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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대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최근 자금시장 경색이 조금씩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A’급인 SK텔레콤이 이날 진행한 2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1조9250억 원이 모였다. 이날 수요예측에선 2년물 1000억 원 모집에 5150억 원, 3년물 900억 원 모집에 8250억 원, 5년물 400억 원 모집에 4300억 원 등 만기별로 투자 수요가 고르게 분포됐다. 이처럼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몰림에 따라 SK텔레콤은 회사채 발행 규모를 3100억 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AA+’ 등급의 SK㈜도 지난달 30일 23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8600억 원의 자금을 모아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SK㈜는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다. 회사채 금리도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AA―’ 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올 10월에 한때 5.7%까지 오르다 현재 5.4% 선을 나타내고 있다. 단기 자금시장 지표인 기업어음(CP) 금리도 지난달까지 거침없는 오름세를 보이다 이달 들어서는 상승을 멈췄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호주 시드니에 사는 66세 동갑내기 부부 베리와 마거릿 퀸 씨는 10월 한 달간 유럽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내년엔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여행을 더 자주 다니고 바다가 보이면서도 시내가 가까운 동네로 이사할 계획이다. 퀸 씨 부부가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즐기는 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 덕분이다. 두 사람은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 각각 140만 호주달러(약 12억4000만 원)를 쌓아둔 ‘연금 백만장자’다. 대학교수와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2018년 은퇴한 부부는 각자 연금으로 매달 5800호주달러(약 510만 원)를 받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은 1992년부터 모든 근로자의 가입이 의무화된 데다 연금 자산의 60%가량이 주식으로 운용되며 연 8%대의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퀸 씨는 “은퇴 전까지 월급 10% 이상을 퇴직연금에 넣었고 목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로 납입했다”며 “요즘 증시 하락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균형 잡힌 운용 시스템을 믿는다”고 했다. 노후를 걱정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 선진국들은 공적연금 개혁을 서두르고 퇴직·개인연금을 활성화하며 고령화와 노후 빈곤에 대비해 왔다. 복지·금융 선진국 은퇴자들이 노후를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탄탄한 ‘3층 연금’… “일할 때보다 노후 더 풍족”독일 베를린 보험사에서 38년 넘게 근무 중인 미하엘 야코비 씨(57)는 10년 뒤 정년을 맞는다. 독일은 2011년까지 65세였던 법적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확대하는 정책을 연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연금 수급 연령도 67세로 늦춰진다. 야코비 씨가 퇴직 후 받는 연금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더해 3200유로(약 440만 원)가량. 현재 받는 월급과 별 차이가 없다. 이를 위해 매달 공적연금에 445유로, 퇴직연금에 340유로를 붓고 있다. 11세 늦둥이 아들이 야코비 씨의 은퇴 이후 대학에 가지만 정부가 학비를 지원해줘 걱정이 없다. 야코비 씨는 “연금 외에 그동안 투자한 주식과 예·적금을 더하면 오히려 노후가 지금보다 넉넉할 것 같다. 일할 땐 중산층인데 은퇴 이후 중상층이 될 수 있겠다”며 웃었다. 퇴직 후 받을 연금을 계산해보고 여유가 생긴 그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후원하는 데 매달 500유로를 쓰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홀로 사는 뵈리예 린톤 씨(68)는 30년 넘게 다니던 유럽 최대 제지회사 스토라엔소의 사정이 나빠져 4년 전 갑작스럽게 은퇴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은퇴 전 평균 소득의 70%가량을 연금으로 받으며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일찌감치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사적연금 등 ‘3층 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린톤 씨는 “매달 연금 계좌로 3만6000크로나(약 450만 원)가 들어온다”며 “공적연금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입해 매달 1만 크로나씩 납입한 사적연금 덕을 보고 있다”고 했다. 린톤 씨는 최근 매일 3시간씩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회계 컨설팅을 하는 일도 시작해 연금을 더해 월 소득 700만 원 정도를 번다. 이 덕분에 반려견과 함께 순록, 새 등을 사냥하는 호사스러운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그는 “노후 인생을 즐기려면 안정적인 연금 제도와 적당한 노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퇴직연금으로 ‘연금 백만장자’ 쏟아져미국 테네시주의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드웨인 스티븐스 씨(63)는 2년 후 은퇴해 딸 셋과 함께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에도 현재 소득의 70∼80%는 유지돼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스 씨가 이런 노후를 꿈꾸는 건 미국 퇴직연금 ‘401K’ 덕분이다. 한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401K 제도는 1981년 자리 잡았다. 2006년부턴 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 놓은 상품에 투자하는 ‘디폴트옵션’도 도입됐다. 스티븐스 씨도 20대 중반부터 30년 넘게 401K에 적립금을 넣었다. 연봉이 인상되면 적립금을 늘렸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주식과 채권을 섞어가며 운용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아주 좋다”며 “요즘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은퇴 시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호주와 미국에선 퇴직연금 투자만으로 백만장자가 된 근로자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 고객 가운데 퇴직연금 계좌 잔액이 100만 달러가 넘는 가입자는 6월 말 29만4000명이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도 잔액이 100만 호주달러 이상인 계좌가 지난해 말 현재 2만 개를 웃돈다.○ “연금 개혁 다시 시동”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가브리엘 뒤부아(가명·73) 씨는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만 노후를 보낸다. 조선업 엔지니어로 30년 넘게 일하며 직역연금에 가입한 덕에 한 달에 4000유로(약 550만 원)를 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생활비와 의료비를 걱정 없이 쓰기에 충분하다. 뒤부아 씨는 “노후 생활에 100점 만점에 95점을 줄 정도로 만족한다”며 “직역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직업과 직능에 따라 42개로 나뉜 직역연금이 사실상 전 국민의 노후를 보장한다. 하지만 기금별 운용은 천차만별이다. 고소득 전문직종 연금은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제조업 분야는 연금을 두둑이 지급하는 대신에 기금은 적자에 허덕여 정부가 매년 적자를 메워준다. 연금 가입자로선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누리지만 급증하는 연금 적자는 고스란히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42개로 나뉜 복잡한 연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대규모 파업과 시위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추진했다가 좌초된 연금 개혁을 5년 만에 재추진하면서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사는 오기노 유지 씨(79)는 건설사를 다니다가 2003년 퇴직했다. 