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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 빵집 ‘후와후와’. 평일임에도 매장 앞으로 빵을 사러 온 손님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그 시각 입장을 위해 대기 중인 손님은 42팀이었다. 예상 대기 시간은 2시간 19분. 정오에 오픈해 겨우 두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유리문 안쪽으로 보이는 매대 곳곳이 비어 있었다. 약 33m²(약 10평) 크기의 작은 동네 빵집인 이곳은 이른바 ‘빵지순례(빵+성지순례)’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샌드베이글’, ‘쫀득빵’ 등 대표 상품을 맛보러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대학생 보현 씨(24·경기 시흥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을 봤는데 빵이 맛있어 보여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왔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은 빵집 투어를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모 양(17·경기 고양시)은 “이 가게의 빵을 좋아해서 여러 번 방문했다”며 “지금은 대기 순번표를 받아놓고 주변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지만 대기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가게 앞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빵을 사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명 빵집 ‘오픈런’… ‘빵케팅’ 신조어도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맛있는 빵만 먹을 수 있다면 먼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빵집을 찾아 그곳에서만 파는 제품을 사 먹는 것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유명한 빵집 정보를 나눈다. 전국의 유명 빵집만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는 수만 명에 이르기도 한다. 일반 여행객들이 지역의 관광 명소, 향토 음식 등을 따져 여행지를 고른다면 빵지순례자들은 그 지역의 유명 빵집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고른다. 약 10년 전부터 유명한 빵집을 투어해 왔다는 최모 씨(30)는 “빵지순례의 매력은 새로운 장소를 그 동네에서만 파는 빵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는 강원 양양군에 있는 빵집을 다녀왔고, 제주도까지 빵지순례를 다녀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 매장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유명 빵집 제품을 택배로 주문하기도 한다. 일부 인기 있는 제품들은 판매 수량에 비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몰려 판매를 개시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품절되기도 한다. ‘빵케팅(빵+티케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실제 빵지순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빵소담’에는 “매주 빵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빵케팅에 실패해 휴가를 내고 매장에 직접 방문했다” 등의 후기가 잇따랐다. 빵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시 글도 다수다.● 빵집이 지역 관광·경제 마중물 효과 이처럼 빵지순례가 대세로 떠오른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취향 소비’를 즐기는 MZ세대의 특징이 맞물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빵, 커피 등 서구의 식문화가 익숙해지면서 베이커리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특히 빵집과 베이커리 카페 등이 소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사진 찍어 올리기 좋은)’한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주도하면서 빵지순례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했다. 빵지순례의 특징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지역 기반의 동네 빵집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유명한 빵집은 일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대전의 지역 빵집 ‘성심당’이 대표적 사례다. 1956년 대전역 찐빵집으로 시작해 68년간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하는 성심당은 빵지순례자들의 필수 코스다.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는 출시 이후 2021년까지 8000만 개 넘게 팔렸다. 최근에는 ‘딸기시루’와 ‘망고시루’ 등 케이크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오픈런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성심당의 운영사 로쏘는 지난해 매출 1243억 원을 기록했다. 동네 빵집 매출이 1000억 원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영업이익은 315억 원으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 원),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 원) 등 대기업을 앞질렀다. 군산의 ‘이성당’, 부산 ‘옵스(OPS)’ 등도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다.● 지자체들의 “특명! 빵지순례자 모시기” 동네 빵집이 핫한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도 빵지순례자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빵지순례 지도’다. 대전 동구는 지난달 대전 원도심 현지 빵집 지도를 발행했다. 대전 동구 관계자는 “현장에서 보면 관광객들이 양손에 빵 봉투를 가득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빵지순례를 위해 대전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잘 알려진 빵집 외에도 동네에 숨어 있는 빵집들을 알리기 위해 빵지순례 지도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도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대전 동구는 지도의 일러스트를 활용한 티셔츠, 자석 등 각종 굿즈(기념품)를 출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대구시도 지역의 빵집을 역사와 함께 소개한 책자인 ‘빵은 대구’를 발간했다. ‘대구를 대표하는 빵’ ‘대구가 기억하는 빵집’ ‘대구를 바꾸는 빵집’ 등 챕터별로 나눠서 대구의 유명 빵집들을 소개했다. 빵지순례 지도를 통해 지역 특산물을 소비하고 알리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전남도는 2022년에 이어 올해도 빵지순례 지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역 특산물을 사용해 빵을 만들거나 혹은 그 모양을 본떠서 빵을 만드는 지역 특허 빵집들을 주로 소개하기 위해서다. 여름 휴가철인 8월 초 SNS를 통해 빵지순례자들에게 지역 장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 등을 배포하는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쌀 주요 생산지인 경기도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해 경기 쌀빵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빵지순례 열풍을 “빵집을 중심으로 ‘로코노미(Loconomy)’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대 상권에서 벗어나 지방의 작은 상권을 중심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가 그 지역에서만 알려진, 숨어 있는 장인 빵집들을 발굴해 적극 홍보한다면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아모레퍼시픽이 70년 화장품 연구 여정을 소개하는 ‘뷰티 과학자의 집’ 전시를 개최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서 지난 4일 시작된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1954년 한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한 후 발전시켜온 피부 과학과 효능 원료,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는 화장품 연구원과도 직접 만나 풍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전시는 두 층에서 진행되는데, 전시장 1층에는 ‘뷰티 과학자의 서재’와 ‘스킨 뷰티랩’이 있다. 뷰티 과학자의 서재에서는 관람객들이 아모레퍼시픽 연구·혁신(R&I) 센터에서 활용하는 도서와 연구원들이 출간한 논문들을 열람할 수 있다. 스킨 뷰티랩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연구해 온 효능 원료, 피부 및 헤어, 맞춤형 뷰티 디바이스 등 다양한 분야의 뷰티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전시장 2층 ‘컬러 뷰티랩’은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제품 관련 연구를 소개하는 장소다. ‘컬러 아뜰리에’에서는 제품의 발색력, 밀착력, 지속성 및 여러 인종별 피부톤에 관한 연구 과정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또 현장에서 관람객들은 다양한 파운데이션 제품 중 본인의 피부톤에 가장 잘 맞는 색상을 찾는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다.전시장 실외 공간에는 인삼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이 실제로 제품에 활용하는 여러 원료 식물을 심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향후 ‘연구 클래스’를 운영해 뷰티 연구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설명하고 논의하는 자리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아모레퍼시픽은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전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 회고전도 연다. 19일부터 8월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에서 열리는 ‘장원 서성환, 오늘을 만나다’ 행사에서는 서 전 회장의 생애와 업적, 꿈을 소개한다.