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근 경기 침체로 주가가 하락하자 미국 대기업들이 잇달아 액면 분할에 나서면서 이른바 ‘서학 개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식의 액면 분할은 일반적으로 호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단기 주가부양 재료로 흔히 쓰인다. 또 1주당 가격이 이전보다 저렴해져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식 거래도 수월해진다. 올해 들어서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액면 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규모는 약 19조7480억 원 수준으로 해외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다. 두 번째는 애플로 7조1259억 원이다. 테슬라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 이번 액면 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23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전일 대비 2.26% 상승한 889.36달러다. 테슬라는 25일부터 3 대 1로 액면 분할되면서 주가는 약 300달러로 떨어지고 주식 수는 3배로 늘어난다. 정확한 가격은 24일 뉴욕 증시 종료 후 종가에 따라 정해진다. 2010년 주당 17달러로 뉴욕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테슬라는 2020년 8월에도 주식을 5 대 1로 액면 분할하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한 바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각각 올해 6월과 7월 20 대 1의 비율도 액면 분할했다. 아마존은 액면 분할 당일 1.99% 올랐고, 알파벳은 당일에 소폭 떨어졌지만 다음 영업일에 4.38% 올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주식 분할을 선언한 미국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3개월 7.8%, 6개월 13.9%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인 2.1%, 4.4%를 2배 이상 웃돈다”며 “주식분할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소액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액면 분할은 주식 수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 재료 중 하나”라며 “생산 능력 증가와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 올 6월 액면 분할 계획을 발표했을 때는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액면 분할 발표 다음 영업일에 주가가 오히려 7.1%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테슬라 등 기업들의 액면 분할을 단기 재료로만 판단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액면 분할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기 때문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향후 10년간은 개발자 구인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한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핵심 경쟁력인 개발자의 시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인수하거나 대학과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인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전 세계에서 개발자를 모집하는 채용 설명회도 수시로 열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캠퍼스의 인력 양성이 산업구조 변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로부터 근로자 수급도 꽉 막히면서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최근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시급 9160원에 1300원의 웃돈을 주겠다는 알바 구인광고를 했지만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 이 씨는 “일손이 모자라 영업에 차질이 심각하다”며 “그렇다고 사람 뽑자고 시급을 더 올리자니 식자재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 임차료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만한 젊은 사람 자체가 부족한 데다, 이들이 대면 서비스업도 기피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최근 전통 제조업과 뿌리산업,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물론 IT 등 신산업까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경기가 둔화하면 고용도 함께 침체되지만, 요즘은 성장률이 떨어지며 경기가 침체되는 와중에도 실업률이 낮고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 최근 관찰되고 있는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현상이 한국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대 초반으로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실업률은 7월 기준(2.9%)으로 역대 최저치였고 고용률은 반대로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청년인구 급감 및 일자리 미스매치 같은 구조적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의 충격에 휩싸인 한국 경제는 기업들의 인력난이 가중될 경우 산업경쟁력이 떨어져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화 후퇴와 고령화라는 큰 흐름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인 인력난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위기를 돌파하지 못한다면 성장은 크게 제약되고 장기 저성장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청년인구 감소에 “일할 사람 없다” 아우성…“장기적 저성장 우려”[고용 있는 침체]‘불황 속 인력난’ 경제 동력 위태팬데믹 계기 산업구조 변하는데 채워줄 인재 공급 제대로 안돼코로나에 해외근로자 유입도 막혀뿌리기업 2년새 2000개 사라져… 인력난속 저성장 악순환 우려 커져 경남 김해에서 용접 관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매번 납기 일자를 맞추지 못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기능 숙련공들이 빠져나간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로 필요한 인력은 더 늘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5년 전에 100명이 했던 일을 하려면 이제 130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하지만 실제 쓸 수 있는 사람은 7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일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2만 명 이상 급증하며 22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실업률도 2.9%로 7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언뜻 보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일자리 호황’이라도 찾아온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장률이 올해 2%대 초반, 내년에는 1%대가 예상되는 등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당초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기 침체 속 인력난에 직면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일손 부족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품 생산과 기술 개발 등 핵심적인 직군에서 근로자 채용이 어렵다 보니 구인난이 경영이나 영업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난이 저성장 부추기는 악순환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업종은 제조업과 뿌리산업, 신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최근 발주가 늘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상황이 유독 심각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 9월 기준 6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 중 9509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6월 예상되는 부족 인력은 1만1099명으로 늘어난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후방 산업도 취약하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뿌리산업 부족 인력은 9936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뿌리기업은 3만여 개로 조사됐는데 고질적 인력난으로 2년 새 2000개가 넘는 업체가 사라졌다. 