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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 아동에 대한 학대는 밖으로 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신고로 인해 부모와 아동의 체류 자격이 흔들릴 수 있어 주변 사람들이 신고 자체를 주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학대 징후가 보이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인권 옹호를 위해 활동해온 사단법인 ‘두루’의 마한얼 변호사(38·사진)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주배경 아동은 국내에 유입된 이주민의 자녀를 뜻한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19일)을 앞두고 학대받는 아동을 위해 법률 지원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두루를 찾았다.● 학대받는 이주 아동 돕는 변호사들두루는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법무법인 지평의 후원을 받는 비영리 공익 변호사 단체다. 행복얼라이언스는 2020년 외국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기 안산시 아동 100명에게 도시락 1만1000끼를 제공했다. 두루의 법률 지원은 이 아이들을 돕기 위한 또 다른 프로젝트다. 변호사들의 역할은 아동학대 신고 후 진행되는 절차를 학대 피해 아동에게 설명하고,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 아동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국선 변호인이 선임된 후에도 피해 아동이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 변호사는 “아동이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을 지원해 주고, 아동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두루 변호사들은 2021년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주배경 아동 학대 신고를 독려하고, 법률 지원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률 지원 신청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 변호사는 “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벌금형이라도 나오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 뿐 아니라 부모와 분리된 이주배경 아동은 전혀 갈 곳이 없다”며 “이주배경 아동 학대가 쉽게 노출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섣불리 개입했다가 아동의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신고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마 변호사는 “그래도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신고 후에는 이주배경 아동이 정부의 지원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법절차 끝나도 아동 지원 절실출입국관리법상 학대 피해 아동에게는 모든 사법 절차를 마칠 때까지 체류 자격이 부여된다. 마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가정 회복이 이뤄지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며 “재판 절차만 마친다고 해서 피해 아동이 안정을 되찾고 안전한 상태가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충분한 회복 없이 본국으로 부모와 돌아가면 해당 아동은 또다시 학대를 당할 수 있다. 이주배경 학대 피해 아동은 신고 후 돌봄 공백도 발생한다. 마 변호사는 “이주배경 아동은 돌봐줄 친인척이 국내에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대피해아동쉼터 등과 같은 시설 수급비는 국가에서 지원하는데, 이주배경 아동은 이를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설에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호 대상 아동의 절반 이상은 아동양육시설 등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주배경 아동은 시설에서조차 거부를 당하기 일쑤다. 정부로부터 수급비 지원을 못 받아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주배경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지자체 역량에 달려 있다. 마 변호사는 “지자체 역량과 정책 순위에 따라 학대 피해 아동이 처하게 될 상황은 천차만별”이라며 “경기 남부 지역에서 베트남 출신 부모에게 학대당한 아동이 갈 곳이 없어 결국 경기 북부 의정부에 맡겨진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물론 시설 생활이 학대 피해 아동에게 가장 좋은 대안은 아니다. 마 변호사는 “학대 피해 아동은 회복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시설 생활을 하면 그런 걸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며 “단체 생활을 하며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되면 눈치를 보거나 긴장을 하게 된다”고 했다. 신고되지 않은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마 변호사는 원래 가정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대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관찰해 학대 재발을 막는 것이다. 마 변호사는 “학대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학대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 집중해서 관찰해야 한다”며 “이주배경 아동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면 사례 관리가 더 이상 유지되기가 힘들다”고 했다.● 미취학 아동 대상 ‘권리 교육’ 이뤄져야이주배경 아동을 대상으로 사전에 권리 교육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 변호사는 “학교에서는 학대 예방 교육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아동이 스스로 어떤 게 학대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뤄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아동학대 의심 징후를 발견한 주변의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주배경 가정의 특성상 권리 교육도 일찍부터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6103건이다. 이 중 학대 의심 사례는 4만4531건이었다. 초중고교 직원이 신고한 건수는 6370건(14.0%)으로 신고 의무자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마 변호사는 “이주배경 아동의 학대 피해 예방을 위해 학교 교직원이나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분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사교육 카르텔’을 조사 중인 감사원이 서울 주요 대학과 국립대 등 30여 곳의 입학사정관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감사원은 주요 대학들의 최근 5년간 입학사정관, 6년간 퇴직자를 포함한 입학처 교직원의 전체 명단 등의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가운데 퇴직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기관에 취업 혹은 특강을 하거나 입시 컨설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학 6, 7곳은 현장 조사를 마쳤거나 조사를 나갈 예정이다. 