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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이종명 의원을 당에서 제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규에 따라 실제 제명이 이뤄지려면 당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112명)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의원 등의 발언이 5·18정신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 가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징계 내용을 밝혔다. 김진태, 김순례 의원은 같은 사건에 연루됐지만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에(징계 유예 규정) 전당대회 이후 당 윤리위를 다시 소집해 결정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징계위에 회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겐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여야 당은 한국당의 조치에 대해 “당규를 내세워 보호막을 씌운 미흡한 조치”라고 비판하며 이 의원 등에 대한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고 있어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13일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징계를 논의했지만 결론내지 못했다. 국회 인근 곳곳에서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들이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징계를 결정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기계회관에서 세 의원과 관리 책임을 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네 명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리위는 회의 장소를 변경하면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일부 ‘태극기 부대’들이 “한국당 빨갱이 수뇌들이 김진태 의원을 출마 못하게 하기 위해 쿠데타를 한다”며 ‘김진태 윤리위 제소 결사반대’ 집회를 열었기 때문. 이들은 기계회관과 국회의사당 앞으로 옮겨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항의했다. 집회에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도 참석했다. 급히 장소를 옮겨 진행된 윤리위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세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에 대해 위원들 간 이견이 존재했다”며 14일 오전 서울 강남 모처에서 2차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이 회의가 끝난 뒤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결정 사항을 의결하겠다는 것이다. 당규 21조에 따르면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로 구분된다. 만일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를 받으면 당내 선거에 대한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출마자는 후보등록 직후부터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 자체를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면 징계 유예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이 세 명이 후보등록을 하기 하루 전인 11일 오후 이미 윤리위 회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가 전당대회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중징계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5·18 단체 관계자들을 면담한 김 위원장도 세 의원의 출당과 의원직 제명 요구에 대해 “100% 원하는 방향으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여전히 갈팡질팡하자 여야 4당은 공조를 강화하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를 열고 5·18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비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5·18 단체 대표들과 5·18 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한국당 해체 운동을 주장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 괴물들의 난동”이라고 비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5·18민주화운동 폄하 발언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과 김 위원장 본인 등 4명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문제가 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열린 지 나흘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주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 등 문제 발언에 대해 “일반적으로 역사 해석에서 있을 수 있는 견해의 차이 수준을 넘어서 이미 입증된 사실에 대한 허위 주장임이 명백했다”며 사과했다. 전날까지도 “다른 당은 우리 당내 문제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거리를 뒀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하루 만에 바로 고개를 숙인 것.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공청회를 공동 주최한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는 “공당의 국회의원이 이런 주장에 판을 깔아주는 행동도 용인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인 저의 관리감독 책임도 엄중히 따져 달라”며 ‘셀프 징계’도 요구했다. 한국당은 13일 곧바로 윤리위를 열고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중앙윤리위원장인 김영종 변호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미 중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징계에 찬성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공청회 당시 과격한 발언을 한 것 자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각각 출마하는 김진태 김순례 의원은 윤리위의 결정에 따라 출마 자격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미봉책을 들이밀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5·18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가 헌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범죄적 망언을 초래했다는 것을 명심하라”며 해당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윤준호 의원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를 향해 “(한국당은) 지만원을 정신병원에 수감시키라”고 했다가 나중에 “표현은 과한 것으로 철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날조·비방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 공동 발의를 추진하는 등 공조를 강화했다. 한편 김진태 의원은 이날 한국당 광주시당에서 당원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의 거센 항의로 10분 만에 무산됐다. 5·18구속부상자회 이동계 씨는 “김 의원이 전당대회 표를 얻기 위해 5·18 희생자 유가족에게 피멍이 들게 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러 번 밝혔지만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5·18 유공자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hong@donga.com·박성진 / 광주=이형주 기자}
