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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동물의 뇌를 자기장으로 자극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뇌 회로 작동 원리를 규명한다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자기장으로 뇌 신경회로를 무선·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나노-MIND(Magnetogenetic Interface for NeuroDynamics)’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에는 IBS 나노의학연구단 천진우 단장(사진)과 곽민석·이재현 연구위원 연구팀과 인지·사회성연구단이 참여했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뇌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돼 있다. 고차원적 뇌 기능을 규명하고 뇌 질환 원인을 알아내려면 뉴런들로 이뤄진 뇌 신경회로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어 기술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발전에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의 뇌에 이식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뇌 임플란트’를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차세대 자기유전학(자기장에 의한 기계적 자극을 통해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나노-MIND 기술로 특정 뇌 회로를 자유자재로 제어해 동물의 감정과 사회성·동기 부여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자기장과 자성을 띠는 나노입자를 이용해 원하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한 것이다. 연구 결과 모성애를 조절하는 뇌 회로가 활성화된 실험군 암컷 쥐는 어미 쥐가 아닌데도 새끼 쥐를 자신의 둥지로 데려오는 등 돌봄 행동이 나타났다. 또 외측 시상하부의 동기부여 뇌 회로를 활성화해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동기부여 회로의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한 쥐는 식욕과 섭식 행동이 100% 증가했다. 천 단장은 “자기장으로 특정 뇌 회로를 조절하는 세계 최초의 뇌과학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며 “정교한 인공신경망과 양방향 BCI 기술 개발, 뇌 신경질환 치료법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3일자에 실렸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관련 허위사실 유포가 있었다며 금융감독원 조사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임 이사는 4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경영권 분쟁을 운운해 주식시장 교란 등 혼란을 일으킨 세력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이사는 현재 해외 체류 중으로 귀국 일정을 앞당겨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방침이다. 임 이사는 “경영권 분쟁을 운운해서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 언급은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임 이사는 “(특정 세력이)단순 매매계약을 경영권 분쟁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을 교란하며 이득을 얻으려 혼란을 불러온 세력이 있고 이부분에 대해 금감원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앞서 임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손을 들어줬던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측으로 합류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송 회장 측 모녀 동맹이 올해 3월 말 뺏겼던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다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자 임 씨 형제는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임 이사는 신 회장을 서둘러 만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조만간 신 회장과 만나 한미약품 그룹이 가야할 수순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에 대해선 “내가 같이 갈 전문경영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법조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6.5%(444만4187주)를 사들이기로 한 데 이어, 세 사람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했다. 송 회장 측은 48.19%의 지분을 확보해 임 씨 형제 측 우호 지분(29.07%)을 크게 앞서게 됐다.송 회장 측은 임시 주주총회을 열어 신 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 씨 형제 측 인사 5명, 송 회장 측 인사 5명으로, 양측의 이사 수가 같아진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이자 그룹의 핵심인 한미약품 이사회를 송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실질 경영권은 송 회장 측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송 회장은 이번 거래로 15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해 남은 1000억 원대의 잔여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임 부회장도 200억 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신 회장은 송 회장 모녀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이사회 진입을 통해 회사 경영에도 관여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자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고교 동창으로 각별한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회사 창업 이후부터 꾸준히 사모은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천억 원대의 자산가가 됐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연구진이 동물의 뇌를 자기장으로 자극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뇌 회로 작동 원리를 규명한다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자기장으로 뇌 신경회로를 무선·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나노-MIND(Magnetogenetic Interface for NeuroDynamics)’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에는 IBS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과 곽민석·이재현 연구위원 연구팀과 인지·사회성 연구단이 참여했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 이상의 뇌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돼 있다. 고차원적 뇌 기능을 규명하고 뇌 질환 원인을 알아내려면 뉴런들로 이뤄진 뇌 신경회로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어 기술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발전에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의 뇌에 이식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뇌 임플란트’를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차세대 자기유전학(자기장에 의한 기계적 자극을 통해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나노-MIND 기술로 특정 뇌 회로를 자유자재로 제어해 동물의 감정과 사회성·동기 부여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자기장과 자성을 띠는 나노입자를 이용해 원하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한 것이다. 연구 결과 모성애를 조절하는 뇌 회로가 활성화된 실험군 암컷 쥐는 어미 쥐가 아닌데도 새끼 쥐를 자신의 둥지로 데려오는 등 돌봄 행동이 나타났다. 또 외측 시상하부의 동기부여 뇌 회로를 활성화해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동기부여 회로의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한 쥐는 식욕과 섭식 행동이 100% 증가했다. 