감사원은 대학에서 입시 업무를 하며 얻은 정보를 사교육업체에 넘기거나 이를 활용해 수익을 얻은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감사원이 전·현직 입학사정관과 입학처 교직원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취합한 만큼, 퇴직 이후 소득을 조사해 사교육과 연결된 정황을 포착한 대학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감사원은 대학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2주가량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퇴직한 입학사정관이 재직 시절 입시정보 시스템에 접속한 기록을 면밀하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을 평가하며 과거 평가 기록도 참고하는데, 감사원은 사정관들이 어느 기간의 정보를 접속했는지 로그 기록까지 가져갔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은 퇴직한 날 이후 3년 동안 학원이나 입시상담 전문업체를 설립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 대학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한 입학사정관이 대학 여러 곳에서 일한 경력을 홍보하며 입시컨설팅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대학은 단기간 일했던 입학사정관이 그 후에 사교육 관련 일을 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사정관이 사용했던 컴퓨터 로그 기록 등 자료를 감사원에 모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교육부가 내년 3월 전국 6163개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 ‘늘봄학교’를 전면 실시한다. 교육부는 31일 “올해 456개 초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실시했는데, 특히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에듀케어’ 프로그램에 대해 학부모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면서 “돌봄 공백이 더 많이 발생하는 3월 교육부 재원으로 초1 돌봄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돌봄 서비스의 시간과 유형을 확대하는 것인데, 당초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가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1년 앞당겼다. 에듀케어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을 결합한 것으로, 초1 학생에게 한글·수학·음악 등 교과 학습을 놀이 형태로 제공한다. 초1 학생이 3교시를 마친 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기존에 공부한 교실에서 오후 1시 50분까지 에듀케어가 진행된다. 비용은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전액 부담한다. 기존에는 늘봄학교를 신청해도 수요가 넘쳐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에듀케어는 희망자 전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1 에듀케어는 희망자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단축 수업에 맞춰 3월은 에듀케어를 실시하고, 이후 전체 돌봄 프로그램인 초등생 늘봄학교는 내년 1학기 2000개교, 2학기 4000개교 순서대로 전면 도입,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이태원 참사로 스물일곱의 나이에 희생된 고 신한철 씨의 가족이 고인의 장례식 때 모인 조의금 전액을 학교에 기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신 씨의 유족이 생전 기부를 꾸준히 해온 고인의 뜻을 살려 조의금 8791만5000원을 모교인 서울 발산초, 신월중, 광영고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저소득 가정 학생 지원을 위해 써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어머니 송선자 씨(61)는 “아들이 생전 7년 3개월간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매달 3만 원씩 기부를 했다”며 “초등학교 시절 체험학습을 했던 곳”이라고 했다. 고인은 건국대를 졸업한 뒤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며 꿈을 키웠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희생됐다. 유족은 기부약정서에 ‘잊지 않고 꼭 기억할게. 우리 아들 사랑해’라고 적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26일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진 김승희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의 자녀에 대해 “현재로서는 강제 전학 조치하기 어렵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교육감에게 “강제 전학이 행정적으로 불가능한가, 열려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임 교육감은 “어린 학생일수록 가급적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강제 전학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은 올해 7월 10일과 17일 초2 학생을 리코더와 주먹으로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혀 지난달 개최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학급교체(15점) 처분을 받았다. 심의는 고의성, 심각성, 지속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 5개 지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중 지속성 지표에서 김 전 비서관의 딸이 1점을 받아 적절한 조치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피해 학생에 대한 김 전 비서관 딸의 폭행은 3차례였는데, 이 중 학폭위에서 2차례만 심의했다”며 지속성 지표 점수가 낮은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피해 학생 측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17일 김 전 비서관의 딸이 피해자를 폭행한 횟수가 두 차례로, 총 3차례 폭행이 있었다”며 “피해 학생이 추가 폭행 사실을 심의 당일 밝혔지만 심의위에서 이를 처분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고, 지속성 점수는 1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 교육감은 “처음에 2차례만 학폭위에 심의가 접수됐고, 학폭위가 열린 뒤 추가 폭행이 있다고 하니까 당일 병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 피해자 변호사도 추후 신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폭행이 3차례 있어도 지속성 점수를 1점 받은 다른 사례가 있다고 보고 받았다”며 “1점이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점수인지 더 조사를 하겠다”고 답했다.김 의원은 피해자 중심으로 볼 때 학급교체 처분은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 전 비서관 딸과 피해자가 다닌 학교는 2, 3학년 학급이 전부 같은 층을 쓰는데, 학급교체 처분이 피해 학생을 위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학폭심의 조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는 (가해자의) 강제 전학이 없으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가해자를 다시 만날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이 사안을 공개한 20일 대통령실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김 전 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해 즉각 수리됐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근 3년간 전국 10개 국립대 의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전형에 합격한 학생 5명 중 4명은 N수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수, 삼수를 하고서라도 의대 진학을 선택하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립대 의대 1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3년간 이들 대학의 정시 모집을 통해 입학한 1121명 중 911명(81.3%)은 N수생이었다. 