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수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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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 복지팀 이문수 기자입니다. 소외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람에서부터 듣진 못했으니 무덤에 묻힐 때까지 2배로 열심히 듣겠습니다.

doorwater@donga.com

취재분야

2024-10-26~2024-11-25
사회일반54%
교육33%
인사일반10%
사건·범죄3%
  • 병원이탈 전공의 565명만 시한까지 돌아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가 정부가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을 넘긴 후에도 병원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체 전공의 중 4.5%인 565명이 복귀했다고 밝혔다. 광주 전남대병원의 경우 1일까지 전공의 319명 중 53명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조선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42명 중 11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8명이 복귀했다고 한다. 다만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에선 복귀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조짐은 보이지 않고 3월에 임용된 신규 전임의(펠로)들은 출근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4일에 신규 전임의들이 출근하지 않을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여전히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가 8945명으로 전체의 71.8%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집단 이탈·휴학에 반대하는 소수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X(옛 트위터)에는 지난달 말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 전공의’ 모임이 생겼다. 지난달 29일에는 자신을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라고 소개한 이가 “의사의 파업은 환자의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한 다른 모든 방법이 실패했을 때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고 쓴 글이 올라왔다. 2020년 전공의 집단휴진(파업) 때도 같은 이름의 모임이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이문수 doorwater@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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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의료 사망도 면책” “책임 누가 지나” 특례법 놓고 팽팽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형사 책임을 완화해 주겠다며 추진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두고 의사단체와 환자단체가 모두 반발하고 나서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은 보험에 가입한 경우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로 중상해가 발생하면 면책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처벌을 경감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용 등 비필수 영역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도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특례법을 만들어 의사들의 리스크를 방지하고 필수의료에 더 많은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례법 제정은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의사를 소송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의 요구를 감안한 것이다. 의사단체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숨진 후 의료진 3명이 구속되고 7명이 기소된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급감하며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환자들이 줄을 서는 현상)’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환자단체들은 “지금도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데 왜 다른 나라에 없는 법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환자 유가족들은 “병원에서 죽었다고 수사 의뢰도 못 하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법이 시행되면 미용이나 성형 의료 시술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에도 의사가 면책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의료계 요구가 지나치게 반영됐다”고도 했다. 한편 의사단체는 특례법이 제대로 된 당근책이 아니라면서 ‘썩은 당근’에 비유하며 반대하고 있다. 뇌와 심장 등 필수의료과 수술은 환자의 사망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해선 면책이 안 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도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배제된다면 중증질환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수술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형사 처벌만큼 의사들에게 부담이 큰 게 민사 소송과 거액의 손해배상인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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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종료 5시간 만에 ‘명령서 공시송달’…의협, 집단휴진 시사

    정부는 복귀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공시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공시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 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공시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중단 가능성” 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전공의 후배들에게 공권력이 압박을 가한다면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며 “하루이틀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공의에 이어 동네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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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의료 사망도 면책” “책임 누가 지나”…특례법 공청회 팽팽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형사 책임을 완화해 주겠다며 추진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두고 의사단체와 환자단체가 모두 반발하고 나서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지난달 27일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은 보험에 가입한 경우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로 중상해가 발생하면 면책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처벌을 경감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용 등 비필수 영역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도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특례법을 만들어 의사들의 리스크를 방지하고 필수의료에 더 많은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특례법 제정은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의사를 소송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의 요구를 감안한 것이다. 의사단체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숨진 후 의료진 3명이 구속되고 7명이 기소된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급감하며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환자들이 줄을 서는 현상)’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환자단체들은 “지금도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데 왜 다른 나라에 없는 법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환자 유가족들은 “병원에서 죽었다고 수사 의뢰도 못하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법이 시행되면 미용이나 성형 의료 시술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에도 의사가 면책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의료계 요구가 지나치게 반영됐다”고도 했다.한편 의사단체는 특례법이 제대로 된 당근책이 아니라며 ‘썩은 당근’에 비유하며 반대하고 있다. 뇌와 심장 등 필수의료과 수술은 환자 사망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해선 면책이 안 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도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배제된다면 중증질환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수술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형사 처벌만큼 의사들에게 부담이 큰 게 민사 소송과 거액의 손해배상인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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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단체 “의사들 집단행동 방지책 마련을” 인권위 진정

