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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코로나19 우울을 달랠 ‘2021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가 내년 1월 6일부터 24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펼쳐진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는 ‘내가 너와 함께할게(I‘m still with you)’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대표 공연 9편과 뉴챌린지 공연 4편을 엄선했다고 밝혔다. 대표 공연 9편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한다. ‘수상한 외갓집’(1월 6, 7일)을 시작으로 ‘덤블링의 고수’(1월 6, 7일), ‘벨벳 토끼’(1월 9, 10일), ‘탄생의 신, 삼신’(1월 9, 10일), ‘여우와 돌고래’(1월 13, 14일) 등이 차례로 관객과 만난다. 오프라인 공연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과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온라인 공연은 네이버TV 후원 라이브에서 볼 수 있다. 뉴챌린지 공연 4편은 1월 13일부터 23일까지 오프라인(종로 아이들극장)으로 진행한다. 그림자 연희극 ‘나는 기와입니다’(1월 13, 14일), 인형극 ‘옛날 어느 섬에서’(1월 15, 16일) 등 4편을 공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매순간 올바른 결정만 내리는 완벽한 삶, 너무 지루하지 않나요?” 평범한 고교 화학교사가 마약을 만들며 ‘막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아들을 빼내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며 ‘더 막 나가는’ 판사가 되어 돌아왔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막 나가기)’ 주인공으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미국 유명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64)이 신작 시리즈 ‘유어 오너(Your Honor·존경하는 재판장님)’로 팬들과 만난다. 신작 공개를 앞두고 최근 각국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인생 모든 문제의 해답을 알고 있는 완전무결함은 지루하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고 약한 존재”라고 답했다. 이어 “배우에게도 극한으로 치닫는 배역이 매력적이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요즘 시청자들도 막가는 캐릭터를 보고 싶어 돈과 에너지를 더 투자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1980년부터 배우, 성우, 극작가, 연출가로 활동해온 그는 현재 미국에서 손꼽히는 배우다. 브레이킹 배드와 함께 영화 ‘트럼보’ ‘업사이드’ ‘인필트레이터’ 등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렸다. 저음으로 깊게 깔리는 ‘동굴 목소리’에 복잡다단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력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옴짝달싹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렸을 때 뿜어내는 광적인 연기가 그의 트레이드마크. 폐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마약을 제조하는 과정을 그린 ‘브레이킹 배드’로 그는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네 차례나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유명 리뷰 사이트에서 99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을 받아 2014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2018년엔 영국 공연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올리비에 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스라엘 원작 드라마 ‘Kvodo’를 각색한 신작 ‘유어 오너’에서 그는 법을 수호하는 강직한 판사이자 아들의 뺑소니 범죄를 은폐하는 아버지 ‘마이클 데지아토’ 역할을 맡았다. 크랜스턴은 매순간 악마의 장단에 춤을 추듯 끊임없이 흔들리고 동요한다. 그는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건 이 모순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줄거리 때문”이라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뭐든 하려는 부모 마음은 전 세계 누구나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급박한 위기에 연속적으로 맞닥뜨리는 배역을 그는 “충동적” “즉각적”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모든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하는 (브레이킹 배드의) ‘빌런(악역)’과는 정반대”라고 했다. 극 중 그의 아들이 저지른 사고의 사망자는 공교롭게도 지역 조직폭력배 보스의 아들.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아들에 대한 보복 살인이 불 보듯 뻔해 모든 걸 내려놓고 경찰에 자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들이 사망 사고를 냈다고 고백한 뒤 경찰 포위망이 좁혀오고, 다른 누군가는 눈에 불을 켜고 범인을 찾고 있어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오로지 내 자식을 지키겠다는 생각 하나뿐, 모든 건 충동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결국 극 중 그는 한 흑인 청년이 범죄 누명을 쓰고 체포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다. 괴로워하는 아들에게 철저히 입단속을 시키며 교묘히 법리를 이용한다. 경찰은 진상 조사보다는 무고한 희생양에게 억지 자백을 강요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미국 사회의 사법 정의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그는 작품 돌입 전 철저히 캐릭터를 연구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판사 배역을 위해 몇 주 동안 극의 배경인 미국 뉴올리언스 일대 법원을 들락거리며 재판을 지켜봤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봐 우려도 했었지만 모두 엄숙하게 재판을 지켜보고 있어서 마음 편히 캐릭터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떤 판사는 우주의 지배자 같았고, 누군가는 무대에 선 배우 같았다”면서 “부자에게 호의적이고 빈자에게 가혹한 법정 내 불평등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혈장을 기증하고 현장에 복귀해 촬영을 마쳤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느라 상대역 대사가 들리지 않아 ‘방금 뭐라고?’를 수십 번씩 반복해야 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때일수록 ‘유어 오너’ 같은 순수한 오락물은 더 짜릿할 겁니다!”. 이 시리즈는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통해 내년 1월 말 국내 단독 공개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 사람 참 공무원스럽다.” 약 300년 전 프랑스에도 이런 표현이 쓰였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공무원을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라고 정의하며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을 다듬는 일 등을 하다 보면 오후 4시 반이 된다”고 꼬집었다. ‘고리오 영감’ ‘환멸’ 등을 남긴 발자크의 잘 알려지지 않던 르포르타주 문학이다. 