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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관리가 필요한 염증성 장 질환은 장점막에 발생한 염증을 치료하고 증상의 재발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 제제 등 최신 치료법이 많이 나와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김지원 서울대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염증성 장 질환의 증상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염증성 장 질환 증상은 무엇인가?“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구분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부분 직장에서 시작해 위쪽 대장까지 이어지지만,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든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회맹판 부위에 많이 생긴다. 염증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도 약간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 설사, 잔변감, 급박변 등을 겪게 된다. 크론병은 복통, 설사, 체중감소 증상이 대표적이고 그 이외에도 전신쇠약감, 혈변, 구역, 구토, 피로, 식욕부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소아는 이유 없이 배가 자주 아프거나 또래보다 성장이 늦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급성 장염과 구별해야 하는데 급성 장염은 1~2주가 지나면 증상이 없어지고 회복되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대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장 증후군에서도 설사와 복통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염증성 장 질환과 달리 밤에 자는 동안에는 복통이나 설사 증상이 드물고 혈변이나 체중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발병하는 연령대가 있나?“궤양성 대장염은 20대 초중반, 크론병 환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많이 발병한다. 하지만 50~60대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크론병에 비해 궤양성 대장염의 중장년층 발생 비율이 높다.”-염증성 장 질환 치료는 어떻게 하나?“경증일 경우 5-ASA 경구 혹은 좌약 제제로 먼저 치료를 시작한다. 염증이 아주 심하면 스테로이드를 쓴다. 이런 약제는 증상을 좋아지게 할 수는 있지만 치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설사, 혈변과 같은 증상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 치료 목표였다. 증상만 관리하다 보니 장 점막 염증은 계속 남아있고 그로 인해 재발은 필연적이었다. 심지어 합병증으로 수술해야 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지금은 단순히 증상 호전이 아닌, 염증이 없는 상태를 치료 목표로 삼게 됐다. 최신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는 생물학 제제와 소분자 제제는 염증성 장 질환에서 증상 호전과 내시경 소견도 호전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증상의 재발과 합병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최신 치료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현재 국내에서는 인테그린 억제제, 항TNF 제제, 항인터루킨 제제와 같은 생물학 제제, 또는 소분자 제제도 있다. 인테그린 억제제는 염증세포가 혈관 밖으로 이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테그린을 차단해 항염증 효과를 내는 약제다. 베돌리주맙이 사용되고 있다. 인테그린 억제제는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면역억제 효과가 작아 감염 발생의 위험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감염 등의 위험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 먼저 사용할 수 있다. 항TNF 제제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생물학 제제로 인플리시맙과 아달리무맙, 관련 바이오 복제약들이 사용된다. 생물학 제제가 개발되기 전에 사용되던 약제들(5-ASA 약제나 스테로이드)은 장 점막에 생긴 염증을 장기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워 합병증으로 수술받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런 생물학 제제를 사용하면서 합병증으로 인한 수술을 받는 환자 비율이 많이 줄었다.”-생물학 제제의 정맥주사와 피하주사는 어떤 차이가 있나?“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간 효과는 비슷하다. 다만 정맥주사는 환자가 병원에 가야하고 주사 부위에 불편함도 있어서, 피하주사로 바꾸려는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피하주사는 환자가 자가 투약해야 하지만 약제마다 투약 방법에 대한 교육자료가 있고 제약사마다 환자 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있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도 교육한다. 요즘은 핸드폰으로도 투약에 대한 교육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어 환자도 직접 투약하는 방식을 몹시 어려워하지는 않는다.”-생물학 제제 치료 전략은 무엇인가.“국내는 가속 단계 요법(Accelerated Step-up Therapy)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험 급여상 처음부터 생물학제제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단계별로 치료해야 하므로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의 사용함에도 증상 조절이 되지 않거나 면역조절제에 대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빠르게 단계를 올려 조기에 생물학 제제를 사용하는 치료 전략이 많이 사용된다.”-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도 완치가 돼 약을 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10% 미만이고, 대부분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는 것을 반복하며 평생 치료한다. 염증성 장 질환을 오래 앓으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수술까지 받을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을 끊지 말고 담당 의사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담도암은 간에서 만드는 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과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상당히 진행되기 전에는 뚜렷한 임상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힘들고 재발률이 높아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약 20∼30%에 불과하고 수술이 가능해도 60∼70%의 환자는 재발할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담도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담도암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B·C형 간염, 간흡충증 또는 담낭 결석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간흡충증이나 간염에 걸린 적이 없어도 담도암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 최근 담도암과 췌장암의 위험 인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과 같은 만성질환이나 지방간이 담도암과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을 알아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병 전 단계이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흡연이나 소량의 음주에도 담도암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금연한 사람의 담도암 발병 위험은 흡연을 하지 않은 사람과 비슷했기 때문에 흡연 중이라도 빠른 시일에 금연한다면 담도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담도암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특징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담도염 등으로 열이 발생하거나 황달이 생겨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담도암은 췌장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어려운데 담도암 5년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췌장암 15.2% 다음으로 낮다.” ―담도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담도암 진단은 초음파, CT, MRI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뤄지는데 영상만으로는 진단하기가 어렵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도 발견이 쉽지 않으며 이미 진단됐을 때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많다. 간암은 CT나 MRI 영상에서 특이적인 소견이 있거나 종양 표지자가 있는 경우 임상적 진단이 가능하지만 담도암은 조직검사를 통해 확정 진단이 이뤄져야 된다.” ―치료 예후는 어떠한가. “담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 발견된다. 실제 전체 진단 환자의 20∼3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처음부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재발로 인해 항암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 환자는 예외 없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 항암 치료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최근 신약도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담도암 항암제의 효과는 다른 암종에 비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보고에서는 담도암 환자 중 10%는 어떠한 치료도 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로 면역 항암제를 병용한 치료법이 등장했다고 들었다. “면역 항암제는 기존 표적 항암제나 세포 독성 항암제와 달리 반응이 오래 지속된다. 세포 독성 항암제만으로 내성이 빨리 생길 수 있는 환자도 면역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면서 내성 발생은 느려지고 효과는 더 지속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다. 담도암 면역 항암제는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CTLA-4 억제제 등 다양하다. 그중 PD-L1 억제제인 더발루맙은 현재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과 담낭암 환자의 1차 병행 요법 치료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 효과를 확인한 TOPAZ-1 연구에 대해 말해달라.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가 TOPAZ-1 연구 초기부터 주도했고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의료진이 참여했다. 나도 연구자로 참여했다. 글로벌 임상 연구는 주로 해외 주도로 이뤄지는데 해외에서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발표돼도 한국인 등 아시아인 비율이 적은 경우 식약처 통과가 어렵다. 최근에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임상 연구에 참여해 해외 주도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 연구라도 한국인의 비율이 적지는 않다. 무엇보다 TOPAZ-1 연구는 등록 환자 다수가 아시아인이고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더발루맙의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기존에 1차 치료로 쓰이던 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함께 면역 항암제 더발루맙을 병용한 TOPAZ-1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실제 진료 현장에서 더발루맙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세포 독성 항암 치료만 진행할 때보다 면역 항암제 더발루맙을 병용한 경우 전체 생존 기간은 20%, 무진행 생존 기간에서는 25%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재발 또는 전이된 담도암 환자에게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요법을 1차 치료로 사용했을 때 2년 시점 전체 생존율은 10%인 데 반해 더발루맙을 병용한 환자에게서는 그 수치가 25%로 향상했다. 즉, 세포 독성 항암제로 치료 시 2년 시점에 100명의 환자 중 10명의 환자만이 생존했는데 더발루맙과 병용할 경우 100명에서 25명으로 생존하는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은 얼마나 지속해야 하는가. “TOPAZ-1 임상 연구 설계는 더발루맙·젬시타빈·시스플라틴 3제 요법을 3주에 한 번씩 8 사이클 사용하고 난 후에 효과가 유지되는 환자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을 제외한 더발루맙만 4주 간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을 통해 좋은 효과를 확인한 환자 사례가 있나. “담낭암 여성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담도염으로 인한 담도 패혈증으로 응급실에 왔고 검사 결과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암의 크기가 약 4∼5㎝ 정도로 담낭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을 정도로 꽤 큰 편이었으며 담도 패혈증이 동반됐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 치료를 진행했고 담낭 내 암 덩어리가 거의 사라져 완전 관해(CR)에 도달했다. 현재는 8 사이클을 마친 후 담낭 벽에 약간의 비후 정도만 남아 있어 더발루맙 단독 유지 요법으로 치료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방, 조기 발견, 치료의 3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치료 측면에서 담도암이 지난 10년 동안 암흑기를 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차 치료에서 많은 발전이 나타나고 있고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여러 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료는 발전하고 있으나 예방은 마땅치 않았다. 최소한 비만, 당뇨병, 흡연, 음주, 지방간 등 5가지를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담도암 발생 비율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더발루맙을 치료에 많이 쓰고 있지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으면 환자가 쓰기 어렵다. 