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무증상 감염자의 2차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발언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BBC 등에 따르면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은 9일(현지 시간) 무증상 환자의 2차 전염에 대해 “우리는 아직 정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며 유증상, 무증상 환자의 전파 가능성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하루 전 발언을 뒤집는 것이다. 판케르크호버 팀장은 8일 “무증상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 같다”라고 밝혔다.라고 밝혔다. 오락가락 입장에 비판이 쏟아지자 판케르크호버 팀장은 이날 “어제(8일) 발언은 무증상자 관련 연구가 극히 적다는 의미였다.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무증상 감염’은 증상이 드러나기 전인 ‘잠복기 감염’과 다르다. 세계 각국에서는 무증상 환자의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WHO 협력 연구기관인 홍콩대 감염병역학통제센터는 지난달 2차 감염 환자의 44%가 무증상 환자로부터 감염됐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감염자 중 최대 59%가 무증상이며 이로 인한 감염이 적지 않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자국내 감염의 35%가 무증상자라고 발표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무증상 감염자 2차 전파율을 0.8%, 경증 시 3.5%, 중증 시 5.7%로 보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감축을 놓고 미국과 독일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감축 움직임 속에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발표할 것이 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미군과 (미군의) 해외 주둔의 최고 태세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감축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감축 결정을 내리기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상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에게 맡겨두겠다”고만 답변했다. 미국이 미군 감축 카드로 독일을 압박하는 것은 독일의 국방비 증액,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의 협력 등에 대한 메르켈 총리 측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 역시 주독미군 감축을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군 감축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확인하지 않은 일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단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지낸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석좌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 “주한미군 감축은 머잖아 불가피한 현실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 석좌교수는 “미국의 재정이 구조적으로 좋지 않다”며 “트럼프가 재선이 되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위기와 불평등 심화 문제는 유권자와 시민들, 즉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2013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 자본’을 통해 빈부격차와 불평등 문제에 관한 세계적 관심을 이끌어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49)가 8일(현지 시간) 후속작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and Ideology)’ 한국어판(문학동네) 출판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이 책에서 부(富)의 사적 대물림을 막는 ‘사회적 일시 소유’란 개념을 제시했다. 피케티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한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점화된 배경도 사회 불평등 심화와 이데올로기 문제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는 전 지구적으로 강화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을 넘어선 ‘기본자산’ 제도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누진과세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부의 축적은 한 사람의 능력에 따른 결과를 넘어선, 사회적 발명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파리 경제대 강의실에서 이뤄진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로 전 지구가 위기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를 극복할 방안도 듣고 싶다. “난 경제학자일 뿐 예언가는 아니다.(웃음) 역사적으로 보면,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위기는 경제 문제에 대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변화시켜왔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시위들은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유권자, 시민들이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로 공공의료 강화나 기본소득, 최저임금과 같은 복지체계 신설 등 사회적 평등이 더욱 강화되거나, 정반대로 외국인에 대한 경계, 자국중심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퇴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측면이 더 강하게 드러날까? 개인적으로는 미래를 낙관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절망감 속에서 혐오나 광기에 미래를 맡기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인물을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시기에 계속 지도자로 삼는다는 것은 사람들을 더 큰 불안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재앙이나 위기는 정해진 한 가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결국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모든 시민이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그 연장선에서 기본소득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있다. “나는 ‘기본소득’이라는 단어보다는 ‘최저소득’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기본소득은 마치 모든 복지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지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본소득으로 주는 금액은 기초생활비 정도다. 이런 제도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월 564유로(약 76만 원)의 활동연대 소득제도가 있다 이것만으론 불평등을 시정하기 어렵다.” 그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청년들에게 프랑스 성인의 평균 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2만 유로(약 1억 6000만 원)를 기본자산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사적소유, 즉 자본은 나눠 가져야 한다. 20세기를 거치며 소득, 급여의 불평등은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자산 집중은 여전히 심하다. 프랑스의 경우 상위 10%가 거의 60%에 가까운 자산을 소유한다. 최상위 1%가 25%를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이 말하는 대로, 시장이 활성화돼 상위 계층의 부가 아래 계층으로 흘러내려오길 기다려야 하나? 성장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역사적으로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30년 전에는 하위 50% 계층의 자산 규모가 전체의 3~4%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2% 수준에 그친다. ‘기본자산’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만 25세가 되면 주거를 마련하거나, 창업을 구상할 수 있는 종잣돈을 사회가 함께 마련해주는 개념이다. 이런 식으로 자산을 분배하지 않으면 부가 분산될 가능성이 없다.”―기본소득 등 복지 확대는 도덕적 해이와 근로의욕 저하 등의 사회문제를 동반한다. 국가의 재정부담도 커진다. 2017년 세계 최초로 시행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적절한 경쟁과 노력을 통한 정당한 성취와 부의 획득이 사라지면 사회 자체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도 세 딸이 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능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능력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가난한 집안 출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보다 나은 가정환경의 아이들과는 (능력을 획득하는데) 다를 수 있다. 현시대는 ‘능력’이란 개념이 지나치게 과장됐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기회는 다르게 주어진다. (억만장자가 된) 빌 게이츠가 혼자 PC를 만들 수 있었을까?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인류와 사회가 축적한 지식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능력과 소득, 사적소유, 부도 결국 ‘사회의 발명품’이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과 소유를 지나치게 신성시한다는 점이다. 