적나라한 비판에 억하심정이라도 있나 싶지만 공무원의 존재를 철학적, 역사적으로 분석하며 문제점을 논했다. ‘생리학’이라는 제목은 당대 유행한 일종의 문학 장르로 인물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책은 “최상의 국가는 적은 공무원으로 많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많은 공무원으로 적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 작품 ‘하겠다’가 아니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니면 도대체 누가 하겠냐며 배우, 제작진이 의기투합했죠.”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로 제57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구자혜 연출가(38·사진)는 23일 “배우들에게 희곡을 건넸을 때 ‘오케이’하지 않았다면 공연은 못 올라갔을 것이다. 자막, 수화, 대사라는 언어의 힘을 작품 안에서 적극적으로 작동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 연출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30분이 지나서야 실감이 났다”는 소감을 전했다. 구 연출가는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배우로 하여금 무대로 끌어오게 했다. 연극계에서 그만큼 자기 신념과 미학을 가진 연출가는 드물다는 얘기가 많다. 여러 목소리를 잘 듣는 귀를 가진 그가 이제 신뢰할 만한 연출가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받는다. 성(性)소수자,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를 정면으로 건드린 이번 작품은 트랜스젠더인 이은용 작가가 희곡을 집필했다. 구 연출가는 “해외의 퀴어 작품도 많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동시대를 겪는 당사자가 쓴 작품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그는 “기억이 안 나는데 작업을 하면서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모든 과정이 너무 신나고 재밌다’고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모든 연극인이 그렇듯 올해는 그에게도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는 “연습이 오후 10시에 끝나면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직원분들이 두 시간 동안 방역을 끝내고 퇴근했다. 공연이 무사히 올라갈 수 있도록 도운 성북문화재단의 고마운 분들이 여럿 떠오른다”고 했다. 연출가로 8년째 작업을 이어온 그는 4년 전 제53회 동아연극상에서 ‘새개념연극상’을 받았다. 그는 “‘어렵다’ ‘특이하다’ ‘난해하다’는 평을 들으며 ‘새 개념’이라고 평가받던 극단의 작품세계가 이제는 관객, 평단의 ‘인지’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 상과 심사평이 큰 응원이자 위로가 된다”고 털어놓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와 극단 ‘배다’의 ‘왕서개 이야기’가 제57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공동 수상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경미)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이 나오지 않은 대상을 제외한 작품상 등 9개 부문 수상작(자)을 결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심사위원 추천작 18편이 올랐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연출상(구자혜) 연기상(이리) 유인촌신인연기상(박수진)까지 거머쥐며 4관왕에 올랐다. ‘왕서개 이야기’도 희곡상(김도영) 연기상(전중용)을 받으며 3관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도 연극의 본질을 묻는 화제작들을 적지 않게 배출했다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이날 “‘연극은 계속돼야 한다’는 신념을 끝내 잃지 않은 한 해였다. 특히 올해 수상작들은 아이디어 탐색, 희곡 발굴 시스템, 낭독극 같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개발 단계를 거치며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공연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많은 연극인이 공연을 포기하거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는 등 차선책을 모색한 힘든 해였다”고 밝혔다. 사회 성(性)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조명한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그 경계를 두드리는 이들의 삶과 분투를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희곡을 완성형 공연으로 만들어낸, 공력이 빼어난 작품”이라며 “형식 측면에서도 수어통역사, 자막, 배우의 연기가 무대에서 유기적으로 만나 객석에 묘한 울림을 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벽을 없앤)’ 연극”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작품상을 받은 ‘왕서개 이야기’는 1930년대 만주에서 매사냥꾼으로 살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 왕서개가 이후 일본에서 국적과 이름을 모두 바꾼 채 전범(戰犯) 가해자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비극적 가족사와 세계사적 아픔을 통해 역사 속 가해자와 피해자, 기억의 문제를 감각적으로 질문했다는 평을 들었다. 심사위원들은 “극장 전체가 텅 빈 유골함을 여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연출, 무대, 빛, 음악이 어우러져 밀도감 있는 장소로 구현됐다. 높은 몰입감과 무게감으로 기억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연기상을 받은 이리 배우(‘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확고한 연기 철학과 실천력을 겸비했으며 ‘말할 수 없는 이들의 말’을 가장 절실하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한다. 연출과 관객의 접점에 선 배우”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역시 연기상 수상자 전중용 배우(‘왕서개 이야기’)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면서 묵직하고 신뢰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극 중 인물들이 피해자이면서 또 다른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신인연출상은 ‘무릎을 긁었는데 겨드랑이가 따끔하여’의 김풍년 연출이 받았다. 김 연출은 무대에 펼쳐 놓은 놀이판의 다양한 사물과 움직임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찾아가게 만드는 유희적 연출을 선보였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박수진(‘우리는 농담이(아니)야’)과 권정훈(‘팜 Farm’)이 각각 수상했다. 희곡상을 받은 김도영 작가(‘왕서개 이야기’)는 역사와 기억의 문제에 천착하며 성찰적으로 접근해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대예술상은 ‘무릎을 긁었는데 겨드랑이가 따끔하여’의 움직임과 안무를 맡은 금배섭 안무가에게 돌아갔다. 배우의 연기를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구현해 냈다는 심사평이었다. 지난해 수상자를 내지 못한 새개념연극상은 전통적 의미의 극장에 서지 못한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연극의 실천적 담론을 제시한 신재 연출가에게 돌아갔다. 