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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세 남성으로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24일(현지 시간)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살바도르 라모스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까지 차를 몰고 가 교내로 진입한 뒤 한 4학년 교실에 있던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쐈다. 총격으로 학생 19명과 4학년 담당 여교사 등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 전원이 한 교실에서 나왔다. 다른 학생 여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만5000여 명이 사는 유밸디는 멕시코 접경지대에 있다.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열이다. 라모스는 경찰이 출동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범행 전 소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변에 “이제 막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참극을 예고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번 참사는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난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이달 14일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총기규제법상 18세 이상이면 총을 구매할 수 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 소지 권리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 전미총기협회(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맞설 용기를 주는 우리 사회의 중추는 어디 있는가”라며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초등생 19명 포함 최소 21명 숨져, 교실 곳곳 피로 흥건… 현장 참혹일부 학생 깨진 창으로 간신히 탈출… 범인,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 받아총기 살 수 있는 18세 되자 참극벌여, 방탄복 입고 경찰과 대치… 사살돼 24일 오전 11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 앞 도랑에 회색 포드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인근 장례식장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이 트럭 운전석에 있던 살바도르 라모스(18)에게 “차를 빼도록 도와주겠다”며 다가갔다. 그러자 라모스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이들에게 난사했다. 그는 이 초등학교에 오기 전 자신의 할머니(66·중태)를 총으로 쏜 뒤 집을 나선 참이었다.○ “10세 조카, 교실 곳곳 튄 피 보고 충격”라모스는 학교 옆문을 통해 진입해 교실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날 학생들은 3일 뒤 시작되는 방학을 앞두고 ‘자유롭고 멋진 날(footloose and fancy day)’을 맞아 예쁜 옷을 차려입고 등교한 상태였다. 라모스는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고 교실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흥건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깨진 유리창 틈으로 기어 나와 탈출했다. 목격자들은 뉴욕타임스(NYT) 등에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 학교 학생인 10세 조카를 둔 에리카 에스카미야 씨(26)에 따르면 조카가 쉬는 시간 후 교실로 돌아오던 중 한 남자가 소리치고 욕하는 것을 들었으며, 곧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그러자 교사가 아이들을 교실 안으로 황급히 밀어 넣고 전등을 모두 끈 뒤 창문을 종이로 가려 화를 면했다. 그는 “조카가 대피하면서 교실 안 모든 곳에 피가 튀어 있는 것을 보고 심장마비가 온 것 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 사는 로먼 버두스코 씨는 “갑자기 학교에서 공사장 못 박는 기계 소리 같은 게 들려왔고, 곧 경찰이 학교로 몰려갔다”고 했다. 데릭 소텔로 씨(26)는 “총소리를 들은 학부모들이 학교 밖으로 몰려들자 범인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전했다. 방탄복까지 챙겨 입은 라모스는 바리케이드 뒤에 숨어 경찰과 대치하다 범행 시작 약 45분 만에 사살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딸의 사망을 확인한 한 부모는 페이스북에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네가 하늘에 도착했나 보다. 아가야, 영원히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흘 전 총기 사진 올리며 범행 예고 라모스는 미국 총기규제법상 총기 구매가 가능한 하한 연령인 18세가 되자마자 참극을 벌였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시절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는 거의 안 가고 햄버거 체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해당 햄버거 가게 매니저는 CNN방송에 “라모스는 조용했고 다른 종업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일하고 월급만 받아 갔다”고 말했다. 라모스의 지인들은 라모스가 최근 재미 삼아 칼로 얼굴을 긁고, 행인들에게 비비탄 총을 쏘거나 차량에 달걀을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마약을 하는 친모와 갈등을 빚다 몇 달 전부터 할머니 집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총격 사흘 전 소총 두 자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범행을 예고했다. 사건 당일 오전 5시 43분경에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이제 막 하려고 한다(I am about to)”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여성이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한 시간 안에 말해주겠다. 그 대신 반드시 답장해야 한다”고 답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일곱 살 때 미국에 이민 와서 학교에 한국 음식 가져가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43)은 24일(현지 시간) 뉴욕주 주도(州都) 올버니 주의회에서 열린 ‘김치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냈다. 김 의원은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김 의원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학교에서 (내 도시락) 김치 냄새가 나면 친구들에게 놀림당했고 창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김치가 얼마나 건강한 식품인지 다들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9년 뉴욕주가 3·1절을 ‘유관순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발의해 이를 뉴욕주 상·하원이 채택하는 등 뉴욕주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한국에서 제정된 법정 기념일(11월 22일)이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주에 이어 올 2월 뉴욕주가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주 결의안은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명시하고 김장문화와 김치 효능을 소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당시 결의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온라인으로 처리돼 이날에서야 주의회에서 관련 행사가 치러졌다. 이날 행사는 ‘아시안-아메리칸 헤리티지 달’인 5월에 맞춰 뉴욕주 의원들을 비롯한 여론 주도층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했다. 행사장에는 김치 홍보부스가 설치됐고 김치를 이용한 샐러드, 햄버거, 전을 비롯한 다양한 요리를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장에는 뉴욕 주의회 지도부와 정병화 뉴욕총영사, 김춘진 aT 사장,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등이 나와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김 사장은 “세계 경제 수도인 뉴욕에서 제정된 김치의 날은 김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도 미국에 김치를 더 많이 수출하겠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세 남성으로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24일(현지 시간) CNN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살바도르 라모스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까지 차를 몰고 가 교내로 진입한 뒤 교실을 돌며 학생들을 겨냥해 소총과 권총을 쐈다. 이 총격으로 2, 3, 4학년 학생 19명과 4학년 담당 여교사 등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학생 여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만5000여 명이 사는 유밸디는 멕시코 접경 지대에 있고,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열로 저소득층이 많다. 