    정부가 집단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9일 환자 단체들은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라며 의료 현장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에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29일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멈추고, 중증 응급 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 불안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도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에게 환자 치료를 맡기고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역할을 법제화해 ‘의료 대란’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권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군데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환자 측은 정부가 의료계에 ‘당근’으로 제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 계획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관련 공청회에는 가족이 치료 중 사망했다는 한 유족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진료 거부 행위로 사고가 나도 수사 의뢰를 못 하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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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근무체계 한계 다가오는 지역의료원… “진료과장까지 당직 투입, 환자는 계속 늘어”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로비에 모인 환자들을 돌아보던 병원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지원받은 인턴 3명이 모두 사직서를 내고 그만뒀다”며 “의료공백을 메우느라 외래진료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 운영 중인데 인턴이 그만두며 내과, 외과 진료과장 등이 돌아가며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환자 수가 더 늘면 진료과장들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못 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의료원으로 향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상 운영시간을 확대하며 비상근무체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상당수는 ‘조만간 한계가 올 것’이란 분위기다. 수원병원을 비롯해 전남 강진의료원, 충북 청주의료원 등은 외래진료 종료시간을 기존 오후 5시 반에서 2, 3시간 연장한 상태다. 또 이들 병원에서도 대학병원만큼 많진 않지만 일부 전공의가 이탈해 내과, 외과 등 진료과목은 전문의가 돌아가며 24시간 응급실을 지키는 상황이다. 경기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다른 병원에서 이송되는 전원 환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이 열흘 가까이 되면서 지방의료원 사이에선 ‘폭풍 전야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동네병원 등 1, 2차 민간병원이 진료를 맡고 있어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진 않지만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의료원은 대형 종합병원에 비해 전문의 수도 적고 치료할 수 있는 과목도 한정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조금만 환자가 늘어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하루 400명가량 외래진료를 보고 있는데 환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하루빨리 사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외국은 아무리 적어도 공공병원 비율이 50∼70%인데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공 의료 인프라와 역량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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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떠나 사회적 기업 창업… 사람을 변화시킬 때 보람 느껴요”

    19일 오후 4시 반.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기업 ‘테스트웍스’ 사무실에선 발달장애인 김태민 씨(30)가 차와 사람을 구별하는 자율주행 차량용 AI 프로그램을 검수 중이었다. 그는 “원래 대중교통 등 차량에 관심이 많았다”며 “일하는 동안에는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위층 사무실에는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청각장애 탓에 보청기를 끼고 일하던 4년 차 이은비 씨(36)는 일정관리 및 검수, 프로젝트 리딩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동물병원 등 여러 곳에서 일해봤는데 이곳 일이 제일 잘 맞는다”며 “평생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테스트웍스는 발달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직원 28명을 고용한 AI 스타트업이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장기 실업자 등 취업취약계층 직원 22명도 고용 중이다. 테스트웍스의 취업취약계층 직원은 전체 직원(180명)의 약 28%에 달한다. 이곳에서 장애인 직원들은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니라 자율주행 등 AI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가공·검수하는 중요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 7월 기준 테스트웍스의 ‘임팩트 투자’(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투자) 유치액은 총 116억 원에 달한다. 창업자 윤석원 대표(52)는 “단순히 돈을 벌거나 승진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단녀’ 교육 봉사하다 창업 결심윤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을 거치며 ‘잘나가던’ 연구원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사직서를 내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것은 개인적 경험 때문이었다. 2015년 윤 대표는 서울시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일하던 지인의 의뢰로 경력단절 여성 대상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생들은 평균 합격률이 절반 남짓인 국제 SW 자격시험에서 80% 이상 합격할 정도로 열정과 실력이 출중했다. 윤 대표는 수강생들을 기업에 취업시켜주려 했지만 “정규직 채용은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력단절 기간이 10년 넘는 구직자를 흔쾌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줄 회사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윤 대표는 ‘차라리 내가 회사를 세워 채용하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윤 대표는 “연구원으로 승진할수록 마음은 공허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주변에 말하자 ‘퇴직 후 하라’는 충고만 돌아왔다”고 했다. 또 “취업취약계층 분들이 적절한 기회만 있으면 직무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제 보람을 느꼈냐’고 묻자 윤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불리다 회사에 들어와 이름을 찾게 돼 감사하다’고 할 때와 발달장애인 직원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기적’이라는 편지를 보내왔을 때”라고 했다. 또 SW 프로그래밍 멘토링을 해준 탈북자 청년이 직장을 잡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도 “희열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영화 한 편 볼 시간에 만나 멘토링을 해주고 관심을 줬을 뿐인데 인생이 바뀌는 모습을 봤다”며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채용해도 생산성 안 떨어져”데이터 라벨링 작업의 경우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이 많은데, 발달장애인은 일반 근로자보다 더 나은 집중력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만 처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이 잘 어우러지진 못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직원이 첫 출근 날 계단에 누워 있거나 소리를 질러 다른 직원들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장애가 있는 이들이 적응하기까지는 사회복지사들이 큰 도움을 줬다. 윤 대표는 “직장에서 삼가야 하는 행동을 룰로 정하고 사회복지사 면담을 진행하며 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며 “지금은 오히려 너무 규칙을 잘 지켜서 직원들이 쓰레기 하나 잘못 버릴 수 없다”며 웃었다. 윤 대표는 장애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전체 인적자원 관리 비용은 일반 근로자를 채용할 때보다 적게 든다고도 밝혔다. 윤 대표는 “같은 질문을 투자자들에게 많이 받았다”며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초기에 들어가는 훈련 비용은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퇴사율이 현격하게 낮아 결과적으로 인적자원 관리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꿈은 미래 세대에게 더 좋은 근로 환경과 공정한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다. 그 꿈에 부응하듯 테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SK그룹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키우기 위한 ‘임팩트 유니콘’ 기업에 선정돼 투자, 홍보 등을 지원받게 됐다. 