럴림픽은 18일까지 열흘간 강원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70명의 선수가 참가해 6개 종목(세부 종목 80개)에서 메달을 두고 열띤 경쟁을 펼친다. 선수 및 임원, 대회 관계자, 미디어 인력 등을 포함하면 모두 2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올림픽 때는 평창과 강릉 선수촌을 이용했지만 패럴림픽 때는 선수단이 모두 평창 선수촌을 사용한다. 패럴림픽 개회식은 9일 오후 8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개회식 슬로건은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다. 열정이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우리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이문태 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패럴림픽은 인간 존중의 무대가 돼야 한다. 햇빛과 달빛이 모두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스타디움 객석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화려한 불빛쇼, 강원도 아이들 100명 이상의 공연 등을 통해 인간 존중의 뜻을 담은 무대가 펼쳐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개회식 전날인 8일 평창 지역에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이며 개회식 당일 밤 최저 온도는 영하 4도로 예상된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는 오후 8시 기온이 영하 2.7도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옷을 입고 가면 추위에 떨 수 있다. 패딩 등 따듯한 옷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개회식장 곳곳에 난로를 비치할 계획이며 방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27)과 김정현(18)이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패럴림픽에 참가한다. 북한이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남북이 패럴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에 공동 입장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 오면 공동 입장 등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역대 최초로 열리는 안방 대회에서 금 1, 은 1, 동메달 2개 이상을 목에 걸며 종합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은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월드컵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이 종목 강자로 우뚝 섰다. 신의현은 “국가대표다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로켓맨’ 정승환(32)을 앞세운 아이스하키는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광석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강릉 하키센터를 한국의 무대로 만들겠다. 우리가 감동과 희망, 열정을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뜨거운 응원과 관심을 보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배동현 한국 선수단장은 “한국은 겨울이 짧기 때문에 선수들이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오랫동안 구슬땀을 흘려왔다”면서 “평창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가 한국 장애인 겨울스포츠 발전의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감기 걸려 마스크 쓰고 외출했는데 누가 다가오더니 ‘김영미 선수 아니에요’라고 물어 깜짝 놀랐어요. 눈썹 모양 보고 알아보셨다는 거예요. 내 눈썹이 그렇게 특이한가요.”(김영미) “부모님, 고모를 모시고 쇠고기 먹으러 갔는데 외국인 종업원이 알아보더라고요. 목욕탕 가서 안경을 벗고 있었는데도 한 분이 계속 쳐다보더니 ‘김선영 맞네’라며 엄청 반가워하셨어요.”(김선영)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오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여전히 신기한 듯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딴 ‘팀 킴’(여자 컬링 대표팀)은 2일 경북 경산 경북체고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자신들을 향한 식을 줄 모르는 컬링 열풍을 소개했다. 선수들은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듯 가는 곳마다 사인 공세를 받을 만큼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대표팀은 끈끈한 팀워크와 경기 중 독특한 용어 사용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스킵(주장)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할 때 “영미!”라며 김영미의 이름을 외친 것이 대회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은정은 “좋은 샷을 만들어야 한다는 급박한 마음에 영미의 이름을 더 간절히 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미는 “‘정말 힘든데 더 (얼음을) 닦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마늘로 유명한 의성 출신이라 대표팀 선수들은 ‘갈릭 걸스’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실제로 마늘을 많이 먹느냐는 질문에 김경애는 “우리 팀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 마늘과 같이 먹는 고기, 풀도 다 잘 먹는다”고 말했다. 갖고 싶은 별명에 대해 김선영은 “마늘 소녀보다는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컬벤져스’라는 이름이 좋다. 감독님이 아이언맨, 은정이는 호크아이, 영미가 캡틴 코리아, 나는 스파이더맨, 경애는 토르, 초희는 헐크를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대표팀은 올림픽 이후 광고, 인터뷰 섭외 등과 관련된 전화만 150통 이상 받았다. 또한 프로야구 삼성의 팬인 이들은 시구자로 초청도 받았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광고는 사회적으로 공익성을 띤 광고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시구는 정말 꿈같은 일이다. 우리가 팀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각자의 포지션을 살려 시구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인기 속에 최근 일부 시도에서 컬링 팀 창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컬링의 인기가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은정은 “컬링 대중화로 선수가 늘어나고 팀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많은 팀이 생기는 동시에 국내에서 세계적 팀들이 참가하는 투어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1년에 12개의 해외 투어 대회에 출전해 왔다. 김 감독은 “국내 투어를 통해 경쟁 상대인 많은 팀들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에 출전한다. 김선영은 “성적 부담감은 있지만 이겨내겠다. 경기에만 집중해 좋은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경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올림픽을 마친 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대표팀 선수들(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은 2일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올림픽을 치르며 느꼈던 감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선수들과의 일문일답. ―대회를 마친 소감은? 