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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방(沒放) 배구’. KB손해보험이 30일 현재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유를 네 글자로 요약하면 이렇게 쓸 수 있다.‘말리 특급’ 케이타(19)는 이날 현재 KB손해보험 전체 팀 공격시도(1203번) 가운데 57.6%(693번)를 책임지고 있다. 프로배구 역사상 남녀부를 통틀어 이보다 공격 점유율이 높았던 건 2013~2014 시즌 삼성화재 레오(30·쿠바·59.9%) 딱 한 명뿐이었다.그러면 KB손해보험이 잘 나가는 이유를 세 글자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첫 번째 정답은 물론 ‘케이타’다. 그리고 두 번째 정답은 ‘김정호’라고 할 수 있다.김정호(23·레프트)는 이번 시즌 팀이 치른 11경기 47세트에 모두 출전해 159득점(공격 137점, 서브 16점, 블로킹 6점)을 올렸다. 득점과 공격 점유율(19.1%) 모두 팀 내 2위다. 박철우(35·현 한국전력)가 삼성화재에서 가빈(34·캐나다), 레오와 함께 ‘풀 시즌’을 소화한 4년 동안 남긴 공격 점유율이 20.3%(1만1627회 중 2358회)였다.게다가 박철우는 이 기간 삼성화재 전체 서브 리시브(8412개) 가운데 3.8%(316개)밖에 책임지지 않았지만 김정호는 상대 서브 가운데 36%(팀내 1위)를 받았다.그렇다고 공격 효율이 떨어지느냐. 완전 반대다. 김정호는 이날 현재 공격 효율 0.435로 공격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단, 서브 리시브 성공률(36.4%)은 아주 빼어난 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36.4%는 서브 리시브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1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정호는 대신 리시브 후 본인이 곧바로 공격에 나섰을 때 공격 효율 0.587를 기록했다. 이런 공격을 20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제일 높은 기록이다. 상대팀 관점에서 보면 서브 리시브가 약하다고 해도 김정호에게 서브를 넣는 게 별로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김정호는 상대팀 리시브 효율을 25.3%로 만드는 수준급 ‘서버’이기도 하다. 서브를 150개 이상 넣은 ‘토종’ 선수 가운데 이보다 상대팀 서브 리시브 효율을 떨어뜨리는 선수는 정지석(25·대한항공·0.73%) 한 명뿐이다.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8월말 열린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 대회 기간 내내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하면서 대회를 마감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KB손해보험이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 8월 26일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 감독에게 ‘이번 대회를 통해 팀에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감독은 “선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현재 우리팀은 프로가 아니라 실업팀 수준이다. (조 편성이 달라 맞붙을 일이 없었던) 상무하고 붙었어도 패했을 것”이라며 “선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이 감독에게 ‘나머지 6개 구단에서 아무나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골라올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곧바로 정지석을 꼽으면서 “연봉 10억 원을 주고서라도 데려올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다”면서 “정지석은 서브, (서브) 리시브, 공격 모두 다 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V리그가 막을 올리자 이 감독은 정말 그런 선수와 함께 팀을 프로 수준 그것도 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세라 풀러(21·사진)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미식축구 ‘파워 5 콘퍼런시스’ 경기에 출전한 첫 번째 여자 선수가 됐다. 풀러는 29일 미국 미주리주 컬럼비아에서 열린 미주리대와의 NCAA 사우스이스턴 콘퍼런스(SEC) 경기에 밴더빌트대 키커로 이름을 올렸다. 파워 5 콘퍼런시스는 SEC를 비롯해 NCAA 미식축구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5개 콘퍼런스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밴더빌트대 4학년인 풀러는 원래 이 학교 여자 축구부 주전 골키퍼다. 그런 풀러가 미식축구 경기에 나서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미식축구부 선수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밴더빌트대는 이날 미주리대에 0-41로 완패했다. 풀러 역시 필드골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했다. 그 대신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킥을 날리면서 역사를 썼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대기업 흙수저 커플 2014년 결혼해서 참 행복했습니다.부모 지원 한 푼 없이 서로 모은 돈 1억5000만 원으로 결혼했습니다.2014년 마포X미안X르지오 전세 3억 원에 들어가서 만기 때인 2016년쯤 주인이 싸게 6억 원에 주겠다고 했는데 (그 당시 시세 저층이 6억3000만 원) 제가 대출받기 싫어서 완강히 거절 … 이때 와이프랑 처음 부부 싸움.결국, 전세 한번 연장 후 지옥이 펼쳐졌네요. 저는 항상 죄인이 된 기분이었고, 와이프도 안 그런 척하지만 항상 화가 나 있고…결국 얼마 전 또 집 때문에 부부싸움 도중 제가 손이 나가서 협의 이혼했습니다. 숙려기간이기는 하지만 의미 없고요.어차피 문재인 정부 때 미친 듯이 올라서 떨어져봤자 10억 원 오른 거 5억 원 떨어지면 뭐 하나 생각도 들고요.이혼하니까 집값은 이제 포기 상태입니다. 100% 오른 거 10% 잠깐 떨어지면 호들갑 떠는 X들이니까요.그냥 원룸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다가 고독사로 죽어야겠지요.”‘집값정상화시민행동’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느끼시는 분이 적지 않으실 거다. ‘집을 샀느냐, 안/못 샀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 분이 한둘이 아닐 테니 말이다.● 달아난 악령부동산 정책 목표가 ‘주택시장 안정’과 ‘국민 주거복지 향상’이라고 한다면 현 정부는 낙제점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현 정부 관계자 중에는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드라이브를 걸었던 혜택을 이명박 정부에서 봤고, 박근혜 정부 때 부양책으로 ‘전세 얻을 돈이면 조금 대출 받아서 집 사라’고 내몰고 임대 사업자에게 혜택을 줬다”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결과를 이 정부가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그는 계속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 집에 대한 애착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아주 강하고, 서울로 집중하면서도 특정 지역 선호도가 매우 높은 특이한 경우”라면서 “서울 인구는 줄었는데 가구 분할로 세대는 9만 가까이 늘었다. 신규 물량이 필요한데, 과거부터 준비가 안 돼 있어 수요와 공급이 안 맞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부동산(값)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 정책 때문”이라고 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자금이 부동산에 몰린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현 정부 인사들 인식은 과연 현실과 얼마나 부합할까? 정말 현재 부동산 시장이 이 모양인 건 정말 전 정부 탓일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일단 ‘참여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드라이브’를 걸었던 건 맞다. 왜 이런 드라이브가 필요했을까? 집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KB국민은행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2월 부동산 가격 지수를 100이라고 할 때 퇴임 시기였던 2008년 2월에는 157까지 올랐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57% 올랐던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가격 지수는 100에서 112로 올라가는 데 그쳤다. 전세 수요는 100% 실수요지만 주택 수요 가운데는 ‘투기 수요’도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을 살펴보면 집값에 ‘거품’이 얼마나 끼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아파트가 매매가가 5억 원인데 전세는 3억 원이라면 이 비율은 60%가 된다. 이 아파트 매매가가 8억으로 올랐는데 전세는 4억 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면 전세가율은 50%로 내려간다. 그러면 집값 상승분에 거품이 끼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이 그래프를 보면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전세가율이 꾸준히 내려간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꾸준히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정책 효과’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사이클’일 수도 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노무현 정부 때 생긴 거품이 부풀고 부풀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터졌다는 점이다.거품이 때가 되어서 터진 걸까 아니면 이명박 전부에서 터뜨린 걸까.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평가는 ‘터뜨린 것’에 가깝다.“이명박 정부 때 반값 아파트(보금자리 주택)을 펼쳤죠.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이명박은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라 돌아가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반값에도 분양이 가능한 걸 알아요. 이명박을 속일 수가 없었던 거죠. 자꾸 고위 관료들이 속이려 드니, 현대건설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을 LH 사장으로 보내버려요. 그 다음 강남 아파트를 평당 1100만 원(당시 주변 시세는 평당 3000만 원 선)에 분양해 버려요. 이러니 집값을 잡죠.” ─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인용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매달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월평균 1.70%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0.15% 줄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 0.56%가 오르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2.50%까지 상승률이 올랐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현상이 모두 ‘정책 효과’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 미로의 날들그러면 이렇게 거품을 터뜨렸을 때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제일 먼저 나타는 현상은 ‘집을 파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이 조사를 두 번째로 실시한 2008년 44.9%였던 서울 지역 자가 거주 비율은 2010년 41.2%로 줄었다. 지금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집만 사면 다 부자가 될 것 같지만 사실 집을 산다는 건 집값이 내릴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이어 전세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달(2008년 3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100이라고 하면 마지막 달(2013년 2월)에는 132까지 올랐다. 30% 넘게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든 이들은 ‘보증금 있는 월세’ 그러니까 반(半)전세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전 의원을 경제부총리를 임명한 2014년 7월이 되면 이 전세 지수는 147까지 오르게 된다. 같은 기간 매매 지수는 100에서 95로 내렸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전세 얻을 돈이면 조금 더 대출받아서 집 사라’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서울 사람들은 정말 집을 사기 시작했다. 2014년 40.2%였던 서울 지역 자가 거주 비율은 그다음 조사 때였던 2016년에는 42%, 2017년에는 42.9%로 올랐다.