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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책을 광고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책, 또는 베스트셀러인 것처럼 소개해 소비자를 현혹한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더기로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책을 광고하면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업체들은 그동안 ‘급상승 베스트’, ‘핫 클릭’, ‘추천 기대작’, ‘화제의 베스트 도서’ 등 코너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 나온 책들을 소개했다. 책 한 권을 1주일간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노출하는 조건으로 각 출판사로부터 50만∼250만 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업체별로는 교보문고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 27일까지 ‘리뷰 많은 책’이라는 코너를 운영해 총 391권을 소개하고 약 1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알라딘도 ‘화제의 베스트 도서’를 포함해 총 4개 코너에서 952권을 소비자들에게 추천하고 6억6700만 원을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과태료를 낼 뿐 아니라 각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통해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공정위 측은 “이런 명칭의 소개 코너들은 온라인 서점이 객관적 기준과 판단에 따라 책을 평가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며 “광고비를 낸 출판사의 책을 소개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베스트’, ‘핫 클릭’ 등의 표현은 판매량, 클릭 수 등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선정된 책인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올해 6월 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온라인 서점들은 홈페이지를 손질해 문제가 되는 코너들의 이름을 고쳤다. 교보문고는 ‘리뷰 많은 책’ 코너를 ‘리뷰로 보는 책’으로 바꿨고 인터파크는 ‘급상승 베스트’를 ‘출판사 기대작’으로 수정했다. 예스24의 경우 배너 광고는 그대로 둔 채 코너 명칭만 삭제하기도 했다. 온라인 서점들은 소비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온라인 광고의 일반적인 기법으로 포털사이트나 다른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책은 옷이나 전자제품 등 일반 재화와 달리 외형만으로 상품의 질을 판단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추천에 의존해 책을 사는 만큼 평가 기준이나 광고 여부를 더 확실히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나머지 30여 개 종합도서 쇼핑몰에 대해서도 비슷한 위반 행위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공공일자리를 늘리거나 고용장려금을 주는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볼 때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현황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매년 일자리 사업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각 정책 사이에 연관성이 낮고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을 재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1985∼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고용정책을 분석한 결과 공공부문의 직접적 일자리 창출 정책과 고용률의 상관관계가 단기는 0.211이었고, 중장기로는 ―0.581로 오히려 마이너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상관관계는 1일 때 완벽하게 같은 방향을 의미하며 마이너스일 경우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렇게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효과가 낮은데도 한국 정부의 일자리 창출 예산은 이 부문에 치중돼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예산은 총 9조5300억 원으로 이 중 62%가 공공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배정됐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OECD 평균과 비교해도 공공일자리 예산 비중이 높고 직업훈련 및 능력 개발, 고용지원 서비스 등은 낮은 편”이라며 “성장세가 꺾이는 상황에서 일회성 일자리 창출 사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전체 117개 정부의 일자리 사업 중 취약계층이 30% 이상 참여한 사업은 28개에 불과해 정책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세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노동시장의 약자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먼저 제공하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능력 개발 사업과 고용장려금 지원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을 통한 세액공제, 임금보조보다 정부가 사회보험료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창업지원 정책도 업종을 미리 정해 놓는 기존 방식보다 특정 산업 이외의 모든 업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차기 정부가 복지정책 등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율 등 조세정책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재정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한국재정학회가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를 하루 앞둔 8일 내놓은 연구자료에서 김승래 한림대 교수(경제학)는 “부가세율을 중장기적으로 1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10%인 한국의 부가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5%)에 못 미친다”며 “복지재정을 위해 부가세율을 2%포인트, 통일재원을 위해 3%포인트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부가세율을 높일 경우 발생하는 역진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가세율 인상과 함께 면세제도를 정비해 세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의 부가세 간이과세자 확대 방안과 관련해 김 교수는 “간이과세자가 전체 사업자의 37.7%나 되지만 이들이 내는 세금은 전체 부가세수의 0.2%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확대에 반대했다. 한편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5년간 세제 개편 과정을 평가한 논문에서 “현 정부는 주택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예측하지 못해 주택거래 관련 세제를 과감히 정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세율을 갑자기 높일 경우 민간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사회취약계층이 더욱 어려운 경제적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올해 2월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업체인 아이리버는 새로 내놓은 IT 액세서리 브랜드를 홍보하려 파격적인 경품행사를 벌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회사 측은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추첨해 당첨자에게 기아차 ‘레이’를 주려고 했지만 차 가격이 1000만 원 이상으로 경품한도(500만 원)를 넘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백화점, 기업 등이 고객을 위한 추첨 이벤트에 1000만 원이 넘는 경품을 내걸 수 있게 됐다. 