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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교묘해진 마약 밀수와의 전쟁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마약범죄 척결을 위해 고강도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마약 밀수는 이어지고 있다.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가운데 365일 마약과 씨름을 벌이고 있는 관세청의 단속 현장을 찾았다.》“지난해 6월에는 이불 솜 사이에 필로폰 덩어리를 붙여 밀수하려던 경우까지 있었어요. 국내에서 검거한 마약 사범 앞으로 온 특송 화물을 살펴보다가 하얀 가루가 눈에 띄어서 성분 분석을 의뢰했더니 필로폰이더라고요.” 지난달 2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심사장에서 만난 신동윤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장은 최근 점점 교묘해지는 마약 밀수 사례 중 ‘이불 솜 필로폰’ 밀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998년 김포세관 특수조사과 시절 마약수사팀의 ‘막내’로 마약 수사 경력을 시작한 신 과장은 30년의 관세청 재직 기간 가운데 절반가량을 마약 조사·수사 경력으로 채운 대표적인 마약 수사통이다. 그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의 마약 밀수 시도가 늘어나면서 ‘마약과의 전쟁’ 2년 차를 맞은 전국 세관의 마약 단속도 더욱 치열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로 분류되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입국심사장 한쪽에서는 세 살 난 마약 탐지견 ‘밀리’가 수하물에 연신 코를 들이대고 그 옆으로 입국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지난달부터 대표적인 마약 밀수 우려국인 멕시코에서 하루 1편씩 직항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면서 멕시코 입국객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멕시코발 항공편 입국객 201명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인체 은밀한 곳에 숨긴 마약까지 탐지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통과했다.● 콘크리트 속에 숨기고 선박 밑에 붙여 오기도20일 관세청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에 따르면 관세청의 마약 밀수 적발 건수는 2014년 308건에서 지난해 704건으로 늘었다. 또 같은 기간 전체 적발 중량은 71kg에서 769kg으로 급증했다. 10년 전에는 마약 밀수 적발이 하루 한 건에 못 미쳤고 건당 중량도 평균 0.2kg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2건가량의 밀수가 적발되고 건당 평균 1.1kg의 마약이 적발된 것이다.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크게 늘었던 국제 우편이나 특송 화물을 이용한 마약 밀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 과장은 “올해도 전자 기타나 스피커, 시리얼처럼 통상적인 해외 직구 품목 안에 마약을 숨긴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며 “식품을 포장할 때 함께 포함되는 방습제 봉지에서 방습제를 빼고 마약을 채워 수입하거나 간이 테이블이라며 수입한 콘크리트 블록 안에 대마초를 압착해서 밀봉해 놓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특송 화물과 국제 우편은 각각 1억3144만 건과 427만 건에 이른다. 반입 경로별로 보면 건수를 기준으로 국제 우편이 328건(46.6%), 특송 화물이 194건(27.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여행자(177건·25.1%)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마약 밀수 사례에는 사탕이나 견과류에 마약을 섞어서 함께 들여오는 경우는 물론 필로폰을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 다음 노트북 내부에 숨겨서 들여오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 올해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선박을 활용한 마약 밀수 시도다. 올 4월 울산 온산항에서는 화물선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잠수부가 선박 바닥의 해수 흡입구(시체스트·Sea Chest)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다고 마약밀수신고 ‘125’로 신고를 했다. 울산세관과 검찰이 조사한 결과 28kg에 이르는 코카인이 비닐로 포장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 1월 부산신항에서도 정박해 있던 7만 t급 화물선의 시체스트에서 코카인 100kg이 발견된 바 있다. 마약 수사 당국에서는 선박 시체스트에 마약을 숨겨 이동하는 일명 ‘기생충’ 수법이 국제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발신자와 수신자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숨겨놓은 마약을 찾아내더라도 마약 사범을 검거하기는 힘든 밀수 수법이다.● “몸에 마약 숨겨 들여오는 ‘보디 패커’ 다시 증가”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여행객을 통한 마약 밀수 역시 다시 늘어나고 있다. 신 과장은 “팬데믹 이전에는 60% 정도가 마약 조직이 운반책을 통해 배달하는 직접 밀수로 알려져 있었다”며 “여행객이 급감한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늘어난 비대면 밀수가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입국객이 직접 마약을 숨겨 들여오는 사례도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체나 옷, 소지품에 직접 마약을 숨겨서 들여오는 마약 운반책은 이른바 ‘보디 패커’라고 불린다. 보디 패커를 활용한 여행객 직접 밀수는 통상 1명의 감시책에 5명 안팎의 운반책이 하나의 팀으로 꾸려져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 운반 비용을 일컫는 ‘지게값’을 받는 현지인 혹은 한국인 운반책을 여러 명 동원하면 일부가 적발되더라도 나머지 운반책을 통해 일부 마약은 반입할 수 있다. 신 과장은 “허벅지나 복부는 물론이고 사타구니를 비롯한 은밀한 부분에 마약을 붙인 채로 교묘하게 숨겨서 들어오면 통상적인 세관 검색으로는 적발이 쉽지 않다”며 “이런 ‘보디 패커’를 막기 위해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설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멕시코발 항공편 전수조사에 활용된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는 몸에 숨겨 놓은 금속, 비금속 물품을 3초 만에 스캔한 후에 감지해 화면에 빨갛게 표시해준다. 한정된 인력이 여행객의 신체를 직접 검색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마약 밀수 대응 방안으로 꼽힌다. 관세청은 올해 전국 공항, 항만에 13대를 배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신 과장은 “과거에는 멕시코산 필로폰은 순도가 워낙 낮아서 국내에 반입돼도 판매가 쉽지 않은 것으로 봤는데 최근 멕시코에서도 순도 높은 마약이 제조되고 있어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효과 극대화한 칵테일 마약, ‘시장 원리’ 확산 보여줘” 국내 마약 시장에선 일종의 ‘시장 원리’가 확산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감시망을 피해 마약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약 사범들이 원하는 종류의 마약을 공급하고 과거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신 과장은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적발된 ‘칵테일 마약’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지적했다. 올 4월 동남아시아발 우편물 검사에서 발견된 이 마약은 여러 종류의 술을 섞은 칵테일처럼 각성제인 필로폰과 마취제인 케타민, 진정제인 니트라제팜과 전문의약품인 타마돌린(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해열제) 등 5종의 성분을 혼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각성 효과가 있는 필로폰과 진정제 계열의 마약 등을 섞으면서 각성과 진정 효과를 반복하도록 해 단일한 종류의 마약보다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다. 신 과장은 “국내에서 기존보다 강한 자극을 주는 마약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적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대마 오일류의 경우 전자담배 등을 활용한 투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을 크게 높인 마약으로 꼽힌다. 