이 상은 기존 연극 개념을 탈피한 형식과 감각의 연극을 추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한다. 특별상은 올해 임대차계약이 종료돼 문을 닫는 남산예술센터에 돌아갔다. 좋은 공연을 선보인 연극계의 상징적 공간이자 ‘공공극장’이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1월 중 열릴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기자 박삼수 역으로 출연하다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배성우의 자리에 정우성(사진)이 투입된다. 드라마 촬영 중에 배우가 하차한 경우는 가끔 있었지만 인지도가 더 높은 유명 배우가 주연을 대신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날아라 개천용’ 제작진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정우성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금주부터 촬영에 합류한다. 이미 촬영을 마친 16회까지는 배성우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해 방송하고 17회부터 20회 종영까지는 정우성이 극을 끌어간다”고 밝혔다. 당초 이 배역에 배성우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에 함께 소속된 이정재가 투입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다른 드라마를 촬영 중이어서 정우성이 나서게 됐다. 정우성의 안방극장 복귀는 JTBC 드라마 ‘빠담빠담’ 이후 8년 만이다. 현재 결방 중인 ‘날아라 개천용’은 재정비 후 내년 1월 초 방송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2019년 TV조선 드라마 ‘조선생존기’는 주연인 강지환이 성폭행 혐의로 하차하자 서지석을 투입해 남은 회차 방송을 마무리했다. 2018년 SBS 드라마 ‘리턴’에서는 주연 고현정이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하차한 뒤 박진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64)가 신간 ‘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사진)에서 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상대를 용인하지 않는 ‘진영의 정치’가 사회의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켰는지 분석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 또는 범죄에 비해 적정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가혹하게 당했다는 시각에 꽤 동의한다”면서도 “특수부의 그런 효율적인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걸 원 없이 이용한 건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정권은 특수부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펄쩍 뛰면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사태를 언급했다. 월성 1호기 수사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몰래 원전 문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해 절차적 정당성을 유린했다며 “(공무원들의) 준법 자율성을 말살해 ‘영혼 없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다. 진보주의자와 진보 언론이 이 국기 문란의 중대성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 등을 겨냥해서는 “음모론을 양산해낸다”며 “그런 특권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닥치고 지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향적 공영방송에 대해 “정권이 바뀌어도 지금처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강 교수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등 올해 낸 여러 저서에서 현 정부와 열성적 여당 지지자들을 비판해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일본의 군위안부 역사 왜곡과 급격한 우경화를 비판한 세계적인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사진)가 2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고 중국과 일본도 수시로 찾으며 관련 저서를 낼 정도로 한중일 3국에 고루 정통한 석학이었다. 1950년 오하이오 웨슬리언대를 졸업한 고인은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사회관계학을 공부했다. 예일대에 재직하다 1967년 하버드대 교수가 된 후 2000년 퇴직할 때까지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연구했다. 교수 재임 시절 페어뱅크센터 소장(1977∼1980년), 아시아센터 소장(1995∼1999년)을 지냈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인 1979년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세계 제일 일본(Japan as Number One)’을 썼다. 고인은 2015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군위안부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성명에 참여했으며, 일본 정부의 급격한 우경화를 비판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표현도 고인이 처음 썼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으로도 이어져 ‘네 마리의 작은 용(The Four Little Dragons): 동아시아에서의 산업화의 확산’을 저술한 것. 그는 유교 윤리가 접목된 동양식 자본주의가 아시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이론을 주창했다. 고인은 미중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문제 분석관으로 활동했다. 1997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시 장 주석의 하버드대 방문을 주관했고 ‘덩샤오핑 평전’을 집필했다. 그가 몸담았던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센터는 20일 페이스북에 “그는 박식한 학자이며 훌륭한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걸은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압박에 반대한 인물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64)가 신간 ‘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상대를 용인하지 않는 ‘진영의 정치’가 사회의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켰는지 분석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 또는 범죄에 비해 적정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가혹하게 당했다는 시각에 꽤 동의한다”면서도 “특수부의 그런 효율적인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걸 원 없이 이용한 건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정권은 특수부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펄쩍 뛰면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사태를 언급했다. 월성 1호기 수사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몰래 원전 문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해 절차적 정당성을 유린했다며 “(공무원들의) 준법 자율성을 말살해 ‘영혼 없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다. 