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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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8-29~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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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유와 설탕이 잘 녹아든 커피같은 평론”

    “안동림 선생의 클래식 평론은 우유와 설탕이 잘 녹아든 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들게 했어. 그만큼 술술 머릿속에 들어왔고, 소화하기 쉬웠지. 안 선생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가 늘 내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기분이야.” 2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풍월당 5층 소극장에서 열린 ‘고 안동림 선생 추모음악회’. 이곳을 찾은 1세대 음악 평론가 이순열 씨(79·전 동아일보 출판국 출판위원)는 이렇게 고인을 회상한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추모 음악회에는 고인의 제자와 지인, 클래식 애호가 등 100여 명이 찾았다. 음악회 사회를 본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음악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 한 장의 명반’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었다”며 “안 선생님은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의 미덕을 전해주는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고인의 저서 ‘이 한 장의 명반’에서 발췌한 글귀와 이에 해당하는 베토벤, 바흐의 음악 선율, 고인의 사진으로 구성된 5분가량의 영상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영상이 나오는 동안 흐느끼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이어 고인의 제자들이 연주에 나섰다. 중앙대 이연화 교수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와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했다. 뒤이어 첼리스트 김해은과 피아니스트 홍청의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함께 연주했다. 서정적 선율의 연주곡들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선곡됐다. 이날 추모 음악회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지 못한 지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유가족들은 평소 “번거롭지 않게, 소박하나 따뜻하게 후사를 치러 달라. 종이함 유골에 담아 일체의 장식 없는 묘를 써 달라”고 당부한 고인의 유지에 따라 직계가족만 모여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부고 소식도 별세 9일 뒤인 10일에야 알려졌다. 장녀 안영호 씨는 “아버지의 뜻에 따른 것이지만 아버지를 잘 아는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음악이 따스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주회가 진짜 장례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한동안 눈물을 긋지 못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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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 70억 대박작품도 순익 고작 1억… 빚내서 무대 올린다

    《 한국 뮤지컬 산업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중견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이 개막을 앞둔 뮤지컬 ‘스위니 토드’와 ‘키다리 아저씨’의 공연을 동시에 취소한 데 이어 지난달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근엔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장과 공연계의 ‘큰손’ 인터파크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설 회장이 “티켓 판매 시장을 독과점한 인터파크가 제작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포문을 열자 인터파크가 반박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뮤지컬계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               지난해 국내 초연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레베카’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작품으로 꼽힌다. 제작비 49억 원에 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손에 쥔 수익금은 1억 원에 불과했다. 배우 개런티와 공연장 대관료 등의 제작비를 비롯해 로열티 부가세 티켓수수료 등을 제하고 투자자와 이익을 배분한 결과 3억 원이 남았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비 오는 장면을 추가하는 등 무대 세트를 보강하느라 당초 계약한 제작비(45억 원)보다 4억 원을 더 썼지만 추가 비용은 절반만 인정받아 나머지 2억 원을 떠안고 나니 최종 수익금이 1억 원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거품 현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물론이고 실패한 작품까지 한국에서 속속 공연되고 있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은 한국에서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로열티와 각종 관리비용을 받아 브로드웨이에서 입은 손실을 메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증하는 작품, 짓눌리는 업계 뮤지컬 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지나치게 많은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아일보가 뮤지컬 업계 관계자 20명을 대상으로 뮤지컬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2개씩 복수 응답), 제작자들은 ‘과다한 작품 수’(15명)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어 제작비 상승과 배우·스태프 부족, 투자 부족과 관객 부족 순이었다. 대표적인 티켓 판매대행사로 공연장 블루스퀘어를 운영하는 인터파크에 따르면 2008년 1544편이었던 뮤지컬 작품 수가 지난해 2500편으로 5년 사이 62% 증가했다. 같은 작품이라도 공연장이 바뀌면 다른 공연으로 집계됐기 때문에 실제 작품 수는 연간 400편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에는 연 50여 편 수준이었다. 뮤지컬시장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1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커졌다. 시장이 3배로 늘어나는 동안 작품 수는 8배로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자 ‘뮤지컬이 돈이 된다’며 너도나도 제작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는 EMK뮤지컬컴퍼니의 ‘황태자 루돌프’ 역시 64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제작사의 최종 수익은 6000만 원이었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흥행한 작품도 제작사 수익률이 이 정도인데 다른 작품은 오죽하겠냐. 이러다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한폭탄, 터지는 건 시간문제” 뮤지컬 제작비는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으로 올랐다. 작품 수가 급증했지만 배우와 스태프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조승우 김준수를 제외한 톱 배우의 출연료는 대작 공연의 경우 회당 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급 배우들이 한 해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이 3편 정도인데 제안받는 작품은 40∼50편에 달해 출연료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제작자는 “제작자들이 경매하듯 출연료를 높여 부르면서 한국 톱 배우 10여 명은 브로드웨이 휴 잭맨 수준의 출연료를 받는다. 작품 하나 하면 집 한 채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배우와 스태프의 인건비가 제작비의 40%, 많게는 절반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제작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작품이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성공하더라도 제작사가 손에 쥐는 돈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인 데 비해 실패하면 순식간에 수십억 원의 빚을 안게 된다. 또 다른 제작자는 “뮤지컬해븐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투자자마다 ‘다음에 쓰러질 곳은 어디냐’고 가장 먼저 물어 본다”고 말했다. 뮤지컬업계에서는 “시한폭탄 초침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 뮤지컬 투자자는 “제작사들이 작품을 계속 올려 빚으로 빚을 막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률 악화로 투자금이 급격히 줄고 있어 폭탄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정은 기자}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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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자존심 무대에 함께 서는 자체가 영광이죠”