최근 위암, 간암 등에서 항암제 급여가 인정됐는데 담도암 치료를 위해 더발루맙도 급여가 적용되면 좋겠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약 25∼35%에서 발병하는 흔한 양성 종양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30∼45세 사이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가족력,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종의 크기가 크거나 위치가 좋지 않을 경우 불임이나 유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여성 사이에서도 자궁근종이 발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훈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에게 자궁근종이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자궁근종은 심한 경우 자궁을 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자궁근종이 커지는 것을 환자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가? “그렇다. 자궁내막과 근종 위치가 가까우면 생리통이 심해진다거나 생리 양이 많아지는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근종이 자궁 바깥에 자리하거나 자궁 중앙부터 바깥쪽으로 자라나는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자궁근종이 임신에도 영향을 주는가?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면 나팔관을 타고 자궁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근종이 있으면 나팔관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진다. 자궁내막과 근종이 가까울 경우에는 착상이 잘 되지 않는다. 착상이 됐다 하더라도 자궁으로부터 태아에게 혈액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태아가 저체중이 된다거나 심할 경우 조기 유산에 이르기도 한다. 또 태아가 성장해서 출산까지 간다 하더라도 조기 출산 확률이 높다. 근종 쪽에 태반이 자리를 잡게 되면 태반이 배출되고 나서 자궁 수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산후 출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근종을 제거하면 이런 요인들이 모두 줄어든다.” ―자궁근종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자궁의 보존 여부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자궁을 보존하지 않는다면 자궁 적출술, 근종만 제거하는 경우라면 근종 절제술을 택한다. 자궁으로 연결되는 혈관을 막아서 근종의 크기를 줄이는 색전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자궁 적출술과 근종 절제술에 따라 수술법이 또 나뉜다.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 복강경 수술 중에서도 로봇 수술을 진행할 것인지, 배에 구멍을 3∼4개(다공) 낼 것인지, 1개(단일공)만 낼 것인지 등 세부적인 사항이 달라진다. 수술 방법은 환자가 임신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을 원한다면 근종 절제술을, 출산에 대한 요구가 없다면 자궁 적출술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근종 절제술은 자궁을 보존하고 싶은 환자에게 권장되는 치료다.”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수술법을 크게 분류하면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이 있다. 개복수술은 배를 절개해 열어서 하는 제왕절개와 동일한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복강경 수술은 배에 구멍을 뚫어 가늘고 긴 수술 기기를 넣어서 진행한다. 이때 수술 기기가 로봇과 연결되면 이를 ‘로봇 보조 수술(로봇 수술)’이라 한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의 공통된 장점은 침습 부위를 줄인다는 것이다. 수술 시 상처가 크면 클수록 몸에서 스테로이드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스테로이드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구멍만 내면 되는 복강경 수술은 수술 후 상처로 인한 합병증, 통증은 물론 유착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호르몬 분비도 줄일 수 있다.” ―환자가 각 수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개복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근종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도의가 직접 손으로 병변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이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봉합이다. 향후 임신을 원하는 환자라면 근종을 절제하는 것보다 자궁을 단단히 봉합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아무래도 기구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손으로 꿰매는 것이 아직까지는 더 확실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은 침투관 구멍을 통해서 체내에 봉합실을 넣는다. 실을 기계로 잡고 제왕절개수술처럼 여러 층으로 봉합을 하는데 일반 복강경 수술 시에는 기구가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제한적이다. 일자로 된 기계에서 기구를 잡고 열거나 돌리는 동작밖에 할 수 없는데 바로 이 측면에서 로봇 수술의 장점이 부각된다. 로봇 수술은 기기에 손목과 같은 관절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각도와 방향으로 기기를 조정할 수 있다. 마치 개복수술과 유사하게 다양한 각도, 다양한 위치에 있는 부위를 건드릴 수 있고 봉합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로봇 수술을 활용하면 봉합하는 시간이 훨씬 줄고 수술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봉합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전체 수술 시간이 감소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환자의 마취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사가 원하는 각도와 방향으로 기기를 조정해 개복수술과 유사한 수술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로봇 수술은 마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도 감소하고 개복수술과 동일한 치료 효과라는 장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로봇 수술에도 세부 선택 사항이 있나? “로봇 수술도 다공 옵션, 즉 배 쪽으로 구멍을 3∼4개 뚫는 수술이 있는 반면 배꼽을 통해 하나의 구멍만 내는 단일공 로봇 수술이 있다. 단편적으로만 봐도 구멍을 여러 개 내는 것보다 1개만 내는 것이 훨씬 낫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환자 입장에서도 단일공의 이점이 더 클 것이다. 다공 수술이든 단일공 수술이든 수술의 완성도, 기본적인 결과는 동일하게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전문의의 역할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급성 신우신염은 요로감염의 일종으로 신장에 감염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세균에 의한 감염이 원인으로 혈관을 통해 세균혈증이 발생하는데 원인균의 85%는 대장균이다. 증상은 오한, 발열, 신장이 있는 옆구리에 심한 통증 등 독감과 비슷하다. 급성 신우신염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여성 환자는 16만8496명으로 전체 환자 수(21만5655명)의 78%를 차지한다. 이렇게 여성 환자 수가 많은 이유는 해부학적 구조에 있다. 강릉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김한권 교수는 “급성 신우신염은 세균이 항문에서 요도·방광·요관·신장으로 이동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해부학적 구조상 여성이 남성보다 요도 길이가 짧고 질과 항문이 가까워 남자보다 요로감염이 쉽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급성 신우신염은 방광염 등 하부 요로감염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변비, 소변 참기, 요실금 등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급성 신우신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당뇨병 등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발생과 재발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김 교수는 “재발이 자주 되는 경우 염증으로 인해 신장의 기능을 담당하는 사구체 등 여러 기관에 손상이 누적된다”라며 “이는 신장의 위축이나 염증이 발생한 신장의 기능 저하를 발생시켜 만성 신부전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급성 신우신염은 방광염과 동반 시 빈뇨, 배뇨통, 구토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을 방문해 요검사, 요배양검사, 혈액검사,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의 검사를 받고 원인균을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경구 항균제나 해열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38.5도 이상의 발열이 있다면 입원해 치료를 받고 급성기를 넘기는 것이 좋다. 급성 신우신염 예방은 변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식이 조절이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소변을 지나치게 참지 않는 게 중요하고 대변을 닦는 방향을 질 부위에서 항문 쪽으로 향하는 등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요실금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와 조절이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물을 섭취함으로써 방광에 있는 균을 배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교수는 “연초 잦은 모임으로 인한 과도한 음주 및 수면 부족은 몸의 면역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어 급성 신우신염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위스키는 지극히 개인의 취향을 반영합니다. 가장 좋은 위스키는 비싼 위스키가 아니라 나의 취향에 맞아 내 입을 즐겁게 하는 위스키입니다.” 지난 11월부터 진행 중인 동아일보 위스키 최고위 과정 ‘광화문 살롱’의 박병진 주임교수의 말이다. 어느 순간 주위에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입맛은 제각각이고 위스키 종류는 수천 가지. 본인의 취향만 알아도 선택지는 반으로 줄어든다. 우리가 보통 위스키라고 부르는 것은 ‘스카치위스키’를 말한다. 스카치위스키 역사에서 세무 당국과 증류업자들 간의 투쟁은 빼놓을 수 없다. 세관원은 불법 증류를 막기 위해, 증류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서로 쫓고 쫓기며 목숨을 건 싸움을 했다.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오늘날 피트 향의 황금빛 액체를 얻게 됐다. 17∼18세기가 아이리시와 스카치위스키의 시대였다면 19세기 말은 아메리칸 위스키의 전성기다. 독립전쟁 이후 미국에는 780개의 증류소가 있었다. 미국인은 기상과 동시에 술로 시작해서 ‘잘 때 마시는 술’로 일과를 마쳤다. 술을 밥 먹듯이 마셨던 셈이다. 월급을 가족의 식비가 아닌 술값으로 탕진하고 여성과 어린이는 굶주림과 가정폭력에 노출됐다. 주취자들의 사회는 도시를 범죄로 물들게 했다. 술을 마셔도 너무 많이 마시던 시절이다. 이에 미국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1920년 1월 16일 미국에서 모든 술의 제조, 판매, 유통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금주법이 내려졌다. 양조 시설과 술병은 모두 파기됐고 오크통에 담겼던 술은 하수구에 흘려보내졌다. 이는 맥주와 와인, 위스키, 진 등의 합법적인 판매가 금지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알코올중독,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미국 위스키 증류업자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수많은 증류소가 문을 닫아 결국 12개만 남게 된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마시던 음주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었다. 금주법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음주량이 감소하는 듯했으나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술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밀주를 판매하던 술집들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간판을 떼고 음지로 들어간다. 이때 단골들만 은밀하게 비밀번호를 대 가며 이용할 수 있게 탄생한 게 ‘스피크이지 바’다. 술을 밀수, 밀매하는 갱들이 판을 쳤고 폭력이나 살인을 비롯한 각종 조직적인 범죄가 성행하게 된다. 이때 ‘밤의 대통령’이라 불린 알 카포네라는 마피아가 세상에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1929년 10월 대공황이 미국을 덮치면서 금주법은 힘을 잃게 된다. 증권시장의 붕괴로 주가가 폭락하고 생산 산업은 반토막이 났다. 무역량은 70% 축소됐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버번이나 증류주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나 곡물 등은 창고에 쌓이거나 버려졌다. 결국 미국 정부는 주류 판매를 통해 세수를 회복하고 음지로 빠진 양조업계를 다시 살려야겠다고 판단한다. 루스벨트는 금주법 폐지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워 전 국민의 엄청난 지지와 함께 1932년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33년 금주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대표적인 5대 위스키 생산 국가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이다. 하지만 위스키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위스키는 아니다. 각 나라마다 위스키에 대한 정의와 제조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위스키의 제조 과정은 대개 7단계로 이뤄진다. 몰팅(Malting)→제분(Milling)→매싱(Mashing)→발효(Fermentation)→증류(Distillation)→숙성(Maturation)→병입(Bottling)이 그 순서다. 발효된 곡물을 통해 얻은 ‘스피릿(증류주)’을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켜 위스키를 만든다. 정형화된 제조 방식과는 다르게 맛 차이는 증류소별로 천차만별이다. 위스키의 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원료, 발효 시간, 증류 방식, 오크통의 종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오크통이다. 