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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케이팝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가 규모와 의미를 모두 겨냥한 무대를 선보였다. 전 세계 약 200개국으로 생중계된 이번 행사는 MAMA가 추후 미국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라 이목이 더 집중됐다. 11일 저녁 경기 파주시 CJ ENM 스튜디오 센터(일부 무대는 사전녹화)에서 열린 MAMA는 확장현실(XR) 기술을 이용한 화려한 무대 연출을 자랑했다. 또 최근 환경에 관심이 커지는 경향을 반영해 대중문화 시상식으로는 이례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행사 전반에 적용했다. ○ 가상무대, 이효리·에드 시런 등 볼거리 올해 MAMA에서는 XR 기술이 돋보였다. 실제 무대 구조물 위에 가상의 구조물을 덧대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약 3년 만에 재결합한 그룹 워너원이 ‘활활’을 부를 때는 무대 골조가 불타는 효과를 선보였다. 아바타 세계관을 내세운 그룹 에스파의 무대 때는 거대한 뱀인 ‘블랙 맘바’가 행사장 전체를 휘젓는 화면을 보여줬다. 이날 수상은 사실상 방탄소년단의 독무대였다. 4대 상인 올해의 가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올해의 월드와이드 아이콘을 모두 가져갔다. 미국 활동 뒤 자가격리 중이라 현장에 나오지 못한 방탄소년단은 영상으로 전한 수상 소감에서 “힘든 순간에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이 올해 MAMA의 앰배서더로 활약한 것도 이채로웠다. 비, 송중기, 한예리와 함께 앰배서더로 뽑힌 시런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Bad Habits’와 ‘Shivers’를 원격 무대로 선보였다. MAMA 최초의 여성 단독 사회자로 나선 이효리는 인기를 모은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서들과 함께 춤과 노래로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다.○ 비건 메뉴, 재활용품 응원도구 등 ESG 적용 MAMA는 올해부터 현장 도시락에 비건(채식) 메뉴를 추가했다. 행사에 참여한 모든 출연진 및 스태프는 한국 비건인증원에서 인증받은 비건 샐러드, 저탄소 과일, 공정무역 커피 등으로 구성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게 CJ 측 설명이다. 응원도구와 현장 안내물 제작에는 재활용품을 활용했다.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캔 같은 생활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MAMA 전문 응원도구 ‘엠:피커(M:Peaker)’를 선보였다. 또 폐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현장 포스터 300여 개를 제작했고 행사 종료 뒤에는 이를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기증했다. 그룹 에이티즈가 출연한 환경보호 캠페인 영상도 시상식 중반에 등장했다. 에이티즈 멤버들은 카페, 거리 등 일상생활에서 텀블러 사용, 자전거 출퇴근 등 자원 재활용을 권하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김현수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MAMA는 글로벌 MZ세대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시상식인 만큼 무대 위 퍼포먼스나 무대 밖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ESG 실천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요즘 들어서야 뭔가 보이기 시작해요. 연주할 때 가끔 ‘그것’이 보여요. 언뜻언뜻 보이니까 더 미치겠어요. 그래서 더 미친 듯이 하는 거예요.”(강태환) 케이팝과 ‘오징어 게임’이 다가 아니다. 강태환 씨(77)는 세계 3대 프리재즈 색소포니스트로 불린다. 무대 위에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는 자세부터가 기인이다. 코로 들이쉬어 입으로 내뿜는 순환호흡법을 통해 몇 분이고 한 음을 지속하는 명장면은 빙산의 일각. 음역대가 한정적인 알토 색소폰에서 바리톤, 베이스 색소폰의 초저음까지 동시에 뿜어내는 초인적 연주, 기존 음악체계를 초월한 음계와 박자는 선계(仙界)의 상상력인 듯하다. 백전노장의 강 씨가 요즘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새 도전에 나선다. 6일 그를 만난 소극장 ‘게토얼라이브’는 ‘게토, 살아있다’는 간판처럼 날것이었다. 객석도 무대도 따로 없는 투박한 콘크리트 육면체가 공간의 전부. 이선재(색소폰)부터 박다울(거문고)까지 실험적인 청년 연주자들이 드나드는 곳에 이제 전설이 똬리 튼다. 강 씨가 박재천(타악), 미연(피아노)과 29일 여는 강태환트리오 콘서트 ‘시원음(始原音)-한국 프리재즈의 시작점’이 혁명의 신호탄이다. “1970년대 종로구 공간사랑에서 고 김대환(드럼), 최선배(트럼펫)와 한국적 프리재즈를 실험했죠. 김덕수 사물놀이, 공옥진의 병신춤이 태어난 것도 그 무렵, 그 공간이었어요. 새로운 예술가가 시작하고 발견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성수동에도 자리 잡는 데 제가 작은 보탬이 되면 참 좋겠네요.”(강태환) 강 씨는 이날 병원 진료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반백 년 묵묵히 혁신을 연주하던 그에게 몇 년 전 심부전이 온 것. 흉부에 스텐트를 두 개나 박고도 그는 매일 8∼10시간씩 색소폰 연습을 한다. 강 씨는 “호흡하는 데 조금 불편함이 있지만 연주에 몰입하면 모든 걸 잊기에 괜찮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그와 호흡을 맞춘 박재천, 미연 씨는 강 씨의 유별난 예술관과 황소고집을 잘 안다. 두 사람은 “해외공연을 함께 가면 남들이 술을 마실 시간에 혼자 숙소의 화장실이나 옷장에 틀어박혀 미친 사람처럼 색소폰을 분다. 그에게 음악은 가히 종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 씨는 고령에도 연주 활동을 멈춘 적이 없다. 건강이 안 좋아진 2018년 이후에도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 중구 코쿤홀에서 트리오 공연을 종종 했다. 얼마 전, 정지선 게토얼라이브 대표가 공연을 제안했을 때 세 사람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그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프리재즈의 맥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응했다. 내년에도 월간 또는 계간 공연을 통해 성수동과 인연을 정기적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가끔 (심부전 탓에) 맥박이 두세 번 안 뛸 때가 있어요. 그 자리에서 쓰러지죠. 그 순간에도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이것은 매력적인 변칙 박자다. 이것이 재즈다. 찰나의 인생을 살고 있구나. 인생 참, 재밌다.’” 29일 오후 8시, 2만∼3만5000원.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이번 주말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 대부분이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좌석 띄우기와 함성 금지 등을 시행하지만 실내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환경이라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건 나훈아의 부산 콘서트다. 10∼12일 부산 벡스코에서 하루 두 차례씩 총 6회 공연한다. 회당 관람객이 4000명으로, 사흘간 2만4000명이 공연장을 찾을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가진 사람만 출입을 허가하고, 함성, 구호, 합창, 취식 등 침방울이 튀는 행위는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또 좌석 1개당 1칸을 띄워 거리 두기도 강화한다. 현재 공연장 방역수칙은 좌석 2개당 1칸 띄우기다. 