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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카풀 정책 서비스를 끝내 도입한다면 택시업계는 붕괴될 겁니다.” 16일 부산 동구 부산택시회관에서 만난 장성호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50)은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려는 승차공유(카풀) 서비스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 자격으로 지난달 10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뭉친 비대위 소속 회원 7만 명(주최 측 추산)은 8일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장 이사장은 “정부가 도입하려는 카풀 서비스는 현재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 만연한 이른바 ‘콜뛰기’라는 자가용 불법 영업과 차이가 없다. 앱을 통한 호출 기능만 접목된다는 이유로 이를 ‘공유경제’라고 둔갑시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택시업계와 달리 카풀 활성화로 검증받지 않은 운전사가 늘면 성폭력 등 범죄에 시민들이 쉽게 노출된다는 게 장 이사장의 우려다. 장 이사장은 26년째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966년부터 부친이 운영하던 ‘신한택시’를 1993년 물려받았다. 그는 요즘처럼 택시업계가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장 큰 불만은 더딘 요금 인상이다. 최저임금, 차량비, 4대 보험료 등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기본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25년 전 자장면과 택시 기본요금이 600원으로 같았는데 자장면 가격이 5000∼7000원으로 오를 동안 택시비는 3300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조정 요령’ 지침을 발표해 2년마다 요금을 조정하도록 명문화했지만 부산시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택시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장 이사장은 “부산시가 2013년 1월 2년마다 요금을 조정하기로 약속했지만 4년 8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야 500원 올릴 수 있었다”며 “업계가 시에 요금 인상을 요구할 때에는 공공물가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이면서도 뭔가 지원책을 요구하면 버스와 달리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영업 중인 택시 2만5000여 대 가운데 1만4000여 대가 개인택시, 나머지 1만1000여 대가 법인택시다. 부산택시사업조합에는 96개의 법인택시회사가 소속돼 있다. 2000년에는 1일 택시 승객 수가 150만 명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76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경기 불황, 지하철 등 대중교통 확충, 자가용 증가, 대리운전 활성화 등이 승객이 감소한 이유다. 그 사이 택시 운전사 수는 5000명 넘게 줄었다. 법인 운전사들의 월수입은 평균 200만 원 정도로 열악하다. 장 이사장은 “카풀 정책은 기존 택시 시장을 무너뜨릴 게 분명하다. 열악하지만 4대 보험 혜택을 받는 정규직 택시 운전사들을 결국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2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시교육청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을 잇달아 마련해 ‘교육현장의 기(氣) 살리기’에 나섰다. 최근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발표(본보 9일자 A18면 참조)한 데 이어 중학교에는 교복을, 고교에는 수학여행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크게 덜어 줄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격차 해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수학여행비는 내년도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1인당 32만4000원을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모두 98억3900만 원이다. 다만 실제 여행비가 지원액을 넘으면 초과 금액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학교마다 수학여행지와 일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학여행비 지원은 2020년 중학교(2학년 대상), 2021년 초등학교(6학년 대상)까지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교복은 내년부터 생애 처음 교복을 입는 모든 중학교 입학생에게 동복과 하복을 각각 한 벌씩 지급한다. 부산 171개 중학교 입학생 2만4318명이 첫 혜택을 받게 된다. 지원 예산은 74억5400만 원이다. 시교육청은 중고교 학생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복을 간소화하거나 생활복을 착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가정형편에 따라 교복을 구입하거나 수학여행을 가는 데도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 적어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선 도움을 줘야 한다는 데 부산시의회와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교육 복지 정책 확대는 저출산 시대를 맞아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학부모와 함께 아이를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시의회는 지난달 26일 학생 교복지원 조례안과 학생 현장체험학습 활동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은 “교육비 부담이 작은 교육환경을 조성해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교육하기 좋은 부산’을 만들겠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시민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자”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보다 2903억 원(7.4%) 늘어난 4조2108억 원 규모의 ‘2019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편성해 최근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중 고교 무상급식 예산은 1690억 원이다. 내년 1학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 뒤 2021년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이 예산안은 제274회 부산시의회 정례회에서 교육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다음 달 14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김 교육감은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미래교육, 책임교육, 학교 자율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방경찰청이 최근 부산진구 범일로 125번길 일대를 ‘안심길’로 조성했다. 