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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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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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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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한 송이의 꽃, 숭산 스님 가르침 널리 알릴 기회”

    197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동쪽 끝 필라델피아 근교에 거주하던 27세 심리학도 로렌스 시컬은 그해 여름 한국에서 온 숭산 스님(1927∼2004)을 만난 뒤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10대 시절부터 그의 고민은 “왜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예외 없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가”였다. 그는 답을 찾고자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코네티컷 주 트리니티칼리지를 다니던 그는 숭산 스님의 예일대 특강에 우연히 참석했다. 숭산 스님은 청중을 향해 대뜸 “너는 누구냐(Who are you?)”라고 물었다. 청중은 당황했고, 시컬 역시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설명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푸른 눈의 이 청년은 그 길로 숭산 스님을 따라 불교에 귀의했다. 미국 선원에서 수행을 이어가다 1984년 한국으로 들어와 대한불교조계종 승적을 얻은 뒤 서울 화계사에서 참선 수행을 이어갔다. 긴 머리에 히피 룩을 즐기던 로렌스 시컬, 현재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조실인 대봉 스님(64) 얘기다. 그는 2004년 입적한 숭산 스님의 법맥을 이은 8명의 외국인 제자 중 맏형이다. 11월 30일 숭산 스님 10주기를 앞두고 18, 19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제10회 세계일화(世界一花)대회가 열린다. ‘세상이 한 송이의 꽃’이라는 세계일화는 해외포교를 위해 생애의 절반을 바쳤던 숭산 스님의 대표적인 가르침이었다. 14일 만난 대봉 스님은 “세계일화대회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해답을 불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데 있다”며 “20대 나의 고민을 숭산 스님을 통해 해결했듯,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젊은이들의 인생의 방향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숭산 스님이 세계 불자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국제선불교 교류의 장이다. 1987년 수덕사에서 처음 개최된 후 세계 각국을 돌며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10주기를 맞아 미국과 독일, 호주, 이스라엘,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16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대봉 스님처럼 숭산 스님을 만난 뒤 그의 가르침을 따라 고향과 가족을 떠나 출가수행하고 있는 외국인 스님은 50여 명에 달한다. 미국 예일대 출신의 무상 스님, 미국 로스앤젤레스 태고사 주지 무량 스님, 하버드대 출신의 현각 스님(화계사 국제선원장)이 대표적이다. 출가를 하지 않았지만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생업에 종사하면서 현지 한국 불교선원에서 수행하는 외국인은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숭산 스님이 생전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불교’라는 이름으로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은 스스로 자신의 영어를 ‘김치영어’라 부르시며 ‘콩글리시’를 구사하셨다. 하지만 몇 단어만으로도 명쾌하게 불법(佛法)을 설파해 주위 사람들을 감탄케 했다.”(대봉 스님) 대회 기간 중 같은 장소에서 ‘입산(入山)’, ‘숭산행원대선사 회고전: 세세생생 보살도’ 전시회가 열리며 19일에는 숭산 스님을 기리는 비석 제막식과 음악회가 있다. 25일에는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선 워크숍’이 진행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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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단체 참여 38%뿐… 세제혜택-보조금 ‘당근책’ 필요

    ‘문화가 있는 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만큼이나 문화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달로 문화가 있는 날이 시작된 지 10개월을 맞았지만 참여 단체들은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공립 단체 및 시설에 집중돼 있다. 9월 기준으로 1474개 참여 단체 중 민간단체의 수는 569개로 38% 수준에 그쳤다. 문화계 전문가들은 민간단체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로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기획하는 빈체로 송재영 부장은 “클래식 공연은 단 하루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할인 폭이 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여하면 손익분기점을 못 맞출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차원에서 참여하는 기획사에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등의 ‘당근’을 마련해 주지 않는 이상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문화계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45%가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를 위해 ‘참여 단체에 대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할인액과 거의 같은 금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응답자의 35%가 ‘홍보 확대’를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의 주요 방안으로 꼽았다. 실제 15일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가 8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가 있는 날 인지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응답이 63.7%에 달했다. 뮤지컬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홍보 캠페인이 동반되지 않은 정책이다 보니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상당하다”며 “이 정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 방안으로 현재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고정돼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의 탄력 운영, 관람객에게 연말정산 등 세제혜택 제공, 문화가 있는 날 행사와 청소년 문화 체험학습 연계 등의 의견을 내놨다. 김정은 kimje@donga.com·손효림 기자}

    •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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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입고 가면 전통차 공짜… 스포츠 관람 반값에

    아는 만큼 누린다. 문화가 있는 날 할인 혜택은 전시, 영화, 공연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다리품을 팔다 보면 의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 한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 호텔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한복을 입은 사람에 한해 1만 원대 전통차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호텔 측은 “문화가 있는 날 한복을 입고 호텔을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며 “전통 문화와 전통차를 알리는 차원에서 1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가정에서 문화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인터넷TV(IPTV) 올레TV 가입자라면 문화가 있는 날만큼은 인기 주문형비디오(VOD) 다시보기 유료 결제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자. 올레TV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 인기 VOD 무료 또는 최신 영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할인 혜택도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 열리는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의 경기는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 문화가 있는 날의 다양한 혜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안내 웹사이트(www.culture.go.kr/wday)에 수시로 들어가 보면 된다. 할인 혜택과 관련한 자세한 소개뿐 아니라 참여 단체나 시설의 위치 및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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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시행 10개월 성과와 과제