능력은 개인의 성공을 결정짓는 수많은 과정 중 그저 하나일 뿐이다.” 피케티 교수는 자신이 개인의 부와 사적 소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이 축적한 자산은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만 유의미하다고 본다”며 “적절한 조세정책이나 법을 통해서 한 개인이 축적하는 자산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 방안을 이야기해달라. “소득과 자산에 대한 높은 누진과세가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는 누진소득세 뿐 아니라 누진소유세도 제정해야 한다. 누진소득세만 제정하는 건 잘못이다. 예를 들어 백만장자들도 세금이나 사업상 이유로 소득이 매우 낮은 경우가 있다. 미국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내 비서보다 내가 더 낮은 소득세를 낸다’고 말한다. 소득은 매우 낮은데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반대도 있다. 과세를 통해 얻은 재정은 공공보건, 공공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실현 가능한 정책인가? 당신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나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의 경우 사회 양극화를 비판하는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그러나 구체적 목표점이 뚜렷하지 않았고, 동력도 잃었다. “역사적으로, 불평등을 크게 시정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운동, 둘째 정당, 노동단체 등 조직된 집단의 구체적 프로그램, 셋째 이들을 하나로 묶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을 막기 위해 가장 부족한 점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환시키는’ 부분이다. 1990년대 공산주의사회 몰락 이후, 사람들은 감히 이데올로기 문제를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불평등 감소를 위한 이데올로기의 전환을 시도해볼 때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불평등이 빠른 시간 내 시정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저서(‘21세기 자본’)에서는 불평등이 이데올로기와 맺고 있는 관계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사회라도 불평등과 경제문제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접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대부분 사회의 지배계층은 ‘지금과 다른 방식의 사회구조는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또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혁명, 포스트 식민사회, 라틴아메리카 독립혁명, 인도의 변화 등 역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불평등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시정됐다.”―당신은 새 저서를 통해 ‘지식인 좌파’와 ‘부자 우파’가 담합해 번갈아 집권하는 정치 구조를 비판했다. 서민들을 대표한다고 강조해온 정치세력들이 자본과 결탁되거나 지식인 계층인 중상층 이상 만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저소득, 저학력층은 소외되고 불평등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서민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미국의 민주당, 유럽의 다양한 형태의 좌파 정당 혹은 사민당들이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 고학력 유권자들의 정당으로 변모한 탓이다. 또 우파 정당이나 중도우파 정당들은 자산과 소득 상위 사람들, 즉 상인 우파들이 모여 있는 정당이다. 곳곳에서 교육 엘리트와 자산의 엘리트 간에 공생이 이뤄지면서, 2차대전 이후 ‘부의 재분배’라는 목표 추구와 서민층의 입장 대변은 사라졌다. 이제는 서민계층에 이해를 충족시키는 대안적 국제주의 형태를 찾아내야 할 때다.”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교육 기회의 평등 △노동자들의 의결권 강화 △임금 체계 조정을 통한 노동자 권리 강화 등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백악관이 8일(현지 시간) “지금 시점에서 발표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독일에 이를 공식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양국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독미군 감축 규모와 시점 등에 대한 질문에 “(관련) 보도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미군과 (미군의) 해외주둔의 최고 태세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감축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상의할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대통령에게 맡겨두겠다”고만 답변했다. 백악관 측은 매커내니 대변인의 발언 외에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주독미군 감축은 러시아와 상대하고 있는 유럽의 동맹국들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미군 감축 카드로 독일을 압박하는 것은 독일의 국방비 증액,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의 협력 등에 대한 메르켈 총리 측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워싱턴에서 G7 정상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메르켈 총리가 참석을 거부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독일 정부 역시 주독 미군 감축을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군 감축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확인을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그는 “분명한 사실은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보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주독 미군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나토는 동맹국 간 단합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등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나토와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과 조금 더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콜스턴은 이제 우리 도시에서 사라져야 한다.” 7일 영국 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틀의 도심.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46) 사망에 항의하며 1만 명이 시위를 열었다. 집회 도중 일부 시위대가 콜스턴 거리에 세워진 5.5m 높이의 동상으로 돌진해 얼굴에 달걀을 던졌다. 이들은 밧줄을 목에 걸어 동상을 넘어뜨렸다. “이제 됐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위대는 이어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에게 당했던 것처럼 쓰러진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다. 이후 동상을 항구 쪽으로 옮겨 에이번강에 던져 버렸다. 이 장면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상징이 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인종차별과 관련 있는 역사 속 인물들의 동상을 파괴했다. 쓰러진 동상의 주인공은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1636∼1721)이다. 브리스틀 출신인 그는 무역회사 관리로 활동하며 아프리카에서 약 10만 명을 유럽으로 끌고 와 노예로 팔았다. 브리스틀은 17세기 영국 노예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1689년 영국 명예혁명 이후 콜스턴은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학교, 병원에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브리스틀 지역 보수당 하원의원으로도 활동했다. 1721년 사망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브리스틀 내 학교, 공연장, 거리에 ‘콜스턴’이란 이름이 붙게 됐고, 1895년에는 동상이 세워졌다. 그러나 1815년부터 유럽에서 노예무역이 금지되면서 콜스턴의 노예무역 활동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병원, 학교 등에 새겨진 그의 이름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특히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최근 일주일간 ‘동상을 제거해 달라’는 청원 수천 건이 시에 접수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시위대가 아프리카 콩고자유국(현 콩고민주공화국 위치)에서 식민 통치를 했던 국왕 레오폴 2세(1835∼1909)의 동상을 훼손시켰다. 레오폴 2세가 원주민을 노예화하면서 1885∼1908년 1000만 명이 넘는 콩고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찬성했던 남부연합군 로버트 리 장군 동상과 소수민족을 차별한 프랭크 리조 전 필라델피아 시장의 동상이 훼손됐다.