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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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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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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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 흘리는 사람들 내쫓을순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이틀 앞두고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가 고심에 빠졌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미사가 예정된 가운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복식 당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간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교황은 시복식 당일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앞까지 퍼레이드를 하며 신자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으로 유족들의 농성 장소가 교황의 동선을 가로막고 있다. 참석자들과 유족들의 예상치 못한 마찰 우려도 있다. 가톨릭 평신도 단체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1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황께서 (세월호) 비보를 접한 즉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미사를 드리고 기도해 주셨다.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특별한 위로를 표하실 것”이라며 “시복미사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방준위 준비위원장인 강우일 주교는 12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시복미사 때문에 유가족들이 광장에서 물리적으로 쫓겨나길 바라지 않는다”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으며 하느님께 미사를 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 주교는 “다만, 장소가 한정돼 있다 보니 허용되는 최소한의 가족들만 광장에 남을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농성장이 교황의 동선이나 행사를 진행하는 데 장애가 될 경우에 한해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협의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교황을 만나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는 게 아닌 만큼 세월호 특별법이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주교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교종(교황)은 방한을 통해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면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김정은 kimje@donga.com·이샘물 기자}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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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5t 십자가 망치질 작업 내내 교황의 따뜻한 미소가 맴돌아”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십자가가 우뚝 섰다. 8m 솟대 위에 올려진 가로 320cm, 세로 420cm의 대형 십자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광화문에서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위해 제작됐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는데 마치 자개장 같은 질감이었다.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이 만들어졌다. 십자가를 만든 사람은 대장장이 차인규 씨(57)다. 그는 공업용 헬멧을 쓴 채 이날 십자가 설치 작업을 위해 온종일 광화문광장을 뛰어다녔다. 십자가를 디자인하고 시복식 제대 설계와 배치 작업 등을 총괄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소속 황 마리아 에스텔 수녀도 막판 무대 점검으로 분주했다. 차 씨는 “한 달 동안 제작한 십자가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만큼 매우 떨린다”며 연신 손을 비볐다. 그는 황 수녀가 설계한 십자가 도안을 토대로 6월부터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아들 동은 씨(27) 및 동료 3명과 함께 제작에 나섰다. 스테인리스 1.25t이 들어간 대형 십자가의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5∼20cm씩 불에 달군 뒤 대장용 망치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두들겨 펴거나 굴곡을 만들어냈다. “한여름에 하루 8시간 이상씩 불 앞에서 일하다 보니 온몸에 땀띠가 나 꽤 고생했어요. 하지만 교황이 직접 집전하는 시복 미사에 사용될 대형 십자가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힘을 낼 수 있었죠.” 이를 일일이 용접해 이어 붙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솜씨 좋게 철제 이음매마다 구슬 모양의 장식도 만들어냈다. “십자가 표면 작업이 가장 힘들었죠. 십자가가 빛을 받을 때마다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대장용 망치를 내려치는 작업을 셀 수 없이 했어요.” 덕분에 자개로 만든 것 같은 은은한 느낌이 묻어났다. 종교가 없다는 그는 이번에 십자가를 제작하며 가톨릭 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작업 기간 내내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미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며 “이번 기회에 가톨릭 신자가 돼 보려고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옆에 있던 아들은 “작업한 모든 사람이 땀띠가 났는데 아버지가 ‘가문의 땀띠, 영광의 땀띠’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차 씨가 제작한 십자가는 액자구조 형태다. 십자가 안에 십자가 모양의 빈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 도안은 황 수녀가 3월 만들어 5월 바티칸 교황청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황 수녀는 “십자가의 아랫부분을 빼고 사방을 뚫어 이중 구조의 십자가를 만들어냈다”며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하느님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십자가를 만들 때 쇠를 불에 달구고 망치로 내려치는 과정에서 오색 빛깔이 나는데 인간의 삶 자체가 오색찬란하지 않느냐”며 “마무리 작업이 끝났을 때 십자가는 전체적으로 은빛을 나타내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죽고 난 뒤 하느님 앞에 모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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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祭衣는 ‘소박함’이 콘셉트… 넉달간 한땀 한땀 수놓아”

    “수녀들의 작업공간에는 선풍기를 틀어놓지만 교황님의 옷을 보관하는 이곳은 늘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죠. 옷감이 상하지 않으려면 섭씨 18도를 유지해야 하거든요.” 서울 강북구 도봉로46길에 위치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관구장인 마리아 쟌나 수녀와 마리아 파체 수녀가 수녀회 지하 1층에 위치한 옷 보관소 문을 열자마자 2200여 벌의 제의(祭衣)가 한눈에 들어왔다. 쟌나 수녀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 때 교황이 입으실 제의는 물론이고 미사에 참여할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 100명, 사제 2000명이 입을 제의를 보관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 제의들은 수녀 6명의 손에서 태어났다. 수녀들은 이 수녀회 관례에 따라 실명을 쓰지 않고 있다. 이들은 2월 초 천주교서울대교구로부터 교황 제의 제작 의뢰를 받은 뒤 5개월간 기도하는 시간을 빼면 밤낮으로 제의 제작에 매달렸다. 쟌나 수녀는 “과거 방한하셨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제의를 보면 화려하고 소재도 좋았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의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콘셉트”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삶, 군중 속으로 들어가시는 삶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 취지에 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좋은 천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좀 더 예쁘게 지어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건 교황님의 취향이 아니기에 마음을 돌렸다”며 웃었다. 