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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포 구영회(26·애틀랜타)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올스타전에 해당하는 ‘프로볼(Probowl)’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NFL 사무국에서 22일 공개한 2020 프로볼 팬 투표 결과에 따르면 구영회는 총 20만1903표를 얻어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키커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볼 선수를 최종 선정할 때는 팬 투표 결과에 선수와 코치진 투표 결과를 더해야 하지만 구영회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 투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구영회는 이번 시즌 현재까지 13경기에 나서 필드골을 총 36번 시도해 이 중 35개(97.2%)를 성공시켰다. 이번 시즌 필드골 최다 성공 1위이자 5번 이상 필드골을 시도한 선수 가운데 성공률도 1위다. 서울에서 태어나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구영회는 2017년 로스앤젤레스(LA) 차저스와 계약하면서 부모가 모두 한국 출신인 선수 가운데 역대 네 번째로 NFL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에는 기량 부족으로 4주 차 경기가 끝난 뒤 방출 통보를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린 끝에 지난해 10월 애틀랜타와 계약하면서 NFL 무대로 돌아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어느 팀에나 내부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도 그랬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로서 각자 책임감을 갖고 승부를 해야 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은 최근 불거진 내분설을 ‘쿨하게’ 인정했다.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에 3-0 완승을 거둔 18일 V리그 여자부 인천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개막을 앞두고 ‘무패 우승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 전까지 2연패에 빠져 있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다영(24·세터)을 영입한 데다 해외에서 뛰던 김연경이 복귀하면서 슈퍼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에 빗대 ‘흥벤져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이다영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잇살 먹고”, “갑질” 같은 표현을 남기면서 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다영이 얼마 안 돼 삭제하긴 했어도 이 영화 시리즈의 제목처럼 “시빌 워(내전)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배구계 인사는 “이다영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연경을 타깃으로 이런 표현을 남겼다는 루머가 팬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 온 뒤 땅이 굳어졌을까. 김연경은 18일 경기에 팀 최다인 24점(공격 성공률 59.4%)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쌍둥이 언니인 이재영부터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던 세터 이다영은 이날 김연경과 이재영에게 똑같이 26차례 세트(토스)를 했다. 이재영은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8득점(공격 성공률 42.9%)을 기록하는 동시에 팀에서 상대 서브를 가장 많이(22번) 받으면서 팀 승리를 도왔다. 한 세트도 잃지 않은 완승으로 드림팀다운 면모를 회복했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48.4%로 이재영(37.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지만 이다영은 김연경(33.0%)보다 이재영(36.6%)에게 공격 기회를 더 많이 줬다. 특히 세터가 ‘본능적으로’ 공격수에게 공을 띄워야 하는 ‘2단 연결’ 상황에서 이다영은 김연경(34.1%)보다 이재영(40.1%)을 훨씬 많이 선택했다. 이다영이 김연경에게 공을 띄웠을 때 타이밍이 어긋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한 해설위원은 “선수들끼리만 아는 이야기가 따로 있을지 몰라 섣불리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정말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중재자 역할을 잘하면 팀도 연승 가도를 달릴 때의 분위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보내드린 칼럼(https://bit.ly/37AB0cI)를 읽고 e메일로 질문을 주신 분들이 계셔서 공개 답변을 드립니다. 먼저 (아마도) 세터 A, 공격수 C 팬이신 분들께서 보내주신 질문 가운데 ‘욕설이 단 한마디도 들어있지 않은’ 질문부터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공격 효율은 공격수만의 기록인가?“기자님은 세터의 볼 배분을 비판하면서 공격수의 공격 효율만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격수 간 비교가 아니라 세터에 관한 비판이 주라면, 당연히 세터에 관한 기록을 언급해야 하지 않나요. 세터 A는 3년 연속 세트 부문 최고를 달성했고, 올 시즌도 1위입니다.”‘A 선수는 평소에 공격 효율 0.123을 기록했는데 세터 B가 세팅한 공을 때렸을 때는 공격 효율 0.456을 기록했다’는 문장은 ‘공격수의 공격 효율’만을 이야기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이 차이(여기서는 0.333) 중 일정 비율 만큼은 세터 A의 세팅 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그 ‘일정 비율’이 얼마인지는 섣불리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단, 다른 포지션이 아니라 세터가 공을 띄웠을 때는 공격 효율이 올라가는 게 아주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주전 세터가 비주전 세터보다 공격 효율을 더 높이 끌어올리는 것 역시 아주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세터는 공격수가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공을 띄워주는 게 주 임무인 포지션이고,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면 수행할수록 좋은 세터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그런 의미에서 ABC 칼럼은 세터 A가 세팅했을 때 B, C 선수의 공격 효율을 비교한 것일 뿐 두 선수 공격 효율 자체를 비교한 건 아닙니다. 두 선수의 기본적인 공격 효율 차이를 언급한 건 분명 사실이지만 동시에 세터 A가 세팅했을 때 결과 역시 함께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에는 분명 세터 A의 능력이 들어갔습니다.● 세터의 세트 기록은 얼마나 의미가 있나?“기자님도 혹시 세터의 가치를 나타내는 세트 기록이 무의미하다고 보시나요? 이 기록에 의해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매년 세터상도 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세터 A의 세트 기록은 압도적 1위입니다.”KOVO에서 시상하는 기준은 ‘세트 성공’ 개수입니다. 이 개수 자체는, 무의미하지는 않더라도,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시도가 늘어나면 성공도 자연스레 늘어나기 때문입니다.세터 A는 최근 3년간 세트 시도 횟수 자체가 ‘역대급’입니다. △2017~2018시즌 9위(3150회) △2018~2019시즌 6위(3336회) △2019~2020시즌 역대 20위(2921회)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는 총 16시즌을 치렀고 각 팀 주전 세터만 따져도 89명입니다. A는 유독 세트 시도가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 덕에 세터 A는 △2017~2018시즌 역대 33위(40.1%) △2018~2019시즌 49위(37.8%) △2019~2020시즌 36위(39.7%)에 해당하는 세트 성공률을 기록하고도 △2017~2018시즌 역대 4위(1264회) △2018~2019시즌 5위(1260회) △2019~202시즌 20위(1159회)에 해당하는 세트 성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다시 말씀드리지만 세트 성공률 가운데 얼마만큼이 세터 덕분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니 세트 성공률이 낮은 게 전부 세터 탓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래서 세트 성공 자체에 큰 의미가 없는 건 사실입니다. KOVO에서 세트 성공 개수를 기준으로 시상을 하는 건 꾸준히 활약한 ‘성과’를 치하하는 것이지 해당 세터가 ‘능력’이 최고라고 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격수가 먼저인가? 세터가 먼저인가?“기자님은 A, B, C 선수 소속팀이 1패 하는데 세터 A의 잘못된 볼 배분을 언급하셨는데, 역으로 전체 시즌에서 팀이 1위하는데 세터 A의 세트 기록 1위가 기여했다고 보지 않나요? 일부에서는 그거야 좋은 공격수들이 잘 해결해줘서 그런다고 하는데, 세터 A는 전 소속팀에서도 1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공격수들이 세터의 도움을 받았는지 세터가 공격수의 도움을 받았는지 어떻게 확인하겠습니까.”아주 정확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볼 수는 있을 듯합니다. 