전시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공간에서는 서 전 회장의 생애와 함께 소장품 일부와 주요 업적을 만나볼 수 있다. 1924년 7월 14일 황해도 평산군에서 태어난 서 전 회장은 1945년 아모레퍼시픽을 창업, 국내 뷰티 산업을 선도해왔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서 전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약 20분 길이 회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은 서 전 회장 생전 함께 근무하고 인연을 맺었던 원로들의 인터뷰로 구성했다. 세 번째 공간은 청년 시절 서 전 회장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맞이하는 공간이다.전시는 휴무일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영상 상영관의 경우 별도 예약이 필요하다. 관람객에게 추첨을 통해 서 선대회장의 평전 개정판 및 특별 사진집을 증정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서 전 회장이 던지는 메시지와 질문에 답해보면서 영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1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장어 전문점 ‘반구정나루터집’. 문을 연 지 50년이 넘은 이곳은 올해 초 세월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신축 한옥으로 탈바꿈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널찍한 통로를 서빙 로봇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날 만난 가게 직원은 “5월까지 가게 리모델링을 마치고 로봇이 다니기 쉬운 구조로 바꿨다”며 “매장에 로봇은 28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은 기존에는 널찍한 상에 모든 반찬과 식사를 옮겨 담은 뒤 힘 좋은 장정들이 상째로 들고 와서 손님들 앞에 놓아줬다. 이제 이 식당은 네 개의 작은 선반에 음식을 나눠서 올리고 로봇에 이를 얹는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서빙 로봇을 도입했나’라는 질문에 가게 직원은 “오히려 반대다. 무거운 상을 들고 나를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서빙 로봇을 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육즙 보존율까지 파악해 고기 굽는 로봇 서빙뿐 아니라 조리까지 로봇이 대체하는 식당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5일 서울 관악구의 돼지 고깃집 ‘정숙성’ 주방에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조리 로봇이 설치돼 있었다. 이 로봇엔 음식의 실시간 조리 상태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최적의 맛을 내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사람이 로봇에 고기를 넣자 자동으로 고기는 철판 두 개 사이에 고정됐다. 이후 적절한 온도에서 철판이 돌아가며 고기를 고루 익혔다. 기계 외부에는 육즙 보존율처럼 고기의 맛을 ‘수치화’해서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표시됐다. 조리 로봇 도입은 이제 일부 식당만의 실험이 아니다. 유명 삼겹살 프랜차이즈인 하남돼지집은 비욘드허니컴과 손잡고 고기 초벌 로봇을 개발 중이다. 태블릿PC와 키오스크 등을 이용한 ‘비대면 주문’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태블릿PC 주문 플랫폼 1위 업체인 티오더를 도입한 매장은 김밥, 라면 등을 판매하는 분식집 ‘보슬보슬’부터 한우 1인분(150g)을 7만∼8만 원 선에 판매하는 고급 한우 식당 ‘우텐더’까지 다양하다. 티오더 매출은 창업 첫해인 2019년 4억8000만 원에서 지난해 6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 달에 티오더를 통해 이뤄지는 주문 건수는 2000만 건이 넘고 결제액은 4500억 원에 이른다. 다양한 업소에서 비대면 주문이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대면 주문 방식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말도 나온다. 티오더 관계자는 “한 달에 평균 1만 건씩 도입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최저임금 인상까지…무인화 가속화 인력난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외식업계의 무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 서비스로봇 공급사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서빙로봇, 테이블 오더 등 식음료(F&B)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한 가맹점 수는 2020년 400여 개에서 2023년 1만여 개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외식업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당시 평균 인건비는 162만1000원에서 2021년 171만3000원, 2023년엔 218만5000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시간당 1만 원을 넘기면서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을 때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서빙 로봇으로 대체됐고, 주유소들은 사람을 뽑지 않고 ‘셀프 주유소’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주점업은 향후 근로 인력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개최한 ‘인구 감소의 노동시장 영향과 대응과제’ 세미나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20년 동안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 1위로 ‘음식점 및 주점업’을 꼽았다. 2022년 200만7011명이던 음식점 및 주점업 근로자는 꾸준히 감소해 20년 후인 2042년엔 66만9426명(33.4%)이 줄어든 133만7585명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교수는 “음식점과 주점업은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진입하지 않는 업종인 동시에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이 근로하는 산업”이라며 “이들이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게 되면 새로운 인력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지난 1일 경기 파주시의 한 장어집. 문 연지 50년이 넘은 이곳은 올해 초 세월의 흔적이 전혀 없는 신축 한옥으로 탈바꿈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널찍한 통로를 서빙로봇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날 만난 가게 직원은 “5월까지 가게 리모델링을 마치고 로봇이 지나다니기 쉬운 구조로 바꿨다”며 “매장에 로봇은 28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은 기존에는 널찍한 상에 모든 반찬과 식사를 옮겨 담고, 힘 좋은 장정들이 상을 들고 와서 손님들 앞에 놓아줬다. 서빙로봇 도입 후, 이제 이 식당은 네 개의 작은 선반에 음식을 나눠서 올리고 로봇에 이를 얹는다. 서빙로봇은 손님들 식탁까지 음식을 나른다. 서빙로봇이 나른 선반을 중년 여성 직원들이 손님 식탁으로 옮겨 놓는다. 서빙로봇 도입 후 힘 센 남성이 해야했던 일을 여성들도 가뿐하게 할 수 있게 됐다.‘직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서빙 로봇을 도입했나’라는 질문에 이 가게 직원은 “아니다.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서 대안으로 서빙 로봇을 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상을 통째로 들고 나르는 것이 힘들어 일 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가게는 각 테이블에도 주문을 받는 태블릿PC를 설치해 젓가락, 추가 반찬, 주문 등 일체의 요청을 무인화했다.● ‘마이야르 점수’도 파악하는 고기 굽는 로봇… ‘태블릿 주문’ 티오더 매출 급증서빙과 주문 뿐 아니라 조리까지 로봇이 대체하는 식당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고깃집 ‘정숙성’ 주방에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조리 로봇이 설치돼 있었다. 이 로봇은 음식의 실시간 조리 상태를 분자 단위로 수치화해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사람이 로봇에 고기를 넣자 자동으로 고기는 철판 두개 사이에 고정됐다. 이후 적절한 온도에서 철판이 돌아가며 고기를 고루 익혔다. 기계 외부에는 ‘마이야르 점수’, ‘육즙 보존률’ 등 고기의 맛을 ‘수치화’해서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표시됐다. 내부 조리 인력은 물론 손님들도 이를 볼 수 있었다. 약 10분 후 조리사가 초벌된 고기를 꺼내 손님들에게 내어줄 형태로 가공했다. 조리사 이모 씨는 “아르바이트생이 바뀔 때마다 고기 맛이 변할까봐 불안했는데 이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리 로봇 도입은 이제 일부 식당 만의 실험이 아니라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명 삼겹살 프랜차이즈 하남돼지집은 비욘드허니컴과 손잡고 고기 초벌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는 “하남돼지집의 요리 스타일을 적용한 조리 로봇을 만들어나가는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에 무인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태블릿 PC, 키오스크 등을 이용한 ‘비대면 주문’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분식집부터 고급 한우 식당까지 다양한 업소에서 비대면 주문이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대면 주문 방식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말도 나온다.관련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태블릿 주문 플랫폼 1위 업체인 티오더는 창업 첫해인 2019년 4억8000억 원이었던 연 매출이 2023년 6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 달에 티오더를 통해 이뤄지는 주문 건수는 2000만 건이 넘고, 결제액은 4500억 원에 이른다. 