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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골칫거리 포르투갈이 살아나고 있다. 4일 포르투갈 총선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인기 없는 긴축 정책을 4년 동안 펴 왔던 현 중도우파 연합정부가 재집권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총리(사진)가 이끄는 중도우파 사회민주당 연립여당은 4일 총선에서 37%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230석 중 94석을 확보했다. 과반 의석에는 실패했지만 79석을 획득한 제1야당인 중도 좌파 사회당(32%)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로써 코엘류 총리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 정상 중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총리가 됐다.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 구제금융을 받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여러 차례 정권이 교체되는 혼란을 겪고 있다. 포르투갈은 유럽 재정위기국을 뜻하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 중 하나로 유로존 경제의 골칫덩이로 꼽혔다.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2011년 당시 여당인 사회당이 국제채권단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서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했다. 코엘류 총리는 780억 유로(약 103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국제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경제개혁과 긴축정책을 시행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회복지혜택을 줄이고 공무원 봉급을 깎았으며 세금은 인상했다. 또 휴가 일수를 줄이는 등 국민에게 인기 없는 각종 긴축 정책을 밀어붙였다. 긴축정책 초기에는 재정 지출 축소 등으로 실업률이 더욱 상승하고 이민 길에 나서는 국민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긴축 정책은 결실을 보았다. 지난해 5월 구제금융을 졸업한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됐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끝내고 지난해 0.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6%로 경제성장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엘류 총리는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안정을 위해 당분간 더 긴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반(反)긴축, 복지 확대’를 내세운 사회당이 총선 직전까지도 여론조사에서 앞서 여당의 승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긴축 반대를 내세워 집권한 그리스의 시리자가 대규모 ‘뱅크런’과 ‘국가부도’ 사태를 겪으며 결국 긴축정책으로 복귀한 것을 보고 여론의 방향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난달 30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노동부문은 노사협력 132위, 고용 및 해고관행 115위, 정리해고 비용이 117위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어렵게 이뤄낸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개혁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긴 했지만 입법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력 회복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노동개혁은 이미 주요 선진국들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만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특히 노동자의 고용보호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유럽 각국은 청년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세대갈등으로 번지자 생존을 위해 좌파 우파 정부를 막론하고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실업급여 신청요건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써 ‘실업자로 살기 가장 좋은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노동 복지비용을 과감하게 줄이는 재정개혁을 추진 중이다. 공공부문의 파업을 어렵게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지난달 하원을 통과했다. 프랑스 좌파 사회당 정부도 진보정치인들이 지난 15년간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주 35시간 노동제’까지 손보겠다고 나섰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정규직 보호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와 파견회사를 통한 임시직 활용 등으로 노동 유연성 확보에 성공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과 성장률을 회복한 뒤로 다시 해외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캐서린 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뚜렷하게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하루빨리 무너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함부르크·리데르커르크=김창덕 기자}
“25년 전 우리는 동서독 주민 통합 과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난민들을 독일 사회에 융합시키는 노력을 펼쳐야 할 때입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3일 프랑크푸르트의 오페라극장 ‘알테 오퍼’에서 열린 통독 2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독일 사회가 안고 있는 ‘난민 통합’의 과제를 1990년 당시 ‘동서독 통일’ 상황과 비교하며 “통일의 저력으로 난민 통합에 나서자”고 역설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5세 여아 등 난민들과 즉석에서 셀카를 찍으며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난민 30명이 특별히 초청을 받았다. 이처럼 올해 통독 기념식의 키워드는 ‘난민 껴안기’였다. 동서독 지역갈등이 여전히 있지만 이날 기념식은 같은 민족의 개념을 떠나 ‘고통받는 타국 난민들을 우리가 품자’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의 성격을 띠었다. AP통신은 “25년 전 분단국이었던 독일이 깊은 지략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난민 유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독일에는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탈출한 20만여 명의 난민이 입국했다. 연말까지는 최대 100만 명의 난민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대한 난민정책에 대한 역풍과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까지 겹쳐 70%대를 고수하던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1일 독일 공영방송 ARD 여론조사에서 최근 4년 이래 최악인 50%대로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에도 메르켈 총리는 3일 성명에서 “독일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를 갖고 유럽과 전 세계가 공평하게 책임을 나눠야만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난민 이슈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유력한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2일 영국의 텔레그래프지와 데일리메일지는 매년 노벨평화상 유력주자를 발표해온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PRIO)의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메르켈 총리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하르프비켄 소장은 메르켈 총리가 2월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평화협상으로 이끌어낸 데 이어 최근 유럽 난민 사태에서도 “진정한 도덕적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들어 평화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의 빌트지도 독일 총리가 평화상을 수상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권재현 기자}
