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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중반의 농부 강성국(가명) 씨는 10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었고,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약과 주사로 버티는 동안 어깨 가동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약물 효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예 팔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강 씨는 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또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힘줄(회전근개) 여러 개가 파열돼 있었다. 이미 어깨 관절이 많이 손상된 터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까. 윤 교수는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대형 수술로 악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어깨 통증은 겨울에 더욱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이로 인해 어깨 주변 근육이 경직된다. 혈액 순환도 잘 안된다. 이러니 통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깨 통증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어깨보다는 팔에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원인이라면 통증이 어깨를 넘어 가슴과 팔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대상포진이 원인이라면 통증과 함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 반면 어깨 자체의 질병이 원인일 때는 일반적으로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일 때가 많다.●“오십견, 50대 이후에 생긴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50대에 주로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임상적으로 봤을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30, 40대를 자세히 보면 90% 정도가 오십견이다”라고 말했다.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에 걸리면 일단 통증이 나타난다. 개인마다 혹은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에 따라 통증 강도는 다르다. 오십견이라면 대체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또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다. 초기에는 통증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바지춤을 올리거나 △뒷짐을 지거나 △안전벨트를 매거나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등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들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팔을 올릴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팔을 조금만 들어도 아프다. 아예 팔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팔을 잡고 들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팔에 힘 떨어지면 회전근개 파열 의심” 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회전근개 파열 환자도 늘었다. 이 때문에 회전근개 파열을 ‘스포츠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60대 이상 여성 환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 윤 교수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이상 환자의 10~15%는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된다.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때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깨 통증 외에 다른 증세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이 경우에도 팔을 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다른 점은 팔에서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물건도 잘 잡고 팔도 높이 올릴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팔을 들지 못한다. 나중에는 회전근개가 파열된 쪽의 팔을 다른 팔로 들어올려도 힘없이 툭 떨어진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십견으로 자가 진단하고는 약물로 버틴다. 그러는 동안 찢어진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병은 악화된다. 그 팔의 근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힘줄을 봉합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오십견은 자가 치료,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 오십견은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를 하면 된다. 굳이 비싼 치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수는 “6개월 이상 이런 식의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3, 4개월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자가 치료를 게을리 하면 1년 혹은 2년 이상 오십견이 지속될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오십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완전 회복에 이르기까지 2,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통증과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사이에 근육량이 크게 줄어 예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자가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경미한 상태라면 이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다면 수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운동으로는 붙일 수 없다”며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온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작은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연숙(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어깨 통증이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이 모두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수술만으로 회복됐다.●“매일 세 가지 스트레칭으로 어깨 통증 완화” 평소 어깨 뭉침이 심하거나 통증이 미세하게나마 있다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윤태환 교수가 어깨 병 환자에게 실제로 처방하고 교육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자. 통증을 줄이고 어깨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동작을 따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한 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① 책상 혹은 식탁, 세면대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책상 위에 손날을 세운 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목을 10~15초 동안 바닥 쪽으로 천천히 내린다. 통증이 심하면 중단한다. 다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는 큰 상관이 없다. 3회 정도 이어서 스트레칭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같은 방식으로 하고, 2세트를 더 한다. 만약 허리가 아프다면 같은 동작을 벽을 짚고 해도 된다. ② 한쪽 팔로 벽을 짚는다. 이때 팔은 어깨와 수직을 이루도록 하고 팔꿈치는 벽에 닿아야 한다. 상체는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10~15초 동안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몸 전체가 따라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회씩 3세트. ③ 어깨 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후 두 팔을 등 뒤로 보낸다. 이어 등에 댄 양팔을 10~15초 동안 천천히 올린다.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올리는 게 좋다. 3회씩 3세트. 두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면 수건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갑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좌절감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를 극복해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까운 수준까지 이른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들의 투병 스토리가 똑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투병 의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남짓이다. 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췌장은 우리 몸의 중심부,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 덩어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3기나 4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암을 극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항공정비업을 하다 은퇴한 이재운 씨(64)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만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와 의료진을 만났다.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췌장암 발견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을 받던 2017년 3월의 상황을 떠올렸다. 초음파 검진을 하는 의사가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았다. 순간 뭔가 심상찮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췌장 몸통 부위에 물혹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 이후 의료진은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암으로 보이는 혹의 크기는 2㎝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암이 아니라는 뜻)’으로 나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황달 등 암 동반 증세는 없었다. 암이 아닌 걸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초기 췌장암의 경우 종종 조직 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내시경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했다. 결과를 놓고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회의를 가졌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암일 확률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수술을 권했다.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였다. 그는 “믿기 싫었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을까 말까,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의료진을 믿기로 하고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다. 췌장암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술로 췌장 50% 절개, 이후 항암 치료수술은 홍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로 췌장의 50%를 절제했다. 절제한 조직을 검사해 보니 2기 췌장암이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홍 교수는 “만약 더 끌었더라면 3기로 악화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20일 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 치료는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때부터 6개월 동안 6회의 집중 항암 치료가 시행됐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용량을 조절하면서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원래 당뇨 전 단계였던 이 씨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어 하다 보니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이 생기거나 만성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이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CT로 추적 검사를 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만으로 5년이 흐른 지난해 4월 이 씨는 미세한 암 세포도 발견하는 장비인 PET 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이 교수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 씨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홍 교수 또한 “당뇨병만 잘 관리하면 췌장암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딸의 ‘효심’이 부모 생명 살려”이 씨의 검진은 딸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바로 그해 초 생애 첫 월급을 받은 딸은 부모님의 종합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이 검진에서 이 씨는 췌장암, 이 씨의 아내는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이 씨 아내가 먼저 수술대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이 씨도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생명을 건졌다. 딸의 효심이 부모를 살린 셈이다. 요즘 이 씨의 삶은 6년 전과 완전 딴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었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병과 싸우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하루에 3회, 매회 1시간씩 달렸다. 요즘에도 매일 1시간씩은 잊지 않고 달린다. 덕분에 수술 전에는 76㎏이었던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물론 혈당과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용량이 크게 줄었다. 혈당 자체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당뇨병 상황을 체크한다. 몸이 좋아지니 식욕이 당긴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양껏 먹지만 저녁에는 소식을 한다. 추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과 우유를 많이 먹는다. 얼마 전 이 씨는 아내와 반려견들을 데리고 속리산 자락의 한 마을로 이사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도 하고 새로 얻은 삶도 즐기기 위해서다. 이 씨는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자신처럼 완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병에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췌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홍 교수는 “임상에서 볼 때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30% 정도이며 이 중 30%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완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이런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진단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2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은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과 닿아 있다. 3기부터는 암이 이 혈관에 침투한다. 따라서 3기 이후로는 수술이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2기에 발견해야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뇨병이 새로 생겼거나 더 심해질 경우,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황달이나 복통과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완전히 여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덕분에 환자 회복이 빨라져 항암 치료 시기를 앞당겼다. 이 교수는 “요즘 항암 치료제는 과거보다 효능은 좋아지고 부작용도 줄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투병한다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갑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좌절감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를 극복해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까운 수준까지 이른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들의 투병 스토리가 똑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남짓이다.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췌장은 우리 몸의 중심부,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 덩어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3기나 4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암을 극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항공정비업을 하다 은퇴한 이재운 씨(64)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와 의료진을 만났다. ●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췌장암 발견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 건강검진을 받던 2017년 3월의 상황을 떠올렸다. 초음파 검진을 하는 의사가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았다. 순간 뭔가 심상찮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췌장 몸통 부위에 물 혹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 이후 의료진은 복부 CT(컴퓨터단층)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암으로 보이는 혹의 크기는 2㎝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암이 아니라는 뜻)’으로 나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황달 등 암 동반 증세는 없었다. 암이 아닌 걸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초기 췌장암의 경우 종종 조직 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내시경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했다. 결과를 놓고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회의를 가졌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암일 확률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수술을 권했다.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였다. 그는 “믿기 싫었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을까 말까,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의료진을 믿기로 하고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다. 췌장암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 수술로 췌장 50% 절개, 이후 항암치료 수술은 홍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로 췌장의 50%를 절제했다. 