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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장장 93분에 걸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 번 직접 언급했다. 13일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 뒤 트럼프 후보는 공격을 자제하고 ‘국민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설문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 비록 이름은 한 번만 언급했지만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트럼프 후보가 “바이든”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연설을 시작한 뒤 45분경이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10명을 모두 합쳐도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큰 피해를 주진 못했을 것”이라며 “‘바이든’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만 말하겠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그러나 실제로는 연설의 초반 10여 분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발언이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는 데에 치중됐다. 트럼프 후보는 “현 정부에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기울어가고 있다”며 “미래를 얻으려면 먼저 실패하고 무능했던 리더십으로부터 우리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엄청났던 성공을 4년만에 전례없는 비극과 실패로 바꿔놨다”고 덧붙였다.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물가상승과 관련해 “현 정부에서 가구당 가계지출은 평균 2만8000달러(약 3900만 원)나 늘었다”라며 “공화당은 매우 빠르게 물가를 낮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남부 국경의 대규모 침략으로 미국 전역에 불행과 범죄, 빈곤, 질병, 파괴가 퍼지고 있다”라며 “국제적으로도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대만과 한국, 필리핀, 아시아 전역에서 분쟁의 불길은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 정부는 문제 해결에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라고 비판했다.특히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이민 정책에서는 “4년 전 나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경을 이 행정부에 넘겼는데, 내가 떠난 뒤 침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불법 입국하면 즉시 체포돼 추방당했는데, 현 행정부는 훌륭한 국경 봉쇄 정책을 모두 폐기했다”라고 말했다.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 대해선 “미친(crazy) 낸시 펠로시”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후보가 연설 초반에는 차분하게 단결을 요구했지만, 이는 분열을 일으키는(후반부의) 연설 내용과 상충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연설은 조용히 시작했지만 결국 더 전통적인 트럼프식 스타일로 바뀌었다”라고 평가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나는 다 걸었다(all i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집권 민주당 내 압박에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다만 당내 사퇴 여론이 여전하고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그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대선 경합주인 서부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비(非)백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에서 NAACP의 올해 구호 ‘올인’을 인용해 후보 교체론을 일축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친구가 필요하면 (사람을 찾지 말고 충성심이 높은) 개를 키우라”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최근 몇 주간 그 말을 이해했다”는 자학적인 농담도 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당내 세력이 별로 없음을 자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후보 측이 거듭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흑인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임기는 흑인에게 지옥이었다”며 “나는 ‘흑인 일자리’라는 게 뭔지 안다. 바로 미국 부통령”이라고 했다. 자신이 자메이카계 흑인·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최초의 비백인 부통령으로 발탁했음을 강조하며 비백인 유권자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민주당 내 불안감은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후보 선출을 관장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22일부터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조기 지명하기 위한 ‘비대면 화상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앞당겨 거센 후보 사퇴론을 차단하려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이든 퇴진’을 촉구하는 당내 조직 ‘횃불을 넘겨라’를 설립한 에런 리건버그 전 하원의원은 화상 전당대회를 “끔찍한 생각(terrible idea)”이라고 비판했다. 공영 NPR방송 또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최악의 시기에 당의 사기와 단결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화상 전당대회를 반대하는 서한을 돌려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15, 16일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후보(43%)에게 뒤졌다. 특히 더타임스와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SAY24’가 4∼12일 이번 대선의 7대 경합주, 즉 애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간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모든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눌렀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방송된 NBC방송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그는 이틀 전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일어나자 잠시 그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날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된 트럼프 후보의 2020년 대선 불복, 반(反)이민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인터뷰 직전 트럼프 후보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을 두고 “트럼프의 복제인간(clone)”이라고 비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밴스 부통령 후보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이날 대선의 주요 경합지인 서부 네바다주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임대료 상한제’ 공약도 발표했다. 네바다주에 1만5000채의 신규 주택을 짓기 위한 공공용지를 개발하고, 임대 사업자가 임대료를 5% 이상 올리면 세제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바이든 “트럼프 ‘과녁’ 발언은 실수” 해명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고령 및 인지기능 저하 우려를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1942년 11월생인 자신과 1946년 6월생인 트럼프 후보가 불과 세 살 차이라며 나이 때문에 대선 후보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늙었다. 하지만 트럼프보다 겨우 세 살 많고 정신적 예리함도 정말 좋다(pretty damn good)”고 주장했다. 인지기능 저하 때문에 자막기(텔레프롬프터) 없이 연설할 수 없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텔레프롬프터는 필요없다. 어떤 질문도 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트럼프 후보에게 뒤처진다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큰 격차는 없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8일 주요 기부자와 통화하며 “트럼프를 ‘과녁의 중심(bull’s eye)’에 둬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은 “그의 거짓말에 집중하자는 의도였지만 ‘실수(mistake)’였다”고 사과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후 공화당 일각에서 “‘과녁’ 발언으로 트럼프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조장됐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말을 흐리거나 갑자기 화제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통화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아닌 것 같다. 했을지도 모른다”며 모호하게 답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인터뷰가 집권 민주당의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해리스, 밴스에 부통령 후보 간 토론 제안 바이든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 후보를 두고 “의제 측면에서 트럼프와 아무 차이가 없다”고 평했다. 