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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6·토트넘)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는 선수이다. 둘 다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좋기 때문에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8)은 애제자인 손흥민과 황희찬을 이렇게 평가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부터 두 공격수 간의 호흡을 실험해 왔던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두 선수에 대한 두터운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팀의 ‘다이내믹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이 나란히 멀티 골을 작성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대표팀에 희소식을 전했다. 손흥민은 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로치데일과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16강전 안방경기에서 67분을 뛰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달 로치데일과 2-2로 비겨 이날 16강전 재경기를 치른 토트넘은 6-1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올해 1월 14일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골맛을 본 후 46일 만에 시즌 12, 13호 골을 작성했다. 그는 이날 전반 28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지만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 해트트릭 작성에는 실패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페널티킥 키커가 슈팅을 하러 달려가다가 멈추는 속임 동작은 반스포츠적 행위로 분류된다. 심판이 손흥민이 킥을 하기 직전에 멈칫한 것을 속임 동작으로 판단해 골을 무효화하고 손흥민에게 경고를 줬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페널티킥 동작과 골 상황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잦은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해트트릭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9.7점을 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에게 중요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기성용(29)이 뛰고 있는 스완지시티와 17일 FA컵 8강전을 치른다. 황희찬은 같은 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SK 아우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와의 오스트리아컵 8강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황희찬은 지난해 11월 27일 라피트 빈과의 경기(1골) 이후 94일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시즌 10, 11호 골을 기록한 황희찬은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은 평소 “손흥민과는 공격 전술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서로가 어떤 공격 방식이 편한가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했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북아일랜드(24일), 폴란드(28일)와의 평가전을 앞둔 대표팀에 소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신 감독은 해외에서 유럽파들의 컨디션을 점검 중이다. 황희찬의 경기 등을 더 지켜본 뒤에 귀국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 폴란드와의 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12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그동안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그 성원을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 음악에 맞춰 감동적인 연기를 펼쳐 주목받았던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가 후원금 모금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유라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모님께서 후원금이 너무 많으면 게을러지고 처음 피겨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 없어진다고 걱정하신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후원을)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말했다. 민유라와 겜린이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연간 1인당 1억 원에 달하는 훈련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지원만으로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없었던 이들은 2016년 12월부터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아왔다. 또한 민유라는 강아지 돌보기 아르바이트, 겜린은 피겨 레슨을 통해 부족한 훈련비용을 마련했다. 이들의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모금 사이트를 통한 후원자가 늘어났고 27일 기준으로 후원금이 12만 달러(약 1억2855만 원)를 돌파했다. 20일 아이스댄스 경기 전만 해도 이들의 모금액은 5000달러(약 535만 원)에 불과했다. 겜린은 대회 후 본보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누군가가 기금을 냈다는 e메일이 가끔 왔다. 그런데 개인전 프리댄스가 끝난 이후에는 매일 수십 명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민유라와 겜린은 갑자기 많이 몰린 후원금과 인기 때문에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간절함이 흔들릴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겜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픽에 참가했던 이 순간을 떠나기 싫다. 하지만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민유라와 겜린에게 사비로 각각 500달러씩 총 1000달러를 후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민유라 선수와 겜린 알렉산더 선수가 보여준 아리랑 선율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감싸며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며 “자비를 들여 훈련해 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많은 분이 함께 해주실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민유라는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성원해주신 분들 눈물겹게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휴대전화를 켜보니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더라고요. 정말 감동했습니다.” 26일 강릉선수촌에서 열린 대한민국선수단 해단식에 참가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김선영(25)은 놀라워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팀 킴(여자 컬링대표팀) 열풍’을 몰고 온 대표팀. 하지만 이들은 대회 기간에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꺼뒀다. 이 때문에 대회가 끝난 후 휴대전화를 켠 뒤에야 인기를 실감했다. 해단식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앞으로 건배사는 ‘영미’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미!”는 스킵(주장) 김은정(28)이 스위핑을 지시할 때 리드 김영미(27)의 이름을 외친 것으로 대회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은정의 취미가 건담(일본 로봇 만화 캐릭터) 플라모델 조립하기로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컬링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체육회 소속인 대표팀은 다음 달 1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에서 또다시 인기몰이에 나선다. 대표팀 관계자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훈련을 재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올림픽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 팀과의 재대결이 예정돼 있다. 대표팀은 지난해 성적(6위·4강 진출 실패)을 뛰어넘어 보겠다는 각오다. 김은정은 “세계선수권 등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자랑스러운 자녀와의 재회에 기쁨을 드러냈다. 김선영의 아버지 김원구 씨(64)는 “농사일로 바빠서 많이 뒷바라지를 못 해줬는데…. 딸이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은정의 아버지 김광원 씨(59)는 “딸이 몸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항상 걱정했다. 앞으로 더 잘 먹고 세계선수권에서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팀 킴’의 행진은 멈췄다. 하지만 2주 동안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팀 킴의 ‘행복 신드롬’ 여운은 길게 남았다. 