대마에서 환각 효과를 유발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함유된 대마 오일류는 북미에서 유행한 바 있는데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과장은 “필로폰은 투약을 위해 주사기가 있어야 하지만 전자담배를 이용한 대마액상의 경우 연령대를 떠나 누구나 손쉽게 흡입할 수 있어서 마약 확산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를 통한 마약 밀수가 증가하면서 실제 마약 소비자를 검거했는데 중고등학생인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도 엑스레이 판독 능력 배우고 싶어 해”교묘해지는 마약 밀수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 과장은 해외 관세청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역량으로 한국의 엑스레이 판독전문요원을 꼽았다. 현재 339명인 판독전문요원은 장기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하루 수십만 건의 특송 화물과 수하물이 엑스레이 검색기를 통과하면 3초 안에 의심점을 찾아낸다. 신 과장은 “엑스레이 검색 화면을 통해 비정상적인 음영을 판별할 수 있다면 공간을 이용한 마약 밀수를 잡아낼 수 있다”며 “여행자 정보 분석을 통한 마약 밀수 적발에 특기가 있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세관에서도 배우고 싶어 하는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밀리’처럼 현장을 누비는 마약 탐지견도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704건) 가운데 11.9%에 이르는 84건을 적발하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 과장은 “일부 ‘보디 패커’는 마약 탐지견이 다가오기만 해도 큰 불안감을 보이면서 적발되기도 한다”고 했다. 전체 세관 직원들이 마약 적발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문화도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서 하루 평균 2건씩 마약이 적발되는 상황을 보면서 세관 직원들 모두 ‘나도 마약을 적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상한 가루가 보인다면 주저 없이 마약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감시를 뚫고 실제 국내로 유입되는 마약의 양은 얼마나 될까. 신 과장은 국내로 반입되는 마약의 양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국내의 마약 도매 가격이 해외에 비해 수십 배 높은 상황을 통해 한국으로의 마약 밀수가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고 추정할 따름이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필로폰의 경우 1회 투여량이 0.03g이기 때문에 1kg의 밀수를 적발하지 못하면 3만3000회의 투약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라며 “직원 모두가 ‘마약 단속 요원’이라는 생각으로 밀수 차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인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2050년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가 최대 1000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글로벌 각국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부활 기미를 보이는 국내 원전 업계에도 큰 수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원전 업계는 체코에 이어 폴란드와 영국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앞으로 원전 산업이 ‘고(高)성장’한다면 2050년 전 세계 원전 발전용량은 890GWe(기가와트일렉트릭)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9기의 발전용량이 395GWe인 것을 감안하면 2050년까지 최대 550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건설을 검토 중인 원전은 344기에 달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원전 업계는 해외 원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부터 22일까지 2박 4일간 체코를 공식 방문한다.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사업이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한-체코 간 원전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게 이번 방문의 핵심 목표다. 민관 연합의 ‘팀코리아’는 폴란드와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의 원전 건설 수주에도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신규 원전 시장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소형모듈원전(SMR)으로 재편되는 만큼 SMR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SMR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신속하게 관련 규정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英-폴란드에 원전 수출 기대… 美 설비-동남아 시장도 커져[新 원전 르네상스, 다시 뛰는 K-원전] 〈상〉 글로벌 원전 시장 ‘활짝’AI發 전력수요 늘며 ‘脫탈원전’… 전세계 총 432기 건설 확정-검토발전기 등 핵심 설비 판매도 늘듯… 전문가 “교육-인력 등 정부 지원을”“원자력발전소 내 A구역 작업자는 유지 보수 업무 시 안전에 유의해 주세요.” 작업자가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안내 음성이 나온다. 중앙 통제실에선 작업자의 몸에 부착된 카메라로 360도를 살펴보며 실시간으로 주의사항도 전달한다. 현재 원전에선 중앙 통제실과 현장 작업자 간의 소통은 별도의 장소에 마련된 유선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무선 통신을 도입하면 전혀 다른 업무 환경이 펼쳐진다. 12일 찾은 경기 광명시 일신EDI 연구실에서 확인한 ‘원전 전용 무선통신 시스템’이 가져올 미래 원전의 모습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2020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과 일신EDI가 공동 연구해 지난해 말 개발했다. 시스템 개발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운영사 ‘나와(Nawah)’부터 미국 전력연구원(EPRI)까지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안혁태 일신EDI 대표는 “고온, 고압, 내방사선, 내진 등 극한 상황에 맞춘 모든 규격을 통과했다”며 “해외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물론이고 향후 예정된 신규 원전도 시스템 수출을 논의 중인 곳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올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해외 원전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년간 침체됐던 전 세계 원전 시장이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030년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K원전 르네상스… 미국, 동남아 수출 가능성↑18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총 64기다. 88기는 건설 계획이 확정됐고, 344기는 신설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한국이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유럽에서도 영국(2기), 스웨덴(2기), 폴란드(3기) 등이 원전 건설을 확정했고 미국도 향후 원전 13기의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었던 세계적인 ‘탈원전’ 바람은 다시 ‘탈탈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급등하면서 값싼 가격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탄소 배출량까지 적은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 업계에선 신규 원전뿐만 아니라 원전에 들어가는 발전기 등 핵심설비 수출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등 기존 원자력 발전 선진국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공급망이 붕괴돼 원전 기기 제조 역량이 부족하다. 