백인 노동자 계층 출신인 밴스 의원이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후보와 함께 부자 감세, 서민 증세를 외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워싱턴포스트(WP0)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낙점되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밴스 부통령 후보가 받지 않자 음성메시지로 축하 인사와 함께 부통령 간 TV토론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남겼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참패 악몽에 시달리는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밴스 부통령 후보와의 토론에서 압승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해리스 부통령의 토론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밴스 부통령 후보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CBS방송은 23일 또는 다음 달 13일 부통령 후보 간 토론을 제안했다. 트럼프 후보 또한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부통령 후보 간 토론을 요구해 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해진 초유의 정치 폭력으로 정적(政敵)을 거칠게 공격했던 ‘네거티브(negative) 공세’ 위주의 대선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공격했다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거센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암살 시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과시하자 그렇지 않아도 인지기능 저하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한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싫든 좋은 당분간 바이든 대선 캠프가 정책 공약에 초점을 맞추는 ‘로키(low-key)’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네거티브’ 어려워진 바이든, 통합 강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집권 전 성추문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부적합한 대선 후보이며 그의 재집권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난은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캠프가 암살 시도 당일인 13일 TV와 온라인에 게재했던 정치 광고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13, 14일 양일간 총 세 차례 대국민 연설에 나서 정치 폭력을 규탄했다. 그는 특히 캄보디아의 공산 정권 크메르루주가 대학살을 자행했던 ‘킬링 필드(killing field)’를 거론하며 “정치가 킬링필드가 되면 안 된다. 미 헌법은 극단주의와 분노가 아니라 품위와 품격의 미국을 표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unity)은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주요 일정을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텍사스주 출신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시절 제정됐던 ‘민권법 60주년’을 기념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 오스틴의 존슨 기념도서관을 찾으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해리스 부통령 또한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 마러라고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잡혀 있던 유세 일정을 연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와중에 대표 ‘보수 텃밭’을 공략하려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바이든, NBC 인터뷰서 ‘사퇴 거부’ 강조할 듯 이를 감안할 때 바이든 캠프는 당분간 정책 공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집권 민주당 성향의 여론조사 전문가 마이크 럭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제 정책, 낙태권 등의 의제에 집중하되 ‘트럼프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식의 비판은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 또한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우리의 긍정적인 미래 비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후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다. 집권 내내 주요 언론과의 일대일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7일 1차 TV토론 참패 후 언론과의 접촉을 부쩍 늘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10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능하신 하느님만이 나에게 대선 하차를 명할 수 있다”며 후보 사퇴를 강하게 거부했다. 유명 앵커 레스터 홀트가 진행하며 약 15분으로 예상되는 이번 NBC 인터뷰에서도 대선 완주 의사, 국민 통합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전체 영상은 미 동부시간 15일 오후 9시(한국 시간 16일 오전 10시) 공개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대선후보 퇴진론’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 이후 더욱 궁지에 처한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동안 세 차례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폭력에 대한 규탄 메시지를 냈지만, 적극적인 국면 전환에 나서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번주 전당대회를 앞둔 공화당이 피습사건을 구심점으로 더욱 강하게 결집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선거전략 자체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지금 가장 중요한건 통합” 바이든 캠프는 이번 암살 시도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연방민권법 60주년을 기념해 텍사스주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본거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잡혀있던 유세 일정을 미뤘다. 공화당 전당대회 시작을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 텃밭’들을 노려보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로 모두 물거품이 된 것.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피격사건 당일에 이어 14일에도 백악관에서 오후 1시 30분과 오후 8시에 두 차례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양호한 상태이고 잘 회복되고 있다는 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경호 과정과 관련해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암살 시도는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통합은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이지만,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에서 의견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정치가 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폭력이 아닌 투표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을 의식한 듯 “범인의 동기나 소속을 예단하지 말라”라고도 촉구했다. ●진퇴양난 바이든, 네거티브 전략 중단원론적인 말로 가득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두 연설은 좁아진 ‘운신의 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공격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도덕적으로 부적합한 후보라고 부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거티브 공세가 부적절해지면서 민주당은 기존의 선거전략 자체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바이든 캠프는 기존 TV와 온라인에 게시하던 정치광고도 중단했다. 바이든 캠프는 당분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네거티브를 자제하는 대신 정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로키’ 전략을 택할 전망이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마이크 럭스는 WSJ에 “메시지를 경제 정책이나 여성의 낙태권에 집중하고 ‘트럼프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말은 줄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미래에 대한 우리의 긍정적 비전과 공화당의 퇴보하는 의제를 계속 대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대선후보 암살시도’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여론을 폭발적으로 빨아들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후보 교체론’은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백악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퇴진론은) 이제 끝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상을 입고도 지지자들을 향해 “싸워라!”라고 외치면서 강인한 모습을 과시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바이든, NBC 인터뷰서 ‘완주의사’ 재차 밝힐듯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미 NBC방송에 출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다. 