친자매와 친구들로 이루어진 무명의 시골 소녀들이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써내려갔던 겨울동화 같은 이야기는 마침내 한국 스포츠에 새 역사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고향의 친인척은 물론이고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한마음으로 그들을 격려했다. 스웨덴과의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2500석 규모의 강릉컬링센터 표는 전날 이미 매진됐지만 이른 오전부터 취소된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수들 고향인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는 23일 일본과의 준결승 때보다 2배 많은 1200여 명의 주민이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모여들었다. ‘의성 마늘 와사비(일본)를 이겼고 바이킹(스웨덴)을 넘자’ 등의 손팻말이 등장했다. 경기는 한국팀의 3-8 패배로 끝났다. 한국은 9엔드까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상의 끝에 패배를 인정하고 스웨덴에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팀 킴은 한국 컬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은메달로 장식했다. 지나온 시절에 대한 온갖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는 선수들에게 관중들은 “괜찮아요” “행복했어요”라고 외쳤다. 팀 킴의 활약은 돌풍 그 자체였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은 물론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까지 격파하며 파죽지세로 예선 1위를 차지했다.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마저 연장 승부 끝에 극적으로 격파하며 대회 최대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열광했다. ‘안경선배’ 김은정의 무표정한 얼굴과 그가 자주 부르던 이름 ‘영미∼’ 등은 온갖 애정 어린 패러디물로 재등장했다. 가정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컬링 흉내를 내는 동영상들이 나타났고, 편의점에서는 이들의 고향인 ‘의성’과 특산품 ‘마늘’이 들어가는 제품의 매출이 급신장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타임지는 “린지 본(미국의 스키 스타)은 잊어라. 평창 올림픽의 진정한 록 스타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다”고 표현했다.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에 기쁨과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격려의 글을 쏟아냈다. TV로 경기를 본 박성욱 씨(32)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누구든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여자 컬링, 예기치 못한 기쁨을 올림픽 기간 내내 주셨다. 이름을 부르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 주셨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말 온 국민을 컬링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컬링이 이렇게 재미있는 종목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름으로 화제가 됐던 김영미는 “옛날 사람 이름 같아서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내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속내를 밝혔다. 거수경례로 눈길을 끌었던 주장 김은정은 “아빠와 함께 거수경례 각도를 매일 연습했다. 관중석에 계신 분이 거수경례를 하길래 답례로 했다가 계속하게 됐다”고 뒷얘기를 풀어놨다. 김영미, 경애 자매의 어머니 조순희 씨(61)는 “딸들이 이렇게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착하고 예쁘게 자란 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 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시어머니를 모시며 두 딸을 뒷바라지했다. 전봇대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형편이 어려워지면 이웃의 농사일을 돕기도 했다. 자매는 상금을 모아 어머니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해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딸들이 좋아하는 잡채를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던 의성군은 카퍼레이드 등 대규모 환영행사를 열기로 했다.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 의성=신규진 기자}
스킵(주장) 김은정(28)의 손을 떠난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 중앙으로 향했다. 이 스톤은 상대 스톤을 살짝 스친 뒤 하우스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1번 스톤이 됐다.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점이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한국이 라이벌 일본을 꺾고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한국은 2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8-7로 꺾고 결승에 오르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아시아 팀이 올림픽 컬링 결승에 오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또한 한국은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했던 일본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던 명승부였다. 한국은 8엔드까지 7-4로 앞섰다. 하지만 일본은 9, 10엔드에 각각 2점, 1점을 획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연장인 11엔드에서 ‘안경 선배’ 김은정이 침착한 마지막 투구로 결승점을 뽑아 값진 승리를 낚았다. 관중 2398명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대표팀에게 “금메달을 향해 가자”고 외치며 응원했다. 세계 8위 한국은 25일 오전 9시 5분 스웨덴(세계 5위)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김태윤(24·서울시청)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근엄한 표정으로 ‘안경 선배’로 불렸던 주장 김은정(28)은 승리 직후 안경을 벗은 채 관중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그리고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강릉 컬링센터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다 긴장감에 숨죽였던 관중석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 전국이 만세 소리에 휩싸였다. 김은정의 고향 경북 의성은 함성과 눈물로 가득했다. ‘일본 넘고 결승 가즈아∼’ ‘의성의 딸 은정아 金길만 걷자’. 각종 손팻말을 든 할머니 아저씨 오빠 동생들이 가득한 의성여고 체육관. 600여 명의 주민과 학생들은 경기 내내 ‘헐(서둘러)’과 ‘업(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 그리고 ‘영미’를 외쳤다. 김은정이 마지막 던진 스톤이 하우스 중앙에 안착하며 연장 승부를 끝내는 순간 주민들은 일제히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자리에 앉아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선영(25)의 고모 김순자 씨(60)는 “우리의 영웅 앞에는 이제 금메달뿐입니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의성군 토박이 김경재 씨(60)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이렇게 많이 모여 응원한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내내 체육관에서는 ‘희로애락’이 반복됐다. 10엔드에 승리를 손에 잡은 듯했지만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자 “아”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일부 학생은 스톤이 하우스를 향할 때마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TV에서 김경애 선수의 “쨀까요?”(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주민들은 “째뿌라! 째뿌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전부터 의성에서는 일터마다 경기를 앞두고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주민 100여 명이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플로어(floor) 컬링장’에서 “자, 세게 던져” “영미야!” 등을 외치면서 스톤을 날렸다.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로 만든 소시지와 과자 등을 먹으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들도 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에 가지 않고 의성에 머물고 있는 선수 가족들은 TV를 지켜보며 선수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은정의 친척 한월선 씨(67·여)는 “은정이가 개울물에서 물놀이하던 때가 생각난다. 잘 커줘서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미(27), 김경애(24) 자매의 큰어머니 배경숙 씨(65)는 “집에서 훈련장이 가까워 (두 선수가) 훈련이 끝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돌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겠다”고 말했다. 