    《 10월은 ‘문화의 달’. 셋째 주 토요일인 18일은 ‘문화의 날’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 ‘넛잡’, 뮤지컬 ‘김종욱 찾기’ 등을 관람하며 문화의 날 알리기에 나섰다. ‘문화 융성’을 국정 4대 기조 가운데 하나로 내건 현 정부의 주요 문화 정책인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과와 나아갈 길을 진단한다. 》#1.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반신’의 9월 24일 공연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일본의 유명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연출한 이 공연은 작품성도 있지만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표를 40% 할인해줬기 때문이다. 한태숙 연출가의 연극 ‘유리동물원’도 마찬가지였다. 8월 27일 표(40% 할인)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명동예술극장은 문화가 있는 날이 되면 관객들로 붐빈다. #2. 인터파크에서 월별 뮤지컬 티켓 예매 순위 1∼10위를 차지하는 작품(15일 현재) 가운데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작품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황태자 루돌프’가 유일한데 선착순 100명에 한해 관람료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1월부터 시행된 문화가 있는 날이 차츰 성과를 내고 있지만 문화계 전반으로 활발하게 확산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참여 프로그램 수는 늘고 있지만 정작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부담 줄자 관객 반색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프로그램 수는 올해 1월 883개에서 빠르게 늘어나 9월 1474개로 집계됐다. 국공립 문화단체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9월의 경우 전체 1474개 프로그램 가운데 905개가 국공립, 569개가 민간단체의 프로그램이었다. 장르별로는 전시가 438개로 가장 많았고, 인문학강좌를 개설하거나 책을 추가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도서관(418개), 영화(275개), 공연(175개) 순이었다. 동아일보가 문화계의 분야별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문화가 있는 날 효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느리지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효과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7명이었다. 눈에 띄는 효과를 낸 대표적인 장르는 영화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에 오후 6시부터 8시에 시작하는 영화를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평일 영화표 값이 8000∼9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폭으로 할인해 주는 것. 신기범 CGV 영업지원팀장은 “1∼8월 문화가 있는 날 좌석 점유율은 다른 수요일의 두 배에 가까워 관객이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정오의 춤’ ‘국악콘서트 잔치’ 등 기존 작품을 무료로 공연한 결과 좌석 점유율이 평균 103.9%로 나타났다. 준비한 좌석이 모두 매진돼 추가로 좌석을 마련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40∼50%를 할인한 뮤지컬 ‘시카고’ ‘고스트’를 비롯해 연극 ‘엄마를 부탁해’ ‘가을소나타’도 모두 매진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난타’와 ‘뮤직쇼 웨딩’은 평소에 비해 한국인 관객이 10% 정도 늘었다. 1만 원인 관람료를 5000원으로 할인해주는 삼성미술관 리움 역시 관람객 수가 다른 평일의 1.2배로 증가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해야 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프로그램 중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인터파크에서 요즘 티켓 예매 순위 1∼5위에 오른 ‘레베카’ ‘지킬 앤 하이드’ ‘조로’ ‘마리 앙투아네트’ ‘헤드윅’은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지 않았다. ‘프라이드’ ‘슬픈 연극’ 등 인기가 많은 연극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한 편 이상 공연을 관람하는 최보라 씨(31)는 “문화가 있는 날에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막상 보고 싶은 작품은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문화가 있는 날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찾는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사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문화계의 지적이다. 설문 응답자 20명 가운데 11명은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로 기획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정부 차원의 문화정책이면서도 민간 분야의 제작사나 공연장에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문화가 있는 날이 제대로 꽃피우려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제작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지원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정은 기자}

    •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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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운 대사는 이제 그만”… 쉽고 재미있는 오페라 뜬다

