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테러 정보 수집을 위해 설립된 미국 국토안보부의 ‘퓨전센터(Fusion Center)’가 해마다 수천억 원씩 쓰면서도 내놓는 결과물은 형편없는 데다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상원 보고서가 2일 나왔다. 퓨전센터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내외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목적 아래 만들어진 정보수집 기관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6년 창설돼 지금까지 14억 달러(약 1조5560억 원)가 투입됐으나 구체적인 조직 구성이나 활동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국토안보부 주도로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미 최고 정보기관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테러 정보 수집에 관한 최상위 조직인 셈이다. 하지만 상원의 상설 소위원회가 1년 넘게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이 조직의 성과는 조잡한 수준이다. 2009, 2010년 퓨전센터가 내놓은 610편의 보고서는 건질 게 거의 없다. ‘미국 내 이슬람교도들이 즐겨 읽는 책 10’처럼 황당한 것도 상당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해커의 일리노이 주 수자원공사 침입’처럼 사실관계가 틀린 보고서도 많았다. 이는 한 직원이 휴가차 러시아에 들렀다가 업무상 접속했던 걸 오해한 해프닝이었다. 게다가 테러를 방지한답시고 일반 시민을 숱하게 도청 및 감청하고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캐내기도 했다. 소위원회에 참여한 톰 코번 상원의원은 “퓨전센터는 미국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집단”이라고 평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사진)를 숨지게 한 11일 벵가지 영사관 습격사건이 반미 시위대의 난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 공격이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일 “영사관 공격이 박격포까지 동원한 매복 작전이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영사관 공격은 폭도로 변한 시위대의 우발적 소행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사관을 빠져나온 관리와 보안요원들이 피신한 안가(安家) 습격은 잘 짜인 군사작전임이 분명했다. 시위대의 흔적이 없던 오전 2시경 영사관에서 800m 떨어진 안가 주위로 무장 괴한들이 총성과 함께 세 방향에서 몰려들었다. 박격포는 안가의 지붕에 이어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입구를 정확히 조준했다. 안가에 있던 리비아 보안요원은 “비공개된 안가를 정확히 겨냥했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일시에 공격한 점 등을 미뤄 명백한 매복 공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누가 공격을 주도했는지 미 대사가 상주하지 않는 영사관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 정부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이슬람 마그레브’가 연계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우발적 습격이라고 발표했던 미 정부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난폭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전에 계획됐다는 정보는 없다”던 것과 달라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달 15일 기성용 선수가 속한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 축구경기에선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상대팀 ‘애스턴 빌라’의 연고지 버밍엄에서 열렸는데, 전반 19분 경기 도중에 모든 관중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골이나 멋진 패스도 없었는데 홈팀 원정팀 상관없이 있는 힘껏 손바닥을 부딪쳤다. 이유는 전광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애스턴 빌라에서 주장으로 뛰던 스틸리안 페트로프의 사진이 내걸렸다. 그는 올해 초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갑작스레 팀을 떠났다. 기립박수는 등번호 19번 페트로프의 쾌유를 빌며 관중들이 마련한 1분의 이벤트였다. 경기는 계속됐지만 시간이 멈춘 듯 모두의 마음이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영국의 한 축구장이 감동으로 물결치던 지난 주말, 바깥세상도 엄청난 파도가 휘몰아쳤다. 이슬람권에선 종교적 분노가 불을 뿜은 반미(反美)시위가, 중국 대륙에선 영토분쟁이 촉발시킨 반일시위가 잇따랐다. 서구도 잠잠하지 않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부실한 경제정책을 탓하며, 러시아에서는 푸틴의 독선을 비난하며 군중이 모여들었다. 미국은 반(反)월가 시위 1주년을 맞은 뉴욕과 교원노조가 파업을 일으킨 시카고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수긍이 간다. 세상 누구도 타인의 믿음을 비하할 자격은 없다. 가뜩이나 열악한 처지인 이슬람 시민들로선 종교를 건드리는 건 울라고 뺨 때려준 격이다.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에 당한 게 많은 중국인의 분노도 뿌리가 깊다. 경제적 고충, 정부의 구태의연함 등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어지간했으면 거리로 나섰을까 싶다. 하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비롯해 수단과 레바논 등에서 애꿎은 목숨들이 희생됐고 수백 명이 다쳤다. 중국에선 일본인이란 이유로 린치를 당했고, 재산 피해는 수백억 원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도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엄청났다. 아랍의 봄부터 반 월가 시위까지 한해 내내 끊이질 않았다. 오죽하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인물이 ‘protester(시위자)’였을까. 성난 민심은 멈출 줄 몰랐고 여러 독재자들이 물러나거나 세상을 떠났다. 그 여파는 지금도 이어져 시리아는 내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와 최근 시위는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표현을 빌리자면 “엉뚱하게 남의 집 앞에서 성내는 느낌”이다. 일개 종교인의 편협무지한 촌극을 왜 타국 외교공관에 화풀이하나. 일본 브랜드 가게를 부수면 손해 보는 건 중국 직원들 아닌가. 군중심리가 비이성적으로 흐르기 쉽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란 게 있다. 