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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는 아이를 키우는 한국 부모들 사이에서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린다. 이 회사 제품인 ‘익스플로리’는 15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당초 국내 판매가격이 189만 원이었지만 고가(高價) 논란이 일자 5월 회사 측은 가격을 20만 원 낮추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해외 유모차 브랜드가 고가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일부 제품은 높은 가격에 비해 사용 편의성 등 품질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유모차 11개 제품에 대한 품질 테스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한국 영국 홍콩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6개 소비자단체가 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ICRT)를 통해 공동으로 진행했다. 품질평가 항목은 △시트 사용 △기동성 △짐 보관 △운행 편리성 △접기 △등받이 조절 △대중교통 이용 등이다. 평가 결과 국내 브랜드인 ‘리안 스핀 2012’(69만8000원)는 전체 6개 등급 중 위에서 세 번째인 ‘만족(Satisfactory)’ 등급을 받았다. 이에 비해 한국 제품의 두 배 이상 가격으로 팔리는 ‘스토케 익스플로리’(노르웨이·169만 원)와 ‘오르빗 G2’(미국·145만 원)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네 번째인 ‘미흡(Poor)’ 등급을 받았다. 조사에 포함된 다른 국내 브랜드인 ‘압소바 시그니처 오가닉’(69만5000원)은 ‘미흡(Poor)’ 등급으로 나타났다. 다른 해외 브랜드 제품들도 품질과 가격의 상관관계는 제각각이었다. 국내 브랜드와 가격이 비슷한 ‘맥클라렌 테크노 XLR 2012’(영국·76만5000원)와 오히려 값이 저렴한 ‘잉글레시나 트립 2012’(이탈리아·36만8000원)는 두 번째 등급인 ‘구매 가치 있음(Worth considering)’을 받아 평가가 가장 높았다. 일본 브랜드인 ‘콤비 미라클 턴 프리미에(88만 원)’와 미국의 ‘그라코 시티 라이트 R’(29만8000원)는 다섯 번째 등급인 ‘매우 미흡(Very Poor)’을 받았다. 품질평가와 함께 이뤄진 구조 테스트에서는 11개 제품 모두 내구성, 강도, 안정성 면에서 영국 및 유럽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명 소시모 국장은 “국내 유모차 시장에서 고가의 수입제품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외국 제품을 선호하기보다는 자녀의 연령, 신체 사이즈, 생활환경, 사용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해외 유모차업체들은 평가 결과에 반발했다. 스토케코리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테스트는 소수의 응답자가 참여했을 뿐 아니라 평가항목별로 구체적인 테스트 방법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자 정부도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농촌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2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내년 귀농·귀촌 예산은 총 812억 원으로 2012년 639억 원보다 173억 원(28%) 늘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들의 귀농 수요가 늘고 있어 이들의 성공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도시민 농촌 유치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26억 원에서 내년에 41억 원으로 57.8% 늘렸다. 내년에 40개 지방자치단체(시군 단위)가 참여하며 각 지자체는 연간 2억 원으로 귀농 희망자에게 농촌체험, 빈집 임대 운영, 멘토링 상담 등을 지원한다. 토지나 비닐하우스 구입비 같은 농촌정착자금 지원도 크게 늘어났다. ‘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 예산이 2013년에는 올해보다 100억 원 늘어난 700억 원으로 책정됐다. 귀농인들은 이 예산을 이용해 최대 2억4000만 원까지 연 3%의 저렴한 이자(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로 귀농에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다. 귀농창업 아카데미(45억 원)와 귀농·귀촌 박람회 개최(5억 원) 등은 2013년 예산안에 처음으로 포함돼 내년부터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대학 등 관련 기관에서 농촌창업 관련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귀농에 필요한 각 단계가 서로 동떨어져 있는 등 연계성이 부족했다”면서 “작목 재배 기술부터 유통, 농촌 관광, 현지 정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귀농·귀촌 지원 정책이 정보 및 교육 기회 제공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 정부가 농촌 적응에 두려움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농촌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임시 공동 체류 공간)’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예산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병원 학교 문화시설 등 농촌의 부족한 생활 인프라도 여전히 미흡하다. 많은 귀농인이 “귀농을 결정할 때 농사 여건도 중요하지만 자녀와 배우자가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당국자는 “귀농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농촌 지역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을 다각도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5억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체납한 약 7300명의 이름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됐다. 국세청은 고액 체납자 개인 4442명과 법인 2771명의 이름, 상호, 나이, 직업, 주소, 체납 내용을 29일 홈페이지(www.nts.go.kr)와 관보, 세무서 게시판에 올렸다. 국세기본법의 체납자 명단 공개기준이 체납 기간 2년, 체납액 7억 원 이상에서 각각 1년, 5억 원 이상으로 바뀌면서 공개 인원이 작년의 5.5배로 늘었다. 체납 세금은 개인 6조4531억 원, 법인 4조6246억 원 등 총 11조777억 원이었다. 누적 체납액 기준으로는 정태수 전 한보철강 회장이 증여세 등 2225억 원을 못 내 1위였고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1073억 원),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이사(645억 원) 등의 순이었다. 관세청도 1년 이상 관세와 내국세 등 5억 원 이상을 체납한 개인 48명, 법인 33명의 명단을 홈페이지(www.customs.go.kr)에 공개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도움을 준 신고자에게 징수금액의 2∼5%(최대 1억 원)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도시를 떠나 생소한 농촌생활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여기고 귀농을 했다간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귀농 전에 충분한 교육을 받는 등 준비를 갖춰야 농촌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북 상주시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서정덕 씨(48)는 대기업에서 화학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10년 건강이 악화돼 귀농을 결심했다. 서 씨는 “처음에는 농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만한 돈을 벌 자신이 없었다”면서 “한 대학이 개설한 농업창업교육과정을 수강하면서 오이를 재배하면 몸은 힘들어도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귀농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오이 재배로 유명한 상주시를 찾아갔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의 추천으로 ‘인턴 농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5개월간 월 120만 원을 받고 현지 농장에서 일하며 오이농사 노하우를 익혔다. 현지 농민들과 어울리며 농촌의 일상생활을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현재 서 씨의 연수익은 6000만 원 수준. 