    《 오페라는 어렵다. 음악극이란 점에서 뮤지컬과 비슷하지만 고급 공연 장르라는 인식과 함께 대중화의 속도가 더디다. 한국인 성악가가 국내 무대에 올라도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노래하다 보니 자막 모니터는 필수다. 관객은 자막 읽으랴, 노래 들으랴, 눈과 귀가 바쁠 수밖에 없다. 최근 오페라 제작자들 사이에서 정통 오페라도 좋지만 관객을 끌기 위해선 일단 쉽고 재밌어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연극 뮤지컬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성 있는 오페라 제작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11월 8, 9일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리타’는 공연장과 뮤지컬 배우들이 합심해 만들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드라큘라’ ‘지킬앤하이드’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양준모가 오페라 연출로 데뷔한다. 음악감독 박칼린의 제자로 잘 알려진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가스파로, 일본 극단 사계 출신으로 뮤지컬 ‘고스트’ 등에 출연한 이경수가 베페 역을 맡았다. 10일 연습 현장에서 만난 양준모는 “애호가들만을 위한 오페라가 아니라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양준모와 충무아트홀이 작품 기획 단계에서 관객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페라는 대사를 알아듣기 어렵다” “대중적인 배우가 없어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팀은 우선 ‘위키드’ 대사를 번역한 이지혜 한지안에게 프랑스어 대사를 우리말로 옮기도록 했다. 뮤지컬 배우 위주로 주요 배역을 캐스팅한 것도 관객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 연습 현장에서 지켜본 뮤지컬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는 오페라 가수와 비교할 때 훨씬 명확하게 전달됐다. 양준모와 최재림은 뮤지컬 배우지만 성악 전공이다. 양준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음악원을 수료했다. 2장의 성악 앨범도 출시했다. 경원대 성악과를 수석 졸업한 최재림은 뮤지컬과 오페라 발성법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성악할 때의 목소리가 사라져 뮤지컬 공연을 2년 정도 쉬고 대학원에서 다시 성악 공부를 하던 중 리타를 만나 기쁘다.”(최재림) 제작사의 기획 의도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공연을 한 달 정도 앞둔 13일 4일간의 공연 중 VIP석 대부분은 판매됐다. 16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 오르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에서도 연극연출가인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 ‘모범생들’ ‘연애시대’, 뮤지컬 ‘아가사’ 등을 작업한 그는 오페라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야말로 ‘생초보’다. 안태경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과감하고 기발한 오페라 공연을 기대하며 김 감독을 참여시켰다”고 했다. 외국 오페라 시장에서는 이미 오페라와 영화, 뮤지컬과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영화감독인 장이머우는 오페라 ‘투란도트’,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은 오페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출했다. 일본 극단 사계의 아사리 게이타 대표도 오페라와 뮤지컬 연출을 번갈아 가며 맡고 있다. 박제성 오페라 평론가는 “오페라에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것은 시대의 트렌드”라면서도 “흥행 때문에 다른 장르와의 협업이 강조되다 보면 정통 오페라의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오페라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유럽 정통 오페라 프로덕션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오페라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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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古음악계 세계적 디바’ 소프라노 임선혜 첫 독집앨범

    한국이 낳은 고(古)음악계의 세계적 디바로 평가받는 소프라노 임선혜(38·사진)가 생애 첫 독집 앨범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을 출시했다. 1999년 유럽 무대에 데뷔한 지 15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음반이다. 세계적인 고음악 전문 음반사인 아르모니아 문디가 최초로 동양인 성악가의 독창 음반을 냈다. 연주는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가 맡았다. 그에게 소중한 ‘자식’이나 다름없다. 10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풍월당에서 만난 그는 “2008년부터 녹음을 시작했지만 바쁜 일정과 작업이 까다로운 고음악 특성 때문에 이제야 음반이 빛을 보게 됐다”며 “동양의 성악가에게 독집 앨범을 내준 적 없는 음반사를 통해 첫 앨범을 내게 된 것은 굉장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오르페우스’ 한마디로 정리된다.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음악가로 뛰어난 노래와 연주 실력으로 지하세계의 신들을 감동시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살려낸다. 하지만 그는 지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약속을 어겨 결국 아내를 잃게 된다. 이 신화는 악보가 남아있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페리의 에우리디체(1600년), 근대 오페라 효시인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1607년)의 소재로 쓰였고 이후에도 수많은 작곡가가 다양한 곡으로 재해석했다. 임선혜의 독집 앨범도 이탈리아 작곡가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와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 프랑스 작곡가 루이 니콜라스 클레랑보와 장 필리프 라모가 이 신화를 주제로 만든 칸타타(바로크 시대의 성악곡)로 꾸몄다. “고음악은 14∼18세기 서양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창법으로 되살리는 겁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칸타타 악보를 구하기 위해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리더와 함께 도서관에서 살았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 만족합니다.” 임선혜는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유학 중이던 23세 때 고음악계 거장인 벨기에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헤에게 발탁돼 모차르트 작품으로 고음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알려진 노래를 하면 안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고음악을 하면서 느낀 독특한 매력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면서 낯선 노래를 자꾸 찾게 됩니다.”(임선혜)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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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국가가 더 이상 개인의 편이 아닐 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 8월 1일. 일곱 살 소년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발트 해 연안의 힌터포메른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을 접했다. 전쟁은 4년간 지속됐다. 독일 베를린에 살던 소년에게 전쟁은 마치 놀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공습도, 폭탄도 없었다. 소년은 매일 독일군의 승리 소식을 경찰서에 걸린 ‘전황 보고문’으로 접하며 흥분한다. 소년에게 다른 국가란 ‘적’이었고, 포로 숫자와 획득한 토지, 정복한 요새, 가라앉은 군함의 수는 마치 월드컵 경기에서 획득한 골의 숫자와 같았다. 소년은 점점 전쟁놀이의 매력에 빠졌고,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저자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당시 독일인에게 전쟁은 즐겁고 설레는 기억이었다고 말한다. 1900년에서 19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전쟁을 즐거운 놀이로 생각했다. 이들은 훗날 ‘나치즘의 근간’이 됐다. 1918년 11월 19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던 저자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와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는 민족주의를 목격하고 혼란을 겪는다. 히틀러와 나치는 기다렸다는 듯 세상을 집어삼켰다. 저자는 나치 독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희망 없는 조국을 등지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을 자전적 에세이 형식으로 낱낱이 기록했다. 저자는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묻는다. “국가가 더이상 개인의 편이 아닐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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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도 사회도 합창하듯 조화로운 소리 냈으면”