김민정 감독 “컬링에 많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으로 대회에 임했다. 완벽히 부합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선수, 지도자,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 주신 분들과 함께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 기쁘게 생각한다.” 김은정 “올림픽 기간동안 너무나 많은 응원을 받아서 이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렇게까지 응원을 많이 해주신데 대해 보답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과 감독님 모두가 함께 노력한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김영미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다. 좋은 결과로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선영 “앞으로도 우리가 조금 더 잘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드릴 테니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김경애 “저의 첫 올림픽은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김초희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이런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게 돼 영광이다.”―세계선수권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프로야구 삼성 팬이라고 들었는데 시구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시구 보여줄 생각인가?. 김민정 감독 “이번 달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직후여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것이다. 현재 경기력을 다듬어서 경기치를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4년이 남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우리가 원했던 소망했던 가장 높은 자리에 서지 못했기 때문에 도전자의 자세로 어떤 대회든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김은정 “시구는 우리끼리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꿈같은 일이다. 시구를 한다면 뜻 깊고 영광일 것 같다. 우리가 팀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시구도 각자의 포지션을 잡아서 야구를 하는 것처럼 모션을 취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영미 “시구 제안 받아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컬링처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본 선수들이 컬링처럼 (시구)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더라.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각종 프로그램 TV, 예능, 뉴스, CF 출연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 어떤 CF에 나오고 싶은지? 김민정 감독 “일단 굉장히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 본업이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예능이나 TV출연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김영미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김경두 교수에게 배워오기를 ‘우리가 받은 만큼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광고라고 말씀하시면 사회적으로 공익성을 띤 광고를 하고 싶다. 프로그램은 간단하게 우리를 알려드리고 우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여자 컬링 대표팀의 활약 발판 삼아서 각 시·도에서 팀 창단 얘기도 많이 나온다. 컬링 팀 창단과 관련해 시·도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김은정 “어떤 시·도에서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생각이 정리는 잘 안된다. 예전부터 생각했을 때 선수로서 느낀 점은 컬링이 많이 알려져서 컬링 선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수들이 갈 수 있는 팀이 늘어나서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컬링을 알리면서 그런 창단 계획이 생긴다는 것은 선수로서 한국 컬링에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가 컬링에 집중하고, 선수가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컬링이라는 것 자체가 딱딱하고 다른 느낌보다는 즐기는 스포츠인데 우리나라 안에서도 즐기면서 하는 스포츠라는 문화가 생겨나면 선수에게도 좋을 것이고 한국 컬링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대표팀의 훈련법은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가? 김민정 감독 “한국 내에서 컬링 훈련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다면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훈련하면서 올림픽 성과를 낸 것은 훈련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선수들이 가진 기술을 가지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투어 대회를 많이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컬링 팀이 다수 참여하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컬링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세계선수권에 성적에 대해 부담이 없는지? 김선영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지금까지 한 것처럼 게임에만 집중해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국내 실력 있는 팀들이 많을 텐데. 앞으로 국내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김경애 “모든 시도가 열심히 하고 있다. 부담은 되지만 저희가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은정은 김영미와 언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김은정 “워낙 오래 같이 있어서…. 장난칠 때는 죽이 척척 맞는다. 어렸을 때보다는 나이가 들면서는 서로 진지한 얘기도 많이 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혼자 판단하고 각자 판단하는 게 있었다면 요즘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 내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영미가 항상 맞다고 얘기해준다. 게임 중에도 승부에 집중하면 나도 모르게 억양이 세게 나갈 때가 있다. 이때 영미 눈빛을 보면서 내 감정을 콘트롤 한다.” ―김영미는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었나? 김영미 “팀 내에서 감독님께서 항상 부탁하신 게 있다. 제가 언니고, 친구고 이렇다보니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부탁을 많이 하셨다.