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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미국 드라마 ‘동조자’에 출연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로 HBO 채널에서 방영된 ‘동조자’의 다우니 주니어를 지명했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이 드라마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하원의원, 영화감독, 교육자 등 1인 4역을 연기했다. ‘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각색한 7부작 드라마다. 박 감독이 미국에서 처음 연출과 제작을 맡아 주목 받았다. 사실상 한국의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최근 미국 검찰에 기소된 한국계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는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공동 제작자로 다큐멘터리 제작 부문 후보에 포함됐다. 이 영화는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의 도움으로 탈북한 가족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았다. 이외에도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애플TV+에서 방영된 ‘더 모닝쇼’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조선시대 왕과 왕비에 제사를 지낸 서울 종묘(宗廟) 근처에서 소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종묘로부터 불과 6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도 특이한데, 뼈에서 도살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제의용 제물부터 전염병에 따른 떼죽음 등 다양한 추정이 나온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에서 10여 개의 구덩이가 확인됐다. 종묘 담장과 600m 떨어진 이곳에서 최소 8마리 이상 분량의 소뼈가 무더기로 나왔다. 특히 밀집된 각 구덩이에는 온전한 소 한 마리에 해당하는 뼈들이 들어 있었는데, 일부는 관절이 연결된 상태로 매립됐다. 앞서 한양도성 안에서 동물 뼈가 부분적으로 출토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구덩이 여러 개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매립 시기는 조선 시대인 15세기 중엽으로 추정된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석순현 한울문화유산연구원 팀장은 “소뼈를 맞춰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온전하게 발견된 소 두개골만 8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발견된 소뼈가 조선 시대 종묘에서 치러진 제의와 관련된 제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데 뼈를 자르거나 깨부수는 등의 도살 흔적이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소가 집단으로 폐사했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국가 중요시설인 종묘 근처에 이를 묻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원 학예연구사(동물고고학 전공)는 “소뼈와 함께 출토된 유물이 종묘와 얼마나 관계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해외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지난달부터 매일 아침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필사하고 있다. 직장에서 영어 보고서를 읽는 일은 많지만, 우리말 책을 곱씹을 기회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특히 틈날 때마다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를 즐기고, 긴 글을 읽지 않다 보니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느꼈다. 김 씨는 “요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고, 모르는 우리말은 사전을 찾아 정리한다. 필사를 하니 마음이 정돈되고 글을 꼼꼼히 읽는 습관도 들어 좋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한 어린이집 교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천시 OO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시에 있는 OO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학부모도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무운(武運)을 ‘운이 없다’는 말로 오해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문해력 위기감’을 독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겨냥한 책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1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이나 부제에 ‘문해력’ 또는 ‘어휘력’이 들어간 책이 올 상반기(1∼6월)에만 105권 출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수량(28권)의 약 3.8배다. 2020년 36권, 2021년 78권, 2022년 147권, 지난해 162권 등 매년 증가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200권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틀에 한 권꼴로 출간되는 셈이다. 그럼 문해력 책은 누가 살까. 올 3월 출간된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위즈덤하우스)는 불과 넉 달 만에 29쇄를 찍었다. 이달 첫째 주 기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위다. 이 책의 구매자들을 살펴본 결과 여성(75%)이 남성보다 많았다. 