티오더 관계자는 “지금도 한 달에 평균 1만 건씩 도입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월평균 50만 정도 되는 등 자영업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티오더를 도입한 매장은 김밥, 라면 등을 판매하는 분식집 ‘보슬보슬’부터 한우 1인분(150g)을 7~8만 원선에 판매하는 고급 한우 식당 ‘우텐더’까지 다양하다.최근에는 국내 매장뿐 아니라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티오더 관계자는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인들이 한국에서 비대면 주문을 경험한 뒤 도입 방법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인건비가 높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오더는 지난해 캐나다에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싱가포르에 법인을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사람이 한 명도 없는 매장으로 변화시켜 운영하는 곳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 고양시의 한 PC방은 2년 전부터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미성년자가 출입할 수 없는 밤 10시가 넘으면 자체적으로 매장 문을 잠그고 기존에 인증받은 회원만 들어갈 수 있다. 사장인 박모 씨(43)는 “인건비 부담이 큰 데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특히 야간 아르바이트는 주간보다 기본 급여를 더 많이 줘야해서 무인 시스템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인력난에 최저임금 인상 겹쳐 로봇 대체 가속화.. “20년 후 외식업 인력 3분의 1이 사라진다”외식업계에서는 인력난이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무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서비스로봇 공급사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서빙로봇, 포스, 테이블오더 등 F&B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한 가맹점 수는 2020년 400여 개에서 2023년 1만여 개로 가파르게 증가했다.꾸준한 인건비 상승은 무인화가 빨라지는 배경이다.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었던 2020년 당시 평균 인건비는 162만1000원이었는데 2021년 171만3000원, 2022년 217만7000원, 2023년 218만5000원으로 올라갔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시간 당 1만 원을 넘기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업장에서 무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을 때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서빙 로봇으로 대체됐고, 주유소는 ‘셀프 주유소’로 탈바꿈했었다”며 “1만 원에 주휴 수당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무인화 추세가 더 빨라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음식점과 주점업은 향후 인구 변화에 따라 근로 인력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개최한 ‘인구감소의 노동시장 영향과 대응과제’ 세미나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20년 동안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 1위로 ‘음식점 및 주점업’을 꼽았다. 2022년 200만7011명이던 음식점 및 주점업 근로자는 꾸준히 감소해 20년 후인 2042년 66만9426명(33.4%)이 줄어든 133만7585명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교수는 “음식점과 주점업은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진입하지 않는 업종인 동시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근로하는 산업”이라며 “나이가 든 근로자들이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게 되면 인력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정했다.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르면서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37년 만에 처음 시간당 1만 원을 넘게 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 기준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 된다. 최임위는 전날(11일) 오후 3시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2시 반경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은 전날 밤 10차 전원회의에서 3차례 수정안을 냈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공익위원 제시구간을 참고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종안이 각각 1만120원, 1만30원으로 제시됐다.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해 23명 중 14명이 경영계 최종안에 찬성했다. 공익위원 과반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개막’을 우려했고 노동계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했다”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7%는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은 만큼 이제라도 그동안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돌이켜보며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 원은 최저임금 급등 과정에서 소상공인에게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는 물가 인상률, 경제성장률 등을 적절하게 반영한 공식을 법제화하고 이에 따라 정해야 매번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심의 나흘만에 결정 ‘졸속’ 논란… “시스템 근본 개편 필요”[최저임금 1만원 시대] 내년 최저임금 1만30원경영-노동계가 의견 차이 못좁히자… 공익위원이 임금 결정 패턴 되풀이비정규직 목소리 반영못해 한계… “물가-성장률 반영 산식 만들어야”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임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건 올해 3월 29일이었고, 이후 5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임위 위원 27명이 구성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금액에 대해 본격 심의가 시작된 건 이 장관 요청으로부터 100일 넘게 지난 이달 9일이었고 심의는 불과 나흘 만에 근로자위원 일부가 퇴장한 끝에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졸속 결정’이란 비판과 함께 매년 법정시한을 넘겨 되풀이되는 파행을 멈출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위원 일부 퇴장 속 투표로 결정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 역시 파행의 연속이었다. 2일 7차 회의에선 근로자위원 일부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 투표를 막겠다며 물리력을 동원해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4일 8차 회의에 단체로 불참했다. 그러다 “법정 심의기한(지난달 27일)을 넘겼는데 최저임금 심의는 시작도 못 했다. 지난해 역대 최장 심의 기록(110일)을 경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9일 9차 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직후 1차 수정안이 나왔고, 11일 10차 회의에선 오후 3시부터 몇 시간 간격으로 2∼4차 수정안이 나왔다. 최초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7.8% 오른 1만2600원을 제시했던 근로자위원과 9860원 동결을 주장했던 사용자위원은 4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840원과 9940원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차수를 바꿔 12일 오전 1시부터 열린 11차 회의에서 양측 의견 차를 줄이기 위한 심의촉진구간을 1만∼1만290원으로 제안했다. 그러자 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심의촉진구간 금액이 지나치게 낮다”며 투표 직전 퇴장했고 남은 위원 23명이 투표해 14명이 경영계 요구안에 찬성하며 12시간가량 이어진 마라톤 심의가 끝났다. ●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이젠 한계”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은 합리적·생산적 논의가 진전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임위) 개편에 대한 심층 논의와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지적처럼 최임위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협의해 정하라는 취지와 달리 거의 매년 한쪽이 집단 퇴장하고 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노사가 합의하거나 공익위원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여 결정한 것은 7차례에 불과하다. 공익위원이 거의 매년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다 보니 양측 모두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일도 반복됐다.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것도 9차례에 불과하다.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 보니 회의장을 점거하거나 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일도 잦다. 