프랑스에서 국제 화물운송회사 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A 씨(49). 프랑스 법인에 발령받은 뒤 현지 직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결근과 조퇴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3, 4일의 결근은 병원 진단서 없이도 병가로 처리됐다. A 씨는 어느 날 영업 부서에서 일하는 프랑스 직원 B 씨가 가져 온 병가 신청서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엔 ‘이 사람은 몸이 아파 오전 9시∼11시 반, 오후 2시∼4시 반 일할 수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A 씨가 “의사가 왜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는 괜찮다고 했느냐”고 묻자 B 씨는 “점심식사는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회사 측에서 이 직원에게 영업팀이 아닌 다른 부서로 옮기라고 해도 노조 간부인 B 씨는 버텼다. A 씨는 “‘업무 태만’에 대한 경고를 주었더니 B 씨가 또다시 병가 신청서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의사 소견서에 ‘스트레스로 인한 울화병이 생겼으니 장기간의 요양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이후 2개월간 병가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A 씨는 “정규직 사원을 경영진 마음대로 인사발령을 내거나, 해고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 노동법상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말했다.○ 佛, 3000쪽 노동법을 단순하게 이렇듯 프랑스의 경직된 노동법이 경제에 심각한 걸림돌로 등장하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정부가 노동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달 초 3000쪽에 이르는 두껍고 복잡한 노동법령을 단순화시키는 개정안을 올해 말까지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노동법 개정의 핵심은 노사가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지난 15년간 사회당의 ‘신성불가침’ 노동정책으로 여겨온 ‘주(週) 35시간 근무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달 경제인 모임에서 “오래전 좌파는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며 “(주 35시간 근무제를 폐지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피고용인의 근무시간과 계약조건을 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주 35시간 근무제’란 2000년 좌우 동거 정부 시절 ‘조금 덜 일하면 모두가 일할 수 있다’는 구호 아래 도입된 제도. 그러나 임금이 삭감되지 않은 채 노동시간만 줄어들자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거나, 아예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 프랑스 내 일자리만 줄어드는 역효과만 낳았다. 성역을 깨뜨리려는 마크롱 장관에 대해 사회당 일부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여론(폐지 지지 75%)은 그의 편이다.○ 英, 강력한 카리스마로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등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을 이뤘다면 영국은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 전통이 강한 나라다. 1970년대의 영국은 강성 노조와 과도한 복지로 인한 생산성 하락으로 1976년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에 몰렸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총리는 1976년 이후 집권 11년 반 동안 공공노조와의 전면전을 불사하며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영국병’을 치유했다. 5월 총선에서 압승한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재정 감축, 복지예산 삭감과 함께 노동개혁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공공노조의 파업을 제한하는 노동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1984년 대처 전 총리의 노조개혁법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경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교통, 보건, 교육 등 핵심 공공부문이 파업에 돌입하려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50% 이상, 득표율 40% 이상을 얻어야 한다. 또 파업 기간에 기업이 외부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업하기에 좋은 나라’는 옛말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4월부터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강화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실직 후 2년 이상 된 사람들은 1주일에 30시간의 공공근로를 하거나 매일 구직센터를 찾아야만 실업급여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규칙을 한 번 어기면 한 달 치 수당인 230파운드(약 40만 원)가 깎이고, 두 차례 위반할 때는 ‘근로회피자’가 돼 3개월 치 수당이 삭감된다. 28개월 동안 4개월 이상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유럽에서 가장 실업당하기 좋은 나라’로 꼽혀왔던 프랑스도 실업급여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실업급여 재원의 적자가 40억 유로가 넘었다”며 “구직자들을 일터로 빨리 돌려보내기 위해 구직활동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스페인, 근로자 해고 쉽게 法 고치자 글로벌 車공장들 앞다퉈 몰려들어 ▼재정위기 남유럽도 개혁 박차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지였던 남유럽에서도 노동개혁의 성과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재정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스페인은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도 마테오 렌치 총리 취임 이후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노동개혁을 거부한 그리스는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뒤 채권단의 요구에 백기 투항했다. ○ 노동비용 낮추자 자동차 공장이 몰려드는 스페인 요즘 글로벌 자동차 공장들이 스페인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 자동차 생산량은 240만 대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쳤다. 스페인은 또 지난해 1.4%의 경제성장률로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올해는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의 경제규모 ‘빅5’ 국가 중 유일한 3%대 성장이다. 이는 2012년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상황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스페인 부활의 원동력은 2011년 말 집권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노사정 합의를 통해 추진한 노동개혁이다. 라호이 총리는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부터 깼다. 매출이 줄어든 업체는 노조와 협의하지 않아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했다. 또한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노조와 합의 없이 자체적으로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시간당 인건비는 21.3유로(약 2만8000원)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 29.2유로의 73%에 불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no pain no gain)’는 원칙에 충실한 개혁을 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늘어나자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스페인에 투자한 금액은 총 42억 유로에 이른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자 1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2013년 초 614만 명이었던 실업자 수는 최근 515만 명으로 떨어졌다.