위축된 소비심리 완화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경품 규정’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 2000만 원까지 경품 지급 가능 공정위는 경품고시를 개정해 7일부터 ‘소비자 현상(懸賞)경품’의 한도액을 기존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올린다고 6일 밝혔다. 소비자 현상경품이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한 뒤 구매자를 대상으로 추첨 등을 통해 나눠주는 경품이다. 한 번에 줄 수 있는 경품의 총액제한도 ‘예상 매출액의 1% 이내’에서 ‘3% 이내’로 상향 조정했다. 추첨 없이 모든 구매자에게 주는 ‘소비자 경품’과 상품 구입과 관계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 현상경품’에 대한 규제는 이미 규정이 폐지됐다. 공정위가 유일하게 남은 규제인 소비자 현상경품의 한도를 높인 것은 2005년 이후 7년 만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인터넷 보급 등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하려는 상품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돼 업체들이 과도한 경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경품비용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우려가 줄었다”고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경품규제 완화가 기업의 마케팅 기회를 확대하고 소비심리를 끌어올려 경기침체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관련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의 경우 경품을 통한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기회를 얻게 됐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업계의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자동차, 고가 미술품 등의 경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경기불황 때마다 규제 완화 경품 제한 규정은 1982년 처음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총 11번 바뀌었다. 최초 규정에는 경품가격을 구매한 상품의 가격에 따라 1만∼5만 원으로 제한했고 한 업체가 1년에 3번 이상 경품 행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1997년에 상품의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현상경품에 대한 규정이 폐지되자 당시 롯데백화점과 쌍용건설은 백화점 방문고객 중 추첨을 통해 29평형 아파트를 경품으로 주기도 했다. 경품 규제는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공정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경품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가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2000년에 되살렸다. 규제 완화로 고가경품 경쟁이 과열되면 자칫 사행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규제완화 이후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며 3년 후 규제수준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고가경품이 내걸려도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에는 추첨을 통해 비싼 경품을 주기보다 경품의 단가를 낮춰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필수품 등을 사은품으로 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황모 씨(56)는 2010년 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서울 영등포구에 편의점을 차렸다. 가맹본부 개발팀 직원은 “하루 150만 원 매출은 거뜬하다”고 설명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 5월 새로 지어진 옆 건물 1층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자 손님은 더 줄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부인과 번갈아 가며 밤 근무를 하지만 한 달에 순이익 150만 원을 챙기기도 빠듯하다. 황 씨는 “밤낮으로 일하느라 몸만 축나고 있다”며 “그만두고 싶어도 1000만 원 가까운 위약금이 문제”라고 털어놨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등의 자영업자 창업이 부쩍 늘어난 데다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맹점 확장 경쟁이 더해져 발생한 ‘편의점 버블현상’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으로 개별 점포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경기가 더 악화되면 거품 붕괴와 함께 급속한 퇴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 1년 만에 4000개 넘게 증가 5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체인 형태 편의점은 총 2만1221개로 2010년(1만6937개)보다 25% 급증했다. 편의점 수는 2006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점포 수가 급증하는 반면 점포당 매출액은 감소했다. 점포당 연간 매출액은 2006년 5억 원에서 2008년 5억2000만 원까지 늘었다가 2011년에는 4억7800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CU(옛 훼미리마트)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2008년 5억44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900만 원으로 3년 새 3500만 원가량 급감했다고 5일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2008년에 비해 2010년 매출액이 2년 만에 3800만 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점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내놓은 ‘위험산업리포트’에 따르면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부실 편의점의 비율이 지난해 말 4.8%에서 올해 8월 말 9.5%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헌철 신보 산업분석팀장은 “8월 말 전체 업종의 평균 부실률(5.9%)에 비춰 보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과열경쟁 줄여야 편의점은 식당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특별한 기술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을 하려는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 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가맹본부들이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영업경쟁을 벌이기 위해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점포와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점포를 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본부가 점포 매출총이익의 30∼70%를 로열티로 챙겨가는 편의점 업계의 관행도 적자 점포를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개별 점포의 매출이 줄어드는데도 업계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CU나 GS25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20%가량 늘었다. 