의성여고 총동창회 회원 50여 명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현수막과 피켓을 제작해 모교를 찾았다. 경북 지역뿐 아니라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회원도 있었다. 정희옥 의성여고 총동창회 부회장은 “‘팀 킴’의 선전으로 동창회도 다시 부흥하고 있다. 의성여고를 위한 큰 축제를 만들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팀 킴의 후배인 의성여고 학생들도 방학 중이지만 50명 가까이 학교를 찾았다. 이세나 의성여고 학생회장은 “일요일 결승 때는 전교생을 모아 선배들에게 힘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지만 쉽지 않았던 승리였다. 한국은 6-4로 앞서던 7엔드 마지막 스톤을 던져 1점을 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스톤을 일본 쪽 스톤과 같이 내보내며 0-0 승부를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야 8엔드 그리고 10엔드에 ‘후공’으로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컬링은 나중에 스톤을 굴리는 후공이 득점에 유리한 종목이다. 한국은 2, 3점 차를 유지하며 앞서 나갔다. 한국과 일본의 컴퓨터처럼 정교한 투구가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7-6으로 앞서 있던 10엔드 마지막 스톤 처리 과정이 문제였다. 김은정이 보낸 스톤은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스톤보다 먼 위치에 멈췄다. 결국 두 팀은 ‘엑스트라 엔드’(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분위기가 넘어온 건 서드 김경애가 6번째 투구를 통해 더블테이크아웃(상대 스톤 두 개를 한꺼번에 쳐내는 일)에 성공하면서부터. 일본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가드를 놓아 길을 가로막는 전술을 구사했지만 한국 스킵 김은정이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며 승기를 굳혔고, 마지막 스톤을 중심에 놓으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정현우 / 강릉=정윤철 기자}
2012년 6월 대구 두류수영장. 경북컬링훈련원에서 미래의 올림피안을 꿈꾸던 ‘팀 킴(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선수들(2015년 합류한 김초희 제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익숙한 빙판이 아닌 낯선 수중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이날 선수들은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 획득을 향한 첫발을 뗐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8일 동안 48시간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루 5시간 이상 수영을 하고 20m 이상의 잠영과 입영 테스트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도 땀이 날 정도로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스킵(주장) 김은정(28) 등 전문적으로 수영을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수들이 구조자와 물에 빠진 사람의 역할을 나눠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탄탄한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을 제안한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센터장(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함께 교육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참아내지 못한다면 10년 이상이 걸리는 컬링 인생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4강을 달성한 팀 킴의 강한 투지와 근성은 이 같은 ‘원 팀 스피릿’을 통해 단단해졌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이 “우리 팀은 10년 이상 준비된 팀”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대표팀은 난관을 함께 극복하며 더 강인해졌다. 대표팀(경북체육회)은 2014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경기도청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카리스마 안경 선배’로 불리는 김은정은 “내 실수로 떨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목표 의식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건담을 조립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양한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도 터득했다. 김 감독은 “건담이나 레고를 조립하는 활동을 하거나 미술 치료 등을 통해 서로 마음을 다독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독서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주문을 걸도록 하기 위해 심리학책을 추천했다. 요점 정리와 필사도 시켰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등을 읽었다. 정신력의 완성이 물에서 시작됐다면 강한 체력은 산에서 만들어졌다. 김 센터장은 “지리산 팔공산 등 많은 산을 다녔다. 낙오자 없이 함께 등산을 하면서 기초체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국제대회가 많지 않은 비시즌에 대표팀은 훈련원에서 하루 4∼6시간의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반구 위에서 균형 잡기, 짐볼 들어 올리기 등의 종목을 번갈아 하며 체력을 다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샷을 할 때 신체 균형을 잡고, 스위핑한 뒤 샷을 할 때의 호흡 회복을 위한 훈련이었다. 조정 선수들이 사용하는 에르고미터를 사용해 근력도 키웠다”고 말했다. 힘든 훈련이었지만 선수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김영미(27)는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훈련장에는 가족과 같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출전을 앞둔 중압감 탈출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세계적 컬링 선수인 케빈 마틴(캐나다)의 도움을 받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틴은 세계 컬링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거물이다. 대표팀은 두 차례(지난해 9월, 올해 1월) 캐나다에서 마틴과 ‘비밀 훈련’을 진행했다. 마틴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관중이 내는 자그마한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축제를 즐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체계적으로 평창을 향해 다가간 팀 킴은 경기장에서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은 다르다. 김경애는 대구의 한 대학에 입학한 뒤 막창과 삼겹살 치맥 등 ‘맛집 투어’를 즐기는 발랄한 여대생이다. 특히 치킨을 좋아해 친구들은 김경애를 부를 때 ‘닭고기야’라고 애칭처럼 불렀다. 김은정은 집안일도 곧잘 도왔다. 농사일이 바쁘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무거운 모판을 날랐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식당 주방에 드나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효녀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김정훈 / 의성=정현우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팀 킴’(여자 컬링국가대표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외나무다리 승부’를 앞둔 대표팀이지만 표정은 밝았다. 실전처럼 진지하게 훈련을 했지만 원하는 곳으로 스톤이 향했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공식훈련을 마친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28)은 “잘하겠습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대표팀은 ‘한일전’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상대를 의식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일 일정이 있다’고만 얘기한다”고 했다. 일본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상승세가 끊기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예선에서 세계적 강호를 연파하고 1위(8승 1패)를 차지했다.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일본(예선 4위·5승 4패)과 준결승을 치른다. 준결승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승자는 금메달 결정전(25일)에 진출하고, 패자는 동메달 결정전(24일)으로 떨어진다. 세계 6위 일본은 예선에서 한국(세계 8위)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하지만 최근 7경기에서 한국이 7승을 거둔 반면 일본은 3승 4패(2연패 중)로 부진하다. 김 감독은 “일본에 패한 것이 약이 됐다.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5-7로 패한 뒤부터 7연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일본과는 같은 아시아권이라서 경기를 많이 해봤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도 우리가 11승 8패(평창 올림픽 예선 포함)로 앞서 있다”고 말했다. 