연령대로는 40대(36%)가 가장 많았고, 30대(25%)가 뒤를 이었다. 문해력 관련 육아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출간된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어휘력’(카시오페아)은 출간 한 달 만에 1만 부 넘게 팔렸다. 젊은 부모들이 헷갈리기 쉬운 어휘 126개를 골라 뜻과 쓰임새를 정리한 책이다. 김 작가는 “부모의 어휘력은 아이의 세계를 결정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며 “풍부한 어휘를 가진 아이들은 남들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3월 출간된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의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김영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 등 집중력을 높이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고, 이번 문해력 책들도 ‘반짝 관심’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쇼츠 등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과다하게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문해력 저하를 체감하는 사람도 증가할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언젠가부터 우리는 온라인의 수많은 콘텐츠를 빨리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급급해져 ‘문해력’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사람들이 바르고 좋은 문장을 읽고 쓰는 것에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선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보다 한 권을 꼼꼼히 읽는 게 좋습니다.”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16일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독서 습관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여러 권의 책을 빠르게 읽으면 이야기는 뇌에 각인될 수 있어도, 문장을 구성할 때 쓰인 단어들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 책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다양한 어휘의 쓰임새를 충분히 익히는 것이 보다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문해력 수준’에 잘 맞는 책을 골라서 읽어야 독서를 통한 문해력 향상의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나 교수는 “요즘 출간되는 청소년 소설은 감정에 대한 서술어나 조사가 다채로워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보면 좋다”고 말했다. 요즘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나 문어체 표현 등을 익히고 싶다면 1960, 70년대 소설 등 예전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독서 감상을 말이나 글로 타인과 공유하는 ‘사회적 독서’도 효과적이다. 읽은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 표현하면서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독서할 때 남의 말을 그대로 암기하거나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 경험과 결합해 풀어내야 한다”며 “독서 과정에서 사고력이 작동돼야 문해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24세에 서울로 올라와 첫 음반을 냈지만 시원치 않았다. 데뷔 5년 만에 짐 싸서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을 외면할 순 없었다. 이후로도 무명 생활은 길었다. 하지만 그는 견뎠다. “노래는 숙성이 돼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돌아간다.” 그의 신조였다. ‘손대면 톡 하고…’로 시작하는 ‘봉선화 연정’으로 1989년 ‘KBS 가요대상’ 대상을 받으며 가요계 정상에 섰을 때, 그의 나이 47세였다. 대기만성형 가수였다. “60세가 넘어 신곡을 검토할 때도 ‘이 곡은 한 5, 6년 후에 내자’고 할 정도였다. 다들 빨리빨리를 얘기할 때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작곡가 정원수 씨) 특유의 구성진 꺾기 창법과 부드러운 보이스로 1980, 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이 15일 밤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4년 전 디스크 수술을 받을 때 신경이 손상돼 건강이 악화됐고, 최근 폐렴까지 겹쳐 두 달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었다고 한다. 아끼던 손주를 비롯해 가족들이 모인 마지막 배웅 길에 가족은 고인이 가장 아끼던 곡인 ‘내 마음 별과 같이’를 틀어서 귀 가까이에 대고 들려줬다고 한다. ‘내 마음 별과 같이/저 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현철의 첫 히트곡은 데뷔 14년 만에 나왔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그가 고생하던 아내를 떠올리며 만든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1982년)으로 이름을 알린 것. 그의 나이 40세 때였다. 이어 ‘사랑은 나비인가 봐’, ‘내 마음 별과 같이’에 이어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으로 그는 ‘국민 트로트 가수’ 반열에 오른다. 송대관 설운도 태진아와 함께 ‘4대 천왕’으로 불리며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었다. 유명인이 된 후에도 그는 소탈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후배들 술 사주고, 밥 사주는 큰형이었다. 동네에서 장사하는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고, 전철 등 대중교통도 자주 이용했다. 가수 태진아 씨는 “현철 선배는 무엇보다도 정이 많았다. 