윤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능력 있는 후배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팩트 유니콘 사업을 운영하는 행복나래 조민영 본부장은 “앞으로도 혁신적 소셜벤처들의 성장을 도와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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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풍전야’ 공공병원…“파업 장기화-개원의 가세땐 한계”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로비에 모인 환자들을 돌아보던 병원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지원받은 인턴 3명이 이미 모두 사직서를 내고 그만뒀다”며 “의료공백을 메우느라 외래진료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 운영 중인데 인턴이 그만두며 내과, 외과 진료과장 등이 돌아가며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환자 수가 더 늘면 진료과장들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못 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의료원으로 향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상 운영시간을 확대하며 비상근무체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상당수는 ‘조만간 한계가 올 것’이란 분위기다.수원병원을 비롯해 전남 강진의료원, 충북 청주의료원 등은 외래 진료 시간을 기존 오후 5시 반에서 2, 3시간 연장한 상태다. 또 이들 병원에서도 대학병원 만큼 많진 않지만 일부 전공의가 이탈해 내과, 외과 등 진료과목은 전문의가 돌아가며 24시간 응급실을 지키는 상황이다.경기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다른 병원에서 이송되는 전원 환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전공의 파업이 열흘 가까이 되면서 지방의료원 사이에선 ‘폭풍 전야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동네병원 등 1, 2차 민간병원이 진료를 맡고 있어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진 않는 상황이지만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특히 지역의료원은 대형종합병원에 비해 전문의 수도 적고 치료할 수 있는 과목도 한정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조금만 환자가 늘어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하루 400명 가량 외래 진료를 보고 있는데 환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중증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하루 빨리 사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외국은 아무리 적어도 공공병원 비율이 50~70%인데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공 의료 인프라와 역량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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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의대 증원 400~500명이 적정”… 대통령실 “양보하고 양보한게 2000명”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총선을 45일 앞두고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이라며 “민주당이 타진해 본 결과 충분한 소통과 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대 증원 적정 규모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 대표 측은 “문재인 정권 당시 민주당의 주장과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토대로 추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진압하면서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국정농단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 파업에 따른 국민적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에 갈라치기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를 놓고 불난 집에 튀밥 주워 먹겠다는 듯 달려드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또 “당 내부 위기 탈출용”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이 민주당 총선 공천 잡음 등 당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정쟁 유도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정말 양보하고 양보해 최소한으로 나온 숫자다. 이걸 협상하지 않는 한 (대화나 협상에) 못 나온다는 건 아예 대화를 안 하자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대 증원을 두고 의사들이 환자 목숨을 볼모로 집단 사직서를 내거나, 의대생이 집단 휴학계를 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한편 정원 배정 절차를 진행 중인 교육부는 22일 각 대학에 보낸 공문에서 “기존 수요 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인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 달라는 취지인데,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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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증원 두고 이재명 “총선용 농단” vs 尹측 “불난집 튀밥하나” 공방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총선을 45일 앞두고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이라며 “민주당이 타진해 본 결과 충분한 소통과 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대 증원 적정 규모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 대표 측은 “문재인 정권 당시 민주당의 주장과 현장 의료진들의 의견을 토대로 추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또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국정농단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 파업에 따른 국민적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에 갈라치기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를 놓고 불난 집에 튀밥 주워 먹겠다는 듯 달려드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또 “당 내부 위기 탈출용”이라며 이 대표 발언이 민주당 총선 공천 잡음 등 당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계산된 정쟁 유도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원래 필요했던 의사 충원 규모는 3000명 내외지만 정부는 여러 요건을 고려해 20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의대 (수요) 조사에서도 최대 3500명까지 요청이 왔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한편 정원 배정 절차를 진행 중인 교육부는 22일 각 대학에 보낸 공문에서 “기존 수요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달라는 취지인데,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에 상당수 총장들은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정원을 그대로 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상당수 의대 학장들은 “정원을 급격하게 늘릴 경우 제대로 교육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학내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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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교육부 “의대 증원 규모, 지난해와 달라지면 사유 명시” 각 대학에 공문

    교육부가 내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각 대학에 “기존 수요조사와 다른 정원 규모를 제출할 경우 사유를 명시하라”는 내용을 공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이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달라는 의미로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각 대학이 의대 증원 신청에 대한 산출 또는 판단 근거를 제시할 때 “기제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수요조사 때 제출한 내용에 기초해 제출해 달라는 뜻이다.교육부는 또 “기존 수요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며 “그에 따른 대학의 교육여건 추가 확보 계획도 포함해 달라”고 적시했다. 각 대학은 이를 ‘지난해 제출한 규모보다 많거나 적게 제출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현장에선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해 학교의 위상을 올리고 등록금 수입도 올리겠다’는 대학 본부와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선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의대 학장들의 의견이 맞서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교육여건에 비춰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한 점을 인정한다”며 “2000명은 단기간에 수용하기 불가능한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육 여건상 적절한 증원 규모로는 350명을 제시했다.