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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나!”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59·사진)의 격려에 기운을 되찾았다.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한 직후였다. 베트남 선수들은 자국 국기를 들고 관중석을 돌기 시작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던 베트남 팬들도 고개를 들어 큰 박수를 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의 베트남을 이번 대회 결승까지 이끈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마법사’로 떠올랐다. 동남아 팀이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다. 베트남 언론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기간에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박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뉴스’는 “박 감독은 강력한 동기 부여를 통해 우리 선수들을 전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 전 선수들을 라커룸에 모아 놓고 “경기장에 나가서 우리가 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해라”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따뜻한 마음씨로 선수들을 이끈 박 감독은 ‘국민 오빠’다”라며 극찬하고 있다. 쌀이 명물인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에서 ‘쌀딩크’라는 별명도 붙었다. 결승전이 열린 이날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는 붉은 물결이 일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펼친 열띤 거리 응원전과 비슷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국기와 박 감독의 사진을 든 팬들이 광장이나 운동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면서 응원전을 펼쳤다. 자국 팬들의 응원에 힘입은 베트남 선수들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투지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폭설과 영하 9도의 추위 속에서도 베트남 선수들은 온몸을 던져 개인기가 좋은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을 막았다. 베트남은 전반 8분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41분에 응우옌꽝하이가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공격수 응우옌꽁프엉은 “대부분의 선수가 눈이 내리는 가운데 경기를 뛴 경험이 없었다. 낯선 환경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장까지 접전을 펼치던 베트남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우즈베키스탄 안드레이 시도로프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아쉽게 패했다. 박 감독은 “우승을 아쉽게 놓쳐 응원해준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선수들은 모든 능력을 쏟아냈으며 때로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내 지도자 인생에서 크게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박 감독에게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한결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아 기쁘다”는 축전을 보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보여줬던 투지나 체력은 그대로던데요.” 2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합동훈련을 지켜본 대표팀 관계자의 말이다. 북한 대표팀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에서 날아오는 퍽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강한 투혼을 보여줬다. 전날까지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별도로 훈련했다. 북한 선수들을 집중 지도하며 개인 역량을 점검해 온 세라 머리 한국 감독(30·캐나다)은 이날 오후 남북 선수들을 섞은 두 개 팀을 만들어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총 12명)은 각 팀에 6명씩 들어갔고 라인당 북한 선수들이 한 명씩은 포함되게 구성했다”면서 “앞으로 팀 구성을 바꿔가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장전과 승부치기를 대비한 훈련까지 실시한 남북 선수들은 골을 넣은 선수를 격려하거나 같은 라인의 선수끼리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 관계자는 “남북 아이스하키 용어 차이도 큰 문제는 없다. 골리를 북한 선수가 ‘문지기’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는 한국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 중에 괜찮은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박철호 북한 감독(49)도 머리 감독을 돕고 있다. 박 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머리 감독의 지시 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면 직접 스틱을 잡고 시범을 보이는 열의를 보였다. 남북 선수들은 이날부터 한 테이블에 섞여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진천선수촌 관계자는 “서로 나이를 물어보는 등 선수들끼리 많이 가까워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 측이 선수촌 방이 따뜻해서 좋다고 했다. 현재까지 북한 측의 유일한 요청사항은 북한 임원들이 사용할 흡연구역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었는데 선수촌 내는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도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이끌고 온 박철호 북한 감독(49)에 대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지만 그는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때 북한 팀 스태프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북한 팀은 이원선 감독이 지휘했다. 또 2명의 코치가 이 감독을 도왔다.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아닌 팀 스태프의 일원이었다.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다 보니 딱히 자신을 드러낼 일이 없었다. 북한이 12명의 선수와 함께 박 감독을 내려보낸 것은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평창 회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남북한과 IOC는 단일팀에 12명의 북한 선수 외에 1명의 임원(Official)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감독 직함을 달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임원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라 머리 감독이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쥐는 가운데 박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가운데 수비수 2명과 공격수 1명 정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수비수보다는 공격수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머리 감독의 구상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머리 감독이 팀에 도움이 될 선수로 꼽았던 원철순과 김농금(이상 수비수), 박선영(공격수)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 △북한 선수 명단 리봄(골리) 김은정 려송희 김향미 정수현 최은경 황설경 진옥 김은향 최정희(이상 공격수) 황충금 류수정(이상 수비수)이헌재 uni@donga.com / 진천=정윤철 기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참가할 북한 선수들을 이끌고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은 박철호 북한 감독(49)은 세라 머리 한국 감독(30·캐나다)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건넸다. 