    매년 7∼8월 독일에서 열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독일 작곡가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작품만을 공연하는 오페라 축제다. ‘바그너 음악의 총본산’이라고 불린다. 해마다 바그너 팬 5만여 명이 축제에 몰려든다. 올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선 한국인 성악가 베이스 연광철(49) 전승현(41), 바리톤 사무엘 윤(본명 윤태현·43)이 개막작 ‘탄호이저’를 비롯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로엔그린’ ‘발퀴레’ ‘신들의 황혼’ 무대에 오른다. 전체 30회 공연 가운데 연광철이 16회, 사무엘 윤이 11회, 전승현이 3회 등장한다. 특히 26일 ‘방황하는…’ 무대에선 타이틀 롤인 ‘네덜란드인’을 사무엘 윤이, 또 다른 주역 ‘달란트’를 연광철이 맡아 한 무대에 선다. 이들은 10년 넘게 바이로이트에서 활약했지만 같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21일 독일에서 전화를 받은 사무엘 윤은 “독일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바이로이트 무대에 연광철 선배와 함께 주역으로 선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했다. 사무엘 윤은 2012년 러시아 출신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이 나치 문양을 몸에 문신한 것이 발각돼 하차한 뒤 ‘방황하는…’에서 동양인 최초로 바이로이트의 주역을 맡았다. 이번까지 세 번째로 네덜란드인을 꿰찼다. 또 ‘로엔그린’에서도 주역 헤어루퍼를 맡아 노래한다. 사무엘 윤은 “평균 2∼3년에 한 번꼴로 페스티벌 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바그너 열혈 팬이 많다”며 “아무리 유명한 성악가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공연 중간에 교체될 정도로 냉혹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고국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해 화제가 됐다. 당시 네덜란드인으로 분장하며 왼쪽 뒷머리에 한반도 지도 문양을 크게 그려 넣은 것. “2013년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 언론이 바이로이트 축제를 주목했어요. 한국을 알리고자 분장사에게 부탁해 한반도 문양을 넣었죠. 올해는 가발에 다른 문양이 세팅돼 있어 한반도 문양을 넣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방황하는…’ 외에 개막작 ‘탄호이저’에서 헤르만 영주, ‘발퀴레’에서 훈딩 역을 맡은 연광철도 독일에서 맹연습 중이다. 그는 “바그너의 작품으로 무대에 설 때에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연광철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의 아버지인 강병운 서울대 교수(64)가 1988년 바이로이트에 입성한 뒤 1996년 두 번째로 입성했다. “제게 바이로이트는 세계 오페라 무대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많은 세계무대에 서지만 성악가로서 매년 여름을 바이로이트에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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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백건우 “영혼의 소나타로 희생자 기립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부다페스트 음악회 준비를 하다가 세월호 참사 뉴스를 접했어요. 처음엔 얼마나 화가 나는지 참을 수가 없었죠. 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도 느꼈고요. 음악은 강한 언어잖아요. 그래서 제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68)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백건우 영혼을 위한 소나타’ 공연 간담회에서 추모 공연을 열게 된 이유를 말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참을 흐느꼈다. ‘건반 위의 구도자’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주위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 그는 24일 오후 7시 반 제주항 특설무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 독주회 무대에 선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다. 공연 장소도 세월호가 끝내 도착하지 못했던 제주항을 택했다. 그는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런 음악회를 하게 된 것도 처음이라 겁도 나는 게 사실이다”라며 “그 많은 감정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공연에서 그는 총 6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연주곡은 한곡 한곡에 의미를 담아 모두 직접 골랐다. “너무 특별한 계기에서 시작된 공연이기에 곡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월호 참사를 대변하는 곡이 많다.” 백 씨가 선택한 첫 연주곡은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13번 2악장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 산책길에 나섰다가 병으로 죽은 자식 앞에서 슬퍼하는 한 여성을 발견한 뒤 위로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연주한 피아노곡이다. 그는 “베토벤이 이 곡을 연주한 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는데 내 마음도 그렇다”고 했다. 다른 연주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 ‘침울한 곤돌라 2번’ ‘순례의 해 3년, 힘을 내라’,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이다. 이 공연은 전석 무료다. 백 씨 또한 출연료를 전혀 받지 않고 무대에 선다. 그는 이전에도 전북 부안군 위도, 경남 통영시 욕지도 도동항 등에서 열린 ‘섬마을 콘서트’에 노 개런티로 연주해 문화 소외계층을 위로했다. 2011년에는 북한의 포격으로 어려움을 겪던 연평도에서 공연을 펼쳤다. 공연 관람 신청은 17일부터 20일까지 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 기획실을 통해 최대 500명까지 선착순으로 받는다.(064-740-7810) 기자회견 말미에 백 씨는 앞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던졌다. “제가 이번 연주회를 열게 된 이유요? 세월호 참사는 절대 잊어버려선 안 돼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다시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용서할 수 없어요.” 그는 가슴으로 얘기하며 또 한 번 흐느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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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전 추억을 기리며… 환갑전후 ‘왕언니 3인방’ 뭉쳤다