벡스코 관계자는 “관람객 사이 거리를 최대한 띄우고 전시장 내 환기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안전요원 150여 명을 배치해 관객들이 방역지침을 지키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 한 대규모 공연도 줄줄이 이어진다. ‘쇼미더머니10 콘서트: THE CLIMAX―서울’이 11, 12일 회당 4000석 규모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송파구 관계자는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입장할 때부터 공연이 전부 끝날 때까지 공연장 안과 출구에 직원들을 배치하고, 방역수칙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엠넷의 동명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나오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콘서트는 12일 대구, 18일 경남 창원시, 25일 인천, 내년 1월 1, 2일 서울 등의 일정으로 전국을 돈다. 회당 2000∼3000석 규모로 진행돼 청소년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톱 가수들의 콘서트도 이번 주말에 집중돼 있다. 이문세는 경기 용인시(10, 11일), 이승철은 광주(11일)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승환은 4일 시작한 서울 콘서트를 12일까지 이어간다. 이들 콘서트는 회당 관객 수가 수백 명, 많은 경우 4000∼5000명 수준이다. 역시 방역패스가 적용되며 음식물 반입, 함성, 구호, 기립, 단체행동 등이 금지된다. 연말에는 일부 대형 아이돌 가수 콘서트가 몇 차례 예정돼 있다. NCT 127은 17∼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트와이스는 24∼26일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고척돔의 경우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으로 예년에 회당 2만∼2만8000명을 수용했지만 NCT 127은 입장객을 회당 5000명으로 제한했다. 두 팀 모두 내년 초 월드투어를 염두에 둔 출정식 성격의 공연이라 연기나 취소가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콘서트가 예년 이맘때에 비해 크게 줄었다. 회당 5000명 이하 규모로 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코로나 시국에 대한 부담감 역시 적지 않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이번 주말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 대부분이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좌석 띄우기와 함성 금지 등을 시행하지만 실내 공간에 다중이 밀집하는 환경이라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건 나훈아의 부산 콘서트다. 10~12일 부산 벡스코에서 하루 두 차례씩 총 6회 공연한다. 회당 관람객이 4000명으로, 사흘간 2만 4000명이 공연장을 찾을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유전자증폭(PCR) 음성 확인서를 가진 사람만 출입을 허가하고, 함성, 구호, 합창, 취식 등 침방울이 튀는 행위는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또 좌석 1개당 1칸을 띄워 거리두기도 강화한다. 현재 공연장 방역수칙은 좌석 2개당 1칸 띄우기다. 벡스코 관계자는 “관람객 사이 거리를 최대한 띄우고 전시장 내 환기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안전요원 150여 명을 배치해 관객들이 방역지침을 지키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율이 낮은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 한 대규모 공연도 줄줄이 이어진다. ‘쇼미더머니10 콘서트: THE CLIMAX - 서울’이 11,12일 회당 4000석 규모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송파구 관계자는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입장할 때부터 공연이 전부 끝날 때까지 공연장 안과 출구에 직원들을 배치하고, 방역수칙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엠넷의 동명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나오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콘서트는 12일 대구, 18일 경남 창원, 25일 인천, 내년 1월 1, 2일 서울 등의 일정으로 전국을 돈다. 회당 2000~3000석 규모로 진행돼 청소년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톱 가수들의 콘서트도 이번 주말에 집중돼 있다. 이문세는 경기 용인(10, 11일), 이승철은 광주(11일)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승환은 4일 시작한 서울 콘서트를 12일까지 이어간다. 이들 콘서트는 회당 관객 수가 수백 명, 많은 경우 4000~5000명 수준이다. 역시 방역패스가 적용되며 음식물 반입, 함성, 구호, 기립, 단체행동 등이 금지된다. 연말에는 일부 대형 아이돌 가수 콘서트가 몇 차례 예정돼 있다. NCT 127은 17~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트와이스는 24~26일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고척돔의 경우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으로 예년에 회당 2만~2만8000 명까지 수용했지만 NCT 127은 입장객을 회당 4000명으로 제한했다. 두 팀 모두 내년 초 월드투어를 염두에 둔 출정식 성격의 공연이라 연기나 취소가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콘서트가 예년 이맘때에 비해 크게 줄었다. 회당 4000명 이하 규모로 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코로나 시국에 대한 부담감 역시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눈 감고 들으면 드넓은 평원이 다가온다. 몰아치는 관현악은 폭풍우, 건반의 피아니시모는 야생화가 돼 청각의 스크린을 수놓는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2002 부산 아시아경기 음악감독이자 아시아의 대표적 크로스오버 음악가 양방언 씨(61). 거대한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로 대작을 칠해가는 그가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기념음반이자 8집 ‘Light & Shadow’(사진)를 낸 그를 8일 서울 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공연 한 편 보기 어려워진 음악 팬들을 위해 제 첫 라이브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신작의 첫 CD에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연주한 실황을 엄선해 담았다. 인기 곡 ‘Flowers of K’에서는 중동풍 음계를 바탕으로 트럼펫, 색소폰, 태평소가 격렬한 솔로 대결을 펼치는데 마치 말 머리 맞대고 경주하는 세 필의 명마를 보는 듯하다. 대표곡 ‘Frontier’를 변형한 ‘Neo Frontier’는 재즈적 채색이 이채롭다. 양 씨의 비범한 청각적 상상력에는 대자연이 한몫한다. 자택이 위치한 일본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는 해발 1000m의 산악지대. “코로나19로 집에 머물며 새 취미가 생겼습니다. 드론 조종요. 1000m에서 100m가 더 올라간 시점에서 내려다보며 드론 영상을 찍고 있으면 가슴이 탁 트이죠. 이런 영상에 음악을 더하는 작업도 고민 중이에요.” 두 번째 CD에는 양 씨가 근년에 영상과 게임 분야를 위해 작곡한 음악을 모았다. 게임 ‘명일방주’ ‘산해이문록’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도쿄 패럴림픽 다큐멘터리 ‘WHO I AM’,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 ‘경천사 십층석탑’ 등의 주제곡이나 배경음악이다. 신곡 ‘Meteor∼NORA’는 뇌종양 투병 중인 러시아 팬을 위한 곡. “‘공각기동대’ 시리즈, 게임 ‘아이온’ 음악을 함께 작업한 러시아 가수 오리가(1970∼2015)의 생일에 제가 고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가상의 축하 메시지를 보냈어요. 