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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2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0%)를 내년까지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4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 재무장관도 고강도 통화 긴축이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2023년까지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이 물가를 낮출 능력이 있다고 자신 한다”며 “내년까지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전날보다 1.81%(42.31포인트) 떨어진 2290.00에 마감했다. 이는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코스피가 종가 기준 23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올 7월 6일(2292.01) 이후 2개월여 만이다. 美연준 긴축에 각국 금리 인상…환율 전쟁 가시화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각국 중앙은행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환율 전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원화 가치는 오른) 1409.3원에 장을 마쳤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22일에는 영국과 스위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이 대폭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 중 7개국은 0.5%포인트 이상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달러 강세 현상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연쇄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불안의 불씨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나지 않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전쟁에서 석유와 가스를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급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이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산(産)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경기침체 우려를 일축하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긴축정책으로) 실업률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의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고 우리는 이런 노동 시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물가상승률이 2.5% 아래로 내려가기 전 최소 6개월은 실업률이 5%를 넘어설 것이라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전망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실업자 한 명 당 (비어 있는) 일자리가 2개가 있는 상황이 물가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며 “견고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 확산하면서 각국 주요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2개월여 만에 2300선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에서도 나스닥지수는 1.37% 하락한 1만1066.81로 마감됐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역시 0.84% 하락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208%로 0.203%포인트 올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선을 내줬다. 무엇보다 연준이 올해 남은 두 차례(11, 12월) 회의에서 1.25%포인트 더 올려 기준금리가 올해 말 연 4.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5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409.7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장 중 1413.4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정부와 외환당국은 공식 구두개입에 이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도 나섰지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 선이 무너졌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지난달 17.6으로 ‘위기’ 단계(22 이상)에 근접하고 있다.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미 기준금리는 기존 연 2.25∼2.50%에서 연 3.0∼3.25%로 뛰었다. 상단 기준으로 보면 한국(연 2.50%)보다 0.75%포인트 더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급망이 일부 복원됐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지 않다”며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4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이언트스텝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공포가 퍼지면서 강달러 압력은 더 커졌다. 이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1 선을 넘어 20년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장 중 달러당 145엔을 넘어 일본 재무성은 달러화를 내다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국의 국채 금리도 치솟았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104%로 11년 7개월 만에 4%를 넘었고, 10년물 금리(연 3.997%)마저 넘어섰다. 이 같은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63%, 0.46%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58%)와 대만 자취안지수(―0.97%), 홍콩 H지수(―1.14%)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美 잇단 자이언트스텝에 환율 급등 외환위기-금융위기후 첫 1400원대…내달 금리 인상땐 더 오를 가능성 무역적자 늘어 원화가치 더 하락…기업 비용 늘어 투자계획 재검토 추경호 “모든 수단 동원, 신속대응”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넘게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고환율→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금리 인상→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 공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외화유동성이 과거 위기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에 대형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4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보다 높은 미국 금리를 좇아 해외 자본이 한국을 탈출하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찾아올 수도 있다. ○ 경제위기급 환율… “연말 1500원 간다”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8.0원에 거래를 시작한 직후 곧바로 1400원 선을 돌파해 1413.4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였다. 환율 수준만 놓고 보면 경제위기 때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면 원-달러 환율은 1434.2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무역수지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악화가 원화 가치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무역수지와 재정건전성 악화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비롯해 대외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은 연말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 비상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기업이 이미 투자 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달러 부채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투자비 상승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의 직격타를 받는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철강업계와 원자재를 사들여 중간 가공을 거쳐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해외 투자에 나선 기업들에도 고환율은 악몽이 됐다. 연초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1200원 수준이던 환율이 1400원으로 뛰면서 투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 예정이던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 M17 신공장 착공을 잠정 보류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환율 안정화 대책을 실행하는 한편 규제 개혁, 세제 지원 등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할 것”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외에는 환율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방어를 위해 우선순위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서도 “그 경우 부동산 자산가치 급락과 함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로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넘게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고환율→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금리 인상→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 공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화 뿐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외화유동성이 과거 위기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에 대형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4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보다 높은 미국 금리를 좇아 해외 자본이 한국을 탈출하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찾아올 수도 있다. ● 경제위기급 환율…“연말 1500원 간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8.0원에 거래를 시작한 직후 곧바로 1400원 선을 돌파해 1413.4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였다. 