북-미 정상회담과 겹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날짜(27일) 연기 여부를 놓고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부 당 대표 후보 간 대치 양상이 그야말로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날짜 연기를 주장하며 전대 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6명의 후보가 마감일인 12일까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참여할 수도 있게 된다. 11일 한국당 선관위는 8일에 이어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대 일정 고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보이콧은 그 사람들 사정이고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못 박았다. 박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이콧은 코미디보다 더한 일”이라며 “어떻게 키워온 당인데 이렇게 망가뜨리느냐”고 비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끼리 한가하게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전열을 정비해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가량 전대 연기를 주장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아예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선관위가 전대 일정 고수 입장을 밝히자 곧이어 입장문을 내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저의 부족함(때문)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낮은 자세로 나라 살리는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의원은 이틀째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보이콧을 유지했다. 이들은 당 선관위 방침이 바뀌기 전에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비대위원인 박덕흠 의원은 “보이콧은 해당 행위로 봐야 한다. 당 윤리위에 제소할 수도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 의원은 한국당 재선 의원 31명 중 29명의 중지를 모아 별도 입장문을 내고 “당이 찢기는 일을 막아 달라”며 보이콧 철회를 촉구했다. 후보들이 끝까지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으로서는 황 전 총리와 김 의원 단둘이 경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당 관계자는 “반쪽짜리 전대가 되면 당 대표 당선 후에도 당 안팎에서 끝없이 리더십에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며 “비대위도 후보 간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 보이콧 후보의 캠프 실무진은 “혹시 몰라서 후보 등록 서류를 준비해 놨다”며 지도부와 막판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간단치 않은 인물이더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8일 평양 실무협상에서 마주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對美)특별대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평양 실무협상에서 ‘빅딜’을 요구한 미국에 북한이 만만치 않은 상응 조치를 요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비건 대표는 2박 3일의 최장기 방북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생산적인(productive) 논의였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영변 부분 신고는 의견 모아 비건 대표는 평양 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다음 날인 9일 광폭 행보를 펼쳤다. 오전 10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것을 시작으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후 오후 4시에는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오후 5시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을 만나 평양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토요일 반나절 동안 광화문 일대를 누비며 청와대와 외교부, 국회는 물론 일본까지 자신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밀도 있는 행보를 펼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실무협상의 결과에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비건 대표가 평양에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며 “비건 대표를 면담한 정 실장의 평가는 큰 방향에서 북-미 회담이 잘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평양 실무협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그린 라이트(청신호)’가 들어왔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도 했다. 실제로 북-미는 평양 실무협상에서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부분 핵 신고를 ‘하노이선언’에 담는 데 대해선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실무협상에선 영변 핵시설 부분 신고 시한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싱가포르 합의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비핵화에 착수하기 위한 최소 성과는 합의했다는 얘기다.○ 제재 완화 걸고 새로운 카드 제시한 北 관건은 북-미가 16일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에 합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건 대표가 정 실장을 만나 “We are on the same page(한미의 생각은 같다)”고 말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스몰딜’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미는 평양 실무협상에서 서로의 카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 못 들었던 ‘실질적인 내용’이 논의됐다”며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논의된 ‘실질적인 내용’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밝힌 ‘영변 이상의 조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외 우라늄 농축시설 폐쇄, 핵무기 신고, 미국이 요구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은 제재 완화를 최우선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우선순위는 제재 완화가 첫 번째고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 재개, 종전선언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건 대표가 ‘정확히 짚고 있다. 그 사안별로 환경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북-미 다음 주 후속 협상서 비핵화 로드맵 논의 북-미는 평양 실무협상에 이어 다음 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에서 후속 실무협상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서로의 카드를 확인한 만큼 후속 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조합하기 위한 시퀀싱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의 의전과 경호를 위한 실무협상도 함께 열리는 투트랙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딜을 위한 후속 실무협상에 한국이 중재자로 참여할지도 관심이다. 