라모스는 경찰이 출동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범행 전 소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변에 “이제 막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참극을 예고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번 참사는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난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이달 14일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 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총기규제법상 18세 이상이면 총을 구매할 수 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소지 권리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 전미총기협회(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맞설 용기를 주는 우리 사회의 중추는 어디 있는가”라면서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올해 2월의 어느 밤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 서배나의 특급 호텔. 2019년 1월부터 재임 중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59·공화)와 보좌진이 몇 시간째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미국에 건설할 전기차 공장의 후보지 실사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후보지 브라이언카운티 인근에 있는 이 호텔에서 초조하게 대기했다. 당시 조지아는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보좌진 중 한 명은 지나치게 긴장해 켐프 주지사가 직접 진정시켜야 했다. 조지아 현지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조지아주가 전방위적 노력을 들였다는 후일담을 23일 보도했다. 켐프 주지사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팻 윌슨 주 경제개발장관은 한국을 10차례나 찾아 현대차를 설득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21일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브라이언카운티에 연 3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비밀 협상조지아주와 현대차의 협상은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기밀 유출을 우려해 기업명을 대다수 주정부 직원에게도 노출하지 않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했다. 특히 부지 자체가 외딴곳에 위치해 소문이 날 위험이 적었고 주정부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도 비밀 협상을 하는 데 용이했다. 사유지 수용 등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어 양측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2월 정 회장이 전세기로 공장 부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켐프 주지사와 공무원들은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평가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차분히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정 회장의 선택을 기다렸다.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다. 그는 2019년 한국 방문 당시 하루를 투자해 기아를 방문했고 당시 총괄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곧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윌슨 장관 또한 현대차 관계자가 서배나를 찾을 때마다 동행했다. 모든 질문에 능숙히 답하면서 현대차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차는 4월 투자의향서를 조지아주에 제출하며 사실상 부지 선정을 마무리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와 보좌진은 크게 환호했다.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은 아예 ‘대박(boom)’이라고 외쳤다.○ 해외 기업 유치에 올인해외 기업을 유치해 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조지아주 공무원들의 열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19년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할 때도 조지아 주정부는 SK 측 제안에 새벽에도 번개같이 일처리를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번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서도 세제 혜택 등 다른 주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인센티브 외에 공무원들의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는 2006년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약 200km 떨어진 웨스트포인트에 기아 공장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15년 스웨덴 볼보 공장을 인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기는 바람에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주 정치권도 초당적 노력에 가세했다. 모두 집권 민주당 소속인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또한 현대차 유치에 공을 들였다. 오소프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두 의원은 21일 현대차의 발표 직후 “현대차의 수십억 달러 투자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지아주의 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는 테라USD 등을 겨냥해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 큰 혼란이 생겼다. 스테이블코인이 자산으로 뒷받침되면 (달러 대비 가치가) 1대 1로 안정적이지만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20%의 수익을 약속한다면 피라미드 구조”라고 지적했다. 피라미드는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미 CNBC방송은 그의 발언이 루나와 테라USD의 붕괴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올 2월의 어느 날 밤 미국 조지아주 항구도시 서배너의 한 특급 호텔.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그의 보좌진들이 이곳 회의실에 틀어박혀 몇 시간째 회의를 거듭했다. 이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기차공장 후보지 실사 방문을 하루 앞두고 부지 근처에 호텔방을 잡은 채 초조하게 대기 중이었다. 한 보좌진은 공장 유치 성공 여부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켐프 주지사가 그를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조지아주 현지 언론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23일(현지 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지아주의 현대차 공장 유치와 관련된 뒷얘기들을 보도했다. 유치 과정 내내 비밀스러운 협상이 초조하게 계속됐고,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른 주들과의 경쟁도 매우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21일 조지아주에 6조3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조지아주는 다른 주들과의 열띤 유치 경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현대차에 오래 전부터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켐프 주지사는 2019년 취임 직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그는 당시 일정 중 하루를 투자해 기아차를 방문하고 당시 총괄 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2019년 기아차 공장 양산 10주년 행사에서도 그는 정 회장에게 값진 선물을 건넸고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주정부 공무원들의 노력도 대단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최근 몇 년 간 한국을 10번쯤 방문했고 그때마다 현대차 경영진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반대로 현대차 관계자가 서배너를 세 번 찾았을 때는 윌슨 장관이 모든 질문에 능숙히 답하면서 현대차의 우려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고 한다. 해외 기업과 일자리 유치하기 위한 조지아주 공무원들의 열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할 때도 조지아 주정부는 SK 측 제안에 새벽에도 번개같이 일처리를 하는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조지아주는 이번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서도 세제 혜택 등 다른 주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인센티브 외에 공무원들의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공장 유치에 협력했다. 