귀농 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7000만 원)보다 적지만 씀씀이가 줄어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 지금은 경북대 대학원을 다니며 ‘고기능성 칼슘오이’ 등 품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서 씨는 “농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면 농업에 대한 확실한 직업의식과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만규 씨(51)의 귀농 역시 철저한 분석과 계산 후 이뤄진 일종의 ‘창업’이었다. 정 씨는 중견기업 임원을 그만두고 귀농을 준비하며 오미자에 주목했다. 그는 “오미자는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고 꾸준한 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며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먼저 정하는 게 귀농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귀농 장소는 ‘오미자 특구’인 경북 문경시로 정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인터넷 위성지도를 통해 농지 후보군을 추렸다. 정 씨는 “해발 300m 이상, 물이 잘 빠지는 밭이 오미자를 키우기에 좋다”면서 “발품을 팔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생활에서 익힌 회계 지식을 활용해 사전에 씨 뿌리는 방식과 수확 방식 등을 달리했을 때 어느 쪽이 이득이 되는지 사전에 꼼꼼히 분석했다. 정 씨는 “세상에 무작정 되는 일은 없다”면서 “귀농 준비단계에서 수익성 분석은 물론이고 5년 후 목표치를 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최근 경유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주유소 직원들이 경유차를 휘발유차로 착각하고 연료를 주입해 엔진이 손상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09년부터 올해 11월 12일까지 자동차에 연료 종류를 잘못 넣는 사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총 408건 접수됐다고 28일 밝혔다. 피해건수는 2009년 55건, 2010년 103건, 2011년 119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 11월 12일까지도 131건이 접수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휘발유차는 연료주입구가 경유 주유기보다 작아 경유를 휘발유차에 잘못 넣는 일은 없다”며 “피해 사례는 전부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유 승용차 중에서는 프라이드(59건), 레저용차량(RV) 중에서는 싼타페(30건)의 피해건수가 가장 많았다. 또 피해 운전자 중 77.7%는 주유 전에 주유소 직원에게 ‘경유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차량이라고 밝혔는데도 주유소 직원이 실수로 휘발유를 넣은 사례는 22.3%였다. 연료를 잘못 넣은 차량의 수리비는 2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60.1%였다. 400만 원을 넘는 수리비를 낸 피해자도 14.5%나 됐다. 경유차량에 휘발유를 넣을 경우 시동은 걸리지만 주행 도중 엔진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떨림, 시동 꺼짐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김현윤 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특히 시동을 켠 채로 잘못된 연료를 주유하면 엔진뿐 아니라 연료분사장치 등까지 피해를 본다”며 “주유 때에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연료의 종류 등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아기 원피스 한 벌에 20만 원? 옷감도 적게 들 텐데 어른 옷보다 비싸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동복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한 번쯤 해봤을 푸념이다. 이왕이면 백화점에서 고급 아동복을 사 입히고 싶은 게 부모들의 마음. 일부 아동복 업체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판매 가격, 만족도를 비교해 보니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보다 소비자 만족도가 낮은데도 가격은 더 비쌌다. 과도한 유통 마진 때문에 아동복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낀 경우도 많았다. ○ 해외 직수입 브랜드 1.85배 수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62개 아동복 브랜드의 5392개 제품(티셔츠 바지 원피스 등) 가격을 조사해 27일 발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해외 직수입 브랜드 제품의 평균 가격은 13만1823원으로 국내 제품(7만1254원)의 1.85배 수준이었다. 대형마트에서도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국산보다 1700원가량 비싸게 팔렸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원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7세 미만의 자녀를 둔 20∼50세 여성 405명을 설문한 결과 총 5개 항목 중 4개에서 국내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 제품보다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원단의 품질 △내구성 △편리성 △활동성 등에서 국내 브랜드를 선호했다. 다만 디자인 면에서는 해외 브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해외 직수입 브랜드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이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에서 모두 판매되는 티셔츠 4개 제품의 평균 가격을 비교해 보니 국내 판매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프랑스(92.4) 미국(90.6) 일본(88.9)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해외 본사가 국가별로 공급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고, 한국은 유통비용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높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유통 마진이 70% 넘어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브랜드 제품의 경우 전체 소비자가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화점 수수료(36%)였다. 특히 아동복 브랜드의 수수료율은 백화점 전체 평균 수수료율(29%)보다 높았다. 여기에 백화점 내 판매사원 수수료를 합치면 소비자가격의 51% 수준이고 제조원가 비율은 25%에 그쳤다. 해외 직수입 브랜드 제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입 과정에서 관세, 물류비 등이 붙고 한국지사 등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면 유통비용은 전체 소비자가격의 70%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혜영 연구원 실장은 “국내 브랜드의 백화점 수수료율이 해외 직수입 브랜드보다 높지만 해외 직수입 제품의 평균 단가가 높아 백화점 수입도 더 많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복 가격이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원의 조사 기간 중 93.4%의 브랜드가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백화점 등의 정기세일 기간이 아닌데도 평균 27% 정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았다. 김연화 연구원장은 “공공연하게 할인 판매를 하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처음 시판되는 시점의 영유아복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소비자들이 아동복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가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혹한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 한국의 무역규모 순위가 8위로 상승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수출지역 다변화 전략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르고, 각국이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교역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며 국제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1∼10월 수출입 규모는 8884억 달러(약 968조36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었다. 