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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늘 부당한 일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현실의 벽은 참 높네요.” A 교사는 2년 넘게 무거운 마음을 짓누르면서 출근하고 있다. 20여 명의 동료 교사도 마찬가지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걸까. 부산의 한 사립고교 교사들이 B 교장과 불편한 사이가 된 건 2017년 3월부터다. A 교사는 14일 “평교사 시절의 수업 태도 등을 봤을 때 B 씨가 교장이 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많아 여러 교사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교장이 된 이후부터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의 불편함은 부산시교육청으로 넘어가 감사실에 접수됐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3월 “B 교장에 대해 특정 감사를 벌인 결과 교직원에 대한 갑질 행위, 근무지 무단 이탈, 금연구역인 학교 내 흡연 등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초·중등교육법, 학교규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중징계할 것을 학교법인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평소 B 교장이 “능력 없으면 빨리 나가라”, “아프면 회사를 그만두고 병원에나 가라”, “일하다가 안 쓰러진다”, “죽으면 요즘 공상 잘 쳐준다”는 등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 교장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요청했고 학교법인은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징계를 미룬다는 방침이다. 교장과 교사들의 ‘불편한 동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A 교사는 “감사 결과만 나오면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사들의 더 큰 걱정은 과연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립 학교법인이 교육청의 징계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낸다는 조항은 있지만 징계를 어떤 식으로 할지는 법인 재량에 달렸다. 가령 ‘정직 1개월’을 방학 동안 내리는 방법이 가능하다. 교사들은 중징계 요구까지 받은 교장을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는 학교법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9일 법인을 소유한 부산의 한 기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최근 전국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4%가 ‘최근 1, 2년 사이에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2009년 조사 당시는 같은 대답 비율은 55.3%였다. 교권 추락이 교사들의 자승자박(自繩自縛)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 곁엔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참스승이 많다. 지금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던 시대는 아닐지라도 교사가 최소한 인격적 대우도 받지 못하는 이런 상황만큼은 방치해선 안 된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
부산 전체와 경남 일부 레미콘 업체가 갑자기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주로 부산의 공사현장에서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 북항 재개발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짓고 있는 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9일 “어제부터 레미콘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짓고 있는 건물이 2개 동이라 이번 주에 약 8000m²의 바닥에 레미콘을 타설하려고 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소속사 37개 레미콘 업체(공장 총 50곳)가 전날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5일간 중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산 전역과 경남 양산지역 레미콘 업체들이다. 협의회 측은 골재 같은 원재료가격과 운송비가 오른 데다 수요마저 줄어들어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수익성은 악화해 업체들이 가동을 멈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의 한 레미콘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모래 채취가 중단돼 원자재값이 많이 올랐다. 그런데 토목과 건설 수요는 갈수록 줄어 레미콘을 만들어 봤자 남는 게 없는 상황이다. 유지비나 인건비라도 아끼겠다는 심정으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에선 채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단 사태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A 사는 레미콘 타설을 제외한 공정을 우선 진행하고 있지만 공기(工期)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른 건설 현장 상황도 마찬가지여서 이들 레미콘 업체가 공급 재개를 예정한 13일 이후에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레미콘 작업이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 사 현장소장은 “레미콘을 받더라도 타설공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 타설 작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민간공사뿐만 아니라 관급공사마저 일부 차질을 빚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는 금정구 산성터널 접속도로, 강서구 녹산공단 하수소화조 공사현장 등에서 레미콘 타설 작업을 미루고 터 파기나 방수 같은 공정으로 변경했다. 시 관계자는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크지만 닷새 정도 중단되는 것은 전체 공정에 큰 문제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레미콘 타설 작업이 급한 공사 현장은 6곳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중단 사태가 레미콘 기사들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가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남의 한 레미콘 회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레미콘 믹스트럭 기사 수백 명이 한꺼번에 민노총에 가입하면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일시적 운영 중단 같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레미콘 제조사 파업은 노조와 무관하다. 