이제 와서 보면 ‘빚 내서 집 사라’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니었다. 정말 ‘조금 더 대출을 받으면’ 집을 사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 가격 그러니까 아파트 가격을 놓고 1등부터 101등까지 순위를 매겼을 때 50등에 해당하는 가격은 5억9300만 원이었다. 당시 전세가율은 75.1%(전세가 4억4534만 원)였으니까 1억4766만 원을 (추가) 대출받으면 이 집을 살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을 따랐던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부자’가 됐다.반면 국토교통부에서 이 가격을 제공하는 가장 최신 시점인 올해 8월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8100만 원이고 전세가율은 53.3%다. 따라서 전세 대신 매매를 선택하려면 5억428만 원을 (추가) 대출 받아야 한다. 대출받아야 하는 돈이 3.4배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젊은 세대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게 점점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변하고 말았다.●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주거 형태 변화 그래프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건 ‘자가 & 전세’ 상관관계가 ‘전세 & 반(半)전세(보증금 있는 월세)’ 상관관계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한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알아볼 때 통계학에서는 ‘(피어슨) 상관계수’라는 지표를 쓴다. 이 지수는 -1부터 1 사이로 나타나는데 -1이면 완전히 반대 1이면 완전히 똑같다는 뜻이다.예컨대, 시대와 인종에 따라 따르지만, 키와 몸무게 사이 상관계수는 0.7~0.8 사이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키가 클수록 몸무게도 많이 나가지만 키가 크고 마른 사람도 있고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도 있기에 이 정도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다.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자가 & 전세 사이 상관계수는 -0.9553이다. 거의 일대일 비율로 자가가 늘면 전세가 줄었던 것. 전세 & 반전세는 -0.3556였다. 전세 대신 집을 사는 이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를 선택하는 이들보다 많았다는 의미다.전세에 살던 이들이 집을 사는 건 ‘실수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2016년에는 총 134만3116가구가 서울 지역에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었다. 2019년에는 137만3472가구로 3만356가구(2.26%)가 늘었다. 반면 집을 여러 채 소유한 가구는 52만943가구에서 52만1403가구로 460가구(0.09%)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대로 읽으신 게 맞다. 460가구다.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경제 법칙. 결국 서울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건 ‘실수요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현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 집에 대한 애착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아주 강하다”고 진단하고 있다.아니다. 새로 집을 산 이들 중에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않았다면 전세에 계속 만족했을 텐데도 어쩔 수 없이 ‘패닉 바잉’(Panic Buying)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위에서 본 것처럼 지난해까지는 서울시 생애 첫 주택 구입자가 꾸준히 줄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만7863명이 첫 집을 마련했다.● 사로잡힌 악령요컨대 아파트 가격이 이미 치솟은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바보’ 되기에 십상이라 아파트 구매 ‘전쟁’에 뛰어들게 되고,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더욱 오르는 순환고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요소는 없었을까?물론 있다. 이제 ‘유동성(流動性)’이라는 낱말이 등장할 때가 됐다.유동성은 ‘자본손실 없이 즉시 화폐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라는 뜻. 당연히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은 현금 그 자체다. 한국은행에서는 통화(通貨)를 유동성에 따라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L(전체통화)로 구분한다.가장 쉽게 설명하면 M1은 ‘현금 + 언제든 당장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하고 M2는 M1에 정기 예금·적금처럼 현금화할 때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금융 상품을 더한 개념이다. 따라서 M2 대비 M1 비율(M1/M2)을 구하면 시장에 풀린 돈 가운데 당장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이 M1/M2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어찌 보면 이는 아주 당연한 일.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M1/M2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사이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0.8600이 나온다. 키가 커지면 몸무게가 늘어나는 정도보다 M1/M2가 늘어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정도가 높은 것이다. 따라서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고 싶다면 이 비율을 줄여야 했다. 정부도 처음에는 그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자 돈을 푸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M1/M2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평(균)잔(액) 기준으로 올해 9월 말 현재 M1/M2는 35.6%를 기록했다. 1986년 한국은행에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높은 숫자다. 그러니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신고가(新高價) 기록이 쏟아지는 게 놀랄 일도 아니다. 이렇게 정부에서 돈을 풀어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고, 나중에는 영영 집을 못 사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영끌을 해서 겨우 서울 아파트를 샀는데, ‘이제 너는 부동산 부자’라며 ‘종합부동산세’까지 부과하니 민심이 갈수록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오해하실까 봐 밝히면 M1/M2가 높은 게 꼭 나쁜 일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게 ‘모순적’이라는 얘기다.)● 익명의 섬사정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자금이 부동산에 몰린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 자금을 푼 건 현 정부다. 현재 부동산 상황은 어디까지나 ‘현 정부 책임’이다. 게다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지급이 끝나면 부동산 시장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넘쳐날 것이다.이렇게 시장에 돈을 풀어 놓으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꼭 서울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건 중·고등학교 사회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정부가 계속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정책을 내놓는 와중에도 ‘부동산 전문가’ 상당수가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이유로 당분간 집값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정부에서는 이런 이들을 ‘시장 교란 세력’이라고 평가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해 6월에라도 이런 이들 이야기를 따른 사람은 부동산 부자가 됐고,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린 사람은 언제 내 집을 갖게 될지 알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 시장 교란 세력은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고 미리 내다보기도 했다.사실 전세대란이 올 거라는 사실도 위에서 살펴본 다주택자 가구 비율을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다주택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서울 지역 무주택 가구 숫자도 190만0646가구에서 200만1514가구로 10만868가구(5.31%)가 늘었다. 반면 다주택 가구는 460가구가 늘어나는 데 그쳤으니 물량 부족이 찾아오고 그러면 전세대란이 찾아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오디세이아 서울이렇게 전·월세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흔히 ‘임대차3법’이라고 부르는 주택임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서울 아파트 전세 지수는 2017년 7월을 100이라고 할 때 올해 7월까지 3년 동안 105로 5가 오르는 데 그쳤지만 8~10월 석 달 만에 110으로 두 배가 뛰었다. (임대차3법이 어떻게 전셋값을 끌어올렸는지 궁금하신 분은 ‘나라님들, 전세살이가 뭔지 정말 아십니까? [데이터 비키니]’를 참고하셔도 좋다. https://bit.ly/3mcN6O3)2017년 7월부터 3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는 100에서 126이 됐다.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동안 전세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던 건 국토교통부에서 주택 소유 숫자별 가구 통계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 지역 다주택 가구가 50만1507가구에서 52만943가구로 1만9336가구(3.85%) 늘어났기 때문이다.현 정부에서는 이들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했지만, 그리고 이들이 당시 70% 안팎까지 오른 전세가율을 활용해 ‘갭 투자’에 나선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물량 공급자’로 기능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갭투자에 열을 올릴 때보다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그렇다고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억제 정책을 편 게 마냥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서울 지역 다주택 가구 숫자 자체는 460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3주택 이상 소유 가구 숫자는 2016년 14만4911가구에서 15만7050가구로 2059가구(1.33%) 늘었다.전체적으로 460가구만 늘어난 건 2주택 소유 가구가 36만5952가구에서 26만4353가구로 1599가구(0.04%) 줄었기 때문이다. 2주택 소유 가구 중에는 ‘일시적 2주택자’도 적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진짜 부동산 투기 세력은 이 기간 오히려 소유 주택 숫자를 늘렸다고 할 수 있다.● 금시조매매 물량 역시 마찬가지다. 최 수석은 “신규 물량이 필요한데, 과거부터 준비가 안 돼 있어 수요와 공급이 안 맞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지역 아파트 사용검사 실적은 월평균 3828.3건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2660.4건)보다 1167.9건(43.9%) 늘었다. ‘사용검사’를 진행했다는 건 아파트 공사가 끝났다(완공했다)는 뜻이다.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데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보통 4, 5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전 정부에서 ‘준비’를 한 덕에 2019, 2020년 서울에 이 정도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전 정부 ‘덕분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 정도에서’ 가격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반면 현 정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2017년에 인허가를 받아 2021, 2022년에 입주할 수 있던 물량(7만4984호) 중 상당수가 입주 시기를 최소 1, 2년은 미루게 됐다. 