민주당 소속인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정 회장과 회동하는 등 공화당 소속인 켐프 주지사의 투자 유치를 측면 지원했다. 조지아주의 이런 절실함은 2006년 기아차 공장을 유치한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마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아팠던 것은 2015년 볼보 공장을 막판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긴 것이었다. 조지아주와 현대차그룹의 공장 유치 협상은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협상은 기밀 유출을 우려해 ‘현대차’라는 이름을 주정부 직원들에게도 노출하지 않은 채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주정부가 매입한 토지였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업체나 다른 토지 소유주들이 개입되지 않아 비밀 협상을 하는 데도 용이했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서 양측의 대화가 오가면서 협상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2월 정 회장이 전세기로 공장 부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켐프 주지사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은 정 회장의 도착 전날부터 서배너 호텔에 진을 치며 대비했다. 당시 조지아주의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의 평가가 나왔지만 조지아주 당국자들은 자만과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써 노력했다고 한다. 이후 4월 현대차는 투자의향서를 조지아주에 제출해 사실상 부지 선정을 마무리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와 보좌진들은 한데 모여 이를 자축했고,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대박’(boom)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천연두와 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1일 현재 북미와 유럽 중동 등지에서 감염 사례가 92건 확인됐고 의심 사례 28건은 정밀 검사 중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22일 오스트리아에서 감염자가 처음 발견돼 감염 사례가 확인된 나라는 15개국으로 늘어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원숭이두창 감염자 추적이 늘어남에 따라 이번 주 감염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축제와 파티를 위해 사람이 모이는 여름철에 “감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원숭이두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인류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이날 ABC방송에 “(원숭이두창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니다. 수십 년간 알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 조정관은 “우리에게는 백신과 치료법이 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미국은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쓸 수 있는 백신이 있다”고 밝혔다. 미 보건당국은 천연두 백신으로 원숭이두창을 85%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 중서부에서 주로 발생하던 원숭이두창이 유럽 북미 등에서 활발히 퍼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병에 걸리면 발열과 오한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대부분 몇 주 이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치명률이 최대 10%에 이른다.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이나 동물과 접촉해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감염되고 퍼진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 개막 연설에서 “코로나19는 세계 모든 곳에서 끝나지 않는 한 어디서도 끝난 게 아니다”며 “70개국에서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분유 대란을 겪고 있는 미국이 군용기까지 동원해 유럽에서 긴급 공수한 약 3만5000kg의 분유가 22일 미 본토에 도착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8일 해외 분유 수송을 위해 군용기를 동원하라고 지시한 지 4일 만이다. 이번 분유 대란은 미 최대 분유업체 애벗의 미시간주 공장이 위생 결함으로 문을 닫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교란으로 공급이 급감하면서 발생했다. 이날 미 동부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착륙한 미 공군의 C-17 수송기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생산된 후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를 거쳐 미국에 온 네슬레 분유가 담겼다. 우유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기도 먹을 수 있는 저자극성 분유로 2만7000명의 영·유아가 1주일간 먹을 분량이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네슬레의 미국 내 유통 중심지다. 공항에서 직접 수송기를 맞은 톰 빌색 미 농무장관은 “이번 분유 수송은 중대한 의료 목적을 수행했다”며 특수 분유를 필요로 하는 유아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번 첫 선적분은 일반에 판매되지 않으며 병원과 의료시설 등에 우선 공급된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N에 “이날 들여온 분유가 미국 내 특수 의료 등급 분유 수요의 15%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보통 분유를 해외에서 공수하는 데 2주가 걸리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이를 사흘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네슬레의 자회사인 미 유아식품 회사 거버의 분유도 배포할 계획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분유 대란을 겪고 있는 미국이 군용기까지 동원해 유럽에서 긴급 공수한 약 3만5000kg의 분유가 22일 미 본토에 도착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8일 해외분유 수송을 위해 군용기를 동원하라고 지시한 지 4일 만이다. 이번 분유 대란은 미 최대 분유업체 애벗의 미시간주 공장이 위생 결함으로 문을 닫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교란으로 공급이 급감하면서 발생했다. 이날 미 동부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착륙한 미 공군의 C-17 수송기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생산된 후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를 거쳐 미국에 온 네슬레 분유가 담겼다. 우유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기도 먹을 수 있는 저자극성 분유로 2만7000명의 영유아가 1주일간 먹을 분량이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네슬레의 미국 내 유통 중심지다. 공항에서 직접 수송기를 맞은 톰 빌색 미 농무장관은 “이번 분유 수송은 중대한 의료 목적을 수행했다”며 특수 분유를 필요로 하는 유아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번 첫 선적분은 일반에 판매되지 않으며 병원과 의료시설 등에 우선 공급된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N에 “이날 들여온 분유가 미국 내 특수 의료 등급 분유 수요의 15%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보통 분유를 해외에서 공수하는 데 2주가 걸리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이를 사흘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네슬레의 자회사인 미 유아식품 회사 거버의 분유도 배포할 계획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천연두와 비슷한 계열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痘瘡) 감염 사례가 각국에서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간) 현재 북미와 유럽, 중동 등에서 감염 사례 92건이 확인됐고, 의심 사례 28건은 정밀 검사 중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22일 오스트리아에서 감염자가 처음 발견돼 감염 사례가 확인된 나라는 15개국으로 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원숭이두창 감염자 추적이 늘어남에 따라 이번 주 감염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숭이두창 환자가 세계 각국에서 속속 보고 되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이 전염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22일 미 ABC방송에 출연해 “이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알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 조정관은 “이에 대항할 백신과 치료법이 있다”며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퍼지며 전파력이 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원숭이두창을 모든 사람이 우려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공감하면서 “대통령이 맞다. 