업체들이 노조와 한마디 상의 없이 공장 중단을 선포하고 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원인을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영도경찰서는 8일 인공지능(AI)의 한 종류인 챗봇(chatbot)을 활용한 24시간 민원 상담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챗봇은 정해진 응답 규칙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사용자와 자동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교통사고, 교통법규 위반, 고소·고발·진정 등 범죄 수사 절차를 비롯해 피해자 지원 제도, 실종·유실물 신고, 범죄 유형별 대처 요령 등 경찰 업무 전반을 쉽고 간편하게 알려준다. 앞으로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전화상담원을 거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부산 경찰 중 영도경찰서가 이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카오톡 검색창에 영도경찰서를 검색한 뒤 ‘영도경찰서 24시 민원안내센터’를 친구로 추가하고 채팅하기를 누르면 된다. 챗봇 링크를 클릭하거나 QR코드 스캔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를 채팅창에 입력하면 필요한 응답과 자주 하는 질문이 함께 나타난다. 경찰은 167개 안내 항목을 입력해 뒀으며 앞으로 질문 빈도에 따라 자료를 추가할 계획이다. 류삼영 영도경찰서장은 “챗봇을 활용해 각종 치안 관련 소식을 제공하고 범죄 예방 홍보 활동도 벌이는 등 주민의 치안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동서대와 한국해양대가 최근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간 매년 2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두 대학은 지난해 8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돼 정원 감축 권고를 받았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전국의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나눈 뒤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에는 정원 감축을 권고한다. 자율개선대학은 정원을 감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해 준다. 두 대학은 이번 선정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해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은 모두 66곳(대학 30곳, 전문대 36곳)이다. 이 중 22곳(대학 12곳, 전문대 10곳)이 이번에 지원 대상으로 뽑혔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는 동서대와 한국해양대 등 2곳만 선정됐다. 동서대는 이번 평가에서 개방형 교육 지원 체계 구축, 고밀도 경험 학습 체계 구축, 데이터 기반 평가 관리 체계 구축 등 7개 특성화 전략을 통한 교육 혁신 모델을 제안해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앞서 동서대는 미래형 대학으로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인 ‘동서비전 2030’을 수립하고, 교육혁신본부를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미래형 대학으로 체제를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명실상부한 신(新)명문 대학으로 웅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대는 해양 특성화 강화를 위한 학사 구조 개편, 해양 교양교육 강화, 해양클러스터 연계 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대는 3월 단과대학을 4개에서 3개로 축소하고, 해양교양대학을 신설하는 등 특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은 “해양 특성화를 더욱 강화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조현병을 앓는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살해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1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누나(61)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서모 씨(58)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사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은 서 씨의 집을 찾았다. 조현병으로 입·퇴원을 거듭한 서 씨와 이날 상담하기로 했는데 이틀째 연락이 닿지 않고 그를 돌보던 누나도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서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누나는 자고 있다”며 횡설수설하자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서 씨 누나는 안방에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서 씨는 건넌방에서 문고리를 잡고 버티다 약 50분 뒤 체포됐다. 피해자는 지난달 27일경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약 30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서 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전남에서 어머니, 누나와 살다 2016년 어머니가 숨지자 부산으로 떠났다. 2017년 부산시립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지난해 5월부터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올 1월 다리를 다친 이후 부쩍 화를 많이 내는 등 증세가 악화되자 서 씨의 누나는 강제 입원을 추진했다. 그러자 서 씨는 스스로 입원하겠다고 밝혀 2월 1일부터 한 달간 입원한 뒤 3월 초 퇴원했다. 퇴원 이후 서 씨는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은 경찰에서 “이전에 집을 찾았을 때 약봉지가 그대로 있기에 먹으라고 했지만 서 씨는 ‘그동안 많이 먹어 이젠 괜찮다’며 거부했다. 입원 치료도 권유했지만 역시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서 씨의 누나는 지난달 24일 부산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누나는 매달 일주일가량 동생 집에 머물며 그를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 씨(30)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박 씨는 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등을 앓아 왔다. 선고 공판은 17일 열린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김예지 기자}