김 대변인은 “한미 간 정상 차원에서도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한미 간에는 직접 만나기보다는 통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의 통화가 이뤄진다면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 14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중동 평화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홍정수·한기재 기자}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5·18은 폭동”이라고 8일 국회 공청회에서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를 한국당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통한 국회의원직 제명과 별도의 고소 고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해명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선 “나치의 만행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국당 5·18망언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공청회 발표자로 나서 북한군 개입설을 편 지만원 씨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정동영 대표는 “이번 기회에 한국당은 학살자의 후예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미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끝없는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자유한국당 심재철 김석기, 무소속 손혜원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이달 안에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당 소속 박명재 윤리특위위원장과 민주당 권미혁, 한국당 김승희,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 등 여야 윤리특위 간사들은 7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박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른 시일 내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열어서 계류된 안건의 상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이달 내 윤리특위 회의를 별도로 열어 처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에 대해서는 재판 청탁 의혹, 손 의원에 대해서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심 의원은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 및 유출, 김 의원은 용산참사 당시 과잉진압 논란 부인 등의 이유로 각각 징계안이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미국 출장 중 스트립바 방문 의혹을 받는 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에 추가로 제출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합의한 서영교 손혜원 심재철 김석기 등 의원 4명에 대한 징계안은 최대한 빨리 논의하고, 추가된 최교일 의원 건은 추후 안건 상정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배(지지율)를 띄워 보려 하면 꼭 북풍(北風)이 불어온다.” 27일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유탄을 맞자 당 안팎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전당대회 날짜가 27, 28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과 겹쳐 ‘컨벤션 효과’가 줄어들 게 확실시되자 대부분 당권 주자들은 전대 일정을 연기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일정 변경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김진태 심재철 안상수 오세훈 정우택 주호영 홍준표(이상 가나다순) 등 당권 주자 8명 중 7명은 이날 일제히 전대 연기를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하루 전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며 “한 달 이상 전대를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7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 요인에 영향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이는 한국당이 북-미 정상회담의 파장을 한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 하루 전날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야당의 정부 비판론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정부 측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미국에)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당권 주자는 “대구경북(TK) 지역에 ‘황교안 쏠림 현상’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황 전 총리는 “일정(27일)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당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면 그 뜻을 존중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당은 7일과 8일 각각 당 비대위와 당 선관위에서 전대 연기론을 정식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무관하게 한국당은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오 전 시장 등 원외 3강을 포함해 8인 후보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전대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설 연휴 동안 수도권의 소외계층과 TK 지역을 각각 공략한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7일부터 한국당의 본산인 TK 지역을 다시 찾는다. 홍 전 대표도 8일 경남 창원 지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장 행보를 시작한다. 한편 빅3 당권 주자들을 향한 온라인 여론을 구글 트렌드로 분석한 결과 평균 관심도가 황 전 총리 42, 홍 전 대표 25, 오 전 시장 12 순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인 2일 0시부터 6일 낮 12시까지 이들과 관련된 검색어가 얼마나 온라인에서 검색됐는지를 보여주는 ‘상대적 검색 빈도’로서, 여론조사상 지지율과는 다른 수치다. 이에 따르면 황 전 총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페이스북에서 “민생경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 오만과 폭주가 극에 달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다음 날인 5일 오전 6시에는 모든 후보 중 가장 높은 관심도(100)를 기록했다. 홍 전 대표는 강원도와 광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고루 높은 관심을 받아 지지층과 비판층 모두에게 화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3, 4일 페이스북에 “태극기의 장외투쟁에 당이 앞장서야 한다”는 글을 연달아 올린 직후엔 관심도가 잠시 최고치를 찍었다. 오 전 시장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JTBC 손석희 대표이사는) 상당히 신뢰가 허물어졌다” 등 과감한 발언을 쏟아놓은 4일에는 오후 10시 최고 관심도를 기록했다.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65·사진)가 30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7개월여 만에 다시 당권 도전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저서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막말, 거친 말로 매도됐던 저의 주장들이 민생경제 파탄, 북핵 위기 등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홍준표가 옳았다’는 국민의 믿음이 있을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며 복귀 명분을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나의 싸움이 아니라 ‘홍준표 재신임’이 초점”이라면서도 황 전 총리를 집중 겨냥했다. “원래 출마 생각이 없었는데, 정치 경력도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면서 한국당이 탄핵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부득이하게 뛰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우리 당이 여전히 특권 의식과 이미지 정치에 빠져 ‘도로 병역비리당’ ‘도로 탄핵당’ ‘도로 웰빙당’이 되려 한다”며 “제가 정치생명을 걸고 당원들과 함께 악전고투할 때 차갑게 외면하던 분들이 이제 와서 당을 또다시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 전 대표에 대해 “귀한 한국당의 인적 자원”이라며 “한국당을 키우고, 세우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아내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단순한 (총선) 승리를 넘어 자유한국당을 압도적 제1당으로 만들겠다”며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우리 당이 바로 서야만 나라와 국민의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15일 전격 입당한 뒤 2주일간 당 안팎에서 출마 자격 논란을 비롯해 화제를 집중시켰던 그는 이날 출마 선언의 상당 부분을 자신을 향한 비판을 반박하는 데 할애했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이 