공정위도 편의점의 과잉팽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 측은 “편의점 간 영업거리를 제한하는 등 모범거래기준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단속과 제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일반 국민이 아파트, 자동차 등을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 채권의 수익률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개 증권사에 192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일부 증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증권사의 담합을 제재한 것은 1995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공정위가 증권사 직원들의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대화 내용을 담합의 증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정황이 포착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정위는 “1, 2종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철도채권, 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의 수익률을 담합한 20개 증권사에 총 19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중 대우 동양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현대증권 등 6개사는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는 2004년 3월경부터 2010년 12월 10일까지 매 영업일마다 오후 3시 반을 전후해 메신저 대화방에 접속해 제출할 소액 채권들의 수익률(금리)을 합의했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제출한 금리를 평균해 매일 소액 채권의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담합을 통해 금리를 높게 적어냄으로써 싼 가격에 채권을 사들인 뒤 비싸게 시장에 되팔아 4000여억 원의 부당 매출을 거뒀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일부 증권사들은 담합이 깨질 것을 우려해 다른 증권사들에 금리 입력 화면을 출력해 팩스로 보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찰에 고발된 증권사들은 형이 확정될 경우 3년간 신규사업 인·허가를 받을 수 없으며 5년간 금융회사 최대 주주가 될 수 없어 사업 확장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금융소비자연맹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증권사 담합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단체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각 증권사가 거래소에 제출한 금리 수준과 입수한 메신저 대화 내용을 비교해 담합 사실을 가려냈다. 조사 과정에서 최소 2곳 이상의 증권사가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해 검찰 고발 면제 또는 과징금 감면 등의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사들이 제출한 메신저 대화 내용에서 공정위가 별도로 조사하고 있는 CD 금리 담합과 관련한 정황을 확인했거나, ‘앰네스티 플러스 제도’(별개의 담합 사건에 대해 자진신고를 하면 두 사건 모두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CD 금리 담합을 인정한 증권사가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조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국민주택채권 등은 대부분 사채시장 등에서 거래돼 헐값에 매각됐지만 2004년에 정부의 권고로 증권사들이 매입에 나서면서 헐값 매각 관행이 사라졌다. 투자 매력이 작아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를 하려다 보니 증권사 간의 협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국민주택채권 등을 인수해 채권가격이 높아졌고, 결국 소비자들이 이득을 봤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제재를 내린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주요 대선후보들이 ‘경제 성장’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정확히는 지난달 26일 올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처음으로 1%대(전년 동기 대비 1.6%)로 추락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뒤부터다. 올 초부터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경쟁에만 힘을 쏟은 정치권에서 “복지만 강조하기에는 현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위기론이 적잖이 확산된 결과다. 하지만 각 캠프가 내세우는 성장의 방법론에는 여전히 ‘알맹이’가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다.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실제 성장을 실행할 수단은 ‘벙벙한 서술어’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소비-투자 등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세 축이 모두 흔들리는 현 시점에서 ‘액션플랜(실행계획)’이 없는 성장론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성장공약들 선언적 구호가 대부분 세 후보가 내세우는 성장론의 공통점은 목표나 수치보다 ‘선언적 구호’가 많다는 점이다. 모두가 분배를 강조하다가 갑자기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성장의 화두를 제시하려다 보니 이를 세부 공약으로 제시할 준비가 미처 안 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통한 일자리 창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근간으로 한 ‘창조경제론’을 성장구호로 들고 나왔다. 고(高)부가 첨단기술을 전통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경기진작 대책으로는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마저도 내부 조율이 안 돼 최종 공약으로 제시될지는 미지수다. 집권 후 경제성장률 목표나 일자리창출 수와 같은 계량적인 목표는 아직 내놓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중소기업 육성,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통한 ‘공정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또 포용적·창조적·생태적·협력적 성장이라는 ‘경제성장 4대 전략’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통해 성장을 찾아야 한다” “적극적 복지지출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결국 지금까지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성장’이란 단어만 살짝 끼워 넣은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복지와 성장이 선(善)순환하는 혁신경제’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일치감치 성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성장론의 구체성이나 방법론은 문 후보 등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안 후보는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성장’ ‘IT산업이 중심이 되는 혁신경제’를 주장한다. 