부산에서 조현병을 앓는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흉기를 휘둘러 친누나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서모 씨(58)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달 27일 부산 사하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누나(61)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 서 씨의 범행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사하구 정신건강센터 직원이 서 씨를 만나러 왔다가 연락이 되자 않자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출동한 경찰이 베란다 창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시신을 발견했고 집에 있던 서 씨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는 안방에 엎드려 숨져 있었다. 머리를 비롯해 신체 여러 부위에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남에 사는 서 씨 누나는 지난달 24일 동생을 만나러 부산에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약 30년간 조현병을 앓아온 서 씨는 올 2월 한 달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됐다가 퇴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 씨가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횡설수설해 정상적인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관련 규정에 따라 우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 씨의 정신질환 진료내용과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동서대는 30일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2019년 대학일자리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대학일자리센터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대학이 긴밀하게 협업해 지역 청년들의 진로 개발과 취·창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다. 내년 2월까지 2억 원이 투입된다. 동서대의 ‘아임 레디(I‘M READY)’ 대학일자리센터는 본교와 센텀캠퍼스에 각각 사무소가 설치된다. 센터는 기업 수요와 청년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여학생을 위한 ‘스마트 위민’, 인문계 학생들을 위한 ‘인싸그램’, 콘텐츠 창업을 지원하는 ‘유니콘 팩토리’ 등 프로그램을 세분한다. 진로 지도와 경력 개발, 취·창업 지원 및 사후 관리를 위해 모바일 앱을 따로 개발할 예정이다. 센터는 다음 달 15일 문을 연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333초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피고인 A 씨(39)의 변호인은 “2심 법원의 증거 판단이 객관적이지 않았고 심리도 미진하다고 판단돼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11월 26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 손님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9월 열린 1심에서는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 원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이날 A 씨는 법정구속 됐다가 38일 뒤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1심 판결 이후 A 씨의 부인이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성추행 여부와 양형의 경중을 놓고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2심 공판 과정에서는 영상전문가가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1.333초 동안 벌어진 일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진술이 처음부터 구체적이고 일관되는 것과 달리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A 씨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A 씨는 경찰 수사에서는 피해여성과의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CCTV 영상을 보고 나서는 신체접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A 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원심 징역 6개월보다는 약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160시간 사회봉사, 3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가 부산에 들어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설 구간은 해운대구 동백유원지와 남구 이기대공원을 잇는 4.2km다. 국내 최장인 3.23km의 목포해양케이블카보다 약 1km 더 길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설하자는 주장과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장이 맞선 가운데 최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유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추진위원회는 27일 부산 남구 힐탑상가 앞 공터에서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해상관광케이블카 유치를 위한 발대식을 열었다. 추진위는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의 상인회와 주민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부산이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부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주장했다. 왕경수 추진위원장은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 쇠퇴로 신음하는 자영업자와 숙박업자, 관광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사람과 돈을 끌어들일 관광인프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자체 서명 운동 결과 이 사업에 찬성 의사를 밝힌 시민이 21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서명에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 숙박협회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경기 침체로 관광객이 줄면서 부도 위기에 처한 숙박업소가 많다.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다음 달까지 30만 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행사장에는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기를 청원합니다. 