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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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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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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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인의 장인과 함께, 4년만에 돌아온 마당놀이 ‘심청’

    1981년 시작돼 30년간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당놀이’가 4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다음 달 1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33일간 15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가 그 주인공. 기존 야외 천막극장에서 이뤄지던 마당놀이를 서양식 극장으로 옮겨와 ‘극장식 마당놀이’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33년 전 국내 첫 마당놀이 ‘허생전’의 주요 제작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진책 극단미추 대표(67), 안무가 국수호 씨(66), 작곡가 박범훈 씨(66),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64) 등이다. 연출을 맡은 손 대표는 “마당놀이를 젊은 세대가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2010년 마당놀이 30주년 공연을 끝으로 마당놀이 연출을 그만뒀다”며 “4년 만에 맘을 고쳐먹게 된 건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의 젊은 단원들과 함께 마당놀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심청이 온다’에는 국립무용단 등을 포함해 배우 29명, 무용수 20명, 연주자 28명 등 총 77명이 출연한다. 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을 배경으로 처용무, 살풀이, 씻김굿 등 화려한 우리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음악 감독을 맡은 박범훈 작곡가는 “손 대표가 현대적인 감각의 음악도 필요하다며 악기 편성을 신나게 하라고 주문해 마당놀이 최초로 베이스와 전자기타 연주도 포함시켰다”며 “28곡을 새롭게 편곡하느라 요즘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무대 사방을 관객이 둘러싸도록 해오름극장 무대를 개조할 예정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55)은 “가려져 있는 무대 양쪽과 뒤쪽에 가설 객석을 추가하고 과거 천막극장의 느낌을 살려 높이 11m 대형 천을 사방에 감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천은 용궁 장면 등 주요 장면에서 스크린으로도 활용된다. 3만∼7만 원, 02-2280-4114∼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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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사유의 장미’ 밑줄치며 읽었더니… 비운의 왕비 빙의

    옥주현(34). 이젠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지난 9년간 뮤지컬이란 한 우물만 파며 내공을 키웠고, 어느덧 관객에게도 믿을 수 있는 배우로 통하게 됐다.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캐스팅 1순위 여배우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여배우로는 드물게 ‘원 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 관객이 많아 ‘뮤지컬은 남자 배우를 내세워야 성공한다’는 게 불문율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깨고 ‘시카고’ ‘아이다’ ‘위키드’ ‘엘리자벳’ 등 여주인공 비중이 큰 작품을 모두 흥행에 성공시켰다. 14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작품에 욕심 많기로 소문난 여배우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요즘 제 삶은 마리 앙투아네트에 오롯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웃었다. 앙투아네트는 14세에 왕비가 돼 사치스러운 삶을 살다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자 단두대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공연 전부터 그는 앙투아네트의 삶을 담은 소설 ‘베르사유의 장미’를 숱하게 읽었고 지금도 다시 읽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장면과 연결이 되는 부분은 다채로운 색깔의 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수험생처럼 책을 품고 산다.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글을 통해 얻는 상상력이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줘요.” 그는 작품이 결정되면 실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무대 분장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한다. “천천히 제 손으로 분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무대 위 캐릭터로 ‘빙의’되는 느낌을 받아요. 앙투아네트 메이크업과 포스터 콘셉트도 제 아이디어예요. 호호.” 포스터 촬영 전 그는 앙투아네트를 대표하는 색으로 흰색과 주황색을 꼽았다.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남편과 아들, 재산, 명성 모든 걸 빼앗기는 인물이죠. 화려한 색깔을 점점 잃어가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앙투아네트를 흰색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실제 프로그램 북 등에 실린 앙투아네트의 모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에 가깝다. 메이크업 포인트는 ‘주황색’ 아이섀도다. “색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슬픔을 표현하는 포인트 컬러를 두고 싶었어요.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들기엔 주황색이 제격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1일 무대에 오른 뒤 스토리와 연출에서 혹평을 받았다. 그의 반응은 어떨까. 그는 “작품이 올라가면 혹 연기에 영향을 받게 될까 봐 공연 리뷰나 후기, 댓글을 전혀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사 내용이 뭐였냐’고 되물었다. “리뷰에서 지적한 부분은 사실 제작진, 연출, 배우, 관객 등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을 거예요. 이사 가기 전, 인테리어 구상과 준비를 완벽하게 했지만 막상 지나친 부분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림이 나올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서 초연이 어렵죠.” 어쩌면 그에게 혹평은 ‘익숙한 상처’와도 같다. 걸그룹 ‘핑클’ 시절, 다른 멤버들에 비해 유독 그에겐 안티팬이 많았고,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했을 때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를 이겨낸 그의 비결은 단순했다. “세상의 편견이 강해질수록 더 혹독하게 단련하고, 실력을 키워야죠.”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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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베테랑 檢수사관이 쓴 ‘속임수 손자병법’