2021학년도에는 신입생의 84.2%가 N수생이었다. 2022학년도 82.0%, 2023학년도 77.3%로 N수생 비율은 다소 감소하는 추세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고3 수험생(18명)이 N수생(17명)보다 많은 곳은 10개 국립대 의대 중 단 1곳이었다. 고3 때 수능을 처음 치러 이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이 1명뿐인 대학도 있었다. 충청권 한 국립대 의대는 2022학년도 입학생 29명 중 28명(96.6%)이 N수생이었다. 2023학년도 모집에서도 이 학교의 전체 입학생 30명 중 N수생은 28명으로 93.3%를 차지했다. 의대에 가기 위한 입시 재도전이 만연해지면서 고3 학생이 의대에 가기가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수능을 다시 치르면서 학생·학부모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등 사회적 손실도 초래한다. 안 의원은 “‘의대 쏠림’ 현상으로 학생, 학부모는 물론 대학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 보급한 태블릿PC인 ‘디벗’을 학교에서만 사용하도록 올해부터 운영방식을 바꾼다. 학생들이 ‘디벗’을 집으로 가져가 유튜브나 웹툰을 보며 과다 사용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중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차라리 디벗을 안받겠다”는 불만이 속출하면서 디벗 사업을 둘러싼 예산 낭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디벗 보급 대상인 초등학생 전원은 디벗을 학교에서만 쓸 수 있다. 디벗은 디지털과 벗의 합성어다. 시교육청은 당초 디벗을 가정에서도 쓰게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교 후 학습 지원을 위해서다. 시교육청이 갑자기 디벗 사용 장소를 학교로 제한한 것은 그만큼 학부모들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집에서 디벗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웹툰을 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디벗에 유해 광고 차단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자녀가 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시교육청은 당장 다음 주부터 서울 관내 중학교 400여 곳에 디벗 충전·보관함 3420대를 배치한다. 다만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중학교에 한해서는 디벗을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내년에 디벗이 보급되는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자율로 정할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고생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초등학생과 방침을 다르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의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발맞춰 2027년까지 디벗을 서울 학생 전원에게 순차적으로 보급한다. 지난해 중1(현 중2)을 시작으로 올해는 중1에 보급 중이다. 올해 기준, 디벗 보급에 들어간 예산은 552억원이다. 내후년까지 6개 학년에 디벗을 보급하려면 3000억원이 넘게 든다. 그런데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디벗을 받지 않겠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학생이 디벗을 받으려면 학교에 ‘학생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동의서를 내지 않겠다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한 중학생 학부모는 “휴대전화나 집에 있는 컴퓨터 사용 통제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학교에서까지 태블릿PC를 나눠줬다”면서 “디벗으로 하는 학교 수업이 있어서 동의서를 안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디벗 보급을 둘러싼 예산 낭비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시교육청이 당초 디벗 사업을 추진할 때는 하교 후 학습까지 고려해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 우려에 더이상 하교 후 가정에서의 학습은 어려워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시간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 집에서도 학부모가 디벗 사용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1000명 늘어나면 의대에 합격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합격선(국어, 수학, 탐구 3과목 점수 합계)이 2.4점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열 학과에 합격할 점수로 의대에 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블랙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3학년도 전국 의대 합격생 상위 70% 컷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이 1000명 늘었을 때의 합격선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수능 국·수·탐 평균 점수는 현재 95.3점에서 94.5점으로 0.8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상위권 학생이 모두 의대를 간다고 가정하고, 1000번째 학생의 평균 점수를 합격 하한선으로 본 것이다. 3과목의 평균이 아니라 각각 점수를 합산하면 모두 2.4점이 하락한다. 의대 합격선이 떨어지면 이른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로 진학할 학생들이 대거 의대로 몰릴 수 있다. 현재 이 3개 대학의 자연계 학과는 총 91개다. 이 가운데 의대 지원이 가능한 점수인 학과는 26개(28.6%)다. 의대 정원이 1000명 확대되면 의대 지원권인 학과는 44개(48.4%)로 늘어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에 입학할 성적인 학생 2명 중 1명은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서성한’으로 묶이는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도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의대 지원권인 학과가 현재 3개에서 6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성한 전체 자연계 학과 45개의 13.3%다. 의대 정원이 3000명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 학과의 80.2%가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의대 합격선은 국·수·탐 평균 93.5점으로 더 내려가 3과목 점수 합계가 총 5.4점 하락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늘면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연계에서 의약계로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다음 달 16일 실시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하는 반수생이 역대 최고치인 9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수생은 대학에 다니다 수능을 다시 보기 위해 2학기에 휴학을 하고 입시에 재도전하는 수험생을 뜻한다. 