    현대 무용계의 ‘왕언니’ 3명이 뭉쳤다. 1970, 80년대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활동한 1세대 현대무용가 이정희 전 한국현대춤연구회 회장(67)과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교수(62), 안신희 전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57). 이들은 30여 년 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소극장 공간사랑에 올렸던 작품을 재구성한 ‘우회 공간’을 25, 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11일 서울 남부순환로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세 무용가는 “연로하신 ‘언니’들이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단 하나의 공연을 준비 중”이라며 연신 웃었다. 올 시즌의 주제를 역사와 기억으로 정한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의 제안이 이번 공연의 출발점이 됐다. 연습실에 들어서자 강한 기운을 내뿜는 왕언니들이 매트 위에서 제각각 몸을 푸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 씨는 “아티스트들이 연주 전 악기를 조율하듯, 무용가들에게 스트레칭은 무대에 오르기 전 치르는 의식과도 같다”고 했다. 왕언니들이 몸을 풀 때마다 관절에서 ‘뚜두둑’ 소리가 연신 나긴 했지만 몸의 유연함은 10대 소녀 못지않았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시간 동안 이들은 갑자기 드러눕고, 다리를 찢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기도 했다. 이 씨는 “환갑이 넘어서 무용가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이렇게 몸을 괴롭힌 덕분”이라며 “집에서도 늘 이렇게 살다 보니 딸들도 자연스럽게 무용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웃었다. 최근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9’에서 자매 출연자로 유명해진 발레리나 이루다와 현대무용가 이루마가 그의 딸들이다. 현대무용계에서 ‘선생님’으로 존경받는 이들이 모인 것은 공간사랑에 대한 추억의 힘이 컸다. 남 씨는 “1970, 80년대 한국 대중문화계에 카페 ‘세시봉’이 있었다면, 현대무용계에는 고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공간사랑’이 있었다”며 “공간사랑은 무용가뿐 아니라 장르 불문한 모든 예술가의 사랑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공간을 통해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처음 알려졌고, 병신춤을 추던 공옥진 같은 지방 예인들도 소개됐다. 특히 이 씨는 공간사랑 정식 개관 1년 전인 1976년에 작곡가 백병동의 ‘실내’라는 곡에 맞춰 공연했다. 공간사랑 1호 무용가인 셈이다. 그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췄다”며 “현재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임헌정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았다”고 했다. 이 씨는 이번 공연에서 ‘실내’와 1980년대 후반 작품인 ‘검은 영혼의 노래’를 수정해 관객에게 선보인다. 남 씨와 안 씨에게도 공간사랑은 특별한 공간이다. 남 씨는 1982년 파리 유학을 마친 뒤 공간사랑에서 귀국 공연을 열었고, 안 씨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뒤 1981년 공간사랑에서 프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들은 “공간사랑은 애틋한 기억과 함께 춤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심어준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 씨는 32년 전 선보였던 ‘대각선’ ‘계속’ ‘안녕하세요’, 안 씨는 ‘교감’ ‘지열’을 재안무해 무대에 올린다. 이들은 “희한하게도 수십 년 전 작품을 몸은 기억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들은 현대무용이 어렵다고 여기는 관객들을 위해 작품에 대한 배경과 특징도 설명할 예정이다. 안 씨는 “족집게 과외처럼 현대무용을 쉽고 재미있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02-3472-1421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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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납뜩이’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3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배우 조정석의 ‘금의환향’ 작이다. ‘헤드윅’에서 피부가 너무 뽀얗고 예뻐 ‘뽀드윅’이라 불린 그가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의 감초 ‘납뜩이’로 이름을 알렸을 때 뮤지컬 팬들은 알게 모르게 냉가슴을 앓았다. 영화에서 뜬 그를 한동안 무대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정석은 올 상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무대에 오르는 대부분 뮤지컬의 제작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후문. 하지만 ‘의리’가 대세인 요즘, 그의 선택은 자신을 주역으로 만들어준 ‘헤드윅’의 스태프(쇼노트·창작컴퍼니다)가 제작한 ‘블러드 브라더스’의 미키였다. ‘블러드…’는 뮤지컬보다 연극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150분의 러닝타임 동안 16곡의 노래가 등장하지만, 노래 길이가 대부분 짧다.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러닝타임 동안 7세 어린이, 청소년, 20∼30대 성인 연기를 다채롭게 선보이는 미키 조정석과 에디 장승조의 연기가 능청스럽다. 1인 다역을 맡은 문종원도 작품의 흐름을 잘 이어가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관객들은 다시 돌아온 뮤지컬 스타 조정석의 연기에 가장 큰 반응을 보였다. 34세의 나이에 7세 연기가 어려웠을 법도 한데, 망아지처럼 무대를 뛰어다니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청소년기로 접어들어 교복을 입고 등장한 모습에 관객은 마치 이모가 어린 조카를 보는 양 반겼다. 어리광을 피우다가도 노래를 부를 때에는 힘 있는 창법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존스턴 부인 역을 맡은 배우 구원영의 연기도 맛깔난다. 억척스러운 8남매 엄마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난 때문에 쌍둥이 아들 에디를 입양 보낸 슬픈 모성애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슬픈 듯하지만 왠지 ‘캔디’처럼 일어서는 모습에서 관객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아쉬운 점은 결정적으로 이렇다 할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극의 초반부 10분가량은 다소 지루한 전개를 이어간다. 극이 결말로 치달을수록 점점 힘이 부친다. 성급한 마무리와 커튼콜 후 공연장을 빠져나왔을 때 딱히 입에 맴도는 멜로디가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공연은 9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5만5000∼11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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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va, 프란치스코]광화문~시청 20만명 운집… 교황, 시복미사 집전하며 강론-훈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에 대한 시복식’을 집전한다. 시복식에는 20여 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시복식은 앞서 치러진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2011년 5월)의 전례와 한국천주교교황방한준비위원회(이하 방준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시작성가와 묵주기도, 사목미사를 시작으로 △시작예식 △시복예식(시복청원과 프란치스코 교황 시복문 낭독) △말씀 전례(제1독서, 화답송, 제2독서, 복음 환호송, 복음, 교황 강론) △성찬 전례(영성체 예식) △마침 예식(삼종기도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훈화)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방준위에 따르면 시복식 콘셉트는 소박함과 간소화. 방준위 관계자는 “시복식은 기존에 행해진 일정한 절차를 거의 그대로 따르는 편”이라며 “방준위 실사단이 참여한 로마 교황청 실무회의에서 교황의 말씀과 미사 위주로 시복식을 진행하라는 결정이 있었다”고 했다. 광화문 앞에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시복식 제단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 등이 오른다. 교황청 측에서 제단에 오를 사람의 수를 최소화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이 방준위의 설명이다. 시복식에선 124위 순교자 전원의 초상화를 한 폭에 담은 대형 걸개그림(가로 3m, 세로 2m)이 최초로 공개된다. 걸개그림의 위치는 제단 바로 뒤다. 앞서 주교회의 시복시성특위는 각 교구별로 보유한 자료와 문헌 자료 등에 나온 순교자의 모습, 당대 신분에 따른 복식 등을 토대로 초상화를 제작했다. 방준위는 제한된 공간을 감안해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차지하는 교구별 신자 비율에 따라 시복식 참석 인원을 사전에 배정했다. 