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마르세유 등에서도 이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런던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경찰관 14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최소 36명이 체포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지만 경찰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며 “폭력 행위로 본래 시위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현재 3만4500명에서 9월까지 9500명 감축하도록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후 그 불똥이 주한미군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규합을 노리고 방위비를 앞세운 ‘동맹 압박’을 노골화하면서 독일에 이어 한국이 다음 타깃이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군사 거점인 독일에서 미군을 일부 빼내는 것은 유럽 내 미군의 준비 태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전후 외교정책으로부터 급격한 이탈”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일각에선 주독미군과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주둔 미군은 북한 핵·미사일 등 급박한 위협에 대처하는 주한미군의 임무보다 전략적 시급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한국은 미국이 NATO 국가에 요구하는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에 쓰고 있다. 독일은 미국의 압박에 국내총생산(GDP)의 2019년 현재 1.36%인 국방비를 2031년까지 나토가 제시한 목표인 2%로 높이겠다고 지난해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공평한 분담’을 거부할 경우 주독미군이든, 주한미군이든 감축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간의 상당한 방위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만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통한 대한(對韓) 방위비 압박도 두 달 반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앞세워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방위비 증액의 주된 명분으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보완전력 비용을 콕 찍어 거론해 왔다”면서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용 핵심 전력이란 점에서 감축이나 철수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한미군 순환배치 축소를 가장 유력한 감축 카드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1년 계약·13억 달러·약 1조5717억 원)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병력(5000명 안팎)과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무기 장비의 한반도 순환배치(9개월 주기) 규모를 연차적으로 20∼30%씩 줄여 나갈 것이라고 통보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미 내부적으로 2, 3개의 순환배치 규모 조정을 통한 감축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미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을 현행 2만8500명보다 더 줄이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익 부합 등 예외적 경우를 이유로 밀어붙일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NYT도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군대를 빼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타운젠드 전 국방부 관리는 WSJ에 “이 같은 움직임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약화시킨다”며 “다른 동맹국들이 ‘다음은 나일까’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뉴욕=박용 / 파리=김윤종 특파원}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레스토랑. 30여 명이 테라스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 수백 명씩 사망하던 4월 상황은 이미 잊은 듯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봉쇄령 해제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봉쇄령 해제 2단계 조치로 카페, 식당의 영업금지령을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봉쇄령을 해제하고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간 점검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역의 방향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강력 봉쇄, 정밀 관리, 집단면역 등 크게 세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나뉘었고 각국의 방역 성적표도 달라졌다. ○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인정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방역 모델은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다. 전체 인구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감염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이동 제한, 상점 폐쇄, 휴교령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상점은 그대로 문을 열었고 체육관 등 집단시설도 운영됐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와 각국 인구수를 토대로 100만 명당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은 4042명으로, 미국(5684명), 영국(4094명), 이탈리아(3862명) 못지않게 피해가 컸다. 100만 명당 사망자 역시 스웨덴(449명)은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 많았다. 특히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면역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7.3%만 항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면역에 성공하는 국가는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19.9%), 영국 런던(17.5%), 스페인 마드리드(11.3%)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주민 비율은 7∼20%에 불과하다”며 “집단면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한다 해도 방역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집단면역 모델을 주도한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담당도 3일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국가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실패로 스웨덴은 국경 재개방을 앞둔 유럽국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서로 이동 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스웨덴은 제외하기로 했다. 9일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는 키프로스도 스웨덴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면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웠다. 영국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까지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2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뒤에야 황급히 봉쇄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4만 명 가까이 발생했다. ○ 강력 봉쇄 정책, 성적표 제각각초기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일찍이 국경을 봉쇄하고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국가인 중국은 초반에 은폐 의혹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감염 확산을 줄였다. 2월 8일 40%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같은 달 중순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강력 봉쇄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 의회는 3월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3월 19일까지 러시아 내 확진자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확산세가 커져 4월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5일 현재 러시아의 확진자는 44만9000여 명으로, 세계 3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3월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4월에도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염병 전문의들에 따르면 감염병은 1, 2주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첫 확진자 발견 후 1, 2주가 지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되면 아무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해도 이전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 피해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이후 2주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에 근접해서야 봉쇄령을 실시했다.○ 정밀 추적, 대량 진단으로 성과 낸 K방역한국과 대만은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 223명, 대만 1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각각 5명, 0.3명으로 이탈리아(554명), 스페인(680명)보다 훨씬 적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상점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동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대량 진단으로 방역 모범국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도입해 진단율을 높였다. 