세터 A가 세팅했을 때 공격 성공률은 41.4%입니다. 반면 다른 선수가 세팅했을 때 이 팀 선수들 공격 성공률은 38.6%입니다. 그러면 세터 A는 팀 공격 성공률을 약 7.3%(=41.4%/38.6%) 끌어올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공격 성공률+’를 계산해 보면 세터 A는 6개 팀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역대 기록을 살펴보면 세터 A는 △2017~2018시즌 역대 10위(27.6%) △2018~2019시즌 71위(5.8%) △2019~2020시즌 79위(4.3%)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 기간 주전 세터는 89명입니다. 세터 A가 2017~2018시즌 ‘역대급’으로 팀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린 건 사실이지만 그 뒤로는 같은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아주 정확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배구에서 세터는 야구에서 포수와 비슷하게 결국 ‘우승’이라는 훈장으로 평가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단, ‘세터는 팀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최근 세 시즌 동안 세터 A가 이런 활약을 선보였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B 선수 체력 때문에 세터 A가 적게 올리는 것 아닌가?“기자님은 B 선수의 높은 공격 효율을 근거로 더 많은 볼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다른 팀 외국인 공격수만큼 몰방(沒放)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높은 성공률과 효율을 유지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 팀 감독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자주 언급을 합니다. 체력 문제 말입니다. B 선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말을 인터뷰에서 자주 합니다. 즉, 달리 보면 B 선수 체력을 고려해서 누군가(C 선수)는 죽어라 뛰고 있고 2단 볼 처리도 자주 하는데, 그걸 가지고 B에게 볼 안 줘서 불만이다 하면 억울할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기자님 생각은 어떠신지요?”이건 아주 일리 있는 접근법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 이런 접근법은 팀 성적이 좋을 때만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계속 이 전술을 고집하기에는 B 선수와 C 선수 사이에 공격력 차이가 너무 크게 나니까요. 만약 세터 A가 B와 C에게 세팅한 횟수가 반대였고, B가 추가로 얻은 공격 기회를 모두 실패했다고 가정해도 공격 효율 0.307로 C가 남긴 기록(0.272)보다 높습니다. 실제로 모든 공격에 실패할 리는 없었을 테니까 차이는 더욱 벌어졌을 겁니다.세터 A가 2단 연결을 맡을 때도 A가 C에게 더 많이 세팅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단,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차이가 나는 만큼 B에게 공이 추가로 올라 왔고 그 공격 기회를 B가 전부 실패했다고 해도 공격 효율 0.255로 현재 같은 상황에서 C 선수 공격 효율(0.231)보다 높습니다. 실제 ‘2단 상황 + 세터 A 세팅’ 때 B 선수 공격 효율은 0.371이었습니다.그러니까 B 선수 체력 문제가 걱정이라고 해도 지금보다는 공을 더 띄워도 됩니다. (물론 이건 세터 A 선택이 아니라 감독 작전이라 살짝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는 합니다.)B 선수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 효율이 떨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공격 시도 횟수가 31번을 넘어가면 공격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니까요.그런데 이 선수가 41번째 공격을 시도할 때부터 공격 효율이 0.280에 그쳤다고 해도 C 선수 시즌 전체 공격 효율(0.250)보다 높습니다. 세터 A도 이를 모르지 않으니까 20점 이후에 동점~2점 이내 승부를 펼칠 때는 C 선수보다 B 선수에게 공을 더 자주 띄우는 게 아닐까요?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는 B 선수(0.250)가 C 선수(0.375)보다 공격 효율이 떨어졌는데도 말입니다.● 타임머신을 탄 기레기?“당신이 그래서 기레기라는 겁니다. 선수 간 불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굳이 ‘공격 효율’을 짚어가며 이리저리 돌려 말하고, 정작 말하고 싶은 불화는 말도 못하고… 배구 30년 보면 뭐 합니까?? 기레기짓만 하고 있는데…”이 분께는 먼저 사진을 하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발자국이 오목하게 보이시나요? 볼록하게 보이시나요?이 사진은 ‘AB6IX’라는 4인조 보이그룹 멤버 이대휘가 그룹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운 첫눈 ‘인증샷’입니다. 첫눈을 밟고 찍은 사진이니 오목하게 보여야 할 겁니다. 그런데 볼록하게 솟은 것처럼 보인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한 트위터 사용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4000명이 넘게 응답을 했는데 선택은 정확하게 반반이었습니다.‘사실’은 분명 하나일 텐데 ‘관점’에 따라 반응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보내주신 e메일에 답을 쓰고 있지 않았겠죠.저는 어떤 불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아니, 어떤 특정 선수들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닙니다. 제일 처음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배구에 대한 ‘일반론’이었습니다. 이렇게 ‘에이스급’ 국내 공격수가 둘인 팀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이 글 뒤에 나오는 답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이고 질문을 주신 분들도 여럿 계십니다.그런 이유로 ABC 칼럼을 처음 쓸 때 선수들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당당하게 실명을 쓰라’는 주문 같은 건 제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저 ‘천 번을 봐도 볼록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또 e메일을 보내셨던 19일에는 이미 A, B, C 선수 불화 관련 기사가 나온 뒤니까 저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ABC 칼럼을 처음 송고한 건 이달 7일이었습니다. 12일 뒤에 불화설이 불거질 걸 알고 미리 칼럼을 쓴다? 네, 저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그리고 저는 왜 “옹졸하게 공격 효율이니, 도대체 왜 토스를 안 하느냐느니 혼자 온갖 자료 뒤져가며” 기사를 쓰고 앉아 있었을까요? 똑같은 사람을 보고 누군가는 ‘저 사람 키는 170cm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은 ‘저 사람 키는 180cm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럴 때 진짜 그 사람 키를 알고 싶다면 자를 들고 직접 재보는 게 제일 확실한 길 아닌가요? 제 주장이 맞는지 아닌지 기록을 뒤져보는 건 자를 들고나오는 것과 많이 다른 일인가요? “조회수 때문에 어그로를 끈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진짜 조회수가 필요하면 프로배구 기사 쓸 시간에 프로야구 기사를 써야 하고, 프로야구 기사 쓸 시간에 정치 경제 사회 기사를 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저는 스포츠 기자지만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분야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회수도 데이터인지라 조회수도 배구 기록처럼 분석해 보고는 합니다.) ● 남자부와 여자부에서 중요한 기록은 서로 다른가?“남자부 경기 평균 공격 효율과 여자부 평균 공격 효율은 차이가 꽤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에서 랜덤 포레스트 방식으로 돌렸을 때 남녀부에서 공격 효율 및 기타 다른 기록이 승리에 대한 기여도에서 가지는 차이점이 있을까요?”말씀하신 것처럼 2015~2016 시즌부터 2019~202 시즌까지 다섯 시즌 동안 평균 공격 효율은 남자부가 0.339로 여자부(0.250)보다 1.36배 높습니다. 하지만 공격 효율이 1~4 세트 승패에 끼치는 영향력을 100이라고 했을 때 다른 기록 중요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단, 여자부는 ‘서브 리시브 → 세팅 → 공격 득점’으로 랠리가 한 번에 일이 남자부보다 드물어서 ‘세트당 디그’가 37.5% 더 중요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 분석은 ‘퀵 앤드 더티(Quck-N-Dirty)’ 방식으로 간략하게 알아본 것이라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추가적인 분석 작업이 필요합니다.● 서브 효율이란 무엇인가?“서브 효율을 쓰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브 효율이라고 표기하셨는데 서브 효율의 공식이 따로 존재하는 건가요? 블로킹에 대한 효율은 아직 따로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위에 나온 ‘서브 효율’은 우리 서브 때 상대 팀에서 기록한 서브 리시브 효율입니다. 우리 팀 서브를 상대 팀에서 얼마나 까다롭다고 느끼는지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라는 관점에서 이런 기록을 활용했습니다.