억압과 부조리에 맞서 싸웠던 지난해 시위는 ‘사람(protester)’이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모양새는 그저 ‘시위’만 가득하다. 고개가 끄덕여지던 공감대는 갈수록 옅어지고 눈살만 찌푸려진다. 버밍엄 관중이 기립박수를 칠 때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이 있었다. 선수들은 경기를 멈추진 않았지만, 1분 동안 거친 공격이나 태클은 자제했다. 도를 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따른 셈이다. 흔히 스포츠를 인생의 축소판이라 한다. 식상한 소리지만, 뒤집어보면 세상사는 스포츠의 확대판이 될 터. 이번 시위가 축구보다 못하단 소린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모독 영상으로 촉발된 중동의 반미(反美) 시위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유럽까지 번지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시위대의 공격 대상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의 외교공관으로 확대됐다. 13일(현지 시간) 예멘에서 시위대 4명이 경찰의 발포로 숨진 데 이어 14일 레바논에서도 최소 1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 예멘에서는 이슬람 금요예배 뒤 5000여 명이 거리로 나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1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4일째 반미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아랍의 봄’ 시위의 중심지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시민 수백 명이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집트 당국은 전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25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레바논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시위대 300여 명은 미국계 체인인 KFC 점포 등을 습격했으며, 최소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아프리카 수단은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가로막히자 독일과 영국 대사관 습격을 시도했다. 시위대 일부가 독일대사관에 진입해 국기를 불태우고 방화를 벌여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튀니지에서는 수백 명이 미국 대사관을 공격해 관사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경찰이 발포해 최소 5명이 다쳤다. 유럽의 영국과 터키에서도 반미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했으며, 이란 쿠웨이트 모로코 튀니지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아시아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반미 시위가 열렸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안 경계를 강화했다. 한편 리비아 정부는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대사 등 4명이 목숨을 잃은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리비아에서 촉발된 지 4일째 접어든 반미(反美) 시위는 14일 이슬람 금요예배와 맞물리며 전 세계 이슬람 국가로 번지고 있다. 특히 예멘 등지에서 끝내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무력시위가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수단에서는 시위대가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습격했고, 레바논에선 미국계 음식점 체인인 KFC 점포를 파손해 ‘이슬람의 반(反)서구운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예멘 레바논 인명 피해 확대 14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시위대 5000여 명이 거리로 나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전날보다 가담자가 훨씬 늘어난 추세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며 미 대사관으로 향했으며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막아섰다. 다만 전날 인명 피해를 고려한 탓인지 공포탄으로 위협을 가할 뿐 실탄 발사는 자제했다. 13일 예멘에서는 시위대와 충돌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최소 4명이 목숨을 잃고 34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미 대사관 영내로 들어가 성조기를 불태웠으며 건물 내부 진입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실패했다. 현재 미 대사관 주변은 보안군까지 나서 주위를 봉쇄했다. 반미 움직임이 적었던 레바논은 1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방문하며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교황이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한 당일 북부 항구도시 트리폴리에서는 이슬람계 시민 수백 명이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들은 KFC 점포를 습격해 불태웠으며 경찰과 충돌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교황의 레바논행은 몇 달 전부터 예정됐던 일정으로 사흘 동안 기독교 및 이슬람 지도자들과 접견할 예정이다. 반미 시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으나 중동 국가 가운데 드물게 인구의 40%가 기독교도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당일 트리폴리에서 시위가 발생하면서 레바논 당국은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급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이집트는 250여 명 부상…주변국·아시아로 시위 확산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14일에도 4일째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대 300여 명은 타흐리르 광장 주위에서 모여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이집트 당국은 전날 시위에서도 경찰 24명, 시위대 2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치권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외교공관은 자국에 온 손님인 만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의 냉정을 당부했다. 