정부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과 의대 광풍으로 올해 반수생 규모가 커지면서 대학을 중도 이탈하는 학생 수도 1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2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을 응시하는 대입 반수생 수는 8만9642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수능에 접수한 N수생 17만7942명에서 올 6월 평가원이 주관한 모의평가에 접수했던 8만8300명을 뺀 수치다. 2023학년도 8만1116명보다 8526명 늘었다. 평가원이 2011학년도 모의고사 접수 통계를 공개한 이래 최고치다. 올 수능 전체 응시자 수는 50만4588명으로, 응시생 5명 중 1명이 반수생인 셈이다. 반수생은 1학기 휴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상 2학기부터 휴학을 하고 수능 준비에 돌입한다. 이 때문에 6월 모의평가에는 대체로 응시하지 않는다. 반수생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원인은 최근 의대 열풍으로 입시에 재도전을 하는 학생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상위권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반수하고, 중하위권은 상위권대를 노린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다니던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반수의 장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정부가 “올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선포했다. 최상위권 변별이 약해지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반수가 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수로 입시 재도전에 성공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연쇄적으로 대학을 중도이탈하는 학생도 증가한다. 올해 중도이탈 학생이 1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4학년도 전국 4년제대 모집 인원이 34만1576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 신입생 3명 중 1명꼴로 중도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을 중도이탈한 학생은 9만7177명으로 5년새 가장 많았다. 올 수능을 치는 반수생이 좋은 성적을 거둬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이는 올해 발생한 중도이탈자로 분류된다. 교육부가 올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중도이탈한 학생 수를 내년 6월 공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내년에는 반수생 수와 대학의 중도이탈 학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수뿐 아니라 편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의 대규모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진 김승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사진)의 초등학생 딸이 올해 7월 후배를 때려 학급 교체 처분을 받기 전인 올해 1학기 초 또 다른 피해 학생과 관련한 학교폭력 건으로 신고됐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추가로 드러난 학교폭력과 관련해선 학생들 간 화해 등을 이유로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지 7시간 만에 김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한 대통령실을 향해 “권력형 학폭 은폐”, “꼬리 자르기 면직”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은폐 시도’ 주장에 대해 이날 “은폐가 가능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교육청 “또 다른 학폭 신고는 학폭위 안 열려” 민주당 김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전 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재학 중인 경기 모 초등학교에 접수된 학폭 신고는 총 2건인데 모두 김 전 비서관의 딸과 관련됐고 가해자인 것으로 안다”며 “또 다른 학폭 신고 사안은 같은 반 학생과의 말다툼 및 언어폭력 건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전 비서관 딸이 2학년 후배를 리코더로 때린 학폭 외에 또 다른 학폭이 있었다. 피해 학생은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학폭위 개최 요청이 이뤄지지 않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된 건으로 안다”며 “학생들 간 관계회복, 화해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학교장은 학교폭력 피해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교원, 학부모 위원 등 7∼14명으로 구성된 학교별 전담기구의 사안조사를 거쳐 경미한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자체 종결할 수 있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은 김 전 비서관의 딸이 학폭으로 강제 전학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의 딸은 학폭 사건이 불거진 7월부터 최근까지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에는 홈스쿨링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野 “은폐 시도” 대통령실 “교육청이 엄정 조사”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에 진상 규명과 김 전 비서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표 수리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중단시킨 것이 ‘권력형 학폭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혀 놓고 ‘사랑의 매’라는 김 전 비서관 부인의 진술에 분노를 거둘 수 없다”며 “김 전 비서관은 하루속히 피해 학생과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인선에서 학폭 문제가 이어진 점도 싸잡아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정순신(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 이동관(방송통신위원장), 김 전 비서관 등 정권 실세의 ‘권력형 학폭 은폐 카르텔’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과 같다는 말)’를 언급하며 “민심은 배를 엎을 수 있다. 당장 국감에서 지적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질이라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신분조치가 즉시 이뤄졌다”며 “교육청이 엄정 조사를 시작한 만큼 숨길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김 전 비서관의 사표가 즉각 수리된 것은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게 은폐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해야 은폐가 아닌 것이냐”며 “사표 수리한 것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김 전 비서관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난해 서울대 경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A 씨는 졸업 직전 휴학을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준비했지만 이내 그만뒀고, 복학한 뒤 마지막 학기에 취업을 준비했다. 기업에 수없이 원서를 냈지만 오라는 곳은 없었다. 이미 졸업학점을 채운 A 씨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5학년 1학기’를 등록해야 했다. 