절제한 조직을 검사해 보니 2기 췌장암이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홍 교수는 “만약 더 끌었더라면 3기로 악화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20일 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 치료는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때부터 6개월 동안 6회의 집중 항암 치료가 시행됐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용량을 조절하면서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원래 당뇨 전 단계였던 이 씨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어 하다 보니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이 생기거나 만성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이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CT로 추적 검사를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만으로 5년이 지난 지난해 4월 이 씨는 미세한 암 세포도 발견하는 장비인 PET CT(양전자컴퓨터단층)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이 교수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 씨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홍 교수 또한 “당뇨병만 잘 관리하면 췌장암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딸의 ‘효심’이 부모 생명 살려” 이 씨의 검진은 딸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바로 그 해 초 생애 첫 월급을 받은 딸은 부모님의 종합검진을 예약했다. 이 검진에서 이 씨는 췌장암, 이 씨의 아내는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이 씨 아내가 먼저 수술대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이 씨도 수술을 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생명을 건졌다. 딸의 효심이 부모를 살린 셈이다. 요즘 이 씨의 삶은 6년 전과 완전 딴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었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병과 싸우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하루에 3회, 매회 1시간씩 달렸다. 요즘에도 매일 1시간씩은 잊지 않고 달린다. 덕분에 수술 전에는 76㎏였던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물론 혈당과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용량이 크게 줄었다. 혈당 자체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당뇨병 상황을 체크한다. 몸이 좋아지니 식욕이 당긴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양껏 먹지만 저녁에는 소식을 한다. 추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과 우유를 많이 먹는다. 얼마 전 이 씨는 아내와 반려견들을 데리고 속리산 자락의 한 마을로 이사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도 하고 새로 얻은 삶도 즐기기 위해서다. 이 씨는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자신처럼 완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병에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췌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 홍태호 교수는 “임상에서 볼 때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약 30% 정도이며 이 중 30%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완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이런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진단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2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은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과 닿아 있다. 3기부터는 암이 이 혈관에 침투한다. 따라서 3기 이후로는 수술이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2기에 발견해야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뇨병이 새로 생겼거나 더 심해질 경우,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황달이나 복통과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완전히 여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덕분에 환자 회복이 빨라져 항암 치료 시기를 앞당겼다. 이명아 교수는 “요즘 항암치료제는 과거보다 효능은 좋아지고 부작용도 줄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투병한다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로봇위원회 초대위원장, 한국수술로봇교육훈련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그러다가 2년 전 일반 스키를 중단하고 산악스키를 시작했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 가지 않아”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산악스키 즐기려면 장비 제대로 갖추고 동반자와 함께 체력에 맞는 코스로 올라야 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리프트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식의 알파인스키다. 그러다가 2년 전 스키 타는 방법을 업그레이드했다. 스키의 단점을 보완한 산악스키를 시작한 것이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 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가지 않아” 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 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산악스키 도전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할까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다약제 복용’이라고 규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가지 이상의 약을 3개월 이상 복용하는 65세 이상의 내국인 고령자는 2010년 165만 명에서 2019년 275만 명으로 늘었다.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한 경우도 같은 기간 40만 명에서 94만 명으로 급증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고령자의 다약 복용 정도가 심하다. 2019년 기준으로 75세 이상의 국내 환자 중에서 5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3개월 복용한 비율은 70.2%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48.3%)를 한참 웃돈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장(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이 통계에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약을 먹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국의 고령자가 약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셈이다. 이대로 괜찮을 걸까. 강 교수는 “적절한 약의 복용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약을 동시에 먹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약물 동시 복용, 부작용 확률 커”강 교수는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5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할 경우 4가지 이하의 약을 먹을 때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약 복용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은 2배, 사망 확률은 3배 높았다. 다약 복용의 부작용은 의외로 흔하다며 그가 들려준 사례를 살펴보자. 70대 후반 남성 A 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던 중 저혈압 쇼크가 왔다.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의료진은 A 씨가 복용 중인 15가지 약의 성분을 확인했다. 그중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는 약이 있었다. 그 약물만 끊었는데 혈압이 다시 올라갔고, A 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70대 초반 여성 B 씨는 천식 환자다. 어느 날부터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 응급실로 실려 왔다. 검사해 보니 팔다리 근육에 염증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콩팥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급히 신장 투석을 했다. 나중에 보니 B 씨 또한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었다. 감기에 걸려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위장을 보호하는 알약의 성분이 천식을 악화시킨 것이다. 다행히 치료는 잘 끝났지만 조금 더 늦었더라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약 복용 부작용 막으려면많은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 졸림, 낙상, 인지 저하, 구역질, 구토 등을 꼽을 수 있다.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콩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젊은층보다는 고령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강 교수는 “노인들은 간과 콩팥은 물론이고 전체적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다”며 “젊은층과 동일한 용량의 약을 먹어도 몸 안에 더 오래 머물다 보니 이상 반응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약을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약들은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를 통해 걸러진다. DUR는 의사와 약사가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컴퓨터 화면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시스템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잡아내지 못한다.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내력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이 시스템만으로는 다약 복용의 부작용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잘 체크해야 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약을 먹은 이후로 △1, 2일 만에 가려움증이 나타나거나 △7∼10일 이후에 전신 발진이 나타나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구토 증세가 있다면 다약 복용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 약물 성분이 서로 충돌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환자가 알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의사에게 복용 중인 약의 목록을 주고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에 설치된 한국의약품안전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도 약물 부작용 상담이 가능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시범 진행 중인 ‘다제약물 관리 사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병원에서는 입·퇴원과 외래 진료 때 다약 복용 상담이 가능하다. 약사들이 직접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 중인 만성질환자를 방문해 상담해 주기도 한다. 건보공단, 각 병원, 대한약사회 등에 문의하면 된다.○ 환자들의 잘못된 약 복용 습관도 고쳐야이와 별개로 노인들이 약 복용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가령 “진통제를 하루 2회 복용하라”고 처방했는데도 통증이 나타난다며 임의로 더 먹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약 복용 기간에는 금주를 당부했지만 이를 어기는 사례는 너무 많다. 이 경우 약의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항진균제, 타이레놀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물, 항히스타민제는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또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도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임의로 약을 먹었다가 끊었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하는 사례도 많다. 강 교수는 “재진 환자 중에 상당수가 처방약을 다 먹지 않은 상태로 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침 식전에 복용했는데 깜빡 잊고 식전과 식후에 중복으로 복용하는 경우 △약이 떨어졌다며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얻어먹는 경우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 강 교수는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은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로 인해 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복통이나 두드러기, 콩팥 손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혈압-당뇨 포함 특정질환에 약효 떨어지는 비타민 등 성분 확인을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상관없을까. 강혜련 교수는 “영양제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기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체로 무방하다”면서도 “하지만 질병이 있다면 여러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할 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성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약을 복용한다면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테면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용량의 비타민C, 비타민E를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녹내장 치료제(아세타졸라마이드 성분)를 비타민C와 같이 먹을 때도 신장 결석이나 요로 결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과 비타민E를 같이 먹으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뇌중풍(뇌졸중), 심방세동 등 심·뇌혈관 환자들은 혈액 응고를 막는 약물(와파린 성분)을 복용하는데, 동시에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K를 같이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혈전 약과 오메가3를 동시에 먹으면 오메가3가 혈액 응고를 방해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적절한 용량만 섭취하며 건강 검진을 통해 영양 성분이 충분하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두드러기, 가려움증,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각 복용을 멈출 것을 권했다. 또 유통 기한이 지난 영양제는 독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 강 교수는 병이 있는 환자들은 영양제를 선택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강 교수는 영양제 복용이 ‘차선책’임을 강조했다. 먼저 매주 3회 이상 운동하고, 절주 혹은 금주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에도 영양제가 필요하다면 먹으라는 주문이다.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다약제 복용’이라고 규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가지 이상의 약을 3개월 이상 복용하는 65세 이상의 내국인 고령자는 2010년 165만 명에서 2019년 275만 명으로 늘었다.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한 경우도 같은 기간 40만 명에서 94만 명으로 급증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고령자의 다약 복용 정도가 심하다. 2019년 기준으로 75세 이상의 국내 환자 중에서 5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3개월 복용한 비율은 70.2%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48.3%)를 한참 웃돈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장(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이 통계에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약을 먹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국의 고령자가 약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셈이다. 이대로 괜찮을 걸까. 강 교수는 “적절한 약의 복용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약을 동시에 먹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여러 약물 동시 복용, 부작용 확률 커”강 교수는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5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할 경우 4가지 이하의 약을 먹을 때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약 복용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은 2배, 사망 확률은 3배 높았다. 다약 복용의 부작용은 의외로 흔하다며 그가 들려준 사례를 살펴보자. 70대 후반 남성 A 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던 중 저혈압 쇼크가 왔다.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의료진은 A 씨가 복용 중인 15가지 약의 성분을 확인했다. 그중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는 약이 있었다. 그 약물만 끊었는데 혈압이 다시 올라갔고, A 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70대 초반 여성 B 씨는 천식 환자다. 어느 날부터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 응급실로 실려 왔다. 검사해 보니 팔다리 근육에 염증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콩팥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급히 신장 투석을 했다. 나중에 보니 B 씨 또한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었다. 감기에 걸려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위장을 보호하는 알약의 성분이 천식을 악화시킨 것이다. 다행히 치료는 잘 끝났지만 조금 더 늦었더라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C 씨는 결핵 치료를 1년 넘게 받았던 60대 남성이다. 결핵 약은 사람에 따라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C 씨도 그랬다. 너무 가려웠지만 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해 참았다. 하지만 이 또한 약물 부작용이었다. C 씨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먹었던 약이 가려움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C 씨가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콜레스테롤 약을 다른 성분으로 바꿨을 것이다. 물론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C 씨로서는 억울할 따름이다. ● 다약 복용 부작용 막으려면많은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 졸림, 낙상, 인지 저하, 구역질, 구토 등을 꼽을 수 있다.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콩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젊은층보다는 고령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강 교수는 “노인들은 간과 콩팥은 물론이고 전체적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다”며 “젊은층과 동일한 용량의 약을 먹어도 몸 안에 더 오래 머물다 보니 이상 반응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약을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약들은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를 통해 걸러진다. DUR는 의사와 약사가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컴퓨터 화면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시스템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잡아내지 못한다.