그는 “대기업 외에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발전시켜 국가경제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앞뒤 안 맞고 곳곳 허점 노출”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의 성장 공약 곳곳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목표나 실행방안 없이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는 비판이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창조경제론은 고부가 지식산업으로 나가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 기존 ‘평준화 교육’의 틀을 수정한다는 등의 인재육성 방안이나 획기적 규제완화책이 결여돼 있다”며 “문 후보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하기 마련인 중소기업만 육성해서 어떻게 경제발전을 지속시킬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각 후보의 성장론이 한국 경제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일자리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후보는 ‘일자리로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재정을 풀어 만든 ‘공공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가 않다”며 “말이 마차를 끌어야 하는데 마차가 말을 끌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의 경우 IT 산업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뒀지만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기술기반 경제로 어떻게 청년실업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 및 일자리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규제 강화’를 내놓는 데 대해서는 경제학의 기초상식에서 벗어난 발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 공기업의 청년채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탈법과 불법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성장정책 기본’인 경기인식조차 부족 대선후보들이 성장 공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현재 경기에 대한 판단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경제는 어떻고, 앞으로는 어떨 것이니 뭘 해야 한다’고 말하자니 득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아예 입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 국가부채 등 경제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과 대응방안을 갖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미국 대선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는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내수소비, 기업투자 중 글로벌 경제위기, 가계부채 등의 문제로 수출과 내수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성장을 견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 민간소비는 가계 순저축률이 3% 안팎(지난해 2.7%)에 머무를 정도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침체에 빠져 있고, 수출도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교역위축과 원화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위축돼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장밋빛 비전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대선후보라면 최소한 우리 경제가 나갈 좌표를 설정해 제시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이 없으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당장 내년도 경제정책을 정하는 데 큰 혼선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 주민 황상호 씨(55)는 매달 한 번 이 동네에 있는 ‘새안산 의원’을 찾는다. 고혈압 치료제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달 30일 오전 황 씨는 등산복 차림으로 이 병원을 방문했다. 혈압을 재고 고혈압 처방을 받는 것 외에도 시큰거리는 무릎관절부터 감기 증세 이야기까지 이 의원의 최주성 원장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진료시간이 길어져도 최 원장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황 씨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 의원은 황 씨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의료협동조합 병원이기 때문이다. 황 씨는 “환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이 생겼다고 해 3년 전 가입했다”며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 뜻을 같이하는 5명 이상이 모여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미 의료, 육아, 대학자치 등의 분야에서는 300명 이상이 모일 경우 세울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들이 전국적으로 세워져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생활협동조합 수는 288개, 조합원은 63만 명이다. 안산지역에 새안산의원을 비롯해 치과, 한의원 등을 운영하는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은 2000년 7월에 설립됐다. 2003년 100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현재 5500여 명까지 늘었다. 이들 조합원은 최소 출자금 1만 원 이상을 내고 13명의 이사를 선출해 병원들을 운영한다. 한상운 안산의료생협 경영지원실장은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운영하는 만큼 항생제 과다 처방, 과잉진료 등의 염려가 없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새안산의원의 최 원장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떳떳하게 의술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아 부문의 협동조합도 다수 활동하고 있다. 2001년 4월 안산시 상록구 일동에 설립된 ‘영차 어린이집’은 이 지역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세운 일종의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30일 이 어린이집에서 만난 송미림 교사(46·여)는 “우리 어린이집의 교육목표는 ‘아이를 아이답게 기른다’는 것”이라며 “학부모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읽기, 쓰기 등은 가르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울대와 국민대 등 30여 개 대학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에게 싼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병원이나 교육시설 외에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도 협동조합 형태로 활발히 설립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산의료생협의 경창수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설립에 앞서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산=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한국은 올 6월 인구 5000만 명을 돌파하며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나라들을 일컫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반면에 유엔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156개국 중 56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에 비해 경제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말레이시아(51위), 태국(52위)보다 ‘행복도’에서 뒤처진 것이다. 