같은 날, 생면부지의 러시아 팬 노라가 제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더군요. ‘아이온’의 음악이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요.” 노라의 사연에 감동한 양 씨는 당시 미완의 곡 ‘Meteor’(유성)를 완성해 제목에 그의 이름 노라(NORA)를 붙였다. 데뷔 이래 그는 한중일 3국을 종횡하며 활동했다. 동아시아의 반목과 긴장이 고조된 근년에도 변함없다. 국경을 넘는 문화 사절인 셈이다. “한번은 중국의 게임 제작사가 저명한 서양 작곡가에게 음악을 맡겼는데 도저히 아시아적 느낌이 살지 않는다며 제게 다시 의뢰를 해왔어요. 그들과 음악적 교감을 하면서 ‘우리의 느낌’이란 표현을 쓰며 아시아는 결국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2년 ‘Frontier’로 국악 퓨전 바람을 일으킨 그는 이날치를 필두로 한 요즘의 젊은 국악 붐에서 새 자극도 받는다. “이렇게 멋진 전통의 현대화는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로서 저 역시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저 MBTI(성격유형검사) L! E! X! Y! ‘다 애송이야∼’”(라라) “저는 그러면은 C.U.T.E. 할게요. 무난하게∼”(박문치) TV 개그 쇼가 아니다. 지난달 26일 유튜브 ‘박문치’ 채널에 공개된 ‘박문치 Show(쇼)’의 일부. 라이브 음악과 토크쇼를 결합한 1시간 17분짜리 콘텐츠다. 진행자 박문치 씨(25)는 음악 프로듀서다. 박 씨를 비롯해 선우정아, 십센치, 옥상달빛 등이 속한 음반기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제작했다. ‘박문치 유니버스’로 불리는 밴드 멤버들은 소파를 중심으로 편안하게 앉거나 서서 재담을 주고받고 음악을 연주한다. 특별 게스트(가수 죠지, 영케이(데이식스))도 나온다. 미국 CBS TV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같은 느낌을 표방한다. “자, 그럼 지상 최대의 오디션! 다시는 볼 수 없을 우당탕탕 음악 경연대회. ‘전설 유재석을 노래하다’를 빛내줄 총 12명의 참가자분들을 모시겠습니다. 나와주세요!”(유희열) 또 다른 음악 예능 ‘더듬이TV: 우당탕탕 안테나’(우당탕탕)의 6일 방송에는 유재석이 등장했다. 카카오TV와 왓챠에 매주 두 편씩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20회를 맞았다. 음악기획사 ‘안테나’ 소속 음악가들이 총출동하는 예능이다. 시무식, 사가(社歌) 만들기, 사내 가요제 등 다양한 기획이 이어진다. 박새별 권진아 정승환 윤석철 등 예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음악가들도 대거 출연해 좌충우돌한다. 아이돌이나 예능인의 전유물로 보이던 음악 예능에 일견 진지해 보이는 작가주의 음악가나 기획사도 뛰어든 이유는 뭘까. ‘박문치 쇼’를 제작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관계자는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박문치)가 주축이 돼 만들 수 있는 콘서트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해외 토크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박문치와 음악 친구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런 쇼를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토크 콘서트 형태로 확장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카카오TV 관계자는 “안테나에는 유희열, 정재형 등 다양한 예능에 출연한 아티스트부터 방송에 자주 출연하지 않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예능감으로 유명한 분들도 많아 기획하게 됐다”면서 “비예능인의 경우 촬영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당탕탕은 콘텐츠 공개 한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었다. 7월 유재석이 안테나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시너지가 일어났다. 이런 흐름에는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에서 자연스러운 재미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일조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네이버 나우의 ‘적재의 야간작업실’, 래퍼 이영지의 유튜브 콘텐츠 ‘차린 건 없지만’ 등도 화제가 되면서 음악과 토크가 짜인 틀 없이 녹아드는, 예능의 잼(jam·즉흥연주)화 현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5일 새벽(한국 시간) 방영된 ‘쿠팡플레이 콘서트: 콜드플레이’는 영국의 세계적 록 밴드 콜드플레이가 4년 8개월 만에 국내 관객을 위해 연 공연이었다. 쿠팡이 직접 기획하고 주최해 쿠팡플레이 가입자만 볼 수 있게 중계한 독점 이벤트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콜드플레이는 이날 영국 런던의 800석 규모 공연장 이즐링턴 어셈블리 홀 무대에 섰다. 2017년 첫 내한 때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이틀간 10만 명을 동원한 이들은 이번에 비교적 아담한 극장에서 인디밴드로 돌아간 듯 음악 자체에 집중해 공연했다. 객석은 열광하는 현지 팬들이 메웠지만 밴드는 중계 카메라와 한국 시청자를 시종 의식하며 공연했다. 첫 곡 ‘Higher Power’가 끝나자 보컬 크리스 마틴은 “안녕하세요, Everybody!”라고 인사했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쿠팡!” 하는 한국어 인사를 수시로 건넸다. 공연 길이는 생각보다 짧았다. 50여 분간 신작(9집 ‘Music of the Spheres’·10월 발매) 수록곡과 종전 히트 곡을 각 5곡씩 들려줬다. ‘Fix You’ ‘Viva La Vida’ 등의 뜨거운 연주는 흠잡을 데 없었다. 이채로운 음악적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나왔다. 마틴이 혼자 통기타를 치며 노래한 ‘Yellow’는 원곡의 다이내믹한 록을 담백한 모던 포크의 감성으로 치환했다. 11분 20초에 달한 피날레 곡 ‘Coloratura’는 변칙 박자와 몽환적인 기타 솔로를 뽐내며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향취마저 풍겼다. ‘My Universe’에서 마틴은 방탄소년단의 얼굴과 노래 제목(‘Permission to Dance’)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노래하기도 했다. 일정상 합류하지 못한 방탄소년단은 무대에 설치된 TV 속 뮤직비디오 화면이 대신했다. 콘서트 기획이 처음인 탓인지 쿠팡플레이의 진행은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공연 시작 전, 사회자가 영어로 공연을 소개할 때는 ‘파라핀. 백 씨 라이스 말라 미달. 씨의. 하야파월. X 시간, 그 방’ 등 알 수 없는 말들이 화면에 깔렸다. 자동 번역 자막 오류로 보였다. 멤버들과 10여 분간 진행한 영어 인터뷰에서 한국 시청자 대상 공연이었음에도 한국어 자막이나 실시간 통역이 전혀 제공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현지 시스템 오작동으로 자막을 제대로 노출하지 못했다.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더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전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대륙을 초월한 실시간 원격 피아노 연주가 세계 최초로 재즈 페스티벌에서 구현된다. 무대는 서울이다.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2021’(11월 29일∼12월 5일)의 마지막 날 공연이 ‘리모트(원격) 콘서트’ 방식으로 5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폼텍웍스홀에서 열린다. 이날 서울 홀의 무대 위에는 그랜드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다. 연주자는 프랑스 파리의 공연장에 위치한다. 주인공은 베테랑 피아니스트 조반니 미라바시(51)와 레미 파노시앙(38). 그들이 파리에서 건반이나 페달을 누르는 속도와 강도가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돼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서울의 피아노에 전달된다. 