미래 먹거리 산업도 일손이 부족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 분야의 지난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이었는데 올해 1만451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도 등 신흥국에서 개발자를 데려올 수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해외 근로자 공급도 막혀버렸다”고 했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서울 보문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최저 시급으로는 서빙 등 보조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4대 보험에 가입하고 근로 기간을 1년 이상 채우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바로 관두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인구 감소-팬데믹-규제 등 복합 원인 ‘고용 있는 침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팬데믹 등을 계기로 산업구조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이를 채워줄 만한 인재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저출산의 여파로 베이비부머의 빈자리를 메워 줄 청년층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점이 현장의 구인난을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와 세계화 후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제한된다는 점도 근로자 부족의 큰 요인이다. 산업계 인력 공급을 제약하는 대학 정원 규제, 미래를 선도할 혁신산업이 부재하다는 점도 ‘성장 없는 고용’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꼽힌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매우 제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청년 실업자들이 괜찮은 일자리만 찾아 장기간 떠도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올해 1분기(1∼3월) 17만4000명으로 1년 전(10만2000명)보다 70% 급증했다.○ 경기 침체와 노동력 부족 장기화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고용 있는 침체’가 팬데믹 이후 전환기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기 후행(後行)지표인 고용의 특성상 일자리도 경기 흐름에 따라 조만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도 최근 고용동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반기 고용은 금리 인상과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증가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이 장기 침체의 문턱에 들어선 상황에서 ‘고용 있는 침체’가 새로운 경제 상식처럼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2016∼2025년 1.9%인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026∼2035년에 0.4%, 이후엔 0%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고령화 추세는 가속화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소지가 높다. 불황 속 인력난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본은 내수 비중이 높아 장기 침체 국면을 견딜 수 있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성장률이 떨어지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과감한 노동 개혁과 산업 구조 재편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고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해지는 현상으로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났던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상반된 현상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한국처럼 저성장과 인력난에 시달리며 ‘고용 있는 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차단된 데다 인구 고령화 등이 겹치면서 생긴 이례적인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런 ‘수수께끼 같은 불황’을 겪는 대표적인 나라다. 경제 성장률은 1분기(1∼3월), 2분기(4∼6월)가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했지만 지난달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5%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은 이처럼 경제가 사실상 ‘멈춤’ 상태인데도 자발적 퇴사자가 매월 수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기업들이 ‘역대급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상황은 대체로 유사하다.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우 2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전 분기 대비 0%에 그쳤지만 실업률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과 일본 역시 분기별 성장률이 0% 안팎으로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고 있으나 실업률은 2∼3%대로 매우 견고하다. 뉴질랜드도 1분기에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쳤지만 실업률은 3.3%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해외 각국의 이런 현상은 팬데믹과 탈(脫)세계화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노동 공급이 차단된 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미국의 이민자 단속과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등이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여기에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고령화 현상도 기업들의 인력난을 자극한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고용 있는 침체’ 상황을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 각국에 나타났던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자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엔 소득 양극화와 기술 자동화로 지표상의 경제는 성장하면서도 일자리가 그에 따라 늘지 않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이에 당시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고물가는 은퇴자들에게 ‘침묵의 살인자’다. 물가와 연동되는 공적연금을 제외하면 노후 자금은 물가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전에 장기, 적립 투자로 인플레이션을 이겨내야 한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주식시장의 골이 깊은 만큼 반등의 여지가 있다. 미국 주식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맞서지 말고 하락 폭이 큰 대형주 중심으로 접근하라.”