올해는 특히 의사봉 탈취, 투표용지 파손 같은 전례 없는 물리력 행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중심 양대 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 인상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저소득 근로자 300만 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실업 급여와 출산휴가 급여 등 26개 법령에 연동돼 있어 임금액 변동에 따른 여파가 광범위하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맞아 매년 되풀이되는 파행을 막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선 방안으로는 물가 인상률, 경제성장률 및 이에 대한 노동 기여분 등으로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만들어 자동 적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벨기에처럼 정부가 전년도 임금에 물가 상승률만 더한 기준 금액을 제시하고 기한 내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해당 금액으로 확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경기 안산시에서 24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해 온 정동관 씨(65)는 12일 내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다.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계속 유지할지를 놓고서다. 정 씨는 “각종 채소를 포함해 식자재 원가가 많이 올랐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니 막막하다”며 “알바생을 줄이든, 그 아이들 근무 시간을 줄이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1.7%에 불과하지만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요즘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시급은 이미 1만2000∼1만3000원을 주고 있는데 기준선이 또 오른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170원 높아진다지만 시급은 일반적으로 1000원씩 오른다”고 전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도 “1인 자영업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현상을 더 자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절벽으로 내몰린 중소기업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서울 금천구 한 제조업체 송치영 대표(62)는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건 신입사원 월급이 오른다는 것이니 아무리 소폭이라도 대리, 과장급 등 전 직급에 임금 상승 압박이 가해진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는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낮은 인상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일부에서 (최저임금) 1만 원 돌파가 엄청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지만 1.7%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급 낮은 최저임금 인상에 실망했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밥값은 한 번에 2000원씩 오르는데 (최저임금은) 딱 170원 인상”이라며 “최근 2년간 물가 폭등기에 최저임금이 그보다 적게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또 하락했다”고 비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정했다.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르면서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후 37년 만에 처음 시간당 1만 원을 넘게 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 기준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 된다.최임위는 전날(11일) 오후 3시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2시 반경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은 전날 밤 10차 전원회의에서 3차례 수정안을 냈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공익위원 제시 구간을 참고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종안이 각각 1만120원, 1만30원으로 제시됐다.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해 23명 중 14명이 경영계 최종안에 찬성했다. 공익위원 과반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이날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개막’을 우려했고 노동계는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했다”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7%는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은 만큼 이제라도 그 동안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돌이켜보며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 원은 최저임금 급등 과정에서 소상공인에게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는 물가 인상률, 경제성장률 등을 적절하게 반영한 공식을 법제화하고 이에 따라 정해야 매번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저임금 170원 올려 ‘1만30원’…노동계·경영계 모두 씁쓸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임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건 올해 3월 29일이었고, 이후 5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임위 위원 27명이 구성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금액에 대해 본격 심의가 시작된 건 이 장관 요청으로부터 100일 넘게 지난 이달 9일이었고 심의는 불과 나흘 만에 근로자위원 일부가 퇴장한 끝에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졸속 결정’이란 비판과 함께 매년 법정시한을 넘겨 되풀이되는 파행을 멈출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 나흘만에 인상률 결정 ‘졸속’ 논란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 역시 파행의 연속이었다. 2일 7차 회의에선 근로자위원 일부가 최저임금 차등적용 투표를 막겠다며 물리력을 동원해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4일 8차 회의에 단체로 불참했다. 그러다 “법정 심의기한(지난달 27일)을 넘겼는데 최저임금 심의는 시작도 못했다. 지난해 역대 최장 심의 기록(110일)을 경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9일 9차 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직후 1차 수정안이 나왔고, 11일 10차 회의에선 오후 3시부터 몇 시간 간격으로 2~4차 수정안이 나왔다.최초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7.8% 오른 1만2600원을 제시했던 근로자위원과 9860원 동결을 주장했던 사용자위원은 4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840원과 9940원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차수를 바꿔 12일 오전 1시부터 열린 11차 회의에서 양측 의견 차를 줄이기 위한 심의촉진구간을 1만~1만290원으로 제안했다. 그러자 민노총 위원 4명은 “심의촉진구간 금액이 지나치게 낮다”며 투표 직전 퇴장했고 남은 위원 23명이 투표해 14명이 경영계 요구안에 찬성하며 12시간 가량 이어진 마라톤 심의가 끝났다.●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이젠 한계”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은 합리적·생산적 논의가 진전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임위) 개편에 대한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이 위원장의 지적처럼 최임위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협의해 정하라는 취지와 달리 거의 매년 한 쪽이 집단퇴장하고 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노사가 합의하거나 공익위원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여 결정한 것 7차례에 불과하다. 공익위원이 거의 매년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다보니 양측 모두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일도 반복됐다.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것도 9차례에 불과하다.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보니 회의장을 점거하거나 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일도 잦다. 올해는 특히 의사봉 탈취, 투표용지 파손 같은 전례 없는 물리력 행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최저임금은 저소득 근로자 300만~500만 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실업급여와 출산휴가 급여 등 26개 법령에 연동돼 있어 임금액 변동에 따른 여파가 광범위하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맞아 매년 되풀이되는 파행을 막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개선 방안으로는 물가 인상률, 경제성장률 및 이에 대한 노동 기여분 등으로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만들어 자동 적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벨기에처럼 정부가 전년도 임금에 물가 상승률만 더한 기준 금액을 제시하고 기한 내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해당 금액으로 확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경기 안산시에서 24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해 온 정동관 씨(65)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정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는데,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 이조차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정 씨는 “각 종 채소를 포함해 식자재 원가가 많이 올랐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니 막막하다”며 “알바생을 줄이든, 알바생 근무 시간을 줄이든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170원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결국 1만 원을 넘었다”며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경영계는 그간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해 왔다. 