내가 상을 타면 내 손 잡고 울어줬고 나도 그렇게 했다”며 “대한민국 트로트계 최고의 가수인데 가요계의 큰 별이 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고인은 선행 연예인으로 국무총리 표창,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대통령 표창), 옥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배우자 송애경 씨, 아들 복동 씨, 딸 정숙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8시 40분.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100대 도서’에 ‘파친코’(사진)와 ‘채식주의자’ 등 한국계 작가의 책이 2권 포함됐다. NYT는 13일(현지 시간) 2000년 1월 이후 출간된 도서 중 ‘21세기 100대 베스트 도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2017년)가 15위로, 2016년 부커상(당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49위에 포함됐다. NYT는 파친코에 대해 “전쟁과 식민 지배, 개인적 갈등을 4대에 걸쳐 겪은 한 한국 가족의 풍부하고 요동치는 연대기”라고 평했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이 작품은) 단순히 몸이 필요로 하는 것뿐 아니라 영혼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초현실적 탐구가 된다”고 했다. 1위는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자란 두 여성의 우정을 담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My Brilliant Friend·2012년)’가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NYT가 21세기의 첫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 세계 소설가와 논픽션 작가, 시인 등 503명에게 책 10권씩을 추천받아 선정했다. 공포소설 거장인 스티븐 킹과 할리우드 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 등이 추천에 참여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칠기(柒器)는 옻나무의 수액을 가공한 도료를 입혀 만드는 기물로, 한국·일본·중국 동아시아 삼국에서 공통으로 발달했다. 칠기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고, 쉽게 썩지 않아 땅속에서도 천년을 견뎌낸다. 그런데 동아시아 삼국의 칠기 제작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는 한일중 3국의 칠기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전시다. 14∼19세기에 제작된 칠기 46건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오세은 학예연구사는 “각국이 가려 뽑은 칠공예품을 골고루 구성해 서로 다른 칠공예 문화를 보여주려 했다”며 “동아시아에서 칠기는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공예품으로도 널리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옻칠 위에 영롱한 자개를 붙여 장식한 ‘나전칠기’가 독보적으로 발달했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년)은 고려의 나전칠기를 ‘세밀가귀(細密可貴·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라고 했을 정도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보물로 지정된 ‘나전경함’을 볼 수 있다. 고려 후기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로, 자개를 오린 작은 모란꽃들 주위에 얇은 금속선의 넝쿨을 만들어 감싸 화려함을 더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인 조선 19세기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 등 조선시대 나전칠기도 감상할 수 있다. 붉은 옻칠이 된 이층 농에는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무늬와 각종 산수 무늬가 풍부하게 채워져 있다. 중국은 겹겹이 옻칠한 기물 표면 위에 조각하는 ‘조칠기(彫漆器)’를 선보이고 있다. 청나라 건륭(재위 1735∼1796년) 시기 제작된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는 두껍게 칠한 붉은 옻칠에 여섯 폭의 산수·인물도를 새긴 것으로, 이 시기 조칠 공예품의 정수로 꼽힌다. 붉은색과 검은색 옻칠을 겹겹이 발라 무늬를 새긴 ‘조칠 구름무늬 탁자’, 뒷면에 ‘중화(中和)’라는 글자가 새겨진 칠현금 등 명나라의 화려한 조칠기도 눈을 사로잡는다. 일본은 옻칠 위에 고운 금·은가루를 뿌려 제작하는 ‘마키에’ 칠기를 전시한다. 15세기경 제작된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는 옻칠을 한 상자 전체에 금가루를 뿌려 배 껍질처럼 바탕을 표현했다. 극락정토에 핀다는 연꽃과 연못, 연꽃잎이 지는 모습이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이 외에도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만칠기’, 흐르는 물가에 국화가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묘사한 책상과 벼루상자 등이 눈을 호강시킨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울릉도에는 많은 식물이 서식하는데 그중 36종이 고유종이다. 바위섬인 독도는 식물이 자라기엔 척박하나 울릉도에서 전파된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독도의 곤충은 대부분 울릉도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독도에서만 관찰된 종들도 여럿 있다. 육지에선 보기 힘든 동식물이 살고 있어 ‘동해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울릉도와 독도의 동식물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동북아역사재단이 7월 16일부터 12월 8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독도체험관에서 여는 기획전시 ‘동해의 갈라파고스, 울릉도와 독도’(사진)가 그것이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의 후원으로 사진과 영상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울릉도와 독도의 새, 곤충, 식물, 해양생물 등을 실물 표본으로 만날 수 있다. 