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내력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이 시스템만으로는 다약 복용의 부작용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잘 체크해야 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약을 먹은 이후로 △1, 2일 만에 가려움증이 나타나거나 △7~10일 이후에 전신 발진이 나타나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구토 증세가 있다면 다약 복용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 약물 성분이 서로 충돌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환자가 알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의사에게 복용 중인 약의 목록을 주고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에 설치된 한국의약품안전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도 약물 부작용 상담이 가능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시범 진행 중인 ‘다제약물 관리 사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병원에서는 입·퇴원과 외래 진료 때 다약 복용 상담이 가능하다. 약사들이 직접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 중인 만성질환자를 방문해 상담해 주기도 한다. 건보공단, 각 병원, 대한약사회 등에 문의하면 된다. ● 환자들의 잘못된 약 복용 습관도 고쳐야 이와 별개로 노인들이 약 복용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가령 “진통제를 하루 2회 복용하라”고 처방했는데도 통증이 나타난다며 임의로 더 먹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약 복용 기간에는 금주를 당부했지만 이를 어기는 사례는 너무 많다. 이 경우 약의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항진균제, 타이레놀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물, 항히스타민제는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또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도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임의로 약을 먹었다가 끊었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하는 사례도 많다. 강 교수는 “재진 환자 중에 상당수가 처방약을 다 먹지 않은 상태로 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침 식전에 복용했는데 깜빡 잊고 식전과 식후에 중복으로 복용하는 경우 △약이 떨어졌다며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얻어먹는 경우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 강 교수는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은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로 인해 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복통이나 두드러기, 콩팥 손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치료제 아닌 ‘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될까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상관없을까. 강혜련 교수는 “영양제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기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체로 무방하다”면서도 “하지만 질병이 있다면 여러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할 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성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약을 복용한다면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가령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용량의 비타민C, 비타민E를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녹내장 치료제(아세타졸라마이드 성분)를 비타민C와 같이 먹을 때도 신장 결석이나 요로 결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과 비타민E를 같이 먹으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뇌중풍(뇌졸중), 심방세동 등 심·뇌혈관 환자들은 혈액 응고를 막는 약물(와파린 성분)을 복용하는데, 동시에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K를 같이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혈전 약과 오메가3를 동시에 먹으면 오메가3가 혈액 응고를 방해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적절한 용량만 섭취하며 건강 검진을 통해 영양 성분이 충분하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두드러기, 가려움증,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각 복용을 멈출 것을 권했다. 또 유통 기한이 지난 영양제는 독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 강 교수는 병이 있는 환자들은 영양제를 선택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강 교수는 영양제 복용이 ‘차선책’임을 강조했다. 먼저 매주 3회 이상 운동하고, 절주 혹은 금주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에도 영양제가 필요하다면 먹으라는 주문이다.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약의 올바른 복용 및 관리법1. 복용 중인 모든 약물의 이름, 복용 방법, 효과와 부작용을 목록으로 만든다.2. 의사가 처방한 그대로 약을 복용한다.3. 복용하는 약이 많아지면 의사에게 반드시 문의한다.4. 약 복용 시간을 알람으로 맞추고 복용 기간을 달력에 표시한다.5. 증세가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지 않는다.6. 증세가 비슷하더라도 임의로 남의 약을 먹지 않는다.7.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은 폐기한다.8. 약물 부작용이 있다면 약물안전카드를 발급받고 의료진에게도 알린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65)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닥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수술을 이렇게 많이 집도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 3월 건강검진에서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체중은 68kg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물었다. 안 교수는 “생활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병원 안이든 밖이든 걷는 시간을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주말농장도 직접 가꿨다. 안 교수는 10월까지 춘천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농사를 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메달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 전국의 웬만한 걷기길 완주2010년 걷기 열풍이 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던 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걸어볼까?’ 대학교수들은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1년 동안 안식년 휴가를 준다. 안 교수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1년을 오롯이 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한두 달씩 쪼개 몇 년에 걸쳐 휴가를 써야 했다. 그 휴가를 이용해 전국 걷기길(둘레길)을 완주하리라 결심했다. 그 즈음 제주도에 갔다가 풍광에 반해 버렸다. 진심으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바로 안식년 휴가를 내고 일주일 동안 제주올레길 코스 여러 곳을 걸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안 교수는 틈날 때마다 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가 나머지 코스를 걸었다. 이런 식으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26개 코스, 425km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은 현재 27개 코스, 437km로 늘어난 상태다. 걷다 보니 그 매력에 심취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동시에 지리산둘레길에도 도전했다. 2018년까지 22개 코스, 295km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 완주에 8년이 걸렸는데 지리산둘레길 완주에는 3년이 걸렸다. 이어 서울 둘레길(8코스, 157km), 북한산 둘레길(21코스, 72km), 부산 갈맷길(21코스, 270km)도 완주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50코스, 770km 길이의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 지난해에는 5일 만에 경기 구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10코스, 125km의 경기옛길평해길을 완주했다. 국내 걷기길을 거의 다 걸었으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올해 5월 그 꿈을 이뤘다. 16일에 걸쳐 전체 800km 중에서 250km를 걸었다. 걷는 요령이 있을까. 안 교수는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시속 3∼4km 속도로 7, 8시간 걷는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에 20∼25km를 주파한다”고 말했다.○자전거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제주올레길 완주에 도전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흠뻑 빠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전거 길도 잇달아 만들어졌다. 자전거만 있으면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감도 생긴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국토 종주(아라서해갑문∼낙동강하구둑) △4대강 자전거길 종주 △구간별 종주(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 해안도로 등)를 끝마쳐야 한다. 2014년 가장 먼저 국토 종주에 도전했다.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해 충주까지 2박 3일 동안 자전거를 탔다. 그다음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두 달 후 충주로 가서 3박 4일 동안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를 탔다. 2회에 걸쳐 안 교수가 자전거를 탄 거리는 633km나 됐다. 첫 자전거 여행을 국토 종주로 마무리했다. 안 교수는 달리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 계획은 당장 이행하지 못했다. 걷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데다 병원 업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그해에 동해안 강원 지역(242km)과 동해안 경북 지역(76km)을 달렸다. 2021년 들어서는 제주도 일주(234km), 오천자전거길(105km), 금강자전거길(146km)을 돌았다. 올 들어 4월까지 영산강(133km), 섬진강(149km)을 추가로 돌았다. 이렇게 해서 총 1718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마침내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30년 넘게 간헐적 단식”요즘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올 9월 현재의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도 더 늘었고,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1주일에 사흘은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시간 정도는 걷는 게 다행이라 했다. 안 교수는 하루빨리 다시 걷고 자전거 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운동을 많이 해 놓은 덕분에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후로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빨리 시스템을 안정시켜 놓고 다시 운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운동을 다시 한다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고 싶단다. 상체 근력 운동이다. 안 교수는 “하체는 튼튼하니까 상체만 보강하면 균형 있는 몸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뒤늦게 안 교수가 또 하나의 건강 비결을 알려줬다. 전공의 시절부터 유지하고 있는 식사 습관이다. 보통 오후 7시에 식사를 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금식한다.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30년도 훨씬 전부터 해 온 셈이다. 안 교수는 아침 겸 점심을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양을 줄여 먹는다. 대신 저녁 식사는 넉넉히 먹는 편이다.집 근처 가까운 길부터 실천… 혼자보다 벗과 함께하면 좋아… 완수 마음가짐이 성공 동력 고령에 국토완주 가능할까 안세현 교수는 50대 이후에 전국 걷기길 완주와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10년 넘게 지속한 끝에 60대 이후에 완주에 성공했다. 고령자들에게 이런 도전이 무모한 건 아닐까. 안 교수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그대로 이행한다면 60대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장 가까운 걷기길(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전국 걷기길을 찾아 걷는다. 서울 시민이라면 우선적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한 코스를 정해 휴일마다 걷고, 나중에 서울둘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휴가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걷기길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혼자 걷기보다는 벗이 있는 게 좋단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걷다 보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게 동력이 돼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다. 물론 전국의 걷기길을 완주하거나 자전거로 국토 완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더디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65)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닥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수술을 이렇게 많이 집도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 3월 건강검진에서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체중은 68㎏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물었다. 안 교수는 “생활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병원 안이든 밖이든 걷는 시간을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주말농장도 직접 가꿨다. 안 교수는 10월까지 춘천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농사를 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메달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전국의 웬만한 걷기길 완주2010년 걷기 열풍이 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던 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걸어볼까?’ 대학교수들은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1년 동안 안식년 휴가를 준다. 안 교수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1년을 오롯이 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한두 달씩 쪼개 몇 년에 걸쳐 휴가를 써야 했다. 그 휴가를 이용해 전국 걷기길(둘레길)을 완주하리라 결심했다. 그 즈음 제주도에 갔다가 풍광에 반해 버렸다. 진심으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바로 안식년 휴가를 내고 일주일 동안 제주올레길 코스 여러 곳을 걸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안 교수는 틈날 때마다 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가 나머지 코스를 걸었다. 이런 식으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26개 코스, 425㎞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은 현재 27개 코스, 437㎞로 늘어난 상태다. 걷다 보니 그 매력에 심취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동시에 지리산둘레길에도 도전했다. 2018년까지 22개 코스, 295㎞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 완주에 8년이 걸렸는데 지리산둘레길 완주에는 3년이 걸렸다. 이어 서울 둘레길(8코스, 157㎞), 북한산 둘레길(21코스, 72㎞), 부산 갈맷길(21코스, 270㎞)도 완주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50코스, 770㎞ 길이의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 지난해에는 5일 만에 경기 구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10코스, 125㎞의 경기옛길평해길을 완주했다. 국내 걷기길을 거의 다 걸었으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올해 5월 그 꿈을 이뤘다. 16일에 걸쳐 전체 800㎞ 중에서 250㎞를 걸었다. 걷는 요령이 있을까. 안 교수는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시속 3~4㎞ 속도로 7, 8시간 걷는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에 20~25㎞를 주파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제주올레길 완주에 도전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흠뻑 빠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전거 길도 잇달아 만들어졌다. 자전거만 있으면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감도 생긴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국토 종주(아라서해갑문~낙동강하구둑) △4대강 자전거길 종주 △구간별 종주(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 해안도로 등)를 끝마쳐야 한다. 2014년 가장 먼저 국토 종주에 도전했다.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해 충주까지 2박 3일 동안 자전거를 탔다. 그다음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두 달 후 충주로 가서 3박 4일 동안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를 탔다. 2회에 걸쳐 안 교수가 자전거를 탄 거리는 633㎞나 됐다. 첫 자전거 여행을 국토 종주로 마무리했다. 안 교수는 달리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 계획은 당장 이행하지 못했다. 걷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데다 병원 업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그해에 동해안 강원 지역(242㎞)과 동해안 경북 지역(76㎞)을 달렸다. 2021년 들어서는 제주도 일주(234㎞), 오천자전거길(105㎞), 금강자전거길(146㎞)을 돌았다. 올 들어 4월까지 영산강(133㎞), 섬진강(149㎞)을 추가로 돌았다. 이렇게 해서 총 1718㎞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마침내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30년 넘게 간헐적 단식”요즘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올 9월 현재의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도 더 늘었고,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1주일에 사흘은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시간 정도는 걷는 게 다행이라 했다. 