    “합창이란 다른 사람과 자기 소리가 잘 맞아야 좋은 소리가 나는 법이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화음을 이루듯 교회도 사회도 조화롭게 운영돼야 합니다.” 뮤지컬 음악 감독 박칼린의 스승이자 한국 합창계의 대부로 잘 알려진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76)의 말이다. 30년째 극동방송 찬양합창제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1976년 극동방송 음악 PD 시절, 합창으로 교회 간 교류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으로 시작했다”며 “그런데 퇴사한 후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찬양합창제는 교회 성가대가 1년에 한 번씩 모여 찬송가로 경합하는 대회다. 이 행사는 11일 오후 7시 KBS홀에서 열리며 영락교회, 여의도 순복음교회, 목동제일교회, 불광동 성서침례교회, 포항 기쁨의교회 찬양대 등이 참여한다. 02-320-0114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그는 “처음 회사에 찬양합창제 기획안을 제출했을 때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내 집을 팔아서라도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결국 허락을 받았다. 진짜 집을 팔진 않았지만, 모아놓은 돈의 상당액을 합창제를 위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합창대회에 이렇게 열정을 쏟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합창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지역이나 교파를 뛰어넘어 개신교 신자들이 서로 화합하고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는 좋은 교류의 장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이웃과의 교류나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공동선을 향해 나아갈 때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또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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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클래식계 이끌 영광의 샛별들

    제54회 동아음악콩쿠르 시상식이 9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 올해 동아음악콩쿠르는 7∼9일 열린 본선 경연을 통해 7개 부문에서 입상자 18명을 선정했다. 1위 입상자 중 고동휘 군(17·서울예고 2학년)은 바이올린 부문 1위에게 주는 우금상과 영창음악장려상을 함께 수상해 원로 바이올리니스트 우금 양해엽 씨(85)로부터 상금 300만 원을, 영창뮤직에서 피아노 1대를 받았다. 고 군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동아음악콩쿠르에 처음 도전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감사하면서도 얼떨떨하다”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첼로 부문 1위 이동열 군(17·서울예고 3학년)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 버나드 그린하우스와 그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그린하우스재단의 그린하우스재단상을 함께 수상했다. 10일 오후부터 심사위원 명단 및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콩쿠르 7개 부문의 본선 경연 전 과정도 27일부터 동아닷컴에서 동영상으로 유료 서비스된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바이올린 △1위 고동휘 △2위 김지인(18·연세대 1학년) △3위 없음 △4위 전효진(18·서울대 1학년) △5위 박강현(23·서울대 3학년) ▽비올라 △1위 윤소희(18·한예종 3학년) △2위 송가은(18·서울대 1학년) △3위 없음 ▽첼로 △1위 이동열 △2위 송민제(19·한예종 1학년) △3위 윤설(18·서울대 1학년) ▽콘트라베이스 △1위 고삼열(20·한예종 2학년) △2위 강성준(20·서울대 2학년) △3위 이혜선(20·서울대 3학년) ▽호른 △1위 없음 △2위 고영종(19·서울대 1학년) △3위 조리아(20·서울대 2학년) ▽트롬본 △1위 김성수(25·한예종 졸업) △2위 전창영(22·한예종 3학년) △3위 없음 ▽트럼펫 △1위 없음 △2위 김주원(23·가천대 4학년) △3위 성태우(18·추계예대 1학년)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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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어가는 가을… 점심식사후 음악에 취해볼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쌀쌀해지며 완연한 가을을 알리는 10월 서울 도심에서 음악 선율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주머니 사정 때문에 잠시 머뭇거렸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풍성한 무료 공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덕수궁 돌담길 사이의 정동극장 야외마당에선 매일 도심 속 무료 음악회가 열린다. 평일에는 광화문 일대의 직장인과 시민들을 상대로 점심시간대인 낮 12시 20분부터 공연이 시작되고, 저녁에는 오후 6시 50분부터 진행된다. 토요일 공연은 오후 2시. 총 106명의 아티스트들이 매주 ‘고전’ ‘청춘’ ‘낭만’ 등의 주제로 28회 야외공연을 펼친다. 공연 첫 주는 연극배우와 문인이 ‘배비장전’ ‘홍길동전’ 등 고전문학을 낭독하고, 둘째 주에는 정동극장의 창작 인큐베이팅 사업인 ‘전통창작 발견프로젝트-100만 원의 씨앗’을 통해 선정된 5개 국악팀이 무대에 오른다. 셋째 주는 가수 김창완이 멤버로 활동 중인 ‘김창완밴드’와 인디밴드 ‘잠비나야’의 합동 공연, 소리꾼 전영랑과 재즈밴드 프렐류드의 공연 등이 펼쳐진다. 02-751-1500 세종문화회관도 시민을 위한 무료 공연을 선보인다.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광화문 문화마당 ‘당신을 위한 연주’가 열린다. 한글날인 9일 ‘KBS 전 국민 합창대회 더 하모니’에서 대상을 수상한 합창단 ‘리더타펠 서울’과 국립 전통예술고등학교 국악합창 동아리 ‘두레소리’의 합창 공연, 14일 서울시 청소년국악단, 15일 한국무용협회, 16일 벨아르테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이어진다. 우천시 공연 취소. 02-399-1617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관 로비에서 무료 클래식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 29일에는 이화여대 음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 ‘FM 91.5’가 연주에 나선다. 02-6303-1977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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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경 대신 배트… 신부님들 사랑의 ‘다문화 홈런’