하지만 독일(―6.3%) 프랑스(―6.0%) 이탈리아(―10.3%·이상 1∼9월 기준)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감소폭은 작은 편이다. 무역 절대액이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를 잘 극복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낸 한국 제조업체들의 공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가 한국 업체에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서 판매대수를 대폭 확대했다. ‘아이폰 쇼크’를 이겨낸 삼성전자는 올 3분기(7∼9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2.5%로 애플(14.0%)의 갑절이 넘는 휴대전화를 팔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과거 한국 제품이 ‘가격 대비 실용성’으로 인정받았다면 이제는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선진국이 주춤한 사이 기술력을 쌓아온 국내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꽃을 피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FTA 확대를 통한 정부의 무역개방 정책도 한국의 무역규모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9월 한미 FTA 발효 6개월을 맞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FTA 발효 이후 자동차부품, 섬유 등 관세가 인하된 수혜 품목의 수출이 13.5% 증가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수출 다변화는 중국 미국 등에 대한 수출 부진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에 대한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7.3% 증가해 5대 수출 지역 중 가장 많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내년 경기와 수출 전망은 더 안갯속”이라고 우려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내년 상반기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실장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인 EU의 회복이 늦어질 경우 내년 중국의 성장세도 그만큼 꺾일 것이고, 이는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국가들이 최근 각종 수입규제 등 비관세 장벽 강화,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경향이 강화되는 것도 악재다. 유 본부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 소송, 현대차 연비 논란 등은 선진국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김철중·유재동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근로자의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일정 금액까지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수(稅收)를 늘리기 위해서다. 또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도 소득 구간에 따라 최저 세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해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고소득 근로자의 소득세 감면 혜택을 제한하기 위해 총액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과세 및 감면 등이 중복돼 너무 많은 혜택이 몰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캡(총액 제한)을 씌우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액한도 설정은 주로 연봉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 중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많이 받아 세금을 덜 내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국회와의 논의가 남아 세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받을 수 있는 총 비과세 및 감면 금액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법인세는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납부해야 하는 최저한세율(15%)이 있지만 소득세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다만 소득세에 똑같이 최저한세율을 적용할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대신 총액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근로소득자의 경우 교육비, 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통한 소득공제를 받고 있으며 특히 소비 지출이 많은 고액 연봉자들이 많은 금액을 감면받고 있다는 게 재정부 측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국세감면액 약 30조 원 중 근로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가 6조 원으로 전체 20% 수준에 달한다. 다만 본인과 부양가족 수에 따른 인적공제, 장애인 의료비 공제 등은 총액 초과 여부를 산출할 때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고소득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근로소득세 비과세·감면 총액제한과 함께 개인사업자들의 최저한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모든 사업소득자의 소득세 최저한세율이 35%로 똑같다. 앞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최저한세율이 달라지면 소득이 많은 사업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최저한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결국 세금 부담이 높아진다. 재정부 측은 “현재 모의실험(시뮬레이션) 작업 중이라 구체적인 세율 수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 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정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소득세 관련 개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소득세율 인상, 과표 구간 인하 등의 요구에 대한 절충안으로 분석된다. 박 장관은 “비과세 및 감면을 줄이는 것이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더 우선순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일괄적으로 혜택을 폐지할 경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와 프리머스에 이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영화관람권 사용기간을 2년으로 늘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매일로부터 1년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영화관람권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고 25일 밝혔다. 메가박스는 이달 2일부터, 롯데시네마는 다음 달 1일 이후 판매하는 영화관람권부터 늘어난 사용 기간을 적용한다. 영화관람권은 입장권이 아니라 사용기간 내에 임의의 관람이 가능한 일종의 상품권이다. 관람권은 사용기간이 구매일로부터 1년으로 돼 있어 5년인 다른 상품권과 비교해 지나치게 기간이 짧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있었다. 공정위는 △10장 가격에 11장을 살 수 있다는 점 △영화 가격이 인상돼도 관람권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사용기간을 일반 상품권보다 짧은 2년으로 잡았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등 5개 커피 브랜드 사업자는 앞으로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안에 신규 가맹점을 내줄 수 없게 된다. 또 매장 인테리어를 고치거나 새로 문을 연 지 5년이 안 된 가맹점에 가맹본부가 인테리어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도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커피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적용 대상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이면서, 커피사업부문 매출액이 500억 원 이상인 5개 커피 프랜차이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직영점만 운영하고 가맹점을 따로 두지 않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모범거래기준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는 기존 가맹점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만 신규 가맹점이나 직영점을 낼 수 있다. 