대신증권은 ‘원자력 밸류체인 재건과 한국 원자력의 수혜’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한국은 노형 수출에서는 경쟁 관계이지만 주기기 및 보조기기 제조에서는 협력 관계”라며 “매년 3∼5기의 원전이 추가로 필요한 미국이 한국의 고객사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적기 시공능력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선점”유럽뿐만 아니라 원전에 소극적이던 동남아시아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달 공표하는 국가에너지계획(2024∼2037년)에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미 후보지 선정을 위해 관계 기관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도 2030년대 초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K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미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 능력으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앞으로 전 세계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원전 산업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원전 운영, 건설, 설계, 후행주기 등 전(全)주기적 경쟁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 인력, 교육체계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올 5월 중국은 하이난성 창장 원자력발전소에 위치한 소형모듈원전(SMR) ‘링룽 1호’의 시험 가동에 돌입했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SMR로 주목받는 링룽 1호는 2026년 정식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2030년 SMR 실증단지 완공과 상업 운전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1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SMR 시장 규모는 약 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2050년에는 SMR이 전체 신규 원전의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되는 SMR 기술 개발을 두고 강대국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완료하고, 203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은 이미 2012년 SMR 기술의 일종인 ‘SMART’를 개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다만 SMR 개발을 위한 각종 법규와 제도는 추가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i-SMR 개발 완료까지 4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i-SMR 같은 종류의 원전을 반복적으로 짓기 위해 필요한 표준설계인가는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신기술인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지부터가 불명확한 것이다. 원전을 설치할 때 각종 주민 보호대책 수립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의 범위 역시 SMR만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SMR 관련 규제를 유연하게 하면서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SMR은 신기술이기 때문에 ‘안전이 입증된 기술’만을 적용하려는 기존 규제 체계와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개발이 다 끝난 뒤에 판단하는 방식 대신에 개발 단계별로 협의하는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신청 8년여 만에 허가를 받았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 건설이 중단된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제200회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안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설 허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1월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한국은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에 새 원전을 짓게 됐다.신한울 3·4호기는 전기 출력이 각각 1400MW(메가와트) 용량인 가압 경수로형 원전(APR1400)으로 현재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와 설계가 동일하다. 2016년 1월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여 만인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의결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건설 허가 심사도 중지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2022년 7월 건설사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심사가 다시 시작됐다.원전 생태계 복원 신호탄, 12조 일감 생겨… 원전 3기 추가 건설신한울 3·4호기 8년만에 건설허가… 文정부 탈원전에 4개월만에 중단尹정부서 다시 건설허가 절차 밟아… 고사 직전 원전업계에 단비 역할“부지 81% 매입”… 오늘 공사 재개신청 8년 만에 건설허가를 받으면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가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사업비가 1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감을 공급하면서 고사 직전에 몰렸던 국내 원전업계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돼 국내 원전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 이미 터 닦기 진행 중”신한울 3·4호기는 2016년에 이미 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용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까지 마친 원전이었다. 하지만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착수한 지 4개월 만에 건설이 중단됐다. 현 정부 들어 원전 건설 재개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고 건설허가 절차도 다시 밟아 왔다.한국수력원자력은 즉시 본관 기초 굴착과 함께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13일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에서 관계사 임직원들과 함께 명품 원전 건설, 안전한 일터 조성을 다짐하면서 공사 재개에 나선다. 최일경 한수원 건설사업본부장은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으로 불리는 신한울 3·4호기가 이번에 건설허가를 받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최고의 안전성을 갖춘 원전으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신한울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식 공사에 앞서 정부의 실시계획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터 닦기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이달 5일 기준으로 신한울 3·4호기 부지의 약 81%도 매수가 끝난 상태라 빠른 공사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의 주요 설비 공사 계약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다. 종합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담당하고 주기기 공급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게 된다. 시공은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이앤씨 등이 진행할 예정이다.● 원전업계에도 대규모 일감으로 ‘단비’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원전 생태계에는 자연스럽게 대규모의 일감이 공급된다. 약 2조9000억 원 규모의 주기기 건설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업체들과 계약을 맺게 되고 약 2조 원 규모의 펌프, 배관, 케이블 등 보조 기기 계약도 준공 시점까지 순차적으로 발주된다.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고사 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제고해 향후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한 원전 수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경북 울진군은 5일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관련해 지역 업체 참여 방안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격적인 공사 착수로 울진 지역 경제에도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국내 원전 업체들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원전 보조기기 생산과 납품을 담당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원전 관련 신규 수주가 ‘올스톱’ 상태였다”며 “과거에 수주한 기기들의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회사를 겨우 운영해왔는데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계기로 새로운 일감을 따내면 매출 증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에 새 원전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정부의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는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대표적인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본격적으로 발전에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긴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새울 3·4호기가 곧 준공될 예정이어서 국내 원전업계의 일감이 완전히 끊어질 위기였는데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원전업계의 인프라와 시설, 인력 등을 유지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11차 전기본 실무안 계획 이행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우리 원전 산업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신청 8년여 만에 허가를 받았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 건설이 중단된 바 있다.