이번에도 시장 교란 세력은 신규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계속 ‘문제없다’고 하고 있다.이번에는 누구 말이 맞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저 ‘언젠간 나도 새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희망하는 서민 한 사람으로서 “신음 같은 탄식과 숨죽인 흐느낌과 나지막한 비명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던 소설 속 문장을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뚜껑을 열고 보니 ‘플렉스’(‘과시’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를 못 하게 말렸다면 정말 억울했을 것 같다. 드디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 70%를 채웠는데 알아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지난번 ‘발리볼 비키니’(https://bit.ly/36fgg9X)를 통해 예고해 드린 것처럼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에서 27일 결국 선수단 연봉을 공개했다. 샐러리캡 계산에서 빠지는 신인 선수를 제외하면 2020~2021 시즌 한국전력 국내 선수 연봉은 총 26억600만 원. 이번 시즌 남자부 샐러리캡(31억 원) 84.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한국전력은 지난 시즌만 해도 샐러리캡을 57.5%밖에 채우지 못했던 팀이었다. 지난 시즌 샐러리캡은 26억 원이었는데 한국전력은 선수단 총연봉으로 14억9500만 원밖에 쓰지 않았던 것. 이게 문제인 이유는 각 팀은 샐러리캡 이상으로 선수단 연봉을 지급할 수 없는 동시에 샐러리캡을 최소 70%는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팀은 부족분 전액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내야 했다. 한국전력은 3억2500만 원이 모자랐다. 그러나 KOVO 이사회(단장 모임)는 어려운 한국전력 사정을 고려해 이를 탕감해주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샐러리캡 최소소진율도 70%에서 50%로 내려주기로 했다. 만약 이 기준을 내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현재 한국전력 선수 가운데 김광국(2억5000만 원) 신영석(6억 원) 황동일(1억2000만 원)은 이번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이 팀 선수가 아니었다. 세 선수 연봉을 제외하면 샐러리캡 소진율은 51.8%로 내려간다.한국전력은 두 선수를 데려오는 대가로 김인혁 김명관 안우재 이승준 정승현 등 선수 다섯 명을 내줬다. 이 가운데 안우재는 트레이드 당시 상무 소속이라 샐러리캡 계산에서 빠진다. 그러면 이들을 제외한 선수 네 명 연봉 총합은 얼마였을까?만약 이들 연봉 총합이 5억6400만 원을 넘지 않았다면 한국전력은 또다시 샐러리캡 70%를 채우는 데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선수 네 명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평균 연봉 1억4000만 원 이상을 받았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광국 신영석 황동일을 제외하면 한국전력 선수 중위 연봉은 6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한 박철우를 포함해도 그렇다.결국 KOVO 이사회에서 최소소진율을 20%포인트 깎아주는 ‘배려’가 없었다면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에도 샐러리캡 규정을 위반했을 우려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2022~2023 시즌부터 옵션을 포함해 연봉을 공개하기로 한 KOVO 이사회 결의사항을 무시한 채 전체 연봉 공개에 나선 것이다.게다가 KOVO ‘표준계약서’ 제10조②에는 “구단은 연맹의 제규정 및 이사회 결정을 따르고 선수의 이익을 보호하며 선수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관점에 따라 이번 한국전력 연봉 공개는 이사회 결의사항 위반일 뿐 아니라 선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들을 수 있다.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FA 계약 과정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한국전력은 박철우에게 연봉 5억 원 이외에 옵션 1억5000만 원을 추가 지불한다. 반면 우리카드와 FA 계약을 맺은 김광국은 물론 현대캐피탈에서 건너 온 신영석도 ‘공식적으로(는)’ 옵션 없이 연봉만 있는 선수였다.그런데 한국전력은 “연봉계약의 투명화를 선도하려는 구단의 강한 의지와, 팬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선수단 연봉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 배구의 발전과 선수들의 대우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누구나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스티브 유 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누가 고개를 끄덕일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NC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2020 KBO 리그는 막을 내렸다. 이제 야구팬들 관심은 3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누가 최우수선수(MVP), 신인왕이 될 지에 쏠린다.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KT가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KT의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시즌 막판 타율 1위를 KIA 최형우에게 내주면서 타율, 홈런, 타점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에는 실패했지만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1위에 1위에 오르면서 팀을 창단 첫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KT는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고, 로하스 역시 PO에서 타율 0.267, 1홈런, 1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러나 MVP와 신인상 투표는 정규시즌 종료 다음날인 11월 1일에 마쳤다. 가을 야구 성적이 MVP 투표 향방에 영향을 끼칠 일은 없다. KT의 신인 소형준은 PO 성적을 반영하는 게 오히려 득표에 유리했을 수도 있다.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2경기에서 9이닝을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막으면서 ‘가을에 강한 남자’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소형준은 정규시즌에 이미 2006년 KIA 한기주 이후 처음으로 고졸 투수 데뷔 10승 기록을 남기면서 ‘신인왕 0순위’로 꼽혔기에 이변이 없는 신인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 전망이다. 만약 두 선수가 동시 수상에 성공하면 KT는 프로야구 역사상 다섯 번째로 MVP와 신인상을 동시에 배출한 팀이 된다. 2015년 1군에 뛰어든 KT는 아직 MVP를 배출하지 못했다. 신인상은 2018년 강백호가 수상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앞으로는 ‘플렉스’(‘과시’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만 하지 않는다면 전기요금은 늦게 내도 괜찮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데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난 시즌에는 ‘사정이 어렵다’며 면제 받은 한국배구연맹(KOVO) 제재금 3억2500만 원을 이번 시즌에는 ‘원하면 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태도를 바꾼 이유로 다른 팀에서 지목하는 이유는 ‘투자 자랑’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옵션 포함 3년 총액 21억 원에 박철우를 영입했고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에서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을 데려오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면서 18연패 기록을 끊어내고 최근 3연승에 성공했다.KOVO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25일 “한국전력 구단 최고위층에서 실제 연봉 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실무진에서 ‘그러면 KOVO 규정 위반이 된다’며 만류했지만 의사를 바꾸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공개 방침은 타이밍이 뜬금없을 뿐 아니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단장 모임) 결의사항 위반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KOVO 상벌규정 ‘징계 및 제제금 부과 기준’에 따라 이사회 결의사항을 위반한 구단은 먼저 1000만~2000만 원을 제재금으로 내야 한다. KOVO는 지난해 12월 19일 이사회를 열어 2022~2023 시즌부터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과 별도로 ‘옵션 캡’을 마련하기로 했다. ‘옵션 캡’을 따로 마련했다는 건 이제 옵션도 제한 범위 안에서만 써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KOVO 규약 제72조⑤에는 “샐러리캡에 적용되는 선수의 연봉은 계약서에 명기된 기준연봉을 적용한다. 단, 그 밖에 옵션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기준 연봉’이 아니라면 얼마를 더 줘도 무관했던 거다.샐러리캡에서 옵션을 제외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규정을 유지하고 있던 건 샐러리캡이 연봉 총액 상한선뿐 아니라 하한선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샐러리캡 이상으로 선수단 연봉을 지급할 수 없는 동시에 적어도 이 금액 70% 이상은 선수단 몸값으로 써야 한다.남자부에서 이런 규정이 존재했던 이유는 사실상 ‘한국전력’ 한 팀 때문이었다. 2019~2020 시즌 남자부 샐러리캡은 26억 원이었다. 따라서 남자부 7개 구단은 18억2000만~26억 원 사이로 선수단 연봉을 유지해야 했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 선수단 총 연봉은 14억9500만 원이 전부였다. 샐러리캡을 57.5%밖에 채우지 못했던 것.KOVO 상벌규정 6⑤는 이럴 때 부족 금액 100%를 제재금으로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18억2000만 원에서 14억9500만 원을 뺀 3억2500만 원을 KOVO에 내야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전력에서 이 돈을 KOVO에 납부하는 일은 없었다. KOVO 이사회에서 어려운 구장 사정을 감안해 이 제재금을 면제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만장일치로 이런 결정이 나오자 한 매체는 “V리그는 한국 배구의 미래를 포기했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한국전력의 제재금 면제를 결정한 고위 관계자 모두가, 그리고 13개 팀 모두가 한국 배구의 미래를 포기했다”면서 “단순히 한국전력의 규정 위반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 제재금 면제는 13개 팀 모두가 언제라도, 누구나 필요에 의해 규정을 위반할 것이라는 의도를 담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그리고 한국전력은 역시나 필요에 의해 또 한번 규정을 위반하려 하고 있다. 한국전력에서 옵션 포함 연봉 공개 방침을 다른 구단에 전하자 ‘그러면 지난해 제재금 3억2500만 원은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왔다. 이에 대해 다른 팀 관계자는 “한국전력에서 ‘꼭 내라면 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전력 관계자는 “큰소리를 친 건 절대 아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 내야하는 일이 생기면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어느 쪽이든 한국전력에서 지난 시즌 내지 않겠다던 제재금을 이번 시즌에는 ‘낼 수도 있다’고 방향을 바꾼 건 맞다. 한 남자 팀 관계자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어려울 때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저 팀은 ‘리그 질서를 지킨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겨우 3연승한 걸 가지고 이렇게 신이 난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했다.