진보주의자와 진보 언론이 이 국기 문란의 중대성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 등을 겨냥해서는 “음모론을 양산해낸다”며 “그런 특권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닥치고지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향적 공영방송에 대해 “정권이 바뀌어도 지금처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강 교수는 ‘권력을 사람의 뇌를 바꾼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등 올해 낸 여러 저서에서 현 정부와 열성적 여당 지지자들을 비판해왔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초등학생 연극 경연인 어린이 연극제 무대. ‘미스터 션샤인’ ‘동백꽃 필 무렵’ ‘킹덤’으로 최고 주가를 올리는 아역배우 김강훈이 등장한다. “그래봤자 애들 장난,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 주마”라며 독백하는 순간, 반대편에서 배우 유아인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대사를 읊으며 나타난다. 초등학생 몸을 한 유아인이 신들린 연기를 선보이자 김강훈은 말 그대로 ‘벙찐다’. 이후는 점입가경이다. 원로 배우 ‘신구 어린이’가 등장해 “아니, 얜 또 뭐야”라고 김강훈이 반응하는 사이 배우 엄태구와 웹툰 작가 주호민 이말년이 나타나 무대 위 검을 차지하려 한다. 뒤이어 조여정 태연 이경영 양동근 오정세 박희순까지…. 이 ‘거물’들은 김강훈에게 “강훈이 형, 이따가 사인 한 장만 해줄 수 있을까”라며 끝까지 ‘B급 세계관’을 유지한다. ‘연극의 왕’이라는 제목의 웹 드라마도, 쇼트폼 영화도 아닌 10분 남짓한 이 영상의 정체는 9분이 지날 때까지도 알 수 없다. 무대가 막을 내릴 무렵 3차원(3D) 캐릭터가 등장해 검을 들어올린다.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자극적 내용으로 관심 끄는 행위) 끌었다.”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그제야 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그랑사가’ 광고인지 안다. 이쯤 되면 ‘낚였다’는 반응이 주를 이룰 법하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지 한 달 만인 12일 조회수 770만 회, 댓글 3500개를 넘었다. 댓글에는 “10분짜리 광고를 끝까지 본 것도 처음이다. 광고를 검색해 다시 봤다” “올해 최고의 어그로” 등 찬사 일색이다. 그럼 광고의 목적인 유저는 얼마나 확보했을까. 정식 오픈 전인 이 게임은 사전등록자 300만 명을 모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게임만 좋아서는 2% 부족? 게임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며 스타 마케팅과 B급 감성을 활용한 게임 광고들이 눈길을 끈다. 유명 연예인의 광고 출연은 몇 년 전부터 익숙하다. 하지만 멋진 정장을 입은 스타가 “지금 다운로드하세요”만 반복하고 하이라이트 장면만 편집한 기존 광고와는 다르다. 게임 광고만으로도 보는 맛이 있는 바이럴 필름(viral film)으로 진화한 것이다. ‘게임만 잘 만들면 유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 출시 직후 광고 노출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는 출시 전 사전등록 기간도 주요 광고 노출 시점이 됐다. 화제를 만드느냐가 광고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게임사들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를 개시한 5, 6년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 뒤이어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이 공격적 스타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 안착한 선례를 따라 경쟁은 거세졌다. 새로운 유저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찾은 돌파구라고 볼 수 있다. ‘그랑사가’는 넷마블 게임 ‘세븐나이츠’의 핵심 개발진이 창업한 신생 게임사 ‘엔픽셀’의 데뷔작이다. 엔픽셀로서는 사활을 건 작품으로 초기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해야 했다. 그 1차 시험대로 광고를 택했다. 엔픽셀 관계자는 “신생 회사와 신규 지식재산권(IP)이 시장에 설 자리는 좁게 느껴졌다. 게임 자체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이목을 얼마나 끌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고 했다.○ 스타도, 게이머도 “게임 광고 OK” 스타를 내세운 ‘약 빤 광고’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게임은 많다. 게임 ‘검은사막’ 광고는 배우 오연서가 화장품 홍보인 줄 알고 촬영까지 마쳤다가 뒤늦게 컴퓨터그래픽(CG)을 입힌 게임 광고를 찍은 것을 알게 된다는 콘셉트다. 넥슨은 백종원의 요리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영상에 슬며시 신작 MMORPG ‘V4’를 밀어 넣었다.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닮은꼴로 축구 팬들 사이에 화제인 배우 신현준은 ‘피파 모바일’ 모델로 기용돼 웃음을 줬다. 핀란드의 대형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은 게임 ‘브롤스타즈’ 광고에 이병헌 조우진 김동현을 기용해 서부영화 같은 광고를 제작했다. ‘연극의 왕’을 비롯한 게임 광고를 다수 제작한 기획사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은 최근 2, 3년 사이 급변한 게임 광고 시장을 현장에서 겪었다. 신 감독은 “몇 년 전까지 게이머들은 유명인이 광고에 나오는 게임은 기피했다. 게임사가 게임에 자신이 없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도 게임 광고를 비주류 영역으로 생각해 섭외에 응하더라도 ‘칼을 들지 않겠다’거나 ‘스마트폰을 보지 않겠다’는 등 조건을 많이 달았다는 것. 신 감독은 “하지만 스토리를 입힌 광고가 인기를 끌고 흥행에도 성공하자 유저나 스타의 게임 광고에 대한 인식도 확연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학회 학술지 ‘소비자학연구’에 실린 논문 ‘모바일 게임 광고 메시지 유형과 자아 해석이 게임 이용 의도와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은 “광고 기획에서도 게임의 독특성, 심미성뿐만 아니라 광고 자체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다 출혈 경쟁 우려도 게임을 출시한 뒤 개발사가 느끼는 가장 뼈아픈 반응은 “마케팅 비용으로 게임이나 잘 만들지 그랬느냐”는 평가다. 광고는 요란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게임 구성이나 그래픽 등에서 허술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광고 같은 마케팅에 진력해 초기 이용자 확보에 성공했더라도 게임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조미디어의 ‘2020 모바일 게임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디지털 광고비는 최근 3년간 매년 4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의 온라인 광고비는 총 1208억 원 수준이며 그중 12%가 동영상 광고 제작에 쓰였다. 중견·중소 게임사로서는 상대적으로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중견 게임사는 올해 영업손실을 공시하며 “신작 공개를 앞두고 광고 선전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투자 비용 대비 효과도 고민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이 인지할 만큼 자주 광고를 내보내려면 3개월 기준 50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까지 들어간다. 