독도의 상징인 괭이갈매기, 멸종위기종인 흑비둘기, 새매 등이 전시되고, 울릉도에서 처음 발견된 울도하늘소와 울릉범부전나비 등도 볼 수 있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울릉도, 독도 주변 바다에서 서식하는 독도새우, 자리돔, 불볼락, 긴꼬리벵에돔 등도 볼 수 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우리 선조들이 지켜온 독도의 영토 주권과 독도의 생물다양성, 생물 주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6∼17세기 유럽에서 커피의 보급은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맛도 쓰고 영양가도 별로 없는 커피는 와인이나 맥주보다 인기가 없었다. 상인들은 커피를 ‘욕망의 음료’인 알코올과 대조되는 ‘이성의 리큐르’로 홍보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커피하우스’도 지어 사람들의 생산성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 결국 커피는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하던 프로테스탄트의 확산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 상인들의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커피의 확산 과정을 종교와 연관지어 풀어낸다. 이 책은 역사서치고는 독특하다.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까지 차곡차곡 역사적 사실을 쌓아 엮는 식의 통사(通史)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정형화된 연대기를 벗어나 다섯 가지의 주제로 역사의 맥을 짚는다. 다름 아닌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다. 첫 주제 욕망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차, 알코올, 코카콜라가 어떤 식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만들어왔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2009년 출간 후 10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렸는데, 역사 교양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뒤 15년 만에 재출간됐다. 저자는 근대의 시작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속력을 가진 지중해 문명에서 찾는다. 지중해를 에워싸며 발생한 다양한 문명들은 서로 충돌하고 발전하면서 유럽의 원형을 만드는 용광로가 됐다는 것. 그러면서 “일본이 세계사에 본격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의 늦은 시기”라며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 열강의 반열에 가까스로 끼어들 수 있었다”고 썼다. 신 중심의 중세에서 인간의 능력을 꽃피운 근대로 넘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중세와 근대를 움직인 ‘제국주의’는 힘을 과시하고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적 욕망에서 그 근원을 찾는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과 스파르타의 싸움을 그린 영화 ‘300’에 이것이 잘 반영돼 있다. 전쟁을 일으킨 페르시아가 스파르타에 요구한 건 “그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지배욕의 표현이었다. ‘무릎 꿇기’는 중국의 전통적인 조공 무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황제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공물을 바친 사신들에게 그 몇 배에 달하는 답례품을 하사했다. 경제적으로는 황제에게 손해지만, 정복욕의 측면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것. 다만 제국주의 발생을 남성성으로만 연관 짓는 관점에 대해선 100% 공감하기는 힘들다. 복잡하거나 심오한 역사적 진리를 다루는 책은 아니다. 그 대신 파편적으로 흩어진 역사적 사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흥미롭게 풀어간다. 그러면서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건에 대해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서술한다. 학창 시절 역사를 공부하면서 역사 연표를 외우는 데 질려버린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책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은 1955년경 우익이 재무장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을 추진하면서 처음 발생했다. 이른바 ‘제1차 교과서 공격’이다. 1982년에는 일본 문부성이 고교 역사 교과서 검증 과정에서 ‘침략’을 ‘수출’로 수정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주변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로도 일본의 역사 교과서는 한일 갈등의 ‘뇌관’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의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공개적으로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1차 교과서 공격’으로부터 셈해보면 69년 만에 양국 교과서 집필자들이 참여한 공개 행사가 열린 것. 10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재단과 고려대 동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한일 역사교육 포럼’ 자리였다. 이날 행사엔 한국과 일본의 주요 교과서 집필진 8명씩 총 16명이 참석했다. 