한국전력에서 ‘제재금만 내면 룰은 언제든 어길 수 있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앞으로 KOVO 이사회 결의사항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으로 뽑기로 한 것 역시 이사회 결의사항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제 어떤 구단에서 제재금 2000만 원을 내는 대신 외국인 선수를 자유선발해 쓰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전력은 이사회 결의사항을 어겨도 되고 우리는 왜 안 되냐’고 하면 무어라 해야 할까.한국전력은 나머지 팀과 달리 공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한국전력이 얼마나 ‘공기업스러운지’는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본사 건물을 전남 나주시로 이전하면서 원래 쓰던 가구를 모두 가지고 내려갔다. 새로 사는 게 옮기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국정감사 때 지적을 당할까 봐 미리 손을 썼던 거다. 이런 회사에서 갑자기 ‘우리는 배구 팀에 크게 투자합니다’라고 광고를 하려는 걸 보니 배구는 여전히 국회의원 눈에 잘 띄지 않는 종목인가 보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영난에 처하면서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기 힘든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특히 관광 산업 의존도가 큰 제주 지역이 그렇다. 한국전력 제주본부에서 23일 공개한 전기요금 체납현황(3개월 이상 연체 기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월 체납 규모는 19억 37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억3600만 원(38.2%) 늘었다.물론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새로 생긴 체납액이 5억36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한국전력에서 FA 선수 영입에 쓴 돈이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제주 지역 전기요금 체납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도 엄연한 프로배구 팀이기에 FA 시장에서 돈을 쓰는 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기 공급 독점권을 누리는 회사라면 FA 투자 자랑을 하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이 얼마든 있지 않을까.황규인기자 kini@donga.com}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토미 라소다 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감독이 한 말이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 NC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면서 시즌을 마감한 두산 선수들에게는 이 말이 더욱 와닿을 것 같다. 단지 한 시즌이 아니라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K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두산 선수 30명 가운데 김재호(35) 오재일(34) 유희관(34) 정수빈(30) 최주환(32) 허경민(30) 등 6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두산은 이들과 함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고 그중 3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을 차지하면서 ‘왕조’를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다. 두산이 황금기를 이끈 FA 선수 6명을 모두 붙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자금난까지 겪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두산 선수단 역시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이 컸다. 김재호는 “내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멤버들과 다시 야구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좋은 추억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이번 KS에서 타율 0.421(19타수 8안타)을 기록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의 방망이는 무겁기만 했다. 두산은 결국 이번 KS에서 역대 가을 야구 최장인 25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치면서 NC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제 곰은 겨울잠에 들어야 할 시간. 두산 베어스는 어떤 모습으로 새봄을 맞을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40년 만에 여기 다시 들어와 보네. 그때 우리가 여기서 김상만 회장님께 ‘나라에 엄청 큰 공을 세웠다’고 축하 인사를 받지 않았나.” 이재웅 씨(68)는 24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 있는 옛 동아일보 회장실을 둘러본 뒤 서울 보성중-신일고 동기인 노영문 알오에이치산업 대표(68)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1980년 울산에서 ‘파랑새호’를 타고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머리나델레이 해안에 도착하면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 무동력 횡단 기록을 세웠던 주인공이다. 이날 이들 옆에는 최준호 터치컴퍼니 대표(40)가 있었다. 최 대표는 동아일보가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으로 파랑새호 태평양 횡단 성공 소식을 전한 1980년 8월 7일에 태어났다. 2014년 초 문득 ‘내가 태어난 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 옛날 신문을 찾아본 그는 이 소식을 접한 뒤 ‘나도 태평양을 건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해 직접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너는 ‘오션 로잉’ 방식으로 태평양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최 대표는 “기사를 처음 보고 전율을 느꼈다. 드디어 뵙게 돼 영광이다. 두 분께서 바다를 꿈꾸셨던 덕분에 바다의 ‘바’자도 몰랐던 저도 바다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동아일보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동감_백년인연’ 행사 일환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임채청 부사장이 동아일보 대표로 이들에게 태평양 횡단 당시 장면을 담은 사진첩과 ‘The First Korean Yachtman To Cross The Pacific Ocean(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한국인 요트맨)’이라고 쓴 티셔츠, 그리고 창간 100주년 기념 오브제인 ‘동아백년 파랑새’를 선물로 전달했다. 공교롭게도 두 인생 선배가 40년 전 태평양을 건널 때 탔던 배 이름은 파랑새호였다. 임 부사장이 배 이름을 파랑새라고 지은 이유를 묻자 노 대표는 “농민과 노동자 모두 열심히 땀 흘린 만큼 가져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동학혁명’에서 따와 이런 이름을 달았다. 배 진수식도 원래 (4·19혁명 기념일인) 4월 19일에 열려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미루다가 결국 못 했다”고 말했다. 같은 꿈을 꾼 사람끼리는 잠시의 만남에도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게 마련. 3시간 정도 걸린 자리가 끝나고 각자 돌아가는 길에 노 대표가 아들뻘인 최 대표를 불러 세웠다. “배를 한 대 주고 싶은데 혹시 집에 자리 있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삼성화재가 22일 대전 안방 경기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2-3(25-20, 25-18, 24-26, 11-25, 8-15) 역전패를 당하면서 프로배구 세계에 만 15년이 넘는 생존 기간을 자랑하던 존재 하나가 사라졌습니다.이 경기 전까지 삼성화재는 V리그 정규리그에서 통산 376승 162패로 정확하게 승률 0.700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이 경기에서 패하면서 통산 승률이 0.698로 내려앉았습니다.삼성화재 통산 승률이 0.700 밑으로 떨어진 건 프로배구 출범 후 세 번째 경기였던 2005년 2월 26일 2승 1패로 승률 0.667을 기록한 뒤 이날이 5748일 만에 처음이었습니다.삼성화재가 다시 통산 승률 0.700 이상을 기록하려면 최소한 2연승이 필요합니다. 이번 시즌 일정을 보면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연달아 물리쳐야 하는 것.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삼성화재로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번 시즌에는 ‘숙적’ 현대캐피탈도 같이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역대 통산 승률 1위 자리를 내줄 걱정은 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 프로배구 출범 이후 후 처음으로 6연패에 빠져 있는 현대캐피탈은 이날 현재 통산 승률 0.684(369승 170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과거를 자랑하는 두 팀이지만 현재 순위표에서는 삼성화재가 승점 10점으로 6위, 현대캐피탈이 8점으로 최하위(7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어떤 의미에서 이번 시즌 두 팀 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일.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때 “4월 부임 이후 계속 변화를 외치고 있다”면서 “변화된 성적까지 같이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현대캐피탈 역시 시즌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34) 등을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하면서 ‘리빌딩’을 선언한 상태입니다.그래도 두 팀이 이렇게 못하는 건 많은 배구 팬에게 여전히 어색한 일. 도대체 두 팀이 이렇게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이를 알아보려고 ‘랜덤 포레스트’라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2019~2020 시즌까지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다섯 번째 세트를 제외하고 총 3810세트 기록을 ‘간단’ 분석했습니다.그 결과 이 기간 팀 승리에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히) ‘공격 효율’이었습니다. 공격 효율이 중요한 정도를 100이라고 할 때 △블로킹 39 △서브 29 △리시브 24 △디그 24 정도로 영향을 끼쳤습니다.그리고 공격 효율에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공격 유형은 ‘오픈’이었습니다. 삼성화재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오픈 공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바르텍(30·폴란드)은 오픈 효율 0.201로 공격 점유율이 10%를 넘어가는 선수 18명 가운데 14위에 그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는 물론 가장 나쁜 기록입니다.현대캐피탈 다우디(25·우간다)는 오픈 효율 0.282로 외국인 선수 가운데 3위(전체 6위)로 중간은 갔습니다.문제는 2단 연결 상황에서 너무 많은 공이 다우디를 향해 올라온다는 것. 다우디는 팀 전체 오픈 공격 시도 가운데 54.4%를 책임졌습니다. 이보다 오픈 점유율이 높은 선수는 KB손해보험 케이타(69.8%) 한 명뿐입니다. 꼭 오픈 공격이 아니더라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모두 전체적으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너무 심합니다.삼성화재 공격 시도 가운데 45.4%가 바르텍 차지였고, 다우디 역시 공격 점유율 45.2%로 바르텍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특정 선수에게 45%가 넘는 세트(토스)를 몰아준 건 KB손해보험, 삼성화재 그리고 현대캐피탈뿐입니다.그래도 다우디는 이 많은 세트를 공격 효율 0.361로 연결합니다. 공격 점유율 10%를 넘는 선수 가운데 역시 6위(외국인 선수 3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반면 바르텍은 이번에도 16위(0.275)에 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가장 공격 효율이 떨어지는 선수가 바르텍입니다.전체 선수 명단을 보면 삼성화재에서는 신장호(24), 현대캐피탈에서는 송준호(29) 이시우(26)가 제법 괜찮은 공격 효율을 선보이고 있지만, 세터가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삼성화재 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뒤 “세터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물어봤더니 모두 바르텍을 1순위로 꼽았다”고 말했습니다.