이번 분석에는 활용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블로킹은 ‘인원’을 기준으로 효율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상대 팀이 공격을 시도할 때 우리 블로커 가운데 몇 명이 평균적으로 블로킹에 참여했는지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세터 역시 같은 관점에서 ‘블로킹을 얼마나 잘 여는지’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접근법이 궁금하시면 (https://bit.ly/34wB9vF)이나(https://bit.ly/38qakL5)을 참고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답변을 드리고 싶었던 고마운 말씀아래 내용은 ‘ABC 칼럼’을 일반론으로 보고 계시는 독자가 적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A, C 선수 팬들께서는 서운하실 수도 있겠지만 ‘역시 B 선수가 최고’라는 내용보다 이런 e메일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더 많이 도착했습니다. “리포트하신 몇몇 기사를 보았는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작성한 기사가 매우 눈길을 끕니다. 특히 통계가 빈약한 배구에서 말이죠. 오랜만에 실력 있는 기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흥미로운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예, 감사합니다. ‘데이터를 접목해 배구 기사를 쓰면 반응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기록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내용이 궁금하실 때는 언제든지 연락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조사해 알려드리겠습니다.“토스의 정확성과 공격수 선택에서 재능있는 세터가 아쉬운 한국 배구 현실과 데이터와 다양한 시각에서 배구를 다루어 주는 것 자체가 배구 팬으로서 고마울 뿐입니다. 재미난 내용입니다.”맞습니다. 예전에는 외국인 선수 영향으로 오른쪽 날개 공격수 기량이 떨어지는 일이 많다고 고민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센스 있는’ 세터 유망주도 잘 눈에 띄지 않게 된 느낌입니다. 지도자들에 세터 유망주에게 ‘기술 지도’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나름 배구 좀 봐온 팬으로 재능있는 장신 세터에 대한 기대치가 늘 상존합니다. 황동일, 노재욱, 김명관. 황택의는 파격적인 고액 연봉으로 KB를 당장 떠나지 않는다곤 하지만 토스가 좋아졌다는 말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장신의 신체조건이 부담이 되는 것인지 기본기 부족과 볼을 다루는 센스와 수읽기에서 부족한 것일까요?”다른 이름보다 황동일 때문에 이 질문을 골랐습니다. 과연 황동일이 드디어, 기어이, 마침내, 자신에게 맞은 팀을 찾은 건지 아니면 팀을 옮길 때마다 거의 그랬던 것처럼 ‘초반 반짝’ 현상인지 이번에도 궁금합니다. 세터는 키우기도 어렵지만 평가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 세터 평가에 대한 고견 있으시면 말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ABC 칼럼 관련 내용은 이번 기회에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 그때까지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삼성화재가 또다시 ‘5세트의 저주’에 무릎을 꿇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에 나선 삼성화재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풀 세트 접전을 치러 우리카드에 2-3(25-22, 21-25, 23-25, 25-20, 10-15)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는 유독 풀 세트 경기가 많다. 이날까지 치른 16경기 가운데 9경기(56.3%)가 5세트 접전이었다. 현재까지 남자부 전체 56경기 가운데 20경기(35.7%)가 5세트까지 갔다는 걸 감안하면 삼성화재는 유독 5세트 경기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결과다. 삼성화재는 10월 18일 치른 시즌 첫 경기 때는 한국전력에 3-2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5세트 경기를 8번 치르는 동안 내리 패하고 있다. 이날도 5세트 시작과 동시에 3-0으로 앞서 나갔지만 5-6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로는 다시 점수를 뒤집지 못했다. 우리카드 외국인 선수 알렉스(사진)는 5세트 6-5 상황에서 연속 2득점을 하며 분위기 반등을 이끌었다. 알렉스는 이날 양 팀 최다인 32점(공격 성공률 58.7%)을 올리면서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승리로 승점 2를 더한 4위 우리카드(승점 25)는 3위 KB손해보험(승점 29)을 승점 4 차이로 추격했다. 한편 김천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방문 팀 KGC인삼공사가 역시 풀세트 접전 끝에 한국도로공사에 3-2(14-25, 25-16, 25-18, 19-25, 15-12) 역전승을 거뒀다. KGC인삼공사에서는 고민지(17점)가 외국인 선수 디우프(31점)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올리며 승리에 앞장섰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7일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니그로리그’를 메이저리그 일부로 받아들여 니그로리그의 기록을 통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니그로리그는 인종 차별 정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던 유색 인종 선수들이 활약한 야구 리그 가운데 1920년부터 1948년까지 운영된 7개 리그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이 때문에 영어로는 ‘Negro League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메이저리그 역시 ‘Major Leagues’라고 복수형으로 쓰기도 한다. 현재 존재하는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이외에도 내셔널어소시에이션(NA),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AA), 플레이어스리그(PL) 등 과거에 존재했던 리그를 메이저리그 역사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원래 브루클린 그레이스(Grays)라는 AA 소속 팀으로 시작한 LA 다저스처럼 현재 7개 팀이 예전의 이런 리그로부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니그로리그도 이런 리그와 동급이 되면서 각종 기록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는 1943년 ‘니그로 내셔널리그’ 소속 홈스테드 그레이스에서 타율 0.486(181타수 88안타)을 기록한 조시 깁슨(1911∼1947·사진)이 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1941년 타율 0.406(456타수 185안타)을 기록한 테드 윌리엄스(1918∼2002·보스턴)를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로 꼽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배구 선수가 팬들 사랑을 먹고 자란다면 배구 기자는 독자들 비난을 먹고 자랍니다. 기자 가운데는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게 섹시하다’고 믿는 부류가 적지 않고 저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직업적으로’ 특정 팀이나 선수를 ‘씹어야 할’ 때가 많고, 그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로부터 한층 더 씹힐 때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그래서 지난주 ‘세터 A는 왜 공격수 B보다 C를 선호할까? [발리볼 비키니]’(https://bit.ly/37dj8V0·ABC 칼럼)를 쓰고 난 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격려 e메일이 도착해 기뻤습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난 e메일이 날라왔지만요.그 가운데 가장 욕설이 적은 e메일 하나를 골라 공개 답변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욕설 수위와 표현은 다양했지만 그 기사에 대해 비판하는 논리는 크게 이 e메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a*be*de* 님, 개인적으로 선생님 욕설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저희 어머니께 전해달라는 차마 말씀 못 전해드린 건 죄송합니다.)● 공격 효율은 별 의미 없는 기록이다? “첫 번째 공격 효율을 언급하셨는데 두 선수의 공격 효율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신장도 파워도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네, 그러니까 좋은 세터라면 신장도 크고 파워도 더 좋은 선수에게 더 자주 세팅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표현은 ‘더 자주’입니다. ‘그럼 B 선수에게 몰방(沒放) 토스를 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물으신 분이 계신데 ABC 칼럼 어디에도 그렇게 주장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B 선수가 C 선수보다 더 뛰어난 공격수라면 B에게 공을 더 많이 띄워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을 뿐입니다. 