매출을 100%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스타 마케팅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당신은 분명 배우 이봉련(39)을 본 적이 있다. ‘어디서였지….’ 고민도 잠시. 영화나 TV 속 프레임 안의 그를 본 순간 “아, 이 사람!” 탄성과 함께 강렬한 존재감이 떠오른다. 최근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임신했다고 퇴사를 권고받은 미스 김, ‘버닝’에서는 사라진 해미의 친언니, ‘옥자’에서는 안내데스크에 앉아 “전화로 하세요, 전화”라고 무심하게 대사를 내뱉고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주인공을 물심양면 돕는 동료 혜수까지. 모두 이봉련이다. 조연으로 잠깐 등장하지만 딱 필요한 만큼 탁월하게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프레임 밖 모습은 오히려 낯설다. 배우 이봉련이 국립극단의 신작 연극 ‘햄릿’으로 돌아왔다. 복수의 칼을 갈며 광기를 뿜어내는 ‘햄릿 공주’ 역이다. 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무대에 돌아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한 번도 여기(연극)를 벗어나서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돌아온 것도 아니고, 그냥 쭉 하던 일입니다. 무대는 제 토양이에요.” 스크린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스물넷이던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한 이래 무대를 오래 비우지 않았다. 박근형 연출가의 극단 골목길 출신으로 ‘극장서 나고 자랐다’. 배역의 연령대나 장르 폭이 넓어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다채롭다. 슬픈 미소를 띠며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시선을 보이다가도 극단으로 치달을 때 동공의 1mm 흔들림도 없이 처연하게 좌절을 표현한다. 그는 “배우 홍수의 시대, 관객과 연출자들이 제 연기가 ‘흥미롭다’며 좋아하시는데, 습관처럼 매일 ‘그 연기’를 꺼내는 저 자신에게 좀 질릴 때가 있다”며 “관객이 질리지 않도록 작품에 잠깐씩만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연극에서는 또 한 번 변신한다. 성에 갇힌 ‘고뇌자 햄릿’이 아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수자 햄릿’으로 135분을 채운다. 그는 “중세 유럽 왕정시대에 벌어질 법한 얘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한국의 정의, 진실, 세대갈등, 인간의 나약함을 조명한다. 그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2020년에도 통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70년 역사 국립극단의 2001년, 2007년에 이은 세 번째 햄릿이다. 부새롬 연출, 정진새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여성 햄릿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젠더프리 캐스팅이나 단순한 ‘여성 서사’가 아니어서 좋았다”며 “성별이 바뀌어도 이야기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햄릿은 여성보다 인간이기에 하는 고민이 더 많다”고 했다. 아버지 죽음의 배경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햄릿 공주에게 무대 밖은 더 전쟁 같다. 개막은 한 차례 밀려 17일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이마저도 잠정 연기됐다. 19일 개막도 불투명해 온라인 공연도 고려한다. 그는 “‘연습하면 공연도 한다’는 전제를 의심한 적이 없다. 꼭 관객과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내공은 이미 업계 너머로 퍼졌다. 봉준호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그를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꼽았다. 함께 무대에 서던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는 “봉련이는 잠깐 등장해도 ‘기승전결’을 다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팬들이 ‘연기 천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어휴, 부담스러워요. 천재에겐 뭘 자꾸 기대하잖아요. 제 본명은 이정은인데 검색하다 마음에 들어 ‘이봉련’을 예명으로 했어요. 이름 자체가 별명 같지 않나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79·사진)이 60년간 창작한 노래 600여 곡의 판권을 판매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간) 딜런이 세계 최대 음악기업인 유니버설뮤직에 자신의 곡들 판권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계약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유력 언론들은 판권 가액이 2억∼4억 달러(약 2150억∼4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음악 스트리밍 산업이 정착하면서 판권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노래 한 곡당 1년 로열티의 8∼13배 수준이던 판권 가격이 최근 10∼18배로 뛰어올랐다는 것. WSJ는 딜런이 그동안 작곡한 노래의 가치는 비틀스에 맞먹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딜런은 1962년 데뷔 앨범 이후 정규 앨범 39장을 냈고 세계적으로 1억2500만 장 이상 판매했다. 1960년대 초반 ‘Blowin‘ in the Wind’를 비롯해 시적인 가사의 포크 음악을 발표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60년대 중반부터 ‘Like a Rolling Stone’ 같은 록 음악을 발표해 1988년 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16년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평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무용 작품 8편이 11일부터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 선정한 무용 작품은 주제를 상징적 ‘오브제’를 통해 전한다. 댄스프로젝트 딴 딴따 단(Tan Tanta Dan)의 ‘평안하게 하라’(11∼13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가 포문을 연다. 최진한 안무가가 매일 묵상하며 외는 “평안하게 하소서”라는 독백에서 시작해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과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 충돌하며 ‘평안’에 다가가는 움직임을 표현했다. 프로젝트 그룹 ‘노네임소수’는 ‘블랙’(19, 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선보인다. 최영현 안무가는 조명의 역할을 확장해 무용수의 신체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도구로 활용한다. 최지연 무브먼트가 선보일 ‘플라스틱 버드’(내년 1월 9, 1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인간 문명으로 생명력을 잃어가는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날 수 있었으나 날지 못한 거대한 ‘날개’가 무대 위에 등장한다. 김남식&댄스트룹-다(Da)의 ‘호모 모빌리쿠스’(내년 1월 16, 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휴대전화를 핵심 주제이자 소재로 택했다. 한 공간에 마주했지만 서로의 눈 대신 휴대전화 액정을 바라보는 무용수의 시선은 인간성 상실을 말한다. 나머지 작품 4편은 추후에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 ‘창작산실’은 무용 8편을 포함해 연극 5편, 전통예술 3편, 뮤지컬 4편, 창작오페라 1편 등 총 21개 작품을 선정했다. 