여기에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 감염자 추적, 접촉자 격리를 병행해 조기에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드라이브스루 검진소와 감염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선진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한국 진단키트와 방역 물품, 그리고 방역 노하우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등 방역 조치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낮은 단계에 머물게 한 것이 코로나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대만도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외에서 들어온 모든 대만인의 의무 검역 등 조치를 통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대만은 1월 22일 중국 우한발 입국을 막았고, 2월 6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입국 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다. 확진자 동선을 적극 추적하는 한편 마스크 확보 계획도 촘촘히 설계했다.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마스크 홀짝 구입제를 도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덕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도 체득할 수 있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홍콩은 사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만은 가장 먼저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사스의 교훈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개인 방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염병 방치’ 남미·아프리카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역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방치’에 가까운 수준의 방역으로 피해를 키웠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초 자국 내 확진자가 5000명,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중요하다. 일터로 돌아가라”고 국민을 독려했다. 이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주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는 서퍼들이 활동하고 상점이 열린다”며 브라질 방역 체계에 우려를 표시했다. 칠레 역시 수도 산티아고의 중환자실 9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남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인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만한 경제 체력도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2차 유행 대비 방역 시스템 구축해야”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떤 방역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에 성공한 듯 보여도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교회 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봉쇄령 해제 후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뜻하는 재생산지수(R)가 높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과 미국 등 서방→남미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사이클이 지나가도 올겨울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2차 유행 규모가 1차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BBC 등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시작돼 가을, 겨울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는데, 두 번째 파동 때 피해가 가장 컸다. 1957년 아시아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10월 확산 후 소강기를 거쳐 이듬해 3월 최절정에 달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한 후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됐다. 감염 추적이 비교적 수월한 1차 유행과 달리 2차 파동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황에서 증폭돼 피해가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감기,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역학조사, 감염자 추적 관리와 같은 기존 방역 체계를 정교화하면서 잠재된 감염 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본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 및 예측한 후 그에 맞춰 방역 대책을 세밀히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 표본조사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진단 검사나 항원항체 검사를 진행하면 전국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 조유라 기자}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파리 15구의 한 레스토랑. 30여 명이 테라스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 수백 명씩 사망하던 4월 상황은 이미 잊은 듯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봉쇄령 해제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봉쇄령 해제 2단계 조치로 카페, 식당의 영업금지령을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봉쇄령을 해제하고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간 점검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역의 방향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강력 봉쇄, 정밀 관리, 집단면역 등 크게 세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나뉘었고 각국의 방역 성적표도 달라졌다. ●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인정 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방역 모델은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다. 전체 인구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감염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이동 제한, 상점 폐쇄, 휴교령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상점은 그대로 문을 열었고 체육관 등 집단시설도 운영됐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와 각국 인구수를 토대로 100만 명당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은 4042명으로, 미국(5684명), 영국(4094명), 이탈리아(3862명) 못지않게 피해가 컸다. 100만 명당 사망자 역시 스웨덴(449명)은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 많았다. 특히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면역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7.3%만 항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면역에 성공하는 국가는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19.9%), 영국 런던(17.5%), 스페인 마드리드(11.3%)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주민 비율은 7~20%에 불과하다”며 “집단면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한다 해도 방역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집단면역 모델을 주도한 안데르스 테그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담당도 3일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국가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실패로 스웨덴은 국경 재개방을 앞둔 유럽국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서로 이동 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스웨덴은 제외하기로 했다. 9일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는 키프로스도 스웨덴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면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웠다. 