학칙상 수강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되기 때문이다. A 씨는 최소 수강 등록비인 40만7000원(3학점 기준)을 내고 1학점짜리 체육 과목을 수강하며 졸업을 미뤘다. A 씨처럼 8학기를 초과해 수강 등록한 서울대생이 올 2학기에만 219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580명은 졸업유예 등을 목적으로 최소 수강 학점인 1∼3학점을 들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가장 큰 요인은 취업난이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대-공대-인문대 순으로 졸업유예 많아 17일 본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단과대별 규정학기 초과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규정학기인 8학기를 넘겨 5학년 1학기(9학기) 이상 재학 중인 서울대생은 이달 1일 기준 2191명이다. 그중 최소 학점 과목을 신청해놓고 졸업을 미룬 학생은 580명이다. 1학기(529명)보다 51명 늘었다. 올해 서울대 입학정원이 3506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 학년에서 6명 중 1명꼴로 취업 때문에 졸업을 미룬 것이다. 580명 중에는 졸업 학점을 다 채우지 못한 학생도 포함돼 있다. 단과대별로 보면 사회과학대 101명, 공과대 99명 등 순으로 유예자가 많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인턴, 취업 등을 지원할 때 아무래도 졸업생 신분보다는 재학생 신분이 유리하다 보니 졸업을 미루고 초과 학기를 듣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졸업생 흡수할 일자리 부족”졸업 적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취업난’이 꼽힌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나 경영대에는 로스쿨, 전문자격시험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많다. 서울대 학사과 관계자는 “3, 4학년 때 진로를 바꿔 뒤늦게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난 때문에 아예 추가로 학위를 따려는 학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계열보다는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실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대생 중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인문사회, 상경 계열 추가 전공을 하거나 인턴 경험을 쌓아 스펙을 높이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 3학년 재학생인 B 씨는 “학부생일 때 인턴 기회가 더 많은데, 학기 중 인턴에 합격해 휴학하면 졸업을 위해 초과 학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대 졸업생인 C 씨는 “취업을 위해 자연계나 상경계 쪽을 복수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내에서도 취업난에 직면한 선배들을 지켜본 1, 2학년 후배들이 재수, 반수를 통해 ‘의대’ 진학에 도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대로 4학년까지 올라가면 결국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만연한 것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을 흡수할 수 있을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고학력 졸업자는 쏟아지는데 일자리는 없는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꿈 많던 아들, 다른 사람이 되어 살더라도 못다 핀 꽃을 피우길….” 영화 ‘안시성’, 방탄소년단(BTS)의 ‘마이크드롭’ 뮤직비디오 연출 등에 참여한 고 김상우 씨(31·사진)가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 씨가 지난달 13일 부산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이렇게라도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달 10일 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탔다가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꿈이 많고 성실한 청년이던 김 씨는 생전 부산경남민영방송(KNN)과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일했다. 워낙 친절하고 자상해 늘 주변을 돌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한다. 유기견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직접 유기견을 입양하기도 했다. 누나 김수현 씨는 동생을 향해 마지막 편지를 썼다. “상우야, 우리 가족으로 태어나 줘서 기쁘고 행복했어. 다음에 또 만나. 네가 내 동생이어서 고마웠고, 사랑해.”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강동구 강일동 등에 초등학교 분교 설립을 추진한다. 학령 인구의 가파른 감소가 교육 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새로 지어질 학교 중에는 기존 학교와 달리 빌딩 안에 학교가 들어서거나, 학교 용지를 주거시설과 학교가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도시형 캠퍼스(분교) 설립 및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저출산과 학생 급감 여파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학교는 분교로 바꾸고, 대단지 아파트 건설로 신속한 학교 신설이 필요한 곳에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매입해 학교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학교를 설립하려면 초교 기준 학급 수 36개 이상, 학생 수 600∼1000명 등의 조건을 중족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신설이 어려운데, 이러한 법적 장애물을 타개할 방안으로 ‘분교’를 꺼내든 것이다. 분교는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시교육청이 현재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강일동(고덕강일3지구) 분교 설립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10월 첫 서울형 분교 공사가 시작된 후 2027년 완공된다.폐교 위기 운동장에 아파트 짓고 분교 세운다… 학생 감소 대응 서울에 초등 분교 생긴다학령인구 감소속 일부지역은 과밀… 분교 개편-신설로 학생수 탄력대응첫 분교, 인근 강솔초 2캠퍼스 형태… 주교 복합학교, 구도심 등 들어설듯 “초등학교와 공공주택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영국, 프랑스 등처럼 우리는 기존의 학교 용지 안에 공공아파트를 유치하는 ‘주교(住校) 복합학교’를 세우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도시형 캠퍼스(분교) 설립 및 운영계획을 발표하며 분교의 2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기존 학교를 분교로 바꾸는 ‘개편형’과 아예 새로 짓는 ‘신설형’이다. 학교 부지에 아파트를 유치하는 ‘주교 복합학교’와 ‘빌딩형 학교’ 등으로 볼 수 있다.● 강동에 강솔초 제2 캠퍼스 신설 신설형 분교 설립이 가장 유력한 지역은 서울 강동구 강일동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주민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찬성했다. 현재 학교 시설 건축비 마련을 위해 서울시,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은 서울주택공사(SH)가 개발해 3790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SH가 학교 용지도 확보했지만 학생 수가 모자라 학교 신설이 무산됐는데, 학교를 더 지어 달라는 민원은 쏟아졌다. 이 지역에 들어서는 분교는 근처에 있는 강솔초의 제2 캠퍼스 형태다. 강솔초 교장과 행정실장이 분교를 맡아 운영하고, 교감 1명이 분교에 추가로 배치된다. 신설형 분교는 강일동 외에도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해 과밀학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서울 내 자치구별 학령인구 상위 3곳인 송파 강남 강서구 등이다. 