공연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이라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집에서 끓여 먹는 짜장라면이라고 생각한다.”(윤제균 감독)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중구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5회 충무로영화제 디렉터스 위크’의 마지막 날인 5일, 윤 감독(51)은 영화가 지닌 본연의 가치를 강조했다. 윤 감독을 비롯해 이준익(61), 김홍준(64), 임필성 감독(48)이 ‘한숨 토-크: 코로나 시대 감독살이’를 주제로 모여 앉았다. 이야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산업이 맞은 위기에 반해 넷플릭스 등의 OTT 산업은 급성장하는 현실을 진단하면서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윤 감독은 “코로나19로 영화가 내리막을, OTT가 오르막을 겪고 있지만 그게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치 짜장라면을 처음 먹었을 땐 ‘이젠 중국집에 갈 일이 없겠는데’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계속 먹다 보면 다시 좋은 중국집에 가서 제대로 된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극장이 생산자 주도적이라면 OTT는 소비자 주도적이라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권력이 이동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폐쇄적인 한국 영화 시장은 미국 직배사들의 개방 압력에 대한 반작용의 힘으로 성장했고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제작비나 박스오피스 등 시장이 투명해졌다. 새로운 자극은 위기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감독은 최근 준비하던 영화 얘기도 꺼냈다. 이 감독은 지난해 가을 흑백 영화 ‘자산어보’ 촬영을 마치고 올 초 개봉을 준비하며 후반작업을 진행하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2월로 개봉일을 잡았다. 윤 감독 역시 지난해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의 촬영을 끝내고 올여름 개봉을 준비했으나 일단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예고편이 나왔는데 내년 설에는 개봉할 수 있을지 또다시 불안하다”면서도 “한숨쉬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인생에서 한 번 잠시 한숨을 깊게 쉬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맞이하는 준비 단계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윤 감독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힘들다”면서도 “한국 감독들이 관객이 극장에 올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인이 외국에서 현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야 케이팝 등에 힘입어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그러면 한국인이냐” 묻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밖에서 보기에 한중일(韓中日) 삼국의 문화적 특성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하다. 한국인이 느끼는 바 또한 비슷할 터. 좋든 싫든 예부터 동아시아에서 얽히고설키며 젓가락 유교 한자문화 등을 공유하는 세 나라는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저자는 책 제목인 ‘안타고니즘(길항작용)’이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차용해 삼국의 애매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조명했다. 길항작용은 생물체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에서 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서로 그 효과를 부정하는 개념이다.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오랫동안 삼국의 공예품을 토대로 세 나라 ‘문화의 유전자’를 연구해온 미술과 디자인 전문가인 저자는 한 나라의 문화를 만드는 공동체의 심리와 역사는 서로 밀고 당기는 길항작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문화는 다시 미술, 건축양식, 축제, 옷과 장신구에 영향을 끼쳐 나라별 특성이 생겨난다. 저자는 길항작용을 이론적 도구로 삼아 삼국의 공예품과 건축물에 드러난 현상을 조명한다. 책에서는 중국의 개방과 폐쇄라는 특성을 토루(土樓)라는 고유한 주택양식으로 보여준다. 축소와 확장이라는 일본의 이중적 특성은 불단(佛壇)을 통해 조명했다. 한국을 설명할 때는 ‘덤벙’과 ‘강박’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격식을 벗어던졌으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18세기 김후신의 ‘대쾌도(大快圖)’와 고려불화를 예시로 들었다. 이 나라 사람의 기질은 어떻고, 저 나라의 국민성은 어떻다는 견해는 당연히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규정에 반대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게 나오게 마련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질론은 우(優)와 열(劣)을 가르려는 준비가 아니다. 도리어 현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뮤지컬에서 배우의 목소리가 한 척의 배라면, 음악은 바다와 같다.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 배를 따스하게 품다가도 어느새 거친 파도 속으로 몰아넣어 격정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 변덕스러운 바다를 지나 목적지까지 맛깔나게 항해하는 건 배우의 몫. 뮤지컬 음악감독은 선원들을 유혹하는 신화 속 요정 세이렌처럼, 때론 포세이돈처럼 이 바다를 지휘한다. 객석에선 잘 보이지 않는 ‘피트’에 서있는 그를 오케스트라, 배우들은 끝없이 살핀다. 한국 뮤지컬의 바다를 20여 년간 지켜온 ‘믿고 듣는’ 김문정 음악감독(49)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로 돌아왔다. 이 작품의 지휘봉을 처음 잡은 건 2005년. 그는 “매 공연, 연습 때마다 인생 교훈을 하나씩 배워 가는 작품이다”라며 “익숙한 연주가 나태함으로 보이지 않도록 고삐를 조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남자 배우들이 ‘라만차’를 ‘최애작(최고 애정하는 작품)’으로 꼽을 만큼 남심(男心)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각색한 작품으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백발 기사의 여정을 그렸다. 가슴 뛰게 하는 노랫말, 스페인 황야를 옮겨 놓은 듯한 무대, 감동적 줄거리가 어우러진 수작으로 꼽힌다. 플라멩코, 도입부 노래인 멜리스마(한 음절의 가사에 여러 음정이 있는 장식적인 노래), 기타의 이국적 선율이 특징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의 음악은 진한 빨간색이다. 유려하게 흘러가다 갑자기 리듬을 잘게 쪼개고, 콘트라스트(대조)를 강하게 몰아친다. 드라마를 윤기 있게 만드는 음악적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배우가 돈키호테 역으로 출연한다. “세 사람 모두 이 작품에 갖는 애정이 남달라요. 연습실에만 가도 보입니다. 류정한 씨는 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요. 공연을 거듭할수록 생기는 저력과 여유랄까요. 조승우 씨는 완성도 높은 연기력을 가졌죠. 극 중 역할 변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매번 놀랍니다. 홍광호 씨의 ‘꿀성대’가 노래하는 대표 넘버 ‘임파서블 드림’은 말할 것도 없죠.” 20년간 그를 거쳐 간 스타는 수없이 많다. 