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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결의 2270호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던 북한 선박 31척 중 4척이 명단에서 삭제됐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1일(현지 시간) 2270호 채택 후 중국 측 선박 소유주들이 북한 선원을 해고하고 더이상 북한 선원은 고용하지 않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함에 따라 4척을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제외된 배는 제이에이치 86(JH 86), 진타이(Jin Tai), 진텅(Jin Teng), 그랜드 카로(Grand Karo) 등 4척이다. 이 배들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와 결탁해 무기 운반 등 불법 거래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왔다. 진텅호는 유엔 제재 직후 필리핀 정부가 검색해 화물을 몰수한 뒤 억류했던 배다. OMM과 관련한 제재 선박은 27척으로 줄었다. 제재 시행 한 달도 안 돼 선박들이 명단에서 빠져나간 것을 놓고 제재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자발적으로 북한 선원을 해고하고 OMM 통제하에 두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한 것이어서 오히려 제재가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엔 중국대표부는 제재위에 공문을 보내 이 배들이 북한과 연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증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랴오닝(遼寧) 성 잉커우(營口) 항을 비롯해 모두 6개 항에서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해운제재 움직임 속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선박수리 공장인 해군 제597부대 산하 ‘10월 3일 공장’을 시찰하고 “어떤 전투함선도 짧은 기간에 수리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1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의제로 개별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양국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의 방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시 주석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 “중국은 인공섬을 군사 거점화할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달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의 융싱(永興·영문명 우디) 섬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또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 인공섬에 활주로를 건설했고, 파라셀 제도의 한 섬엔 전투기까지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긴장을 높이는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 주석에게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실질적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정상회담 등 다양한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공군력과 해군력을 활용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미국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필리핀에 병력 배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의 필리핀 파병은 1991년 필리핀 상원에서 미군 주둔 연장안이 부결돼 이듬해 미군이 철수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 인근 기지에서 중국군의 움직임에 대응하기를 원하고, 필리핀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군에 맞서 미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군의 필리핀 주둔은 2014년 양국이 체결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른 후속 조치다. 양국은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필리핀의 안토니오 바우티스타 등 공군기지 4곳과 포트 막사이사이 육군기지 1곳 등 5개 기지를 미군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5개 기지에 대한) 미군 배치가 매우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다음 달 필리핀을 방문해 미군 파병의 세부 계획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5개 기지 중 안토니오 바우티스타 공군기지는 스프래틀리 제도와 300∼400km 떨어진 곳이다. 미군이 남중국해의 분쟁지역을 쉽게 정찰하고 긴급 상황에선 재빨리 전투기를 출동시킬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미군이 사용할 군기지에 민다나오 섬의 룸비아 공군기지가 포함된 것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확장을 억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IS는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 필리핀 이슬람 반군단체들과 손잡고 민다나오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 연행 증거가 없다며 억지 주장을 편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 교과서들은 내년 4월부터 사용된다. 지난해 말 한일 정상 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 정신을 의심케 하는 조치로 한일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검정 제도를 활용해 2014년 초등학교 교과서와 2015년 중학교 교과서에 이어 올해엔 고교 교과서에까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포함시켰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역사 교과서 17종 가운데 11종, 기타 사회과 과목 12종 중 4종에 관련 내용이 기술됐다. 대부분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모호하게 표현했다. ‘일본군에 연행됐다’가 ‘식민지에서 모집됐다’로,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위안부로 전쟁터로 보내졌다’로 수정됐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도 훨씬 강화됐다. 사회과 교과서 35종 가운데 27종(77.1%)에 이 내용이 실렸다. 2012년에 검정한 고교 사회과 교과서의 경우 69.2%만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실었다.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스즈키 히데오(鈴木秀生)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조숭호 기자}
18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발표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로 한일 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한국 영토인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고, ‘위안부 강제 연행 증거는 없다’는 아베 내각의 인식을 교과서 내용에 대폭 반영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난해 말 어렵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지만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로 다시 한일 관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항의한 것도 교과서 검정 결과가 상식에 벗어날 뿐 아니라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술, 분량 늘려놓고 오히려 개악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 교과서 17종 가운데 11종, 현대사회 10종 중 2종, 정치경제 2종 중 2종에 포함됐다. 진보 성향의 짓쿄(實敎)출판사는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설명하는 사진 자료로 ‘정부, 강제연행을 사죄’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한 당시 신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에 따라 ‘위안부, 강제 인정하고 사죄’라는 제목을 단 다른 신문 지면으로 바꿨다. 이는 ‘(좁은 의미의)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에 대한 강제를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사죄했다는 사진 설명은 고노 담화 내용으로 대체됐다. 