영국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까지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2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뒤에야 황급히 봉쇄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4만 명(4일 기준) 가까이 발생했다. ● 강력 봉쇄 정책, 성적표 제각각 초기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일찍이 국경을 봉쇄하고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국가인 중국은 초반에 은폐 의혹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감염 확산을 줄였다. 2월 8일 40%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같은 달 중순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강력 봉쇄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 의회는 3월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3월 19일까지 러시아 내 확진자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확산세가 커져 4월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4일 현재 러시아의 확진자는 43만 명으로, 세계 3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3월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4월에도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염병 전문의들에 따르면 감염병은 1, 2주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첫 확진자 발견 후 1, 2주가 지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되면 아무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해도 이전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 피해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이후 2주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에 근접해서야 봉쇄령을 실시했다.●정밀 추적, 대량 진단으로 성과 낸 K방역 한국과 대만은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 223명, 대만 1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각각 5.3명, 0.3명으로 이탈리아(554명), 스페인(680명)보다 훨씬 적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상점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동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대량 진단으로 방역 모범국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도입해 진단율을 높였다. 여기에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 감염자 추적, 접촉자 격리를 병행해 조기에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드라이브스루 검진소와 감염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선진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한국 진단키트와 방역 물품, 그리고 방역 노하우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등 방역 조치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낮은 단계에 머물게 한 것이 코로나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대만도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외에서 들어온 모든 대만인의 의무 검역 등 조치를 통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대만은 1월 22일 중국 우한발 입국을 막았고, 2월 6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입국 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다. 확진자 동선을 적극 추적하는 한편 마스크 확보 계획도 촘촘히 설계했다.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마스크 홀짝 구입제를 도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덕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도 체득할 수 있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홍콩은 사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만은 가장 먼저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사스의 교훈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개인 방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염병 방치’ 남미·아프리카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역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방치’에 가까운 수준의 방역으로 피해를 키웠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초 자국 내 확진자가 5000명,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중요하다. 일터로 돌아가라”고 국민을 독려했다. 이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주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는 서퍼들이 활동하고 상점이 열린다”며 브라질 방역 체계에 우려를 표시했다. 칠레 역시 수도 산티아고의 중환자실 9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최 교수는 “남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인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만한 경제 체력도 없다”며 “피해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유행 대비 방역 시스템 구축해야”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떤 방역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에 성공한 듯 보여도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교회 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봉쇄령 해제 후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뜻하는 재생산지수(R)가 높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과 미국 등 서방→남미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사이클이 지나가도 올겨울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2차 유행 규모가 1차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BBC 등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시작돼 가을, 겨울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는데, 두 번째 파동 때 피해가 가장 컸다. 1957년 아시아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10월 확산 후 소강기를 거쳐 이듬해 3월 최절정에 달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한 후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됐다. 감염 추적이 비교적 수월한 1차 유행과 달리 2차 파동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황에서 증폭돼 피해가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감기,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역학조사, 감염자 추적 관리와 같은 기존 방역 체계를 정교화하면서 잠재된 감염 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본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 및 예측한 후 그에 맞춰 방역 대책을 세밀히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 표본조사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진단 검사나 항원항체 검사를 진행하면 전국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방법으로 ‘집단면역’을 추진했던 스웨덴이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BBC 등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은 3일(현지 시간)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오늘과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코로나19에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면 스웨덴이 한 (방역) 방식과 나머지 다른 나라들이 방식 사이에서 타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사망자와 피해가 너무 컸다”며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집단면역’ 설계자로 통하는 텡넬 청장이 자신의 주도한 정책에 부정적 평가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은 자연스럽게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면역을 갖게 해 감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집단면역을 국가 방역모델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유럽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이동제한, 상점폐쇄, 학교 휴교 등 강력한 봉쇄정책을 시행해지 않았다. 대부분 상점이 열었고 고교를 제외한 초등, 중학교는 수업이 지속됐다. 경제 정상화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셈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4일(현지시간) 기준 스웨덴 코로나19 사망자 4542명(확진자 4만803명)으로, 주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580명), 노르웨이(237명), 핀란드(321명)보다 최대 15배 이상 많다. 100만 명당 사망자 수로 환산하면 449명이나 돼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도 많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 확산 정점이 지난 유럽 각국이 국가 간 이동제한을 풀고 있지만 스웨덴은 기피대상이 돼 여전히 국경폐쇄 대상국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오스트리아 생가가 경찰서로 바뀐다. 