경찰은 철길 옆 주거 밀집지역에 위치한 이 길이 어둡고 좁은 외진 골목길이 많아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주민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3개월간 지역치안협의회 예산 중 4600여만 원을 들여 사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미로 같이 좁고 어두운 골목길의 바닥을 개선하고, 낡은 가로 백열등을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바꿔 분위기를 확 바꿨다. 범죄에 취약한 사각지대에는 폐쇄회로(CC)TV, 비상벨, 반사경 등 방범 시설물을 설치했다. 봉사단체인 부산사랑회와 함께 골목길의 낡은 담벼락도 밝게 칠했다. 박운대 부산경찰청장은 “범죄에 취약한 지역인 만큼 특별순찰구역으로 정해 도보순찰을 강화하고 지역 협력단체와 합동순찰도 벌여 보다 안전한 동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새 얼굴의 부산시의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제8대 부산시의회가 부산시와 직속기관, 부산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13∼26일 첫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지난 1년간 각 기관이 시행한 행정 전반을 두루 살펴본 뒤 잘못된 부분은 시정을 요구하고 시민들을 위해 더 나은 정책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게 목적이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오거돈 부산시장은 12일 부산시의회 제274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시정 운영 방향과 부산 발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오 시장은 “민선 7기 출범 후 4개월은 낡은 과거와의 단절은 물론이고 시민의 시정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혁신 없이는 부산의 미래는 없다’는 의지로 시정의 여러 난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시정 운영의 핵심적 가치를 ‘사람 우선, 경제 살리기, 삶의 질 높이기’에 중점을 두고 지역경제 활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해양수도 부산 건설의 기틀을 만들어 나갈 첫해인 만큼 시의회의 협력과 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는 이번 정례회 기간에 기획행정위원회를 비롯해 6개 상임위별로 행정사무감사를 벌인다. 이번 감사는 앞으로 시의회 의정활동의 방향성과 함께 의원 개인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8대 시의회는 자유한국당이 다수였던 이전과 달리 정원 47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41명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시장도 같은 당 소속이다. 지난 24년 동안 부산의 정치권력은 한국당과 전신인 새누리당 등 보수 정당이 독점해 왔다. 한국당 소속 부산시장에다 시의회 또한 같은 당이 독점해 행정사무감사에서 긴장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각종 도심 난개발 등 쟁점사항에 대해 시와 시의회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 일쑤여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이번 시의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대 초선 민주당 의원 7명이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사 등을 앞두고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모임도 결성했다. 구의원 경험이 있는 일부 의원은 초선답지 않게 당선 직후부터 자주 토론회를 열어 ‘공부하는 시의회’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시민단체의 눈초리도 예사롭지 않다. 부산참여연대는 최근 적폐 청산, 도시 난개발, 공기업 혁신 등 행정사무감사 20대 의제를 선정해 시의회에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각 상임위의 활동을 모니터링해 보고서를 낼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가 끝날 때까지 홈페이지에 ‘행정사무감사 시민제보센터’를 운영한다. 시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관련된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정사항, 시정 전반에 걸친 각종 시책 및 사업의 개선·건의사항, 부적절한 예산 집행과 낭비 사례, 시민 불편사항 등을 접수한다. 이들 사항은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개인 사생활 침해,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 행정 작용의 직접 통제 또는 정치적 압력 행사가 목적인 사례 등은 제외한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 수가 2년 연속 200만 명을 돌파했다. 11일 부산 사하구에 따르면 마을 입구에 설치된 무인계수기를 통해 지난달 25일까지 집계된 감천문화마을 관광객 수는 205만1684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방문객 수는 205만297명이었다. 이 마을은 6·25전쟁 때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이 산비탈에 집을 지어 형성된 낙후 지역이다. 2009년 부산시가 골목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을 세우는 재생 사업인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벌이면서 관광지로 입소문이 났다. 한국의 ‘마추픽추’ 혹은 ‘산토리니’라는 별명이 붙으며 관광지로 급부상해 2015년 138만 명, 2016년 185만 명이 찾는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골목길 축제, 문화 공연, 작품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맞게 됐다. 이달 말에는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마을 브랜드를 활용한 먹거리 상품인 ‘감천달빛도넛’과 캐릭터 상품이 출시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창호야, 넌 우리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뭔지 늘 얘기했지. 친구지만 많이 배웠다. 우릴 성숙하게 만들었어. 친구여서 고마워. 온 마음 다해 너를 기억할게. 안녕.” 만취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 씨(22)의 영결식이 열린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 추도 편지를 읽던 김민진 씨가 울먹거리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곧은 자세를 유지하던 윤 씨의 동료 군 장병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어깨를 들썩거렸다. 단짝 친구 배준범 씨는 헌화 중 오열하며 영정 사진 앞을 떠나지 못했다. 배 씨는 9월 25일 새벽 윤 씨와 함께 사고를 당해 이날 휠체어를 타고 왔다. 