    “주교님, 직구로 던져 주세요.” “2루타야 2루타, 홈으로 뛰어!” 6일 인천 신흥동의 한 야구경기장. 야구 연습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천주교 서울·인천·의정부·광주 교구 소속 신부 32명이었다. 사제복 대신 야구복을 입고 경기장을 누비는 이들의 모습은 성당에서의 느긋하고 여유롭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받아 칠 땐 거침이 없었고, 홈으로 뛰어오는 발걸음에선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 사제들은 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배우 오지호, 개그맨 이봉원 등 한스타 연예인 야구팀과 가질 한판 승부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외부 팀과는 거의 경기를 하지 않고 자체 경기를 주로 하던 이들은 이 경기를 위해 4개 교구의 야구단에서 각 8명씩 차출해 연합 팀을 꾸렸다. 원래 연예인 야구단은 5월에 경기를 제안했는데, 당시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연기했다. 특히 이번엔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몸소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다문화가족 5000여 명을 초대해 무료로 관람케 할 예정이다. 야구단 단장인 인천교구 정신철 총대리 보좌주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다문화가정을 소외시키며 분리하는 것”이라며 “이번 경기는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신부들이 야구 경기를 통해 소외된 다문화가정을 감싸 안으려는 사목 활동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었다. 신부들은 야구단의 사령탑인 의정부교구 소속 이정훈 신부(54)의 지휘 아래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기량을 점검했다. 이 신부는 경기 당일 마운드에 오를 투수와 4번 타자 선정에 고심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신부는 “투수와 타자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서 경기 당일 컨디션을 보고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50세인 정 주교는 이날 마운드에 올라 타자들의 배팅 연습을 위해 쉴 새 없이 공을 던졌다. 인천교구 야구단에서 투수로 활약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야구 사랑도 넘친다는 것. 신부 야구단은 수비 연습에 더 정성을 쏟았다. 야구 선수 출신인 인천교구청 사무장이 치는 공을 내야수가 받아내는 ‘펑고’ 훈련을 반복했다. 인천교구청 소속 박유양 신부는 “우린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며 “팀원 간 호흡이 중요한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웃었다.인천=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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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은 “3년전 ‘라 수르스’ 群舞에 대타 출연하며 꿈꾼… 그 주인공 됐어요”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무대에 발레리나 박세은(25·사진)이 주역으로 선다. 343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에서 한국인 발레리나가 주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파리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는 “12월 28일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샘물)’의 주역 나일라를 맡게 됐다고 공식 통보를 받았다”며 말했다. 그에게 ‘라 수르스’는 특별한 작품이다. 그의 이름 앞에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두 번이나 안겨줬다.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그는 세계 4대 무용 콩쿠르 가운데 잭슨(2006년) 로잔(2007년) 바르나(2010년) 등 3개 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2011년 국립발레단 주역 타이틀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파리로 건너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준단원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때 처음 무대에 오른 작품이 바로 ‘라 수르스’였다. 당시 그는 군무 단원 중 부상자가 생겨야만 대타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언더스터디’에 불과했다. “훗날 꼭 이 작품의 주역이 되리라 그때 다짐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불리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전체 단원 160명 중 외국인이 5%가 채 안 될 만큼 배타적이다. 외국인 단원이 작품의 주역으로 캐스팅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좁은 문을 열고 피라미드 정점에 오르기까지 박세은은 노력과 집념으로 버텼다. 그의 주역 데뷔에는 안무가 장기욤 바르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박세은은 “줄곧 야단만 맞아서 내 발레에 불만이 많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였다”며 웃었다. “10년간 러시아 발레를 배워왔기에 입단 이후 스타일 변화에 힘들었어요. 파리 발레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바르 선생님은 늘 ‘세은, 그건 러시아 발레야. 파리 발레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다그쳤어요.” 그런 안무가의 마음을 어떻게 돌렸을까. “결국 실력밖에 없었죠. 기본기에 충실했고, 바르 선생님의 가르침에 ‘왜’라는 토를 달지 않았어요. 100% 흡수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발레 테크닉들이 빛을 발하게 됐죠. 양쪽 수평이 잘 맞는 골반 등 신체조건도 유리했고요.” 그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군무단원 생활 6개월 만에 코리페(군무의 리더)가 됐고, 다시 1년 만에 쉬제(솔리스트)로 승급했다. 모던 발레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21일에는 모던 발레 ‘레인’의 주역으로 데뷔한다. 박세은은 ‘라 수르스’ 연습을 앞두고 감정 연기에 빠져 있다. 1막에선 요정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2막에선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애절한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테크닉만 화려한 발레리나가 아닌, 표현력이 풍부한 감정 연기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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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염추기경 바티칸서 회동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의 작은 만남이 중요합니다.” 8월 방한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프란치스코 교황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5주 만에 바티칸에서 다시 손을 맞잡았다. 서울대교구는 염 추기경이 25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 교황 집무실에서 교황을 30분간 단독으로 만났다고 30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염 추기경이 “인도적 차원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히자, 교황은 “반가운 말씀”이라며 “특히 남북의 잦은 만남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는 산하 민족화해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교구의 한 관계자는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해 결핵환자들을 도운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인 미국인 함제도 신부와 결핵약 지원 활동에 나서는 등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현재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하고 있으며 함 신부는 2007년부터 평양교구장 고문을 맡고 있다. 교황은 염 추기경과의 만남에서 한국 방문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교황은 “한국에서의 기억이 제 마음속에 남아 있다”며 “저 자신이 위로받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도 “교황의 한국 방문이 상처받고 갈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과 치유가 됐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날 한국에서 발행한 교황방한기념우표와 교황방한기념주화를 선물했다. 염 추기경은 바티칸에서 열리는 1∼3일 교황청 성직자성 회의, 5∼19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특별총회에 참석한다. 4일에는 염 추기경의 명의본당(해외 추기경이 형식적으로 주임신부를 맡고 있는 로마 교구의 성당)인 성 크리소고노 본당에서 취임 미사를 집전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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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테츨라프 “바흐는 잊어주세요… 멤버들 선호 곡으로 최고의 연주”