또 비난 e메일을 보내주신 분 가운데는 ‘공격 효율’이 별 대수롭지 않은 기록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비록 배구를 30년 정도밖에 보지 못한 ‘배알못’이지만, 한국 미디어에서 처음으로 ‘공격 효율’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사람으로서 이런 인식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공격 성공 - 공격 범실 - 상대 블로킹에 차단) ÷ 총 공격 시도’로 계산하는 공격 효율은 배구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록입니다. 적어도 2019~2020 시즌까지 최근 5 시즌 동안 한국 프로배구에서는 남녀부 모두 확실히 그랬습니다. 이 기간 5세트를 제외하면 여자부는 총 1575세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1575세트를 대상으로 머신러닝 기법 가운데 하나인 ‘랜덤 포레스트’ 방식으로 어떤 기록이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어떤 머신러닝 모델 성능을 평가할 때는 ROC 곡선을 이용합니다. 이 랜덤 포레스트 모델 ROC(수신자 조작 특성) 곡선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곡선 아래 면적이 1에 가까울수록 모델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이 랜덤 포레스트 모델에서 곡선 아래 넓이를 계산하면 0.905가 나옵니다. 급하게 만든 모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능입니다.(혹시 같은 기간 남자부 기록 중요도가 궁금하신 분은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은 언제 다시 강팀이 될 수 있을까?[발리볼 비키니] https://bit.ly/38blPW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팬심이 공격 효율이 뛰어난 선수보다 그렇지 않은 선수 쪽을 향하신다면 그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어떤 이유로 사랑하든 그건 여러분 자유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공격 효율이 좋은 건 그냥 공격 효율이 좋은 것뿐’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로테이션 때문에 공격 효율 차이 생기나?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가 로테이션상 만나는 선수들의 차이가 두 선수의 공격 효율이 차이가 나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팀 감독님은 최대한 B 선수를 편안한 환경에서 공격을 하게 만드시려고 로테이션상 상대 블로커에 낮은 블로커가 오도록 로테이션 설정을 하시고 계십니다. 반면에 지난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문제로 C 선수는 상대팀에서 신장이 큰 센터 블로커나 용병 선수와 만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말씀 자체는 사실입니다. 두 선수가 전위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상대 전위 선수 세 명 평균 신장을 확인해 보면 B 선수는 182.8cm, C 선수는 183.5cm로 C 선수 쪽이 더 높았습니다. 그런데 상대 전위 선수 세 명 평균 키나 세 선수 가운데 최장신 선수 키를 ‘통제하고’ 공격 효율을 계산해 봐도 B 선수 쪽이 C 선수 쪽보다 공격 효율이 더 높습니다. 예컨대 상대 전위 선수 세 명 평균 신장이 181.6~183.3cm 사이일 때 두 선수 공격 기록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상대 전위 키 40~60% 구간입니다.)다른 분께서는 “얼마 전 이정철 해설위원님께서 해설하실 때 C 선수는 상대편 최장신 공격수와 모든 세트 내내 세 번씩 맞붙게 되기 때문에 많이 힘들 거라고 하셨습니다”라고 e메일을 보내셨습니다. 그 경기에서는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B 선수가 전위에서 공격할 때 상대 최장신 선수가 전위에 자리하고 있던 비율은 43.4%, C 선수가 공격할 때 상대 최장신 선수가 전위가 자리할 비율은 43.3%로 사실상 똑같은 비율이었습니다. 대신 B 선수가 공격할 때 상대 최장신 선수 키는 평균 189.4cm로 C 선수가 공격할 때 190.8cm보다 1.4cm 작았던 건 맞습니다.그러나 키를 통제해도 B 선수가 C 선수보다 공격 효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로테이션상 만나는 선수들의 차이가 두 선수의 공격 효율이 차이가 나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라는 말씀은 사실과 다를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B 선수 쪽 상대 블로커 높이가 더 낮다면 역시나 B 선수 쪽에 더 자주 공을 띄우는 게 세터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승리와 우승이 최종 목표인 프로 선수라면… “승리와 우승이 최종 목표인 프로 선수라면 그것도 프로배구단의 세터라면 에이스가 2명이고 외국인 선수가 있는데 당연히 호흡이 잘 맞고 자주 맞혀봤던 선수에게 세팅해 주는 게 공격 성공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을까요?” ABC 칼럼 요지가 바로 세터 A가 그렇게 판단하는 게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세터 A가 세팅했을 때 B 선수 공격 효율은 0.398, C 선수는 0.270입니다.사람마다 ‘호흡이 잘 맞는다’는 말을 다른 의미로 쓸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선수 콤비 플레이가 잘 맞아 떨어져서 승리와 가까워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때 ‘두 선수는 호흡이 잘 맞는다’고 표현하지 않나요?세터 A가 마음 속으로 ‘나는 B 선수보다 C 선수와 호흡이 더 잘 맞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를 보면 아닙니다. B 선수와 호흡을 맞췄을 때 결과가 더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준비가 다 안 되어 있을 때 공을 보내주는 듯 아직 잘 맞지 않는 상황”인데도 그렇습니다.그렇다면, 승리와 우승이 최종 목표인 프로 선수라면 그것도 프로배구단의 세터라면, ‘혹시 내가 마음속으로 판단하고 있는 게 잘못되지 않았을까’하고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으냐는 게 ABC 칼럼 내용이었습니다.● C를 못하는 선수라고 했다?“상대팀 선수들이 B 선수보다 C 선수를 많이 상대해 본 경험과 A선수와 B 선수의 호흡이 맞지 않아 C 선수를 많이 활용한다는 걸 파고든 상대팀 전략의 성공이지, C 선수가 못해서 진 게 아닙니다. 못한 선수가 24점이나 하나요?” 일단 이번에도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표현을 제가 ABC 칼럼에서 사용한 것과 다른 의미로 쓰고 계십니다. 그리고 ABC 칼럼에 어디에도 C 선수가 못해서 이날 졌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저는 C 선수가 나쁜 공격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B가 더 좋은 공격수라고 했을 뿐입니다. 또 C 선수가 시도한 공격 가운데 60.3%를 상대 팀에서 건져 올렸는데도 계속 C 선수에게 공을 띄우는 게 옳은 일이었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그리고 이날 상대 디그가 이렇게 많았는데도 C 선수가 24득점을 올릴 수 있던 건 그만큼 세트가 자주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어떤 과제를 10번 시도해 5번 성공한 사람(성공률 50%)과 35번 시도해 7번 성공한 사람(성공률 20%)이 있을 때 우리는 성공률 20%인 사람이 더 못했다고 하지 않나요? B 선수는 이날 36점을 올렸습니다.● 플레이를 지적하면 그 선수를 싫어한다는 뜻인가?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떤 선수를 어떤 이유로 높게 평가하시든 그건 여러분 자유입니다. 다만 세상에는 ‘연모(戀慕)의 영역’뿐 아니라 ‘수치(數値)의 영역’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수치의 영역을 놓고 보면 ‘세터 A가 공격수 B에게 공을 더 자주 띄우는 게 맞지 않을까?’하고 의문을 품는 게 비합리적인 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렇게 생각했을 뿐 어떤 선수를 더 좋아하고 다른 선수는 싫어해서 이런 칼럼을 썼던 건 아닙니다.그 옛날 SBS에서 방영한 연속극 ‘추적자 THE CHASER’에는 “정치란 건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상대가 듣고 싶을 말을 해주는 거지”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ABC 칼럼에 불만이 많으셨던 분들께 제가 정치적이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그러나 상대가 듣기 불편한 이야기라도 해도 그 이야기가 사실에 가깝다면 늘 합리적인 의심을 품어야 하는 직업이 바로 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심을 하는 대가로 ‘기레기’라고 씹혀야 한다면 기꺼이 씹히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합리적인 비판이라면 역시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22일 만에 코트에 복귀한 나경복(26·사진)이 우리카드를 승리로 이끌었다. 우리카드는 1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 3-0(25-22, 27-25, 25-19)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추가한 우리카드(승점 23)는 한국전력(승점 22)을 5위로 끌어내리고 4위가 됐다. 지난달 24일 인천 대한항공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코트를 떠났던 나경복은 이날 레프트로 선발 출전해 13점(공격 성공률 62.5%)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 알렉스(27득점)에 이은 팀 내 두 번째 득점. 서브 리시브도 류윤식(22개)에 이어 팀 2위(18개)를 기록했다. 전날 열린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동료 선수들이 선정한 프로배구 ‘올해의 선수’로 뽑힌 나경복은 “최근 팀이 상승세(6경기에서 5승 1패)를 타고 있어 ‘분위기만 깨지 말자’는 생각으로 코트에 나섰다”고 몸을 낮추면서 “현재 몸 상태는 70∼80% 수준이다. 