신설형 분교 모델에는 아파트 개발 사업자가 기부한 단지 내 용지에 학교가 들어서는 형태가 있다. 대단지 인근 상가나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활용하는 ‘빌딩형 학교’도 가능하다.● 구도심 학교 분교로 개편 기존에 있는 학교를 바꾸는 개편형 분교는 인구 유출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많은 구도심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치구별 학령인구 하위권인 종로 금천 용산 중구 등이다. 서대문구 창서초처럼 상업지구에 있는 학교도 분교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개편형 분교 모델로는 폐교 위기의 넓은 학교 용지를 쪼개 한쪽에는 분교를 짓고 남은 땅에 공공아파트를 유치하는 ‘주교 복합학교’가 있다. 해당 분교 학부모가 이 아파트에 일정 가구 이상 입주하는 조건이다. 인구 공동화로 인해 또다시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분교는 최소 12학급, 최대 24학급으로 운영된다. 학생 수는 학급당 15∼25명이다. 학년별로 최소 2개 학급이 구성되며, 경우에 따라 특정 학년만 편성할 수도 있다. 운동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빌딩형 학교는 본교 운동장을 함께 활용한다. 급식은 본교 조리장에서 조리한 급식을 배달로 제공받는다. 기존 학교가 분교로 바뀌면 본교의 학교장과 행정실장이 분교 운영을 함께 맡는다. 분교 학생이 본교로 옮기거나, 반대로 본교 학생이 분교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근처에 학교가 여러 곳인 경우 가장 인접한 학교로 본교를 정하되, 분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생회, 학부모회 등은 모두 본교와 통합되고 교육과정도 같다. 시교육청은 올해 12월까지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분교 설립 대상지를 사전예고할 계획이다. 어느 학교가 분교로 바뀌고, 분교가 신설되는 지역은 어디인지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쪽은 학생 감소, 다른 쪽은 과밀… “이중고 해소”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교생 수는 2012년 116만1632명에서 지난해 80만6340명으로 10년 새 31% 감소했다. 2030년에는 57만239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생 240명 이하인 소규모 초교는 지난해 119곳으로 늘었다. 신입생이 20명 이하인 초교도 7곳이나 된다. 소규모 학교가 늘면 재정 비효율, 교원 업무 가중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교를 통폐합하면 일부 학생은 통학 거리가 너무 길어진다. 반면 학생 수가 1500명이 넘는 과대 초교도 17곳으로 적지 않다.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있는 초교도 40곳이다. 서울 강남구는 초교의 과밀학급 비율이 37.7%, 서초구는 35.9%다. 재건축, 재개발 후 인구가 몰린 지역에 제때 학교가 세워지지 않은 결과다. 시교육청이 지역별 학생 수 급감과 급증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올해 2월부터 연구에 착수해 분교 설립이라는 복안을 내놓은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과거와 똑같은 교육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가 없다”며 “교육 수요자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학교를 설립하는 한편 소규모 학교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어 질 높은 공교육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음악, 영화 등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9일 한글날을 맞아 미국 로체스터공대서 열린 한글 퀴즈 대회 등 한국 문화 알리기 행사를 기획한 전병욱 로체스터공대 아시아계 학생회장은 “한국인으로서 뜻깊은 행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훈민정음 반포 577돌을 기념해 교육평가 전문기관인 유웨이는 최근 미 로체스터공대, 빙엄턴대, 오리건대 등 3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한글날 행사를 후원했다고 11일 밝혔다. 빙엄턴대에서는 한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서예대회도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리건대에서는 한글 이름 짓기, 한글로 부채 꾸미기, 복주머니 나눠 주기 등 한국과 한글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약 160명의 현지 학생이 참여했다. 이승빈 빙엄턴대 한인 학생회장은 “자긍심을 다지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며 “내년에 더 많은 한인 학생이 입학해 함께 멋진 행사를 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유웨이는 지난달 11일부터 ‘유웨이어플라이’를 통해 국내에서 해외 대학 원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 대학의 원서 접수가 가능한 국내 원서 접수 대행 사이트는 ‘유웨이어플라이’가 처음이다. 수험생은 유웨이어플라이에 접속해 미국, 영국, 호주 등 국가의 총 31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올해 한글날 행사가 개최된 3개 대학을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추진하는 전기 비행기 프로젝트 선발 대학으로 선정된 테네시공대, 미 최초로 수의학과가 개설된 아이오와주립대, 융합 전공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마이애미대 등이다. 미국 대학은 지원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미 대학 순위에 따르면 빙엄턴대는 82위에 올랐다. 이 대학 졸업생은 세계 4대 회계 법인인 딜로이트, 삼정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EY의 우선 채용 대상이다. 이들 대학은 SAT가 아닌 국내 대학수학능력시험, 내신 성적을 활용해서도 지원이 가능하다. 일부 대학은 수험생의 수능 영어 성적이 2등급 이상인 경우 토플(TOEFL)이나 아이엘츠(IELTS) 성적을 별도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송재원 유웨이 해외사업팀장은 “해외에서도 수능의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어 수능 점수만으로도 이들 대학으로 유학을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학 응시원서 전형료는 5만∼20만 원 수준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시행되면 현 중2 학생들의 고교 내신 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목고가 입시에서 유리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위권 학생들이 쏠리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일반고에 비해 면학 분위기는 좋지만 내신 경쟁이 치열한 탓에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이런 요인들이 완화된다. 모든 교과목에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되는 한편으로 상대평가 5등급이 병기되기는 하지만 지금보다는 내신 경쟁이 완화된다.