그는 이들의 목소리만 듣고도 그날 컨디션을 파악해 공연 시작 전까지 음악을 조율한다. 그날그날 처방을 내리는 ‘무대 위 의사’ 같다. 그는 “목 상태가 별로일 땐 곡을 짧게 끊기도 하고, 다음 마디로 템포를 빠르게 넘긴다. 소리가 큰 관악기를 써서 약점을 보완할 때도 있다”고 했다. 배우들도 ‘김문정’이라면 더 편안히 노래하며 무대에서 뛰놀 수 있다. 김준수도 출연작의 80% 이상을 그와 함께 했으며, 옥주현에게 김 감독은 ‘애인’이자 ‘선생님’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을 못 할 때 최정원 배우가 우스갯소리로 ‘너랑 내가 작품 공백기가 있는 걸 보면 진짜 큰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국민이 힘든 시기, ‘라만차’의 선율로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18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6만∼15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9·11테러 이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죠. 오랜 기간 브로드웨이가 문을 닫은 건 사상 처음일 겁니다.”(최윤하 PD) 토니상 주최 기관이자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BL)’의 국제위원회원들은 11월 10일(현지 시간)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화상회의를 열었다. 3월부터 모든 공연장 간판을 내린 뒤 최소 내년 5월 30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긴급회의였다. 코로나19가 BL 회의 안건이 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국내 유일의 BL 회원사인 CJ ENM의 뉴욕 주재원으로 회의에 참가한 최윤하 PD는 “공연계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정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로드웨이의 경우 경제대공황 중에도 극장 40%는 문을 닫지 않았다. 2001년 9·11테러 때도 이틀간 문을 닫았다가 3일째부터 문을 열었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공연은 계속된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최 PD는 “지금 세계 공연계의 심리·경제적 충격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샬럿 세인트 마틴 BL 회장도 앞서 “9만7000여 명의 노동자와 연간 148억 달러의 경제파급력을 가진 브로드웨이가 위기를 딛고 최대한 빨리 공연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BL 회의에서 ‘셧다운’ 없이 유일하게 공연을 지속하는 한국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었다. 현지 인기작 위주로 진행하던 회의 판도가 달라진 것. 최 PD는 “늘 새로움을 찾는 브로드웨이는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의 활약에 이어 애틀랜타에서 열린 국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방역에 선방하며 공연을 지속하는 비결이 활발히 논의됐다. 해외 참가자들은 정보기술(IT), 마스크 착용, 정부의 빠른 초기 대응 등을 요인으로 들며 한국의 모범 사례를 이미 분석해놓은 상태였다. 최 PD는 “패널들은 한국에서라도 이어지는 공연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나는 위기에 똘똘 뭉치는 스태프의 협동심도 ‘선방 비결’로 꼽았다”고 했다. 해외 공연계는 여전히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멕시코 최대 공연 제작사 오세사의 줄리에타 곤살레스 대표이사는 “뮤지컬 ‘알라딘’은 1년 연기됐으며 직원의 45%는 무급 휴직 상태다. 팬데믹 확산세를 잡기 어렵다. 정부보다 개별 제작사나 개인의 방역 노력에 의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본은 극장 셧다운 이후 5000명 미만의 공연장에서 좌석 거리 두기 해제를 실험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예술 활동 소비를 장려하는 정부 의도가 반영됐다. 팬데믹에 비교적 선방한 독일은 작품 내용에 ‘코로나 프로토콜’을 반영할 예정이다. 배우 간 키스 장면과 깨무는 장면이 금지된다. 뱀파이어 소재의 ‘Dance of Vampire’를 준비하는 제작진은 장면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도 제작 인원을 최소화하고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코로나 버전’을 준비한다. 철저한 방역 및 봉쇄정책을 펼친 호주는 좌석 거리 두기 없이 내년 공연을 열 예정이다. 뮤지컬 ‘겨울왕국’ 오디션이 진행 중이며 ‘물랑루즈’ ‘해리포터’ ‘해밀턴’ 등 대작들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최 PD는 “현재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호주가 주요 공연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코로나19와 흑인인권운동의 확산이 백인 위주로 흘러가던 브로드웨이의 풍토를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최 PD는 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9.11 테러 이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죠. 오랜 기간 브로드웨이가 문을 닫은 건 사상 처음일 겁니다.” (최윤하 PD) 토니상 주최 기관이자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BL)’의 국제위원회원들은 11월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화상회의를 열었다. 3월부터 모든 공연장 간판을 내린 뒤 최소 내년 5월30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긴급회의였다. 코로나19가 BL 회의 안건이 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국내 유일의 BL 회원사인 CJ ENM의 뉴욕 주재원으로 회의에 참가한 최윤하 PD는 “공연계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정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브로드웨이의 경우 경제대공황 중에도 극장 40%는 문을 닫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 때도 이틀 간 문을 닫았다가 삼일 째부터 문을 열었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공연은 계속된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최 PD는 “지금 세계 공연계의 심리·경제적 충격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샬럿 세인트 마틴 BL회장도 앞서 “9만 7000여 명의 생계노동자와 연간 148억 달러의 경제파급력을 가진 브로드웨이가 위기를 딛고 최대한 빨리 공연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BL 회의에서 ‘셧다운’ 없이 유일하게 공연을 지속하는 한국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었다. 현지 인기작 위주로 진행하던 회의 판도가 달라진 것. 최 PD는 “늘 새로움을 찾는 브로드웨이는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의 활약에 이어 애틀랜타서 열린 국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 콘텐츠의 입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방역에 선방하며 공연을 지속하는 비결이 활발히 논의됐다. 해외 참가자들은 IT 기술, 마스크 착용, 정부의 빠른 초기 대응 등을 요인으로 들며 한국의 모범사례를 이미 분석해놓은 상태였다. 