또 한식·외국식·기타 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 5개 업종을 취약업종으로 규정하고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7%로,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요즘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미 시급을 1만2000원, 1만3000원씩 주고 있다. 그 기준선이 더 오른 것”이라며 “시급이 보통 1000원 단위로 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170원 올랐다지만 실질적으론 1000원 더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도 “소상공인들은 이미 임금 지불 능력이 없어져 1인 자영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저임금이 인상됐으니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소상공인들 뿐만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2025년 최저임금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며 “업종별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의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 심의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업종별 구분적용 시행을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하루 사이 폭염과 폭우가 함께 찾아오는 등 날씨 변덕이 심화하자 다양한 환경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 떠오르고 있다. 비가 올 때는 우천 용품으로, 맑을 때는 일상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멜레온 아이템’들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들은 최근 날씨에 따라 활용법이 달라지는 다용도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LF가 운영하는 아떼 바네사브루노는 가방 뒷주머니에 초경량 나일론 소재의 방수 바람막이 재킷이 내장된 배낭 제품을 내놨다.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대표 상품인 ‘르봉백’ 디자인을 본떠 만든 배낭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가방으로 활용하다가 비가 내리면 내장된 재킷을 꺼내 착용할 수 있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LF 관계자는 “생활 방수 처리가 돼 있어 비가 내릴 때 겉옷으로 착용하기에 좋아 호응을 받고 있다”며 “이미 일부 색상은 품절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산과 양산을 겸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인기다. 질스튜어트 뉴욕의 ‘쁘띠 패턴 3단 자동 우산’은 자외선의 90∼95%를 차단할 수 있어 양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일부 색상의 경우 1월 1일∼이달 7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8%나 뛰었다. 비가 내릴 때는 장화로 신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일반 부츠처럼 코디에 활용하는 제품도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인 빈폴액세서리는 승마용 부츠로부터 출발한 ‘첼시부츠’ 디자인의 장화를 출시했다.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일반 장화와 달리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6월 첫 주 나왔는데 한 달 만에 전체 생산량의 70%가 팔렸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슈펜은 바이커 부츠 디자인의 장화를 내놨다. 일상 착장에 오토바이를 타는 바이커들의 소품을 활용한 ‘바이크 코어 룩’이 유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제품이다. 이 제품의 지난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8% 올랐다. 평상시에는 슬리퍼로 활용하다가 비가 올 땐 미끄러지지 않도록 샌들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하이페리엄 슬라이드’는 출시 2주 만에 크림, 블랙 색상 주요 사이즈가 온라인에서 품절됐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신발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더 효율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멀티 유즈(Multi-use)’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 같다”며 “최근 패션업계에서 ‘워크웨어(작업복)’ ‘유틸리티(실용성)’ 등 기능적 측면을 강조한 제품들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하루 사이 폭염과 폭우가 함께 찾아오는 등 날씨 변덕이 심화하자 다양한 환경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 떠오르고 있다. 비가 올 때는 우천 용품으로, 맑을 때는 일상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멜레온 아이템’들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들은 최근 날씨에 따라 활용법이 달라지는 다용도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LF가 운영하는 아떼 바네사브루노는 가방 뒷주머니에 초경량 나일론 소재의 방수 바람막이 재킷이 내장된 배낭 제품을 내놨다.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대표 상품인 ‘르봉백’ 디자인을 본따 만든 배낭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가방으로 활용하다 비가 내리면 내장된 재킷을 꺼내 착용할 수 있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LF 관계자는 “생활 방수 처리가 돼 있어 비가 내릴 때 겉옷으로 착용하기에 좋아 호응을 받고 있다”며 “이미 일부 색상은 품절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우산과 양산을 겸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인기다. 질스튜어트 뉴욕의 쁘띠 패턴 3단 자동 우산은 자외선의 90~95%를 차단할 수 있어 양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일부 색상의 경우 1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8%나 뛰었다.비가 내릴 때는 장화로 신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일반 부츠처럼 코디에 활용하는 제품도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브랜드인 빈폴액세서리는 승마용 부츠로부터 출발한 ‘첼시부츠’ 디자인의 장화를 출시했다.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일반 장화와 달리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6월 첫 주 나왔는데 한 달 만에 전체 생산량의 70%가 팔렸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슈펜은 바이커 부츠 디자인의 장화를 내놨다. 일상 착장에 오토바이를 타는 바이커들의 소품을 활용한 ‘바이크 코어 룩’이 유행하는 것을 염두해 내놓은 제품이다. 이 제품의 지난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8% 올랐다.평상시에는 슬리퍼로 활용하다 비가 올 땐 미끄러지지 않도록 샌들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하이페리엄 슬라이드’는 출시 2주 만에 크림, 블랙 색상 주요 사이즈가 온라인에서 품절됐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신발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카멜레온 아이템들의 인기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지향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더 효율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멀티 유즈(Multi-use)’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 같다”며 “최근 패션업계에서 작업복 등 ‘워크웨어(작업복)’, ‘유틸리티(실용성)’ 등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제품들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연일 비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을 쾌적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상품들도 자연스럽게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주 이주의 픽은 장마철 동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꿀템’들을 소개합니다. ‘갓성비’(극강의 가성비) 제품으로 잘 알려진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는 ‘장마용품 기획전’을 열고 우비, 우산 등 우천 용품을 비롯해 에어컨 청소용품, 제습제 등 100여 종의 상품을 선보입니다. 이색적인 아이디어 상품들이 눈에 띄는데요. ‘2인용 장우산’ 제품은 두 명이서 함께 쓰는 우산입니다. 둘이 함께 우산을 쓰면 반대쪽 어깨가 쉽게 젖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로로 길게 원단을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 우산을 쓸 때 배낭이 젖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가방 보호 우산’도 눈길을 끕니다. 등 뒤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우산 뒤쪽의 원단을 길게 만든 제품입니다. 