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그만큼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에 더 주력할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A대 입학처장은 “내신과 수능 모두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생을 뭘 보고 뽑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검토 중인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이 신설되면 대입 핵심 과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B대 입학처장은 “통합형 수능이 잘 출제된다면 개편되는 체제에서도 변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능 위주의 정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도 반영하려는 상위권 대학이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부터 교사들의 의견이 기재된 학생부 내용을 ‘교과 평가’ 항목으로 반영했다. C대 입학처장은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이라는 입시 틀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자격고사화, 내신 전면 절대평가 도입,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화 등이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10일 발표된 대입 개편 시안에서 정부는 ‘개혁’ 대신 ‘미세 조정’을 택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는 안정과 공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취지도 무색해지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역행된다는 비판이 높다.● ‘안정’ 위해 ‘미세 조정’에 그쳐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교학점제를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으면서 고민한 지점은 “고 2, 3학년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부터 공통과목을 배우는 고1은 9등급 상대평가를, 선택과목을 듣는 고 2, 3은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2, 3학년 내신의 변별력이 저하되며 고1 내신이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1 내신이 나쁘면 2, 3학년 때 만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시 올인’을 위해 자퇴하는 고교생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예고했던 내용을 수정해 모든 학년과 과목에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5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능 선택과목을 폐지하기로 한 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진로와 무관하게 고득점에 유리한 과목에 쏠리고, 점수가 유리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빈번해진 현실이 반영됐다.● 학력 저하-고교 교육 차질 우려도이번 시안을 접한 대학에서는 “상위권 학생의 수학, 과학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2028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는 지금 수능 체제에서 대부분의 이과생이 응시하는 ‘미적분Ⅱ’, ‘기하’가 빠진다. 과학탐구는 중학교 과정을 토대로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는 1학년 과목(통합과학 1, 2)에서 출제된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학생들이 원하면 기하, 미적분Ⅱ, 물리학, 화학 같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상위권 A대 입학처장은 “고1 때 수능 과학이 끝나는데 2, 3학년 때 심화 과목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국가 정책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려를 의식한 교육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묶어 ‘수능 심화수학’ 영역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의대와 최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험생 부담과 관련 사교육 팽창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고교 면학 분위기가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신이 완전 절대평가가 아닌 만큼 수강생이 많아 좋은 등급을 받기 쉬운 과목에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수능 과목은 한국사를 제외하고 모두 2, 3학년 때 배운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사회·과학탐구도 고1 때 학습이 끝난다. 내신과 수능 변별력이 모두 약화되면서 학생은 수능과 내신 부담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전교생이 200명인 학교라고 가정하면 내신 1등급이 현재 8명에서 20명으로, 2등급이 14명에서 48명으로 급증한다.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성적만으로 대학이 학생을 가려내기 어려워지는 만큼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이거나 대학별 고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수능은 내신보다는 변별력이 있겠지만, 공통과목으로 치러지는 특성상 일부 상위권 대학은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정시에서도 학생부의 교과 성적을 반영하거나 정성평가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대입 안정성을 위해 정시 비율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일부 학생들이 ‘정시 올인’을 위해 고교를 자퇴하는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도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43.0%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들이 일찍이 수능 위주의 학습을 시작할 것”이라며 “의대 쏠림 현상이 외고, 국제고 등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17세 이하 소년 수형자들이 다음 달 16일 실시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다. 이들은 올해 처음 문 연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수형자다. 서울시교육청은 남부교도소에 설치된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수형자 10명이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9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교도소 안에 시험장을 설치하고, 수능 응시 수수료도 전액 지원한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법무부가 올해 3월 개설한 17세 이하 소년 수형자 교육시설이다. 현재 수형자 42명을 대상으로 검정고시반과 대학 진학 준비반 등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8월 초중고 검정고시에 응시한 31명 중 29명이 합격했고, 이 중 10명이 수능에 응시한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8월 극단 선택으로 숨진 서울 양천구 초등교사 A씨가 올해 담임을 맡았던 학급 학생들의 생활지도로 힘들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A씨의 사망 사안과 관련해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인이 학생 생활지도와 수업태도 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14년차 교사인 A 씨는 학기 중인 5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병가와 질병휴직을 냈고, 휴직이 끝나는 날 자신이 거주하던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특별조사단을 꾸려 고인의 동료 교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면담과 설문을 실시하고, 고인이 작성한 학급일지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고인이 병가를 내기 한 달 전쯤인 4월 학급 안에서 두 학생 간 다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로 