천진우 단장은 “자기장으로 특정 뇌 회로를 조절하는 세계 최초의 뇌과학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며 “정교한 인공신경망과 양방향 BCI 기술 개발, 뇌 신경질환 치료법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3일자에 실렸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한명진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사진)이 3일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SK스퀘어는 SK그룹의 투자전문회사다. SK스퀘어는 “이사회 내 인사보상위원회에서 한 신임 사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했다”며 “다음달 14일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SK텔레콤 최고전략책임자(CSO), 글로벌사업개발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올 들어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아 경영활동을 주도해 왔다. SK스퀘어는 “앞으로 반도체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그(조 바이든 대통령)는 너무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무능한 게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첫 미 대선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열린 버지니아주 체서피크 선거유세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졸전을 벌여 ‘최악의 토론’이란 혹평까지 받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며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단 의지를 분명하게 내비친 것.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참패했단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토론이 몰고 올 후폭풍이 한미 관계엔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재집권 경보는 이미 충분히 예고된 변수였지만 이번 토론을 계기로 ‘트럼프 리스크’가 훨씬 더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눈앞의 과제는 물론이고 북핵 협상이나 경제안보 등까지 (한미 간) 주요 이슈 전반에서 격변의 수준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북한 문제 등 담판 가능성” 한반도가 신냉전 구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도발에 맞선 대응이나 북핵 협상 등에서도 현재와 크게 다른 접근법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직접 담판을 짓고 주판알을 튀기며 한반도 안보 이슈를 풀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을 상대론 거친 언사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당근을 제시하며 극적인 협상판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첫 TV토론에서 “푸틴, 시진핑, 김정은은 바이든을 존중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자신이 집권하면 협상이든 제재든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직접 담판 짓고 해결하겠단 의미로 들렸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를 제도화 수준으로 다지는 등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이미 공고히 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반도 안보 이슈에서 패싱당할 염려는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분노와 화염’ 공세와 ‘통 큰 선물’ 세례를 정신없이 내던질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상 북-미 직거래 과정에서 언제든 우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북핵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첫날부터 ‘마가노믹스’ 정책을 내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마가노믹스는 자신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것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 등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 체제에서 대미 전략을 짜온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전 세계 최저가 에너지 공급을 강조하며 신재생에너지 대신 석유, 천연가스, 핵, 석탄, 수력발전소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내세울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등 우리 친환경 산업 분야가 타격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격적으로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삼성, LG, SK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IRA 폐지 혹은 생산·소비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사업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시작으로 주한미군 감축 등 이슈까지 연쇄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증액까지 요구한 전력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하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을 노골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국내에서 더욱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선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트럼프가 우리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박영재 서울고법 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22기)와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60·23기), 이숙연 특허법원 고법판사(56·26기)를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부산 출신인 박영재 고법 부장판사는 배정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김명수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는 등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노경필 고법 부장판사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헌법·행정 사건을 맡았고, 법무부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공법 전문가로 꼽힌다. 2016년 광주고법에서 열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에서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숙연 고법판사는 인천 출신으로 여의도여고와 포항공대(포스텍)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장을 맡는 등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전문가로 꼽힌다. 2011년 여성 최초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 임명됐고,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장을 지냈다. 이 고법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오경미 신숙희 대법관과 함께 여성 대법관 3명 모두 젠더법연구회 출신이 된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투표를 거쳐 임명되면 전원합의체 판결을 맡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의 구도가 중도·보수 10명 대 진보 3명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가로채도 가족이란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1년 만이다. 헌재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부터 이 조항은 적용이 중지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12년 만에 판단을 바꾼 것이다. 다만 헌재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을 제외한 먼 친척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형법 328조 2항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도·손괴죄를 제외한 모든 재산 범죄가 대상이어서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예를 들어 부모나 자식이 상대방에게 저질렀다면 처벌할 수 없었다. 헌재는 친족 간 재산 범죄는 처벌 면제 등 특례가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는 인정했다. 