아베 내각의 성향과 개정된 검정 기준 및 학습지도요령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표현 수위를 낮춘 출판사도 상당수였다. 시미즈(淸水)서원은 현행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설명하면서 ‘일본군에 연행돼’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를 ‘식민지에서 모집된 여성들’로 바꿔 신청했다. 도쿄(東京)서적은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부분을 ‘위안부로 전지(戰地·전쟁터)에 보내졌다’고 고쳤다. 강제성이 없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악(改惡)된 것이다. 이번 신청이 지난해 4, 5월 이뤄진 탓에 지난해 말에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독도는 일본 땅’ 억지 주장 강화 이날 검정을 통과한 고교 저학년 역사 및 사회과 교과서 35종 중 27종(77.1)%에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적었다. 문부과학성은 검정 과정에서 ‘독도 불법 점거’를 넣지 않은 교과서에는 수정을 지시하고 평화적 해결을 향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 대해 쓰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미즈서원은 현대사회 검정 신청본에서 한국과의 사이에 시마네(島根) 현에 속한 다케시마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있다”고만 서술했으나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문부성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시미즈서원은 ‘일본 정부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어 영유권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수탁하는 등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다이이치(第一)학습사도 ‘다케시마 영유권의 해결을 위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수탁할 것을 한국에 수차례 제안해왔지만 한국은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정치경제 수정본에 추가했다. 역사 교과서 6종에는 모두 ‘1905년 독도의 일본 영토 편입’이 기술됐다. 도쿄서적의 일본사에는 과거 독도가 지도에만 표기돼 있었으나 검정 통과본에는 ‘1905년 시마네 현에 편입’이라는 설명이 추가됐다.○ 간토대학살, 피해자 수 줄이고 모호하게 하기 일본에 의해 많은 피해자를 남긴 간토(關東) 대학살, 난징(南京) 대학살에 대해선 희생자 수가 축소되거나 흐릿해졌다. 일본 정부가 개정된 검정 기준에 “통설이 없는 경우 이를 밝히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간토 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수에 대해 짓쿄출판사는 당초 “6000명 이상의 조선인과 700명의 중국인이 학살됐다”고 기술했으나 검정을 거친 뒤 “매우 많은 조선인과 약 700명의 중국인을 학살했다”로 수정했다. 출판사는 학살된 조선인 수에 관해 약 6600명, 2600명, 230명 등 여러 견해가 있다고 주석을 달았다. 난징 학살 희생자 수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인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삶의 패턴과 직업을 끊임없이 바꿔 왔습니다.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뿐, 새로운 일거리와 직업이 속속 생겨날 겁니다.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추구하며 경쟁하는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일본 인공지능(AI) 연구의 선구자라 불리는 마쓰오 유타카(松尾豊·41·사진) 도쿄대 특임 준교수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뒤 AI가 ‘대실업 사태’를 일으키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마쓰오 교수에 따르면 AI와 로봇은 새 기회도 제공한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AI 로봇을 도입하면 ‘일당백’의 일꾼을 얻는 것과 같다. 건설 토목 분야에서도 AI와 로봇은 인구 감소 시대의 노동력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결정합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사용하는 주체는 인간이죠. 전쟁이나 범죄에 사용하면 재앙이 되고 농업이나 생산에 활용하면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인류에게 지혜와 국제 협력이 절실한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러나 마쓰오 교수는 알파고에 대해 “경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AI의 성장 속도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바둑 소프트웨어 알파고는 아마추어 기사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는데 불과 5개월 만에 이토록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AI 발전에 따라 인간 사회에 나타날 변화상은 산업혁명과 같은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일거리가 AI와 로봇으로 옮겨 가고 이에 따라 직업과 생활상도 변화한다는 설명이다. “벌써 나가사키(長崎) 현의 관광지 하우스텐보스에는 로봇과 AI만으로 운영되는 무인 호텔이 성업 중입니다. 지난해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가 ‘얼굴 인증’에 의한 결제 시스템 실험을 시작했는데 이 시스템이 진화하면 마트에서의 쇼핑 풍경은 확 달라질 겁니다.” 올해 초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앞으로 10, 20년 후엔 일본 인구의 절반이 종사하는 업무가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일본의 직업 601개를 대상으로 확률을 계산한 결과였다. 일반 사무직, 택시 운전사, 마트 계산원, 경비원, 빌딩 및 호텔 청소원 등이 대표적인 직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똑똑해져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남는다. 마쓰오 교수는 AI 시대를 이겨 내는 직업의 특징으로 ‘사람의 감정과 직접 접해야 하는 일’, ‘같은 내용이 반복되지 않는 일’,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를 지목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일반 사무직, 역무원, 회계감사 관계자, 학교 교직원, 사무직 공무원, 카메라 조립공, 기계목공, 맨션 관리인, 급식조리사, 행정사무원, 은행창구 직원, 금속가공공, 금속프레스공, 경비원, 경리사무직, 검침원, 자동차 조립공, 신문 배달원, 슈퍼마켓 점원, 제빵공, 제분공, 측량사, 복권 판매인, 택시 운전사, 택배 배달원, 주차 관리원, 통관사, 데이터 입력 담당, 전기통신기술자, 전자제품 제조공, 전철 운전사, 도로 패트롤대원, 빌딩시설관리 기술자, 빌딩 청소원, 호텔 객실 담당, 우편사무원, 도로요금 징수원, 계산대 담당, 열차 청소원, 노선버스 운전사 등 아트디렉터, 아나운서, 애완견 훈련사, 영화감독, 배우, TV 탤런트, 카메라맨, 음악교실 강사, 학교 카운슬러, 관광버스 가이드, 클래식 연주가, 그래픽디자이너, 연예매니저, 경영컨설턴트, 게임크리에이터, 공업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국제협력 전문가, 카피라이터, 작사가 작곡가, 의사(외과 산부인과 치과 소아과 정신과), 시나리오 작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사회복지시설 간병인, 교사, 보육사, 스타일리스트, 성악가, 소믈리에, 네일 아티스트, 바텐더, 미용사, 평론가, 프로듀서, 방송기자, 만화가, 레스토랑 지배인 등 자료: 노무라종합연구소}