양 팀의 승부는 한국의 ‘안경 선배’ 김은정과 일본의 후지사와 사쓰키(27) 두 스킵의 활약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스킵은 팀의 전체 작전을 총괄하고,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7, 8번 스톤을 투구한다. 세계컬링연맹(WCF)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샷 성공률은 김은정이 78%로 후지사와(73%)를 앞서고 있다. 샷 성공률은 경기 관측원들이 투구한 스톤의 움직임과 결과(작전 성공 여부)에 점수를 부여한 뒤 계측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한 것이다. 선수의 작전 수행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후지사와 등 일본 팀은 상대 스톤을 쳐내는 것에 능한 팀이다. 상대가 스톤을 쳐내지 못하는 위치에 우리 스톤을 보내야 한다. 결국 정확도 싸움이다”고 말했다. 후지사와는 “한일전이 다시 성사돼 기대된다. 우리 팀은 그 어떤 팀보다 의욕이 넘친다”고 각오를 밝혔다. 예선 당시 대표팀은 일본전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일본전 후 김선영은 “한일전에서는 꼭 이기려는 마음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이날 선수들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일본을 꺾으면 한국 컬링 최초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동산만 넘어왔다면 이제부터는 태산 2개를 넘어야 한다”면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만큼 마음가짐을 재정비해 준결승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아리랑 커플’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이들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개량 한복을 입고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 배경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두 선수가 연출한 가슴 뭉클한 무대는 현장 관중은 물론 수많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하지만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겜린과 재미교포 민유라가 아리랑 프로그램을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22일 강릉의 한 커피숍에서 민유라와 겜린을 만나 올림픽을 마친 소감과 숨겨진 뒷얘기들을 들어봤다. 》 ―민유라-겜린의 ‘아리랑’을 보고 눈물을 보였다는 사람들이 많다. 민유라 “경기 중에도 관중이 아리랑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뭉클했다. 사실 나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연기했다. 경기 후 한국 심판도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적 감성을 살리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무용 전문가를 초빙해 6차례 수업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국인의 ‘한(恨)’이 담긴 곡을 희망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있다. 민유라 “아리랑은 슬픈 곡이지만 연기가 끝났을 때 관중이 느끼는 감정은 희망이기를 바랐다. 과거에 러시아 선수가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음악을 사용했는데 마지막에 총소리가 나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을 표현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 이 때문에 슬픔보다는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자고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계속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연기했고 슬픈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리랑을 올림픽에서 한 번 더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민유라 “갈라쇼에서 ‘깜짝 선물’을 준비는 했는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갈라쇼 초청장을 받지 못해 아쉽다. 사실 가수 소향이 직접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와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 우리가 거기에 맞춰 연기를 하려고 했다. 한복도 개인전 때와 다른 것을 준비했는데….” 겜린 “한국 관중에게 또 (아리랑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이스쇼가 있으면 당장 달려오겠다.” ―팀 이벤트 경기 때 민유라 의상의 어깨 끈이 풀리는 ‘사고’가 있었는데…. 민유라 “‘첫 올림픽 무대에서 하필 옷이 벗겨지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등 쪽에 바람이 느껴져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다. 겜린에게 ‘계속 (연기를) 해야 돼?’라고 묻자 겜린이 ‘내가 (옷을) 잡아줄게. 계속 가자’고 했다.” 겜린 “둘이 근접해서 연기를 할 때는 내가 떨어진 옷 부위를 잡아줬다. 하지만 떨어져 연기를 할 때는 속으로 옷 상단부가 붙어 있길 바라며 ‘제발 떨어지지 마라’고 수십 번 빌었다. 하하.”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민유라 “1년 훈련비용이 개인당 1억 원 정도다. 둘이 합치면 2억 원이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코치 없이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너무 힘들었다. 훈련비 마련을 위해 겜린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피겨 레슨을 했고, 나는 강아지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겜린 “나는 부모님의 노후 자금까지 지원받았다. 올림픽 경기가 끝나자 어머니가 펑펑 울면서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반드시 성공해 부모님의 노후 자금을 돌려드리고 싶다.” ―훈련비용 모금 운동은 잘되고 있나(민유라와 겜린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2016년 12월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겜린 “사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우리가 계속 팀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 모금이 잘되지 않으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을 치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기금을 냈다는 e메일이 가끔 왔다. 그런데 개인전 프리댄스가 끝난 이후에는 매일 수십 명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현재 6만 달러 정도가 모였다.” ―흥이 넘치는 모습으로 인기가 많은데 광고를 찍어볼 생각은 없나. 민유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흥유라’ 성격에 맞는 광고면 좋겠다. 사실 우리끼리는 매일 식당에서 장난을 치면서 ‘○○커피’라고 외치며 커피 광고 흉내를 낸다.” 겜린 “많은 광고에 출연한 김연아가 롤모델이다. 하하. 농담이다. 사실 부럽기는 하다.” ―훈련비용 외에 어려움은 없었나. 민유라 “과거 겜린이 아닌 다른 파트너와 리프트(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들어 올리는 것) 동작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 적이 많아 공포심이 있었다. 부상으로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적도 있다. 의치를 한 상태인데 한 개는 다시 빠져서 새로 해야 한다. 그런데 한 번 바꾸는 데 1000달러가 필요하다고 해서 포기했다.” ―겜린이 민유라의 ‘리프트 공포’를 사라지게 했다고 들었다. 겜린 “민유라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도와준 파트너다. 민유라를 위해 그가 넘어질 때는 내가 앞으로 빠르게 몸을 던져 쿠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공포심을 극복시키기 위해 함께 서커스 훈련을 받기도 했다.” ―겜린은 이제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겜린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20% 한국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베이징 올림픽 때 다시 만나면 그때는 한국말로 인터뷰하겠다.” ―겜린이 한국 이름을 짓는다면…. 겜린 “이름은 ‘유진(eugene)’이 좋을 것 같다. ‘천재(genius)’와 비슷해 똑똑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성은… 겜린과 비슷한 감으로 하겠다.” 민유라 “딱 좋은 것 같다. 감유진!” ―둘이 사이가 너무 좋아서 팬들은 연인 관계로 의심하는데…. 민유라 “아이스댄스팀 중에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가 헤어진 뒤 파트너십이 깨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우리는 그저 친구이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서로를 믿는 사이다.” 겜린 “우리는 그냥 오빠와 여동생 같은 사이일 뿐이다.” ―먼 훗날 은퇴를 하게 되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민유라 “겜린과 같이 한국에서 주니어 아이스댄스팀들을 지도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에도 아이스댄스팀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것을 출발로 해서 한국 아이스댄스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현재 민유라-겜린 조는 한국의 유일한 시니어 아이스댄스팀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우연히 커피숍을 찾았다가 민유라-겜린 조를 알아본 손님들은 “민유라 씨, 아리랑 잘 봤어요” 등 저마다의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인기 스타’로 거듭난 민유라는 “4년 동안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켜 더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겜린은 한국말로 강렬하게 올림픽 출전 소감을 밝혔다. “대박!”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김동욱 기자}