    미국 뉴욕타임스가 2008년 “현존하는 음악가 중 가장 뛰어나고 탐구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평가한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48)가 다음 달 2일 자신이 이끄는 실내악단 ‘테츨라프 콰르텟’을 이끌고 3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 26일 독일에서 전화를 받은 테츨라프의 목소리는 기대에 차 있었다. “저야 과거 두 차례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테츨라프 콰르텟의 이름으로는 첫 내한 공연이에요. 그래서인지 멤버들이 이번 공연을 앞두고 굉장히 들떠 있어요. 제가 침착해야 한다고 말릴 정도라니까요.” 현악 4중주단 테츨라프 콰르텟은 1994년 창단됐다. 테츨라프와 그의 여동생 타냐 테츨라프(첼리스트), 한나 바인마이스터(비올리스트), 엘리자베트 쿠퍼라트(바이올리니스트)가 멤버다. 테츨라프는 “공연 레퍼토리는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들로 신중하게 골랐다”고 했다. 그는 “모차르트가 하이든에게 헌정한 현악 4중주 제15번 D단조 K421,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가 담긴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제15번 A단조 Op.132, 외르크 비트만이 슈만의 피아노곡 ‘나비’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현악 4중주 제3번 ‘사냥 4중주’를 연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부터 협연 러브 콜을 받고 있는 테츨라프는 4년 전 첫 내한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전’으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자신만의 음악 언어로 풀어내 국내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장기인 바흐의 곡을 연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테츨라프 콰르텟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곡과 솔리스트로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곡은 다르기 때문”이라며 “테츨라프 콰르텟만의 최고의 연주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00만 달러(약 20억8900만 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쓰다가 1999년 독일의 악기 제작자 페터 그라이너가 만든 1만7000달러(약 1775만 원)짜리 ‘저렴한’ 악기로 바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 연주 스타일에 딱 맞는 바이올린이에요. 꼭 스트라디바리우스만 고집할 이유는 없어요. 게다가 테츨라프 콰르텟 멤버들의 악기와도 조화로운 선율을 만들어 내거든요.” 10월 2일 8시 LG아트센터. 4만∼8만 원. 02-2005-0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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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名연주는 지휘봉 끝에서…” 정명훈, 올리브나무 직접 깎아 만들어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10월 13일 첫 방송)의 주인공인 탤런트 주원은 요즘 이종진 전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부터 한창 지휘를 배우고 있다. 세계적 지휘자를 꿈꾸는 천재 음대생 차유진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KBS 교향악단 지휘자인 요엘 레비 음악감독도 극 중 천재 지휘자인 ‘세바스찬 비에라’ 역을 맡아 드라마에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휘자는 지휘봉을 든 손(대개 오른손)으로는 박자를, 다른 손으로는 강약과 표현, 호흡, 정지 등을 지시하며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부터 다양한 색깔의 화음을 빚어낸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지휘봉은 지휘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한 요소”라며 “연주자들이 악기를 고르듯 지휘자들도 지휘 습관이나 스타일에 따라 자신을 대변하는 상징인 지휘봉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유명 지휘자의 지휘봉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61)은 10여 년째 지휘봉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재료는 아몬드 또는 올리브 나무. 프랑스 프로방스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 심은 나무에서 직접 나뭇가지를 잘라 사포로 갈아서 제작한다. 정 감독은 “직접 만들어야만 나에게 꼭 맞는 무게나 균형감을 찾을 수 있다”며 “틈나는 대로 지휘봉을 만들 만한 나뭇가지를 골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종종 직접 만든 지휘봉을 자선 경매에 내놓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수업까지 빠지며 당시 경매에 나온 정 감독의 지휘봉 2개를 낙찰받기도 했다. 김선욱은 2월 영국왕립음악원에서 지휘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지휘자의 꿈도 키우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임헌정 예술감독(61)은 흰색 케인(지휘봉의 몸통 부분)의 지휘봉만 사용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흰색이 가장 눈에 잘 띄고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경기필하모닉 성시연 예술감독(38)은 지휘 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2001년 독일에서 구입한 지휘봉을 13년째 사용 중이다. 성 감독은 “이 지휘봉으로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여성 최초로 대상을 받았고 이후 각종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내 첫 지휘봉이자 함께 성장하며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지휘봉이라 그런지 다른 것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색 지휘봉을 사용하거나 지휘봉 대신에 맨손을 고집하는 지휘자도 적지 않다. 러시아 출신 발레리 게르기예프(61)는 ‘이쑤시개 지휘’로 유명하다. 평소에는 지휘봉 없이 맨손 지휘를 선호하지만 개별 악기군에 좀 더 정확한 지시가 필요할 경우 이쑤시개처럼 생긴 길이 10cm의 지휘봉을 꺼내 든다. 지휘봉이 얇고 가늘다 보니 연주 도중 부러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명훈 감독은 2010년 서울시향의 말러 전곡 연주 시리즈 무대에서 교향곡 2번을 지휘하다 지휘봉이 부러져 맨손으로 지휘를 마치기도 했다. 쿠르트 마주어(87)는 1972년 교통사고로 새끼손가락을 다친 뒤부터는 지휘봉 없이 맨손 지휘를 했다.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33)은 평소 지휘봉을 사용하지만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나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말람보’ 등 춤곡을 지휘할 때는 맨손으로 지휘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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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르멘 판타지에 강남스타일-아리랑리듬… 한국적 크로스오버, 내 가슴을 두드려요”