    A 씨는 영화 티켓을 구매하며 이벤트 행사로 받은 스크래치 복권에 덜컥 당첨됐다. 당첨 내용은 제주도 2박 3일 숙박 이용권과 48시간 렌터카 무료 이용권. 기쁜 마음에 이벤트 주관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고, 여행사 직원은 “제세공과금 9만9000원을 보내면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A 씨는 ‘웬 떡이냐’며 바로 입금을 했지만, 부푼 기대도 잠시뿐이었다. 여행사는 폐업됐고 직원들은 잠적했다. 며칠 뒤 A 씨는 뉴스를 통해 자신과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무려 2000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자는 20년간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며 숱하게 목격한 사기사건을 통해 각종 사기 수법과 사기꾼에게 속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저자는 사기 수법엔 사람들의 심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당신의 골수까지 빼먹을 속임수 심리코드로 ‘욕망’을, 당신을 철저하게 배신할 속임수 심리코드로 ‘신뢰’를, 당신의 영혼까지 추락시킬 속임수 코드로 ‘불안’을 꼽았다. 사기꾼은 별 욕심 없는 사람도 대박을 꿈꾸게 만들고(욕망), 생판 모르는 사람도 믿게끔 만들어 돈을 가로채는가 하면(신뢰), 불안한 마음을 자극해서 사람을 조종한다(불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종류별 국가 순위를 보면 한국은 사기 범죄 1위국이다. 작게는 보이스피싱부터 크게는 거액의 사기까지…. 각종 사기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답한다. “누군가 좋은 제안을 하고 부추길 때 자신의 감정부터 읽어라. 욕망이 솟는지, 불안한지…. 그것이 곧 속임수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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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스타코비치의 속살까지 보여드립니다”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71)가 세계 음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은 그가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세계 1위 악단으로 꼽았다. 그가 이끄는 또 다른 악단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은 6위에 올랐다. 얀손스는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중 두 곳 이상을 이끄는 유일한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얀손스와 BRSO가 18, 19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에서 2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얀손스의 다섯 번째 내한 무대다(6만∼32만 원, 02-599-5743). 공연을 앞둔 그와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세간의 오케스트라 순위 매기기에 대해 “내가 이끌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긴 하지만,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누가 최고인지 측정하기 어렵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는 건강 문제로 2014∼2015 시즌을 마지막으로 RCO 수석 지휘자에서 물러난다. 당분간은 BRSO의 수석지휘자 역할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프로그램은 모두 한국에서 내가 처음 연주하는 작품들로 골랐다”고 말했다. “18일 공연에서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라벨의 관현악 편곡 버전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19일 공연에선 탄생 150주년을 맞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19일 공연의 마지막 곡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다. 얀손스 팬들에게 이 곡은 ‘회심의 레퍼토리’로 불린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얀손스의 장기인 데다 특히 교향곡 5번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기 때문이다. 얀손스는 17년에 걸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을 정도로 ‘쇼스타코비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그는 “관객들이 쇼스타코비치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 이유, 그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역사적 맥락을 먼저 살펴보고 공연장을 찾기를 바란다”면서 “음악의 뒷이야기를 파악하는 것은 그 곡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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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페라 테너의 대중가요, 궁금하죠?”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부르는 대중가요는 어떤 느낌일 것 같으세요? 제게도 이번 공연은 모험 그 자체예요.” 12일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임형주(28)는 수다쟁이 아줌마처럼 26일로 예정된 파이널리 리패키지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제가 클래식과 팝만 부를 거란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사실 저는 평소에 가요 듣는 걸 너무 좋아해요. 얼마 전부턴 서태지 씨의 ‘크리스말로윈’을 무한 반복하며 듣고 있죠. 이번 콘서트에선 팝페라 가수가 부르는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 토이의 ‘바램’ 등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말 그가 국내 데뷔 15주년, 세계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파이널리 앨범’ 수록곡과 1990년대 드라마 OST 곡들로 채워진다. 앨범에는 ‘라르고’로 더 알려진 헨델의 ‘나무 그늘 아래’부터 미국 민요, 한국 가요, 그리고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이상훈 음악감독이 작곡한 창작곡까지 13곡이 수록돼 있다. 지난해 발매 하루 만에 교보문고 핫트랙스 음반 판매 종합차트에서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형주는 2003년 17세 때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최연소 단독공연 기록을 세웠고, 팝페라 장르가 생소했던 2000년대 데뷔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팝페라의 선두주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런 그가 생뚱맞게 대중가요에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어린 시절 꿈은 신승훈 조성모와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었어요. 최근 로스앤젤레스(LA) 콘서트 이후 가수 내털리 콜의 보이스 트레이너를 만나 다섯 차례 팝 발성 개인교습을 받기도 했어요.” 그의 대중가요 사랑은 다음 달 중순 발매되는 새 앨범에서 절정을 이룬다. 앨범 수록곡 모두 가요로만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그는 “팝페라 스타일의 임형주표 목소리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씽긋 웃었다. 공연은 26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6000원∼12만 원, 02-2106-2019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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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주하는 백마 위 ‘인간새’들의 향연

    순백의 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기품 있는 자세로 질주한다. 떼를 지은 말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네발로 장단을 맞춰 걷거나 기수의 지시에 맞춰 방향을 180도 트는 등 다양한 기교를 부린다. 곡예사들은 날아다니는 새처럼 공중곡예를 선보인다. ‘인간과 말의 교감’을 주제로 한 승마 곡예 서커스 ‘카발리아(Cavalia)’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11일 내한공연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카발리아는 잘 차려진 밥상 같았다. 본공연의 하이라이트만 공개됐지만 훈련된 50마리의 말과 46명의 곡예사와 기수, 배우들이 펼치는 화려한 기예는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 위에서 기수들은 베어백 라이딩(안장 없이 말 타는 기술), 로만 라이드(달리는 말 등에 두 발로 서는 기술)로 초반부 흥을 돋웠고, 줄에 매달린 여성 곡예사들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날아올랐다. 연출은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 설립자인 노만 라투렐이 맡았다. 이날 서울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는 “카발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말의 교감”이라며 “공연 중 변수가 많은 말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6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 12만 L로 호수를 만들고, 20대의 프로젝터와 60m 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이용해 숲과 동굴 사막, 화산 등 자연의 느낌이 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얼룩 타악기’ 세션에서 말이 1m 남짓한 높이의 대나무 막대를 뛰어넘으려던 순간 갑자기 멈춰 선 것. 말에 올라탔던 기수 라몬 몰리나 곤살레스가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30초 남짓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대기하고 있던 테크니션들이 투입되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카발리아는 2003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세계 52개 도시에서 400만 명이 관람했다. 12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 옆에 위치한 ‘화이트 빅탑’ 시어터. 관람료는 5만∼25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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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스타들의 유혹… 포스터만 봐도 홀리겠네