서울의 피아노는 유령의 집처럼 88개의 건반과 3개의 페달을 스스로 눌러 파리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복제한다. 그랜드피아노의 생생한 음향이 홀을 울린다. 이날 쓰일 악기는 하얀색 ‘디스클라비어 C3X’ 피아노. 겉으로 보기엔 여느 그랜드피아노와 같지만 내부에 복잡한 전기 장치가 숨어 있다. 자동연주 피아노의 역사는 100여 년 됐다. 미국 서부영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야마하의 디스클라비어(Disklavier)도 1980년대, 자동연주 피아노의 일종으로 개발됐다. 플로피 디스크(disk)를 삽입할 수 있다고 해서 피아노의 옛 명칭인 클라비어(klavier)와 합쳐 명명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덕에 원격 피아노로 발전했다. 쓰치자와 나오토 야마하뮤직코리아 악기영업그룹장은 “2013년 엘턴 존을 비롯해 여러 차례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최근 네트워크 환경이 5G까지 발전하며 시차와 오류를 없애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디스클라비어 연주에는 두 대의 피아노가 필요하다. 연주자의 피아노가 센서로 연주 데이터를 받아 전달하면 무인 피아노는 전자석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해머와 페달을 움직여 연주를 재현한다. 디스클라비어는 코로나19 시대에 원격 수업 용도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국내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축제의 전반부(2일까지)는 유럽 4개국 현지 연주회를 실시간 중계했다. 3일과 4일 공연은 서울의 폼텍웍스홀에서 박진영, 최정수, 신연아 등 국내 연주자들이 유럽 재즈에 헌정한다. 피날레 공연만은 디스클라비어를 활용한 특수 원격 연주회로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파노시앙은 “지난 1년 반 동안 50회 이상의 연주회가 취소돼 아쉬웠다”면서 “디스클라비어를 연주해본 적 있는데 감정과 터치가 오롯이 전달돼 놀라웠다. 한국 관객들은 현의 떨림, 타건에 담는 저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라바시도 “현장의 관객 에너지를 못 받는 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한국과 다시 연결된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입장권은 인터파크와 네이버에서 예매할 수 있다.(5만 원) 네이버TV에서 온라인 중계(1만 원)도 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방탄소년단 제작자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1일(현지 시간) 발표한 ‘올해의 50인’에 선정됐다. 블룸버그는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금융, 정치, 과학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끈 인물과 단체, 아이디어 등을 엄선해 매년 올해의 50인을 선정한다. 블룸버그는 방 의장에 대해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히트 메이커’로서 올 4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미국 에이전시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해 미국 음악 사업의 중심에 케이팝을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황 감독에 대해서는 ‘오징어 게임’의 브레인으로 칭송하며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에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이회성 의장은 올 8월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발간을 이끈 공로로 올해의 50인에 뽑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에서 한 축을 담당한 약국 체인 CVS 헬스의 최고경영자(CEO) 캐런 린치, 메타버스 대표 기업 로블록스의 CEO 데이비드 버주키도 올해의 50인에 선정했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연방의회 난입 사태 당시 폭도에 맞섰던 의회 경찰 유진 굿맨 등도 뽑혔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후 인간 연령 30세를 주제로 제작된 가장 강렬한 음악 작품이 아닐까. 영국 가수 아델이 지난달 6년 만에 낸 정규앨범 ‘30’ 말이다. ‘Rolling in the Deep’이나 ‘Someone Like You’ 같은 강력한 싱글이 없어도 좋다. 재생 버튼은 일종의 방아쇠. 귀를 향해 발사된 12곡 전곡이 가슴이란 과녁 한복판에 탄환이 돼 박혀버린다. 겨울의 입구만큼이나 깊고 검게 감정적 상흔을 벌려놓는다. 아델은 또 한 번 명작을 만들었다. 각각의 노래가 저마다 빛난다. 모여서 입체적 진경을 이룬다. 대서양 양쪽, 즉 미국과 영국의 최고급 녹음기술과 편곡이 총동원됐다. 로파이(lo-fi·의도적 저음질)부터 화려한 오케스트라, 복고적 솔(soul)과 감각적 비트가 저마다의 등고선을 그린다. 청각적 골짜기를 파 넣고 유려한 능선을 쌓아 올려 음반에 깊이와 공간감을 부여한다. #1. 저 악기들의 성찬 위로 아델은 가히 절대적 가창을 흩뿌린다. 아델의 노래를 들으면 왜 노랫말을 몰라도 휘말리고 마는 걸까. 저 무시무시하며 정체불명의 정서적 소용돌이 속으로…. 고통의 진흙이 감겨오는 습지를 질척대며 나아가듯 쉰 소리로 속삭이던 음성이 고조부를 지나 마침내 오선보의 맨 위를 뚫고 솟아오르는 순간…. 12음계 사이의 미분음을 롤러코스터처럼 미끄러진 인간의 음성이 글리산도(glissando)로 승천한 뒤 가성으로 한 번 더 분출하는 극적인 장면은 50부작 시리즈보다 진한 드라마를 단 5초 만에 완성한다. #2. ‘30’에는 무려 6분이 넘는 곡이 5곡이나 되는데 ‘Hold On’도 그중 하나다. 3분 이상을 비트 없이 무채색 동양화처럼 엇박자로 반복되던 피아노 코드가 중반부 정박자의 드럼 타격을 만나는 순간, 아델의 가창은 긴장과 이완을 넘어 해방의 포물선을 뽑아낸다. 4분 27초부터 9초 동안 이어지는 ‘아델식’ 3단 고음 말이다. 가사가 ‘hold on!’이 아닌 ‘밥 줘!’나 ‘휴가!’였더라도 저 청각적 명장면은 여전히 성가(聖歌)처럼 절절했으리라. #3. “저는 요즘 셔플(임의 재생)의 힘을 맹신합니다!” 얼마 전, 한 음악 플랫폼 업계 관계자를 만나 필터 커피를 마시다가 나는 진하게 고해했다. 대부분의 앨범을 이제 더 이상 첫 곡부터 순서대로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관계자는 “어머, 저도!”라며 맞장구를 쳐줬다. 음원 플랫폼에 기본으로 장착된 셔플 버튼은 여러모로 편리하고 근사하다. 그렇다 보니 여러 아티스트의 개별 앨범을 들을 때도 습관적으로 셔플을 택한다. 1번 곡부터 듣는 일은 거의 없다. 핑크 플로이드의 ‘In the Flesh?’(1979년)나 라디오헤드의 ‘Planet Telex’(1995년)는 이런 날 향해 눈을 흘기리라. #4. 그런데 갑자기 아델의 죽비가 날아온다. ‘앨범은 순서대로 들어야 돼! 원래 앨범이란 게 그런 거 아니에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며칠 전 아델이 트위터에 올린 저런 취지의 건의를 전격 수용했다. 모든 아티스트의 모든 앨범에 기본으로 탑재된 임의 재생 버튼을 순차 재생 버튼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 덕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델의 ‘30’을 첫 곡인 ‘Strangers By Nature’부터 듣게 됐다. ‘내 마음의 묘지에 꽃을 가져갈 거야∼’로 시작하는 의미심장한 서곡. 스포티파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용자들 사이에 찬반양론도 대립했다. #5. 아델의 음악적 왕정 복고주의, 즉 ‘앨범 지상주의’ 선언은 디지털은 물론이고 아날로그 시장에도 폭풍을 몰아쳤다. 아델이 약 50만 장의 ‘30’ LP레코드 제작을 앨범 발매 반년 전 세계 주요 LP 공장에 의뢰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세계적 LP 수요 증가에 코로나19까지 겹쳐 허덕이던 지구상 LP 생산 라인은 급기야 차질까지 빚었다. #6. 업계 ‘공룡’들의 입김은 덩치만큼 세다. 몇 년 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디지털 음원 플랫폼에서 자신의 모든 음악을 빼겠다며 줄다리기를 벌인 일도 기억난다. 그러나 비합리적 횡포만 부리지 않는다면 어떤 공룡은 때로 꽤 반갑다. 이혼의 아픔을 겪고 본의 아니게 2년 만에 45kg의 체중을 감량했지만 아델은 이제 음악계의 티라노사우루스를 넘어 아르젠티노사우루스(몸길이 35m, 무게 70t 추정)처럼 다가온다. 