이런 감염병이 확산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순방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산 공군기지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 전 취재진에게 “(원숭이두창은) 모든 사람이 우려해야 한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어떤 백신을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미국은 원숭이두창 관련 쓸 수 있는 백신이 있다”고 밝혔다. 미 보건당국은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원숭이두창을 85%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 중서부에서 발생하던 원숭이두창이 지금처럼 다른 지역에서 전파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알려져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치사율이 최대 1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숭이두창에 걸리면 발열과 오한, 두통 같이 감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몇 주 이내에 정상 회복된다. 주로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이나 동물과 접촉해 전파되며 호흡기나 피부로도 감염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아프리카에서 유행해 온 바이러스성 질환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최근 북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은 또 다른 감염병의 확산 가능성을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 WHO “전 세계서 80여 건 감염 보고”21일 미국 뉴욕시는 주민 1명이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18일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두 번째 발병 사례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발병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한 병원도 “최근 서유럽에 다녀온 30세 남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일 현재 전 세계에서 80여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와 별도로 약 50건의 의심 사례가 있다. 원숭이두창은 그동안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중서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주로 발병해 왔다. 미국에서는 2003년에 발병한 적이 있으며 당시 70여 건의 감염 보고가 있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1958년 처음 발견됐다.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이 관찰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나왔고 이후 줄곧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발병해 왔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천연두보다는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피로감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발열 1∼3일 후부터 얼굴을 시작으로 다른 신체 부위에 발진도 일어난다. 이 같은 증상이 2∼4주가량 지속된 뒤 대부분 몇 주 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중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치명률이 최대 10%에 이른다. 원숭이두창은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으로 전파된다. 바이러스는 기도나 눈, 코, 입, 손상된 피부 등을 통해 침투한다. 의료 종사자나 감염자의 가족들이 감염될 위험이 높다. 아직 입증된 치료법은 없지만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85%가량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모든 사람이 우려해야 할 사안”일각에서는 이 질환이 성병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영국과 유럽에서 확인된 감염 환자 중에 게이나 양성애 남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감염자들이 같은 사우나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통상적인 목욕탕이 아니라 게이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뜻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섣부른 주장”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WHO는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낙인찍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병의 확산을 끝내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모든 사람이 우려해야 한다”면서 미 보건당국이 치료법과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CDC는 “원숭이두창을 예방하려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동물과 접촉하지 말고,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격리하며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원숭이두창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발열, 두통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몇 주 안에 회복되지만 의료 환경이 낙후된 아프리카의 치사율은 최대 10%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아프리카의 바이러스성 질환 원숭이두창(monkeypox)에 감염되는 사례가 전 세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21일(현지 시간) 주민 1명이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18일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원숭이두창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유럽에선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등 많은 국가에서 발병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한 병원도 “최근 서유럽에 다녀온 30세 남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일 현재 전 세계에서 약 80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와 별도로 약 50건의 의심 사례가 있다. 원숭이두창은 그동안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주로 발병해왔다. 유럽이나 북미 등으로 이 질환이 확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최근에는 2003년에 발병한 적이 있으며 당시 70여 건의 감염 보고가 있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천연두보다는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걸리면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피로감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발열 1~3일 후부터 얼굴을 시작으로 다른 신체 부위에 발진도 일어난다. 이런 증상은 2~4주 가량 지속된다. 통상 몇 주 내에 무난히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치사율이 최대 10%에 이른다. 원숭이두창은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으로 전파된다. 바이러스는 기도나 눈, 코, 입, 손상된 피부 등을 통해 침투한다. WHO는 “원숭이두창은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종사자나 감염자의 가족들이 감염 위험이 높다. 