대선을 앞둔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이런 점을 의식해 ‘국민행복’ ‘힐링 대통령’ 등의 구호를 내걸고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국민의 행복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지수 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 경제성장과 행복의 상관관계 낮아 남주하 서강대 교수(경제학)와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가 1일 ‘한국의 경제행복지수 측정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행복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 교수팀은 1인당 소비지출, 지니계수, 절대적 빈곤율 등 24개의 변수를 종합해 ‘한국적 경제행복지수’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3∼2010년 한국인의 경제행복지수와 한국의 GDP성장률을 비교했더니 상관관계는 0.14에 그쳤다. 상관관계는 0일 때 아무 관계가 없고, 1일 때 함께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0.14는 둘의 관계가 낮다는 뜻이다. 남 교수 팀은 “경제성장률과 경제행복지수가 따로 움직이는 것은 경제의 성장에 비해 소득분배, 사회의 안정성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평가항목 중 소득분배와 연관된 지니계수, 절대적 빈곤율 등이 경제행복지수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다만 미국 서브프라임사태 등 세계적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두 지수가 함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미 정치권은 공약 등을 내세우면서 경제적 성과와 괴리된 한국의 낮은 행복수준을 고려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달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세계 경제 순위는 15위로 국민소득은 올랐는데, 국민의 행복지수는 올라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은 지난해 말 “성장률 등 기존의 경제지표로는 국민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민의 경제적 행복을 측정하는 ‘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대안 지수’에 관심 모아져 각국 국민의 행복 수준을 계량화하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행복지수’를 처음 선보인 것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부탄이었다.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 국왕은 1974년에 “GDP가 아닌 국민의 행복지수를 기준 삼아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건강, 시간 활용방법, 환경 등이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지표로 사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아 행복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만들었다.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일과 삶의 균형 등을 포함한 총 11개 영역을 평가한다. 각 항목의 평균 점수에서 호주가 1위를 차지했고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전체 26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한국은 교육 직업 치안 정치참여 등에서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공신력 있는 행복지수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남 교수는 “기존의 경제지표만 가지고는 국민 삶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GDP를 기본으로 하되 고용, 주거안정 등의 지표들을 포함하는 지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앞으로 연예기획사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회사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연예활동으로 수입이 생길 경우 45일 안에 해당 연예인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이런 내용이 담긴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연예기획사들은 이름 주소 경력 등 회사의 기본정보를 비롯해 보유시설 인력 재무상태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인권보호 방침도 의무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연예기획사는 청소년, 여성 연예인을 위한 학습권 및 수면권 보장, 사생활 보호 여부 등을 미리 밝혀야 한다. 이 밖에 연예기획사들은 계약하기 전에 연예인 지망생이나 연예인에게 전속계약서 표준안을 가수, 연기자 등 유형별로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간 수익배분 기준도 정했다. 소속 연예인별로 수입과 비용을 따로 관리하고 댄스그룹처럼 2명 이상이 활동할 경우 활동별로 수입, 비용을 구분해 정리하도록 했다. 소속 연예인이 수입에 대해 궁금해하면 연예기획사는 7일 안에 회계장부와 입출금 명세를 보여줘야 한다. 소속 연예인의 활동으로 이익을 냈을 경우 반드시 돈을 받은 날로부터 45일 안에 연예인에게 약속된 금액을 지불하도록 했다. 공정위의 연예산업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각종 불공정행위는 금지했다. 소속 연예기획사의 제작물이라도 연예인의 사전 동의 없이는 출연시킬 수 없으며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연예인에게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 저작권 등의 권리를 무조건 연예기획사가 갖는 것도 금지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31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복지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이 불확실하다”라며 주요 대선후보 복지공약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강 전 장관은 전직 경제부처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과 경제학자,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건전재정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어 그는 “(대선 후보들은) 국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말을 솔직하게 해야 하며 국민도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31일 건전재정포럼이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엄청난 복지재원, 돈은 어디서 나오나?’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앞으로 5년간 교육·복지·의료·일자리 등 각 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려면 새누리당의 공약은 75조3000억 원, 민주당 공약에는 164조7000억 원이 든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각 당이 밝힌 증세 방안들을 고려하더라도 새누리당은 연평균 8조 원(5년간 40조 원), 민주당은 24조5000억 원(5년간 122조5000억 원)의 재원 조달 방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전 장관은 “우리 사회가 양극화 현상에 대응하고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하기 위해서 재정의 복지 기능은 가능한 수준까진 확대돼야 한다”면서도 “복지 프로그램은 한번 도입하면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확실한 재원 대책이 없으면 재정건전성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강 전 장관은 복지확대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최근 정치권의 주장도 비판했다. 