오크통이 위스키 맛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스카치위스키는 규정상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최소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액이 길게는 30년 이상 숙성되기 때문에 오크통의 영향력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한날한시에 숙성한 스피릿은 오크통의 종류와 크기, 숙성 기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스코틀랜드 증류소는 숙성 과정에서 새 오크통을 기피한다. 자칫 나무 맛이 너무 강하거나 사카린 등 인공감미료 맛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다른 술을 숙성할 때 사용했던 오크통을 활용한다. 즉, 전에 담겨 있던 내용물에 따라 위스키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 예컨대 500ℓ 셰리 와인을 담고 있던 오크통에 있는 원액이 최대 10ℓ에 달한다고 한다. 아무리 개성 강한 스피릿도 그 오크통에서 숙성되면 자연스레 셰리 맛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위스키 오크통 시장의 90%는 셰리와 버번 오크통이 차지하고 있다. 셰리 오크통은 주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자라는 유러피언 오크로 제작되고 버번 오크통은 미국의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 품종을 사용한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는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와 열대과일, 캐러멜 노트를 갖고 있다. 반면 유러피언 오크는 말린 과일과 계피, 감귤류를 포함해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목재의 종류가 위스키 맛으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위스키를 생산했던 적이 있다. 1970년대 후반 위스키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국산 주류 개발 계획을 세워 스코틀랜드 몰트위스키 함량 30%의 국산 위스키를 개발하고 시판했다. 1983년에는 위스키 산업의 육성, 품질의 고급화, 외화 절약 등을 위해 ‘국산 위스키 개발 계획’을 마련해 몰트위스키 제조 시설을 완비하고 본격적인 국산 몰트위스키 제조를 시작했다. 1987년부터는 국내 위스키 3사가 국산 위스키 원주와 수입 위스키를 섞어서 국산 특급 위스키를 개발하고 시판했다. 그러나 수년에서 10여 년의 숙성 기간에 따른 재고 증가, 수입 몰트위스키와의 가격경쟁력 문제 등으로 국산화가 어려워져 1991년부터는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다 2020년 한국 최초의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가 남양주에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위스키 증류소가 3개 정도 세워졌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정통 스카치위스키 생산 방식을 고수해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동아일보 ‘광화문살롱’은…국내 최고의 위스키 전문가와 인문학 교수, 저명 인사와 함께 위스키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위스키 교육 과정이다. 위스키의 역사와 종류, 테이스팅 등 위스키에 관한 내용은 물론 최고의 셰프·바텐더와 함께하는 미식 체험, 올바른 테이블 매너, 철학 속 위스키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 교육 종료 후에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위스키 5대 생산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위스키 증류소 탐방’도 진행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몽골인 A 씨(48·여)는 현지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자국의 의료로는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병원을 알아보던 중 현지 의사에게 차병원을 소개받았다. A 씨는 현지 의사와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김영탁 원장이 함께 참여하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원격 협진을 통해 진료받고 차병원의 수술 일정을 잡았다. A 씨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원격 협진으로 여전히 김 원장의 관리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발길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감소한 국내 외국인 환자는 지난해 24만8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했다. 차병원은 3월 ‘차국제병원’을 오픈했다. 차병원의 각 기관에 존재하던 국제진료팀을 통합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개편한 것. 차국제병원은 외국인 환자가 차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상담 과정부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외국어별로 응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외국인 환자에게 최적화된 전문 의료진을 선별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했다. 특히 차병원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IC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년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추진하는 ‘ICT 기반 외국인 환자 사전 상담과 사후관리 시범 운영 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해외 거점 국가와 사전 상담 및 사후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 7개국 94개 차병원의 의료 거점 센터를 활용해 국가를 늘려갈 계획이다. 코로나19 이전 차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연간 1만 명 이상이었다. 지금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차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차병원의 난임 치료 기술은 해외 환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점은 4회 연속 보건복지부 외국인 환자 유치의료기관 평가인증(KAHF)을 획득했다. 그중에서도 많은 중동 환자가 난임 치료를 위해 차병원을 찾는다. 최근에는 독립국가연합(CIS), 중국 환자도 난임 치료와 난자 동결 등 가임력 보존 프로그램을 위해 차병원 진료 예약을 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는 한정된 체류 기간 안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고난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차병원은 해외에 있는 환자가 한국 방문 전에 온라인으로 한국 주치의를 미리 만나 치료 계획과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부인암과 같은 고난도의 수술도 환자의 상황과 일정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수술을 마치고 귀국 후에도 현지 협력 병원 의료진과 국내 의료진이 원격으로 치료 경과를 관리하며 환자 만족도를 높였다. 차병원의 분만 비결은 외국인 환자에게도 인기다. 주치의 책임 분만, 자연주의 출산,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및 신생아 집중치료실 운영은 해외 환자가 보기에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출산 후 아늑하고 편안한 산후조리원에서 차병원 의료진의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며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차병원을 찾는 이유다. 차병원은 각국의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 인력을 두고 내원 전 상담부터 일정 관리, 숙소와 교통 예약을 돕고 있다. 환자가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후관리 서비스를 한다. 이는 처방한 약을 잘 먹고 있는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이외에도 현지 병원에서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 진단과 치료, 처방 자료를 해당 국가 병원에 전달해 준다. 차병원은 외국인 환자 진료의 허브 센터 역할을 자처한다. 타 기관 연계 서비스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인이 의료 서비스를 편리하게 받도록 할 계획이다. “원격 진료로 환자 만족도 높여” 김영탁 차국제병원 원장 “해외 환자 한 명을 치료하면 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경제 효과가 있다.” 김영탁 차국제병원 원장의 말이다. 국내 많은 병원이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애쓰는 이유기도 하다. 외국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경우 현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현지에 병원이 있는 경우다. 차국제병원은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질환별로 적절한 병원을 연결한다. 또한 각국의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치료 전·후 과정이 미흡해 환자 불만이 상당했다”라며 “ICT 사업으로 원격 진료를 시행한 후 외국인 환자의 만족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차병원에는 10년간 12만 명의 해외 환자가 다녀갔다. 차움 검진과 난임, 부인암 등을 치료받았다. 김영탁 교수는… 국내 부인암 최고 권위자인 김영탁 교수는 분당차여성병원장과 함께 차국제병원장에 취임했다. 김 교수는 자궁근종, 자궁암, 난소암 등 부인암 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연구와 자궁암 예방 백신 개발을 선도했다. 1989년 서울아산병원 개원부터 34년간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230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와 학술 대회에서 발표하며 국내 부인암 치료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작년 9월 이대여성암병원이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하고 확대 오픈했다. 새롭게 문을 연 이대여성암병원은 갑상선암센터와 유방암센터를 분리하고 환자 특성에 맞춘 맞춤식 치료를 제공한다. 이대여성암병원 갑상선암센터 권형주 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를 들어봤다.》 ―이대여성암병원 소개를 부탁한다. “2009년 3월 개원한 이대여성암병원은 대학병원 최초로 암 진단 후 일주일 이내에 수술과 첫 방문 당일 진료와 검사를 한 장소에서 시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여성 암 환자 전용 레이디병동 등 특성화 진료 시설을 운영했다. 여성 친화적 진료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으며 여성 암 치료 대표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갑상선암센터를 확장 개소한 지 1년이 넘었다. 그간 어떤 활동들이 있었나. “갑상샘암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작년 병원은 갑상선암센터를 확장 개소했다. 진료실을 3개에서 7개로 늘리고 서울대병원 황현욱 교수를 영입해 갑상샘암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갑상선학회에서 올해 만들고 있는 갑상샘암 진료 권고안 개정과 외과학 3판 교과서 저술 등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학술 활동을 했다.” ―최근 진행 중인 연구가 있나. “2016년 갑상샘 환자 표준 진료 지침 마련으로 처방 오류 감소와 입원 비용 감소 효과를 봤다. 이후 갑상샘암에 대한 셀레늄의 항암효과와 그레이브스병에 관해 연구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다발성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 존재하는 것을 다발성 갑상샘암이라고 부르는데 갑상샘암 환자의 약 30% 정도가 다발성 갑상샘암을 앓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다발성 암이 재발 위험을 1.8배 정도 높이는 것을 밝히고 치료 범위와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다른 요인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갑상샘 결절과 갑상샘암은 다른가. “건강검진으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서 갑상샘 결절 발생이 많아졌다. 갑상샘 결절은 갑상샘에 생기는 혹이다. 적게는 4%에서 많게는 67%가 갑상샘 결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샘 결절 중 약 2∼6%는 갑상샘암으로 진단한다. 대부분의 갑상샘 결절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목소리 변화, 사레들림, 연하곤란 등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갑상샘암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어릴 때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갑상샘암 발생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방암, 당뇨병, 비만 등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도 밝혀져 있다.” ―갑상샘암 수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는 것 같다. “갑상샘암은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갑상샘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갑상샘암을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1㎝ 이하 크기의 갑상샘암이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았거나 전이가 없으면 저위험 갑상샘암이라고 한다. 저위험 갑상샘암은 전통적인 갑상샘 수술 외에 능동 감시를 하거나 경피적 국소 소작술을 하기도 한다. 갑상선암센터의 황 교수는 능동 감시의 전문가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와 능동 감시가 가능한 환자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전문가로 올해는 능동 감시를 시행한 갑상샘암 환자의 임상 결과를 외과계 최고 학술지인 외과학 연보에 게재하기도 했다.” ―갑상샘암의 능동 감시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능동 감시는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처음 시도한 방법이다. 저위험 갑상샘암 환자를 곧바로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다가 갑상샘암이 3㎜ 이상 커지거나 주변에 새로운 림프샘 전이가 발견되면 수술한다. 능동 감시 중 진행이 확인돼 수술한 경우가 진단 후 곧바로 수술하는 경우와 비교해 예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적으로 저위험 갑상샘암 수술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40세 미만의 젊은 사람은 60세 이상과 비교해 2배 정도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30세 이하의 갑상샘암 환자는 약 절반 정도에서 미만성 경화 아형 같은 공격적인 갑상샘암을 앓고 있다. 