지금까지 이 질환에 대해 입증된 치료법은 없지만,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85% 가량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질환이 성병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영국과 유럽에서 확인된 감염 환자 중에 게이나 양성애 남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감염자들이 같은 사우나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목욕탕이 아니라 게이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뜻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염 원인에 대한 섣부른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WHO는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낙인찍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병의 확산을 끝내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1958년 처음 발견됐으며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이 관찰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처음 보고됐고, 이후 줄곧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해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립 화이자 이사는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원숭이두창이) 이미 지역 사회에 널리 퍼져 있을 것”이라면서도 “확산이 어려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주요 전염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CDC는 “원숭이두창을 예방하려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동물들과 접촉을 하지 말고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격리하며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 중심 정책을 펴고 있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도 알게 됐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66)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경제 봉쇄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구인난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역동성과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짚었으나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강한 개입으로 경기 침체의 확률이 높다”고 봤다. 팬데믹 이후 어떤 나라가 부상할까. 카드 교수는 향후 반(反)세계화에 저항하고 개방에 적극적인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라며 “이민자에게 기회를 주고 이로 인해 생기는 정치·사회적 갈등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나라들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출신의 노동경제학자인 카드 교수는 노동과 실업, 이민, 교육 등에 대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 실적을 남겼다. 1995년에는 40세 미만의 젊은 스타 경제학자들이 수여 대상으로 ‘예비 노벨 경제학상’이라고도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그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2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팬데믹 이후 인구변동과 글로벌 경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올해 동아국제금융포럼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바뀔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좋은 사례다. 영국은 원래 역사적으로 아주 개방적인 나라로 이민자들의 취업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독자 행보에 나서면서 경제가 둔화되고 일부 직종에는 구인난이 생겼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화(globalization)를 후퇴시켰고, 심지어 현 조 바이든 행정부마저 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와중에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일깨워줬다. 가령 아시아에서 선적한 물자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려서 오하이오주까지 오는 과정들이 한번 흔들리면 망가지는 게 한순간이다.” ―이번 팬데믹의 교훈은 무엇인가. “의학의 영역인 줄 알았던 백신 접종마저 정치적인 이슈가 됐다. 그래서 바이러스 감염률이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기이한 현상마저 나왔다. 그래서 다음 감염병을 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비(非)정치화하는 방법이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어느 정도 회복됐나. “음식, 숙박, 여행, 레저 등의 업종이 사실상 붕괴됐다가 이제야 조금씩 정상을 되찾고 있다. 최근 유럽을 다녀왔는데 경제활동이 많이 회복됐고, 한국도 일상회복이 빠르다고 들었다. 문제는 중국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현재 우려가 큰 곳이다. 중국은 수출이 둔화되고 공급 부족이 심한데, 이는 최근 미국 증시가 불안했던 큰 이유 중 하나다.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도 높지 않고 백신 효과도 낮은 편이다. 최근 상하이의 봉쇄 조치도 놀라웠다.” ―앞으로 어떤 나라가 부강해지고, 어떤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까. “일단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고령자가 많은 사회는 의료 체계 등에 많은 과제가 생긴다. 따라서 반대로 그런 인구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 나라의 강점이 될 것이다. 또 반(反)세계화에 저항하고 개방에 적극적인 나라가 혜택을 입을 것이다. 즉,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생기는 정치·사회적 갈등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나라들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운(國運)도 좀 따라야 한다.” ―미국이 10, 20년 뒤에도 슈퍼 파워의 위상을 유지할까. “미국이 정말 힘 있고 많은 나라들보다 앞서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미국이 누렸던 많은 강점이 사라진 것 같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미 상당한 불확실성을 주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에 난민 문제가 생기고 있고, 러시아 인접국들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지속될까.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오래 지속돼서 중앙은행이 강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심각한 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의 구인난에 대한 견해는…. “많은 고용자가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은 주저하는 반면에 새로 직원을 뽑는 것에는 적극적인 것 같다. 결국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알아보는 게 훨씬 더 이득인 셈이다. 고용주는 향후 경제 상황이나 인력 부족 현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 임금 인상을 주저하고, 근로자들은 이를 참지 못하고 새 직장으로 떠나는 것이다.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직장을 얻는다는 것은 생산성 면에서 아주 좋은 일이라고 본다.” ―남녀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직장의 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특히 고숙련 직종에선 경력에 금이 가지 않도록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들이 남녀를 골고루 고용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공부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 공학 과목들을 많이 수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런 계열의 전공이 나중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학생들로 하여금 좀 멀리 보고 이런 분야를 공부해 남학생들과 경쟁하도록 만드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채널은 매우 다양하다. 하나는 인력 부족, 특히 소매업 등 젊은층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의 인력 부족이다. 또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학교 시스템에도 고충이 따른다. 일부 대학은 입학생이 줄어든다. 또 많은 경제학자들은 젊은 인구가 늘지 않으면 혁신이 둔화된다고 믿는다. 젊은 사람들은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이민 정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은 이민에 오랫동안 의존해왔다. 이런 나라들은 이민자를 받아들여 인구 증가 둔화를 상쇄시켰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에는 이민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왜 그런가. “이민자들의 성공 여부는 각국의 서로 다른 여건에 달려 있다. 미국 등은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잘 동화될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영어를 배운다는 점이다.