재미있는 건 고 감독이 ‘세터들’이라고 표현한 김광국(현 한국전력) 김형진(현 현대캐피탈) 노재욱(군 복무) 모두 현재 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어쩌면 바르텍이 공격에서 헤매고 있는 건 세터 변화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혼자 하는 서브도 문제입니다. 남자 배구 경기에서 전체 랠리 가운데 70% 정도는 상대 서브를 받은 팀 득점으로 끝이 납니다. 달리 말하면 서브를 넣는 팀이 득점에 성공할 확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날 현재 남자부 서브 팀 득점 비율은 31.3%입니다.결국 ‘좋은 서버’는 이 득점 비율을 끌어올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구에서 ‘서브 에이스’가 가치가 높은 건 다른 플레이 없이 곧바로 팀 득점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르텍 서브 차례 때 삼성화재가 득점에 성공한 비율은 20.5%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서브를 가장 많이 넣은 25명 가운데 가장 이 비율이 낮은 선수가 바로 바르텍입니다.V리그 무대를 밟은 뒤로 줄곧 ‘서브가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현대캐피탈 다우디 역시 서브 시 팀 득점 비율 26.3%로 뒤에서 네 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고 감독은 한국전력에 역전패한 뒤 ‘바르텍이 너무 힘이 들어가 보인다’는 질문에 “실력 같다. 바르텍은 구단과 다시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교체 카드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고 감독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된다면 우선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그리고 계속해 “리빌딩을 한다고 했지만 지기는 싫다. 리빌딩이라고 선수들이 져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만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21일 KB손해보험전 2세트 작전타임 도중 “안 된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되 이런 식으로 지면 화가 나야 돼. 열이 받아야 돼”라고 소리치며 선수들을 다그친 것 역시 고 감독과 같은 심정에서 나온 행동이었을 겁니다.현대캐피탈로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허다르’ 허수봉(22)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다는 점. 최 감독은 허수봉 복귀와 함께 새로운 포메이션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냉정하게 말해 최근 프로배구 남자부는 여자부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 대해 “그래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이 살아나야 남자부도 다시 인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다른 팀 관계자도 적지 않습니다.두 팀이 맞대결을 벌이는 ‘V 클래식 매치’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은 언제 다시 찾아올까요?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이 22일 프로배구 여자부 2020∼2021 V리그 안방경기가 끝난 뒤 한 말이다. 흥국생명은 이날 현대건설을 상대로 3-0(25-17, 25-14, 25-23) 완승을 거뒀다. 김연경은 양 팀 최다인 17점(공격성공률 44.1%)을 올리면서 흥국생명이 여자부 사상 처음으로 개막 8연승 기록을 세우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연경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 이후 본인을 따라다니고 있는 ‘태도 논란’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날 자신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히자 공을 코트에 내리찍기도 했고(2세트), 네트 상단을 잡고 끌어내리기도 했다(5세트). 당시 주심을 맡은 강주희 심판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연경에게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이 강 심판에게 징계 조치를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그 경기 이후 논란이 컸고 지금도 그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많이 힘들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주변의 지도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버티고 있다”며 “그 이후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3세트 들어 주전 세터 이다영(24)과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한 것도 김연경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김연경은 “(현재 8연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언제든 질 수 있다. 지금 많이 이기는 것보다 마지막에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팀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팀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 해외에서 뛸 때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질문에 김연경은 “유럽에서는 선수 대부분이 프로페셔널한 면이 많아 경기 상황에 대한 것만 이끌면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경기 외에도 선수 마인드나 생활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남자부 대전 경기에서는 한국전력이 삼성화재를 맞아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3-2(20-25, 18-25, 26-24, 24-11, 25-18)로 이기고 1061일 만에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승리로 전날까지 최하위였던 한국전력은 삼성화재를 6위, 현대캐피탈을 7위로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인천=강홍구 windup@donga.com / 황규인 기자}
방망이에 먼저 피로가 내려앉았다. 21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승제) 4차전에서 0-3으로 NC에 무릎을 꿇은 두산 이야기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이 영패를 당한 건 2017년 2차전 때 KIA 양현종에게 완봉승(KIA 1-0 승리)을 헌납한 뒤 처음이다. 이날 두산에서는 김재호 혼자 4타수 3안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타자 8명은 전부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한국시리즈 들어 계속 흔들리고 있는 마무리 투수 이영하보다 타자들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 1∼4차전에서 팀 타율 0.228을 기록하고 있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293) 팀이었던 두산 타자들 방망이가 차갑게 식은 제일 큰 이유는 역시 ‘피로 누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이날 경기는 두산이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치른 10번째 경기였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시작 전 이미 준플레이오프(준PO) 두 경기, PO 4경기를 치른 상태였다. 야구 전문가들은 PS 한 경기는 정규시즌 2, 3경기에 맞먹는 피로를 안긴다고 설명한다. 두산으로서 그나마 다행인 건 21일 4차전을 낮 경기로 치른 뒤 하루를 완전히 쉬고 23일 5차전을 저녁 경기로 맞이한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두산 선수단은 50시간이 넘는 휴식 시간을 보장받은 뒤 5차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4차전을 앞두고 팀 훈련을 생략했던 두산은 일요일인 22일에도 훈련 대신 휴식을 선택했다. 두산에 김재호가 있다면 NC에는 나성범이 있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2016년 타율 0.143(14타수 2안타)에 그쳤던 나성범은 올해 한국시리즈 1∼4차전에서는 타율 0.438, 1홈런, 5타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나성범은 “4년 전에는 나뿐 아니라 팀원 대부분이 힘을 못 썼다”면서 “올해는 모든 선수가 하나 된 느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리즈 전적은 2승 2패지만 NC는 4차전까지 팀 타율(0.302)은 물론이고 평균자책점(2.57)에서도 두산(4.37)에 앞서고 있다. 역대 한국시리즈 37번 가운데 2승 2패 상황에서 5차전을 맞이한 건 9차례밖에 없다. 이 가운데 7번(77.8%)은 5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특히 2003년 현대를 시작으로 최근 7번은 5차전 승리 팀이 전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두산은 올 가을야구에서 ‘에이스’로 떠오른 플렉센, NC는 정규시즌 전반기 리그 최고 투수였던 구창모를 각각 5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플렉센이 포스트시즌 5번째 등판이라 체력 부담도 있고 투구 패턴도 읽혀서 불리할 수 있다”면서 “구창모는 2차전에서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수비수들이 실책없이 구창모를 얼마나 잘 도와주느냐도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6차전부터 관중 10%만 허용… 23일 오후 2시 입장권 재예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4일 0시부터 1.5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이날 열리는 한국시리즈 6차전부터 입장 허용 인원을 현재의 30%에서 10%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예매된 6, 7차전 입장권은 자동 취소된다. KBO는 23일 오후 2시부터 다시 예매를 실시할 예정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우선 나는 경기도에 집이 있고 와이프 직장 + 아기 어린이집 때문에 서울 잠실에 전세 살고 있음이번 부동산 정책으로 전셋값 폭등 후, 우리 집 현황1. 우리 집주인의 집주인의 집주인이 부동산 정책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식 보고 집에 들어가서 살라 함2. 우리 집주인의 집주인이 쫓겨나서 본인 집으로 이사하기로 함3. 우리 집주인이 쫓겨나서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고 나보고 나가라 함4. 내가 갈 곳이 없어져 우리 세입자보고 나가라 함5. 우리 세입자 본인 세입자보고 나가라 함6. 우리 세입자의 세입자가 쫓겨나서 새로운 전세를 구하는데 전셋값 폭등으로 인해 갈 곳이 없어져 멘붕(멘탈 붕괴) 옴안 해도 되는 이사 6건 증가로 이사업체만 이득.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 한국형 뉴딜연일 전셋값 폭등 소식이 들려오던 지난달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 글 내용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베스트 댓글’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어떻게 보면 거주와 소유가 수요에 맞게 균형을 잡고 있던 게 제대로 깨져버렸네…”실제 통계를 봐도 이 글이 내용이 아주 허튼소리는 아닙니다.국토교통부에서 올해 6월 펴낸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셋집에 사는 일곱 집 가운데 한 집(14%)은 ‘부동산 소유자로서 받는 임대 보증금’이 있습니다. 자기 집이 있는 데도 전셋집에 살고 있는 것. 자가에 살면서 임대 보증금을 받는 가구 비율은 15.3%였습니다.자기 집이 있는데도 왜 전셋집에 살까요? 짐작건대 다른 집이 전세를 사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국토부 조사에서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한 이유를 두 개 골라달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한 건 ‘직주근접(직장, 학교 등) 직장변동(취업·전근 등) 때문에(39.0%)’였습니다. 맨 처음에 인용한 글에서 ‘와이프 직장 + 아기 어린이집 때문에’라고 밝힌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이 결과를 자세히 보시면 ‘집값 또는 집세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전세를 산다는 답변이 14.7%로 전셋집에 살면서 부동산 소유자로서 받는 임대 보증금이 있는 비율(14%)과 엇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올해 7월까지만 해도 ‘거주와 소유가 수요에 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서울 아파트도 그랬습니다.