교과서 집필 배경은 물론이고 포괄적인 역사에 대해 논하며 소통은 넓히고 인식 차는 줄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한국에서는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윤종필 동국대 교수 등이, 일본은 하네다 마사시 도쿄대 도쿄칼리지 명예교수, 고우치 하루히토 간토가쿠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정 명예교수는 “후학들이 역사인식의 공통 지평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했다. 하네다 명예교수는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주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일본 참석자들은 일본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니토 아쓰시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교수는 “(일본의) 신라, 발해와의 교류는 부차적 위치에 머물게 됐다”라며 “조선 국가들의 주체적인 역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가키누마 료스케 와세다대학고등학원 교사는 “대만과 한반도 등 일본이 지배한 ‘외지(外地)’는 지배 대상으로만 묘사하면서 지역 문화나 사회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과서 집필진은 11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찾아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예정이다. 박지향 재단 이사장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역사 대화의 장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사진)가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사과했다. 9일 가요계에 따르면 제니 공식 유튜브에 2일 게시된 브이로그 영상에 제니가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스태프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담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면전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무례하다” “메이크업 받는 그 잠깐을 못 참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되자 제니 측은 해당 장면을 편집한 뒤 영상을 다시 올렸다. 하지만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의 장면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제니 측은 9일 공식 사과했다. 이날 제니 소속사 OA엔터테인먼트는 “제니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제니 또한 실내에서 흡연한 점, 그로 인해 다른 스태프에게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니가) 당시 현장에 있던 스태프에게도 직접 연락을 취해 사과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한반도를 찾아온 장마가 유난히 변덕스러운 탓에 날씨 예보가 제대로 안 맞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기상관측 기관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수치 예보 모델의 예측이 모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 사이에선 ‘스텔스 장마’라는 말도 나온다. 레이더망을 피해 숨어 있다가 갑자기 공격하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예상치 못했던 장마가 갑자기 튀어나와 물폭탄을 퍼붓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측 불허 스텔스 장마, 비 피해 키워 중후반에 접어든 장맛비는 주로 충북·경북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6∼9일 나흘 동안 충북에 최대 276mm, 경북에 최대 275mm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국내외 기상관측 기관의 예상을 벗어나는 강수량이었다. 8일 비구름대를 살펴보면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였다. 저기압이 서쪽에서 접근하며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리고 동쪽으로 빠져나갈 때 남쪽으로 누르며 나타난 현상이다. 또 남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버티는 가운데 북서쪽에서 다른 고기압이 형성되며 그 사이에 있던 장마전선이 더 얇게 압축된 영향도 있다. 이처럼 강수대의 폭이 유난히 좁을 때는 슈퍼컴퓨터도 날씨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예보가 힘든 틈을 타고 갑자기 나타나 단시간에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를 쏟아내는 게 스텔스 장마 특징이다. 7일 영국과 유럽 등 기상 선진국의 수치예보 모델이 빗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영국 통합모델(UM)은 8일 남부지방을 제외한 넓은 범위에서 비가 쏟아진다고 예보했다.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은 수도권 등 중부지방으로 강수 집중 구역이 북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압축되면 마치 강한 압력을 받은 풍선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균형이 무너진다”며 “힘의 방향과 강도 등이 아주 미세하게 변해도 결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충북서 1명 숨지고 서울 한양도성 무너져 특히 8일 밤사이 대구·경북 지역에는 시간당 50∼60mm의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에서 40대 여성 택배업 종사자가 “비가 너무 많이 와 배달을 못 하겠다”는 말을 동료에게 전화로 남기고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8일 오후 10시경 서울 북악산 백악쉼터 인근 한양도성 성곽 약 30m 구간이 무너졌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백악구간 창의문에서 청운대로 이어지는 탐방로 출입이 통제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로 현재까지 충북 옥천군에서 1명이 숨졌고 주택 23채가 침수됐다. 5개 시도 20개 시군구에서 주민 1700여 명이 대피했다. 