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선 이민자 유입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이민이 좋다고는 해도 정치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게 잘되지가 않는다.” ―그러면 한국은 고령화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사실을 말하자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단지 그것에 적응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가령 인구구조의 변화가 각각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만들고, 또 어떤 기업은 노년층을 겨냥한다. 한국은 일단 일본을 보면 된다. 인구구조 변화에 있어 일본을 매우 빠르게 닮아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살펴보고 추측할 수 있다.” ―미래에 각광받는 일자리는 무엇일까. “미래에도 중요한 일자리는 아무래도 의료 분야다. 고령자들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고, 돈이 많으면 건강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새로운 의료 기술과 기계, 신약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한동안은 이 분야가 유망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직업훈련을 통해 의료 분야에 성공적으로 취업시키는 사례가 많다.”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은 무엇일까. “컴퓨터게임 분야는 앞으로도 항상 옳다고 본다(웃음).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경제에선 스스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유망하다. 그리고 부자들이 원하는 것, 가령 슈퍼 요트 같은 것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본다.” ―향후 노벨상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 “나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다만 미래에는 기술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서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 과학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같이 공부하는 것도 권한다. 컴퓨터공학은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고 경제학은 다소 개념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두 학문이 서로 잘 맞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올해 설립 127년째인 뉴욕공립도서관(NYPL)은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이다. 맨해튼 42번가 본관을 비롯해 뉴욕시 전역에 92개 분관이 있고 장서(藏書)와 디지털 자료는 5600만 점이 넘는다. 얼마 전 이곳에서 뉴욕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브리핑을 하겠다고 해서 가봤다. 도서관 앞 공원 브라이언트파크에는 푸른 잔디가 5월 햇살을 만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기자 20여 명 앞에 토니 막스 도서관장이 섰다. 컬럼비아대 교수 출신으로 2011년부터 관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언론과 소통하고 제안도 들으려 자리를 마련했다”며 대뜸 도서관과 언론사 역할이 얼마나 비슷한지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배움을 돕는 일을 하죠, 여러분처럼. 우리는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발라내는 일도 합니다, 역시 여러분처럼.” 기자와 사서(司書)가 비슷한 일을 한다는 말은 이날 처음 들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꽤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도서관학 개론’에는 그것 말고도 귀 기울일 만한 내용이 많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돼야 한다”는 보편성 원칙이었다. 실제 막스 관장은 취임 이후 저소득층과 이민자가 도서관을 더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근에는 시민들에게 연체료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연체료 부과가 가난한 사람들의 도서관 이용을 막는 장벽이 돼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혹시나 이로 인해 사람들이 책 반납을 게을리하지 않는지 물어봤더니 “오히려 도서 반납과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서관 이용에 대한 금전적, 심리적 부담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 도서관은 이처럼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통해 오랫동안 시민의 지식과 정보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NYPL이 2019년 펴낸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정은문고)이라는 책은 인터넷이 없던 1940∼80년대 시민들이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 정말 엉뚱한 질문을 모아 놨다. 가령 ‘이브가 먹은 사과는 무슨 종류인가요’ ‘파랑새는 몇 시쯤 노래하나요’ 같은 질문을 하면 사서가 열심히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최대한 성의껏 답해 줬다고 한다. 이런 ‘지식의 중추’로서 소임도 언론사와 닮은 점이다. 예전에 회사에서 당직을 서면 독자들이 자주 전화를 걸어서 요즘 같으면 스마트폰 검색 한 번에 알 수 있는 시시콜콜한 정보를 물어보곤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 같은 ‘지식 자판기’ 기능은 줄어들었지만, 문화 거점과 배움터로서 역할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NYPL은 뉴욕시 곳곳에서 저자 특강과 독서 토론, 전시, 직업훈련을 비롯해 연간 9만 개 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5년 전 연수 때 살았던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서관도 아직까지 각종 행사 안내 이메일을 보내온다. 최근에는 아시아 식물 재배법, 온라인 사기 대응법 강좌가 추가됐다고 했다. 도서관에는 단순히 책 대출과 반납을 넘어 공동체를 위한 ‘배움의 전당’ ‘지식의 보루’가 돼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NYPL 맨해튼 본관 앞에는 ‘라이브러리 웨이’라는 좁다란 길이 있다. 길바닥 동판에 책과 언론에 관한 위인들의 경구(警句)가 새겨져 있다. 그중 20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의 격언이 인상적이다. ‘진실은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나 거짓은 꾸며내야 한다.’ 가짜와 선동이 판치는 이 세상에 진실을 수호할 최후의 보루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서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기 위한 실무 접촉 제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북한과 백신 지원 등의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새 정부 초반부터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전날(12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강하게 규탄했지만, 군사 도발과는 별개로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는 ‘투트랙’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박한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자세하게 코로나19 상황 공개한 北북한은 전날 전국에서 1만8000명의 코로나19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누적 발열자가 35만 명이고, 18만7800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망자는 6명이고, 이 중 1명에게서는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현황에 대해 상세히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지목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인접한 중국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확산됐는데 북한이 대규모 군중이 참석하는 열병식을 개최한 건 방역 역량을 과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노동신문에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공개한 것은 갑작스러운 전면 봉쇄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평양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주민은 ‘나라에서 대책은 없이 그냥 집밖에 나오지 말라면 집에 앉아서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존 무어 미국 코넬대 의대 웨일코넬메디신의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이 봉쇄를 통해 전염을 제한하지 못한다면 인구의 매우 높은 비율이 조만간 감염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끔찍한 대학살은 국민에 대한 정권 장악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도 북한의 이런 상황을 보고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상황이 간단치 않다.