따라서 능동 감시가 적절한지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갑상샘암의 국소 치료는 무엇인가. “갑상샘암의 크기가 1㎝ 이하인 경우 마이크로파, 레이저, 고주파 소작술로 갑상샘암을 치료하기도 한다. 국내 84명의 갑상샘 미세 유두암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6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이 기간에 재발이나 전이가 전혀 없음이 보고된 바 있다. 현재 갑상샘암의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밖에 없어 좀 더 큰 규모의 연구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무릎 통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퇴행성관절염이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관절을 이루는 뼈, 연골, 관절막, 연골판, 인대, 근육 등에 손상이 생기면서 통증이나 운동장애가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관절과 인대 손상으로 나타나는 주요 증상은 관절 통증과 부종 또는 뻣뻣해짐 등의 불편감이다. 초기에는 손상된 관절 부위를 움직일 때 국소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다가 병이 진행되면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통증과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수면 중에도 통증을 느끼고 걷거나 앉았다 일어서는 등의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연세와병원의 강호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구조의 변형에 따라 1∼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의심 단계로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대개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한다. 진통제로 통증이 줄어들지 않으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계열의 진통제를 복용하게 된다. 소염 진통 효과가 있어 초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진통제는 통증을 줄여주는 약이지 원인을 해결해 주는 약이 아니다. 무릎은 계속 사용해야 하는 신체부위기 때문에 증상은 점점 악화한다. 2단계는 1단계보다 통증이 더 심하기 때문에 주사 치료를 한다. 대표적으로 스테로이드 주사가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과 통증 감소에 효과적이지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연골 두께가 줄어드는 조직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히알루론산 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와 달리 관절강 내 히알루론산을 주입해 연골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는 주사다. 저분자 히알루론산 주사는 주 1∼3회, 고분자 히알루론산 주사는 6개월에 1회 주사해 소염 진통 효과를 볼 수 있다. 3단계는 관절이 변형돼 통증 정도가 심해진다. 중등도 단계부터는 1∼2단계에서의 치료 효과가 점점 감소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4단계 중증 단계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관절 손상이 심한 말기로 관절 내시경 수술, 인공관절 수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강 원장은 “연세와병원은 무균 수술실을 5개 보유하고 있다”며 “자기공명영상(MRI) 2대,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 초음파, 컴퓨터 적외선 전신 체열 촬영기(DITI), 골밀도 검사기(BMD) 등 대학병원급 최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코 스마트로보틱스와 펄스 세척 시스템을 도입해 로봇 인공관절 수술 시 뼛조각과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고 있다. 말기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수술적 치료 방법으로 알려진 인공관절 치환술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무릎 전체를 인공관절로 바꾸는 전 치환술과 손상된 관절 일부분만 바꾸는 부분 치환술이다. 부분 치환술은 뼈, 인대, 연골 등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관절 가동성 개선 효과가 크고 전 치환술에 비해 절삭 부위가 작아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정상 관절을 보존하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수술이 까다롭고 정교함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수술이다. 한국스트라이커의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는 무릎관절 부분 치환술과 전 치환술, 넓적다리 관절 전 치환술 모두에 대해 첫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800대 이상의 마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100만 건 이상의 임상 사례와 330건 이상의 연구 결과를 통해 수술의 장점을 입증받았다. 국내는 2015년 첫 임상 연구를 시작해 2023년 11월 기준으로 국내 6곳의 대학병원을 포함해 총 42개 병원에 45대가 설치됐다. 총 3만 건 이상의 임상 치료 사례를 축적했다. 강 원장은 “마코 로봇 수술은 수술 전 3D CT로 촬영한 환자 무릎을 분석해 뼈를 최소한으로 끊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일반 인공관절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한 출혈이 발생하는 절삭 가이드 삽입을 생략할 수 있어 출혈량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절삭 가이드는 다리 축 정렬을 바르게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에 구멍을 내고 삽입하는 수술 기구다. 강 원장은 “마코 로봇수술은 환자 무릎에 센서를 부착해 다리 축을 계산하기 때문에 뼈에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어 출혈량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코는 사전 수술 계획에 따라 절삭 범위를 알려주는 가상의 지침인 ‘햅틱 존’을 수술실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햅틱 존을 벗어나면 로봇 팔이 작동을 멈춰 연부 조직의 손상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절삭이 가능하다. 절삭이 정교하게 이뤄지면 무릎 주변의 조직 자극으로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불편함이 줄어든다. 2019년 국제 무릎 수술 학술지의 ‘로봇 인공관절 수술 후 기능과 만족도 결과’ 논문에서는 일반 인공관절 수술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기능적 활동 점수를 비교한 결과, 걷거나 서 있는 상태의 개선 정도가 일반 4.8점, 로봇 6점으로 로봇 수술 환자의 점수 개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걷기, 다리 방향 전환, 계단 오르내리기 등 일상적인 활동과 쪼그리고 앉기, 무릎 꿇기 등의 활동 개선 정도가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로봇 인공관절 수술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부를 로봇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로봇의 도움을 받는다. 로봇은 사전에 계획된 수술을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이 있다. 햅틱 존이 계획한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막아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2023 동아일보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 행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됐다.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는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대한민국 보건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한 우수 병원과 기업을 발굴해 시상하는 행사다.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후원한다. 행사에는 심사를 맡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임영진 원장을 비롯해 병·의원,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수상 병원과 기업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뇌혈관, 관절, 척추, 암 수술, 줄기세포, 심장이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치료 성과를 보여준 의료기관과 의료 산업을 이끄는 대표 병·의원, 기업이 수상 대상이다. 종합병원 중에는 가천대 길병원 심뇌혈관센터가 수상했다. 가천대 길병원 심뇌혈관센터는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심장, 뇌혈관 분야에서 우수한 경험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뇌중풍(뇌졸중)은 빠른 대처와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심장과 뇌혈관 치료의 응급 치료에서부터 고난도 수술, 재활에 이르는 과정까지 최고의 의료진과 장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암치유센터는 지역 최초·최다의 ‘다학제 통합진료’를 비롯해 환자 진료와 치료 과정, 퇴원 후 일상생활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관리를 도와주는 질환별 코디네이터와 상담 간호사, 암 전문 교육 간호사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화학요법 주사실을 운영하고 ‘당일 원스톱 진료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과 명지성모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를 선도하는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에스포항병원은 경북 유일의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365일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고 응급 진료를 통해 빠른 시간에 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명지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서울·수도권 유일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다. 2005년 ‘전문병원 시범 기관’에 선정된 바 있다. 그 외에도 종합병원 부문에서는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샘암센터, 인하대병원 중환자 치료 시스템,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 부문이 수상했다. 전문 병·의원 부문은 강남제이에스 병원, 기쁨병원 등이 수상했으며 실로암안과병원은 보건의료 공로상을 받았다.서비스 품질-감염 관리 등 4개 분야 심사… “K의료 위상 높여”[종합심사평] 임영진 심사위원장·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2023 동아일보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에서 수상한 병원 원장, 의료기기 업체 대표 및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또 항상 보건의료 분야에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훌륭한 행사를 주관한 동아일보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2023 동아일보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는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기에 환자 진료 우수 병원 및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기업을 발굴해 국민에게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 상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시하고 대한민국 메디컬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의료 현장은 감염 관리 및 환자 안전과 관련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고 의료 서비스 관련 산업은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에 선정된 기관은 앞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를 이끌어갈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예상 외로 많은 의료기관과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갖고 응모했고 모든 기관의 공적이 하나같이 훌륭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계와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정한 심사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번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의 주요 심사 기준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① 의료 인프라와 시설 상태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 품질’ 평가 ② 감염 예방 및 안전사고의 관리 등 ‘고객 및 환자 안전’에 대한 평가 ③ 최신 의료 기술과 혁신에 대한 ‘의료 기술 및 혁신’에 대한 평가 ④ 지역사회 지원 및 기부 활동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삼고 심사를 진행했다. 수상 의료기관과 기업은 다양한 공적 자료를 통해 환자에 대한 신뢰와 지역사회 공헌을 바탕으로 한 의료 서비스가 국민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고의 첨단 의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 질 향상과 최상의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을 통해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 수상 기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고 K의료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 큰 감동을 받았다. 