정부는 호우특보 발효에 따라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또 환경부는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을 일부 방류하려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군부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상황을 공유하고 주민 대피 및 출입 통제 조치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까지 전국적으로 최대 150mm의 많은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새벽부터는 전라권에 시간당 최대 50mm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10일까지 이틀 동안 예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등 모두 최대 150mm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경산=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와 푸치니의 작품을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콘서트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은 다음 달 16일 베르디와 푸치니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연다고 9일 밝혔다. 시민들이 누구나 부담 없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누구나 클래식’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관객들이 티켓을 예매할 때 1000원부터 1만 원까지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선택해 지불하는 ‘관람료 선택제’가 적용된다. 프로그램 1부에서는 베르디의 작품인 ‘리골레토’와 ‘라 트라비아타’의 주요 아리아와 ‘아이다’의 개선 행진곡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푸치니의 ‘라 보엠’, ‘토스카’, ‘투란도트’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은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명예교수가 지휘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독일 쾰른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이혜진, 제네바 국제 콩쿠르 3위 테너 김승직이 무대에 오른다. 해설은 보컬그룹 포레스텔라의 테너 조민규가 맡는다. 관람 신청은 19일 오후 2시부터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사과했다.9일 가요계에 따르면 제니 공식 유튜브에 2일 게시된 브이로그 영상에 제니가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스태프가 바로 앞에 있는 데도 담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면전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무례하다”, “메이크업 받는 그 잠깐을 못 참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논란이 되자 제니 측은 해당 장면을 편집한 뒤 영상을 다시 올렸다. 하지만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의 장면이 확산됐다. 한 누리꾼은 “(촬영지가) 최근 방문한 이탈리아 카프리섬일 것으로 판단돼 국민 신문고를 통해 주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이에 대해 제니 측은 9일 공식 사과했다. 이날 제니 소속사 OA엔터테인먼트는 “제니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제니 또한 실내에서 흡연한 점, 그로 인해 다른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니가) 당시 현장에 있던 스태프에도 직접 연락을 취해 사과를 드렸다”고 덧붙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인에게 빌린 자본금 300만 엔, 직원 28명. 1959년 스물일곱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세운 일본 전자기기 회사 교세라의 시작은 이랬다. 창업 후 17년이 지난 1976년, 40대의 이나모리는 언론사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당시 아무런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하고 덧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동시에 그것만큼 어떤 역경 가운데에서 큰 의지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불과 60여 년 만에 교세라는 시가총액 3조 엔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나모리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교세라에 이어 1984년 KDDI를 설립해 시총 9조5000억 엔의 회사로 키우고, 2010년 파산에 직면한 일본항공(JAL)의 무보수 회장직을 맡아 2년 8개월 만에 회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신간은 이나모리가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40여 년 동안 진행한 주요 강연의 내용들을 모았다. 당초 이나모리 생전인 2015년부터 출간이 기획됐지만, 2022년 8월 그가 별세하면서 작업이 잠시 중단됐다. “이나모리 경영 철학을 집대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작업은 재개됐고 지난해 말 일본에서 책이 나왔다. 책에 선별된 강연들은 대부분 이나모리가 직접 골랐는데, 그의 젊은 시절부터 은퇴 후까지 인생 전반에 걸쳐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엔고 불황, 1990년대 버블 붕괴,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현대 경제사의 주요 국면을 헤쳐나간 경영자의 철학이 녹아 있다. 