그러나 획일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토록 해 피해자가 재판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문제로 봤다. 헌재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켜 본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입법 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친족상도례가 악용돼 재산 범죄를 당한 장애인, 미성년자, 노인 등의 피해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 상황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1953년 형법 제정 때 도입된 친족상도례 조항을 두고 핵가족 등으로 변화한 가족 관계와 달라진 시대상에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방송인 박수홍 씨와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가족의 범죄 의혹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국민적 관심도 커졌다. 박수홍 씨의 친형이 박 씨의 출연료와 기획사 자금 등 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박 씨의 아버지는 검찰 조사에서 “(횡령한)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이사장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아버지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홍 씨를 대리하는 노종언 변호사는 이날 “가족의 의미에 대한 국민 상식과 법 감정, 시대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가족 간에는 은밀하고 죄의식 없이 횡령 등 재산 범죄가 발생해도 친족상도례라는 낡은 악습으로 피해 복구가 어려웠는데 이번 헌재 결정으로 피해 구제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가족 간 사기나 횡령 등 재산 범죄를 저질러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형법 제정 이후 71년 만이다. 다만 먼 친척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헌재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부터 이 조항은 적용이 중지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12년 만에 판단을 바꾼 것이다. 다만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을 제외한 먼 친척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328조 2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도·손괴죄를 제외한 모든 재산범죄가 대상이어서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부모나 자식이 저질렀다면 처벌할 수 없었다. 헌재는 친족 간 재산범죄는 특례가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획일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토록 해 피해자가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문제로 봤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켜 본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헌재는 친족상도례가 악용돼 재산범죄를 당한 장애인, 미성년자, 노인 등의 피해가 제대로 복구 되지 않는 상황도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친족상도례 조항을 적용하면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친족상도례’를 두고 핵가족 등으로 변화한 가족관계와 시대변화에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친족상도례 조항이 있는 해외 국가와 비교해도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도 많았다.특히 방송인 박수홍 씨와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가족의 재산범죄 의혹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박 씨의 친형이 박 씨의 출연료와 기획사 자금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박 씨의 아버지는 검찰 조사에서 “(박 씨의 형이 횡령한)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이사장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아버지를 고소했다.박 씨를 대리하는 노종언 변호사는 이날 “가족의 의미에 대한 국민 상식과 법감정, 시대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 수가 처음으로 2만 명을 넘기며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적발된 마약사범 3명 중 1명 이상은 10대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고, 여성 사범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26일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 수는 2만7611명으로 2022년(1만8395명)보다 50.1% 증가했다. 마약사범은 2019년 1만6044명에서 2020년 1만8050명으로 급증한 뒤 2021년 1만6153명으로 줄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마약사범 가운데 10대는 1477명으로 전년(481명)의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대 마약사범도 8368명으로 2022년(5804명)보다 44.2%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10대와 20대의 비율은 35.6%에 달했다. 마약사범 3명 중 1명이 10대와 20대인 셈이다. 여성 마약사범도 8910명으로 2022년 4966명보다 79.4% 증가했다. 전체 마약사범 중 여성의 비율은 2021년 23.6%, 2022년 27%, 지난해 32.3%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약을 만들고 판매하는 공급사범도 9145명으로 전년보다 87%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압수된 마약류는 998kg으로 전년(804.5kg)보다 24% 증가했다. 특히 ‘필로폰’이라 불리는 메트암페타민과 야바·케타민·JWH-018(합성대마)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전체의 82.5%를 차지했다. 마약 밀수범죄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마약 밀수량은 지난해 637.87kg으로 2022년(393.47kg)보다 62.1% 늘었다. 대검찰청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국제교류량이 증가하며 밀수량이 팬데믹 이전보다 현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96명이던 외국인 밀수사범도 지난해 590명으로 5년 새 약 3배로 늘어났다. 마약 거래 방식은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불리는 온라인 비대면 방식이 일반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 관계자는 “유통 조직이 다크웹·보안메신저·가상화폐의 익명성을 이용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병의원의 무분별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으로 온라인 환경에서의 불법 유통범죄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를 생산하는 협력업체 직원이 제조법을 찍어뒀다가 이직한 회사에서 활용했다면 영업비밀 누설 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월∼2016년 7월 삼성전자 2차 협력사인 A사의 생산부 직원으로 일했던 정 씨는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해 삼성전자 휴대전화 ‘갤럭시’시리즈에 납품했던 방수 점착제의 제조법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8차례에 걸쳐 원료 계량 및 제조 지시서를 촬영한 정 씨는 2곳의 업체로 이직하면서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직한 정 씨에게 A사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한 업체 관계자 2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정 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고, 정 씨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정 씨가 제조법을 영업비밀로 인식해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 씨가 이직한 업체의 관계자들도 우연한 기회로 제조법을 알게 됐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해당 기술에 대해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고,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며 영업상 