무슬림형제단도 당초 이슬람 모독 영상에 항의하는 전국 집회를 열자고 촉구했으나 14일 입장을 바꿔 취소했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강경 발언에 이집트 지도자들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아프리카 수단 역시 갈수록 시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라디오 등을 통해 시위 가담을 독려하며 금요예배를 마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 군중은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미 대사관행을 저지하자 인근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에워싸고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독일 대사관 지붕에 올라가 국기를 끌어내리고 방화를 하기도 해 소방차가 출동하여 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13일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스위스 대사관 앞에서 약 500명이 “미국과 할리우드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쿠웨이트에서도 500여 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알카에다의 검은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모두 오사마(빈라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국 주재 미 대사관 외곽에 경호부대와 특수경찰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주재 미 대사관은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리비아 “무장단체가 테러 기획” 리비아 당국은 13일 벵가지 미국 영사관을 습격한 용의자 4명을 체포해 범행 동기와 테러조직과의 연관성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 리비아 신임 총리는 “사건 조사에 큰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와니스 알샤리프 리비아 내무차관은 “이번 사건은 무장단체가 9·11테러 11주년을 겨냥해 기획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반(反)이슬람 영화를 이용해 시위를 촉발시킨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1990년대 세르비아의 무차별 학살로 굴곡진 역사를 걸어온 발칸의 ‘검은 새’ 코소보가 10일 독립 선언 4년 만에 완전한 주권을 획득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터키로 구성돼 2008년부터 코소보의 치안 및 감독을 맡아온 국제조정기구(ISG)의 피터 피스 대표는 이날 “코소보 감독 기간이 드디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는 “코소보 역사의 시금석이 되는 날”이라면서 “코소보가 국제사회로부터 주권국임을 인정받았다”며 기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코소보가 긍정적이고 결단력 있는 국민성을 바탕으로 현대 민주국가의 근간을 마련하는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축하했다. 세르비아어로 ‘검은 새’란 뜻인 코소보는 한국 경남만 한 발칸 반도의 소국이지만 이들의 주권 획득은 유럽 역사에서 엄청나게 큰 의미를 지닌다. 14세기 오스만튀르크제국에 정복당한 이래 베오그라드왕국과 유고슬라비아연방 등 주변 강국의 영토 다툼에 휘말리며 걸어왔던 눈물 어린 피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무너진 뒤 독립한 세르비아 치하에서 1990년대 겪었던 코소보 사태는 20세기 유럽 최악의 분쟁으로 기록됐다. 무장 독립투쟁을 벌여왔던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수만 명이 1998년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인종청소’ 명령으로 목숨을 잃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개입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코소보의 홀로서기를 거부한 세르비아 때문에 크고 작은 유혈사태를 치렀다. 하지만 코소보는 2008년 역사적 전기를 맞이했다. 미국과 영국, 한국 등의 공식 지지에 힘입어 자치 독립을 선언한 것. 러시아, 중국 등의 맹렬한 반대에도 당시 69개국이 지지했으며 현재 90여 개국이 ‘독립국가 코소보’를 인정하고 있다. 코소보는 2010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의 독립 인정을 거쳐 이번 ISG의 감독 종료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날 선언이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코소보의 독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세르비아다. 이날도 이비차 다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그들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다치치 총리는 전범 밀로셰비치 정권의 대변인 출신이다. 자국 내 소수인종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해 코소보 독립을 껄끄럽게 여겨온 러시아와 중국, 조지아 등 반(反)코소보 세력도 여전히 많다. 열악한 경제상황도 불안 요소다. 해외 원조가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실업률은 50%를 오르내리기 일쑤다. 1인당 GDP는 겨우 300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스스로 국경과 치안을 지킬 힘도 미약하다. 세르비아는커녕 코소보 북부에서 활동하는 세르비아계 반군 퇴치도 요원한 실정이다. ISG가 감독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NATO 평화유지군 6000여 명이 계속 주둔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BBC 뉴스는 “완전한 독립은 선언으로 얻는 게 아니다. 