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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란 주제로 펼쳐진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SSF는 23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개막공연 ‘클래시컬 패밀리’를 시작으로 5월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폐막공연 ‘비극의 피날레’까지 가족을 여러 각도로 해석한 공연이 14회에 걸쳐 열린다. 축제엔 국내외 연주가 60명이 참여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 SSF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가족에는 친족뿐 아니라 음악적인 가족들도 있다. 예를 들어 현악4중주단은 진짜 가족보다 더 많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또한 다른 의미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작곡가들, 비슷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 같은 악기들의 앙상블 등 다양한 ‘패밀리’를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비극의 패밀리’ 콘서트에서는 역사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적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작곡가들을 조감한다. 이 축제의 ‘시그니처’로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음악회는 27일 열린다. ‘기념일’을 주제로 올해가 탄생 또는 서거 기념 해인 푸치니, 포레, 스메타나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30일 ‘몰토 에스프레시보!’라는 제목으로 연주하는 에스프레시보 피아노 콰르텟에도 눈길이 간다. 실내악의 대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제이미 라레도는 아내인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 피아니스트 조지프 칼리히슈타인과 ‘KLR 3중주단’으로 45년 동안 활동하다 칼리히슈타인이 세상을 떠나자 피아니스트 안나 폴론스키, 비올리스트 밀레나 파야로판 더 스타트와 새 4중주단 에스프레시보 콰르텟을 꾸려 오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연주다. 5월 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패밀리’는 가족처럼 호흡을 맞춰온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등이 무대에 오른다. 5월 3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나보다 나은 반쪽’에는 비올리스트 이화윤과 첼리스트 조영창 등 부부 음악가들이 출연한다. 5월 4일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에는 코믹 듀오 ‘이구데스만 앤드 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주형기의 주도로 빵빵 터지는 음악 속의 유머가 펼쳐진다. 2017년부터 이 축제에 함께한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기자간담회에서 “솔리스트들은 혼자 외롭게 싸우는 존재들인데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실내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SSF에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실내악에는 사우나에서 땀을 빼듯 ‘클렌징’하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 이게 음악을 하는 이유였지’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솔로는 자기 것만 연습하면 되지만 실내악은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실내악을 못 하는 음악가는 좋은 음악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히로인 비올레타가 한복을 입고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5∼28일 세계 오페라 역사상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를 ‘라 트라비아타·춘희’라는 제목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춘희(椿姬)는 1948년 이 오페라의 국내 초연 후 두 세대 넘게 익숙하게 불려온 이름이자 원작소설 제목인 ‘동백꽃 여인’을 뜻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대 배경을 20세기 초 경성(서울)으로 옮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기생으로 위장해 국권 회복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의 연인 알프레도는 유학을 마치고 온 양복 차림의 젊은이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유교적 가치관이 확고한 ‘사대부’로 표현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래이 연출가가 연출을 맡고 프랑스 희곡 전문가인 조만수 충북대 교수가 드라마투르크(극의 조언을 하는 전문가)로 참여한다.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겸 제작발표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경성 배경의 ‘라 트라비아타’를 떠올렸다. 서양식 가옥과 전통 가옥의 만남, 양장과 한복의 만남 등 외래 문화와 전통 문화가 서로 엇갈리고 만나는 시대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이 연출가는 “라 트라비아타가 탄생할 당시 유럽의 상황을 20세기 초 경성을 배경으로 한 격동에 대입하자는 박 단장의 제안에 매력을 느껴 흔쾌히 동의했다. 비올레타가 본디 지녔던 가치와 알프레도를 만나면서 알게 된 개인적 자유의 가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잘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으로 소프라노 이혜정 이지현, 그의 연인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정호윤 손지훈,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에는 바리톤 유동직 김기훈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성악진이 출연한다. 이지현과 손지훈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 한국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여자경이 지휘하고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5만∼1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휘자 박영민(59·추계예술대 교수)이 19세기 교향곡 거장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을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에서 지휘한다. 브루크너는 19세기 말 세계 음악의 중심으로 불린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출신의 브람스와 함께 교향곡의 전통을 쌓아 올린 작곡가다. 60세 때 초연된 교향곡 7번에 이르러서야 음악계의 인정을 받았다. 후배 작곡가로 그와 교유한 구스타프 말러도 교향곡의 장대한 규모와 건축적인 구성에서 브루크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Romantische)’은 50세 때 작곡한 작품이며 그의 중기 교향곡 중 가장 널리 연주된다. 