그의 뚝심과 장인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의 50인’에 선정됐다. 블룸버그는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금융, 정치, 과학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끈 인물과 단체, 아이디어 등을 엄선해 매년 올해의 50인을 선정한다. 블룸버그는 방 의장에 대해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히트 메이커’로서 지난 4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미국 에이전시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해 미국 음악 사업의 중심에 케이팝을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황 감독에 대해서는 ‘오징어 게임’의 브레인으로 칭송하며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에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넷플릭스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100만 달러(약 247억 원), 수익은 9억 달러(1조58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이회성 의장은 지난 8월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발간을 이끈 공로로 올해의 50인에 뽑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에서 한 축을 담당한 약국 체인 CVS 헬스의 최고경영자(CEO) 캐런 린치, 메타버스 대표 기업 로블록스의 CEO 데이비드 버주키도 올해의 50인에 선정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연방의회 난입 사태 당시 폭도에 맞섰던 의회 경찰 유진 굿맨, 최연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 리나 칸, 신예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뽑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올해 국내 가요 음반(CD) 판매량이 5000만 장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전(2019년 약 2509만 장)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수치는 연말까지 6000만 장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의 초강세, 코로나19로 인한 팬덤형 온라인 소비 증가가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동아일보 의뢰로 가온차트가 1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11월 20일 기준)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방탄소년단의 ‘Butter’(약 294만 장)이며, 밀리언셀러(100만 장 이상 판매) 음반이 총 10장에 달해 지난해(6장)를 크게 웃돈다. 200만 장 이상 팔린 더블 플래티넘 음반도 NCT 127, NCT DREAM, 세븐틴 등 4장이다. 방탄소년단, NCT DREAM, 세븐틴은 서로 다른 두 장의 앨범을 각각 100만 장 넘게 팔았다.○ 글로벌 팬덤 성장…“옛 앨범까지 다 모으자” 한국에서 만들어지지만 시장은 세계다. 국내와 아시아 중심이던 가요 음반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2012년 23개국에 그친 케이팝 앨범 수출 국가 수가 올해 88개국까지 늘었다. 전체 케이팝 음반 수출량에서 2012년 68%를 차지하던 일본의 비중이 지난해 47%까지 떨어진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2.2%에서 17.1%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아시아 비중이 크게 늘면서 한때 케이팝 시장을 흔들 것 같던 중국발 팬덤 규제도 ‘약발’이 미미하다는 게 김 위원의 분석이다. 케이팝 해외시장에서 일본에 이어 2위를 지키던 중국은 3위로 밀려났다. 이제 2위는 미국이다. 충성도 높은 팬의 비율이 세계적으로 늘면서 신작은 물론 옛 앨범들까지 사 모으기 시작했다. 신규 컬렉터의 유입으로 이른바 신보(新譜) 아닌 구보(舊譜)의 판매량까지 전체 시장에 시너지를 일으키는 셈이다. 김 위원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앨범을 비롯해 NCT, 에이티즈 등 여러 케이팝 그룹의 수년 전 발매작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팔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팝이 뜨거운 트렌드나 신기한 신드롬을 넘어 수집의 대상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음반 수출 2억 달러 시대…미국 차트까지 영향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음반 수출액(1∼10월)은 약 1억8974만 달러(약 2236억 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깼다. 연말까지 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팝의 확산세는 미국 차트에서도 나타난다. 싱글차트와 앨범차트 정상을 수시로 찍는 방탄소년단을 빼고 보더라도 올해 빌보드 차트에는 한국의 족적이 깊었다. 종합 앨범차트에서 블랙핑크가 2위, 트와이스가 3위를 기록하며 남성 그룹의 텃밭이던 최상위권에 케이팝 걸그룹까지 올라서기 시작했다. 김 위원은 “신보와 구보 판매량이 함께 증가하는 양상이 여러 그룹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케이팝 신규 팬덤 유입이 꾸준할 것으로 본다. 해외를 겨냥한 걸그룹의 등장과 약진도 기대돼 당분간 케이팝 음반 판매량은 계속 늘 듯하다”고 분석했다. 충성도를 방증하는 음반 판매량 못잖게 디지털 음원에서도 해외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애플뮤직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였다. 이 곡은 애플뮤직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읽은 노래 가사 순위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애절한 비가(悲歌) ‘천 개의 바람이 되어’로 유명한 세계적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35)가 무려 5년 만에 정규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7집 ‘Lost in Time(잃어버린 시간 속으로)’이다. “‘사의 찬미’ ‘희망가’ ‘봉선화’ 등 1920∼1950년대 노래를 여럿 재해석해 담았습니다. 차기작인 8집 ‘Lost in Memory’(내년 상반기 발매)에는 패티김, 혜은이, 이미자 선배의 1960∼1980년대 노래를 수록할 거예요. 7집과 8집은 ‘코리언 노스탤지어(한국적 향수)’ 연작이 될 거예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뜬 하얀 깃털 구름 같은 임 씨의 청명한 음성은 여전하다. 단, 몇몇 곡에서 그가 클래식 벨칸토 창법 대신 대중가수처럼 거칠게 고음을 내뿜는 부분은 신선하다. 앨범의 중반부를 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로 채색했다. “‘이등병의 편지’에서 ‘젊은 날의 꿈이여∼’ 하는 피날레는 정말 진심을 담아 열창했어요. 입대(2017년)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녹음했었거든요. 하하.” 직접 작사한 신곡 ‘산정호수의 밤’ 역시 가요적 색채가 짙다. “틀어박혀 음악 듣기만 좋아하는 ‘집돌이’인 제가 지난 늦여름, 경기 포천 산정호수에 놀러갔죠. 호수 한가운데서 제가 탄 모터보트가 기관 이상으로 멈춰 서더군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30분간의 적막에서 뜻밖에 절로 시상이 떠올랐어요.” 임 씨는 “잔잔한 호수에 어느 날 풍파가 닥치더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나아가자는 사랑의 다짐을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크로스오버, 팝페라라는 고정된 수식어를 조금 걷어내고 앞으로는 그냥 음악가 임형주로 더 다양한 분들께 다가가고 싶어요. 신작은 그 첫발입니다.” 