네오나치 등 극우파들이 이곳을 성지(聖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 역시 올해 3월부터 극우주의자가 성서(聖書)로 여기는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 판매를 금지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2일(현지 시간) “히틀러 생가 개축 설계에 응모한 12개 회사 중 오스트리아 건축가 베른하르트 마르테가 이끄는 ‘마르테마르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3년간 약 500만 유로(약 68억 원)를 투입해 2023년 초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11월 개축 계획을 밝혔고 유럽연합(EU) 내 건축회사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를 받았다. 히틀러 생가는 독일과의 국경 지대인 북부 브라우나우암인에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노란색 3층 건물로 외부에는 ‘히틀러가 태어난 곳’이란 작은 표시가 있다. 건물 앞에 ‘파시즘은 안 된다’는 글이 적힌 작은 바위도 있다. 이 바위는 수도 빈에 있는 박물관으로 이전된다. 히틀러는 1889년 4월 20일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몇 주 후 이사를 갔다. 기억도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에 잠시 지냈음에도 그는 1938년 오스트리아를 나치 독일에 병합시킨 후 이곳을 찾았다. 유럽 극우세력은 매년 4월 20일이면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히틀러 생가를 방문해 왔다. 이에 오스트리아는 1970년대부터 이 건물을 임차해 복지시설로 활용하며 극우파 접근을 차단했다. 2016년 건물 주인에게 81만 유로(약 11억 원)를 주고 매입한 후 부지 용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히틀러와 나치의 과오를 반성하기 위해 건물을 없애자’ ‘진정한 반성을 하려면 고스란히 남겨둬야 한다’ ‘자선단체, 가정폭력예방센터 등 공익 목적으로 쓰자’는 등 갖가지 의견이 대립했다. 결국 지난해 말 정부가 경찰서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경제난과 반(反)이민 심리 확산으로 극우주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독일 할레 유대교회당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져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올해 2월 독일 하나우에서도 총기 난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이민자 출신이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도 기관총과 폭발물로 무장한 신(新)나치주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에 ‘플로이드’가 있다면 프랑스는 ‘트라오레’가 있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에 항의하는 집회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2일 프랑스에서는 4년 전 흑인 청년이 경찰 연행 중 사망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릴 등 도심에 수천 명이 모여 인종차별 반대 집회를 열었다. 특히 파리 외곽 클리시에 위치한 파리 법원에는 시위대가 2만 명이나 몰렸다.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10명 이상의 집회를 불허했지만, 시위대는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이에 맞서 주변 집기에 불을 질러 큰 혼란이 발생했다.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 집회가 특히 격렬해진 이유는 플로이드와 유사한 사건이 시위 현장에서 계속 언급됐기 때문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2016년 7월 당시 24세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는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의 추격을 받고 한 주택에서 체포됐다. 그는 연행 과정에서 갑자기 숨을 거뒀다. 사망 당시 트라오레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이 체중을 실어 그에게 올라타 가슴을 압박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특히 트라오레의 가족들은 그가 죽기 전 플로이드처럼 “숨을 쉬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부검을 통해 그가 평소 앓던 심부전 등 지병과 체포 당시 체내 대마초 관련 성분으로 인해 심장마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족들은 ‘정부가 질식사를 은폐한다’며 항의해 왔다. 이런 트라오레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시위 현장에서는 프랑스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프랑스 흑인들도 미국과 유사한 일을 겪고 있다”고 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3일 정례 미사에서 “누구도 인종차별과 배척을 눈감아줄 수 없다. 인종차별로 사망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부 시위대의 약탈이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자멸적이고 자기 파괴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럽 내 극우 정치인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는 트위터를 통해 플로이드 관련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해 논란이 됐다.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위가 아니라 안티세력의 무정부 운동”이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46)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영국, 덴마크 등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모임 금지령에도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런던 시민 수천 명이 트래펄가 광장에서 미국대사관으로 행진하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플로이드 씨가 사망할 당시 외쳤던 ‘숨을 좀 쉬게 해달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자 현장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됐다. 미국대사관 일대에서는 충돌이 일어나 이날 하루 총 23명이 체포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북서부 맨체스터와 웨일스 지역 카디프 등에서도 수백 명이 인종차별 반대 행진을 펼쳤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이날 미국대사관 앞에 수백 명이 모여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미국을 극우 인종차별 테러집단인 KKK에 빗대어 ‘AMERIKKKA’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이날 미국대사관 일대에 시위대가 모여들어 플로이드 씨 사망 사건에 항의했다. 중국 정부는 “소수 인종 차별은 미국의 고질병”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미국은 홍콩 독립 세력은 영웅 투사로 미화하면서 자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민중은 폭도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유럽뿐 아니라 이란 등 중동 지역 언론들도 미국 내 공권력의 과도한 폭력과 인종차별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필리프 벨기에 국왕의 조카인 요아힘 왕자(29·사진)가 지난달 28일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의 한 파티에 참석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 4위 코로나19 감염국인 스페인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타국 왕실 인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요아힘 왕자는 필리프 국왕의 여동생 아스트리드 공주의 아들로 왕위계승 서열 10위다. 스페인 여성과 교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달 26일 인턴 활동을 위해 코르도바로 갔다. 스페인 정부가 16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는데도 이틀 후 27명이 참석한 파티를 즐겼다. 요아힘 왕자를 비롯해 이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격리됐다. 그의 코로나19 증상은 가벼운 편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경찰은 파티 참가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람에게는 최대 1만 유로(약 1378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한국인들은 최고의 형제예요. 한국을 도운 것이 우리의 자랑입니다.” 27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파리 7구에 위치한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1층. 군(軍) 의장복을 차려입은 프랑스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90대 고령에도 힘이 넘쳤다.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3만 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 피해로 사회가 휘청거리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참전용사들이 모인 이유는 ‘마스크’ 때문이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마스크 100만 장을 22개국 참전국에 보냈고, 이날 대사관에서 프랑스에 할당된 2만 장의 마스크 전달식이 열리게 된 것. 프랑스는 6·25전쟁 당시 3400여 명을 파병했고, 274명이 전사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크 그리졸레 씨(92)는 중사 신분으로 ‘단장의 능선 전투’ 등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다고 했다. 1951년 9, 10월 진행된 이 전투에서 연합군이 승리해 3개 고지를 되찾았다. 