○ 정규직 130만 명 일자리 생긴 이탈리아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좌파이면서도 정규직 평생고용 보장 시스템을 깨는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다. 노조로부터 여러 차례 달걀세례를 받으면서 3월부터 시행한 ‘일자리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렌치 정부의 개정 노동법은 회사가 근로자를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에서 ‘불법 해고’라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보상금을 줄 뿐 다시 일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의무는 없다. 렌치 총리는 또한 정규직을 고용하는 회사에 대해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정규직 계약을 줄여 나가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준(準)정규직’을 만들었다. ‘준정규직’은 해고가 어려운 전통적인 정규직 노동계약에 비해 권리가 적지만 기존 비정규직보다는 직업 안정성이 높은 노동계약이다. 노동시장에서 구조개선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준정규직 고용은 95만 명에 달했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33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캐서린 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직된 노동법이 청년실업률 악화의 주된 요인”이라며 렌치 총리의 ‘일자리 법안’을 높이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정부 목표대로 이탈리아를 흘러내리는 ‘모래 더미’에서 구출했고, 1차 임무를 완료했다(mission accomplished).”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9월 30일 하원에 출석해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최대 목표는 제조업을 구하고 마이너스 상태인 고용 증가율을 플러스로 돌리는 것이었다”며 “이탈리아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렌치 총리는 “정부의 가장 첫 번째 임무는 일자리 창출”이라며 “아동 빈곤을 해결하는 조치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빈곤 퇴치는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성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빈곤 퇴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개혁의 상징으로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파괴자)’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렌치 총리는 지난해 2월 취임 후 정치·행정 시스템 개혁과 노동 개혁에 공을 들여 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 당국이 북한을 추종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대표단 파견 규모를 줄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부 관계자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총련은 당 창건일인 10일 허종만 의장 등 100여 명의 대규모 방북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방문단 축소를 요구해 방북 인사는 남승우 총련 부의장 등 10명에 그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와 함께 해외 대표단들의 당 창건일 행사 참석 초청에도 애초부터 공을 들이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사회주의권 국가의 저명인사를 초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과도 정부 차원의 당 창건일 행사 교류에 소극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고위급 인사 파견으로 관계 개선의 성의를 보이려고 하는데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서열 8위인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등 정치국 위원급 고위 인사의 대표단 파견설도 나오지만 북한이 외면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해외 인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인사를 불러도 딱히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했거나 이번 행사가 철저히 내부 결속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외화 부족으로 실제로는 성대한 행사를 하기 어렵다는 북한 당국의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학봉 주영 북한대사는 지난달 30일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국에 핵미사일 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1일 영국 일간 데일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현 대사는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서 한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1950년대 초와 달리 전쟁 범위가 더는 한반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원자탄보다 10배나 강력한 핵탄두들이 태평양을 날아갈 것”이라고 위협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추석 연휴가 지나고 다시 문을 연 폴크스바겐 매장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주문 취소와 문의가 이어지는 등 ‘폴크스바겐 사태’의 충격파는 연휴 후에도 여전했다. 몇몇 딜러는 “지금 판매되는 모델은 이번 사태와 관계없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30일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 강남 일대 폴크스바겐 전시장을 직접 찾아봤다. 오전 10시경, 전시장에는 손님은 없고 딜러 대여섯 명만 대기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한국 내 폴크스바겐 10주년’이라고 쓴 영어 문구가 보였다.○ “출고일 앞두고 계약 취소도” 기자임을 밝히고 딜러와 대화를 시도했다. 딜러들은 처음에는 “위에서 함구령이 내려졌다”며 대화를 피했다. 하지만 이내 한 딜러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린 모델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에 나온 유로5 모델이지만 지금 전시장에 있는 모델은 모두 2016년형 모델이어서 그것과는 상관이 없다”며 “독일 본사가 잘못한 것인데 한국법인은 물론이고 딜러사에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강남지역 또 다른 매장. 이곳에서 만난 딜러도 “지금 판매 중인 모델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문을 취소하는 고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출고일을 앞두고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며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이나 주행성능 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딜러들은 “할인 등 판촉행사를 통해 대응하고 싶어도 독일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오는 것이 없어 무작정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아다닌 2시간 동안 이곳을 찾아온 손님은 보지 못했다. 