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제200회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안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설 허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1월 건설 허가를 신청한지 8년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한국은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에 새 원전을 짓게 됐다.신한울 3·4호기는 전기 출력이 각각 1400MW(메가와트) 용량인 가압 경수로형 원전(APR1400)으로 현재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와 설계가 동일하다. 2016년 1월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여 만인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의결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건설 허가 심사도 중지됐다. 이후 이번 정부가 2022년 7월 건설사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심사가 다시 시작됐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종신형 개인연금에 적용하는 분리과세율을 기존의 4%에서 3%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년 1500만 원의 연금을 종신 수령할 경우 16만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아낄 수 있도록 해서 장기 수령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퇴직금을 20년 이상 장기연금으로 받을 경우에도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장기연금 수령을 유도하고 국민들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에 대한 적극적인 세제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현재 개인연금은 세액 공제를 받은 기여금과 운영 수익이 연금 수령 시점에 연 1500만 원 이하인 경우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확정형으로 수령하면 나이에 따라 70세 미만은 5%, 80세 미만은 4%, 80세 이상은 3%의 세율을 적용하고 종신형 수령에서는 4%(80세 이상은 3%)의 세율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 같은 소득세법을 개정해 종신형 수령의 경우 세율을 3%로 낮추기로 했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때부터 확정형의 최저 세율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 종신형 개인연금 선택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매년 1500만 원의 연금을 종신 수령하는 경우라면 기존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66만 원의 세금을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49만50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연 16만5000원의 절세가 가능해진다. 최 부총리는 “퇴직소득을 개인연금 계좌에 불입할 경우 20년 이상 수령하면 세금을 50% 감면하는 구간을 추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행법상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가 매겨지지 않고 이연된다. 이 세금은 실제로 연금을 수령할 때 10년 이하는 이연된 퇴직소득세의 70%, 10년 초과는 60%만 분리과세하고 있는데 20년 초과 구간은 이보다 더 낮은 50%를 분리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퇴직금 3억 원을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납입해 1700만 원의 퇴직소득세가 전액 이연된 근로자가 매년 1000만 원씩의 연금을 수령할 경우 20년 이후 연 37만4000원(지방소득세 포함)인 세금이 30만8000만 원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최근 정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의 성공 여부에 이번 세제 혜택도 연동돼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최 부총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에 상속세 체계를 현재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는 상속되는 유산 전체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상속 받는 사람 각자의 실제 상속 금액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과세표준 산정에서는 실제 상속재산 분할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하고 상속인별 공제액 규모는 현재 공제액을 감안해 따로 설정할 계획”이라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유산취득세 법률안의 국회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전국 가정집의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평균 7500원씩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긴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늘어 전력 사용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전력은 지난달 주택용 전기의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363kWh(킬로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달(333kWh)보다 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주택용 전기요금은 가구당 평균 6만3610원으로 1년 전(5만6090원)보다 13.4%(7520원)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요금 인상 폭이 사용량 증가 폭보다 더 큰 것은 주택용 전기에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을 무겁게 매기는 누진제를 적용한 결과다. 한전은 7, 8월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300kWh 이하’ ‘301∼450kWh’ ‘450kWh 초과’ 등 3구간으로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을 더 무겁게 매기고 있다. 지난달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증가한 가구는 76.2%였다. 요금이 1만 원 미만 증가한 가구(973만 가구)가 전체의 38.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만∼3만 원 증가한 가구(710만 가구)가 28.2%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2522만 가구 중 22.6%를 차지하는 569만 가구는 오히려 지난달 전기요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달 가구당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과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2배 이상이고 미국은 2.5배, 독일은 3배 수준”이라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모든 미국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난 수십 년간 가장 강한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우선 구매) 원칙을 만들겠다.”(민주당 정강 정책)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외 통상 기조는 지금의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치 지형의 격변에 따라 한미 양국 간 경제, 통상 부문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한미 FTA 개정 요구 가능성” 트럼프 후보는 올 7월 발표한 공화당 정강 정책을 통해 통상 분야의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했다. 