그는 “창호가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짧은 인생, 조국을 위해’라고 첫 장에 쓴 노트를 지니고 다니며 검사, 대통령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던 20대 청년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윤 씨 아버지 윤기현 씨(53)는 “억울한 죽음이 이번이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는 법안이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하태경 의원,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최근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이 의원은 “제 잘못은 단순히 사과를 한다고 잊혀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두고 음주운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평소 애국심이 강하던 윤 군이 죽어서도 우리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을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잘못됐다. 국회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원 104명의 동의를 받아 이른바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현행 2차례에서 1차례 위반으로 바꾸고, 음주 수치 기준을 현행 혈중 알코올 농도 최저 0.05%에서 0.03%로 낮추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등으로 구성됐다. 하 의원은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고, 법 통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이끈 것은 윤 씨의 친구들이다. 그가 생사를 넘나들던 45일간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고 40만 명 이상이 호응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1일 가해자 박모 씨(26)를 음주운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박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81% 상태로 BMW를 몰다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제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에서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이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3개 기관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교 무상급식은 내년 1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 2학년, 2021년 3학년까지 확대된다. 예산은 부산시가 40%, 부산시교육청이 60%를 분담한다. 현재 시행 중인 초중학교 무상급식비 분담률도 각각 40%, 60%로 조정했다. 올해까지는 각각 25.1%와 74.9%로 교육청 부담이 컸다. 부산에서 무상급식은 2014년 3월 공립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7년 모든 중학교까지 확대됐다. 이어 올해 국·사립 초등학교까지 포함됐다. 오 시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만들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미래 가치인 아이들을 부산시가 부모와 함께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앞으로도 두 기관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급식의 질을 높이겠다. 나아가 교육이 곧 부산의 희망이자 미래가 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고교 무상급식은 인천과 울산 등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 광주 등은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고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이미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기장군은 이번 급식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최근 경찰관들의 비위가 연이어 불거진 부산경찰이 근무 기강 확립에 나섰다. 부산지방경찰청은 7일 오전 9시부터 100분간 박운대 청장을 비롯한 지방청 각 과장, 경찰서장 등 113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부산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었다. 박 청장은 “최근 경찰관들의 비위가 잇달아 시민들에게 송구스럽고, 모든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모두 깊게 반성하고 새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은 앞으로 음주운전, 성 비위, 폭행 등 각종 비위 사건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박 청장이 직접 임용 3년 미만의 부산경찰관 1000여 명을 상대로 ‘비위 예방 특별 강의’를 한다. 임용 5년 미만 경찰관은 각 경찰서장이 직접 교육한다. 경찰교육센터에 의무위반 예방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최대한 반복 교육을 하기로 했다. 또 부산지방경찰청 산하 모든 부서를 상대로 복무실태 지도 점검과 공직기강 확립 특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최근 비위 사건이 발생한 부서에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하고, 부서장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직접 세워 보고하도록 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사장님, 로또 1만 원어치 주이소.” “나는 언제 한번 대박 나겠노?” 6일 경남 양산 GS25 양산혜인점. 출입문 옆에 붙은 ‘1등 당첨 11회’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요양병원 터에 들어선 이 편의점은 ‘로또 명당’이라는 명성답게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2시경부터 한 시간 동안 지켜보는 사이에 40명 정도가 찾아와 로또를 샀다. 차를 타고 와 시동을 끄지 않고 주차한 채 얼른 로또만 사가는 사람도 보였다. 한 50대 주부는 “부산에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매주 한 번은 로또를 사러 온다. 5년 정도 됐는데 주말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아 주로 평일에 온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 사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은 “매주 한 번 야간 당직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함께 들른다. 1등이 많이 나온 집이라 과감하게 각자 5만 원 정도씩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님이 줄을 잇는데도 카운터에 서 있던 이 편의점 점주 A 씨(53·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정부가 대형 유통사인 편의점 법인이 가진 로또 판매권을 회수하는 계획(본보 11월 6일자 A2면 참조)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이 편의점 매출액 가운데 로또 판매액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는 “로또를 팔지 못하면 아무래도 가게 운영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겐 계속 허가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로또를 판매하는 다른 점주들도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이 편의점을 2006년 초 인수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2년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사가 안돼서 무척 고생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다 2008년 5월, 처음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대박’이 터진 건 이듬해 3월. 