반듯한 이미지 덕에 그는 대한적십자사, 사랑의열매, 월드비전, 유네스코 등 국내외 여러 기관의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술, 담배도 안 한다는 그의 하루에도 어둠은 찾아올 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까. “글쓰기로 풀어요. 2010년 동아일보 칼럼인 동아광장 (최연소) 필진 발탁이 저에게 글 쓰는 재미를 알려줬거든요. 음악에서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완벽주의자이지만 글은 아마추어이니까 부담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쓰니 행복해요. 언젠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2013∼2016년)도 책으로 엮어 보고 싶습니다.” 1년에 극장을 76회 갈 정도로 영화광이다. 영화감독 켄 로치, 미하엘 하네케, 그자비에 돌란의 팬이라고. 음악도 “잡식성”. 네덜란드 DJ 마틴 개릭스부터 미국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까지 두루 좋아한다. 올 4월부터 가톨릭평화방송 ‘임형주의 너에게 주는 노래’(평일 오후 2∼4시)로 처음 라디오 DJ에 도전해 폭넓은 취향을 과시하고 있다. 임 씨는 2017년부터 그래미 어워즈 투표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후보 선정을 위한 1차 투표를 마쳤고 수상자를 정하는 최종 투표를 남겨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래미는 미국이란 한 나라의 시상식이지만 그 파급력은 세계적입니다. 보수성의 한계를 깨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저도 일조할 생각입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It‘s been a long time, hello ARMY!(오랜만이야, 안녕, 아미!)”(뷔) “아미∼ 보고 싶었어요!”(지민)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3000여 관객의 규모와 열정은 음파를 넘어 지진파가 됐다. 그들의 함성이 뿜는 기세에 내외신 기자들이 자리한 프레스석 통유리는 물론이고 바닥까지 흔들렸다. 지축을 흔든다는 동양적 수사(修辭)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실이 됐다. 28일 저녁(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미국 투어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의 둘째 날 공연 현장.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중단된 월드투어 재개에 흥분한 관객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낮부터 공연장 앞에 긴 줄을 이뤘다. 한국 취재진을 보자 응원봉을 흔들며 “BTS!”를 연호하고 “보라해!(아미의 말로 사랑해)”를 외치며 반겼다. 공연 시작 7시간 전인 정오 무렵 도착했다는 지아나 사만야고 씨는 “그들을 볼 수 있어 흥분된다. 그들은 내게 세상의 전부”라고 외쳤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자랑하는 다수의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상하의뿐만 아니라 머리색과 신발까지 맞췄다. 멕시코시티에서 온 아나이 말비스 씨는 “여기에 오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에서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아직 뛰어넘을 장벽 있음에 감사” 이날 공연 첫 곡은 ‘ON’이었다. 흰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는 무대를 휘저으며 2년 만에 수만 관객을 마주한 감격을 마음껏 풀어냈다. ‘불타오르네’ ‘쩔어’ 같은 강렬한 댄스곡으로 공연 초반부 마그마를 아낌없이 분출했다. 장내는 일사불란한 응원봉의 움직임이 자아내는 보라색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공연에 앞서 연 멤버들의 기자간담회에서는 외신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내외신 기자 50여 명이 자리해 간담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취재진이 선착순으로 대기해야 했다. 슈가는 “4년 전 미국 데뷔 시점부터 어느 하나 쉽게 이뤄진 게 없었다. 저희는 항상 장벽들을 저희의 노력으로 이겨내 왔고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 내 아시아 혐오 분위기에 대한 현지 방송기자의 질문에 RM은 “저희의 음악이 해외에 사는 아시아인들에게 힘이 되는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답했다. 23일 발표된 내년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 2년 연속 올랐지만 ‘올해의 레코드’ 등 본상 진입에 실패한 데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슈가는 “아직 뛰어넘을 장벽이 있다는 것,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뛰어넘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 투표 남은 그래미, 첫 수상 가능성 높아질까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대부분을 해외 현지 활동을 못 한 채 보내야 했다. 하지만 팬덤의 파괴력과 저변은 더 확대됐음을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에서의 공백이 되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소통에 열심인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는 팬 활동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대상 수상도 그 신호다. 이 시상식은 온라인 팬 투표로 수상자를 정한다. 올해는 짧은 동영상 중심의 플랫폼인 틱톡과 협업하며 젊은층의 인기도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런 물결이 문턱 높은 그래미(내년 1월 31일)까지 가닿을지가 관심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판매량이나 팬 투표에 기반한 빌보드나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달리, 음반 산업계 임원들이 포진한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 회원들과 전 세계 ‘보팅 멤버’들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정한다. 아직 최종 투표를 남겨놓은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현지에서 일으키는 가시적인 오프라인 돌풍이 보수적인 그래미를 깨울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은 다음 달 1, 2일까지 총 4일간 약 20만 명을 소파이 스타디움에 모은 뒤, 다음 날인 3일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지는 ‘2021 징글볼 투어’에 나서는 강행군에 오른다. 징글볼 투어는 매년 연말 열리는 대형 음악축제로 올해는 에드 시런, 두아 리파, 도자 캣, 릴 나스 엑스 등 톱스타들이 출연할 예정이다.로스앤젤레스=채널A 유승진 특파원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몇 년 전 차를 몰고 할리우드 대로로 접어드는데 옆자리의 열한 살짜리 아들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케이팝을 따라 부르더군요. 뜻도 모르는 한국어 가사를 완벽하게요.” 제인 로(48·사진)는 그 순간을 “마법”이라고 일컫는다. 뉴질랜드 출신의 로는 21세기 대표 라디오 DJ다. 2003년부터 12년간 영국 BBC 라디오 1 채널의 황금시간대 진행자였다. 2015년부터는 애플뮤직 라디오의 대표 DJ로 활약 중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머무는 그를 18일 화상으로 만났다. “번역조차 필요 없이 태평양을 건너버린 이 음악(케이팝)이 곧 모든 이의 가슴에 닿으리라고 그때 직감했죠.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저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런 걸 우린 마법이라 부르지 않나요?” 베테랑 DJ 로의 직감은 몇 년 새 현실이 됐다. 그리고 세계적 음원 플랫폼인 애플뮤직은 올해부터 한국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12월 11일 개최)와 협업한다. 특정 기간 수집한 스트리밍 데이터를 MAMA에 전달해 수상자 결정에 참여키로 한 것. 