그걸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중국의 차기 최고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 부주석이 열흘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안위를 둘러싼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10일 “시 부주석이 최근 예정된 일정들을 잇달아 취소해 중국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외 인터넷언론에서 와병설 사고설 등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은 1일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가을학기 개교식에 참석해 강연한 뒤 모습을 감췄다. 9일 반중(反中) 인터넷 사이트 ‘보쉰(博訊)닷컴’이 시 부주석을 겨냥한 암살시도가 있었다고 보도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보쉰닷컴은 4일 베이징 시내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를 추종하는 세력이 암살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일으켜 시 부주석이 크게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는 10일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시 부주석은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준비로 시간을 낼 수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중국식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시 부주석이 축구 또는 수영을 하다가 등 부위를 다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루머가 급속도로 퍼진 것은 시 부주석이 취소한 약속들이 ‘정상회담’ 급인 외교적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시 부주석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5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6일)와의 회동을 취소한 데 이어 10일 만나기로 했던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도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접견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해왔으며 시 부주석의 외부 활동 계획이 있으면 바로 전달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미 인디애나대 중국정경연구소의 스콧 케네디 소장은 “정부 측 태도가 불만족스럽지만 고위층의 신변 문제는 보도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오랜 전통”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해 무인정찰기 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이 지역의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해양위성 발사 계획을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략기지인 괌을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공동 이용하며 무인기를 배치해 정찰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군이 일본과 협력해 괌 기지를 중국의 군사활동을 감시하는 ‘핵심 허브’로 만들려는 전략의 하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괌에서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3대를 운용하는 미군은 차세대 무인정찰기 ‘트라이턴’을 증강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무인정찰기로 수집한 데이터를 일본과 공동으로 분석해 군사활용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인공위성으로 분쟁 해역을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7일 베이징(北京)일보 등에 따르면 국가위성해양응용센터 장싱웨이(蔣興偉) 주임은 5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국가해양국디지털해양과학기술중점실험실 현판식과 제3회 중국디지털해양세미나에 참석해 “2020년 이전에 해양위성 8대를 쏘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적어도 1년에 위성 1대씩 발사하는 셈이다. 장 주임은 “이번 ‘육해관측위성업무발전계획’은 이미 정부의 비준을 받아 국토자원부가 주관하고 있다”며 “이는 황옌(黃巖·스카버러) 섬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난사(南沙) 군도 해역의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7일 “일본 정부는 10일 각료회의를 열어 센카쿠 열도 국유화 방침을 정식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지난(濟南) 군구는 이런 일본의 움직임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상륙함과 탱크를 동원한 도서 상륙훈련을 최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이날 댜오위다오 인근 섬을 방문해 “댜오위다오는 대만의 부속 도서”라며 “대만 중국 일본이 협상을 해 주변 해역 자원의 공동개발에 나서자”고 제안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의 무대로 유명한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가 천연가스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0년 가까이 남북으로 갈려 대치해온 이 나라에 터키와 그리스 미국 이스라엘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군사 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경제위기가 휩쓸고 간 남유럽에 키프로스 사태라는 새로운 격동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키프로스를 지지하는 터키가 “남키프로스가 단독으로 천연가스 개발을 계속할 경우 동맹국을 위해 해군 파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터키와 북키프로스가 발끈하고 나선 것은 섬 남부 연안에 122조 ft³(약 3조4550억 m³)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미 지질조사국의 발표가 한몫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양에 육박한다. 아직 개발 단계로 2020년경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시세로 연간 최대 31억 달러(약 3조5150억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양이라는 것.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북키프로스는 땡전 한 푼 손에 쥐기 힘들다. 남키프로스는 그리스와 미국, 이스라엘 업체들과 단독으로 개발 계약을 맺으며 북키프로스를 철저히 배제해 왔다. 국제사회에서 ‘키프로스공화국’으로 섬 내 유일 국가로 대접받는 남키프로스는 “수익을 나눌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자국 이익이 걸린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도 남키프로스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남북 키프로스 완충지대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한 유엔은 천연가스 개발이 통합의 초석이 되기는커녕 되레 분쟁거리가 되자 난처한 상황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이가 커가니 병원 갈 일이 잦다. 딱히 아픈 데가 없어도 예방접종이 상당하다. 하지만 애 몸에 주사바늘 꽂는 건 영 익숙해지질 않는다. 하긴 아파하는 자식 모습을 뉘라서 좋아할까. 