이에 머리 감독은 서툰 한국말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오전 빙상 훈련을 마치고 영하 9도의 추위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한국 선수들도 북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라는 환영 인사에 북한 선수들은 “안녕하십니까”라며 살짝 고개를 숙여 답했다. 올림픽 역사상 첫 단일팀을 결성하게 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합숙훈련이 시작됐다. 감독 1명과 선수 12명, 지원 인력 2명으로 구성된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낮 12시 29분 진천선수촌 정문을 통과했다. 남북 선수들은 빙상장 앞에서 6분간의 짧은 환영행사로 첫 만남을 가졌다. 빙상장 출입문 위에는 한반도기가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환영합니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념촬영에 앞서 선수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세 번 외쳤다. 박 감독은 “북남이 하나가 돼 굉장히 기쁘다. 짧은 기간에 힘과 마음을 합쳐서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짧지만 힘과 마음을 합친다면 좋은 승부가 있을 것이다”라면서 “경기에서 지겠다는 팀은 없다. 우리의 모든 육체 기술 등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촌 식당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스테이크, 된장찌개, 카레 등 뷔페식을 먹었다. 한상덕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부회장은 “북한 선수들이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한 공간에서 식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선수가 북한 선수에게 ‘식사를 더 하고 싶으면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 성공을 위해 결속력을 강조하고 있다. 머리 감독은 이날 저녁 단일팀 선수 코칭스태프와 함께 1시간 30분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전술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한국 선수들은 오후 빙상 훈련을, 북한 선수들은 체력 훈련을 한 뒤 한자리에 모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재치 있는 소개도 많아 깔깔거리며 서로 웃었다”고 말했다. 이날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에게 ‘시스템북(전술 노트)’을 나눠줬다. 이후 ‘남북 합동 스터디’가 이어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북한 선수 1명에 우리 선수 2명씩 붙어 과외 형식으로 전술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빙상장 4층에는 단일팀 선수들이 사용할 35개의 라커가 설치됐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머리 감독이 남북 선수들의 단합을 위해 한국 2명, 북한 1명 순으로 라커를 배치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하키를 ‘호케이’라고 부른다. 용어부터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빙상장과 체력단련장, 식당을 함께 사용하는 단일팀 선수들이지만 숙소는 분리돼 있다. 북한 선수들은 통상 훈련 파트너들이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진천선수촌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는 한국 숙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이며 11평짜리 2인 1실 6개에 머문다. 감독은 독방을 쓴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이 사용할 스케이트와 스틱 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유니폼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지원한다. 단일팀은 2월 3일 인천으로 이동해 스웨덴과 평가전(4일)을 치른다. 이후 5일 강원 강릉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이번 주는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한 뒤 다음 주부터 함께 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진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수원시가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최초의 실업팀을 창단한다. 염태영 수원시장(58·사진)은 23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유산이다”면서 “수원시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는 동시에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실업팀을 창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여자아이스하키는 실업팀은 물론이고 초중고교, 대학 팀도 없다.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한 유일한 여자팀이 국가대표팀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입은 일일 훈련 수당으로 받는 6만 원이 전부다. 염 시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대부분의 선수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 여자 대표팀의 애환을 듣고 팀 창단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남북단일팀 논란이 일었을 때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실업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는 여자아이스하키 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연간 15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염 시장은 “2020년 10월에는 수원시 영통구에 관람석 1600석 규모의 아이스링크장(수원복합체육시설)이 완공돼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다. 완공 전까지는 선수들이 충북 진천선수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수원시 여자아이스하키 팀 선수들의 실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실업팀이 창단돼도 국내에는 경기를 치를 상대(여자팀)가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가 포함된 통합리그를 만들어 우리 실업팀을 참가시키거나 교류 경기를 치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올해 상반기에 창단 기본 계획 수립을 완료한 뒤 하반기에 팀 창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원=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어서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내면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세라 머리 감독(30·캐나다)이 22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추측성 기사도 많이 나오는 탓에 감독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한국 선수 23명과 북한 선수 12명 등 35명으로 구성된다. 