지난달 16개 교구 관계자들이 한 데 모여 제비뽑기 방식으로 교구별 신자 자리 배치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제대를 기준으로 앞에서부터 춘천교구(2700명), 원주교구(2700명), 안동교구(1800명), 인천교구(1만 6200명), 대전교구(9900명), 서울대교구(4만 8600명), 의정부교구(9000명), 마산교구(5400명), 대구대교구(1만 6200명), 전주교구(6300명), 청주교구(5400명), 부산교구(1만 4400명), 제주교구(2700명), 군종교구(1000명), 수원교구(2만 7000명), 광주대교구(1만 1700명) 신자 순으로 앉게 된다. 시복식 참석이 확정된 신자들은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행사장 주변 곳곳에 배치될 검색대에서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안전상의 이유로 날카로운 도구는 물론 물병 반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비상시를 대비해 행사장 주변에는 15개의 의료진 부스가 준비된다. 방준위는 “무더위가 예상되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앰뷸런스 차량 대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비상약 등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행사장 둘레에는 10m 간격으로 이동 화장실을 배치한다. 방준위 측은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 주변에는 서울 순교자들이 옥살이를 한 형조와 우포도청, 경기감영, 의금부 터를 비롯해 서소문 성지가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식 참석 전 서소문 성지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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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va, 프란치스코]윤지충-정약종-강완숙 등 복자100위-복녀24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諡福) 미사에서 복자(福者)로 추대되는 124명의 순교자들은 신해박해(1791년)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순교한 한국 천주교 초기 신자들이다. 시복은 가톨릭교회가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남자는 복자, 여자는 복녀라 부른다. 복자는 성인(聖人)의 바로 전 단계다. 이번에 교황이 시복하는 복자는 100명, 복녀 24명이다. 복자에는 한국의 첫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중국인 신부 주문모(야고보),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이 포함돼 있다. 주 신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신도다. 124위의 순교지는 서울(37명), 경상도(29명), 전라도(24명), 충청도(18명), 경기도(13명), 강원도(3명)로 돼 있다. 윤지충은 전라도 진산 출신이다. 1790년 중국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교회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신주를 불태운 뒤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렀다. 조정에서 이를 알고 체포령을 내리자 자수해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정약용의 셋째형인 정약종은 성녀 정정혜(엘리사벳)와 성 정하상(바오로)의 아버지이다. 형 약전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가톨릭에 입교한 뒤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 2권을 집필했다. 주문모 신부의 인가를 얻어 교우들에게 주교요지를 보급했고, 평신도 단체 ‘명도회’ 초대회장을 지내다 1801년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참수 당시 ‘땅을 보면서 죽는 것보다 하늘을 보면서 죽는 것이 더 낫다’며 칼을 받았다. 주문모 신부는 조선에 입국한 첫 성직자이다. 구베아 주교의 파견으로 그는 조선인으로 변장한 뒤 1794년 입국했다. 한국 교회 첫 여성 회장이었던 강완숙(골룸바)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최초의 미사를 봉헌했다. 신유박해 때 귀국을 결심하지만, 결국 순교하기로 마음먹고 자수했다. 새남터에서 효수형에 처해졌다. 강완숙은 여성 평신도의 본보기로 존경받는 순교자다. 입교 후 충청도 내포에서 한양으로 옮겨 주 신부를 도와 여성 회장으로 활동했다. 자신의 집을 주 신부의 피신처이자 집회 장소로 제공했다가 붙잡힌 뒤 서소문에서 참수됐다. 전라도의 첫 신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인 유중철(요한)과 그의 아내 이순이(루갈다)는 주 신부에게 부부관계를 맺지 않는 동정생활의 뜻을 전하고 결혼 뒤에도 오누이처럼 지냈다. 유중철이 아내에게 보낸 서한 중에 ‘누이여,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글귀가 유명하다. 전주교구에서는 매년 가을 이들을 기려 ‘요한-루갈다 제’를 연다. 황일광(시몬)은 천민 출신으로 1792년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그는 출신과 계급을 가리지 않고 형제로 대해주는 교우들에게 감동해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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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중요무형문화재 정재만 숙명여대 명예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인 정재만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12일 오후 11시 30분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고인은 전북 익산의 제자 강습회를 마치고 다음 날 부산에서 열리는 강습회 참석차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 13일 빈소를 찾은 한명옥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정년퇴임 이후에도 후학 양성을 위해 강습회를 자주 여셨다”며 “춤의 대중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애쓰시다 돌아가셨다”고 애도했다. 경기 화성 출신으로 경희대와 동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한 고인은 의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무용가의 길을 걸었다. 인천 대건중 2년 시절, 서울 충무로의 송범무용연구소를 발견하고 무작정 찾아가 춤을 배웠다. 그의 춤을 본 한영숙은 절친했던 송범에게 “제자로 삼게 이애주와 정재만을 달라”고 청했다. 이를 계기로 고인은 승무, 학무, 살풀이, 훈령무, 태평무 등을 차례로 전수받으며 근대 한국 춤을 집대성한 한성준과 그 계보를 이은 손녀 한영숙의 맥을 잇는 춤꾼으로 자리매김했다. 빈소에서 만난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 한영숙 선생이 유일하게 남자 제자를 받았던 사람이 정재만 선생”이라며 “고인의 춤에 힘과 기교가 있음을 눈여겨보신 뒤 할아버지인 한성준 선생의 학춤도 전수하셨다”고 말했다. 성기숙 한예종 교수도 “고인은 독보적인 기교로 한국 남성춤의 멋과 흥취, 풍류 정신을 세련된 극장 미학으로 승화시켰다”고 평했다. 고인은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수상한 최초의 남성무용수였다. 1972년 제7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승무로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대상을 받았을 당시 무용계에선 ‘승무춤의 천재가 나타났다’고들 했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이매방, 이애주에 이어 2000년 중요무형문화재 승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1987년부터 숙명여대 무용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정재만 남무단을 통해 남성무용수의 활동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과 1988년 서울 올림픽 폐막식, 2002년 월드컵 전야제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서 안무를 맡았다. 대한민국 예술원상, 서울시문화상, 대통령 표창, 옥관문화훈장, 프랑스디종국제민속예술제 금상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박순자 여사와 아들 용진 씨(한국무용가), 딸 형진 씨(한국무용가)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로 서울삼성병원 20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9시. 장지는 천주교 수서동 성당. 02-3410-315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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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 최소화 만전을 기해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한다고?