근데 최근 병원에서 아기를 어르다 살짝 고민이 생겼다. 이 녀석, 더 센 게 있는데…. 포경(包莖) 수술은 어떡하나. 의학용어로 환상 절제술인 포경수술은 고래잡이(포경·捕鯨)와 발음이 같아 흔히 ‘고래잡이 수술’로 통한다. 이 수술이 최근 독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쾰른 지방법정에서 14세 이하에 대한 포경수술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원해도 아이는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 나이가 찼을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어린이 인권 역사의 새로운 도약”이라며 기뻐했다. 유대계와 무슬림은 난리가 났다. 수천 년 이어온 종교적 전통인 ‘할례(割禮)’를 부정당했으니 그럴 만하다. 유대교는 출생 8일째 날, 이슬람교는 보통 여섯 살 전에 의식을 치른다. 독일 랍비 대표인 요나 메츠거는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며 분노했다. 비난이 들끓자 독일 정부는 “의사가 할례를 참관하는 방식 등 협상 여지가 있다”며 반발 여론을 달랬다. 사건은 독일에서 터졌지만 파장은 미국이 더 컸다. 유럽은 종교적 이유가 아니면 포경수술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영국에선 성인남성 가운데 8%만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미국에선 약 75%가 포경수술을 받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BBC뉴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95%) 필리핀(90%)에 이어 가장 많다. 참고로 한국은 60% 정도로 5위권을 형성한다. 미국에선 워낙 당연시했던 일이라 논란 자체가 당혹스럽다. 독일 판결 직후 미 소아과연합은 “통계적으로 포경수술을 받으면 에이즈 감염률이 낮다”는 상당히 주관에 치우친 듯한 논평을 내놓았다. 특이한 건 아버지들의 반발이 훨씬 거셌다는 점. 아들의 신체가 자신과 다르길 원치 않는 심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도 포경수술 문화가 그리 길진 않다. 책 ‘세상에서 가장 논쟁적인 수술의 역사’에 따르면 겨우 140년 전 미국의학협회 창립자인 루이스 세이어 박사가 주창하며 인기를 얻었다. 책엔 한국에선 6·25전쟁 전후 미군이 전파했다고 나와 있다. 미국에서도 어린이 수술 금지를 요구하는 진영은 “포경수술이 매독 간질을 막는다던 논리는 현재 거짓으로 밝혀졌다”며 “합리적 근거 없이 아이에게 고통을 주는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부모들이 이 수술을 애써 고집하는 덴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다수 남자아이가 포경을 제거하는 사회에서 그렇지 않은 아이는 따돌림을 당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여럿 보고 되기도 했다. 더글러스 디케마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정체성 형성기에 아이들은 자신과 신체가 다른 대상에게 적대감을 품는다”고 말했다. 논박은 끝이 없다. 어린이 인권은 소중하다. 위생이나 왕따 방지도 필요하다. 다만 하나, 포경수술 찬반으로 뜨거운 서구사회가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를 얼마나 공격해왔는지 떠올려보자. 개인적으로도 지양할 관습이라 보지만, 타인의 허물엔 앞뒤 재지 않고 열을 올리는 자신들부터 되돌아보란 소리다. 그나저나, 우리 애는 어쩌나.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정양환 국제부기자 ray@donga.com}
오사마 빈라덴(사진) 사살 작전을 수행했던 특수요원이 당시 상황을 폭로해 논란이 된 책 내용이 29일 공개됐다. 책을 단독으로 입수한 AP통신은 “빈라덴의 무조건 사살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자료”라고 지적했다. ‘마크 오언’이란 필명으로 발간된 ‘만만한 날은 없다(No Easy Day)-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의 전말’은 실제 작전에 참여했던 네이비실(미 해군특전단) 요원인 맷 비조네트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비조네트가 쓴 책에 따르면 ‘선두 척후병(pointman)’ 중 한 명으로 작전에 참가했던 비조네트는 계단을 올라가던 도중 “다섯 발자국 정도 남은 상황에서” 총격이 가해지는 소리를 들었다. 앞서 들어간 척후병들은 곧장 올라간 입구 오른쪽 침실 문 쪽에서 “슬쩍 바깥을 내다보는” 빈라덴으로 짐작되는 사내를 발견했다. 비조네트가 그를 뒤쫓아 가자 침실 구석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빈라덴이 보였다. 당시 두 여성이 빈라덴의 몸을 감싸고 있었으며, 빈라덴의 머리 오른쪽에 총상으로 보이는 구멍이 분명했고 주위에 온통 피가 뿌려져 있었다. 이후 선두 척후병이 두 여성을 끌어내 한쪽에 처박은 뒤, 비조네트와 나머지 대원들이 여전히 몸이 씰룩거리고 있는 빈라덴이 미동을 멈출 때까지 6, 7차례 총을 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다. 그는 나중에 출입구에 2정의 무기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비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썼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책의 출간은 그간 ‘소문’과 ‘추측’으로만 무성했던 빈라덴 무조건 사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미 정부와 국방부가 ‘무조건 사살은 없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생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작전을 펼친 정황이 책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빈라덴 사살작전은 중앙정보국(CIA)의 지휘를 받아 네이비실이 주도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 공방이 다시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책 ‘만만한 날은 없다…’는 9·11테러 11주년이 되는 9월에 초판 30만 부를 판매할 예정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50년 피의 내전이 드디어 끝을 보는가.’ 1960년대 이래 매해 평균 3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콜롬비아 내전이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내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최대 반군단체 수장이 직접 만나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로 결의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28일 국영TV 담화문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 티모첸코와 곧 만날 것”이라며 “정부 수반으로서 드디어 평화 안착의 기틀을 마련했음을 기쁘게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또 “FARC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바로 제2의 반군세력인 민족해방군(ELN) 지도자도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뉴스에 따르면 50년 가까이 유혈충돌로 대치해온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이 대표자 접촉이 아닌 ‘수뇌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의 일시적인 휴전협정이나 포로교환협정은 금방 파기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FARC 측의 제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 오슬로 1차 접촉 이후 지속적으로 만났고, 27일 쿠바에서 세부사항을 조율한 뒤 양측 수장이 만난다는 측면에서 ‘종전(終戰) 발표’ 등 획기적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수십 개 반군세력이 난립하는 콜롬비아에서 FARC의 ‘전향’은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66년 결성돼 반군 테러의 70%가량을 도맡았던 FARC가 무력을 포기하면 다른 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니콜라스 로드리게스 ELN 지도자도 B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ARC가 (정부와) 만난다면 우리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FARC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1950, 60년대 극심한 빈부격차로 계층 갈등이 심했던 콜롬비아에서 FARC는 “가난한 이에게 땅과 빵을 돌려주자”는 모토를 내걸고 대중적 지지 속에서 성장했다. 1990년대 1만6000여 명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콜롬비아 내 마약 및 무기 밀매 등을 독점하며 연간 14억7000만 달러(약 1조6800억 원)를 벌어들일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바로 이런 성장이 FARC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그들이 수출한 대다수의 마약과 무기가 미국에 흘러들어 가 미국 정부의 개입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막대한 군사력 및 자금을 지원해 콜롬비아 반군 토벌을 도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군 폭격으로 인한 FARC의 ‘정신적 지주’ 알폰소 카노의 사망은 세력 약화의 결정적 계기였다. 무차별적인 시가지 공격과 끊임없는 납치에 국민도 등을 돌렸다. 현재 FARC의 핵심 병력은 8000명 수준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정부가 회담과 별개로 반군 토벌 군사작전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월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그리스도대성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노래를 불러 멤버 3명이 실형을 받았던 여성 펑크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숨겨진 멤버 2명이 국외로 탈출했다고 러시아 민영 통신사 인테르팍스가 26일 보도했다. 푸시 라이엇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2명의 멤버가 러시아를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며 “조만간 자신들의 뜻에 동참하는 해외 여성 멤버를 모집해 새로운 저항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멤버 5명 가운데 마리야 알료히냐(24) 등 3명은 17일 징역 2년형에 처해졌으나 나머지 2명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왔다. 실형을 받은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22)의 남편인 표트르 베르질로프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러시아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로 도망쳤다고 연락해 왔다”며 “수감된 3명도 체포 전 망명을 권유받았으나 모두 떠나 버리면 자신들이 벌인 퍼포먼스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믿음에 법정에 나섰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이 유엔감시단의 활동이 끝난 틈을 타 수도 다마스쿠스 등지에서 총공세를 벌여 25일 하루에만 44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 CNN 방송은 25일 반정부단체인 시리아지역조정위원회(LCC)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지난해 3월 시리아 유혈사태 발생 이후 하루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2일 정부군의 공격으로 하마 주 트렘세에서 220명이 사망한 뒤 하루 최대 인명 학살이 벌어진 것. 특히 최근 1주일간 정부군이 초토화 작전을 펼친 다마스쿠스 외곽의 다라야 지역에서는 정부군이 즉결 처형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200구 이상이 이날 무더기로 발견됐다. 440명 이상 사망자 집계에는 이들도 포함됐다. LCC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새까맣게 탄 채 담요에 싸인 시신 수십 구와 모스크에 무더기로 놓인 시신 150구를 공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발견된 시신은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어린이 3명과 여성들도 있었다. 라미 압둘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소장은 “제2도시 알레포 등 시리아 전역에서 사살된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7개월간 이어진 유혈사태에서 8월은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달로 기록됐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서방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말부터 헬기와 전투기, 탱크를 동원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8월에만 3000명 이상의 민간인과 반군이 목숨을 잃고 1000명의 정부군이 사망했다고 SOHR는 밝혔다. 유혈사태 이후 총 사망자는 2만4500명에 이른다. 터키 요르단 레바논 등 이웃 나라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도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24일 밝혔다. 