환율 수준만 놓고 보면 경제위기 때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면 원-달러 환율은 1434.2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무역수지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악화가 원화 가치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도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무역수지와 재정건전성 악화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비롯해 대외 부분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은 연말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 비상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기업들이 이미 투자 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달러 부채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투자비 상승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의 직격타를 받는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철강업계와 원자재를 사들여 중간 가공을 거쳐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해외 투자에 나선 기업들에게도 고환율은 악몽이 됐다. 연초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1200원 수준이던 환율이 1400원으로 뛰면서 투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 예정이던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7 신공장 착공을 잠정 보류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환율 안정화 대책을 실행하는 한편 규제개혁, 세제지원 등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할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외에는 환율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방어를 위해 우선 순위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서도 “그 경우 부동산 자산가치 급락과 함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로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등 국내 기업에서 중동의 ‘오일 머니’가 투자 기회를 물색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자금이 풍부해진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게임업계와 문화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서울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큰손’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서울시와 서울투자청의 초청으로 전날 서울을 방문했다. 이들은 22일까지 국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양국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사우디 국부펀드를 국내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방한한 사우디 국부펀드는 자다(Jada)와 SVC로 이들은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만나며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자다는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공공투자기금으로 정보기술(IT), 금융, 게임, 부동산 등 분야에 투자한다. SVC는 사우디 중소기업청의 직속기구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이다. 서울투자청은 최근 글로벌 복합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투자 기근이 심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오일머니를 타깃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희 서울투자청 대표는 “금리 상승 기조 속에 최근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활동이 부진하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유동성이 풍부한 중동 지역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의 오일머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대형 게임업체에도 신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초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수하면서 김택진 대표(11.9%)에 이어 지분 9.26%로 2대 주주가 됐다. PIF는 이 밖에도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매입하는 등 게임업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이런 투자 행보는 석유 산업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다른 영역으로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PIF는 올해 초 전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법인 ‘새비 게이밍 그룹’을 출범시켰다. 사우디 정부도 자국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이그나이트(Ignite)’를 발표했다. 이 밖에도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 e스포츠 정상회의’에는 사우디 e스포츠협회장이자 왕족인 파이살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가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사우디 자금의 추가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한국 기업들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규모도 선진국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2021년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R&D 투자 규모 상위 1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27곳에 불과했다. 2016년(25곳)과 거의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반면 ‘기술 굴기’를 국가 산업 전략으로 앞세운 중국은 R&D 1000대 기업 수가 2016년 100곳에 불과했지만 2020년 194곳으로 4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 미국도 꾸준히 300개 이상 기업이 순위 안에 들었다. 반면 순위권에 든 일본 기업은 같은 기간 157곳에서 135곳으로 줄었다. 한국 기업들의 총 R&D 투자액은 2020년 기준 334억 유로(약 46조4000억 원)였다. 미국이 3436억 유로로 1위였고, 중국(2위·1410억 유로) 일본(3위·1111억 유로)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독일(4위·869억 유로) 다음이었지만 일본의 R&D 투자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통계를 보면 2020년 국내 상위 1000대 기업의 R&D 투자 규모는 55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3%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에도 R&D 투자를 늘렸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가 작은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기보다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선진국을 참고해 자체적인 R&D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 달러화 초강세 속에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과거 중국은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일부러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심리적 마지노선 ‘1달러=7위안’ 깨져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는 오전 한때 1달러에 7.0128위안에 거래돼 역내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7위안’ 선이 깨졌다. 전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도 장중 7.0211위안까지 오르며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중국 당국이 시장 환율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고시환율은 16일 6.9305위안까지 높아져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조만간 고시환율도 7위안을 돌파하는 이른바 ‘포치(破七·7이 파괴됐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 수준이 낮은 중국은 당국이 직접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반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달러당 7위안 아래에서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왔다.