교황이 입을 제의 옷감은 인견과 폴리에스테르를 섞어 특수 제작했다. 프란치스코는 16일 시복미사 때 순교를 의미하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제대에 오른다. 이 제의에는 교황 방한 기념 로고와 칼, 미사에서 포도주를 성혈로 축성할 때 사용하는 성작(聖爵) 등이 자수로 표현됐다. 디자인 도안을 맡은 마리아 베로니카 수녀는 “10개 정도 도안을 준비한 다음에 수녀님들과 상의해 순교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난 도안 한 개를 골라 서울대교구와 교황청에 올려 보냈다. 최종 확정을 받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며 “순교자의 수난을 뜻하는 칼은 십자가 모양으로 형상화해 수난 뒤에 오는 영광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교황 제의 디자인 도안이 확정된 뒤 수녀 6명은 수틀에 앉아 4개월가량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다. 주로 자수 작업에 참여한 마리아 훼델레 수녀는 “조각 천에 수천 번 연습한 뒤 본제작에 들어갔다. 옷감 천이 워낙 섬세하고 얇다 보니 재봉틀을 쓸 수 없었다. 시행착오 과정이 많았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놓다 보니 옷감이 실을 잘 소화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수녀 6명의 세례명에 모두 ‘마리아’가 들어간다”며 “성모님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황님 가시는 걸음마다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수녀 6명은 16일 광화문 시복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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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10여석 성당서 미화원과 한국 첫 미사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미사에 서울 종로구 주한 교황청대사관의 시설관리인과 환경미화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직원들까지도 세심하게 챙겨왔다”며 “이 미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를 포함해 대사관 직원 1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방준위에 따르면 교황은 14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한 뒤 숙소인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이동해 개인미사 시간을 갖는다. 비공개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집전하는 첫 미사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직원들을 일일이 격려하고 교황문장이 새겨진 교황묵주를 선물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줄곧 교황궁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생활하며 환경미화원, 정원사, 경비원 등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미사를 보고 있다. 18일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229개 본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장들도 초청받았다. 교황의 이번 방한 때 바티칸 평신도 직원들도 함께 교황 전용기를 타고 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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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축복 기다리는 信者들에게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권위를 버린 파격적인 행보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교황에 대해 “새로운 ‘핀업’(벽에 핀으로 사진을 꽂아 둘 만한 롤 모델)의 등장”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대중이 열광한 교황의 모습은 무엇일까. 교황 선출 이후 ‘결정적 순간’ 베스트 5를 꼽아봤다. 지난해 11월 6일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 교황은 5만여 명의 군중 사이에서 눈, 코, 입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인 한 남자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인 비니초 리바 씨(54)는 “지난 40년간,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은 교황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교황과 리바 씨의 뭉클한 만남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중계됐고, 이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3년의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 2위에 올랐다. ‘꼬마 습격 사건’도 교황의 따뜻함을 알린 유명한 에피소드다. 지난해 10월 26일 세계 가족의 날을 맞아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조부모의 역할과 가정의 중요성’에 대한 강론에 나섰을 때다. 갑자기 한 아이가 연단에 올라 교황의 다리에 매달리더니 목에 걸린 십자가에 입맞춤을 했다.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교황의 의자에 앉기도 했고, 교황을 알현하기 위해 다가서는 신자들을 가로막기까지 했다. 하지만 교황은 당황하기는커녕 인자한 미소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날 광장에 모인 15만여 명의 군중은 이러한 교황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교황은 선출 당일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3월 13일 새 교황으로 선출된 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임 교황으로부터 축복을 받고자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향해 그는 역으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교황으로서 축복을 내리기 전 기도부터 청하는 새 교황의 겸손함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전임 교황과의 소통’이다. 교황은 취임 10일 뒤 교황 여름 별장이 위치한 카스텔간돌포에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났다. 흰색 예복을 갖춰 입은 이들이 “우리는 형제입니다”라고 말하며 서로를 껴안는 장면, 나란히 앉아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만남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전현직 교황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교황의 파격 행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 지난해 5월 사흘 일정으로 중동 순방에 나선 교황은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을 찾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이후 교황은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구유광장에서의 공개미사 집전을 위해 이동하던 중 분리장벽 앞에 차를 멈추게 하고 5분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분리장벽은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차단하기 위해 쌓은 8m 높이의 벽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이는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교황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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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미 “교황앞에서 노래하는 소원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노래하고 싶다는 소프라노 조수미(52·사진)의 소원이 이뤄졌다. 6일 조수미와 음반 계약을 맺은 유니버설뮤직은 조수미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초청돼 특별공연을 한다고 밝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수미는 4월 새 앨범 발매에 맞춰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기 때문에 그분 앞에서 노래하는 게 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수미는 15일 특별공연에서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 미사에서는 4월 앨범에 수록된 ‘파니스 안젤리쿠스’를 부른다. 조수미는 “이번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일정을 미뤘다”며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가는 그분의 말씀이 세계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가수 인순이(57)도 ‘거위의 꿈’ ‘우산’ ‘친구여’ 등을 노래한다. 미사 반주를 맡은 오르간 연주자 오주현 씨는 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화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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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한 목자, 프란치스코]사람들에게 감동주는 것, 리더십의 원천