은퇴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 한 달에 15만 엔(약 140만 원) 정도를 생활비로 쓴다. 절반은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을 받아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주말 건물 경비를 하며 번 돈으로 보탠다. 오기노 씨는 “연금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나오니 다행”이라고 했다. 현행 일본 연금 제도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이 반영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빨라 일본 정부는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베를린=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시드니=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스톡홀름=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자금시장 경색의 여파로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부도업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도 5%를 넘어서면서 이자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0%로 9월(0.26%)에 이어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어음부도율은 기업 자기앞수표와 당좌수표, 약속어음 등 어음교환소에 회부된 전체 어음·수표 중 부도 처리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9월의 어음부도율은 2017년 6월(0.28%)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0월 부도율 역시 9월을 제외하면 2018년 5월(0.22%) 이후 가장 높다. 어음부도율은 7월 0.01%, 8월 0.02%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9월 들어 갑자기 열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상승하면서 갑작스러운 유동성 부족을 겪게 된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어음부도율이 치솟으면서 부도 기업도 크게 늘었다. 부도 업체 수는 8월 9곳에서 9월 13곳으로 늘었고 10월에는 20곳으로 더 증가했다. 부도 금액도 8월 373억 원에서 9월 4678억 원으로 급증한 뒤 10월에도 3923억 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0월에 연 5.49%로 2012년 8월(5.5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0월(3.14%)과 비교하면 1년 새 2.35%포인트 급등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도 69.5%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3.0%) 대비 23.2배로 커졌다. 5% 이상 대출 비중은 올해 5월(7.7%)만 해도 한 자릿수였지만 6월 12.3%에 이어 7월 20.7%, 8월 28.8%, 9월 40.6%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대출 이자와 함께 잔액도 불어났다. 올 10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52조6000억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말보다 235조9000억 원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위기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흑자 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자금시장 경색의 여파로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부도업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도 5%를 넘어서면서 이자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0%로 9월(0.26%)에 이어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어음부도율은 기업 자기앞수표와 당좌수표, 약속어음 등 어음교환소에 회부된 전체 어음·수표 중 부도 처리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9월의 어음부도율은 2017년 6월(0.28%)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0월 부도율 역시 9월을 제외하면 2018년 5월(0.22%) 이후 가장 높다. 어음부도율은 7월 0.01%, 8월 0.02%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9월 들어 갑자기 열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상승하면서 갑작스런 유동성 부족을 겪게 된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어음부도율이 치솟으면서 부도 기업도 크게 늘었다. 부도 업체 수는 8월 9곳에서 9월 13곳으로 늘었고 10월에는 20곳으로 더 증가했다. 부도 금액도 8월 373억 원에서 9월 4678억 원으로 급증한 뒤 10월에도 3923억 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0월에 연 5.49%로 2012년 8월(5.5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0월(3.14%)과 비교하면 1년 새 2.35%포인트 급등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도 69.5%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3.0%) 대비 23.2배로 커졌다. 5% 이상 대출 비중은 올해 5월(7.7%)만 해도 한 자릿수였지만, 6월 12.3%에 이어 7월 20.7%, 8월 28.8%, 9월 40.6% 등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대출 이자와 함께 잔액도 불어났다. 올 10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52조6000억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말보다 235조9000억 원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위기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흑자 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3분기(7∼9월)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의 이자 부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이익 감소로 기업의 이자 지급 여력은 크게 떨어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30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기별 이자비용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이자비용은 총 6조154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3321억 원) 대비 42.1% 증가했다. 올 3분기 이자비용이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7223억 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2399억 원), 삼성전자(2165억 원), 포스코홀딩스(1716억 원), 현대자동차(1489억 원), SK하이닉스(1487억 원), 한국수력원자력(1435억 원) 등 이자비용으로만 1000억 원 이상을 부담한 기업이 모두 13곳이었다. 또한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 올 3분기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한 기업은 236곳(88.1%)에 달했다. 이 중 이자비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한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1% 급증했다. 이자비용이 증가한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올 3분기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34조733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9.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5.6배로 1년 전(11.4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 아래로 떨어지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지난해 3분기 35곳에서 올해 3분기 40곳으로 5곳 늘었다. 