안 교수는 하루빨리 다시 걷고 자전거 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운동을 많이 해 놓은 덕분에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후로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빨리 시스템을 안정시켜 놓고 다시 운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운동을 다시 한다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고 싶단다. 상체 근력 운동이다. 안 교수는 “하체는 튼튼하니까 상체만 보강하면 균형 있는 몸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뒤늦게 안 교수가 또 하나의 건강 비결을 알려줬다. 전공의 시절부터 유지하고 있는 식사 습관이다. 보통 오후 7시에 식사를 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금식한다.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30년도 훨씬 전부터 해 온 셈이다. 안 교수는 아침 겸 점심을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양을 줄여 먹는다. 대신 저녁 식사는 넉넉히 먹는 편이다.가까운 산책로부터 벗과 함께 걸어보아요안세현 교수는 50대 이후에 전국 걷기길 완주와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10년 넘게 지속한 끝에 60대 이후에 완주에 성공했다. 고령자들에게 이런 도전이 무모한 건 아닐까. 안 교수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그대로 이행한다면 60대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장 가까운 걷기길(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전국 걷기길을 찾아 걷는다. 서울 시민이라면 우선적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한 코스를 정해 휴일마다 걷고, 나중에 서울둘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휴가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걷기길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혼자 걷기보다는 벗이 있는 게 좋단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걷다 보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가족이나 친구, 동호회 회원들과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게 동력이 돼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다. 물론 전국의 걷기길을 완주하거나 자전거로 국토 완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더디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겨울만 되면 피부 질환이 생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겨울에는 보통 습진이라 부르는 피부염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피부 수분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피부염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건성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동전 모양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이 흔하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성피부염 환자가 겨울에 가장 많고, 아토피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등이 다음”이라고 했다. 때로는 두세 가지 피부염이 겹쳐 나타날 때도 있다. 피부염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 있다. 바로 건선이다. 건선은 일종의 면역 질환으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대 혹은 50대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피부염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 교수에 따르면 겨울철 피부 질환 환자의 1∼2% 정도가 건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다만 증세가 나타나면 자가 진단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 피부염과 건선, 발생 부위가 다르다가려움증은 피부 질환의 공통된 증세다. 다만 피부염의 경우 초반부터 가려운 반면에 건선일 때는 대체로 증세가 악화되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따라서 가려움증만으로 피부 질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피부가 붉게 변하는 증세도 대부분 피부 질환에서 나타난다. 이 또한 병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증세가 처음 나타나는 부위는 피부 질환마다 약간씩 다르다. 처음부터 잘 관찰하면 어떤 피부 질환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선은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발꿈치나 무릎처럼 뼈가 돌출된 부위에 잘 생긴다. 머리에도 생길 수 있다. 비듬이 갑자기 우수수 떨어진다면 머리 피부에 건선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정반대다. 나중에는 전신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주로 접히는 부위, 그러니까 팔 안쪽이나 오금 부위 주변에서 발생한다. 성인이 된 후 아토피피부염에 걸렸다면 얼굴에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지루성피부염은 얼굴이나 눈썹, 코와 입술 주름, 귀, 겨드랑이와 가슴골 사이 등 몸통에 먼저 생긴다. 다리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반면 건성피부염은 팔다리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인체에서 가장 먼저 건조해지는 부위가 팔과 다리이기 때문이다. 동전 모양 피부염도 팔과 다리에서 많이 발생한다. ○“피부 질환 부위 모양 보고 2차 판단 가능”각각의 피부 질환에 걸리면 해당 부위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이 건성피부염과 건선이다. 건성피부염일 때는 해당 부위가 붉게 변하고, 그 위로 각질이 생긴다. 이때 각질의 양은 많지만 두께는 얇다.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졌을 때, 혹은 도자기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을 때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건선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건성피부염으로 착각할 수 있다. 건선일 때는 각질이 훨씬 더 두껍게 덮인다. 이 때문에 그 부위가 하얗게 보인다. 주변 피부와는 명확하게 붉은색 경계선으로 나뉜다. 또 건선 부위는 얇은 판이 살짝 부풀어 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건선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붉은 점에서 시작해 점차 커지거나 주변의 다른 붉은 점과 합쳐져 더 큰 반점이 된다. 건선일 때 각질을 떼면 피가 나오지만 지루성피부염일 때는 진물이 먼저 나올 때가 많다는 점도 다르다. 물론 건선이나 지루성피부염 모두 각질을 함부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동전 모양 피부염은 특히 노인 환자의 피부 건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피부가 건조한 겨울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해당 부위가 동전처럼 동그랗게 보인다. 하얀 각질이 없는 대신 진물이 눌어붙어 노란 딱지가 생긴다.○만성 질환 되면 치료 힘들어져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부터 한다. 다만 각각의 질환에 필요한 약물을 쓰기 때문에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사실 건선은 경증과 중증 모두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피부염은 경증일 때는 겨울만 잘 넘겨도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빨간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증일 때 가렵다고 마구 긁어대면 증세가 악화된다. 해당 부위가 점점 두꺼워지고 피부색이 칙칙한 갈색으로 바뀌며, 주름도 깊고 뚜렷해진다.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고 교수에 따르면 보통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6∼8주가 지나면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만성 단계가 되면 치료 기간은 훨씬 길어지고, 효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급성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이 경우 2, 3주 동안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을 쓴 뒤 보습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진물이 나오는 피부염이라면 하루 2, 3회 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찜질 과정에서 불순물이 배출된다. 찜질을 끝내고 약을 바르면 흡수도 더 잘된다. 다만 냉찜질이나 온찜질 모두 좋지 않으며 20∼30도에서 5∼10분 이내에서 끝내야 한다. 건선의 경우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치료 기간이 수개월 걸릴 수도 있다. 고 교수는 “건선은 한 번에 낫는 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약을 장기간 사용할 때 부작용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부작용을 없앤 약들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건선에도 찜질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고 교수는 “건선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찜질이든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목욕은 주 3회에 순한 비누-보습제 활용… 등산 등 장시간 외출땐 자외선 차단제를 건조한 겨울에는 피부 또한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때로는 잘못된 목욕이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주연 교수는 “샤워나 목욕 횟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목욕하는 것은 피부에 좋지 않다. 1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운 탓에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거나 한증막에서 땀을 빼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정도로 끝내는 게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5∼10분 이내로 한다.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를 박박 문지르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비누는 순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피부에 비누나 세정제 성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여러 번 씻어내야 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에는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린다. 목욕이 끝나고 3분 이내에 보습제나 로션을 바르는 게 좋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는다. 보통 온도는 24도 내외, 습도는 40∼50% 정도로 설정하는 게 좋다. 자기 전에 젖은 빨래를 널어 두면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찬 바람도 피부에는 큰 자극이 된다. 지나치게 추운 날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만약 스키나 겨울 등산 등의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또한 춥다고 핫팩을 너무 오랜 시간 피부와 접촉시키면 적갈색 반점이나 색소 침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겨울만 되면 각질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다. 해당 부위가 빨갛게 변하지 않는다면 병은 아니다. 얼굴이 지성 피부라고 해도 다리 부위는 건성 피부일 수 있다. 이 경우 충분히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은 대처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겨울만 되면 피부 질환이 생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겨울에는 보통 습진이라 부르는 피부염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피부 수분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피부염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건성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동전 모양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이 흔하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성피부염 환자가 겨울에 가장 많고, 아토피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등이 다음”이라고 했다. 때로는 두세 가지 피부염이 겹쳐 나타날 때도 있다. 피부염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 있다. 바로 건선이다. 건선은 일종의 면역 질환으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대 혹은 50대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피부염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 교수에 따르면 겨울철 피부 질환 환자의 1~2% 정도가 건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다만 증세가 나타나면 자가 진단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 피부염과 건선, 발생 부위가 다르다가려움증은 피부 질환의 공통된 증세다. 다만 피부염의 경우 초반부터 가려운 반면에 건선일 때는 대체로 증세가 악화되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따라서 가려움증만으로 피부 질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피부가 붉게 변하는 증세도 대부분 피부 질환에서 나타난다. 이 또한 병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증세가 처음 나타나는 부위는 피부 질환마다 약간씩 다르다. 처음부터 잘 관찰하면 어떤 피부 질환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선은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발꿈치나 무릎처럼 뼈가 돌출된 부위에 잘 생긴다. 머리에도 생길 수 있다. 비듬이 갑자기 우수수 떨어진다면 머리 피부에 건선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정반대다. 나중에는 전신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주로 접히는 부위, 그러니까 팔 안쪽이나 오금 부위 주변에서 발생한다. 성인이 된 후 아토피피부염에 걸렸다면 얼굴에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지루성피부염은 얼굴이나 눈썹, 코와 입술 주름, 귀, 겨드랑이와 가슴골 사이 등 몸통에 먼저 생긴다. 다리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반면 건성피부염은 팔다리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인체에서 가장 먼저 건조해지는 부위가 팔과 다리이기 때문이다. 동전 모양 피부염도 팔과 다리에서 많이 발생한다. ● “피부 질환 부위 모양 보고 2차 판단 가능”각각의 피부 질환에 걸리면 해당 부위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이 건성피부염과 건선이다. 건성피부염일 때는 해당 부위가 붉게 변하고, 그 위로 각질이 생긴다. 이때 각질의 양은 많지만 두께는 얇다.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졌을 때, 혹은 도자기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을 때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건선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건성피부염으로 착각할 수 있다. 건선일 때는 각질이 훨씬 더 두껍게 덮인다. 이 때문에 그 부위가 하얗게 보인다. 주변 피부와는 명확하게 붉은색 경계선으로 나뉜다. 또 건선 부위는 얇은 판이 살짝 부풀어 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건선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붉은 점에서 시작해 점차 커지거나 주변의 다른 붉은 점과 합쳐져 더 큰 반점이 된다. 건선일 때 각질을 떼면 피가 나오지만 지루성피부염일 때는 진물이 먼저 나올 때가 많다는 점도 다르다. 물론 건선이나 지루성피부염 모두 각질을 함부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동전 모양 피부염은 특히 노인 환자의 피부 건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피부가 건조한 겨울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해당 부위가 동전처럼 동그랗게 보인다. 하얀 각질이 없는 대신 진물이 눌어붙어 노란 딱지가 생긴다. ● 만성 질환 되면 치료 힘들어져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부터 한다. 다만 각각의 질환에 필요한 약물을 쓰기 때문에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사실 건선은 경증과 중증 모두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피부염은 경증일 때는 겨울만 잘 넘겨도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빨간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증일 때 가렵다고 마구 긁어대면 증세가 악화된다. 해당 부위가 점점 두꺼워지고 피부색이 칙칙한 갈색으로 바뀌며, 주름도 깊고 뚜렷해진다.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고 교수에 따르면 보통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6~8주가 지나면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만성 단계가 되면 치료 기간은 훨씬 길어지고, 효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급성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이 경우 2, 3주 동안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을 쓴 뒤 보습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진물이 나오는 피부염이라면 하루 2, 3회 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찜질 과정에서 불순물이 배출된다. 찜질을 끝내고 약을 바르면 흡수도 더 잘된다. 다만 냉찜질이나 온찜질 모두 좋지 않으며 20~30도에서 5~10분 이내에서 끝내야 한다. 건선의 경우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치료 기간이 수개월 걸릴 수도 있다. 고 교수는 “건선은 한 번에 낫는 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약을 장기간 사용할 때 부작용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부작용을 없앤 약들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건선에도 찜질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고 교수는 “건선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찜질이든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미지근한 물·순한 비누…피부 살리는 목욕법 건조한 겨울에는 피부 또한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때로는 잘못된 목욕이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주연 교수는 “샤워나 목욕 횟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목욕하는 것은 피부에 좋지 않다. 1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운 탓에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거나 한증막에서 땀을 빼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정도로 끝내는 게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5~10분 이내로 한다.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를 박박 문지르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비누는 순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피부에 비누나 세정제 성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여러 번 씻어내야 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에는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린다. 