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윤 대통령이나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은)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졌다”며 “당초부터 방역전의 장기화를 예견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기구적, 물질적, 과학기술적 대책들을 일관하게 취해왔다”고 했다. 방역에서도 ‘자력갱생’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12일(현지 시간) “북한은 코백스의 백신 기부 제안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면서 “미국은 현재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북한, 핵실험 준비 계속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에어버스의 10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 주변에 새로운 구조물들이 세워졌다고 보도했다. 이 구조물들은 3번 갱도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려는 것으로, 갱도 내부에 공기 공급과 환기, 전기 및 전원 공급 등을 제공하는 장치들을 설치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핵실험 준비는 돼 있는 것 같다. 다만 핵실험을 하기 전에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직장인 A 씨(41)는 이달 초 카드론으로 연 8.6%의 금리에 1500만 원을 빌린 뒤 약 1300만 원으로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 ‘루나’에 투자했다. 주식으로 본 손실을 루나로 만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13일 그가 보유한 루나 평가액은 5만5000원으로 급락했다. 수익률은 ―99.57%. A 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빚투(빚내서 투자)’했는데 다 날렸다”고 했다. 한국인 엔지니어가 개발한 가상자산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가 연일 폭락하면서 국내외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13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루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루나 가격은 ‘0달러’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루나, 테라 외에 다른 코인들도 투자자 피해를 낳으며 ‘코인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루나에 물린 투자자 17만 명1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8시 반 기준 루나 가격은 0.00003달러로 하루 새 99.96% 하락했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었다. 1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시세도 이날 같은 시각 0.1616달러로 전일 대비 68.43% 급락했다. 최근 며칠간 가격이 급락하자 바이낸스는 이날 오전 루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두 코인 값은 추가 폭락했다. 인터넷에선 루나 18억3800만 원어치를 샀는데 평가액이 485만 원(수익률 ―99.74%)이 된 전자지갑 사진을 캡처한 ‘손실 인증샷’도 돌아다녔다. 금융권에 따르면 12일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서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 수는 17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루나가 급락한 7일 이후 국내 거래소의 루나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 루나 물량을 국내 거래소로 옮긴 뒤 차익을 노린 매도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빗썸은 11일, 업비트 코빗 코인원은 13일에야 외부 거래소에서 루나를 들여오거나 반출하지 못하도록 입출금을 막았다. 거래소들의 뒷북 대응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거래소들의 거래 규모와 대응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현행법상 당국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만 처벌할 수 있다. 이번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 하루 만에 가상자산 시총 258조 원 증발‘테라 생태계’는 루나를 활용해 테라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시킨다. 투자자가 테라를 일정 기간 시스템에 예치하면 연이자 20%를 지급한다. 가치가 안정적인 데다 높은 이자까지 주니 두 코인은 시총이 80조 원에 육박하며 광팬을 의미하는 ‘루나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7일부터 테라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이 시작됐고 이에 투자자들은 루나와 테라를 내던졌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도 문제가 터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과 코인 발행사(GMO-Z.com 트러스트)는 ‘GYEN’의 안정성을 호도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며 투자자에게 집단소송을 당했다. 일반 가상자산 시장도 최근 증시 불안으로 충격을 입었다. 미 CNBC 방송은 12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세계 가상자산 시총이 2000억 달러(약 258조 원) 이상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비즈니스는 이날 최근 코인 급락세에 대해 “리먼 브러더스의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컨설팅 회사 블리츠랩스의 김동환 이사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미국 정부와 의회가 관련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그간 스테이블 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해 온 만큼 규제가 마련되면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서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기 위한 실무 접촉 제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북한과 백신 지원 등의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새 정부 초반부터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전날(12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강하게 규탄했지만, 군사 도발과는 별개로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는 ‘투트랙’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박한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하게 코로나19 상황 공개한 北북한은 전날 전국에서 1만 800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누적 발열자가 35만 명이고, 18만 7800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망자는 6명이고, 이 중 1명에게서는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현황에 대해 상세히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지목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인접한 중국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확산됐는데 북한이 대규모 군중이 참석하는 열병식을 개최한 건 방역 역량을 과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노동신문에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공개한 것은 갑작스런 전면 봉쇄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평양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갑자기 봉쇄 조치가 내려져 주민들이 당황하고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나라에서 대책은 없이 그냥 집밖에 나오지 말라면 집에 앉아서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심상치 않은 민심을 고려해 상황의 심각성을 자세히 밝힐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존 무어 미국 코넬대 의대 웨일코넬메디슨의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이 봉쇄를 통해 전염을 제한하지 못한다면 인구의 매우 높은 비율이 조만간 감염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끔찍한 대학살은 국민에 대한 정권 장악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도 북한의 이런 상황을 보고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상황이 간단치 않다.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윤 대통령이나 국제사회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은)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졌다”며 “당초부터 방역전의 장기화를 미리 예견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 기구적, 물질적, 과학기술적 대책들을 일관하게 취해왔다”고 했다. 