또한 대부분이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국내 병원의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는 최근 수년간 병원 유관 단체, 환자단체,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인증 제도의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인증 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병원, 특히 중소 병원의 의료 질 향상,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 감염 예방 관리 등 실질적인 도움과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국내 의료계와 병원계는 의대 정원 문제, 비대면 진료 확대, 필수·공공·지방 의료 강화 문제 등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렵게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2023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에 선정된 기관들은 이번 수상에 만족하지 말고 우수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작금의 어려운 현안을 극복해 나가는 데 앞장서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큰 헌신과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전문 학술 대회인 ‘2023년 한국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학회 추계 정기 학술대회’가 1일 세종대 대양AI센터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프로바이오틱스는 산업 발전의 가능성이 큰 분야다. 이번 학술대회는 ‘Scientific Landscape on the Next Probiotics’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학회는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국제프로바이오틱스학회(IPA)와 글로벌 규제 개선 운영, 글로벌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의 학회 가입과 공식 활동을 유치한다. 한국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학회의 박성선 회장(CJ웰케어 대표이사)을 만나 프로바이오틱스 시장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한국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학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2001년 ‘한국유산균연구회’로 출범했다. 이후 2004년 5월 ‘한국유산균학회’로 창립 총회를 개최한 이래 본격적인 학술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유산균학회 설립은 ㈜삼익유가공의 고 이종익 회장의 적극적인 후원이 컸다. 현재는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가 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여송(汝松) 젊은 과학자상’을 제정해 여성 과학자를 후원한다. 학회의 초대 회장인 강국희 박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아시아유산균학회(AFSLAB)’의 핵심 멤버로 아시아 지역 유산균 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학회는 국내외 심포지엄 개최와 주기적인 세미나 활동을 통해 산·학·민·관·연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2017년 한국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학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2020년 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연간 두 차례의 학술대회와 학회지 발간, 학계와 산업계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성장률은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2014년 46조 원에서 현재 약 80조 원으로 커졌고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8.7%를 보이면 16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아시아 성장률은 50% 이상으로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나라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6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홍삼 다음으로 9500억 원의 시장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구매 경험률도 42%에 달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프로바이오틱스는 가장 오래된 식품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질병의 원인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서 조절된다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프로바이오틱스가 뜨거운 이슈가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배변 활동의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장 건강과 연계되면서 피부 면역과 체지방 감소, 운동 수행 능력 증진 등 여러 가지 기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변 활동 증진 기능에 한정돼 있던 균에서 벗어나 100억 CFU(보장 균수) 이상의 고함량 제품과 기능성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프로바이오틱스는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의 사균체와 프로바이오틱스가 생성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 그리고 장내 미생물과 유전 정보로 이뤄진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연구가 확대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2007년부터 HMP(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유럽도 2008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각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생산성이 있는 균주를 찾아내고 유익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지만 일본이나 유럽은 포스트바이오틱스(유산균 사균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이미 제품화가 된 것도 제법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확장을 위해 어떤 과제들이 있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신약 개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분야다. 마이크로바이옴 표준화 같은 방대한 연구는 정부 주도로 진행하고 그 외의 것들은 연구 단체와 기업이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연구기관을 분야에 따라 통합·관리해 주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능성이 인정된 제품의 수출·수입에 대한 규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방광암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방광 내벽에 종양이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국내는 1년에 약 5000명에 달하는 신규 환자가 방광암 진단을 받는다. 방광암은 원격 전이가 진행되면 5년 생존율이 10% 미만일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방광암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혈뇨, 급박류, 복통, 소변 시 잔뇨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혈뇨가 주요 증상이나 혈뇨가 보인다고 해서 꼭 방광암인 것은 아니다. 이외에는 사실 두드러진 증상이 없다. 오랫동안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외에 대안이 없던 진행성·전이성 방광암 치료 분야에서 최근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 1차 유지 요법의 급여가 가능해졌다. 이에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에게 방광암 예후와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진행성·전이성 방광암은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광암의 배뇨근 침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뇨근을 침범하지 않은 방광암은 1기다. 전체 방광암 환자의 60∼70%가 1기에 발견된다. 전이 가능성이 작아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지 않고 시술로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 방광암의 재발률은 근육 침범을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근육층을 침범한 암 환자의 재발률은 50%에 달한다. 이 중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가 된 경우는 10% 정도인데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전이됐거나 재발한 환자는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에 바로 유지 요법이 필요하다.” ―방광암에서 30년간 항암화학요법이 거의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다고 들었다. “면역항암제 등장 전에는 항암화학요법이 표준 치료 방법이었다. 전이성 환자라고 하더라도 혈뇨가 너무 심하지 않다면 항암 화학치료를 먼저 시작한다. 국내는 전이성 방광암 1차 치료를 위해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요법, 젬시타빈·카포플라틴 병용 요법 등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3∼4개월 치료 기간 동안 4∼6주 주기로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한다. 10명 중 7명에서 치료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 환자는 약물 독성으로 휴약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료를 쉬는 6∼9개월 전후로 병이 다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하더라도 재발로 완치가 어렵고 5년 생존율이 5%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최근 면역항암제 아벨루맙을 활용한 1차 유지 요법이 급여를 받게 되면서 생존율 증가 등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기존 치료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8월부터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치료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성인 환자에서 1차 단독 유지 요법으로 아벨루맙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항암치료 후에 재발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유지 요법을 통해 치료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면역항암제는 독성이 거의 없어 환자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치료제의 효과는 어떠한가? “아벨루맙은 전이성·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2∼3년 정도 늘려주는 것을 확인했다. 임상 연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위험도 기준에서 봤을 때 사망 위험과 암 진행 위험을 위약군 대비 약 30% 정도 감소시켰다. 이는 면역항암제·항암화학요법 병용, 혹은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에서 쓰는 것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치료 사례가 있나? “두 개의 사례가 있다. 한 환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해도 눈에 띄는 차도가 없었다. 하지만 아벨루맙 1차 유지 요법을 진행하면서 암 크기가 작아지면서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또 다른 환자는 아벨루맙 1차 유지 요법을 거의 2년 넘게 진행 중인데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상태로 잘 유지되고 있다. 기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치료 시 5년 생존율이 10% 미만으로 예후가 매우 불량했던 환자가 유지 요법을 통해서 생존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특히 아벨루맙 치료를 2년 정도 진행하다 보니 치료 기간 동안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는 환자도 생기고 항암제를 중단하고 상태를 지켜보자는 환자도 생겨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심부전은 환자 절반이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재입원할 정도로 증상 악화가 빈번한 질환이다. 입·퇴원이 반복될수록 환자의 사망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입원 위험을 줄이는 것이 심부전 치료의 핵심이다. 대한심부전학회 총무이사 최진오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에게 1차 표준 치료 후에도 악화를 경험하는 만성 심부전 환자의 상황과 최신 치료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심부전은 어떤 질환인가. “온몸에 혈액을 뿜어주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몸에 충분한 양의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렇게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이 커지기도 하고 압력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폐에 물이 차면서 숨이 차고 온몸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더 심해져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떨어지면 온몸에 혈액 공급이 안 돼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어진다. 또한 다른 장기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심부전의 원인은 무엇인가. “심부전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원인에 따른 분류도 여러 가지다.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어떻게 나빠진 것인지, 기능만 나빠진 것인지 혹은 구조도 같이 나빠진 것인지, 수축력이 나빠진 것인지, 심장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나빠진 것인지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한다.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고혈압도 심부전 발생의 원인 중 하나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의 탄력이 좋으면 심장이 혈관으로 혈액을 쉽게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탄력이 떨어지면 심장이 혈액을 혈관으로 내보내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심부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령층에서는 심장 기능은 유지돼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부전 원인이 다양한데 치료는 어떻게 하나. “심부전 원인에 따른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이 원인이라면 좁아져 있는 혈관을 치료해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한다. 