이 중 조직을 소규모의 ‘아메바’로 쪼개 경영 실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아메바 경영’이 자세히 언급된다. 2011년 중국 광저우에서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이러한 경영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면 시장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하더라도 아메바가 즉각적으로 대책을 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판단력 향상, 사업 확대, 직원 의욕 고취 등 그가 60여 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체득한 통찰과 일화들이 풍부하다. 그의 윤리관은 기업인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보고 곱씹을 만하다. 방명록에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이란 말을 남기던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는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가?”를 항상 생각했다고 한다. 소조직이 엄격하게 채산 관리에 임하도록 하는 ‘아메바 경영’은 단순히 보면 회계학 기법이지만, 근저에는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내려놓고 각 조직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뢰의 미덕이 있었다. 그가 오늘날 회자되는 이유는 비단 손대는 것마다 성공한 ‘미다스의 손’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의롭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고수익 기업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원칙이 통할 때마다 느껴지는 울림이 더 크다. 저성장과 불확실의 시대에 이나모리에게서 지난한 시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구해보는 건 어떨까.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한 조선 전기 문신 신숙주의 초상(사진)이 국보로 승격된다. 국가유산청은 3일 현존하는 공신 초상화 중 가장 오래된 신숙주 초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공신 초상화란 나라에 공로가 있는 신하를 책봉할 때 왕이 하사하는 그림이다. 1977년 보물로 지정된 신숙주 초상은 1455년(세조 1년) 신숙주(1417∼1475)가 좌익공신이 되었을 때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상화 속 신숙주는 꿩과의 새인 백한(白鷳)이 그려진 3품 문관의 녹색 관복을 입고 있다. 올이 많지 않은 검은 수염으로 보아 신숙주의 젊은 시절을 그린 그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신숙주는 세조 때 공신으로 외교, 국방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신숙주는 단종이 아닌 수양대군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변절자’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한글 창제는 물론이고 외교, 국방에서 조선 전기 국정의 기틀을 잡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5, 6세기 가야 연맹을 이끈 대가야의 왕성이 있던 경북 고령군이 새로 ‘고도(古都)’로 지정됐다. 앞서 2004년 경북 경주, 충남 부여, 공주, 전북 익산이 고도로 동시에 지정된 이후 20년 만에 고령이 5번째 고도가 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3일 고도보존육성중앙심의위원회에서 고령을 고도로 지정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도는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지역을 말한다. 국가유산청은 “위원회에서 고령에 있는 대가야 도성의 골격이 잘 남아 있어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고, 고도 지정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04년 3월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경주 등 4곳을 고도로 처음 지정했다. 고도로 지정되면 주거환경 및 가로경관 개선을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을 비롯해 유적 정비와 고도역사문화환경 개선을 위한 고도역사도시조성 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을 위한 고도탐방거점 조성 사업 등에 국비가 지원된다. 고령은 가야 후반기인 5, 6세기경 가야 연맹의 맹주였던 대가야의 왕성이 있던 곳이다. 궁성지, 고분군, 왕궁의 방어성 등 가야 문화유산들이 남아있다. 지난해에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 등 7개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세기 대구한의대 명예교수(고고학)는 “가야는 독특한 토기 문화를 갖고 철기를 수출하는 등 다른 고대 국가들과 차별화된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며 “고도 지정은 지금껏 신비한 존재로만 알던 가야를 보다 실체적 국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한 조선 전기 문신 신숙주의 초상이 국보로 승격된다.국가유산청은 3일 현존하는 공신 초상화 중 가장 오래된 신숙주 초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공신 초상화란 나라에 공로가 있는 신하를 책봉할 때 왕이 하사하는 그림이다. 1977년 보물로 지정된 신숙주 초상은 1455년(세조 1년) 신숙주(1417~1475)가 좌익공신이 되었을 때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신 씨 문중 사당인 충북 청주의 구봉영당(九峯影堂)에 봉안돼 있다.초상화 속 신숙주는 꿩과의 새인 백한(白鷳)이 그려진 3품 문관의 녹색 관복을 입고 있다. 얼굴은 코를 경계로 좌측이 좀 더 짙게 보이도록 음영 처리했다. 눈두덩과 팔자주름 부분, 뺨에는 선염(渲染‧먼저 칠한 물이 마르기 전 수묵이나 채색을 하는 기법) 처리를 해 은은한 효과를 냈다. 