북한 선수는 매 경기 최소 3명이 출전해야 한다. ―북한 선수들의 합류에 대한 생각은…. “처음 북한 선수들이 합류한다고 들었을 때는 우리 팀 선수들의 출전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12명 중 3명만 출전시키면 된다고 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분위기는 지금 어떤가. “선수들에게는 미팅 등을 통해 단일팀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단일팀과 관련한) 상황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지금껏 해온 대로 열심히 훈련하면 자신의 대표팀 자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여자 팀만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성차별이 아닌가. “남자 팀은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뛰어나다. 여자 팀은 과거에 북한이 (한국보다) 더 강했다. 한국은 최근에 강해져 북한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여자 팀이 단일팀을 만들어 융화하기에 더 쉽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성차별은 아니다.” ―스위스, 일본 등에서 한국의 엔트리 확대가 불공정하다고 했는데…. “엔트리 확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여자대표팀 감독으로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게임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북한 선수의 합류에 대비한 준비 상황은…. “합류 가능한 북한 선수들의 임시 명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임시 명단상의 선수가 실제로 단일팀에 합류할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름을 밝힐 수 없다.” ―북한 선수 12명의 실력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 “우리 팀은 선수마다 플레이북(전술 노트)이 있는데 그것을 북한 선수들에게도 나눠주면서 우리의 시스템을 알릴 것이다. 코치가 3시간 정도 북한 선수들과 미팅을 한 뒤 북한 선수들에게 맞춘 플레이북을 만들겠다.” ―남북 단일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소통을 잘해야 한다.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니 (북한 선수들에게) 휴대전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으나 어려울 것 같다. 팀이 결속력을 가지려면 하나의 목표가 필요하다.” ―북한 선수 12명 모두에게 출전 기회를 주도록 배려할 것인가. “가장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중용할 것이다. 위(정부 등)에서 북한 선수 12명을 모두 쓰라고 한다고 해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전략은 감독인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3라인에 쓸 북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 선수들은 4라인에 배치되나.(아이스하키에서는 5명이 한 라인(조)이 되어 번갈아 투입된다. 대개 4라인까지 운영된다) “우리 팀(한국)은 3라인까지 매우 강하고 조직력이 좋다. 북한 선수는 4라인에서 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북한 선수들은) 피지컬이 뛰어나고 몸싸움을 잘하는데 이는 4라인에 맞는 특징이다.” ―2월 4일 인천에서 스웨덴과 연습경기를 하는데 그때 단일팀 선수가 출전하나. “우리는 북한이 합류해 함께 경기를 치르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 선수들이 언제 (한국에)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카카오톡에 올라온 ‘늑대 사진’은 단일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인가.(머리 감독은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을 늑대 무리로 변경했다. 늑대들의 머리 밑에는 ‘KOREA’가 적혀 있다. 사진 상단에는 ‘우리는 맹수인가, 아니면 먹이인가?’라는 문구가 담겼다. 일부 언론은 이를 남북 단일팀과 연관지어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오해가 좀 많았다. 완전히 맥락을 벗어난 해석이었다. 그것은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사용한 사진이다. 선수들이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다른 상황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미디어에 대한 다른 오해는 없다. 하지만 늑대 사진에 대한 오해는 풀고 싶다(웃음).” ―남북 단일팀을 지휘하게 된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복잡한 감정이다. 역사적인 팀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기존에 함께 올림픽을 준비한 23명이 모든 경기를 뛰지 못해 걱정스럽기도 하다.”진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는 더는 평창 올림픽의 확실한 우승 후보가 아니다.” 미국 NBC는 21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의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최근 2년 동안 패배를 몰랐던 메드베데바가 신예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에게 왕좌를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은퇴 이후 피겨 여자 싱글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던 메드베데바는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그는 지난해 말 오른 발등뼈 미세 골절로 인해 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선수권(이상 지난해 12월)에 불참했다. 러시아빙상연맹은 전담 의사를 배정하는 등 메드베데바의 부상 회복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러나 메드베데바는 부상 복귀전을 치른 유럽선수권에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안정적 점프가 강점인 그이지만 쇼트프로그램은 더블(2회전) 악셀 점프에서 감점을 당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3회전) 점프에서 착지가 흔들렸다. 그는 “은메달은 은메달일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메달의 가치가 바뀌지는 않는다”며 우승 실패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메드베데바는 한국 가수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엑소의 음악 등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자신의 개인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큰 그는 남은 시간 동안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메드베데바는 “두 달간의 부상 공백치고는 괜찮은 결과인 것 같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는 같은 스승(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 선수는 평창 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왕좌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평소 훈련 때는 돈독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는 둘이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는 좋은 친구다.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면서도 “훈련은 우리에게 게임과 같다. 메드베데바가 세 번 연속 3회전 점프를 성공시키면 나도 똑같은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메드베데바는 “나는 언제나 ‘내 길만 똑바로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피겨는 개인운동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 렴대옥(19)-김주식(26·이상 대성산체육단) 조는 북한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자력 진출권을 획득했던 선수들이다. 