박영민은 11월 29일 브루크너하우스의 메인홀인 브루크너홀에서 헝가리 솔노크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메인 연주곡은 브루크너 중기의 대표작인 교향곡 4번 ‘낭만적’이다. 앞서 25일에는 솔노크 콘서트홀, 28일에는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아카데미홀에서 솔노크 오케스트라와 같은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브루크너하우스는 린츠 근교 마을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브루크너를 기념하기 위해 브루크너 탄생 150주년인 1974년에 문을 열었다. 매년 가을 브루크너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브루크너 연구와 연주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1470석 규모의 브루크너홀은 탁월한 음향으로 유명하다. 박영민은 “브루크너의 성지인 브루크너하우스에서 그의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 중 하나인 교향곡 4번을 지휘하게 된 데 특별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럽과 일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올 2월 25일에는 불가리아의 소피아 필하모닉홀에서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고, 5월 9∼11일 일본 후쿠야마에서 열리는 후쿠야마 국제음악제에서 콘서트 5회를 지휘한다. 내년 5월 7일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취리히 톤할레에서 독일 만하임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 364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박영민은 “2018년 가족들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그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부 유럽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 유럽의 음악 중심지에서 음악 관계자들을 소개받으면서 여러 지휘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크게 향상됐지만 지리적 한계 때문에 일부 정상급 솔리스트를 제외하면 결국 교육 시장으로 소화되는 수밖에 없어 아쉬움을 느껴왔다. 국내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연주자들이 이제는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자 미하엘 길렌을 사사했으며 1996년 모차르테움 국제재단의 파움가르트너 메달을 수상했다. 원주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엄청난 노력과 인내 끝에 다이어트에 성공했는데 요요 현상이 와서 수포로 돌아갔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였다. 나는 의지 부족인가. 그렇지 않다. 뇌의 시상하부에 입력된 ‘설정된 체중값’이 호르몬을 통해 식욕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네덜란드의 내분비 전문의인 저자는 엄청난 ‘특종’을 내놓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장내 미생물의 역할과 생후 2년 이전의 ‘소(小)사춘기’를 유독 강조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얘기는 적다. 좋은 소식은, 이 책이 호르몬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삶의 각 단계에 맞춰 풍성하게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호르몬의 역할은 생명의 성립 직후부터다. 수정 후 첫 2개월 동안 남자 태아에게서는 항뮐러관호르몬이 분비돼 여성의 생식기가 될 구조들을 없앤다. 여자 아기는 출생 이후에 이 호르몬이 분비돼 사춘기 이전에 난자가 성숙하는 일을 막는다. 이 호르몬 수치가 높은 어린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다. 임신 중 식욕이 높아지거나 이상한 음식에 손이 가는 여성은 남자아이를 임신했을 확률이 높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이가 생기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다. 공격성이 줄어들고 온화해지는 것이다. 몸무게에서 2kg 남짓을 차지하는 장내 미생물은 다양한 호르몬의 생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미 ‘나의 일부’다. 중추신경계를 통해 호르몬 생산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과 우리 뇌가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끄집어낸 일화들도 책의 흥미를 높여 준다. 영국의 메리 1세는 임신하지 않았는데 젖이 나왔고 젊은 나이에 시력을 해쳤다. 저자는 이를 뇌하수체의 종양 때문으로 추정한다. 호르몬 분비의 이상 때문에 메리 1세는 자식을 갖지 못했고 튜더 왕조는 종말을 고했다. 나이 들면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며 건강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폐경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단기간에 증상을 완화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 컨디션 난조를 겪는 남성도 테스토스테론 투여가 도움을 준다. 호르몬은 청춘을 되찾아주는 만병통치약일까. 에스트로겐을 장기간 투여받은 여성은 암과 심혈관 질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남성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 몸에 더 많은 에너지원을 저장할 수 있고 무모함이 줄어 장기적으로 생존에 도움을 준다. 인체의 호르몬 피드백 시스템이 건물의 온도조절장치처럼 각 시기의 신체에 적합한 호르몬 수치를 계속 조정해 주는 것이다. 요요 현상으로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희망은 있다. 단기적 해결에 집착하지 않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면 식욕 호르몬 수치도 변화한다. 저자는 ‘호르몬 투여가 만능 해결책’이라는 유사과학을 불식시키는 게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밝힌다.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가 아니며, 신체와 정신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결과가 바로 우리”라는 결론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양 언어에서 봄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스프링(영어) 프랭탕(프랑스어) 프륄링(독일어) 등이다. 예외 없이 약동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반면 동양 언어의 ‘봄’ ‘춘(春)’은 조는 듯한, 꿈꾸는 듯한 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故) 이어령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거의 반세기 전에 읽은 이야기이니 인용이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은 제목이 ‘봄의 교향곡’이다. 슈만은 당대 최고 인기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 결혼한 다음 해 이 곡을 완성했다. 신부 아버지의 맹렬한 반대를 극복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음악사를 넘어 인류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랑 중 하나가 되었고, 젊은 작곡가는 겨울을 넘겨 맞이한 인생의 봄을 이 교향곡에 담았다. 