대표가 될 경우 ‘도로 친박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기둥이 높고 튼튼해야 ‘빅텐트’도 만들 수 있다”고 받아쳤다. “확고한 원칙이 외연 확대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며 “오히려 단단하게 땅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좋은 인재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도 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온실 속 화초’라는 지적을 의식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강력한 원내외 투쟁을 함께 펼쳐 올해 안에 소득주도성장, 탈원전을 비롯한 이 정권의 망국 정책을 반드시 폐기시키겠다”며 “결연하고 가열차게 모든 것을 걸고 저 황교안이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대권주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라”는 당 안팎의 견제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로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당직 인선부터 탕평의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겠다”며 “대권 후보를 비롯한 당의 중심인물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칭 ‘대통합정책협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국정 경험을 강조하며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 등 경제 관련 공약도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면이라는 것은 정무적인 판단이다. 국민의 여론과 여망을 종합해서 기회가 되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1∼25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는 황 전 총리가 지난달 대비 3.6%포인트 오른 17.1%를 얻었다. 오차범위에 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15.3%)를 앞서며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 홍준표 전 대표(5.9%)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5.3%)은 각각 8, 9위였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데 자격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사업’ 구역에 당초 계획에 없던 손혜원 의원 측의 부동산을 포함시키도록 사업계획을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자유한국당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목포시는 지난해 4월 사업 공모 당시 근대역사문화지구와 근대역사거리를 중심으로 계획한 사업계획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뒤 사업구역 일부가 빠지고 그 대신 창성장 등 손 의원 측이 보유한 부동산이 새로 포함됐다. TF 소속 김현아 의원은 “자문위원회 총 7명 중 3명이 (2013년에) 손 의원과 함께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라며 손 의원이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한국당이 발표한 안은 3가지 초안 중 하나”라며 “다른 초안에는 손 의원 측 부동산이 일부 포함된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해주 상임위원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것에 반발하며 24일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5일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 위원 등 네 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7일에는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초권력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홍정수 hong@donga.com / 목포=윤다빈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쪽으로 기울자 복당파의 좌장 김무성 전 대표도 꿈틀거리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입당 이후 대선 주자급들의 전대 출마 움직임이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관리형 대표’를 주장하고 있는 다른 당권 주자들은 “대선 불출마 선언부터 하라”며 반발하고 있어 차기 당 대표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23일 기자들이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묻자 “황 전 총리가 뛰어들면서 여러 가지 혼전으로 가는 것 같다”면서 “위기가 오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출마설을 부인하던 태도에서 확 달라진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다음 달 전당대회에서도 보수 통합과 당 발전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돕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본인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그는 김 위원장의 출마 움직임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관리하다가 출마할 경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뛰어넘는 명분이 생겼다고 판단할 수 있다. 출마한다면 비대위원장직을 던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0년 총선을 공세적으로 치러야 하느냐 수세적, 방어적으로 치러야 하느냐에 관해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더 명확하게 밝혔다. 김 위원장은 24일 황 전 총리가 출마하면 당내 계파갈등이 재발하고 ‘박근혜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요지의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역시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참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상 가능하지 않은 행보” “상식에는 잘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과 당원들은 이 판을 뒤엎고 나라를 정상화시키라고 열화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데, 야당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마 발표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22일엔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과 모여 주호영 의원을 포함한 TK(대구경북) 지역 후보 단일화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관리형 대표’를 주장하는 후보들은 “대선 후보들은 비켜라”라며 맞섰다. 이날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안상수 의원은 “총선 승리를 이끌 당 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의 당 대표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대선 주자가 대표가 되면 다른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과 분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제 겨우 당이 좀 잠잠해져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이 보이고 있는데 그것마저 무참하게 죽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의원은 “황교안은 황교안이고 김진태는 김진태다. 김 위원장까지 들썩들썩하시는 모양인데 고민 말고 다 나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당 안팎의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며 출마를 저울질해온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갈등과 분열의 작은 불씨라도 제가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4월 재·보궐선거에 등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 유효기간 1년으로 하자.”(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1조 원 이상, 1년은 안 된다. 총액은 9999억 원으로 하자.”