(안석훈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리서치팀장) 19, 20일 이틀간 열린 ‘2022 동아재테크·핀테크쇼’에서 연금, 주식, 세무 전문가들은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새로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고정수입 없이 기존 자산을 지켜내야 하는 노후자금 운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장기, 분산 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은 리츠(REITs) 투자를 통해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 배분을 하라고 권했다. 가입자가 정한 은퇴 예상 시점에 맞춰 금융사가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도 추천됐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주식, 채권 투자도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안 팀장은 현재의 미국 주식시장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 반등)로 평가하고 개별 종목보다는 ETF를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실적이 안정적인 애플 등에 꾸준히 투자하면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방산 분야를 눈여겨보라는 추천이 나왔다. 민재기 KB증권 PRIME센터 팀장은 “모든 이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만큼 필수 소비재 부문이 유망하다”며 “소위 ‘태조 이방원’이라고 불리는 태양광, 조선·기자재, 2차 전지, 방산, 원자력 부문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분할 매수하면 연 8∼1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퀀트전략팀장은 “최근 5%대 금리를 주는 회사채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동나고 있다”며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 금리가 좋은 우량 회사채와 국고채 등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최근 젊은층에게 인기를 끄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와 가상자산 투자 전략도 소개됐다. 주송현 투게더아트 AT문화예술아카데미 원장은 “세계 100대 부호의 30% 이상이 미술품에 투자한다”며 “최근 등장한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들에서는 유명 작품의 소유권을 지분으로 살 수 있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차두휘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 화폐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이자율이 높고 투자 접근성이 좋다”며 “달러에 투자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다음달 스마트폰 1대로 전화번호 2개를 쓸 수 있는 e심(eSIM) 시장이 본격 문을 연다. e심은 사용자 식별을 위해 꼽는 유심(USIM) 물리칩과 달리 다운로드만으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식별장치다. 이제 통신사를 바꿀 때마다 유심칩을 일일이 갈아 끼울 필요가 없어지고 ‘듀얼심’(유심+e심)을 활용한 복수 요금제 설계가 가능해져 소비자 선택권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또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통신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업체들은 e심 도입에 맞춘 마케팅·프로모션 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국내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e심 사용이 가능해진다. e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듀얼심’ 활용이다. 스마트폰 하나에 유심과 e심을 함께 적용해 번호 2개를 쓸 수 있고 요금제도 각기 다른 통신사로 골라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업무폰과 개인폰을 나눠쓰던 소비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통신 3사 요금제와 알뜰폰 요금제를 혼용해서 쓸 수 있다. e심은 또 다운로드 비용이 2700원 수준이어서 기존 7700원인 유심 보다 가격이 3분의 1수준으로 저렴하다. 특히 알뜰폰 업체가 e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듀얼심을 쓸 경우 두 번째 번호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요금제 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에서 먼저 개통한 이후 세컨드 폰으로서 알뜰폰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의 이동통신 사업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수백억 원 규모의 자금 유치에 나서며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50만 명, 장기 1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까지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비대면 가입이 강점인 e심 특성과 맞물려 카카오톡 인증서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음악, 웹툰 등 부가 콘텐츠 서비스와도 연계하는 등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1100만 명으로 이 중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순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600만 명 수준이다. 대부분 통신 3사 자회사들이 과점하고 있지만 여기에 KB국민은행이 ‘리브엠(LivvM)’ 브랜드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최근 토스가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9월 중 선보일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경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통신 3사 내부적으로는 e심 도입이 탐탁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듀얼심을 쓰는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데이터 이용료가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 비중을 늘리면 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심으로 번호 이동이 활발해져 마케팅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또 개당 7700원인 유심 판매 매출이 e심 등장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돼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e심 등장에 따른 정확한 시장 변화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e심이 지원되는 기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도입 직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은 2018년 XS모델부터 e심이 지원되고, 삼성 갤럭시폰 국내 제품은 이번에 선보인 갤럭시 Z폴드4와 플립4부터 e심 사용이 가능하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최종 서명함에 따라 이른바 국내 ‘동·서학 개미’들의 투자 전략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IRA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대, 부자 증세 등을 골자로 한 4300억 달러(약 564조 원) 규모의 지출안을 말한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차량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등 국내외 관련 테마주와 펀드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 자동차업계에는 불리한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RA 법안에 따라 친환경 또는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업과 업종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관련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이미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수익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의 KBSTAR글로벌클린에너지S&P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은 42.8%나 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미국친환경그린테마INDXX(36.6%), 한화자산운용의 그린히어로펀드(24.2%) 등도 수익률이 높다. 