목욕이 끝나고 3분 이내에 보습제나 로션을 바르는 게 좋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는다. 보통 온도는 24도 내외, 습도는 40~50% 정도로 설정하는 게 좋다. 자기 전에 젖은 빨래를 널어 두면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찬 바람도 피부에는 큰 자극이 된다. 지나치게 추운 날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만약 스키나 겨울 등산 등의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또한 춥다고 핫팩을 너무 오랜 시간 피부와 접촉시키면 적갈색 반점이나 색소 침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겨울만 되면 각질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다. 해당 부위가 빨갛게 변하지 않는다면 병은 아니다. 얼굴이 지성 피부라고 해도 다리 부위는 건성 피부일 수 있다. 이 경우 충분히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은 대처법이다.겨울철 피부 관리법1. 뜨거운 욕조 목욕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다. 2. 목욕 후에는 3분 이내에 보습제를 바른다. 3. 순한 비누를 사용하고 때를 밀지 않는다. 4. 실내 온도를 24도, 습도를 40~50%로 유지한다. 5. 지나치게 추운 날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6. 피부에 자극을 주는 옷이나 침구류는 피한다. 7. 과로를 피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한다. 자료: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2000년대 중반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가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다.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안 먹는다면 고기나 햄, 버터 등 고지방·고단백질 음식만 먹어도 체중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고기를 양껏 먹는데도 살이 빠지니 황제 식사나 다름없다며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것이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원조다. 이 다이어트를 창시한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는 2003년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다. 이후에는 변형된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에는 탄수화물을 전체 식단의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95%를 지방과 단백질로 채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당장은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콩팥을 망치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도 안전성과 효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다이어트를 직접 시도한 의사가 있다.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4)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의 한계와 부작용을 명확히 알고 있었지만 감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 비만과 고혈압 잡으려 저탄고지 시작2018년 나이 마흔이 될 무렵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체중은 점점 불어나다가 그해 4월 82kg을 찍었다. 체질량지수(BMI)가 고도비만에 가까운 수준인 30에 육박했다. 혈압도 치솟았다. 검사 결과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60mmHg와 100mmHg로 나타났다. 고혈압 기준은 각각 120mmHg, 80mmHg 이상이다. 이미 고혈압 환자였던 셈이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도 빨라졌다. 보통 성인의 정상 심박수는 60∼100회. 강 교수의 경우 100회에 육박했다. 가까스로 정상 범위를 지켰지만 더 빨라지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마침 수술을 집도할 때 봤던 비만 환자의 배 속 상태가 떠올랐다. 장기에 들러붙어 있는 지방은 염증을 유발한다. 암 수술을 하려면 지방부터 제거해야 한다. 강 교수는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란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 의학 논문을 뒤졌다. 그러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꽂혔다. 이 다이어트가 논란이 많고, 어떤 의사들은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점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러 자료를 추가 확인한 후 ‘의학적으로’ 타당한 다이어트라고 판단했다. 체중이 최고점을 찍고 한 달이 지난 뒤 강 교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5개월 사이에 21kg 감량 성공”가장 먼저 식단을 확 바꿨다. 밥,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 위주 음식은 일단 끊었다. 고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완벽한 저탄고지 다이어트인데, 다른 점이 있었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를 살짝 변형해 채소를 많이 먹었다. 하루 세 끼를 두 끼로 줄였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었다. 점심으로는 소시지 몇 점을 먹었다. 그 대신 저녁에는 고기와 채소를 양껏 먹었다. 얼핏 따져 보니 저녁에만 2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인 덕에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5kg이 줄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체중 감량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졌고, 코피가 나기도 했다. 만성 피로감도 느껴졌다. 강 교수는 “대체로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한 달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3개월 만이었다. 퇴근 후 오후 10시 무렵 야외로 나가 걸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를 느린 속도로 걸었다. 점차 걷는 시간과 속도를 늘렸다. 어떤 날에는 달리기도 했다. 이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나중에는 평균적으로 주 3회 1시간 이상 운동을 했다. 이후 부작용도 사라지고 몸도 가뿐해졌다. 체중 감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5개월 사이에 21kg이 빠졌다. 그 전까지 입었던 옷이 헐렁해졌다.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얼굴과 몸매가 날렵해졌다. 목표한 체중까지 빠졌으니 다이어트 성공. 이게 끝일까.○ “다이어트 변형하며 효과 유지”사실 다이어트는 단기 효과보다 장기 효과가 중요하다. 초기에 반짝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거나 혹은 더 불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 교수는 다이어트 4년째 대체로 63kg 내외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일단 저녁 식사 위주로 넉넉히 먹는 습관은 고수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음식 섭취량을 더 줄였다. 소식(小食)으로 바꾼 것이다. 저녁에 먹는 고기의 양을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였다. 대신 채소는 더 먹었다. 점심을 소시지에서 야채샐러드로 바꾼 것도 달라진 점이다. 장기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나타나기 쉬운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다른 다이어트를 접목했다. 이를 위해 다이어트 초기에 완전히 끊었던 쌀, 빵, 면도 가끔 ‘특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체중 감량기가 아니라 유지 단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식단에 통곡물류 음식을 주 2회 정도 추가했다.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권하는 지중해식 식단을 추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늦은 시간대에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낮이 돼서야 첫 식사를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이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면 다양한 방법을 자신에게 맞도록 변형하는 게 장기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강 교수가 신경 쓰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운동이다. 강 교수는 “아무리 좋은 다이어트라고 해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만 더 힘들 수 있다”며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일단 시작하면 밀어붙이고 소량 섭취-운동은 필수… 보상 심리 충족돼야 지속 다이어트 실패 막으려면지난해 12월 이후 올 4월까지 강상희 교수의 체중이 일시적으로 7kg 늘었다. 입덧하는 아내와 음식을 같이 먹느라 다이어트를 잠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올 6월 아기를 출산한 후 다이어트를 재개해 7kg을 뺐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철학만 확고히 해 놓으면 이런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첫째,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강 교수의 경우 찔끔찔끔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초기 효과가 큰 방법을 택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누군가 “이런 게 좋은 다이어트다”라는 식으로 말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둘째,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 넉넉히 먹으면서 살이 빠지는 방법은 없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 먹고, 얼마나 적게 먹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뜻이다. 셋째, 다이어트를 지속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식사량을 줄이면 우울해지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다. 이때 운동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운동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넷째, 그는 “다이어트는 뇌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음식을 줄이는 대신 뭔가 뇌를 자극해 보상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다. 가령 가끔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거나 식비를 줄인 돈으로 여행을 가는 식이다. 보상 심리가 충족되면 그만큼 다이어트를 지속할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00년대 중반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가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다.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안 먹는다면 고기나 햄, 버터 등 고지방·고단백질 음식만 먹어도 체중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고기를 양껏 먹는데도 살이 빠지니 황제 식사나 다름없다며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것이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원조다. 이 다이어트를 창시한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는 2003년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다. 이후에는 변형된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에는 탄수화물을 전체 식단의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95%를 지방과 단백질로 채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당장은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콩팥을 망치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도 안전성과 효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다이어트를 직접 시도한 의사가 있다.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4)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의 한계와 부작용을 명확히 알고 있었지만 감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 비만과 고혈압 잡으려 저탄고지 시작2018년 나이 마흔이 될 무렵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체중은 점점 불어나다가 그해 4월 82kg을 찍었다. 체질량지수(BMI)가 고도비만에 가까운 수준인 30에 육박했다. 혈압도 치솟았다. 검사 결과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60㎜Hg와 100㎜Hg로 나타났다. 고혈압 기준은 각각 120㎜Hg, 80㎜Hg 이상이다. 이미 고혈압 환자였던 셈이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도 빨라졌다. 보통 성인의 정상 심박수는 60~100회. 강 교수의 경우 100회에 육박했다. 가까스로 정상 범위를 지켰지만 더 빨라지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마침 수술을 집도할 때 봤던 비만 환자의 배 속 상태가 떠올랐다. 장기에 들러붙어 있는 지방은 염증을 유발한다. 암 수술을 하려면 지방부터 제거해야 한다. 강 교수는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란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 의학 논문을 뒤졌다. 그러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꽂혔다. 이 다이어트가 논란이 많고, 어떤 의사들은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점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러 자료를 추가 확인한 후 ‘의학적으로’ 타당한 다이어트라고 판단했다. 체중이 최고점을 찍고 한 달이 지난 뒤 강 교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5개월 사이에 21kg 감량 성공”가장 먼저 식단을 확 바꿨다. 밥,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 위주 음식은 일단 끊었다. 고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완벽한 저탄고지 다이어트인데, 다른 점이 있었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를 살짝 변형해 채소를 많이 먹었다. 하루 세 끼를 두 끼로 줄였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었다. 점심으로는 소시지 몇 점을 먹었다. 그 대신 저녁에는 고기와 채소를 양껏 먹었다. 얼핏 따져 보니 저녁에만 2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인 덕에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5kg이 줄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체중 감량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졌고, 코피가 나기도 했다. 만성 피로감도 느껴졌다. 강 교수는 “대체로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한 달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3개월 만이었다. 퇴근 후 오후 10시 무렵 야외로 나가 걸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를 느린 속도로 걸었다. 점차 걷는 시간과 속도를 늘렸다. 어떤 날에는 달리기도 했다. 이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나중에는 평균적으로 주 3회 1시간 이상 운동을 했다. 이후 부작용도 사라지고 몸도 가뿐해졌다. 체중 감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5개월 사이에 21kg이 빠졌다. 그 전까지 입었던 옷이 헐렁해졌다.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얼굴과 몸매가 날렵해졌다. 목표한 체중까지 빠졌으니 다이어트 성공. 이게 끝일까. ● “다이어트 변형하며 효과 유지”사실 다이어트는 단기 효과보다 장기 효과가 중요하다. 초기에 반짝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거나 혹은 더 불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 교수는 다이어트 4년째 대체로 63kg 내외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일단 저녁 식사 위주로 넉넉히 먹는 습관은 고수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음식 섭취량을 더 줄였다. 소식(小食)으로 바꾼 것이다. 저녁에 먹는 고기의 양을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였다. 대신 채소는 더 먹었다. 점심을 소시지에서 야채샐러드로 바꾼 것도 달라진 점이다. 장기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나타나기 쉬운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다른 다이어트를 접목했다. 이를 위해 다이어트 초기에 완전히 끊었던 쌀, 빵, 면도 가끔 ‘특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체중 감량기가 아니라 유지 단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식단에 통곡물류 음식을 주 2회 정도 추가했다.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권하는 지중해식 식단을 추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늦은 시간대에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낮이 돼서야 첫 식사를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이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면 다양한 방법을 자신에게 맞도록 변형하는 게 장기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강 교수가 신경 쓰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운동이다. 강 교수는 “아무리 좋은 다이어트라고 해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만 더 힘들 수 있다”며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다이어트 철학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올 4월까지 강상희 교수의 체중이 일시적으로 7kg 늘었다. 입덧하는 아내와 음식을 같이 먹느라 다이어트를 잠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올 6월 아기를 출산한 후 다이어트를 재개해 7kg을 뺐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철학만 확고히 해 놓으면 이런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첫째,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강 교수의 경우 찔끔찔끔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초기 효과가 큰 방법을 택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누군가 “이런 게 좋은 다이어트다”라는 식으로 말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둘째,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 넉넉히 먹으면서 살이 빠지는 방법은 없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 먹고, 얼마나 적게 먹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뜻이다. 셋째, 다이어트를 지속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식사량을 줄이면 우울해지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다. 이때 운동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운동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넷째, 그는 “다이어트는 뇌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음식을 줄이는 대신 뭔가 뇌를 자극해 보상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다. 가령 가끔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거나 식비를 줄인 돈으로 여행을 가는 식이다. 보상 심리가 충족되면 그만큼 다이어트를 지속할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기침을 달고 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2, 3일 콜록거리다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 달째 기침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도 커진다. 