언론과 일대일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TV토론 거세진 사퇴론을 일축하러 10일 ABC방송 인터뷰에 나섰다. 22분간의 인터뷰에서 “오직 전능하신 하느님만이 나에게 대선 하차를 명할 수 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며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NBC는 백악관에서 녹화한 인터뷰 영상을 무편집본으로 15일 오후 9시 송출할 예정이다. 미 CNN방송은 인터뷰 분량이 최소 15분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담자는 NBC 메인 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것은 2022년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13일(현지 시간)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긴급 대피한 지 약 2시간 30분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이날 오후 6시 11분 귀에 총을 맞은 뒤에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의연함을 과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9단어로 된 게시글에서 “신속하게 대응한 비밀경호국과 사법 당국에 감사를 표한다”며 “유세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대문자로 “미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GOD BLESS AMERICA)”이란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휭 하고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곧바로 총알이 피부를 뚫고 지나간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피를 많이 흘리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선캠프는 총격 후 “그는 괜찮다(fine). 지역 의료 시설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충격에 휩싸였던 트럼프가(家)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내놓았다. 장녀 이방카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무분별한 폭력의 희생자와 내 아버지를 위한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에 감사한다”며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이방카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활동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 유세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성명을 통해 “아버지와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는 상태가 아주 좋다(great spirits)”라고 전했다. 그는 “극단적 좌파가 무엇을 집어던지든, 아버지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남 에릭도 X에 아버지 사진을 올리며 “그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투사!”라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 중인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멜라니아 여사는 15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참석할 예정이나, 공화당 관례와 달리 따로 연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의 핵전력이 북핵 억제·대응을 위해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에 배정된다. 한미가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24시간 논의하고 상시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시키기로 한 것으로, 이러한 내용이 문서로 공식화된 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공동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a swift, overwhelming and decisive response)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역량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모든 역량이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제공하는 특별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공동지침은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여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북한 핵공격 등 유사시 즉각적인 핵보복(핵우산) 태세를 완비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은 현재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미, 北 핵공격시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 핵보복 구체화한미 ‘한반도 핵작전’ 공동성명 채택‘일체형 핵우산’ 가이드라인 완성… “비핵국 첫 美와 핵작전 양자협의”핵-재래식 전력 통합운용도 포함… 내달 UFS서 핵작전연습 첫 시행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양국 수석대표인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공동지침)에 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이 공동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고, 그 3개월 뒤 NCG가 출범했다. NCG 출범 1년 만에 북핵 위협에 맞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의 가이드라인이 완성된 것. 군 관계자는 “비핵국가로서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핵 작전을 논의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美 핵전력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 배정 확장억제의 핵심인 미국 핵전력의 운용 결정은 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확장억제는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핵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미국이 결정했고, 전개가 임박해서야 미 측이 한국에 통보·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실상 우리 입장에선 ‘일방적·수동적 확장억제’였던 것. 하지만 이번에 한미가 서명한 수십 쪽 분량의 공동지침에는 북핵 위협 억제 및 유사시 대응을 위해 미국 핵전력이 전시(戰時)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론 한미 담당관이 24시간 서로 공유하면서 전략자산의 전개 필요성에 대해 논의·협의하기로 이번에 공식 문서화한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에 어떤 특정 위기 상황이 생기면 미국이 어떤 핵전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양국이 함께 미리 정해 두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선언적 차원의 ‘대북 핵우산’이었다면 이젠 핵보복을 작전계획 직전 단계까지 진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남 핵공격 시 미국의 핵전력이 반드시 한반도에 투입돼 핵보복에 나선다는 점을 명문화해 ‘핵우산’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의미다.● 美 전략자산 상시 배치 수준 전개 공동지침에는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략폭격기와 SSBN의 한반도 전개 빈도와 강도를 더 높여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겠다는 것.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으로 실효적인 핵우산(핵보복)이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군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면 적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현격히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별도 공개하지 않더라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전개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군에 따르면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이 투입되는 한미 핵작전 수행에 필요한 연습과 실전교본, 커뮤니케이션 체계 등도 공동지침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핵공격 수위 및 유형별 한미의 핵·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구체적 절차·방안도 포함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핵을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으로 최전방이나 한국 내륙 및 해상 등을 공격하는 등 모든 핵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한 핵보복 방안 등이 담긴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한미는 다음 달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에서 북한의 대남 핵공격을 상정한 핵작전 연습을 처음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미는 이번 공동지침을 토대로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연합 작전계획에 미국의 핵전력과 한미 핵·재래식 통합까지 반영하거나 별도의 연합 작전계획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북한의 다양한 핵위협 및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해 연합연습과 훈련의 내용을 발전시키고, 작전계획의 형태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검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간에 존재하는 작전계획에 소규모 핵공격이나 대규모 핵공격 등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실전적 대비 태세를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미국의 핵전력이 북핵 억제·대응을 위해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에 배정된다. 