렴-김 조는 지난해 9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자신들의 ISU 공인 최고점(180.09점·6위)을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북한 측이 렴-김 조가 획득한 올림픽 출전권에 대한 사용 의사를 통보 기한 내에 ISU에 알리지 않아 출전권이 소멸됐다. 평창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던 이들은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구제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아시아권에서는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2017 세계선수권(15위) 등에서는 부진하면서 세계적 강팀들과의 큰 격차를 실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렴-김 조가 국제대회 참가 등을 통해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지만 올림픽 메달권에 들 수 있는 기량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렴-김 조는 한국 페어 올림픽 대표인 김규은(19)-감강찬(23) 조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함께 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 캐나다인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44·캐나다)의 지도를 받았다. 마르코트 코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렴-김 조의 목표는 평창 올림픽 메달이 아니라 2020년 세계선수권에서 포디엄(시상대)에 서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규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대옥이와 동갑이어서 친하게 지냈고, 주식 오빠는 강찬 오빠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과 서로의 장점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 나는 렴-김 조에 ‘너희는 정말 열정적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표현력도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지훈련 당시 렴-김 조의 코치가 만든 김치와 김규은의 어머니가 만든 김밥을 나눠 먹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서게 된 김규은은 “대옥이와 주식 오빠를 만나면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꼭 선물하고 싶다”며 웃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에 서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펼치게 됩니다.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만난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는 올림픽 출전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피겨 여자 싱글의 ‘샛별’로 불리는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가 빠졌다. (올림픽) 메달 전망은 러시아선수권 등 올림픽 전까지 남은 대회의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어 러시아선수권까지 제패한 자기토바는 부상에서 복귀한 메드베데바와의 맞대결이 펼쳐진 유럽피겨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우뚝 섰다. 자기토바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유럽선수권에서 총점 238.24점으로 메드베데바(2위·232.86점)를 제쳤다. 2015년 11월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13개·개인전 기준)에서 우승했던 메드베데바의 독주를 저지한 것이다. 자기토바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을 경신했고, 역대 최고점 순위에서 김연아(3위·228.56점)를 넘어 2위에 올랐다. 역대 1위는 241.31점의 메드베데바. 대회 전 세계 15위였던 자기토바의 랭킹도 4위까지 뛰어올랐다. ISU는 “자기토바가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연기를 펼쳤다”고 극찬했다. 자기토바는 “이번 대회에서 클린 연기를 펼쳐 만족한다. 유럽 정상에 올랐으니 이제는 올림픽을 향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자기토바는 강한 체력과 점프 능력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기토바의 프로그램 구성 난도는 메드베데바를 능가한다. 그는 가산점이 주어지는 경기 후반부에 모든 점프를 뛰는 괴력을 보여준다. 여자 싱글에서는 쇼트프로그램(2분 30초∼2분 50초)과 프리스케이팅(3분 50초∼4분 10초) 경기 중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 점프를 성공시키면 가산점을 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체력 안배를 위해 대부분의 선수는 경기 초반에 난도 높은 점프를 뛰지만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를 후반부에 배치해 고득점을 노린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자기토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7개의 점프를 경기 후반부에 배치해 모두 가산점을 챙겼다. 반면에 메드베데바는 5개의 점프를 후반부에 배치했다. 일각에서는 자기토바가 예술성을 포기하고 점프 기술만 앞세워 고득점을 노린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는 음악과 조화를 이뤘고 그에 맞춰 점수를 획득했다. 음악적 감성을 점프로 보여주기 때문에 예술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0대인 자기토바는 빙판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기자회견장 등에서는 소녀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물 1호’인 휴대전화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기자회견 도중 러시아에 있는 할머니에게 전화가 오자 황급히 끊은 뒤 “할머니에게 빨리 전화드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대회에 나올 때마다 가장 힘든 것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이다. 대회를 마친 뒤 러시아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일본 음식(초밥 등)을 먹으러 가는 상상을 자주 한다”며 웃었다. 자기토바의 이름인 ‘알리나’는 아버지가 러시아 리듬체조 스타이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카바예바(35)의 이름을 따라 지은 것이다. 자기토바는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뒤 1년 정도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셨다. 그러다가 카바예바의 연기를 본 뒤 내 이름을 알리나로 정하셨다”고 말한다. 그는 “카바예바는 내 롤모델이다. 나는 그의 경기 영상 등을 모두 챙겨 봤다. 카바예바처럼 올림픽에서 훌륭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프로농구 삼성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2cm·사진)가 한국 국적 취득을 눈앞에 뒀다. 법무부는 19일 국적심의위원회를 열고 미국 국적의 라틀리프를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인정했다. 국적법 제7조는 과학 문화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대한민국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우수 인재로 정해 특별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라틀리프가 남은 면접 심사를 통해 국민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췄다고 인정되면 최종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밝혔다. 