앞으로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GS칼텍스가 KGC인삼공사를 3-1(25-23, 25-23, 18-25, 25-21)로 이겼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선수 때 동아스포츠대상을 세 번 받았다. 팬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동료들이 뽑아줘 더 특별한 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라운드를 떠났는데도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올해를 끝으로 전북에서 은퇴를 선언한 ‘라이언 킹’ 이동국(41)이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CMS와 함께하는 2020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초대(2009년) 동아스포츠대상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로 뽑힌 이동국은 2011년, 2014년에도 이 상을 받았다. 역대 최다 수상 공동 2위다.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채널A, CMS(센트럴메디컬서비스)가 공동 주최하는 스포츠대상은 국내 스포츠 관련 시상식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종목 선수들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게다가 같은 팀 동료 선수에게는 표를 던질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5대 프로 스포츠(골프 농구 배구 야구 축구)를 망라해 시상을 진행하는 것도 이 상뿐이다. 이에 동아스포츠대상은 ‘품격의 대상’으로 통한다. 이동국보다 그 영광을 더 많이 누린 선수는 4회(2015∼2018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운 박혜진(우리은행)뿐이었다. 올해도 이 상을 타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최다 수상 기록을 5회로 늘린 박혜진은 “항상 코트에서 모범이 되고 열심히 하는 좋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면서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국의 수상을 보면서 꿈을 키운 선수도 있다. 올해 처음으로 수상한 손준호(전북)는 “이동국 선배를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꼭 이 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팀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큰 영광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이동국과 호흡을 맞춘 미드필더 손준호는 올 시즌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전북의 K리그1 최초 4년 연속 우승에 앞장섰다. K리그1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전날 KIA와 4년간 총액 47억 원에 재계약한 최형우(37)는 프로야구 부문에서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남자 프로농구 부문에서 처음 수상한 허훈(KT)은 이날 소속팀 경기가 있어 아버지인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대신 받아 눈길을 끌었다. 프로배구에서는 나경복(우리카드)과 양효진(현대건설)이 각각 수상했다. 프로골프에서는 김태훈과 김효주가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 올해의 선수로 뽑힌 수상자는 상금 1000만 원을 받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묘한 인연이다. 프로야구 삼성에서 데뷔한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37)는 2016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그해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프로야구 부문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로 뽑혔다. 최형우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다시 FA 자격을 얻었고 올해도 같은 상을 받았다. 최형우는 올 시즌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4(1위), 28홈런(11위), 115타점(4위)을 기록했다. 30대 후반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하면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 활약을 인정받아 전날 4년간 총액 47억 원에 KIA와 재계약했다. 15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CMS와 함께하는 2020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최형우는 역대 프로야구 부문 최고령 수상자가 된 뒤 “선수들이 뽑아준 상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당장 오늘부터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는 KIA가 상위권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IA는 이번 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채널A, CMS(센트럴메디컬서비스)가 공동 주최하는 스포츠대상은 국내 스포츠 관련 시상식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종목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게다가 같은 팀 동료 선수에게는 표를 던질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5대 프로 스포츠(골프 농구 배구 야구 축구)를 망라해 시상을 진행하는 것도 이 상뿐이다. 이에 동아스포츠대상은 ‘품격의 대상’으로 통한다. 프로축구 부문 수상의 영광은 손준호(28·전북)에게 돌아갔다. 미드필더로 뛰는 손준호는 이번 시즌 중원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전북이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데 앞장섰다. 이번 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이기도 한 손준호는 “다른 팀 선수들로부터 인정받아 정말 큰 영광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에서는 허훈(KT)과 박혜진(우리은행)이 남녀 수상자로 뽑혔다. 2015~2018년 4년 연속 수상자였던 박혜진은 올해 수상으로 동아스포츠대상 최다 수상 기록(5회)을 1회 늘렸다. 이날 소속팀 경기가 있어 시상식에 참석 못한 허훈을 대신해 아버지인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이 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프로배구에서는 나경복(우리카드)과 양효진(현대건설)이 선정됐다. 프로골프에서는 김태훈과 김효주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각 종목 올해의 선수는 상금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 이번 시즌 마지막으로 K리그1 전북에서 은퇴한 이동국에게는 특별상이 돌아갔다. 이동국은 부상으로 황금열쇠를 받았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2005년 프로야구 현대에서 데뷔한 오재일(34·사진)은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등번호 36번을 달고 뛰었다. 등번호 36번을 달고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던 ‘라이언 킹’ 이승엽(44·전 삼성)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자신도 같은 번호를 선택했던 것. 그리고 오재일은 기어이 이승엽의 ‘팀 후배’가 됐다.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오재일과 계약금 24억 원, 연봉 22억 원, 인센티브 4억 원 등 최대 50억 원에 4년 계약을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오재일은 “제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신 삼성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좋은 기억이 많은 (삼성의 안방)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돼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일발장타를 갖춘 오재일의 영입으로 타선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오재일은 올해 16홈런을 치는 등 프로 통산 타율 0.283, 147홈런, 583타점을 기록했다. 라이온즈파크에서는 더욱 강했다. 총 27경기에 나와 타율 0.320, 12홈런, 33타점을 올렸다. 한 시즌(144경기) 기록으로 환산하면 64홈런, 144타점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 성적은 전부 삼성 투수를 상대로 남긴 기록이라 오재일이 이 구장에서 계속 이 정도로 잘 칠 거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재일이 등번호를 새로 찾아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삼성은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등번호 36번을 영구결번 처리한 상태다. 한편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39)도 같은 날 원 소속팀 KIA와 3년 최대 47억 원(계약금 13억 원, 연봉 27억 원, 옵션 7억 원)에 생애 두 번째 FA 계약을 했다. 최형우는 4년 전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며 4년 100억 원을 받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로 빠진 흥국생명에 완승을 거뒀다. 