특히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외국산 제품 전반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공화당은 무역흑자 규모에 따른 보복관세 부과도 정강 정책에서 당 방침으로 못 박았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무역협정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실제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고 있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후보의 보편 관세는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슈지만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실제로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불분명하다”며 “결국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무역에서 결과적인 균형을 추구하면서 미국이 적자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뚜렷한데 우방국도 배려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더해지면서 한국에 어떤 정책을 펼칠지 점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해리스 통상 정책, “바이든보다 급진적” 평가 민주당은 지난달 발표한 정강 정책에서 ‘바이 아메리칸’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의 통상 정책은 중산층 일자리를 해외로 보내고 우리의 공급망을 훼손하는 방향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해리스 후보는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28%로 높이겠다고 했다. 미국 법인세는 외국 법인에도 동일하게 부과되기 때문에 현실화된다면 한국 기업들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어떤 방식으로 계승할지 불명확하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해리스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젊고, 급진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공급망을 분리하지 못하면 약속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 흑자 공격과 친환경 이슈 대응 준비해야” 우선적으로는 자동차를 비롯한 미국 전통 산업에서의 무역 흑자 문제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 확대 등이 중대한 과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등이 가장 우려되는 산업”이라며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량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 차는 한국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워 한국의 무역 흑자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US스틸이 일본 기업에 인수되는 문제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면서 철강재 역시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여 전 본부장은 “해리스 후보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보다 강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연합(EU)이 이미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미국판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품 생산 과정에 발생한 탄소의 양을 측정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해 미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세금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 7월 말 취임한 강민수 국세청장이 최근 주요 간부 인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2만 명 국세청 직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 최근 내부 감찰 강화로 조직 다잡기에 나선 강 청장이 인사로 엄정 과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인데요. 세무 업계에서는 얼마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인사가 강 청장의 속마음을 잘 보여준다고 얘기합니다. 대기업과 대형 사업장이 집중된 서울에서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은 세무 조사에 착수하기만 해도 이목이 집중되는 이른바 ‘기업 저승사자’인데요. 강 청장은 이 4국장 자리에 세무대 출신의 국세청 과장급 간부였던 김진우 역외정보담당관을 발탁했습니다. 2013년 이후 10년 넘게 행정고시 출신만 부임하던 자리에 “조사에 진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세무대 출신 간부를 처음 낙점한 것입니다. 고위공무원 전보가 아니라 승진으로 이 자리를 채운 것도 이번이 최초였습니다. 취임사에서도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을 외쳤던 강 청장의 이번 인사를 놓고 국세청에서는 팬데믹 기간 유연성에 방점을 찍었던 과세 행정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팬데믹 이후 경제 위기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세청도 민생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과세 행정 기조였는데요.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19년 1만6008건이었던 세무조사를 매년 축소해 지난해 1만3992건까지 줄였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식되고 올해도 20조 원이 훌쩍 넘는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세정의 방향성을 바꿀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난해 344조 원에 이르는 국세 수입 중에서 세무 조사를 통해서 거둬들인 세수는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예 인력을 총동원해 세무 조사를 늘려도 실제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엄정 과세’ 기조는 공정 과세의 가장 중요한 기반일뿐더러 납세자 신고를 토대로 하는 주요 세수를 늘리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아 보입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2024 에이팜쇼’는 1일 오전 10시 박람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귀농·귀촌 노하우와 농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공유한 설명회에는 미리 준비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이목이 집중됐다. 또 전국 66개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귀농·귀촌관에는 실제로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관람객과 지역 특산물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입에는 지역 특산물, 귀에는 귀농 노하우 1일 입장 가능 시간이 20분 넘게 남았는데도 행사장 입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선착순 100명에게 에이팜 마켓에서 지역 특산품, 전통주 등을 구입하면 50% 할인해 주는 할인권을 증정하는 데다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한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기 위한 관람객들이 몰린 것이었다. 박람회에는 지역 특산품과 색다른 전통주를 구매하기 위한 관람객들도 끊이질 않았다. 전북 남원시에서 안터원목장을 운영하며 직접 생산한 우유로 만든 치즈와 요구르트를 소개하고 판매한 황인원 씨(42)는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매출이 200만 원을 넘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1일 두 아들과 함께 에이팜쇼를 찾은 김효정 씨(41·여)도 “당장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 부스를 돌면서 아이들이 책으로만 보던 전국의 특산물을 눈과 입으로 직접 경험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이틀 동안 릴레이로 진행된 귀농·귀촌 설명회와 ‘농담(農談) 토크 콘서트’는 농촌 전문가들의 순도 높은 조언으로 실속을 채웠다. 지난달 31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귀농·귀촌 설명회의 강사로 나선 최민규 농촌공간 대표는 “농업을 목적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한 귀농인은 각종 세금 감면이나 연금 및 건강보험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농업인은 농촌에 내려가도 별다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귀농·귀촌 전부터 농업인 자격을 갖추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평균 1억7000만 원 정도의 자본금으로 진행되는 귀농·귀촌은 여러 지자체의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강의 내내 질문을 던지거나 메모를 하던 관람객들은 강의가 끝난 뒤에도 최 대표를 붙잡고 귀농·귀촌 노하우를 물었다. 