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것은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던 2020년 7월 27일 7.0029위안이 마지막이었다. 이보다 앞서 미중 관세 전쟁이 불거졌던 2019년 8월에는 고시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며 ‘포치’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맞선 것이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세계적 경제 침체로 위안화 환율이 높아지는 것은 중국의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중국 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또 통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 인플레 우려 커져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경제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이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며 초긴축에 들어간 것과 달리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자금을 계속 풀어 왔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푼 결과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지만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했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져 7.1%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포치’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서 중국 당국이 환율 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화스와프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 하락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막기 위해 한국 외환당국은 이틀 연속 달러를 대량 매도하며 ‘실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줄곧 1390원대 후반을 오가다가 5.7원 하락한(원화 가치는 상승) 1388.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상승한 1399.0원으로 출발하며 14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1400원 돌파를 우려한 외환당국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이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 외환시장의 안정이 한국과 미국 정상의 공통 관심사라면서, 양자회담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하면서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켰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 달러화 초강세 속에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과거 중국은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일부러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심리적 마지노선 ‘1달러=7위안’ 깨져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는 오전 한때 1달러에 7.0128위안에 거래돼 역내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7위안’ 선이 깨졌다. 전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도 장중 7.0211위안까지 오르며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중국 당국이 시장 환율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고시환율은 16일 6.9305위안까지 높아져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조만간 고시환율도 7위안을 돌파하는 이른바 ‘포치(破七·7이 파괴됐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 수준이 낮은 중국은 당국이 직접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반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달러당 7위안 아래에서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왔다.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것은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던 2020년 7월 27일 7.0029위안이 마지막이었다. 이보다 앞서 미중 관세 전쟁이 불거졌던 2019년 8월에는 고시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며 ‘포치’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맞선 것이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세계적 경제 침체로 위안화 환율이 높아지는 것은 중국의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중국 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또 통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 외국인 투자자 이탈, 인플레 우려 커져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경제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이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며 초긴축에 들어간 것과 달리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자금을 계속 풀어 왔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푼 결과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지만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했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져 7.1%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포치’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서 중국 당국이 환율 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 1388원…전날보다 5.7원 하락 한국 외환당국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막기 위해 이틀 연속 달러를 대량 매도하며 ‘실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줄곧 1390원대 후반을 오가다가 5.7원 하락한 1388.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상승한 1399.0원으로 출발하며 140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1400원 돌파를 우려한 외환당국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당국은 전날에도 구두 개입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러를 대량 매도하는 ‘도시락 폭탄’을 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에 14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 만에 1390원 선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는 1% 넘게 추락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3%로,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와 환율까지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3고(高) 복합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공포도 커졌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0.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95.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가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4엔을 웃돌며 초(超)엔저 현상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준비 단계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단행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이날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언론 질의에 “모든 수단을 쓴다고 생각해도 좋다”며 강력한 개입 의사를 시사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1.56%(38.12포인트) 하락한 2,411.4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시작과 함께 2,381.5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74%(13.86포인트) 내린 782.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당 기간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져 최저 2,050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78%(796.01엔) 급락한 27,818.62엔으로 장을 마쳤다. 홍콩 H지수도 2.45%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1.59% 떨어졌다.