“지금은 대변혁기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은 대 실업 사태를 초래하기보다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일본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라 불리는 마쓰오 유타카(松尾豊·41) 도쿄대 특임 준교수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에 대해 “경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성장속도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바둑소프트웨어 알파고는 아마추어 기사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는데 불과 5개월 만에 이토록 강력해졌다는 것. 그는 “딥마인드사 연구팀이 대단하다고 본다. 다른 기관이었다면 2~3년은 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사들이 내놓는 ‘일본을 이끌 100인’ 등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그는 AI의 발전에 따라 인간사회에 가져올 변화상은 산업혁명과도 같은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일거리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로 상당히 옮겨가고 이에 따라 직업의 세계도 인류의 생활상도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 “벌써 나가사키(長崎)현의 관광지 하우스텐보스에는 로봇과 인공지능만으로 운영되는 무인호텔이 성업 중입니다. 지난해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가 ‘얼굴인증’에 의한 결제시스템 실험을 시작했는데, 이 시스템이 진화하면 마트에서의 쇼핑풍경은 확 달라질 겁니다.” 고객이 쇼핑바구니를 계산대에 내밀면 점원이 일일이 바코드를 찍고 계산하는 게 아니라 실내 카메라로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본인확인을 거친 뒤 손에 든 상품을 판별하고 등록된 은행구좌에서 자동적으로 결제되는 식이다. 계산대 직원이 사라지고 경비원도 필요 없다. 그는 “미 AP통신은 인공지능이 기업 결산기사를 쓰고 있다”며 단순작업이라면 기자라는 직업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직업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의사. 이미 정밀한 로봇수술이 선호되는 상황이다. 미국 벤처 엘리틱사의 AI시스템이 검사화면에서 유방암을 발견하는 정밀도는 숙달된 방사선과 의사를 뛰어넘었다. 세무나 회계 분야도 어렵다. 미국에서는 이미 우수한 세무소프트웨어가 나와 세무사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수치나 정형적인 문장을 취급하는 회계사도 AI에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를 취급하는 금융계 업무도 AI에 대체되기 쉬운 분야다. 올해초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앞으로 10~20년 후엔 일본 인구의 절반이 종사하는 업무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일본의 직업 601개를 대상으로 확률을 계산한 결과였다. 일반 사무직, 택시 운전사, 마트 계산원, 경비원, 빌딩 및 호텔 청소원 등이 대표적인 직업들로 꼽혔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 똑똑해져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남는다. 마쓰오 교수는 AI시대를 이겨내는 직업의 특징으로 ‘사람의 감정과 직접 접해야 하는 일’ ‘같은 내용이 반복되지 않는 일’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의 세가지 포인트를 지적했다. “가령 고객에게 사과하러 가는 일 같은 것은 최후까지 인간이 할 일로 남겠지요.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 찾아가서 아름답게 무릎을 꿇더라도 거꾸로 분노를 살 테니까요. 결국 감독이나 책임 부분에는 인간이 필요할 겁니다.” 바텐더나 소믈리에, 영화감독, 유치원 교사 등 ‘사람과의 대면’이 기본인 업무는 역시 인간이 해야 한다. 타인과 협조하거나 타일을 이해하고 설득 협상해야 하는 상황, 서비스 지향성이 요구되는 직업도 인공지능 대체가 어렵다. 그는 나아가 인공지능이 ‘대실업사태’를 일으키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식의 전망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인류는 기술발전에 따라 삶의 패턴과 직업을 끊임없이 바꿔왔습니다.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뿐, 새로운 일거리와 직업이 속속 생겨날 겁니다. 보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추구하며 경쟁하는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최근 일본 정부는 2030년대를 내다보며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등이 각종 지식인 회의를 열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일본이 직면한 인구감소 노동력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날씨와 온도에 맞춰 대응이 필요한 농업.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AI로봇을 도입하면 ‘일당백’의 일꾼을 얻는 것과 같다. 어떤 맛이나 형태의 농산물을 만들지를 기획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건설 토목분야, 특히 오래된 다리나 전철, 원자력발전소 폐로작업 등은 가까운 시일내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겨질 겁니다.” 도쿄전력은 현재 후쿠시마(福島) 원전 폐로에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 기간은 반드시 단축된다는 것. 또 인공지능은 향후 10~15년 내에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번역’이 외국어와의 언어 장벽을 뚫어주는 시대가 오면 언어와 국경의 보호 하에 경쟁력을 보장받았던 직업들이 모두 해외 동업자와 경쟁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결정합니다. 인공지능은 강력한 도구지만 사용하는 주체는 인간이죠. 전쟁이나 범죄에 사용하면 재앙이 되고 농업이나 생산에 활용하면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보다 지혜로운 활용을 위해 국제협력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입니다.”※딥 러닝이란? 인공지능이 둑이 터지듯 발전한 데는 ‘딥 러닝’의 기여가 결정적이다. 2012년에 등장한 컴퓨터의 ‘계산방법’으로 쉽게 말해 컴퓨터가 인간처럼 ‘깨우치기’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같은 계산을 10만번 하더라도 첫 번째와 10만번째 방법은 똑같았고 좀더 빨리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딥러닝을 통해 더 빠른 방식을 스스로 찾게 됐다는 것. 마쓰오 교수는 ‘구글사가 고양이를 인식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는 뉴스는 ‘구글사가 자동운전차를 개발했다’는 뉴스보다 엄청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딥러닝에 의해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적절한 지식을 스스로 뽑아올 수 있게 됐다는, 즉 고양이 그림을 많이 보여주면 고양이를 분별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는 것. ‘딥 러닝’ 등장으로 AI는 지금까지 컴퓨터가 뛰어넘지 못했던 산을 AI가 넘어버렸다. 그래서 둑이 터지듯 기술이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질 가능성이 큰 직업일반 사무직, 역무원, 회계감사관계자, 학교 교직원, 사무직 공무원, 카메라 조립공, 기계목공, 맨션 관리인, 급식조리사, 행정사무원, 은행창구 직원, 금속가공, 금속프레스공, 경비원, 경리사무직, 검침원, 자동차 조립공, 신문배달원, 슈퍼마켓 점원, 제빵공, 제분공, 측량사, 복권판매인, 택시 운전사, 택배배달원, 주차관리원, 통관사, 데이터 입력담당, 전기통신기술자, 전자제품제조공, 전철 운전사, 도로 패트롤대원, 빌딩시설관리기술자, 빌딩청소원, 호텔객실담당, 우편사무원, 도로요금 징수원, 계산대 담당, 열차청소원, 노선버스 운전자 등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이길 가능성이 큰 직업아트디렉터, 아나운서, 애완견훈련사, 영화감독, 배우, TV탤런트, 카메라맨, 음악교실 강사, 학교 카운슬러, 관광버스 가이드, 클래식 연주가, 그래픽디자이너, 연예매니저, 경영컨설턴트, 게임크리에이터, 공업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국제협력 전문가, 카피라이터, 작사 작곡가, 의사(외과 산부인과 치과 소아과 정신과), 시나리오작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사회복지지설 간병원, 교사, 보육사, 스타일리스트, 성악가, 소믈리에, 네일 아티스트, 바텐더, 미용사, 평론가, 프로듀서, 방송기자, 만화가, 레스토랑 지배인 등-자료: 노무라종합연구소※마쓰오 유타카(松尾豊) 교수 프로필1975년 일본 가가와(香川) 현 생1997년 도쿄대 공학부 전자정보공학과 졸업2002년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연구과 전자정보공학전공 박사2002년 사업기술종합연구소 연구원2005년 스탠포드대 언어정보연구센터 객원연구원2007년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준교수2008년 WWW국제회의(International World Wide Web Conference) 프로그램 위원2012년 일본 인공지능학회 편집위원장2014년 일본 인공지능학회 윤리위원장2014년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연구과 기술경영전략학 전공 특임 준교수, 국가전략실 예지의 프론티어모임 위원, 경제산업성 IT융합포럼 지식인회의 위원저서 :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는가? 딥러닝의 미래에 존재하는 것’(2015)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세 판을 내리 진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거두자 세계 바둑계와 외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둑’의 발상지인 중국의 바둑 1위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대국이 끝난 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프로 바둑 기사의 존엄을 되찾았다”며 축하했다. 