“영미!” “영미∼.”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28)은 목소리 톤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리드 김영미(27)의 이름을 외쳤다. 손목 보호를 위해 왼쪽 팔목에 붕대를 한 김영미는 캡틴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스위핑을 했다. 한국의 샷이 성공하면 관중도 “영미! 파이팅!”을 외쳤다. 21일 대표팀의 오전 경기가 열린 강릉 컬링센터는 온통 김영미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대표팀은 이날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와의 예선 8차전에서 11-2로 완승을 거두면서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1위를 확정했다.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스위스(2위), OAR(3위), 영국(4위), 스웨덴(5위)까지 격파한 대표팀은 오후 경기인 9차전에서 덴마크를 9-3으로 꺾고 8승 1패를 기록했다. 오후 경기는 체력 안배를 위해 김영미 대신 김초희(22)가 출전했다. 일부 관중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김은정에게 선수들의 얼굴을 담은 패러디 그림을 선물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예선 4위 일본과 ‘한일전’을 치르게 됐다. 일본은 예선에서 한국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의성여고 동창인 김영미와 김은정은 단단한 팀워크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경기 중 김영미에게 스위핑 강도를 지시하는 김은정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어서 팬들은 김영미를 ‘국민 영미’로 부르고 있다. 온라인에는 “영미야” 소리의 강도에 따른 작전을 설명한 게시물도 있다. 누리꾼들은 “하루 종일 귀에서 ‘영미’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김영미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회 기간 중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 김영미는 “관중석에 제 이름의 플래카드가 조금 보여서 (인기를) 조금 느꼈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은정의 김영미 사용설명서’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그는 “(김은정이) 내 이름을 빨리 부르면 빠르게 끝까지 스위핑을 하라는 것(스톤 속도를 높이는 것)이고, 부드럽게 부르면 스위핑 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내 이름을 안 부르면 김선영(세컨드)이 스위핑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컬링은 스위핑 강도에 따라 스톤의 활주 거리와 속도가 달라진다. 스위핑을 강하게 하면 활주 거리를 3∼5m가량 연장시킬 수 있다. 통상 컬링 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작전을 총괄하는 스킵이다. 각 팀의 이름도 스킵의 성을 따라 지어진다. 김영미의 포지션은 리드로 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역할을 한다. 2개의 스톤을 던지고 난 뒤부터는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하기 때문에 김은정에게 많은 지시를 받는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리드인 영미가 주목 받고 있다. 아무래도 영미가 열심히 하는 데다 팀 동료들의 가교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은정의 친구이자 김경애(24·서드)의 친언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 의견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김영미는 “불꽃 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할 때는 부드럽게 타이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준결승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일본과는 경기를 많이 해봐서 장단점을 알고 있다. 평창 올림픽 예선을 포함해 일본과의 상대 전적은 11승 8패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결승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팀이 아니다. 10년 동안 만들어진 팀이다.” 김민정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감독(37)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팀 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북 의성여중·고 동문인 김은정(28·스킵) 김영미(27·리드) 김경애(24·서드) 김선영(25·세컨드)과 서울 출신 김초희(22·후보)는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대표팀 멤버들이 말하는 ‘내게 있어서 컬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팀의 주장인 김은정은 냉철한 승부사다. 스톤을 투구하거나 지시를 내릴 때 김은정의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한 표정을 짓는 김은정의 얼굴 모음 사진도 나왔다. 김은정은 7, 8번째 스톤을 투구해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김은정은 컬링에서 느끼는 느낌을 “목욕탕”에 비유했다. 경기에서 일어나는 숨 막히는 반전의 연속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컬링을 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컬링을 하게 된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설레는 도박이 컬링이다. 올림픽에서 ‘잭팟’이 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친자매다. 둘 모두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다. 자매는 컬링을 “하나뿐인 소중한 인생과 같다”고 할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김영미는 “컬링은 다양한 작전이 많기 때문에 바둑, 체스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매는 경기 전에 엄격한 ‘루틴’(반복 동작)을 지킨다. 김경애는 “경기 전에는 항상 머리를 같은 모양으로 묶는다. 샷을 하기 직전에는 빙판에 손을 대고 그런 다음 바지에 손을 닦는 루틴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경기 전에는 교회를 다녀올 때가 많다. 또한 연습 때부터 경기할 때까지 같은 노래를 듣고 경기장의 화장실도 같은 칸만 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선영을 ‘김 비서’라고 부른다. 똑 부러지는 말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영은 “컬링은 삶이다. 컬링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빙판 위에서 가장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선수 중 하나가 김선영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스위핑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포지션 특성상 항상 어깨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 경기를 앞두고는 근육이 뭉치지 않도록 열심히 어깨를 푼다”고 말했다. 김초희는 “컬링은 내게 ‘썸’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성과) 썸을 타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경기장에 나설 때의 설렘과 경기에 대한 걱정이 공존한다”고 덧붙였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연아(28)가 떠난 은반의 새 여왕을 꿈꾸는 ‘꽃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막을 올린다. 메달 후보들이 팀 이벤트(단체전)를 통해 빙질 적응을 마쳤기에 쇼트프로그램부터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참가한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와 알리나 자기토바(16)다. 두 선수 모두 다양한 트리플(3회전) 점프를 실수 없이 소화해내 고득점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1월 유럽선수권에서 자기토바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3회전 점프 8개를, 메드베데바는 7개를 뛰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는 점프를 한 뒤에 공중에서의 회전력이 탁월하다. 이 때문에 3회전 점프의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메드베데바가 역대 총점 순위 1위(241.31점)를, 자기토바가 2위(238.24점)를 차지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같은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두 선수의 특징은 비슷하다. 하지만 연기력은 메드베데바가 앞선다. 