그는 “복지 증가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복지 주도 성장론’은 전통적인 잠재성장 이론과 다른 방식”이라며 “사회기반시설(SOC) 등 경제개발 예산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공약은 구체적인 사업 조정 근거가 없고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 공정위, 롯데마트의 하이마트 인수 승인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독과점 등 시장의 경쟁을 해칠 우려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수를 승인했다. 롯데쇼핑은 7월에 유진기업 등과 하이마트 주식(65.25%)에 대한 취득 계약을 하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와 하이마트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반경 8km) 안에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가격 인상 등 독과점 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LG전자-SK하이닉스 ‘탄소경영 리더’LG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가 선정한 ‘탄소경영 글로벌 리더스 클럽’ 최우수 5개 기업에 4년 연속 뽑혔다. 올해 정보공개 충실도 평가에서 LG전자는 100점 만점에 100점, SK하이닉스는 99점을 받았다. 두 기업은 내년에도 최우수 그룹에 포함되면 CDP 한국위원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 삼성전자-SKT, 갤노트2 공동마케팅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SK가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28일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이 벌어진 인천 문학경기장 주변에서 ‘2012 한국시리즈, T로 즐기는 삼성 갤럭시노트2’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갤럭시 체험존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베스트 응원 메시지를 선정해 응원 도구를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전모 씨(50)는 2009년 키가 작아 고민하는 고교생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성장판이 닫혀 이제 키가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전 씨는 실망하는 딸을 두고 볼 수 없어 신문 광고에서 본 ‘키 성장제’ 판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회사 측은 “우리 제품과 다이어트 보조제를 섞어 먹으면 성장판이 닫혀도 4cm는 더 자란다”고 자신했고 전 씨는 390만 원어치를 샀다. 전 씨는 “끊지 말고 2년 동안 먹어야 한다”는 판매 직원의 말을 따라 열심히 이 제품을 사 먹였지만 딸은 이후 1cm도 더 자라지 않았다. 최근 자녀의 키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키 성장제’ 판매업체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키 성장제 중 상당수 제품이 객관적 근거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며 키 성장제에 대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키가 큰다는 광고나 상담 직원의 말만 믿고 제품을 샀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판매회사들은 “효과가 없으면 환불해 주겠다”는 말로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막상 소비자가 효능에 의문을 갖고 환불해 달라고 하면 포장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하기 일쑤였다. 일부 업체의 제품은 복용 이후 설사, 여드름 등 부작용이 생겼는데도 반품은커녕 환불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판매 가격도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나 포장용기에는 유명 제약회사 상호가 써 있지만 실제로는 중소업체가 만든 제품이 많았다. 대형 제약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수수료 외에도 총판, 대리점 등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 구입가격은 최초 공급가격의 최고 50배까지 부풀려지기도 했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대부분의 키 성장제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직접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며 “구입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소비자 상담센터 등을 통해 해당 제품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부터 키 성장제 및 키 성장 운동기구와 관련된 부당광고 행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제재 대상과 조치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기세척기 중 가격이 저렴한 국산제품이 비싼 외국산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동양매직, LG전자, 밀레코리아, 화인어프라이언스 등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4개 브랜드의 최신 제품 중 용량이 큰 모델을 비교 평가한 결과다. 평가는 오염된 그릇, 컵 등 40개 식기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세척력 △세척시간 △전기·물 사용량 △소음 △건조 성능 △안전성 △보유 기능 등 7가지에 대해 이뤄졌다. 28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약 60만 원대로 4개사 중 가장 저렴한 동양매직(DWA-3320D) 제품은 식기 40개를 모두 깨끗이 씻어내 세척력이 가장 우수했다. 시간도 자동, 강력 등 모든 코스를 각각 2시간 안에 끝내 가장 짧았다. 특히 강력코스는 105분이 걸려 밀레코리아(G5100SC) 제품(171분)보다 약 1시간가량 빨랐다. 보유 기능도 잠금장치, 종료알람, 분리세척 등 다른 식기세척기가 가진 기능을 전부 갖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외국 브랜드는 가격에 비해 성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180만 원대인 독일의 밀레코리아 제품은 자동 코스를 사용했을 때 제대로 씻기지 않은 식기가 평균 1, 2개 나와 세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음에서는 타사 제품에 비해 최대 7dB(데시벨) 이상 적어 최고 점수를 받았다. 독일의 화인어프라이언스(SN25E230EA)도 가격이 198만 원으로 가장 비쌌지만 세척력에서는 동양매직 제품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록 한국소비자원 기계전기팀장은 “밀레코리아 등 외국 업체들이 내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우수한 부품을 사용해 가격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이어 “식기세척기를 선택할 때 세척력, 보유 기능,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좀 더 자세한 조사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9·10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며 ‘부동산 바닥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및 임대주택과 관련한 추가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국토해양부는 26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10월 들어 서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5월 둘째 주 이후 2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재건축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꼽힌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증감률은 9월 첫째 주 ―0.51%를 나타낸 이후 계속 마이너스 폭을 줄였고 10월 첫째 주 0.29%로 상승 전환했다. 주택 거래량도 살아나고 있다. 