해상관광케이블카 추진을 적극 지지합니다’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는 정부가 광역시 가운데 한곳을 선정해 국제관광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 추진위는 “이 해상케이블카는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관광지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업은 지역 건설사 ㈜아이에스동서의 계열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3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부산시가 2016년 11월 교통난, 케이블카정류장 주변 환경 훼손, 공적기여 방안 검토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 신청서를 반려해 진행이 멈춘 상태다. 부산블루코스트 관계자는 “당시보다 주차 면수를 늘리고 케이블카 타워를 높여 요트 등 선박 운항에 문제가 없게 할 계획이다. 또 주변 환경 훼손을 줄이고 공적 기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조만간 시에 사업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열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포럼에서도 케이블카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19일 벡스코에서 열린 관련 포럼에서 오창호 영산대 교수는 “해상금융지 홍콩, 항만물류도시 싱가포르, 바다경관을 잘 활용한 호주 시드니처럼 기장에서 송도까지 해상케이블카를 부산의 랜드마크로 조성함으로써 관광 중심지가 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훈구 부경대 교수는 “부산은 환경에 부담이 없는 범위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전환해야 하고, 케이블카로 발생하는 수익을 시민에게 되돌려 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바다 조망권은 누구나 누려야 하며 전유물이어선 안 된다. 광안대교와의 조화, 주민 반대, 보상 문제, 이기대와 동백섬을 연계 개발하는 문제를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의 강제징용노동자상이 들어설 위치가 28일 최종 결정된다. 부산시의회는 23일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와 18일부터 4차례 회의를 진행한 결과 시민 100명이 참석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위치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탁회의 참석자는 우선 노동자상의 건립에 도움을 준 시민들을 위주로 꾸려진다. 또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있는 사람을 포함시킨다. 성별, 연령도 가급적 골고루 안배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다룰 최종 위치 후보는 사전 설명회와 온라인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된다. 후보에는 건립특위와 부산 동구청이 합의한 정발 장군 동상 근처 쌈지공원도 포함된다. 다양한 안건이 제기될 것에 대비해 부산시의회 3명, 건립특위 3명, 시민사회단체 2명 등으로 추진대표단을 꾸려 사전에 제기된 안건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논의할 안건을 추릴 계획이다. 앞서 부산시는 12일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임시 설치된 노동자상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고, 이에 반발한 건립특위 회원들이 15∼17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78·사진)은 22일 부산대로부터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특별강연에서 “북한은 앞으로 중요한 투자처가 될 것이고 머지않아 한반도도 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날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8000만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갖춘 통일 한국은 흥미진진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일본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저스 회장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세 차례나 겪어 회복이 어렵고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도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투자를 역설해온 그는 “북한은 부채(외채)가 없지만 인프라가 매우 부족해 앞으로 철도 항구 건설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북한 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조성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어머니가 하도 시달려서 ‘사람이 죽어나가야 처리해줄 거냐’고 따지니까 경찰이 ‘당장 피해보신 거 없으시잖아요’라고 했다네요.”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한 안모 씨(42)의 윗집에 사는 강모 씨(54)의 딸 A 씨(31·여)는 17일 동아일보와 만나 분통을 터뜨렸다. 친척 최모 양(19)과 이 아파트에서 단둘이 사는 강 씨는 2년여 전부터 아랫집 406호에 사는 안 씨로부터 ‘윗집에서 벌레를 털어 몸이 가렵다’는 등의 이유로 수차례 위협을 당해왔다. 참다못한 강 씨가 2018년 9월부터 다섯 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강 씨는 중상을 입었고 1급 시각장애와 뇌병변이 있는 최 양은 숨졌다.○ 7개월간 8차례 신고… 보호 조치 없어 12세 초등학생을 포함한 아파트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이번 방화 살인사건은 윗집 주민이 경찰에 안 씨를 다섯 차례나 신고했는데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벌어진 참사였다. 2018년 9월부터 아파트 주민 등은 안 씨를 8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사람이 죽어야 되겠느냐”던 강 씨의 항변은 결국 현실이 됐다. A 씨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결국 사람이 죽고 다치고서야 경찰이 몰려왔다”고 분개했다. 2015년 12월 이 아파트로 혼자 이사 온 안 씨는 폭력적 성향으로 줄곧 동네의 골칫거리였다. 안 씨는 2010년 5월 진주 가좌동의 한 대로변에서 행인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흉기를 휘둘러 머리를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심신 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받아 집행유예로 출소한 전력이 있다. 당시 안 씨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편집형 정신분열병을 앓는 게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2년여 전부터 강 씨를 괴롭히던 안 씨의 난동은 올 2월 말부터 정도가 심해졌다고 한다. 