하지만 상당수 총장들은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정원을 그대로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가 있는 대학의 한 총장은 이날 “지난해 실험실, 임상교수 당 학생 수 등을 전부 따져 희망 정원을 제출한 것이라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실제로 한 지방대 총장은 22일 교육부 공문을 받은 후 의대 학장에게 “실제 교육 적정인원을 적어내지 말고 (복지부에 낸) 기존인원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대의 한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인원을 내면 당장 강의실과 교원 수가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인데 총장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증원 규모를 배정하면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교육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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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의료위기 ‘심각’ 최고단계 첫 발령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3월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형병원들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대거 병원을 이탈하면서 수술을 30∼50% 줄이고 중증·응급 환자 위주의 비상진료 체제로 운영 중이다. 22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대형병원에서 이달 말 수련이 끝나는 레지던트 4년 차가 병원을 떠난다. 레지던트 4년 차는 수련 마지막 단계인 만큼 상당수가 병원을 떠나지 않고 근무 중이다. 또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전임의(펠로)의 근무 기간도 함께 만료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원장은 “레지던트와 전임의가 대거 떠날 텐데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다. 다음 달이 진짜 위기”라고 했다. 공공병원 97곳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비상진료 계획’도 다음 달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2, 3주 지나면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 100곳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 9275명(74.4%)이 사직서를 냈고, 이 중 8024명(64.4%)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돌아오지 않은 인원은 총 5596명이다. 의료 공백이 커지면서 정부는 23일 오전 8시부터 보건의료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한다. 보건의료위기 ‘심각’ 단계가 발령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23일부터 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된다.전공의 이탈속 전임의 내달 잇단 계약만료… “수술실 유지 어려워” ‘3월 의료대란’ 위기 3가지 징후①교수 포기한 전임의 이탈 러시②4년차 레지던트 충원 어려워③공공병원 비중 낮아 한계 봉착 서울의 한 대형병원 필수 진료과에선 다음 달 초 전임의(펠로) 5명이 계약 만료로 그만둔다. 그만큼 다시 충원해야 하지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사직의 여파로 후임자를 아직 한 명도 못 찾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까지 병원을 떠나게 되면 절반 남짓인 수술실 가동률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측조차 어렵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계약이 만료되는 전임의와 레지던트 4년 차가 병원을 떠나는 다음 달 ‘의료대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병원을 활용하는 정부의 비상진료체계도 조만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후배 돕자” “교수 포기” 전임의 동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가 2, 3주 후면 한계를 보일 것이란 지적에 대해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대응이 유지되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하고, 공중보건의사 등을 동원해 비응급·경증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돌리고 3차 병원은 응급·중증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장기전으로 가면 버틸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이달 말∼다음 달 초 전임의(펠로)의 계약이 대부분 만료된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임의가 225명으로 전체 의사의 약 16%다. 전공의보다 숫자는 적지만 수련도가 높아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 원래 전임의를 마친 일부는 대학병원 교수로 남아서 근무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교수직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는 전임의가 더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임의들은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성명을 20일 발표하며 이탈을 예고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소화기내과 2년 수련 과정을 포기하고 1년만 마친 후 떠나겠다는 전임의 후배도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 전문의 취득을 앞두고 있어 이번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4년 차 레지던트들도 이달 말∼다음 달 초 계약이 만료된다. 이들의 자리를 채워야 할 1∼3년차 레지전트들은 이미 병원을 이탈했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현재 신입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할 예비 인턴, 레지던트들이 거의 병원을 떠났다.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전공의도 상당수”라고 했다.● “지방 공공병원 “3주 이상은 한계” 정부는 공공병원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국내 의료서비스 중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10.8%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서울대병원 등 이번 전공의 사직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곳도 상당수다. 정부는 대학병원 등을 제외한 공공병원 97곳이 정상가동된다고 설명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들이다. 지방 공공병원은 기존 인력이 적어 과부하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은 “현재 내과와 외과에서 한 명씩 3교대로 나눠 24시간 대기 중”이라며 “이 상태로 3주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 공공병원에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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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고령화로 의사 1만명 부족… 의대 年750~1000명 증원 바람직”

    정부는 6일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내년부터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면서 보고서 3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2000명 증원’을 두고 의사·전공의 단체는 ‘비현실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000명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규모”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동아일보는 정부가 참고한 보고서 3개의 저자인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64),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63),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44)과 함께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와 방식,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의 해법 등에 대한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의사 부족은 예견된 미래” 이구동성참석자들은 모두 “현재도 의사 수가 부족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홍 교수는 “수도권은 지금도 의사가 초과 상태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선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며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은 지도부가 주로 수도권에 있다 보니 나오는 것이다. 의사 중 지방 현실을 대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권 연구위원은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의료 서비스 수요가 많은 고령 인구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의사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사 부족은 예상 가능한 미래”라고 말했다.정부가 본인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단한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에 대해서도 ‘타당한 해석’이라고 했다. 정부는 2035년 의사 부족 규모로 홍 교수가 1만816명, 신 교수가 9654명, 권 연구위원이 1만650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신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계하는 방식을 참고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료 수요가 달라진다는 점과 의사들의 근로일수 등을 감안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추정한 결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기 때문에 어느 한 값이 연구를 대표하진 않는다”면서도 세 사람의 추계 방법론은 각각 다른데 결과값이 이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은 각 연구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 750~1000명 증원이 바람직”하지만 참석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매년 2000명 증원 방안에 대해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신 교수는 “정부는 1만 명 부족 현상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2000명씩 5년 증원을 결정한 것 같은데 1000명씩 10년 동안 늘리며 연착륙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정책의 결과를 차분히 평가하고 후속 조치를 구상하기에 5년은 지나치게 짧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가 줄면서 의사 초과가 되는 시점이 온다”며 “1000명 이상의 증원은 위험하고 750명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늘어난 정원을 모두 비수도권에 배정할 것’이란 조건도 달았다. 