수도권의 주간 주택 거래량은 9월 평균 3500건에서 10월 52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전세금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9월 중 0.4% 올랐지만 작년 9월(1.6%), 5년 평균(1.0%)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현장 점검 결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고, 경기 성남시 단대푸르지오 등 일부 단지는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당 부분 조정받은 만큼 구매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고점이던 2008년 중순에 비해 13%가량 낮아졌다. 특히 분당, 평촌, 용인 등 경기지역 신도시는 20% 이상 떨어졌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10월 들어 급매물을 위주로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면서 “단,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과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지역적 호재가 계속돼야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지역주택조합 요건 완화 △임대주택 건설자금 지원 연장 등 부동산시장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 요건 중 같은 시군으로 묶여 있던 것을 도 단위까지 확대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및 다가구 다세대 주택에 대한 건설자금 지원(연 2%)은 당초 올해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내년 연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제민주화가 기업들을 옥죄어 시장의 활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세미나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제기되는 일부 주장은 법이나 제도를 양산해 기업가 정신을 해치고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돌리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경험한 우리에게 경제민주화의 절박함이나 과정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할 수 있지만, 진정성을 갖고 소통한다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우회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또 “경제민주화의 목표는 경제 활력을 높이면서 중소기업·서민 등 취약 부문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불공정 하도급이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이 힘의 우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20개 증권사가 국민주택채권 등의 매입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조작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택채권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채권으로 부동산 매매등기와 각종 인허가 등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입해야 한다. 감사원은 2010년 국토해양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주택채권 매수를 전담하는 증권사 20곳 중 19곳이 금리를 담합한 혐의를 발견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20개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에 채권 금리를 제출하기 전에 금리를 높게 책정하도록 합의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낮아지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싼 가격에 채권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증권사들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이 입은 손해액이 88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공정위는 국민주택채권 1종뿐 아니라 지역개발채권 등 다른 채권에 대해서도 담합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31일 전원회의를 열고 채권 담합 증권사에 대한 제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차 심사 내용과 증권사들로부터 받은 소명자료를 종합해 제재 업체와 과징금 수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담합을 통해 거둔 부당매출이 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증권사별로 10억∼50억 원씩 모두 2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화폐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한 거래수단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박람회가 화폐의 이 같은 역할 변화를 보여줄 겁니다.”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사진)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월드머니페어(WMF), 일본의 도쿄 코인쇼 등과 같은 세계적인 화폐박람회가 국내에서도 열리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폐공사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2012 대한민국 화폐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화폐박람회는 2년 전부터 대전에서 지역행사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해외 조폐기관들까지 초청한 국제행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윤 사장은 “화폐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화폐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이자 각국의 화폐 딜러나 수집가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다”라고 소개했다. 또 “선진국일수록 화폐 수집 인구가 많으며 국내에도 15만 명 정도의 화폐 동호인이 있다”며 “이번 박람회가 국내에 화폐 수집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번 박람회에선 일반인들이 평소 접할 수 없었던 화폐의 전시와 함께 다양한 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우선 2012년 런던 올림픽 기념주화 중 전 세계에 60개밖에 없는 1kg짜리 금화(약 1억7600만 원)가 일반에 공개된다. 또 5억 원어치 돈 뭉치를 직접 만져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이번 박람회는 또 조폐공사의 해외 수출 활로를 넓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시회와 함께 열리는 국제회의에는 태국 베트남 칠레 말레이시아 등 화폐 산업 분야에서 수출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국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폐공사는 올해 연말까지 지난해 실적(131억 원)의 3배가 넘는 총 470억 원의 해외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사장은 이와 관련해 “세계 화폐 제조시장을 영국과 독일 등 식민지를 거느렸던 유럽 선진국이 주도하는 점을 고려할 때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화폐 제조와 특수 잉크 및 종이 생산, 위·변조 방지 기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돈 이야기―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다. 윤 사장은 “화폐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과학 기술이 합쳐진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조폐공사를 단순히 돈을 찍어내는 곳이 아니라 위·변조 방지 등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올해 초 대기업들이 상생(相生)을 외치며 자율선언을 발표했지만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4∼7월 중 10대 그룹의 자율선언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 건설 광고 시스템통합(SI) 등 3개 분야는 다소 개선됐지만 물류 분야는 오히려 나빠졌다고 24일 발표했다. 