공정위 측은 “주로 가맹점 간 거리가 100∼300m인 지역에서 매출 감소로 인한 분쟁이 많았다”면서 “스타벅스의 서울 지역 직영점 간 평균 거리(476m) 등을 감안해 거리 제한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상업지역의 하루 유동인구가 2만 명이 넘는 경우 △철길 또는 왕복 8차선 도로로 상권이 구분될 경우 △대형쇼핑몰 등 특수시설 내 입점하는 경우 등 상권이 확연히 구분될 때에는 인근 가맹점의 동의를 얻어 새 가맹점을 내줄 수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리뉴얼 주기는 제빵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로 5년으로 정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도급금액 등 협력 인테리어 업체와 체결한 계약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가맹점이 외부업체를 통해 인테리어를 할 경우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감리비(3.3m²당 20만∼50만 원)도 타 업계 수준(3.3m²당 10만∼15만 원)으로 낮추도록 했다. 이 외에 잦은 대금 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들을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물품대금 정산은 월 1, 2회 후불정산을 원칙으로 하고, 가맹본부는 가맹점들의 신용카드 대금 정산 기간을 고려해 정산서 발행일로부터 최소 7일의 정산 기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 공정위는 4월 제빵 분야를 시작으로 피자, 치킨, 커피 프랜차이즈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으며 올해 안에 편의점 업종의 기준도 발표할 예정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 간의 다문화 결혼이 크게 줄어든 반면 다문화 부부의 이혼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출생아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국내에서 출생한 아이 20명 중 1명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1년 다문화 인구 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결혼은 3만695건으로 2010년보다 12.5% 감소했다. 다문화 결혼은 2009년 3만3862건에서 2010년 3만5098건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결혼 건수(32만987건) 중에서 다문화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9.3%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다. 정부가 결혼사증(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문화가정의 평균 결혼연령(초혼 기준)은 남성이 36.1세로 2010년에 비해 0.4세 낮아진 반면 여성은 26.6세로 0.4세 높아졌다. 이에 따라 남녀 간 연령차는 10.3세에서 9.5세로 줄었다. 지난해 다문화 부부 간 이혼은 전년보다 0.9% 증가했다. 2009년 1만3653건에서 2010년 1만4319건, 2011년 1만445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이혼 건수 중 다문화 부부는 12.6%를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4.9년이었다. 다만 남편이 외국인(귀화 한국인 포함)이고 부인이 한국인인 다문화 부부는 약 6.3년으로 상대적으로 결혼생활 기간이 긴 편이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지난해 2만2014명으로 2010년(2만312명)보다 8.4% 늘었다. 국내 전체 출생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7%로 0.4%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건수가 줄긴 했지만 다문화 부부의 연령차가 줄고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보면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오늘 산지 가격 같은 거 몰라도 돼유. 농협에서 뭐 다 알아서 실어가고 팔아주는겨.” 14일 오전 충남 당진시 외곽의 한 배추밭.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배추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배추 밑동을 자르고 망에 나눠 담아 차에 싣는 것 전부 농협에서 고용한 인부들의 몫이다. 이 배추들을 키운 농민 구본일 씨(61)는 바라만 볼 뿐이다. 구 씨는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시작된 극심한 배추가격 변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3개월 전에 미리 계약을 했기 때문에 요즘 배추가 얼마에 팔리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가격 변동 위험 덜어줘 구 씨가 계약재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농협의 ‘채소사업소’ 덕분이다. 정부와 농협은 2010년 말 배추가 포기당 1만5000원까지 치솟은 이른바 ‘배추 파동’을 겪은 뒤 계약재배의 필요성을 실감해 이듬해인 2011년 1월 농협중앙회 산하에 채소사업소를 신설했다. 채소사업소는 무와 배추를 대상으로 수확 2∼3개월 전에 전국 개별 농가들과 일정량을 특정가격에 구입하기로 계약을 한다. 이수희 채소사업소장은 “밭에서 나온 배추의 상태나 수확 당시 시세와 관계없이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100% 거래하기 때문에 조합원(농민)들의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밭에서 이뤄지는 수확 작업뿐만 아니라 판매처 확보, 물류 등 배추를 파는 데 필요한 모든 절차와 비용은 농협이 책임진다. 이날 수확한 배추는 채소사업소와 거래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산물시장이나 김치공장으로 옮겨져 거래됐다. 구 씨는 올해 8월 배추밭에 씨를 뿌리자마자 채소사업소에 포기당 약 800원에 팔기로 계약을 했다. 채소사업소 측은 지난해 이맘때 포기당 500원에 배추를 구입했지만 올해는 재배면적 감소와 여름철 태풍의 영향 등을 고려해 산지 가격을 올렸다. 계약재배 방식은 특히 배추가격이 급락했을 때 농민들에게 확실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 구 씨는 “작년 가을 배추가격이 크게 떨어져 유통업자들은 포기당 300원에도 배추를 안 사갔지만 농협은 원래 약속한 500원에 전량을 가져갔다”며 고마워했다. ○ 수급 조절로 소비자물가 안정 채소사업소는 농협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도움을 주는 상생(相生)의 모델로 평가받는다. 채소사업소 측은 시장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확보한 물량을 가락동 시장 등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풀어 가격급등을 막는다. 이 소장은 “일반 유통업자들은 가격이 오르면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가격을 더 올려 이득을 취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이익보다 소비자물가 안정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배추 파동이 있었던 2010년에 상품(上品) 기준으로 평균가격이 최고였던 달과 최저였던 달의 소비자가격 차이는 1만1600원이었다. 이에 비해 채소사업소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라선 올해 들어 9월까지 최고인 달과 최저인 달의 차이는 7500원으로 줄었다. 현재 이 소장을 포함해 7명의 채소사업소 현장 직원이 강원, 전남 등지의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확, 물류 현황을 일일이 챙기고 있다. 1년에 차로 6만∼7만 km를 돌아다니다 보니 일주일 중 하루, 이틀을 빼고는 늘 지방출장으로 집을 비우지만 보람도 크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이 소장은 “계약단가를 무리하게 낮추거나 마진율을 높일 수 없어 흑자를 내긴 어렵다”라면서도 “조합원인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는 만큼 정부와 협력해 사업 규모를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진=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내년부터 자동차에 대한 연료소비효율(연비) 실험 결과가 모두 공개되고 연비 관련 규정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자동차 연비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이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연비 과대표기로 집단소송 위기에 몰린 데다 국내에서도 연비 불신이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경부는 우선 제작사의 연비 자체 측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경부 당국자는 “시판 이전에는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를 필요할 때만 검증하도록 했지만 앞으론 출시 모델의 10∼15%를 의무적으로 검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해진다. 