고인은 해당 학생들 학부모들과 교실 전화로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나, 교실 전화 외에 다른 수단으로 학부모와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사단의 권한 밖이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급에서는 고인이 병가를 낸 이후 5월과 8월 총 2건의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발생한 사실도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학교 측이 고인의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1일 부장 회의를 열어 사안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교사들의 진술을 확인한 결과 회의에서 ‘구체적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으니 신중하게 대응하자’는 취지의 발언은 있었지만 사안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시교육청은 고인의 학교에 119구급차가 출동했고, 해당 학급 담임이 4번 교체됐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고인이 병가와 질병휴직에 들어가면서 해당 학급의 담임은 시간강사와 기간제교사로 임시 교체됐다. 고인은 질병휴직이 끝나는 지난달 1일부터 1년짜리 자율연수휴직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고, 새 담임 교사는 이때부터 배치될 예정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인의 휴대전화 등 조사단의 권한으로는 열람할 수 없는 자료가 있어 한계가 있었으나, 의혹을 최대한 확인하고자 했다”며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교권 보호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점점 많은 학생이 이공계는 연봉이나 직업 안정성에서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요. 그 대신 노후와 연봉이 보장되는 의대에 가려고 반수나 재수를 합니다.” 한 과학기술원 A 교수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학교를 관두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국가가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연구중심 국립대인 과학기술원조차 의대 열풍에 흔들리며 학생들이 이탈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술 분야 인력 수요는 팽창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고급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AIST 떠나 의대로 가는 학생들5일 종로학원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최근 4년간 이공계 특성화 대학 6곳의 재학생 중도 이탈 추이를 분석했다. 학업을 그만둔 학생은 2021년 222명에서 지난해 311명으로, 89명(40.1%) 증가했다. 이공계 특성화대 6곳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과기원)과 포스텍, 한국에너지공과대다. 4대 과기원만 놓고 보면 이탈자는 268명이고 증가율은 43.3%(81명)로 더 컸다. 특히 DGIST는 이탈자가 7명에서 29명으로 4배가 늘었다. UNIST도 21명에서 66명으로 늘었다. 2019년부터 4년간 6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관둔 학생은 총 1024명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의대나 약대 등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 학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흐름은 원래도 있었지만 최근 의대와 약대 모두 신입생 선발로 학생모집 방식이 바뀐 데다 의대 열풍이 더해져 이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이 폐지되면서 전국 37개 약대는 올해부터 신입생만 선발한다. 기존에는 일반학과 2학년생이 PEET를 치러 약대 3학년으로 편입해야 했다. 앞으로는 재수나 반수를 통해 약대 도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의대(전국 39개)와 약대를 노리는 이공계 학생의 이탈률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최근 만난 한 이공계 특화대 교수도 학교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이탈생 90%는 의대를 가려고 빠져나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공계 처우 개선 없인 인력난 못 막아이공계 특성화대 6곳 대부분은 모든 재학생에게 학비와 병역 특례 혜택을 지원한다.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 연구 등의 진로를 고려했을 때 의대 재도전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공계 분야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5년간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신기술 분야 인력이 6만 명 부족하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도 2030년까지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 인력 7만7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는 인력난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교수는 “미국처럼 이공계 박사 출신 인력의 연봉이 3억 원 수준으로 보장되지 않는 한 학생들은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국내 이공계 박사 후 연봉은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억 원에 못 미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달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수학 만점자가 최소 2520명 쏟아졌다. 6월 모의평가(648명)의 약 4배다. 윤석열 대통령의 6월 지시로 공교육 과정 외의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된 첫 시험에서 수학 변별력 확보에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의대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과목별 수능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 영역별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으로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수능 도입 이후 가장 낮았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가 전체 응시자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으면 시험이 어려웠고, 낮으면 쉬웠다는 뜻이다. 최고점을 받은 2520명은 난도가 높은 ‘미분과 적분’ 선택자(이과생)들로 추정된다. 2024학년도 전국 의예과 선발 인원 3016명 중 수능으로 뽑는 정시 인원이 1144명인데,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학 만점자가 나온 셈이다. 반면 국어는 6월 모의평가에서 1492명이었던 만점자가 9월에 135명으로 급감했다. 윤 대통령이 지적했던 비문학은 킬러 문항이 사라져 쉬웠지만, 반대로 문학이 매우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다. 영어도 까다롭게 출제돼 1등급을 받은 응시생 비율이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 이 때문에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 지원한 재학생 상당수가 대학이 요구한 최저학력기준(일정 등급 이상)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기조대로 11월 16일 수능이 출제된다면 올해 대입은 수학이 아니라 국어와 탐구 과목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