애플뮤직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로는 “팝, 펑크(funk), EDM, 힙합, R&B가 자유롭게 섞여있으며 직관적 멜로디까지 얹힌 케이팝은 청각적으로 이미 완벽한 팝의 미래다. 협업 제안이 왔을 때 반가웠다”고 말했다. 로는 슈퍼스타가 컴백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인터뷰어다. 최근 6년 만에 돌아온 아델도 로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의 음악을 제일 처음 라디오에 소개한 사람이 저였죠. 제 오랜 친구 아델은 가사로도, 대화에서도 진심을 말하길 주저치 않는 타고난 스토리텔러예요. 그의 무기는 솔직함이죠.” 최고의 팝 인터뷰어가 귀띔하는 좋은 인터뷰의 조건도 진심이다. “멀리 내다보지 말 것, 그 순간의 문답에만 집중할 것, 귀를 기울이고 최선의 다음 질문을 준비할 것, 인터뷰이가 숨쉴 공간을 내줄 것. 저스틴 비버가 인터뷰 중 뜻밖에 눈물을 흘릴 때 저는 예상 문답을 이어가는 대신 숨죽이고 기다렸습니다.” 로는 ‘Heart of Gold’로 유명한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 로커 닐 영(76)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다고 귀띔하며 아이처럼 들뜬 얼굴로 영의 LP를 들어 보였다. “(케이팝이 없던 시절) 저의 ‘아이돌’은 U2, 비스티 보이스 등이었어요. 우상과의 인터뷰는 늘 설레죠. 어릴 적 동경하던 스타와 한 팀에서 뛰게 된 운동선수의 기분이 이럴까요.” 로는 “음악, 예술, 문화, 음향, 기술 등 당대 사회의 흐름을 모두 흡수해 반영하는 것이 바로 팝”이라고도 정의했다. “요즘 같은 불안의 시대에 전기기타 사운드의 마찰음이 재조명되는 흐름도 우연이 아니죠.” 로는 케이팝은 물론이고 미국 진출을 조율 중인 MAMA의 미래 역시 내다봤다. “한국의 음악은 이미 국가와 대륙의 경계를 넘었어요. 영화, 패션과 함께 세계인의 생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홈런을 치리라 확신합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4년간의 숨 가쁜 등정이었다. 경사는 가팔랐지만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다. 방탄소년단의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은 미국 본격 진출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이들의 팝 본토 상륙은 2017년 시작됐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아시아 가수 최초로 출연해 ‘DNA’로 축하 무대를 꾸미며 미국의 안방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팬덤인 아미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아시아 가수인 방탄소년단의 입장에서 당시로서는 미국 주류 팝계를 과연 어디까지 파고들지가 미지수였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현지 매니지먼트를 총괄한 이샤이 개짓 인터트와인 뮤직 대표이사는 9월 본보와 한 인터뷰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방탄소년단의 소셜 신드롬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해주기 위해 초청할 수 있는 모든 기자와 관계자를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초대했다”고 돌아봤다. 방탄소년단은 그날 이후 미국의 주요 시상식과 차트에 안착했다. 같은 시상식에서 이듬해부터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를 3연패했다. 2019년에는 ‘올해의 투어’를 비롯해 3관왕에, 지난해 ‘페이버릿 듀오·그룹(팝·록 부문)’ 등 2관왕에 올랐다. 위상이 비슷한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도 2017년 처음 등장해 4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를 받았다. 올해(5월)는 톱 듀오·그룹, 톱 셀링 송(‘Dynamite’) 등 4관왕에 올랐다. 이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만드는 파죽지세의 또 다른 상향 변곡점으로 보인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0주간 정상을 지키며 올해 최장 기간 1위를 차지한 ‘Butter’의 힘이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은 심지어 올해 시상식의 사실상 주빈이었다. 행사의 나침반이 줄곧 방탄소년단을 가리켰다. 두 번의 축하 무대와 세 번의 수상(페이버릿 듀오·그룹, 페이버릿 팝 송 포함)이 모두 전파를 타며 출연 분량이 진행자인 래퍼 카디 비 못잖게 많을 정도. 시상식 초반, 방탄소년단은 영국 대표 록 그룹 콜드플레이와 함께 나와 협업 곡 ‘My Universe’를 열창하며 식장 분위기를 예열했다. 콜드플레이는 이 곡으로 13년 만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고 6년 만에 이 시상식에 참여하게 됐다. 피날레도 방탄소년단의 몫이었다. 카디 비가 “이분들 또 나오나요. 돈이라도 쓴 건가요”라며 너스레를 떨 정도. 카디 비는 결국 ‘Butter’라 쓰인 노란 스크린을 배경으로 끝인사를 전하며 시상식 전체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 후반부에 배치한 남성 아이돌 그룹 특별 공연도 의미심장했다. 보스턴 출신의 두 그룹, 뉴 에디션과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보스턴의 대결’이란 제목으로 장시간 합동 무대를 꾸몄다. 무대를 보며 객석에서 춤추는 방탄소년단을 카메라가 수시로 비췄다. ‘Butter’ 무대 때는 뉴 키즈 온 더 블록 멤버들이 흥겨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미국 시상식 레이스에서 방탄소년단 앞에 남은 고지는 이제 세계 팝 시장의 에베레스트 격인 그래미뿐이다. 미국 리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는 내년 그래미 어워즈(1월 31일) 후보를 23일(현지 시간) 발표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트로피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Rain on Me’)가 가져갔다. 이번엔 ‘Butter’의 강세로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나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 지명이 유력한 상황이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이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21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부문은 아시아 가수가 받은 전례도, 후보에 오른 사례도 없다.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에서 방탄소년단은 아리아나 그란데, 드레이크, 올리비아 로드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더 위켄드 등 미국과 캐나다 음악가들을 모두 제쳤다. 또, ‘페이버릿 듀오/그룹’ ‘페이버릿 팝 송’ 부문까지 총 3개의 트로피를 받아 이날 최다 수상자가 됐다. 리더 RM은 ‘올해의 아티스트’ 호명 후 무대에 올라 영어로 “4년 전 미국 첫 TV 출연을 바로 이곳,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꾸몄다. 당시엔 누구도 오늘 같은 자리가 있을 줄 예상치 못했다”면서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한국의 일곱 소년이 전 세계 아미(팬)의 사랑과 응원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 모든 영광을 여러분께 돌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멤버 슈가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아미!”