    ‘난 정말 누 예삐오.’ ‘좋아좋아 누 예삐오.’ 걸그룹 에프엑스(f(x))의 노래 ‘누 예삐오’ 가사다. 대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제목과 가사로 한때 에프엑스는 우리말 파괴 주범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어떨까. ‘산업융합은 우리 경제가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경제의 전략으로 주력 산업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DNA임을 강조함.’ 한국어와 영어가 한데 모여 탄생한 이 문장의 출처는 정부 기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5월 ‘산업융합 규제 및 애로 개선 추진단’을 발족하며 발표한 보도자료에 실린 문장이다. 행정기관의 공고문, 보도자료와 같은 공문서를 읽다 보면 한국어가 소통의 도구 역할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이질적인 단어 사용은 물론이고 번역투 문장, 우리말과 외국어가 혼용된 문장,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 비문, 상투적인 한자어 표현이 남발된 문장, 지나치게 긴 복문이나 생략문의 사용으로 쉽게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이 강원대 한국어문화원에 의뢰해 분석한 ‘2013년 행정기관 공공언어진단 보고서’를 살펴보자. 지난해 4∼10월 59개 행정기관이 발표한 1180개의 보도자료에서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 문장은 1754개, 우리말답게 표현하지 못한 문장은 813개, 어려운 용어 및 어조를 사용한 문장은 1302개에 달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잔재로 피동표현이 과도하게 사용된 일본어 번역투 문장이 빈번히 등장한다. ‘피해 최소화 대책추진에 만전을 기하여’(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검인을 득하지 않고’(검인을 받지 않고)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고’(철저히 관리·감독해 주시고) ‘별첨 서식에 의하여’(별첨 서식에 따라) ‘이번 선거에 있어서’(이번 선거에서) ‘대선에의 국민의 기대’(대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같은 표현이 그 예다. 어색한 문장도 상당하다. 지난해 국가보훈처의 보도자료에 등장한 표현 가운데 “70세 이상 30만 명 이상 살아 계시나 국립묘지 안장 여력은 6만여 기 불과한 점을…” “공설묘지를 활용방안도 검토 중이다”와 같은 문장 및 표현은 정확한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행정문서에 자주 사용되는 만연체의 긴 문장과 한 문장 내 주어·술어 사용이 많은 중문 및 복문 또한 내용 전달을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대전국제우주대회는 60여 개국 3000여 명의 우주 관련 전문가 및 관련 업체가 참여하는 항공우주 분야 최고의 행사로 지속 가능한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주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학술대회·전시회와는 별도로 일반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우주 축제가 진행될 것이다’(2009년 대전시 보도자료)와 같은 문장이 그렇다. 시쳇말로 읽다가 숨넘어갈 정도로 호흡이 길다. 우리말과 외국어를 혼용한 문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글문화연대가 지난해 10월 17개 정부 부처와 국회, 대법원이 4월부터 6월까지 발표한 보도자료 3068건에 대해 국어기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문장에 외국어를 그대로 드러내 사용한 경우는 7687건이었다. 공문서에 순화가 필요한 행정용어와 비문법적 문장이 남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연구위원은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권위적인 공무원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어려운 행정용어 및 상투적인 비문은 공무원들끼리 소통하는 데 크게 문제되지 않는 ‘그들만의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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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어 순화” 1년반… 87% 그대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월 312개의 행정용어를 순화 대상 용어로 고시해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여전히 해당 행정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명대 국어문화원 서은아 연구교수가 충남도청과 15개 시·군청 홈페이지 누리집에 있는 보도자료, 공고문, 고시문(2013년 6∼8월)을 분석한 결과 문체부 지정 순화대상 행정용어 312개 가운데 86.5%에 이르는 270개가 계속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270개의 단어가 공문서에 사용된 빈도를 세어 보니 32만 번을 넘겼다. 270개 용어 가운데 외래어가 157개(58.2%)로 가장 많았고, 한자어는 96개(35.6%)에 이르렀다. 이들 기관에서 가장 자주 사용된 순화 대상 용어는 3개월간 3만2251번 언급된 ‘파일’이었다. 뒤이어 ‘동법’이 2만4099번이었고 ‘투어’가 2만945번, ‘소요’가 1만5615번, ‘유관기관’이 1만4323번 등장했다. 서 교수는 “파일은 서류 묶음, 동법은 같은 법, 투어는 여행 또는 관광, 소요는 필요, 유관기관은 관계기관으로 순화용어가 고시됐지만, 공공문서에서 고시된 순화어를 사용한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행정기관의 행정용어 순화 이행 속도가 늦은 이유에 대해 유명무실한 ‘국어책임관제’를 꼽았다. 그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2005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서 국어책임관을 두고 있지만, 조사기관의 국어책임관은 대부분 1년 임기로 본래 업무를 담당하며 국어 업무를 겸업하는 형태였다”며 “국어책임관들 스스로 행정용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데다 대응하는 순화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 어려운 행정용어 사용을 남발할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의 ‘공공언어개선의 정책 효과 분석’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7%가 공공문서 및 정책 용어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고, 67.4%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의 어려운 행정용어 사용 남발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국어원은 어려운 행정용어를 쓰는 탓에 공공기관에서 낭비되는 비용이 2010년 기준으로 1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도 어려운 정책용어로 생겨나는 국민과 공무원의 시간 비용이 연간 285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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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님 말씀의 향기까지 정확히 번역하고 그렸어요”