(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를 찾은 해리스 대사가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미 측 최종안을 제시하자 정부는 벌집을 쑤신 듯했다. 같은 달 11∼13일 열린 그해 마지막 분담금 협상 10차 실무협의가 종료된 지 보름여 만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최소 10억 달러”를 요구했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국회를 찾아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1빌리언 vs 1조’ 사이 끝장 신경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차례 협의에도 연내 타결이 어려워지자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라는 카드를 꺼냈다. 첫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안인 16억 달러(약 1조8015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10억 달러 아래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다시 협상하자고 했다. 이를 접한 정 실장은 해리스 대사에게 “1조 원을 넘기면 국회 통과도 어렵고 국민 설득도 쉽지 않다”며 9999억 원을 역제안했다. 지난해 분담금인 9602억 원보다 4.1% 증액된 금액이다. 앞서 10차 협의에서 미 측은 12억 달러(1조3600억 원)에 유효기간 1년을 제안했고 한국 정부는 거부했다. 1빌리언(10억) 달러 대 1조 원이란 딱 떨어지는 액수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미 측은 달러를, 우리는 원화를 기초로 전략을 짜다 보니 거기서 오는 간극이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이 요구한 분담금 상한선 1조 원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6년 전 9차 분담금 협상 때도 1조 원을 넘기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었다.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와 독일 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은 2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조 원은 ‘심리적 장벽(psychological barrier)’”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1조 원을 넘긴다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협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의 증액안 언저리에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각에선 분담금을 1조 원 이상으로 조정하도록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는 설도 나온다. 국회 외통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도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막는 게 제일 중요하다. 최대한 격차를 줄여야겠지만 정 안 된다면 강 장관이 보고한 미 측 요구액을 대승적 차원에서 (제지하지 않고) 비준동의 과정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효기간 1년은 타협 불가 정부는 무엇보다 현재 5년인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바꾸자는 미국의 요구는 도저히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1년으로 하면 10차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고 국회 비준동의를 받더라도 곧장 내년부터 적용될 11차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분담금을 1조 원에서 약간 상향조정하는 대신 유효기간을 최소 3년으로 하는 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부 당국자는 “더 이상의 실무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현재로선 추가 협의는 물론 고위급 협의도 당장 계획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한미 정상 간 담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위험성도 높아 ‘최악의 시나리오’란 지적이 많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돈 문제는 윗선으로 올라갈수록 밀린다. 정상 간에서 풀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상 간 협의가 결렬되면 봉합이 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방위비분담금 총액에 합의하는 게 제일 좋지만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1년짜리 임시 합의라도 하는 게 좋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를 고민할 시간을 벌어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한기재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다. 외교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검토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주한미군 규모를 조정하진 않더라도 북한에 내어줄 보상 옵션 중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정부에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WP “주한미군, 북핵 협상서 가장 중요한 카드” 미국이 한미동맹 이슈를 북한과의 협상 의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제안하면 주한미군 일부를 줄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간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겐 주한미군 일부 감축은 한국을 길들이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카드다. 정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 중인 북-미 실무협상이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이슈가 테이블에 오를지 우려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줄이려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분담금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감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간접적인 선물이 될 것이고, 미국이 북핵 협상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분담금 증액에 몰두하고 있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靑 “1조 원 넘기면 지지층 다 떠나” 난색 한미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 총액과 분담금 협정이 적용되는 유효기간을 놓고 의견 대립을 빚고 있다. 특히 총액의 경우 지난해 12월 마지막 10차 협의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지난해 9602억 원의 2배 정도인 16억 달러(약 1조8017억 원)를 요구했다가 12억 달러(약 1조3566억 원)까지 낮췄다고 WP는 보도했다. 1조 원 아래로 맞춰 보려는 한국 입장에선 12억 달러도 수용 불가하다고 했고 이에 미국은 액수를 낮추는 대신 미 항공모함의 한반도 인근 전개 등 군사작전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고 WP는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도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1조 원 이하로 상한선을 제시하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면서 협상을 뒤엎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10차 협의 전후로 미국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줄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자 강경화 외교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조 원을 웃도는 선이 아니면 협상 타결이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이 ‘1조 원을 넘기면 (정권) 지지층마저 떠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국회에 지원사격 요청 강 장관이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협조를 요청한 것은 분담금 협정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를 움직여 어떻게든 ‘현실 가능한 안’을 찾아보자는 시도로 풀이된다. 