그는 “의사가 부족한 건 비수도권이기 때문”이라며 “서울은 이미 의사가 많으므로 늘어난 정원을 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5년마다 의대 정원이 적정한지 재평가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보고서에서 5%씩 점진적으로 의대 증원을 늘리자고 했던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늘릴 경우 어느 지역, 어느 대학에 우선적으로 배정할지를 두고 사회적 진통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1000명을 늘려 10년 정도 유지해 보면서 필수의료 정책을 함께 시행해 결과를 점검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의대의 현실적 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교수는 “해부학 실습의 경우 시신 구하기가 어렵다. 정부 안대로 증원되면 전통적 방식의 해부학 실습은 못 하게 될 것”이라며 “급격히 정원이 늘면 학교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2000명 증원이 오히려 의대 교육 인프라에 대한 대학들의 투자 의지를 떨어트릴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권 연구위원은 “이렇게 급격하게 증원한다면 대학들은 5년 뒤 다시 정원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해 의대에 대한 추가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필수의료 강화 구체안 내놓고 설득해야”참석자들은 전공의들은 이제라도 병원으로 돌아가고 정부도 의료계의 숙원인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정비를 포함한 구체적인 필수의료 대책을 내놓고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고도 했다.홍 교수는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국민을 볼모로 잡고 서로 양보하라고 해선 안 된다”며 “수도권은 한 명도 증원하지 않고 지역에서만 증원을 한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지금처럼 진료할 때마다 수가가 매겨지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한 이상 필수의료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를 고집한다면 아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소청과)나 산부인과는 점점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진료 건수와 무관하게 꼭 필요한 진료과목에 높은 수가를 주는 가치 기반 수가제로 보상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신 교수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 사고가 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열심히 돌보며 필수의료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또 이번 기회에 대형 병원이 전공의에 의존하는 현실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권 연구위원도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건강보험 개혁안 등을 구체화하면서 의사들에 대한 설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여성의사 근로시간 반영, 성차별 아냐”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권 연구위원의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던 중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녀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까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여성 의사가 남성 의사보다 근로시간이 짧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이를 두고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여성 의사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홍 교수도 이날 좌담회에서 “전공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여성과 남성의 생산성 격차는 없다. 권 연구위원의 연구에서 이런 시각이 반영됐다면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권 연구위원은 “남녀 근로시간의 차이를 고려한 건 성차별적 시각이 반영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 의사의 총 근로시간이 남성 의사에 비해 적은 건 자료에서 확인되는 현상”이라며 “외국의 의사인력 추계 연구에서도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은 남성 의사의 80% 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보고서에선 여성 의사의 노동시간이 적은 이유를 파악하고, 여성 의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가정 양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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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 공백… 응급환자도 돌려보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항의하는 전국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20일부터 병원을 이탈하면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됐다. 응급실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고 수술도 절반가량만 진행되는 곳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규모”라며 정원 규모를 두고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5곳에서 전공의 6415명(55%)이 사직서를 냈고,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날 주요 병원을 현장 점검하고 근무 중단이 확인된 7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의 근무지 이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계속 복귀하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도 추진할 방침이다.복지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거부를 예고했던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도 2745명 중 30% 안팎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파업 당시 참여율(8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전문의 취득을 앞둔 4년 차 레지던트 등 병원에 남은 이들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진료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임시 대의원 총회를 마치고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번 사안은 1년 이상 갈 수 있다”며 장기화를 예고했다.전공의가 빠져나간 대형병원은 수술실 가동을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의료진이 부족한 탓에 응급진료를 거절당한 환자들도 생겼다. 60대 공모 씨는 이날 오전 폐암 4기 환자인 남편과 함께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렸다. 공 씨는 “어제부터 남편이 42도 안팎의 고열에 시달려 집 주변 응급실에 찾아갔다가 ‘중환자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해서 대형병원으로 왔는데 또 거절당했다”며 의료진을 향해 “제발 받아 달라. 남편 같은 중환자는 이러다 정말 죽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일각에선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며 허황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대형병원서 퇴짜맞은 중증환자, 軍병원 응급실 겨우 입원 “대형병원 연락했지만 거부당해”국군병원-공공병원 응급실로軍병원 “외래환자도 진료 검토”병원 요구로 ‘강제퇴원’ 환자 늘어 20일 낮 12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서울병원 응급의료센터. 환자 임모 씨(84)가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들것에 실린 채 들어왔다. 부인 서재희 씨(77)와 딸(50)이 황망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임 씨는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구급차로 약 35km를 달려왔다고 했다. 임 씨는 지난주 낙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돼 병원에 입원했지만 후두암에 뇌경색, 심근경색 등 각종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고령의 중증환자여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딸은 “어제(19일) 저녁부터 서울대병원 등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전공의 사직 사태로 와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오늘 아침 군병원 응급실에 민간인이 갈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급하게 왔다”고 했다. 