    저자는 지난해 가톨릭교회의 교황 선출 선거인 콘클라베가 끝나기 전, 유일하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을 점쳤던 이탈리아 출신 바티칸 전문 기자다. 저자는 교황의 유년시절부터 교황 선출 후 근황까지의 다양한 일화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위대함을 강요하는 글이 아닌, 인간 베르고글리오의 따뜻한 감성과 인간미를 잔잔하게 소개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혼란을 겪고 있던 시점에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임기 마지막 해에 기밀문서 누출 사건, 일명 ‘바티리크스’ 스캔들이 터진 것. 기밀문서에는 교황청 내부의 권력투쟁과 뒷돈을 챙긴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의 비리 등이 담겨있었다. 사건 이후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의 나이를 이유로 사임한 뒤 교황 프란치스코는 무너진 바티칸의 신뢰를 진정성으로 다시 다져나가기 시작한다. “제가 교황이니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교황은 세단과 수행원을 거부한 교황으로 유명하다. 그보다는 형제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 타기를 더 좋아한다. 주교 신분이었을 때에도 비서를 두지 않았던 그는 교황이 된 뒤에도 수행원 도움 없이 직접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싼다. 스스로 숙박비를 내지 않을 만큼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교황 선출 당일 직접 성직자 숙소의 숙박비를 계산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되레 성직자 숙소 관계자들이 당황하면, “제가 교황이니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라고 힘 줘 말한다. 가톨릭 신자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복음을 보여주는 교회’를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철저하게 자신의 행동으로 사람을 끌어 모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교황의 보통성과 검소함에 사람들은 매료된다는 것.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주교를 역임하는 기간에도 친절하고 검소한 모습, 현명한 조언으로 모든 사제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대주교 시절 교황은 빈민촌의 폐휴지를 줍는 사람들과 실업자를 위해 수많은 미사를 집전했다. ‘빈민가의 교황’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적인 교황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기본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핵심적인 리더의 원칙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선정하는 ‘8월 청소년 권장도서’로도 선정됐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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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세월호 유가족-생존 학생 만난다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1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만난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5일 서울 중구 명동길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황께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면담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중 강론을 통해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는 데 이어 미사 뒤 경기장 내에 마련된 임시 제의실에서 생존 학생과 유족들을 따로 만난다. 이 면담에 참여할 인원은 확정되지 않았다. 방준위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에 대한 시복미사’ 장소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방준위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사회사목 담당 신부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시복식 행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 최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방준위는 16일 시복미사의 세부적인 내용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교황은 한국 최대 순교 성지인 서소문 성지를 참배한 뒤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며 신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미사가 시작되면 교황과 공동 집전자인 염수정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제대 앞에서 성호를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시복 예식에 들어간다. 제대 한쪽에는 성모상이 놓인다. 이 성모상은 복건을 쓴 아기 예수와 비녀를 꽂고 한복을 입은 성모로 구성돼 있다. 교황이 미사 중 앉을 의자에는 태극기의 4괘가 새겨진다. 순교자들을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시복예식은 시복미사의 핵심이다. 시복미사의 분위기는 한국 교회의 시복청원에 이은 교황의 시복 선언으로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교황의 강론은 순교자의 삶과 죽음이 갖는 의미와 오늘날 신자들이 본받을 것에 관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방준위는 18일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북한 천주교 인사들이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방준위는 “천주교주교회의에 확인한 결과 북한 관계자들이 7월 말 여러 사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해왔다고 한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북한 측이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5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북한 측에 미사 참석을 요청한 바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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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오페라극장 세트 통째로… 서울서 ‘원조 토스카’ 즐긴다

    올여름 굳이 로마에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로마 오페라극장 무대를 그대로 옮긴 오페라 ‘토스카’를 즐길 수 있다. 114년 전통을 지닌 로마 오페라극장의 오페라 ‘토스카’가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로마 오페라극장과 솔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하고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토스카’는 로마 오페라극장의 무대, 의상, 소품, 조명 등 무대를 통째로 들여온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가 종신 음악감독으로 있는 로마 오페라극장은 1900년 1월 14일 오페라 ‘토스카’를 초연한 곳이다. 이 작품은 1800년 6월 로마를 배경으로 살인, 강간미수, 고문, 자살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작곡가 푸치니(1858∼1924)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오페라로 자리매김한 토스카는 총 3막으로 구성됐으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호색한인 경찰청장 스카르피아,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소프라노로 무대에 서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 그리고 토스카의 연인이자 정치범으로 스카르피아에게 체포된 카바라도시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무대에서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33)은 감동적인 울림을 선사하는 성악가로 손꼽힌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극장으로 손꼽히는 라 스칼라 극장의 메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토스카의 매력은 푸치니의 웅장한 음악과 인간의 고통, 기쁨, 욕망을 담은 현실적인 주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한 부분이 아닌 2막 전체가 작품의 하이라이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스카르피아는 권력을 악용해 토스카를 차지하려 하고, 토스카는 사랑하는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 스카르피아에게 몸을 맡기는 척한다”며 “이 대목에서 음악과 연기자들의 감정이 어우러져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을 발산할 것”이라고 했다. 