방역에서도 ‘자력갱생’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북한은 앞서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가 배정한 아스트라제네카, 시노백 백신 수령을 거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12일(현지 시간) “북한은 코백스의 백신 기부 제안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면서 “미국은 현재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준비 계속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에어버스의 지난 10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 주변에 새로운 구조물들이 세워졌다고 보도했다. 이 구조물들은 3번 갱도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려는 것으로, 갱도 내부에 공기 공급과 환기, 전기 및 전원 공급 등을 제공하는 장치들을 설치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핵실험 준비는 돼 있는 것 같다. 다만 핵실험 하기 전에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실험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연일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다. 한국산 가상화폐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리자 미국 정부와 의회가 가상화폐 추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CNBC방송은 12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약 258조 원) 이상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코인매트릭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표 주자’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2만5401.29달러까지 떨어졌다.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2만60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이더리움도 코인 당 1704.05달러까지 내렸다. 2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만회해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13일 오전 10시) 현재 2만9000달러 대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 가격도 20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증시 불안 여파로 찬바람을 맞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인플레이션 악화에 따른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긴축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8.3%로 전달(8.5%)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8% 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가상화폐로 불리는 루나와 테라USD 폭락 사태로 시장에 공포감이 감돈다. 테라USD는 코인 1개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지만 최근 대폭락을 거듭해 이날 오후 9시 현재 10센트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루나 가치 역시 동반 폭락했다. 외신은 코인 가치가 연쇄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렸다고 전했다. 테라USD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는 두 코인 폭락 사태에 거래를 일시 중단한 뒤 재가동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가동 중단은 두 코인이 거래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규제책 마련에 착수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가상화폐 가치의 급격한 하락에 대응해 추가적인 연방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회도 대응에 나섰다. 상원 은행위원장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11일 테라USD 사태 관련 성명을 내고 의회와 감독 당국 차원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운 의원은 “이런 복잡한 상품은 미국인이 어렵게 번 돈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고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CVID는 북한이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 때는 사용을 자제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국의 대북 기조가 180도 달라진 것.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11일(현지 시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현해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하루 만에 북한 미사일 도발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것. 북한은 그동안 CVID에 대해 “패전국에나 사용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수위를 낮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D)’ 등 용어로 대체한 바 있다. 조 대사는 또 “북한은 도발을 저질러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보리는 북한의 반복된 도발에 강화된 조치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명백하게 ‘도발’로 규정한 것. 우리 군 당국 역시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표현을 자제했지만 앞으론 ‘도발’이라고 지칭하겠다는 것. 이 같은 기조 변화는 미국과 발을 맞추며 북한 도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의 방향성에 결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정권 교체에 따라 외교안보 기조 자체가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앞서 1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자 경고 수위를 높여왔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는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에서 ‘CVID’를 부활시켰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역시 지난달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이라 저격하며 “CVID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새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 관련해 “새로운 것을 다시 강경하게 하는 게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증시의 거듭된 폭락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던 애플이 그 자리를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에 내줬다. 11일(현지 시간)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주가가 5.18% 급락하며 시총이 2조3700억 달러(약 3053조 원)로 떨어졌다. 반면 아람코는 이날 시총이 2조4300억 달러로 애플을 넘어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아람코는 국제유가 강세의 여파로 최근 순익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아람코의 주가도 올 들어 27% 급등했다. 아람코는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와 동시에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됐지만 2020년 7월 애플에 밀려 시총 2위로 떨어졌는데 거의 2년 만에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반면 애플을 비롯한 테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악화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크게 고전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20% 가량 내린 상태다. 뉴욕 증시는 이날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 급락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26.63포인트(1.02%) 내린 31,834.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5%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3.18%나 급락했다. 증시 하락은 이날 발표된 물가지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3% 올라 전달(8.5%)보다는 상승세가 다소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8.1%)보다 높아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애플을 비롯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4.51%)과 넷플릭스(―6.35%) 등 기술주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내렸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