영어 스프링(Spring)은 ‘용수철’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시작하자마자 6초 남짓한 동안 현악부의 선율이 세 옥타브나 솟아오른다. 놀라운 탄성계수다. 동양의 ‘봄’ ‘春’이 마냥 수동적이고 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단어들은 고요하게 싹터 오르는 거룩함과 상서로움, 서기(瑞氣)를 담고 있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이 ‘프륄링’이라면, 그가 1번 교향곡을 마치고 바로 써나간 교향곡 4번은 ‘거룩한 봄’으로 다가온다. 긴 고난이 지나고 지평선 끝에 따뜻한 빛이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이 묘사한 ‘봄의 교향악’의 느낌은 이 곡에 더 가깝다고 할 만하다. 봄은 젊음의 계절이고, 젊음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아픔도 동반한다. 18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전 유럽의 젊은이들을 강타한 슬픔의 이야기가 있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한 세기 뒤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이 비극을 오페라 ‘베르테르’로 만들었다. 베르테르는 고대 켈트족의 시인으로 알려진 오시안의 시를 읽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탄식한다. 아리아 ‘왜 나를 깨우는가, 봄의 산들바람이여’에서 그렇게 훅 하고 쳐들어오는 청춘의 격동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가곡 ‘4월’도 대기에 향훈이 넘치는 사랑의 계절을 노래한다. “그대 느끼지 못하나요, 대기 속에 봄이 퍼뜨리는 향기를?/그대 마음속에 느끼지 못하나요, 새로이 속삭이는 종달새의 노래를?/4월이에요! 사랑의 계절이죠!” 토스티는 영국 왕실의 성악 교사로 작곡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 그 시기에 그의 고국 이탈리아에서 근대 오페라의 찬란한 역사를 펼쳐나간 인물이 토스티의 열두 살 아래 벗으로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미군에게 속아 가짜 결혼을 한 게이샤가 결국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두 시간에 달하는 오페라 전체의 배경이 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동아시아의 봄을 그려낸다. 첫날밤의 설렘과 환희가 펼쳐지는 1막부터 기다림과 배신이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그렇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여주인공은 이렇게 노래한다. “어떤 갠 날, 보일 거야/먼 수평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배가 나타나./하얀 배인데 항구로 들어오면서 고동을 울릴 거야./보여? 그이가 온 거야!/복잡한 시가지로부터 작은 점처럼, 한 남자가 언덕을 걸어 올라와./누굴까? 뭐라고 말할까?/먼 데서 부르겠지. “나비!” 나는 대답하지 않고 숨어 기다릴 거야./놀라게 하려고, 또 조금은,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이 노래의 팬 중에는 소설가 겸 사회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도 있었다. 지인이 찾아오면 축음기로 이 노래를 들려주며 눈을 감은 채 감탄의 신음소리를 뱉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푸치니의 시대에 거대한 교향곡의 기념비를 쌓아올렸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심장병을 얻은 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교향곡을 계획하다가 독일어로 번역된 한시(漢詩)를 바탕으로 교향곡인지 가곡집인지 장르가 모호한 곡 ‘대지의 노래’를 완성했다. 마지막 악장 ‘송별’의 끝부분은 이렇다. “나는 고향을 찾아간다. 더 이상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으리. 내 마음은 고요하며 때를 기다린다. 사랑하는 대지에 봄이 오면 어디나 꽃이 피어나고 새로운 초록이 펼쳐지리. 그리고 먼 곳엔 푸른빛이! 영원히, 영원히….”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포항공대(포스텍)가 국내 손꼽히는 대학을 넘어 세계적인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적 감성을 보태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지휘자 금난새(77·성남시립예술단 예술총감독·금난새 뮤직센터 음악감독)가 3월 1일 포스텍 특임교수로 임명됐다. 금 지휘자는 “포스텍 캠퍼스에 2021년 건립된 스타트업 육성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콘서트와 세미나, 마스터클래스, 특강 등을 열며 포스텍의 인문예술적 환경 제고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 지휘자의 포스텍 특임교수 영입에는 지난해 9월 부임한 김성근 총장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계기가 됐다. “김 총장이 하버드대 재학 시절 여름마다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인 탱글우드 음악축제를 관람하는 등 열정적인 음악 팬이었어요. 포스텍 재학생들이 세계에 나가 창의력 있는 교양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캠퍼스에서 문화와 예술을 폭넓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제게 얘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김 총장이 금난새 뮤직센터(GMC)에 찾아와 특임교수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트리클럽에서 자신이 로스앤젤레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열린 신년음악회에 김 총장이 세계가전전시회(CES)에 참관 중이던 포스텍 교수진 및 학생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활동 계획을 현재 수립 중으로 우선 매년 두 차례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열 예정입니다. 캠퍼스를 넘어 포항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관현악 교육을 실시하는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앞으로 해외 유명 연주가가 내한할 때 포스텍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 지휘자는 “미래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과학 영재들에게 포스텍에서의 예술적 체험이 큰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어린 시절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변성기가 지나도 노래할 때 ‘그냥’ 고음이 나온 덕분에 카운터테너로 미국 뉴욕 매니스음대에 입학했다. 군 복무 중 TV 예능 프로그램 육군특집에 출연해 ‘육군 파리넬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비발디 ‘오를란도 핀토 파초’에 출연해 용맹한 기사 ‘그리포네’ 역으로 바로크 오페라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201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소속 가수가 됐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메트 소속 카운터테너인 정시만(41·사진)이 처음으로 메트 무대에 선다. 23일 개막해 5월 17일까지 7회 공연하는 현대 작곡가 존 애덤스의 오페라 ‘엘 니뇨’에 출연해 뉴욕 오페라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남자로서 여성들의 높음 음역대를 노래하는 카운터테너에겐 대체로 ‘훈련을 통해’라는 단서가 붙는다. 