한미가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24시간 논의하고 상시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시키기로 한 것으로, 이러한 내용이 문서로 공식화된 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공동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a swift, overwhelming and decisive response)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역량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모든 역량이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제공하는 특별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공동지침은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여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북한 핵공격 등 유사시 즉각적인 핵보복(핵우산) 태세를 완비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은 현재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워싱턴=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의 3남 2녀 중 막내인 배런(18·사진 가운데)이 9일 부친의 선거 유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치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남부 플로리다주 도럴의 골프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배런 트럼프! 처음 이 자리에 선다!”며 아들을 소개했다. 2m에 달하는 큰 키로 유명한 배런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엄지를 세워 보이며 관중의 함성에 화답했다. 배런은 200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 부인 멜라니아 여사(사진 왼쪽)가 낳은 유일한 자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부인 이바나의 소생인 트럼프 주니어(47), 이방카(43), 에릭(40)이 아버지의 정치활동에 적극 참여한 것과 달리 그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가 그간 미성년이었던 배런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올 5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배런이 “지원한 대학마다 다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또 “네가 와서 좋다”, “너는 꽤 인기가 있어”라며 ‘아들 바보’임을 인증했다. 또한 그는 배런이 의붓형 트럼프 주니어나 에릭보다 인기가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석한 트럼프 주니어를 향해 “우리 이 얘기를 한 번 해 보자”고 농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후 배런의 참석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게재했다. 배런은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플로리다주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당시 멜라니아 여사 측이 “영광이지만 사양한다”고 거부해 대의원 데뷔는 무산됐다. 9일 배런이 유세 현장에 등장한 만큼 그 또한 다른 형제자매와 마찬가지로 부친의 정치 활동에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이날 “배런은 그간 편안한 삶을 살았지만 (유세에 나와야 하니) 좀 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5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배런을 “똑똑한 아이”라고 부르며 “그는 정치를 좋아한다. 내게 종종 ‘아빠, 이런 일을 하셔야 해요’라고 조언한다”고 자랑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거센 대선 후보직 사퇴 요구에 직면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9일 그의 ‘후보 퇴진론’을 논의했던 집권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의 모임에서 주요 인사들이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TV토론 참패 이후 불거졌던 사퇴 요구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오전 총회, 상원의원들은 오찬 회의를 열고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두 모임 모두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상당수 참석자는 회의 후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피트 애길라 민주당 하원의원 대표는 “우리의 대선 후보는 바이든”이라고 못 박았다. 제리 내들러 하원의원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될 것이며 우리는 모두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미 지지를 선언한 민주당 내 흑인의원 모임, 히스패닉계 의원 모임에 이어 이날은 진보 성향 의원 모임도 바이든 지지에 동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다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날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바랬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그가 민주당 상원의원 중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결별한 첫 인물”이라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까지 반납하고 진행된 이날 비공개 상원 모임에서는 일부 의원이 대선 패배 가능성을 우려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총회에서도 약 20명의 참석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키 셰릴 하원의원 또한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후보 사퇴를 요청한 7번째 하원의원이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유세를 재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전 세계 앞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겠다”며 “사회자와 규칙 없이 ‘남자 대 남자(man to man)’로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골프 대결 또한 제안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골프 가방을 멜 힘이 있다면 같이 골프를 쳐도 좋다”며 “그에게 20타 우위를 줄 것이며 그러고도 그가 이긴다면 자선단체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기부하겠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또 민주당 내홍을 꼬집으며 “민주당 급진 좌파들은 ‘졸리고 부패한’ 바이든과 ‘웃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후보가 되기에 더 부적합한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유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중 하나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이에 따라 그의 부통령 후보 발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거센 대선 후보직 사퇴 요구에 직면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9일 그의 ‘후보 퇴진론’을 논의했던 집권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의 모임에서 주요 인사들이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선후보 TV토론 참패 이후 불거졌던 사퇴 요구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오전 총회, 상원의원들은 오찬 회의를 각각 열고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두 모임 모두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상당수 참석자는 회의 후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피트 아길라르 민주당 하원의원 대표는 “우리의 대선 후보는 바이든”이라고 못 박았다. 제리 내들러 하원의원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될 것이며 우리는 모두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동조했다.이미 지지를 선언한 민주당 내 흑인의원 모임, 히스패닉계 의원 모임에 이어 이날은 진보 성향 의원 모임도 바이든 지지에 동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다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날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바랬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그가 민주당 상원의원 중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결별한 첫 인물”이라고 평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까지 반납하고 진행된 이날 비공개 상원 모임에서는 일부 의원이 대선 패배 가능성을 우려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총회에서도 약 20명의 참석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키 셰릴 하원의원 또한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후보 사퇴를 요청한 7번째 하원의원이다.