딸은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인 서 씨는 “의사들이 사람 죽으라고 내버려 두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 씨는 이르면 21일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군 병원 응급실 찾는 중증 환자들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내고 근무를 중단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발길을 돌린 환자들은 20일부터 민간인에게 문을 연 전국 12개 국군병원과 공공병원을 찾았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의 일환으로 응급 환자를 위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 등의 응급실을 동원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장폐색 증상을 보이던 A 씨(90)도 수도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석웅 국군수도병원장은 “지금까지도 응급환자의 경우 필요하면 군 병원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출입 절차를 간소화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의료 공백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민간인 외래환자도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 중 상당수가 환자를 거부하면서 환자 전원(轉院·병원 이전)을 돕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5시 56분경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에는 인천에서 패혈증 증세를 보이던 환자의 전원(병원 이전) 요청이 접수됐다. 인천의 한 병원이 환자를 전원할 병원을 찾을 수 없자 상황실로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상황실에서 급히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대형병원들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이 환자는 약 25km 떨어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상황실을 총괄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는 “평소 패혈증 환자 전원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번에는 1시간 넘게 걸려 겨우 이송했다”며 “대학병원 등 25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헛수고였다. 지금은 다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자 돌려보내는 응급실, 퇴원 창구는 북새통 응급실과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거나 진료가 지연되는 환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와 만난 김영래 씨(86)는 “담석으로 18일 동안 입원했던 2차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예약한 후 왔는데 입원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차 병원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역시 거절당해 남편(87)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날 오후 대전 중구에 있는 충남대병원 응급실을 막 빠져나온 염모 씨(50)는 “병원에서 투석을 해야 한다고 해놓고 필요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전 10시 반경 아버지가 숨이 가빠져서 응급실에 왔는데 빈자리가 없다고 해서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수액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병원의 요청으로 퇴원 환자가 늘면서 퇴원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1층 퇴원 창구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 씨(20)는 “전치 16주 골절상을 입고 수술한 지 1주일 만에 일단 퇴원하라고 해 병원을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뚜렷하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며 답답해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성남=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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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들 병원 떠났다… 정부 ‘진료유지명령’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세브란스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등에선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전국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또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이탈할 경우 “상응하는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 수천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 612명 중 60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525명 중 160여 명, 서울성모병원은 290명 중 19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빅5 병원에서만 전공의 2745명 중 1000명 이상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병원을 떠나지 말라는 진료유지명령과 함께 병원을 이탈한 경우 문자메시지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상당수는 예고한 대로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3년 차 외과 전공의는 “응급수술이 많은 신경외과나 중환자실 등은 일부 남아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병원을 같이 떠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대형병원들은 잡혀 있던 수술과 입원 일정을 속속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하루 200건가량 수술이 진행되는데 19일에 20건, 20일엔 70건가량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비상진료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공공병원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상황이 심각해지면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는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 없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복지부는 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해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의사 면허정지를 위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의료계 파업에 대해 주동자 구속 수사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의협은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만들고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텅 빈 소아병동… “심장병 두살배기 딸 어쩌나” 아빠는 한숨만 [‘전공의 집단 사직’ 의료 혼란]예정됐던 암수술도 갑자기 취소… 입원 환자들 퇴원 요구받기도심전도실 진료 대기 평소 2배일부 병원선 교수들이 당직 근무… “사태 장기화땐 버티기 힘들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1층 로비. 심실중격결손과 대동맥축착 등 심장질환을 앓는 두 살배기 딸을 둔 아버지 김모 씨(34)가 대기 공간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전공의 파업과 관련된 설명을 병원으로부터 자세히 듣지 못했다”며 “앞으로 딸의 진료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어 모든 게 너무 막연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것을 모른 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까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600여 명은 사직서를 냈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은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김 씨의 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왔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언제 증상이 심해져 다시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딸의 입원이나 수술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 개시를 하루 앞둔 19일 일선 대학병원 곳곳에선 환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와 간호사 등은 열흘에서 2주가량 대체 근무표를 짜놨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의료 현장은 폭풍전야를 맞았다.● “병원 30년 다녔지만 이런 적 처음”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심전도실 앞엔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40명을 웃돌았다. 30년째 이 병원을 다닌다는 순환기내과 환자 김명환 씨(77)는 “평소 7개 전부 운영되던 검사실이 현재 4개만 운영되고 있다”며 “평소엔 10∼20분만 기다리면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이미 20분을 기다렸는데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충남 홍성군에 살지만 인근 병원에선 협심증 치료가 불가능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왕복 5시간이 걸려 하룻밤을 묵고 이틀 일정으로 오간다. 김 씨는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이라며 “20일에 잡혀 있는 진료마저 미뤄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암환우 온라인 커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을 운영해 온 최한중 대표는 “수술은 간병인까지 일정을 다 맞춰 두기 때문에 갑자기 취소되면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퇴원을 종용받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수술이 연기돼 다른 병원을 찾고 있지만 난도가 높은 암 수술 특성상 대체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한다. 