지난달 30일 전화로 만난 정시만은 “그런 단서와 다르게 제 경우엔 특별한 훈련 없이도 고음이 나왔다”며 평범한 남성의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메트 소속 가수들이 처음 흔히 그렇듯이 커버(공식 캐스팅된 가수들이 출연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는 성악가)로 활동해 왔죠. 갑자기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팬데믹 기간 극장이 오래 문을 닫기도 해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네요. 기대보다는 늦게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20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엘 니뇨’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의 방문을 그린 종교적 오페라다. 정시만은 “애덤스가 요구하는 음악이 까다롭지만 여섯 명의 출연자가 철저히 준비를 해 와서 연습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엘 니뇨라면 태평양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기상 이상을 흔히 생각하지만 그 어원은 ‘아기’ 즉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이 오페라는 수시로 박자가 변화하며 멜로디도 바로크 오페라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남다른 힘과 감동이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전통적인 오페라처럼 가수마다 배역이 정해진 게 아니라 여섯 명의 출연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는 작품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지휘를 맡았던 여성 지휘자 마린 올솝이 지휘한다. 정시만은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곡 해석에 따라 리허설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도 기분 좋게 이끌어 간다”고 말했다. “한국 성악가들을 비롯한 음악가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제가 메트 무대에 서는 길이 한결 편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 카운터테너로서 처음 메트에 서게 된 것이 뒤에 오는 후배 카운터테너들에게도 더 수월한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96년생인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8)가 게오르그 솔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거장들이 이끌어온 133년 전통의 미국 명문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시카고 트리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CSO는 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메켈레를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메켈레는 전임 리카르도 무티(83)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133년 CSO 역사상 최연소 음악감독에 등극한다. 임기는 5년이다. 지휘 역사상 전설적 지휘자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19세에 베르디 ‘아이다’를 지휘했고 신동 음악가 출신 로린 마젤이 11세 때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한 기록이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대 나이로 명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나 수석지휘자를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온 메켈레는 2027년부터 CSO와 함께 유럽 최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 음악감독 직도 맡게 된다. 이로써 유럽과 북미의 대표적 명문 악단을 이끌게 된 것. CSO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니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악단으로 꼽히며 프리츠 라이너 등 역대 거장급 음악감독 아래 명성을 쌓아 왔다. CSO를 맡게 된 데 대해 메켈레는 “이 오케스트라는 과거와 똑같은 강렬한 연주를 들려주기 때문에 매력을 느껴 제안에 응했다”고 밝혔다. 메켈레는 1996년 헬싱키에서 첼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젊은 지휘자를 육성하기로 이름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지휘를 전공했으며, 이 음악원이 배출한 지휘자 중에서도 가장 젊은 나이에 커리어를 열어간 ‘신동’으로 꼽힌다. 그는 2018년 22세의 나이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2020년 임기 시작)에, 2019년에는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22년 임기 시작)에 임명됐다. 2022년에는 당시 134년의 역사를 지녔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지명됐고 임기가 시작되는 2027년까지 ‘예술적 파트너’ 직함으로 로열 콘세트르허바우를 지휘하고 있다. 그의 오슬로 필하모닉과 파리 오케스트라 직책은 시카고 심포니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임기가 시작되는 2027년 종료될 예정이다. 한편 메켈레는 지난해 10월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37)과 연인 관계임이 알려졌지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서로 관계를 끊으면서 결별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주 메켈레가 지휘하는 CSO 콘서트의 협연자도 유자 왕에서 첼리스트 솔 가베타로 대체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우리는 21세기 음악가이고 듣는 사람은 21세기 청중이다. 두 세기가 지나면서 우리가 듣는 것은 훨씬 풍성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잃은 것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베토벤 당시에 이 음악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선구적이었는지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사용함으로써 당대 청중이 느꼈을 놀라움과 당혹감, 황홀감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비올라 더호흐·나레시오 콰르텟 첼로 주자)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베토벤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듣는다. 네덜란드의 역사주의 현악4중주단 나레시오 콰르텟이 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베토벤이 29세 때 쓴 현악4중주 1번 F장조와 26년 뒤인 1825년에 쓴 13번 B플랫장조 등 그의 전기와 후기 4중주 한 곡씩을 연주한다. 역사주의 연주란 ‘악기의 구조와 음색, 악보를 실제 연주로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으므로 작곡가가 생전 염두에 두었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해야 한다’는 흐름 또는 방법론을 뜻한다. 시대악기 연주, 고음악 연주, 정격 연주 등 여러 용어로 표현된다. 