현재 전체 자동차 모델 중 3∼4%에 불과한 사후검증 대수가 앞으로 5∼10% 수준까지 늘어난다. 사후검증 연비를 기준으로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의 최저 허용 폭을 현재 ―5%에서 ―3%로 높이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규정된 오차범위를 넘어선 차종만 실험 결과를 발표했지만 내년부터는 위반했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2012년 사후검증 결과를 보면 현대차의 싼타페 2.2 디젤 2WD(DM) 모델은 표기 연비(L당 16.1km)보다 측정값(L당 15.4km)이 4.38% 낮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책이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뻥연비’ 의혹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단체가 지적했던 것처럼 제작사가 연비를 자체 측정하는 방식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이번에 발표한 개선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상반기에 확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김철중·이진석 기자 tnf@donga.com}
북한군의 규모는 정확히 얼마일까?이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지만 폐쇄적인 북한의 정치, 사회구조 탓에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사안이다. 북한 측 통계자료(70만 명)와 한국 국방부 추정치(119만 명)만도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북한군의 규모가 최대 116만 명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이석 KDI 연구위원은 ‘북한의 군인은 정말 몇 명일까’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8년 북한 인구센서스 자료에는 북한군이 70만 명이지만 통계 조작 가능성을 고려해 다시 추정해보니 최대 116만 명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북한의 ‘2008년 인구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북한 총인구가 2405만 명이고 군부대 거주 인구를 제외한 지역별 인구의 합은 2335만 명이다. 일반적으로는 두 숫자 간의 차이인 70만 명을 북한군 규모로 본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이 통계에서 북한 남성 군인의 연령대별 비율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오류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16∼19세 19.7%, 20∼24세 40.9%로 증가하다가 25∼29세는 갑자기 9.7%로 뚝 떨어졌다.이 연구위원은 “북한 남성은 통상 16세부터 군대에 소집돼 10년간 의무 복무를 한다”며 “25세를 전후로 북한 군인의 비율이 최대 31%포인트 낮아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그는 통계상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 △식량난 등으로 25세 이상의 군인 소집이 어려워졌거나 △특정 연령 또는 복무기간 이후에는 군부대에 살지 않거나 △북한이 군인 규모를 속이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이 연구위원은 두 번째, 세 번째 가능성을 토대로 25세 이상 군인을 이보다 어린 나이대의 군인 수를 기준으로 재추정하면 2008년 북한군 규모는 최소 111만 명에서 최대 116만 명이라고 설명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만기가 되기 전에 갚을 경우 내야 하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중도상환 수수료와 관련한 금융회사들의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접수된 중도상환 수수료 관련 286건의 소비자 불만을 분석한 결과 ‘수수료 과다’가 30.4%(87건)로 가장 많았다고 15일 밝혔다. 다음은 ‘상환 수수료 설명 부족’(22.7%·65건), ‘수수료 부당청구’(16.4%·47건) 순이었다. 상환 수수료 산출방식이나 설명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소비자원이 대출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 잘 설명해 줘서 충분히 이해했다’는 응답자는 53.7%로 절반 수준이었다. 또 대출경험자 중 72.7%는 ‘금융회사가 중도상환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금융회사들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중도상환액에 수수료율과 잔여기간을 적용해 산출한다. 또 소비자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출상품별 평균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신용대출 1.67%, 부동산담보대출 1.62%, 전세대출 1.42% 등이었다. 신용대출은 인지세 등 대출 시 소요되는 비용이 가장 적지만 수수료율은 오히려 제일 높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해 17개 은행의 중도상환 건수와 금액은 각각 13.0%와 3.9% 줄었지만 중도상환 수수료 수입은 오히려 14.8% 늘었다”며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낮추고 대출 시 금융회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하도록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주요 대선후보 3인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 고용·노동 전문가들은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성적을 매겼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뜬구름’ 잡는 주장이 많을 뿐 아니라 ‘어디선가 본 듯한’ 공약들이 대부분으로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또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들은 모두 전체적 완성도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결함이 있어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가 일자리 문제, 특히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현실적이지만 의지 부족한 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현실성은 높아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박 후보의 공약을 요약하면 기존 성장논리에 의존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미온적인 대책이 대부분”이라며 “지금은 일자리 문제에서 좀 더 분명한 목표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의 ‘창조경제’ 관련 일자리 구상이 긴급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청년고용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박 후보가 산업정책을 통한 고용창출을 강조해 일자리 문제의 ‘모범답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서는 집중력이 다소 부족하다”며 “고용과 복지를 연계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정책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전반적인 평가는 박 후보의 공약이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높았다. 조동훈 한림대 교수(경제학)는 “박 후보의 창조적 일자리 창출은 우리 경제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지나치게 강조해 정작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 비해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다.