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유세를 재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전 세계 앞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겠다”며 “사회자와 규칙 없이 ‘남자 대 남자(man to man)’로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골프 대결 또한 제안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골프 가방을 멜 힘이 있다면 같이 골프를 쳐도 좋다”며 “그에게 20타 우위를 줄 것이며 그러고도 그가 이긴다면 자선단체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을 기부하겠다”며 승리를 자신했다.또 민주당 내홍을 꼬집으며 “민주당 급진 좌파들은 ‘졸리고 부패한’ 바이든과 ‘웃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후보가 되기에 더 부적합한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이날 유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중 하나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이에 따라 그의 부통령 후보 발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달 말 51세가 되는 영국인 앤디 맥도널드 씨는 다음 달 파리 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 종목의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이 종목에 출전하는 각국 선수를 통틀어 최고령이다. 스케이트보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처음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메달리스트들의 평균 나이가 18세에 불과했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그가 무척 눈에 띄는 존재인 셈이다. 맥도널드 씨는 8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내 나이에는 넘어지면 (젊은 선수보다) 더 아프고, 낫는 데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멈추지 않는 것이 아직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출전하는 두 대표팀 동료는 모두 16세다. 맥도널드 씨는 “내 나이의 3분의 1쯤 되는 아이들과 스케이트를 타며 그들의 활기와 회복력을 배운다”고 했다. 자신 또한 차세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강조했다. 맥도널드 씨는 12세에 처음 보드를 시작했다. 세계 스케이트보드 월드컵에서 9번의 승리를 거두는 등 국제 무대에서 숱한 활약을 펼쳤지만 올림픽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예선전을 15위로 통과했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두 번의 시도에 실패하고 마지막 기회에 ‘다걸기’한 끝에 놀라운 행운을 따냈다”라고 평했다. 맥도널드 씨 또한 “예선 통과만으로도 이미 메달을 딴 것과 같다”라며 “내게 스케이트보딩은 청춘의 샘”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나를 ‘노익장의 대표 주자’로 여기지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내 나이엔 물론 넘어지면 더 아프고, 낫는 데에도 더 오래 걸리는 건 사실이에요.”이달 말이면 만 51세가 되는 앤디 맥도널드 씨는 영국 국가대표 스케이트보드 선수다. 다음 달 파리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로는 최고령이다. 스케이트보드는 처음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 네 명은 14~22세였고, 올해 대회의 최연소 출전자는 11세 중국 선수다. 20대만 돼도 ‘베테랑’ 소리를 듣는 이 종목에서 50대인 맥도널드 씨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다. 맥도널드 씨는 8일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50대에도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비결은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와 함께 출전하는 영국 국가대표선수는 16세인 스카이 브라운과 롤라 탬블링이다. 그는 “내 나이의 3분의 1쯤 되는 아이들과 스케이트를 타며 그들의 젊음, 활기, 회복력을 빨아들이고 배운다”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보드를 시작한 것은 12세다. 현재 360도로 두 번 회전하는 ‘720’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이다. “요새 12세 선수들은 720는 가뿐하고 900까지 해낸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스케이트보드 월드컵’에서 9번의 승리를 거두는 등 세계 무대에서 숱한 활약을 펼쳐왔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예선을 15위로 통과했다. 본선에서까지 선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 그를 다룬 기사에서 “예선전에서 두 번의 시도에 실패하고 마지막 기회에 ‘다걸기’ 함으로써 놀라운 행운을 따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내게 스케이트보딩은 청춘의 샘”이라며 “금메달을 따면 행복하겠지만 예선 통과만으로도 이미 메달을 딴 것과 같다”라며 즐거워했다. 스케이트보드계의 ‘원로’인 그는 “요즘 십대 동료들이 연습하는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까지 알 때가 많다”라며 차세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영국 국가대표 ‘팀GB’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공공기물을 훼손하는 악동들이라는 인식이 올림픽 덕분에 확연하게 달라졌다”며 반기기도 했다. 맥도널드는 “많은 사람이 나를 ‘노익장’의 대표주자로 여기지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라며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도록 부여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번 올림픽 출전이 아내와 세 자녀에게도 기쁨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유학생 출신인 아내와 23년 전 결혼할 당시 “가능한 한 파리에 자주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지만, 15년 전을 마지막으로 더는 파리를 찾지 못했다. 이번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그는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마침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매번 말로만 했다가 못 지킨 약속 기억나지? 이번 여름에는 꼭 당신을 파리에 데려갈게.”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진짜 확실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나는 또 멈칫했다.얼마 전 조용하던 가족 카톡방에 알림이 떴다. 엄마가 혼자서 갑자기 발끈하고 있었다.“방송에서 ‘~같아요’ 라는 말 좀 그만 듣고 싶다!” 뒤따라 이번엔 아빠가 갑자기 링크를 하나 보냈다. ‘한국 간판’으로 명성을 날리는 운동선수의 소식을 알리는 뉴스였다. 경기 영상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선수는 총 네 문장을 말했다.“많은 의심과 억측, 추측 이런 게 제일 힘들었던 시간인 것 같아요.”“이제 ‘나는 자신 있다’라는 걸 더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제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자신감이 제일 중요하고, 그게 올라왔다는 게 정말 긍정적인 것 같아요.”부상을 털어내고 마침내 승리한 뒤 주먹을 들어 올리며 포효하는 모습에선 에너지가 폭발하듯 넘쳐흘렀다. 기량과 자신감은 분명히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선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하지를 않았다.“많은 의심과 억측이 제일 힘들었어요.”“이제 나는 자신 있다는 것을 더 보여드리고 싶고요.”“제일 중요한 자신감이 올라왔다는 게 정말 긍정적입니다.”이리도 뛰어난데! 답답해하며 엄마는 덧붙였다. “본인은 의식을 못 하는 것 같아요.”‘자신 없음’을 ‘습관’이라 불러도 될까습관적으로 자신이 없는 나는, 말끝마다 지독하게 따라붙는 “같다”를 지우려 무던히 애를 썼다. 내 생각이 어떤 것 같은지 미루어 짐작할 필요가 없도록 스스로를 잘 탐구하면 될 줄 알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은 점도 있긴 한데, 사실 저렇게 하는 편도 괜찮은 것 같아서 둘 중에 뭐가 더 좋을지는 좀 고르기 어려운 것 같아요.”노력하면 할수록 되레 ‘분명함’에서 멀어져갔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오히려 점점 더 많은 “같다”를 입버릇처럼 끌어오고 있었다. 내 생각과 모든 제반 상황과 듣는 이에 대한 예의를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라고 나는 매번 스스로에게 해명했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었다. 누구도 대놓고 강요한 적 없는데, 난 늘 이상할 만큼 방어에 필사적이었다. ‘내 의견은 이렇지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나조차도 분명치 않다’고. ‘그러니 당신 듣기엔 별로이더라도 지적하지 말아달라’며 한 발씩 물러서 왔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같다’로 점철된 선수의 인터뷰에서 나는 뜻밖에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언뜻 그럴듯하단 생각에 “진짜 확실한…”까지 뱉어놓고선 “네가 뭔데 확실하고 말고를 멋대로 판단해?”라는 공격을 받기 싫어 “… 것 같아요”라고 어물쩍 덧붙이면 내 딴에는 안전한 말하기가 완성되곤 했다. 언어에 천착해 온 신지영 교수(고려대 국어국문학과)는 전화로 나에게 조언 혹은 위로를 건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것 같다’ 라는 말에 트라우마가 있어요. 쓰지 말라고 과거에서부터 그렇게 지적을 받아왔는데도 버리지 못하거든요. 그 말이 의미가 아닌 태도를 담은 표현이라 그래요. 공손해야 하는 상황에선 누구든 쓸 수밖에 없는 거죠.”그렇게 공손하고 조심하기 위해 “같다”라고 말을 맺어버릴 때마다, 나는 조금씩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습관은 말에 드러난다. 