솔로나 오케스트라, 교회음악의 역사주의 연주는 들을 기회가 많아졌지만, 고전주의 현악4중주를 역사주의 연주로 듣는 것은 유럽에서도 흔치 않은 기회다.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는 제작된 지 4세기가 넘어도 명품으로 취급되는 만큼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강력한 표현이 강조되면서 옛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말려 꼰 현)은 금속 현으로 대체됐고, 악기의 ‘목’은 더 길어졌으며 옛 명품 악기 대부분도 개조를 겪었다. 나레시오 콰르텟은 물론 베토벤 시대와 같은 구조를 지닌 악기를 사용한다. 2009년 창단된 나레시오 콰르텟은 창단 이후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왔다. ‘나레시오(Narratio)’는 ‘수사학(修辭學)’이라는 뜻. 서울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요하너스 레이르타우어르(제1바이올린)를 비롯해 프랑크 폴만(제2바이올린), 도로테아 포겔(비올라), 비올라 더호흐(첼로)로 구성됐다. 네 사람 모두 유럽 역사주의 연주계에서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단원으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이자 이론가 역할을 맡고 있는 더호흐는 이번 연주에 사용될 19세기의 음악적 표현 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공개했다. ● 템포(빠르기): 여러 템포를 실험한 결과 전체적으로 일정한 빠르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을 버리고, 19세기의 표현 기법으로 실제 연주에서 냈을 유연한 빠르기를 구현했다. ● 비브라토(떠는 소리): 베토벤의 우아하고 섬세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항상 강렬한 비브라토가 유용한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시대에 비브라토는 ‘특정’ 음이나 악구를 강조하면서 비브라토가 없는 음과 대조되는, 강조된 소리를 표현한다. ● 포르타멘토(음과 음 사이를 미끄럽게 잇는 기법): 베토벤 시대의 현악기 연주에서 포르타멘토는 인간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중요한 표현 도구였다. 베토벤과 친분이 있었던 음악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미끄러지는 음은 베토벤이 그의 실내악에 아름답고 영적인 성격을 불러왔다. 베토벤의 4중주 연주에서 중요한 파트너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슈판치히도 포르타멘토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78)이 서울시립교향악단 홍보대사가 됐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히딩크 감독은 “구체적 역할을 생각 중이지만 음악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2002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던 히딩크 감독은 판 츠베덴 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서울시향 홍보대사를 맡는다. 히딩크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가 된 데는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의 교분이 배경이 됐다. 히딩크 감독은 “예전에 판 츠베덴 감독이 지휘한 콘서트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TV로 시청했다. 연주자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이 축구 감독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판 츠베덴 감독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말했다. 판 츠베덴 감독이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듯 축구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예측해야 한다”고 하자 히딩크 감독은 “판 츠베덴 감독을 차기 한국 국가대표 축구 감독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판 츠베덴 감독 지휘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콘서트를 관람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국립오페라단이 영국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을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한 음악으로는 ‘축혼행진곡’이 나오는 멘델스존의 극음악이 유명하지만 브리튼의 오페라는 이보다 118년 뒤인 1960년에 나왔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 마음에 없는 결혼을 피하려는 젊은 연인들, 사랑에 눈뜨게 하는 꽃이 잘못 전달돼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극의 중심이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노래 없이 대사만 있는 ‘퍽(Puck)’으로 출연한다.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꽃을 실수로 잘못된 사람에게 배달해 소동의 근원을 만드는 배역이다. 지난달 11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작품 프로덕션 미팅에서 김동완은 “연습에 참여해 보니 변칙적이랄까,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었다. 대사를 가지고 음악 속에서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브리튼은 이 오페라에서 눈에 띄는 불협화음이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기법을 피하고 미묘한 분위기의 화음과 음색을 엮었다. 소박한 주인공은 민속음악 같은 소박한 음악, 연인들은 한층 낭만적인 음악, 요정은 환상적인 음악으로 표현된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현대음악적인 소재뿐 아니라 옛 오페라의 소재도 함께 들어 있다”며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원문 대사를 매우 소중히 여겨 음악이 대사에 하나하나 병행되도록 섬세하게 작곡했다. 멜로디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영어 대사에 신경을 쓰며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본은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지만 원작 시작 부분의 법정 장면을 빼고 숲속 요정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신적인 존재보다는 서로 싸우기도 하는 현실적 부부로 그렸다. 연출을 맡은 볼프강 네겔레는 “오랜 결혼 생활을 하면 벌어지는, 부엌이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작은 다툼들과 사랑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남자 주인공인 오베론 역에 테너나 바리톤, 베이스가 아닌 남자로서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카운터테너를 썼다는 점도 이 오페라의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베론 역을 카운터 테너 제임스 랭과 장정권이 맡는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온 랭은 오베론 역으로 영국 언론에서 ‘가슴이 멎을 듯한 공연’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장정권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 활발히 서 왔다. 