제327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전국에 12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는데 이 편의점에서만 5명이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확인 결과 행운의 주인공은 같은 번호를 5장 적어서 사간 1명이었다. 그는 44억 원이라는 거액을 거머쥐었다. A 씨는 “그때부터 로또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어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에서는 매주 수천만 원 상당의 로또가 팔리는데, 점주는 판매액의 2%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가게를 접어야 할 정도로 걱정하는 이유는 로또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 같아서다. 그는 “위치가 주택가도 아니고 유흥업소 밀집지역도 아니어서 로또를 사러 온 김에 다른 물건을 함께 사는 손님이 많다.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시급도 예전보다 많이 올랐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사장님, 로또 1만 원어치 주이소.” “나는 언제 한번 대박 나겠노?” 6일 경남 양산 GS25양산혜인점. 출입문 옆에 붙은 ‘1등 당첨 11회’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요양병원 부지에 들어선 이 편의점은 ‘로또 명당’이라는 명성답게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2시경부터 한 시간 동안 지켜보는 사이에 40명 정도가 찾아와 로또를 샀다. 차를 타고 와 시동을 끄지 않고 주차한 채 얼른 로또만 사가는 사람도 보였다. 한 50대 주부는 “부산에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매주 한 번은 로또를 사러 온다. 5년 정도 됐는데 주말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아 주로 평일에 온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 사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은 “매주 한번 야간 당직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함께 들린다. 1등이 많이 나온 집이라 과감하게 각자 5만 원 정도씩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님이 줄을 잇는데도 카운터에 서 있던 이 편의점 점주 A 씨(53·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정부가 대형 유통사인 편의점 법인이 가진 로또 판매권을 회수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이 편의점 매출액 가운데 로또 판매액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는 “로또를 팔지 못하면 아무래도 가게 운영을 포기해야할 것 같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겐 계속 허가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로또를 판매하는 다른 점주들도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이 편의점을 2006년 초 인수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2년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사가 안 돼서 무척 고생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다 2008년 5월, 처음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대박’이 터진 건 이듬해 3월. 제327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전국에 12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는데 이 편의점에서만 5명이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확인 결과 행운의 주인공은 같은 번호를 5장 적어서 사간 1명이었다. 그는 44억 원이라는 거액을 거머쥐었다. A 씨는 “그때부터 로또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어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에서는 매주 수천만 원 상당의 로또가 팔리는데, 점주는 판매액의 약 2%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가게를 접어야할 정도로 걱정하는 이유는 로또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 같아서다. 그는 “위치가 주택가도 아니고 유흥업소 밀집지역도 아니어서 로또를 사러 온 김에 다른 물건을 함께 사는 손님이 많다.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시급도 예전보다 많이 올랐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양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현직 경찰관의 잇따른 범죄와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산 경찰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이 많다. 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박운대 부산경찰청장 주재로 7일 간부회의를 소집한다. 이번 회의는 관내 15개 경찰서에서 서장과 청문감사관이, 지방청에서는 계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다. 경찰 관계자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회의다. 최근 불거진 여러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7월 취임 일성으로 ‘인간미 있는 따뜻한 경찰’을 제시하며 부하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청장들이 취임 후 관례적으로 일선 경찰서 혹은 지구대를 방문했던 이른바 ‘초도순시(初度巡視)’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또 매주 3회 진행하던 지방청 간부회의도 한 번으로 줄였다. 하지만 박 청장 취임 석 달 만에 공직 기강이 와르르 무너졌다. A 총경(53)은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딸, 부인 등 가족의 일을 부당하게 시키거나 특정 종교를 믿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 총경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1일 부산 북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B 경정(54)은 의료진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B 경정은 음주 때문에 발생한 위경련으로 치료를 받던 중 원무과 직원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의사의 가슴 부위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목이 말라 물을 달라고 했으나 의사 지침대로 간호사가 물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앞서 지난달 3일 오후 10시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백화점 후문 하역장 앞을 지나던 C 경위(44)는 운동화 3켤레(시가 21만 원 상당)를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C 경위를 절도 혐의로 검거했다. 