전남 고흥군으로의 귀촌을 고민 중이라는 최성희 씨(64·여)는 “1시간 30분의 강의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해서 들었다”며 “내년에 교수 생활을 은퇴한 뒤에 남편과 제2의 인생을 위해 귀촌해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농촌 세컨드하우스, 공유로 단점 극복” 이틀 동안 진행된 ‘농담 토크 콘서트’도 농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다채로운 시골 공간을 소개하면서 구독자를 42만 명 넘게 모은 유튜브 채널 ‘오지는 오진다’를 운영하는 유튜버 김현우 씨와 정태준 씨는 1일 무대에 올라 농촌 빈집을 매입할 때는 꼭 마을을 찾아 이장이나 부녀회장을 만나보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시골집은 아파트와 달리 매물을 부동산에 올리는 대신 이장님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이장님을 직접 만나면 마을 분위기와 환경까지 간접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나만의 세컨드하우스 만들기’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연 박찬호 클리 대표와 김범진 밸류맵 대표는 소유 대신 공유로 농촌 공간을 누리는 방법을 소개했다. 농촌 빈집을 공유형 세컨드하우스 상품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박 대표는 “관리 부담은 큰 반면에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긴 세컨드하우스의 단점은 공유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교통 좋은 무주군에 내려가 임업을 하고 싶은데 임야는 어떻게 구입할 수 있나요? 준보존산지와 보존산지 중에선 어떤 땅이 더 좋을까요?” 30일 ‘2024 에이팜쇼’ 제1전시장의 ‘귀농·귀촌관’을 찾은 강기정 씨(55)는 전북특별자치도 부스에서 무주군의 임야와 주변 환경, 경영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세세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무주군 관계자가 10여 분에 걸쳐 종이에 임야별 특징을 써 내려가며 장단점을 설명했다. 강 씨는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두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다음 달 10일 무주로 내려가 직접 임야를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잡았다.● “전원주택 물색하려 3년 연속 찾아” 2016년부터 귀농·귀촌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강 씨는 “떠도는 정보는 많지만 이렇게 자세하고 정확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며 “(이번 에이팜쇼는) 농촌에서 ‘내 밥벌이를 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66곳이 80개의 부스를 마련한 귀농·귀촌관에는 강 씨처럼 꼭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는 ‘귀농·귀촌 지망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 과천시에서 온 원모 씨(61)는 이날 사과로 유명한 경북 청송군 부스에서 상담을 받으며 “청송에서 기를 수 있는 사과의 종류가 뭐냐” “귀농 체험 신청은 어떻게 하면 되냐”며 연신 질문을 던졌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송 황금사과’로 유명한 시나노골드 품종을 추천하면서 재배한 사과가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청송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 씨는 “퇴직 후 노후에 대해 고민이 컸는데 귀농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다양한 지자체의 귀농 정보를 한 장소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시 부스에서 귀촌 상담을 받은 이돌 씨(74·경기 용인시)도 “수도권 내 조용한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 만한 곳을 알아보려고 에이팜쇼를 3년째 찾고 있다”고 말했다. ● “농촌유학으로 아토피 안심학교 찾아오세요” 제2전시장에 처음으로 마련된 농촌유학관에는 감성과 창의력을 길러 줄 수 있는 농촌학교 유학에 궁금증을 가진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6세 된 아들과 함께 전남도교육청 부스를 찾은 설은희 씨(41·여)는 “농촌 유학에 관심이 있지만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며 “교과 과정 대신에 농업을 주로 공부하느냐”란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정다정 전남도교육청 주무관은 “일반 교과 과정과 지역 특성에 맞는 생태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며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는 구례군이라면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과 강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에이팜쇼에는 전북과 서울도 농촌 유학관을 마련했다. 전북은 특화형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앞세웠고, 서울은 전남 전북 강원과 연계해 경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진안군 조림초등학교의 아토피 안심학교 프로그램처럼 자연, 생태, 사회, 역사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세입자가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이 2035년까지 10만 채 공급된다. 주로 개인 집주인들이 전월세 공급자 역할을 하던 민간 임대 시장에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임차인들로서는 전세사기 우려 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유형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법인이 100채 이상 규모로 장기 임대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의무 임대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면 임대료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가격 규제를 없애면 기업들이 수요에 따라 수영장, 식사 제공 등 서비스를 확대해 경쟁력을 키울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는 효용을 다했다”며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이런 추세가 구조적으로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국토부는 관련 민간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다음 달 발의할 계획이다. 20년 장기임대주택은 기존 10년 임대주택과 달리 임대료를 주거비 물가 상승률보다 더 올릴 수 있고, 세입자가 바뀌면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유형은 정부 규제와 지원 정도에 따라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자율형은 임대료 규제를 받지 않는 대신에 정부 지원을 최소한만 받는다. 준자율형은 임차인이 20년 가운데 계약을 갱신하는 2년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 5% 상한이 적용된다. 그 대신 기업은 지방세 감면 혜택과 저금리 기금 융자 지원을 받는다. 지원형은 준자율형이 받는 규제에 더해 초기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95% 이내로 제한되고 무주택자 우선 공급 의무가 생긴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모델은 앞서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뉴스테이’의 확장 버전이다. 2015년 정부는 임대료와 관련된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8년간 의무 임대 기간을 둔 ‘뉴스테이’를 내놓았다. 당시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임대료 제한을 두지 않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의무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서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5%로 제한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한국은 규제 등 영향으로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 사업자인 SK D&D는 서울에서 ‘에피소드’라는 브랜드로 총 2200채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장기 임대주택 10만 채도 전체 임대주택 시장(863만 채)의 1.1%에 불과하다. 