    공연계에서 포스터는 ‘여우’라는 은어로 통한다. 대중의 마음을 ‘홀려서’ 관객 유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작품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사들은 포스터에 공을 더 들이는 추세다. 뮤지컬 시장이 10년 사이 1000억 원에서 3000억 원 규모로 커지는 동안 공연 포스터도 변화를 거듭하며 공연계 트렌드를 반영해 왔다. ○ 작품 명성에서 스타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 뮤지컬 시장은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캣츠, 지킬앤하이드 등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이 이끌었다. 당시 제작사들은 경쟁하듯 포스터에 ‘브로드웨이 흥행작’ ‘세계 4대 뮤지컬’이란 카피를 내걸었고, 뮤지컬 관람 경험이 적은 대중은 이런 문구에 열광했다. 일명 ‘베스트셀러 효과’가 소구력의 원천이 된 것. 포스터에 담긴 이미지도 주로 유명 작품을 상징하는 심벌 위주였다. 2001년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에는 팬텀을 상징하는 하얀 마스크와 크리스틴을 상징하는 장미 한 송이가 배치됐다. 뮤지컬 캣츠 포스터 역시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고양이 눈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포스터의 제작 트렌드는 변했다. 과거와 달리 주연 배우들의 사진이 포스터 전면에 경쟁하듯 배치된다. JYJ 김준수, 슈퍼주니어 규현 등 아이돌 스타를 비롯해 인기 연예인들이 뮤지컬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스타 마케팅’이 포스터 제작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배우 인지도에 따라 달라지는 포스터 뮤지컬 엘리자벳, 프랑켄슈타인 등의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인회사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실장은 “스타들이 뮤지컬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포스터가 점차 영화 포스터처럼 등장 배우의 사진을 전면에 배치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며 “제작사로선 많은 돈을 들여 같은 캐릭터에 적게는 2명, 많게는 3, 4명의 스타를 캐스팅한 만큼 포스터에 스타 얼굴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아이다’ ‘시카고’ 등의 포스터를 디자인한 루트507 박민정 실장도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배우들 사이에서도 서로 자신이 잘 나온 포스터 사진을 고르기 위해 묘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며 “포스터가 완성되면 공연 제작사는 물론이고 배우 소속사 측에 최종 사용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캐스팅 여부에 따라 작품 포스터의 콘셉트가 달라진다. 뮤지컬 맘마미아, 고스트, 원스 등을 제작한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은 “유명 배우가 출연할 경우 인물 사진 위주로 디자인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차라리 작품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스타 연예인과 뮤지컬 전문 배우가 동시에 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 된 경우 제작사는 각각의 얼굴이 나오도록 두 종류의 포스터를 제작한다. ○ 자체 제작에서 전문 업체 디자인으로 포스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포스터 제작 방식도 점차 전문화되고 있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외국의 포스터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던 초창기에는 공연 기획사가 자체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는 아예 전문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포스터 제작에 나서고 있다. 박종환 CJ E&M 공연홍보팀 차장은 “포스터가 얼마나 주목도를 갖느냐에 따라 홍보 효과가 달리 나타나면서 과거와 달리 각 제작사들이 전문 디자인업체와 계약을 맺고 포스터 제작에 나서고 있다”며 “포스터 제작비의 비중은 전체 마케팅 비용의 7∼10% 정도”라고 말했다. ▼포스터 이름 순서도 인기順… “선배 우선”은 옛말▼ 스타급 배우 더블캐스팅땐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배포 공연 포스터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이름 순서는 어떻게 결정될까. 공연계는 전통적으로 선후배 서열을 중시해 선배 이름 우선이 관행이었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보다 조연인 선배 이름이 먼저 나오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연계에도 스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빌링(포스터에 들어가는 배우 이름) 순서의 기준도 180도 달라졌다. 6월 막을 내린 뮤지컬 ‘고스트’의 경우 TV 드라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배우 주원과 뮤지컬 배우 김준현 김우형이 트리플 캐스팅 됐다. 하지만 포스터에는 경력도 가장 적고 나이도 제일 어린 주원의 이름이 맨 앞에 놓였다. ‘마케팅 효과가 더 크다’는 이유였다. 빌링 순서를 놓고 배우의 자존심 싸움도 벌어진다. 특히 인지도와 스타성이 엇비슷한 배우끼리 더블 캐스팅 된 경우엔 누구 이름을 앞에 넣어야 할지를 놓고 제작사는 고민한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 슬픔’(2010년) 포스터는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당시 제작사인 CJ E&M은 주인공 베르테르 역에 배우 송창의와 박건형을 더블 캐스팅 한 뒤 이름 순서를 놓고 고심 끝에 두 배우의 이름을 각각 먼저 담은 두 가지 버전의 포스터를 제작, 배포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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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단신]서울시립교향악단, 현악사중주단 ‘가이아 콰르텟’ 外