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중화시키는 그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일각에서는 제 중심으로 팀이 짜여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올림픽 전에는 영미 동생, 영미 친구로 구성됐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컬링에 매력에 빠지게 했는데 선수들이 말하는 컬링의 매력은 무엇인지? 김민정 감독 “올림픽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에 컬링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선수 4명이 누구 하나도 실수를 하면 좋은 샷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컬링이다. 김은정이 머리라고 한다면 스위핑하는 선수가 팔, 다리 역할을 한다. 대회 중에 주고받는 대화와 눈빛들…. 여러 가지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 컬링의 매력이다. 또 컬링은 훈수두기에 굉장히 좋은 스포츠다. 컬링에 정답은 없다.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학연·지연·혈연의 끝판왕’으로 불리는데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서 안 좋았던 점은? 김영미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좋고. 또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김은정 “학연, 지연, 혈연이 다른 일에서는 나쁜 예가 많은데. 우리에게는 좋은 예라고들 한다. 우리는 학교를 같이 나왔다고 해서 같이 다니거나, 영미와 경애가 자매라고 둘이만 뭉친다거나 이러지 않고 서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한다. 이런 과정으로 여러 문제를 잘 헤쳐 나가다보니 세월이 흘러서 이런 좋은 말을 듣는 것 같다.”―의성하면 마늘인데 실제로 마늘을 좋아하는지? 김경애 “우리 팀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은 다 잘 먹는다. 마늘과 같이 먹는 고기, 풀 다 잘 먹는다.”―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다시 일어선 계기는? 김은정 “소치 올림픽 선발전 이후 잠깐 힘들었다. 컬링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결국에는 컬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약한 부분과 팀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약점을 알았다면 이제는 늦추지 말고 고쳐 나가야 4년 후 평창 올림픽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소치 올림픽 선발전 이후 우리 팀에서 많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했다. 덕분에 세계 정상급 남자 팀과의 교류도 있었고 이런 부분이 쌓여서 평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팀원들, 감독님도 힘든 순간이었지만 우리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똘똘 뭉칠 수 있었다.”―김은정이 “영미”라고 외치는 것이 호통인가, 격려인가? 김은정 “좋은 샷을 만들고 싶다는 급박한 마음에서 비롯된 신호다. 그냥 ‘영미~’라고 하면 준비하라는 뜻이다. ‘영미’를 많이 외치면 좀 더 힘을 내서 스위핑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힘내서 잘해달라는 뜻이다.”―영미가 너무 떠서 김영미가 부담을 가지지 않는지? 김영미 “매일 훈련할 때마다 저와 선영이 이름이 많이 불려서…. 그냥 경기 때 ‘정말 힘든데 더 닦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반짝 인기’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 컬링의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김민정 감독 “요구 사항은 필요에 의해서 추후에 요청을 드려야 할 부분은 요청 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컬링이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프로그램은 선수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대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혼자 독주하기보다는 경쟁할 수 있는 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래야 우리도 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높아진 인기를 언제 가장 실감하는지? 김선영 “제일 처음 인기 실감한 것은 선수촌 안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를 켠 뒤에 깜짝 놀랐다.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쏟아졌다. 첫 날에는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SNS를 통해 친구 추가 요청이 계속 오고. 기사도 온라인에 떠 있고. 하루하루 지날 수록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김은정 ‘안경 선배’라는 별명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김은정 “안경은 컬링을 할 때는 더 선명하게 보려고 쓰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쓰지 않는다. 무겁기도 하고…. 이런 자리(기자 회견)에 쓰지 않다보니 ‘왜 안경을 벗었느냐’고 물으시는데. 평소에는 제가 안경을 안쓴다. ‘안경 선배’라는 별명은 처음에는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라는 것은 잘 몰랐고. 제가 팀에서 주장 역할을 하고 있고 표정도 딱딱하고 그러다보니 선배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했다.”―동네 마트에 가거나 하면 많이 알아보시고 사인 요청도 오는지? 김초희 “제가 후보 역할이라 사람들이 몰라보실 줄 알았는데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많이 알아봐 주셨다.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도 많이 왔다.” 김경애 “운동할 때랑 밖에 나올 때 얼굴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화장을 더 열심히 하고 다니는데도 알아보시고 사진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음식을 사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인기를 실감했다.” 김선영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 고모를 모시고 소고기를 사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외국인인데도 알아보셨다. 목욕탕을 갔는데 안경 벗고 있으니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다. 머리를 말리는데 한 분이 옆에서 계속 쳐다보시다가 밑에 내려 놓은 안경을 보고 ”김선영 맞네“하며 엄청 반가워하셨다.” 김영미 “아직 감기에 걸려서 마스크를 끼고 밖을 나갔다. 마스크를 끼면 나를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어떤 분이 옆에 오셔서 컬링 선수 아니냐고 하셔서 ‘어떻게 아셨느냐’고 물었더니 ‘눈썹 모양 보고 알았다’고 하시더라. 내 눈썹 모양이 그렇게 특이했나라고 생각했다.” 김은정 “친구와 양초 파는 곳을 갔는데 종업원 한명이라 알아보셨다. 유명하신 분 아니냐고 하셨다. 그 뒤로는 집에만 있었다.”―팀이 가지고 싶은 별명은?김선영 “마늘소녀 보다는 ‘컬벤져스’라는 이름이 좋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어벤져스도 각각의 사람이 팀을 만들어서 위기를 이겨냈듯이 우리도 모두가 모여서 경기를 이긴다. 감독님은 아이언맨이다. 은정이는 호크아이, 영미가 캡틴 코리아, 저는 스파이더맨이다. 경애는 토르, 초희는 헐크로 하기로 했다. 우리끼리 장난으로 지었다.”―영미 이름을 대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김영미 “친구들이 연락 와서 ‘네 이름 있으면 술, 음료수 공짜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직 밖을 못나가서 공짜로 음식을 먹은 적은 없다.”경산=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