폐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는 사진을 공개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이날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 달라”며 “당국과 의협은 즉각 협상을 재개하고 서로 양보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은 의료진 “장기화하면 못 버텨”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는 마취통증의학과 인력이 부족해지자 이미 다음 주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한 이식외과 교수는 “신장 공여자와 스케줄을 미리 맞춘 건데 다 어그러지니까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간 이식 수술 중에서도 미뤄지면 생명이 위독할 환자 먼저 수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수는 “열흘 이상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 교수들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은평성모병원도 16일부터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밤새 환자 보고 당직 서고, 다음 날 외래 보고 수술까지 해야 하다 보니 하루 이틀이야 버티겠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줄이거나 입원 환자나 수술을 줄이지 않으면 지금 인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에 비대면 진료 및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 측은 정부의 PA 간호사 활용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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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촌기념회, 고교-대학생 34명에 장학증서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진강)는 2024학년도 1학기 장학생으로 대학생 22명과 고등학생 12명을 선발해 19일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인촌기념회는 일제강점기 민족교육 운동을 벌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67년부터 장학 사업을 벌여 왔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4068명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수여식에는 대학생 15명이 참석해 장학증서를 받았다. 이진강 이사장은 장학생들에게 “주변을 돌아보는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청년이 되어 달라”며 “인촌 선생께서 평생 강조하신 공선사후, 즉 사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신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인촌장학생동문회(회장 양희주)는 회원들이 모금한 장학금 600만 원을 인촌기념회에 전달했다. 대학 시절 인촌기념회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인촌장학생 동문들은 2011년부터 매년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인촌장학생 동문인 정준희 에이치케이건축사사무소 부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100만 원씩 인촌기념회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기까지 인촌기념회 장학금 도움을 크게 받았다”며 “늦었지만 10년 정도 계속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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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행정공무원 ‘늘봄 떠넘기기’ 논란… 내달 시행 지장 우려[인사이드&인사이트]

    《다음 달부터 전국 초등학교 2741곳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된다. 맞벌이 부모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늘봄학교는 학교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다. 일단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2학기에는 전국 6175곳 모든 초교에서 확대 시행된다. 하지만 늘봄학교의 운영 관리 주체를 두고 교사와 공무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사 단체는 “늘봄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교장 교감 등 관리자나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반면 공무원들은 “학교가 하는 교육인데 교사가 제외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에선 이 같은 진통 등을 이유로 1학기 운영을 신청한 학교가 38곳에 그친 상태다.》 늘봄학교가 시행되면 초1 정규 수업이 끝난 뒤 희망 학생에 한해 2시간의 무료 맞춤형 방과 후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후 학교에서 저녁 식사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는 초1을 대상으로 도입해 내년에는 초2, 2026년에는 나머지 모든 학년까지 확대 시행된다. 지금까지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돌봄 공백’이었다. 초교 입학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오후 4시, 늦으면 오후 8∼9시까지도 아이를 돌봐줬기 때문에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면 하교 시간이 오후 1시 정도로 당겨진다. 수업이 끝난 뒤부터 부모가 직장에서 퇴근해 집에 오기 전까지 시간을 대부분 ‘학원 뺑뺑이’로 채우거나 조부모 등 친인척의 손을 빌려 해결해야 했다. 기존에도 ‘초등 돌봄교실’이란 제도가 있었지만 맞벌이, 저소득층 등 우선 선정 요건이 있었고 시간도 오후 7시까지로 늘봄학교보다 1시간 짧았다. 각 시도교육청이나 학교 소속 ‘돌봄전담사’가 아이들을 봐줬는데 돌봄 수요가 늘 공급을 초과해 대기 순번을 기다려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누구나 원하면 모두’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늘봄학교를 도입했다. 부모의 돌봄 공백을 학교가 적극적으로 채우고 양육 부담을 덜어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늘봄학교는 지난해 8개 시도교육청 소속 459개 초교에서 먼저 시범 운영됐다. ● 교사들, 업무 부담-민원 증가 우려늘봄학교 시행을 앞둔 학교 현장의 가장 첨예한 논란은 ‘누가 아이들을 돌보고, 책임을 질 것인지’다. 교사들은 기존에 하던 수업과 행정업무에 늘봄학교 업무까지 더해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아이들이 오래 학교에 머무는 만큼 안전사고와 학부모의 민원도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결국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교육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늘봄학교 책임 주체를 지방공무원과 학교로 지정했지만 교사들은 ‘이론과 현실은 다르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한 459개 초교의 경우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사를 구하지 못해 교사가 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도 성명에서 “늘봄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리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교감이 늘봄지원실장을 겸임하는 학교에선 교사가 늘봄 업무를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이달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공교육·공보육 이원화 돌봄 체계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가 돌봄에 가까운 만큼 지자체 공무원들이 늘봄학교 주무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원을 늘려 교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설명한다. 이달 초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에 따르면 1학기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전국 초교에는 기간제 교원 2250명이 한시적으로 배치된다. 이들이 주로 늘봄학교 업무를 맡고 교사에게는 추가 업무를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2학기에는 모든 초교에 ‘늘봄지원실’이 설치된다. 실장은 교감이나 시도교육청 늘봄지원센터 소속 공무원이 맡는다. 기간제 교원 대신 늘봄을 전담하는 실무 직원도 6000명 채용한다. 초2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2025년에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중심으로 시도교육청 전문직(장학사, 장학관) 또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낼 계획이다. ● 행정공무원 “교사 업무 줄여주려 공무원에게 전가”교육부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청 공무원을 늘봄학교에 투입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돌봄 업무는 늘어나는데 이를 담당할 공무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교육청 본부는 이달 6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구체적인 정규직 전담 인력 확보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며 “돌봄과 방과후 학교 등 정부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지방공무원들의 업무는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인력 충원도 없었고 업무 폭탄을 맞은 지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늘봄 업무를 전담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물론이고 이들의 정규직 채용에 대한 규정 등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 방안에 따르면 올 2학기부터 배치되는 늘봄 실무 직원은 공무원, 공무직, 단기계약직, 퇴직교원 등을 대상으로 시도교육청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전공노는 교육부가 늘봄학교 업무에서 교사들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업무 전가”라고 비판했다. 