라 외쳤고 정국은 영어로 “우리들의 새 챕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하 무대도 관심을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초반,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와 ‘My Universe’를 함께 불렀고 마지막 축하 무대도 ‘Butter’로 장식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팝계를 대표하는 3대 시상식으로 꼽힌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일반 팬들의 온라인 투표로 트로피의 주인공을 가린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2001년 발표한 노래 ‘je t‘aime’로 유명한 가수 해이(본명 김혜원)가 미국 조지아주 케너소주립대 교수가 됐다. 15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해이는 “올 8월 영문과 조교수로 임용돼 세계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몰리에르, 입센부터 한강의 ‘채식주의자’, 노랫말까지 폭넓게 다룬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다니던 2001년 데뷔한 해이는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2010년 남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조규찬 씨와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이후 2018년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미시간대 박사 후 연구원, 듀크대 전임강사, 경희대 연구교수를 거쳤다. “뮤지컬 배우 시절, 무대극의 역사부터 제대로 배워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가 여기까지 왔네요.” 해이는 대학 때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영어 통역사로 나왔다가 우연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주제곡을 부른 뒤 여러 가요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당시 이수만 선생님이 찾아와 S.E.S.의 네 번째 멤버로 섭외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학업을 위해 고사했는데 돌아보니 조금 후회도 되네요. 하하.” 지난 몇 년간 해이는 미국에서 뮤지컬과 연극의 역사부터 아시아학, 한국학, 케이팝까지 두루 가르쳤다. 한국에서의 가수와 배우 경험을 들려주면 학생들 반응이 대단하다고. 최근 그룹 레드벨벳의 조이가 ‘je t’aime’를 리메이크해 젊은 케이팝 팬들도 해이의 노래를 안다.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학생들과 젠더학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내년 3월 케너소주립대 사상 최초로 개설되는 케이팝 강의도 맡는다. “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문화를 한미 양쪽의 관점에서 접근하려 합니다.” 해이는 지난 4년간 집필과 강의에만 매진했다. 연구 성과는 내년에 대거 빛을 본다. 한국 뮤지컬 연구서를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에서 낸다. 케임브리지대 출판사의 케이팝 개론서, 영국 유명 출판사 라우틀리지의 뮤지컬 개론서는 공저를 맡았다. 세계적인 인문학 학술지 ‘예술 및 인문학논문 인용색인(A&HCI)’에 뮤지컬 ‘쓰릴 미’를 분석한 논문도 싣기로 했다. 최근 5년 만에 신곡도 냈다. 제목은 ‘Sunset Ap´ero’. ‘Ap´ero’는 식전주를 뜻하는 프랑스어 ‘ap´eritif(아페리티프)’의 줄임말이다. 해이는 학자 겸 가수로 계속 정진하고 싶다고 했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경험한 해질녘의 아페리티프를 못 잊어요.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머금어 제 얼굴이 가장 빛나던 때…. 삶을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노래에 담았어요. 이젠 제가 다음 세대에게 빛을 물려줄 차례네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콰과과광!” 15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건물 4층에 천둥이 쳤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반 발짝 뒷걸음질 쳤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대신 눈앞의 그랜드피아노에서 솟아오른, 타건의 벽력. ‘천둥술사’는 피아니스트 정은혜 씨(35)였다. “음색과 연주 태도는 판소리에서 배웠어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글씨와 그림에 드러난 기운생동도 제가 추구하는 바죠.” 2015년 데뷔해 재즈와 현대음악을 오가며 활동 중인 정 씨가 최근 신작 ‘NOLDA’를 내놨다. 53분여간의 자유즉흥 피아노 독주를 담았다. 말 그대로 제멋대로 한판 놀아버린 이 앨범의 제작사는 미국 뉴욕 실험음악 명가 ‘ESP-DISK’(1963년 설립). 오넷 콜먼, 선 라 등 전설적 음악가들의 터전이다. 2009년 입학한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피아노와 영화음악을 공부하던 정 씨가 국악에 깊이 빠진 것은 2011년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한국에 와 두 달씩 머물면서 배일동 명창을 사사하며 판소리를 공부했다. “늘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에 사로잡혔는데 국악의 원형과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완전히 매료됐거든요. 보스턴에 돌아가서는 피아노 병창도 실험했죠.” 그는 “하나의 음에서 배음(倍音)이 나오고 그 자체로 질감을 형성해가는 판소리의 신묘함을 피아노로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한 음, 한 음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장르로 치면 정 씨의 프리 재즈 멘토인 와다다 리오 스미스(80·미국)가 주창하는 ‘크리에이티브 뮤직’이다. 클래식, 재즈, 팝 같은 장르의 경계는 무너지고 오직 창의성만이 붓을 쥔 순간에 현현하는 영원을 향한 음악. “조용한 곳에서 초집중하면서 들어주셨으면 해요. 도시의 소음과 현란한 불빛이 어우러졌을 때는 절대 들리지 않는 음악이거든요.” 정 씨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JCC 아트센터에서 피아니스트 김은영 씨와 연주회 ‘즉흥 솔로 피아노’를 연다. 어떤 곡을 연주할까. “뚜껑 열어봐야 알죠. 정해진 건 없습니다.” 한판 또 놀겠다는 얘기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이 14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MTV 유럽 뮤직 어워즈(MTV EMA)에서 ‘베스트 팝 아티스트’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아티스트’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비기스트 팬’(Biggest Fans) 등 네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날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아티스트가 방탄소년단이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2019년(3개), 2020년(4개)에 이어 3년 연속 MTV EMA 최다 수상자가 됐다. 2018년 ‘비기스트 팬’ 수상으로 EMA에 발을 디딘 방탄소년단은 4년 연속 트로피를 가져왔다. 올해 ‘베스트 뮤직비디오’는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의 ‘Montero (Call Me By Your Name)’에, ‘베스트 아티스트’와 ‘베스트 팝’은 영국 가수 에드 시런에 돌아갔다. 1994년 제정된 MTV EMA는 뮤직비디오 중심의 시상식으로서 미국 MTV VMA(비디오 뮤직 어워즈)의 유럽판이다. 작년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행사로 치러진 이 시상식은 올해 대면 형태로 진행됐다. 국내에 머무는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리는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도 ‘올해의 아티스트’ 등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3일 발표되는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Dynamit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였다.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