시니어 첫 시즌인 자기토바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연기 후반부에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예술점수(PCS)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메드베데바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를 가산점이 있는 후반부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높은 기술점수(TES)를 얻어 메드베데바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두 선수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지만 빙판에서는 철저한 라이벌 관계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와 함께 훈련을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길만 똑바로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피겨는 개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자기토바는 ‘의상이 메드베데바가 과거에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는 말에 “메드베데바의 의상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나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요소를 더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두 선수를 견제할 선수로는 세계 2위 케이틀린 오즈먼드(23·캐나다)가 꼽힌다. 김연아를 롤 모델 중 하나로 꼽는 오즈먼드는 첫 점프를 잘 성공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안소영 빙상연맹 부회장은 “오즈먼드는 점프 후 비거리와 체공 시간이 탁월한 선수다. 특히 첫 점프인 3회전 플립-3회전 토루프(기본 점수 9.6점)를 성공시키면 최고 가산점(3점)을 받으면서 고득점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점프를 실패하면 급속도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즈먼드는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첫 점프를 실수하면서 3위에 그쳤다. 오즈먼드는 “한 번의 실수가 있어도 그것으로 연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노장 카롤리나 코스트너(31·이탈리아)는 ‘복병’으로 꼽힌다. 코스트너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따른 체력 문제로 3회전 점프 3개를 경기 전반부(프리스케이팅 기준)에 뛰기 때문에 많은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 점프의 질은 떨어졌지만 표현력과 감성은 어린 선수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트너는 “나는 모든 대회를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피겨를 그만두기 전까지 모든 순간을 최대한 즐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코스트너가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곡 해석 능력 등 예술 요소의 강점을 살린다면 이변을 노려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생소한 컬링 규칙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상대 스톤(투구하는 돌)보다 하우스(표적판) 중앙에 가까이 놓인 스톤 수가 점수가 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평소 접하기 힘들다 보니 그 규칙도 낯설기만 하다. 알쏭달쏭한 컬링 규칙들을 정리해 봤다. 컬링 선수들은 스톤의 이동 거리와 휘어짐,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열심히 스위핑(비질)을 한다. 만약에 스위핑을 하다가 스톤을 건드려서 이동 경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하우스를 향해 던진 스톤을 발이나 브룸(빗자루)으로 건드리면 그 스톤은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재호 KBS 컬링 해설위원은 “정지된 스톤을 건드리면 상대 팀과 협의해 원위치로 갖다놓으면 된다. 하지만 움직이는 스톤을 건드리면 바로 아웃이기 때문에 스위핑할 때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관계자는 “고의로 상대방 스톤을 건드리면 상대방이 심판에게 제소해 우리 스톤을 제거하란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자리를 이용해 공격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컬링에선 스톤이 링크 가장자리에 부딪치는 순간 아웃이 된다. 가장자리에 닿지 않게 투구해야 한다. 10엔드가 기본인 컬링에서 경기 도중 기권하는 경우가 있다. 18일 한국 팀과 붙은 중국은 8엔드 후 기권했다. 컬링에선 패색이 짙을 경우 ‘백기’를 드는 게 오히려 예의다. 이승준 송현고 컬링팀 코치는 “예선의 경우 점수 차가 많이 나면 다음 경기에 쓸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매너”라고 설명했다. 컬링 경기장에서 큰 소리로 응원하는 건 괜찮을까. 20일 대표팀 세컨드 김선영(25)은 “중요한 투구를 시작할 때 큰 소리를 들으면 집중력이 깨질 수 있다. 그때만 조심해 주시면 된다. 응원 소리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서 clue@donga.com·정윤철 기자}
4엔드까지 ‘팀킴(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표정은 어두웠다. 경기 초반 투구 실수 등이 나오면서 미국에 2-3으로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 하지만 가족보다 더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대표팀은 서로를 믿었다. 그들은 “긴장도 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평소처럼 침착해지자”며 서로 다독였다. 5엔드. 선공을 잡은 대표팀은 스킵(주장) 김은정(28)의 ‘한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우스에 양 팀 스톤이 몰려 있는 상황. 김은정의 손을 떠난 마지막 8번째 스톤은 먼저 10시 방향의 미국 스톤을 쳐냈다. 이후 이 스톤은 하우스 중앙으로 이동해 미국 스톤과 붙어 있던 한국 스톤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또 하나의 미국 스톤이 하우스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의 스톤 2개만 쏙 빼내는 ‘매직샷’이 터지자 관중석에서는 “대박!”이라는 환호가 나왔다. 후공인 미국은 마지막 스톤을 하우스 중심부에 넣으려 했지만 하우스 앞쪽에 위치한 한국의 스톤에 걸리면서 중심부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은 하우스 중심에서 가까운 1∼4번 스톤을 차지하면서 짜릿한 4점 스틸(선공 팀이 득점)에 성공했다. 6-3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에야 대표팀은 미소를 보였다. 여유를 되찾은 대표팀은 미국에 더는 리드를 내주지 않으면서 승리를 낚았다. 여자 컬링 대표팀(세계 8위)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미국(세계 7위)과의 평창 겨울올림픽 예선 7차전에서 9-6으로 이겼다. 6승 1패로 단독 1위를 유지한 한국은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에 참가한 10개 팀 중 PO 진출을 확정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1위로 예선을 마치면 4위와 준결승을 치르기 때문에 메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극적인 승리를 이뤄낸 대표팀을 향해 관중들은 “잘했어요” “최고였어요” 등을 외치면서 환호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여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똑 부러지는 말투 때문에 ‘김 비서’라는 별명을 가진 김선영은 “4강에 올라가서도 강팀들과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37)은 “우리 팀을 두고 ‘어떻게 한국에서 갑자기 이런 팀이 나왔나’라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10년간 만들어진 팀이다”라고 말했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대표팀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경기도청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들은 경북 의성에 위치한 경북컬링훈련원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평창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김선영은 “한국 컬링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부터 시작됐다. 그 도움으로 새 역사를 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을 건립하는 데 힘쓰고 그곳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키워낸 인물이다. 또한 그는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아버지께서 ‘너희가 올림픽에서 꼭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살아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1일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덴마크와 예선 8, 9차전을 치른다.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세계 강호를 연파하며 ‘강팀 킬러’로 떠오른 여자 컬링대표팀의 스킵 김은정. 19일 스웨덴을 꺾은 뒤 강릉컬링센터 믹스트존으로 들어선 그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매서운 눈매와 동료를 향한 명확한 지시로 ‘근엄 언니’라는 별명을 얻은 그이지만 ‘올림픽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말을 듣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올림픽 대표가 된 뒤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힘든 훈련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목이 메어 말을 멈췄던 그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해내야 했다. 