그리졸레 씨는 “프랑스 사회복지기관보다도 한국이 더 먼저 참전용사들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등병 신분으로 강원 철원 일대의 ‘철의 삼각지 전투’에 참전했던 세르주 아르샹보 씨(90)는 “70년간 우리를 기억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이들의 애정도 절절히 느껴졌다. 그리졸레 씨는 한글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자들을 한국의 외국인 학생 캠프에 보냈다고 했다. 아르샹보 씨는 “한국인들 모두 건강하냐”고 안부를 물었다. 르파리지앵, 웨스트프랑스, 프랑스3 등 주요 언론들도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가 전달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런데 마스크 기증이 프랑스 사회에 알려진 데에는 이날 2만 장의 마스크가 전달되기 전 주프랑스 대사관 차원에서 미리 소량의 마스크를 보낸 게 결정적이었다. 4월 초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자 대사관은 십시일반 마스크를 모아 연락이 닿는 참전용사 56명에게 우편으로 마스크 5장씩을 보냈다. 봉쇄령이 풀린 현재와 달리, 당시에는 매일 코로나19 피해자가 급증했고, 마스크 공급도 지금처럼 원활하지 않았다. 마스크 1장이 귀했던 시기에 우편함을 열자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습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마스크 5장을 선물받게 되니 참전용사들이 크게 감동한 셈이다. 이들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 가족들이 이달 초부터 마스크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프랑스 주요 언론들까지 사연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국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각종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취소됐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위안을 하자면 감동은 거창한 행사보다는 작은 관심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5장의 마스크에서 한국의 큰 사랑을 느꼈다는 프랑스 참전용사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사람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로봇(사진)이 덴마크에서 개발됐다. 올해 가을에 상용화돼 현장에 배치되면 의료진 감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남부대(SDU)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완전 자동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로봇은 3D 프린터로 특수 제작된 일회용 도구를 사용해 면봉을 목구멍 내에 정확히 넣는다. 검체를 채취한 뒤엔 면봉을 스스로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잠가 샘플을 밀봉한다. 로봇 개발 연구진 티우시우스 라지트 사바리무투 교수는 “시연 현장에 있던 모두가 사람처럼 부드럽게 면봉을 목구멍 안쪽에 대고 채취하는 로봇의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로봇 검사 실험은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대상으로 본격 실시된다. 실험이 성공하면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SDU 측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나라마다 의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전염된 사례가 속출했다. 검사 로봇은 가을경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로봇이 다른 유럽국에도 설치되면 공항, 국경검문소에서 대량으로 안전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SDU는 기대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그동안 아이를 어떻게 학교에 보냈어? 우리 애는 이제 가는데 걱정이 많아.” 26일 한국의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27일 개학을 맞아 걱정이 많다며 프랑스에서 먼저 개학을 경험한 기자의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유럽 각국 대부분은 3월부터 휴교령을 시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확산세가 누그러지자 독일 노르웨이 등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개학을 시작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이달 11일부터 문을 열었다. 초등생 자녀를 둔 기자는 등교 전날인 10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쟁터에 신병을 보내는 지휘관의 마음이 이럴까 싶었다. 군장(軍裝)을 챙기듯 아이의 가방에 마스크, 손 소독제, 손수건 등을 넣었다. 아이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고, 친구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몇 번 똑같은 얘기를 했더니 아이가 “아빠! 알았어. 그만 좀 해”라며 핀잔을 줬다. 개학 초기에는 불안이 컸다. 동료 학부모들과 “학교가 안전할까”란 말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다. 덴마크에서는 개학 후 전염병 전파력을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R)’가 다시 높아졌다. 프랑스 일부 학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개학이 취소됐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어린이 괴질)이 퍼진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 학부모는 “코로나19도, 어린이 괴질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더 무섭다”고 했다. 아이와는 매일 하교 후 대화를 나눴다. 일과 중 감염을 우려할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물었고 아이는 자신의 관점에서 교실 상황을 답해줬다. 이런 상황이 2주 정도 지나자 불안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방역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도 알 수 있었다. 아이는 “교실 안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얼굴이 답답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쉬는 시간에는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 뒤엉켜 노는 바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2명이 앉는 책상 사이에 유리막을 설치하는 것보다 연필, 지우개를 친구들끼리 빌려 쓰지 않도록 각자 학용품을 관리하고 이름표를 잘 붙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다. 지극히 초등생다운 답변이었지만 대안 없이 걱정만 앞세운 기자 같은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가 진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교내 방역대책이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프랑스는 개학 전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등 지자체장들이 교실 방역의 취약점을 지적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학생들 의견보다는 교육 당국자 위주의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을지 우려스럽다. 매일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아이를 자동차에 태우지 않을 수는 없다. 방법은 아이로 하여금 안전벨트를 잘 매고, 차량 정지 후 하차 등 안전수칙을 잘 지키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의 학교 생활도 마찬가지다. 방역수칙 준수가 왜 중요하고 꼭 필요한지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하고 이를 잘 교육시키는 것, 즉 ‘코로나 안전벨트’를 찾아 자녀들이 매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부모 노릇 아닐까.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최근 네덜란드에서 족제빗과 동물 ‘밍크’(사진)가 사람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옮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반려동물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동물이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도 “네덜란드의 역학 조사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26일(현지 시간) “사람이 밍크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조사하는 네덜란드 연구진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동물로부터 사람이 전염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농림부는 19일 “가축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사육 중인 밍크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두 번째 유사 사례가 나오자 자국 내 모든 밍크 농장에서 사육 동물에 대한 항체 검사 및 역학 조사를 진행했다. 