이날 터키에만 난민 3500명이 입국해 하루 난민 유입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은 지난달 말까지 4만4000여 명 수준이었으나 한 달 사이에 수가 급증하면서 약 7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AFP통신은 26일 “지난달 18일 이후 행방이 묘연해 한때 망명 소문까지 돌았던 파루크 알샤라 시리아 부통령이 다마스쿠스 자신의 집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권이 이례적으로 외국 언론에 부통령의 동정을 공개한 이유는 최근 일부 아랍 언론들이 그의 ‘요르단 망명설’과 ‘탈출 실패로 인한 구금설’ 등을 연달아 보도하며 정권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반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다음 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라크다르 브라히미 신임 시리아담당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별대사는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임명됐을 때 두렵다고 밝혔는데 여전히 그런 마음”이라며 “시리아 국민을 첫 번째 주인으로 섬기며 그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유엔이 무기 수출 금지를 결의한 아프리카 분쟁지역에 중국제 무기 유입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무기 반입 경로나 위법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서남아프리카에서 중국제 무기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됐고 갈수록 그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초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에서 중국산 로켓추진총유탄 15정이 회수됐다. 지난해 5월 수단 다르푸르 반군 무기고에서도 상당량의 중국제 총기와 탄환이 발견됐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 지역 13개국에 흘러들어 간 무기를 분석한 결과 기존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국이 전체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세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엔이 분쟁지역으로 선정해 무기 수출 금지를 결의한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소말리아 수단 등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는 유엔의 조사 협조 요청에도 중국이 무응답이거나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부터 유엔이 무기 유입 경로를 찾기 위해 중국 정부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수단 분쟁 해결 회의에 참석한 중국 대표도 “특별히 문제될 만한 일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유엔은 불법 무기 밀매업자를 색출하자는 건데 중국 측이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등 서구사회의 고립정책을 무력화시킨 역사적 행보다.”(이란 외교부) “국제적 우려와 기대를 명확하게 전달할 기회다.”(유엔) 26일부터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되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당초 이란은 핵 갈등으로 촉발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무역 제재로 사면초가에 빠져 NAM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지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하기로 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NAM 정상회의는 이란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아 왔다. 밖으론 큰소리를 쳤지만 국제 제재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던 이란으로선 ‘탈출구’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결과는 지금까진 성공적이다. ‘아랍의 봄’ 이후 첫 회의란 상징성과 맞물려 100여 나라가 참석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외교장관은 22일 반관영통신 ISNA와의 인터뷰에서 “서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한 계기”라고 기뻐했다. 특히 반 총장의 방문은 “미국의 오만을 꺾은 쾌거”라고 반겼다. AFP통신은 테헤란의 분위기가 ‘올림픽이라도 여는 듯’ 한껏 고조됐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회의 기간(26∼31일) 전체를 공휴일로 선포하고, 군경을 총동원해 최고 수준의 경비 보안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1979년 관계를 끊은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비롯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만모한 싱 인도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의 참석으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 고립정책에 앞장섰던 미국과 이스라엘로선 입맛이 쓰다. NAM 회의를 애써 무시해왔던 양국은 최근 반 총장의 참석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 총장과의 통화에서 “(회의 참석은) 끔찍한 실수”라고 성토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불참을 권유했다. 하지만 유엔이 참석을 회피할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민감한 문제임을 알고 있지만 (이란과 대화할) 기회 자체를 놓쳐선 안 된다고 봤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AFP통신은 “현재 이란의 ‘판정승’ 양상을 띠고 있지만 상황이 종결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 총장이나 서구사회에선 유일하게 참석하는 호주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반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개발 의혹이나 테러리즘, 인권침해 등이 공식적으로 거론되면 이란으로선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반 총장 등 이번 참석자들이 이란 측에 그들이 이행해야 할 국제사회의 의무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요즘 미국은 총기 난사로 꽤 시끄럽다. 총 관련 사고가 잦은 나라지만, 연달아 애꿎은 목숨들이 희생돼 그들도 충격이 큰 모양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살인마가 나오기 전에 먼저 찾아낼 방법은 없을까’란 개탄에 가까운 기사를 싣기도 했다. 결론만 따지자면, 많은 연구에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지난달 20일 콜로라도 영화관 건이든 7일 위스콘신 시크교 사건이든, 이런 일이 벌어지면 ‘관심의 흐름’은 엇비슷하다. 