말은 다시 습관을 만든다. “솔직히,”라는 말을 습관처럼 쓰는 사람을 나는 경계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말들은 ‘솔직함’으로 위장한 화살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라는 말로 습관처럼 입을 떼는 사람들을 만나면 물러서게 된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들은 대개 듣는 이를 아랑곳않는 내용일 때가 많아서다.말과 습관은 모순적 관계에 있는 걸까. “솔직히”라고 말할수록 타인의 솔직함을 의심하게 되고, “아니”라고 말문을 열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닫게 된다. 요즈음은 “같다”라는 말에서도 그 모순을 발견한다. 주눅들 때마다 덧붙였던 ‘같다’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턴 마침표이자 줄임표가 되어버렸다. 말끝을 흐릴 때마다 생각과 목소리도 덩달아 흐려짐을 나는 여실히 느꼈다. 그러다 문득 지난날 나눴던 그녀와의 대화가 기억 저편에서 반짝이며 떠올랐다. 오랜만에 느껴봤던 기분을 헤어져 돌아오는 길 내내 아끼며 곱씹었던 날이다. 괜한 과장과 불필요한 추임새 대신, 느리고 친절한 목소리와 분명한 언어로 그녀는 마법처럼 나를 무장 해제시켰다.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신 있게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용감하게 풀어내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한다. 틀린 말은 족족 받아치겠다는 기색이라곤 없는 사람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들어주겠다는 눈빛의 사람들. 그들의 곁에 머무는 동안은 나도 어쩐지 ‘같다’라는 방패 뒤에 마음을 감추지 않을 수 있게 된다.“저는 사랑 타령 좋아하거든요! 모든 이야기의 주제는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낯간지럽고 형이상학적인 말도 어쩐지 그녀가 발성하자 빛을 머금은 듯 환하고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런 미소 앞에서는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라는 말로 내 마음을 애써 감추고 싶지 않아지기 마련이다.“좋은 것 같아요” 대신 “저도 이 책에서 그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게 만드는, 그녀는 정말이지 곁에 머물며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말의 힘이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7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으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 정치권은 당분간 ‘혼란스럽고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게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성향의 범여권 ‘앙상블’(168석)과 NFP가 극우 국민연합(RN·143석)의 승리를 막자는 일념으로 손을 잡았지만 두 세력의 정책과 이념에 큰 차이가 있다. NFP를 이끄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72)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 “통치할 준비가 됐다”며 총리 등에 올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집권당 르네상스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게 “총리직을 유지해달라”고 밝혀 NFP 측 인사의 총리 임명 및 적극적인 협력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마크롱 정권은 그간 연금 수급 연령 상향 등 재정 긴축을 추진해왔다. 반면 NFP는 ‘복지 국가로의 회귀’를 외친다. 특히 NFP는 ‘마크롱표’ 연금안 폐기, 공공지출 확대, 최저임금 14% 인상 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외교안보 노선도 천양지차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통합을 강조한다. 멜랑숑 대표는 점진적인 나토 탈퇴, 프랑스 자강론으로 맞선다.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집권 르네상스당에 속한 스테판 세주르네 외교장관은 “극좌 LFI를 배제한 정당과의 연합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좌파 빅텐트’를 표방한 NFP 내부도 혼란스럽다. NFP는 극좌 성향인 LFI와 공산당, 온건 좌파 성향인 사회당과 녹색당 등 4개 정당이 뭉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극우 정당을 물리치겠다는 목표로 모인 4개 정당이 서로의 차이를 계속 덮고 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8일 “멜랑숑 대표는 (NFP에서) 가장 분열적인 인물이다. 총리직에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모로코 태생으로 스페인계 이민가정 출신인 멜랑숑 대표는 1976년 사회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2, 2017, 2022년 대선 때 세 차례 대권에 도전해 모두 패했다. 쿠바의 공산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1926∼2016), ‘남미 좌파의 거두’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경제계는 멜랑숑이 권력에 가까이 다가갈까 내내 불안에 떨었다”며 그의 반(反)기업 노선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기념 정상회의가 기존 회의와 달리 ‘북대서양’이 아닌 ‘태평양’을 핵심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던 나토의 대(對)중국 견제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또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7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IP4(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를 초청한 건 대(對)중국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 준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지원한 주요 국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 4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오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일 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중국 견제를 위해 힘을 합치자”고 외쳤다.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IP4 국가와 첫 공동문서를 체결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이 서로가 지정학적으로 구분돼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북한 중국 등이 지원하는 게 분명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미 일각에서는 한국 또한 나토와 적극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7일 미국의소리(VOA)에 “한국이 (나토와 연대해) 곤경에 빠진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고 (한반도의) 잠재적 위기에 대비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도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나토는 냉전의 산물이자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의 근원”이라며 “(나토가) 유럽에 이어 아시아태평양도 어지럽히려 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파키스탄 남부 자코바바드에선 여름마다 주민의 약 25%가 더위를 피해 이곳을 떠난다. 올해 5월 최고 기온이 무려 52도를 기록했다. 잦은 정전과 식수 부족으로 많은 주민은 극한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얀셰르 코소 씨(38)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2018년 코소 씨의 어머니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가 겨우 회복한 뒤 그는 매년 4월부터 그해 가을까지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고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을 상대적으로 시원한 북부 퀘타로 보낸다. 길면 하루 20시간씩 정전이 이어지는 자코바바드의 환경이 어머니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코소 씨가 일하는 인근 대도시 카라치 또한 50도 안팎의 고온에 시달린다. 다만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카라치는 비교적 정전이 적고 일자리를 찾기도 쉽다”며 계속 카라치에 머물면서 돈을 벌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카라치에선 닷새 동안 열사병으로 568명이 숨졌다. 파키스탄은 물론이고 이웃 인도에서도 올 4월부터 석 달째 최고 기온 섭씨 40∼5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선 “자동차 운전대를 잡았다가 화상을 입었다” “수도꼭지에서 끓는 물이 나온다”는 증언이 속출한다.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에서도 올해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 치운 곳이 대부분이다.● “에어컨 있는 도시로”… 농촌 탈출 극한의 이상(異常)기후가 정상(正常)처럼 느껴질 지경에 이르자 각국 정부와 주민들은 다급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거주지를 옮기는 선택이다. 아시아에서는 코소 씨처럼 일시적인 이주가 아니라 삶의 터전 자체를 뿌리째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저개발국의 ‘기후 이주민’은 대부분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를 택한다. 농촌은 일반적으로 녹지가 적은 도심지보다 온도가 낮다. 하지만 선풍기조차 돌리기 어려울 만큼 전력이 부족한 데다 이상 고온으로 농업 생산량까지 급감하면서 많은 이들이 ‘기후 위기’와 ‘생활고’를 동시에 겪고 있다. 