미국의 전기차와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시장 관련 기업으로는 전기차기업 테슬라와 태양광·풍력기업 넥스트에라, 리튬생산기업인 앨버말 등이 꼽히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태양광 시장에서 미국 내 1.7GW(기가와트) 모듈 공장을 보유한 한화솔루션도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RA 법안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관련 기업들의 수혜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 주식에는 타격이 우려된다. 앞으로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연간 순이익이 3년 평균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들은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간 법인세를 적게 낸 아마존과 엔비디아 등이 피해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IRA로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장은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들의 경우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창립 20주년을 맞은 신한금융투자가 사명(社名)을 ‘신한투자증권’으로 교체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새로운 사명인 신한투자증권은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의결 절차를 거쳐 올해 10월 1일부터 공식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2009년 8월 굿모닝신한증권에서 신한금융투자로 회사 이름을 바꾼 지 약 13년 만이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사명을 교체하는 것은 ‘신한’이란 금융그룹 대표 브랜드와 ‘증권’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함”이라며 “‘투자’를 통해 자본시장 대표 증권사로서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도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국내의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간 테슬라를 대거 팔아치우고 중국 리튬 기업인 톈치(天齊)리튬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7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결제액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 3억1990만 달러(약 416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테슬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금액만 약 149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른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6월 폭락한 후 최근 900달러 안팎까지 회복했고, 국내 투자자들은 또다시 하락하기 전에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팔고 최근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홍콩증시에 상장한 톈치리튬이다. 지난 한 달간 톈치리튬 순매수 금액은 1억5229만 달러로 전체 해외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중국 쓰촨성 청두에 본사를 둔 톈치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공급하는 업체다. 2010년 중국 본토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지난달 13일 홍콩거래소에 추가로 상장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한 기업 수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불안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IPO를 하더라도 기대하던 몸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IPO를 꺼리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가 2010년부터 이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공모 철회, 신규 상장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승인 받은 기업은 코스피 3곳과 코스닥 27곳 등 모두 30곳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12곳(코스피 23곳, 코스닥 89곳)을 크게 밑도는 결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말까지 4개월여가 남아 있지만, 상장 승인 기업이 크게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철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기업은 현재 22곳인데, 이 기업들이 연내에 모두 상장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상장 승인 기업은 52곳이다.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모를 거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연평균 84곳이다. 올해 52곳 신규 상장에 그친다면 2013년(43곳)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코스피 상장 승인 기업은 올해 수산인더스트리 등 3곳에 불과해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래 가장 적다. 올해 예심 승인을 받았지만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현대오일뱅크와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4곳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등 2곳이 공모를 철회한 바 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선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없지만, 예심 승인을 받은 20곳이 아직 상장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차명 투자 의혹으로 최근 물러난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가 한 달여 만에 유튜브로 근황을 알렸다. 존 리 전 대표는 “국내에서 1막은 끝났고 이제 2막의 시작”이라며 아이들의 금융 교육과 노후 준비를 위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중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존 리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1, 2개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제 30여 년 명성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동안 연락을 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 입양원·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계속 후원할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제가 이야기한 것을 실천한 아이 5명을 선정해 메리츠펀드를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존 리 전 대표는 “커피 사먹지 말고, 노후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많은 분들이 계속 경제와 금융 교육을 받고 싶어 하니 이게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영상을 마쳤다. 2014년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로 취임한 존 리 전 대표는 8년째 대표직을 지켰지만 올해 5월 금융감독원이 차명 투자 의혹으로 검사에 나서자 6월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존 리 전 대표의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 자금이 투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존 리 전 대표는 당시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중 앞에 다시 나선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는 “잘못하신 부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우선이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6월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원자재 등 수입 가격 상승으로 흑자 규모는 1년 전보다 30억 달러 이상 줄었다. 