도로공사는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3라운드 여자부 방문경기에서 흥국생명을 3-0(25-23, 28-26, 25-21)으로 완파하고 4연승을 질주했다. 반면 5일 GS칼텍스에 2-3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14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던 흥국생명은 시즌 첫 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켈시가 양 팀 최다인 22점(공격성공률 55.1%)을 올렸고 레프트 박정아도 14점을 보탰다. 어깨 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 루시아에 이어 주전 세터(이다영), 주전 레프트(이재영)까지 빠진 상태에서 경기를 치른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21점(공격성공률 48.8%)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경기 결과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쌍둥이 자매가 이날 경기에서 빠진 건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이)재영이의 편도선이 자주 붓는 편인데 어제 비슷한 증세가 나타났다. 체온이 38.7도까지 올라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또 “(이)다영이는 아무 증상도 없지만 이재영과 붙어 다니는 시간이 워낙 많다. 또 무릎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라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안방 팀 삼성화재가 OK금융그룹에 2-3(17-25, 22-25, 25-21, 25-23, 13-15)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팀 역대 최다 타이인 7연패에 빠졌다. OK금융그룹은 전날 대한항공에 2-3으로 패한 KB손해보험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13일 오전 KBS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발언을 오역해 자막을 만들었다는 기사(https://bit.ly/37f0cVO)를 썼다. ‘on behalf of’는 ‘~를 대표(대신)하여’라고 번역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KBS1은 ‘절반의’라고 잘못 번역했다는 내용이었다.언론에서 오류를 지적받았을 때 공영 방송에서 먼저 영상을 수정해야 하는 건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가운데 어느 쪽일까? 이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 역시 이 프로그램 자막에서 찾을 수 있다. ‘특파원 보고’는 이 프로그램을 다시 시청할 수 있는 곳을 알리는 자막에 분명 자사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인 ‘my K’를 유튜브보다 먼저 썼다.그러나 특파원 보고가 먼저 동영상을 내린 곳은 ‘my K’가 아니라 유튜브였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유튜브 채널에서는 동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상태.반면 같은 시각 자사 홈페이지는 자막에 오류가 있는 동영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KBS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수신료의 가치, 감동으로 전합니다”라고 강조한다. ‘특파원 보고’ 역시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수신료로 만들었습니다”라는 자막으로 끝이 난다.‘수신료의 가치’와 더욱 가까운 쪽은 KBS 홈페이지일까? 아니면 유튜브 채널일까?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위에 있는 사진은 12일 KBS1에서 방영한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화면을 캡처한 겁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자막은 거의 완벽한 오역입니다. KBS1에서 “미국 절반의 국민인 여러분”이라고 번역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발언은 “on behalf of the American people”이었습니다.학창 시절 ‘성문종합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신 분이라면 ‘on behalf of’라는 영어 숙어는 ‘~을 대표(대신)하여’라는 뜻이라고 곧바로 떠올리실 겁니다.이 다음 장면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여러분에게 저지른 만행들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합니다.그러니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대표해 사죄를 한 것인데 KBS1에서는 이를 “미국 절반의 국민인 여러분에게”라고 번역한 겁니다.이 프로그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운데 24%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에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미국 공중보건국은 1932년부터 1973년까지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매독으로 고통받고 있던 이들에게 ‘당신은 지금 악혈(bad blood)에 걸렸다. 치료해주겠다’고 속이고 뇌척수액을 뽑아 매독균에 대한 각종 검사를 실시했던 것. 1943년 매독 치료제인 페니실린이 세상에 나왔지만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아스피린과 철분제밖에 주지 않았습니다.1972년 내부고발로 이 실험 존재가 알려진 뒤에도 실험에 참여했던 의사들은 “그 사람은 어차피 가난해서 치료도 못 받고 죽을 사람들이다. 차라리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죽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면서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이 실험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게 바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피해자 및 유가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저 발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절반의 국민” 같은 표현은 등장할 필요가 없었습니다.그런데도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이런 번역을 남겼으니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일 아닌가요?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일단 ‘급한 불’ 하나는 껐다. 그 사이 급한 불 하나가 더 늘었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은 2020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허경민(30)과 최대 85억 원에 ‘4+3년’ 계약을 맺었다고 10일 발표했다. 먼저 계약금 25억 원, 연봉 10억 원 등 총액 65억 원에 4년 계약을 맺고 이후 3년은 선수 본인이 원하면 20억 원에 잔류하거나 아니면 새로 FA 계약을 맺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최장 7년이 보장된 장기 계약이다. 허경민은 “프로 입단 후 두산 일원으로 자부심을 느끼면서 경기를 뛰었다. 영광스러운 계약 조건을 제시해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면서 “마냥 기쁘다기보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매 경기 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뛰겠다”고 말했다. 2012년 두산 입단 후 줄곧 한 팀에서 뛰고 있는 3루수 허경민은 빼어난 수비와 함께 올 시즌에는 타율 0.332, 7홈런, 58타점으로 매서운 공격력까지 과시했다. 두산은 이날 ‘집토끼’ FA 7명 가운데 ‘최대어’ 허경민을 붙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을 야구 때 ‘에이스 모드’를 자랑했던 외국인 투수 플렉센(26)을 놓쳤다. 시애틀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플렉센이 2년간 475만 달러(약 51억6500만 원)를 받는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입단 계약을 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포니치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즌 두산에서 20승(2패)을 거둔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28)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입단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산은 “아직 알칸타라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은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팀들의 러브콜을 받은 로하스(30·전 KT)가 저울질 끝에 한신에 입단한 전례에 비춰볼 때 두산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다른 구단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전 경기 일정을 소화했고, 주요 경기는 ESPN 등을 통해 해외 중계 전파를 탔다. 그만큼 미국 현지에 선수 정보가 많이 노출됐다. 시애틀타임스는 “ESPN 중계를 지켜본 팬이라면 플렉센이 누구인지 모를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1년에 어떤 팀에서 뛰게 될지 아직 결정한 바 없다.”