그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성범죄도 잇따랐다. 키스방 등 유사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경찰관이 구속되는가 하면 즉석 만남을 통해 만난 여성을 모텔에서 몰래 촬영하다 붙잡힌 경찰관도 있었다. 심지어 총경 이상 간부가 민갑룡 경찰청장이 주재한 여성 범죄 근절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던 8월 31일, D 경정(43)은 길거리에서 공연음란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그는 지인을 통해 신고자를 매수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부산의 한 경찰 간부는 “이런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시민들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겠다. 그간 여러 내부 평가에서 전국 최상위를 차지하던 부산 경찰의 위상이 한꺼번에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경찰청이 주관한 ‘치안성과 우수 경찰관서 평가’에서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중 1위를 차지해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평가 결과다. 박 청장은 “직을 걸고 당분간 모든 외부 공식 일정을 접어둔 채 내부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 직원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소통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청문감사관실도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경찰 비위와 관련해 대대적인 감찰에 들어갔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그동안 온라인 유치원 입학지원 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외면하던 사립유치원들이 정부가 재정지원 불이익 방침을 밝히자 대거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특히 서울의 경우 참여율이 80%를 넘어 앞으로 유치원 추첨을 위해 ‘공뽑기’를 해야 했던 부모들의 불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 대전 충북 등은 여전히 5∼6%대에 그쳐 지역별 편차가 컸다. 교육부는 참여 저조 지역 상황을 고려해 이달 15일까지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 모집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학부모 3분의 2의 동의 없이는 사립유치원이 휴업이나 폐원을 할 수 없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즉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모집 중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방침을 명문화했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마감한 전국 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은 세종과 제주가 각각 100%, 충남 93.33%, 서울 81.99% 등이었다. 반면 대전(6.59%) 충북(5.88%) 부산(5.0%) 등은 한 자릿수 참여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사립유치원 1265곳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해 전국 평균 참여율은 30.9%를 나타냈다. 지금까지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처음학교로 참여 요청에 ‘영세 사립유치원에 불리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집단 거부해왔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유치원 비리 파문이 번지면서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많은 사립유치원이 참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처음학교로 불참 시 해당 유치원에 △월 52만 원의 원장 인건비 지원금 △학급당 월 15만 원의 운영비를 끊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의 참여율이 크게 오른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강성지부’가 주도하는 부산 등은 사실상 처음학교로 참여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모양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끝까지 불참하는 사립유치원에는 원장 보조금·학급 운영비 중단 등 조치와 함께 공모사업 배제, 특별감사 등을 통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유치원장이 임시휴업을 하려면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 및 학부모 동의 3분의 2 이상을 얻고 돌봄 수요에 대응할 계획도 세워야 한다. 폐원 신청 역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서를 첨부해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날까지 폐원 움직임을 보인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총 18곳이다. 교육부는 “인근 유치원에 수용계획을 마련하고 그것도 힘들면 지역 병설유치원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곳곳에 세금도둑이 널려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이어 이번엔 요양병원 비리가 터졌다. ‘사무장병원’을 세워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요양급여 1352억 원을 빼돌린 요양병원 관계자 54명이 대거 적발됐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1500곳에 달하는 요양병원의 비리 문제가 사립유치원의 비리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의료재단 대표 이모 씨(68) 등에 대해 부정의료기관개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현행 의료법의 허점을 노렸다. 이 씨는 2006년 11월 아내가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 조합원’ 300명을 만들었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출자금 3000만 원도 본인이 낸 뒤 조합원들이 낸 것처럼 꾸몄다. 조합 발기인 명부와 창립총회 절차 등도 모두 조작해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이 씨는 11년 8개월간 부산에서 요양병원 3곳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010억 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다. 그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자녀 2명에게 각각 법무팀장, 원무과장 직책을 주고 자주 출근하지 않는데도 매달 500만∼600만 원씩 5년여간 총 7억 원가량을 지급했다. 또 법인 명의로 산 9000만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자녀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주로 노인질환을 앓거나 암 등 외과 수술 뒤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곳이다. 