대중(對中) 수출 감소,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이어질 경우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500억 달러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56억1000만 달러(약 7조3379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에너지 수입 비용 등이 크게 늘면서 6월 흑자액은 지난해 같은 달(88억3000만 달러)보다 32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두 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흑자는 247억8000만 달러로, 한은이 지난 5월 예상한 210억 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69억7000만 달러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17년 230억2000만 달러 감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6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1년 전보다 39억6000만 달러 적은 35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595억3000만 달러)이 9.1% 늘었지만 수입(559억4000만 달러) 증가 폭(18.9%)은 수출의 두 배를 넘었다. 특히 6월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28.9% 늘었다. 원자재 중 석탄과 원유 수입액 증가율은 각각 189.0%, 53.1%다. 서비스수지는 4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로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5억3000만 달러 줄었다. 6월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27억7000만 달러)는 1년 전(25억6000만 달러)과 비교해 2억1000만 달러 커졌다. 한은은 이달 말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인데, 5월 전망치 500억 달러보다 예상 흑자 규모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4일 경제관련 브리핑에서 “쌍둥이(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 발생 가능성은 없다”며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올해 연간 300억~40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또 “수출이 부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무역수지 악화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11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독일은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다.이호기자 number2@donga.com}
증권사와 은행, 사모펀드(PEF)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기존 투자 영역에서 벗어나 미술품 투자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고가의 작품을 소액으로도 쪼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질 정도로 미술품 투자가 크게 대중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자사의 고객 기반도 넓히려 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로스로드파트너스는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에 수십억 원 규모로 투자를 완료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열매컴퍼니는 누적 공동구매액 기준 국내 1위 업체로 총 150여 개 작품, 400억 원 규모의 공동구매를 진행한 바 있다. 크로스로드파트너스 김효상 대표는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향후 미술품 투자 플랫폼의 가치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사업 상호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테사는 모바일 앱을 통해 글로벌 200위 내 블루칩 아티스트의 작품을 최소 1000원부터 조각투자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미술품 등 고가 자산의 지분을 온라인에서 분할 투자하는 조각투자는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올 3월 NH농협은행도 테사와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들 금융사와 미술품 투자기업은 상호 협력을 통해 대고객 마케팅과 투자자 보호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포석이다. 금융회사들이 이런 분야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 미술품 투자가 비교적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 낮은 조세 부담 등의 장점을 내세워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투자시장 활황기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점진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불황기에도 거래가 유보되며 가격이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미술품은 취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을 내야 하는 부동산 투자와 달리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세만 내면 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 시장 거래액은 2021년 9223억 원으로 예측됐다. 전년(3291억 원) 대비 세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승환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눈에 띄는 점은 기존 VIP 외에 일반 중산층 고객들도 미술 소액투자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며 “일부는 경매회사 크리스티나 소더비에 직접 방문할 정도로 미술품 투자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술품 시장 투자가 그 특성상 위작이나 도난, 파손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피해갈 수 없다. 지난해 펀드를 통해 미술품 투자를 검토했었던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이 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미술품 구입을 검토했으나 진품 판단과 도난 방지 등 실물 미술품 관리에 대한 부담감 탓에 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동학개미운동의 전도사였던 1세대 가치 투자자들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하고 있다. 올 6월 불법 투자 의혹으로 물러난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 이어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도 차명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되자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에서 강 회장이 공유 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수십억 원을 대여해줬고, 해당 법인이 이를 투자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더플러스는 강 회장이 대주주이며, 그의 딸이 2대 주주다. 금감원은 이를 일종의 차명투자로 보고 현재 제재 수위를 논의 중이다. 