예일대 환경대학원 연구진이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올 5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극심한 더위, 가뭄, 홍수 등으로 이미 이사를 했거나 이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제 환경단체 ‘남아시아기후행동네트워크’는 2050년까지 기후 영향으로 이주해야 하는 인구가 인도에서만 4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가라앉는 섬 주민들은 탈출 해수면 상승에 직면한 많은 나라도 기후 재해를 타개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파나마는 해수면이 점점 빠르게 높아지면서 잠기는 섬 주민들을 본토로 이주시키고 있다. 해발 고도가 0.5m에 불과한 수그두브섬의 300가구는 정부가 지은 임시 주택으로 지난달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강풍이 불면 집까지 물이 들어차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워진 것이다. 파나마는 수그두브섬을 시작으로 62개 공동체의 3만8000명을 수십 년에 걸쳐 이주시키기로 했다. 비용은 최소 12억 달러(약 1조6800억 원)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또한 다음 달 17일부터 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을 시작한다. 역시 해수면 상승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구 1000만 명의 현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은 인구 과밀과 해수면 상승으로 해마다 25cm씩 가라앉고 있다. 기반시설이 거의 없는 ‘열대우림’ 누산타라로의 수도 이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세 번이나 홍수를 겪은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는 5월에 80년 만의 대홍수가 덮쳐 170여 명이 사망하고 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민 마리아 베나시우 씨는 지난해 홍수로 집을 잃고 임대주택으로 옮겼지만 그마저도 올해 다시 잃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이 마을은 언젠가 강이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당국은 마을 40%를 다른 곳에 재건해 주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웠다. 이와 달리 반복되는 가뭄에 시달리는 멕시코는 2020년부터 ‘인공강우’로 대응하고 있다. 멕시코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강우량은 한 달 동안 9.9mm로 1941년 이후 가장 가물었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도 수시로 수도가 끊어져 빈곤 지역 주민들이 급수차에 의존해야 했다. 정부는 연 1회 이상 비행기나 드론으로 ‘구름 씨앗’이 될 요오드화은을 구름에 살포해 강수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그리스는 관광지 폐쇄… 美 근로자 보호법 선진국도 이상기후를 피할 수 없다. 특히 관광업 비중이 국가 경제의 20%에 달하는 남유럽의 위기감은 더 크다. 그리스에선 올 6월 한 달간 관광객 약 10명이 열사병 등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결국 당국은 낮시간 아테네의 유명 유적지 아크로폴리스 등의 방문을 제한했다. 지도에 에어컨이 설치된 아테네 공공건물 및 녹지 등을 표시하고, 목적지까지 가장 시원한 길을 안내해주는 ‘피서 앱’도 출시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멜버른 등도 유사한 앱을 출시해 주민들에게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근로자 3600만 명을 더위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법 개정안을 2일 발표했다. 작업 현장의 온도가 27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고용주가 반드시 식수, 그늘, 냉방시설 등을 제공하고, 새 직원을 고용할 때 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업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폭염 대책 전담 부서인 ‘기후변화 및 건강형평국’도 신설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다음 달부터 택시 면허 또한 대폭 늘어난다. 당국은 택시 노조의 거센 반발로 2006년 이후 신규 면허 발급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관광객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불만까지 더해지자 결국 주요 도시의 택시 면허 수를 20% 늘리기로 했다.● 잦은 정전, 식량 부족도 심각 폭염 등으로 전력 사용량은 늘어나는 반면 발전과 송전은 불안정해지면서 각국에서 전력난 대응 또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생산의 78%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가뭄으로 댐 수위가 29%대까지 내려앉았다. 4월에만 두 차례 전력난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지난달 19일 20년 만에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동유럽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에서도 지난달 수도 사라예보 전체가 갑작스럽게 정전되면서 거리의 신호등이 꺼지고 교통 혼란이 벌어졌다. 중국에서는 북부에서는 가뭄이, 남부에서는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극단적 기후로 지난달에만 수십 명이 숨졌다. 중국은 남쪽의 물을 끌어다 북쪽에 공급하는 ‘남수북조(南水北調)’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인국 14억 명의 물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극한 기후로 농작물 생산도 대폭 감소했다. 미 외교매체 디플로맷 등에 따르면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에서는 이상 고온, 가뭄 등의 여파로 정부가 관리하는 밀 재고량이 지난달 기준 2990만 t에 그쳐 16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구 대국’인 인도와 중국 등이 안보 차원에서 식량 확보에 나서면 식량이 부족한 가난한 국가에서 분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 위기도 ‘부익부 빈익빈’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제3세계 저개발국에 집중되는 현실도 문제다. 국민 대부분이 빈곤층인 나라들은 기후 변화 대응을 할 여력이 없고, 주민들 또한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하기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계속한다. 9명의 자녀가 있으며 10번째 아이를 임신 중인 파키스탄 임신부 사히바 씨는 AP통신에 “반나절만 놀아도 아이들이 굶는다”며 땡볕 아래서 밭일을 계속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국제구조위원회가 선정한 ‘기후위기에 취약한 10대 국가’에는 소말리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차드, 남수단 등이 포함됐다.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이나 정치적 갈등으로 기후 변화 대응이 일종의 ‘사치’로 여겨지는 나라들이다.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하는 나라는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인데 그 피해는 개발도상국이 대부분 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의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역사적 빚을 해결하라”라고 비판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58·사진)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시 민주당의 대체 후보, 즉 ‘플랜 B’로 떠올랐다. 공식적인 대통령 승계서열 1위인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금한 선거 자금을 제약없이 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여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또한 자신의 사퇴를 대비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사퇴 시 해리스 부통령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는 동료들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백악관, 바이든 대선 캠프, 민주당 고위 소식통 7명을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라 ‘바이든-해리스’ 캠프가 모은 대선 자금 2억4000만 달러(약 3330억 원)를 그대로 승계할 수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측근들은 ‘바이든 하차’ 시 그가 물려받을 막대한 선거자금의 관리전략을 짜야 한다며 논의를 나누고 있다. 반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을 대체 후보로 선출하면 당 규정에 따라 전체 대선 자금 모금액 중 최대 3200만 달러(약 442억 원)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비공개 오찬, 민주당 소속 주지사 초청 만찬 등을 함께 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가 당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추켜올렸다. 각종 정치 베팅사이트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을 바이든 대통령보다 이미 높게 본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도 많다. 그는 진보 성향이 뚜렷한 캘리포니아주 토박이이고, 인도계와 자메이카계 흑인의 혼혈이다. 