비밀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조법은 A사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이라며 “퇴직 이전에 정 씨에게 비밀정보로 고지됐고 비밀유지 의무가 부과됐으며, 그 의무는 퇴직 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정 씨가 제조법을 촬영해 보관했을 당시에는 영업비밀을 유출할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퇴직 후에는 이를 누설하거나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알았을 거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정 씨와 함께 기소된 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서도 “피해 회사의 허락 없이 (제조법을) 사용하거나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운전 중 도로에서 백색 실선으로 그려진 차선을 넘어가 인명사고를 냈더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거나 운전자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백색 실선 침범’은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해 12대 중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A 씨는 2021년 7월 대구 달서구의 한 도로에서 백색 실선을 넘어 차로를 변경했다가 뒤따라오던 택시가 급정거하면서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피해자가 원치 않거나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가해자를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통행금지 안전표지 위반’ 등 12대 중과실로 인명사고를 일으켰다면 종합보험에 가입했어도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백색 실선이 차선 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로 보고 A 씨가 12대 중과실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 판례도 검찰의 판단과 같았다. 그러나 1, 2심은 백색 실선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고 A 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백색 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선 처벌 특례가 적용된다”며 “백색 실선을 ‘통행금지 안전표지’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통행금지와 진로변경금지는 개념이 다르고, 도로교통법에서도 각각 다르게 처벌하는 만큼 ‘백색 실선 침범’을 12대 중과실로 인정했던 종전 판례를 변경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통행 방법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 문언(文言)에서 말하는 ‘통행금지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현직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하는 입장문을 20일 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화영 술자리 회유’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신상털이’에 나서자 정면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수원지검 박상용 부부장 검사는 이날 밤 검찰 내부망에 입장문을 올려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하거나 진실을 조작한 사실이 없고 검찰 시스템상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측이 1심 선고 직전부터 ‘박 부부장이 검찰청사에서 술자리를 열고 진술조작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박 부부장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부부장은 202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다.박 부부장은 “이화영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 등) 1심 판결이 임박하자 이화영과 일부 공당에서 검찰청 술판 의혹 등 허위 주장을 하며 수사 과정에 대해 조직적인 비방을 했다”며 “이 같은 주장은 출정일지, 조사실 사진 등 객관적인 자료와 관계 당사자의 진술로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했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가 술을 마셨다고 지목한 날짜의 출정일지와 호송 계획서, 영상녹화실 내부 사진 등을 공개하며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100% 허위”라고 반박한 바 있다.또한 박 부부장은 이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총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후 민주당 의원이 ‘박 부부장이 2019년 울산지검 근무 시절 음주 관련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박 부부장은 “최근 이화영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중형이 선고되자 일부 공당으로부터 2019년 울산지검 청내 행사와 관련해 저를 상대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의혹도 제기됐다”며 “이 또한 명백한 허위 사실로 당시 울산지검에 근무한 검찰 구성원들을 상대로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박 부부장은 “검사로서 주어진 직분에 따라 눈앞에 보이는 범죄를 충실히 수사했고 어느 검사가 제 위치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검사로서 직분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현재 저는 물론 가족까지 모욕과 인격 침해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의혹 제기를 빙자한 악의적인 인격 침해와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박 부부장이 수사했던 이 전 부지사는 7일 1심 재판에서 대북송금 관련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정치자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2020년 1월 쌍방울에 대납하게 한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과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가 불법 반출이었다고 인정했다. 특히 이 대표의 방북 비용 중 200만 달러는 금융 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불법 지급됐다고 봤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진행 중인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다음 주까지 휴진을 연장할지를 20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대병원의 외래진료 및 수술 건수가 상당히 회복된 데다 내부에서도 “휴진 연장이 의미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와 ‘1주일 휴진’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대 교수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도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외래진료-수술 건수 사흘 만에 대부분 회복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의 휴진을 다음 주에도 진행할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 선언 직후 첫 주인 17∼21일 진료 예약을 연기한 바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음 주(24∼28일) 예약을 연기하려면 20일 결정을 내리고 21일 일정 변경을 해야 한다”며 “20일 총회를 열고 휴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한 휴진 첫날이었던 17일 25%가량 줄었던 서울대병원의 외래진료와 수술 건수도 18, 19일 상당수 회복됐다. 수술의 경우 18일 전날보다 12% 늘었으며 19일에도 10%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도 외래진료와 수술이 상당수 회복됐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19일 외래진료와 수술 건수는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이후 평균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사이에선 ‘일주일 이상의 휴진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말이 나온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휴진 첫날인 17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까지 일정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며 이번 주까지만 휴진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비대위가 “일주일 휴진은 비대위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뒤집기도 했다. 