안 씨는 출근하던 강 씨에게 날계란을 던지고 고교 3학년생이던 최 양을 쫓아가 욕설을 퍼부었다. 강 씨 집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고 초인종을 누르며 위협했다. 강 씨는 2월 28일부터 한 달 반 동안 안 씨의 오물 투척과 층간소음 위협을 4차례 경찰에 신고하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격리나 신변보호 조치는 없었다. 강 씨는 지난달 3일 안 씨가 오물을 투척한 현관문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9일 뒤 또 오물을 던진 안 씨의 모습을 CCTV로 확인한 경찰은 안 씨를 체포했다가 ‘경미한 사안’이라며 당일 풀어줬다. 그 다음 날 안 씨는 층간소음이 심하다며 강 씨 집을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 ○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정신이상 징후 안 씨는 올해 1월부터 정신이상 징후를 수차례 보였다. 안 씨는 1월 17일 진주자활센터에 난입해 직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폭행 이유는 지난해 12월 센터에 상담하러 갔다가 당시 근무자들이 타준 커피를 마셨는데 몸에 부스럼이 났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10일에는 진주 시내에서 행인을 폭행해 벌금 2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안 씨는 갑자기 집에서 베란다 밖을 향해 “윗집에서 벌레를 던진다”며 욕설을 퍼붓고 소란을 피웠다. 당시 관리사무소에서 윗집을 가봤더니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안 씨는 2015년 1월부터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다가 2016년 7월 이후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인 진주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측은 “안 씨 관련 기록이 없어 따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씨가 정신병력 기록을 센터로 보내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동안 안 씨의 정신질환 전력을 몰랐다가 이번 ‘묻지 마 살인’ 사건이 터지고서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어 정신질환으로 인한 전과가 있더라도 일일이 영장을 받아 건강보험 기록을 확인하지 않으면 병력을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진주=강성명 smkang@donga.com / 조동주·김은지 기자}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 회원 약 100명이 15일 오전 9시경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반환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과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부산 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건립특위 측은 “부산시가 강제 철거한 노동자상을 오 시장은 즉각 반환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자상 철거는 친일이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오후 늦게까지 농성을 지속했다. 앞서 부산시는 12일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옆 노동자상이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겼다. 당초 건립특위는 지난해 5월과 지난달 두 차례, 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두려고 했다. 그러나 관할 동구는 이 위치가 사람의 통행을 막는 곳인 데다 노동자상이 불법 설치물에 해당돼 불허했다. 건립특위 측은 노동자상을 정발 장군 동상 옆 보도에 세웠다. 이후 건립특위는 이곳에서 일본영사관 쪽으로 약 20m 가까운 쌈지공원에 다시 설치하고 여기서부터 소녀상까지 약 150m를 ‘항일거리’로 부르기로 했다. 오 시장은 “공론화 추진 기구를 설치해 이달 안에 장소를 정하겠다”고 밝혔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여러분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습니다.” 영국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제임스 그룬디 씨(87)는 10일 부산 남구청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51년 2월 참전해 전투 현장을 돌며 미처 수습하지 못한 아군의 주검을 되찾아 오는 ‘시신 수습팀’에서 복무했다. 영국군 외에도 미군과 국군 등 90여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룬디 씨는 “폐허가 된 논밭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곳을 파 보면 시신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숨진 지 몇 개월이 지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어 지금까지도 악몽을 꾼다”고 말했다. 그는 1953년 6월 영국으로 돌아간 뒤 축구선수와 경찰관으로 생활하다 은퇴했다.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그는 1988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다시 찾은 것을 계기로 거의 매년 부산을 방문해 자신이 묻은 전우의 묘역을 살피고 있다. 그룬디 씨는 많은 참전 용사들이 전쟁 후 큰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자신처럼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간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남구는 이날 강연회에 앞서 그룬디 씨의 노고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명예 구민패’를 수여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매 홀이 즐거울 겁니다. 그 대신 어느 특정 선수에게도 유리하지 않을 겁니다.” 4일 오전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컨트리클럽(CC). 벙커 주변에 흙더미가 쌓여 있었고, 굴착기 등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오갔다. 이곳은 10월 열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개최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코스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다. 총괄 책임자인 리스 존스 씨(78)는 “아시아드CC는 그린 상태가 좋고, 공간이 넓은 편이라 코스 설계자로서 응용할 점이 많은 매력적인 골프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회를 위해 여러 코스 리뉴얼을 의뢰하는 세계적인 골프장 코스 재설계 전문가다. 지금까지 9개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코스, 7개의 US오픈 코스, 5개의 라이더컵 코스, 1개의 프레지던츠컵 코스를 국제 대회에 맞게 변모시켰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맡은 건 처음이다. 