    가톨릭 신자들에게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미사 강론 전문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배우 김태희는 최근 출간된 책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가톨릭출판사) 추천사에서 “교황님은 지리적 거리뿐 아니라 외국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너무 먼 곳에 계신 분이었다”며 “한동안 이 책은 제 곁에 가까이 있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교황청 그레고리오대에서 공부 중인 진슬기 신부(34·서울대교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미사 강론과 각종 연설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임의준 신부(35·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가 그린 60여 점의 삽화가 실려 있다. 9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진 신부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착좌(선출) 직후부터 6월 21일까지 미사 강론과 연설 57편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다”며 “각 편마다 QR코드가 삽입돼 있어 강연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했다”고 했다. 조금 발칙하게 느껴지는 책 제목도 2월 1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와 설교에 나선 교황의 말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진 신부는 가톨릭 청년 신자들 사이에선 유명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 미사 강론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말이란 게 한두 문장만 떼어 놓고 보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교황 말씀의 정확한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을 번역하게 됐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SNS를 창구로 택했죠.” 진 신부는 사실 책을 출판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6월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잠시 귀국했을 때 임 신부와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제안했다”며 “처음에 망설였지만 교황님의 유행어 중 하나인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Coraggio avanti)’라는 말에 힘을 얻어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교계에서 ‘그림 그리는 신부’로 통한다. 서울주보에 주기적으로 삽화를 싣고 있다. 의외로 학창시절에 늘 최저 점수를 받은 과목이 미술이었다고 했다. “몇 년 전 동료 신부들과 피정 갔다 자존감 테스트를 받았는데 100점 만점에 2점을 받았어요.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말에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하하.” 그는 “누군가의 책을 완독한 뒤 삽화 작업을 하면 그 사람의 영혼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 진 신부께 책 출간을 제안했다. 많은 분이 종교를 떠나 교황의 말씀으로 마음의 휴식과 위로를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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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활동 한국인 무용수들 고국팬 찾는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무용수들이 고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8월 16,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10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외국 유명 발레단 소속 한국인 무용수 6명과 국내 무용단 무용수 등 40여 명이 참여하는 ‘2014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 스타 초청공연’이 열린다. 무용수들은 돈키호테 등 15개 발레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갈라쇼 무대를 선보인다. 해외 초청 무용수는 보스턴발레단의 한서혜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최영규,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권세현, 미국 툴사 발레단 이현준과 손유희, 미국 현대무용단 ‘리자르 더 컴퍼니’ 이혜린이다. 국내에서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은원을 비롯해 서울예고 박지수, 선화예고 임선우가 출연한다. 현대발레단 조주현 댄스컴퍼니와 현대무용단 LDP, 애매모호한무용단도 나서 군무를 보여준다. 8월 11일에는 대학로 국립예술자료원에서 해외 초청 무용수들의 공연 실황 영상 감상회가 열린다. 12일에는 서울예고에서 이들이 직접 후배들을 지도하는 ‘발레 클래스’가 진행된다. 공연은 3만∼10만 원. 02-3674-221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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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은 변한게 없어” 위안부 할머니 절규 생생

    무대는 단출하지만, 노골적이다. 1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단박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는 짐작이 간다. 공중에 흰 저고리, 검은색 치마가 을씨년스럽게 걸려 있고, 무대 뒤편에는 일본 우익인사들의 역사왜곡 발언을 담은 신문기사들이 패널 3개에 빼곡히 뒤덮여 있다. 이 작품은 1995년 초연된 한일 합작 연극이다. 일본연극협회장을 지낸 후지타 아사야(藤田朝也·80)와 극단 미연의 김순영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초연 이후 우익세력의 협박과 관객들의 외면으로 공연되지 못했다. 후지타 씨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아베 정권을 지켜보면서 다시 이 연극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19년 만에 재공연하는 작품이지만 각본을 다시 쓸 필요가 없었다. 변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 뼈 있는 영자의 대사가 추가됐다. “그놈들 우리가 죽는 것만 기다리고 있으니까. 죽어도 죽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지. 일본으로 가자.” 극중 영자는 고작 15세였다. 영자는 아버지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송 씨 아저씨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일본 시모노세키에 있는 식당에 취직시켜줄게. 돈도 많이 주고, 흰 쌀밥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줄게.” 하지만 영자가 도착한 곳은 시모노세키에 있는 식당이 아닌 위안소였다. 연극은 타임 슬립 방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관객은 배우 박승태의 연기에서 15세 영자와 노인이 된 영자를 마주한다. 노인이 된 영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찾아온 일본 잡지사 기자에게 수십 년간 숨겨 온 진실을 하나씩 풀어낸다. “지옥이었어. 매일 30∼40명을 상대했고, 심할 때는 60명도 상대했어. 오전부터 오후까진 사병, 오후부터 저녁 직전까진 하사관, 밤 9시 넘어선 장교를 상대했어.” 영자는 기자에게 일본군 대좌가 위안부 소녀들에게 ‘이것은 일본 제국 육군의 명령이다. 나라의 명령이고, 천황의 명령’이라고 세뇌시켰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본 기자는 영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기자의 억지에 영자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너희들은 전쟁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무엇이냐”라며 절규한다. 4인극이지만, 영자의 1인극이나 다름없다. 영자 역의 박승태의 연기력에서 상당한 내공이 느껴진다. 단순히 위안부의 고통이나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를 이끌어내기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한국 공연을 마친 뒤 내년부터 일본 순회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정미소극장. 