○ 의욕적이지만 뜬구름 잡는 文 다수의 전문가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지지층이 많은 노동계의 주장을 많이 반영하다보니 ‘규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지나치게 의존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소기업 일자리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중소기업 4000개를 중견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중견기업은 정부가 지원한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과거의 벤처 열풍처럼 정부 지원이 끊긴 뒤에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후보의 청년고용할당제,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공무원 증원 등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경영학)는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는 인기는 있겠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결국 숫자만 끼워 맞추려고 할 것”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인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부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조동훈 교수도 “기업 규모 간 임금격차를 인위적으로 해소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후보의 공약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질과 양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당장은 근로자들의 소득과 직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정부가 규제하면 기업들이 당장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일자리 정책도 좋은 말만 많은 安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대선주자 3인 중 총점이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구체성이 결여됐다” “교과서적인 정책 나열에 불과하다”는 등의 평가를 내렸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안 후보는 공약이 급조된 느낌이 많이 든다”며 “여기서 좋은 것, 저기서 좋은 것 다 가져다가 공약이라고 내세우고 있어 철학과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준모 교수도 “기술혁신, 벤처정신을 강조한 것은 우파적이지만 좌파적인 규제정책도 다수 담겨 있다”며 “고용정책이 이념적으로 섞여 있어 일자리 정책의 정체성이 혼돈스럽다”고 평가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통상학)는 “대통령 직속 국민합의기구와 노사정 대화기구를 활성화해 고용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허황되고 자기도취적”이라며 “이미 노사정위원회가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너무 치중해 과연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 후보 모두 실패한 공약의 답습” 세 후보가 공히 이전 선거 때마다 나왔던 공약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는 지적은 여전했다. 실패로 돌아갔던 과거의 공약들을 답습하고 있어 이번 일자리 공약들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후보 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공약들에 참신성이 없다”며 “이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공약들뿐”이라고 지적했다. 후보들이 좀 더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영봉 교수는 “세 후보 모두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지원, 투자 증대 방안, 성장동력 발굴과 규제 완화 등의 공약이 전무하다”며 “이런 방안이 빠진 공약을 ‘일자리 창출 공약’으로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20대 취업 6개월째 감소… 청년고용 빙하기▼20대 후반 대졸자 가장 타격20대(20∼29세)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청년들의 고용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내놓은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는 353만9000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9만4000명 감소했다. 작년 동월 대비 20대 취업자 수는 올해 5월(―4만2000명)에 감소세로 전환된 뒤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증감 효과를 제거한 10월의 20대 취업자 수 감소 폭은 10만4000명으로 더 커진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이 몰려 있는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 수가 17만10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졸 구직난’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대 고용률은 58.6%로 지난해 10월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한창이던 2009년 3월(―1.9%포인트)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특히 20대 후반은 아래에서는 고졸취업 확대에 치이고, 위로는 30대 경력자 취업 증가에 가로막힌 ‘샌드위치 효과’를 겪고 있다. 10월 20대 초반(20∼24세) 취업자는 고졸취업 확대 등의 영향으로 7만700명 늘었고, 30대 고용률(72.5%)도 1.3%포인트 증가했다. 앞은 더욱 불투명하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L자형 침체’에 빠져들면서 ‘고용 빙하기’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를 이끌고 있는 중장년층 일자리 증가 폭도 둔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청년층 일자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달 11일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의 ‘호샤베라 타워’. 4개의 타워 건물이 햇빛을 받으며 작은 공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유리로 씌운 건물 겉은 거울처럼 맞은편 건물을 드러냈다. 브라질의 치안이 좋지 않아서인지 이곳에선 세그웨이(서서 타는 1인용 스쿠터)에 몸을 실은 경비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5시간 이상이 걸리는 지구 반대편의 현대식 빌딩이 한국과 어떤 인연이 있을까? 바로 미래에셋운용이 펀드를 조성해 사들인 빌딩이다. 이 빌딩에서 매달 나오는 임대료가 고스란히 펀드에 돈을 맡긴 한국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통적 투자처였던 주식과 채권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 2,000 선을 놓고 수개월째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하고 있다.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던 자산가들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해외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부동산이나 유전 등에 직접 투자하는 해외대체투자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공실률 0%, 임대료에 물가 연동 상파울루는 브라질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이다. 특히 호샤베라 타워가 위치한 베히니 지역은 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한국의 ‘테헤란로’와 비슷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백인,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영훈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 본부장은 “이 지역에는 다국적 기업 등 좋은 회사가 많아 브라질에서도 이른바 ‘A클래스’ 사람들이 많고 유색 인종도 있지만 백인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측은 올해 초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에게 총 3600억 원의 펀드 자금을 모아 호샤베라 타워 4개 동 중 A, B타워에 투자했다. 각각 18층 높이로 빌딩 2개 동의 총면적은 5만6734m²다. 현재 네슬레, 마스터카드 등 다국적 기업들과 한국의 LG전자, 현대차가 입주해 있다. 상파울루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는 한국보다 뜨겁다. 