    “올해로 데뷔한 지 25주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신동’이라 불렸을 때가 엊그제 같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34)은 아홉 살 때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필의 신년음악회를 통해 데뷔한 이후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세계 곳곳에서 1년에 100회 이상의 연주 일정을 소화한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그는 다음 달 한국에서 첫 크로스오버 콘서트 전국투어를 펼친다. 지휘의 명가로 꼽히는 ‘예르비 가문’의 막내아들 크리스티안 예르비가 이끄는 ‘앱설루트 앙상블’과 함께한다. 26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전화를 받은 사라 장의 목소리는 밝았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록, 힙합 리듬이 가미된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한국 팬들을 만난다고 하니 다들 ‘왜?’라는 궁금증을 가지실 것 같아요. 전 크로스오버 음악을 진짜 싫어했거든요. 음반사와 매니지먼트사에서 아무리 제안을 해도 거들떠보지 않았죠. 브람스, 멘델스존의 음악을 연주할 때 저는 가장 자신이 있어요. 그런 제가 갑자기 왜 마음을 돌렸을까요? 하하.” 정통 클래식 음악만을 고수해온 그의 마음을 돌린 사람은 크리스티안 예르비였다. “예르비가 제게 제안을 하면서 ‘악보 보낼 테니 한번 보기만 해봐’라고 하더군요. 그가 보내준 악보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비탈리의 ‘샤콘’,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와 같은 클래식 곡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아리랑의 리듬을 혼합해 한국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기존 클래식 곡의 바이올린 파트를 살려 힘을 준 점도 그의 도전에 힘을 보탰다. 사라 장의 내한 공연은 다음 달 23,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6일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7만∼30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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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실용서]눈이 아닌 혀끝으로 하루키 읽기