이에 강 회장 측은 투자수익이 원더플러스로 귀속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감원은 실질적으로 강 회장이 원더플러스의 1대 주주이고, 수익금도 언제든지 강 회장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29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며 사임 의사를 전했다. 1987년 동방증권(현 SK증권)으로 금융시장에 입성한 강 회장은 국내 ‘1세대 펀드매니저’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식을 통해 1억 원으로 156억 원을 벌어 유명해졌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래에셋그룹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뉴노멀 시대의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다. 모바일 금융 이용자가 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경영 전반에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그룹의 맏형인 미래에셋증권도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한창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새롭게 서비스하는 MTS는 기능별로 나뉘어 있던 3개의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한 버전으로 ‘공급자 중심’의 기존 증권사 MTS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향상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애플리케이션은 ‘투자의 모든 것(All about Investment)’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깔끔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투자 상품을 원터치로 연결해 24시간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낮과 밤의 시간 변화에 따라 화이트·다크 모드 디자인이 자동으로 전환되며, 매매 가능한 시간에 맞게 최적화되는 홈 화면 등을 통해 전 세계 시장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 또 고객의 모든 금융자산과 계좌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내가 관심 있는 뉴스나 정보를 일일이 찾지 않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미래에셋증권의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역량으로 투자에 도움이 될 콘텐츠들을 생산해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신청자에 한해 볼 수 있던 ‘m.Club’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고객이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변경했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은 고객들의 분석 데이터를 예전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국내외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ESG 평가지표 데이터,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 위험도 등을 자체 AI기술로 분석하고 종목별 AI Score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개별 종목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부문대표는 “이 애플리케이션의 오픈은 압도적인 넘버원 금융 투자 플랫폼이 되기 위한 시작점”이라며 “최고의 고객 경험을 드리기 위해 파괴적 혁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또한 지난해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제조와 판매 채널을 분리해 디지털 혁신, 상품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하는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비대면 채널을 고도화하고, ‘변액보험 리딩컴퍼니’의 강점을 살려 독보적 변액보험 디지털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먼저 온라인 플랫폼을 혁신했다. 2020년 10월 고객경험 개선을 위해 기존에 홈페이지, 사이버창구, 온라인보험 등 회사의 업무 구분에 따라 각각 운영되던 기존 사이트들을 하나의 도메인으로 통합하고 미래에셋생명만의 사용자경험(UX) 아이덴티티를 정립해 일관된 사용자환경과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사이트를 구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고객프라자 등 고객이 내방해 업무를 보는 창구에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과 대출 등 업무 문서를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하고, 전자증명서 및 전자위임장을 통해 모바일에서 서류를 주고받는 등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 어떠한 종이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달에는 기존 고객프라자를 고객 지향형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했다. 디지털라운지는 사무 환경의 제약 없이 방문객이 자유롭게 최신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혁신 공간으로 화상창구를 통해 직원이 눈앞에 있는 듯한 환경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비즈니스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경쟁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과 미국, 캐나다, 홍콩 등 10개국에서 ETF를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운용사 중 최초로 전 세계에서 운용하고 있는 ETF 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순자산 규모는 105조5103억 원으로 같은 시기 73조7000억 원인 국내 ETF시장 규모를 웃돌았다. 이 같은 성장세는 언어, 문화, 비즈니스의 장벽을 극복하고 해외 법인에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 미래에셋 글로벌 ETF 전략의 시너지를 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자사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에 출연해 ETF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국내 운용사 최초로 홍콩 거래소에 ETF를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캐나다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하며 한국 ETF의 글로벌 진출을 알렸다. 액티브 ETF의 강자인 호라이즌 ETFs는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지난달 말 기준 106개의 ETF를 상장했고 총자산 규모는 21조617억 원이다. 2018년에는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ETF 운용사 Global X를 인수했다. Global X는 ‘Beyond Ordinary ETFs’란 캐치프레이즈로 차별화된 테마형, 인컴형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운용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미국에서만 94개 ETF 및 47조6675억 원으로, 그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에 따라 온라인 상거래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물류시설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상품을 보관, 분류하는 공간인 물류센터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유럽의 거점인 독일과 북미 지역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이런 물류시설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투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튀링겐주(州) 에르푸르트시(市) 국제물류단지 아마존 물류센터에 4370만 유로(약 590억 원) 규모의 선순위 메자닌 대출 투자를 완료했다. 메자닌 대출은 선순위 대출 대비 이자율이 높지만 대출이 상환되는 권리는 후순위인 대출을 뜻한다.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메자닌 대출은 지분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낮고,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분류된다. 