기침은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쫓아내기 위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때로는 기침이 특정 질병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동반 증세는 없는지부터 찬찬히 살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급성인지 만성인지부터 확인해야정 교수는 “기침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언제 시작했느냐’이다”고 말했다. 기침이 지속된 기간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질병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기침을 한 기간이 2주 이내인 경우를 급성기로 본다. 기간이 2∼8주라면 중간 단계(아급성기), 8주 이상 지속됐다면 만성기로 분류한다. 급성 기침의 가장 큰 원인은 감기다. 혹은 이물질을 흡입한 뒤 급성 기침을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있다면 열이 날 수도 있다. 단, 이런 경우에도 피를 토하거나 가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푹 쉬면 기침이 사라진다. 다만 급성 기침인데도 피를 토한다면 폐렴일 수 있다. 즉시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만성 기침이라면 여러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보통은 역류성후두염, 천식, 후비루증후군이 전체 만성 기침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후비루증후군은 코의 점액 물질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세를 말한다. 이 밖에 기관지가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폐와 관련된 중증 질환으로 인해 기침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없다가 뒤늦게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아급성기의 기침은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감기가 원인일 수도 있고, 폐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2주 이후부터는 기침의 양상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8주 이상 지속돼 만성 기침이 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 ○동반 증세 살피면 어떤 병인지 알수 있어만성 기침에서 벗어나려면 동반 증세부터 체크해야 한다. 우선 가슴 통증 여부를 살피자. 기침할 때 양쪽 가슴 모두에서 통증이 나타난다면 근육통이나 갈비뼈 골절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 주로 기침하는 순간에만, 혹은 갈비뼈 주변을 눌렀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반면 기침할 때 가슴의 어느 한 부위만 특히 아프다면 폐렴이나 늑막염(흉막염)이 원인일 수 있다.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 쿡쿡 쑤시는 느낌의 통증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통증의 강도가 약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강해질 수 있다. 기침을 할 때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교수는 “기침과 뇌질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기침이 많아지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천식과 관련한 호르몬이 야간에 우리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숨소리도 달라진다. 보통 ‘쌕쌕’거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반면 앉아 있을 때는 기침을 하지 않다가 누우면 기침을 할 때도 있다. 주로 밤에 누운 자세에서 기침을 더 한다면 위산 역류에 따른 후두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기침 소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목(상기도)에서 나오는 기침 소리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반면 기침 소리가 좀 더 크고 묵직한 느낌이 들면 폐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가래가 나온다면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누렇거나 녹색을 띠면서 점도가 높을수록 감염성 질환이나 기관지 관련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폐렴이 심하다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에 잠을 자던 중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깰 때도 있다. 이런 발작적인 기침은 주로 침이나 다른 물질을 잘못 삼켜서 발생한다. 원래는 잠을 잘 때 침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후두 부위가 덮어준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작적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예민해진 목구멍이 원인 아니면 참지 말아야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그치지 않거나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목의 예민도가 높아져 기침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이 한동안 지속될 때가 있다. 감기에 걸린 동안 자주 기침을 하다 보니 목구멍이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무관하게 목의 예민도가 높은 사람들도 기침을 자주 한다. 이 경우 조금만 자극해도 기침이 발생한다. 심지어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도 공기가 기도를 자극한다. 만약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힘을 줘서 말하면 예민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조금만 목에 자극을 줘도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발작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침은 원인 질환을 밝혀내고, 그 질환을 고치면 해소된다. 하지만 목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결할 수 없다. 기침을 자극하는 원인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가령 선풍기 바람만 맞아도 기침을 한다면 가급적 찬 바람을 피해야 한다. 헛기침을 자주 한다면 헛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말을 줄이거나, 말을 할 때도 톤을 낮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질환이 원인일 때는 기침을 참지 않는 게 좋다. 기침을 통해 가래 등 이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이 예민해 터지는 기침은 참는 게 좋다. 자주 기침을 할수록 더 자극이 강해지고 예민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건조한 시기에 이런 증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기관지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가래 늘어나고 구토-근육통 동반… 흉부 X선 찍어보면 원인 물질 밝혀져 폐렴 의심증상과 치료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 중 폐렴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정지예 교수는 “폐렴은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며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게 바이러스나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폐렴과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비감염성 폐렴으로 나눈다. 대체로 감염성 폐렴의 비율이 높다. 폐렴에 걸리면 가래가 늘어난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기침도 발생한다. 대체로 구토와 설사, 근육통,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폐를 싸고 있는 막까지 침투하면 가슴 통증도 생긴다.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데, 그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폐렴 여부는 흉부 X선 촬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혹 폐렴을 유발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경증이라면 1, 2주 정도면 상태가 호전된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미생물의 종류, 폐렴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폐렴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폐렴에 걸렸어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체온을 자주 측정하는 등 항상 상태를 살펴야 한다. 페렴구균 예방접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미생물의 침투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정 교수는 “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폐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기침을 달고 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2, 3일 콜록거리다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 달째 기침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도 커진다. 기침은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쫓아내기 위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때로는 기침이 특정 질병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동반 증세는 없는지부터 찬찬히 살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급성, 만성 여부부터 확인해야”정 교수는 “기침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언제 시작했느냐’이다”고 말했다. 기침이 지속된 시간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질병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기침을 한 기간이 2주 이내인 경우를 급성기로 본다. 기간이 2~8주라면 중간 단계(아급성기), 8주 이상 지속됐다면 만성기로 분류한다. 급성 기침의 가장 큰 원인은 감기다. 혹은 이물질을 흡입한 뒤 급성 기침을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있다면 열이 날 수도 있다. 단, 이런 경우에도 피를 토하거나 가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푹 쉬면 기침이 사라진다. 다만 급성 기침인데도 피를 토한다면 폐렴일 수 있다. 즉시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만성 기침이라면 여러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보통은 역류성후두염, 천식, 후비루증후군이 전체 만성 기침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후비루증후군은 코의 점액 물질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세를 말한다. 이 밖에 기관지가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폐와 관련된 중증 질환으로 인해 기침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없다가 뒤늦게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아급성기의 감기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감기가 원인일 수도 있고, 폐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2주 이후부터는 감기 양상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8주 이상 지속돼 만성 감기가 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 ● “기침 동반 증세를 살펴라”만성 기침에서 벗어나려면 동반 증세부터 체크해야 한다. 우선 가슴 통증 여부를 살피자. 기침할 때 양쪽 가슴 모두에서 통증이 나타난다면 근육통이나 갈비뼈 골절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 주로 기침하는 순간에만, 혹은 갈비뼈 주변을 눌렀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반면 기침할 때 가슴의 어느 한 부위만 특히 아프다면 폐렴이나 늑막염(흉막염)이 원인일 수 있다.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 쿡쿡 쑤시는 느낌의 통증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통증의 강도가 약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강해질 수 있다. 기침을 할 때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교수는 “기침과 뇌질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기침이 많아지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천식과 관련한 호르몬이 야간에 우리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숨소리도 달라진다. 보통 ‘쌕쌕’거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반면 앉아 있을 때는 기침을 하지 않다가 누우면 기침을 할 때도 있다. 주로 밤에 누운 자세에서 기침을 더 한다면 위산 역류에 따른 후두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기침 소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목(상기도)에서 나온 기침 소리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반면 기침 소리가 좀 더 크고 묵직한 느낌이 들면 폐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가래가 나온다면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누렇거나 녹색을 띠면서 점도가 높을수록 감염성 질환이나 기관지 관련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폐렴이 심하다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에 잠을 자던 중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깰 때도 있다. 이런 발작적인 기침은 주로 침이나 다른 물질을 잘못 삼켜서 발생한다. 원래는 잠을 잘 때 침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후두 부위가 덮어준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작적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 “예민해진 목구멍이 기침 원인일 수도”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그치지 않거나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목의 예민도가 높아져 기침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이 한동안 지속될 때가 있다. 감기에 걸린 동안 자주 기침을 하다 보니 목구멍이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무관하게 목의 예민도가 높은 사람들도 기침을 자주 한다. 이 경우 조금만 자극해도 기침이 발생한다. 심지어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도 공기가 기도를 자극한다. 만약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힘을 줘서 말하면 예민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조금만 목에 자극을 줘도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발작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침은 원인 질환을 밝혀내고, 그 질환을 고치면 해소된다. 하지만 목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결할 수 없다. 기침을 자극하는 원인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가령 선풍기 바람만 맞아도 기침을 한다면 가급적 찬 바람을 피해야 한다. 헛기침을 자주 한다면 헛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말을 줄이거나, 말을 할 때도 톤을 낮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질환이 원인일 때는 기침을 참지 않는 게 좋다. 기침을 통해 가래 등 이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이 예민해 터지는 기침은 참는 게 좋다. 자주 기침을 할수록 더 자극이 강해지고 예민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건조한 시기에 이런 증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기관지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치명적인 병’ 될 수 있는 폐렴, 이런 증상땐 병원 찾아야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 중 폐렴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정지예 교수는 “폐렴은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며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게 바이러스나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폐렴과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비감염성 폐렴으로 나눈다. 대체로 감염성 폐렴의 비율이 높다. 폐렴에 걸리면 가래가 늘어난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기침도 발생한다. 대체로 구토와 설사, 근육통,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폐를 싸고 있는 막까지 침투하면 가슴 통증도 생긴다.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데, 그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폐렴 여부는 흉부 X선 촬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혹 폐렴을 유발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경증이라면 1, 2주 정도면 상태가 호전된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미생물의 종류, 폐렴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폐렴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폐렴에 걸렸어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체온을 자주 측정하는 등 항상 상태를 살펴야 한다. 페렴구균 예방접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미생물의 침투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정 교수는 “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폐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가 지방간이다. 방치하면 간염, 간경변 등 만성 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이 더 많이 합성된다. 이것이 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이 경우 술을 피하는 게 해법이다. 반면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생겼다면 비만이 원인일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살찐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마른 비만’일 때도 지방간이 종종 생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피하려면 비만부터 해결해야 한다. 체지방률이 남성 25%, 여성 30%를 넘으면 ‘사실상 비만’으로 본다. 허리둘레를 측정했을 때 남성 90cm, 여성 85cm를 넘을 때도 비만이다. 음주를 하지도 않고 비만 체형도 아닌데 지방간이 생길 때가 있다. 체질적 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력 때문일 수도 있다. 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49)가 이런 사례다. 권 교수는 체지방률이 20%도 되지 않았다. 허리둘레도 83cm였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도 내장 지방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비만과 관련된 대사증후군, 지방간 연구를 많이 해 온 의사로서 속상하고 화가 났다. 권 교수의 ‘지방간 탈출기’를 들어봤다.○지방간 벗어나려 근력 운동 시작지방간이 생기기 전에도 권 교수는 운동과 담을 쌓지는 않았다. 2001년 레지던트 2년 차 때 꽤나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한 적도 있다. 당시 그의 체중은 73kg. 비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통통한 편이었다. 6개월 사이에 9kg을 줄여 63kg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무모하게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했다. 