커 9단은 “컴퓨터가 버그를 일으켜 계산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며 “오늘 같은 수준이라면 나에게 도전할 자격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이 9단이 패한 알파고와의 3국이 끝난 직후에는 “알파고의 바둑은 거의 완벽했고 실수한 곳이 없었다.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의기소침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인터넷판도 이날 이세돌 9단의 첫 승리 소식을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이세돌 9단의 3연패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던 이들 언론은 이 9단의 승리 소식을 ‘낭보’라 전하며 “인간의 의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알파고는 중반 승부처에서 돌연 흐트러졌다”며 “약점을 드러낸 형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바둑 전문 사이트인 ‘히비네트’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한 번쯤 이겨줬으면 하는 세계 바둑 팬들의 마음을 이세돌 9단이 성취해 냈다”며 “그도 안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TV아사히도 “(같은) 인간으로서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서구 통신들도 AI 기술에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알파고는 AI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앞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재창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이세돌의 승리는 이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서 인간이 3연패 뒤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알파고가 5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패했다”며 “알파고가 완벽하지 않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이세형 기자}
유엔 특별보고관이 여고생을 남성 접대 등에 동원하는 이른바 ‘JK(女子高生, 조시코세이) 비즈니스’를 금지하라고 일본 측에 권고했다고 일본 언론이 9일 보도했다. 모드 더부르 부퀴키오 유엔 아동 인신·성매매 문제 담당 특별보고관은 전날 발표한 일본에 대한 보고서에서 “JK비즈니스 등 성적 착취를 촉진하거나 착취하는 상업 활동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일본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부퀴키오 보고관은 “일본에서 면담한 JK비즈니스의 피해자는 모두 JK비즈니스가 사라지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일을 일종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며 시작하는 12세~17세 여학생이 적지 않은 현실”이라며 “일단 일을 시작하면 고용주나 고객들로부터 성적 서비스 제공을 강요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JK비즈니스에는 여고생이 남성과 함께 산책하는 ‘JK 산책’, 함께 사진을 찍는 ‘JK 촬영회’, 여고생에게 발 마사지 등을 시키는 ‘JK 리플레’ 등이 있다. “치마를 입고 종이만 접으면 된다”고 여고생을 설득한 뒤 몰래 치마 속을 촬영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치(愛知) 현은 지난해 7월 청소년보호육성조례를 개정해 일본 최초로 JK 비즈니스의 전면 규제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에는 일본 현실에 대해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기술이 포함돼 있다”며 29개 항목에 걸친 반론 문서를 유엔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붕괴한 뒤 일본 열도에는 ‘디스카운트’ 열풍이 불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자산과 임금소득이 줄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싼 물건을 찾았다. ‘가격 파괴’가 시대의 유행어로 떠올랐다. 당시 신문 지면은 오사카의 담배소매상이 담배 한 보루에 맥주 한 캔을 덤으로 줬더니 평소의 10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거나 신사복 체인점에서 1인당 한 벌 한도로 80∼90% 할인한 2500엔 양복을 판매하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는 기사들로 넘쳐났다. 슈퍼마켓도 음식점도 술집도 이사업체도, 가능한 한 비용과 수익을 줄여 가격 파괴 붐에 동참했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소비 트렌드는 다소 달라졌다. 가격이 싸면 지갑을 열던 소비자들이 ‘질’을 찾기 시작했다. 무리해서 자기 뼈를 깎아내기만 하던 기업들은 무너졌고 ‘지속 가능한 저가 상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로 돌입했다. 일본 맥도널드는 1998년 7월 당시 130엔이던 햄버거 가격을 65엔으로 내렸다. 망하려 작정했느냐는 질타가 쏟아졌지만 두 달간의 실험 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반액으로 내놓은 햄버거가 전년 동기 대비 9.6배 팔렸다. ‘박리다매’ 전략이 먹힌 것. 반값 햄버거는 일종의 미끼상품이기도 했다. 햄버거를 사면 대개 음료수, 감자튀김 등도 함께 주문하니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가격 파괴를 하고서도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 밖에도 적지 않다. 100엔숍, 유니클로, 저가 덮밥업체인 요시노야(吉野屋), 1000엔 미용실 등은 일본의 장기 불황이 낳은 히트 기업들이다. 이들은 고가품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 저가 상품이라 하여 ‘저가 실력파’ 상품이라 불렸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원가 압축, 원료나 자재의 국제 조달, 비용 삭감, 낚시 마케팅,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격 설정을 저가 실력파 상품의 조건으로 꼽았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가격 파괴에 살아남은 기업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맥도널드의 현재 햄버거 가격은 100엔. 다이소의 100엔숍도 여전하다. 1000엔 미용실도 여러 개의 체인점이 있다. 유니클로는 세계로 뻗어나가 저가 의류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기업 실적, 주가, 고용 등 주요 금융 실물지표가 호전되며 완만한 회복세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일본인의 소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미미한 데다 일본인 특유의 절약지향 소비가 민간소비 회복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고령자가 늘어나는 인구의 구조적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산이 소비성향이 낮은 고령층에 집중돼 있는 현실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26.8%인데,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68.2%를 가지고 있다.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초고령사회 일본이 빠져나와야 할 또 다른 함정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러시아의 막판 ‘김 빼기’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안보리는 당초 1일 오후 3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2일 오전 5시) 전체회의를 열어 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결의안 최종안을 회람한 뒤 24시간 동안 검토하는 것이 안보리 관례’라는 절차상 이유를 제기해 회의 시간이 2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3일 0시)로 연기됐다. 결의안은 예상대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러시아는 앞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결의안 초안이 처음 회람된 지난달 25일에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닷새간 시간을 끌었다. 이 기간에 북-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해 상당 부분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요구로 북한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외국산 석탄에는 북한산 광물 거래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또 대북 항공유 수출 금지 항목에 ‘북한 민간 항공기의 해외 급유(연료 판매 및 공급)는 허용한다’는 새 예외 규정도 들어갔다. 