토스카 역에는 소프라노 루이젤라 데 피에트로, 카바라도시 역에는 뮌헨 국립극장, 베네치아 국립극장 등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온 테너 레오나르도 그라메냐가 캐스팅됐다. 지휘를 맡은 파비오 마스트란젤로(49)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같은 세대의 지휘자들 중에서 유망한 젊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홀 극장장과 예술감독, 상트페테르부르크 카메라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노보시비르스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작곡가 푸치니가 예술적인 역량이 전성기일 때 토스카의 다양한 노래를 작곡해 토스카는 눈과 귀가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라며 “불협화음을 사용해 극 전체의 불안과 공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곡을 즐기는 것도 재미”라고 강조했다. 로마 오페라극장 무대를 그대로 옮겨오는 이번 공연에서 무대 장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1막 무대인 성 안드레아 성당, 2막의 파르제네 궁, 3막의 성 안젤로 성벽은 실제 로마의 명소이자 역사적인 장소를 본떠 만든 것이다. 오페라를 즐기며 로마의 명소를 간접적으로나마 관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성 안드레아 성당의 벽화를 재현한 대형 그림은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채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 22,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29만 원. 1544-937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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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방울 ‘수궁가 완창 음반’ 한정판 한달만에 매진

    1956년 11월 24일 오후 6시 반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위치한 옛 국립국악원 일소당. 전날 부산 공연을 마치고 밤새 열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명창 임방울(1904∼1961·사진)이 부랴부랴 무대에 올랐다. 국립국악원과 국악진흥회 공동 주최로 열린 ‘수궁가’ 완창 무대는 2시간 15분에 걸쳐 이어졌다. 임방울이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무대에서 열창한 완창 무대였다. 6월 300장 한정 발매로 출시된 이날 공연의 실황 음반이 최근 모두 판매됐다. 임방울의 수궁가 완창 음반은 2004년 디지털 음반으로 출시됐지만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았고 2009년 폐반됐다. 이 음반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012년 시작한 ‘알라딘 절판 음반 단독 시리즈’의 일환이다. 출시 한 달여 만에 300장이 모두 팔리자 알라딘 측에서 오히려 놀라고 있는 분위기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14개가 나왔는데 임방울의 수궁가 앨범이 유일한 국악 앨범이다. 알라딘 박상우 MD는 “임 선생은 국창(國唱)으로 불릴 만큼 우리 국악계에 많은 역할을 하신 분인데 그의 소리가 담긴 앨범조차 폐반됐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재조명의 필요성을 느껴 한정 발매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총 3개의 CD로 구성돼 있다. 간단한 곡 소개와 함께 임방울이 ‘호남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후 ‘용왕 탄식’부터 마지막 ‘토끼 독수리 만나는’ 대목까지 이어진다. 공연 실황 녹음인지라 곡 사이사이 ‘쉬어갑시다’라고 말하는 등 임방울의 생생한 목소리마저 덤으로 듣는 재미가 있다. 당시 녹음 장비의 한계로 재생음의 해상력이 다소 떨어지긴 하나 나름의 풍기는 예스러움은 멋스럽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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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차 안타는 교황 지켜라”… 광화문에 4.5㎞ 방호벽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14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 89년 방한에 이어 25년 만이다. 특히 교황이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는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에 공식적으로 초청된 인원은 17만219명. 일반 신자와 구경 인파까지 포함하면 50만∼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유명하다. 난민을 만나고 장애 여성의 머리에 키스하는가 하면 자신의 주케토(가톨릭 성직자의 모자)를 벗긴 꼬마에게 온화한 미소로 화답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교황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내 나이에 잃을 것도 별로 없다”며 외국 방문 때 방탄차 사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 교황방문준비위원회에도 “가장 작은 급의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뜻을 전해 이번 방한 때 소형차인 기아차 쏘울을 탈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번 방한 때 국빈급 예우를 받는다. 국가 정상급 인사 중에서도 최고등급인 ‘A급 경호’를 받는다. 근접경호는 교황청과 청와대 경호실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광화문 고층건물 통제 ‘비상’ 시복미사는 광화문광장 북단에 제단이 마련된다. 초청된 인원은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장소에 앉아 미사에 참석한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대표적인 경호 취약 지역이다. 고층건물이 많아 저격 등 암살의 위험이 있고 인파가 몰릴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이날 경찰은 행사 장소를 총 31개 구간으로 나눠 28개 경찰서와 3개 직할대를 배치한다. 이때 총 3만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질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에는 가로 1.2m, 세로 0.9m 크기의 플라스틱 물통으로 된 ‘방호벽’으로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질 예정이다. 경찰은 총 4.5km 길이의 방호벽 뒤에 경찰관을 배치해 질서 유지를 하고 6m마다 출입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주변 고층건물은 행사 장소로부터 거리에 따라 A등급(50m 이내), B등급(600m 이내), C등급(1500m 이내)으로 나눠 경찰이 배치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경찰이 배치된다. 경찰특공대는 폭발물 탐지견과 시복미사 7일 전부터 행사장 인근에서 안전 점검을 한다. 고층건물과 지하철역, 인근 공원 등 폭발물이 숨겨져 있을 만한 곳이 모두 대상이다. 경찰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 총기 6만여 점도 사전에 수거에 나선 상태다.○ 지하철 버스 등 ‘올스톱’ 시복미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된다. 이때 광화문역과 시청역, 경복궁역에는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몇 시부터 운행을 재개할지는 미정. 이날 광화문과 시청 인근을 지나는 버스들은 노선을 우회 운행한다. 시복미사에 초청된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행사장 인근에서 내린 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로 걸어가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장과 다소 떨어진 곳에서 하차한 뒤 걸어오면 자연스럽게 줄이 형성돼 인파가 몰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6일 오전 3시부터 문(門)으로 된 금속탐지기와 방호벽을 설치한다. 참석자들은 오전 4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7시까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오랜 시간을 폴리스라인 내에 머물러야 하는 만큼 행사장 내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80동 설치된다. 