오베론의 아내 티타니아 역에는 소프라노 이혜정, 이혜지가 출연한다. 공연은 11∼12일 오후 7시 반, 13∼1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13일 오후 3시에는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로 공연을 중계한다. 현장 공연 2만∼15만 원, 스트리밍 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서울시립교향악단 홍보대사가 됐다.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얍 판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히딩크 감독은 “구체적 역할을 생각중이지만 음악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히딩크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가 된 데는 판츠베덴 음악감독과의 교분이 배경이 됐다. 위촉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히딩크 감독은 “예전에 판츠베덴 감독이 지휘한 콘서트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TV로 시청했다. 연주자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이 축구 감독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판츠베덴 감독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두 사람의 인연을 설명했다.자리에 함께한 판츠베덴 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히딩크 재단을 설립해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의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꿈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나는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 활동을 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판츠베덴 감독이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듯 축구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예측해야 한다. 세부를 완성할 때 행복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하자 히딩크 감독은 “판츠베덴 감독을 차기 한국 국가대표 축구 감독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판츠베덴 감독은 “지금은 서울시향을 맡고 있어 여유가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히딩크 감독은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판츠베덴 감독 지휘 ‘서울시향 얍 판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콘서트를 관람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한국문화원연합회는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제32대 김대진 회장 취임식을 연다. 임기는 3년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15년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들의 저녁식사 자리.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뤄지던 가운데 한 미국 명문 음악원장이 “그는 진정한 천재야(He is real genius)”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좌중이 조용해지더니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얘기가 아니었다. 당시 24세였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를 말한 것이었다. 그보다 세 살이 적은 조성진이 그해 쇼팽 콩쿠르 우승의 낭보를 전해오기 일곱 달 전이었다. 지난해 2월 9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티켓 오픈 1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트리포노프가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뚜렷하게 나뉘는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1일은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로 시작해 프로코피예프, 버르토크, 코플런드, 메시앙,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애덤스, 코릴리아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을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2일 리사이틀에선 18세기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작품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소나타 12번, 멘델스존 ‘엄격 변주곡’, 베토벤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공연 날짜에 임박해 답신이 도착한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리포노프는 20세기 음악만으로 짠 1일 프로그램에 대해 “그동안 20세기 작품을 연주할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이 시기의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 세기 동안 여러 작곡가들이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을 들여다보았다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번 내한 프로그램 중 특히 애정을 갖는 작품을 묻자 그는 2일 연주할 모차르트 소나타 12번을 들었다. “3년 전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수많은 공연이 취소됐고 일상이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 이 소나타를 깊이 파고들 기회가 생겼고, 이 곡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충고의 말도 전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콩쿠르를 통해 연주자는 의지력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레퍼토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하지만 콩쿠르 자체가 일상이 되고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면 배우는 것이 없을 겁니다.” 실황 공연과 음반 녹음에 임하는 차이를 묻는 질문에 그는 “두 요소를 결합하는 게 좋다. 다른 쪽 연주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는 말로 답을 마쳤다. 트리포노프는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일곱 살에 첫 리사이틀을 열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년 뒤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폭넓은 레퍼토리를 녹음해 왔다. 2016년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 2018년 그래미상 독주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1일 공연 5만∼12만 원, 2일 공연 5만∼1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북극의 중심으로 가려면 얼음 속에 갇히면 된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1861∼1930)이 일찍이 1893년 시도한 일이었다. 