수입차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 중고차시장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SK엔카 서초직영점 김대웅 대리는 “당장 실제 판매량에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관련한 문의가 계속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대리는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연료소비효율만 물었지만 이제는 매연 저감장치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며 “매각 문의도 평소보다 약간 늘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사상 최대 리콜할 듯 폴크스바겐은 곧 해당 차량에 대해 리콜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폴크스바겐이 개별 자동차회사 리콜로 사상 최대인 1100만 대 규모의 리콜을 전 세계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BS는 “리콜 비용으로 200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가 필요하다”며 “각종 소송비, 미 환경보호국(EPA)에 납부할 벌금, 증발한 시가총액 등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또 리콜 수리를 받으면 차량의 배출가스는 기준치를 넘지 않지만 연비와 출력이 기존보다 떨어지므로 차량 소유자들이 리콜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출가스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여서 리콜이 이뤄져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차주가 리콜에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측은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가 부착된 차량이 수리를 받으면 주행성능 및 연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폴크스바겐의 내부 조사 결과 2005∼2006년에 배출가스 조작을 위한 소프트웨어 장착이 결정됐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2011년에도 엔진개발 부문 대표에게 조작 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지만 이것이 무시됐다고 전했다. 독일 검찰은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사기 혐의가 있는지 수사에 나섰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독일 니더작센 주 경제장관이자 폴크스바겐 이사회 멤버인 올라프 리스 씨도 이날 “조작은 범죄 행위로 관련된 직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김성규 sunggyu@donga.com·박은서 기자 /파리=전승훈 특파원}
폴크스바겐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으로 시작된 스캔들이 다른 독일 자동차 브랜드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기술과 신용을 기반으로 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경제 신화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28일(현지 시간)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BMW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NHTSA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결함을 시정하지 않은 BMW ‘미니’ 브랜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와 올해 만들어진 미니 쿠퍼와 쿠퍼S, 존 쿠퍼 워크스(JCW) 등 3만여 대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폴 워커의 딸 메도 레인 워커는 이날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다수의 자동차 결함이 있었다며 독일 자동차 포르셰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딸 워커는 소장에서 사고 당시 아버지가 탄 포르셰 카레라GT 스포츠카에 적절한 안정제어 시스템이 없었고, 충돌 후 화재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폴크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 측은 디젤차량 210만 대에 문제의 배출가스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스스로 밝혔다. 아우디 대변인은 “배출가스 기준 ‘유로5 레벨’ 엔진의 아우디 디젤차량 중에 서유럽에서 팔린 것이 142만 대, 독일 57만7000대, 미국 1만3000대인데 그중 A1, A3, A4, A5, TT, Q3, Q5 등 총 7개 모델에서 조작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그룹 계열인 체코의 슈코다 역시 120만 대가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와 연관이 있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자사 12개 브랜드 디젤차량 중 총 1100만 대가 눈속임 소프트웨어로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스위스 당국은 25일 배출가스 조작 가능성이 있는 폴크스바겐 디젤차 18만 대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또 다른 유명 자동차 그룹인 메르세데스벤츠도 2년 연속 연료소비효율을 ‘뻥튀기’해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은 이날 보고서에서 벤츠 승용차의 실제 주행 시 소모된 연료는 발표 수치보다 평균 48% 많았고 신형 A, C, E클래스 모델은 50%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세계 경제에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2위 수출대국으로 자동차와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5.6%를 차지하며, 일자리 5개 가운데 1개가 자동차산업과 관련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뢰와 기술적 완벽함의 상징이었던 독일 제조업의 이미지가 ‘조작과 사기’로 대체된다면 독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던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이 프랑스인들에게 소개됐다. 한복 전시전은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옆 국립장식미술관에서 19일(현지 시간)부터 열렸다. ‘한국 의복 속 오방색’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취임식 때 입은 한복(재현)과 그해 11월 서유럽 순방 때 입은 한복이 나란히 전시됐다. 취임식 한복은 매화 문양이 놓인 붉은색 두루마기와 푸른색 치마로, 어두운 실내에서 조명을 받아 강렬한 원색을 뽐내고 있다. 영국 국빈 방문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 때 박 대통령이 입은 한복도 선보였다. 이 한복은 꽃문양의 자수로 한국의 미를 알리고 있다. 두 벌의 한복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박 대통령이 전시된 한복을 입고 취임식 후 청와대에 입장하는 모습과 박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만찬을 하는 ‘한복 외교’ 장면이 반복적으로 상영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영희 패션전 예술감독은 “전통 한복의 품격을 가장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회에 대통령 한복을 포함시켰다”고 소개했다. 이번 한국특별전 패션전에는 이영희, 김혜순, 김영석, 이혜순, 이외희 등 한복 디자이너와 진태옥, 이상봉 등 패션 디자이너 총 24명이 참여해 총 270여 점의 한국 의복도 소개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외규장각 의궤와 함께 화려한 색채 조화인 색동 한복이 가장 먼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열정과 샤머니즘을 표현한 이상봉 디자이너의 한복, 준지 디자이너가 아디다스와 협업한 캐주얼 한복 등 전통과 현대를 잇는 21세기 한복의 다양한 도전과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들도 선보였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이어진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은 중국의 황금기에 최고의 서방 파트너가 되겠다.” 20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연일 중국을 향해 구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즈번 장관은 22일 상하이증권거래소를 찾아 “중국 증시 폭락이 다른 금융시장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며 중국 정부의 대응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중국 기업이 런던에 상장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런던과 상하이 증시의 연계 방침도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런민은행은 런던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단기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오즈번 장관은 전날 베이징에서 가진 중국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기업의 영국 내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영국 힝클리포인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 245억 파운드(약 44조7583억 원) 중 3분의 2 이상을 중국 원전기업인 중광핵그룹(CGN)과 중국핵공업그룹(CNNC)이 투자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1840∼1842년)에서 패배한 후 173년 만에 전세가 역전돼 영국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즈번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 기간 중 동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 활동, 홍콩의 민주화 시위, 달라이 라마, 사이버 해킹, 인권탄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을 피하고 있다. 