행사장에는 총 40만 병의 생수가 지원되며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39대 등 방송시설도 설치된다. ○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은 어떻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달 14일부터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농성 중단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미사 당일 무작정 자리를 고수하면 반발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농성장 유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복미사 당일 광화문광장 일대 경호를 맡은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성장이 유지될 경우 최대 100만 명 가까운 인파 속에서 유족들의 신변 보호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 유족들과 이들의 농성에 반대하는 집단 간의 충돌 등 돌발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교황방문준비위원회는 시복 미사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광화문 광장 농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의 중이다.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복미사 당일 벌어질 수 있는 불법집회 및 시위 등 ‘돌발 변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천주교에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집회나 1인 시위 등이 열릴 가능성이 있어 이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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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무책임한 바람둥이인 ‘나쁜남자’ 헤세, 그의 여인들은 왜 매달리기만 했을까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도 권력관계는 존재한다. 사랑의 무게를 저울로 측정할 순 없지만, ‘누가 더 상대방을 사랑하느냐’를 놓고 주도권을 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구분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사랑에서 언제나 ‘강자’였다.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이며 가끔은 무책임할 정도로 제멋대로인 ‘나쁜 남자’ 헤세에게 숱한 여성들이 ‘희생’을 감내했고, 그에게 매달렸다. 책은 헤세가 혼인한 세 명의 부인과 주고받은 서한을 토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우위’였던 헤세의 ‘나쁜 사랑’을 보여준다. 헤세의 첫 번째 부인은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 헤세와 아홉 살 연상녀 마리아의 관계는 완벽한 ‘갑-을’ 관계였다. 헤세는 늘 신경질적이었고,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다. 마리아는 남편에게 불평은커녕 저자세로 눈치만 살폈다. 결혼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잠수를 탄 헤세에게 마리아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내가 당신한테로 가야겠어요. 제발 나한테 소식 좀 전해주세요”라고 읍소한다. 또 마리아가 둘째 아들을 출산했을 때 프랑크푸르트로 홀로 여행을 간 헤세에게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출산했어요. 힘든지도 모르겠어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적어 보냈다. 돈을 버는 가장도 아니었다. 마리아의 부유한 친정아버지가 이들 부부의 ‘백지수표’ 역할을 했다. 마리아의 말년은 불행했다. 우울증을 앓았고, 정신분열 증세도 보였다. 그렇게 매달렸는데도 끝내 헤세와 이혼했다. 헤세의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은 ‘막장 드라마’였다. 헤세는 마리아와 이혼하기 전부터 성악가 루트 벵거와 연애 감정을 키워 간다. 루트는 마리아와 달리 당차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여성이었다. 루트는 헤세에게 마리아와 이혼할 것을 종용했고, 결국 그의 부인이 된다. 하지만 이기적인 헤세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루트는 결국 외로움에 괴로워하다 남편의 친구인 화가 카를 로퍼와 바람이 난다. 같은 시기 헤세 또한 자신의 오래된 팬이자 스무 살 연하의 유부녀인 ‘니논 돌빈’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바람을 피운다. 둘은 결국 이혼한 뒤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니논이 헤세에게 매달리는 모양새는 전 부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대체 헤세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를 ‘데미안’ ‘유리알 유희’ 등을 통해 심오한 정신세계를 보여준 작가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모 아니면 도’의 반응을 보일 것 같다. 나쁜 남자 헤세에게 또 다른 매력을 느끼거나, 안티 팬이 되거나.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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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4위 순교자 모두가 중요… 원근법 없이 똑같이 그렸죠”

    《 걸개그림 중앙에는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서 있고, 다른 순교자들은 빨마가지(순교자의 승리를 의미하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일부는 십자가를, 동정녀들은 백합을 들고 서 있다.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 등 파스텔 계열의 물감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다.이 그림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가로 3m, 세로 2m 크기에 124위 모두 한 그림에 담았다. 이 작품은 천주교주교회의 요청에 따라 시복식 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30일 걸개 그림을 맡은 김형주 작가(67)와 124위 순교자 초상화 작업을 마친 권영숙 작가(76)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작업실에서 만났다. 》               김 작가는 “시복식 전까지는 그림이 나가서는 안 된다”며 사진 촬영을 막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그림은 보여 주겠다”며 작업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 작품은 요한묵시록에 나온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서 어좌 앞에 또 어린 양 앞에 서 있다’는 구절을 토대로 그려졌다. 김 작가는 “걸개그림에는 순교자 124위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줄을 지어 하늘나라로 입장하고 있다”며 “그림 밑쪽에는 화동이 순교자들을 맞이하는 장면을 묘사했다”고 말했다. 124위 어느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원근법을 무시하고 동일한 크기로 그려 넣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옆에 있던 권 작가는 “하느님의 빛(순교자)이다 보니, 124위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얼굴이 환하다”고 평했다. 두 작가는 가톨릭미술가회 소속 회원 6명과 함께 124위 초상화 제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순교자들 대부분은 초상화나 사진이 없어 작업이 쉽지 않았다. 초상화 작업은 크게 ‘인물 사진을 통한 골상 수집→124위 약전 연구→18, 19세기 조선인 골상 및 복식 반영→작가별 묵상을 통한 순교자들의 모습 스케치 및 색칠→주교 및 교회사 박사 감수→수정→완성’의 7단계를 거쳤다. 후손이 남아 있는 일부 순교자들은 사진을 구해 광대뼈와 턱뼈 모양을 잡으면서 집안 특유의 골상을 반영했다. 유화가 아닌 수채물감과 파스텔을 이용해 100년 이상 작품이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김 작가는 “8명의 작가들이 순교자들과 비슷한 인상의 사람을 찾기 위해 옛 조상들의 모습과 현대인들의 얼굴, 몽골 사람들의 사진을 수집하거나 직접 찍어 골격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작가들마다 습관적으로 자신의 스타일이 나올 것을 경계해 수십 번 수정 작업을 거쳤다”며 “복녀의 모습은 주로 수녀님들에게서 받게 되는 인상을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2월부터 4월까지 8명의 작가들은 3개월 내내 매달렸다. 권 작가는 “가루인 파스텔로 작업하다 보니 하루에 7시간 이상 엎드려서 그림을 그렸다”며 “화가 인생 60년 동안 그림 그린 뒤 하늘에서 별이 보인 건 처음”이라며 “50∼70세 화가 8명 모두 작업을 마친 뒤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살도 잠시, 두 작가는 “하느님이 주신 그림 그리는 재능을 하느님께 바쳤다는 점에서 참여한 작가들 모두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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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공연 중 객석서 삐리릭~ 당신도 ‘스마트폰 진상’?