    누구에게나 ‘솔 푸드(soul food·영혼의 음식)’가 있다.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걸쳐야 한다거나, 밤 10시 이후에는 ‘프라이드 반, 양념 반’ 치킨이 진리라든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에선 음식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음식들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수단이 아닌, 등장인물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솔 푸드’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하루키 덕후(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들 사이에선, 작품 속 음식도 늘 화제다. 일본 내 하루키 팬클럽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작품에 나오는 요리를 모아 레시피북을 출간했고, 도쿄에 하루키 음식만을 파는 카페가 있을 정도다. 저자는 하루키 소설에 빠진 뒤 요리에 흥미를 가졌고, 요리사와 푸드 칼럼니스트의 길을 걷게 된 하루키 덕후다. 저자는 각 인물의 개성에 적합한 ‘솔 푸드’를 직접 제시하고 간단한 레시피를 덧붙인다. 예를 들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손녀딸을 하루키 작품 속에서 가장 섹시한 캐릭터로 보고 그에게 저자가 가장 섹시한 음식으로 생각하는 로스트 치킨을 권한다. 또 ‘1Q84’의 아오마메와 덴고에게 ‘고통을 잊게 하는 각성제’로 진한 초콜릿 퍼지 케이크와 레드벨벳 케이크를 처방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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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봉 잡을때보다 건반위를 거닐때 더 좋아”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러고 손끝으로 내밀한 이야기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지휘자 정명훈(61)이 생애 처음으로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보다 피아노 연주가 더 어렵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설 때 사실 더 즐겁다”며 “이번 리사이틀은 피아노 연주를 통해 손녀를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고픈 말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이름을 붙인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그의 삶과 맞닿은 소품들로 채워졌다. 드뷔시의 ‘달빛’은 손녀 루아를 위한 선물, 슈베르트 즉흥곡 G플랫 장조는 큰아들 진의 결혼식에서 본인이 연주한 곡이다. 쇼팽 녹턴 c# 단조는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위한 곡이다. 이 밖에 브람스의 피아노를 위한 4곡의 소품 Op.119와 쇼팽 발라드 1번과 4번 등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지휘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걸어온 음악의 출발점은 피아노였다. 그는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지휘자로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따금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실내악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긴 했지만, 홀로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피아니스트는 운동선수랑 비슷해요. 훈련을 계속해야 손가락이 제대로 돌아가거든요. 예전만 할진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프랑스 프로방스 자택에 소장하던 개인 피아노를 한국으로 들여왔다.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그다지 널리 사용하지 않는 오스트리아 ‘뵈젠도르퍼’ 피아노다. 그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피아노인 스타인웨이를 남자에 비유한다면, 뵈젠도르퍼는 여자”라며 “웅장한 소리는 물론이고 작고 섬세한 소리의 표현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공연은 10월 5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12일 대구 시민회관, 12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내년 1월 10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와 12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4만4000∼13만2000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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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무-살풀이란… 진정한 춤꾼을 위한 ‘춤의 대화’

    7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 고 정재만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이 안무한 ‘사제동행’이 25, 2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고인은 생전 이수자 4명과 함께 6월 중순부터 타계하기 며칠 전까지 공연 준비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22일 만난 이수자 김혜영 씨(43)는 “선생님 발인이 있었던 7월 15일에는 원래 오전 10시부터 사제동행 공연 연습이 예정돼 있었다”며 “선생님은 유독 이번 공연 무대를 앞두고 이수자들에게 자신의 춤에 대한 철학을 깊이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흐느꼈다. 이 작품은 고인을 비롯해 한명옥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 한국무용가 이흥구 김매자 국수호 이성훈 박은하 선생이 직접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을 지도한 무용극이다. 승무, 살풀이, 동래학춤 등 다섯 가지 전통 무용별로 스승과 제자가 등장해 진정한 춤꾼이 되기 위한 자세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무대와 달리 고인과 이수자들의 승무는 제자들만 무대에 오른다. 대신 공연 직전 생전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을 지도한 고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분간 상영할 예정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제자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 서럽고 속상한지 이수자들끼리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많이 울곤 했어요. 며칠 전 꿈에 선생님이 나타나셨는데 ‘혜영아. 나 죽지 않았어. 나 여기 있어’라고 말씀하더라고요. 신기한 건 저 말고도 다른 이수자들 꿈에도 선생님이 나와 같은 말을 했대요.”(이수자 김혜영) 사고가 있기 1개월 전에 마지막 이수자로 뽑힌 조은주 씨(33)는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오르진 못하지만 선생님이 공연장 어딘가에서 유작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는다”며 “스승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수자들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제자들에게 ‘춤을 출 때에는 춤꾼의 감정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전에서 나오는 힘으로 담백하고 깊이 있는 춤을 춰야 한다는 게 고인의 철학이었다. 이수자들은 “스승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번 공연에서 슬픈 감정을 숨긴 채 깊은 춤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숙제”라고 입을 모았다. 관람료는 1만∼3만 원. 02-580-33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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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脫宗선언 송담 스님, 끝내 제적원 제출

    인천 용화선원장 송담 스님(사진)이 19일 대한불교조계종 탈퇴 제적원을 제출했다. 송담 스님은 조계종 종정을 맡고 있는 진제 스님과 한국 선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알려져 있다. 송담 스님은 용주사의 어른 스님인 회주이자 용화선원이 소속된 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장도 맡고 있다. 법보선원에 따르면 송담 스님을 비롯해 환산, 동해 스님 등 임원진 10명이 이날 오전 스님들이 적을 두고 있는 본사 용주사에 이어 총무원 사찰교무팀에 제적원을 제출했다. 이들은 “법보선원의 수행 전통과 현 대한불교조계종의 수행 환경의 차이로 조계종 승려로서의 의무를 내려놓고자 한다”고 제적 신청 이유를 밝혔다.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 소식이 알려지자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간부 스님들이 용화선원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탈종 파문은 조계종의 재단법인들에 대한 법인화 추진과 8월 치러진 용주사 주지 선거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당시 송담 스님은 선거 잡음을 피하기 위해 합의에 의한 추대를 희망했으나 선거에서는 정대 스님의 제자인 성월 스님이 성관 스님을 제치고 당선됐다. 자승 스님은 정대 스님의 상좌로 송담 스님에게는 조카 제자가 된다. 한편 이날 용주사는 제적 신청을 반려했다. 총무원도 “문중의 큰어른 일을 경솔하게 처리할 수 없어 반려했다”고 밝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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