베히니 지역 곳곳에 고층 건물 공사가 한창이지만 몰려드는 외국 자본과 기업들을 소화하기에는 사무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임대료는 물론이고 건물 매매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 검토 단계에서는 연 5% 이상의 임대수익을 예상했지만 임대료가 계속 오른 데다 건물을 팔고 나올 때 얻을 시세차익까지 생각하면 최종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환율 리스크가 있지만 브라질의 잠재력을 보면 헤알화 역시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임대료가 물가에 연동된다는 점이다. 브라질 물가상승지수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가도록 계약하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브라질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잦아 물가 연동은 투자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브라질 부동산 투자는 마치 브라질 국채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나라, 브라질 미래에셋그룹은 2008, 2010년 각각 운용과 증권의 현지 법인을 설립해 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인 직원들은 브라질에 대해 “기회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사업하기는 정말 어려운 곳”이라고 표현했다. 브라질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경직된 노동법이다. 2000년대 들어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1940년대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의 제도를 들여온 흔적이 남아 있다. 김미섭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대표는 “모든 직원에게 일 년에 한 달간 휴가를 줘야 하고 모든 업무 내용과 시간을 일일이 계약해야 한다”며 “오후 6시 근무시간이 끝나면 하던 일이 있더라도 그대로 두고 퇴근하는 게 당연할 정도”라고 말했다.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라고 불리는 정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복잡한 조세체계도 문제다. 이에 대해 브라질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 가이드는 “브라질은 안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결코 한 번에 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사업 입찰을 하더라도 주정부, 연방정부를 거치면서 입찰 결과가 뒤집어지거나 사업 허가가 연기되는 일이 흔하다. 불안한 치안은 외국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김 대표는 출퇴근은 물론이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도 방탄차를 탄다. 김 대표는 “운전 중 신호에 걸려 잠시 대기하는 와중에 강도가 운전석으로 다가와 창문에 권총을 들이대더라”라며 “현지인들은 차량 권총강도가 흔해 운전석 옆에 강도에게 건네줄 여분 지갑을 두고 다닐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가능성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게 현지 직원들의 평가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브라질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켜온 나라라는 자부심이 매우 크고 이후 세계적인 국가 위상도 높아졌다”며 “어마어마한 천연자원과 2억 명이 넘는 튼튼한 내수시장을 가진 브라질은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말했다.상파울루=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대로 떨어지고 선진국형 저성장시대가 도래한다면? 이럴 땐 해외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금융투자업계도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금융회사 중 해외대체투자 상품 개발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2006년 4월 업계 최초로 해외 실물 부동산펀드인 ‘맵스차이나1호’를 만들어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의 빌딩(현 미래에셋타워)에 투자했다. 이 빌딩은 최근 개봉한 ‘007 스카이폴’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바 있다. 유전펀드도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각광받는 해외 대안투자처로 꼽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석유공사에서 지분 참여한 베트남 15-1광구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유전펀드를 2006년 내놨다. 부동산펀드가 건물에 투자해 임대료로 배당을 받는 구조라면 유전펀드는 특정 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 및 천연가스 일부를 미리 사들인 뒤 이에 대한 판매 수익을 분기별로 나눠 받는 구조다. 한국투자운용은 당초 ‘한국베트남 15-1유전개발 1호’ 펀드의 수익률을 연 7.5%로 예상했지만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 덕분에 올해 초 청산할 당시 연평균 13.62%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투자운용이 올해 1월 내놓은 미국 ANKOR 해상 유전펀드도 당초 목표였던 3500억 원을 넘어선 약 3700억 원을 모집했다. 한국투자운용 관계자는 “유전펀드는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고액 자산가들이 먼저 찾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최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런던의 HSBC타워, 호주 시드니의 오로라 플레이스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랜드마크 빌딩에 투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각 투자부문 중 해외 대체투자가 연 12%의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며 “국내 투자시장은 규모가 작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안정적인 임대수입과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해외 대체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형, 우리 회사는 신약 안 만들어? 좋은 약 하나만 있어봐. 이렇게 구차하게 약 팔러 다닐 일 없잖아.” 올여름 개봉한 영화 ‘연가시’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인 주인공이 주말 내내 한 병원장의 가족과 놀이공원에 다녀온 뒤 회사 선배에게 하는 말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의 4년차 영업사원인 A 씨는 “영화가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최근 들어 영업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기는 리베이트 규제 강화와 약가 일괄인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의사나 약사에게 ‘보상’을 제공하기가 어려워졌는데 4월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일괄적으로 인하되면서 실적 압박은 더 심해졌다. 약국과 개인병원 영업을 모두 해봤다는 A 씨는 “병원장 집에 가서 컴퓨터를 수리해주거나 손님을 맞으러 대신 공항에 나가는 일 정도는 기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고달픈 것은 납품한 약 가격의 90% 정도만 결제해주는 거래처가 아직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업체 간 실적 경쟁이 치열한데 거래처를 잃을까봐 항의할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회사 측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제약사 임원은 “정말 구조조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인력을 줄이면 영업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영업사원이 홧김에 과거 리베이트 내용을 고발한다고 나서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 영업이익에 직격탄 약가 인하 이후 제약사들의 실적은 처참하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올해 3분기(7∼9월)까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제약(―30.4%) 대웅제약(―54%) 유한양행(―45.9%) 일동제약(―85.6%) 등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고 LG생명과학은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잇단 악재에 허우적대는 사이 오리지널 약 파워를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특허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약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판매하던 제네릭(복제약)과 가격이 비슷해졌다. 