전석 3만 원. 070-4066-24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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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위 유령’ 페이지 터너… 검은색 옷 입고 장신구-향수 못써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공연 막바지에 피아니스트 손열음(28)이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곡 연주자로 나선 그의 손에는 악보가 아닌 태플릿 PC가 들려 있었다. 그는 20분 넘게 태블릿 PC에 담긴 베토벤 교향곡 ‘합창’ 4악장 악보를 스스로 넘기며 연주를 이어 나갔다. 국내 주요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전자 악보를 사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손열음 이후에도 연주회에서 전자 악보를 몇 차례 사용했다. 영국 시티오브런던 페스티벌 무대를 앞두고 독일 하노버에서 연습 중인 손열음은 3일 e메일을 통해 전자악보를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페이지 터너(page turner)가 옆에 있으면 신경이 쓰여요. 제 맘 같이 넘겨주는 분을 만나기도 어렵고, 그런 분을 만난다 해도 리허설을 같이 여러 번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죠. 그래서 스스로 빠르게 넘길 수 있고, 혼자 넘기는 연습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전자악보를 써요.” 페이지 터너는 연주자 대신 악보를 대신 넘겨주는 사람. 남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공연계에서는 흔히 ‘넘순이’로 불린다. 주로 짧은 협연이나 음표가 많고 복잡해 연주자가 직접 악보를 넘기기 쉽지 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회에 자주 등장한다. 독주회에서는 연주자들이 곡을 암기한 상태에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페이지 터너는 주로 피아노 전공 학생들이 일당 3만∼5만 원을 받고 아르바이트 삼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스스로 ‘무대 위의 유령’이라고 한다. 허영란 씨(30·연세대 음악대학원 반주과 졸)는 “입장, 퇴장할 때 연주자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악보를 넘기는 행동 외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가능한 한 무대에 없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장신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페이지 터너에게는 불문율과 같은 공식이 있다. 항상 연주자의 왼편 뒤쪽에 앉아야 하고, 반드시 왼손으로 악보의 오른쪽 위 모서리를 잡고 조심스레 넘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주자의 왼손과 부딪힐 수 있다. 디토 페스티벌,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리사이틀 등에서 페이지 터너로 일한 김청미 씨(27·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졸)는 “가끔 입 냄새나 향수 냄새에 예민한 연주자들도 있다”며 “페이지 터너로 무대에 설 때는 향수도 뿌리지 않고, 화장품도 향이 없는 제품으로만 바른다”고 했다. 페이지 터너의 작은 실수가 연주를 망쳐버리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경우도 있다. 10년간 페이지 터너로 무대에 섰던 피아니스트 K 씨(35)의 실수담. “2007년 미국 휴스턴 라이스대에서 열린 현대음악 작곡가 지애나 부의 창작곡 발표회였어요. 작곡가가 종이를 아낀다고 낱장으로 6장의 악보를 만들었죠. 페이지를 넘기다 실수로 악보 전체를 건반 위에 떨어뜨렸어요. 연주자가 연주를 이어갔지만, 너무 놀랐죠. 객석의 관객들이 더 놀란 눈치였어요. 하하.” 피아니스트 임동혁(30)은 페이지 터너를 꺼리는 경우다. 그는 “리사이틀 때는 음악에 몰입하기 위해 악보도 보지 않는다”며 “연주할 때 누가 옆에 앉아 있으면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가급적 페이지 터너 없이 무대에 오른다”라고 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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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예술원상 김숙진-정진우씨

    대한민국예술원(회장 유종호)은 제59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 미술부문에 원로화가 김숙진(83), 음악부문에 피아니스트 정진우 씨(86)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예술원은 문학분과에 소설가 김주영(75) 오정희(67), 음악분과에 성악가 김성길(73), 가야금 연주자 윤미용 씨(68)를 각각 신입회원으로 선출했다.}

    •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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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는 흥겹고 대사엔 전율이…”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에서 가장 뜨거운 골목은 단연 브로드웨이 45∼48번가다. 공연계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토니상 수상작들의 공연장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달 8일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고 작품상을 받은 ‘젠틀맨의 사랑과 살인 가이드’를 비롯해 지난해 6개 부문을 석권한 ‘킹키부츠’와 ‘원스’(2012년 작품상), ‘피핀’(2013년 뮤지컬 리바이벌상) 등은 물론이고 ‘라이언킹’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롱런 흥행작도 공연 중이다. 19일(현지 시간) 타임스스퀘어를 바라보는 47번가의 팰리스 극장(1700석) 무대에서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가 초연됐다. ‘할러…’는 미국 힙합 앨범 누적 판매 1위(3850만 장)의 기록을 남기고 25세로 요절한 래퍼 투팍(2Pac·1971∼1996)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아바), ‘위윌락유’(퀸), ‘저지보이스’(포시즌스) 등 기존 히트곡을 활용한 뮤지컬은 있었지만 ‘할러…’는 최초로 랩 음악을 조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신춘수 오디뮤지컬 컴퍼니 대표(47)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제작진 면면도 화려해 올해 토니상 연극 부문 최고 연출상을 받은 케니 리언이 연출을, 뮤지컬 ‘위키드’의 안무가 웨인 실렌토가 안무를 맡았다. ‘힙합계의 전설’인 투팍의 음악을 다뤄서인지 16일부터 시작된 프리뷰 공연과 개막 공연에는 팝스타 마돈나를 비롯해 배우 우피 골드버그, 빈스 본, 셰리 셰퍼드,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토미 모톨라 소니엔터테인먼트 사장 등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현지 언론은 리뷰 기사에서 투팍의 곡을 활용한 음악에 후한 점수를 줬다. “박자는 흥겹고, 대사에는 전율이 흐른다.”(뉴욕타임스) 또 대사를 랩으로 처리한 형식에 대해서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랩이 굳건히 올라선 것은 기념할 만한 일”(AP통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본과 드라마 구성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멜로드라마의 조합이 짜임새가 없다.”(타임아웃뉴욕) “토드 크레이들러의 대본은 샤커(투팍의 본명)가 생전에 남긴 뚜렷하고 깔끔한 시가 지닌 힘과 잘 맞지 않는다.”