내부에선 여전히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취소 등 요구사항이 수용될 때까지 휴진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환자를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결국 항복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법원도 정부 손 들어줘 서울대병원 외에는 연세대 의대 산하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힌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동안 휴진에 돌입하되 이후는 정부 정책에 따라 휴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 병원은 휴진에 들어가더라도 중증·응급 진료는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다. 5대 대형병원 중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내부적으로 무기한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는 20일 교수 총회를 열고 무기한 휴진 돌입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한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는 15일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무기한 휴진은 교수들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 결정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또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 배정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 보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대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9일 의대생, 의대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를 기각했다.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한 것이다. 대법원은 집행정지 불허 판단을 내리면서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원배정이 당장 정지되지 않더라도 2025년에 증원되는 정원은 한 학년에 불과하므로, 의대 재학생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증원된 수의 신입생이 입학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의료인 양성에 필요한 교육이 불가능해진다거나 그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증원되는 것을 전제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신청인들 중 의대 재학생의 신청인 적격은 인정했다. 이외에 의대 교수 등 나머지 신청인들의 신청인 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결론에도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원심 결정 가운데 교육부 장관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증원 발표를 한 것을 두고 원심이 증원발표의 대상 적격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것은 교육부 장관과 협의한 내용일 뿐이어서 효력이 없단 취지다. 다만 원심에서 집행정지 신청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기 때문에 원심 결정을 파기하지는 않았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병원 의사에게 최루액을 뿌렸다 체포된 30대 여성이 ‘몰래카메라 안경’을 쓰고 수사 중인 경찰과 구속영장실질심사 중인 판사 등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검사 남계식)는 4일 전모 씨(30)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전 씨는 병원 의사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출동 경찰에게 난동을 부려 체포됐는데, 녹화녹음 장치가 부착된 ‘몰카 안경’을 쓰고 수사와 재판 과정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경에는 수사 중인 경찰의 대화, 유치장 내부, 구속영장실질심사 내용과 판사 얼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검찰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달 13일 대구광역시 동구의 한 병원에서 자신이 요구한 약물을 처방해주지 않는 의사 얼굴에 호신용 가스총으로 최루액을 수차례 뿌렸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을 때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전 씨는 대구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대구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특수폭행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그 후 검찰이 교도관으로부터 전 씨의 영치품 중 수상한 안경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해보니 해당 안경이 카메라와 음성녹음 기능을 갖춘 몰래카메라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이 안경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해보니 200여 개의 녹화파일이 발견됐다. 해당 파일에는 경찰이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수사할지 협의하는 대화 내용이 녹음돼있었고 전 씨 시각에서 본 유치장 내부 모습이 담겨있었다. 또한 구속영장실질심사 장면과 함께 영장담당판사와 법원 직원들의 얼굴도 찍혀있었다. 해당 안경은 안경테를 만지면 녹화가 시작되고 140분 가량 녹화가 가능한 배터리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검은 뿔테 안경으로만 보일 뿐 카메라 렌즈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불법촬영을 당한 경찰, 판사, 법원 직원 등도 얼굴과 대화가 몰래 촬영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이 사건을 수사한 고신관 검사는 “구속 송치된 사건을 면밀히 수사해 불법 촬영 사실을 적발했고 영장전담판사 등 불법촬영 피해자들에게도 추후 사실을 고지했다”며 “향후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법관들이 ‘법원은 칼도 없고 지갑도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엄청 잘못된 말이다. 어느 칼이며, 어느 지갑도 사법부에 복종하지 않는 데가 있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담긴 헌법 조문들을 직접 손으로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법관들이 나약해지거나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대법관 3명의 후임에 대한 임명 제청 원칙에 대해선 “실력이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첫 번째 수단”이라고 못 박았다. 법관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날 인터뷰는 4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정원수 부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의 사법화에 이어 경제의 사법화까지 심화되면서 사법부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민감한 사건들이 사법부로 밀려들고 있다. 미국도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걸로 나라가 두 쪽으로 나누어져 한쪽에선 재판을 잘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똑같지 않나.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법관과 대법원장의 역할은…. “문제가 됐을 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다.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앞장서서 지켜낼 거고, 법관의 권한이 막강하니 자부심을 갖고 재판해야 한다. 대통령도 사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법관은 할 수 있다. 