해당 사업은 연면적 26만4100m² 규모의 전자동화 물류센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물류센터로는 독일에서 최대 규모로, 아마존이 최소 20년간 임차하면서 독일 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사는 올해 3월 첫 삽을 떴고, 내년 7월 완료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사업에 19개월간 유로화 기준으로 연간 6% 초중반대 금리로 이자를 받을 예정이다. 해당 펀드에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이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대상은 호텔이나 오피스빌딩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배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자상거래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물류센터가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는 전 세계 물류센터 수가 2020년 15만 개에서 2025년 18만 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기관들도 물류센터 투자에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그중에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의 물류센터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삼성증권은 독일 뒤셀도르프 물류센터에 약 2600억 원, 퍼시픽자산운용은 같은 해 도르트문트의 물류센터 2개동에 1800억 원을 각각 투자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했고, 이듬해에는 약 2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해 미국 델라웨어에 건설 중인 물류센터를 선매입했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3300억 원 규모의 아마존 물류센터 2곳과 페덱스 물류센터 1곳을 개발 단계에서 매입했다. 다만 운용사들의 물류센터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 유망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가상승과 건설비용의 증가로 향후 투자가치가 얼마든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물류센터의 공사비 역시 오르면서 제시된 수익률의 보장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물류센터 자동화 시설의 경우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스마트폰을 보거나 조는 등 제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는 가운데 교육이 끝나면 대충 서명만 하고 나간다.”(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A 씨) “매일 오는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똑같은 시청각 자료 및 설명을 반복하고 있는데, 교육을 받는 사람 대부분 휴대전화를 보거나 눈을 감고 있다.”(물류센터 안전관리팀장 B 씨) 21일 인터뷰한 경기 군포시의 물류센터 노동자 A 씨와 안전관리팀장 B씨는 모두 안전교육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똑같은 교육을 매일 1시간씩 반복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시간낭비라는 것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라 일용직 근로자는 채용 시마다 1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매일 새로운 현장에서 일하게 될 수 있으므로, 해당 현장에 필요한 안전 교육을 매번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고용 형태는 일용직이어도 매일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육을 매일 1시간 이상 받아야 하는 것. 전국 물류센터에서 매일 5000명 이상의 일용직 근로자가 일한다. 매번 같은 교육이 되풀이되면서 강사와 수강자 모두 시간만 때우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택배물류업 산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택배물류업 산재는 2017년 신청 213건, 승인 192건이었는데 2021년에는 신청 2469건, 승인 2311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물류 일용직 근로자가 매번 같은 교육을 1시간씩 받는 것이 실제적인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이라며 “건설업과 같은 기초안전보건교육 제도를 도입해 현행 교육을 대체하고, 작업 시작 전에는 해당 작업에 대한 주요 위험요인 및 안전작업 방법만 집중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건설업 일용직 근로자들은 기초안전보건교육을 한번 이수하면 다른 사업장에 채용되더라도 별도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최근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한 강대식 의원은 “물류업에도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에 준하는 맞춤형 교육 제도를 도입해 4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한 일용근로자는 채용 시 기존과 같은 교육은 안 해도 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라며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건설 일용직에는 1년 주기로 재교육을 하고, 호주의 경우 2년 내 건설현장 투입 기록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교육이수 자격을 무효화하고 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30대 후반인 A 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13년 증권사에 입사했다. A 씨는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리서치 어시스턴트(RA)로 일했는데 월급은 250만 원가량이었다. 월급을 모아선 재산을 불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A 씨는 3억 원의 빚을 내 투자를 시작했고 수익률 100%를 달성하자 회사를 그만뒀다.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던 지난해에는 자산을 약 20억 원까지 불려 주변에서 ‘파이어족’(경제적으로 독립한 조기 은퇴자)이라는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와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금리까지 오르면서 3억 원가량을 빌려 투자하던 A 씨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280만 원이 됐다. 물가도 올라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된 A 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과 부동산 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로 수익 내기 어렵다” 직장 회귀주식과 가상자산, 부동산 등에 투자해 자산을 불린 뒤 조기 은퇴를 꿈꿨던 파이어족들이 최근 자산가치 하락을 겪으며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20대 후반인 B 씨는 회계사로 대형 회계법인에 재직 중이던 2019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마련한 종잣돈으로 적잖은 수익이 나자 이듬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마련했던 2억 원의 이자만 해도 매달 100만 원이 되자 2년 만에 파이어족의 꿈을 버리고 회계법인 재취업을 모색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로) 조기 은퇴를 꿈꿨던 일부 젊은 세대가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대박의 꿈이 멀어지고 안정적인 생활이 더 중요해지면서 자산 가격 폭등 시기에 평가 절하됐던 노동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멀어지는 ‘4% 법칙’의 꿈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4% 법칙’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재무관리사 윌리엄 벤젠이 연구한 자산 관리 법칙인데,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모은 