전국 요양병원은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요양병원이 경영상의 이유로 세워지다 보니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환자들의 정상적인 생활도 보장이 안 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맞춰 요양병원을 이번에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이 병원이 비리 병원이라고요?” 29일 오후 부산 동래구 A요양병원에서 만난 50대 보호자는 비리 내용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초에 개원한 이 병원의 입원 환자 수는 300∼4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병원은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이모 씨(68)의 ‘사무장병원’ 3곳 중 1곳이다. 이 병원들이 10여 년간 부당하게 가로챈 건강보험료는 1000억 원이 넘는다. 요양병원 문제는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특히 비(非)의료인이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차리고 거꾸로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는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은 유치원 비리보다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 비리 행태를 유형별로 살펴봤다.① ‘사무장병원’, 환자는 뒷전 지난달 충북 증평의 한 요양병원이 폐원해 환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 병원의 전 대표 B 씨(49)는 지난해 8월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88세인 의사 C 씨를 만났다. 의료법상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자격을 갖춰야 병원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진료를 못 하는 C 씨를 서류상 대표로 내세운 이 병원은 요양급여비 6억4000여만 원을 착복하다 적발됐다. 지난해 요양급여 부당이득 환수결정 총액은 6949억200만 원으로 이 중 80%가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 결정이다. 사무장 병원 적발건수는 2014년 174곳에서 지난해 225곳으로 급증했다.② 합법 가장한 불법, ‘의료생협’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요양병원 비리를 키우는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조합원 500명 이상, 총출자금 1억 원 이상이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명의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그나마 지난해 9월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조합원 300명 이상, 총출자금 1000만 원 이상이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방에 지역주민들이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지만 이 규정을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29일 부산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의료생협의 특성을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생협이 마치 사무장병원을 세우는 합법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③ 브로커까지 동원한 ‘환자 수 부풀리기’ 일반 병원은 개별 진료 행위마다 수가를 책정한 뒤 그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미리 환자 1명당 평균 비용을 정해놓고 환자 수와 입원일수에 따라 금액을 지급받는다. 요양병원들이 환자 모시기에 혈안이 된 이유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동원되기도 한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종합병원을 돌며 브로커가 암 환자 등에게 요양병원을 홍보한다”며 “입원 대가로 병실비용 할인 등 혜택을 주고 브로커는 진료비의 10∼20%를 받는다”고 밝혔다. 일부 요양병원은 아예 서류상 가짜 환자를 만들고 멀쩡한 사람을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또 환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병실 안에 환자 침대를 빼곡히 채워 넣는다. 사무장요양병원의 병실당 병상 수는 일반 의원(5.96개)보다 0.41개 많은 6.37개다.④ 고액 비급여 진료 남발 경기 양평군의 한 요양병원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암 수술 환자만을 선별해 유치하다가 2015년 경찰에 적발됐다. 이 병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주파 온열 치료, 면역제 투약 등의 치료 횟수를 부풀리고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들까지 입원시켜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특히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는 고액의 비급여 치료를 남발했다. 당시 보험금이 청구된 항암제 ‘이뮨셀’은 1회당 450만∼55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제였다. 이렇게 과다 치료, 입원 등으로 이 병원이 받아 챙긴 실손보험금은 52억 원에 이른다. 병원은 부풀려 받은 보험금과 실제 치료비의 차액을 환자들과 나눠 가졌다.⑤ 수준 미달 요양병원 수두룩 93세인 D 씨는 치매 증세로 올해 5월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며칠 후 그는 면회 온 가족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해보니 손목이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요양병원이 사실상 방치한 결과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령 환자에게 오랫동안 기저귀를 채우거나 아예 묶어 두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행위별 수가가 아니라 정액수가를 받기 때문에 노후 의료장비를 사들이고, 보건당국에 보고한 수보다 적은 의사, 간호사를 배치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 / 부산=강성명 / 김성모 기자}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모 씨(32)는 범행을 위해 모두 14가지 도구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4가지가 살인에 실제로 사용됐다. 이에 경찰은 이번 사건을 원한에 의한 계획범죄로 잠정 결론 내렸다. 28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신 씨는 범행 당일인 24일 오후 4시 12분경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가방을 들고 사하구의 한 아파트로 들어갔다. 당시 집에 있던 조모 씨(65)를 시작으로 차례로 가족 3명을 살해한 뒤 다음 날 0시 7분경 집에 들어온 자신의 옛 동거녀 조모 씨(33)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부검 결과 피해자들이 모두 흉기와 둔기로 살해당한 흔적이 나왔고, 전기충격기에서도 일부 혈흔이 나왔다”며 “동거녀 조 씨도 흉기에 찔린 뒤에 굵은 끈으로 목이 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 씨의 컴퓨터에서 전기충격기 사용법 등이 검색된 사실을 확인했다. 