법관들이 자꾸 나약해지지 말고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방안은…. “사법부 독립이라고 개별 법관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사법부가 판결의 일관성을 가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 국민이 형을 높이라 하고 구속하라고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헌법과 법률인지 고민하고 일관성을 갖고 제대로 재판해야 한다.” ―사법부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법관에게 인신공격만 해선 긴장하지 않는데, 언론과 법학교수 등이 판결에 대해 학술적으로 비판하면 법관들도 ‘엉터리 판결했다간 이렇게 혼나는구나’라고 긴장한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이라는 항로를 이탈하면 국민들 보기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보일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 “국민들께 송구하고 그런 일이 생겼다는 자체가 안타깝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앞으로 시스템을 고쳐 나가겠다.”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을 제청하는 최우선 기준은….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시각을 다양하게 봐야 하지만 실력이 최우선이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 넘게 처리해야 한다. 흔히 사회에서 인권과 다양성을 얘기할 때 성소수자 예를 많이 드는데, 성소수자 건강보험 등도 중요하지만 사형당할 수 있는 피고인에 대한 정교한 판결도 중요하다. 실력이 인권을 보호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앞으로 이념적으로 치우침 없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해도 되나.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의 투표권은 13분의 1밖에 안 된다. 대법관 시절에도 전합에서 대법관끼리 고성을 지르며 법리를 다투고 한 달 동안 신경전 하는 모습도 봤다. 그게 대법원이다.” ―사회적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양형 등 제도가 못 따라오는 문제도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계속 시정하고 있다. 성폭력도 예전엔 보통 3∼5년이거나 집행유예였는데 지금은 최하가 징역 3년이다. 기술 유출, 스토킹, 보이스피싱, 동물학대 등의 양형 기준도 높아진다. 다른 죄의 형량이 높아지니 지금은 살인죄가 오히려 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형벌을 높이는 것만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도 깊이 연구해봐야 한다.” ―청문회에서 밝힌 조건부 구속영장제 도입 경과는…. “사법 불신 중 큰 부분이 구속 문제다. 나도 학교(성균관대 로스쿨)에 있을 때 교수들이 현안을 두고 구속 여부를 물으면 전혀 답변할 수 없었다. 구속도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조건부 구속영장제가 100%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이 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입법 사안이라 우리가 할 순 없고, 국회가 입법하겠다면 반대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쟁점인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지면서 압수수색이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해졌다. 입법으로 할지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할지 정해진 건 없고 관련한 정책 용역 결과가 9월에 나온다. 규칙으로 하는 게 논란이 된다면 국회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국회가 얼마든지 나설 수 있는 사안이지 않느냐.” ―대법원장이 보는 법관의 조건은…. “법관이 되려면 새벽에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 봐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격언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도 ‘런던의 빈민가에 가보지 않은 자는 내 연구실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법관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춰야 국민들의 신(信)을 얻을 수 있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인 ‘인’, 정의감과 부끄러움을 뜻하는 ‘의’, 본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지적 겸손(intellectual modesty)으로서의 ‘예’, 법관으로서 실력인 ‘지’다. 이런 태도를 가진 법관들을 우대하는 인사를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 조희대 대법원장 약력△1957년생(67세) 경주 출생 △경북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 △서울 형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장 △대법관 (2014년 3월∼2020년 3월) △성균관대 법학전문 대학원 석좌교수 △제17대 대법원장(2023년 12월 취임. 2027년 6월 정년퇴임 예정)[단독]조희대 “법관 임용 ‘배석 3∼5년, 재판장 10년’으로 이원화해야”재판 지연 해소” 거듭 역설… 법관 3000명이 年 600만건 맡아다른 나라보다 업무 2∼8배 많아… 법관 늘리고 법관임용제 손볼 필요재판연구원-사법보좌관 충원해… 판사의 과중한 업무 분담시켜야““제가 제일 외롭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에 와서 책임감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재판 지연 해소’를 사법부의 최우선 현안으로 꼽은 그는 주로 점심을 혼자 집무실에서 먹으며 시간을 아껴 일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챗GPT’를 깔아두고 세계 각국의 사법제도 등을 영문으로 직접 찾아본다. 최근 2개월간 전국 법원을 돌며 구성원을 만나온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4시간 동안 재판 지연 등 사법부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 지연 문제의 진단은 마쳤나. “근본적으로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휴직 등을 빼면 3000명도 안 되는 법관이 연간 600여만 건을 맡아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2∼8배 수준으로 많다. 거기에 가정법원의 면접교섭 같은 복지후견이나 회생사건 등 업무 범위도 늘어나는데 인원은 그대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니 모든 증인이 법정에 나와야 해 예전에 수백 건 처리할 시간에 한 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복합적 문제인데 구체적 해결 방안은…. “결국 법관 수가 늘어야 하고 법관임용제도 우리 실정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우선 법원장이 실태를 상세히 알기 위해 직접 장기미제사건 재판을 맡도록 했다. 판결문을 핵심만 간단히 써서 한 주당 3건씩 쓰던 것을 5, 6건씩 써 보자고도 제안했다. 또 재판연구원과 사법보좌관 등을 적극 충원해 법관 업무를 분담시켜야 한다. 사법 정보화를 서둘러 기록들을 전자화하고, 사건 요약과 판례 검색 등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부터 법관 최소 법조경력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는데….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법조경력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이 (3명이 재판하는) 합의부를 유지하는 이상 거기에 맞는 판사를 뽑아야 한다. 체력이 좋아 기록을 꼼꼼히 볼 수 있는 젊은 배석판사와 경륜을 토대로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재판장이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들만 판사로 뽑는 ‘법조일원화’는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는 법관을 선발하자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내년부터는 법조경력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변호사나 검사만 판사가 될 수 있다. ―배석판사는 젊게, 재판장은 노련하게 뽑자는 건가. “내가 아는 노래 중에 ‘몰라서 걸어온 그 길, 알고는 다시는 못 가게 된다’는 가사가 있다. 처음엔 몰라서 했지만 겪고 나면 못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연구관을 할 때 주말에 아픈 몸을 이끌고 다음 날 내야 하는 보고서를 한 페이지씩 넘길 때 이 가사가 생각나더라. 배석판사는 그만큼 깨알같이 악착같이 봐야 하는데, 법조경력 3∼5년 된 젊은 인재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경륜 있는 법관이 재판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식 법관임용제는 우리나라 현실과 안 맞는다. 영미법 근간의 배심제인 미국은 당사자끼리 공방을 벌이고 재판장은 진행자로 다툼이 있을 때만 개입한다. 미국 형사재판은 무죄면 항소도 없고 판결도 안 쓴다. 반면 우리는 법관이 기록을 직접 다 검토해 유무죄를 가리고 많게는 수천 쪽짜리 판결문도 써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미국식으로 하는 건 국민을 속이고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이미 실패한 벨기에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끝까지 가보고 돌아가자’고 할 이유가 있나. 