우의를 쓰면 모자 부분이 흘러내려 시야를 가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투명창 모자 우의’는 모자의 전면부가 투명해 시야 확보가 쉽습니다. 단조로운 우의가 싫다면 머리·어깨·몸통이 각각 다른 색으로 배색된 ‘컬러블록 판초형 우의’ 제품을 추천합니다. 효과적인 공간 활용을 돕는 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코너형 제습제’는 집 안 구석이나 옷장 및 신발장 모서리에 들어가도록 모양을 디자인해 공간 활용도가 높습니다. ‘걸이형 제습제’는 고리가 포함돼 옷장이나 행어에 걸어 의류 관리용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이 밖에도 현관문에 부착해 사용하는 ‘자석부착 우산꽂이’를 활용하면 좁은 현관에서도 효율적으로 우산꽂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장마철 상품을 판매하는 본격적인 할인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AK몰은 14일까지 ‘7월 썸머 프로젝트’ 기획전을 열고 지오다노 레인코트, 헌터 레인부츠, 위닉스 12L 제습기 등 여름 필수 아이템을 최대 73%까지 할인 판매합니다. 롯데홈쇼핑도 10일 세탁, 건조가 한 번에 가능한 LG ‘워시콤보’와 ‘미니워시’를, 11일에는 엘르 ‘슈슈 레인부츠’ 등을 판매합니다. 잘 참고하셔서 쾌적한 장마철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백화점과 쇼핑몰이 장마철 시즌에 ‘실내 바캉스’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섰다. 여행객이 많은 휴가철은 전통적인 비수기지만 오히려 장마 특수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손님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열흘간 10만 명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 ‘포지타노의 태양’ 행사장을 찾았다고 8일 밝혔다. 점포 내 3300㎡(약 1000평) 규모의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이탈리아 남부의 세계적 휴양지인 포지타노를 본떠 공간을 꾸몄다. 지역 특산물인 레몬나무 수십 그루를 공간에 장식하고 이탈리아풍 상점을 줄지어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하루 평균 행사장 방문객이 1만 명인데 이는 평소의 3배 수준”이라며 “행사장에 설치된 상점 매출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 때보다 70%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는 이탈리아 와인 브랜드 ‘풀리아 팝’, 발사믹 식초 브랜드 ‘아세타이아 델 크리스토’ 등 현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17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다. 19일부터는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점, 경기 성남시 판교점 등 전국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운영된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매년 해외 유명 휴양지를 콘셉트로 한 테마 행사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백화점과 쇼핑몰이 장마철 시즌에 ‘실내 바캉스’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섰다. 여행객이 많은 휴가철은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오히려 장마 특수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집객에 성공했다.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열흘간 10만 명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 ‘포지타노의 태양’ 행사장을 찾았다고 8일 밝혔다. 점포 내 3300㎡(약 1000평) 규모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이탈리아 남부의 세계적 휴양지인 포지타노를 본따 공간을 꾸몄다. 지역 특산물인 레몬나무 수십 그루를 공간에 장식하고 이탈리아풍 상점을 줄지어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하루 평균 행사장 방문객이 1만 명인데 이는 평소의 3배 수준”이라며 “행사장에 설치된 상점 매출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 때보다 70%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는 이탈리아 와인 브랜드 ‘풀리아 팝’, 발사믹 식초 브랜드 ‘아세타이아 델 크리스토’ 등 현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이번 행사는 17일까지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된다. 19일부터는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점, 경기 성남시 판교점 등 전국 점포에서 순차 운영된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매년 해외 유명 휴양지를 콘셉트로 한 테마 행사를 열겠다는 계획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한국의 과시성 소비가 주요 20개국 중 4위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정서적 위안을 찾고자 과시성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4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딜로이트 소비자 신호(Consumer Signals)’ 보고서에 따르면 5월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들이 한 달 동안 과시성 구매에 쓴 돈의 중위값은 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20개국 평균(약 5만6000원)을 40%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품목별로는 식음료가 31%로 가장 높았고 옷·장신구(28%), 생활용품(10%), 건강·웰니스(7%), 전자제품(6%) 순이었다. 과시성 구매를 이끄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정서적 위안’과 ‘실용성’이라는 답변이 각각 1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취미생활’(13%)이 그 다음이었다.한국보다 과시성 구매에 쓰는 돈이 많은 나라는 중국(19만9000원)과 중동 부국인 아랍에미리트(17만6000원), 사우디아라비아(12만8000원) 뿐이었다. 한국에 이은 5위가 프랑스와 독일(각 7만4000원)이었다. 경제대국 미국은 20개국 중 15위(4만8000원)였다.재산상태에 대한 한국인의 불안은 주요국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재무 건전성과 미래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소비자 비율을 수치화한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의 경우 한국은 90.6로 나타났다. 주요국 공통 지수인 글로벌(세계) 지수는 102.8이었다. 한국의 재정적 웰빙 지수가 주요국 대비 88%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측은 “(한국) 소비자가 느끼는 재정적 웰빙 지수는 임금 정체와 물가 반등 우려로 2024년 이후 하락세”라며 “한국의 낙폭이 가장 크기 때문에 소비자 불안에 대응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딜로이트는 한국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강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만큼 정서적 위안,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과시성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패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씨(26)는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로부터 5월분 정산내역서를 받아들고 낙담했다. 한 달 매출액이 약 1000만 원이었는데, 쇼핑몰에서 광고비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30%를 떼어가면서 700만 원 정도만 정산돼서였다. 이 씨는 “쇼핑몰 광고비에 원재료값, 직원 월급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며 “그래도 쇼핑몰에 입점하지 않으면 고객과의 접점이 사라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쇼핑몰 입점 중소기업 상당수가 쇼핑몰의 광고비 등 수수료 책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일 발표한 ‘2024년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 결과에서다. 중기중앙회는 쿠팡·네이버·G마켓·11번가·SSG닷컴·무신사 등 6개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6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월 24일∼6월 12일 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입점 업체들은 쇼핑몰에 월 평균 120만7263원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비를 지출한 적 있는 221개사로 범위를 좁히면 이 수치는 329만4026원으로 뛴다. 평균 광고비 지출이 가장 높은 곳은 쿠팡으로 한 달 평균 광고비가 349만878원이었다. 이어 SSG닷컴(117만5500원), G마켓(85만5001원), 네이버(32만6644원) 순이었다. 광고비에는 쿠폰 등을 통한 판매촉진 활동비가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쇼핑몰은 일정 규모 이상 입점 업체에 일방적으로 광고비를 책정해 통보하기도 한다”며 “광고비는 일종의 ‘통행세’인 셈”이라고 했다. 쇼핑몰은 또 입점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해 매상을 올릴 때마다 판매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입점 업체가 재고를 부담하는 위수탁거래의 경우 수수료율이 평균 14.3%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쇼핑몰 중에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27.8%)의 수수료율이 가장 높았고 SSG닷컴(18.8%), 11번가(12.5%), 쿠팡(12.3%) 순이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의류 상품은 원가가 낮아 수수료율이 높은 편이어서 패션 쇼핑몰인 무신사의 수수료율이 높게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입점 업체들의 광고비 및 수수료 부담은 쇼핑몰뿐만은 아니다. 