농구에서 ‘하프 코리안’(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이 아닌 선수가 귀화하는 것은 라틀리프가 처음이다. 프로농구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라틀리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남자농구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국내 무대에 데뷔한 라틀리프는 세 시즌 동안 현대모비스에서 뛰며 매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 삼성으로 이적한 라틀리프는 국내 리그 6시즌 동안 평균 18.3득점, 10.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18일 KGC와의 경기에서는 25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56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세웠다. 라틀리프는 과거 본보 인터뷰에서 “귀화한 뒤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김종규(LG), 이종현(현대모비스) 등 재능 있는 빅맨들과 함께 한국의 골 밑을 더 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다음 달 홍콩(2월 23일), 뉴질랜드(2월 26일)와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라틀리프의 귀화가 확정되면 FIBA에 관련 서류를 빠르게 제출한 뒤 홍콩전부터 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샛별’ 알리나 자기토바(16)는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반면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혀를 내밀었다.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피겨선수권 여자 싱글의 최대 관심사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탄 자기토바(세계 15위)와 부상에서 복귀한 메드베데바(세계 1위)의 맞대결이었다.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말 부상(오른 발등뼈 미세 골절)을 당해 시즌 최강자를 가리는 ISU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선수권(이상 지난해 12월)에 불참했다. 그러는 사이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자기토바가 연달아 두 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전초전 격인 유럽피겨선수권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선수는 자기토바였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인 80.27점을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다. 자기토바의 점수는 메드베데바가 보유한 쇼트프로그램 세계 기록(80.85점)에 불과 0.58점 모자란 점수다. 자기토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뛴 트리플(3회전) 점프에서 모두 가산점을 챙기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자기토바는 “이번 시즌 내가 펼친 쇼트프로그램 연기 중 최고였던 것 같다. 유럽선수권 참가가 처음이지만 긴장하지 않고 그동안 훈련해온 것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대회 우승자 메드베데바는 빙판 복귀전에서 다소 몸이 덜 풀린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프로그램의 마지막 점프였던 더블 악셀에서 감점을 당하면서 78.57점을 기록해 자기토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메드베데바는 “오늘 연기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내게는 (문제를) 가다듬을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으로 3주간 깁스를 하는 바람에 훈련을 못 했지만 지금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다시 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의 맞대결 최종 결과는 20일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가려진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국가대표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석희 선수가 행복해지길.” 19일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심석희(21·사진)의 인스타그램에는 팬들의 위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전날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 조모 씨에게 폭행을 당해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팬들의 안타까움과 달리 이번 사태는 쇼트트랙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또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04년에는 여자 대표 선수들이 코치들의 상습적인 폭행 등에 반발해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는 여자 대표팀의 한 코치가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 해제됐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직후 파벌 논란이 불거졌지만 짬짜미(담합) 등의 문제는 수없이 도마에 올랐다. 출신 학교, 소속팀 등 이해가 엇갈려 저마다 자기 선수 챙기기에 매달리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안방에서 올림픽이 개최돼 성적 지상주의가 더 노골화 되면서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여자 대표팀 주장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심석희가 최근 기대만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자신을 발굴해 키워준 코치와 마찰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황승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선수만큼이나 지도자도 압박에 따른 불안감을 조절하지 못해 폭언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평창에서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금메달 8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날 대표팀에 복귀한 심석희는 이날 훈련에 합류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가 폭행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라.’ TV 광고 속 문구만이 아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안방 팬들에게 허용된 특권이다. 찰나로 메달색이 엇갈리는 치열한 승부의 현장은 TV 화면만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 없다. 특히 겨울올림픽은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생소한 종목이 많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등 실내 종목은 티켓을 예매할 때 관중석 구역만 지정할 수 있고 개별 좌석을 선택할 수 없다. 경기장 사전 정보를 파악한다면 관전의 묘미를 배가할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와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맞대결, 한국의 금메달밭으로 꼽히는 여자 쇼트트랙 최민정과 심석희의 레이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금메달을 노리는 스켈레톤 윤성빈 등 최고의 흥행카드일수록 자리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입석 좌석이 많은 알파인 스키,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은 자리만 잘 잡아도 설원을 질주하는 세계 최정상 선수들의 표정과 곡예에 가까운 묘기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선수들의 환희와 탄식, 경기장에 메아리칠 응원 함성…. ‘직관’만이 주는 매력을 극대화하는 올림픽 경기장의 숨은 명당들을 소개한다. 김재형 monami@donga.com·강홍구·정윤철 기자}