이번에 새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은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시스템, SKC, 대한전선, 태영건설 등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한계기업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인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수는 3572곳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대출금리와 영업비용이 증가할 경우 한계기업이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월 전체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5.27%로 2013년 2월(5.03%) 이후 9년 8개월 만에 5%를 넘어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대출에 따른 연간 이자 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3분기(7~9월)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의 이자부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이익의 감소로 기업의 이자 지급 여력은 크게 떨어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30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기별 이자비용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이자비용은 총 6조154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3321억 원) 대비 42.1% 증가했다. 올 3분기 이자비용이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7223억 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2399억 원), 삼성전자(2165억 원), 포스코홀딩스(1716억 원), 현대자동차(1489억 원), SK하이닉스(1487억 원), 한국수력원자력(1435억 원) 등 이자비용으로만 1000억 원 이상을 부담한 기업이 모두 13곳이었다. 또한 전체 조사 대상 기업 268곳 중 올 3분기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한 기업은 236곳(88.1%)에 달했다. 이중 이자비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한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1% 급증했다. 이자비용이 증가한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올 3분기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34조733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9.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5.6배로 1년 전(11.4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 아래로 떨어지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지난해 3분기 35곳에서 올 3분기 40곳으로 5곳 늘었다. 이번에 새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은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시스템, SKC, 대한전선, 태영건설 등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한계기업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인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수는 3572곳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대출금리와 영업비용이 증가할 경우 한계기업이 지난해 대비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월 전체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5.27%로 2013년 2월(5.03%) 이후 9년 8개월 만에 5%를 넘어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대출에 따른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前兆) 현상으로 여겨지는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상승의 여파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장기물 금리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723%로 전일 대비 0.054%포인트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67%포인트 오른 3.673%를 나타냈다.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0.050%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달 21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 역전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11일 이후 약 14년 만으로 올해 9월부터 최근 두 달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은 돈을 오래 맡겨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단기 채권보다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그럼에도 장기물의 인기가 높아지며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도 최근 수십 년 동안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찾아온 역사가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장·단기 금리 역전 정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결제원은 28일 투자성향 정보 일괄 조회서비스인 ‘내 투자성향 한눈에’를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Accountinfo)’를 통해 29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별로 관리되고 있는 금융 소비자의 투자성향 정보를 계좌정보 통합관리 서비스인 어카운트인포에서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 23곳, 은행 16곳이 참여한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투자성향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권유받을 수 있다. 또 금융사별로 자신의 투자성향이 달랐다면 이 플랫폼에서 업데이트도 할 수 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투자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밸류 지속성장 ESG펀드’는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과 ESG 등급 개선을 통해 가치 재평가가 기대되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대표적인 펀드다. 2018년 7월 ‘한국밸류 10년투자 주주행복증권투자신탁’이란 이름으로 최초 출시했고, 2021년 5월 펀드 이름과 운용 전략을 변경했다. 이 펀드는 ESG 모멘텀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업의 주당 순이익(EPS) 상향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아울러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투자신탁재산의 70% 이상을 가치 있는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한다. 편입 종목은 ESG 평가 등급을 기준 삼아 적정 수준 이상 기업만 포트폴리오에 담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을 활용해 선정한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해 변동성 장세에서도 벤치마크 지수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한국밸류 지속성장 ESG펀드가 투자 시 주로 검토하는 사항은 해당 기업이 주주 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향후 ESG 경영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 구조와 개선 의지를 갖고 있는지 등이다. 여기에 ESG 등급이나 점수가 크게 상승하는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ESG 모멘텀 전략을 활용해 초과 성과를 노린다. 상품은 A클래스와 C클래스 등으로 나뉜다. A클래스는 선취 판매수수료가 1% 이내이며 연 보수가 1.394%다. C클래스는 선취 판매수수료 없이 연 보수 1.694%다. 환매 수수료는 없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동양생명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첫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동양생명이 그간 추진해온 지속가능경영 활동과 성과를 고객과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 지침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기준에 따라 작성됐다. 