판막이 망가져 있으면 판막 치료를 먼저 한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라면 심부전 약을 사용한다. 우리 몸에는 콩팥, 목 등 질환을 알려주는 센서가 많다. 체내에 혈액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센서는 심장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은 혈액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체내에 물을 저장해 놓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몸이 붓게 되는 것이다. 심장이 약하게 뛴다고 생각하면 세게 뛰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신호가 결국 심장을 더 힘들게 한다. 병이 들어서 잘 못 뛰는 심장을 채찍질하는 것과 같다. 원인은 제거됐지만 심장 기능이 여전히 떨어진 상태라면 네 가지 기둥이 되는 약제로 1차 치료한다. 그런데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추가 치료를 해야 한다. 실제로 1차 치료받은 환자 7명 중 1명은 심부전 악화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된다. 다행히 최근 1차 치료 후에도 증상 악화를 경험한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했다.”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인가. “기존 치료제가 심장에 보내는 신호를 차단하는 약제였다면 새로운 치료제인 베리시구앗은 혈관을 확장해주는 약제다. 혈관 확장을 통해 심박출량을 높여 준다. 즉, 혈관 세포의 기능을 좋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부전이 나타나면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혈관이 수축한다. 혈관이 수축하면 심장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이를 풀어줘서 심장을 편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베리시구앗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나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위험을 약 10% 감소시켰다. 10% 줄였다고 하면 그래프로 그렸을 때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연구는 실제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는 약 4%의 환자에서 절대적인 생존율 개선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기존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더 좋은 효과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베리시구앗은 1차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에게서도 기존 심부전 치료제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증상 악화를 반복하는 고위험군 환자는 심장 전문의도 치료하기가 어렵다. 환자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리시구앗의 등장으로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생긴 것이다.” ―베리시구앗은 어떤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나. “베리시구앗은 급성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뇨제 등을 사용해서 심부전 상태가 비교적 안정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한다. 일반적인 수준만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환자가 있다. 이 경우 예후가 안 좋다. 이런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아서 어느 정도 회복했을 때 베리시구앗을 복용하면 생존율이 올라간다. 베리시구앗은 1차 치료제에 추가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심부전 환자의 대부분은 고령이기 때문에 혈압, 만성 신장질환 등의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치료제는 다른 만성 질환 치료제를 같이 복용했을 때 보고된 약물 간 상호작용은 없다.” ―한 번 나빠진 심장은 다시 좋아지기가 어렵나. “그렇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심장을 더 나빠지게 하는 우리 몸의 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 이 신호를 차단하면 심장 기능이 많이 회복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면. “심부전은 일반 질환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병원이 심부전 환자를 많이 받으면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불리하다. 실제 입원을 해야 하는 심부전 환자가 많은데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시술이 필요한 환자만 봐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심부전 환자는 시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뇨제를 잘 쓰고 적절한 시기에 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심부전학회는 심부전을 중증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심부전 환자는 상태가 심각해도 그냥 입원할 수 없고 시술을 꼭 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야 해서 치료가 더 어렵게 된다. 이런 부분은 관련 기관의 개선이 꼭 필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간암 수술 전후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때 생존율과 완치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 2위로 표준 치료는 수술이지만 수술 환자 3명 중 2명에서 간 내 재발이 발생한다. 특히 암이 혈관에 침범하거나 수술 후 절제한 경계선에 암이 남아 있는 경우 재발 위험은 더 커진다.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표준 추가 치료가 없는 상황에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방사선치료의 활용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임채홍 교수 연구팀은 간암에 대한 방사선치료 효용성을 평가한 7개 선행 연구를 메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간암 수술 전후 방사선치료를 받은 재발 고위험군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과 완치율을 뜻하는 무재발 생존율이 크게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임 교수 연구팀이 메타 분석한 선행 연구에는 혈관 침범과 좁은 절제연(수술로 잘라낸 끝부분) 등 간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 815명이 포함됐다. 혈관 침범이 있었던 간암 환자의 경우 수술 전후 방사선치료를 수행했을 때 1년 생존율은 75.6%로 수술만 시행했던 환자의 1년 생존율 36.9%보다 크게 높았다. 수술 후 좁은 절제연을 보였던 환자군에서도 방사선치료 후 2년 생존율은 90.4%로 수술만 시행한 환자 78.7%보다 높았다. 2년 무재발 생존율은 방사선치료 후는 70.1%, 수술만 받은 환자 51.7%로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임 교수는 “간암 수술 전후 방사선치료를 받았을 때 재발과 생존율 면에서 모두 유익한 결과가 나왔다”라며 “치료율 향상을 위해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병합해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장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간암 수술 전후 방사선치료의 유익에 관한 연구 질 평가 기반의 메타 분석’ 연구는 외과학 국제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서저리’ 11월 호에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천식은 흔한 만성 호흡기질환 중 하나다. 천식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증 천식’은 먹는 약이나 흡입 치료제 등 기본적인 치료법을 통해서는 증상 조절이 어렵다. 갑작스럽게 천식 증상이 심해지거나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증 천식 환자는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중증 천식 환자의 약 38%가 불안, 25%가 우울 등 심리적인 문제도 호소한다. 사회·경제적 활동도 쉽지 않아 직업 중단율이 44%, 직업 중단 기간도 평균 7년에 이른다. 천식은 크게 알레르기성 천식과 호산구성 천식으로 나뉜다. 전체 천식 환자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호산구성 천식은 기도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 중 호산구 수치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예후도 좋지 않다. 천식 치료는 증상 조절을 통한 일상생활 유지, 천식에 의한 사망과 급성 악화 방지, 약물 부작용의 최소화 등이 주요하게 고려된다. 특히 중증 천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치료 목표에는 부작용 위험이 있는 경구 스테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포함된다. 국내외 주요 천식 치료 지침에서는 스테로이드 대체 옵션으로 생물학적 제제 사용을 권고한다. 최근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에게 사용하는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등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급여화가 시행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중증 천식 환자의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 의존도를 낮추고 부작용, 입원, 사망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했을 때 환자 1인당 연간 2469유로(약 350만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메폴리주맙은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 중 하나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량 감소와 환자 삶의 질 평가에서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는 “여러 선진국에서는 생물학적 제제가 급여화돼 있어 중증 천식 환자가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라며 “국내는 높은 비용 때문에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번 급여화로 국내 중증 천식 환자가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식은 원인이 되는 물질이나 계절, 외부 환경 등 악화 인자에 따라 증상이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겨울철 환절기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더불어 평소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보이죠? 하얗고 촘촘하게 만들어진 연골이 . 저는 매번 보면서도 경이롭습니다.” 내시경으로 찍은 무릎 연골 사진은 치료 전과 후가 명확하게 차이 났다. 우윳빛으로 뽀얗게 올라온 연골은 손상되고 찢어진 무릎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강남제이에스병원은 무릎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 병원으로 유명하다. 2014년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이 병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아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연골의 점진적 손상 혹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연골이 손상될 경우 관절을 이루는 뼈와 주변 연부 조직 등에도 손상이 생긴다. 이는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준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나이와 성별, 유전적 요인과 비만 등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하지의 부정 정렬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질 좋은 연골 재생이 관건… 의료진 선택 중요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말기에는 주로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 삽입물을 넣는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던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발병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며 “인공관절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어 이른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인공관절 수술 대안으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 있다. 우리 몸은 회복 능력이 있다. 새살이 돋고 부러진 뼈가 스스로 붙는다. 그러나 연골은 다르다. 재생되지 않는 소모성 조직이다. 외상으로 손상되고 나이가 들며 마모되는 연골 부위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다. 송 원장은 “과거엔 퇴행성 마모로 인한 연골 손상이 많았으나 지금은 여기에 더해 젊은 나이의 스포츠 손상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반복적으로 충격받은 부위에 국소적으로 연골이 망가지는 손상이 많다”고 말했다. 연골 결손으로 뼈가 드러날 정도면 병변 부위가 확장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깨져 나간 연골 부스러기들이 관절 안에서 떠돌아다니다 활액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붓게 한다. 염증 반응으로 나오는 물질은 연골을 연쇄적으로 공격해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늦지 않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는 뼈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어 골수 자극을 하고 제대혈 줄기세포를 주입해 연골을 재생시킨다. 이때 정상 부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된 연골이 잘 생착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연골이 떨어져 나가 증상을 일으키면 재수술하기도 한다. 강남제이에스병원이 사용하는 제대혈 줄기세포는 자가혈 줄기세포와는 다르다.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태아 탯줄 제대혈에서 추출한 중간 간엽세포를 활용한다. 이 간엽세포는 연골로 생성될 확률이 97.5%다. 1개의 줄기세포를 일주일 동안 배양하면 750만 개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수술 30분 전 줄기세포가 담긴 병이 병원에 도착한다. 세포는 48시간밖에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은 먼저 무릎을 절개하고 뼈에 구멍을 내는 걸로 시작한다. 