    ■ 서울시립교향악단, 현악사중주단 ‘가이아 콰르텟’서울시립교향악단 소속 연주자(바이올린 정지혜 최해성, 비올라 김성은, 첼로 박은주)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 ‘가이아 콰르텟’이 19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공연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정지혜 대신 서울시향 제1바이올린 제1수석 한지연이 참여해 스메타나의 현악 사중주 1번 ‘나의 생애에서’ 멘델스존의 현악 사중주 2번 Op.13 등을 연주한다. 2만∼3만 원. 02-717-7012■ 피아니스트 안미현 성신여대 교수, ‘한국-카자흐스탄 예술의 밤’ 친선 음악회피아니스트 안미현 성신여대 교수가 13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카자흐스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국-카자흐스탄 예술의 밤’ 친선 음악회에 초청돼 차이콥스키,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한다. 안 교수는 15일에도 아스타나 오페라극장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할 예정이다.■ 호세 카레라스, 4년 만에 내한 공연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가 22∼23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에서 4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하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 지휘자 다비드 히메네스 카레라스와 호흡을 맞춘다. 5만5000∼44만 원. 02-2038-8727}

    •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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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개량 민속악기는 어떤 소리를 낼까

    “전통 국악기는 도레미솔라 5개 음만 내기 때문에 서양악기와 협연하면 잘 어울리지 않아요. 반면 북한 민속악기는 개량해 다른 악기들과 협주가 잘되는 특징이 있죠.” 2006년 탈북한 북한평양무용대학 출신 소해금 연주자 박성진 씨(43)의 말이다. 박 씨와 조선족 출신 북한음악 연주자 15명은 10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제1회 북한음악 연주회’를 갖는다. 중국 옌지 조선족예술단의 국가 1급 연주원인 이동식 씨가 지휘를 맡았다. 북한은 1950년대 후반부터 기존 전통 국악기를 개량해 서양음악 연주가 가능한 ‘민족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해금은 소해금 중해금 대해금, 대금은 고음저대 중음저대 저음저대로 나눴다. 가야금은 현을 12현에서 21현으로 늘렸고, 장새납은 태평소를 개량한 것인데 관대가 더 길다. 옥류금과 어은금 같은 새로운 형태의 악기도 만들었다. 공연 프로그램은 북한 음악으로 구성됐다. 목관 4중주 ‘새봄과 종다리’, 대피리 협주 ‘룡강타령’, 양금 독주 ‘아리랑’, 장새납 협주 ‘풍년든 금강마을’, 소해금 2중주 ‘능수버들’ 등이 연주된다. 박 씨는 “남한의 해금은 2개의 현으로 이뤄졌지만, 북한의 소해금은 4현으로 이뤄져 있어 소리의 폭이 더 넓다”며 “해금과 바이올린 소리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단 이후 남북의 음악이 서로 다른 발전 양상을 보여 왔는데 이번 음악회가 남북 간 문화적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제1회 북한음악 학술회의’도 열린다. 공연은 전석 무료. 02-580-307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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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출신 세계적 안무가 2人, 다음주 나란히 국내공연 화제

    《 프랑스 출신의 세계 정상급 안무가들의 작품이 잇달아 찾아온다. 13, 14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뱅자맹 밀피에 & LA 댄스 프로젝트’ 와 14∼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스노 화이트’. 안무가 뱅자맹 밀피에는 지난달 37세의 나이로 세계 3대 발레단의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이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LA 댄스 프로젝트는 그가 창단한 무용단이다. ‘스노…’는 파격적인 현대무용의 세계를 보여준 앙줄랭 프렐조카주(57)의 작품이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두 안무가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발레 통해 제2의 삶 얻었어요”▼스타 무용수서 안무가 변신 밀피에뱅자맹 밀피에(사진)는 스스로 발레를 통해 ‘삶’을 얻었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스타 무용수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블랙 스완’의 안무를 맡은 것은 그의 무용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안무가로서의 명성을 쌓았고, ‘블랙 스완’의 주연 배우 내털리 포트먼과 2012년 결혼하면서 ‘스타의 남편’이 됐다. e메일로 만난 그는 3일 한국 팬들에게 자신이 안무한 ‘리플렉션’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리플렉션은 최근 제가 안무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감각적이고 로맨틱하죠. 특히 제가 2012년 창단한 LA 댄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쁩니다.” LA 댄스 프로젝트는 밀피에가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은퇴한 후 아내 포트먼, 아들과 함께 LA로 이주한 뒤 창단한 그의 첫 번째 무용단이다. 리플렉션은 주얼리 기업 반클리프&아펠의 의뢰로 제작됐다. 밀피에는 “이 작품은 듀엣, 트리오, 앙상블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며 “섹션마다 무용수들의 기량이 최고로 드러날 수 있도록 안무를 짰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플렉션의 무대 디자인은 기하학적이면서도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작가이자 세계적인 페미니즘 아티스트인 바버라 크루거의 타이포그래피가 세트 무대를 장식한다. 무용평론가 장광열 씨도 “밀피에의 작품은 화려한 무대 디자인과 테크닉이 뛰어난 안무가 감상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난달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은 밀피에는 발레단 일정 때문에 내한 공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잔혹한 백설공주 기대하세요”▼‘스노 화이트’ 기획 프렐조카주앙줄랭 프렐조카주(사진)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등에서 모던 발레를 기획할 때 1순위로 러브콜을 받는 안무가로 꼽힌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모던 발레 ‘스노 화이트’는 각 예술장르 장인들의 컬래버레이션 그 자체다. e메일로 만난 프렐조카주도 “무용수들이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장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무대의상을 입고, 체코 작곡가 말러 교향곡 5번 선율에 맞춰 춤을 춘다”며 “백설공주를 그림 형제의 원작에 가깝게 에로틱하면서도 잔혹하게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초연 당시 파격적인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재창조한 백설공주는 관능적이면서도 거침이 없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자신을 괴롭힌 새엄마에게 쇠로 달군 구두를 신겨 춤추게 한다. 이에 대해 프렐조카주는 “신화나 전설로 전해지는 스토리가 아닌 백설공주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며 “시작 단계에서부터 그림 형제의 버전을 따라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로 고혹적, 마법적인 분위기로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그는 또 ‘백설공주는 가장 현대적인 동화’라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놓고 세대 간 갈등을 벌여요. 왕비가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듯 요즘도 나이 든 여성들은 세월의 흔적을 화장이나 성형으로 맞서며 젊은 세대의 아름다움에 저항하죠.” 국내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얻은 말러의 곡을 사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말러 교향곡의 웅장한 진행은 로맨틱한 본질을 갖고 있다”며 “독사과를 먹고 잠들었던 백설공주가 깨어나는 결말 부분에 말러 교향곡 5번의 아다지에토 악장 선율이 흘러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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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역배우 보모’ 샤프롱을 아시나요