대내외 환경 분석 및 주요 이해관계자 인터뷰 등 중대성 평가를 바탕으로 소비자 중심 경영과 인재 경영, 지배구조 등 7대 중요 이슈의 분야별 활동을 ‘ESG 하이라이트(Highlights)’ 부문에 소개했다. 이 외에도 환경 경영과 나눔 경영, 공정거래문화 등 5개 분야의 현황과 성과를 ‘ESG 퍼포먼스(Performance)’ 부문에 기술했다. 동양생명은 ESG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환경(E) 부문에서는 최근 3년간 친환경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며, 사회(S) 부문에서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기부 집행액을 확대했다. 또, 올해 7월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투명경영(G) 실천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스페셜 페이지로 소개했는데, 동양생명은 코로나19 기간 산하 연수원인 동양인재개발원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해 5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입소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외에도 임직원들이 함께 성금 1억5000만 원을 모아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등 국가적 위기 속 금융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임직원 1000여 명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ESG라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규범에 적극 대응해 한층 더 투명하고 신뢰받는 금융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집값과 전세 가격 상승이 출산율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주거비용을 지원하고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24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한 ‘인구클러스터 포럼’에서 ‘주거비용과 저출산’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부장은 “주택가격은 여러 경제적 요인 중에서도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임차가구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 또는 전·월세 가격 상승은 주거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자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주택가격 상승은 주택 소유자의 출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무주택자의 출산 확률을 감소시켰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집값이나 전세가격이 오르면 무주택자와 전세 임차인의 출산율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대료 지원을 통한 전세 부담 경감이 특히 첫아이 출산 장려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보육의 기회비용과 저출산’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어머니를 취학 자녀의 교육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어야 출산율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생아 수 감소의 인구학적 분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혼 증가 등 배우자가 있는 여성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의 장래 인구 전망이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증시 침체로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인력 및 조직 감축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다올투자증권 측은 “직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지원을 받은 뒤 심사 후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퇴직 보상 수준은 근속기간 1년 미만은 6개월분, 1년 이상 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 이상 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의 월급여다. 영업 이외의 경영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냈다. 이달 초 케이프투자증권도 법인 영업 부서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는 등 조직 축소에 나선 바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증권사가 경영 효율화와 비용 축소를 위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종합금융투자사들의 중소형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우선 매입 대상은 ‘A2’ 등급의 PF ABCP로 증권사별 매입 한도는 2000억 원 규모다. 이번에 우선 매입을 신청한 곳은 중소형사 5곳으로 주관사인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2938억 원 물량을 전액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 9곳에도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5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증권금융은 3조 원 규모로 조성한 ‘증권사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최근 수요 조사에 나섰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국내 대형 증권사에 다니는 40대 후반 A 씨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평소 많은 월급을 받지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녀 사교육비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매월 수십만 원 저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A 씨는 “국민연금 외에는 딱히 노후 계획이 없고 은퇴 자금 마련도 아이들이 대학 진학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며 “동료 직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국내 직장인들의 은퇴에 대한 자신감이 아주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최근 40, 50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은퇴 자신감’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5.2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의 은퇴 자신감이 떨어지는 주된 요인은 건강과 재산 문제였다. 응답자의 37.3%가 ‘본인의 건강 우려’를 꼽았고 ‘부동산·금융자산 등 은퇴 자산 부족’(21.8%), ‘노년의 외로움’(12.4%), ‘금융소득 부재 또는 부족’(10.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53%)은 노후의 주된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근로소득이나 퇴직연금을 주 소득원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각각 19.2%, 8.2%에 불과했다.