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KT 로하스는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이렇게 썼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 “로하스가 요미우리에 입단하기로 대략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반박한 것. 결정한 게 없다는 로하스의 얘기는 KT가 아직 로하스를 붙잡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KT 관계자는 “로하스가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구단 역대 최고 조건을 제시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로하스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20승으로 다승 1위를 차지하면서 ‘최동원상’ 수상자로 뽑힌 알칸타라(두산)도 일본 팀 영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한신이 알칸타라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 팀들이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에게 주목하는 건 ‘선배’들이 이미 성공 사례를 썼기 때문이다. 올해 요미우리에 입단한 산체스(전 SK)는 정규시즌에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3.08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고 소프트뱅크와의 일본시리즈 3차전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한신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을 보낸 샌즈(전 키움) 역시 타율 0.257, 19홈런, 64타점을 남기면서 일본 무대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미우리와 한신 모두 센트럴리그 소속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센트럴리그는 요미우리가 일본시리즈에서 2년 연속 승리 없이 4연패로 무너지는 등 최근 퍼시픽리그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배구는 세터 놀음입니다. ‘코트 위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세터가 어떻게 공격을 배분하는지에 따라 팀 성적도 춤을 추게 마련. 그래서 세터 A가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개막 후 11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해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같은 팀에 왼쪽 날개 공격수 B와 C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11경기에서 B는 공격 효율 0.358, C는 0.246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격 효율 0.358은 공격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 가운데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0.360)과 사실상 공동 1위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개 공격수 중에는 B 선수가 제일 공격 효율이 높습니다.그러면 누구에게 더 자주 공을 띄우는 게 효과적일까요? 당연히 B에게 공을 더 자주 세트(토스)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현실은 반대입니다. A는 C에게 415번 공격을 맡기는 동안 B에게는 10% 정도(41번) 적은 374번밖에 공을 띄우지 않았습니다.A는 C가 상대 서브를 받은 다음에도 총 71번 공격을 맡겼습니다. ‘C가 서브 리시브’ → ‘A가 세트’ → ‘C가 공격’으로 이어진 게 총 71번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A가 B에게 공을 띄운 건 46.5% 수준인 33번이 전부입니다. 그저 C가 상대 서브를 훨씬 많이 받아서 생긴 일 아닐까요? A가 세터일 때 두 선수가 서브 리시브 이후 공격을 시도한 비율을 따져 보면 C는 30.2%로 17.4%에 그친 B보다 1.7배 이상 높습니다.게다가 A가 상대 서브를 받은 C에게 공을 띄운 경우 가운데 3번은 후위 공격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B는 상대 서브를 받지 않은 상태로 전위에 있었는데도 A는 B에게 공격을 맡긴 겁니다. 아, 나이는 B가 C보다 8살 많습니다. 그래서 배려한 걸까요?혹시 A, B 사이는 호흡이 엉망이지만 A, C 사이는 찰떡 호흡을 자랑해 그런 건 아닐까요? A가 세팅한 공을 상대 코트를 향해 날렸을 때 B는 공격 효율 0.398을 기록했습니다. C는 69.8% 수준인 0.270에 그쳤습니다.C가 공격이 터지지 않는 날에도 A는 B보다 C를 선호합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C가 때린 스파이크 가운데 60.3%를 상대팀에서 디그로 건져 냈습니다. B가 때린 스파이크 가운데 상대 디그 성공으로 끝난 건 38.3%가 전부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 팀에 패한 게 당연한 일입니다.사정이 이런데도 A가 B보다 C를 선호하는 이유가 뭔지 이 ‘배알못’ 기자에게 설명해주실 분 어디 안 계신가요?황규인기자 kini@donga.com}
2017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에서 25개의 홈런을 날렸던 라이언 힐리(28·사진)가 한화에 합류한다. 한화는 힐리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6일 발표했다. 키 195cm, 몸무게 104kg인 힐리는 올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때도 밀워키의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할 만큼 장타력 하나는 인정받는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405경기에 나서 69홈런을 기록했다. 정민철 한화 단장 역시 “장타력이 부족한 우리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내구성’이다. 2018년에도 시애틀에서 24홈런을 기록한 힐리는 지난해 8월 오른쪽 엉덩이에서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올 정규시즌에서는 4경기에 나서 7타수 1안타, 와일드카드 때는 1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인천 남매의 운명이 엇갈린 주말이었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의 6연승을 막아낸 반면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패하면서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에 실패했다. 개막 최다 연승 기록도 ‘10’에서 멈췄다. 대한항공은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안방경기에서 한국전력을 3-2(27-29, 25-17, 25-21, 20-25, 15-11)로 꺾고 2연승을 기록했다. 승점 25를 만든 대한항공은 OK저축은행(승점 24)을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연승 행진을 ‘5’에서 멈춘 한국전력은 승점 17로 4위를 유지했다.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비예나는 이날도 무릎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대신 경기에 나선 임동혁(21)이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인 29점을 올리면서 비예나의 공백을 메웠다. 임동혁은 “공이 올라오면 무조건 때리자는 생각으로 공격했는데 운 좋게 득점이 됐다. 부담이 있지만 아직 어리기에 즐기면서 극복해 가겠다”고 말했다. 정지석(대한항공)이 30점을 올렸기 때문에 29점이 이날 양 팀 최다 득점은 아니었다.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GS칼텍스에 2-3(25-19, 25-21, 14-25, 23-25, 10-15)으로 역전패했다. 이겼다면 흥국생명은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을 남길 수 있었지만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승기를 지키지 못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사진)은 양 팀 최다인 36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웃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에 앞서 2009∼2010시즌 14연승 기록을 남긴 팀이 GS칼텍스다. 김연경과 현대건설 출신 세터 이다영의 합류로 시즌 개막 전부터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평가가 따라다녔지만 흥국생명에도 GS칼텍스는 안심할 수 없는 상대다. 흥국생명은 V리그에 앞서 열린 컵 대회에서 무실 세트로 결승에 올랐지만 GS칼텍스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14점을 올리며 5연승에 앞장선 이소영은 “상대 팀에서 우리 공격수의 성향을 정말 잘 분석한 것 같다. 2세트까지는 블로킹 벽을 뚫어도 코트 뒤쪽에 수비진이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3세트를 시작하면서 동료들끼리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주문을 건 게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14점을 올린 강소휘는 “컵 대회 결승에 이어 또 이기니 더 이기고 싶다. 