농림부는 25일에도 “네덜란드 내 155개 밍크 농장 중 4개 농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밍크가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카롤라 스하우턴 농림장관은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동물과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1월 일부 중국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나 뱀에게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전염이 아닌 동물로부터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역학 조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간 미국, 홍콩 등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키우던 개, 고양이 등이 감염된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 4월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동물원에서는 감염된 직원으로부터 호랑이와 사자에게까지 옮아 큰 화제를 모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최근 네덜란드에서 족제빗과 동물 ‘밍크’가 사람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옮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반려동물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동물이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도 “네덜란드의 역학 조사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26일(현지 시간) “사람이 밍크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조사하는 네덜란드 연구진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동물로부터 사람이 전염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농림부는 19일 “가축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사육 중인 밍크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두 번째 유사 사례가 나오자 자국 내 모든 밍크 농장에서 사육 동물에 대한 항체 검사 및 역학 조사를 진행했다. 농림부는 25일에도 “네덜란드 내 155개 밍크 농장 중 4개 농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밍크가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캐롤라 쇼우텐 농림 장관은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동물과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1월 일부 중국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나 뱀에게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전염이 아닌 동물로부터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역학 조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간 미국, 홍콩 등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키우던 개, 고양이 등이 감염된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 4월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동물원에서는 감염된 직원으로부터 호랑이와 사자까지 옮아 큰 화제를 모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53·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을 지키느라 모친의 임종을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역 지침을 어겨 물의를 빚은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브라질 등의 지도자와 대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뤼터 총리의 모친인 미커 뤼터딜링 여사(96)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요양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고령인 그는 이달 초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임종이 가까워졌다. 이달 13일 뤼터딜링 여사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뤼터 총리는 임종을 못했다. 개인이 요양원 등 집단시설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봉쇄령 때문이다. 뤼터 총리는 “어머니께 감사하며 작별을 고한다. 모든 이들이 평화롭길 희망한다”고 했다. 총리실 측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규정을 총리가 준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요양원 등 집단시설 봉쇄 조치를 이날 일부 완화한 데 이어 다음 달 15일 완전히 해제할 방침이다. 헤이그 출신인 뤼터 총리는 청년 시절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국민당(VVD)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2006년 당 대표에 올랐고 2010년 총선에서 VVD 소속으로는 92년 만에 총리로 취임해 10년째 재임 중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증세를 보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실 수석보좌관(49)이 자가 격리를 어기고 400km를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다. 커밍스 보좌관은 “4세 아들의 돌봄 때문에 더럼의 부모 집을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는 당시 일대 관광지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커밍스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증상으로 시력이 나빠져 격리 후 복귀 시 런던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지 시험 삼아 차를 몰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더글러스 로스 영국 스코틀랜드 담당 정무차관은 26일 “정부 지침으로 아픈 가족을 방문하지 못한 시민도 많다”며 정부 관료를 대표해 차관직을 사임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24일 봉쇄령을 어기고 밤 12시가 넘도록 수도 빈의 한 식당에 머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24일 더블린 내 공원에서 산책을 즐겨 ‘공공장소에서 오래 머물지 말라’는 정부 지침을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충일 연휴인 23, 24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한 골프장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방문해 ‘방역 무시’ 논란을 빚었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23일 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브라질리아 시내 노점상에서 핫도그를 먹는 모습이 노출돼 구설에 올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네덜란드 마르크 뤼테 총리(53)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을 지키기 위해 모친의 임종을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역 지침을 어겨 물의를 빚은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브라질 등 지도자와 대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뤼테 총리의 모친인 미케 루테 딜링 여사(96)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요양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고령인 그는 이달 초 건강상태가 악화돼 임종이 가까워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건 아니었다. 이달 13일 달링 여사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뤼테 총리는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개인이 요양원 등 집단시설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봉쇄령 때문이다. 뤼테 총리는 “슬픔이 크지만 어머니께 감사하며 작별을 고한다. 앞으로 모든 이들이 평화롭길 희망한다”고 했다. 총리실 측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규정을 총리가 준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정부는 요양원 등 집단시설 봉쇄조치를 이날 일부 완화한 데 이어 다음달 15일 완전 해제할 방침이다. 네덜란드 헤이그 출신인 뤼터 총리는 청년시절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국민당(WD)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2006년 당 대표에 올랐고 2010년 총선에서 WD 소속으로는 92년 만에 총리로 취임해 10년째 역임 중이다. 뤼테 총리의 이런 행보는 코로나19 봉쇄정책을 어기는 주요국 지도층과 대비된 모습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증세를 보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실 수석보좌관(49)이 자가격리를 어기고 400㎞를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요구가 커지고 있다. 커밍스 보좌관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다. 커밍스 보좌관은 “4세 아들의 돌봄 때문에 더럼의 부모 집을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는 당시 일대 관광지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커밍스는 25일 기자화견을 열고 “코로나 증상으로 시력이 나빠져 격리 후 복귀 시 런던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지 시험 삼아 차를 몰아본 것”이라고 해명해 비판 여론을 키웠다. 오스트리아 판 데어 벨렌 대통령는 24일 봉쇄령을 어기고 자정이 넘도록 수도 빈의 한 식당에 머물다 경찰에 적발됐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21일 밤 더블린의 한 공원에서 친구들과 산책을 즐겨 ‘공공장소에서 오래 머물지 말라’는 정부 지침을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충일 연휴인 23~24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한 골프장에 마스크 착용 없이 방문해 ‘방역 무시’ 논란을 빚었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23일 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브라질리아 시내노점상 앞에서 핫도그를 먹는 모습이 노출돼 구설수에 올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