올이 많지 않은 검은 수염으로 보아 신숙주의 젊은 시절을 그린 그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전기 공신 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제작 당시 원형을 충실히 보전해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신숙주는 세조 때 공신으로 외교, 국방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신숙주는 단종이 아닌 수양대군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변절자’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한글 창제는 물론 외교·국방에서 조선 전기 국정의 기틀을 잡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부산 중구 광복동 ‘고갈비 골목’. 1960∼80년대 부산 청년들에게는 향수 어린 골목이다. 당시 흔한 생선이었던 고등어의 배를 갈라 연탄불에 노릇하게 구워내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여 먹었다. 허기는 채워졌고 취기는 올랐다. 육고기를 사 먹을 돈이 없어 고등어를 ‘뜯었’지만 그만의 낭만이 있었다.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로, 소주는 ‘이순신 꼬냑’으로, 막걸리는 ‘야쿠르트’란 애칭으로 불렸다. 당시 ‘광복동 스타일’이었다. 고등어를 주제로 한 전시가 부산에서 지난달 25일 개막해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의 공동 전시 ‘노릇노릇 부산’이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전시는 광복동 고갈비 골목과 부산 자갈치시장을 재현하는 등 고등어를 중심으로 부산의 해양수산 문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여름휴가차 부산을 찾은 가족 피서객들이 아이 손을 잡고 가볼 만한 실내 전시다. 부산은 ‘고등어의 도시’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어의 90%가 부산에서 생산, 유통된다. 이에 고등어는 2011년 부산의 시어(市魚)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배효원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는 고등어의 생물학적 특징뿐 아니라 ‘고갈비 문화’ 등 문화사적인 측면도 상세히 다뤘다”고 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광복동 고갈비 골목과 고갈비를 구워 먹는 모습을 재현했다. 자갈치시장을 재현한 코너에는 명태, 고등어, 멸치 등 다양한 생선 모형을 설치했다. 실제 어시장에서 쓰이는 주황색 천막과 파라솔은 물론이고 자갈치 시장의 사진을 곳곳에 배치해 더욱 실감 나도록 했다. 지난달 30일 6세 아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변승민 씨(35)는 “요새 어시장이 흔하지 않은데 아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전시장 초입에는 일렁이는 물 영상과 배에서 어류를 유인하기 위해 켜는 집어등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부산의 수산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시품도 소개됐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제공받아 전시한 경매사의 옷과 갈고리, 녹음기 등이 대표적. 실제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기록원이 수기를 남기는 동시에 경매사의 육성을 녹음해 착오를 방지했단다. 고등어는 선조들의 식탁에도 자주 오른 대표 생선이었다. 1454년 지어진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서는 “주로 청어, 고도어(고등어의 옛말)가 난다”고 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고등어를 즐겨 먹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에서 유래한 ‘고갈비’는 이제 전국구 음식이 됐지만 ‘맛’이 다르다. 고등어 산지인 부산에서는 굽기 6시간 전 생고등어에 소금을 친다. 오래 염장된 고등어와 달리 담백하고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족 자원이 감소하고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한때 12개 가게가 몰려 있던 광복동 고갈비 거리는 이제 절반 이상이 폐업한 상태가 됐다. 대신 2017년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에 고갈비 특화 거리가 마련됐다. 고등어 전시를 보고, 고갈비 거리를 찾아가면 ‘세월의 맛’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일제의 침략에 맞서 항일 의병운동을 이끈 면암 최익현(1833∼1907)의 의복(사진)이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1일 ‘면암 최익현 관복 일괄’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유물에는 관복인 단령(團領)과 관모인 사모(紗帽), 허리띠 삽금대(鈒金帶), 호패(號牌), 목화(木靴) 등 5건이 포함됐다. 단령은 최익현이 정3품 이하의 당하관(堂下官)이던 1855∼1870년에 착용한 관복으로, 조선 후기 하급 관료의 복식을 엿볼 수 있다. 사모는 최익현이 당상관으로 승진한 1870년 이후의 양식이다. 양쪽 뿔에 얇고 성근 평직 원단이 겹으로 씌워져 어른거리는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개항기 조선에 소개된 신소재로 제작된 삽금대는 19세기 말 조선 공예 기술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호패는 제작 연대(1855년)와 이름이 새겨져 역사적 가치가 있다. 목화는 신의 밑창이 앞코까지 올라오는 형태에서 평평하게 변하는 과도기의 제작 기술을 잘 보여준다. ‘조선의 마지막 선비’로 불리는 최익현은 흥선대원군의 실정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1868년(고종 5년) 관직을 삭탈당했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895년 일제의 단발령(斷髮令)에 저항하다 투옥됐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항일 의병운동을 일으킨 뒤 이듬해 체포돼 유배지인 쓰시마섬에서 순국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