신 씨는 범행 당일 비닐, 질소가스통, 스패너 등 다른 10가지 도구도 미리 준비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패너에 혈흔이 묻지 않은 점으로 미뤄 볼 때 질소가스통을 착용할 때 사용하기 위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단정하기 어렵지만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마음을 먹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범행 당일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인 탐문 조사를 벌이면서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휴대전화 분석을 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수거한 옷가지, 혈흔 등 나머지 증거품 42점을 정밀 분석 중이다. 경찰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후 신 씨가 무척 힘들어했다는 가족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 각종 증거로 판단할 때 현재로선 신 씨의 계획적인 단독 범행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사망한 사건인 만큼 사건 경위를 추가로 확인한 뒤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제14회 부산불꽃축제가 27일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주제는 ‘복고풍의 사랑(Retro LOVE)’이다. 향수를 느끼는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멀티불꽃과 함께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불꽃쇼 사전 행사로 불꽃 버스킹, 시민 사연 소개 불꽃 연출, 불꽃 토크쇼 등 다양한 행사가 곁들여진다.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부산불꽃축제에 사용할 불꽃 제품별 특성, 부산불꽃축제 연출 특징, 배경음악 등을 설명하는 불꽃아카데미도 열린다. 이어 오후 7시부터 50분간 시민 사연을 담은 참여형 불꽃쇼를 새롭게 선보인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본 행사는 외국 초청 불꽃쇼로 시작된다. 일본의 마루타마야사가 애니메이션 음악을 배경으로 역동적이고 다양한 불꽃을 연출한다. 불꽃과 멀티미디어쇼, 음악 등이 어우러진 멀티불꽃쇼가 35분간 이어진다. 올해는 광안대교를 활용한 25인치 초대형 불꽃과 컬러 이구아수 불꽃, 나이아가라 불꽃 등 특화 불꽃쇼와 함께 캐릭터 불꽃, 변색타상, 텍스트 불꽃 등 새로운 불꽃이 선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100만 명 이상이 몰리는 대형 행사인 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불꽃축제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축하하는 첨단 멀티미디어 해상 불꽃쇼로 시작해 100만 명 이상이 즐기는 부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5년부터는 광안리해수욕장과 동백섬, 이기대 등 ‘3개 관전 포인트’ 불꽃을 연출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불꽃축제로 떠올랐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대형 사고가 안 터지니 경찰 스스로가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요즘 부산지역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이 오간다. 꼬리를 무는 현직 경찰관의 성 관련 범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부산경찰이 범죄의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농담이다. 박운대 부산지방경찰청장은 7월 취임하면서 “여성 청소년 업무부터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청장이 취임한 뒤 석 달간 경찰관의 성 관련 범죄가 3건이나 발생했다. 기강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박 청장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여성과의 신체 접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현직 경찰관 A 씨(26)를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 중부경찰서 소속 한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20일 오전 5시 반 남구의 한 모텔에서 휴대전화로 여성(20)과의 신체 접촉 장면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19일 오후 11시 부산 서면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모텔로 자리를 옮겼다. 이른바 ‘즉석 만남’이었다. 성관계 전 A 씨와 신체접촉을 하던 이 여성은 A 씨 휴대전화에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를 직위해제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할 예정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촬영을 한 이유에 대해 “혹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걸릴까 걱정돼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부산경찰의 성 관련 범죄는 8월부터 시작됐다. B 경장(30)은 키스방을 운영하다 단속에 적발돼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심지어 키스방 외에 이른바 ‘대딸방’이라고 불리는 유사 성매매업소까지 운영한 사실이 확인돼 구속됐다. 부산지역 22개 여성·시민단체는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에 경찰 간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C 경정(43)이 길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등의 공연음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것. 심지어 그는 행인의 신고로 입건되자 지인을 통해 신고자에게 접근해 “돈 300만 원을 줄 테니, 신고한 공연음란 사실을 없던 걸로 해 달라”며 진술 번복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이런 경찰이 무슨 낯으로 범죄자를 잡을 수 있느냐”고 비아냥거린다. 밤낮으로 고생하는 9000여 부산경찰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부산경찰 수뇌부에선 이를 특정인의 일탈 정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부 간부는 대체 누가 내부 범죄를 언론 등 외부에 알렸는지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부산경찰 수뇌부의 자화상이다. 박 청장은 평소 ‘인간미 있는 경찰’을 강조해 왔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조직 내부의 허물에 엄격한 ‘바른 경찰’이 돼야 하지 않을까. 강성명 smkang@donga.com·부산경남취재본부}