일단 범인은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등장한다. 현상 분석과 대책 마련이 뒤따른다. 하나 더, 불행 뒤에 숨겨졌던 ‘소리 없는 영웅’을 찾아내 칭송한다. 두 사건은 흔치 않게 어린이들이 주목받았다. 콜로라도에선 케일런이란 열세 살 소녀가 회자됐다. 희생자 가운데 가장 어렸던 베로니카(6세)를 기억하는가. 아이가 피격됐을 당시 주위 어른들은 두려움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케일런은 달랐다. 한걸음에 달려가 베로니카를 감싸 안았고, 배운 적도 없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범인이 사라진 듯하자 “긴급환자가 있다”고 소리쳐 재빨리 병원에 옮겼다. 케일런은 뒤에 CBS뉴스와 만나 “TV에서 본 걸 따라했을 뿐”이라며 “칭찬받았지만 (베로니카가) 결국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거렸다. 시크교 현장에선 11세, 9세 남매가 장한 일을 했다. 아바이와 아마나트는 마당에서 놀다 범인이 총을 쏘며 들어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깜짝 놀라 울음이 터졌지만 둘은 곧장 사원 안으로 달려갔다. 폭죽놀이인가 싶어 무심하던 사람들을 “총 든 사내가 온다”며 대피시켜 더 큰 희생을 막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 와중에 아마나트는 부모 목숨도 구했다. 몇몇 어른과 뒤편 창고로 도망친 뒤, 한 아줌마의 휴대전화를 빌려 “사건이 벌어져 숨었으니 오지 마라”고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버지 발지트 싱 씨는 “음식을 가져오다 입구에서 (문자를) 받곤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어른 뺨치는 아이들의 대처에 현지 언론은 찬양 일색이다. ‘천사의 강림’이란 거창한 표현도 눈에 띄고, 슈퍼 히어로가 떼로 나오는 만화 ‘저스티스 리그’에 빗대 ‘저스티스 키즈(정의의 아이들)’라고도 불렀다. 하긴, 호들갑 좀 떨면 어떤가. 참화를 겪은 마당에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위로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 게다가 어린 새싹들이 이리도 의젓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살짝 궁금하다. 꼬마들이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샘솟았을까. 텍사스주립대 아동심리연구팀은 이를 ‘동화(童話)적 세계관’의 발현이라 보았다. 아이들은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남을 도우면 행복해지는 동화 속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위기에 빠져도 끝내 주인공은 살아남는 결말 역시 두려움을 떨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단다. 아이들이 대견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방송을 보면 부모들은 “자랑스럽다”라면서도 눈빛이 흔들렸다. 왜 아니겠는가. 자칫하면 그 조막만 한 것들이 다칠 뻔했는데. 콜로라도 사건 추도식에서 마이클 워커 목사는 “지옥에서 피로 물든 아이를 안은 소녀를 떠올려 보라”며 “이건 미담이 아니라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애들한테서 위안을 찾지 마라. 자꾸만 아이들이 이런 지경에 처하는 현실을 곱씹을 때다.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죽었거나 오래된 나무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메탄가스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삼림환경연구 분과는 7일 “코네티컷 주 북동부 숲에서 나무 60그루를 분석한 결과 이미 고사했거나 수령(樹齡) 80년이 넘은 나무의 메탄 농도가 주변 환경보다 8만 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저널 ‘지구물리학 연구지’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 대기 중 메탄 농도는 2ppm 정도지만 죽은 나무의 메탄 농도는 약 1만5000ppm이었다. 메탄 농도가 높은 것은 나무 내부가 병균 등에 감염돼 썩었기 때문이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비어 있어 메탄을 만드는 균의 일종인 ‘메탄 생성 미생물(methanogens)’이 서식하기 적당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코베이 박사는 “지구 전체 숲에 있는 죽거나 나이 든 나무들이 내뿜는 메탄은 현재 지구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약 10%나 차지한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사진)가 최근 1년(2011년 8월∼2012년 7월)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여성 운동선수 7위에 올랐다. 순위를 매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호에서 “김 선수는 1년 동안 여러 아이스쇼에서 헤드라이너(주역)로 받은 출연료와 수많은 광고 계약을 통해 약 900만 달러(약 102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 선수는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며 한국의 2018년 평창 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김 선수는 지난해 1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돼 같은 부문 8위에 올랐다. 올해 집계에서 수입은 줄었지만 순위는 오른 것. 이번 집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여성 운동선수는 러시아 테니스선수 마리야 샤라포바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상금과 광고 출연료 등으로 모두 2170만 달러(약 246억 원)를 벌어들였다. 2∼4위도 테니스 선수들이 싹쓸이했다. 중국의 리나(李娜)가 1840만 달러(약 209억 원)로 2위, 미국의 세리나 윌리엄스(1630만 달러)와 덴마크의 카롤리네 보지니아츠키(137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5위는 ‘여성 미하엘 슈마허’라 불리는 미국 카레이서 대니카 패트릭(1300만 달러)이 차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무장괴한이 아니다. 얼굴이 흉해 감춘 것도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3일 중국 칭다오의 한 해수욕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싣고 “최근 이 ‘햇볕 차단 마스크’가 중국 여성들에게 해변 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굴이 타는 것을 꺼려 나이에 상관없이 마스크를 쓴다는 것. 얼핏 우스꽝스럽지만, ‘피부가 검으면 못사는 시골여성’으로 치부되는 중국 여성들의 절박한 심정이 담겼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