환상을 심어줄 게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판기간을 법으로 정하는 방법은 어떤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선거사범은 1심을 6개월, 2∼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강행 규정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지켜지지 못할 만큼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조 대법원장이 건넨 서류에는 선거사범의 재판기간을 강행 규정으로 정한 공직선거법 제270조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재판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당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법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법정 규정마저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법관 증원 법안이 폐기됐는데…. “전국 법원을 순회할 때 ‘법관 한 명이라도 보내 달라’는 말을 가는 곳마다 들었을 만큼 전국 모든 법원에서 법관 부족이 정말 심각하다. 법관 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3214명인 법관 정원을 5년에 걸쳐 총 370명 늘리는 법관정원법 개정안은 올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야의 무관심 속에 끝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다. ―젊은 엘리트 사이에선 더는 판사가 1순위 지망이 아닌데…. “법관 급여가 동년배 로펌 변호사의 70% 정도라도 돼야 한다. 사명감으로만 법관을 하라고 하면 제도 운영이 안 된다. 로펌 급여의 3분의 1만 받고 누가 법관을 하려 하겠나. 싱가포르에선 법관 보수를 로펌 파트너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였더니 국민의 사법 신뢰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사법부 예산이 국가예산의 0.33% 수준밖에 안 되는데…. “결국 재판 지연도 예산 부족과 맥이 닿아 있다. 재판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형사소송 전자화도 예산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 전산망 해킹 사태 이후 전담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월급이 너무 낮아 구인난이 심했다. 사법부 예산을 2000억 원만 증액해도 2조 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사진)은 “노동법원 설치만큼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급선무”라고 밝혔다. 관련 법령이 모호해 특정 임금이 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와 파견근로자 지위 등을 두고 소송이 빗발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쳐야 최종 법리가 세워지는 현실을 입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자 확인 관련 사건을 합치면 장기 미제만 1000건 가까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자 관련 장기 미제사건 때문에 기다리는 2심 사건이 360여 건”이라며 관련 통계가 담긴 서류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노동법원 설치는 정부와 빈틈없이 협의할 것이고,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이뤄지면 법원 판결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설치’를 공식화한 노동법원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첫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하루빨리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다’란 식이든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며 “파견근로자 관련 법안도 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4시간에 걸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판 지연 해소 방안과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대법관의 제청 기준 등 현안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혔다.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를 재판 지연 해결이라고 설명해온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법관 증원과 법조경력 이원화 등 입법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3214명인 판사 정원을 5년에 걸쳐 370명 늘리는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된 상태다. 조 대법원장은 내년부터 판사의 법조 최소 경력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에 대해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경력을 이원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앞장서서 지켜낼 것이고, 법관의 권한이 막강하니 개의치 말고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판결의 일관성을 가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법관의 조건으로는 “새벽에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며 “법관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춰야 국민들의 ‘신(信)’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여부 항목마다 대법 전합서 결정, 이런 나라가 어딨나”‘통상임금 조기 입법화’ 강조현대제철 11년-기아 9년 소송하급심-최종심 달라 혼란도 초래“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딨습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상임금 관련 장기 미제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기업체에선) 임금 항목이 하나 생길 때마다 5년쯤 지나면 그게 ‘통상임금이냐 아니냐’고 한다”며 “하루빨리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라든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공무원의 경우에는 보수라든지 퇴직금이라든지 계산 방식이 법에 정해져 있어 다툴 일이 크지 않다”고 했다. 공무원의 임금 체계처럼 입법으로 기업체의 통상임금이 좀 더 명확해진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다. 이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통상임금은 1개월을 초과해 정기적, 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기준을 처음 세웠다. 하지만 그 뒤에도 정기적, 고정적, 일괄적 해석을 놓고 기업체별로 노사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 재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치다 보니 소송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대제철은 11년, 기아는 9년 만에 통상임금 소송이 최종 확정된 바 있다. 여기에 1, 2심의 판단이 엇갈리거나 하급심과 최종심의 결론이 정반대여서 사회적 혼란도 빚어진다. 특히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임금 지급 항목이 생기면 십중팔구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가령 한 회사가 지급하는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분쟁이 생기면 결국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와 판례가 만들어지고, 그제야 기준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조 대법원장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파견 관계 등 판별이 어려운 경우나 소송 및 재정 부담 등을 감안하면 법을 좀 더 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대법원은 현대제철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현대제철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3년 만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 파견 소송에선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는지에 대한 입증 판단이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현행 파견법에는 지휘 명령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현행법은 근로자 파견의 개념에 관한 간단한 정의만 두고 있을 뿐 사내 도급과 