    “습도는 44∼55%, 온도 20∼25도.” 다음 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원스’의 스태프 경현석 씨(35)는 요즘 입에 이 말을 달고 산다.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역할은 ‘원스’의 악기 조율 및 관리 담당이다.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악기에 익숙해 스태프로 채용됐다. 지난달 31일 연습 현장에서 만난 그는 “제작사에서 그러더라고요. 제가 주연배우 윤도현 씨 못지않게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요. 하하.” 여느 뮤지컬과 달리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가 없다. 뮤지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기타와 만돌린, 벤조, 우쿨렐레, 하모니카 등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기 때문이다. 악기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데다 겨울에 작품이 개막되다 보니 악기 보관을 위해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댄핏’이라는 악기용 가습기를 이용해 습도와 온도를 맞추고 있다. 아역 배우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아역 배우 보모’라는 이색 스태프도 출현했다. 이들을 호칭하는 용어도 있다. 일명 ‘샤프롱(chaperon)’. 원래는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나갈 때 따라가 보살펴 주는 부인들을 가리키지만 아이들을 돌본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불리고 있다. 다음 달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킹키부츠’에는 7∼12세의 아역배우 5명이 출연한다. 몇 달 전까지 뮤지컬 ‘위키드’ 의상팀 막내로 활동한 유미선 씨(25)는 최근 이 작품의 샤프롱으로 채용됐다. 유 씨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아역 배우들의 스케줄뿐 아니라 식사와 연습, 일정 등 전반 사항을 관리해주는 일종의 보모”라고 말했다. 대개 본 공연 3시간 전에 아역 배우들을 만나 분장과 리허설을 돕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뒤에서 어린 배우들이 등장하는 순간 등을 알려주기도 해야 한다. 킹키부츠 제작진은 10cm 높이의 굽을 신고 등장하는 남자 배우 7명을 위한 얼음찜질 전담 스태프도 두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시카고’와 ‘아이다’는 앙상블의 군무가 많은 작품이다. 제작사들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다치는 경우가 많아지자 아예 배우 전담 물리치료사를 채용했다. 물리치료사는 일주일에 한 번 공연장에 들려 배우들의 전신 마사지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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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컴생연분… 사랑의 불꽃도 수량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프로필에 잘 나온 셀카 사진이나 자녀의 사진을 내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스북에 접속해 친구들의 글이나 광고, 뉴스 기사 링크, 특정 유저들의 모임 계정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페이스북은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며 추천 친구 리스트를 보여주곤 한다.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게 되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대중의 행동 패턴과 성향을 분석하기 위한 알고리즘(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절차)의 좋은 재료이다. 이처럼 인간은 점차 수량화되고 분류되고 있다. 이 책은 알고리즘이 연애, 성 생활, 쇼핑, 과학, 범죄, 예술 분야 등 사람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설명해 나간다. 미국 기업 페이스딜스가 개발한 안면 인식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스캔한 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과 비교해 그가 누른 ‘좋아요’를 토대로 성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시한다. 지난해 말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테스코도 전국의 매장 계산대에 비디오 화면을 설치하고 전용 알고리즘이 탑재된 내장 카메라로 고객의 나이와 성별을 확인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에선 사람의 손이 아닌 알고리즘으로 문서를 처리했고 ‘리걸 줌’이란 자동문서조합 시스템은 유언장(69달러), 회사 정관(99달러) 등을 헐값에 작성해준다. 이혼하는 부부의 전형적 패턴 18가지를 구분한 뒤 알고리즘을 매개로 이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위보스’)도 있다. 알고리즘은 심지어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예술의 세계까지 넘보고 있다. 영국의 에퍼고직스라는 회사는 3007만 개의 기준으로 영화 대본을 분석해 영화가 얼마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지 예측하고 있다. 그 기준에는 뚜렷한 성격의 악당이 있는지, 약방의 감초 격인 등장인물이 있는지 등이 들어 있다.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사가 이 회사에 영화 9편의 대본을 보낸 뒤 개봉 이후 성적과 비교한 결과 6개를 거의 정확하게 맞혔다. 예를 들어 제작비 5000만 달러를 들인 ‘러키 유’의 경우 영화사는 떼돈을 벌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본을 ‘포레스트 검프’의 에릭 로스가 썼고 감독은 ‘8마일’ ‘LA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이 맡고 여배우 드루 배리모어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퍼고직스는 700만 달러의 수입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실제 수입이 600만 달러였다. 에퍼고직스는 자신들의 분석에 따라 각본을 수정하면 히트작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만물의 공식으로 ‘알고리즘’을 꼽으며 우리에게 되묻는다. “알고리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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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멜레온 같은 클라리넷의 마력에 빠져보세요”