음식 섭취량도 줄였다. 밥은 3분의 2만 먹었고, 설탕이 들어 있는 음료수는 끊었다. 권 교수는 이런 방식을 절반의 음식만 먹는다는 의미로 ‘반식 다이어트’라 불렀다. 다만 근력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후 권 교수는 15년 동안 이 다이어트를 꾸준히 했다. 덕분에 체중은 63∼66kg을 유지했다. 이처럼 과체중도 아니었고, 마른 비만도 아니었으며,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지방간이 생길 거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 하지만 5년 전 건강검진에서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원인을 찾아봤다. 짚이는 데가 있었다. 일단 운동량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사실 권 교수의 아버지도 날씬한 편인데 지방간이 있다. 형 또한 지방간을 갖고 있다. 일종의 가족력이었던 것이다. 대책이 필요했다. 운동이 해법인 것은 분명했지만 과체중도 아닌데 더 체중을 빼는 것은 곤란했다. 더 많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근력 운동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근력 운동에 도전했다. ○헬스 시설과 연구실에서 수시로 근력 운동권 교수는 진료가 끝난 후, 혹은 점심시간처럼 빈 시간을 활용해 병원 내 헬스 시설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먼저 5∼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을 풀어주고, 곧바로 4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다음에는 달리기와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30∼40분 했다. 모든 종류의 운동이 중요하지만 권 교수가 특히 신경 쓰는 것은 근력 운동이다. 과체중이 아닌 상태에서 근 손실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지방간을 없애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처음 해 보는 근력 운동이 쉽지는 않았다. 초기에만 해도 힘이 달려 별로 무겁지 않은 중량인데도 제대로 들지 못했단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면서 중량을 늘린 덕분에 지금은 처음 시작할 때의 2배 가까운 중량을 들어 올릴 정도로 근육이 강해졌다. 근력 운동은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위주로 번갈아 가면서 했다. 보통 4, 5종류의 운동 기구를 번갈아 가면서 이용했다. 가급적 12회씩 3세트 반복하는 원칙을 지켰다. 이런 방식의 운동을 유지하면서 요즘도 매주 3, 4회 헬스 시설에서 1시간 반∼2시간가량 운동하고 있다. 업무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연구실에서 근력 운동을 한다. 이를 위해 연구실에도 7kg짜리 아령과 10kg짜리 아령을 가져다 놓았다. 연구실에서 운동할 때도 12회 3세트는 가급적 지킨다. 이와 함께 팔굽혀펴기를 15회씩 3세트를 하기도 한다. 동시에 음식 관리를 병행했다. 과거에 다이어트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밥은 3분의 2 정도를 먹었다. 불필요한 간식이나 야식은 먹지 않았고, 음료수도 단 것은 가급적 피했다. 이런 식습관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 만성적인 어깨 통증과 두통도 사라져근력 운동의 효과는 컸다. 운동을 시작하고 6개월 후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에만 해도 지방간은 사라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 1년 후 검진에서는 지방간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화혈색소도 당뇨 직전 단계인 5.9∼6.1%에서 5%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가 6.5%이면 당뇨로 판단한다. 권 교수는 원래 과체중은 아니었다. 체중 감량이 운동 목적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결과표는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 시작 전(2018년) 체중은 65kg이었고, 체지방률은 19%, 골격근량은 29kg이었다. 3년 후 건강검진에서 체중은 63kg으로 소폭 줄어 있었다. 반면 체지방률은 12%로 뚝 떨어졌다. 골격근량은 30kg으로 늘었다. 군살이 빠지고 탄탄한 몸매가 된 것이다. 실제로 바지 사이즈도 32인치에서 30인치로 줄었단다. 만성적인 어깨 통증과 두통도 사라졌다. 권 교수는 예전에 매주 2회 정도는 진통소염제를 먹었다. 그래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으면 근육이완제를 복용하거나 별도로 주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운동 덕분에 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권 교수는 환자들에게도 근력 운동을 자주 권한다. 권 교수는 “사실 젊은 사람들은 활동량이 많고 근육을 쓰는 일도 잦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만 열심히 해도 좋다”며 “오히려 나이 들수록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 운동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고 버스 애용… 약속장소까지 도보 이동… 귀가때도 멀리 둘러가기 일상에서 활동량 늘리려면 권혁태 교수는 “빨리 걷기를 가급적 주 5회, 30여 분씩 하는 게 가장 좋은 운동 습관”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대안은 없을까. 권 교수는 “그럴 수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량을 늘려 모자란 운동을 보충하라는 뜻이다. 실제로 자신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승용차는 놔두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20분 이내의 약속 장소까지는 주로 걷는다. 가끔은 버스 두세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간다. 평소 하던 운동을 하지 못했다면 일부러 주변 공원을 빙 돌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6개 층은 거뜬하게 오른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내리기 때문에 보통은 매일 30개 층의 계단을 걸어 오르는 셈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하루 평균 1만2000∼1만4000보를 걷는다. 하루 2만 보를 넘을 때도 종종 있다.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더 있다. 권 교수는 활동량이 적었던 과거에는 목적지에서 가장 먼 지하철 출구를 이용했다. 또 아파트 출입을 할 때에도 일부러 단지를 한 바퀴 크게 돌았다. 무언가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가야 한다면 집 근처가 아닌, 조금 더 먼 거리까지 걸어가 사는 방법도 시도할 만하다. 굳이 사야 할 물건이 없다면 “생수 한 병이라도 사자”라고 목표를 정한 뒤 매일 아침 먼 거리의 편의점을 방문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짬이 나면 가까운 곳에 산책을 나가거나 짧은 시간에 빨리 달리기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가 지방간이다. 방치하면 간염, 간경변 등 만성 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이 더 많이 합성된다. 이것이 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이 경우 술을 피하는 게 해법이다. 반면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생겼다면 비만이 원인일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살찐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마른 비만’일 때도 지방간이 종종 생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피하려면 비만부터 해결해야 한다. 체지방률이 남성 25%, 여성 30%를 넘으면 ‘사실상 비만’으로 본다. 허리둘레를 측정했을 때 남성 90㎝, 여성 85㎝를 넘을 때도 비만이다. 음주를 하지도 않고 비만 체형도 아닌데 지방간이 생길 때가 있다. 체질적 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력 때문일 수도 있다. 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49)가 이런 사례다. 권 교수는 체지방률이 20%도 되지 않았다. 허리둘레도 83㎝였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도 내장 지방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비만과 관련된 대사증후군, 지방간 연구를 많이 해 온 의사로서 속상하고 화가 났다. 권 교수의 ‘지방간 탈출기’를 들어봤다. ●지방간 벗어나려 근력 운동 시작 지방간이 생기기 전에도 권 교수는 운동과 담을 쌓지는 않았다. 2001년 레지던트 2년 차 때 꽤나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한 적도 있다. 당시 그의 체중은 73㎏. 비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통통한 편이었다. 6개월 사이에 9㎏을 줄여 63㎏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무모하게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했다. 음식 섭취량도 줄였다. 밥은 3분의 2만 먹었고, 설탕이 들어있는 음료수는 끊었다. 권 교수는 이런 방식을 절반의 음식만 먹는다는 의미로 ‘반식 다이어트’라 불렀다. 다만 근력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후 권 교수는 15년 동안 이 다이어트를 꾸준히 했다. 덕분에 체중은 63~66㎏을 유지했다. 이처럼 과체중도 아니었고, 마른 비만도 아니었으며,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지방간이 생길 거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 하지만 5년 전 건강검진에서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원인을 찾아봤다. 짚이는 데가 있었다. 일단 운동량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사실 권 교수의 아버지도 날씬한 편인데 지방간이 있다. 형 또한 지방간을 갖고 있다. 일종의 가족력이었던 것이다. 대책이 필요했다. 운동이 해법인 것은 분명했지만 과체중도 아닌데 더 체중을 빼는 것은 곤란했다. 더 많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근력 운동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근력 운동에 도전했다. ●헬스 시설과 연구실에서 수시로 근력 운동 권 교수는 진료가 끝난 후, 혹은 점심시간처럼 빈 시간을 활용해 병원 내 헬스 시설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먼저 5~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을 풀어주고, 곧바로 4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다음에는 달리기와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30~40분 했다. 모든 종류의 운동이 중요하지만 권 교수가 특히 신경 쓰는 것은 근력 운동이다. 과체중이 아닌 상태에서 근 손실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지방간을 없애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처음 해 보는 근력 운동이 쉽지는 않았다. 초기에만 해도 힘이 달려 별로 무겁지 않은 중량인데도 제대로 들지 못했단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면서 중량을 늘린 덕분에 지금은 처음 시작할 때의 2배 가까운 중량을 들어올릴 정도로 근육이 강해졌다. 근력 운동은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위주로 번갈아가면서 했다. 보통 4, 5종류의 운동 기구를 번갈아가면서 이용했다. 가급적 12회씩 3세트 반복하는 원칙을 지켰다. 이런 방식의 운동을 유지하면서 요즘도 매주 3, 4회 헬스 시설에서 1시간 반~2시간가량 운동하고 있다. 업무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연구실에서 근력 운동을 한다. 이를 위해 연구실에도 7㎏짜리 아령과 10㎏짜리 아령을 가져다 놓았다. 연구실에서 운동할 때도 12회 3세트는 가급적 지킨다. 이와 함께 팔굽혀펴기를 15회씩 3세트를 하기도 한다. 동시에 음식 관리를 병행했다. 과거에 다이어트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밥은 3분의 2 정도를 먹었다. 불필요한 간식이나 야식은 하지 않았고, 음료수도 단 것은 가급적 피했다. 이런 식습관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1년 6개월 만에 지방간에서 완전 해방 근력 운동의 효과는 컸다. 운동을 시작하고 6개월 후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에만 해도 지방간은 사라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 1년 후 검진에서는 지방간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화혈색소도 당뇨 직전 단계인 5.9~6.1%에서로 5%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가 6.5%이면 당뇨로 판단한다. 권 교수는 원래 과체중은 아니었다. 체중 감량이 운동 목적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결과표는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 시작 전(2018년) 체중은 65㎏이었고, 체지방률은 19%, 골격근량은 29㎏이었다. 3년 후 건강검진에서 체중은 63㎏으로 소폭 줄어 있었다. 반면 체지방률은 12%로 뚝 떨어졌다. 골격근량은 30㎏으로 늘었다. 군살이 빠지고 탄탄한 몸매가 된 것이다. 실제로 바지 사이즈도 32인치에서 30인치로 줄었단다. 만성적인 어깨 통증과 두통도 사라졌다. 권 교수는 예전에 매주 2회 정도는 진통소염제를 먹었다. 그래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으면 근육이완제를 복용하거나 별도로 주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운동 덕분에 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권 교수는 환자들에게도 근력 운동을 자주 권한다. 권 교수는 “사실 젊은 사람들은 활동량이 많고 근육을 쓰는 일도 잦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만 열심히 해도 좋다”며 “오히려 나이 들수록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 운동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서 활동량 늘릴수 있는 습관 들여야”권혁태 교수는 “빨리 걷기를 가급적 주 5회, 30여 분씩 하는 게 가장 좋은 운동 습관”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대안은 없을까. 권 교수는 “그럴 수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량을 늘려 모자란 운동을 보충하라는 뜻이다. 실제로 자신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승용차는 놔두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20분 이내의 약속 장소까지는 주로 걷는다. 가끔은 버스 두세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간다. 평소 하던 운동을 하지 못했다면 일부러 주변 공원을 빙 돌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6개 층은 거뜬하게 오른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내리기 때문에 보통은 매일 30개 층의 계단을 걸어 오르는 셈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하루 평균 1만2000~1만4000보를 걷는다. 하루 2만 보를 넘을 때도 종종 있다.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더 있다. 권 교수는 활동량이 적었던 과거에는 목적지에서 가장 먼 지하철 출구를 이용했다. 또 아파트 출입을 할 때에도 일부러 단지를 한 바퀴 크게 돌았다. 무언가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가야 한다면 집 근처가 아닌, 조금 더 먼 거리까지 걸어가 사는 방법도 시도할 만하다. 굳이 사야 할 물건이 없다면 “생수 한 병이라도 사자”라고 목표를 정한 뒤 매일 아침 먼 거리의 편의점을 방문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짬이 나면 가까운 곳에 산책을 나가거나 짧은 시간에 빨리 달리기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초반의 전직 운동선수 A 씨는 얼마 전 만성적인 손목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통증은 현역 선수 시절에 시작됐다. 통증이 나타나면 주사를 맞았고, 그러면 사라지는 듯했다. 그래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렇게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결국 손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이재성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보니 손목의 연골 조직이 거의 닳아 있었다. 이른바 척골충돌증후군이 꽤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A 씨는 나사못으로 관절을 완전히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됐지만 이후 손목을 50%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이 교수는 “A 씨가 초기 단계에 왔더라면 관절을 살릴 수 있었고, 손목도 제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손목 통증을 오래 방치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손목 통증 환자의 80% 정도가 척골충돌증후군과 관련이 있을 만큼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 척골충돌증후군 환자 급증아래팔뼈는 크게 요골(노뼈)과 척골(자뼈)로 구분된다. 엄지손가락 쪽의 굵은 뼈가 요골, 새끼손가락 쪽의 팔목에 툭 튀어나온 뼈가 척골이다. 이 중 척골은 인대와 연골 조직 등이 삼각형 모양으로 얽혀 있는 ‘삼각섬유연골 복합체’와 닿아 있다. 이 복합체가 완충 작용을 하는 덕분에 척골은 인접한 손목뼈와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목을 비트는 동작이 많아지면 척골이 복합체 조직을 뚫고 손목뼈와 충돌한다. 이때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게 척골충돌증후군이다. 병명이 생소할 수 있지만 손목 질환 분야에서는 허리 디스크만큼이나 흔하다. 골프, 테니스, 탁구, 요가, 필라테스 등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손목을 꺾은 채 힘을 주거나 손목을 비튼 채로 바닥을 짚는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빨래를 쥐어짜는 모양새의 동작도 좋지 않다. 오랜 기간 이런 동작이 반복되면서 척골충돌증후군으로 악화된다. 일종의 퇴행성관절염으로 볼 수 있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자가 진단으로 알 수 있다. 대체로 손목을 많이 쓴 후 척골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 새끼손가락 쪽 손목의 오목한 부분을 눌렀을 때 아프다면 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손목을 안에서 바깥으로 비틀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통증은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며 상태를 체크할 것을 당부했다. 보통 초기에는 약물이나 재활요법으로 치료한다. 심해지면 척골의 일부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손이 저리면 손목터널증후군 의심손목 통증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로는 ‘과(過)사용증후군’을 들 수 있다. 잘못된 자세로 손목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다. 연령과 관계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 손목뿐 아니라 팔꿈치나 손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손목터널증후군이라 부르는 수근관증후군도 일종의 과사용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수근관(손목터널)은 손과 팔을 잇는 통로다. 이 통로를 통해 팔에서 손으로 신경이 뻗어 있다.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신경을 누르면서 증세가 나타난다. 증세의 양상은 척골충돌증후군과는 약간 다르다. 찌릿찌릿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손을 쓰지 않았는데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손가락에 증세가 생길 수 있지만 대체로 새끼손가락에서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밤에 증세가 심해진다. 중년기 주부 중에서는 이런 증세 때문에 잠에서 종종 깨곤 한다. 주로 손목을 덜 사용하거나 보조기구를 함께 쓰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무턱대고 진통소염제 복용 삼가야”이 외에도 손목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관절 부위가 붓고 열이 나는 것 같다면 염증성 질환, 넘어진 후 손목에 통증이 나타나고 붓거나 변형이 생기면 요골 골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증이 무척 심해 대부분 곧바로 병원에 가다 보니 후유증은 적다. 반면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될 경우에는 통증이 2, 3일 후 저절로 가라앉을 때가 많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지 않으니 무심코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마사지나 찜질은 증세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다만 냉찜질과 온찜질을 구분해야 한다. 