그린란드로 떠내려 온 난파선을 보고 유빙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난센은 함선 프람호와 함께 시베리아 연안에서 얼음에 갇혔다. 얼음과 함께 북극 중심부를 통과한 프람호는 북대서양까지 밀려갔고 탐험대는 전원 귀환했다. 126년 뒤인 2019년 9월, 한국을 포함한 37개국의 전문가가 참여한 탐험대가 난센의 경로를 따라갔다. 시베리아 북쪽 바다에서 얼음 속에 갇힌 폴라르슈테른(북극성)호와 원정대는 북극점을 거치는 330일간의 탐험을 마친 뒤 귀환했다. 이 책은 이 탐험을 수행한 ‘모자익 원정대’ 대장이자 독일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 대기연구 책임자인 저자가 써내려간 열한 달의 기록이다. 원정의 목적은 북극 기후의 상세 데이터 수집이다. 30년 전부터 저자에게 익숙한 그린란드 북동쪽 바다는 이제 한겨울에도 얼어붙지 않는다. 오늘날 북극의 기온 상승은 인간 거주지역보다 두 배나 빠르다. 북극권 한복판의 연평균 기온이 영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는 차라리 충격적이다. 햇빛을 우주로 반사할 얼음이 줄면 지구가 더 더워지고 얼음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얼음에 갇힌 원정대의 활동 공간은 폴라르슈테른호를 훨씬 넘는다. 대기 성분과 기류 등을 측정하는 ‘기상학 도시’가 얼음 위로 넓게 펼쳐지고, 얼음 아래를 탐구하는 사이트와 먼 곳을 탐지하는 원격 탐사 사이트 등이 곳곳에 자리한다. 이들이 자리 잡은 얼음이 견고할 것 같지만 얼음이 갈라지는 바람에 애써 설치한 장비들을 잃기도 했다. 얼음 위의 생활이 마냥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탁구 경기와 ‘몸무게 재기 클럽’ 같은 심심풀이 행사가 열리고, 파티에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날 얼음판 위에서의 축구는 대형 조명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북극곰은 볼거리이자 위협이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탐사 장비의 케이블을 물어뜯기도 한다. 이들의 생태에 영향을 덜 주면서 멀리 쫓아내는 일도 원정대의 큰 숙제다. 저자는 탐험 중반이 지난해 12월 추가 원정대 관리를 위해 육지로 되돌아갔다가 3월에 폴라르슈테른호로 복귀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보급에 난관이 닥쳤다. 쉽지 않았던 팬데믹 상황의 극복기도 책 후반부의 큰 부분을 이룬다. 보급과 교대를 위해 저자를 포함한 몇몇 인원이 팬데믹 지역에서 폴라르슈테른호로 이동했지만 다행히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원정대는 예전보다 훨씬 빨리 녹는 북극 유빙의 생생한 실상을 눈으로 확인한다. 기온 측정치도 난센이 기록한 것보다 5도에서 10도까지 높았다. 하지만 원정의 끝이 연구의 끝은 아니다. 수많은 측정치를 컴퓨터에 입력해 북극 기후 시스템의 복잡한 과정을 분석하는 일이 남았다. 저자는 인류 전체를 향한 경고로 책을 닫는다. “지구 기후시스템에는 다양한 티핑 포인트(한계점)가 있다. 인간이 티핑 포인트를 촉발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고갯길을 넘어가는 상황, 북극에서 여름 해빙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이 임박했다. 어쩌면 우리는 고갯길을 넘어 급경사진 오솔길에 있는지도 모른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로크 교회음악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바흐 ‘마태 수난곡’을 독일 오케스트라와 한국, 스위스의 합창단이 연주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다음 달 3일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한국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협연으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마태 수난곡을 공연한다. 2006년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 우승자인 지휘자 겸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 연주자 프란체스코 코르티가 지휘를 맡는다. 마태 수난곡은 성경 마태복음에서 그리스도가 배신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수난의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바흐 시대 이후 한동안 잊혀졌지만 한 세기 뒤인 1829년에 이 곡이 초연됐던 라이프치히에서 20세의 멘델스존이 이 곡을 무대에 올리며 이후 대대적인 ‘바흐 부활’의 단초를 만들었다. 당시 연주를 관람한 철학자 헤겔은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고 말했다. 바흐가 앞서 작곡한 ‘요한 수난곡’이 극적이라면 마태 수난곡은 한층 명상적이고 심리적인 수난곡으로 꼽힌다. 이중(二重) 합창과 오케스트라 구조를 택해 지휘자 양쪽에 각각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나눠 앉으며 때로는 함께, 때로는 상대방의 연주에 반응하듯 연주해 곡의 입체감과 극적 효과를 높인다. 그리스도의 신격(神格)을 긴 베이스 음이 상징하고, 눈물이 떨어지는 모습은 플루트의 스타카토(끊는 음)로,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는 군중의 외침은 낮게 내려가는 음으로 표현하는 등 바흐가 곡 곳곳에 숨겨 놓은 상징을 해독하는 재미도 있다. 1987년 창립된 뒤 이름대로 바로크 음악 연주에서 권위를 인정받아 온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두 시간 거리인 취리히의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2017년부터 함께 연주를 펼쳐 왔다. 이들과 함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도 바로크 음악 연주에 있어 작곡 당시 연주법을 살려 연주해온 점에서 공통된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지난해 마태 수난곡, 올해 요한 수난곡을 자매 악단인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과 함께 전곡 연주하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섯 명의 성악 솔로진 중 극의 진행을 이끄는 ‘스토리텔러’ 격의 복음사가는 테너 막시밀리안 슈미트, 예수 역은 바리톤 야니크 데부스가 맡는다. 이 곡에서 가장 사랑받는 베드로의 아리아 ‘불쌍히 여기소서’는 현역 최고 카운터테너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필리프 자루스키가 노래한다. 자루스키는 2014년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처음 내한했으며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앙상블 아르타세르세, 소프라노 버라트 에뫼케와 함께 리사이틀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연 바 있다. 자루스키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바흐 교회 칸타타 아리아집은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이 ‘연약한 인간 영혼이 긴급하게 외치는 듯한 설득력이 있으며 오케스트라도 절대적 일류’라고 평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5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반세기 이상 현역 최고 피아노 거장으로 활약해 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사진)가 별세했다고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2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향년 82세. 