이웃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재판 과정에서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엄벌을 내렸다. 최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의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고 엄벌하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온 판결이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임광호)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하모 씨(50)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하 씨는 4월 10일 오후 7시 25분경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 김모 씨(49)의 배와 등, 목 부위를 흉기로 6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 씨는 가져간 흉기로 김 씨를 찌르다 흉기가 부러지자 김 씨 집 부엌에 있던 다른 흉기로 범행을 이어갔다. 또 김 씨가 달아나자 추격해 다시 흉기를 휘둘러 결국 숨지게 했다. 하 씨는 공판 과정에서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을 주장했다. 2002년부터 우울증으로 70여 차례 통원치료를 받았고, 2012년 우울증으로 중상해 범죄를 저질러 3년여간 치료감호를 받은 전력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해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 변별 능력이나 행위통제 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2016년 2월 증상이 호전돼 치료감호가 종료됐고, 심각한 정신병적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입원치료 등의 조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 도구를 숨긴 채 찾아갔고, 피해자가 달아나자 복도 창문으로 피해자 위치를 확인하고 쫓아가 저항하는 피해자를 제압하고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당시의 상황, 범행의 의미,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해양의 미래, 담대한 도전.’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에서 해양 협력을 통해 동북아 국가 간 평화를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과 상생의 새로운 가치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부산일보가 주최하고 한국해양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제12회 세계해양포럼이 17∼19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는 동북아 평화와 해양협력, 해양환경 뉴비즈니스, 신경제 가치창출―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해양도시 네트워크―해양과 도시를 연결하다 등 해양 전반을 아우르는 4개의 정규 세션이 진행된다. 오션저널리즘, 해양스타트업 대회,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해양수산 공적개발원조(ODA), 해양인문학 등 4개의 특별 세션과 친환경선박포럼이 마련된다. 사물인터넷(IoT) 개념의 창시자로 알려진 케빈 애슈턴이 기조 연사로 나와 사물인터넷과 해운산업, 조선해양산업이 연결됐을 때 창출할 수 있는 가치들에 관해 강연한다. 또 해조류를 원료로 삼아 쉽게 분해되는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한 에보웨어 공동 창립자 겸 대표 데이비드 크리스천, 아이슬란드 수산클러스터 창립자 겸 CEO 토르 시그퓌손, 유네스코 산하 아프리카정부간해양학소위원회 의장 모하메드 사이드 등 세계 유명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김현겸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장은 “올해 포럼은 역대 최대 규모로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외 해양 관련 최고 전문가 등 79명의 인사가 발표 및 토론자로 나서고 국내외 해양산업 관계자 1800여 명이 행사장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 씨(58)는 1년 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부산 북구의 한 건물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개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관할 구청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A 씨는 “20년 넘게 여러 병원에서 봉직 의사로 근무하다 정신질환자를 보다 더 잘 치료하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의사로서 마지막 삶을 뜻깊게 보내고 싶어 개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포부는 ‘민원’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입주하려던 10층 건물의 학원장 등 일부 상인이 “학생, 고객 등 이용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부터다. 이들은 거리에 입주 반대 플래카드를 붙이고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부산 북구는 A 씨가 제출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원(30병상 미만)을 개설하려면 근무 의료인 수 등 법적 요건을 갖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병원, 종합병원 등 규모가 큰 의료기관은 허가 대상이다. 그럼에도 구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의한 소유자, 점유자, 이용자의 안전과 공동의 이익에 반하고 건축물의 안전 및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의원 개설을 막고 있다. A 씨는 즉각 구를 상대로 ‘의료기관 개설신고 불수리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이 열린 건 지난해 10월.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행정청(구청)은 형식상 요건에 흠결이 없을 경우 별다른 심사나 결정 없이 그 신고를 당연히 수리해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구는 항소했고 부산고등법원 역시 올 4월 같은 이유를 들어 항소를 기각했다. 이 재판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A 씨는 “1심 판결 후 구청이 나서서 민원인을 설득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재판을 3심까지 끌고 간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구청이 법보다 민원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면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위험 요소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A 씨의 의원이 단순히 환자를 상담만 하는 게 아니라 입원실을 갖추는 형태라 이를 불안해하는 주민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얼마 전부터 한 지방 병원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승소하면 예정대로 해당 건물에서 의원을 열 예정이다. 이미 건물주와 보증금 1억 원, 월세 350만 원에 임대계약을 해 월세·관리비 등 500여만 원을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채 17개월째 내고 있다. 내부 공사에 1억5000만 원을 들였다. A 씨는 “개업을 위해 사전에 필요한 모든 행정절차를 꼼꼼하게 이행했고 인테리어를 마친 후에는 보건소에서 나와 시정 사항을 알려줘 이를 보완하기까지 했다. 담당자에게 문의해 의원 개설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간호사 등 직원까지 채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