환율쇼크 → 물가쇼크 번질 우려… 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 커져 韓경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고… 美 인플레로 高환율 장기화 조짐전문가 “올해 1500원 선까지 갈수도”… 韓당국 “10월 물가 정점” 예상했지만수입가격 상승에 高물가 지속 가능성… 한은, 가계부담-내수위축 딜레마속美 긴축 속도 맞춘 금리인상 폭 고민 미국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발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 고민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게 되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고환율이 고물가 키워…“우리도 ‘물가 쇼크’ 온다”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90원가량 치솟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해 환율이 15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의 이런 급격한 하락은 국내 물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6%대를 보이다가 지난달 5.7%로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국자들도 늦어도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발(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수입 물가의 상승 폭을 키워 물가 정점 시기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긴축에 더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원화가치 하락세를 키우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물가 정점 시기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제유가는 다소 낮아졌지만 한국도 미국과 같이 임금이나 서비스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시장 기대를 꺾는 ‘물가 쇼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환율이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 역시 요즘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이 따라 오른 데다, 수출 경쟁국의 통화가치 역시 같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고착화될 경우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찌감치 찾아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빅스텝 카드 꺼내들까점점 심각해지는 환율-물가 위기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 조치를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도 고환율 추세를 되돌릴 만한 뚜렷한 대책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환시장에서 수시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춰보고는 있지만 실탄(외환보유액)만 계속 소모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고물가 타개를 위해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고강도 긴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7월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낮추면서 연말까지 점진적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는 고환율과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강수도 자칫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 내수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전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1분기(1∼3월·0.6%)와 2분기(4∼6월·0.7%) 연속으로 0%대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미국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발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 고민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게 되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고환율이 고물가 키워…“우리도 ‘물가 쇼크’ 온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90원 가량 치솟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해 환율이 15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의 이런 급격한 하락은 국내 물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6%대를 보이다 지난달 5.7%로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당국자들도 늦어도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발(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수입물가의 상승폭을 키워 물가 정점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긴축에 더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원화가치 하락세를 키우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물가 정점 시기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제유가는 다소 낮아졌지만 한국도 미국과 같이 임금이나 서비스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시장 기대를 꺾는 ‘물가 쇼크’가 올 수 있다”며 경고했다. 고환율이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 역시 요즘에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이 따라 오른 데다, 수출경쟁국의 통화가치 역시 같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고착화될 경우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찌감치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빅스텝 카드 꺼내들까 점점 심각해지는 환율-물가 위기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를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도 고환율 추세를 되돌릴 만한 뚜렷한 대책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환시장에서 수시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춰보고는 있지만, 실탄(외환보유액)만 계속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고물가 타개를 위해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고강도 긴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7월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낮추면서 연말까지 점진적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는 고환율과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강수도 자칫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가계 이자부담이 늘어 내수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전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1분기(0.6%)와 2분기(0.7%) 연속으로 0%대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다음 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대상으로 사전에 지정할 수 있는 상품인 TDF의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기준 TDF 시장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2.0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 20.88%, 한국투자신탁운용 10.28%, KB자산운용 10.12% 등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정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운용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를 말한다. 가령 비교적 젊었을 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나이가 들어 은퇴가 다가올수록 안전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는 식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TDF를 둘러싸고 운용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장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의 시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자금이 TDF로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법에 따라 디폴트옵션으로 허용되는 상품 유형으로는 TDF를 비롯해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노후자금을 자신의 은퇴 계획에 맞게 알아서 굴려주는 TDF가 연금 가입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 설문에서도 디폴트옵션 상품 중 TDF의 선호도(40.1%)가 가장 높았고 다른 펀드나 예금상품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앞서 미국과 호주, 영국 등 연금 선진국들도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TDF 시장이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미국투자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TDF 자산 규모는 2000년 82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엔 1조8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95조 원으로 이 중 디폴트옵션 대상인 DC형과 IRP 퇴직연금 가입자의 원금보장형 자산 규모는 92조 원에 이른다. 