    2011년 22세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연소 클라리넷 수석 자리에 올라 세계 클래식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안드레아스 오텐자머(25·사진)가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2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한국 팬들을 위해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는 “슈만과 브람스의 소나타 같은 진중한 곡과 저의 어머니 나라인 헝가리 춤곡, 아르헨티나 출신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호세 가야르도와 함께 남미의 탱고 음악 등을 선보일 것”이라며 “1부와 2부 모두에 관객이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를 달라고 하자 그는 “클래식 연주 무대는 연주자와 협연자의 역할이 구분돼 있지 않으냐”면서 “반전이 있을 것이다. 더이상은 노코멘트”라며 웃었다. 그는 전형적인 음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 에른스트와 형 다니엘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결원이 생기면 안드레아스도 합류해 세 부자가 나란히 빈 필하모닉 클라리넷 라인을 메우는 모습도 연출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아버지와 헝가리계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과거 모델로 활동했을 만큼 외모가 출중하다. 그런 그가 인터뷰 내내 한국 전통차인 복분자차를 마시며 행복해했다. “지난해 처음 한국에서 공연하면서 공연장 시설과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팬들의 열정에 반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음식, 문화 등으로 번졌죠. 앞으로도 한국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어요.”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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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1호선’ 김민기, 이미륵賞 수상

    독일 원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연출한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63)가 27일 제8회 이미륵상을 수상했다. 서울 용산구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김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많이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하철 1호선 원작자 선생님으로부터 저작권료를 면제받았고, 독일 그립스 극단 단원들은 제가 만든 촌스러운 노래 ‘아침이슬’을 독일어 아카펠라 버전으로 불러줘 이미 독일 친구들로부터 큰 상을 받아버렸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이미륵상은 1920년 독일로 망명해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등의 작품으로 독일 문단에서 주목받은 작가 이미륵 박사(1899∼1950)를 기리고자 1999년 한독협회와 독한협회가 공동 제정했다. 한독협회 김영진 회장은 “김 대표는 독일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의 원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Linie 1)을 한국 정서와 상황에 맞게 각색해 양국의 문화 교류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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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율로 풀어낸 아름다운 철학

    “악기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이야기를 한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듯하죠? 철학과 문학, 인문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풀어내려고 해요. 음악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것도 가슴으로 표현해주는 힘이 있잖아요.” 23일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코심) 임헌정(61)은 다소 들떠 있었다. 올 1월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뒤 10개월 만에 선보이는 첫 기획 시리즈 ‘토킹 위드 디 오케스트라’의 첫 공연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31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유의 미소와 차분한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1999년 향후 4년간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10곡)을 연주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랬더니 클래식에 정통하다는 기자들마저 ‘흥행이 어려우니 포기하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하지만 결과는 알려진 대로 정반대였다. 부천필 공연은 국내 말러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그제야 언론이 제게 ‘말러 신드롬 주역’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며 “이번 기획시리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지휘자 임헌정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전략가다. 그는 1989년부터 올 초까지 25년간 부천필 지휘자로 활동하며 국내 교향악단 역사상 최장수 상임지휘자라는 역사를 썼다.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기획시리즈를 선보였다는 평가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2007년부터 6년간 브루크너 전곡 시리즈에 도전해 ‘연주시간이 길고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깨며 흥행을 이끌었다. 임헌정과 코심의 ‘궁합’도 현재까지 기대 이상이다. 세 차례 열린 정기연주회 흥행성적은 ‘A+’로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은 냉정했다. “티켓 판매로만 보면 기대치를 충족시켰죠. 하지만 뭔가 2% 부족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임헌정표’ 기획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시리즈의 첫 출발은 음악과 철학의 만남이다. “철학가 니체의 사상을 관현악으로 풀어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96년)와 니체에게 많은 영향을 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을 선보일 겁니다. 음악만큼 아름다운 철학은 없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어느덧 자신감이 묻어났다. 임 감독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연주자들의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곡”이라며 “대편성의 어려운 연주법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와의 교감을 중시하는 지휘자다. 말러의 삶과 음악세계를 느끼기 위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호숫가에 있는 말러의 방을 서너 번 찾았고, 브루크너의 유해가 있는 성 플로리나 성당을 찾아 영감을 얻기도 했다. 이번 무대를 수놓을 슈트라우스, 바그너와는 어떤 방식의 교감을 나눴을까. “악보를 꼼꼼히 분석하며 슈트라우스와 바그너를 만났어요. 나 또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이니까…. 이 부분에 왜 피아노를 썼을까, 여기에서 한 박자 쉬고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작곡가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런 이유구나’ 하고 깨닫게 되죠.” 전략가 임헌정의 힘이 또 한번 발휘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음악을 통해 사유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웃는 그의 미소 속에 언뜻 여유가 엿보였다. 3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02-580-13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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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인간과 괴물, 누가 더 가련한 피조물인가