    지난해 8월 서울시향이 연주한 말러 교향곡 9번은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벚꽃엔딩 협주곡’으로 불린다. 이 공연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이 실황을 녹음했다. ‘불청객’은 정명훈 감독의 지휘로 1악장 연주가 조용히 이어지고 있을 때 등장했다. 갑자기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휴대전화 벨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 것. 공연 이후 인터넷에선 해당 관객을 질타하는 공연 후기가 이어졌고, 말러 9번 1악장은 졸지에 벚꽃엔딩 협주곡이란 새 별명을 얻었다. 5월 23일 열린 서울시향의 ‘정명훈의 말러 교향곡 5번: 더브릴리언트 시리즈2 연주회’. 공연 전 ‘휴대전화 전원을 꺼 달라’는 몇 차례 안내방송이 나갔지만 3악장의 서정적인 연주가 물이 오를 즈음 객석에선 요란한 휴대전화 벨소리가 두 차례나 울렸다. 연주자들뿐 아니라 객석의 다른 관객들마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DG와 음반 발매 장기 계약을 한 서울시향은 ‘벨소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공연의 실황을 녹음해 음반으로 발매해야 하는데 난데없는 벨소리가 녹음을 망치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황 음반 작업 시 특정 프로그램을 통한 소음 제거는 필수 작업이 됐다. 서울시향의 연주 실황 음반을 담당하는 톤마이스터 최진 씨(41)는 “휴대전화 벨소리와 관객의 기침소리 같은 소음과 잡음은 특정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번 지우는 작업을 한다”며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리허설 연주 녹음을 해 놓고 나중에 짜깁기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뿐만 아니다. 클래식 공연 단체와 기획사들도 휴대전화 벨소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달아 열린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공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말러 9번 정기연주회에서도 벨소리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기획해온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최악의 ‘벨소리 테러’를 겪었다. 2011년 3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었다. “당시 브루크너 8번 중 3악장의 아다지오를 연주 중이었다. 그때 객석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그 벨소리는 장장 38초 동안 이어졌다. 조용히 연주되는 아다지오 부분이라 누가 접근해 말릴 수도 없었다. 답답함을 넘어 미칠 지경이었다.”(빈체로 송재영 부장) 이날 공연에선 그 흔한 앙코르 연주도 없었다. 콘서트가 끝난 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연주를 계속했지만 분명 벨소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휴대전화 벨소리 테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공연계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후 휴대전화 벨소리를 막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도 나왔다. 빈체로는 3년 전부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측에 공연마다 5만 원을 지불하고 휴대전화 전원 끄기, 악장 사이 박수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추가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일본 공연장에서는 전파차단기를 설치해 휴대전화 벨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서면 휴대전화는 자동으로 ‘먹통’이 된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전파차단기를 시범 도입해 운영했지만 2003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누구든지 전기통신 설비의 기능에 장해를 줘 전기통신의 소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을 이유로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음악평론가 류태형 씨는 “소리는 클래식 공연의 생명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했다. 공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주요 공연장 안에 전파차단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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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하여”… 백건우, 8월 16일 시복식서 헌정 연주

    피아니스트 백건우(68·사진)가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헌정곡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연주한다. 29일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때 백건우 씨가 이 곡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곡은 리스트가 작곡한 8분 분량의 피아노곡으로 백 씨가 직접 선곡했다. 프랑스 파리 저택에 머물고 있는 백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곡은 리스트가 성인 프란치스코의 삶에 감동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신앙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며 “이 연주를 통해 방한 결정을 내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준위에 따르면 백 씨와 배우인 부인 윤정희 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출연료를 받지 않고, 연주에 필요한 경비도 부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준위는 30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대성당에서 축하음악회 ‘코이노니아―우리 모두 선물이 된다’를 연다. 배우 안성기의 오프닝 멘트로 시작하는 음악회는 시인 김용택, 가수 바다 윤건 SG워너비 바비킴, 발레리나 김주원, 방송인 이동우 최유라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무료.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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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찾은 ‘神이 내린 플루티스트’

    “한국 관객들의 따뜻함과 열광적인 반응을 잊지 못해 대관령을 찾았습니다.” 영국 더 타임스가 ‘신이 내린 플루티스트’라고 평가한 이스라엘 출신의 플루트 연주자 샤론 베잘리(43)가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찾았다. 2004년 첫 내한공연에 이어 2010년 서울시향과 협연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어온 그가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25일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함께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에르빈 슐호프의 플루트 소나타를 연주한 그는 특유의 ‘순환호흡법’을 구사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순환호흡법은 그가 플루티스트 오렐 니콜레(88)에게 배운 것으로, 숨을 내쉬는 동안에도 한쪽으로는 숨을 들이쉬어 연주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믿기 힘든 기교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마치 현악기를 연주하듯 프레이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26일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베잘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호흡법에 대해 “연주자 입장에선 숨이 모자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제 호흡 소리가 너무 커 어색해하는 관객도 있다”며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들숨과 날숨을 동시에 주고받다 보니 호흡 소리가 큰 편이다. 