이에 따라 ‘같은 값이면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사례가 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약가 인하가 시행된 4월부터 6월까지 국내 제약사의 처방 실적은 75%에서 73.7%로 감소한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25%에서 26.3%로 높아졌다.▼ “이러다 외국제약사가 독식하는 거 아니냐”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들은 잇달아 한국법인을 세우며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처치료약 ‘후시딘’의 원개발사인 덴마크계 ‘레오파마’가 국내에 진출했고 일본 1위 제약사인 ‘다케다제약’도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스페인 제약사인 ‘라보라토리 신파’가 한국법인을 세웠고, 이탈리아 최대 제약사 ‘메나리니’도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매출액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다국적 제약사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제약업계에서는 ‘제약 식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복제약 시장까지 침공 경쟁력 있는 신약을 보유하지 못한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을 거의 복제약에 의존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국내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제약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요 제약사의 블록버스터급 신약들의 특허 만료 시일이 다가오면서 복제약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복제약 1위 제약사인 이스라엘계 ‘테바’가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테바가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국내 제약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최근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지목됐던 한독약품이 “테바와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예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합작회사 설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테바가 국내에 진출하면 복제약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지난달에는 20여 개국에 진출한 복제약 전문 미국 제약사인 알보젠이 근화제약을 인수했다. 올해 초에는 화이자제약이 복제약 전문 브랜드인 ‘화이자 바이탈스’를 국내에 출범시켰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약가 인하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왜 이처럼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까. 이규황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의료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다. 또 중국 시장 진출에 앞서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생각하는 제약사도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업 환경 변화도 다른 이유로 꼽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예전엔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 회사의 영업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지만 리베이트 규제가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약의 품질만 좋으면 겨뤄볼 만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출 지향 산업으로의 전환이 살 길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위탁판매하기도 한다. 유한양행 제일약품 한독약품 등 상위권 제약사들은 올 들어 위탁판매 상품 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다국적 제약사가 판권을 회수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면 위탁판매로 매출을 보전하던 회사들이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각계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위기 탈출 방안이라고 말하지만 제약사들은 한숨을 내쉰다. 한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R&D 투자 비율은 작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투자하는 금액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주요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선진화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제약시장 보호장벽이 무너지고 있어 예전처럼 국내시장 영업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수출 지향 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국내 제약사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선호 한국제약협회 홍보실장은 “최상위권 제약사들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약사가 모두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일본 경제가 내수침체와 중국과의 영토분쟁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 정부도 일본 경기하락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국 및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일본 경제동향 및 향후 전망’ 자료에서 “일본은 국내외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로 2012년 하반기에 ‘경기후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하루 전인 12일 일본 내각부는 올해 3분기(7∼9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9%, 연율로는 ―3.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성장률이 대지진 이후 가장 낮아졌고 이러한 하강 국면이 연말까지 계속돼 4분기(10∼12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상 한 나라의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보다 상태가 나쁜 ‘경기후퇴’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기후퇴 양상은 경제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3분기 수출은 2분기보다 5% 급감했다. 유럽경제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다 최근 중국과의 영토분쟁으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심해진 점이 일본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재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은행도 10월 30일에 일본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제시했던 2.2%보다 0.7%포인트 내린 1.5%로 잡았다. 국내 경제에도 환율변동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9, 10월 연속 양적 완화를 이어가며 엔화 약세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일수록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해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의 전자, 자동차 등 수출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다만 일본이 과거 10여 년 넘게 경기침체를 이어온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난해 대지진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올해 초 잠시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보였을 뿐이며 다시 과거와 같은 장기 침체로 돌아가는 수순”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