    새삼 또 웬 ‘괴물’ 이야기인가 했다. 올 초 프랑켄슈타인은 할리우드 영화로도 소개됐고, 3월에는 대형 창작뮤지컬로도 제작돼 큰 성공을 거뒀다. 이번엔 연극이다. 200년 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영화와 뮤지컬, 연극이란 각기 다른 옷을 갈아입든 새삼 뭐가 다를까 싶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극이 시작되고 10분쯤 지났을까, 연극은 프랑켄슈타인의 시각이 아니라 그가 만든 피조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단순한 시선의 이동이었지만, 그간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구도였기에 신선했다. 러닝타임 내내 작품은 피조물의 심리에 집중한다. 자신을 창조한 천재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버림받은 피조물이 눈먼 노인 드라쎄를 만나 언어와 세상을 배우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피조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메스꺼운 감정보단 그런 인간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피조물의 연민이 더 물씬 느껴진다. 작품은 괴물과 인간의 이분법적 구도 속에 실상 현대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피조물은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리고 그에게 고통을 가하는 프랑켄슈타인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만한 여러 가해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관객들이 극을 보고 난 뒤 ‘함부로 인연 맺지 말라’ 한 법정 스님의 말처럼 무대의 인물들에 대한 연민을 통해 호기심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인간관계의 답을 찾길 바란다”고 밝힌 조광화 연출의 의도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피조물 역의 배우 박해수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창조되는 과정, 두 발을 딛고 일어설 때까지 겪는 숱한 실패, 인간의 행동과 언어에 익숙해지는 성장 과정을 빈틈없는 연기로 그려냈다. 11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람료 3만∼6만 원. 02-580-13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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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라이어 “베토벤 황제 협주곡, 한국 무대서 새 도전”

    세계 정상의 피아니스트 머리 페라이어(67). 그의 손끝과 피아노 건반이 만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들로 하여금 풍부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세계 평단이 그의 이름 앞에 ‘건반 위의 음유시인’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페라이어가 다음 달 한국을 찾는다. 페라이어는 자신이 14년간 상임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영국의 음악단체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함께 다음 달 10, 1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일 영국 런던에서 ASMF와의 리허설에 한창인 페라이어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아노 연주는 물론이고 ASMF의 지휘자로도 나선다. 페라이어는 “피아노를 연주한 경험이 지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목소리를 내듯 피아노도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를 연주하며 한 개 이상의 목소리를 내죠. 공통점이 많아요.”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바흐 피아노 협주곡 7번, 스트라빈스키 협주곡 덤바턴 오크스,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G장조 놀람 등을 연주하고 지휘한다. 그는 “주로 ASMF와 함께 연주하고 싶은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짰다”며 “첫날 연주할 베토벤의 황제 협주곡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황제는 큰 목관파트가 있고 오케스트라가 강렬한 소리를 내는 곡이죠.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입장에선 굉장히 어려운 곡일 수밖에 없어요. 조율할 것도 많고요. 이번 한국 공연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저도 기대됩니다.” 페라이어와 ASMF의 협연은 보기 드문 무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며 “ASMF와는 1년에 1번, 4주간 투어를 다닌다. 그렇다 보니 ASMF와는 처음으로 함께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5만∼20만 원. 1577-526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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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창 안숙선-연출가 이윤택 손잡았다, 한국식 뮤지컬 ‘공무도하’ 꽃 피우려고…

    “이봐. 안숙선 명창처럼 몸으로 소리를 질러. 핵심은 ‘똥꼬’를 찌르는 거야. 호흡을 똥꼬까지 내린 다음, 머리까지 다시 되받아 치란 말이야.”(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아이고, 이 선생. 내 소리가 똥꼬를 찌르는 소리요? 하하.”(안숙선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16일 서울 강남구 헌릉로에 있는 안 명창 자택 지하 1층 연습실에서 나온 얘기다. 명창 안숙선(65)과 연출가 이윤택(62)의 난데없는 ‘똥꼬 타령’이다. 도대체 안 명창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날 안 명창 자택에는 서울과 전북 남원, 전남 진도의 국립국악원 단원 10여 명이 다음 달 21∼30일 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공무도하’ 연습을 하기 위해 모였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선생님’ 소리를 듣는 두 사람이 작정하고 손을 잡았다. 안 명창의 개인 연습실이기도 한 이곳은 여느 전문 공연 연습장 못지않게 꾸며져 있었다. 단상이 놓인 무대와 객석도 갖춰져 있었다. ‘공무도하’는 한국식 뮤지컬이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다. 안 명창은 극중 판소리와 정가, 서도민요, 시조, 범패 등의 작창(作唱·창을 창작하는 것)을 담당했다. 극의 해설가 ‘을녀’로 무대에도 오른다. 이 감독은 “공무도하는 내 극작 연출 작업의 종합 정리편”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극은 2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남한 출신의 김 작가가 중국 옌볜의 한 북한 음식점에서 북한 여성 순나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순나가 갑자기 사라지자 김 작가는 두만강을 건너 북으로 넘어간다. 작품은 연인 이야기에 술에 취한 직장인 남성이 최근 이사한 아파트에서 동, 호수를 잊은 채 헤매다 전생과 후생을 구분 짓는 강을 건너 삼국시대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겹쳐진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됐다. 여느 음악극, 뮤지컬과 달리 호소력 짙은 판소리와 서도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소리는 때론 사람의 애를 끊었고,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안 감독이 등장인물의 테마소리를 즉석에서 뽑아내자 단원들은 스펀지처럼 이를 흡수했다. “판소리는 극의 분위기를 잡고 일상적인 대사를 할 때 사용해. 정가는 공간을 만드는 소리, 서도소리는 비현실적인 움직임이나 리듬을 만들어 낼 때 썼지. 황천 가는 죽음의 소리는 불교의 레퀴엠이라 불리는 범패를 이용했어.” 한쪽에서는 이 감독이 단원들의 국악 발성을 연극 발성으로 변화시키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판소리에 대한 날 선 주문도 이어졌다. “가슴을 펴고, 숨을 들이마시며 말하듯이 툭툭 내뱉어. 대사를 칠 땐 소리하듯 흐느끼지 마.” 작품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김 작가와 순나의 이야기는 시나리오 작가 김하기에게서 영감을 받았어. 이 친구가 1996년 영화배우 김지미 씨로부터 ‘연변일기’란 작품을 의뢰받고 답사차 중국에 갔거든. 그때 북한 식당에 들렀다 술을 잔뜩 마시고 두만강을 건넜지. 북한 회령에서 붙잡혔는데 단순 월경이라 사흘 뒤 풀려났어. 자기 집을 잊어버린 사내? 그건 기자 시절 내가 종종 겪은 일화야. 하하.” 연습 현장에서 지켜본 공무도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웠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잔잔한 웃음을 유발시켰다. 안 명창이 뽑아낸 소리에선 우리 민족 특유의 한도 느껴졌다. 임금님 수라상 못잖은 진수성찬이 기대된다. 1만∼5만 원. 02-580-33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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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원 교수 “첼리스트 양성원 내려놓고 브람스-슈만만을 살려냈죠”