러시아는 또 17명이던 초안의 개인 제재 명단에서 장성철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러시아 대표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 최종 제재 대상 개인이 16명으로 한 명 줄었다. KOMID는 해외에서 미사일 부품 등 금수(禁輸)물자 구매를 담당해온 기관이다. KOMID 러시아 대표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러시아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구매를 용인했다는 의미가 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성철은 러시아에 있지도 않다. 그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1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안의 만장일치 채택은 북한 정권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이 1일부터 단둥(丹東) 항 등 일부 항구에서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중 국경지대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 시의 한 무역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항만 당국으로부터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한다는 통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일 오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압록강대교)’의 중국 쪽 세관에는 북한에서 차량 약 70대가 들어왔지만 석탄으로 보이는 짐을 실은 차는 한 대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하루 전인 2월 29일만 해도 차량 130대가 단둥 세관을 통과했고 복수의 트럭이 광물을 싣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의 간판급 앵커들이 정부의 방송 통제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요 민영방송에서 활약하는 앵커들은 지난달 29일 도쿄 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이 ‘공정성을 잃은 방송사에 정파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거듭해온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방송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TV아사히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다하라 소이치로(田原總一朗) 앵커는 TV아사히 ‘보도스테이션’의 후루타치 이치로(古館伊知郞) 등 자타가 공인하는 ‘쓴소리 앵커’들이 이달 말 프로에서 하차하는데 대해 “방송국이 위축돼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방송·통신업계를 담당하는) 다카이치 발언에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말 민영방송 TBS의 메인 뉴스 프로 ‘뉴스 23’ 진행자 자리를 내놓게 된 기시이 시게타다(岸井成格) 앵커는 “정치적 공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국민과 언론이다. 정부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 진행자 도리고에 타로(鳥越俊太郞) 씨는 “이것은 정치권력과 언론의 전쟁”이라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미디어를 견제한 정권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방송인들은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고 적힌 현수막을 펴들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을 해 온 일본 지상파 보도 프로그램의 간판 앵커들이 올봄 줄줄이 교체된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춥지만 응원은 해야죠. 두 팀이 다 잘해서 올림픽에 갔으면 좋겠습니다.”(한국 팀 응원단) “저희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 팀을 응원한다는 입장입니다.”(북한 팀 응원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첫날인 29일 남북 대표팀이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에서 격돌했다.○ “두 팀이 함께 올림픽에 가야죠” 오사카는 일본 전체에서 재일동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전체 동포의 4분의 1이 몰려 산다. 당연히 이들의 응원전도 관심을 모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오사카 지부와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오사카부 본부는 10여 일 전부터 각기 응원을 독려했다. 이날 응원에 나선 양측 동포들은 민단과 총련을 가리지 않고 “두 팀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날 경기장 주변에서는 분단을 상징하는 듯한 장면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남북 응원단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게이트부터 달랐다. 남(south) 게이트 앞에는 민단 쪽 응원단이 모여들었다. 섭씨 7도의 쌀쌀한 기온에 바람마저 거세게 불자 민단은 미리 준비한 ‘주머니난로’를 1인당 3개씩 나눠줬다. 한국팀 응원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유정숙 씨(65)는 “평소 축구를 안 보지만 우리 선수들이 와서 열심히 하는데 안 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김앵란 씨(57)도 “사실 꼭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지만 기왕이면 잘해주길 빈다”며 양 팀 모두 응원했다. ○ 입장 게이트부터 분단된 남과 북 응원단 남 게이트로부터 400m가량 떨어진 북(north) 게이트에는 북한 팀을 응원하는 동포들이 줄 서 있었다. 들뜬 분위기의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신원을 밝히기 거부한 한 총련계 동포는 “학생들이 언론에 아무 대답도 하지 말라는 교육을 단단히 받았다”고 전했다. 남과 북이 출입구부터 다르게 들어가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10여 년 전에는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旗)를 들고 응원하기도 했는데 요즘 분위기는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 응원단이 달려왔지만 경기가 열린 얀마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래도 여자축구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같은 시간에 일본-호주전이 바로 곁 경기장에서 열린 탓도 있다. 5만 명이 들어가는 관중석에서 양측 응원단석은 분단을 상징하듯 멀리 떨어져 있었다.○ 스포츠는 국적으로 차별하지 않는다 북한이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고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남과 북의 청년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일본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입장 게이트와 응원석에서 보듯 남북으로 갈린 한반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장이기도 했지만 정치와 안보 상황을 떠나 오직 실력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회 전날인 28일. 김광민 북한 대표팀 감독과 윤덕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오사카 아고라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김 감독은 “남북 대표팀 모두 능력을 발휘하면 함께 본선에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 팀을 배려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에 어떤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하지 맙시다. 내일 경기에 대한 이야기만 합시다”라며 넘어갔다. 일본 정부는 북한 국적자 입국 전면 금지를 비롯한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동한 직후였지만 국가 간 스포츠 대회는 예외로 하고 북한 대표단에 특별 비자를 발급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국적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다. 동포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 양 팀 모두 응원하고 싶다던 한 동포는 양 팀이 1-1로 비긴 경기 결과에 대해 “잘됐다”며 “남과 북이 스포츠에서만이라도 사이좋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국, 북한과 1-1로 비겨 ▼한편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강호 북한과 무승부를 거뒀다. 대표팀은 29일 일본 오사카의 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대표팀은 이날 정설빈(26·인천 현대제철)이 전반 32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지만, 체력이 떨어진 후반 35분 북한 김은주에게 중거리 슛으로 골을 허용해 승리를 놓쳤다.