그런 것(외부 환경 등)에 휩싸여 잘못되면 우리만 바보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안방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강릉컬링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했지만 경기장 바닥 보수 문제 등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간 강릉컬링센터를 이용한 후에는 형평성 및 경기장 설비 조성 문제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바람에 대표팀은 강릉컬링센터에서 관중을 동원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시뮬레이션’도 할 수 없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지난해 8월 집행부 내홍으로 인해 관리단체로 지정돼 대표팀 지원에 한계를 드러냈다. 김경애(24)는 “소음 대비 훈련을 위해 우리끼리 스피커를 동원해 큰 소리를 만든 뒤 연습했다”고 말했다. 국내 컬링 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저변이다. 국내 컬링 실업팀은 남자 3개팀, 여자 4개팀에 불과하다. 경기장 수도 부족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컬링연맹 관계자는 “충북 진천, 경북 의성, 경기 의정부, 서울 태릉, 강원 강릉에 전용경기장이 5개뿐이며 그나마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은 4군데다. 태릉컬링장(시트 3개)은 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시트 4개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자 대표팀은 해외 투어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키워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표팀은 1년에 세계선수권 등을 포함해 12개 정도의 해외 대회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남녀 컬링 세계 1위 캐나다는 컬링 경기장 수만 1500개에 이른다. 김민정 여자 대표팀 감독(37)은 “한국 컬링은 지금 고속도로가 아니라 가시밭길이다. 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스킵(주장) 김은정(28)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관중석을 향해 당당히 거수경례를 했다. 환한 미소를 짓는 캡틴을 향해 2349명의 홈팬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팀 킴’ 한국 여자 컬링이 강호들을 연파하며 단독 1위까지 뛰어올랐다. 매 경기 스톤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팀워크에 외국 선수들은 “로봇과 싸운 느낌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19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6차전에서 스웨덴을 7-6으로 눌렀다. 세계 랭킹 8위 한국은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 2017 겨울 아시아경기 금메달 중국(세계 랭킹 10위)을 꺾은 데 이어 유일하게 패배를 모르며 5연승을 질주하던 세계 5위 스웨덴마저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5승 1패를 기록해 이날 일본(5승 2패)에도 4-5로 패한 스웨덴(5승 2패)을 제치고 선두 자리까지 나서 예선 성적 상위 4개 팀이 진출하는 플레이오프에 바짝 다가섰다. 1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4위 팀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돼 메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한국은 20일 세계 랭킹 7위 미국과 맞붙는다.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경기를 마친 상대와 악수를 하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목이 쉬었다. 경기장에는 관중들의 “대한민국” 환호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잠긴 목에서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복수전에 나선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28)은 경기 내내 쉬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선영이!(동료 이름)”…. 패배를 인정한 중국 선수와 악수한 뒤 김은정은 멋진 승리를 합작한 동료들과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1년 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김은정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결승에서 한국(세계 8위)이 중국(세계 10위)에 5-12로 패하면서 은메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당시 김은정은 “내가 샷을 잘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에서 ‘승부사’ 김은정을 앞세운 여자 대표팀은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1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5차전에서 중국을 12-5로 제압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은 “지난해 아시아경기 상황은 잊고 오늘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정은 86%의 높은 샷 성공률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자신의 전체 샷 성공률(77%)보다 높은 수치다. 4승 1패인 대표팀은 일본과 공동 2위가 되면서 10개 팀 중 상위 4팀이 나서는 플레이오프 진출 전망을 밝혔다. 2014 소치 올림픽 때 올린 성적(3승 6패)을 이미 넘었다. 감독과 선수 5명의 성이 모두 ‘김’이어서 ‘팀 킴’으로 불리는 여자 대표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북체육회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은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선수 모두 자매 관계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컬링은 형제, 자매 등 가족이 팀을 꾸려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중 가족은 김영미와 경애 자매뿐이다. 2006년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들어섰다. 경북컬링훈련원은 대표팀의 ‘산파’ 역할을 한 곳이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경북 컬링은 1990년대부터 대구빙상장에서 10년간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연습시간 배정의 어려움을 피하고 컬링에 최적화된 빙질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전용 경기장 건립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기 위해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컬링이 생소한 종목이다 보니 (건립이) 쉽지가 않았다. 전용 경기장 건립의 필요성을 담은 자료를 만드는 등 여러 노력 끝에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도컬링협회의 도움으로 고향인 의성에 훈련원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성에 컬링장이 생기자 친구였던 김은정과 김영미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김영미의 동생인 김경애는 언니를 따라 컬링장에 왔다가 얼떨결에 컬링을 시작했다. 이후 김경애의 친구인 김선영과 경기도 출신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팀 킴’이 완성됐다. 김경애는 “경북컬링훈련원에서의 훈련은 힘들었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훈련장에 들어갈 때마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선수 가운데 4명이 의성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대표팀은 외국인이 자신들을 구별하기 좋도록 2013년에 독특한 애칭도 지었다. 아침식사를 하다가 각자 음식 이름을 따서 애칭을 만들었기 때문에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은정은 요구르트 상표인 ‘애니’ 등으로 부른다. 대표팀의 또 다른 이름은 ‘의성 마늘 소녀들’이다. 이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해온 의성의 특산물이 마늘인 데다 작지만 단단하고 다부진 느낌의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의성 마늘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한편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선수 가운데 1명이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라디오 방송 ‘스포르트-FM’은 이날 “컬링 믹스더블 선수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멜도니움 성분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크루셸니츠키는 믹스더블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팀 코리아’가 적힌 검은색 패딩을 입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57·캐나다)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연기를 마친 제자 차준환을 꼭 안아줬다. 