전공노는 14일 성명을 통해 “늘어난 돌봄 시간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 자원봉사자, 기간제 교원, 비정규직 행정인력을 투입해 빈틈 메우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하며 “교원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얼토당토않은 대책이고 현실성도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 ● 참여 저조한 서울 “서이초 사건 영향도… 화해 시간 필요”교사와 공무원들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지역별 늘봄학교 수요-공급 격차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 시도 중 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초등생이 많은 서울은 올 1학기 늘봄학교 참여율이 7%(참여 학교 기준)로 전국 최하위다. 시도교육청별 늘봄학교 참여율을 살펴보면 부산(304곳)과 전남(425곳)이 100%로 가장 높다. 경기 73.3%(975개교), 제주 48.2%(55개교), 세종 47.2%(25개교), 충북 39.2%(100개교), 경북 32.1%(152개교), 경남 31.3%(159개교), 대전 30.2%(45개교), 대구 30.2%(70개교)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은 지난해부터 도서관, 주민센터 등 지역사회 공간을 활용한 늘봄 정책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전남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데 에듀버스, 택시 등을 이용해 학생들의 통학을 지원하고 있다. 또 고학년 학생들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저학년 돌봄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때문에 학교나 교사의 거부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교권 침해 논란이 늘봄학교 신청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교 현장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모두가 지켜봤기 때문에 교사들의 우려와 저항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교육청도 아직 교사들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들의 반대가 큰 늘봄학교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 초교 교사들은 다른 지역보다 트라우마가 큰 편”이라며 “시교육청도 (교사의) 치유와 화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며 각 학교와 조심스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문수 정책사회부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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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말기 이건주 회장, 의사들에 “관용 보여달라” 호소

    폐암 환자들이 모인 한국폐암환우회가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달라”고 19일 호소했다.19일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폐암 환우회 유튜브 계정인 ‘폐암 환우 TV’ 계정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대치 중인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회장은 현재 온 몸에 폐암이 번져 치료를 중단한 뒤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124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작년 11월에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는 말을 듣고 치료 중단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생이 남았다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말하는 내내 숨을 힘들게 쉬었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그는 2020년 8월 전공의 파업 당시 자신이 환자단체장으로 의사들을 격려하는 연설도 한 적이 있다고 했다.이 회장은 정부를 향해 “국민도 의사들의 부족은 실감하고 있지만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나 의대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하면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의대 교육이 완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의사 단체를 향해선 “환자들은 지금도 치료 환경의 개선과 의사들의 배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관계당국과 의협은 즉각 협상을 재개하고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기조로 서로 양보해 합의를 도출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을 절대로 방기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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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대표 “면허 취소 각오하고 복귀 않기로” 전체 공지

    “면허 취소를 각오하고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에도 복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국 1만3000여 명이 소속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를 이끄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16일 이 같은 공지를 회원들에게 보냈다. 박 회장은 공지에서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 후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했다”고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인 박 회장은 전날(15일)만 해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달 20일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면서 “회장 업무도 20일까지만 수행하겠다.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대전협이 13일 집단행동을 보류한 데 이어 박 회장까지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집단휴업(파업)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박 회장의 사퇴 발표는 거꾸로 지도부의 초기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대전협 강경파의 반발을 불렀다. 전공의들 사이에서 “지도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레지던트는 “박 회장 사직 발표 후 ‘지도부를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먼저 사직서를 던지고 나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결국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박 회장을 찾아가 “지금 물러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15일 오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역 근처에서 모인 박 회장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을 저지하려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필수과목(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수련이 남은 인턴은 남은 일수를 채운 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필수과목 수련을 하지 않은 경우 향후 구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빅5를 제외한) 전국 수련 병원을 대상으로 기명으로 20일 블랙아웃 참여 설문을 진행하겠다”며 “20일 낮 12시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대전협 임시 대의원총회도 고려 중”이라고도 밝혔다.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대표 역시 15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20일 집단 휴학계 제출을 결의했다. 서울대는 예과생과 본과생 모두 휴학 동참을 확정했고, 중앙대도 의대 전 학년이 휴학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정부와 전공의 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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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초교 1학기 ‘늘봄학교’ 참여율 7%…38곳 뿐

    다음달부터 전국 초등학교 40% 가량인 약 2700곳에서 ‘늘봄학교’가 운영되는데 서울에선 전체 초교의 7%인 38곳에서만 도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공립초등학교 565곳을 대상으로 늘봄학교 운영 신청을 받은 결과 38곳이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서비스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초1을 대상으로 올 1학기 시범사업을 거쳐 2학기에 전면 도입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프로그램 수요조사 등을 거쳐 3월 중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2학기에는 전체 초교 604곳 중 공립초교 565곳 모두에서 ‘서울형 늘봄학교’가 운영된다”고 밝혔다.서울과 달리 부산, 전남 등은 지역 내 모든 초교가 1학기 늘봄학교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서울의 경우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교권침해 논란이 늘봄학교 신청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사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오래 있는 만큼 학부모와의 마찰이나 민원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또 강남서초 교육지원청이 관할하는 초교 57곳 중 강남구 세명초 1곳만 신청하는 등 사교육이 성행하는 지역에서 특히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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