올해 초 10대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자제를 위해 광고 SI 건설 물류 등 4개 분야에서 △경쟁입찰 확대 △중소기업 직접 발주 확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를 선언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건설 분야의 경쟁입찰 금액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43%에서 60%로 17%포인트 증가했고 광고(8%포인트), SI(5%포인트) 등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광고 물류 SI 등 3개 분야에서는 여전히 수의계약 금액 비율이 70%를 넘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물류 분야의 수의계약 비율은 지난해 4∼7월 80%에서 올해 같은 기간 82%로 오히려 늘어났다. 계열사나 1차 협력사를 거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는 물량은 지난해보다 광고는 36%, SI 분야는 15% 늘었지만 건설과 물류 분야는 각각 10%, 11% 되레 줄었다. 기업 스스로 내부거래를 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올해 4월부터 9월 말까지 23개가 추가로 설치됐다. 김형배 시장감시국장은 “기업들이 물류나 SI 분야에 대해서는 보안이나 장기 거래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업종은 일감 몰아주기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공시 점검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돌이켜 보니 은퇴는 하던 일을 관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더군요.” 백만기 씨(61)는 은퇴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집에 있는 날이 많지 않다. 남들은 은퇴하고 나면 ‘삼식이’(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는 사람)라며 배우자에게 타박을 받지만 백 씨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평일에는 독서클럽, 수필 강좌에 참석하고 토요일에는 동호회에서 하는 미술 스터디에 나간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밴드 ‘블루마운틴 보이즈’ 연습도 빼먹지 않는다.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만난 백 씨는 “다음 주부터는 미술품 감정 아카데미에 나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지만 아내가 ‘몸 생각하라’며 말리는 통에 나서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흔부터 인생 후반전 준비 백 씨는 1977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단자(短資) 회사에 입사한 뒤 금융인으로 승승장구하며 살아왔다. 평소 클래식 음악과 미술 등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여느 직장인처럼 회사일이 우선이었다. 나이 마흔이던 1991년 어느 날 문득 ‘40’이란 숫자가 무겁게 느껴졌다고 한다. 백 씨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때부터 은퇴 뒤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50세가 되면 은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남은 10년을 은퇴 준비 기간으로 잡았다.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즐길거리를 찾는 게 목표였다. 이때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직접 ‘대안 문화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이 있어 목조건축 교실을 찾아 나섰다. 미술품 감상을 좋아했기에 미술관학을 공부했고 큐레이터 과정도 수강했다. 아내와 같은 취미를 만들어 보려고 함께 사물놀이도 배웠다. 백 씨는 “은퇴하고 뭘 할 것인지 고민하다 보니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계속 나오더라”며 “목표가 있다면 시간과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 씨는 2001년 목표로 삼았던 50세가 됐지만 곧장 은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셋이나 되는 딸들을 결혼시켜야 했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자녀도 있다 보니 자신만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5년 뒤 일하던 투자자문사 고문 자리를 박차고 나와 30여 년간의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 이후에 백 씨는 더 바빠졌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아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지역 내 문화예술 동호회 활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10년 넘게 함께해 온 밴드와 인근 별장에 지인들을 불러놓고 공연을 한다. 백 씨는 “영국의 시니어 대학인 U3A처럼 은퇴자들이 서로 지식을 나누는 공간을 만드는 게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여가를 인간관계 형성에 활용 전문가들은 백 씨에 대해 “여가를 통해 은퇴 이후 삶 전반을 설계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아 평가했다.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 △은퇴 전 여가 준비 △자원봉사 등 사회활동과 연계 등 은퇴 뒤 여가활동에 필요한 주요 요소들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은퇴 뒤 여가활동은 지역사회 등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주형 퓨처모자이크연구소장은 “퇴직한 뒤 사회와 단절됐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백 씨 역시 “은퇴하고 옛 직장 동료를 만나거나 동창회에 나가면 공통의 관심사가 없어 흥미가 떨어지더라”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은퇴하기 전부터 자신에게 맞는 여가활동을 찾고 배우는 과정도 중요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전국 25∼75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미 은퇴한 응답자 중 74%가 여가활동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면에 은퇴를 하지 않은 응답자 가운데서는 11%만이 취미활동을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TV 시청으로 주말을 보낸다’는 사람이 60세 이상 인구 중 47%나 차지한 것도 은퇴한 뒤 즐길 만한 취미를 익혀두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10년 넘게 은퇴 준비를 했던 백 씨는 “젊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취업 준비에 힘을 쏟는다”면서 “직장생활 기간보다 더 긴 노후를 즐겁게 보내려면 미리 준비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은퇴하기 전에 미리 여가 포트폴리오를 짜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은퇴한 뒤 하고 싶은 생활을 일, 주, 월 단위로 나눠 적어 보면 여가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운동과 같이 활동적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취미와 미술, 사진과 같이 개인적인 여가활동을 적절히 섞는 것도 방법이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평소 일에 치여 미뤄뒀던 일,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실천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