운용사들은 이 가운데 상당한 규모가 TDF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한 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올 1월에 이어 7월 초에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10% 낮췄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초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의 운용보수를 약 15% 인하했고, 한화자산운용 역시 ‘한화 LIFEPLUS TDF’ 운용보수를 8∼10% 낮췄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TDF를 포함한 퇴직연금 시장 상품은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보수가 낮아지면 누적 수익률이 그만큼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노후자금을 튼튼하게 지켜내려면 낮은 운용보수에만 집착하지 말고 상품 선택에 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과거에 운용사가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TDF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다른 퇴직연금 상품도 폭넓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앞으로 상장사 임원과 주요 주주 등이 회사 주식을 거래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구체적인 매매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식 거래 이후(5영업일 이내) 사후적으로만 공시되던 내부자 거래가 사전에도 공개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상장사 임원 등이 자사주를 대거 매도해 주가가 급락하고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일례로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 매각하고 870억 원의 차익을 챙겨 ‘먹튀’ 논란이 컸다. 현행 공시 의무 대상자는 상장사 임원을 비롯해 의결권 주식을 10% 이상 소유하거나 임원 선임 등 주요 경영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다. 이번 제도 도입에 따라 이들은 그해 상장사가 발행한 주식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 원 이상을 매매할 때 최소 30일 전까지 이를 공시해야 한다. 공시 내용에는 매매 목적, 매매 예정 가격 및 수량, 매매 예정 기간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기업 내부자들이 사적 이익을 취한 사례가 적지 않아 공시 제도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친 불공정거래 사건 중 미공개 정보 이용이 43.4%(119건)로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은 사전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공시한 매매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중에 따라 형벌, 과징금, 행정조치 등의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할 소지가 적거나 시장 충격 가능성이 크지 않은 거래에 대해선 사전 공시 의무를 면제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 공시를 통해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을 예방하고 시장 변동성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조속히 입법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주요 종목의 대주주와 임원들이 자사주를 팔아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31일 두산에너빌리티 보통주 2854만 주를 주당 2만50원에 처분해 5722억 원을 확보했다. 박홍욱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자사주 3300주를 매도했다. 태양광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솔루션에서는 권기영 부사장, 임원배 전무 등이 잇달아 자사주를 처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대 주주로 있는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 지분 일부를 매도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글로벌 금융시장의 ‘달러화 나 홀로 강세’ 현상에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마저 돌파하며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코스피도 1% 넘게 급락하며 2,400 선을 내줬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5000억 원 안팎의 국내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5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84.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388원을 넘기면서 139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도 안 돼 80원 넘게 오르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도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세로 전 거래일보다 33.56포인트(1.39%) 내린 2,376.46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45% 내렸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일본 엔화 가치도 빠르게 하락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 중 144.02엔을 기록해 24년 만에 달러당 144엔을 넘어섰다. 당국 “필요시 조치” 구두개입도 환율 상승 못 막아 환율, 1380원도 뚫려美금리인상-무역적자 확대 등 원인전문가 “하반기 갈수록 더 오를 것”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이 열리자마자 1380원 선을 가뿐히 돌파하며 급등하기 시작했다.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이날 다양한 채널로 구두 개입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있는지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개입이 있을 때마다 환율은 오후에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전반적인 상승 추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강해질 것”이라며 “연말로 가면 일시적으로 1400원은 물론이고 1500원까지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과 이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무역적자 확대 등 국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식 매도세가 커지면서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국내 증시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외국인 보유 비중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중간 배당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가량 늘고, 배당 기업도 22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家) 4명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503개 상장사 중 상반기 배당을 공시한 108개사의 배당액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배당액은 총 9조1197억 원으로 집계됐다. 배당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86개)에 비해 22개 늘었고, 배당 금액도 25.7%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총 4조9043억 원을 배당해 전체 상장사 배당 금액의 54%를 차지했고 이어 포스코홀딩스(6067억 원), 하나은행(57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개인별 배당 1위는 홍 전 관장으로, 삼성전자에서 분기별로 주당 361원을 배당받아 상반기에 848억 원을 배당받았다. 홍 전 관장은 남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으로 삼성전자의 지분 2.30%를 보유했지만 올해 3월 보통주 일부를 처분해 지분은 1.96%로 줄었다. 다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04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401억 원을 배당받는 등 삼남매가 그 뒤를 이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국내 기업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소수점 이하 단위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고가(高價)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쪼개기 투자’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 과세 당국의 판단이 나오지 않아 도입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소수 단위 주식거래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하고 올해 말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금은 국내 주식을 매매할 때 최소 1주 단위로만 거래해야 하지만 소수점 거래가 도입되면, 가령 0.1주 또는 주식 1000원어치만 매입하는 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고객이 0.1주를 주문하면 증권사는 다른 고객들의 소수점 이하 주문을 취합해 1주 단위로 거래한 뒤 해당 고객의 후속 매매가 있을 경우 손익을 주식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소수점 단위 거래는 해외 주식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2018년 10월 신한금융투자를 시작으로 현재 총 17개 증권사가 해외주식에 한해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보증권과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등도 해당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 이어 국내에도 소수점 주식 거래를 도입하려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소규모 투자금으로 고액의 우량주 주식을 사는 게 용이해지고 증시 저변이 확대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투자자들이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소액으로 꾸준히 주식을 사 모을 수 있어 일종의 ‘적립식 투자’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이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정부의 결론이 나오지 않아 제도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수점 거래를 주식 투자로 볼 것인지, 펀드 투자로 볼 것인지 정부의 유권 해석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만약 주식 투자로 본다면 현행법상 매매할 때마다 0.23%의 증권거래세만 내면 되고 특정 종목을 일정 금액(내년에 100억 원) 이상 보유한 고액 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낸다. 