폴리니는 18세 때인 196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계에 존재를 알렸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은 ‘우리 심사위원 중 누구보다도 피아노를 잘 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후 1년 이상 연주를 절제하고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문하에서 수련했다. 훗날 그는 당시 ‘정확한 기술과 감정적 절제’를 배웠다고 밝혔다. 1971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소속 아티스트가 된 그는 1990년대까지 쇼팽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녹음했다. 그의 연주는 감정을 절제하고 악보를 정밀하게 재현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그 자신은 “작곡가를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관심사”라고 말했다. 음반 중 쇼팽 녹턴 앨범이 2007년 그래미상 기악 솔로이스트 상을 받는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폴리니는 80세이던 2022년 4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인해 이듬해 5월로 연기된 뒤 이마저 취소됐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아들 다니엘레가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 중인 공연기획사 IMK의 권순덕 대표는 2월 27일 빈 국립음대(총장 울리케 지히)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하고 빈 국립음대의 빈 쇤브룬 궁전극장 공연과 이 학교의 지휘자상(Karl österreicher Preis) 진행, 지휘 석사과정 우수 학생의 프로 교향악단 공연 실습 등 주요 업무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IMK는 1992년 빈에서 설립됐으며 첼리스트 여미혜가 예술감독을, 폴란드 출신 지휘자 아담 스미트가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 권 대표는 “레슨에서 마무리돼왔던 음대 교육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프로 공연 무대로 연결시킨 것이어서 이 학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IMK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한예종 음악원의 K-아츠 오디션 우승자의 유럽 오케스트라 협연을 진행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스트리아 교민이 운영하는 클래식 기획사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빈 국립음대와 협력한다.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기획사 IMK를 운영해온 권순덕 대표(61)는 2월 27일 빈 국립음대(총장 울리케 지히)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하고 빈 국립음대의 빈 쇤브룬 궁전극장 공연과 이 학교의 지휘자상(Karl Österreicher Preis) 진행, 지휘 석사과정 우수 학생의 프로 교향악단 공연 실습 등 주요 업무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IMK는 1992년 빈에서 설립됐으며 첼리스트 여미혜가 예술감독을, 폴란드 출신 지휘자 아담 스미트가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권 대표는 “최근 빈 국립음대가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 실력 있는 지휘과 학생이 프로 교향악단을 정기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의 파트너를 모색하던 중 IMK를 선정한 것이다. 레슨에서 마무리돼왔던 음대 교육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프로 공연무대로 연결시킨 것이어서 이 학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IMK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한예종 음악원의 K-아츠 오디션 우승자의 유럽 오케스트라 협연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K-아츠 오디션에 우승한 바이올린 김시준을 2022년 10월 28일 비엔나의 무트 홀 협연무대에 세웠으며 지난해 K-아츠 오디션 우승자인 클라리네티스트 서예빈은 11월 17일 빈 유로 신포니에타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요제프 하이든 홀에서 협연했다.권 대표는 “앞으로 미국 대학과도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유명 음대와 접촉하고 있다. IMK가 여러 대륙의 음대와 협력함으로써 유망한 한국 음악도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남긴 교향곡들의 씨앗이 된 ‘말러 영감의 원천’을 만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 음악감독 지휘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협연으로 정기연주회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토머스 햄프슨’을 연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말러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Des Knaben Wunderhorn)’ 중 ‘라인강의 전설’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 울리는 곳’ ‘원광(태초의 빛)’ ‘기상나팔’ ‘북 치는 소년’ 등 다섯 곡을 연주한다.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말러가 같은 이름의 독일 민요 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초기 가곡집이다. 관현악 반주가 붙은 곡은 12곡이 있으며 이 밖에 피아노 반주로 작곡한 곡들도 있다. 말러는 이 중 여러 곡을 교향곡 2∼5번의 주요 선율로 인용하거나 그대로 교향곡에 가져왔다. 이번에 연주되는 곡 중 ‘원광’은 교향곡 2번 4악장에 전용됐고, ‘북 치는 소년’은 교향곡 5번 시작 부분과 선율적으로 깊이 연관된다. 민요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말러 시대로부터 한 세기 전인 1805∼1808년 독일 낭만주의 문인 아힘 폰 아르님과 클레멘스 브렌타노가 정리해 세 권으로 출판했다. 수집된 민요 대부분은 두 사람이 독일 전국에 ‘민요를 적어 보내 달라’고 보낸 호소문의 결실이었다. 소박한 사랑의 노래나 전원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시도 있지만 당시는 나폴레옹 전쟁의 한가운데였으므로 전장에 끌려간 군인의 슬픔(‘기상나팔’ ‘북 치는 소년’ 등)이나 잔인한 현세를 떠나 천상을 갈구하는 시들도 여럿 포함됐다. 독일 민중의 심층의식을 표면으로 떠올린 이 민요집의 성공은 그림 형제가 수집해 묶은 동화집이나 바그너가 독일 신화를 바탕으로 쓴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이번 콘서트의 협연자인 햄프슨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의 현역 최고 해석가로 알려졌다. 말러 ‘어린이의…’ 전곡을 빈 비르투오젠 협연의 관현악 반주 앨범과 제프리 파슨스가 협연한 피아노 반주 앨범으로 각각 발매했을 뿐 아니라 아르님과 브렌타노가 정리한 민요집 가사에 말러 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베버 등이 곡을 붙인 가곡들을 모아 별도의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1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