“으르렁거리며 만났지만 헤어질 때는 서로 참 많이도 울었죠.”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 단일팀 선수로 참가했던 서동원 고려대 감독(45)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한 여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1991년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은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멤버들은 단일팀이 성공하려면 양국 선수 간의 이질감을 줄이고, 전력 약화를 막기 위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1991년에는 대회를 4개월 앞둔 2월에 남북이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단일팀 선수도 서울과 평양에서 평가전을 치른 뒤 선발했고 합동훈련을 한 뒤 포르투갈로 떠났다. 서 감독은 “한 달 정도 준비 시간이 있었지만 북한 선수들과의 문화 차이 등을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측이 마찰을 빚은 적도 있다. 서 감독은 “평양에서 식사를 할 때 우리 선수가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키며 ‘김일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 선수가 포크를 들고 ‘가만두지 않겠다’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에 왔을 때는 올림픽대로에 가득 찬 승용차를 보며 “많은 선전용 차들을 어떻게 옮겨다 놓았느냐”고 했다.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합동훈련 당시 남북 선수들의 숙소는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 서 감독은 “선수들끼리 떨어져서 생활하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대회를 치르면서 조금 여유가 생겨 북한 숙소에 드나들기도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선수 간의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나친 감시보다는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일팀 8강 쾌거는 남북의 특징을 살렸기에 가능했다. 코치로 참가했던 최만희 부산 아이파크(K리그 챌린지) 대표이사(62)는 “북한은 공격진이 강했고, 우리는 수비진이 뛰어났다. 이 때문에 선발 멤버를 구성할 때 공격은 북한, 수비는 한국 선수들 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전 승리가 남북 선수를 더욱 똘똘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현 토트넘 감독 등 스타 선수를 대거 보유한 강호였다. 서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경기 전 워밍업에도 나오지 않았다. 투쟁심 강한 북한 선수들이 ‘아르헨티나가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나가서 혼내주자’고 말했다. 이에 다 같이 전의를 불태운 끝에 1-0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회를 끝낸 남북 선수들은 평양에서 해단식을 가진 뒤 판문점에서 헤어졌다. 서 감독은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다. 자라온 환경, 정치적 이념은 달랐지만 같은 민족이 축구를 통해 뭉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컸던 대회였다”고 말했다. 축구에 앞서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1991년 4월 24일∼5월 5일)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남북 탁구 단일팀이 참가했다. 현정화-리분희 조 등이 참가한 단일팀은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남북 복식에 참여했던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은 “당시 처음 단일팀이 꾸려졌기에 통일을 향한 국민적 염원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선수들 사이에 별다른 마찰 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26)이 소속팀 감독과 함께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했다. 토트넘은 16일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손흥민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과 함께 평창 올림픽 상품인 ‘핑거 하트 장갑’을 끼고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 그리고 토트넘은 한국의 성공적인 겨울올림픽 개최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토트넘이 공개한 영상에서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에게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방법을 직접 설명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다음에 나를 한국에 꼭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이에 손흥민은 “한국 사람들이 모두 감독님을 좋아할 것이다”며 웃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11골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매 경기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해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시원하게 점프를 성공시킨 그가 우아한 미소를 보이자 경기장에 환호성이 터진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열리는 곳마다 캐나다 팬들은 국기를 흔들며 그의 이름을 힘껏 외친다. 실력과 미모를 갖춘 케이틀린 오즈먼드(23)는 캐나다 피겨의 ‘희망’이다. 오즈먼드의 고향인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의 메리스타운에는 그의 이름을 딴 빙상장인 ‘케이틀린오즈먼드아레나’가 있을 정도로 그는 캐나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랭킹 2위 오즈먼드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자국 역사상 두 번째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 일본 나고야에서 만난 오즈먼드는 “올림픽 시즌이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림픽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테스트이벤트)에 참가했을 때 경기장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이 더욱 설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3세 때 언니를 따라 피겨를 시작한 오즈먼드는 주니어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다. 하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자국 선수권에서 200점대(207.24점)를 돌파하며 정상에 올라 기대주로 떠올랐다. 소치 올림픽에서는 ‘미녀 스케이터’로 명성을 떨쳤지만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개인전에서는 13위에 그쳤기 때문. 오즈먼드는 “10대였을 때 참가한 소치 올림픽은 큰 무대에 대한 경험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때도 내 머릿속에 간직한 목표는 오직 2018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올림픽 이후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 중이던 그는 부상으로 날개가 꺾였다. 2014년 9월 그는 연습 도중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오즈먼드는 “(부상을 당했을 때) 다시는 피겨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다리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한 그는 악몽 같았던 재활 끝에 약 11개월 만에 빙판에 다시 섰다. 