영국은 올 4월 서방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동참을 선언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당시 영국의 AIIB 참여 사실이 발표되자 “중국에 대한 영국의 지속적 순응의 일부”라고 비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그리스 총리(41)의 정치적 도박이 또다시 성공했다. 20일 실시된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치프라스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당을 큰 표 차로 꺾고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8월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며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치프라스는 한 달 만에 다시 권좌에 복귀했다. 개표 결과 시리자는 35.5%를 득표해 145석을 획득했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와 예상 득표율이 비슷했던 신민당은 28.1%를 득표해 75석을 얻는 데 그쳤다. 10%에 가까운 부동층이 투표 당일 대거 시리자 쪽으로 몰려 두 정당 간 득표율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자는 이번 총선에서 10석을 얻은 우파 정당 독립그리스인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기로 했다. 시리자와 독립그리스인당의 의석을 합하면 전체 300석의 과반인 155석이 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치프라스가 지난 40여 년간 그리스를 통치해온 신민당 측의 대연정 제의를 거부하고, 정치권의 ‘부패 척결’을 앞세워 선거를 신구(新舊) 대결로 몰고 간 것이 승리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정치적 혼란을 거부하고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치프라스는 수락 연설에서 “수십 년간 그리스를 지배해온 낡고 부패한 관행을 척결하라는 국민들의 권한 위임을 바로 내일부터 시행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리스가 마법을 통해 회복될 수는 없으며, 모두가 힘겨운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긴축 반대를 공약으로 집권했던 치프라스는 집권 7개월 만에 유럽연합(EU)의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 등 가혹한 긴축안을 수용함으로써 시리자 당내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시리자 내 급진좌파 의원 26명이 만든 ‘민중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의회 진출 하한선(3%)을 밑도는 2.8% 득표에 그쳐 원내 진출에 실패해 당내 반발세력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치프라스는 1월 총선과 7월 국민투표에 이어 유권자들로부터 세 번째 신임을 얻어 노동시장 개혁, 연금 삭감 같은 3차 구제금융을 위한 개혁안 이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3차 구제금융 협약을 서둘러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총선에서 긴축을 하더라도 유로존에 남기를 바란다는 그리스 유권자들의 표심이 확인됐다”며 “또한 당내 반대세력 제거에 성공한 치프라스에게 국제 채권단과 체결한 86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협정을 소신껏 추진하도록 위임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압승을 거둔 치프라스 앞에는 험난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구제금융 1차 실사에 맞춰 100여 개 개혁입법과 시중은행 자본 확충, 내년 예산안 편성 등을 진행해야 한다. 또 10월 말까지 채권단이 요구한 개혁 조치들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32억 유로의 채무 상환에 실패할 우려도 남아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향하던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일 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가려던 난민선이 레스보스 섬 북쪽에서 가라앉아 5세 시리아 소녀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스 해안 경비대는 레스보스 섬을 출발했다가 난파한 이 난민선에서 10여 명을 구출했으나 숨진 소녀 외에 14명가량이 아직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전날 발생한 난민 보트 전복사고로 숨진 4세 여아의 시신도 터키 서부 이즈미르 주(州)의 에게 해 해안으로 떠밀려왔다. 유럽으로 가려다 지중해와 에게 해에서 숨진 중동 아프리카 출신 난민은 올해 들어서만 2600여 명에 이른다.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등 난민 주요 이동 경로에 있는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자 유일하게 국경이 열린 오스트리아로 난민이 몰려드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3일부터 세르비아에서 모두 2만 명의 난민이 들어온 크로아티아도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슬로베니아도 난민에게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18, 19일 난민들을 버스 수십 대에 태워 헝가리로 돌려보냈다. 이에 헝가리 정부는 “헝가리 주권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도 이 난민들을 다시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로 데려가 걸어서 국경을 넘게 했다고 BBC는 전했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19일 하루 동안 헝가리 등지에서 넘어온 난민이 1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의 요하나 미클라이트너 내무장관은 “이웃 국가들이 유럽연합(EU)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난민 문제가 회원국 간 갈등 요소로 부각되자 EU는 23일 난민 위기 논의를 위한 특별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하루 전 열리는 EU 내무장관 회의에선 난민 12만 명을 추가로 수용하는 분배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의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EU에 들어오는 난민 규모에 상한을 두고, 허용치를 초과할 경우 출신국으로 난민들을 송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의회정치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가을 정기국회 때만 반짝 일하는 척하는 ‘한국식 국정감사’ 제도는 없다. 그 대신 다양한 위원회와 소위원회가 회기 중 끊임없이 개최하는 감독청문회(oversight hearing)를 통해 거의 매일 국정감사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특정 사안을 파고드는 조사청문회(investigative hearing)와 달리 감독청문회는 행정부 활동의 효율성, 경제성, 합리성 등을 점검하고 동시에 이를 촉진하기 위해 실시된다. 이달 16일 연방 상원의 경우 하루 종일 7개의 청문회가 열렸다. 오전 10시 건강교육노동연금위원회는 환자들이 병원의 진료기록에 보다 잘 접근할 방안을 논의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오후 2시 반 외교위원회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하기 위한 행정부의 정책을 점검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상하원 외교위원회가 여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인권 관련 청문회, 대(對)아시아 및 중국 관련 정책에 대한 청문회도 연중 단골로 열리는 감독청문회라고 할 수 있다. 의원들은 청문회에 나온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을 상대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공무원의 권력 남용과 예산 낭비 등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의회의 자체 수사기관인 회계감사원(GAO)을 가동해 조사 및 수사에 나선다. 직원 3400명에 예산이 5억6000만 달러에 이르는 GAO는 의회의 연방수사국(FBI)으로 불린다. 일본 역시 국정감사가 없다. 의회 다수당이 국정을 장악하는 의원내각제 특성 때문이다. 의회 다수당 의원들이 직접 국정을 이끌다 보니 국정감사 제도도 없다. 국정에 문제가 생겨 집권당의 구심력이 떨어지면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통해 심판받는 게 보통이다. 