열이 나고 부은 상태라면 염증세포를 억제하고 미세혈관을 수축시키기 위해 냉찜질을 해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을 이완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온찜질을 하는 게 좋다. 다만 소염진통제를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손목이 삐었다고 생각하며 소염진통제만 먹는다. 통증만 잠재우는 식인데, 근본 원인은 그대로 뒀으니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원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관절이 망가지거나 손목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이 교수는 “무턱대고 소염제만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행성, 끝마디에 생기고 손을 쓴후 통증… 류머티즘, 여러 부위로 번지고 오전에 증세 손가락 관절염 자가진단법 손가락에도 종종 통증이 발생한다. 때로는 손가락 통증이 번져서 손등과 팔목 전체가 아플 때도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관절염을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성 교수는 “퇴행성이냐 류머티즘성이냐에 따라 세부 양상이 다르다”며 “어느 쪽이냐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자가 진단을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은 아픈 부위만 계속 아프다. 다른 부위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로 손가락의 끝마디에 발생한다. 관절 부위의 뼈가 커지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면 손가락 끝마디가 살짝 부풀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이라면 손가락의 중간 마디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아픈 부위가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번지기도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악화되면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굽을 수도 있다. 통증은 두 관절염 모두에서 나타난다. 퇴행성관절염일 때는 손을 사용한 후에 주로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저녁에 많이 아픈 편이다. 이때 열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증세도 대부분 30분 이내에 사라진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일 때는 손을 사용하지 않을 때 더 뻣뻣하고 아픈 느낌이 강하다. 증세는 주로 오전에 나타나며 손을 사용하면 약해진다. 아픈 증세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될 때가 많고, 붓거나 열이 발생할 때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직장인, 고령층에서 주로 발견된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나이나 직업과는 큰 상관이 없다. 요즘에는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소염제를 먹으면 증세가 개선될까. 류머티즘성관절염의 경우 소염제가 잘 듣는 편이다. 반면 퇴행성관절염은 소염제를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턱대고 약을 먹기보다는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초반의 전직 운동선수 A 씨는 얼마 전 만성적인 손목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통증은 현역 선수 시절에 시작됐다. 통증이 나타나면 주사를 맞았고, 그러면 사라지는 듯했다. 그래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렇게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결국 손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이재성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보니 손목의 연골 조직이 거의 닳아 있었다. 이른바 척골충돌증후군이 꽤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A 씨는 나사못으로 관절을 완전히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됐지만 이후 손목을 50%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이 교수는 “A 씨가 초기 단계에 왔더라면 관절을 살릴 수 있었고, 손목도 제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손목 통증을 오래 방치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손목 통증 환자의 80% 정도가 척골충돌증후군과 관련이 있을 만큼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 척골충돌증후군 환자 급증아래팔뼈는 크게 요골(노뼈)과 척골(자뼈)로 구분된다. 엄지손가락 쪽의 굵은 뼈가 요골, 새끼손가락 쪽의 팔목에 툭 튀어나온 뼈가 척골이다. 이 중 척골은 인대와 연골 조직 등이 삼각형 모양으로 얽혀 있는 ‘삼각섬유연골 복합체’와 닿아 있다. 이 복합체가 완충 작용을 하는 덕분에 척골은 인접한 손목뼈와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목을 비트는 동작이 많아지면 척골이 복합체 조직을 뚫고 손목뼈와 충돌한다. 이때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게 척골충돌증후군이다. 병명이 생소할 수 있지만 손목 질환 분야에서는 허리 디스크만큼이나 흔하다. 골프, 테니스, 탁구, 요가, 필라테스 등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손목을 꺾은 채 힘을 주거나 손목을 비튼 채로 바닥을 짚는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빨래를 쥐어짜는 모양새의 동작도 좋지 않다. 오랜 기간 이런 동작이 반복되면서 척골충돌증후군으로 악화된다. 일종의 퇴행성관절염으로 볼 수 있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자가 진단으로 알 수 있다. 대체로 손목을 많이 쓴 후 척골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 새끼손가락 쪽 손목의 오목한 부분을 눌렀을 때 아프다면 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손목을 안에서 바깥으로 비틀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통증은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며 상태를 체크할 것을 당부했다. 보통 초기에는 약물이나 재활요법으로 치료한다. 심해지면 척골의 일부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 손이 저리면 손목터널증후군 의심손목 통증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로는 ‘과(過)사용증후군’을 들 수 있다. 잘못된 자세로 손목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다. 연령과 관계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 손목뿐 아니라 팔꿈치나 손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손목터널증후군이라 부르는 수근관증후군도 일종의 과사용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수근관(손목터널)은 손과 팔을 잇는 통로다. 이 통로를 통해 팔에서 손으로 신경이 뻗어 있다.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신경을 누르면서 증세가 나타난다. 증세의 양상은 척골충돌증후군과는 약간 다르다. 찌릿찌릿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손을 쓰지 않았는데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손가락에 증세가 생길 수 있지만 대체로 새끼손가락에서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밤에 증세가 심해진다. 중년기 주부 중에서는 이런 증세 때문에 잠에서 종종 깨곤 한다. 주로 손목을 덜 사용하거나 보조기구를 함께 쓰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무턱대고 진통소염제 복용 삼가야”이외에도 손목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관절 부위가 붓고 열이 나는 것 같다면 염증성 질환, 넘어진 후 손목에 통증이 나타나고 붓거나 변형이 생기면 요골 골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증이 무척 심해 대부분 곧바로 병원에 가다 보니 후유증은 적다. 반면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될 경우에는 통증이 2, 3일 후 저절로 가라앉을 때가 많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지 않으니 무심코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마사지나 찜질은 증세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다만 냉찜질과 온찜질을 구분해야 한다. 열이 나고 부은 상태라면 염증세포를 억제하고 미세혈관을 수축시키기 위해 냉찜질을 해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을 이완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온찜질을 하는 게 좋다. 다만 소염진통제를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손목이 삐었다고 생각하며 소염진통제만 먹는다. 통증만 잠재우는 식인데, 근본 원인은 그대로 뒀으니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원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관절이 망가지거나 손목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이 교수는 “무턱대고 소염제만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손가락 관절염, 어떻게 구분할까 손가락에도 종종 통증이 발생한다. 때로는 손가락 통증이 번져서 손등과 팔목 전체가 아플 때도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관절염을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성 교수는 “퇴행성이냐 류머티즘성이냐에 따라 세부 양상이 다르다”며 “어느 쪽이냐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자가 진단을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은 아픈 부위만 계속 아프다. 다른 부위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로 손가락의 끝마디에 발생한다. 관절 부위의 뼈가 커지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면 손가락 끝마디가 살짝 부풀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이라면 손가락의 중간 마디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아픈 부위가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번지기도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악화되면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굽을 수도 있다. 통증은 두 관절염 모두에서 나타난다. 퇴행성관절염일 때는 손을 사용한 후에 주로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저녁에 많이 아픈 편이다. 이때 열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증세도 대부분 30분 이내에 사라진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일 때는 손을 사용하지 않을 때 더 뻣뻣하고 아픈 느낌이 강하다. 증세는 주로 오전에 나타나며 손을 사용하면 약해진다. 아픈 증세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될 때가 많고, 붓거나 열이 발생할 때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직장인, 고령층에서 주로 발견된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나이나 직업과는 큰 상관이 없다. 요즘에는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소염제를 먹으면 증세가 개선될까. 류머티즘성관절염의 경우 소염제가 잘 듣는 편이다. 반면 퇴행성관절염은 소염제를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턱대고 약을 먹기보다는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자신과 ‘궁합’이 맞는 종목을 찾는다면 운동을 오래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무턱대고 아무 운동이나 했다가는 금세 싫증을 느낀다. 심하면 부상을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신의 몸 상태나 적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39)도 그런 운동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전공의 시절부터 병원 헬스시설에 등록해 운동을 했지만 주 1회를 채우기도 어려웠다. 취미 삼아 달리기도 해봤지만 1년에 한 번 병원 직원들과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최 교수가 1년 1개월 전 ‘평생을 해도 될 것 같은’ 종목을 만났다. 바로 탁구였다. 지난해 여름 도쿄 올림픽 때 한국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의 경기가 계기가 됐다. TV 중계를 보는데 전기가 흐르는 듯한 쾌감을 느꼈단다. 최 교수는 “나이 어린 친구가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걸 보고 나도 탁구가 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여 지난 지난해 10월, 최 교수는 집 근처 탁구장에 회원 등록을 마쳤다. 그로부터 13개월, 최 교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처음엔 20분 레슨에도 헉헉사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탁구를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 기본기부터 배워야 했다. 최 교수는 월요일과 수요일, 주 2회 탁구장에 가서 레슨을 받았다. 가장 먼저 기본 동작인 포핸드 스트로크만 배웠다. 그다음은 스텝을 배웠다. 기마 자세를 취한 후 탁구대 좌우를 신속하게 오가며 공을 넘겼다. 이 동작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백핸드 스트로크, 드라이브를 배웠다. 레슨은 보통 20분 정도 진행됐다. 처음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공을 넘기자마자 곧바로 다시 넘어왔다. 채 2분을 넘기지 못하고 헉헉댔다. 더 이상 못 서 있겠다 싶을 정도가 되면 20초 정도 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공을 쳤다. 이런 식의 레슨을 한 달 정도 받고 나서야 동호회 회원들과 공을 툭툭 치는 랠리를 하는 수준에 올랐다.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까지는 그 후로 한 달의 시간이 더 걸렸다. 요즘은 탁구장에 가면 보통 2∼3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코치 레슨은 20여 분.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동호회원들과 경기를 한다. 11점을 먼저 따면 이긴다. 경기는 5판 3선승제다. 이런 방식으로 보통은 5, 6경기를 한다. ○ ‘무리하지 않기’를 운동 철칙 삼아최 교수가 탁구를 선택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부상 우려가 적다는 점이다. 그는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농구, 축구, 테니스 등 구기 종목의 운동을 오래전부터 자주 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상을 당했다. 공중보건의 때 테니스를 하다가 서브 동작에서 삐끗했다. 어깨 인대에 염증이 생겼고, 테니스를 접어야 했다. 7년 전에는 병원 직원들과 농구를 하다가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해야 했다. 지금도 무리하게 팔을 쓰면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팔을 쓰는 근력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탁구를 하면서는 이런 부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최 교수는 “탁구 또한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운동”이란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 최 교수 자신도 탁구를 무리하게 하다가 한때 무릎 통증이 생긴 적이 있다. 그 후로는 ‘무리하지 않기’를 운동 철칙으로 삼았단다. 그렇다면 탁구는 어떤 건강 효과가 있을까. 최 교수는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전신 운동”이라고 했다. 2, 3시간 동안 탁구대 사이를 누비다 보면 1시간 동안 달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마 자세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스쾃 자세를 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효과도 얻는다. 최 교수는 “탁구를 한 후로 바지가 꽉 낄 정도로 허벅지가 굵어졌다”며 웃었다. 강도를 조절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것도 탁구의 장점이다. 운동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힘들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체중 줄고 혈압도 정상수치로 떨어져탁구를 시작한 후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우선 체중이 빠졌다. 탁구를 하기 전에는 체질량지수(BMI)가 28로 과체중이었다. 지금은 정상 수준인 24로 떨어졌다. 다른 건강 지표도 모두 좋아졌다. 최 교수는 수축기 혈압이 120∼130mmHg로, 초기 고혈압 환자에 속했고 약을 복용했다. 탁구를 계속 하다 보니 혈압도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 교수는 요즘 고혈압 약을 먹지 않는다. 동시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졌고, 혈당 수치도 정상이다. 물론 식단 조절을 병행했다. 밥을 비롯해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3분의 2로 줄였다. 반찬이나 견과류는 따로 줄이지 않았다. 그 대신 짠 것과 기름진 것은 가급적 피했다. 요즘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한다. 일단 몸이 가벼워졌다. 속이 더부룩한 증세나 식후 졸림 현상은 모두 사라졌다. 체력적으로 월등하게 좋아졌다. 탁구를 시작했을 때 10분도 버티기 힘들던 체력이 2, 3시간을 거뜬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됐다. 탁구를 하면서 운동의 맛을 느끼니 또 다른 운동 계획을 세우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최 교수는 요즘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등 새로운 종목을 하나 더 시도해볼까 생각하고 있단다. 건강 습관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탁구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힘이 세다고 해서 탁구를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민첩성과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 특히 60, 70대 노인에게 탁구는 좋은 운동이다. 최영 교수는 “노인들은 일주일에 3회 정도만 1시간씩 탁구를 해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호회원 중에는 노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다만 운동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준비운동은 필수다. 최 교수 또한 5∼10분 동안 스트레칭을 꼭 한다. 최 교수는 “사전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긴장한 상태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며 “근육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체로 5, 6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특히 효과가 좋은 세 가지만 따라 해 보자. ❶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 다음 상체를 왼쪽으로 비튼다. 이때 팔도 자연스럽게 상체를 따라 돌린다. 다만 팔에는 힘을 빼고 어깨로만 회전한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몸을 돌린 후 3∼5초 정지 상태로 있다가 반대쪽 방향으로 몸을 비튼다. 살짝 어깨에 반동을 주는 것도 괜찮다. 가슴과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10회 반복한다. ❷ 두 발을 붙이고 선다. 손가락 끝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상체를 천천히 굽힌다. 이때 가급적 무릎은 굽히지 않는다. 이 상태로 10초 정도 정지한다. 다만 이 동작을 처음 할 때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서는 손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최소한으로 무릎을 굽히되 점차 펴는 게 좋다. 손가락이 바닥에 닿는다면 손바닥을 바닥에 닿는 식으로 강도를 높인다. 허벅지 뒤쪽, 종아리 등의 근육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❸ 어깨 너비보다 조금 넓게 발을 벌리고 선다. 두 팔을 허리 뒤쪽에 대고 상체를 뒤로 천천히 젖힌다. 그 상태로 10초 정지한다. 2, 3회 반복한다. 이때 무릎을 완전히 펴면 상체를 뒤로 젖히기 어렵다. 또한 부상 위험도 있기 때문에 무릎은 살짝 구부리는 게 좋다. 허벅지 앞쪽과 등 근육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