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가계 자산이나 노후소득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의 가계 순자산은 평균 9억4000만 원으로, 자신감이 낮은 그룹 평균 순자산(4억3000만 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은퇴 자신감이 상위 점수대(8∼10점)인 사람들은 노후소득 수단이 평균 5.1개인 반면, 자신감 점수가 4점 이하로 낮은 경우엔 평균 3.8개에 불과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자신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은퇴 전에 기본적인 공·사적 연금을 준비하고 은퇴 초기에는 근로 활동을 지속해 소득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은퇴를 앞둔 우리나라의 대다수 직장인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은퇴 이후에 당장 필요한 현금 보유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은퇴는 연금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국내 대형 증권사에 다니는 40대 후반 A 씨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평소 많은 월급을 받지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녀 사교육비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매월 수십 만 원의 저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A 씨는 “국민연금 외에는 딱히 노후 계획이 없고 은퇴 자금 마련도 아이들이 대학 진학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며 “동료 직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국내 직장인들의 은퇴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최근 40, 50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은퇴 자신감’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5.2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의 은퇴 자신감이 낮아지는 주된 요인은 건강과 재산 문제였다. 응답자의 37.3%가 ‘본인의 건강 우려’를 꼽았고 ‘부동산·금융자산 등 은퇴자산 부족’(21.8%), ‘노년의 외로움’(12.4%), ‘금융소득 부재 또는 부족’(10.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53%)은 노후의 주된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근로소득이나 퇴직연금을 주 소득원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각각 19.2%, 8.2%에 불과했다.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가계 자산이나 노후소득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의 가계 순자산은 평균 9억4000만 원으로, 자신감이 낮은 그룹 평균 순자산(4억3000만 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은퇴자신감이 상위 점수대(8~10점)인 사람들은 노후소득 수단이 평균 5.1개인 반면, 자신감 점수가 4점 이하로 낮은 경우엔 평균 3.8개에 불과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자신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은퇴 전에 기본적인 공·사적 연금을 준비하고 은퇴 초기에는 근로 활동을 지속해 소득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은퇴를 앞둔 우리나라의 대다수 직장인들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은퇴 이후에 당장 필요한 현금 보유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은퇴는 연금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블루칩 기업들을 추린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지수가 공식 출범했다. 한국거래소는 21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코스닥 글로벌 출범 기념식을 열고 셀트리온헬스케어, 카카오게임즈, CJ ENM 등 편입 기업 51개사를 확정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편입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총 78조 원으로, 336조 원인 코스닥 전체 시총의 23%를 차지했다. 편입 기업의 평균 시총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코스닥 전체 평균 시총인 약 1700억 원(세그먼트 편입 기업 제외)의 9배 수준이다. 평균 매출액도 약 7300억 원 규모로 코스닥 전체 평균(900억 원)의 8배에 달했다. 편입 기업의 주가 흐름을 토대로 산출한 최근 3년간 코스닥 글로벌 지수 수익률은 44%로 시장 전체 수익률(8.5%)을 크게 앞섰다. 업종별로는 반도체(15개), 서비스·콘텐츠(14개), 제약·바이오(11개), 제조업(11개) 등이 골고루 분포됐다.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 글로벌 지수는 시장 대표지수로 사용되는 코스닥150과 비교해도 우수한 지수 성과를 나타냈다”며 “편입 기업들은 시장 평가 및 재무적 측면에서 우수하고,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으며, 소수의 종목으로도 시장 전체를 잘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연계상품 개발, 해외 기업설명회(IR) 등 적극적 지원을 통해 코스닥 글로벌 편입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경호 코스닥협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코스닥 우량기업들의 소속감이 강화되고 기업 가치 재평가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이) 단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분명히 좋은 뉴스다. 얼마나 오래될지,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봐서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한국경제학회와 공동 개최한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 성장과 안정’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밑도는 결과가 우리나라의 고환율, 고금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호재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24일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이 바뀌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변화가 지금 감지됐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국 인플레이션 숫자가 또 바뀔지 안 바뀔지 이런 것도 한 달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확산되며 11일 국내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60원 가까이 급락하고, 코스피가 3% 넘게 급등하는 등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점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현재의 고물가, 고금리 구조가 단시간에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내려가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일희일비하기는 이르다”며 “향후 에너지 가격 등 봐야 할 재료들이 많아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완화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한은 금통위가 24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은 인플레를 완화하는 데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이달 금통위가 베이비스텝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민간 및 국책 연구기관이 속속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기존 2.3%에서 1.8%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정점론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하락해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1100∼1300원 사이에서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 국내 물가도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 조절이 가시화되면 국내 자금시장 경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금경색은 결국 심리적 현상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거의 끝물에 와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돈맥경화’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11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60원 가까이 급락해 14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고, 코스피는 3% 넘게 급등했다. 미국발 훈풍에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1원 내린(원화 가치는 오른)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8년 10월 30일(―177원)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전날(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시장 전망(7.9%)을 밑돈 영향이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 호재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80.93포인트(3.37%) 급등한 2,483.16에 장을 마쳐 2,480 선을 회복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3.44포인트(3.31%) 급등했다. 