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7년 7월 가격을 100이라고 할 때 이후 3년간 매매가가 126까지 오르는 동안 전세가는 105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흔히 ‘임대차3법’이라고 부르는 주택임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앞서 보신 것처럼 서울 아파트 전세 지수는 2017년 7월 이후 3년 동안 100에서 5가 올랐는데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사이에 다시 5가 올라 110이 됐습니다.사정이 이런데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임차 가구가 월세보다 부담이 적은 전세를 찾게 되고 주거 상향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이런 인식은 ‘전세-월세’만 한 묶음일 뿐 아니라 ‘자가-전세’도 같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국토부에서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결과를 보면, 적어도 서울 지역에서는, 자가-전세 역시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그런데 현 정부 들어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대출까지 막고 있기 때문에 전세 → 자가 이동이 벽을 만난 겁니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서 전셋값까지 상승하고 말았습니다.계약갱신청구권이 발목을 잡아 전세가 오르는 이유에 대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전 국회입법조사처)은 자기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은 가격상승에 의한 임차인 교체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세는 100% 실수요이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는 없다. 그곳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전세를 찾게 된다. 수요가 증가하면 전세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 상승분을 보유 현금이나 대출 등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계속 거주를 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만큼의 전세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승한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진입하여 거주하면서 가격은 균형점을 찾게 된다. 갱신청구권 도입에 따라 전세수요증가에 따른 가격상승이 일어나더라도 전세공급증가(기존 임차인의 이주)는 나타나지 않고, 반대로 공급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대폭 축소된 공급은 가격상승을 의미하고,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이 새로 진입하게 된다. 물량이 대폭 감소한 만큼 이 과정에서 큰 폭의 전세가격 상승이 나타난다. 거래량은 줄어들지만 가격은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이런 현상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에서부터 중저가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상승이 나타난다.그러니 적어도 대출이라도 풀어줘야 했지만, 그래서 전세 → 자가 이동 경로를 열어줘야 했지만, 정부는 ‘영끌 금지령’을 내리면서 반대 방향을 선택했습니다.한때 ‘법무부동산 장관’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니 이런 방향이 아주 예측 불가능했던 건 아닙니다.그런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 스포츠’에 가까웠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기’를 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OECD 회원국 국민 가운데 부동산 담보 대출 없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비율은 평균 63.1%입니다. 한국은 76.1%로 OECD 평균보다 13%포인트 높습니다. 한국은 다른 OECD 회원국보다 금융이 부동산을 ‘덜’ 지배하고 있는 나라인 겁니다.그리고 이 그래프에 있는 나라 이름을 천천히 뜯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평가하는 나라는 한국보다 그래프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프 아래쪽에 있다는 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비율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선진국에서도 자기 능력에 맞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게 일반적인 모습입니다.한국은 이 과정에서 ‘전세’라는 한 단계가 더 들어갑니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에 자가로 이사한 가구 가운데 41.8%가 바로 직전에 전세에 살았습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집에서) 전세를 살면서 목돈을 마련하고 그 돈에 은행 대출을 보태서 집 ≒아파트를 사고 그 빚을 열심히 갚아서 진짜 자기 집을 갖게 되는 게 원래 보통 사람들 ‘꿈’이었던 겁니다.이런 와중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신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께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소유의 형태가 아니라 임대의 형태에서도 (주거의 질이) 다양하게 마련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씀하시니 사람들이 참을 수 있겠습니까?동아일보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진 의원께서는 지역구(서울 강동갑)에 있는 아파트에서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를 추가 부담하는 반(半)전세로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 역시 직주근접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이번 ‘데이터 비키니’가 계속 인용하고 있는 2019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주근접은 전세뿐 아니라 반전세(39.8%)나 월세(45.5%) 가구 모두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답변이었습니다.그런데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직주근접이 4위(24.5%)로 내려갑니다. 대신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가려고’(48.3%)가 1위로 올라서고, ‘이미 분양받은 주택(내 집)으로 이사 또는 내 집(자가주택) 마련을 위해’(45.4%)가 2위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직장이나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져도 보통 사람들이 간절히 꿈꾸는 대상이 바로 ‘내 집’, ‘우리 집’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곳에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멀쩡한 자기 집 대신 ‘남의 집’에 살기도 했던 겁니다.나라님들, 여러분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으셨다는 ‘선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거주와 소유가 수요에 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던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도록 제발 눈을 뜨고, 귀를 열어주시기를, 국민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성공은 정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살다 보면 또 알게 된다. 운이라는 건 그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좋은 경우에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펼쳐보일 수 있는 그 기회라는 걸 말이다.그런 점에서 프로야구 두산 허경민(30)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허경민은 올해 한국시리즈(KS) 1차전 때 팀 5번 타자로 나서 안타 3개를 추가하면서 KS 통산 안타 37개를 기록하게 됐다.그러면서 허경민은 현역 선수 KS 통산 안타 1위로 올라섰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은 KS에서 안타 3개를 추가하면 허경민은 박진만(44·전 SK)과 함께 역대 KS 최다 안타 공동 2위(40개) 기록도 남길 수 있다.그렇게 되면 역대 프로야구 선수를 통틀어 허경민보다 KS에서 안타를 많이 친 선수는 박한이 박한이(41·전 삼성·57개) 한 명만 남게 된다.냉정하게 말하면 허경민은 이 세 선수 가운데 가장 급(級)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할 수도 있다.그저 팀이 한국시리즈에 많이 나갔기에 타석에 많이 들어설 수 있었고 그 덕에 안타가 많은 것뿐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그런데 그건 박한이나 박진만도 마찬가지다. 박한이는 KS 통산 타율이 0.249밖에 되지 않고 박진만은 0.226으로 더 나쁘다. 허경민은 어엿한 KS 통산 3할 타자(0.308)다.그리고 두산은 이원석(34·현 삼성) 대신 허경민이 본격적으로 붙박이 3루수 자리를 꿰찬 뒤 6년 연속 KS 무대를 밟게 됐다. 두산이 ‘왕조’를 구축하는 데 있어 허경민이 ‘핵심 선수’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허경민은 1번 타자로 출전한 2차전 때는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땅볼로 1타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팀이 5-4 1점차 승리를 기록했으니 이 타점이 없었다면 승부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김태형 감독은 20일 열리는 3차전을 앞두고 허경민을 또 한 번 1번 타자로 기용했다. ‘행운아’ 허경민은 다시 한 번 두산에 승리를 선물할 수 있을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국제배구연맹(FIVB)이 매년 공식 발간하는 사례집은 ‘랠리가 끝난 뒤 선수가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를 ‘파울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걸로 확인됐다.”20일 한 일간지 기사에 이런 문장이 등장했다. FIVB 규칙 ‘판례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집’에 따르면 흥국생명 김연경(32)이 11일 서울 장충체육관 방문 경기 5세트 때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는 반칙이 아니라는 주장이다.이 기사는 “사례집의 6.5항에선 김연경 건과 완벽히 들어맞는 사례를 영상과 함께 설명한다”고 소개했다.정말 그럴까? FIVB 사례집 원문은 이렇다.“Because the net touch shown on the video occurred after the rally, cannot be considered as a technical fault.”이 문장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이 비디오에 등장하는 네트 터치는 랠리가 끝난 다음에 발생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반칙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라고 할 수 있다.그러니까 이 문장은 FIVB 규칙 11.3.1 위반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FIVB 규칙 11.3.1은 배구 팬이라면 잘 알고 계시는 네트 터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FIVB 규칙을 번역한 한국어 문장은 대한민국배구협회 규칙을 인용한 것.)“Contact with the net by a player between the antennae, during the action of playing the ball, is a fault. (볼 플레잉 동작을 하는 동안 선수가 두 안테나 사이의 네트에 접촉하는 것은 반칙이다.)”‘사례집’은 이어서 이 행위가 FIVB 규칙 21에 해당하는 불법행위(misconduct)인지 다룬다. 이번에도 원문을 보면 이렇다. (한국어 문장은 ‘발리볼 비키니’ 해석)“Pulling down the net may be a normal emotional reaction of a disappointed player and can be controlled by the art of refereeing. In some cases, intentional pulling down of the net may be considered as a rude conduct, e.g during the rally misleading the referee and/or the opponent. (네트를 잡아 당기는 행위는 실망한 선수가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반응일 수도 있다. 사례에 따라서는 고의적으로 네트를 잡아 당기는 행위를 ‘무례한 행위’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심판 또는/그리고 상대 팀을 현혹하려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여기서 ‘무례한 행위(rude conduct)’는 일상 용어가 아니라 규칙 용어다. FIVB 규칙 21.2.1은 ‘예의나 도덕성에 어긋나는 행동(action contrary to good manners or moral principles)’을 무례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그리고 이 무례한 행위는 공격적 행위, 폭력적 행위와 함께 ‘제재 대상 불법 행위(Misconduct Leading To Sanctions)’에 속한다. 