호흡 또한 하나의 음악으로 생각하며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베잘리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대표적인 ‘뮤즈’로 통한다. 고전 레퍼토리는 물론이고 현대음악에도 정통한 그에게 소피야 구바이둘리나, 칼레비 아호 등 유명 작곡가들의 곡 헌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헌정된 협주곡은 모두 20곡에 달한다. 베잘리는 “베토벤을 비롯한 고전음악가들도 연주자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곡을 만들었다”며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창작활동에 뮤즈가 된 나는 굉장한 행운아”라며 웃었다. 그는 세계적인 정상급 플루티스트이지만 소탈한 매력을 지녔다. 25일 대관령국제음악회 첫 무대를 마친 뒤 1부와 2부 공연 사이 휴식시간 때 로비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직전까지 무대에서 연주한 그를 알아본 팬들의 사진 요청이 이어졌고, 베잘리는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가며 팬들과 사진을 찍었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만큼이나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겨요. 인터미션 때 직접 로비로 달려가 팬들을 만나곤 하죠.” 베잘리는 8월 1, 2일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 연주가 시리즈 무대에 2번 더 오를 예정이다. “앞으로 한국 팬들과의 소통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달려올 겁니다. 그들은 매번 제게 특별한 느낌을 주거든요.”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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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전산망 공감 많지만 복잡한 이해 얽혀 10년째 ‘제자리’

    투자자 A 씨는 뮤지컬에 투자할 때마다 작품에 대한 제작비와 수익률 등 자료를 확보하느라 애를 먹는다. 뮤지컬은 공개된 자료가 없어 제작사별로 각각 정보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받는 제작사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다른 제작사의 자료는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A 씨는 “작품에 투자를 하려면 비슷한 규모의 작품을 최소한 3편은 검토해야 하는데 유료관객 수 같은 기초적 데이터도 구하기가 어려워 다른 투자사에 사정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단일 시즌 최다 관객을 모은 뮤지컬 상위 3개 작품은 지킬앤하이드(35만 명, 2011년), 오페라의 유령(33만7000명, 2009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24만6000명, 2001년)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별 발표 내용을 토대로 한 정보이기에 정확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반면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1362만4328명)와 그 뒤를 잇는 괴물(1301만9740명), 도둑들(1298만3330명)에 대한 국가인증 공식 자료는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 중인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접속하면 영화별 매출액, 점유율, 누적 관객 수, 상영 횟수, 상영 스크린 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도 배급사별 점유율을 확인해 믿을 만한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화는 2004년 5월부터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뮤지컬 업계 관계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5%가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뮤지컬 시장에선 시장점유율 55%(온라인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티켓예매처 인터파크가 사실상 ‘통계청’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부터 공연예술 통합전산망(www.kopis.or.kr) 시스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명동예술극장 등 7개 국공립 공연장 16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의 회차별 관객 수, 누적 관객 수, 매출액 등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연계에서 10여 년째 진행된 논의가 마침내 첫 싹을 틔운 것이다. 하지만 국공립 공연장 7군데에 오른 작품 가운데 극장이 판매한 티켓에 한해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인’ 통합전산망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뮤지컬협회, 공연 제작사, 티켓예매처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했지만 판매 좌석 공유 등을 둘러싸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연제작자, 배우, 연출진 등으로 구성된 한국뮤지컬협회는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인터파크, 옥션 등 티켓예매처별로 나눠서 팔고 있는 공연장별 판매 좌석을 공유하는 방식의 통합전산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는 티켓 판매 현황을 집계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지만 판매 좌석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기업이 10년간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판매 좌석을 공유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고 영화처럼 작품 정보와 매출, 관객 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통합전산망을 구축하자는 입장이다. 이유리 청강대 뮤지컬과 교수는 “뮤지컬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시장의 현황을 보여줄 수 있는 정확한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각 이해 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하며 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설문 응답자 20인(가나다순)김선미 엠뮤지컬아트 대표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부문 사업부장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한국뮤지컬협회장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송한샘 쇼노트 총괄이사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평론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이지나 연출가 장유정 연출가 조용신 뮤지컬평론가·연출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최나미 창작컴퍼니다 대표 최용석 비오엠코리아 대표 한승원 HJ컬쳐 대표김정은 kimje@donga.com·손효림 기자   }

    •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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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好통/김정은]‘강수진표 나비부인’ 공연취소, 늦게나마 다행