일본 의회는 그 대신 한국 국회와 마찬가지로 개별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권은 갖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2012년 7월 일본 국회가 내놓은 640쪽의 보고서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10명의 위원과 관련 전문 인력이 1167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프랑스에서는 의회의 국정감사나 조사권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의회의 행정부 감시 및 통제를 의회의 핵심 기능 및 권한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처럼 일률적인 국정조사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조사위원회’가 구성된다. 조사위는 야당이나 소수당의 대표가 회기 중 한 차례에 한해 본회의에 구성을 제안할 수 있다. 조사위는 증인의 출석 및 증언, 자료 제출에 대한 강제권을 행사한다. 영국 의회의 특별위원회도 국정 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특별위는 증인의 소환 및 증거자료의 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으며 청문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독일 헌법에는 의회의 국정조사권이나 국정감사권에 대한 포괄적 규정을 담은 조항이 없다. 그러나 연방하원 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의회 내에 조사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다. 본회의는 이 요구를 지체 없이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조사위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공개청문회와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강제구인이 가능하고,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서는 법관의 심사를 거쳐 압수수색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배극인 /파리=전승훈 특파원}
헝가리 경찰이 세르비아와 접한 국경에서 입국을 허용하라고 시위를 벌이던 난민들과 충돌해 수십 명이 부상당하는 등 ‘발칸 루트’가 혼란에 빠졌다. 16일 오후 헝가리와 세르비아를 잇는 뢰스케 국경검문소에서 난민들은 “문을 열라”며 시위를 벌이고 헝가리 경찰에 물병과 돌을 던졌다. 경찰이 난민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난민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 경찰은 철조망을 자르거나 훼손한 난민 60명을 체포했으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들이 최루가스를 마셔 세르비아 구급차가 출동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헝가리는 기관총을 장착한 군용차 험비 여러 대를 국경에 배치했고, 충돌을 빚은 뢰스케 국경검문소를 30일 동안 잠정 폐쇄했다. 이라크 난민 아미르 하산은 AP통신에 “우리는 전쟁과 폭력에서 도망쳤고, 유럽에서 이런 무자비함과 비인간적인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헝가리 경찰과 난민 충돌 사태에 대해 “충격적이며 용납해선 안 될 일”이라며 난민 인권을 존중할 것을 헝가리 당국에 거듭 촉구했다. 난민 상당수는 전날부터 헝가리를 지나 독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세르비아 북서부와 접경한 크로아티아로 경로를 바꿨다. 한편 헝가리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여성 카메라 기자가 고의로 발을 거는 바람에 아들을 안고 넘어져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던 시리아 난민 오사마 압둘 모흐센과 두 아들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새 삶을 찾게 됐다. 스페인 국립 축구코치트레이닝센터는 모흐센이 시리아 1부 팀인 축구클럽 알 포투와의 전 감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게 스페인에서 일을 시작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저도 여기서 좀 그려도 될까요?” 1992년 4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10여 명의 ‘거리의 화가’들 앞에 한국에서 막 건너 온 30대 화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거리의 화가들에게도 엄연히 자신만의 구역이 있는 법. 중국 천안문 사태로 구속됐다가 파리로 망명왔던 화가 왕두도 당시 이 곳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온 청년의 수줍은 표정과 눈빛이 너무나 예뻐서 내 옆에서 그리게 해달라는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왕두(王度·58)와 프랑스 한국현대미술작가협회인 ‘소나무회’ 대표인 한홍수 화백(56). 파리 거리의 가난한 이방인 화가였던 두 사람이 23년 만에 재회했다. 유네스코 창설 7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에 초대받아 ‘제3의 현실’이란 주제로 18일까지 2인전을 열게 된 것이다. 15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왕두는 “10년 넘게 파리의 광장과 거리는 우리의 ‘사무실’이었다며 ”우리를 ‘에펠탑 학파’로 불러달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던졌다. ●가난한 거리의 화가, 예술가의 꿈 1989년 6월 중국 천안문 사태가 터졌을 때 왕두는 반체제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당국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그는 광저우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의 기성체제에 도전하는 전시회와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강연회를 수차례 개최해 당국의 감시를 받아온 요주의 인물이었다. 결국 9개월 동안 감옥에 갇힌 왕두를 구하기 위해 국제 인권단체와 미술가들이 움직였다. 그는 결국 광저우에서 만난 프랑스 여기자와의 위장결혼을 통해 극적으로 파리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다. 1989년 당시 한 화백은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미술학원 원장을 하고 있었다. 3년 전에 시작한 학원은 번창했다. 33만원의 월 강습료를 내는 수강생만 30명이 넘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를 가르치고, 돈을 벌고, 안정된 삶을 살게 될 수록 마음 속 한구석이 허전했다. 화가로서 자신의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고 있던 것. 결혼해서 자녀까지 있는 30대 중반의 가장이었던 그는 모든 익숙하고 안정된 삶을 버리고 파리로 떠났다. 파리에 도착한 한 화백은 문자 그대로 ‘길바닥 위’에서 다시 시작했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은 예술가들이 당국의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가난한 이민자 화가에게까지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이나 에펠탑 앞 등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화구를 펼쳐놓았다. 때때로 경찰의 단속에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약 10년 동안 거리에서 생계를 해결하며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거리의 화가의 수입은 쏠쏠했다. 여름휴가철 등 3개월만 일해도 1년을 먹고 살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 최저임금 근로자의 한달 소득이 4000프랑(약 82만원)이었는데, 관광객이 몰려드는 날에는 하루에 4000프랑을 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여름철 3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9개월 동안에는 자신의 작업에 몰두했다. 한 화백은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비로소 자신을 얽매어왔던 체면과 관습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는 또한 초상화 화가를 단순히 생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다양한 인체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신체의 일부분을 마치 풍경화처럼 투명하고도 몽환적으로 표현해내는 독특한 인물화 화법으로 프랑스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유네스코에 전시된 그의 작품인 ‘기원의 뒷면’은 가장 에로틱(性)하면서도, 성(聖)스러운 인간의 몸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구도(求道)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유네스코 직원과 관람객들은 ”수없이 바라봐도 새로운 느낌이 나는 작품“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 화백은 또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현대화가들의 모임인 ‘소나무회’를 이끌며 국제적인 예술교류 작업을 주도해왔다. 