불법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전적으로 법원의 몫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근로자를 파견할 수 있는 업무를 32개로 한정한 현행법이 “산업 현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4)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3일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 명령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나이와 성품, 행실,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해 5월 26일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 A 씨의 부산 금정구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대상을 물색하다 혼자 사는 A 씨를 범행 상대로 낙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앱에서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행세를 하며 연락했고, 범행 당일에는 중고 교복을 사 입고 학생인 척하고 A 씨 집을 찾아간 후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정유정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으나 1, 2심 재판부는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판사 출신인 조한창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59·사법연수원 18기)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박영재 서울고법 부장판사(55·22기) 등 9명이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로 추천됐다. 8명이 현직 법관에 조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9명 전원 전현직 법관 출신이다. 여성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됐고, 검찰 등 비법관 출신은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회의를 갖고 심사 대상자 55명 중 9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9명의 주요 판결 등을 공개하고 19일까지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후보자 3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통상 추천위의 추천 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하기까지 10일가량 걸린다. 후보자가 제청되면 윤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9명 모두 전현직 법관 9명 중 유일하게 현직 법관이 아닌 조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202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박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 등을 역임해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 모두 올 1월 안철상 민유숙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마용주 서울고법 부장판사(55·23기)와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55·23기)는 각 기수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엘리트가 발탁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이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이 대법관에 취임한 건 2014년 권순일 전 대법관이 마지막이다.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60·23기)는 전남 해남, 윤강열 서울고법 부장판사(58·23기)는 광주 출신이다. 노 고법 부장판사는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헌법·행정 사건을 맡았고, 윤 고법 부장판사는 2022년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요양급여 불법 수급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여성 대법관 후보는 윤승은 서울고법 부장판사(57·23기),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58·25기),이숙연 특허법원 고법판사(56·26기) 3명으로 압축됐다. 올해 고위법관 재산 1위(약 202억 원)인 윤 고법 부장판사는 2005년 여성으론 처음으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맡았고 서울고법 노동·선거전담부, 법원도서관장 등을 거쳤다. 박 고법판사는 대법원 노동법 실무연구회 등에서 활동한 노동법 전문가다.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 고법판사는 인공지능(AI) 전문가다.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 등을 거쳤으며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장을 맡고 있고 KAIST 전산학부 겸직교수로 일하는 등 정보기술(IT)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장 낙마’ 이균용 탈락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낙마한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 심사에 동의해 논란이 됐던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2·16기)는 탈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린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59·19기)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후보추천위 회의가 저녁까지 이어지며 오후 7시가 지나서야 9명이 발표됐는데, 논란이 됐던 후보들을 포함시킬지를 두고 상당한 토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옥 전 대법관 이후로 맥이 끊겼던 검사 출신 대법관이 나올지도 관심이 쏠렸으나 이완규 법제처장, 이건리 변호사가 탈락하면서 검사 출신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광형 추천위원장은 “법률가로서 높은 전문성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과 포용력,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굳건한 의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두루 갖춘 후보자를 추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진보 성향인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의 진보 색채가 옅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현재 전합은 중도·보수 8명 대 진보 5명 구도로 개편돼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12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청탁으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이 대표 방북비용과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용 800만 달러를 이 대표에 대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기소가 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사건 재판과 더불어 총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이르면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제3자인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에 대한 뇌물이고,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과정을 보고받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이를 요구 또는 약속했을 때 인정된다. 검찰은 경기도 공문과 국정원 문건, 경기도 공무원 등 관련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혐의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대북 송금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 휴대전화로 이 대표와 두 차례 직접 통화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대목 등도 기소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내용에 대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9월 구속영장 청구 전 이미 이 대표를 이 사건 피의자로 조사했기에 추가 조사는 필요치 않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함께 이 전 부지사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김 전 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