이 세 가지 행위 가운데 가장 심각성(seriousness of the offence)이 낮은 행위가 무례한 행위다.‘사례집은’ 아래 문장으로 이어진다. (한국어 문장은 ‘발리볼 비키니’ 해석)“However based on the current approach, if the second referee observes unsportsmanlike gestures or words between the opponents, or similar behaviour, he/she can order the players to change his/her behaviour asking the player(s) to calm down. (위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기본이지만 만약 부심이 양 팀 선수 사이에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나 발언을 목격했다면 부심은 선수(들)에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행동을 자제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여기서 ‘부심’이 등장하는 건 FIVB 규칙 21.3이 주심(first referee)에게 제재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According to the judgment of the first referee and depending on the seriousness of the offence, the sanctions to be applied and recorded on the scoresheet are: Penalty, Expulsion or Disqualification. (주심의 판단 및 위반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제재가 적용되며 경기 기록지에 기록된다: 벌칙, 퇴장 또는 자격박탈.)”‘사례집’ 역시 불법행위를 다루는 시작 부분에 주심에게 제재 권한이 있다는 내용을 언급하고 있기에 이 부분을 덧붙인 것이다.the 1st referee has the authority to sanction a player according to the seriousness of the offence. (위반의 심각성에 따라 징계할 권한은 주심에게 있다.)그런데 이 일간지 기사는 이 부분을 이렇게 잘못 번역했다.“다만 ‘최근 접근법에 따르면 만약 부심이 선수가 상대편에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제스처나 발언 혹은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한 장면을 본 경우, 부심이 선수에게 자제를 요청함으로써 해당 행위를 바꾸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즉, 랠리 중에 이뤄진 무례할 정도의 행위에 대해서도 부심에 의한 ‘자제 요청’ 정도로 해결하는 게 FIVB의 공식 해석인 것이다.”관점에 따라 김연경이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례집’에 이런 행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나와 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이번 ‘발리볼 비키니’는 인용구로 가득했으니 이 일간지 기사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어 수정했다.)“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인정해야 하는 거라고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SK는 6일 김원형 두산 수석코치(48)를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시점이 묘했다. 이날은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끝까지 두산에 남지 않고 곧바로 SK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코치를 ‘가을야구’ 도중 다른 팀 감독으로 보내주는 건 얼핏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도 두산은 ‘차라리 빨리 보내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기꺼이 양해했다. 어차피 다른 팀 감독으로 가기로 돼 있는 코치가 팀에 남아있어 봤자 팀 분위기만 뒤숭숭해진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한용덕 전 한화 감독(55)이었다. 한화는 두산과 KIA의 2017년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한 감독 선임 소식을 알렸다. 한 감독은 이미 한화로 가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두산 수석코치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던 것이다. 두산은 이해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팀 KIA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KT 역시 2018년 두산 수석코치였던 이강철 감독(54)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KT가 감독 선임 사실을 알린 건 정규시즌 1위 팀 두산이 일본 미야자키에서 한국시리즈 준비를 하고 있던 그해 10월 20일이었다. 두산은 전년도 실패를 교훈 삼아 ‘먼저 감독 선임 발표를 해도 좋다’는 사인을 KT에 보냈다. 이 감독은 두산 수석코치로 한국시리즈를 치렀지만 두산은 SK에 2승 4패로 패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두산은 김 감독을 먼저 SK에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53)은 “김 감독이 SK로 떠나는 게 솔직히 내가 좋아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빨리 가서 저쪽(SK) 스케줄도 짜야 할 것 같고 그래서 그냥 가라고 했다”며 웃었다.○ ‘사단장’에서 ‘홀몸’이 된 감독들 SK 김 감독 사례는 아직 이례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팀이 포스트시즌 기간 중 감독 또는 단장을 교체하는 모습이 이제 아주 낯설지는 않다. KT에서 2018년 이강철 감독 선임 사실을 서둘러 발표한 데는 포스트시즌 기간 NC에서 이동욱 감독, 롯데에서 양상문 전 감독 선임 소식을 먼저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다. 특히 양 전 감독은 LG 단장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팀을 옮겼다. 이렇게 포스트시즌 기간 중 감독 선임 사실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건 감독이 ‘홀몸’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감독 한 명을 선임하면 해당 감독 ‘사단’으로 통하는 코치진 여러 명이 감독을 따라 함께 팀을 옮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코치진과 입단 작업을 진행하는 절차도 필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런트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팀이 많기 때문에 감독 선임 발표 시기도 좀 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여전히 ‘제 식구 챙기기’를 고집했다가는 기피 대상으로 평가받기 십상이다. 한 프로야구 팀 관계자는 “50대 후반 지도자가 이번 오프시즌 기간에 두 팀에서 감독 면접을 봤다. 두 팀 모두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았는데 이 지도자가 ‘코치진 6명도 같이 계약해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고 전했다. 팀 무게중심이 프런트 쪽으로 기울어 간다는 건 구단 운영에서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통찰력이 뛰어난 일부 지도자만 ‘감(感)으로’ 느낄 수 있던 것을 이제는 트랙맨 같은 첨단 측정 장비를 통해 누구나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독재자형’이 다수를 차지했던 프로야구 감독 세계에서도 ‘데이터를 이해할 줄 아는 학구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명 선수+세이버메트릭스=명장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이 NC다. NC는 2018년 6월 3일 창단(2011년) 때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현 국가대표팀 감독(62)의 사퇴를 발표하면서 유영준 당시 단장(58)이 감독 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역사상 프런트 직원이 감독 대행을 맡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 전 단장은 야구선수 출신으로 장충고 등에서 야구 감독을 지냈지만 당시까지 프로에서 코치 경험도 없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2018시즌이 끝난 뒤 이동욱 수비코치(46)에게 감독 자리를 맡겼다. 이 감독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6년간 143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0.221, 5홈런, 26타점을 기록한 게 프로 1군 기록의 전부였던 ‘무명 선수’ 출신이다. 그 대신 롯데에서 방출 사흘 만에 퓨처스리그(2군) 코치 자리를 제안할 정도로 성실한 선수였고, 팀 훈련이 끝나면 컴퓨터 학원으로 달려가 ‘마이크로소프트(MS) 엑셀’을 공부하던 학구파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취재진과 대화할 때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타자가 홈런을 제외한 페어 타구를 때렸을 때 타율),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수비진이 홈런이 아닌 페어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하는 비율) 같은 세이버메트릭스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런 ‘숫자 공부’가 없었다면 무명 선수가 부임 2년 만에 팀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안기며 명장으로 거듭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무명 선수 출신을 감독으로 기용하는 건 세이버메트릭스가 ‘기본 옵션’이 된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한 일이다. 2020 메이저리그 30개 팀 감독 가운데 8명은 메이저리그 출전 경험이 전혀 없다. 김광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실트 감독(52)은 메이저리그는커녕 마이너리그 출전 경험조차 없다. 그 대신 아마추어 코치로 명성을 쌓았다. 실트 감독은 메이저리그 풀타임 감독 첫해였던 지난해 팀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챔피언으로 이끌면서 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탔고 이번 시즌에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초보 감독에게는 코로나19가 기회? ‘초보 감독’은 팀 살림살이에도 도움이 된다. SK 김원형 감독은 2년 총액 7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염경엽 전 SK 감독은 올해 연봉만 7억 원이었다. 13일부터 LG 지휘봉을 잡게 된 류지현 감독(49)도 2년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에 계약했다. 역시 류중일 전 LG 감독(57)의 계약 조건(3년 총액 21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한 수도권 팀 관계자는 “예산 절약하겠다고 초보 감독을 뽑는 팀을 없을 것”이라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각 구단이 인건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포스트시즌 중에도 여러 구단으로부터 선수 방출 소식이 들려왔다. 이 역시 코로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인건비 문제로 우리 팀에서는 함께할 수 없지만 다른 팀에 가서 빨리 기회를 잡으라는 뜻으로 선수단 정리를 빨리 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 관계자는 “솔직히 한국은 선수 풀(Pool)이 좁기 때문에 자유계약선수(FA)를 사오는 게 가장 확실하게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씀씀이를 줄여야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한 경기라도 더 이기려고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지도자에게 투자하는 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좋다. 각 팀이 감독 등 지도자 선임 소식을 알릴 때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역대 FA 계약을 보면 총액 기준 100억 원이 넘는 선수만 5명이다.○ 지도자 키우는 ‘코치 아카데미’ ‘프랜차이즈 스타’가 ‘준비된 지도자’로 성장해 ‘우리 팀’에 승리를 안겨주는 건 모든 야구팬들의 희망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류지현 감독 취임식에는 팬들이 ‘우윳빛깔 우리 감독님 꽃길만 걸으시길’이라고 메시지를 적어 보낸 화환이 눈에 띄었다. 