소나무회는 1992년 파리 교외의 이씨레물리노시(市)가 한국인 화가들에게 작업실로 제공했던 군수공장 터에서 태동했다. 이 공장에는 한국 화가 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중국, 베트남 작가 등 50여 명이 상주하며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전시회를 시도해왔다. 한 화백이 기억하는 ‘거리의 화가’ 왕두에 대한 에피소드 2가지. 에펠탑 앞에서 그림을 그릴 때 경찰이 단속을 해도 왕두는 좀처럼 도망가지 않고 태연하게 그림을 그렸다. 경찰이 당신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왕두는 ”아티스트“라고 당당히 대답했다. 경찰이 이에 ”당신이 아티스트면 파리는 예술가로 가득 찼다“며 비웃었다. 그러나 왕두가 ”그거 잘됐군, 파리가 경찰로 가득찬 것보다 훨 낫네!“라고 응수하자 경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떠나갔다고 한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동료 화가들은 생 미셸 광장 인근의 맥줏집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 술값이 몇 천 프랑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중국 출신 화가들은 술자리에 잘 어울리지 못했다. 초상화 한 점의 가격 200프랑이 당시 중국에서는 황소 한 마리 값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두는 한국 화가들이 두 번 정도 술을 사면, 자기가 꼭 한 번씩 샀다. 그는 ”무척 큰 돈이었지만, 홍수에게 자존심에서 질 순 없었다“며 웃었다. ●세계적 화가로 뜬 이후…, 노블레스 오블레주 왕두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21명의 중국의 현대미술작가로 초청되면서 세계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1989년 중국 공산당의 억압적 체제에 항거했던 천안문 사태가 오히려 중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후(後) 89예술’로 불리는 왕두, 황용핑, 차이궤창, 쉬방, 천단칭 등의 작가들이 유럽과 미국으로 망명해 해외에 알려지면서 중국 현대미술의 1세대 작가로 떠올랐다. 서구의 미술계는 ‘죽(竹)의 장막’을 뚫고 나타난 중국 작가들의 정치적 팝과 냉소적 현실주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특히 왕두는 신문 잡지 등 미디어에 나타난 이미지를 3차원 조각품으로 표현해내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조각품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번 유네스코 전시회에서도 작품 하나당 600kg에 이르는 대규모 청동조각품 3점을 선보였다. 영어, 아랍어, 러시아어로 된 종이신문이 구겨져 길에 버려진 모습을 조각작품으로 재현했다. 왕두의 작품은 파리, 뉴욕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의 한 장면을 조각으로 표현한 왕두의 ‘키스’는 프랑스 퐁피두센터에 소장돼 있다. 지난달에는 광주 아시아문화예술의전당이 7m 높이의 ‘빅토리’라는 왕두의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왕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본토에서도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중국 정부와 빚었던 정치적 갈등도 해소했다. 이번 유네스코가 창립 70주년 기념특별전에 왕두와 한 화백을 초청한 것은 중국과 한국, 프랑스와 유럽의 국경을 초월하는 두 사람의 ‘열린 예술성’에 주목한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중국의 현대미술은 중국의 이미지를 날 것으로 드러내 배타적인 ‘중화(中華)주의’를 느끼게 할 때도 많다. 그러나 왕두의 작품은 보다 유럽적인 보편성을 갖고 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글로벌한 감각을 추구한다. 20년 넘게 프랑스 작가로 활동해 온 왕두는 ”나는 중국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니며, 그냥 왕두“라고 스스로 정체성을 밝혀왔다. 왕두는 2000년대 이후 세계적인 조각가로 명성을 날리면서 더 이상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됐다. 무명 작가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면 자신의 올챙이적 시절의 ‘흑(黑)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가능한 피하는게 인지상정이다. 또한 ‘사촌이 땅이 사면 배가 아프다’는 한국의 속담처럼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기 보다는 시기하고 헐뜯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왕두는 스케일이 달랐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거리에서 함께 그림을 그렸던 옛 동료들을 잊지 않고 챙기면서 예술적인 작업을 함께 해왔다. 파리 교외의 알포르빌에 있는 대형 공장을 개조한 왕두의 아뜰리에에는 중국과 유럽출신 젊은 작가들이 5~6명이 늘 숙식을 함께 한다. 왕두는 자신의 작업을 돕는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학비, 장학금까지 지원해준다. 왕두의 화실은 중국출신 신진작가들의 장학 기숙학원이자 예술가들의 국제적인 교류의 장이었다. 이는 해외로 진출한 중국인 네트워크의 특징이기도 하다. 먼저 자리잡은 교민들이 후발주자가 자립할 때까지 지원하며 지역의 상권을 장악하는 중국인들의 연대의식은 유명하다. 예술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불 중국화가들의 경우 양페이밍(嚴培明) 디종국립예술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화랑, 평론가, 기획자로 구성된 신진작가의 국제적인 활동을 도와주는 네트워크 잘 구축돼 있다. 왕두는 한 화백과도 ”일회적인 전시에 그치지 않고 중국, 한국, 유럽에서 순회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화백이 수년 전 소나무회의 회장을 맡게 된 이유도 중국 예술가들의 국제적활동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에서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화백은 지난달 소나무회 작가들과 밤새 통음(痛飮)을 하며 이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들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돈보다는 우선 남의 성공에 대해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도록 우리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한 화백은 ”소나무회를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키워 성공한 사람들은 후발주자를 이끌어주는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실천하는 모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판 이석기?’ 영국의 신임 노동당수로 선출된 ‘강성좌파’ 제러미 코빈(66·사진)이 제2차 세계대전 기념행사에서 영국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코빈 당수는 15일 영국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 영국 본토 항공전 75주년 기념식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참석자들이 영국 국가 ‘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 영국 본토 항공전 기념식은 1940년 영국이 독일과 벌였던 치열한 공중전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다. 참석자 대다수는 “불충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보수당 의원은 “국가를 부르지 않는 것은 여왕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무례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이먼 댄적 노동당 의원은 “코빈 당수는 더 이상 평의원이 아니다”라며 “국가 제창 거부는 노동당이 국민들에게 매우 불경한 당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코빈의 대변인은 “국가 제창 때 침묵 속에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초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2012년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애국가의 의미 자체를 거부하고 제창도 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 각국이 난민 확대 수용을 선뜻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난민들의 서유럽행 길목에 있는 헝가리가 난민의 전면 차단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15일(현지 시간) 최근 의회가 개정한 이민법이 이날 0시부터 시행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난민 유입을 차단했다. 