게다가 거래세율은 내년 0.20%로 내려가고 2025년부터는 0.15%까지 더 낮아진다. 반면 펀드로 분류되면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즉, 주식으로 분류돼야 소액 투자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앞서 올 7월 금융투자협회는 소수점 거래의 과세 방향을 국세청에 문의했고, 국세청은 세법 개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이를 주식 거래로 보고 증권거래세만 과세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세금 부담이 적어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만일 펀드로 분류돼 배당소득세를 물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제도 도입이 무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삼성전자 주식을 1주 사면 주식이고, 0.5주를 사면 펀드로 분류한다면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주식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수점 주식을 일반 주식처럼 분류해 과세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나의 주식을 잘게 나눌 수 없다는 상법상 ‘주식 불가분의 원칙’과 충돌하는 면이 있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최선을 다해 살펴보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12년 정도 쌈짓돈을 연금보험에 넣어 왔던 30대 직장인 A 씨는 2020년 9월 연금보험을 해약하고, 8000만 원가량의 해약금 중 절반을 뉴딜펀드에 넣었다. 연금보험의 수익률이 사업비 등을 떼고 나면 2%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 A 씨의 뉴딜펀드 수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만 놓고 보면 20%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A 씨는 “정부가 나서 홍보해 뉴딜펀드로 갈아탔는데 전혀 혜택을 못 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뉴딜펀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분야 핵심 정책인 ‘한국판 뉴딜’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재정 및 정책출자 7조 원, 민간자금 13조 원 등 총 20조 원을 모을 계획이었다. 상품 출시 때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률은 국고채 금리보다 더 높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위축되고,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뉴딜펀드 수익률도 급락하고 있다. 5월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뉴딜펀드 운영의 동력도 예전같지 않다. 새 정부의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부서명에 ‘뉴딜’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있고,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 뉴딜펀드도 증시 침체 피하지 못해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2일까지 전체 뉴딜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1.88%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20.94%와 비슷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뉴딜펀드 5개에 각각 1000만 원씩 5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개 펀드 모두 20% 이상 손실을 봤다. 삼성뉴딜코리아(―22.93%),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21.01%), KB코리아뉴딜(―24.88%) 등 일반펀드는 20%대의 손실을 봤고, 미래에셋 TIGER KRX BBIG K-뉴딜(―46.72%), NH-Amundi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24.40%) 등 상장지수펀드(ETF) 2종 역시 부진했다. 한때 뉴딜펀드는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에 주로 투자하면서 1년 전만 해도 평균 수익률 57%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시 침체와 더불어 투자 집행이 미미해지면서 수익률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은 “올해 변동성이 큰 성장산업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성장산업 일부를 담고 있는 뉴딜펀드 같은 상품들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 새 정부, 예산 삭감 등 ‘뉴딜’ 지우기 금융위원회는 5월 ‘뉴딜금융과’ 명칭을 ‘지속가능금융과’로 바꿨다. KDB산업은행은 7월 ‘ESG(환경, 사회, 배구조)·뉴딜기획부’를 ‘ESG기획부’로 고쳤고, 한국성장금융도 ‘뉴딜펀드운용실’을 ‘혁신금융실’로 바꾸며 뉴딜을 지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뉴딜펀드에 대한 재정 지원이 과하다는 지적에 “뉴딜펀드의 문제점을 위주로 해서 재정 투입을 줄인다든가, 민간과의 충돌을 줄이고 투자 대상을 민간에서 선택하는 쪽으로 제도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예산 배정도 줄었다. 문 정부는 지난해 뉴딜펀드 예산을 5100억 원 배정했고, 올해 6000억 원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뉴딜펀드는 혁신성장펀드로 이름이 바뀌었고, 투입 예산도 3000억 원에 그쳤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펀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펀드 등 관제펀드 또한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녹색성장펀드와 통일펀드는 올해 들어 각각 ―12.93%, ―18.19%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자들이 충분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이라면 민간에서 먼저 나서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공적 재원을 통해 수행하는 사업은 장기적으로 수익이 나긴 어렵기 때문에 정부 주도 펀드를 양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불과 1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과 미팅을 시간 단위로 잡아놓고 있었는데….”지난해 창업한 스타트업 A사는 창업 이전부터 사업 자금을 대고 싶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생산자들과 직거래로 유통마진을 제거해 공동구매 플랫폼을 만든다는 A사 계획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 이후 얼마 되지 않아 A사는 월 거래액이 수십억 원을 넘기고, 회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A사의 투자 유치 담당자들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을 시간을 쪼개서 골라가며 만났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A사 투자 담당자들은 돈을 쥐고 있는 기관 관계자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A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먼저 연락을 해서 ‘뭘 해주면 되겠느냐’고 묻곤 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최근 신생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부쩍 어려워졌다. 증시에서 투자금을 직접 모집하는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상장을 마친 스타트업 기업들의 주가도 고꾸라지고, 비상장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투자 빙하기’가 장기화되면서 스타트업들의 ‘옥석 가리기’와 산업 개편이 앞당겨질 조짐이다. ○ 금리 상승에 스타트업 자금조달 찬바람스타트업의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점은 모태 펀드의 회수 규모 추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예산을 출자한다. 그런데 이 돈이 스타트업에 투자됐다가 정상적으로 회수되는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타트업 경영난과 유동성 경색이 주된 원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 통계에 따르면 모태 출자펀드의 회수금액은 지난해 1분기(1∼3월) 9046억 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4526억 원으로 절반가량에 머물렀다. 회수 규모는 1분기 기준으로 2019년부터 매년 급성장해왔지만 올해 들어서 격감한 것이다. 중·대형 스타트업들도 자금 조달을 위한 활로가 부족해진 상황이다. 증시 부진으로 IPO가 어려워졌고, 높아진 금리로 회사채 발행도 힘들어진 실정이다. 금융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지난해 말만 해도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28조 원을 넘었지만 최근 단행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선 8조5000억 원으로 20조 원 안팎이나 쪼그라들었다. 