뼈에 구멍이 나면 피가 나오고 거기에 줄기세포를 착상시키면 뼈 주위에 연골을 만드는 호르몬이 자극받아 연골로 분화되는 원리다. 줄기세포 치료는 인공관절에 비해 뼈 삭제량이 적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수술 후에도 대부분의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다. 10대 때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은 장성우 선수는 다른 병원에서 씨름을 그만둬야 한다고 진단받았지만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 수술받고 천하장사와 백두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외국인까지 찾는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강남제이에스병원의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 2500건이 넘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의료기관을 포함한 최대 횟수다. 히딩크 감독의 치료 사례가 알려지면서 매해 많은 외국인 환자가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중동 국가다.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에 비해 의료 인프라 수준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카타르는 7월 주한 카타르 대사관이 본국의 환자를 잘 진료해줘 고맙다는 메시지 카드와 선물을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11월에는 ‘2023년 하반기 강남구 의료관광 협력 기관’으로 선정돼 한국관광공사 웰니스팀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관으로 해외 박람회에 참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23 한국 의료관광대전과 2023 한-인니 메디컬 로드쇼, 2023 카타르 트래블마트에도 참가한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의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짐과 동시에 병원은 10년 동안 계속해서 치료법을 적용한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강남제이에스병원은 퇴행성관절염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임을 세계 학회 발표를 통해 알릴 계획이다. 또한 송 원장과 김나민 원장은 심한 변형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에 ‘근위부 경골 절골술(HTO)’을 접목한 치료법을 개발했다. 치료법에 붙인 ‘제이 스토미’라는 명칭도 공식적인 수술법으로 발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제이 스토미는 연골 손상 부위를 균등하게 조절하고 골 치유를 촉진함으로써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송 원장은 “이미 2500여 케이스 중 약 1100 사례에 제이 스토미 치료법을 적용했으며 이에 대한 입증 데이터가 준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년간의 추적 조사를 시행하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제 학술지에 여섯 편의 SCI-E급 논문을 발표했다. “히딩크 감독 반대쪽 무릎 이식도 성공… 고령에도 경과 좋아”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은 2013년도까지만 해도 ‘아직 검증되지 않는 단계’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퇴행성관절염 완치 판정을 받은 국내 1호 환자가 되면서 인공관절치환술의 대안으로 서서히 인정받게 된다. 2014년 1월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은 히딩크 감독이 10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관절염으로 고통받던 히딩크 감독은 유럽과 미국 등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았음에도 관절염이 계속 심해져 다리를 절뚝거렸고 일정이 있을 때면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미국과 독일 등의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고 고민하던 차에 한국 국가대표팀 주치의인 강남제이에스병원의 송준섭 원장과 연이 닿았다. 히딩크 감독은 송 원장에게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것 외에 다른 수술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송 원장은 탯줄 속 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카티스템’을 추천했고 히딩크 감독은 고심 끝에 송 원장을 믿고 수술을 결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일 년 만에 테니스와 골프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연골을 가지게 됐다. 히딩크 감독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참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이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히딩크 감독은 작년 왼쪽 무릎도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았다. 7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만큼 좋은 경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보청기 사용이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존스홉킨스대의 프랭크 린 박사(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이 큰 70∼84세 노인 977명을 대상으로 보청기 사용 등 적극적인 난청 치료를 시행한 그룹과 일반적인 교육 치료를 시행한 그룹으로 나눠 3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 사이에서 인지 기능 변화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대화 장애의 변화를 측정하는 10개 문항을 각각 설문 조사한 결과 난청 치료를 받은 그룹은 개선 효과가 관찰됐지만, 그렇지 않은 그룹은 인지 기능 위험도가 올라갔다. 자기공명영상(MRI)은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가 더 빨리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의 뇌는 더 느리게 줄어들었다. 국내 고령인구의 증가로 노인 난청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난청 환자는 2020년 812만 명에서 지난해 901만 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2030년에는 1306만 명, 2040년에는 172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난청 장애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발생하는 청력 손실이다. 유전적 요소의 결과일 수도 있고 노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건강 상태, 아스피린이나 일부 항생제 등 몇몇 약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노화성 난청이 보청기 등의 청각 재활 없이 방치될 경우 치매가 2∼5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만큼 청각 재활이 필요하다. 난청은 청신경이 퇴화해서 생기는 것이라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 해결책은 보청기로 소리를 되찾는 것이다.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가 어느 정도 청력이 남아 있다면 보청기로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외이도염증으로 보청기 착용이 어려운 환자는 중이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감각신경성 난청의 정도가 심해 보청기로도 청각 재활이 어렵다면 인공 와우 이식을 받아야 한다. 린 박사는 “난청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위험 요소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로 난청과 치매 사이에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난청이 있다면 빨리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린 박사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APSCI(아시아태평양 인공와우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폐암의 대표적인 원인은 흡연이다. 금연으로 폐암 예방이 가능하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폐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으로 금연이 우선 권고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성 폐암 발생률은 매년 0.8%씩 줄어든 반면 흡연율이 10%를 넘기 어려운 여성 폐암 환자는 1.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을 초기에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잦은 기침이다. 폐암 환자의 75%가 잦은 기침을 호소한다. 이 밖에도 객담,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이 있지만 감기와 비슷해 오인하기 쉽다. 대부분의 환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심각한 이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폐암 환자의 80%는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에서 진단받는 환자도 40%에 이른다. 폐암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의 고위험군인 흡연자는 폐암 검진을 받으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0% 감소시킬 수 있다. 다행히 2019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만 54세 이상∼74세 이하의 남녀 중 30갑년(하루에 피우는 담배 갑 수에 흡연 기간을 곱한 것) 이상의 흡연 경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실시 중이다. 폐암 치료는 병기와 환자의 치료 적응도 등에 따라 수술과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으로 구분된다.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선행 화학요법, 수술적 절제와 보조 항암 요법으로 치료한다. 진행된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았다면 항암 치료가 주된 치료 옵션이다. 현재 전이성 폐암의 표준 치료는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이다.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은 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치료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크게 늘지 않아 환자의 나이나 전신 상태 등과 무관하게 쓸 수 있다.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엄중섭 교수는 “감각신경이 없는 폐에는 종양이 생겨도 조기 발견이 어렵고 고령 환자 비율도 높다”며 “최근 국내외 임상 현장에서 표준 치료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은 기존 치료법 대비 약 2배의 5년 생존율 개선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흡연이 폐암 발병 원인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비흡연성 폐암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누구나 평소 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정기검진을 받으며 위험 물질을 멀리하는 등 생활 습관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유방암은 국내 40·50대 여성의 질병사 원인 1위 질병이다. 매년 10명 중 1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한다. 특히 국내 유방암은 사회·경제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 딸인 유방암 환자의 사망은 가정의 안녕과 직결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약 등 효과적인 약물의 적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회는 국회에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정책 제안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에게 정책 제안 배경과 주요 내용,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서양은 유방암 평균 발병 나이가 60대 후반이지만 우리나라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원인 규명을 떠나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에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연령대이면서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40대 중후반, 50대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 환자의 암 투병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환자의 나이는 치료 시에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이다. 임상시험 중 젊은 환자가 중간에 사망하게 되면 그 파급 효과가 약의 허가나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방암은 적절한 치료제를 잘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허투 양성 유방암은 치료제를 잘 쓰면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환자를 더 오래 살릴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 언급된 신약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쓰이는 ‘엔허투’로 알고 있다. 어떤 치료제인가.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는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도세탁셀, 허셉틴, 퍼제타 사용 후 암이 진행됐을 때 사용하는 치료제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제품명 캐싸일라)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을 약 6개월에서 28개월로 연장했다. 치료 효과가 매우 좋아 아직 허가된 사항은 아니지만 임상시험을 통해 보조 요법이나 선행 화학 요법에 대한 효과도 확인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엔허투를 사용하고 효과를 본 환자 사례가 있다면…. “삼성서울병원으로 치료받으러 오는 많은 환자는 새로운 의학 기술에 대한 접근성 요구가 높아 치료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내원 환자 중 허투 전이성 유방암 5차 치료에 실패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6차 치료로 엔허투를 사용한 환자가 있다. 