    “첼리스트 양성원의 색깔을 최대한 없애고 브람스와 슈만을 살려내고자 애썼죠. 20년 후 사람들이 좋은 브람스, 슈만 연주곡을 듣고자 할 때 이 앨범을 선택하게끔 만들려고 공을 들였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47·연세대 음대 교수·사진)이 최근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녹음한 브람스-슈만 첼로협주곡 음반에선 브람스, 슈만 곡 특유의 낭만주의가 느껴진다. 데카에서 출시한 이 음반은 28일 발매 예정이다. 미리 들어보니 때로는 첼로의 활과 현이 강하게 부딪치면서 내는 ‘질긴’ 소리가 깊은 울림을 만들고, 첼로와 피아노가 주거니 받거니 서로 속삭이듯 조화로운 선율을 뽑아냈다. 17일 서울 연세대에서 만난 양성원은 “브람스와 슈만의 첼로 레퍼토리는 호화 로맨틱의 정수”라며 “30년 전 처음 연주했던 곡들을 위주로 담았다. 이제야 비로소 이 곡들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번 음반은 3장의 CD로 제작됐다. 두 장에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2번과 슈만 환상소곡집 Op.73, 다섯 개의 민요풍 소품 Op.102,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70이 담겼다. 나머지 한 장은 근래 서울과 전남 여수, 프랑스 샤토 페스티벌 등에서 연주한 양성원의 모습을 담은 DVD로 제작됐다. 그는 “인간 양성원과 첼리스트 양성원의 모습을 두루 담고 싶었다”며 “무대에 오르기 전과 후의 모습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철학과 인간적인 모습을 보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 앨범 녹음을 위해 악기를 대여했다. 평소에는 1697년산 그란치노 첼로를 사용하지만 이번 녹음 과정에선 1692년산 과르네리 첼로를 빌려 사용했다. “기존의 첼로는 콘서트용이라 굉장히 풍부한 소리를 내는 편이에요. 과르네리는 풍부한 소리를 내진 않는데 아주 내성적이고 세밀한 깊은 소리를 내죠. 전체 악곡의 유기적 설계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브람스와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곡을 작곡한 슈만의 내적 세계를 담고 싶었어요.” 양성원은 11월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음반 수록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일본 공연은 11월 16일 가나가와, 17일 오사카, 18일 도쿄. 국내 공연은 11월 21일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22일 고양 아람누리 하이든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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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에만 1200개 문화 행사… 안전요원 대부분 알바 - 자원봉사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전국 17개 시도에서 1200여 개의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크고 작은 야외 축제나 거리 공연이 쏟아져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판교 야외공연장 참사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안전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행 공연법 시행령(9조 3항)에 따르면 공연장 외 시설이나 장소에서 3000명 이상의 관람이 예상되는 공연을 하는 경우에만 공연 개시 7일 전 공연계획서와 재해대처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3000명 미만의 공연은 사실상 안전 계획서나 재해 대비 매뉴얼이 없는 셈이다. 3000명이 넘는 규모의 거리 공연이나 축제도 정식 안전요원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대개 지자체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안전요원을 겸하는데 충분한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 안전관리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로 공연기획자 A 씨는 “대부분 거리 공연은 공연 스태프들이 안전 업무를 겸하거나 알바(아르바이트생)를 쓴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축제 관계자 B 씨는 “인기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지 않는 한 혼잡이 빚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며 “어차피 톱스타가 출연하는 행사가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달 20일부터 닷새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 대학로거리축제는 약 2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지만 전문 안전요원은 없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예산이 빠듯하다 보니 안전요원을 따로 고용할 수 없어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배우 20명과 자원봉사자 40명 등 60명이 하루 교육을 받고 안전요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도 부실하다. 대학로거리축제 관계자는 “관할 소방서 측에 자원봉사자들의 안전교육을 추가로 신청하려고 알아봤으나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교육을 하지 못했다”며 “1년에 며칠만 이뤄지는 축제다 보니 안전 수칙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열린 ‘안양시민축제’ 역시 2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지만 안전요원은 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축제 전날 하루 동안 안전교육을 받았다.김정은 kimje@donga.com·김윤종 기자}

    •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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