일본이 전체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다이와리빙 등 임대 전문기업이 공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관건은 기업들의 참여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자금을 장기 투자로 운용하는 보험사에도 임대주택 투자를 허용하고 건전성 기준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다만 주택 공급이 늘더라도 임대료가 상승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도소득 과세특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을 취득해서 5년 이상 임대하면 시가를 활용해 5년간의 양도소득 가운데 절반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대상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취득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및 취득가액 6억 원 이하 주택이다. 이번 조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또 내년 예산안 발표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많은 7500채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를 활용해 피해자에게 첫 10년간은 무상으로, 다음 10년간은 시세의 30% 수준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3곳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AI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공개하고 AI 관련 국제표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차 AI 산업정책위원회를 열고 산업 데이터 활용 촉진을 비롯한 AI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이달 국내 5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AI 활용률이 30.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에 조사된 활용률 14.7%에 비하면 2배 이상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AI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23.8%)과 중소기업(28.7%)의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산업부는 ‘AI 생성 모델의 안전성 평가 표준’ 등 국제표준 17종을 적기에 개발하고 ‘전기전자 제품 AI 윤리 가이드라인’ 등 국가표준 30종도 보급하겠다는 AI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함께 공개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AI는 반도체와 같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산업의 쌀’이 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는 산업과 기업에 대해 투자, 입지, 인력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년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2.8%로 역대 가장 낮았던 지출 증가율을 내년에도 3% 초반으로 묶으면서 2년 연속 긴축 재정을 이어간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내년 재정 적자 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로 2019년 이후 6년 만에 3% 이내로 떨어질 전망이다. 27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의 지출증가율(3.2%)이 올해(2.8%)보다는 증가했지만 여러 가지로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크게 악화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기간 평균 8.7%였던 예산 증가 폭을 절반 이하로 낮춰서 한국 경제의 강점에서 위험 요인으로 뒤바뀐 재정 건전성 우려 해소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긴축 재정 기조 속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정부는 5년간 20조 원을 투입해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3000억 원의 전공의 수련 비용을 새로 편성했다. 올해 약 8000억 원이었던 의료 관련 예산은 내년에 2조 원으로 2.4배가량 늘어난다. 올해 대규모 삭감 사태를 겪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은 29조7000억 원 규모로 책정돼 삭감 이전인 2023년(29조3000억 원) 수준으로 원상 회복됐다. 2030년 글로벌 3대 강국을 목표로 인공지능(AI) 등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에 3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 채무를 늘렸다”며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까지 69년간 누적 국가채무가 660조 원인데 지난 정부 단 5년 만에 1076조 원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정부는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불가피하게 국가 채무를 늘린 것이라며 이번 정부에서도 임기 말인 2027년까지 360조 원의 채무가 더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출 증가율이 3% 안팎에 머물렀지만 정부는 국가채무가 내년에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본격화된 세수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70조 원 이상의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년 뒤에는 국가채무가 1500조 원을 넘기는 재정 건전성 위기를 놓고 정부와 야당은 서로 상대를 탓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국가채무, 2028년엔 1500조 돌파 27일 정부가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에 77조7000억 원 적자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91조6000억 원 적자보다는 규모가 줄지만 여전히 70조 원이 훌쩍 넘는 재정 적자가 이어지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2026년 이후에도 2028년까지 매년 70조 원대의 적자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1195조8000억 원인 국가채무 역시 내년 1277조 원으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26년 1353조9000억 원, 2027년 1432조5000억 원, 2028년 1512조 원으로 매년 규모를 키울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22년(1067조4000억 원)과 2027년을 비교하면 5년 사이에 국가채무가 365조1000억 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의 긴축 기조에도 재정 건전성이 이처럼 악화되는 것은 급격한 고령화 속에 복지 분야 지출은 갈수록 커지는데 세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는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을 401조1000억 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이 당초 전망보다 20조 원 가까이 적은 382조4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지난해 56조 원 규모에 이어 올해도 2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 내년에도 세수 가뭄이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국세 수입 전망마저 너무 낙관적인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과 부진한 내수 경기 등을 감안하면 내년도 국세 수입 역시 예산안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3.6% 삭감하고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여전히 빚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률로 정해진 복지성 지출 등이 급증하면서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증가율은 0.8% 수준에 그쳤음에도 전체 지출은 3.2%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 빚 400조” vs “이번 정부 채무도 360조 예상” 재정 건전성 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을 놓고 정부와 야당은 책임 공방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서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꼭 써야 할 곳에 제대로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난 정부가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6일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이 올해 2분기 말 3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경기 부진과 세수 펑크에도 초부자감세를 이어온 결과”라고 비판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번 정부의 ‘부자감세’가 재정 건정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맞섰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민생 외면, 미래 포기가 반영된 예산안”이라며 “부자감세 등으로 세입 기반은 훼손됐고, 민생사업 예산은 반영하지 않거나 투자를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상속세율 인하 등을 추진하면서 세수 여건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워도 너무 더운 올여름. 