엔허투 이전에 사용한 치료제는 대부분 3∼6개월 정도 사용 후 질병이 진행됐는데 엔허투는 치료 시작 후 현재까지 약 4년째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환자가 꽤 많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회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정책 제안 배경과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학회는 전이성 유방암 정책과 관련해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이번 정책 제안은 엔허투의 급여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방암 신약의 급여 지연을 체감하며 느낀 현실에 기인했다. 유방암 전문의로서 엔허투와 같은 획기적인 데이터를 본 것 자체가 역대급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좋은 치료제가 빨리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쓸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런데 치료제의 효과가 좋다고 해서 바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 이 점이 안타깝다. 현재 엔허투는 건강보험 급여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는 통과했다. 암질심에서는 약제의 임상적 효과나 안전성 프로파일을 심사한다. 전문의로부터 엔허투의 암질심 통과는 당연하다고 평가받았다. 다음 단계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약값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비용-효과성이라고 하는 경제성 평가를 한다. 현재 엔허투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는 환자는 이미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데 급여가 언제쯤 될까 기다리고만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회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을 찾아가 전이성 유방암 치료 환경과 관련한 현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환자가 좋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10월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유방암 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급여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요인인 ‘경제성 평가’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경제성 평가 시 기준이 되는 값을 산출할 때 환자가 오래 살수록 그만큼 투약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비용 효과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 대비 4배 이상의 생존 기간 개선을 보였는데도 치료제를 더 오래 투약해야 하는 점 때문에 급여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재정 부담 때문에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치료비에 대한 환자 부담률이 5%라 건강보험을 적용해주기 어렵다면 유연하게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손꼽히게 좋은 제도다. 암의 경우 산정 특례로 인정을 받게 되면 치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런 나라는 많지 않다. 걱정이 되는 건 앞으로 계속해서 더 좋은 치료제들이 나올텐데, 이를 지원해 줄 자원이 충분할 지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약사가 약값을 인하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재정 부담을 완화해왔다.” ―마지막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래 살기 위해서는 환자는 스스로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환자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더 열심히 잘 살아야 오래 살 수 있다. 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병이 중요하다. 그래서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병원에 열심히 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환자 입장에선 의사가 하는 말이 너무 교과서적이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암은 생존과 직결되는 질환이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투병을 하다 보면 또 다음 길이 보일 거라 믿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사례1. 의료 인공지능(AI) 개발업체 A사가 개발한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는 진단 정확도 94%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자기공명 혈관조영(MRA) 영상을 AI가 분석해 뇌동맥류 의심 부위를 표시해주는 디지털 의료기기다. 하지만 대한영상의학회 분석 결과 실제 병원에서 사용했더니 정확도가 66.7%에 불과했다. #사례2. B사는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했다. 불면증 습관 개선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해당 업체는 불면증 환자 60여 명으로 임상을 진행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적어 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부터 디지털 의료기기 병원 처방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디지털 의료기기의 병원 처방이 가능하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디지털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진단, 치료, 관리하는 의료기기를 뜻한다. 현재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의료기기는 AI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가 9개, 불면증 치료 기기 2개 등 총 11개 제품이다. 이 중 불면증 치료 기기 등은 이달부터 환자 처방이 시작된다. 조만간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해진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 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10대 국정과제로 삼았고, 복지부는 의료기기 산업에 2027년까지 최대 1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의료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처방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부실한 검증과 허가 절차로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디지털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진행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은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한다. 현장에서는 우선 ‘허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임상 자료로 제품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디지털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 자료나 기준이 명확히 없다 보니 규제기관이 업체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식약처가 마땅한 허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근거로 검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C사는 눈의 이상을 발견하는 AI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식약처 허가까지 받았지만 임상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D업체의 AI 뇌동맥류 분석 소프트웨어는 91% 정확도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해본 결과 80.6%에 불과했다.● 정부, 올해 내 선도입 후평가 도입… “환자 위협” vs “기업 생존” 나아가 정부는 올해 내로 디지털 의료기기를 먼저 시장(병원)에 진입시킨 뒤 나중에 평가하는 ‘선도입 후평가’를 도입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식약처 품목 허가→보의연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보의연 평가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병원에서 최대 5년 이내에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임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일단 먼저 팔도록 허용하고 안전성은 나중에 검증하는 것. 의료계와 환자단체들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임상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로운 인하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보의연의 검증 절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처방 후 평가는 안전성 등에 대한 비용을 결국 환자에게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환자에게 처방했음에도 평가에서 탈락해 퇴출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디지털 의료기기는 일반 의료기기보다 위험성이 작은 데다 산업 육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약 2600조 원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료 AI 기업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검증에만 수년이 소요된다면 기업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재태 보의연 원장은 “의료기기의 안전과 효과는 정부가 보증해야 할 사안으로 개선안이 시행되더라도 사후 평가를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식품 원료 박람회 ‘SUPPLY SIDE WEST 2023(SSW)’이 열렸다. 이번 SSW 2023은 북미 식품 재료 박람회와 함께 개최됐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을 가진 국가로 1인당 식품 소비 지출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년간 매년 6%대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건기식 톱 10 기업 중 9개는 미국 기업이며 다국적기업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씨제이 웰케어 박성선 대표는 “건기식 분야에서 세계적인 흐름과 변화를 빠르게 읽기 위해서는 이런 대규모 박람회를 참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SW는 20년 이상 열리고 있는 원료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다. 매년 12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과 65개국에서 참여하며 1만7000명 이상의 전문 바이어가 방문한다.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조1429억 원으로 2019년 4조8000억 원과 비교해 25%가량 늘었다. 글로벌 건기식 시장도 올해 1334억 달러(약 173조3266억 원) 규모에서 2027년 1646억 달러(213조8154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식품 원료 박람회에서는 면역력 관련 원료들이 많았다. 마이크로바이옴 소재도 주목을 받았다. 그 밖에 근육량 개선, 뷰티, 기억력 개선, 기분·스트레스 완화 등의 원료가 눈에 띄었다. NS홈쇼핑 민은설 PM은 “특히 5월 유럽에서 열린 원료 박람회 때와 달리 근육을 키워주는 단백질 소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북미와 유럽 건기식 시장에서는 식물성 원료, 즉 허벌 성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북미의 경우 2017년 44억5000만 달러(약 5조7814억 원) 규모였던 허벌 건기식 시장이 2022년 68억 달러(약 8조8345억 원) 수준으로 확대된 데 이어 2027년에는 74억5000만 달러(약 9조679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허벌 건기식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 허벌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2년 218억5000만 달러(약 28조3700억 원) 수준에서 2027년에는 239억 달러(약 31조317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박람회에는 국내사도 다수 참가했다. KGC인삼공사는 올해 처음으로 정관장 부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홍삼 제품과 표준화된 홍삼 원료를 선보였다. 정관장은 홍삼농축액, 홍삼농축액분말, 홍삼분말 등 건기식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제형을 소개했다. 특히 전시 기간 중에 홍삼 세미나를 진행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KGC인삼공사 연구개발센터 이수경 박사가 홍삼 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정관장의 원료 관리와 공정, 품질 관리 기준에 대해 소개하고 이화여대 의과대학 오세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은 면역력 개선, 피로 회복, 혈행 개선 등 홍삼의 기능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된 다양한 연구와 임상시험 내용을 설명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참가한 삼양사는 작년보다 부스 크기를 1.5배 키우고 주력 제품인 알룰로스 홍보에 역점을 뒀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 알룰로스 신공장 증설 시기에 발맞춰 삼양사 알룰로스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함유된 단맛 성분으로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제로인 대체 감미료다. 현지 건기식 시장 공략을 위해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 케스토스 같은 프리바이오틱스 소재도 함께 전시했다. 이상훈 삼양사 식품BU장은 “삼양사는 알룰로스의 주요 수출국이 북미인 점을 감안해 2022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식품 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현지 고객사와의 접점을 늘리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형 관련 업계도 참여했다. 코스맥스NBT는 SSW에 참가해 제형·성분 개발 기술력을 알렸다. 특히 코스맥스NBT가 개발한 마이크로 에멀젼은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는 제형이다. 액상이나 젤리, 식물성 연질캡 등 다양한 제형에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기능성 성분에도 관심이 쏠렸다. 피부 주름·탄력·보습 개선, 모발 건강 등에 효과적인 기능성 성분 등 최근 미국 내 이너뷰티 트렌드에 힘입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