특히 벙커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존스는 “기본적으로 페어웨이 벙커는 쉽게 만드는 대신 그린 주변 벙커는 깊거나 어렵게 만들 예정이다. 비거리로 승부가 갈리는 게 아니라 홀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도록 코스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그린과 티박스 위치에도 변화를 준다. 아시아드CC는 리노베이션 과정을 거쳐 올 7월 ‘LPGA 인터내셔널 부산’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10월 24∼27일 열리는 LPGA 부산대회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여자 프로선수 72명이 참가한다. 부산시는 이번 대회가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다음 달 대회지원본부를 꾸려 본격적인 지원에 들어간다. 시는 예산 6억 원을 들여 부산 홍보 영상을 제작해 이번 대회 중계에 송출할 계획이다. LPGA는 세계 170여 개국에 동시 생중계된다. 2003년 제주에서 열린 US LPGA대회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28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시의 기대는 매우 크다. 아시아드CC는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때 골프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부산시가 조성한 골프장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LPGA 측과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LPGA 정규 투어 시드권 결정 대회인 퀄리파잉 이벤트 아시아 예선전, 세계적인 선수 육성을 위한 골프아카데미 및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릴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부산이 명품 스포츠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어묵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5일 부산 사하구 수산물가공특화사업지 내 ㈜효성어묵. 위생복을 입고 살균실에서 몸을 씻어낸 뒤에야 공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반죽을 마친 생선살이 다양한 기계틀을 통과하자 낯익은 어묵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유탕기를 거친 어묵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겨 군침이 돌았다. 백상우 이사(42)는 “비용을 줄이려면 전기유탕기를 써야 하는데,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가스유탕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하는 데 7억 원이나 들어 국내 식품 회사 전체에 두 대뿐이라는 최신 진공살균포장기계도 갖추고 있다. 1960년 ‘온천식품’으로 출발한 효성어묵은 59년간 맛과 품질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긴 역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건 다른 업체처럼 어묵베이커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품질 좋은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1997년 수제 어묵업계에선 처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입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08년 미국 수출을 시작했고, 2009년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취득했다. 2010년부터 전국 KTX 역사와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납품 중이다. 75명의 직원들이 60여 종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고 연간 매출액은 160억 원이다. 지난해 3월에는 업계 최초로 설계·제조·유통 등 생산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효성어묵은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백 이사는 “입찰제를 통해 가격에 따라 원자재(생선살)를 수입하는 곳과 달리 오랜 거래로 신뢰를 쌓은 곳에서만 구입한다. 국내 원자재의 경우에도 매일 새벽, 3대째 거래 중인 자갈치 공동어시장의 업체를 통해 사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부자재들도 구입 방법은 마찬가지다. 또 신선도 유지를 위해 90% 이상을 국내산으로 산다. 백 이사는 “가격 때문에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장된 어묵 제품은 자회사인 효성물류를 통해 배송한다. 일부 업체는 비용을 아끼려 외주 물류사를 통해 공동 배송을 하는데,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옮기다 보니 온도 등의 이유로 가끔 문제가 발생한다. 김민정 대표(38·여)는 “식품은 소비자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국내 200여 개 어묵 회사 중 생산·납품의 모든 자체설비를 갖춘 곳은 단 2% 정도”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김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갑자기 암에 걸렸다며 가업을 이어달라는 아버지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해 2013년 입사했다. 2015년 대표이사를 물려받았고 이듬해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는 “2대째 소중히 지켜 온 가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또 회사를 위해 젊음을 바친 직원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효성어묵의 생산팀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으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먹는 걸 파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애써 알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음식을 만들면 반드시 사람들이 찾는다고 강조했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대학가에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몰린 대학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한국해양대는 4일 해사대 해양과학기술대 공과대 국제대 등 기존 4개 단과대학을 해사대 해양과학기술융합대 해양인문사회과학대 등 3개 단과대학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해양 특성화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현재 고교 2학년이 입학하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도 68명이나 줄인다. 