야놀자·여기어때 등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입점 업체 200곳이 평균적으로 앱에 지출하는 월 광고비는 107만9300원, 판매수수료율은 11.5%였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들은 플랫폼의 불공정거래나 부당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플랫폼 경쟁촉진법 등의 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숙박앱 입점 업체의 74.0%, 온라인 쇼핑몰 입점 업체의 65.0%가 관련 법 제정을 원했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입점 업체 입장에선 온라인 쇼핑몰 입점에 수반되는 광고비와 수수료 책정 기준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며 “관련 법을 도입해 수수료 산정 기준 등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파라다이스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초우량고객(VVIP)을 대상으로 한 특급호텔을 열겠다고 2일 밝혔다. 엔데믹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한 파라다이스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파라다이스 최종환 대표는 이날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미디어·IR 데이’ 행사를 열고 “초호화 여행객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호텔을 만들겠다”며 “런던, 파리 등에 있는 하이엔드 호텔을 상상해 달라”고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신설 호텔은 부지 6만9421㎡(약 2만1000평)에 지하 5층, 지상 18층 규모다. 파라다이스의 단독 투자로 지어지는데 연내 착공해 2028년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라다이스는 8월에 김포국제공항에 라운지를 신규로 열고 9월에는 서울 광진구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에 388㎡(약 117평) 규모의 VIP 전용 영업장을 여는 등 고객과의 접촉면을 넓힐 계획이다. 팬데믹 기간 해외 여행객의 발길이 끊겨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파라다이스는 엔데믹 이후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며 지난해 매출 1조410억 원, 영업이익 1881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상반기(1∼6월) 예상 매출은 5699억 원, 예상 영업이익은 912억 원으로 파라다이스 측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1조1000억 원대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야권이 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안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직후 법안을 발의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 위원장의 직권남용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한다”며 “현재 방통위에서 두 명의 위원만으로 중요 의결이 이뤄지는 이 상황 자체가 위법, 직권남용이란 판단”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이나, 지난해 8월부터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노 원내대변인은 “(6월) 임시국회 내에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의된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7월 2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72시간 내 표결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보고되면 3일 혹은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야당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채 해병 특검법’과 ‘방송 3+1법’도 6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 18일 제출한 채 해병 사건 국정조사 요구서도 보고했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나온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이라며 “방통위를 흔들고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검은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반발했다. 7개월만에 탄핵카드 다시 꺼낸 野, 방문진 이사 퇴임前 방통위 제동 나서김홍일 방통위장 탄핵 추진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 전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일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이 그 후임자인 김 위원장까지 탄핵하겠다며 나선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송 장악 의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7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가) 위법적 의결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 이 전 위원장이 탄핵 의결을 앞두고 사퇴한 일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계속 그 자리를 지킬지, 이 전 위원장처럼 도주를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에 속도를 내는 것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의 임기 종료(8월 12일) 전 방통위 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2인 체제 방통위에서는 방문진 이사회 구조가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통위원장이 탄핵되면 현재 2인 체제인 방통위에선 이상인 부위원장 한 명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안건 의결 조건인 ‘과반 찬성’을 충족시키는 게 불가능해져서 방문진 이사교체 안건도 의결할 수 없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방통위원장을 지명도 하기 전에 ‘제2의 이동관,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더니 참 한결같다”며 “궁극에는 이재명 전 대표 방탄을 위해 언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목적 단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에서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게 된 책임은 결격 사유가 있는 위원을 추천한 민주당 때문”이라며 “야당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처럼 탄핵 전에 사퇴하는 것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과방위, 법사위 등 길목마다 의원들을 배치해 항의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등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헌법·국회법상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이 발의하면 그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된다. 보고가 이뤄지면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본회의가 다음 달 2∼4일 예정돼 있는 만큼,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보고되면 3일 혹은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 시기 채 해병 특검법도 함께 처리해 대여 공세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한 채 해병 사건 국정조사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 몫 22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6선의 주호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졌던 7개 상임위원장도 선출됐다. 외교통일(김석기)·국방(성일종)·기획재정(송언석)·정무(윤한홍)·여성가족(이인선)·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이철규)·정보위(신성범) 등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이 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 위원장의 직권남용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한다”며 “현재 방통위에서 두 명의 위원만으로 중요 의결이 이뤄지는 이 상황 자체가 위법, 직권남용이란 판단”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장 포함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이나, 지난해 8월부터 2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노 원내대변인은 “(6월) 임시국회 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6월 임시국회는 다음달 4일 종료되는데, 민주당은 2~4일 중 열리는 본회의에서 탄핵안과 함께 야당 단독으로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법사위를 통과한 ‘방송 3+1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역시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를 통과한 ‘채 해병 특검법’도 이 기간 중 함께 처리한다는 목표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 지난 18일 제출한 채 해병 사건 국정조사 요구서도 보고했다.국민의힘은 “또다시 나온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이라며 “방통위를 흔들고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검은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반발했다.野, 7개월만에 다시 방통위장 ‘탄핵 카드’… 與 “방송 장악 의도”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한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이 전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일 자진사퇴했다. 민주당이 그 후임자인 김 위원장까지 탄핵하겠다며 나선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송 장악 의도”라고 반발했다.