내각회의를 통해 비상사태를 결정한 헝가리 정부는 군부대를 국경에 파견해 통제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비상사태 선포로 불법 입국자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집은 영장 없이도 수색이 가능하고, 평소 경찰이 맡던 국경 수비에는 군대가 투입된다. 헝가리 정부는 새 이민법 시행 직후인 이날 오전 국경 철조망을 훼손하거나 무단 통과한 60명을 체포해 사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헝가리 의회는 이달 4일 불법 이민자 규모가 수용 한도를 초과하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했다. 불법 국경 통과땐 징역 3년형, 철조망을 훼손하면 5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헝가리는 이날 또 세르비아에서 난민 신청을 하지 않은 이민자들은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세르비아에서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헝가리에서 신청한다면 모두 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비아 정부는 헝가리가 돌려보낸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유럽연합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에 따르면 8월에 유럽에 입국한 난민은 15만6000명으로 지난달 10만7500명에 이어 다시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한국어 작품 해설 서비스가 대한항공의 후원으로 제작돼 14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후 1시 반 파리 오르세 미술관 5층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 기 코즈발 오르세 미술관장을 비롯한 주요 재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대한항공은 오르세 미술관과 후원 협약을 맺고 오르세 미술관의 멀티미디어 가이드에서 기존 9개 언어에 한국어를 추가했다. 1986년 12월 설립돼 인상파 작품을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이번 서비스로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고흐의 ‘자화상’,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을 한국어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의 한국어 안내 서비스 후원은 2008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2009년 러시아 예르미타시 박물관, 영국 대영 박물관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조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대한항공이 파리에 여객노선을 개설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에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 기념물은 고통을 겪은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영국과 케냐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현재를 직시하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크리스천 터너 케냐 주재 영국대사) 12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우후루 공원에는 과거 영국 식민지배에 항거한 케냐인들에게 가한 폭력, 고문, 가혹행위를 반성하는 동상과 기념비가 설치됐다. 제작과 설치에 든 비용 9만 파운드(약 1억6500만 원)는 영국 정부가 전액 부담했다. 영국은 식민통치 60년 만에 고문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금도 지급한 데 이어 양국의 화해를 상징하는 기념물까지 조성한 것이다. 케냐인들은 1952년 주요 부족인 키쿠유족을 중심으로 영국 식민지배에 항거하는 ‘마우마우’ 무장봉기를 시작했다. 마우마우는 당시 케냐 독립운동을 이끈 단체의 이름이다. 영국 식민통치 당국은 1952∼1960년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봉기 가담자들을 체포해 물고문, 생매장, 성폭행 등 가혹행위를 하며 무자비하게 제압했다. 이 기간 영국인 사망자는 32명에 그쳤으나 케냐인은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케냐 국가인권위원회(KHRC)는 9만 명이 처형되거나 고문당했고, 16만 명이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2013년 6월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교장관이 “영국 정부는 식민통치 당국이 케냐인을 상대로 저지른 고문과 가혹행위를 인정한다. 이에 대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히며 피해자 5228명에게 총 1990만 파운드(약 364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수천 명의 마우마우 독립투사가 참석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외교장관은 “조형물이 화해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쿠아 무투아 케냐 국가인권위원장은 “식민통치는 인권에 대한 범죄였지만 영국의 사과는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이번 조형물 건립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식민통치국의 사례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지만 유럽 각국은 최근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과 사과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3년 9월 인도네시아 점령 통치 시기인 1945∼1949년에 저지른 대규모 학살에 대해 사과하고 유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가 1911년부터 30년간 리비아를 식민 지배한 것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리비아에 25년간 50억 달러(약 5조8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노동당을 이끌 차기 당수에 반(反)긴축을 표방한 ‘강성좌파’ 제러미 코빈 의원(66·사진)이 선출됐다. 노동당은 차기 총수 투표 결과 코빈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인 59.5%를 얻어 다른 세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고 12일 발표했다. 코빈 신임 당수는 중도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제3의 길을 표방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신(新)노동당’ 노선에 반대해 온 강성좌파다. 영국 가디언지는 “아웃사이더가 당수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노동당 지지자들은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복지 삭감과 재정 긴축에 반대하며 ‘서민, 사회적 약자의 위기’를 강조한 코빈에게 열광했다. 코빈 의원은 영국 런던 폴리테크닉을 중퇴한 후 옛 전국재단사노조연맹(NUTGW)과 전국공무원노조(NUPE) 등 노조단체에서 일하던 중 1974년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철도 국유화를 주창해 왔으며, 최근엔 전기·가스 메이저 업체의 국유화도 제안했다. 또한 최근의 난민 사태에 대해 “그들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라며 난민 수용 확대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비타협적 전통 좌파노선을 내세운 코빈의 돌풍에 노동당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분열에 빠져들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이 절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철 리브스, 에마 레이놀즈, 이벳 쿠퍼 등 노동당 예비내각을 맡고 있는 10여 명의 의원은 코빈 체제에서 예비내각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코빈은 “덜 논쟁적인 리더십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코빈은 “보수당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 복지 개혁안, 노동법 개정안 등에 대해 할 일이 많다”고 밝혀 우선 이들 분야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코빈 의원의 당선으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4·버몬트)의 돌풍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영국에서 코빈 의원이 노동당 당수에 오른 것처럼, 미국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따돌리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