강 장관을 만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들도 ‘협상이 파국으로 가면 안 된다, 한미동맹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며 “(강 장관의 방문은) 협상이 타결됐을 때 국회의 비준동의를 못 받으면 또 다른 파장이 일어나니 미리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고위급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 간 합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합리적 타결안에 조속히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한기재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청와대를 방문해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면서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미동맹 이슈를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간이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21일 “지난해 12월 말 해리스 대사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비공개 협의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언급하며 분담금을 더 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 25일 연이어 “우리(미국)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직후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주한 미대사관 측은 “비공개 외교적 협의(Confidential diplomatic discussions)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제안하면서 주한미군 규모 감축이나 연합훈련 폐지 또는 축소라는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난해 분담금은 약 9602억 원. 이를 기초로 한미는 올해부터 적용될 분담금 협정을 놓고 지난해 10차례 협상했지만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16억 달러(약 1조8017억 원)를 제시한 뒤 한국이 반발하자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한국이 ‘1조 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자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사흘간 열린 10차 협의에서 다시 요구액을 높이고 협정 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해 협상이 결렬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를 찾아 강석호 외통위원장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분담금 협의 과정에서 한미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며 분담금 협정의 비준동의권을 가진 국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 부동산을 매입한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의 주식을 2016년 백지신탁했지만 현재까지도 매각되지 않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엔 미매각 주식 관련 회사에 개입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고 있어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 추천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회 감사관실은 최근 농협은행으로부터 “손 의원과 관련된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 주식을 매각하지 못했으니 매각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국회 문체위 소속인 손 의원은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조항 때문에 국회의원이 된 뒤 본인 및 남편 명의의 이 회사 주식 1만 주를 농협에 백지신탁했다. 신탁된 주식은 60일 내에 매각하되, 팔리지 않으면 1개월마다 국회에 매각 기간 연장을 요청해야 한다. 문제는 공직자윤리법 14조에 해당 공직자는 신탁 주식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기업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재나 지시뿐 아니라 의견 표명조차 할 수 없도록 한 점. 특히 이 규정을 위반하면 해임 또는 징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손 의원의 남편이 각각 대표이사, 이사인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과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손 의원은 “지인들을 설득해 건물들을 매입하도록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손 의원 관련 매입 부동산 중 가장 최근인 8일 목포시 복만동 49평의 토지와 건물을 사들였다. 손 의원 측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 전량을 백지신탁했다. 하지만 아직 그 결과를 농협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 매각 여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손 의원은 18일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손 의원은 이날 밤 한 방송에 직접 출연해 “지금 투기, 피감기관 압력 행사했다는 것, 이해 충돌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제가 이 모든 것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이렇게 왜곡된 사실로 연일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서 우리 국민들을 소모하게 만드는 이 기제가 왜 이루어졌는지. 한 가지라도 걸리는 게 있다면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론은 목포를 지역구로 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손 의원이 (최소) 16채를 직간접 보유하고 있다면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며 “손 의원 스스로 목숨, 재산, 의원직을 다 걸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검찰 수사를 요청하거나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투기는 아니다” “목포 시민들은 해외 투자를 받은 기분으로 손 의원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손 의원을 옹호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다. 그는 18일에도 재차 “사실관계를 모르기에 의혹을 불식시키자고 검찰 수사를 제안한다”고 했다. 손 의원은 발끈했다. 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원 말대로 검찰 수사 요청하겠다. 단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 그리고 SBS 취재팀도 다 같이 검찰 조사 요청하자”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이번 논란의 배후에 조선내화 부지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다가 문화재 지정 등으로 개발 사업이 어려워진 조합, 건설사 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 의원은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박지원 의원님, 오락가락하시다 서산·온금 지역 고층아파트 개발 관련 구설수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라며 박 의원과 건설사의 관계를 의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야당은 진상 조사를 위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 개최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의원이 맡고 있는) 국회 문체위 간사직 사퇴조차 없는 여당의 조치를 보며 손 의원 힘이 정말 센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한선교 의원을 단장으로, 김현아 의원을 간사로 하는 ‘손혜원 랜드 진상규명 TF’를 구성했다. 한국당은 손 의원 투기 의혹을 둘러싼 △직권남용 △부패방지법 위반 △국회의원 겸직 금지 위반 △이익 충돌 금지 원칙 위배 등에 대한 법리적 사항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후속조치를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당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문화재청 등 정부기관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감찰반의 중점 비리 조사 대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현재로선 그럴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당이 청와대로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야권의 ‘손혜원 감싸기’ 비판을 일축했지만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계속 조사해 입장을 결정할 것인데 공직자로서 문제 소지가 있는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