낮 시간 산업용 전력 수요가 유지되고 에어컨 냉방 수요가 겹치면서 하루 최대 전력 수요가 벌써 여러 차례 최고 기록을 새로 써냈습니다. 최대 전력 수요는 20일 오후 5시에 97.1GW(기가와트)로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었습니다. 한국은 전력 수요과 공급의 균형이 유난히 맞지 않는 나라입니다. 발전 비용이 비교적 적은 원자력·석탄 발전소가 동해안에 집중돼 있는 상황. 반대로 호남 지역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가 커지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곳은 이들 지역과 거리가 먼 수도권입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하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이르는 10GW의 전력 수요가 예상됩니다. ‘동(東)원전, 서(西)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일이 지상 과제가 된 상황이지만 경기 하남시는 21일 동서울 변전소 증설 사업에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의 종착지인 변전소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목표였던 2026년 송전선로 준공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동서울 변전소 증설이 불가능해지면 당초 계획의 절반가량의 전기만 옮기게 됩니다. 전력 수요 급증에도 올해 ‘블랙아웃(대정전)’을 걱정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예비전력이 전력 수요 피크 시점에도 8.2GW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력망 확충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계속된다면 다가올 어느 해 여름에는 “정전 피하려면 에어컨 꺼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약 4만8000곳의 업체에서 1조3000억 원 규모의 미정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25일 기획재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피해 규모를 공유하고 총 1조6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적극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메프가 판매 업체에 지급하지 못하는 최종 미정산 피해액은 총 1조2789억 원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디지털·가전이 3708억 원으로 피해 규모가 가장 컸고, 상품권(3228억 원), 식품업계(1275억 원) 등의 순이었다. 또 전체 피해 업체 수는 약 4만8000곳인데 미정산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업체 981곳에 88.1%의 피해액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약 90%의 피해 업체는 미정산 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피해 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신속히 진행하는 한편으로 대출 금리도 기존보다 더 낮추기로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 자금은 기존에 각기 3.51%, 3.4%였던 대출 금리가 2.5%로 낮아진다. 또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의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금리를 3.9∼4.5%에서 3.3∼4.4%로 낮추고 0.5%의 단일 보증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약 4만8000곳의 업체에서 1조3000억 원 규모의 미정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25일 기획재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피해 규모를 공유하고 총 1조6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적극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메프가 판매 업체에 지급하지 못하는 최종 미정산 피해액은 총 1조2789억 원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디지털·가전이 3708억 원으로 피해 규모가 가장 컸고, 상품권(3228억 원), 식품업계(1275억 원) 등의 순이었다.또 전체 피해 업체 수는 약 4만8000곳인데 미정산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업체 981곳에 88.1%의 피해액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약 90%의 피해 업체는 미정산 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이었다.이에 따라 정부는 피해 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신속히 진행하는 한편 대출 금리도 기존보다 더 낮추기로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 자금은 기존에 각기 3.51%, 3.4%였던 대출 금리가 2.5%로 낮아진다. 또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의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금리를 3.9~4.5%에서 3.3~4.4%로 낮추고 0.5%의 단일 보증료를 적용하기로 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세청이 최근 5년 동안 걷지 못한 세금이 46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세청이 거두지 못한 세금은 총 46조3579억 원으로 추산됐다. 종류별로 보면 ‘정리보류 체납액’이 36조459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리보류 체납액은 소멸시효가 아직 남아 있지만 체납자의 소득과 재산이 없어서 국세청이 징수하지 못하고 있는 세금을 뜻한다. 과세 당국이 납세자에게 돌려준 ‘불복환급금’도 이 기간 8조426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복환급금은 국세청이 발부한 세금 고지서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행정 소송을 내는 등의 절차를 거쳐 납세자가 환급받는 세금인데 지난해의 경우 환급 규모가 2조1243억 원에 이르렀다. 이 밖에 세정 당국이 매겨야 할 금액보다 덜 매긴 세금인 ‘과소부과’ 규모도 1조8556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국세청이 부과하는 세금을 충실히 징수하는 노력과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리보류 체납액의 경우 징수를 위해 노력했는데도 현실적으로 걷을 수 없는 세금”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티메프’(티몬·위메프) 관련 미정산액이 1조3000억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피해를 본 판매자를 돕기 위해 1조6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2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 방안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19일까지의 티메프 관련 판매금 미정산액이 약 8188억 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산 기한이 남은 판매금을 감안하면 이 금액은 앞으로 5000억 원 가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 미정산액은 1조3000억 원 내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판매자 피해 구제를 위해 대출과 이차 보전 만기 연장 등으로 총 1조6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초에 관련 대책을 발표했을 때보다 4300억 원가량 더 커진 유동성 지원 계획이다.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각기 1700억 원과 1000억 원씩의 자금을 투입해 피해 업체를 대상으로 직접 대출을 진행 중이고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도 3000억 원을 투입해 판매자 금융 지원에 착수했다. 또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는 1조 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편성해 각 지역 피해 업체에 직접 대출해 주거나 이자에 대한 이차 보전을 추진한다. 한편 정부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발생 이후 현재까지 총 359억 원 상당의 일반 상품 및 상품권 환불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집계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여행, 숙박, 항공권 및 상품권 분야의 집단분쟁 조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