오사카=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정윤철 기자}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24일 남중국해 인공섬들을 군사기지화하는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에서 구축함과 잠수함 등을 동원한 다양한 군사작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25일 BBC 중문판에 따르면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환경 변화와 대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남중국해 해역과 상공이 공공의 국제 영역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미군은 계속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법이 허용하는 작전이라는 작전은 다 할 것”이라며 “항공모함 전단을 서태평양에 추가로 배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나 잠수함, 구축함 같은 여러 가지 것들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이 보장하는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남중국해 군사작전에 동맹국들을 동참시키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해리스 사령관은 의원들에게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면서 동맹국과 함께 공동 행동을 할 것”이라며 “동맹국에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들의 12해리(약 22.2km) 안으로 군함을 진입시키는 군사작전을 지금은 미군 단독으로 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한국군 또는 일본 자위대와 같이 진행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동맹국인 호주에 “함정을 남중국해에 파견하라”고 촉구했다. 22일 호주를 방문한 조지프 오코인 미 해군 7함대 사령관은 “중국의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은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라 관계된 모든 나라의 문제”라며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들의 12해리 안으로 함정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7함대는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부대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중 간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이 발을 들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 인근에 한국 군함이 미 군함과 함께 출현할 경우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를 향해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책사로 알려진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이 29일부터 미국을 방문한다. 야치 국장은 대북제재 문제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군사거점화 문제 등을 놓고 미국 측과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일본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한편 인도네시아가 남중국해 남단의 나투나 제도를 방위하기 위해 주둔 병력을 현재의 2배인 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산케이 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북-미 양국 간에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비공식 논의가 오갔지만 견해차만 확인하고 결렬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북한과의 접촉 사실을 언론 보도가 나오고서야 실토했고, 한국 정부는 당시 접촉을 사전에 몰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엔 북한대표부는 ‘뉴욕 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에 “평화협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뉴욕 채널은 북-미 양국이 실무적인 대화를 주고받아 온 비공식 대화 창구다. 통상 북한에선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미국에선 6자회담 특사가 나선다. 제안을 받은 국무부는 일단 응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이미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된 만큼 미국도 추가 정보 수집이 필요했다. 하지만 뉴욕 채널의 미국 측 파트너인 6자회담 특사 자리는 지난해 9월 시드니 사일러가 국가정보국(DNI) 선임보좌관으로 복귀한 뒤 사실상 공석인 상태였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마크 램버트 과장이 특사 자리를 겸하고 있지만 이번 접촉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은 유엔 대사관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고 평화협정 논의는 그 후에나 가능하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이를 거부했고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모란봉악단의 철수로 북-중 관계 개선을 포기한 북한은 미국에서도 퇴짜를 맞자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 한 소식통은 “북한이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추후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하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북-미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합의했으며 미국이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포기하고 논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제안을 검토한 후 비핵화가 논의에 (함께)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북한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교부는 22일 “평화협정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포함한 제반 사항에 긴밀히 협력하고 공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통화에서 ‘어떠한 북한과의 대화에서도 비핵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북-미가 한국 몰래 비밀 협상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국과 일본 정부도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협의를 이달 열기 위해 조율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차관보가 일본을 방문해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심의관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조숭호 기자}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22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를 강행했다. 시마네 현은 이날 오후 마쓰에(松江)시 시마네 현립무도관에서 약 5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과 ‘다케시마·북방영토(쿠릴 4개 섬) 반환요구운동 현민 대회’를 열었다. 미조구치 젠베에(溝口善兵衛) 시마네 현지사는 인사말에서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에 대해 “한일 관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고 언급한 뒤 “외교 협상의 자리에서 다케시마 문제가 논의되도록 계속해서 강력하게 요망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 행사에 사카이 야스유키(酒井庸行)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을 파견했다. 정무관 파견은 2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후 4년 연속이다. 사카이 정무관은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영토”라며 “냉정히 그리고 끈질기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일본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 회장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자민당 중의원 등 일본 국회의원 10명이 참가했다. 