류 감독은 LG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 팀 지휘봉을 잡았다. 1994년 LG 신인 1차 지명자 출신인 류 감독은 2007, 2008년 메이저리그 시애틀로 연수를 다녀온 기간을 제외하고는 선수와 코치로 줄곧 LG 유니폼만 입은 성골 중의 성골이라고 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오히려 이런 경력을 경계한다. 그는 “한 팀에만 너무 오래 있으면 다른 팀 특징을 잘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면서 “2007, 2008년에 연수를 떠날 때 구단에서 보내준 게 아니라 자비를 들였기 때문에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결국 그 용기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류 감독처럼 모든 선수가 자비를 들여 해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여건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코치 아카데미’를 운영해 2년차 이하 초보 코치들이 데이터 분석, 스포츠 역학, 조직 관리 등을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반응도 뜨겁다. 문정균 KBO 육성팀장은 “12월에 열리는 올해 코치 아카데미 신청자 접수를 마감한 결과 팀당 3명꼴인 30명 가까운 인원이 수강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를 모두 깨뜨린 테오 엡스타인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사장(47·사진)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컵스 구단은 “계약기간을 1년 남겨 둔 엡스타인 사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제드 호이어 단장(47)이 사장으로 승진한다”고 18일 발표했다. 호이어 단장은 엡스타인 사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인물이다. 엡스타인 사장은 “새로운 인물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야구는 언제나 내 전부지만 일단은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 사장은 2003년 역대 메이저리그 최연소(27세)로 보스턴 단장이 됐다. 2004년 보스턴이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면서 ‘스타 단장’이 된 그는 2011시즌 종료 후 컵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컵스는 2016년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KS)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NC 이동욱 감독의 기자회견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알테어를 잘 설득해 방역 지침을 따르게 하겠다”고 말한 이 감독이 알테어의 마스크 미착용 이유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테어(29)는 17일 KS 1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때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뒤 MVP 시상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알테어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O의 방역 지침에 따르면 선수는 경기 중이 아닐 때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NC 관계자는 “알테어가 시즌 중반부터 마스크를 쓰고 말을 많이 하면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알테어는 정규시즌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17일 1차전 선수 소개 때도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독일 출생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알테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라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알테어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트럼프 지지 의사를 여러 번 밝혔다. ‘마스크 무용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다. NC 관계자는 “알테어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건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건강 문제에 따른 결정”이라면서 “본인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KBO 규정에 따르면 방역 조치를 지키지 않았을 때 1차 위반은 경고, 2차는 20만 원, 3차는 1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KBO는 이날 1차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한 알테어 등 선수 4명에게 벌금 20만 원씩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알테어는 정규시즌 때 1차 경고를 받았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벌금이 부과된 것은 처음이다.황규인 kini@donga.com·강홍구 기자}
2볼 2스트라이크. 프로야구 두산 에이스 알칸타라(28)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회심의 포크볼을 던졌다. 그러나 NC 8번 타자 알테어(29)는 속지 않았다. 아쉬운 표정을 지은 알칸타라는 다시 한번 포크볼로 승부했다.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 알테어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130m 날아간 공은 두산 팬들이 가득한 좌중간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한국시리즈(KS) 1차전 승리의 물줄기를 가져온 알테어의 3점 홈런이 나온 순간이었다. 창단 후 첫 KS 우승에 도전하는 정규시즌 1위 NC가 KS 1차전을 가져갔다. NC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2011년 창단한 NC의 KS 첫 승리다. NC는 201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한 바 있다. 역대 36번의 KS(1차전 무승부가 나온 1982년 제외)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반지를 낀 건 27번(75%)이나 된다. 8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알테어는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1, 2루에서 천금 같은 쐐기 3점포를 쏘아 올리며 4-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알테어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KBO리그 최초의 독일 출신 외국인 선수 알테어는 올 시즌 NC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반 중심 타순에서 부진했던 알테어는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8번 타순에서 타율 0.325, 17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상대 투수가 쉬어 갈 수 없는 NC 타선을 만들었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78, 31홈런, 108타점. KS에 직행한 NC는 2주 넘는 휴식에도 녹슬지 않은 방망이 실력을 보였다. 올해 알칸타라에게 9타수 무안타로 꼼짝 못했던 나성범(31)은 1회말 1사 3루에서 결승 좌전 적시타를 치는 등 알칸타라를 3번 상대해 3안타를 뽑았다. 8회말 이승진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까지 뽑아내며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맹활약했다. 경기 뒤 이동욱 NC 감독은 “(1번 타자) 박민우가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쳐줘서 잘 풀렸다. 선취점을 얻은 게 오늘 승부에서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택진 NC 구단주와 초대 NC 감독을 지냈던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경기장을 찾아 NC의 첫 승을 지켜봤다. 다승 1위(알칸타라·20승)와 2위(루친스키·19승)의 선발 맞대결에선 NC 루친스키(32)가 웃었다. 루친스키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1자책)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5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페르난데스를 투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는 등 두 차례 더블플레이를 연결하며 야수들의 짐을 덜어줬다. 두산은 6회초 박세혁의 1타점 적시 2루타 등에 힘입어 4-3 한 점 차까지 쫓아갔지만 끝내 동점을 이루지 못했다. 기회 때마다 나온 병살타 3개가 뼈아팠다. 두산 허경민은 이날 3안타를 치며 SK 최정(35개)을 제치고 현역 KS 최다 안타 1위(37개)가 됐지만 웃지 못했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는 두산 플렉센, NC 구창모가 선발로 나선다.강홍구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1984년 롯데 최동원(27승)과 삼성 김시진(19승)이 맞붙은 한국시리즈(KS) 1차전 이후 최고 투수들의 KS 1차전 선발 맞대결이 펼쳐진다. 프로야구 NC와 두산은 2020 KS(7전 4승제) 1차전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NC 이동욱 감독은 루친스키(19승)를, 두산 김태형 감독은 알칸타라(20승)를 각각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를 37번 치르는 동안 1차전 양 팀 선발 두 명이 39승보다 많은 승수를 합작한 건 1984년(46승) 딱 한 차례뿐이었다. 이 감독은 “(1차전 선발 투수를 놓고) 고민하지 않았다. 특별하게 임하는 것보다 우리는 정공법을 쓰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 역시 “알칸타라가 시즌 내내 에이스 역할을 해왔다. 고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6월 10일 창원NC파크에서 한 차례 선발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루친스키는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이닝 1실점으로 더 잘 던진 알칸타라에 밀려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양 팀이 KS에서 맞붙는 건 2016년 이후 올해가 두 번째다. 당시 두산 소속으로 팀을 4전 전승으로 이끌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양의지(33·포수)가 올해는 NC 대표 선수로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지난해부터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양의지는 “친정팀과 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포스트시즌이 시작될 때부터 흥분됐다. 빨리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의지의 뒤를 이어 두산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박세혁(30)은 “(양)의지 형에게 많이 배웠고, 의지 형을 보면서 자랐다. 올해는 둘이 대결하는 구도가 됐는데 좋은 승부를 펼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혁 역시 지난해 KS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끌면서 ‘양의지의 그림자를 지워 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세혁은 “감독님께서는 의지 형보다 나은 게 없다고 하시지만 제가 나이도 젊고 다리가 좀 더 빠른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34·사진)이 현대캐피탈을 떠나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는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신영석과 황동일(34·세터), 그리고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김지한(21·레프트)을 한국전력으로 보내는 대신 김명관(23·세터), 이승준(20·레프트),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는 3 대 3 트레이드를 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은 ‘즉시 전력’을 내주는 대신 ‘유망주’를 받아왔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팀 재창단에 맞먹는 강도 높은 리빌딩을 통해 변화를 꾀하려 한다”고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아끼던 선수들과 헤어지게 돼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우리 팀 약점 극복에 도움을 줄 선수를 얻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자부 의정부 경기에서는 안방팀 KB손해보험이 OK금융그룹에 3-1(22-25, 25-18, 25-20, 31-29) 역전승을 거두고 사흘 전 패배를 설욕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