우리 팀의 장점을 살리면 다음에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우리 팀 공격이 빨라지면서 상대 팀이 효과적인 수비를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KB손해보험을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선두로 이끌고 있는 이상열 감독은 28일 인천 방문경기에서 대한항공에 3-1 역전승을 거둔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이 감독은 “분위기 싸움에서 승리한 게 결정적이었다”면서 “특히 최근 추구하고 있는 빠른 템포의 공격이 선수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언뜻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KB손해보험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57.6%를 ‘말리 특급’ 케이타(19)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몰방(沒放) 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팀이니까요. 케이타에게 이렇게 소위 ‘몰방 세트(토스)’를 올릴 수 있는 건 ‘높이’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닙니다. 케이타 공격이 정말 빨라졌으니 말입니다. 1라운드 6경기에서 케이타의 공격 유형은 ‘심플’ 그 자체였습니다. 케이타는 1라운드 때 공격을 총 409번 시도했는데 이 가운데 52.3%(214번)이 오픈이었고 41.8%(171번)이 백어택이었습니다.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94.1%가 몰방 세트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2라운드가 되면 오픈 공격이 35.2%로 줄어드는 대신 퀵오픈 비중이 4.6%에서 25%로 5.4배 늘어납니다. 케이타가 높이만 있던 선수에서 높고 또 빠른 선수로 거듭났던 것. 이런 변화는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24)와 케이타가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더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결과도 좋습니다. 이날 경기까지 케이타는 퀵오픈을 총 90번 시도해 이를 공격 효율 0.567로 연결했습니다. 공격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퀵오픈 효율이 케이타보다 높은 건 펠리페(32·OK금융그룹·0.617) 한 명뿐입니다.KB손해보험은 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합니다. 만약 KB손해보험이 정말 승리를 거둔다면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2라운드를 선두로 마칠 수 있습니다.반면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나경복(26)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3연패에 빠진 우리카드는 이날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내야 최하위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단, 수비 기록을 살펴보면 우리카드가 이 경기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카드는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상대팀 퀵오픈에 대한 블로킹 성공률(7.8%)은 두 번째로 낮고, 디그 성공률(18.6%)은 제일 낮은 팀입니다. 블로킹과 디그 성공률을 합친 기록(26.4%) 역시 7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입니다.그러나 공은 둥글고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KB손해보험이 계속 고속 고공비행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우리카드가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 줄 짐작 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더 놀랐습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월 30일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임대차 3법으로 70% 이상 국민이 계약갱신을 통해 주거 안정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강준현 민주당 의원(세종을)이 계약 갱신 현황을 묻자 김 장관은 “현재 100대 중저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갱신율이 10월 기준 66.7%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중저가 아파트에 살던 이들이 열심히 피땀 흘려 노력해 ‘총알’을 확보한 다음, 더 나은 주거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게 ‘국민 주거복지 향상’ 아닌가요? 실제 ‘전세 → 자가’ 이동은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국토부에서 올해 3월 펴낸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자가에 사는 사람 가운데 43.3%는 바로 직전에 전세에 살았습니다.그런데 김 장관은 중저가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국민 가운데 역대 최대치인 3분의 2가 계속 중저가 아파트에 전세로 살게 됐다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니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아랫글을 그냥 우스개로만 치부할 수가 없습니다.집권 1년 차 -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 살 필요 없다.집권 2년 차 - 누구나 서울 아파트 살 필요 없다집권 3년 차 - 누구나 아파트 살 필요 없다집권 4년 차 - 누구나 전세 살 필요 없다집권 5년 차 - 누구나 살 필요 없다우리는 왜 전세에 살까요? 주거실태조사에는 “귀댁이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를 보기에서 각 두 개씩 골라 기입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현재 전세 거주자 가운데 ‘집값 또는 집세가 너무 비싸고 부담스러워서’ 이사했다는 답변은 14.7%(6위)였고,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이사했다는 답변은 4%(11위)였습니다.‘직주근접(직장, 학교 등) 직장변동(취직·전근 등) 때문에’가 39%로 1위였고,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하려고’가 36.3%로 2위였습니다. 적어도 지난해까지 전세 시장은 사람들이 ‘입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겁니다.그러면 한국 사람은 한번 얻은 전셋집에 얼마나 살까요? 같은 조사에 따르면 전세 거주자 가운데 현재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한 비율 ≒한 번 이상 재계약한 비율은 55.9%였습니다. 현재 주택에 5년 이상 거주했다는 답변도 19.9%가 나왔습니다.집집이 상황과 처지가 달라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면 ‘계약 만기로 인해서’ 이사를 했다는 전세 거주자 31.0%가 꼭 전세보증금 인상 문제로 이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조금 더 찾아보면 전세 거주자는 미래에 대해서도 같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재계약 시 상승할 임대료 또는 전세의 월세 전환에 대한 불안감’에 관해 물었을 때 전세 거주자 대답은 △매우 불안함 6.7% △조금 불안함 25.8% △별로 불안하지 않음 47.1% △전혀 불안하지 않음 20.4%로 나타났습니다. 67.5%가 ‘불안하지 않다’고 답했던 겁니다. 이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매매가는 올라도 전세가는 오르지 않는 상황이 제법 오래 이어졌으니까요.서울 아파트는 분명 그랬습니다. 2017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지수를 100이라고 할 때 이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7월에도 이 숫자는 105까지 5%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그 사이 매매 가격 지수가 100에서 126이 됐다는 걸 고려하면 전세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요컨대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할 만큼 전세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정부와 여당에서 ‘임대차 3법’ 카드를 꺼내자 전셋값도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00에서 105가 되는데 3년이 걸렸던 전세 지수는 석 달 만에 다시 5가 올라 110이 됐습니다. 집을 사기에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상급지’로 전세를 옮기는 것마저 부담스러운 상황. 그러면 전세 세입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스테이’(stay)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께서는 ‘계약 갱신율 최고 = 주거 안정’이라고만 생각하시니 목에 빵이 걸린 것처럼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아, 물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께서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 쓰신 것처럼 “집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은 투표 성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짐작하다시피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계속 전세에 살기를 바라신다면 이런 견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김 전 수석께서는 책에 영국 사례를 인용하셨지만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설마 정말 이런 이유로 언젠가 ‘누구나 살 필요 없다’고 해명해야 하는 세상을 만드시려는 건 아니겠지요?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