오즈먼드는 “부모님과 코치,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피겨는 내 인생이기 때문에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즈먼드는 지난 시즌 ISU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올 시즌에는 ISU 그랑프리 시리즈인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총점 212.91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오즈먼드는 장기인 난도 높은 트리플(3회전) 점프가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난도가 높아 실수도 잦다. 3회전 플립-3회전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9.6점) 등 5개의 3회전 점프를 배치한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 없이 연기를 펼치면 고득점에 성공하지만 점프 후 넘어지는 실수가 나오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는 탁월한 점프력에 비해 착지 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가 나오면서 5위에 머물러 종합 3위(총점 기준)에 그쳤다. 오즈먼드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프리스케이팅은 안정감을 높여야 한다. 안무, 점프 연습과 동시에 정신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즈먼드는 경기 중 실수가 나왔을 때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생긴 또 하나의 별명이 ‘스마일 걸’이다. 일각에서는 승부욕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오즈먼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한 번의 실수가 있어도 프로그램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내 연기는 계속된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 대회가 또 있다. 이 때문에 찡그리기보다는 웃는 얼굴을 팬들에게 보여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즈먼드는 소치 올림픽에서 경쟁 상대였던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김연아는 나의 롤 모델 중 한 명이다. 그는 언제나 완벽한 경기를 펼쳤던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클린 연기를 펼친 뒤 반드시 시상대에 올라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케이틀린 오즈먼드는…△국적: 캐나다△생년월일: 1995년 12월 5일△자신의 캐릭터: “경기장 밖에서는 수줍음이 많지만 경기장에서는 자신감 넘쳐.”△피겨 외 관심 분야: 방송(인터뷰 기술 등)△피겨를 시작한 나이: 3세△인상 깊었던 선배 피겨 선수: 김연아△경기장 밖 취미: 독서, 그림 그리기, 수영△주요 수상 기록: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 준우승, 2017∼2018시즌 ISU 그랑프리 시리즈 스케이트 캐나다 우승,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단체전 은메달}
코트에 들어선 김주성(39·DB·사진)은 후배들에게 자신을 향해 공을 띄워 달라고 했다. 3쿼터에 김태술(삼성)이 림을 향해 패스를 뿌리자 김주성은 펄쩍 날아올라 앨리웁 덩크슛을 꽂았다. 덩크슛을 성공시킨 김주성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올해는 올스타에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팬들 덕분에 올스타가 됐다”면서 “팬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하기 위해 발목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주성은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15분 12초의 짧은 시간을 뛰었지만 2개의 덩크슛을 포함해 13득점을 기록했다. 205cm의 장신인 그이지만 3개의 3점슛을 적중시켜 큰 환호를 받았다. 김주성은 데뷔 후 전 시즌 올스타(16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부상 등을 제외하고 14번 올스타전에 출전해 역대 올스타전 최다 출전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올스타전에서는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주성을 위한 특별 행사도 열렸다. 1쿼터 작전타임 때 경기장에는 김주성의 활약상과 업적 등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김주성은 “영상을 보는데 가슴이 울렸다. 한편으로는 올 시즌 반드시 우승해 웃으면서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DB는 이날 현재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주성은 전날 열린 올스타전 1일 차 경기에서 모교인 중앙대 출신 후배 함지훈 이대성(이상 현대모비스) 강병현(KGC)을 이끌고 3 대 3 대학 OB 최강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주성은 “모교에 우승 상금(1000만 원)을 전달해 기쁘다. 은퇴 전 마지막 올스타전을 마음껏 즐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스타 팬 투표 1위 오세근(KGC)과 2위 이정현(KCC)이 선발한 선수들로 나뉘어 치러진 올스타전에서는 ‘이정현 드림팀’이 ‘오세근 매직팀’을 117-104로 꺾었다. 김주성은 이정현 드림팀 소속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는 20득점 11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정현 드림팀의 디온테 버튼(DB)이 선정됐다. 버튼은 “한국 무대 첫 시즌에 MVP가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오늘 경기에 만족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경기는 아니다. 나는 항상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손흥민(26·토트넘)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흥민은 14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안방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전반 26분 팀 동료 세르주 오리에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시즌 11호 골이자 EPL 8호 골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EPL 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손흥민은 저메인 데포(2004년) 이후 14년 만에 토트넘 선수 중 역대 두 번째로 안방 5경기 연속 골 맛을 본 선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손흥민은 골을 터뜨린 뒤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이는 세리머니를 했다. 손흥민은 “경기 전에 누군가가 오늘 골을 넣으면 기록을 세운다고 말해줘서 세리머니를 했다”면서 “팀 동료와 열성적인 안방 팬들이 없었다면 골을 넣기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후반 2분에는 해리 케인의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EPL 사무국이 선정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최근 매 경기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해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29)은 이날 끝난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45분 헤딩슛으로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구자철의 첫 골.