또 부통령 재임 중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또 중도 성향의 백인 남성, 고령층 백인 남성, 농촌 표심 등을 끌어오는 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공화당 측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민 정책을 담당했지만 불법 이민자만 급증했다며 비판하는 정치 광고를 시작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퇴진론이 거세지면서 그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현역의원들과 고액 기부자들에게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수면 위로 떠오른 후보 교체론에서 앞서가는 모양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최근 당내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해리스 부통령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바이든 캠프와 백악관, 민주당 전국위원회 고위 소식통 7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해리스가 최고의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현직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비공개 오찬에 이어 민주당 주지사들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도 함께 했다. 만찬에는 11월 대선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등이 참석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미 CNN방송에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각종 정치 베팅사이트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베팅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기 시작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중도하차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스스로를 차세대 민주당 지도자를 위한 다리로 보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가 당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플랜B’로 거론되는 것은 민주당 분열을 막을 가장 안전한 카드기 때문이다. 1968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 등 재선 도전을 초기에 포기한 대통령들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선을 120여 일 남겨 놓고 후보가 사퇴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미국 역사상 처음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오하이오주 등 일부 주에서는 후보 등록을 다음 달 7일까지 마감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은 더 짧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장 사퇴하더라도 민주당은 차기 후보 선출까지 한 달 밖에 시간이 남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권력승계서열 1위인 현직 해리스 부통령을 건너뛰고 다른 후보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경우 민주당 분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은 선거자금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자금 2억4000만 달러(약 3330억 원)는 대부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콤비’의 명의로 모금돼있다. 만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이 자금을 대부분 이어받을 수 있지만,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선출하면 이 돈은 사실상 쓸 수 없어지게 된다. 선거자금은 대부분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귀속되고, 전국위는 이를 최대 3200만 달러까지만 새 후보에게 선거자금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과 여성, 젊은 층들의 표심을 결집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실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달 “뉴올리언스, 라스베이거스,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 등 전국의 흑인, 여성, 젊은 지도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연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 출신 진보 정치인인 그가 교외 지역 백인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이 깔린다. 그는 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별다른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공격도 받고 있다. 특히 공화당 측은 최근 선거광고를 통해 국경 정책과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광고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 위기는 없다”고 말하는 장면에 이어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인가”라는 자막이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1년부터 이주 문제를 담당해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정중하게 촉구한다.” 미국 민주당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이 2일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최초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완패한 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나오던 퇴진 요구가 공개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을 두둔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태도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계 입문 의사가 없다”고 강경하게 밝혀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까지 대안 후보로 재차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교체론이 가라앉길 기대하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서 감지되는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존슨처럼 백의종군” 첫 퇴진 요구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텍사스주에서 15선(選)을 한 도겟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포기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1908∼1973)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존슨 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부통령이었지만,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뒤 1963년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한 해 뒤 대선에서 압승했지만 1968년 대선을 앞두고 베트남전 반대 여론, 경기 악화 등이 겹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 사퇴했다. 존슨 전 대통령의 상황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는 게 도겟 의원의 시각이다. 도겟 의원만 회의적인 게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 하원의원 25명도 향후 바이든 대통령이 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후보 사퇴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으로 꼽혔던 정계 거물들마저 고심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TV토론 직후 지인들에게 “바이든의 재선 가도가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2일 MS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 때 횡설수설한 것을 두고 “일시적인 사건인지, 아니면 건강 상태 때문인지 묻는 건 타당하다”고 했다. 토론 직후 바이든 대통령을 강력하게 두둔했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2일 “민주당 내에서 사실상 반(反)바이든 회의가 열렸다”고도 보도했다. 대선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로 오간 대화는 ‘규탄 대회’에 가까웠다는 전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조차 “최소한 선거 캠프 수뇌부는 교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바이든만 트럼프 이긴다” 주장도 무색 바이든 캠프는 그간 사퇴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민주당 후보 중에 바이든만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토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5%의 지지를 얻었다. 바이든 대통령(43%)보다 높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다른 ‘잠룡’들의 지지율도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40%대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온라인매체 퍽이 공개한 민주당의 비공개 자체 여론조사 결과는 더 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안 후보로 꼽히는 네 명 모두에게 뒤졌다. 특히 경합 주 7곳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7곳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지만, 부티지지 장관은 반대로 모두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미셸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1∼2일 실시한 공동조사에서 미셸 여사는 50%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한참 앞섰다. 다만 출마해도 바이든 캠프 선거자금은 공동 명의로 모금한 해리스 부통령 외에는 인수받을 수 없어 ‘미셸 대안론’은 현실성이 낮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