최 PD는 “패널들은 한국에서라도 이어지는 공연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나는 위기에 똘똘 뭉치는 스태프들의 협동심도 ‘선방 비결’로 꼽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해외 공연계는 여전히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은 극장 셧다운 이후 5000명 미만 공연장에서 좌석 거리두기 해제를 실험 중이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예술활동 소비를 장려하는 정부 의도가 반영됐다. 팬데믹 피해가 큰 멕시코 및 중남미의 경우 상황은 더 암담하다. 멕시코 최대 공연 제작사 오세사(Ocesa)의 줄리에타 곤잘레스 대표이사는 “뮤지컬 ‘알라딘’은 1년 연기됐으며 직원의 45%는 무급 휴직 상태다. 팬데믹 확산세를 잡기 어렵다. 정부보다 개별 제작사나 개인의 방역 노력에 의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럽 최대 공연 제작사인 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는 국가별 대응 정책을 소개했다. 팬데믹을 비교적 선방한 독일은 작품 내용에 ‘코로나 프로토콜’을 반영할 예정이다. 배우 간 키스 장면과 깨무는 장면이 금지된다. 뱀파이어 소재의 ‘Dance of Vampire’를 준비하는 제작진은 장면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도 제작 인원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코로나 버전’을 준비한다. 철저한 방역 및 봉쇄정책을 펼친 호주는 좌석 거리두기 없이 내년 공연을 열 예정이다. 뮤지컬 ‘겨울왕국’ 오디션이 진행 중이며 ‘물랑루즈’ ‘해리포터’ ‘해밀턴’ 등 대작들이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이다. 최 PD는 “현재 확진자수가 급격히 줄어든 호주가 주요 공연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불거진 위기가 브로드웨이 및 세계 공연계 풍토를 뒤바꿔 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 PD는 “감염병과 흑인인권운동의 확산은 백인 위주로 흘러가던 공연계 문제를 건드렸다. 수면 아래 잠겨있던 숙제가 터져 나온 브로드웨이는 변혁 중”이라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3000년 전 나라를 빼앗긴 트로이 여인들의 울음은 창(唱)과 비슷했을까. 왕, 남편, 아들을 떠나보내고 노예로 팔려갈 상황에 처한 여인들. 소리꾼은 이 비극을 애절한 창으로 그리며 상실의 한(恨)을 자극한다. 그리스 비극과 한국 판소리가 만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절규는 세계가 인정한 울음이 됐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싱가포르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해외투어에서 호평 받은 싱가포르 출신의 연출가 옹켕센(57·사진)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음 달 3일부터 10일까지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12일에는 주요 곡을 엄선한 콘서트 형태 공연도 연다. 2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뉴클래식(신고전)’을 만들겠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 하루빨리 현장에서 호흡을 맞춰 보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는 화상회의로 제작진과 합을 맞춰 보다가 최근에야 자가 격리를 마치고 연습실에 합류했다.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연주를 들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그는 “판소리에는 가사뿐만 아니라 갈라지는 목소리에서도 풍부한 감정이 있다”고 했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에우리피데스의 기원전 5세기 동명 희곡을 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쟁에서 소외된 평범한 여인들의 삶을 조명했다. 배삼식 작가가 극본을 썼고, 소리를 짜는 작창(作唱)을 한 명창 안숙선은 극 중 혼령인 ‘고혼(孤魂)’ 역으로 유태평양과 함께 출연한다.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했으며 김금미 김지숙 이소연 김준수 등 소리꾼이 주요 배역으로 참여한다. 이들을 유려한 화음으로 엮어낸 건 옹 연출가의 판소리 사랑 덕분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제작한 만큼 여러 문화권에 ‘먹히되’ 판소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연출이 주효했다. 그는 매번 “판소리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전통음악에 정통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3000년간 이어온 이야기에 더해진 판소리 전통을 생각하면 팬데믹은 작은 먼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케이팝과 판소리 모두 강렬한 한국적 감정선이 있다. 원색의 강렬함을 가진 작품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벽돌만 남기고 벽지, 장식을 걷어내듯 판소리 외의 것들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옹 연출은 창극을 싱가포르의 음식 ‘로작(rojak)’으로 표현했다. 과일, 채소 등을 섞어 신맛, 새콤달콤함, 쌉싸름함 등 여러 맛을 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판소리로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로 만든 게 창극이죠. 100년간의 실험을 거쳐 ‘로작’ 같은 매력을 갖게 된 창극을 사랑합니다.”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8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실연으로 아파하거나 누군가와 관계가 꼬였을 때, 혹은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느꼈을 때 우린 서정성 짙은 노랫말과 멜로디를 찾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그룹 ‘동물원’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33년간 노래하고 있는 저자가 노래 77곡을 골라 그 노랫말에 곁들여 마음의 위로와 치유를 건네는 단상을 담았다. 조용필 최백호 김광석 이적 워너원같이 묵직한 톱 가수부터 Z세대 아이돌까지, 루이 암스트롱, 퀸, 비틀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해외의 레전드부터 최신 팝까지, 다양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가수들의 노래다.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곡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류한 것이 매력 포인트. ‘희망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 이에게는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추천하고,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에 서서 조바심 내는 이에게는 김동률의 ‘출발’을 권한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잊고 싶을 땐 린다 론스탯의 ‘블루 바유(Blue Bayou·푸른 포구)’가 제격이다. 제대로 사과하는 법이 필요할 때는 엘턴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다. 감성에 호소하는 곡 뒤에 냉철한 조언도 덧붙였다. 사과할 땐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약속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리학과 노래를 버무린 ‘텍스트 버전 라디오 DJ’다. 동아일보에서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100회 연재한 ‘김창기의 음악상담실’을 바탕으로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