신도 의원은 “영토주권은 나라의 기본”이라며 “다케시마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위해 자료전시관을 도쿄(東京)에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마네현은 1905년 2월 22일 일방적으로 독도를 행정구역에 편입하는 고시(告示)를 했다. 시마네현은 이에 착안해 2005년 3월 다케시마의 날을 조례로 제정한 뒤 2006년부터 기념식을 열었고 올해가 11년째다. 다만 10년 넘게 똑같은 행사가 진행되다보니 시마네 현민은 물론이고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이 행사를 찾는 주히로시마 한국 총영사관 직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익 주장을 내건 버스가 수십 대씩 왔는데 올해는 10대도 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한산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최재익 독도수호전국연대 대표 등 4명이 방일해 행사장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날 주오사카(大阪)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예년과 거의 다름없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가장 새로웠던 점은 행사 현장을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가 생중계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다케시마를 점령하자”거나 “재일한국인을 몰아내자”는 등의 감정적인 발언들을 수시로 화면에 올렸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월 말 다시 도쿄(東京)에 왔다. 첫 부임이 2006년 4월이니 딱 10년 만이다. 같은 사무실, 같은 이웃들. 오가며 마주치는 얼굴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다. 우연이긴 하지만 심지어 총리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그대로다!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일본 사회의 세대교체가 대거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가장 활력이 넘친다던 단카이(團塊) 세대가 60대 중후반을 맞아 일선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들은 1947∼1951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매년 200만 명씩, 5년간 1000만 인구가 덩어리져 있다. 일본의 발전과 동시에 성장한 덕에 아무 걱정 없이 취직해 평생직장을 누리며 재산을 모은 복 받은 세대라 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각종 취미활동과 문화활동으로 고급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대거 연금생활자의 대열에 들어가니 사회는 부담이 크다. 젊은 세대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몫을 다 가져간다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먹튀 세대’ ‘혐로(嫌老) 사회’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약자는 먹히고 강자는 먹는다는 뜻의 ‘약육강식’을 패러디한 ‘약육노식(若肉老食)’이란 말마저 나온다. 혹자는 일본 내 세대 간 갈등은 계급 갈등의 양상을 띤다고 말한다. 배경에는 단카이 세대와 너무나 비교되는 젊은 세대의 현실이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13년 20년 후 일본인 남성 3명 중 1명은 평생 독신이 될 거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35세 미만 미혼자의 90%가 결혼을 원하지만 배우자를 맞을 만한 최소한의 연소득 300만 엔(약 3027만 원)을 확보하지 못해 포기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세대 간 격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70세인 노인은 복지를 통해 평생 낸 것보다 평균 2150만 엔(약 2억3400만 원)을 더 돌려받지만 20세 청년은 평생 4500만 엔(약 4억9000만 원)을 손해 본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의 미래를 담보할 출산율을 높이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노인복지 때문에 재원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은 분노를 부추긴다. 실제로 일본에서 고령자에게 지급되는 사회보장액이 연간 76조 엔(약 828조 원)인데 아동수당 등 가족에 대한 급부액은 5조5000억 엔(약 60조 원)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노인복지에만 치중하는 이유는 일종의 노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즉 노인층이 가장 표가 많고 투표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혐로(嫌老)사회를 넘어서’라는 책을 펴낸 일본의 유명 작가 이쓰키 히로유키(五木寬之)는 “유럽 등지에서 보이는 난민이나 이민에 대한 증오가 일본에서는 노인 혐오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인들 스스로 ‘혐오스러운 노인’을 넘어서 ‘현명한 노인(賢老)’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84세인 그는 한때 스포츠카 마니아였지만 65세에 운전 기술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는 면허증을 반납했다. 소싯적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멋쟁이였지만 최근 10년간 새 옷을 사지 않았다고 말한다. 의료보험이나 사회복지도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기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나눈다는 자세가 본인도 세상도 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세대 간 격차도 있다. 젊은 세대에서 3포, 5포론이 나오고 ‘수저론’ 불평이 나오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기회도 남겨지지 않은 듯 보이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 찾기는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서영아 도쿄특파원 sya@donga.com}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첫 대북 제재법이 18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식 발효됐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도 19일 오후 임시 각료회의를 열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확정지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사이 미일 양국이 동시에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긴 것이다. 공통된 목표는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되는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법안을 만든 하원을 처음 통과한 지 37일 만에 대북 제재법을 발효시킨 것은 전쟁 상황을 제외하곤 극히 이례적이다. 2011년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애국법’을 만들어 시행할 때도 6주가 걸렸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뒤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 발효로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준비를 끝마쳤다. 특히 대북 제재법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활용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인권 유린, 사이버 해킹 등과 관련된 제3의 기업, 개인도 제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외교역의 90%가량이 대중교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 제재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대북 제재법에는 북한을 ‘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할지를 미 재무부가 법안 시행 후 180일 내 검토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2005년 북한의 돈줄을 말렸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식 금융제재를 가할 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석탄 흑연 등 지하광물의 거래를 직접 제재토록 한 것도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일단 오바마 행정부가 당장 단독 제재에 나서기보다는 강도 높은 안보리 제재를 도출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협조하도록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 정부도 19일 각료회의를 열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인도적 목적으로 10만 엔(약 109만 원) 이하를 보내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북 송금이 전면 금지됐다. 