후 매년 약 4%를 지출하면 일하지 않고 투자 수익만으로 여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10억 원을 모은 경우 첫해는 4000만 원, 이듬해는 4000만 원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만큼 지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전제로 하는데 최근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물가까지 오르면서 더 이상 ‘4% 법칙’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담보로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연 10%에 육박한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 왜곡됐던 ‘파이어족’의 의미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미국에서 파이어족은 고액 연봉자가 급여를 모아 조기 은퇴한 뒤 절약하며 사회봉사 등 제2의 삶을 사는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테크로 단기간에 대박을 내고 은퇴하는 것으로 왜곡됐던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30대 후반인 A 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13년 증권사에 입사했다. A 씨는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리서치 어시스턴트(RA)로 일했는데 월급은 250만 원 가량이었다. 월급을 모아선 재산을 불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A 씨는 3억 원의 빚을 내 투자를 시작했고 수익률 100%를 달성하자 회사를 그만뒀다.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던 지난해에는 자산을 약 20억 원까지 불려 주변에서 ‘파이어족(경제적으로 독립한 조기 은퇴자)’이라는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와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금리까지 오르면서 3억 원 가량을 빌려 투자하던 A 씨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280만 원이 됐다. 물가도 올라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된 A 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과 부동산 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로 수익 내기 어렵다” 직장 회귀주식과 가상자산, 부동산 등에 투자해 자산을 불린 뒤 조기 은퇴를 꿈꿨던 파이어족들이 최근 자산가치 하락을 겪으며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20대 후반인 B 씨는 회계사로 대형 회계법인에 재직 중이던 2019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마련한 종잣돈으로 적잖은 수익이 나자 이듬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마련했던 2억 원의 이자만 해도 매달 100만 원이 되자 2년 만에 파이어족의 꿈을 버리고 회계법인 재취업을 모색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로) 조기 은퇴를 꿈꿨던 일부 젊은 세대가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대박의 꿈이 멀어지고 안정적인 생활이 더 중요해지면서 자산 가격 폭등 시기 평가 절하됐던 노동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멀어지는 ‘4% 법칙’의 꿈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4% 법칙’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재무관리사 윌리엄 벤젠이 연구한 자산 관리 법칙인데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모은 후 매년 약 4%를 지출하면 일하지 않고 투자 수익 만으로 여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10억 원을 모은 경우 첫 해는 4000만 원, 이듬해는 4000만 원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만큼 지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전제로 하는데 최근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물가까지 오르면서 더 이상 ‘4% 법칙’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담보로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연 10%에 육박한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 왜곡됐던 ‘파이어족’의 의미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미국에서 파이어족은 고액 연봉자가 급여를 모아 조기 은퇴한 뒤 절약하며 사회봉사 등 제2의 삶을 사는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테크로 단기간에 대박을 내고 은퇴하는 것으로 왜곡됐던 면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경찰의 노동조합 역할을 하는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이 15일 발표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반발하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삼보일배 시위를 했다. 이날 오전 11시 반부터 낮 12시경까지 서강오 직협 사무국장 등 회장단 소속 경찰 4명은 몸에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천을 몸에 두른 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조계사 입구 인도 약 100m 구간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직협 측은 이날 삼보일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경찰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면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삼보일배는 저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강렬한 항의”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경찰 지휘부와 행안부 장관이 직협 회장단과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국민이 과도하다고 느끼는 방식의 의사 표현은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경찰의 집단행동을 만류한 바 있다. 직협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과 1인 피켓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세종시 행안부 청사 앞에서 9일째 단식을 벌이던 민관기 직협 회장은 13일 오후 건강이상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경찰의 노동조합 역할을 하는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반발하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이날 오전 11시 반~낮 12시 서강오 직협 사무국장 등 회장단 소속 4명은 몸에 ‘행안부 경찰국 설치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천을 몸에 두른 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조계사 입구 인도 약 100m 구간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직협 측은 이날 삼보일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경찰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면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삼보일배는 저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강렬한 항의”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경찰 지휘부와 행안부 장관이 직협 회장단과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직협 등 경찰의 집단행동을 만류한 바 있다. 직협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과 1인 피켓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세종시 행안부 청사 앞에서 9일째 단식을 벌이던 민관기 직협 회장은 13일 오후 건강이상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