한국해양대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8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 대학은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돼 정원 감축 권고를 받았다. 전국 323개 대학(4년제 187곳, 전문대 136곳) 가운데 36%인 116개 대학(4년제 67곳, 전문대 49곳)이 같은 평가를 받아 대학별로 정원의 7∼10%를 감축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군살을 빼는 동시에 교육의 질과 학생 복지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해양대는 1학년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 체류하며 교육받는 시스템인 ‘HUG(HUman upGrade)형 RC(Residential College)’를 국립대 최초로 도입한다. 또 전체 학생, 교직원의 해양 관련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티칭투게더’ 등 혁신적인 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해양 분야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출하기 위해 복수 전공을 인증해주는 ‘해양 U-SMART인증제’를 도입하고 실습선, 해양드론공역 등 보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은 “해양 분야 특성화를 강화하면서도 교양교육과 기초학문 교육의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인제대는 이번 학기에 ‘리버럴아츠칼리지’를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교양 및 기초학문 분야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기구로 그동안 교양교육원 교양학부 외국어교육원 등으로 분산됐던 기능을 합쳤다. 인제대 관계자는 “사물을 깊이 통찰하고 세계를 폭넓게 바라보는 안목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둔 새로운 단과대학이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융합 교양교육”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교양 수업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의 전공 선택권이 보장되는 자기설계전공이 운영된다. 2021년부터는 기초학문의 전공 트랙제도 신설한다. 강석중 인제리버럴아츠칼리지 초대 학장은 “기초를 충실하게 다지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미래를 튼튼히 준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부산시의회가 ‘아이 키우고 교육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일 부산시청에서 ‘부산교육 협력 4개년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행복교육 부산’이란 목표 아래 앞서가는 미래교육, 체감하는 행복교육, 함께하는 평화교육 등 3대 분야 25대 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미래교육은 해양레포츠 체험 기반 조성, 범시민 외국어 학습 붐업, 지역 맞춤형 산업 인재 양성, 시·산·학 상생 협력 체계 구축 등 9개 사업이 진행된다. 미래교육센터 무한상상실, 수학문화관 등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을 짓는 데 협력하고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중심으로 한 남구를 영어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 행복교육 분야에는 영·유아 맞춤형 돌봄 계획과 부산형 초등 통합 돌봄체계 구축, 우리 동네 청소년 행복지원단 운영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평화교육 분야는 통일 시대를 대비한 통일교육 선도 학교를 지정, 육성하고 남북 교육 교류를 위한 준비,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신설 등이 포함됐다. 김 교육감은 “이번 교육협력 비전 선포는 시와 시교육청이 통합적 교육거버넌스 협력모델을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아이 키우기 좋고, 아이들 스스로도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화재가 3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 현재 운봉산 산불로 약 20만 ㎡의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진화율은 90%다. 전날 오후 3시 18분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 뒤편 운봉산 2분 능선에서 시작된 불은 큰 불길이 잡혔지만 남서풍이 심해 기장군 개좌산과 실로암 공원묘지까지 번진 상태다. 소방당국은 산림청 부산시 기장군 해운대구 군부대 인력과 함께 해운대 쪽 백운사와 기장 쪽 개좌산 8분 능선, 실로암공원묘원 인근의 남은 불길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화재 현장 습도는 36%로 건조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이번 불로 인명피해는 없다. 부산시는 화재 발생지 주변의 세림요양원 환자 35명과 직원 13명 등 48명, 사등마을 주민 16세대(30명)를 대피시켰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에어부산이 인천공항에 진출한다. 에어부산 한태근 사장은 지난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10년의 먹거리를 위해 도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 대구 등 기존 영남권 시장에서 벗어나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으로 회사의 새 동력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국토교통부의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 과정을 앞두고 인천공항 노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김해·대구공항에서만 국제선을 취항 중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 노선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서울발 국내선(김포∼부산, 김포∼대구, 김포∼울산, 김포∼제주)을 보유하고 있어 인천 진출이 성사될 경우 국내선과 연계한 다양한 항공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에어부산은 주 이용 공항인 김해공항에서 약 3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영남권에서는 가장 많은 승객을 수송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인 ‘슬롯’의 포화율이 약 98%에 달하는 상황이라 신규 취항이나 증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사장은 “에어부산의 인천 진출은 해외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지방공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