아울러 △북한 국적자나 북한 선박의 일본 입국 금지 △북한을 방문한 핵·미사일 관련 기술자의 일본 재입국 금지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자산 동결 대상 확대(핵·미사일 등과 관련된 단체 1곳과 개인 10명) 등이 제재에 포함됐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A의 발사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둥펑-31A는 최대 사거리가 1만3000km로 미국 서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국의 최신예 ICBM이다. 18일 홍콩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관영 중국중앙(CC)TV는 최근 ‘군사 기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의 로켓군이 둥펑-31A를 실제로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 미사일의 탑재 중량은 최대 1750kg으로 핵탄두를 포함해 최소 3발의 탄두를 실을 수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도 모습을 보였지만 발사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고(高)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의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4분 47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운반 차량에 실린 둥펑-31A가 수직으로 설치되고 발사 임무를 맡은 병사들이 긴박하게 각종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정하는 장면이 담겼다. 발사 카운트다운에 돌입해 최종 순간에는 한 병사가 붉은색 버튼을 누르자 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솟구치는 장면까지 나온다. CCTV는 “새해 첫날 로켓군의 제1차 출격”이라고 설명해 이 훈련이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하기 5일 전인 지난달 1일 실시됐음을 밝혔다. 로켓군 소속 왕밍차이(王明才) 여단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로켓군에 대해 ‘우리나라 전략적 위협 체계의 핵심 역량이자 국가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사거리 1500km의 중거리 미사일 둥펑-21D의 발사 장면과 ‘둥펑-31’ 계열의 ICBM을 운반 차량에 탑재해 기동훈련을 하는 장면 등을 반복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 시사(西沙)군도(영어명 파라셀 제도)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난사(南沙)군도(스프래틀리 제도)에는 대공(對空) 기관포를 다수 설치해 놓았다고 1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7일 “필요한 방위시설 배치는 자위권 행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난사군도가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왔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회견에서 “(남중국해) 군사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을 방문 중인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17일 “중국이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 의도가 없다고 해놓고 시사군도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은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17일 국무부 기자단에게 “앞으로 수일간 중국과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시사군도의 미사일 배치에 대해 “지난해 12월 중국 인공섬 해역을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비행한 것이 중국 군부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라며 “미군의 대응 여부에 따라 중국이 난사군도에서도 자위를 명분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개미집단보다 빈둥빈둥 노는 개미가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집단이 더 오래 존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개미들이 지쳐 쉴 때 놀던 개미들이 대신 일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지런한 개미만 있는 조직은 쉽게 멸망 위험에 빠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하세가와 에이스케(長谷川英祐·생물생태학)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6일자 영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리포츠’를 통해 발표했다. 개미나 벌 등 사회성 곤충 집단에는 항상 20∼30%의 일하지 않는 개체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일하는 개체만을 모아놓으면 다시 그중 일정 비율은 쉬었고, 노는 개체만을 모아놓으면 20∼30%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연구진은 일본 전국에 서식하는 개미 한 종을 골라 구분할 수 있도록 한 마리마다 색을 입힌 8개 집단, 1200마리를 한 달 이상에 걸쳐 사육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 처음에 일하던 개미가 쉬게 되자 일하지 않던 개미가 일하기 시작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집단 75마리가 모두 일하다 일제히 지치는 경우와 일하는 강도가 제각각인 경우를 비교했다. 전체가 열심히 일한 집단은 구성원 모두가 일제히 피로해져 움직일 수 없게 돼 알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노는 개미가 있는 집단은 놀던 개미가 대신 일하기 시작했다. 하세가와 교수는 “인간 조직에서도 단기적인 효율이나 성과만 추구하면 조직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개미들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사미 다카히로(淺見崇比呂·진화생물학) 신슈(信州)대 교수는 “쉬는 개미의 중요성을 나타낸 가치 있는 성과”라며 “인간에게도 휴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고 평가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부터 워싱턴에 없었다. 15일 개막한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일찌감치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인 서니랜즈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열리는 첫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 정상회의이자 미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인 이번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 강화 차원에서 수년간 공들인 끝에 마련됐다. 미국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강공 외교’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대중(對中) 압박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남중국해 분쟁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한결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 도발에 따른 미-아세안 차원의 대북 제재도 심도 깊게 논의된다. 백악관 당국자는 “일부 아세안 국가는 북한과의 교역량을 줄이고 있다”며 “회의에서 의미 있는 대북 제재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폐회 전 기자회견을 갖고 회의에서 논의된 대중, 대북 메시지와 관련 조치를 밝힐 예정이다.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단행한 일본 정부는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은 14일 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과) 협상은 계속할 용의가 있다. 문은 닫지 않고 확실하게 파이프를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귀국과 관련한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면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29일부터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브라질 올림픽 여자축구 예선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입국을 허가할 예정이다. 이 경우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독자 대북제재 조치의 첫 특례가 된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