투자금 유치에 성공한 토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최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음악사업 자회사인 블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 왓챠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48억 원에 달하는 등 자금난을 심하게 겪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의 ‘돈맥경화’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29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는 약 1202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2072억 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규모가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해외의 대표적인 스타트업들도 된서리를 맞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구매 후결제(BNPL) 업계의 선두 주자인 유럽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작년 6월만 해도 456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규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7분의 1인 67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당장의 수익 창출 능력이 중요”“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자금 조달에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낮을 것이다. 심지어 회사가 잘되고 있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 전문기업)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올해 5월 창업자들에게 보낸 메일이다. 요즘 스타트업들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 초저금리 시기와는 달리 극심한 보릿고개를 경험하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투자기관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이 큰 스타트업 투자를 꺼린다. 벤처캐피털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일단은 기존 투자 계획을 보류하며 시기를 다시 조율 중이다. 투자 빙하기가 길어짐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는 스타트업과 그렇지 못한 곳의 양극화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는 당장 이익은 나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큰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 생존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견 사모펀드(PEF)의 투자 담당 부대표는 “지금은 잠재력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금 창출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스타트업이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로 꿈을 포장해도, 개발비용은 꾸준히 들어가는데 영업손실이 나고 있다면 투자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중 증권사의 투자 담당자는 “최근의 금리인상 기조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스타트업에 ‘독’이 됐다”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당장 현실화해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 대표는 “이제 스타트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이런 상황을 그냥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연구개발(R&D)과 인건비 등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유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바이오 부문의 스타트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플랫폼 시장은 이미 쿠팡을 시작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고, 바이오는 각 임상 단계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실질적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 “정부가 나서라” vs “지나친 지원은 좀비기업 양산”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 수준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기부의 창업 지원 관련 예산은 8492억 원(2020년 기준)으로, 정부는 이를 활용해 창업 컨설팅과 각종 세제 혜택, 공공 구매제도 도입 등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는 이런 수준으로는 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황수민 한국청년스타트업협회 사무처장은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국가가 마중물을 대고 육성해야 하는 분야라 지금은 국가 주도적인 개입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적절한 시점에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차별적이고 과도한 정부 지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잘못된 예산 지원으로 경쟁력 없는 스타트업에도 돈이 흘러들어가고, ‘좀비 기업’이 난립하는 부작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벤처 생태계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정부 지원으로 호황을 누렸다”며 “이제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지원을 집중해 선순환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호 경제부 기자 number2@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사실상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여파가 한국 경제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과 물가, 금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저성장 속에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지만 이 경우 자칫 실물경기와 소비를 극도로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갈수록 짙어지는 ‘S의 공포’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에 따른 충격을 연일 가감 없이 받고 있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광복절 연휴를 마친 16일 이후 미국 중국 유럽 등 각국의 경기 침체 우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이날 이후 29일까지 50원 가까이 폭등했다. 26일(현지 시간) 공개된 파월 의장의 자이언트스텝 시사 발언 역시 주말 이틀 동안 ‘소화’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29일 외환시장은 개장과 함께 여지없이 강한 후폭풍을 면치 못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구두 개입성 메시지와 실개입(보유 달러화 매도)을 모두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율 상승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환율이 이처럼 계속 급등하면 한국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역풍을 맞게 된다. 우선 국내 물가상승률이 6%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를 올림으로써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물가 정점이 계속 뒤로 밀리며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경우 가계와 기업들은 모두 비용 상승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갑자기 올리면 경기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매출 감소, 고용 둔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칫 물가도 잡지 못한 채 경기를 꺼뜨리게 되면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의 ‘3중 트랩(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이런 복합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환율이나 물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기업은 생산성을 올려 높아진 생산원가가 소비자가격에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국민과 정부는 다가오는 겨울철에 대비해 에너지 절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은도 고강도 긴축 채비‘파월 쇼크’에 대응해 한은도 긴축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죌 조짐이다.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선을 그어 왔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잭슨홀 언론 인터뷰에서 고물가가 이어진다면 이 카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한은은 연준에 독립적이지 않다. 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빨리 종료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앞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은 환율 및 물가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긴축 우려로 환율이 크게 오르거나 고물가가 고착화될 경우 현재 2.5%인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내 3%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의 물가지표가 둔화되거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어지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환율의 상단은 1400원”이라며 “유럽 에너지 위기와 달러 강세, 한국의 무역적자가 계속된다면 환율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코스피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사실상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을 예고한 여파가 한국 경제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과 물가, 금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저성장 속에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지만 이 경우 자칫 실물경기와 소비를 극도로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갈수록 짙어지는 ‘S의 공포’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에 따른 충격을 연일 가감 없이 받고 있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광복절 연휴를 마친 16일 이후 미·중·유럽 등 각국의 경기침체 우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이날 이후 29일까지 50원 가까이 폭등했다. 26일(현지 시간) 공개된 파월 의장의 자이언트 스텝 시사 발언 역시 주말 이틀 동안 ‘소화’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29일 외환시장은 개장과 함께 여지없이 강한 후폭풍을 면치 못 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구두개입성 메시지와 실개입(보유 달러화 매도)을 모두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율 상승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환율이 이처럼 계속 급등하면 한국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역풍을 맞게 된다. 