(더랩) 실제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흑인 청년 존과 베르터스가 친구인 베니를 갱스터 집단 총격으로 잃게 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존과 베르터스는 총소리와 마약이 판치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난한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안토니가 존과 베르터스에게 베니의 복수를 제안하고,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안토니는 실수로 존에게 총을 쏜다. 존은 죽어가면서 ‘총소리 없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보완해 주는 건 투팍의 노래를 맛깔 나게 살려내는 흑인 배우 20여 명의 노래 실력과 댄서 출신 앙상블의 힘 있는 비보잉 댄스였다. 특히 투팍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마치 콘서트 현장을 찾은 것처럼 함께 따라 부르며 즐겼다. 브로드웨이의 극장 방식은 한국과 달리 냉혹하다. 주간 단위로 산정해 매출액이 운영비보다 낮으면 바로 작품을 내린다. ‘할러…’는 매주 운영비로 50만 달러(약 5억2000만 원)가 들어간다. ‘할러…’의 성공 여부는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관객이 아닌 새로운 관객층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신 대표는 “공연 시작 후 2주까지의 성과가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대본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첫 공연 이후 예매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욕=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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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우리 音樂이 있다

    “여우락(樂) 페스티벌은 매년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관객이 호응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3년째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양방언 씨(54)의 말이다. 실제로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인 ‘여우락’을 명칭으로 내건 이 페스티벌은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우락 페스티벌이 첫발을 내디딘 2010년에 객석점유율은 67%에 그쳤지만, 2011년 77%, 2012년 90%, 2013년 121%를 기록하며 매년 관객이 몰리고 있다. 양 감독은 “지난해 국립극장의 KB국민은행 청소년 하늘극장 627석 중 시야장애석을 제외한 413석의 티켓을 판매했는데, 공연당 평균 500명이 몰리면서 극장 측이 유보석을 풀거나 간이 방석을 준비해 관객 수요를 맞췄다”며 “올해도 많은 관객이 사랑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우락 페스티벌이 찾아온다. 다음 달 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KB국민은행 청소년하늘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것. 양 감독은 “올해 축제는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며 “지난해까지는 기존의 곡들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올해는 신작으로만 구성했다”고 말했다. 23일 동안 열리는 여우락 페스티벌엔 총 10개 작품에 101명의 예술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축제는 ‘오프닝’ ‘크로스오버’ ‘센세이션’ ‘초이스’라는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오프닝’에서는 양 감독과 퓨전 국악그룹 ‘노름마치’ ‘소나기 프로젝트’ 국악밴드 ‘AUX(억스)’, 외국 연주자를 비롯해 총 17명의 협연무대가 펼쳐진다. 양 감독은 “3년간 예술감독을 하며 얻은 음악적 경험, 성과를 드러내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세한 일정 확인과 예매는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참조. 전석 3만 원. 02-2280-4114∼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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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해 열반 70주기… 29일 남북 불교도 한자리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지홍 스님)와 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강수린)이 29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만해 스님 열반 70주기 남북 합동다례재’를 지낸다. 남북의 불교도들이 만해 스님(사진)을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재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국장은 17일 “3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만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과 서산대사비 보존보수사업, 묘향산 보현사 추계제향과 함께 만해 스님 열반 70주기 합동다례재 봉행, 학술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며 “최근 조불련 측에서 만해 스님 열반 70주기 합동다례재 봉행에 대해선 합의하겠다는 뜻을 알려와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례재에 참여할 남북의 불교계 대표단 규모는 각각 30여 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만해 스님은 1919년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발간해 일제강점기 저항문학에 앞장선 인물이다. 정부는 스님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고, 북한의 고 김일성 주석도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통해 스님에 대한 존경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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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중앙종회 “文, 신앙 빌미로 역사왜곡… 즉각 사퇴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은 6월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인식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종회는 조계종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구다. 의장단은 이날 성명에서 “문 후보자는 자신의 일부 발언에 대해 교회 내에서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나눈 역사에 대한 종교적 인식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신앙을 빌미로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며 “그릇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진 문 후보자가 국무총리의 자리에 오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장단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문 후보자는 더이상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도 이날 ‘한국역사학계가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에서 “반민족적이거나 편협한 역사관을 가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을 지닌 인사들이 총리와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것은 예고된 참사”라고 주장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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