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7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가) 위법적 의결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 이 전 위원장이 탄핵 의결을 앞두고 사퇴한 일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계속 그 자리를 지킬지, 이 전 위원장처럼 도주를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압박했다.민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에 속도를 내는 것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의 임기 종료(8월 12일) 전 방통위 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2인 체제 방통위에서는 방문진 이사회 구조가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성명문을 내고 “김 위원장이 내일 또는 다음주 초 ‘방문진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뒤 사퇴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소문이 사실로 된다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도 하기 전에 ‘제2의 이동관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더니 참 한결 같다”며 “방통위를 흔들고 거머쥐기 위해 보란 듯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이라며 “궁극에는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해 언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목적 단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처럼 탄핵 전에 사퇴하는 것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과방위, 법사위 등 길목마다 의원들을 배치해 항의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등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민주당은 탄핵안을 이르면 다음달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 채 해병 특검법도 함께 처리해 대여 공세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한 채 해병 사건 국정조사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감안해 이슈를 계속 끌어가기 위해 국정조사 카드도 함께 꺼내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본회의에서 여당 몫 22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6선의 주호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졌던 7개 상임위원장도 선출됐다. 외교통일(김석기)·국방(성일종)·기획재정(송언석)·정무(윤한홍)·여성가족(이인선)·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이철규)·정보위(신성범) 등이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국민의힘은 2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 위원장이 보인 태도를 놓고 “국민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는 고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나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윤리위에 정 위원장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은 ‘야만의 국회’를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는 물론 국회 명예와 권위까지 심각하게 실추시켰으므로 국회법에 따라 엄중히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이 21일 법사위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증인에게 퇴장 조치를 한 점, 증인에 대한 고발 조치를 거론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 위원장의) 고압적인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무위원 등 증인을 퇴장시키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정청래방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즉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나에게 쏟아낸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대해 모조리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윤리위 제소 검토 및 국회 선진화법으로 고발할지도 검토하겠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유상범 의원과 “성함이 뭐냐”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다” 등의 내용으로 언쟁을 벌였다. 유 의원은 이날 “‘개그콘서트’를 보여주는 모습을 연출했다”며 “아들이 ‘초등학생들도 그렇게 회의를 안 하겠다’란 말을 할 정도로 뉴스가 됐더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정 위원장과) 서로 풀면서 제대로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논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여야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입법공청회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타협 없이 자기 생각만 무조건 옳다고 밀어붙일 때는 독재나 다름없다”며 “힘의 논리로 해서 밀어붙였을 경우에는 또 다른 권력분립에 의해 대통령 재의요구권이 발동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현장, 노동현장 그리고 환경 문제를 다루기 위해 회의는 가급적 열렸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여당 의원들이 그간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 구성 협상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해 온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의 추가 논의를 요구했지만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안을 처리했다. 이날 과방위에서도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한국방송공사(KBS) 박민 사장에 대한 ‘불출석 고발의 건’을 일방 통과시키려 하자 여당 의원들은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협력해 즉각 안조위를 열었고,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고발 건을 7분 만에 의결해 전체회의에 넘겨 처리했다. 여당 의원들의 상임위 복귀 첫날부터 여야 간 충돌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與 반대에도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 강행 법사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방통위법을 의결했다. 방송3법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 직능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정치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친야권 인사들로 채워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반대했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자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은 “방통위 회의 개의를 어렵게 만들어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해당 법들은 1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개의’한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돼 법사위에 회부됐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법사위 대체토론에서 “상임위를 제대로 거쳤느냐. 숙려 기간도 무시했다”고 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법안) 내용은 과방위 소관이고 토론을 했다”며 토론 시작 1시간 뒤 표결로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회의 종료 후 “민주당에 더 이상 토론과 타협, 숙의라는 민주주의 정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법안의 일방 통과에 반발하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 충돌 여야는 이날 오후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충돌을 반복했다. 최 위원장은 “현안 질의를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달 2일 네이버 라인 사태, 제4 이동통신사 관련 현안 질의에 대한 증인 출석을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회의를 편파 진행한다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최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최민희 위원장은 어머니로 등장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여당은 최 위원장이 박민 사장의 불참을 문제 삼아 고발 안건을 상정하자 해당 안건의 안조위 회부를 요청했고 민주당은 안조위 회의에서 즉각 통과시켰다. 안조위는 숙려를 위해 상임위에서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일정이니 여야가 협의해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를 연기할 명분이 없다”고 맞섰다. 교육위원회에서도 회의 개의를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방송 관련 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 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한 당론 법안들을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4일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