우선 국내 물가상승률이 6%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수입물가를 올림으로써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물가 정점이 계속 뒤로 밀리며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경우 가계와 기업들은 모두 비용 상승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갑자기 올리면 경기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매출 감소, 고용 둔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칫 물가도 잡지 못한 채 경기를 꺼뜨리게 되면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의 ‘3중 트랩(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이런 복합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환율이나 물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기업은 생산성을 높여 높아진 생산 원가가 소비자 가격에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국민과 정부는 다가오는 겨울철에 대비해 에너지 절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은도 고강도 긴축 채비‘파월 쇼크’에 대응해 한은도 긴축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죌 조짐이다.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뒤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잭슨홀 언론 인터뷰에서 고물가가 이어진다면 이 카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한은은 연준에 독립적이지 않다. 연준보다 금리인상을 빨리 종료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앞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은 환율 및 물가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긴축 우려로 환율이 크게 오르거나 고물가가 고착화될 경우 현재 2.5%인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내 3%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의 물가지표가 둔화되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어지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환율의 상단은 1400원”이라며 “유럽 에너지 위기와 달러 강세, 한국의 무역적자가 계속된다면 환율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코스피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최근 경기 침체로 주가가 하락하자 미국 대기업들이 잇달아 액면 분할에 나서면서 이른바 ‘서학 개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식의 액면 분할은 일반적으로 호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단기 주가부양 재료로 흔히 쓰인다. 또 1주당 가격이 이전보다 저렴해져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식 거래도 수월해진다. 올해 들어서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액면 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규모는 약 19조7480억 원 수준으로 해외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다. 두 번째는 애플로 7조1259억 원이다. 테슬라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 이번 액면 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23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전일 대비 2.26% 상승한 889.36달러다. 테슬라는 25일부터 3 대 1로 액면 분할되면서 주가는 약 300달러로 떨어지고 주식 수는 3배로 늘어난다. 정확한 가격은 24일 뉴욕 증시 종료 후 종가에 따라 정해진다. 2010년 주당 17달러로 뉴욕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테슬라는 2020년 8월에도 주식을 5 대 1로 액면 분할하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한 바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각각 올해 6월과 7월 20 대 1의 비율도 액면 분할했다. 아마존은 액면 분할 당일 1.99% 올랐고, 알파벳은 당일에 소폭 떨어졌지만 다음 영업일에 4.38% 올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주식 분할을 선언한 미국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3개월 7.8%, 6개월 13.9%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인 2.1%, 4.4%를 2배 이상 웃돈다”며 “주식분할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소액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액면 분할은 주식 수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 재료 중 하나”라며 “생산 능력 증가와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 올 6월 액면 분할 계획을 발표했을 때는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액면 분할 발표 다음 영업일에 주가가 오히려 7.1%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테슬라 등 기업들의 액면 분할을 단기 재료로만 판단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액면 분할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기 때문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여행경비가 걱정거리다. 특히 외화 환전 수수료나 해외 가맹점 결제 시 부과되는 국제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롯데카드는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고객을 위해 수수료 없이 환전 및 결제하고, 쓴 만큼 항공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해외여행 특화카드 3종을 선보였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래블월렛 제휴 카드 ‘트래블엔로카’와 아시아나항공 제휴 카드 ‘아멕스 플래티넘 아시아나클럽 롯데카드’, 하나은행 제휴 카드 ‘하나은행 밀리언달러 카드’다. 먼저 하나은행 밀리언달러 카드는 한 카드에 원화와 외화 결제계좌를 연결해 국내에선 일반 신용카드처럼 쓰고, 해외에선 비자(VISA) 국제 브랜드 수수료, 해외 서비스 수수료 없이 미국 달러 가격 그대로 결제할 수 있다. 여기에 해외 가맹점 이용금액의 0.2%를 실적과 한도 없이 캐시 백(결제금액 일부를 현금 또는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 해준다. 지난달 이용금액이 50만 원 이상인 경우 해외 온라인 가맹점 이용금액의 5%를 월 최대 5000원까지 캐시백 해준다. 해외 이용 전에는 하나은행의 하나 밀리언달러 통장(HANA Million Dollar)을 외화계좌로 연결하고 원화를 입금해두면 된다. 입금된 원화는 달러로 자동 환전되며, 고객이 달러로 거래할 때마다 체크카드처럼 잔액 내에서 이용 금액만큼 출금된다. 트래블엔로카 카드는 이용 금액의 최대 3%를 총 15개국 외화로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국내외 전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1%를 트래블포인트로 기본 적립해주고, 해외와 항공사, 여행사 가맹점에서 결제 시 3%를 매월 5만 포인트까지 특별 적립해준다. 트래블포인트는 트래블월렛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영국, 태국,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호주, 캐나다, 대만 통화로 각각 환전할 수 있다. 달러와 유로, 엔화 환전 시 수수료는 없고 이외 통화는 0.5% 이하의 낮은 수수료가 적용된다. 트래블포인트로 환전한 외화를 해외에서 수수료 없이 결제하고 싶다면 트래블월렛의 외화선불카드인 트래블페이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호주 등 13개국에서 카드 이용 시 해외 결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해외 비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외화 출금도 가능하다. 아멕스 플래티넘 아시아나클럽 롯데카드는 카드 이용 금액만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국내외 가맹점에서 이용 금액 1000원당 1마일리지를 기본 적립해준다. 여기에 아멕스 브랜드 카드 이용 시 마일리지가 특별 적립된다. 국내외 가맹점과 아시아나 항공권 결제 시 0.5∼2마일리지를 이용금액 1000원마다 적립해준다. 특별 적립 한도는 매월 최대 2000마일리지로 내년 12월 말까지 제공되며, 연장 시 사전 공지된다. 기본 및 특별 적립은 지난달 이용금액 50만 원 이상인 경우 제공된다. 롯데카드는 올해 연말까지 항공 및 여행상품 결제 시 최대 4개월까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로 더 즐거운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 최근 크게 오른 환율과 물가로 인해 여행경비가 고민인 고객이라면 이를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