아시아 각국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7.74% 급등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55)는 2.98%, 대만 자취안지수는 3.73% 올랐다. 앞서 10일 미국 나스닥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7.35%와 5.54% 급등했다. 엔화, 유로화를 비롯한 10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전날보다 2.01% 떨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이)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좋은 뉴스다. 얼마나 오래될지,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봐서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한국경제학회와 공동 개최한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 성장과 안정’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밑도는 결과가 우리나라의 고환율, 고금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호재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24일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이 바뀌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변화가 지금 감지됐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국 인플레이션 숫자가 또 바뀔지 안 바뀔지 이런 것도 한 달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확산되며 11일 국내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60원 가까이 급락하고, 코스피가 3% 넘게 급등하는 등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점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현재의 고물가, 고금리 구조가 단시간에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내려가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일희일비하기는 이르다”며 “향후 에너지 가격 등 봐야할 재료들이 많아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속도가 완화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한은 금통위가 24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은 인플레를 완화하는데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이달 금통위가 베이비스텝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민간 및 국책 연구기관이 속속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기존 2.3%에서 1.8%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정점론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하락해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1100원~1300원 사이에서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 국내 물가도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 조절이 가시화되면 국내 자금시장 경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금경색은 결국 심리적 현상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거의 끝물에 와있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돈맥경화’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11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60원 가까이 급락해 14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고, 코스피는 3% 넘게 급등했다. 미국발 훈풍에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1원 내린(원화 가치는 오른)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8년 10월 30일(―177원)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전날(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시장 전망(7.9%)을 밑돈 영향이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 호재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80.93포인트(3.37%) 급등한 2483.16에 장을 마쳐 248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3.44포인트(3.31%) 급등했다. 아시아 각국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7.74% 급등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55) 2.98%, 대만 자취안지수 3.73% 각각 올랐다. 앞서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지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각각 7.35%와 5.54% 급등했다. 엔화, 유로화를 비롯한 10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전날보다 2.01% 떨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돈맥경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단기자금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의 대표적인 지표인 기업어음(CP)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마저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단기자금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상위 신용등급인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5.02%를 기록했다. 2009년 1월 15일(5.0%)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CP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1.5% 안팎이었지만 급등세를 거듭하면서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CP는 일반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아 빨리 상환해야 하는 데다 금리도 높은 편이라 평상시에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회사채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발행 절차가 간소한 단기자금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도 느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 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 원 불어났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기업 대출도 9조3000억 원 늘어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의 증가를 보였다. 한은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이 위축돼 기업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은행권은 기업들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채권 매입 등 유동성 공급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20개 주요 은행장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단기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CP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불안과 기업들의 자금난이 장기화되면서 이런 시장 안정 대책의 효과도 제한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정부에서 발표한 유동성 공급 대책은 당장의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충분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