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시인과 우편배달부를 주인공으로 사랑과 우정, 시와 인생의 문제를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 음악이 흐르면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희망’ 차준환(17·휘문고)은 영화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이 곡을 사용하는 차준환은 “영화와 음악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떠올리며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차준환과 일 포스티노의 재회는 차준환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로 이끌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준환은 “이번 시즌 좋지 않았던 흐름을 깰 수 있게 만들어준 일 포스티노로 평창 올림픽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끝난 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차준환은 이번 시즌에 사용했던 프리스케이팅 곡 ‘더 플래닛’ 대신 주니어 시절에 사용한 일 포스티노에 맞춘 프로그램을 다시 들고나와 극적인 평창행에 성공했다. 1, 2차 선발전까지 합산 1위였던 이준형과의 점수 차(27.54점)를 한 번에 뒤집고 한 장뿐인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 티켓을 획득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이 연기를 펼치는 꿈까지 꿀 정도로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차준환은 “내게 편안한 곡으로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한 덕분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클린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장발 스타일을 고수해 온 차준환은 이날 머리를 다듬고 이마를 드러낸 모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초코파이 꼬마’로 불리며 아역 모델로 활동했던 어린아이는 당당히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시니어 선수가 돼 있었다. 차준환은 “지난해에 비해 키도 2cm가 자라서 176cm 정도 된다”며 웃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이 올림픽에서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차준환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난도가 높아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의 성공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우승 후보인 ‘점프 머신’ 네이선 천(미국·세계 5위)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7개의 4회전 점프를 뛴다. 차준환은 “현재로서는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에서 각각 1개씩 총 2개의 4회전 점프를 뛸 생각이다. 하지만 컨디션이 최상으로 좋아진다면 시즌 초에 준비했던 4회전 점프 구성을 프로그램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고관절과 발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국내 선발전이 끝난 뒤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최대 3개의 4회전 점프를 뛰기 위해서는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해야 한다. 시즌 초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4회전 살코(기본점수 10.5점)를,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토루프(10.3점)와 4회전 살코-2회전 토루프 콤비네이션(11.8점)을 준비했었다. 차준환은 “4회전 점프 전략과 경기 의상 변화 등은 오서 코치님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다”라면서 “첫 올림픽이지만 부담을 떨치고 완벽한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12일 토론토로 돌아가 부상 치료 및 올림픽 준비에 매진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민유라(23)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팀을 구성해 활동 중인 겜린 알렉산더(25)는 또박또박 박자에 맞춰 아리랑을 불렀다. 민유라-겜린 조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프리댄스 배경음악으로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을 사용한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개량한복을 입고 연기를 펼친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겜린은 지난해 7월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이름은 알렉산더 개믈린(Alexander Gamelin)이지만 그의 한국 여권과 주민등록증에 적힌 한국 이름은 ‘겜린 알렉산더’다. 6일 서울 강서구 골든서울호텔에서 만난 겜린은 “아리랑의 다양한 버전을 매일 듣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리랑을 처음 들었을 때는 한(恨)이 담긴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니 슬픔 끝에 다가올 희망을 얘기하는 곡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멋진 연기를 펼쳐 한국에도 아이스댄스 팀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유라-겜린 조가 평창 무대에 오르면서 한국 아이스댄스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과거 케이팝 등 신나는 곡을 사용했던 민유라와 겜린은 평창에서 한국의 전통 음악을 알리기 위해 아리랑을 선택했다. 민유라는 “코치들은 아리랑이 외국 심판들에게 낯선 곡이기 때문에 (음악을) 바꾸자고 했다. 국제 심판 중에도 곡을 바꿔보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29위인 민유라-겜린 조는 팀 결성 초기인 2015년부터 미국 미시간주 노바이에 위치한 아이스링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들은 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1∼3차 선발전에 참가한 유일한 아이스댄스 팀이다. 민유라는 “빙상 훈련(하루 4시간) 외에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발레와 모던 댄스 수업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손발을 맞춘 지 얼마 안 돼 겪은 아찔한 부상을 함께 극복하면서 팀워크가 더 단단해졌다.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의 어깨 위에 올라가 회전하는 리프트 동작을 하다가 민유라가 균형을 잃고 떨어진 것. 민유라는 뇌진탕을 일으켰고, 겜린은 민유라의 스케이트 날에 이마가 찢어졌다. 겜린은 “리프트 동작에 대한 공포심을 떨치기 위해 서커스 수업과 심리 치료를 받았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더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는 겜린은 완벽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불고기, 김치 등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다. 한국에 오면 한국 음식을 많이 먹기 위해 틈날 때마다 식당을 찾아다닌다”며 웃었다. 그는 “애국가를 부를 때와 공항 입국심사에서 당당히 한국 여권을 내밀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첫 번째 올림픽 목표는 쇼트댄스를 통과하는 것이다. 올림픽 아이스댄스는 24팀이 참가한다. 민유라-겜린 조는 쇼트댄스에서 20위 안에 들어야 프리댄스에 참가해 강릉아이스아레나에 아리랑을 울려 퍼지게 할 수 있다. 민유라와 겜린은 “쇼트댄스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 프리댄스에 진출하겠다. 그리고 관중의 뜨거운 환호 속에 아리랑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