그가 입은 패딩의 왼쪽 가슴 부위에는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오서 코치는 하뉴 유즈루(일본)가 빙판에 올랐을 때는 검은 패딩을 벗고 양복 차림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잠시 뒤 스페인 출신 제자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연기를 펼쳤을 때는 양복 위에 하늘색의 스페인 선수단 점퍼를 걸쳤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피겨 남자에서 오서 코치는 세 명의 제자가 출전할 때마다 옷을 바꿔 입는 ‘환복 퍼레이드’를 보여줬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오서 사단’은 5개국 5명. 남자 싱글에 출전한 세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 싱글의 개브리엘 데일먼(캐나다)과 엘리자베트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도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날 아이스아레나에서 가장 분주한 지도자였던 오서 코치는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면서 ‘빙판의 미다스 손’으로 거듭났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여자 싱글)의 금메달을 도운 데 이어 하뉴의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2014 소치, 2018 평창)를 이끌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하뉴 외에도 오서의 제자들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차준환은 개인 최고점(248.59점)을 기록했고, 페르난데스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서 코치는 경기 후 시상대에 선 하뉴와 페르난데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코치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서지만 정작 자신의 현역 시절에는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두 개의 올림픽 은메달(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을 따는 데 그쳤다. 오서 코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코치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의 성공을 보면서 코치 생활이 내 운명이었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오서 코치는 캐나다 토론토의 크리켓 스케이팅 앤드 컬링 클럽에서 선수들을 지도한다. 그는 “차준환과 하뉴, 페르난데스 모두 최상의 환경에서 경쟁하며 훈련 중이다. 그들은 서로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피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주 차준환과 세계 정상권 선수인 하뉴, 페르난데스는 앞으로도 많은 국제대회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오서 코치는 모든 제자들이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선수들이 똑같이 자랑스럽다. 한국과 일본, 스페인 선수 모두 내 팀의 일원이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살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차준환(17) 측 관계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차준환이 올림픽을 앞두고 독감에 걸린 데다 몸살이 심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준환의 어머니는 “강하게 키운 아이인데…. 아파서 평소처럼 경기를 못하니…”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초코파이 꼬마’ 차준환은 의연한 모습으로 악재를 이겨냈다. 그는 17일 끝난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경기에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달성하면서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쇼트프로그램(83.43점)과 프리스케이팅(165.16점), 총점(248.59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남겼다. 또한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정성일이 작성한 17위. 대회 내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차준환이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소년으로 돌아왔다. 그는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다. 사춘기라 엄마와 캐나다에서 같이 지내면서 많이 다퉜고 혼나기도 했다”면서 “출전을 앞두고 아빠와 통화하면서 약간 투정을 부렸는데 경기 중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멀리 내다보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발목 부상으로 고전한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한 번만 시도했다. 차준환은 “내게 맞는 4회전 점프를 하나씩 장착해 천천히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우승은 총점 317.85점을 기록한 세계 1위 하뉴 유즈루(24·일본)에게 돌아갔다. 2014년 소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1948년 생모리츠 대회와 1952년 오슬로 대회에서 우승한 딕 버튼(미국) 이후 66년 만에 올림픽 남자 싱글 2연패를 달성했다. 하뉴는 역대 겨울올림픽 10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뉴 우승 소식은 호외가 발행되는 등 일본 전역을 열광에 빠뜨렸다. 일본 팬들이 하뉴에게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센다이 출신이기 때문이다. 지진 당시 하뉴는 아이스링크 빙판이 갈라지자 스케이트 부츠를 신은 채 대피했다고 한다. 올림픽 2연패 달성에 따라 하뉴는 은퇴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하뉴는 “은퇴할 생각이 없다. 4회전 악셀 성공을 목표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선수 중 공식 경기에서 4회전 악셀을 성공시킨 선수는 없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살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차준환(17) 측 관계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차준환이 올림픽을 앞두고 독감에 걸린 데다 몸살이 심해 제 컨디션을 찾기 못했기 때문. 차준환의 어머니는 “강하게 키운 아이인데…. 아파서 평소처럼 경기를 못하니….”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초코파이 꼬마’ 차준환은 의연한 모습으로 악재를 이겨냈다. 그는 17일 끝난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경기에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달성하면서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쇼트프로그램(83.43점)과 프리스케이팅(165.16점), 총점(248.59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남겼다. 또한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정성일이 작성한 17위. 대회 내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차준환이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소년으로 돌아왔다. 그는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다. 사춘기라 엄마와 캐나다에서 같이 지내면서 많이 다퉜고 혼나기도 했다”면서 “출전을 앞두고 아빠와 통화하면서 약간 투정을 부렸는데 경기 중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멀리 내다보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발목 부상으로 고전한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한번만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행 가능한 4회전 점프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차준환은 “내게 맞는 4회전 점프를 하나씩 장착해 천천히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우승은 총점 317.85점을 기록한 세계 1위 하뉴 유즈루(24·일본)에게 돌아갔다. 2014년 소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1948 생모리츠 대회와 1952년 오슬로 대회에서 우승한 딕 버튼(미국) 이후 66년 만에 올림픽 남자 싱글 2연패를 달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하뉴는 역대 겨울올림픽 10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뉴 우승 소식은 호외가 발행되는 등 일본 전역을 열광에 빠뜨렸다. 일본 팬들이 하뉴에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센다이 출신이기 때문. 지진 당시 하뉴는 아이스링크 빙판이 갈라지자 스케이트 부츠를 신은 채 대피했다고 한다. 하뉴는 “금메달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지진으로 고통 받았던 분들이 기뻐해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 달성에 따라 하뉴는 은퇴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하뉴는 “은퇴할 생각이 없다. 4회전 악셀 성공을 목표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4회전 악셀은 4회전 점프 중 가장 난도가 높기 때문에 기본 점수(15점)도 가장 높다. 남자 싱글 선수 중 공식 경기에서 4회전 악셀을 성공시킨 선수는 없다. 한편 북한 페어 렴대옥(19)-김주식(26) 조는 역대 북한 페어팀의 올림픽 최고 순위인 13위로 대회를 마쳤다.강릉=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