“경제도 안보도 사회도 모두 어려워졌고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입당을 결심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62)가 15일 정치에 공식 입문했다. 이날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민생 파탄 저지’를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당원과 국민의 말씀을 듣고 어긋나지 않게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이미 전대 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총리는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현실 진단을 정치권 데뷔의 일성으로 던졌다. “누구 하나 살 만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고, 평화가 왔다는데 오히려 안보를 걱정하는 분이 늘어나고 있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를 바라보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어려울 때 잠자코 있다가 뒤늦게 무혈입성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그동안 당 밖에서 자유 우파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40분에 걸쳐 진행된 회견에서 나온 질문의 절반 이상(23개 중 13개)이 박근혜 전 대통령 또는 친박(친박근혜) 계파 관련 내용이었을 정도로 탄핵 이슈도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과 총리, 대통령권한대행으로 4년 내내 요직에 있었던 점을 들며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해야 할 국정농단의 책임자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황 전 총리는 “국가적 시련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함께 일했던 모든 일과 공무원들을 함께 적폐라는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를 싫어해) 면회를 거절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엔 “신청이나 거절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에 대한 평가나 ‘친박 프레임’이 다시 시작된다는 질문들엔 즉답을 피한 채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 되는 일을 하기도 바쁜데 계파 싸움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가 정식 입당하면서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김무성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입당을 크게 환영한다”면서도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을 앞당겨 치르는 것이 되면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국민은 탄핵 당시 사실상 총리도 함께 탄핵했다고 인식할 텐데 그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우택 의원은 “이번 당 대표는 총선 지휘자인데 선거 경험이 없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황나땡(황 전 총리가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도 나돌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농단 책임론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텐데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된다면 상대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다음 달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각각 따로 선출하는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하기로 14일 결정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10일 의원총회 이후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다수가 현행 지도 체제를 유지하자고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당은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치른 2017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성 지도 체제를 처음 도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과거 합의형 집단지도 체제는 한 번의 투표에서 최고득점자가 당 대표를, 차순위 득점자들이 최고위원을 맡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선출된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는 당 대표의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총선이 1년여 남은 시점에서 합의형 지도 체제는 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입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원외의 거물급 전대 출마 예정자들은 단일성 지도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는 현역 의원들은 합의형을 주장해왔다. 주호영 의원은 “(황 전 총리 같은) 대선 주자들이 선수로 뛴다면 경기장 자체가 붕괴된다. 지금은 선당후사, 화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이 10∼12일 15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에서 청년 정치 신인들이 전현직 국회의원을 꺾는 이변이 속출했다.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은 50.6세다. 절반에 가까운 7곳에서 30, 40대가 1위를 차지했다. 최연소 우승자는 서울 강남을 지역의 정원석 씨(31)다. 초소형 위성 제작업체를 창업했고 현재 청년 보수정치 스타트업 ‘청사진’의 대표인 정 씨는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1점 차로 눌렀다. 한국당은 지역별로 한 시간씩 이뤄진 공개오디션을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하고, 심사 직후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일반 당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낸 점수를 합산해 최다득점자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는 김민수 한국창업진흥협회장(41)이 현역 비례대표이자 원내대변인인 김순례 의원을 이겼다. 김용태 사무총장의 지역구였던 서울 양천을에서는 손영택 변호사(47)가 오경훈 전 의원과 동점을 받아 재투표까지 하는 접전을 펼쳐 승리했다. 서울 용산에서는 영등포을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주중 대사가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에게 패했다. 전현직 의원 중엔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고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다가 최근 복당한 조해진 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과 류성걸 전 의원(대구 동갑)만 선발됐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들의 재입성은 다음 달 전당대회와 향후 보수 대통합 국면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는 윤두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이겼다. 한국당은 이번에 공개 선발한 15곳을 포함해 모두 79곳의 조직위원장을 14일 비대위 의결을 거쳐 최종 임명한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이번 오디션이 보여주듯 (한국당은) 젊은 정당, 대안야당, 수권정당, 스마트하고 투쟁력 있는 정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심사시간이 1시간에 불과해 심도 있는 평가를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도기 체제’인 비대위가 선발한 조직위원장이 21대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