    국립발레단이 내년도 첫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던 ‘나비부인’ 공연을 전격 취소한다고 23일 밝혔다. 나비부인은 올해 국내 무용계의 최대 화제작이었다. 4∼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초연된 이 작품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주역으로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뉴스가 됐고 강 단장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발레단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런데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둔 지난달 30일 국립발레단은 내년도 첫 레퍼토리로 ‘나비부인’을 선정했다. 대개 국립 예술 단체들은 다음 해 작품을 상반기와 하반기, 또는 1년 치를 한꺼번에 발표한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은 ‘나비부인’ 공연 계획만을 앞당겨 깜짝 발표했다. 이례적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강 단장이 직접 무대에 서는 ‘나비부인’의 초연에 앞서 홍보 차원의 발표라는 말도 나왔다. 세간에선 ‘강 단장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왔다. ‘발레리나 강수진’에게 ‘나비부인’은 의미가 큰 작품이다. 강 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스브루크 발레단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이 저를 위해 만들어 주신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입장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는 국립발레단 수장이고, 그가 선택한 2015년 국립발레단의 첫 작품이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홍보한 ‘나비부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나비부인’은 실망스러웠다. 공연 후 혹평이 잇따랐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해외 유명 발레단의 내한공연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허점이 너무 많았다. 한 무용평론가는 “‘나비부인’의 완성도는 민망할 정도였다.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안무는 현대발레인지 고전발레인지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고 음악도 통일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용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왜 이 작품이 ‘강수진의, 강수진만을 위한 작품인지 알겠다.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다른 무용수들이 너무 못해 강 단장만 군계일학으로 보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강 단장이 공연을 전격 취소한 건 늦게나마 다행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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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유와 설탕이 잘 녹아든 커피같은 평론”

    “안동림 선생의 클래식 평론은 우유와 설탕이 잘 녹아든 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들게 했어. 그만큼 술술 머릿속에 들어왔고, 소화하기 쉬웠지. 안 선생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가 늘 내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기분이야.” 2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풍월당 5층 소극장에서 열린 ‘고 안동림 선생 추모음악회’. 이곳을 찾은 1세대 음악 평론가 이순열 씨(79·전 동아일보 출판국 출판위원)는 이렇게 고인을 회상한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추모 음악회에는 고인의 제자와 지인, 클래식 애호가 등 100여 명이 찾았다. 음악회 사회를 본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음악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 한 장의 명반’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었다”며 “안 선생님은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의 미덕을 전해주는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고인의 저서 ‘이 한 장의 명반’에서 발췌한 글귀와 이에 해당하는 베토벤, 바흐의 음악 선율, 고인의 사진으로 구성된 5분가량의 영상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영상이 나오는 동안 흐느끼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이어 고인의 제자들이 연주에 나섰다. 중앙대 이연화 교수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와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했다. 뒤이어 첼리스트 김해은과 피아니스트 홍청의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함께 연주했다. 서정적 선율의 연주곡들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선곡됐다. 이날 추모 음악회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지 못한 지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유가족들은 평소 “번거롭지 않게, 소박하나 따뜻하게 후사를 치러 달라. 종이함 유골에 담아 일체의 장식 없는 묘를 써 달라”고 당부한 고인의 유지에 따라 직계가족만 모여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부고 소식도 별세 9일 뒤인 10일에야 알려졌다. 장녀 안영호 씨는 “아버지의 뜻에 따른 것이지만 아버지를 잘 아는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음악이 따스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주회가 진짜 장례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한동안 눈물을 긋지 못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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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공연 선호극장은…객석 1766석 ‘최다’… 블루스퀘어 가장 인기

    뮤지컬 제작사 입장에서 공연장 대관은 작품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객석의 규모, 공연장 접근성, 무대 시설 등에 따라 매출은 물론이고 관객의 만족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뮤지컬 관계자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제작자들은 장기 공연용 대관극장으로 인터파크가 위탁 운영 중인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6명)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다른 극장에 비해 블루스퀘어는 객석 수가 많아 제작비 회수가 비교적 쉽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블루스퀘어 객석 수는 총 1766석. LG아트센터(1100석), 샤롯데시어터(1241석), 충무아트홀 대극장(1250석)과 비교하면 제작자 입장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공연장을 바꿔 공연 중인 ‘위키드’ 흥행 실적은 대표적인 사례다. 제작사 설앤컴퍼니에 따르면 2012년 블루스퀘어에서 위키드 내한공연은 전석 매진이었을 때 회당 1억9900만 원(유료 객석 수 1604석)을 기록했다. 현재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라이선스 위키드 공연은 전석 매진일 경우 1억2500만 원(유료 객석 수 1163석)의 매출을 올린다. 1회 공연당 블루스퀘어가 441석의 티켓을 더 팔 수 있는 셈이다. 근소한 차로 2위를 차지한 극장은 LG아트센터(5명)였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바로 연결되는 등 지리적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엄격하게 고른 작품만 공연한다는 이미지에 따른 ‘프리미엄 효과’, 음향시설과 무대 메커니즘의 장점 등이 주된 이유였다. 샤롯데시어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 뒤를 이었고 충무아트홀 대극장, 디큐브아트센터도 한 표씩 선택 받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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